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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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었고, 김홍도는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를 그렸다. 번잡한 곳을 떠나 한적함을 찾아오는 귀환자. 전원생활의 운치(韻致)를 아는 이들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도 거닐던 이상향. 예부터 집착에서 벗어난 은사(隱士)와 탐욕을 버린 수도사(修道士)가 그토록 꿈꾸던 낙원. 은둔의 즐거움이 흐르는 무릉도원, 유유자적의 기쁨이 넘치는 에덴동산. 그곳이 어렴풋이 보일 터였다.

추리 소설, 《I의 비극》에서도 이런 희망찬 계획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른바 I턴(출신지와는 다른 지역, 특히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를 뜻한다-옮긴이) 프로젝트.

난하카마 시는 9년 전에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 명이 넘는 시가 되었다(17쪽). 넓은 지역에 인구는 적은 것이다. 이 변방 중에서도 오지인 미노이시는 6년 전부터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다. 그런데, 시장은 이곳을 되살리고자 한다. 그래서 시작된 사업. 집주인과 빈집 임대 협상을 하고, 그 집을 이주 희망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거기에 새로운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것(19쪽). 이것이 소생과의 업무다. 직원은 단 세 명. '나 귀찮아요'를 실천하는 듯한 과장 니시노. '나 몰라요'를 실행하는 듯한 신입 간잔. '나 해낼 거예요'를 수행하며, 고군분투하는 나, 만간지. 이렇게다. 어느덧 시범 사례로 선정된 12가구는 이주를 시작하고.

'가이다초는 이미 죽었어.' -291쪽.

'예산!' -402쪽.

만간지의 남동생은 말한다. 가이다초 즉, 부모님의 식당이 있었고 지금은 난하카마 시가 되어버린 고향(291쪽)은 이미 죽었다고. 세금만 삼키는 깊은 늪(292쪽)이라고.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 떠올랐다. 항산이 있어야 한다. 난하카마 시는 그러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그곳은 종속적이게 된다. 서러운 눈칫밥을 조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항심이 사라진 곳은 사람들이 떠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가올 수 없는 곳이 된다.

'"경제적 합리성이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는 거야."' -294쪽.

만간지가 남동생에게 한 말이다. 경제적 합리성보다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또, 이주한 사람들을 떠나게 한 이들 앞에서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한다. '그들은 시민이고, 인간이며, 모두 각자의 희망을 품고 이 마을에 왔다(401쪽)'고. 맹자의 '인자애인(仁者愛人)(마음이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공무원인 만간지는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행정은 국민을 경애(敬愛)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숫자로만 표기되는 것만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이다. 지극히 소중하다. 이를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만전지책(萬全之策).

실패의 위험이 없는 아주 안전하고 완전한 계책.

I턴 프로젝트는 전시 행정(展示 行政)이었다. 뜻은 좋았지만,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기식이었다. 의료 시설, 교육 시설 등. 지역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산사태 예방, 제설 등. 재해 방지의 여력도 없었다. 항산이 존재하지 않았고, 이주민을 위한 마땅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경제성도 없었고, 인간성도 없었다. 만간지의 분투는 물거품이 됐다. 《I의 비극》이라는 이름에서 I는 'I턴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라, 화자인 만간지의 '나'이기도 했다. 지방의 전시 행정은 중앙 예산과 지방 정치인의 타협으로 낳은 소산이었을 뿐이다. 이에 안에서 반작용이 계속 일어났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숨은 힘이 되었다. 그곳은 무릉도원처럼 다시 찾을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에덴동산처럼 추방당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또다시 아무도 없는 곳이 된 것이다. 만전지책이 아쉬워진다.

