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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결혼했던 1988년 그해, 남편이 내 이름을 부를 순 있어도 아내인 내가 남편 이름을 부르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감히 아내가 남편 이름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시집 식구들의 의견이었다. 우리 부부는 동갑이니 남편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남편 이름에 ‘씨’자를 붙여 불렀고 남편은 나의 이름에 ‘씨’자를 붙이지 않고 불렀는데도 내가 부른 남편의 호칭만 문제가 되었다. 이는 내가 처음으로 여성의 낮은 지위를 뼈저리게 자각한 사건이었다.

 

 

  이런 걸 경험한 터라 책을 통해 페미니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반가웠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들여지는 거라고 말하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울프의 <자기만의 방>, 그리고 우리는 남성과 싸우는 게 아니라 단지 나쁜 원칙과 싸운다고 말하는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 등을 읽으며 세상의 불합리와 불공정을 배웠다.

 

 

  그로부터 십 년 세월이 흐르자 아내가 남편 이름을 불러도 괜찮은 시대가 되었다. 시동생이 결혼하여 새로 생긴 동서가 그걸 증명했다. 세월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그렇게 높여 놨다.

 

 

  오늘날 페미니즘이란 말은 진부하다. 오랜 기간 인구에 회자되다 보니 자칫 페미니즘에 대한 모든 책들이 새롭지 않은 뻔한 주장을 담고 있을 거라고 보기 쉽다. 나도 그랬다. 그러다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 이 책은 진부하지 않고 새롭다 못해 충격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존 인식의 틀을 뿌리 뽑고 새로운 인식의 틀을 만들어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가부장제 사회의 통념을 전부 지워 버리고 새로운 내용으로 사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어떤 독자에겐 마음 불편한 책이 될지 모른다.

 

 

  이 책은 남자에게 대항하여 싸우자고 소리치지 않으며, 여자의 힘을 기르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자든 여자든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알아야 할 일들을 알려 주기 위해 세상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할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졌던 생각들이 맞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갖게 해 준다. 

 

 

  우선 저자는 머리말에서 물음에 대해 언급한다.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는 것.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교양과 예의뿐 아니라 권력을 드러낸다는 것.

 

 

  「"왜 여자들이 취업하려고 하지?”, “장애인도 애를 낳을 수 있나?”, “왜 노인이 사랑을 해요?”, “동성애자도 실연당해요?”, “흑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나?”, “(이주 노동자에게) 왜 한국에 왔나?” 이 같은 질문은 남성, 비장애인, 젊은 사람, 이성애자, 백인, 한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혹은 용서받지 못할 욕망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질문은 묻는 자와 답하는 자 사이의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왜 그렇게 취업하려고 노력하니?”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니 평상시 얘기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겠다. 나의 말에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검토해야겠다. 인간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저자는 우에노 치즈코의 말을 옮겨 적는다. 


 
  「여성주의 사유 방법의 출발은 “그들이 말하게 하라.”였다. 우에노 치즈코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문서화된 역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성의 역사가 출발하다 보니, 그동안 역사는 남성에 ‘의해’ 여성에 ‘대해’ 쓰여진 문서나 재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남성들이 쓴 것은 여성에 대한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가와 관련된 남성들의 관념을 웅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이 생산한 여성에 대한 지식은 남성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

 

 

  이는 남성에 의해 쓰인 여성의 역사에서 여성의 모습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니, 결국 여성 모두가 갖고 있는 시각은 남성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각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에 불과함을 말하고 있다. 보부아르의 표현을 빌리면,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겠다. 이것이 세월이 흘러도 남성 중심의 사회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게다.

 

 

  저자는 ‘동성애 혐오 문화’에 대하여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신이 동성애를 허용하자고 주장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누가 동성애를 허용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여성이나 흑인, 장애인 모두 누군가 찬성하지 않아도 살아가듯이, 동성애자 역시 누군가의 동의와 허락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는 위협이 한 사람의 인권을 몰수하는 ‘권력’일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는 동성애 혐오 문화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의 가해자는 사회 구성원 모두라고 볼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면에선 소수자이며, 그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진골일 수는 없다는 것.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과 계급뿐만 아니라 지역, 학벌, 학력, 외모, 장애,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누구든 한 가지 이상 차별과 타자성을 경험한다는 것. 그러므로 자기 내부의 타자성을 찾아내고 소통해야 한다고.

