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어 마술사 같은 내 동행자는 대단한 재능으로 단단하게 지어진 하나의 건축물을 내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 건축물은 그 자체로 규정되어 솟아오르는 듯이 보였고, 어떤 내적 필연성으로 존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내가 그 안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 그 건축물 안에는 결여되어 있기에 아쉬웠고, 그저 단지 하나의 단순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럴듯한 완결과 완성을 지닌 예술 작품이 흔히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듯이 말이다. 어쨌든 나는 유창하게 떠드는 그 남자의 말을 기꺼이 경청했다. 그는 나로 하여금 자신에게 몰두하도록 했고, 그 덕분에 나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그가 내 정신과 주의력을 요구했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그림자를 판 사나이」, 101쪽.

 




언젠가 악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으니,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 그것이다.”

또 최근에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곳으로부터 인간들에게 짙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참으로 나는 뇌우의 징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말도 명심하라.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을 넘어 선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5쪽.





완독회 

이병률


(상략)


찬 소주를 앞에 놓고 대개의 우리가 반복하는 일이란

소매를 접고 접어도 별반 뒤집어지지 않는 질문 같은 

것일지도


시 한 편씩을 돌아가며 읽는 낭독회를 마쳤지만 그래봤자

매번 그것으로 어제의 기분을 누르며 살려는 것


모두가 밤을 헤엄치는 기분에 빠져 있다

나만 혼자 바람 속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곳으로부터 모두를 꺼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섞고

싶어서겠다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61쪽.





시기와 질투에 관한 명언 :

거지는 거지를, 시인은 시인을 시기한다.(헤시오도스)

동정보다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낫다.(헤로도토스)

바보들을 우리는 시기가 아니라 경멸한다. 시기는 일종의 칭찬이기 때문이다.(J. 게이)

번영을 누리는 친구를 질투심 없이 칭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아에스킬로스)

사람은 칭찬을 가장 많이 받을 때 미움도 가장 많이 받는다.(J. 드라이든)

사람의 마음에 시기심만큼 강하게 뿌리 내린 감정은 없다.(R. B. 셰리든)

시기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예프투셴코)

시기하는 자는 자기 화살로 자기를 죽인다.(익명)

질투는 휴일이 없다.(베이컨)

질투 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라로슈푸코)


이 중 ‘질투 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는 말이 와 닿는다. 상대편을 사랑해도 자존심을 챙기는 게 보통 사람이 아니던가. 보통 사람은 자존심이 더럽혀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할 만큼 이기적이다. 우리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작가가 소설에서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해서 고통받는 모습을 그렸다면, 그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런 세상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고통에 독자가 공감하며 함께 슬퍼할 수 있을 때 바람직한 세상이 되기 위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그 고통은 그저 타인의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타인에 대한 배려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5-05-1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간만에 언니와 제가 같이 읽은 책이 나왔네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읽은지 꽤 되죠. 서재 활동 초기 때였던 것 같은데.
살짝 지루했던 것 같기도한데 나름 괜찮았던 책으로.
원래 독일문학이 좀 그렇잖아요. 요즘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나봐요. 어제 소나기치곤 장맛비처럼 내리고 약간 후텁지근한 것으로 보아
이제 초여름으로 넘어가려나 보다 싶어요. 덥기 전에 잘 다녀오셨네요.^^

페크pek0501 2025-05-17 20:36   좋아요 0 | URL
하하~~ 오늘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 를 완독했어요.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아이디어가 기발하잖아요. 그림자를 풀밭에서 살짝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가지고 간다는 것.
그림자를 주는 대신 금화 주머니를 받게 되어 부자가 되었으나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라고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 존재가 됩니다. 과연 그림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ㅋㅋ여러 가지를 유추해 보라는 게 작가의 의도처럼 느껴집니다.^^

yamoo 2025-05-17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끝내줍니다. 그리고 싶은 풍경이네요. ㅎㅎ
저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 재밌게 읽었더랬죠. 가장 필요없은 게 인간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라 일종의 동화책 같았죠.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05-17 2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실은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끌어다 썼어요. 지금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신록이 한창 예쁠 때라서요. 한번 그려 보십시오. 푸른 5월의 풍경을!!!
저는 그림자를~ 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 가지고 있어야 차별 받지 않는다, 쪽으로 읽었어요. 이민자, 성소수자 쪽으로도 생각해 봤네요.^^

잉크냄새 2025-05-17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가 연두연두 초록초록 합니다.
계절을 걷다 보면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즘의 계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페크pek0501 2025-05-18 15:50   좋아요 0 | URL
연두 초록이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지금 이 시간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건가요?
잉크냄새 님의 표현이 참 좋으십니다!!

