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예전에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진정한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싸우지 않는다. 똑똑한 아버지가 그건 몰랐다. 그래서 아버지는 분이 머리끝까지 차 싸움에 임하는 사람을 절대 이기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가 총을 들고 백운산과 지리산을 누빈 역전의 용사라는 게 나는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총을 메고 산이나 뛰어다녔겠거니, 발은 빠르니까,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115쪽) 


단상) 

총을 들고 다녔던 빨치산이었다고 해도 쥐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인간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겁 많은 사람이 그 겁 많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또는 스스로 겁을 없애기 위해 남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 중 그 무엇도 한 가지로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     


대학 시절, 한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어릴 때 심한 화상을 입어 오른쪽 검지 한마디가 뭉그러졌다. 군대는 언제 가냐는 아버지 질문에 친구가 화상 입은 손가락을 들여 보였다. 

“좋것네. 군대는 안 가겄그마.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었으면 워쩔 뻔봤능가? 그랬으면 군대도 가야 했을 판인디……”

친구를 볼 때마다 손가락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나는 아버지 말에 밥을 먹다 말고 사레가 들렸다. 친구는 느닷없이 박장대소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그랬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한 게 우리 아버지가 처음이라고. 어쩐지 아버지 말에 지금까지의 모든 설움이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고.(141쪽)


단상) 

때로는 따뜻한 말을 전하거나 공감해 주기보다 동정하지 않고 다른 이와 똑같이 예사롭게 대해 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

시1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단상) 

남들처럼 살 필요가 있을까? 각자의 특성과 취향에 맞게, 각자의 속도대로 살면 된다. 


     

시2


다음에

                                       박소란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

단상) 

이 시를 읽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음, 이란 없어 지금 당장 해야 해, 와 같은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 반대로 나는 다음, 이란 말이 좋다. 


다음, 이라는 말이 기쁨을 유예시키는 말일 수도 있고, 그들 앞에 마지막 만남만이 남아 있다면 이별의 슬픔을 유예시키는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일지 결과를 몰라도 다음, 이라는 말에 희망을 걸고 사는 삶을 지향하겠다. 우리 삶을 견디게 해 주는 다음, 이라는 말에서 위안을 얻겠다. 때론 마음속에 걸어 놓은 희망만으로도 힘을 얻게 되는 일이 있으므로.


다음, 이 없는 삶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다음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 다음엔 취업이 되겠지, 다음엔 연애가 결혼으로 결실을 맺겠지, 다음엔 물가가 내리겠지 하는 이 '다음'이 없다면 희망이 빠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단맛이 빠진 케익과도 같은 것.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다음, 이라는 희망을 걸고 내가 목표로 한 곳을 향해 꾸준히 걷겠다. 뛰지 못하지만 '꾸준히'의 힘을 믿겠다. 가랑비에도 옷은 흠뻑 젖을 테니까



시3


겨울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내가 책 사는 게 사치로 여겨지던 아이엠에프 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던 때였다. 그때 책 좋아하던 내게 남편이 오만 원짜리 도서상품권을 주었다. 아마 내 생일이었던 것 같다. 돈으로 주면 생활비로 쓰게 되니 책을 사 보라고 도서상품권을 구매해서 생일 선물로 주었으리라. 


그 당시 책 한 권이 만 원이 안 되던 시절이라 오만 원이면 책 다섯 권 이상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를 충분히 기쁘게 해 주는 선물이었다. 그 선물이 너무 고마워서 삼 년쯤 남편에게 관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에게서 섭섭함이 느껴질 때마다 그 선물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살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섭섭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때를 위해 선심 쓰듯 베풀어야겠다. 그러면 그 상대는 내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의 베풂을 떠올리며 내 잘못을 눈감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를 버티게 해 줄지 모른다.



시4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위의 '시'와 같은 방식으로 '행복'에 대해 표현해 보았다.)


행복은 집의 큰 평수, 고급 승용차, 명품 핸드백 등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있지 않다. 행복은 가족의 밝은 얼굴과 즐거운 표정 속에 있다.

  


시5 


손금

​                                    박준


색을 두고 왔어. 우리가 둘이서 말도 없이 얼굴 마주하며 보았던 빛깔들. 아마 지금은 한살씩 나이를 더 먹었을 거야. 번지는 게 유일한 일이었던, 오방으로 말갛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곳에 어떤 순서가 있다고 믿었어. 왜 살아보면 알잖아. 과원에 드리워진 안개를 걷어내는 아침의 울림과 해변에 적힌 글자를 지우는 밀물의 운율과 끝을 본 사람들의 젖은 목청들. 모두 한 결이었지. 이 잇달음을 맥(脈)이라 부르며 그리며 짚어보며 우리가 놀았던 것이고.


​이곳에서는 흰 것이 검은 것을 만나. 그러고는 순서도 없이 외연을 잃어버려. 선들이 발을 질질 끌고 지나간 자리마다 어제의 마디가 듬성듬성 그려져. 갖춤 없는 빛이 켜지는 것도 바로 이때야.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넣고 전부인 양 살아갈 거야.