 

 

  이 밖에도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여아 낙태, 가정 폭력, 정신대 문제 등이 인권 문제임을 지적한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일상을 규율하고 있는 외모, 학벌, 나이, 서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 사안도 인권의 침해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는 세계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현재 존재하는 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제도뿐이겠는가. 우리는 각자 알고 있는 모든 원칙들을 일말의 의심 없이 반드시 지켜야 마땅한 것들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우리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2020년이다. 시대가 변했다. 하지만 요즘도 한국인이 이주 노동자를 무시하여 일어난 사건과, 남성이 여성 비하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된 사례를 각종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한다.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차별과 편견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피은경의 톡톡 칼럼>의 167~172쪽의 글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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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제2의 성>
<자기만의 방>
<여성의 신비>
<페미니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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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책을 출간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라는 책이다. 출간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그 일 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루함을 자주 느낀 시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쏜살같은 급류의 시간을 느끼게 된다.

 

 

내 책에 수작이 많이 담겨 있다고 말해 준 벗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책 열 권을 구매해서 자기 친구들에게 돌린 벗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책이 모 대기업의 한 부서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되게 해 주신 분과 그 소식을 전해 준 지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책의 리뷰와 백자평을 써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책이 담긴 페이퍼를 써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소한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작가의 통찰력으로 동서고금의 명저와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해 주신 독자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 책에 대한 글에 좋아요를 누르신 분들과 댓글을 남기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방문자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2020년 8월 24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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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6 14: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종합 2위 에세이 1위~!!!!!! 작가님이셨군요^^ 페크님 글 완전 공감 합니다😆

2021-08-0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8-06 14: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작가님이신줄은 알았는데 에세이 1위 넘 멋지심요~ 💕👍👍

2021-08-06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1-08-06 15: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일 년이라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제게는 칼럼의 매력을 처음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출간 1주년 축하드립니다
✧⁺⸜(・ ᗜ ・ )⸝⁺✧

2021-08-06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에 나타난 페크님의 주위에 대한 고마움과 관심이, 페크님께서 받으신 사랑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페크(pek0501) 2021-08-07 16:01   좋아요 2 | URL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인복이 있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댁 식구들을 잘 만난 것부터가 그래요. 저에게 보약을 해 줬다고 하니까 우리 친구들이 특이한 시댁이래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

바람돌이 2021-08-06 16: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이 좋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출간 1주년 축하드려요. ^^ 새로운 책을 쓰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8-07 16:03   좋아요 1 | URL
완전 오바십니다. 과찬의 말씀, 이라고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실화예요.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책은 4~5년에 한 번씩 내면 된다고 보고 다른 쪽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

그레이스 2021-08-06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8-07 16:0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감사 감사드립니다. ~♡

붕붕툐툐 2021-08-06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벌써 1년~ 책이 얼마나 좋으면 1위할 수 있는 겁니까?
페크님 책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8-07 16:05   좋아요 1 | URL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알라디너들의 의리로 된 것 같아요.
제 책에 대해 기대는 마십시오. 기대는 실망을 부르는 법이니.
저는 툐툐 님이 애정하시는 - 영어 문장 나오는 - 그 책을 꼭 살 생각입니다. 상상력을 촉발시키고 좋은 문장이 많아서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책 지난해 8월이었는데, 금방 1년이 지나왔네요.
작년의 일인데 얼마 전 같아요.
좋은 기록, 캡쳐해서 가지고 계시군요.
출간 1주년 축하드립니다.
페크님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8-07 16:06   좋아요 3 | URL
글쎄 말이에요. 벌써 1년이라니... 서니데이 님이 제 책의 리뷰를 쓰셔서 이달의 당선작이 된 게 두세 달 전 같은데 말이죠.
알라딘 서재의 상단에 제 책이 떠서 이게 뭐지, 그랬어요. 그리고 찍어 두었죠.
축하 감사하고요.
전 서니데이 님이 계신 이곳 알라딘이 참 좋습니당~~

희선 2021-08-07 0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이 결혼하실 때와 시간이 흐르고 좀 달라졌겠습니다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되기도 하다니... 나누지 않고 같은 사람으로 살면 더 좋을 텐데, 아직도 그 길이 멀지 않나 싶어요 뭐든 갈수록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책이 나온 지 한해가 됐군요 축하합니다 이 책을 봐야 할 텐데, 하다가 다른 책을 봤네요 2021년 안에는 봐야 할 텐데...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1-08-07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문에 신간이 소개된 것을 볼 때마다 이번엔 어떤 새 책이 나왔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마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간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몇 권 살 때마다 신간을 한 권쯤은 끼어서 구입하고 싶을 것이다. 신간은 마치 새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듯 설레게 한다.

 

 

이번에 내가 눈여겨본 신간은 데얀 서직 저, <거대건축이라는 욕망>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만든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거대한 건축물은 거대한 권력을 나타낸다. 즉 인간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어서 거대한 건축물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거대건축이라는 욕망>에 따르면 히틀러, 스탈린, 블레어 등 그들이 자신의 권력을 나타내기 위해 건축물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건축물은 그 자체로 권력자의 권력을 나타냄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크고 훌륭할수록 자신의 권력도 커 보인다고 믿는다. 이러한 건축은 순수한 예술 행위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예술 행위의 영역에 있게 된다.