서니데이 2025-05-1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번 서재 사진의 분홍색 꽃도 좋았지만, 연초록 풍경 사진도 참 좋네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은 모두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없다고 생각하면 결핍이나 소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없어도 사는데 지장없지만,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다음에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5-18 15:55   좋아요 1 | URL
날씨가 참 좋네요. 집에 있기 아까울 정도로요. 그러나 집에 있는 게 저는 더 좋아요.
연초록도 예쁘지만 빗물이 고여 있는 게 맘에 들어 서재의 전체 배경으로 올려 봤어요. 의자 밑에 빗물이 있지요.
다수의 모양새나 성향을 따르지 않으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은 정당한가, 하는 문제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흥미를 끄는 소설입니다.
푸른 5월이 길게 길게 ~~~ 머물다 가면 좋겠습니다^^


2025-05-2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 「도련님」, 「산시로」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것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모두 소설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의 ‘인간 관찰기’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영어 교사인 듯한 구샤미의 집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가 구샤미, 그의 가족,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하여 보고 느낀 것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읽다 보면 웃음 짓게 만드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가령 이런 것들.


“그 왕에게 한 여자가 책을 아홉 권 가져와 사달라고 했다 합니다.”

“그리고요?”

“왕이 얼마면 팔겠느냐고 물으니 아주 비싼 값을 부르더래요. 그래서 너무 비싸니 좀 깎아달라고 하자 그 여자가 갑자기 아홉 권 중 세 권을 불에 태워버렸다고 해요.”

“아깝군요.”

“그 책에는 예언인지 뭔지 딴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쓰여 있었다고 해요.”

“그래요.”

“왕은 아홉 권이 여섯 권이 되었으니 가격도 조금 떨어졌겠지 생각해서 여섯 권에 얼마냐고 물었는데, 여전히 처음 가격에서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왕이 너무하다고 하니, 그녀는 다시 세 권을 빼서 불에 태웠대요. 왕은 아직 미련이 남은 듯 남은 세 권을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는데 여전히 한 푼도 깎지 못한다고 하니, 그걸 깎으려고 하면 남은 세 권도 태워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해 왕은 결국 비싼 돈을 내고 남은 세 권을 샀다고 하네요. (...)”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6쪽.


책을 불에 태우는 방법으로 책을 판매하다니 비인간적인 상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책을 태워도 왕이 책을 끝까지 사지 않는다면 판매자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 도쿠센도 말은 훌륭하지만, 막상 닥치면 다 똑같아. 자네, 9년 전의 대지진 기억하지? 그때 기숙사 2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사람은 도쿠센 군꾼이었다니까.”

“그 행동에 대해서 그 친구는 꽤 변명이 많았지.”

“그렇다니까. 본인 말을 들으면 아주 그럴듯하지. ‘선(禪)의 창끝은 날카로우니 순간적으로 재빨리 사물에 대응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지진이라고 당황했지만 나는 2층 창에서 의연히 뛰어내렸으니, 그게 다 수양의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기쁘다고 말했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말이야. 지기 싫어하는 친구야. 하여튼 선(禪)이니 불(佛)이니 하며 떠드는 무리처럼 수상한 사람들은 없어.”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400쪽.


정신 수양을 했다는 사람이라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침착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보다 더 흥분하여 자신이 2층 창에서 뛰어내린 것에 대해 도쿠센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2층 창에서 의연히 뛰어내렸으니 그게 다 수양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네. 



“자네 같은 악동을 만나면 못 당하겠군.”

“어느 쪽이 악동인지 몰라. 나는 선승입네, 깨달았네 하고 떠드는 자는 아주 질색이야. 우리 집 근처에 난조인이라는 절이 있는데, 그곳에 80세가량 되는 노인이 있어. 요전에 소나기가 많이 왔을 때 그 절에 번개가 떨어져서 정원에 있던 소나무가 쪼개졌지. 노인은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완전 귀머거리야. 그렇다면 태연한 것도 당연하지. 대개 그런 것이야. 도쿠센도 혼자 깨달았으면 됐지, 걸핏하면 남을 유혹하려 드니까 나빠. 실제로 도쿠센 때문에 지금 두 명이 미친놈 소릴 듣고 있다니까.”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401쪽.


절에 번개가 떨어져도 노인이 태연했던 것은 귀머거리였기 때문이란다. 