기다리지 않을 거야.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 앞에 서는 그냥 양손을 펴 보일 거야. 하나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눈을 가까이 대고 목숨이니 사랑이니 재물이니 양명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을 필요는 없어. 이제 모두 금이 가고야 만 것들이야.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넣고 전부인 양 살아갈 거야.


(나는 이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서 써 봤다.)


하나의 생각에 꽂히면 그것이 전부인 양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한다. 그 안에 갇히는 것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 안에 갇혀서 다른 걸 놓쳤다는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서 속이 상하더라도 그 일은 무수한 점들 중 하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시6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살면서 마음이 추운 누구에게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난로 같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당신은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았는가? 당신 주위에 난로 같은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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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1-0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지아 소설가는 모르는데 아마도 현대 젊은 작가군의 한 작가인듯합니다. 근데 인용문과 단상의 글쓰기...이거 좋은데요! 저도 이런 글쓰기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6-01-07 18:22   좋아요 0 | URL
정지아 작가의 소설을 강추합니다. 입담이 굉장합니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65년생 작가입니다.
오! 야무 님도 시와 단상, 을 써 보시면 제가 읽을 맛이 나겠는 걸요. 기대됩니다.
새해는 시와 친해져 보려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와 관련해 단상을 써 봤어요.
시를 해석하는 건 어려워서요. 내 마음대로 단상, 입니다.

yamoo 2026-01-08 11:09   좋아요 1 | URL
흠...정지아 작가가 65년생이면 젊은 작가는 아니겠네요..
그렇게 상찬하시니 일단 구매리스트에 올려서 구경이라도 해 봐야 겠습니다.

시는 아니구요...발췌문 밑에 단상...요런 스타일 말하는 거에요..ㅎㅎ
저는 시집을 읽는 적도 거의 없고, 시와는 거리가 멀어서...관심도 없고..^^;;

페크pek0501 2026-01-09 12:13   좋아요 0 | URL
화가 님께서 시를 가까이하지 않으시는군요. 왠지 시와 그림은 잘 통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언어로 나타낸 그림이 시, 라면,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시, 가 될 것 같은데요.(이건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글귀예요.ㅋㅋ)
소설도 단상 쓰기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6-01-07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칠환 시 너무 위트있고, 철학적이네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읽고 한눈에 반해 버렸죠.^^

잉크냄새 2026-01-07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이 미움을 받는 건 ‘다음‘의 미래 불확실성에 있나 봅니다. ‘다음‘뒤에 따라올 것들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희망이든 다 좋은데, ‘밥 먹자‘와 붙었을 때 만큼은 신중해야 합니다. 밥 마저 돌아선다면 너무 서글픈 일일테니까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5   좋아요 0 | URL
다음에 밥 먹자, 라고 하면 안 되는 거죠?
불확실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는 건 사실이죠. 어떤 발표를 기다릴 때 그런 걸 느껴요. 떨어져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는..ㅋㅋ

카스피 2026-01-0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2022년에 웬 빨치산 문학인가 싶어서 작가 약력을 확인했더니 65년생 전남 구례출신 작가네요.사실 육이오전쟁 전후로 전라도 지역에서 빨치산들이 많이 활동했기에 작가가 태어날 시기만 하더라도 빨치산의 빨자만 끄내도 바로 잡혀가던 시절이었을 겁니다.하지만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면서 남부군이나 태백산맥같이 빨치산을 다른 문학들이 등장하면서 빨치산도 나름 낭만적으로 포장되었는데 21세기 들어서까지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야심한 밤에 베이글과 거피 사진을 보니 갑자기 배가 무척 고파지네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공산주의, 자만 들어가도 불온서적이라 취급하고 잡혀 가던 시절이 있었지요.
가사가 조금만 수상하게 여겨져도 금지곡이 되고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시대였어요.
커피는 밤에도 마시고 싶죠.^^

감은빛 2026-01-22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늘 느끼지만,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저 위에서 [아버지의 해방 일지]에 대해 댓글 남겼는데, 요기도 또 글이 있군요.
[빨치산의 딸]이랑 비교해서 읽으니, 아버지의 성격이나 세부 디테일이 살짝 다르더라구요.
작가가 젊은 시절에 거의 부모님의 전기처럼 쓴 저 책은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반면에 이 책은 확실히 소설이라고 픽션이 가미되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6-01-25 13:41   좋아요 0 | URL
호호~~ 사진에 대해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추어지만 관심을 갖고 찍으면 점점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요.
빨치산의 딸, 도 읽어 볼 만하겠네요. 정지아 작가는 소설가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입담이 대단해서요.
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꼭 실화를 옮긴 듯 느껴졌어요.^^
 





1.














계간지 <황해문화 117호>에 실린 글이다.


...............

