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는 아내 ‘안느’와 남편 ‘조르주’가 주인공이다. 음악회에 다녀올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 80대 노부부가 갑자기 불행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내가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더니 치매를 앓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을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은 온갖 정성을 들여 간병한다. 딸이 방문하기도 하지만 별 도움이 못 된다. 간병인을 써 보았으나 맘에 들지 않아 해고한다. 노부부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저 고통 속에서 살 뿐이다. 간병을 하느라 애쓰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어느 날 먹기를 거부한다. 이에 화가 난 남편은 그녀의 뺨을 때린다. 남편은 점점 지쳐 가고, 아내는 통증이 있는 듯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결국 남편은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죽이고 만다.

 


자신이 이미 늙어서 언제까지 아내를 간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아내를 죽이기로 한 남편의 선택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기대 수명이 증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기뻐할 일이 아니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동을 못하는 배우자와 그런 배우자를 지켜보며 간병하는 사람 중 누가 더 고통스러울까? 배우자를 간병하기가 힘들고, 비용 부담 때문에 배우자를 요양원에 보낼 수가 없을 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용변을 볼 수 없을 때도 인간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본인이 원한다면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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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영화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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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06-23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4-06-24 10:32   좋아요 0 | URL
저도 안락사의 필요성을 느끼곤 했는데, 만약 안락사를 합법화한다면 장수하는 부모(95살쯤)에 대해 자식들이 은든히 안락사를 바라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작용이 있을 듯합니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고 매달 그 비용을 대는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어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잉크냄새 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웠어요.^^

2024-06-25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 ‘69세’는 간호 조무사인 이중호(남성, 29세)가 환자 심효정(여성, 69세)에게 성폭행한 사건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사건은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어났다. 나는 오십견을 앓은 경험이 있어 오십견을 앓고 있는 69세 여성이 힘이 센 젊은 남성의 성폭력을 막을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피해자인 심효정은 고민 끝에 성폭력을 당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기로 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인 이중호는 경찰관에게 “성폭행 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 합의하에 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러한 가해자의 진술도 있고,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리가 없다는 의문과 그녀의 부족한 기억력으로 인해 그녀를 치매 환자로 오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였다.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괴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피해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여 그녀에게 2차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찰관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친절이 지나치셨네”라고 말한 것은 한 여성이 성폭력을 당한 큰 사건에 대해 농담할 만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보여 줌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또 수간호사가 여성 피해자에게 “조심 좀 하시지”라고 말한 것은 피해자가 마치 조심하지 않아서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말함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성범죄의 폭력성만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일상적 언어에서도 폭력성이 느껴질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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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를 보았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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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23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실환가요?
노인이 젊은 사람에게 성폭행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런 일은 의외로 많이 묻힌다고 하긴 하더라구요.
늙었는데 뭐 어떠냐는 식의 안일한 대처.

페크pek0501 2024-06-24 10:27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은 많이 아시네요. 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주위에서 믿어 주지 않은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결국 자살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노인들은 피해자가 되어도 창피한 마음에(그리고 남들이 그 나이에 뭐...이런 식의 생각을 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노인들을 노리는 이들이 있을 것 같네요.
성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하고 편히 살 수 있겠어요. 참 슬픈 현실입니다.

blanca 2024-06-24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봐야겠네요.

페크pek0501 2024-06-24 10:29   좋아요 1 | URL
예. 제가 속해 있는 영화 모임에서 선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토론을 했었죠.
대사가 많지 않고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강추합니다.

2024-06-25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