 


**













언젠가는 알게 될 모두의 것들

이병률



사람들은 사랑을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심하게 구부러뜨리거나 질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나는 사랑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개인적입니다


언제나 좋은 맛이 나는 음식을 바라지는 않아요

맛이 없거나 입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사랑과의 잘못은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꽃을 떨어뜨린 줄기가 땅을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 것이 땅콩입니다

그것을 줄기로 치느냐 뿌리로 치느냐 관점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랑은 계속해서 내 앞에서 헷갈려 하지만요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난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성적으로 나를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의 숫자나 세고 돌아와도 되는 것입니다 


(하략)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18~19쪽.




***



단상 : 확신은 강력한 것


무엇을 결정할 때 확신에 차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잘난 확신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쑤다’에서 애순(문소리 분)의 딸 금명(아이유 분)이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어 했던 남자는 영범(이준영 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은 성사되지 않는다. 영범(이준영 분)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범(이준영 분)이 금명(아이유 분)과의 결혼을 절실히 바라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의 어머니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금명(아이유 분)의 이 예비 시어머니는 확신에 차 있어서 불행을 자초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끼리 결혼해야 행복하다는 확신. 어쩌면 이건 핑계일 뿐이고 가난한 집안의 딸인 금명(아이유 분)보다 더 좋은 조건의 신붓감을 고르고 싶은 예비 시어머니로서의 욕심일 것이다. 이런 확신은 있었겠다. 자기 아들이 좋은 조건의 신붓감과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 이 확신은 결과적으로 그릇된 확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불행하지 않기를 가장 바랐을 어머니가 아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고 만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강력한 확신 때문이다. 


카레라이스를 만들기 위해 양파를 찾는데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사과 두 개’가 담긴 비닐봉지가 있다. 비닐봉지를 열어 보면 그것이 ‘사과 두 개’가 아니라 ‘양파 두 개’라는 것을 알 텐데, 비닐봉지를 열어 확인해 보지 않고 사과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양파가 없다고 단정을 내린다. 뒤늦게 그것이 양파라는 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확신이란 이렇게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



****


발레를 배울 때 신는 발레 슈즈가 닳아 새것을 샀다. 

 새것을 사고 보니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다. 

  발레 슈즈가 닳을 정도로 발레를 했다는 점이 뿌듯하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5-09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중딩시절 재미있게 읽은 일본소설중의 하나입니다.당시에는 저자인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의 대문호인지 모르고 이작가 글좀 쓰네했던 적이 있었네요

페크pek0501 2025-05-10 11:26   좋아요 0 | URL
어머나! 중딩 때 저 고양이~, 를 읽으셨다니 부럽네요. 카스피 님은 수준 높은 중학생이었나 봅니다. 저는 중학교 때 뭐했나 모르겠어요.ㅋㅋ 일본 소설을 처음 읽은 건 금각사, 인 것 같아요. 그것도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카스피 2025-05-10 16:56   좋아요 1 | URL
넵,집에 있던 책중에 오래된 을유문고 세계문학전집 몇권이 있었는데 그중 한권이었어요^^

페크pek0501 2025-05-11 13:27   좋아요 0 | URL
오! 세계문학전집.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저는 읽을 생각을 못했어요.ㅋㅋ

서니데이 2025-05-09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레에 사과가 들어가면 맛있어요. 저희집은 있으면 넣는데, 요즘 카레 먹은지가 조금 되었더니 먹고 싶네요. 그래도 양파가 없으면 아쉬울 거예요.
발레 계속 하셔서 좋을 것 같아요. 자세교정에도 그렇고 운동 효과도 있을 것 같지만, 다른 것보다도 좋아하는 걸 하는 기쁨도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발도 예쁘고, 그리고 레이스 있는 발레복도 입으면 예쁠 것 같습니다.
페크님, 주말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5-10 11: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카레에 사과를 넣으면 맛있어요. 그런데 감자 양파 당근을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넘 때문에 사과를 넣을 생각을 못할 때가 많아요. 집에 사과가 있는데도 말이죠.
발레, 주 1회라도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게 쉽지 않아요.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1회에 80분 수업이라 땀을 많이 흘려요. 치마를 입어야 발레를 하는 것 같다는...ㅋㅋ 클래식 음악도 듣기 좋답니다.
비가 창문을 적시는 주말이네요. 서니데이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stella.K 2025-05-1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갑자기 언니가 엄청 부러워졌습니다. 슈즈는 알겠는데 저 까만 천은 허리에 두르는 거죠? 이름이 따로 있나요? 암튼 저는 저 고양이 두 번 읽기를 시도했는데 다 성공 못 했어요. 너무 잔잔한데다 제가 소설은 좀 편차가 심하거든요. 다시 도전해야 봐야겠어요. 전 요즘 가끔 펄벅의 <대지>가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중학교 때 재밌게 읽었는데 다시 읽으면 어떨까 싶어서.
풍경사진 멋집니다. 올핸 이상하게 봄이 봄 같지가 않은 것 같아요. 이맘 때 제법 후텁지근했던 거 같은데 저만 이런가요? ㅠ