좋은 소설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게 만든다.(291쪽)

작가는 물음을 제기하는 존재지 선명한 답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다.(294쪽)

작가에게 “고정된 믿음”은 그의 창작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작가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 세계, 생명체 앞에서 그런 믿음은 공허하다. 작가는 자신이 마주한 타자의 세계에 얼마나 더 접근할 수 있을지를 묻는 존재, 더 나아가 잠시라도 그 타자와의 부딪침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존재다.(297쪽)

최종적인 답이 제시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뢰즈가 썼듯이 작가는 의견opinion을 갖지 않는다.(296쪽)

- 오길영(문학평론가), ‘고정된 믿음은 위험하다’, <황해문화 117호>에서. 

............... 


⇨ 소설에서 ‘작가는 의견opinion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점이 칼럼과 다른 점이다. 칼럼은 필자의 의견opinion을 보여 주는 글이므로 의견opinion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물음을 던지고 답을 쓰는 칼럼도 있을 정도로 칼럼은 메시지가 뚜렷하다. 


그러나 칼럼의 필자라고 해서 언제나 고정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이 칼럼에선 이런 의견을 내놓았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칼럼에선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인간은 생각이 변할 수밖에 없고 마땅히 변해야 한다. 생각은 고여 있는 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에밀 시오랑의 글이 떠오른다. “착각에 빠지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신을 하나하나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 실린 글이다. 


...............

하지만 희망이란 때때로 멀쩡하던 사람까지 절망에 빠뜨리곤 하지 않나? 아니, 오로지 희망만이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희망은 사람을 좀 질리게 하는 면이 있는데, 우리들은 대체로 그런 탐스러워 보이는 어떤 것들 때문에 자주 진이 빠지고 영혼의 바닥을 보게 되고 회한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237쪽)

- 정영수, ‘우리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서. 

...............


⇨ 희망의 이면으로 읽힌다.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으로 구원을 받기도 하지만, 희망으로 인해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희망을 갖고 투자했다가 빚을 지는 일이다. 


포기할 줄 몰라서 희망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망칠 수 있으니, 포기가 필요할 땐 깨끗이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날의 분위기가 그렇게나 완벽했던가? 그들이 정말 그렇게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나? 어쩌면 내가 그들을 실제보다, 그들이 그랬던 만큼이 아니라 그랬으면 하는 것만큼 아름답게 꾸민 기억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241쪽)

- 정영수, ‘우리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서.

...............


⇨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우리는 기억에게 사기를 당하곤 하지 않는가.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이 요술을 부려서 실제 그림을 전혀 다른 그림으로 만들어 놓은 걸 모르고 그것을 우리는 정확한 기억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으리라.  


기억은 착각, 사기, 거짓말, 엉터리. 


내가 기억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 일기장을 보고 깨달은 게 있어서다. 일기장에는 어떤 날 일어난 일에 대해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랐다. 물론 내 기억이 엉터리였다. 이때부터 내 기억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의 기억이라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3. 
















공자의 <논어>에 실린 글이다.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예(禮)를 지킨들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음악을 한들 무엇하겠는가?”(52쪽)

각주 : 인(仁)은 사람들 간의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그러한 관계를 이루어 내는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52쪽)

- 공자, <논어>에서. 

...............


⇨ 무엇보다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훌륭한 운동선수라 할지라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훌륭하다고 할 수 없고, 위대한 예술가라 할지라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위대하다고 할 수 없겠다. 


...............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이루어진 일은 논란하지 말고, 끝난 일은 따지지 말며, 이미 지나간 일은 허물하지 않는 것이다.“(62쪽)

- 공자, <논어>에서. 

...............


⇨ 이 글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앞으로 재수사를 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면 끝난 일이라도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배우자의 외도가 있었고 이를 용서하기로 했다면 공자의 말대로 끝난 일은 따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4.














미셸 드 몽테뉴의 <에세 1>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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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은 붙잡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제 안에서 길을 잃고 마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기대어 작용할 만한 무언가를 마음에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원숭이나 강아지에게 애착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기를, 우리 안에 있는 사랑하려는 마음이 합당한 대상을 얻지 못해 허망하게 있느니 차라리 시시한 가짜 대상이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했다.(64~65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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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진 연인이 있다면 그를 잘 잊는 방법은 새 연인이 생기는 것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다른 데로 쏟지 않으면 마음이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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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무슨 까닭이든 꾸며 내 붙여 보려 하지 않는 일이 있는가? 옳건 그르건 덤벼들 대상이 필요해서 아무것에나 분풀이를 하지 않는 일이 있는가?(65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


⇨ 이 글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다음과 같이 고쳐 써 봤다.