 

 

 

권력자들이 그처럼 자신의 권력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리라.

 

 

이 욕망,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주목하여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았다.

 

 

 

1.
이 욕망에 대해서 데일 카네기도 인정한 바 있다.

 

 

 

 

 

 

 

 

 

 

 

 

 

 

 

 

 

 

데일 카네기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요한 존재가 되려는 소망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뿌리 깊은 욕구”라고 말한 존 듀이와 “인간 본성의 가장 끈질긴 욕망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인용하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욕구이며, 인간이 문명 자체를 진전시켜 온 것도 바로 이러한 욕구 때문이라고 하였다.

 

 

 

 

 

 

2.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도 통찰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허영 때문이라고 밝혀 놓았다.

 

 

 

 

 

 

 

 

 

 

 

 

 

 

 

 

 

 

“인류 사회의 각계각층의 사람들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경쟁심(競爭心)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가? 그리고 소위 자신의 지위의 개선이라고 하는 인생의 거대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어떤 이익이 있어서인가? 남들로부터 관찰되고 주의와 주목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들로부터 동감(同感)과 호의(好意)와 시인(是認)을 받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안락(安樂)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허영(虛榮)이다. 그러나 허영이란 항상 자신이 주위로부터 주목을 받고 시인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신념(信念)에 기초한다.” - <도덕감정론>, 92쪽.

 

 

 

 

 

 

3.
이처럼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남들의 이목을 중요시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들의 생활에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버트런드 러셀은 <런던통신 1931-1935>에서 ‘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쓴 글에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였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구를 구입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고르기보다 이웃들의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고름으로써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으려 애쓴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주부는 커튼과 양탄자, 식탁과 의자, 만찬용 식기와 커피잔 따위에서 자기표현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구를 갖추는 과정을 은밀하고 개인적인 작업으로 생각한다. 개성적인 아름다움, 특히 창조자 특유의 기질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지닌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수줍고 소심한 자아를 가진 이들-현대 세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도 있다. 그들의 가장 큰 염원은 남들이 자신을 이웃들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구에서도 자기만의 취향을 표현하기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한다.” - <런던통신 1931-1935>, 147쪽. 

 

 

남들이 자신을 이웃들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만이 중요하므로, 자신의 취향대로 가구를 구입하지 않고 그저 이웃을 의식해서 가구를 고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을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이웃을 두려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고질적인 감정 가운데 하나로 모든 성취의 적이기도 하다. 거실을 가구로 꾸미는 일처럼 비교적 단순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퉁명스러운 검열관 같은 태도로 이 감정을 서로에게 강요한다. 이러한 태도 탓에 우리는 서로를 우둔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활기 넘치는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광경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스스로 박탈한다. 따라서 꼴사나운 가구의 근원은 전쟁이나 종교 박해 등 인간 삶에서 주요한 모든 해악의 근원과 동일하다.” - <런던통신 1931-1935>, 148쪽~149쪽.

 

 

그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예로 들어, 파티를 치르는 일에서도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모습을 포착하여 비판한다. 파티를 즐기지 못하고 그저 파티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하는 것에 주목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피로연을 여는 신혼부부 한 쌍에 대해 어디에선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파티가 끝나자 두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파티를 치렀다는 사실을 서로 축하한다.” - <런던통신 1931-1935>, 148쪽. 


 
신혼부부인 그들은 파티를 즐기려는 마음을 갖기보다 남들과 똑같은 파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파티에 임했을 뿐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즉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다. 이처럼 인간은 남들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의 만족감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남들에게서 찾으려 한다.

 

 

 

 

 

 

4.
그렇다면 인간은 남들의 눈만을 의식한 인생에 대해 끝까지 만족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예로 들어 ‘만족할 수 없는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이전에 가졌던 생각들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이반 일리치는 지위에 목을 매단 사람이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커다란 아파트에 살며, 이 아파트는 이 시대 유행에 따라 장식이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맥이 빠진 저녁 잔치가 자주 벌어지지만, 따뜻하거나 진지한 말이 오가는 법은 없다. 이반 일리치는 고등법원 판사라는 직위를 즐기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존중을 받기 때문이다. (…) 그러다가 이반은 마흔다섯 살에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는데, 이것이 점차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의사들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 그는 너무 피곤해 일을 하지 못한다. 장에는 불이 붙은 느낌이다. 식욕도 떨어지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휘스트 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판사 자신이나 주위의 모든 사람도 그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 그의 부인은 그의 죽음 자체가 안타까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받을 연금 규모가 줄어들까 봐 걱정을 한다. 사교계의 명사인 딸은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자신의 결혼 계획이 엉망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반은 이제 살날이 몇 주 안 남은 상태에서 자신이 지상에서 얻은 시간을 낭비했고, 겉으로는 품위가 있지만 속으로는 황폐한 삶을 살았음을 인식한다. 그는 자신의 성장, 교육, 일을 돌이켜 보며, 다른 사람들 눈에 중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불안>, 291쪽~293쪽.