작가도 6장 '흰 불상'의 낡은 일기장에서 말한다. 석유난로의 보급으로 사람들이 이제 장작을 쓰지 않게 된 것을. 즉, 임업이 주산업인 미노이시의 몰락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고. 작가는 한 이주자의 입을 통해 또 말한다. 불상을 함부로 움직이기는 게 아니라고. 그 속뜻은 사람들을 마구 이주시킨다고 일이 잘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앞으로 나올 용의주도한 계획을 희망하면서.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지만, 연작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나누어진 각각의 장을 서장과 종장이 앞뒤에서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더욱이 종장에서는 모든 수수께끼를 소상히 밝힌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 추리 소설에 사회파 추리 소설을 살그머니 가미했다.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 문제를 바탕으로 억척 공무원 만간지의 일상이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는 그다지 어둡지 않다. 도리어 대체로 밝다. 만간지가 남동생과 통화할 때만 살짝 다를 뿐이다. 그의 일상은 슬쩍슬쩍 익살이 숨어 있는 노력 생활상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소생과가 담당한 미노이시에 불의(不意)의 사건, 사고가 연속으로 일어난다. 그렇지만, 선혈이 낭자(狼藉)하는 등의 흉악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복잡한 수수께끼도 아니다. 오히려 다소 희석(稀釋)된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 등장한다. 범죄 안전 장치가 있는 것 같이. 게다가 용서는 없지만, 체포되는 사람도 없다. 벌(罰)은 마을에서 조용히 나가는 것뿐이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을 뒤에서 획책(劃策)한 이들. 그들이 뿌린 씨앗도 변수가 많았을 텐데, 더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신기하다. 미노이시는 범죄를 자정(自淨)하는 낙원이었던 것인가. 웃음 안에 씁쓸함이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간결한 필치로 그의 미학을 이번에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각 장에서 핵심을 정교하게 설계, 실현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렇게 단순함을 극한으로 형상화했다. 그것이 이어져 인간 군상의 다양함이 그의 재치와 함께 구체화되었고. 결국, 어려운 주제에 도전하여, 고언(苦言)을 그만의 색채로 부드럽게 그려 내었다. 만족스럽다. 이 느낌은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하나. 일본에서 2019년에 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둘. 2019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4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셋. 책의 제목인 《I의 비극》은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를 패러디한 듯하다. 또, 마지막 문장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그렇게 한 듯하다.

넷. 그의 작품 중 사회파 추리 소설의 색채를 품고 있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것을 담고 있지만, 짙은 색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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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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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래서 모든 감각도 느낄 수 있다. 글에서 자란 상상이라는 나무에서 그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글마다 더 도드라지는 감각이 있다. 각자 상상의 나무에 열리는 열매가 다른 것이다. 색다른 매력의 열매. 독특한 영혼의 열매. 놓치기 싫은 열매다. 그렇기에 여러 글을 읽는다. 글 안에서 끝없이 상상하며,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 상상의 숲을 오래 거닐다 보니, 더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글을 짓는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고, 같은 작가라도 그 문체 안에서 변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글의 다양성은 독서가에게 축복이다.

추리 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한다. 그럼에도 작품마다 개성을 잃지 않는다. 통일성 속에 다양성. 그렇게 조화의 세계를 계속해서 창조해낸다. 글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작가. 게다가 편차는 있지만 작품성 높은 책도 많고, 가독성도 좋다. 독서인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번에 만난 그의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도 독자들에게 축복의 산물이 되고 있다. 상상의 나래로 열린 풍성한 여러 열매로.

'"만일 누군가가 뭔가를 숨기고 있고, 그게 사건에 관련된 일이라면 가가 씨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잘 기억해 둬. 그 사람에게 거짓말은 안 통해."' -173쪽.

한여름, 호화 별장지에서 살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다섯 명이 사망했고, 한 명이 다쳤다. 자수한 범인, 히카와 다이시는 범행의 구체적 과정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眞相)을 밝히기 위해 검증회를 열게 된다. 동행자의 참석도 허용되기에 휴가 중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도 그 자리에 참여하게 된다. 검증회의 사회를 맡게 된 가가. 그리고 거짓말을 벗겨 내며, 진실의 정체를 보여 준다.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 -미국 드라마 '하우스(House M.D., 2004~2012)' 중에서.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170쪽.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나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의 보편성이다. 그래도 악의가 아닌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소설 '레 미제라블'의 신부와 소설 '마지막 잎새'의 노인 화가. 그리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버지. 모두 하얀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다. 또,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가르침처럼, '전쟁에는 속임수(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가 난무한다. 어떤 때는 계략으로 가치부전(假痴不癲)(삼십육계의 제27계. 거짓으로 어리석은 체하되 실제로 미치진 말라는 의미다.)을 실천하기도 하고.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다 보면 귀여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가벼운 농담이나 슬기로운 가면으로 재치있게 넘어갈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이 올바른 치료나 정의(正義) 구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병은 처음에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고, 사건은 먼저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특이한 병, 어려운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복잡한 수수께끼를 푸는 사이에 거짓말이 개입하면, 사람의 눈은 어두워져서 헤맬 수밖에 없다. 눈이 밝아지기 위해서는 그 거짓말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우스도 가가도 그렇게 출발한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What is the cost of lies?)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의 진짜 대가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다.