우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무슨 까닭이든 꾸며내 보려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옳건 그르건 덤벼들 대상이 필요해서 아무것에나 분풀이를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은 노여움을 애매한 다른 데로 옮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화가 났을 땐 화풀이를 해야 하므로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하다. 실연을 당한 사람이 노여움을 주체할 수 없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 오로지 복수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뭐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내가 어릴 때 평민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다. 이웃 나라의 한 왕이 하느님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자 복수를 맹세하고는 십 년 동안 기도도 하지 말고, 그분에 대해 말하지도 말며, 자기가 권좌에 있는 한 그분을 믿지도 말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그려 보이고자 한 것은 어리석음보다는 이야기 속 나라의 타고난 오만이었다. 그 둘은 언제나 한 쌍을 이루는 악덕이지만 사실 그런 행동은 어리석음보다는 불경(不敬) 쪽에 좀 더 가깝다.(66~67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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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어리석음과 오만은 한 쌍이라는 것’이다. 즉 오만한 사람은 어리석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에 내가 동의하는 것은 오만한 사람은 대체로 어리석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만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도취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놓치는 수가 많다.


인간은 누구나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알면 오만한 자가 될 수 없으리라.





5.














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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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도 우선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이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84쪽)

- 박완서,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


⇨ 이 글을 읽으니 버트런드 러셀의 글이 떠오른다. “사실 단지 자신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서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식인이란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교조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다.”(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 – 1935>에서.)


무엇이든 교조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 될 것. 


(‘교조적’의 뜻 : 역사적 환경이나 구체적 현실과 관계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믿고 따르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을까? 한 예로 살인이 나쁘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까? 전쟁에서는 상대국의 수장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

똥을 피하는 건 더러워서일 뿐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변명은 될지 몰라도 여럿이 더불어 사는 이 세상에 대해선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너도나도 똥을 피하기만 하면 이 세상은 똥통이 되어 버릴 것이 아닌가. 똥은 피할 게 아니라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게 수다.

인간답게 사는 길도 나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답지 못하다. 이웃이 까닭 없이 인간다움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나만은 오래오래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85쪽)

- 박완서,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


⇨ 본인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채 본인만 올바르게 살겠다는 것이므로. 타인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살겠다는 것이므로.


올바른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곤 한다. 어떤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때 반박하고 나서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그때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상대편의 주장에 반박했는데 상대편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말다툼을 이어 가는 것도 마음을 피곤케 하는지라 결국 그냥 지나치는 쪽을 택할 때가 많다.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상대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다치기 싫다는 이기심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나의 마음 자세에 대해 점검해 보게 된다. 충돌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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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13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제가 저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읽은 것 같은데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땐 그냥 다시 한 번 읽어 주는 게 좋을 듯한데...ㅠ
하나 저는 저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늘 꼴찌만 해서 누구와 경주하는 걸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응원과 갈채 받는 것도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요. ㅋ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1:57   좋아요 1 | URL
꼴찌~ 책은 오래전 완독한 책인데 최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다가 다시 꺼내 봤어요.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재독했죠. 제목 참 좋죠?
누구나 꼴찌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달리기나 가위바위보만 해도 그렇고...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이 패자로 느껴질 때 동병상련을 느끼고 지지하게 되지요.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완서 산문집 세트가 전9권이니 아마 열 권 이상의 산문집을 냈을 것 같네요.
소설도 다작을 남겼는데 산문집도 다작. 게다가 좋은 작품들만 썼고 이런 분 정말 존경스럽죠.
님의 마지막 멘트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yamoo 2023-01-13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설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게 만든다.
오길영 평론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이 좋은 소설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합니다만...이야기의 재미가 없다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이 빠진 것과 같다고...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얘기나, 자신 가족의 얘기...이를 통한 보편적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들 물론 좋은 작품입니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은 분명히 가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생각할 것도 많고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재미가 없습니다. 더이상 읽고 싶지가 않아요...이런 글에 재미를 더하는 작품을 보고 싶은데, 제가 찾는 재미가 평론가들이 찾는 재미와 많이 다른가 봅니다.

어쨌거나 요즘 드는 생각이 의미있는 소설보다는 재미있는 소설 중에서 인간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작품을 읽고 싶은 열망이 좀 가득합니다.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2:05   좋아요 0 | URL
질문 제기가 중요한 건 무엇이 문제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듯. 이것도 찾기가 쉽지 않지요.
소설가가 답을 제시할 수도 없는 게 작가보다 더 현명한 독자가 어디엔가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답이란 게 시대에 따라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인생에 정답이 없기도 하고요...
재미의 중요성은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칼럼에 재미를 위해 소설 줄거리를 넣을 때가 있는데 내가 쓰려는 주제와 연결되는 소설을 찾기가 어려워요.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1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고 다시 쌓는 작업,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페크pek0501 2023-01-15 13:39   좋아요 0 | URL
인간은 착각의 왕, 오해의 왕이죠. 확신이나 고정관념을 흔들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듯해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감은빛 2023-01-16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번부터 5번까지 페크님의 말씀에 모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저도 지난 주에 [황해문화]를 받아서 조금 읽고 책상 한 켠에 놓아두었어요.
페크님이 인용하신 그 글은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여러 책에서 여러 글을 발췌해 자신의 생각을 더한 이런 글 참 좋네요.

