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보다 칼럼 :
페크는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못 쓰니까 칼럼을 쓰는 거야, 라고 누군가가 말했을 때 움찔했다. 정곡을 찌르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소설에 없는 칼럼의 장점 때문에 칼럼을 쓴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왜 못했을까.

 

 

소설은 문학이고 문학은 예술이니 주제를 명확하게 밝혀 놓는 것보다 숨겨 놓아서 ‘독자들이 알아서 주제를 찾으시오.’ 하는 게 더 좋다. 이게 난 싫다. 우선 소설에 주제를 숨겨 놓을 줄 아는 기술이 내게 없어서 싫고 숨겨 놓은 주제를 독자들이 잘 찾지 못할까 봐 싫다. 이것에 비해 칼럼은 주제를 명확하게 밝혀 놓는 장르여서 좋다. 나의 주장을, 나의 생각을 마음껏 전달해도 되는 게 난 좋다. 칼럼을 쓰고 나면 속시원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이 부럽다.

 

 

 

 

 

 

2. 독서광인 남편의 지혜 :
청소는 힘들어서 남편이 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건 설거지다. 만약 내가 훗날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나는 음식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싶다.

 

 

내가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고급 인력이 설거지나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런 유머는 나를 기분 좋게 웃게 만든다. 내가 고급 인력이라니.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걸 보고 미안한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남편이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분명히 독서의 효과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독서를 많이 하며 사는 자다운 지혜를 느낀다.

 

 

그런데 독서를 많이 하는 나는 푼수짓을 할 때가 있어 돌겠다.

 

 

 

 

 

 

3. 재밌다는 줌마 댄스 :
문학상 공모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시를 잘 쓰는 문우가 있는데 요즘 시를 쓰지 않고 줌마 댄스에 빠져 산다. 발레를 배우고 있는 나처럼 운동 삼아 춤을 배우라고 권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월화수목금 매일 춤추러 다닐 줄은 몰랐다. 줌마 댄스가 얼마나 재밌어서 그런 건지 알고 싶어 나도 다닐까 잠깐 고민했다.

 

 

그 친구의 재능이 아까워서 “친구야 시를 좀 써라.” 하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줌마 댄스로 마음이 즐겁고 몸이 건강해지니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다.

 

 

 

 

 

 

4. 나의 발레 :
발레를 더 잘하고 싶어서 4월에 개인 지도 수업 3회를 신청해 놓았다. 발레를 개인 지도 받으면 좋은 점은 발레 선생이 나의 몸동작에만 집중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자세가 교정된다는 점이다. 다만 수업료가 비싸서 개인 지도 수업을 자주 받을 수는 없다.

 

 

“목을 쭉 위로 뽑으세요, 키 커지게. 허리를 더 쭉 펴세요, 더 더. 다리를 구부리면 안 되죠.” 라고 내게 계속 말하는 발레 선생 때문에 스트레칭은 제대로 되는데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땀이 쫙 흐른다. 


 
무엇을 취미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발레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나아질수록 재밌어진다. 그래서 발레 단체 수업은 꾸준히 받을 생각이다.

 

 

 

 

 

 

5. 큰 결심을 할 뻔했다 :
글 쓴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까지 겨우 고거 쓰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뉘앙스가 풍기는 말을 했다고 내가 느꼈다는 얘기다.


 
나를 무시했던, 그리고 나를 무시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제 ‘내일부터 치열하게 오로지 글만 써야지.’ 하는 큰 결심을 했다.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소설이 되었든 칼럼이 되었든 서평이 되었든 어떤 장르든지 나는 목적지를 향해 갈 것이다. 어느 날 당신들이 유력 일간지를 보려고 펼쳤을 때 나의 이름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신문에 연재를 하고 있을 테니. 여기가 나의 목적지렷다.

 

 

이런 생각으로 이를 갈며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잠깐 스톱! 잠깐 스톱! 그러다가 내 생활이 엉망이 되고 내 건강을 해치게 되면 누구 손해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 큰 결심을 그만두었다.

 

 

이번 인생은 이미 늦었으니 여기까지야. 그냥 글쓰기와 발레를 취미로 하며 살아야 돼. 다음 세상을 살게 되면 그땐 20대부터 치열하게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열중하며 살겠어. 다른 것에 기웃거리지 않겠어. 그래서 한 분야에서 뛰어난 프로가 되겠어. 이번 인생은 여기까지야.