 

 

주인공은 병에 걸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함으로써 “세속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휘스트와 저녁 파티보다 진실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깨달음을 얻는다.

 

 

 

 


 

* 맺는말

 

1) 욕망에 지배당하지 않고 욕망을 지배하기

 

 

여러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였다.

 

 

인간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살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남들로부터 보이기 위한 삶을 살게 된다. 가구를 구입할 때조차 자신의 취향에 따라 맘에 드는 가구를 고르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고른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무시하고 사회(또는 이웃)가 추구하는 가치에만 집착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삶인지 자기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 이것이 첫 번째 생각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면 사는 재미도 없고 발전도 없다. 만약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즐거움이 없다면, 우리가 머리를 자르고 새 옷을 구입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으리라. 또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또는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것이 두 번째 생각이다.

 

 

어떤 욕망이든 중요한 건 ‘욕망에 지배당하느냐, 아니면 욕망을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욕망이 지나치게 크면 욕망에 지배당하게 되어 욕망을 위해 못할 일이 없어져 삶의 균형이 깨진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에 지배당해서 성형 수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생겨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에 지배당해서 비리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2) 욕망이 가린 일상적인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지 않기

 

 

한 남자가 있었다. 그에겐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오로지 회사 일에만 집중하며 살았다. 이미 그는 그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으나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회사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으로만 살았다. 그 욕망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 일 이후로 인생의 새로운 행복에 눈뜨게 된다. 딸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도 소중하고, 가족이 함께 떠난 낚시 여행을 하는 시간도 소중했다. 그러면서 왜 진작 이런 행복들을 알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를 한다. 자신의 욕망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며 살다가, 뒤늦게 인생의 행복은 이런 평범한 작은 일들에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혹시 우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차를 타고 빨리 달리느라 기차가 지나친 일상적인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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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9-26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려는 건, 그렇게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고요.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잘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고,
그 대신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않을 것 같으니까요.
성공하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면
늘 좋은 방향을 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말이면 종이신문의 책 소개란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신문을 잠깐 쉬고 있어서 가끔 토요일이면 생각나요.
그래도 좋은 책은 계속 나오고 있겠지요.
좋은 일들도 늘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9-26 17:59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토요일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신문으로 신간을 구경하는 재미죠.
저는 신문 끊지 않았어요. 신문을 집을 때마다 찜찜하긴 해요.

요즘 날씨 참 좋죠?
어젠 90분 이상을 걸었어요. 가을을 느끼며 산책을 했답니다.
앞으로 추워지면 나가기 싫을 것 같아요. 이 계절을 잡아두고 싶군요. ㅋ

서니데이 님도 좋은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희선 2020-09-28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그것만 생각하고 따라하기만 하다보면 자기 생각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잘 아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평범하게 다른 사람과 비슷비슷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예전에는 그런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기대로 살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바라는 게 있다 해도 정말 중요한 건 놓치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09-28 13:14   좋아요 1 | URL
유행만 따라서는 진정한 행복은 없을 듯합니다. 유행의 변화는 끝이 없으니까요.
자기만의 행복이 중요하단 생각을 저도 요즘 많이 합니다. 남과의 비교는 불필요한 것 같아요.
희선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친정에 갔다 왔다. 집에 오니 할 일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켰다. 알라딘의 내 서재에 들어갔다. 방문자가 몇 명인지를 확인하고 새 댓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웃 님들의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어느 서재에선 여러 글을 읽었고 어느 서재에선 ‘글을 참 잘 쓰네.’라고 생각되는 글을 꼼꼼히 두 번 읽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버렸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시간이 잘 갔다. 부리나케 옷을 바꿔 입고 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 한 시간을 걸었다. 걷는 건 나의 습관 중 하나. 초여름이지만 해 질 무렵이라 덥지 않았고 공기가 맑았다. 요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 있어서 이렇게 맑은 날이면 좋았다. 걷는 것도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몇 가지를 샀다.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그리하여 하루가 다 날아가 버렸다. 내가 표나게 한 일이라곤 여러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는 것과 댓글을 다섯 개 남겼다는 것뿐.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가 가 버렸지만 그래도 하루를 허투루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의 글을 읽으며 배운 게 있었고 댓글을 썼으므로. 특히 내가 댓글을 쓰는 것은 서재 주인에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일이므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덕을 쌓은 거지.

 


.................................................
쓰고 보니 싱거운 글. 그래서 소금을 치고 싶은 글. 그래도 올린다.