페크pek0501 2023-01-17 11:22   좋아요 0 | URL
와우!!! 황해문화 구독자 동기?이시군요.
내용이 알차서 다 읽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목차를 보고 맘에 들어 구매했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강.



1. 반전


티브이로 영화를 볼 때가 많다. 최근 <극한 직업>을 재밌게 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놀라움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잘 살펴보면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반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책을 끼고 산다는 것과 글을 쓰며 산다는 것이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내 친구들에게는 반전이다. 내가 어울리지 않게 맏며느리가 된 것도 반전이다.

 

부자였던 지인이 훗날 가난하게 된 것도 반전이고, 빈자였던 지인이 훗날 부자가 된 것도 반전이다. 코로나19가 갑자기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게 된 것도 반전이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는 것도 반전이다.

 

감정의 반전은 또 얼마나 많은가. 좋아했던 이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했던 이가 좋아지기도 한다. 첫인상이 차가워 보였던 사람에게서 마음이 따뜻함을 발견하게 되고,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에게서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예측을 불허하는 영화의 결말처럼 미래를 알 수 없는 삶을 우리는 산다. 늘 평안히 지낼 것만 같았던 자도 교통사고를 당해 불행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겠다. 오만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2.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

아침 식사 후 마시는 커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비온 뒤 창문에 달린 물방울,

늦여름의 해 질 무렵,

시원한 바람을 만나는 산책,

단풍이 곱게 물든 풍경,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는 발레 선생의 칭찬,

발레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목표 수치보다 많이 나온 하루의 걸음 수,

주문하여 배달된 책들,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들,

 

싫어하는 것 :

할 일이 많은 날,

스팸 전화,

푹푹 찌는 한여름,

장마철의 습기,

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

사람이 많은 지하철,

지나가던 차가 끼얹는 흙탕물,

오만한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여러분도 써 보시길...




 

3.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감정적 삶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헤라클레스의 기운과 슈퍼히어로의 파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제어할 수 있다.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그러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스토아철학은 말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 고압적인 상사나 변덕스러운 친구, 인스타그램 팔로어 같은 타인의 손에.(407~408)

 

에픽테토스는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터무니없지 않나?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마음속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타인에게 이양해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만든다.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지금 당장.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408)

 

-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게 쉽겠지만,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자기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고, 생각을 바꾸기 힘들며, 습관을 고치기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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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 : 책, 우리 똘망이 쓰다듬기, 포근하고 보들한 이불, 잠든 남편 ㅎㅎ 새 양말. 아침에 마시는 커피
싫어하는 것: 병원 두통 제사와 명절 ㅎㅎ

페크님 글 읽으며 저도 인간이란 참 겸손해야 하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

페크pek0501 2022-08-30 12:50   좋아요 1 | URL
곧 포근한 이불이 좋아질 날씨가 되겠어요.
잠든 남편은 저도 좋아합니다. 이상하게도 잠든 얼굴이 순해 보이죠.ㅋㅋ
싫어하는 것 - 명절은 모든 주부들의 공통점인 듯해요. 그런데 좋은 점은 며칠 간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이왕이면 장점에 주목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된다는...ㅋ

친정어머니가 아팠을 때 집안일 도와 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사고를 당해 하루아침에 심각했었어요.
제가 어찌나 놀랐던지... 그때 일을 떠올리면 산다는 게 참 어려운 거구나 싶어요. 무탈함이 행복이에요.^^

거리의화가 2022-08-30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하는 산책(저도 동감!), 책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어떤 배움이든), 공복이 아닌 상태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타임, 옆지기와의 건설적인(!) 토론

싫어하는 것: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한달마다 돌아오는 두통/생리통, 추위

둘다 더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은 이렇게 정리해야겠네요^^;

페크pek0501 2022-08-30 13:04   좋아요 2 | URL
옆지기와 건설적인 토론도 하시는군요. 바람직해 보이십니당~~

거리의화가 님 덕 분에 생각나서 싫어하는 것에 오만한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을 추가했어요.^^

페넬로페 2022-08-30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극한직업 재밌게 보았고 감정의 반전도 수시로 느낍니다.
인생의 좋은 반전도 기대하게 되네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완전 확실했는데 이제 그것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게 되었어요.
더위의 장점도 생각할 정도로요.
이 현상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저 자신도 헷갈립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8-31 12:58   좋아요 2 | URL
극한직업 보면서 빵 빵 터졌어요. 전화 받는 장면,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치킨인가 왕갈비인가 하는 부분은(제 기억이 맞는지...ㅋ) 지금 생각해도 웃겨요.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치킨 값을 올렸더니 맛집으로 소문 나 손님이 붐비고 일본에서도 방문하는 등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해요. 반전이 일어나는 게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 이 영화의 큰 장점이에요.
더위의 장점도 있긴 하지요. 여름의 장점도 분명히 있어요. 다만 넘 덥다 보니 그 장점을 못 느낄 뿐.
경계가 뚜렷하지 않음은 좋은 점 같습니다.ㅋㅋ^^