(It's not that we'll mistake them for the truth. The real danger is that if we hear enough lies, then we no longer recognize the truth at all.)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Chernobyl, 2019)' 중에서.

거짓말의 문제 중 하나는 그것의 연속성에 있다. 거짓말은 대개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나도 거짓말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작은 거짓말이었지만, 그 계속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어지는 검은 거짓말. 그 대가는 진실을 알아내는 힘의 온전한 소멸이다. 은폐되고 조작된 커다란 진실. 그 안에서 만성(慢性)이 된 악한 거짓으로 사람들은 안위(安慰)하고야 만다. 결국 더욱 크게 자라난 더러운 거짓말로 많은 피해를 입게 되고, 진실이 드러난다. 무서운 대가다. 동정(同情)의 여지도 없는 거짓말로 남은 건 배신감이리라. 가가가 밝혀낸 사건의 진실 중 하나도 그랬다. 불륜 때문에 만연(蔓延)한 거짓. 그 속에서 피어난 불신과 분노가 비극의 한 축이 되었던 것이다. 외도의 당사자들은 피해자에게 추악한 거짓으로 큰 상처를 대가로 주었다. 그리고 깊은 아픔의 충격으로 손에 피를 묻히고야 말았다. 이렇듯 사람 사이에는 나쁜 거짓이 아니라 믿음이 있어야 한다. 협객까지 되라는 건 아니다. 부모로서의 믿음. 부부로서의 믿음. 자녀로서의 믿음. 친구로서의 믿음. 그것을 잃지 않으면 된다.

香象渡河 金翅劈海

향상도하 금시벽해

'코끼리가 항하(恒河, 갠지즈강)를 거침없이 건너듯, 금시조(가루다)가 바닷물을 가르고 자유자재로 날듯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는 물론 시와 문장, 더 나아가서 서예의 '웅혼하며 힘이 있는 치밀한 필치'를 표현하는 말로 확장됐다고 한다.('안중근, 향상도하 금시벽해(香象渡河 金翅劈海)', 인사이드비나, 2024년 1월 15일.)

이렇듯 거짓말에는 보편성과 연속성이 있다. 누구나 계속할 수 있는 것이 거짓말이다. 속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에 당하고, 마침내 밝혀내더라도 그 목적을 이미 이룬 뒤다. 악의에 가득 찬 교묘한 거짓말이라면 알아내기 더 힘들고, 피해도 더 크다. 범죄의 세상에서 더욱 암약하는 거짓말. 가가는 이 폭풍우를 뚫고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상대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마르타(거짓말을 하면 구토한다.)도 아니고,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 나오는 피노키오(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도 아니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가 되려면, 혜안이 절실하다. 가가의 이 눈은 향상도하와 금시벽해로 열게 된다. 거짓말 탐지의 난해성을 가가는 이 깨달음으로 극복한 것이다. 수많은 난항을 겪으며, 깊이 새기듯 체득했으리라.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이 있을 때 대상 주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만 같지만 저 멀리서 바다로부터 서서히 물이 차올라 조수 간만이 달라져 어느덧 대상 주위를 물이 감싸 결국 대상의 껍질을 스스로 녹인다. 수학은 그렇게 진보를 이룬다.'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크(1928~2014).('인류난제 푼 `수학스타`의 첫 꿈은 시인…경계 넘나드는 무한한 상상력이 나의 힘', 매일경제, 2021년 5월 7일.)