 

 

 

 


여기까지가 2014년에 쓴 글입니다. 그땐 코로나19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을 불편하게 한 모양입니다. 기록이란 게 새삼 중요함을 알겠습니다.

 

 

제가 이웃 님들의 서재에 댓글을 써서 덕을 쌓은 하루를 보냈다고 하네요. 제게 그런 대견한 구석이 있었음은 새로운 발견입니다. 기록이란 게 새삼 중요함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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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16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구경을 하다 보면 사유가 깊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제게는 페크님도 그 중 한 분이십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0-09-17 15:24   좋아요 1 | URL
파이버 님이 제 귀에 기분 좋게 들어오는 말씀을 하십니다. ㅋ
저도 서재 구경을 다니다 보면 책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구나, 생각되고
좋은 책 정보, 생활 정보, 그리고 어떤 땐 삶의 지혜 같은 것을 배웁니다.
코로나 시대에 그래도 이런 댓글 창구가 있어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9-16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언니는 참 대견해요. 진짜로!ㅋㅋㅋ
이젠 미세먼지 걱정하는 나날이 그리워요.
이럴지도 모르고 얼마 전까지 미세먼지 타령이나 하고 앉았었으니
사람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한치 않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으니.ㅠㅠ

페크(pek0501) 2020-09-17 15:26   좋아요 1 | URL
아하~~ 정말 제가 대견한가요? 누구나 잘 관찰하면 대견한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미세먼지로 스트레스 받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와 상대가 안 되지요. 코로나에 비하면 미세먼지처럼 작은 문제였어요.ㅋ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간의 한계 아니겠어요.
그래도 알라딘 서재가 있어 이 시대를 버티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ㅋ
좋은 하루 보내시길... 오늘 날이 참 좋네요.

scott 2020-09-16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끝이 안보여서 암담합니다. 페크님 건강 잘챙기세요.

페크(pek0501) 2020-09-17 15:28   좋아요 1 | URL
그렇죠? 뉴스를 볼 때마다 참 암담해요. 빨리 백신이 나와야 할 텐데요...
참 힘든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어요. 전 세계인이 모두요.
scott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7 0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도 미세먼지도 없었다면 그때에는 우린 무엇을 걱정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그리 걱정되지 않는 일이 코로나처럼 우리에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페크(pek0501) 2020-09-17 15:31   좋아요 1 | URL
인간이란 늘 걱정을 달고 사는 존재니까요. 맞아요. 코로나19가 없었어도 우리는 뭔가 고민하고 걱정하며 살고 있을 거예요. 아이 성적 때문에, 시집 못 간 딸 때문에, 정규직이 안 된 자식 때문에, 승진에 실패한 남편 때문에 등등... 각자 걱정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살고 있겠지요. 이젠 코로나19만큼 심각해 보이는 게 없네요.
시집 못 가면 혼자 살면 되는 거죠. ㅋ

그래도 오늘 날이 참 좋네요. 코로나19가 없는 날처럼 태평한 날씨입니다.
건강 잘 챙기며 이 시대를 잘 버티자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09-17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고 읽으면 오늘 쓰신 글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 사이 6년이나 지났네요.
알라딘 서재 이야기도 있고, 여전히 댓글로 많이 쓰시니까, 낯선 건 미세먼지만 찾았어요.
작년까지는 미세먼지가 문제였고, 올해는 코로나19가 계속 뉴스에 나옵니다.
창문 열기는 좋지만, 외출은 부담스러운 오늘이었어요.
페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9-18 12:29   좋아요 1 | URL
예. 벌써 6년이나 지났으니 놀랄 일이에요. ㅋ
그땐 미세먼지가 중요한 변수였던 시대였어요. 창밖이 흐리면 안개보다 미세먼지로 생각하던 때였어요.
오늘도 볕은 따갑겠지만 그리 덥지 않은 날씨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0-09-18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2014년에는 미세먼지 별로 마음 안 썼어요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난 다음에 걱정했네요 2019년에는 정말 심했습니다 이월이 끝날 때쯤부터 삼월초까지 심했으니... 지금은 미세먼지보다 코로나19를 더 생각하는군요 여전히 미세먼지 심한 날 올 텐데, 아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덜한 것 같기도 합니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거네요 사람은 그것뿐 아니라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살겠지요

적을 때는 시시해도 나중에 보면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이라도 일기 써야 할 텐데, 올해는 다른 때보다 더 못 쓰네요 책도 별로 못 보고...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9-18 12:33   좋아요 1 | URL
그땐 미세먼지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았어요.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 그러지 않았고요. 지금에 비하면 훨씬 좋은 때였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까지 미세먼지가 심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문 닫는 회사, 공장들도 생기고 하니깐 공기가 깨끗해진 것 같네요.
희선 님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이가 들어가니깐 하루하루가 소중하더라고요. 지난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일을 좋아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내 마음을 신뢰할 수가 없다.