새파랑 2022-08-30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것 : 사람
싫어하는것 : 사람

ㅋ 전 어쩔수없이 겸허하게 살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8-31 12:59   좋아요 1 | URL
으음... 많이 좋아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싫어할 수 있는 것도 사람. 일리 있어요.
저도 겸허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stella.K 2022-08-30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는 차가 내지르는 흙탕물 저도요!
며칠 전 비 오는 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차가 그러는데 의도적으로 그런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커브 틀 때 속력을
내는 거 보면. 욕을 바가지로 해 줬는데 소화는 됐는지 모르겠어요.ㅋ

페크pek0501 2022-08-31 13:01   좋아요 2 | URL
예전에 흙탕물 뒤집어 쓰고 출근한 적 있어요. 비가 오는 날엔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죠.
맞아요, 꼭 일부러 튀기게 했다는 의심이 저도 들더군요. ㅋㅋ
그런 운전자도 한 번쯤 흙탕물을 경험하게 되리라 믿어요.ㅋㅋ

프레이야 2022-08-30 1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구 저도 어울리지 않게 맏며느리에요.
그딴 거 안 하고 싶은데 참 어쩌다 ㅎㅎ
예상치 못한 것 투성이지요
댓글 좋아하신다니 저도 하나 보태요 ㅋ
재미있는 리스트네요. 뭐 있을까나.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많지만
두 개씩만 말한다면
집에 퍼지는 갓 내린 커피향, 한적한 전시 관람
맞춤법/띄어쓰기 너무 지나친 반복오류(실수가 아니라), 허영/허세

페크pek0501 2022-08-31 13:05   좋아요 1 | URL
제가 맏며느리라고 하니 친구들이 막 웃었던 게 기억 나네요. 하하~~ 제가 살림 못하게 생겼나 봐요.
저도 막내 며느리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동서를 부러워하죠.
커피 향 너무 좋죠.
저도 낱말 반복이 많은 글을 하나 썼어요. 어쩔 수 없이...ㅋ
허영, 허세를 지우기...ㅋ

서니데이 2022-08-31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한직업, 보고 싶었는데 놓쳐서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
설정이 좋아서 나중에 한 번 보려고요.
전에는 저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고르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차이를 느낍니다.
저는 급한 성격에 화 잘 내는 편인데, 페크의 싫어하는 것 안에 들어갈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오늘은 8월 마지막 날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8-31 13:0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극한직업을 꼭 보세요. 코미디의 진수를 알게 될 거예요.
저도 욱하는 성질이 좀 있어서...ㅋㅋ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겠더라고요. 끝까지 자기 잘못을 모르는 사람이 문제인 것 같아요. 서니데이 님이 화 내시면 긍정적으로 볼게요. ㅋ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내일부터 9월이라니. 달력 몇 장 안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네요.
9월은 더 즐거운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2-08-31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정말 맞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 안에 있는 것 때문에 더 힘들기도 하니...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도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것 같아도 그런 사람 없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08-31 13:09   좋아요 1 | URL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사람이 어쩌면 자기 자신일 수 있겠어요. 마음 비우기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계획 잘 세우셔서 좋은 9월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8-31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에 딱 한잔 커피 마시는데.. 이침에 마시는 커피가 좋아요. 페크님은 식사 후 드시네요. 전 빈속에… 반전 인생 많죠. 전 나이 들어 돈 걱정 없이 살았으면 하는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8-31 13:12   좋아요 1 | URL
저도 하루에 한 잔을 마시는데 오늘은 한 잔 반을 마셨네요. 자꾸 당겨서요.
저는 식사 후 30분 지나 마십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지라...
그 반전은 필수 사항인 것 같습니다. 돈 걱정이 인생의 반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돈과 건강에 대해서만 걱정이 없다면 즐거운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가 문제예요.
그 반전이 꼭 이루어지실 겁니다. 파이팅!!!

scott 2022-09-01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를 싫어 합니다!ㅎㅎ


비 그만 내렸으면

가을의 향기를 못 느낄 것 같아서 ㅎㅎㅎ

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보다 발레 하고 돌아가는 시간을 더 사릉 하시는 페크님

발레후엔 어떤 음식도 안 드실 것 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9-02 11:17   좋아요 2 | URL
하하~~ 혹시 우산 없을 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요? 저는 집에 있을 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좋아합니다. 홍수 피해가 커서 놀랐어요. 파키스탄은 비가 많이 와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비가 무서워요. 한때 내리는 소나기정도야 환영이지만요.
여행에서 돌아올 땐 아쉬움이, 발레 하고 돌아올 땐 운동하고 왔다는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발레 후엔 당연히 먹죠. 운동하고 왔으니 오히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무엇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을 깨는 것부터 해야 한다. 다음 글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고독’은 ‘외로움’이란 고정 관념을 깨고 ‘평온함’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는 ‘혼잡함’이란 고정 관념을 깨고 ‘축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초 정념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동의해보라고 에픽테토스는 제안한다. 정념에 다른 이름을 붙여라.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고독에 평온함이라는 이름을 붙여라.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에 가면 그 상황에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든 것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여라.” 정신 승리라고? 물론 그렇지만, 이건 도움이 되는 정신 승리다. 어차피 우리의 정신은 늘 현실에 농간을 부린다. 그런 농간을 잘 활용하면 좋지 않겠는가?