페크pek0501 2025-05-11 13:26   좋아요 1 | URL
끈을 허리에 감아 뒤에서 리본으로 묶는 건데 발레복 스커트, 인 거죠. 저는 스타킹이 신기 싫어 달라붙는 바지에 저 스커트를 입어요. 한 바퀴 돌 때 스커트가 둥글게 퍼지는 맛이 있거든요.ㅋㅋ
<고양이로소이다>는 547쪽짜리인데 5백 쪽 넘게 읽었으니 수십 쪽만 읽으면 완독이에요. 몇 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책을 보다 보니 이제야 완독하나 봅니다. 재밌어요. <대지>는 책을 갖고 있는데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책 중 하나예요. 중학교 때 <대지>를 읽으셨다니 수준이 높은 학생이었네요.
저도 이번 봄은 좀 특이하게 생각되더군요. 5월 치고 날씨가 선선해서요.^^

희선 2025-05-1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를 텐데, 사람은 자신이 옳다 여기는 걸 바꾸지 않기도 하는군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봉지에 든 게 양파인지 사과인지는 봐야 알죠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고 여길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5-14 23:55   좋아요 0 | URL
대부분 자기가 아는 게 옳다고 믿죠. 자신이 잘못 생각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봉지에 든 것조차 확인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믿어 버려요.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신중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5-05-12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ㅠㅠ 마음이 아린데 너무 좋아요

저는 약속장소에 먼저가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 좋아해요.
기다리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그 시간을 즐기죠.^^
그렇지만 안오는건... ㅠㅠ

페크pek0501 2025-05-14 23:57   좋아요 0 | URL
약속장소에 딱 맞춰 가려 하면 간혹 늦는 경우가 생기고 그럴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건강을 위해서도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좋죠. 저도 십분 전에 도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건, 슬픈 일이에요.^^

2025-05-15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6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5-17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만나고 바로 최애 작가가 되었지요.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언젠가 또 읽어보고 싶답니다. 어느 블친이 선물해준 이 책을 고이 모셔두고 있지요. 국민작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는 칭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가지요.

발레도 열심히 하시고 새 옷을 가진 기쁨이 제게도 느껴지네요.ㅎ^^
주말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05-17 14:40   좋아요 1 | URL
저는 도련님, 이란 소설로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만나고 팬이 되었지요. 이 소설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하는 할머니와 도련님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을 좋아합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도 발레가 인기랍니다. 문화센터에도 발레 강좌가 많이 있더군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몇 개의 이야기 6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6쪽.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이들은 죽는 날까지 그 아픔을 지울 수 없기에 너무 가혹한 것이다.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7쪽.



날개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 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8쪽.





봄꽃은 이리도 아름다운데!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04-23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수상 기념으로 산 시집인데,,, 이번 오월에 읽으려고 고이 간직중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5-04-26 20:07   좋아요 0 | URL
적절한 시기의 시 감상, 입니다. 저도 몇 달 전에 구매했는데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좀 어두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은 밝음보다는 어두움을 지향하는 법이죠.^^

희선 2025-04-24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늘 시간은 잘 갑니다 봄꽃은 많이 지고... 아니 아직 핀 꽃이 있기는 하겠습니다 사과꽃이나 꽃사과꽃 보기도 했군요 꽃이 피고 지든 그냥...


희선

페크pek0501 2025-04-26 20:09   좋아요 1 | URL
4월도 가려 합니다. 맞아요, 늘 시간은 잘 갑니다. 비가 올 적마다 꽃이 지곤 합니다.
꽃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굉장히 예쁘더라고요.
예쁜 꽃 많이 보는 봄날을 보내시길...^^

서니데이 2025-04-25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4월이 되니 벚꽃이 지고 이제는 라일락이 피는 시기가 되었어요.
사진에서 하얀색은 라일락 같은데, 분홍색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무 가득 피어서 꽃이 예뻐요.
이번주 초반만 해도 벚꽃이 많이 피었는데, 비가 오니 거의 떨어지고 조금 남아있어요.
벌써 4월도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음주엔 5월이 되네요.
햇볕 뜨거운 시기지만, 아직은 좋은 시기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5-04-26 20: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잘 지내셨나요?
4월은 꽃 잔치의 세상 같아요. 벌써 5월로 가는 길목에 닿으려 하네요.
요즘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예쁜 꽃 많이 감상하십시오...^^

그레이스 2025-04-30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시집 꺼내서 읽어봅니다.