가가가 증명하는 사건의 진보는 수학의 그것과 닮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만 같지만, 어느덧 진실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거짓의 껍질을 녹인다. 가가는 웅장하고 거침이 없으면서 치밀하다. 하나하나 배제하며, 거짓을 녹인다. 드디어 나타난 진실. 오류 없는 증명. 그렇게 난제를 푼 수학자 같은 가가. 그런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마 사건에는 인간의 감정들이 담겨 있기에 그럴 것이다. 슬픔을 알아가는 슬픔을 가가도 느꼈으리라.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에서 사건의 진상을 상상했다. 높고 넓은 상상의 나무에 달린 열매들. 다양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감각의 향연(饗宴)이었다. 각각의 인물들과 그때그때의 상황들에 개별성이 있어서 입체적이었다. 자수한 범인과 피해자들, 검증회에 참석한 사람들까지 모두 주연처럼 열연을 펼쳤던 것이다. 열정과 냉정이 교차하며, 무대를 장악했던 그들. 곳곳에 가가의 향과 색채도 은은하게 빛났다. 사건을 깊고, 높게 해결했다. 그렇기에 냉수 같은 시원함도 있지만, 그 속에 온수 같은 따뜻함도 있었다. 이런 축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덧붙이는 말.

하나. 제71회 기쿠치 간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둘. 2023년 베스트 미스터리 1위(판매)라고 한다.

셋. 히가시노 게이고의 101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넷. 가가 형사 시리즈의 열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다섯. 초판 1쇄 한정으로 저자의 친필 메시지가 인쇄되어 있다고 한다.

여섯. 초판 2쇄 기준으로 428쪽의 '남편을'을 '남편은'으로 고쳐야 한다.

일곱. 자수한 범인, 히카와 다이시의 설정은 2019년 일본 전직 차관이 아들을 살해(비속살해)한 사건에서 일부 가져왔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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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3-05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나요.
북플 보다가 아는 이름이 보여서 인사 남깁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사과나비🍎 2025-03-23 14:11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알라딘 서재 관리를 잘 안 해서요...^^;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ㅜㅜ
정말 오랜만에 여기에 글을 썼는데, 저를 기억해 주시고, 댓글까지 남겨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따뜻한 봄날처럼 언제나 지내시고 계시기 바랄게요~^^*

서니데이 2025-03-23 14:3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잘 지냅니다. 오랜만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드렸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주말 날씨가 따뜻합니다. 사과나비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사과나비🍎 2025-03-28 18:15   좋아요 1 | URL
^^* 친절하게 답글도 다셨었네요~^^*
역시 서니데이 님이세요~^^*
저는 또 늦었네요~^^;
아무튼! 오늘 금요일이네요~ 불금 보내시고요~
주말도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랄게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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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누군가의 목록을 참고하고는 한다. 어떤 것은 마치 신의 계명과 같이 영혼 깊숙이 다가올 때도 있다. 그 목록이 전문성과 독창성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바르고 굳건한 믿음으로 새겨진 영혼의 각인이 된다. 이런 추천 목록은 구원자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외로운 배에게 수호신이 되어 준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악마의 속삭임이 된 목록도 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목록. 이 목록을 바탕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핏빛으로 물든 타락의 도구가 된 목록.

소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서 그 붉은 목록은 살인으로 선명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33쪽.

'처음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는 너무 기발해서 범인이 절대 잡히지 않을 만한 살인을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가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잡히지 않을 터였다. …… 범인이 누구든 간에 단순히 내 리스트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43~44쪽.