-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412쪽.

 


⇨ 예를 들어 모임에서 A라는 친구가 B라는 친구를 망신 주었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B라면 망신을 당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 A에게 싸움을 걸지 모른다. 이때 위의 글을 떠올리고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A는 나에게 망신을 줌으로써 자신에게 덕이 없음을 친구들 앞에서 보여 줬다. 지금은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내일이면 후회하며 내게 미안해할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여기서 미소 지으며 당당히 퇴장하겠다.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퇴장할 정도로 그릇이 큰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나야말로 그릇이 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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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7-1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르게 생각하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습관과 프레임은 정말 무섭거든요~

페크pek0501 2022-07-18 13:36   좋아요 0 | URL
습관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지요. 인간은 습관의 노예인 듯...

프레이야 2022-07-1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르게 생각하기. 어제도 오늘도 요즘 저를 잡고 있는 생각에 또 힌트가 되네요. 현명한 생각입니다. 꽃이 넘나 이뻐요.

페크pek0501 2022-07-18 13:41   좋아요 1 | URL
코로나로 2년 넘게 만나지 못한 선배 작가가 뒤늦게 제 책의 출간을 축하한다면서
만날 때 꽃을 갖고 나와 주었어요. 깜짝 이벤트 같았어요.

날씨가 더워 걷기 운동이 힘들어 벌써 가을을 기다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8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어진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방법과 함께 주변의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자신을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역발상도 자극에 대한 다른 반응인만큼, 때로는 동요되지 않는 평정심 유지가 좋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22-07-19 13:23   좋아요 1 | URL
인간이란 상황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게 되니 문제예요. 한 순간만 잘 참으면 시간 지나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나쁜 상황에 처하면 행동부터 하게 되지요.
평정심 유지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2022-07-18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9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2020년 8월에 45편의 글을 담아 칼럼집을 냈다. 10~11월에 오마이뉴스에 글이 세 편 실렸다. 인천에 살지 않으면서 12월부터 인천일보의 시민기자가 되어 글이 실렸다. 2021년 인천일보, 대구신문, 경기일보 등의 오피니언 지면에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칼럼이 실렸다. 2022년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칼럼을 연재할 수 있는 고정 필자가 됐다. 


고정 필자가 되어 나는 행복해졌을까? 내 글이 경인일보에 실린 것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건 잠시뿐이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음에 실릴 글이 안 써져서 원고 마감 날짜를 맞추지 못할까 봐 겁이 났고, 썼으되 수준 낮은 글일까 봐 겁이 났다. 초고를 쓰고 여러 번 퇴고하여 글을 완성하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쓴 글이 신문에 게재되어도 손색없을 글인지 알 수 없어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한다. 내 글을 점검해 줄 스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스승이 없다. 독학으로 칼럼을 써 왔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려면 글을 미리 몇 편 써 놓고 퇴고를 많이 해 놔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주일에 한 번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만약 매주 한 편을 써야 하는 것이라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주 연재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존경스럽다. 인간의 능력 차이를 실감할 때가 많다.





2.

어떤 사람이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면 그에겐 분명히 집중력이 있었을 거라고 단언하겠다. 왜냐하면 뭐든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도 글을 쓸 때에는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의자에 앉아 긴 시간 동안 쓴다. ‘오늘은 초고 완결을 해내고야 말겠다’ 하는 생각으로 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글감을 찾았고 글이 써질 경우에 한해서다. 어제가 그런 경우다. 이달에 실릴 칼럼의 초고를 어제 완성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의자에서 일어났더니 엉덩이가 아팠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있길 바란다.  


며칠 동안이나 초고를 쓰지 못해 헤맸는데 이제 초고를 써 놨으니 천천히 퇴고하면 될 것이다. 오늘에서야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3. 












정보라, <여자들의 왕>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여자들의 왕>이 출간됐다. 호러 작품인 ‘저주 토끼’(단편)를 오디오북으로 들었기에 이 작품에도 관심이 간다.