 

 

  또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장소나 환경에 따라 그것의 느낌이 달라지는 걸 경험한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하는 식사가 그렇다. 나는 병실에서는 물론이고 병원 안에 있는 식당에서도 밥 먹기를 힘들어 한다. 평소 내가 맛있게 먹는 밥과 반찬이라 할지라도 병원에서 먹으면 맛이 없어 먹기가 괴롭다. 먹는 장소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건 마음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같은 풍경이라도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이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면, 자기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겠다. 우울·불쾌·슬픔·분노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좋은 감정 상태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말이다. 

 

 

  이와 관련해 책 세 권을 뽑아 보았다. 내가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들이다.

 

 


1. 당신은 자기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 ‘높은 지위’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며, 지위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불안’이 생기는 점에 주목하였다.

 

 

  『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自我像)을 결정하기 때문이다.』(9쪽)

 

 

  『지위로 인한 불안은 비통한 마음을 낳기 쉽다.』(9쪽)

 

 

  그리하여 ‘지위로 인한 불안’을 없애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죽음을 생각하기이다. 『죽음은 지위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던 관심의 덧없음, 나아가 무가치함을 드러낸다.』(297쪽)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생각 옆에 갖다 놓으면 어떤 행동들이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다.』(301쪽)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 『(죽음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유한성을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람의 죽음, 특히 우리가 큰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게 되는 업적을 쌓은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지위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306쪽)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 죽게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갈망하는 ‘지위’라는 것도 별것 아닌 게 되어 버릴 테니까. 

 

 

  둘째, 폐허를 보는 것이다. 폐허는 『어차피 모든 것은 사라질 운명』(316쪽)이며 『국지적인 승리는 가능하지만, 몇 년 정도 혼돈에 약간의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원시의 용액으로 돌아갈 운명』(316쪽)임을 말해 준다. 이 같이 『영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들 가운데 중요하다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316쪽) 그러므로 폐허를 보고 나면 ‘지위’라는 것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셋째, 광대한 풍경을 보는 것이다. 『광대한 풍경 역시 폐허와 마찬가지로 불안을 다독여 주는 효과가 있다.』(320쪽)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다.』(320쪽~321쪽)

 

 

  이를 정리하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또는 폐허나 광대한 풍경을 보게 되면 마음이 움직여서 불안 또는 불행을 없애거나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큰 불행을 겪은 이가 여행을 하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마음이 움직여서다. 여행을 통해 광대한 풍경을 보는 일만으로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긴 하다.

 

 

 

 

 

 


2. 당신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대조효과’를 이용한 어느 여대생의 편지를 공개한다. 그 여대생은 자신의 나쁜 성적을 부모에게 편지로 알리는데, 부모가 화가 덜 나도록 ‘대조효과’를 이용한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집을 떠나 학교에 온 후로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중략) 저는 지금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이곳 기숙사에 입주하자마자 불이 나서 저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다가 골절상과 뇌진탕의 부상을 입었지만 이제는 거의 다 나아 괜찮습니다. 병원에는 단지 2주일 동안만 입원해 있었어요. 이제는 하루에 한 차례씩 두통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다행히 저의 기숙사에 불이 난 것과 제가 불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을 기숙사 근처의 주유소 직원이 목격을 하고 저를 위해 증언을 해 주어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화재를 발견하고 소방서에 연락했을 뿐 아니라 구급차를 불러 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답니다.

 

더군다나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를 위문차 찾아와서 기숙사가 불이 나서 갈 데가 없다면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도 좋다고 저를 초대하는 호의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그의 아파트라는 것이 지하실의 단칸방에 불과했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요.

 

그는 매우 훌륭한 청년이어서 우리는 금방 서로 사랑에 빠졌고 장래를 약속했답니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제 배가 더욱 불러져서 보기 싫어지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놀라셨죠? 그래요 저는 임신을 했답니다. (중략) 저희가 아직 결혼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이의 질병이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저도 어쩌다 보니까 그 병에 전염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부모님은 그이를 우리 집안의 사위로 환영해 주시리라 믿어요. (중략)
 
하하! 엄마, 아빠 이제 정말로 저의 최근 근황을 말씀드릴게요. 사실은 기숙사에 불이 난 적도 없으며 저는 골절상과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어요. 게다가, 저는 남자 친구도 없으며 동거한 적도 없고 따라서 임신도 하지 않았지요. 물론 질병에 걸리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문제는 제가 미국사 과목에서 ‘D’ 학점을 그리고 화학에서 ‘F’ 학점을 받았다는 거죠(--!!). 매우 유감스러운 성적이지만 제가 건강히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니 별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샤론 드림』(46쪽~47쪽)

 

 

  이 편지는 부모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성적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게 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3. 당신은 상술로 인해 마음이 움직인 적은 없는가

 

 

  에릭 번은 <심리게임>에서 인간의 내면에는 부모, 어른, 아이 등 세 가지의 ‘자아 상태’가 존재한다며 그 특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부모 – 부모 역할을 하는 인물과 닮은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자기 부모를 모시고 다닌다.)