페크pek0501 2025-04-30 12:36   좋아요 1 | URL
예, 한강 작가의 책을 이 시집 포함해 다섯 권 갖고 있어요. 다 그렇듯 이 시집도 아픔이 느껴지는 시가 많은 듯합니다.^^

하나의책장 2025-05-03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꺼내봐야겠어요!
봄에 잘 어울리는 시집이죠ෆ

페크pek0501 2025-05-04 13:06   좋아요 0 | URL
시집을 읽을 땐 저는 주로 표현법을 감상합니다. 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지요.^^
 



*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딱 1분만 집중해서 읽어봐


“생각하고 한 말인가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지? 솔직히 그냥 말부터 튀어나올 때도 있잖아. 근데 진짜 생각하고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누군가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려는 말을 뇌에서 먼저 정리한 다음 입으로 내뱉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해. 근데 여기서 문제는 생각을 조금 더 길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대개 사람들은 대화가 끝나기고 전에 ‘상대방은 이런 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쉽게 단정하고 결론을 내려버려. 그렇게 빠르게 결론을 내려버리면 자신의 말이 빠르게 뇌 속에서 처리되어 입으로 나와버리지. 그러면 그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 상대의 의도를 모르고 해버린 배려 없는 말들이 필터링 없이 튀어나오게 되는 거야.


그렇게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말을 뱉고 나서야 눈치채게 돼. ‘아차’ 하고 말이야.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는 상황을 인지해서 이 말이 여기에 잘 안 어울리는 말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해내. 그만큼 우리의 뇌는 똑똑하다는 말이지. 이 말을 반대로 해보면, 우리는 모두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말하기 전에 네가 충분히 아는 말이라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아야 하고, 말이 끝났다고 해도 진짜 잠시만 쉬었다가 말해봐. 그러면 그 짧은 시간에도 너의 똑똑한 뇌가 빠르게 정리해서 하면 안 되는 말들을 골라 내줄 거야. 그럼 훨씬 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


그렇다고 대화하는 데 5초 정도씩 쉬어가면서 말하면, 상대가 빡치니까 절대 그러진 말고!


1분만, 「딱 1분만 읽어봐」에서. 









**

앉아서 다리를 떠는 이유는 뭘까?


딱 1분만 집중해서 읽어봐


옆에서 누가 다리를 떨면 자꾸 신경 쓰이고 짜증도 나잖아. 대체 왜 사람들은 다리를 떠는 걸까? 다리를 떠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는데, 그동안 다양한 학자들이 제시한 몇 가지의 유력한 가설이 있어.


첫 번째는 신체적인 원인이야. 우리 몸은 특정 부위에 압박을 받으면 혈액 공급이 안 되어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움직이게 되어 있거든. 다리를 떠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앉아 있지? 앉은 자세에서는 하체가 의자에 눌리기 때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다리를 떨게 되는 거야. 미국 미주리대학교의 한 연구에서도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계속 움직인 사람이 그냥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보다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낮다는 결과가 나왔어. 


다리를 떠는 데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어. 사람은 불안을 느끼면 그걸 해소하려는 방어기제가 신체적인 행위로 나타나기도 해. 예를 들어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을 계속 꼼지락거리는 행동 등이 있는데, 다리를 떠는 것도 그런 행동 중 하나인 거지. 


한 심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다리를 떨기 시작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무의식중에 다리를 떨기만 해도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 그러니까 이렇게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는 다리 떨기를 너무 안 좋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근데 “다리 떨면 복 나간다”는 말은 팩트더라고! 나도 아까 엄마가 다리 떨지 말라길래 ‘불안감 해소’ 논리로 반박했다가 바로 등짝 스매시당했거든!


-1분만, 「딱 1분만 읽어봐」에서. 






















1분만, 「딱 1분만 읽어봐」


채널 개설 2년 만에 누적 조회수 4억 2천만을 기록하고 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인기채널 '1분만'의 콘텐츠들 중에서 특히 재미있고 반응이 뜨거웠던 것들만 엄선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알라딘 책소개)


나는 전자책으로 읽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04-12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분 이상 걸리니 초조해서 다리가 떨리는군요.

