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자기 남편은 자상한 게 지나쳐 자신이 쓴 가계부를 들춰 보고 머리를 맘대로 자르지 못하게 해서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편감으로는 자상하지 않은 것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 선배를 비롯해 여러 사람과 배우자의 장단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 '장점에는 단점이 내재해 있고 단점에는 장점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자상함을 장점으로 가진 이는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자상하지 않음을 단점으로 가진 이는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절약 정신이 있음이 장점인 사람은 배우자에게 절약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절약 정신이 없음이 단점인 사람은 배우자에게 절약을 강요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깔끔한 성격을 장점으로 가진 이는 집안 청결에 예민해서 배우자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집안 청결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장점과 단점은 한 뿌리에서 나온 듯 성격에서 쉽게 양면성을 찾을 수 있다.



인생에서도 양면성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은 가난하지만 튼튼한 직장에 다니는 미혼 여성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여성이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나을까, 가난한 집에 시집가는 게 나을까? 양쪽이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당연히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게 낫다. 그러나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건 장점이지만 기죽어 사는 며느리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가는 건 단점이지만 대우받고 사는 며느리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혼 남성이 장가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동안 기분 좋게 만들었던 일이 훗날 돌아보면 나쁜 일이었고, 기분 나쁘게 만들었던 일이 훗날 돌아보면 좋은 일이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가. 나쁜 일에서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었던, 내가 아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례. 몇 년 전 지인이 아들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축의금만 보내고 오지 않았다며 섭섭해했다.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와야 할 만큼 먼 지역에 살아서 이해하면서도 섭섭하더란다. 그런데 다음해에 그 절친한 친구의 딸이 결혼하는 날이 되자 지인은 그 절친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불참했던 일이 잘된 일이라 느껴지더란다. 당시 지인은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만약 과거에 절친이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더라면 본인도 무리해서라도 거리가 먼 결혼식장에 가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 섭섭했던 일이 나중엔 좋은 일로 여겨진 셈이었다.



두 번째 사례. 재작년 사촌이 아들의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어 결혼식을 3개월 뒤로 연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 날이 다가오는데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결혼식을 강행할 수도, 또 한 번 연기할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사촌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석하지 않는 하객이 많을 것 같아 속상해했다. 그런 사촌에게 내가 전화를 해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예정된 날짜에 결혼식을 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축의금은 온라인으로 받으면 되고 결혼식에 불참하는 하객들이 많으면 피로연의 식사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오히려 이익이 되는 일이야"라고. 사촌은 결국 내 말에 동의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아들의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나니 일희일비하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져 좋은 일이라고 기뻐할 필요도, 나쁜 일이라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론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다는 점은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더라도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는 어떤 것일까? 즐거운 일이 생기면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하고 불행한 일이 생기면 좋은 점을 찾아 그것을 위로 삼아 사는 것. 이것이 행복한 인생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나쁘기만 한 일은 거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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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오늘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은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20317010003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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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18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그림이 함께 들어가 보기좋네요~^^♡ 구독자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것 같아요!
제 짝꿍은 저랑 모든 면에서 정 반대예요. 그래서 함께 살아가며 일상에서도, 큰 일을 맞딱뜨렸을때도 이 ‘다름‘ 덕을 많이 보거든요. ‘세옹지마‘란 사자성어도 떠오르는 글입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페크pek0501 2022-03-18 11:56   좋아요 3 | URL
제 글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느끼는 독자가 있을지 몰라 마지막 문장을 넣었어요. ˝나쁘기만 한 일은 거의 없으므로.˝라고. - 예외가 있다는 뜻으로 ‘거의‘라는 낱말을 넣었어요.

짝꿍 님과 환상적인 커플인 걸요.^^♡
저는 살아갈수록 배우자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현상이겠죠?

mini74 2022-03-1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클릭했습니다. 삽화가 넘 귀여운데요 ㅎㅎㅎ 인생사 새옹지마, 마음먹기 달린 거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우리 똘망이 비가 와서 산책은 못 가지만 ㅠㅠ 제가 짠해보여서 간식을 특별히 큰 걸 줬으니 ㅎㅎ 똘망이도 나름 나쁘기만 한 건 아니겠지요 ㅎ

페크pek0501 2022-03-18 11:57   좋아요 3 | URL
클릭, 감사합니다.
똘망이도 나쁘지만은 않은 날인 것 맞습니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엔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할 수 없으니 청소 생략합니다. 나쁘지만은 않은 날이죠.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2-03-18 13: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기좋은 떡˝이란 주제로 남편과 아침 밥상에서 한 대화가 생각나네요.^^
바쁘고 귀찮을 때는 상차림이 어수선하잖아요.
남편이 그말을 하기에 ˝생각하기 나름이야,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 되나?˝ ˝빛좋은 개살구란 말도 있어˝ 하고 막 던졌던...^^
그래도 점심은 예쁘게 차려봐야겠네요. ㅋ

페크pek0501 2022-03-19 12:15   좋아요 2 | URL
빛좋은 개살구, 재밌네요. ㅋㅋ 보기좋은 떡, 과 대조적...
아는 게 힘이다, 도 맞고, 모르는 게 약이다, 도 맞고요... 경우에 따라서죠.
요즘 남편과 함께 밥상을 차립니다. 나이가 드니 저 혼자만 부엌에서 일하는 게 안 되어 보이는지, 남편이 뭘 도와 줄까, 하면서 상추도 씻고 수저도 놓습니다. 갈수록 예쁜 짓을 한다는...