 

어른 - 자율적으로 객관적 현실 평가를 지향하는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어른이 있다.)

 

아이 - 아동기 초기에 고착되어 지금까지도 활용하는, 미성숙한 아동기 흔적을 대표하는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극적인 판매 게임으로, 상술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를 소개한다.

 

 

  『판매원 : “이게 더 낫긴 한데, 고객님한테는 좀 부담스럽죠.”

 

주부 : “이걸로 하겠어요.”』(53쪽)

 

 

  『판매원은 어른으로서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언급한다. “이것이 더 낫다.” 그런데 “당신은 이것을 살 형편이 안 된다.” 표면적 혹은 사회적 수준에서 보면 이 진술은 주부의 어른에게 말하고 있으며, 주부의 어른이라면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쯤으로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면, 혹은 심리적 벡터는 노련한 판매원의 어른으로부터 주부의 아이를 향하고 있다. 판매원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것은 아이의 대답이 입증하고 있다. 아이는 사실상 “가계부에 구멍이 나든 말든 이 거만한 친구에게 내가 누구보다 훌륭한 고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야 말겠어.”라고 말하는 것이다.』(53쪽)

 

 

  자기 안의 ‘아이’를 잘 지배하지 않으면 남으로부터 지배당하는 일이 생기리라.

 

 

 

 

 

 

 

 

 

 

 

 

 

 

 

 

 

 

 

 


.............................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개정판이 나왔네요.


제가 쓴 위 글에서는 구판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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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6-2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정된 시간이라거나 수량이 있는 판매방식에 약한 것 같아요.
할인쿠폰과 적립금도 그렇고요.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닌데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 고르신 책처럼 일종의 불안으로 설득하는 심리게임의 방식 같아요.
오늘 페이퍼의 사진이 예뻐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8 22:1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어떤 땐 적립금 때문에 책을 구입하다가 한두 권만 사기가 미안해서 책을 더 추가해 삽니다. 배달하시는 분에게 미안하거든요.

사진이 좀 특이한 색상이죠? 재주 조금 부렸어요. ㅋ

서니데이 님도 하루 잘 마감하시고 편안하게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6-29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일단 새 서재로 들어와 글 남깁니다.
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문제가 생각 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북풀 팝업창 없애려다 이게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습니다.ㅠ

페크(pek0501) 2020-06-29 22:31   좋아요 0 | URL
헐~~ 아직도에요? 뭐 이런 경우가...

심각할 게 뭐가 있겠나 싶네요. 더디긴 하지만 되겠지요. ^^

희선 2020-06-30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마음 다스리기 무척 힘들지요 어떤 걱정에 빠지면 자꾸 거기에만 마음 쓰고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기도 하죠 그러다 사람은 죽는다 생각하면 걱정 덜할지... 죽음을 생각하다 덧없음에 빠지면 안 될 텐데 싶기도 해요 우주를 생각하면 사람은 아주 작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사람이 살려는 게 대단한 느낌도 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갑자기 사기 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런 사람은 속을 사람을 잘 알아본다고도 하던데, 무언가를 파는 사람도 비슷해 보이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30 12:12   좋아요 0 | URL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지요. 어리석음의 깨달음은 늘 한 박자 늦게 오고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좁쌀만해지긴 해요.

사기꾼 말씀을 하시니까 생각난 것. 사기꾼이 사기 치려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누구나 속아넘어간다고 하네요.

어젯밤 빗소리가 요란했어요. 우리 딸은 밤에 빗길 운전을 하고 오느라 엄청 무서웠다고 하네요. 막 퍼붓더랍니다.

희선 님,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스티븐 킹이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는다고 했더라?’ 나와 비교하고 싶었던 거다.

 


  이미 읽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책장이 있는 거실과 책이 쌓여 있는 안방을 오가면서 찾으니 안방 침대 옆에 수십 권의 책이 쌓여 있는 곳의 맨 아래에 있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일 년에 70~80권쯤 읽는데 주로 소설이란다. 소설가인 그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대작가가 겨우 소설만 읽다니. 그 정도의 작가라면 철학, 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야 되는 것 아닌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 이 말은 소설만 읽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소설엔 심오한 통찰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은 심오한 통찰력이 있어서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이 소설만 읽어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알기론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는다는 그의 글을 읽으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는 걸 무지 좋아해야 할 듯싶다. 