페크pek0501 2025-04-12 18:03   좋아요 0 | URL
재밌는 말씀이십니다.ㅋㅋ 이 책을 조금만 읽으려고 했는데 며칠 만에 완독하게 되었어요. 물음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략하고 재밌어요. 전자책을 읽어 주는 기능을 사용해 들으면 더 재밌어요.^^

감은빛 2025-04-15 14:07   좋아요 1 | URL
잉크냄새님, 저도 다리를 떨면서 읽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5-04-17 10:55   좋아요 0 | URL
두 분은 읽는 데 1분 이상 걸리면 큰일 날까 봐 불안해서 다리를 떨었나 보군요.ㅋㅋ

서니데이 2025-04-12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벚꽃도 목련도 개나리도 피는 봄이네요. 날씨가 좋은 날에 찍은 사진은 환한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도 재미있는 것도 많고 유익한 내용도 많은데 보다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가서 그게 문제예요. 그래서 쇼츠가 인기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 내용을 책으로 다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4-12 18:31   좋아요 1 | URL
이 전자책은 제가 윌라 오디오북,의 회원이라 볼 수 있었어요. 거기에 등록된 책들은 오디오북이든 전자북이든 다 볼 수가 있어서 읽다가 재미 없으면 다른 책으로 골라 보는데 이 책은 끝까지 다 읽게 되더라고요. 어떤 문제가 나올지, 또 그 답변을 어떻게 할지가 궁금해서요.
저 역시 유튜브 보느라 티브이 방송은 뉴스만 보게 됩니다. 하루가 너무 짧죠? 봄날은 또 얼마나 짧을까요? 봄꽃을 많이 봐 두어야겠습니다.^^

희선 2025-04-13 0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나서 이걸 1분에 다 읽을 수 있나, 대단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일분 더 걸린 듯하네요 1분이라고 하면 짧은 것 같지만, 그걸 셀 때는 짧지 않겠습니다 누군가와 말할 때 오초 쉬면 길다고 느낄까요

비가 오고 조금 쌀쌀해졌네요 이럴 때 감기 걸리기 쉽겠습니다 페크 님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4-15 11:45   좋아요 1 | URL
1분이라는 표현은 아마도 그만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짧은 시간, 이라는 표현보다는 1분, 이라는 표현이 좋은 것 같아요.
5초가 길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요. 모르는 사람과 단 둘이 엘이베이터를 탔을 때요. 특히 무섭게 생긴 남자랑 타면 1분도 길지요. 친근하지 않은 사이에서 5초 동안 말이 없으면 어색해지지만 친근한 사이에서는 괜찮지요.
어제 친정에 갈 때 우산 쓰고 걸었네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네요.
희선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한 주 잘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5-04-13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어디인가요? 너무 예쁩니다!! 봄은 역시 다채롭고 향긋한 계절입니다.

대화할 때 5초씩 쉬면 상대가 빡친다는 말 너무 웃깁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25-04-15 11:48   좋아요 1 | URL
동네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개나리 사진은 흑석동 현충원이고요.
꽃이 활짝 피기 전에 찍은 사진인데 어제 비와 오니 꽃잎이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사진을 찍어 두길 잘한 것 같아요.
글 마지막에 한 번씩 웃기고 끝나서 재밌는 책입닌다. 그러나 사유가 깊은 글을 기대하시면 안 되고 기분 전환용으로 읽으면 될 듯한 책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은빛 2025-04-15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이거 1분이 아니라 4분은 걸리겠는걸 하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도 그 말씀들을 하셨군요. ㅎㅎㅎㅎ
처음 인용문에서는 생각하면서 말 하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다음 얘기들에는 그다지 공감이 안 되었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은 다르고,
제가 겪어본 사람들 중에는 말을 끊거나 무례한 대응을 한 사람들은
대게 자신이 그렇게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깨닫지도 못하더라구요.

두번째 인용문은 재미있네요. 그런 이유로 다리를 떠는 거군요.
저도 다리를 자주 떠는데, 혼자 편하게 있어도 다리를 떠는 걸 보면 불안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날 깨달았는데, 저는 누워서도 다리를 떨고 있더라구요. ㅎㅎㅎ
과연 제가 다리를 자주 떠는 이유는 뭘까요?
누가 좀 연구를 해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5-04-17 10:53   좋아요 0 | URL
말하는 도중 말을 끊으면 김 새지요.ㅋ
저도 다리를 떤 적이 있는데 그러면 외관상 좋지 않을 것 같아 그만두었어요.
누구나 다리를 떨었고 그것을 그만두거나 습관이 되었거나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하니 다리 떠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봐야겠어요.
누구나 불안을 느낀 경험이 있을 테니 그때 다리 떨기,가 시작되었다고 봐요. 그러다가 안정감이 생기니 습관이 되었겠지요. 좋은하루보내세요.^^
 



희곡 동아리에서 재혼을 주제로 한 희곡 한 편을 알게 되었는데 그 희곡은 두 남녀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이런 희곡이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희곡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희곡 동아리로 인해 읽게 된 체호프의 희곡 또한 내가 용기를 가지고 희곡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사실 난 내년에 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계획이 있어 그쪽에서 바라는 칼럼을 써 놓아야 하는데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열정이 생기니 희곡을 잘 쓸 자신이 없으면서 어리석게도 희곡에 뜻을 두게 되었다. 종종 열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느냐, 아니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느냐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내가 구상한 희곡은 이런 것이다.