밥차려라, 하고 명령만 하는 배우자는 좀 노노... 독재자 스타일이죠.

페넬로페 2022-03-18 1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릭했어요^^
자상한 사람은 오히려 잔소리를 잘 하지 않고 먼저 배려해주는 장점도 있을 듯 합니다^^ 무뚝뚝하고 잔소리 심한 대한민국의 가장도 많을 것 같고요.
인생의 양면성이 무척 다양하고도 어려워요^^

페크pek0501 2022-03-19 12:17   좋아요 3 | URL
클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조회 수로 메우려는 얄팍한 심리죠.
자상할수록 배려는 더 많이 할 수 있지요. 맞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 해대는 자상한 스타일이 문제예요.
무심한 사람이 대체로 저는 편하더라고요. 우리 시어머님이 그래요. 무심한 성격이라 그런지 잔소리가 없어요. ㅋ

프레이야 2022-03-18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말해뭐하겠어요. ㅋ 이만큼 살고 느끼는 것이지요. 나이들어가는 것도 그래서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링크 다섯 번 클릭요^^.

페크pek0501 2022-03-19 12:19   좋아요 2 | URL
이 글을 쓰면서 저의 주관적인 생각인가, 하고 다시 읽곤 했어요. 공감도 반론도 가능할 듯요.
다섯 번이나요? 킥킥~~~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님도 게재된 글 링크 올리시면 저는 여섯 번 클릭해 드리겠습니다.^^

라로 2022-03-18 15: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추천수를 위해 올리신 링크 클릭해서 읽고 댓글은 여기에.^^;;
앗! 그런데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군요!! 역시 저만 센스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군요.ㅎㅎㅎㅎㅎㅎㅎ
암튼, 페크님 글 언제나 재밌으면서 느끼는 것도 많아요. 인기 많아지는 필진은 더 자주 쓰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면 페크님이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3-19 12:22   좋아요 2 | URL
링크, 감사합니다. 신문사에서는 다 알더라고요. 제가 작년에 오마이뉴스에 글이 실렸을 때 제 방으로 로그인해서 들어갔더니 제 글마다 조회 수가 나오더라고요. 4~5백 회쯤 되더라고요.
인기로 글 요청 받는 필자까지 바라지 않고 그저 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예요.
잘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가 저의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헤헤~~

꼬마요정 2022-03-18 1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온전히 나쁜 일도, 온전히 좋은 일도 없는 듯 해요. 세상이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늘도 즐겁게 클릭하고 신기해하며 신나게 댓글 답니다.^^ 앗, 이건 온전히 좋은 일이네요!!! 예외가 있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2-03-19 12:26   좋아요 3 | URL
꼬마요정 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겠지요.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가 많이 불행해졌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인간의 오만함을 벗을 수 있다는 점을 꼽겠어요. 인간이 정복하지 못할 게 없다는 오만함에서 병 앞에서 건강 앞에서 겸손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온전히 좋은 일도 없답니다. 게재되는 글로 제가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길게 연재할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역쉬~~ 블로그 스타일인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3-18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에는 양면은 있는거 같아요 ㅋ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언제나 답인거 같아요~!!

저 세번 클릭했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3-19 12:28   좋아요 3 | URL
세번이나 클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님의 글도 좋아요를 열심히 눌러 드리겠습니다.
환경을 바꿀 수 없으면 긍정적으로 대처함, 이 답이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가 답이고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독서로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scott 2022-03-20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장점은
美와 뛰어난 글쓰기!ㅎㅎ

전 단점 보다 장점을 많이 보는 유형이지만

도저히 참기 힘든 단점,,,,

누군가는 장점으로 보기도 하겠죠 ^ㅅ^

페크pek0501 2022-03-20 13:33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
같은 대상, 같은 현상을 봐도 사람에 따라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보지요.
긍정적으로 보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하니 되도록 긍정적으로 보는 걸로 하자고요.
댓글 고맙습니다. ^ㅅ^

희선 2022-03-20 0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일이든 그때보다 시간이 지나야 참뜻을 알기도 하겠습니다 좋은 건 좋은대로 받아들이고 안 좋은 건 거기에서 괜찮은 점을 찾으면 좋을 텐데, 저는 잘 못하기도 하네요 좋은 일뿐 아니라 안 좋은 일도 끝이 나기는 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좀 나을지도...

페크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3-20 13:35   좋아요 2 | URL
시간이 지혜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지나고 보면 과거의 어리석음을 깨닫곤 합니다.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을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3-20 14: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클릭만 하고 여긴 좋아요 안 눌렀네요 ㅎㅎ 신문에 올인했나 봐요. 날이 흐려요 오늘.

페크pek0501 2022-03-20 14:52   좋아요 2 | URL
하하하~~~ 그럴 수도 있지요. 저도 실수 많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