 


  난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무릇 사랑이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알았다. 내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다. 살아 계셨을 땐 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만날 수 없는 지금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리운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가 보다. 

 


  「죄책감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죄책감을 갖고 산다면 행복은 가질 수 없다. 죄책감과 행복은 양립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니 죄를 짓고 살지 말 것.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라는 말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때리는 쪽이 되기보단 차라리 맞는 쪽이 될 것.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난 빌려 주기 싫어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완독한 책을 또 들춰 보길 좋아하는데, 누가 빌려 가서 그 책이 집에 없으면 마음이 답답해서다. 과장해서 말하면 신경질이 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간 축들의 공통점은 빨리 되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내 책엔 느낌이나 생각을 써 놓은 게 많아서 책을 빌려 간 사람이 내 비밀스런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싫고 나의 유치한 생각을 들킬 것 같아 싫다.

 

 
  책을 빌려 주지 않는 게 미안하긴 하다. 그래서 아예 새 책을 사서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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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칼릴 지브란, <예언자>

 

 

 

 

 

 

 

 

 

 

 

 

 

 

 

 

 

 

 

 

 

 

 

 

 

 

 

 

 

 

 

 

 

 

5월이 가기 전에 올리고 싶었던 장미꽃 사진입니다.

저 혼자 보기 아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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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5-27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요. 사진 찍어오셔서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예쁜 꽃들이 피는 계절이 조금 길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5-27 23:19   좋아요 1 | URL
제가 서니데이 님에게 댓글로 장미꽃을 찍었다고 했잖아요. 그 사진들이에요.
더 많은데 다 올리면 어수선할 것 같아 몇 개 골라 올렸답니다.
곧 6월이 오고 그러면 장미도 시들겠지요.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어 걱정이고... 그러나 꽃은 여전히 예쁘더군요.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0-05-28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은 자기 글 쓰기 바빠서 책 많이 못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을 하기 전에는 책을 좋아해서 읽었을 텐데, 어떤 소설가도 다른 사람 소설은 안 본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스티븐 킹은 다른 사람 소설 즐겁게 보는군요 그저 즐기려고 보는 책은 저 정도여도 소설 쓰려고 보는 건 책읽기로 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작가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자료는 책에서 찾을 때가 많겠지요

글을 전문으로 쓰기 전에 많은 책을 봐서 자료 찾기도 훨씬 잘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는 게 없어서, 뭘 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런저런 책 봅니다 그렇다 해도 소설이 가장 많군요 다른 데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텐데...

페크 님은 책에 생각을 적으시는군요 그런 책은 빌려주기 싫겠습니다 페크 님이 책을 많이 보시고 책이 많다는 걸 아는 분이 읽을 만한 책을 묻거나 빌려달라고 하겠군요 이제는 도서관도 많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좋을 텐데 싶네요

오월 며칠 남지 않았네요 페크 님 남은 오월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28 10:21   좋아요 1 | URL
작가들은 독서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둘 다 좋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전체를 100으로 잡았을 때 독서 51프로, 글쓰기가 49프로 좋은 것 같아요. 독서를 조금 더 좋아한다는 거죠.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글쓰기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심하게 되는 반면,
독서는 그런 게 없거든요.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기 때문에 그날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요.
글쓰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합니다. 남은 5월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5-28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는 소설 보단 다른 쪽의 책 이를테면 언니가 제시하셨던
책들을 더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소설을 안 읽을 수는 없겠죠?
7,80권이면 잘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ㅋ

역시 5월은 장미의 계절이죠.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밝아집니다.^^

페크(pek0501) 2020-05-28 21:46   좋아요 1 | URL
맞아요. 1년에 칠팔십 권 읽으면 많이 읽는 거예요. 독서만 하는 게 아니라 작가이니 글쓰기에 또 얼마나 시간을 많이 들이겠어요. 그래도 출퇴근을 안 해도 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이죠. 잘 나가는 작가의 경우에 한해서지만.

5월 하면, 장미죠. 탐스럽게 화려하게 피었더라고요.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어요.
스텔라 님!! 굿~~ 밤~~.

후애(厚愛) 2020-06-01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에도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곤 했었어요.^^
올려주신 장미 사진들이 정말 예쁘네요.^^
5월은 가고 6월이 왔습니다.
시간은 잘 가는데 여전히 코로나는 남아 있네요.
항상 조심하시고, 6월에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0-06-03 21:37   좋아요 0 | URL
아, 후애 님. 장미꽃이 정말 예쁘지요? 향도 좋겠지요?
벌써 6월이고요... 정말 시간에 바뀌가 달린 것 같아요.

뉴스를 통해 누군가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전혀 믿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혹시 그렇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오늘 미용실 가기 위해 걷는데 마스크까지 해서 벌써 덥더라고요.
마스크 없는 올 여름을 보내는 것, 이게 지금의 소원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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