1막 : 

장소는 장례식장. 

암으로 고통받다가 생애를 마친 사람(남성, 79세)이 있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고교 동창생들이 모여 앉아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찬반 논쟁을 벌인다. 


(여기서 내 수준을 뛰어넘는 의견이 나와야 하므로 안락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 둘 것. 그리고 고교 동창생들을 전문직 종사자로 할 것. 예를 들면 법률 전문가, 교수, 의사 등. 그래야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 줄 수 있다. 논쟁에 공을 많이 들일 것. 명대사가 많을수록 좋다.)


2막 : 

장소는 고인의 집. 

장례를 치르고 나서 고인의 자식들이 유산의 분배 문제로 다툰다. 첫째 아들은 자기가 장남이니까 재산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둘째 아들은 자기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으니 재산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막내딸은 자기가 가장 가난하기 때문에 많이 가져야 하나 재산을 셋이 똑같이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마음이 상한 채로 돌아간다.


(독자가 어느 형제의 의견에 지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의견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유산 문제와 관련한 사례를 책을 통해 많이 알아 둘 것.)


3막 :

장소는 고인의 집.

고인이 생전에 유언을 녹음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작 놀란 형제들은 다시 모인다. 고인은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식들이 재산 문제로 싸울 줄 알고서 죽기 전에 유언을 녹음으로 남겼다. 형제들은 재산 싸움이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변호사가 건넨 녹음기에 담긴 유언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 의한 유언에 ‘안락사’와 관련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안락사’라는 문제가 관통하여 안락사로 시작하여 안락사로 끝나는 희곡이 된다. 여기서 독자가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이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 유념해야 할 사항 : 안락사, 유산 문제 등의 흔한 소재로 뻔하지 않게 쓰는 게 관건이다. 참신하다는 작품 평을 받게 써야 한다. 한강 작가의 ‘어둠의 사육제’(「여수의 사랑」에 실림.)라는 단편처럼 뒷이야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대목이 많을수록 좋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알맞게 대사를 써야 하는 점은 꼭 명심할 일이다.


** 이 희곡을 위한 참고 도서 : 안락사에 대한 책, 유산 분배와 상속에 대한 책, 유언에 대한 책,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책, 부모자식의 관계에 대한 책, 다른 나라의 장례 문화에 대한 책 등을 찾아 읽는다.

















희곡을 여러 편 써서 그것들을 모아 희곡집을 발간하면 좋을 것 같다. 상연하는 희곡이 아니라 체호프의 희곡처럼 재밌게 읽히는 희곡을 쓰고 싶다. 이를 위해 희곡 공모를 많이 알아 둘 생각이다. 공모에서 낙선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희곡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    


희곡을 완성하여 공모에 응모하려면 미발표 창작품이어야 하고, 신문 연재의 글 또한 미발표 원고여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 서재에 올릴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 서재에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딴짓을 하고 사니 리뷰를 쓸 시간이 없다. 게다가 친정집과 우리집의 두 집 살림을 하느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래도 시간을 짜내어 쓰는 걸로....  


내 역량이 부족하여 미완성 작품으로 끝나더라도 희곡을 쓰는 동안 즐거웠던 걸로 기억하게 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끝으로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것을 옮겨 놓는다. ‘트리고린’이라는 소설가가 한 말이다.


트리고린 : 어떤 성공 말이오? 한 번도 나 자신을 좋아한 적이 없소. 작가로서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나쁜 것은 내가 어떤 혼란에 빠져 있어서,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종종 이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나는 바로 이 물과 나무, 하늘을 사랑하고, 자연을 느낍니다. 자연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억제할 수 없는 바람을 불러일으켜요. 하지만 나는 단순히 풍경화가가 아니라 조국과 민중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민입니다. 만일 내가 작가라면 민중과 그들의 고통,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써야 하고, 인간의 권리와 과학, 기타 등등에 대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에 대해 말하고 서두르면 사방에서 사람들이 나를 몰아대고 화를 내서 마치 사냥개들한테 쫓기는 여우처럼 나는 이리저리로 허우적대는 겁니다. 인생과 과학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열차 시각에 대지 못한 농부처럼 계속해서 뒤처지고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하여 종당에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단지 풍경뿐이며, 나머지 모든 것에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속속들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갈매기’에서)