 


“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는 정보라 작가는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꿨다”면서,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 특유의 쓸쓸하고도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 작가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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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5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내고 신문에 기고를 하는 거 진짜 아무나 하는거 아니잖아요.
페크님의 글을 솔직담백하고 쏙쏙 들어와서 읽기에 쉬우면서도 생각의 깊이가 느껴져 좋다고 생각합니다. 늘 건필하세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

페크pek0501 2022-07-06 15:43   좋아요 1 | URL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욧.ㅋㅋ
생각의 깊이, 저 그거 갖고 싶어요. 어디서 파나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07-05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직업이나 의무가 되면 즐거웠던 일들도 결코 즐겁지는 않은거 같아요. 그래도 하루쯤은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7-06 15:46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꿈은 가지고 있을 때만 행복한 걸까요? 원고료 받으며 기고하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이뤄지고 나니... 이건 뭐 숙제를 달고 있는 학생 꼴이랄까요.
물론 제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즐기면서 글을 쓰겠죠. 쥐어짜야 글이 써지니 그런가 봐요. 노래 잘하는 사람만이 즐기며 노래할 수 있는 거죠. ^^

물감 2022-07-05 1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문과정을 밟지 않은 사람의 글쓰기가 늘려면 좋은 글과 문체를 많이많이 참고하는 것 밖에 없다고 느껴요. 저도 글 하나 완성하기까지 온종일 의자에 앉아있는 타입이라, 페크님의 말씀이 참 남일같지가 않네요. 그래도 글하나 완성하고 나면 결과야 어떻든 뿌듯해져서 글쓰기를 놓지 못하겠어요ㅎㅎㅎ

페크pek0501 2022-07-06 15:48   좋아요 2 | URL
제가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왜 문창과에 가지 않았나 하는 거죠. 후후~~~
엉덩이에 땀띠 나게 앉아 뭐하는 짓인지... 하다가 그래도 글 하나 완결하면 정말 뿌듯해지죠. 저도 이 맛에 글을 쓰나 봐요.ㅋㅋㅋ

mini74 2022-07-05 14: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응원합니다 페크님 *^^*

페크pek0501 2022-07-06 15:49   좋아요 1 | URL
미니 님의 응원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도 미니 님을 응원할게요.!!!

2022-07-05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6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7-06 0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거여도 일로 하면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페크 님은 즐겁게 하시죠 이번 글 초고 쓰신 거 축하합니다 페크 님 앞으로도 글 즐겁게 쓰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07-06 15:54   좋아요 2 | URL
좋아하는 것은 그저 취미로만 가져야 할 것 같네요. 일이 되고 의무가 되면 즐기기가 어려워져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예외겠지만요...
초고 쓰고 나서 휴우~~ 그랬네요. 글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희선 님도 즐겁게 독서하시고 즐겁게 글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psyche 2022-07-06 03: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크님 항상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2-07-06 15:55   좋아요 1 | URL
항상 응원.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라딘을 못 떠나나 봅니다.
저는 딱 블로그 체질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2022-07-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7-08 0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크님을 항상 응원합니다!

고정필자가 된 게 나중에는 좀 부담감이 많을 거에요. 고정 필자 된 사람들의 전언이 대체로 비슷하더군요. 처음 고정필자가 되면 부푼기대감으로 글을 쓰다가 원고 마감에 하루하루가 힘들다구 하소연..

근데, 뭐 다들 열심히 잘들 쓰더라구요.ㅎ

페크pek0501 2022-07-09 1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야무 님의 그림을 응원합니다!!! 나중에 유명한 화가 되시면 모르는 척하기 없기, 입니다. ㅋ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어느 작가의 책에서 읽은 듯해요. 백지의 공포, 마감날에는 피가 마른다는... .처음 고정 필자가 되었을 때 기쁘기만 했지 부담감을 갖게 될지 몰랐어요. 글을 잘 쓴다면 즐기며 할 수 있을 텐데 아주 아쉬운 점이죠.ㅋ

레삭매냐 2022-07-08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은 정작 알려지지 않아서 검색
해 보았네요.

인도 출신 작가가 받았는데,
<모래 무덤>라고 하네요.
역시나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
구요.

고정필자, 축하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22-07-09 18:15   좋아요 0 | URL
알려지지 않은 책들이 많지요. 저도 <여자들의 왕>이란 책을 동아일보 신간 안내에서 보아서 알았답니다. 그 신문 아니면 몰랐을 뻔...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그냥 묻히고 마는 책도 많을 겁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07-0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2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2-07-08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슬아 작가 일일 구독 서비스를 위해 밤 12시 안에
글 써서 보내는 모습 보여주는데 얼마나 안타깝던지.
진짜 애기 낳는 것 같더군요. 남의 일 같지 않고.
저도 초기 대본 쓸 때 안 써져서. 컴퓨터 창밖으로 내던지고 싶은
충동 받았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더군요.
무슨 일을해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7-09 18:23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네요. 그래서 책을 내는 걸 출산이라 하나 봐요.
책 내고 나서 몸살을 앓는다고 하더라고요.
글이 안 써질 땐 쥐어짜게 되더라고요. 연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답니다.
아휴~~~ 글을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술술~~ 써지는 날이 오긴 할까요?
저는 쓰다가 더 이상 안 써지면 노트북을 닫습니다. 내일을 기대할 밖에요.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