보스턴에서 올드데블스라는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멜컴 커쇼. 그에게 한 FBI 요원이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그웬 멀비. 커쇼가 몇 년 전에 서점 블로그에 작성한 목록.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목록 때문이었다. 누군가 그 목록을 보고 그 방법을 따라 살인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 그 목록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이었다. 아직 모든 목록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대체 누가 이런 범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그 범인은 커쇼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목록을 왜 작성할까? 지은이는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방법'(73쪽)이라고 한다. 커쇼의 아내 클레어는 살짝 어긋난 사람이었다. 마약과 불륜. 그런 그녀로 인해 커쇼도 비틀어졌다. 결국, 클레어는 교통 사고로 죽음에 이르렀다. 그리고 교환 살인을 하게 된 커쇼. 마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처럼. 전에 그가 작성한 목록에 비로서 그의 정체성이 부여된 걸까. 이제는 누군가 그 목록대로 살인을 하고 있는 상황. 누군가 살인을 매개로 내재된 일그러진 정체성을 그 목록에 부여하고 있는 걸까.

'현실과 허구는 다르니까.' -269쪽.

범인은 허구와 현실을 동일시하며 살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살인은 예술(269쪽)이라며. 그렇게 현실 속 살인이든, 허구 속 살인이든 아름답다(269쪽)고 설파하는 범인. 아니다. 살인을 소재로 하는 어떤 허구도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다. 단지 도구인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난 살인은 명백히 범죄다. 허구는 허구일 뿐이고. 이렇게 현실과 허구는 다르다. 허구와 현실을 혼동한다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어두운 일탈로 타락했던 범인도 그랬던 것이다. 단, 살인에 있어 현실과 허구가 같은 것이 하나 있다. 즉, 작가의 말처럼 소설이든, 현실이든 완벽한 살인은 없다(254쪽)는 것이다. 늘 변수가 너무 많다(254쪽)는 것을 기억하시라.

붉게 물든 목록. 허구 속의 '완벽한 여덟 살인'을 다룬 목록. 누군가는 축복이라 생각하며 피를 묻혔다. 그러나 저주였다. 외로운 배였던 누군가는 침몰하고야 말았다. 목록의 작성자도 난파선이 되었고. 그렇게 의외의 범인과 뜻밖의 전개로 글은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글 안에서 속도감이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 속도감 안에 긴장감도 잘 녹아서 흥미로운 색이 비춰지게 한다.

소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고전 범죄 소설에 대한 헌사다. 동시에 범죄 소설 독서 욕구 자극제이기도 하다. 완벽한 살인을 다룬 여덟 권의 고전 범죄 소설. 그리고 그것을 모방한 살인을 그리면서, 치밀함과 유려함을 놓치지 않았다. 또, 곳곳에 언급된 여러 범죄 소설도 지도에 표시된 물음표와 같았다. 느낌표로 바꾸고 싶어지는 그 물음표. 그렇게 이 책에 담긴 모든 책의 이름은 독자들에게 장바구니 추가 목록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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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23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3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비🍎 2025-03-23 14:18   좋아요 1 | URL
아, 서재 활동의 휴식이...^^;
이래저래 쉬고 싶었나 봐요...
사실, 한동안 부모님께서 아프셨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힘든 일이 좀 있었고요...
부모님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저는 아직...^^;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페크 님께 답글이 늦어 죄송하고, 또 따스한 말씀에 감사하네요...^^*
 
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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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수묵화의 세계에 등장한 한 청년의 성장 소설이다. 그런데 그는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 그렇지만, 수묵화라는 참신한 소재로 작가의 깊은 뜻을 잘 그렸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이 책이 그린 그림에 생명의 향기와 삶의 기운이 서려 있음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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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4-28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장 소설이 저는 재밌더라고요.^^

사과나비🍎 2022-04-29 02:1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그나저나 페크 님~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네요... 페크 님은 건강 유의하시기 바랄게요~^^*

2022-04-29 1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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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김정희, ‘불이선란’, 19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55.0×31.1㎝, 개인 소장.


우연히, 추사 김정희(1785~1856)의 난 그림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불이선란'이라는 작품으로 기억한다. 감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어떤 향기와 기운이 느껴졌었다. 서화 감상의 안목이 없는 사람도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향기와 생생한 기운. 역시 명작이었다. 뛰어난 감상가이기도 했던 추사. 그는 서화 감상에 '금강안(金剛眼)과 혹리수(酷吏手)'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금강역사 같은 무서운 눈, 혹독한 세리(稅吏)의 손끝 같은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금강안이라고 불린 추사.