-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429쪽.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4-03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3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5-04-03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의 무대에 올려지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5-04-03 22:21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이 아주 적합한, 제가 듣기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영광스런 일이죠. 어느 희곡 작가가 그러더군요. 한 작품으로 여러 번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게 희곡만의 장점이라고요. 체호프나 셰익스피어만 해도 그 나라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많이 공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카스피 2025-04-04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곡을 쓰신다니 그 문재가 대단히 부럽습니다.저 역시도 페크님 희곡이 무대에 오르길 기원해 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5-04-04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이죠. 그래도 복권을 사지 않은 사람보단 산 사람이 부자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죠. 기원, 감사합니다.^^

stella.K 2025-04-04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화로만 이루어진 문학 작품이 있더라고요.
읽기위한 희곡.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독자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은데
우린 희곡을 읽으려하지 않고 작품을 보려고만 하죠?
언니의 꿈을 응원합니다. 홧팅!!

페크pek0501 2025-04-04 21:17   좋아요 1 | URL
소설에 비해 희곡은 대화로 진행되기에 묘사에 약한 저에게 유리한 점 같아요.
제가 든 희곡 동아리는 희곡 쓰기 동아리가 아니라 희곡 읽기의 독서모임이라 좀 아쉬워요. 유튜브 영상으로 희곡 공부를 하고 있는데 독학으로 당선된 이가 있더라고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 대본 책도 팔리는 추세여서... 응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5-04-05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올해도 칼럼 연재 하시는군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읽을 수 있겠네요.
희곡 응모를 하실 생각이신가요. 거액의 상금이 있다고 하니 응모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 대본집도 많이 나와있으니 희곡도 전보다 읽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벌써 4월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5-04-06 21:08   좋아요 1 | URL
칼럼 연재는 내년 계획이고 그 준비를 올해에 해 놓으려 합니다.
행운이 따라 주면 좋겠으나 행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따를 겁니다. ㅋㅋ 체호프 희곡을 읽어 보니 읽는 희곡도 재밌더라고요. 칼럼은 극단적인 견해나 편견, 사회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말 등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희곡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말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4월입니다. 오늘 남편이랑 어머니 모시고 현충원에 다녀왔는데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피어 사진을 많이 찍어 왔어요. 좋은 밤 되십시오.^^

모나리자 2025-04-07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곡 동아리도 하시고 내년엔 칼럼도 쓰신다니 정말 바쁘고 부지런히 사시는군요.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는 제가 반성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새로운 분야를 창작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소설가도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으니 모르는 분야는
독서를 통해서 공부한 내용을 글로 쓰겠지요.
저도 페크님의 부지런함에 자극받아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04-08 15:40   좋아요 1 | URL
너무 게을러서 계획을 세워봤답니다. 직장 다니며 밑줄긋기를 올리시는 모나리자 님이 더 부지런하시죠. 공부를 위해 윌라, 에서 오디오북 전자북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조만간 도서관에도 가야 합니다. 구매할 책도 생기네요.
저도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4월입니다. 봄꽃을 즐기시고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 한 잔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5-04-11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희곡을 읽으신 게 희곡을 쓰고 싶게 했군요 어떤 걸 쓸지도 정하셨으니 쓰시면 되겠습니다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4-11 13:27   좋아요 1 | URL
희곡은 안 읽게 되잖아요. 저도 셰익스피어 작품들만 읽은 것 같아요. 희곡 동아리에서 희곡의 장점을 알게 되었지요. 체호프의 희곡을 읽고 있는데 재밌습니다.
희선 님도 즐겁게 글 쓰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25-04-15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대사 보다 지문 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요.
소설이랑은 또 다른 맛이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딱 세이스피어만 읽어본 것 같아요.
페크님께서 쓰니는 희곡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5-04-17 11:07   좋아요 0 | URL
대사도 지문도 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읽기엔 소설이 편해요. 희곡은 앞부분에서 누가 한 말인지 헷갈려 느리게 읽다가 점점 읽는 속도가 빨라지지요. 희곡은 대사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니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명대사라 할 만한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은 복잡하지 않아 읽기 편한 희곡이에요. 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궁금증을 갖게 하죠. 재밌어요.
희곡 창작은 어려워서 다음 생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생에서는 희곡을 배우는 걸로만 만족해야 할 듯합니다. 희곡 읽다가 좋은 대사 있으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