 

 

이런 생각으로 느긋하게 글을 쓰기로 했다. 큰 결심을 할 뻔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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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3-22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나무 사진이 예쁜데요. 아파트 단지 안의 정원 같은데, 여름에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오늘은 차가운 날씨지만, 어쩐지 대나무는 여름을 생각나게 합니다.

5번을 읽다가, 열심히 보다 대충대충 하는 것을 잘 하고 싶은 요즘 저를 생각했어요.
매일 그럴 수는 없지만, 마음이 느긋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3-23 12:53   좋아요 0 | URL
비처럼 가늘게 눈이 오더니 그다음엔 비가 오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네요.
미세먼지가 없는 게 좋아서 창문을 열고 집을 환기시켰네요.

대나무 사진은 친정어머니 사시는 아파트의 단지에서 찍은 거예요. 며칠 전에요. 쭉쭉 뻗은 게 좋아 보여서 찍었어요.

어제 외출해서 세 탕을 뛰었더니 몸이 고단합니다. 오늘 이를 갈며 글을 열심히 써서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은데 역시~~ 쉬고 싶네요.ㅋㅋ

저는 요즘 대충대충 살자, 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어제 막내가 부엌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자고 하기에 제가 대충대충 살자, 그랬네요.ㅋ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 새 글이 없는데 왜 방문자가 166명이 되는 건가요? 궁금...)

프레이야 2019-03-24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머가 흐르는 글 잘 읽었어요 ㅎㅎ 저는 항상 큰결심 안 하고 그냥 살아요. 다음생에도 아마 그럴걸요. 제 친구 하나도 줌마댄스에 열광해서 매일 추어요. 무대에서도 하고 아주 재미나대요. 몸을 움직여야 되는데 점점 굳어가는 것 같아요. 스트레칭이라도 !!

페크(pek0501) 2019-03-25 11:2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유머가 흘렀나요? 제가 너무 솔직히 쓴 것 같네요.
원래 유능한 분들은 큰 결심 같은 것 안 하고 그냥 습관적으로 성실히 살면서 목표 달성을 하는 것 같아요. ㅋ

줌마 댄스에 열광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봅니다. 제가 발레 배우는 곳도 잘하는 사람들은 무대 공연에 나가 상을 받아 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아직 멀었고요.

맞아요.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건강의 비결입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저도 모르게 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좋다고 합니다. 님도 틈틈이 하세요.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하게 될지도...

반가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1. 만족도 :
대작가라면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그는 대작가답게 높은 이상을 가졌을 것이고 자기가 쓴 작품이 그 높은 이상에 미치지 못함을 잘 알 만큼 명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옛 시대의 훌륭한 저작과 자신의 작품을 비교하며 절망에 빠질 수도 있으리라.

 

 

 

 

 

 

2. 운발 :
흔히 사람들이 ‘운빨’로 발음하는데 정확한 표기는 ‘운발’이다. 부자들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부자가 되는 건 능력도 중요한 변수이지만 더 중요한 건 ‘운’이라고 한다. 똑같이 똑똑하고 똑같이 노력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왜 누구는 흥하고 누구는 망하는가. ‘운’의 차이라고 한다. 또한 똑같이 노력해서 글을 썼는데 왜 누구는 세상에 알려지고 누구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가. 이것 역시 ‘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글을 투고했을 때 글 심사위원이나 편집자가 자신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운발이 아니겠는가.

 

 

누구나 학창 시절에 운이 좋았거나 나빴던 경험이 있지 않나. 난 공부 요령을 잘 몰랐던 중학교 시절에 경험했다. 한 주 동안 중간고사를 치르는 때였을 것이다. 과학 시험을 치는데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노트에서 시험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반대로 노트 위주로 공부하면 교과서에서 시험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이게 운이 나빠서인 것이다. 시험 범위 중 앞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는데 그 앞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많이 출제되면 운이 좋아서인 것이다. 그런 내게 어머니가 어느 날 말했다. 전부 공부하면 되지 않으냐고. 물론 나도 교과서와 노트를 전부 공부하고 시험 범위 앞부분과 뒷부분을 전부 공부하면 운을 탓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하루에 세 과목씩 시험을 치는데 두 과목을 공부하고 나면 잠잘 시간쯤에 과학 과목이 남아서였다. 잠을 잘 시간에 과학 과목을 공부할 게 남았으니 두세 시간밖에 공부할 수 없다. 잠은 자야 하니까. 그럴 땐 노트 위주와 교과서 위주 중 하나를 선택해 공부해야 하고, 시험 범위의 앞부분과 뒷부분 중 하나를 선택해 공부할 수밖에 없으니 ‘운’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3. 품격 있는 글 :  
내가 쓴 서평이나 칼럼은 깊이 있고 품격 있는 글이 되지 못한다. 노력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 라는 사람 자체가 깊음이 없는데 어떻게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나, 라는 사람 자체가 품격이 없는데 어떻게 글에 품격을 담을 수 있겠는가.