소설, 《선은 나를 그린다》는 수묵화 세계를 그린다. 그리고 초기 금강안의 안목을 가진 청년도 그린다. 추사와 같은 그의 치유와 성장을.

'"자넨 좋은 안목과 심성을 가지고 있어. 그게 바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지."' -123쪽.

'"그림은, 수묵화는 내 생각 바깥에 있는 세상을 가르쳐줬어. 내가 뭘 느끼는지를 전해줬어."' -357쪽.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오야마 소스케. 홀로 상실감 속에서 살던 그는 대학생이 되었다. 어느 날, 친구로부터 소개받아 전시회장의 짐 운반 아르바이트에 간다. 그곳에서 그는 어느 노인을 만난다. 그 노인은 그에게 여러 감상평을 듣고, 좋아한다. 그리고 그를 애제자로 삼겠다고 한다. 그 노인은 일본 수묵화의 거장 시노다 고잔이었다. 거장의 애제자. 기연이었다. 아오야마 소스케도 놀라지만, 시노다 고잔의 손녀이자 젊은 수묵화가인 지아키도 놀란다. 그리고 그녀는 반발한다. 수묵화와 아무 접점이 없던 그. 그녀는 그런 그와 내년 '고잔상'을 두고 경쟁하자고 한다. '고잔상'은 일본 수묵화 세계의 상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상이다.

소스케는 수묵화를 처음 배우며, 마음을 그리고, 생명을 그렸다. 그렇게 회복하고, 발돋움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 새 느낌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지아키도 소스케와 함께 하며, 더욱 나아가게 되고.

고잔은 '수묵의 본질은 즐거움'(68쪽)이라고 소스케에게 가르친다. '재능이나 감각은 그림을 즐기느냐 아니냐에 비하면 특별한 게 아니다'(174쪽)라고 한다. 또, '수묵화는 삼라만상을 그리는 그림'(215쪽)이라고 하며, '현상이란 바깥에만 존재하는 걸까? 마음속에는 우주가 없을까?'(251~216쪽)라고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216쪽)고 한다. 이런 고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소스케는 빠르게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 그를 보며, 지아키도 자신의 부족한 것을 알게 되고.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

문자의 향기와 책의 기운.

금강안이었던 추사는 '문자향 서권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잔의 가르침도 결국에는 이것이 아닐까. 선각자들이 남긴 글. 즉, 문자와 책 같은 가르침을 통해 체화된 깨달음. 그렇게 내면에 담긴 깊은 깨달음의 향기와 기운. 그것이 선이 되어 나오는 것이 수묵화라고. 그렇기에 수묵화가 즐거움이 되는 것이라고. 그 즐거움 속에서 나오는 향기와 기운이 생명이고, 삶이라고. 그래서 '수묵화가 마음과 생명을 그리는 그림'(381쪽)이고, '수묵화가 선의 예술이라면 선은 삶의 방식 그 자체'(381~382쪽)라고. 결국, '선은 나를 그리고 있는 것'(384쪽)이 된다고.

소설, 《선은 나를 그린다》는 수묵화의 세계에 등장한 한 청년의 성장 소설이다. 그런데, 노인 고수들과 청년 주인공의 기연. 엄청난 성장으로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하게 되는 그. 결국, 아픈 과거를 딛고 세상에서 우뚝 서는 그. 그리고 절세미인과 그의 사랑. 이런 그는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 그렇지만, 수묵화라는 참신한 소재로 작가의 깊은 뜻을 잘 그렸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이 책이 그린 그림에 생명의 향기와 삶의 기운이 서려 있음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덧붙이는 말.

하나. 이 책의 지은이 도가미 히로마사는 현직 수묵화가라고 한다.

둘. 이 책은 제59회 고단샤 메피스토상 수상, 2020년 아마존재팬 랭킹 1위, 독서미터 ‘읽고 싶은 책’ 랭킹 1위, ‘왕의 브런치’ 선정 2019년 올해의 책 대상, 2020년 일본 서점대상 3위라고 한다.

셋. 우리나라에 이 소설이 원작인 만화와 이 책이 동시에 발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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