 

 

그냥 생긴 대로 살고 생긴 대로 글을 쓰겠노라.

 

 

내가 문학적 향기를 풍기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수필에서 칼럼으로 방향을 틀면서 해결되었다. 수필과 달라서 칼럼은 굳이 문학적 향기를 풍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문학적인 문장을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쓸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4. 요즘 사람들이 식당에서 화를 내지 않는 이유 :
요즘 사람들이 참을성이 많아졌다고 한다. 진짜인 줄 알았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음식이 늦게 나와도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 이유를 알고 나서 참을성이 많아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그 스마트폰 때문에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서 화를 내지 않았던 것. 

 

 

친구를 만나도, 연인을 만나도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들. 좋은 현상일까?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져 가고 있는 게 좋은 건 아닐 터.

 

 

 

 

 

 

 

5. 부자가 되어서 근심이 많다면 :
<사랑에 관하여>라는 단편집에 ‘검은 수사’라는 소설이 있다. 큰 정원을 가꾸며 사는 (나이 든 남자인) 예고르 세묘니치는 집에 놀러온 (젊은 남자인) 코브린에게 큰 규모의 정원이 나무 하나라도 시들지 않고 항상 아름답게 유지되는 비결은 정원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고 나면 이 큰 정원을 위해서 누가 일을 할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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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렇게 묻고 싶어. 내가 죽으면 이 정원은 어떻게 될까?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이런 모습은 나 없이는 단 한 달도 유지되지 못할 걸세. 이 정원이 성공을 거둔 까닭은 엄청나게 크고 일꾼이 많아서가 아니라네. 성공의 진짜 비밀은 내가 이 일을 사랑한다는 데 있단 말일세. 알겠나? 내가 이 일을 어쩌면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는 점 말일세. 날 좀 보게. 난 모든 걸 스스로 한다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지. 접붙이기도 하고, 가지치기도 하고, 묘목도 심고, 모든 걸 나 스스로 하네. (...) 그리고 어딘가를 방문해서 한 시간이라도 집을 비울 때면 혹시 정원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불안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그 마음에 있다는 거지. 내가 죽으면 누가 그걸 다 돌볼까? 누가 일을 할까? (...)“(‘검은 수사’, 91~92쪽.)

 

-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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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 소설의 주제는 다른 데에 있다. 하지만 난 주제와 관련없는 것에 주목하였다. 큰 정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외출을 하면 정원에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불안해하고, 자신이 죽은 다음에는 누가 이 정원을 맡아 일을 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걱정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가진 게 많은 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하고 생각하였다. 

 

 

 

 

 

 

 

 

 

 

 

 

 

 

 

 

 

 

 

 

 

 

 

6. 인간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다 :
<서머셋 몸 작품집>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독자가 예상 못할 반전의 묘미가 있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깔깔 웃게 만드는 대목도 있다. 역시 서머싯 몸은 내 취향과 꼭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나는 그의 영원한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소설에 반전을 넣어 구성한 것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함일 뿐인가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닌 듯하다. 인생 자체가 그리고 인간 자체가 놀라운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즉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인생이고 인간이라고 본다. 그것을 서머싯 몸은 알고 있기에 반전을 넣은 소설을 썼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라는 걸 말해 주기 위해 이런 소설을 썼다고 생각한다.

 

 

단편 소설 ‘척척박사’는 잘난 척 잘해서 밉상으로 보이는, ‘척척박사’라고 불리우는 켈라다 씨의 이야기다. 그는 백 달러를 걸고 하는 내기에서 자신이 이겨서 돈을 받을 수 있는데도 남의 부인이 곤란에 빠질까 봐 자신이 진 것으로 하고 돈을 낸다. 남의 입장을 생각해서 백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감수하는 것이다. 그에게 그런 이면이 있을 줄 몰랐던 독자는 그 반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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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라다 씨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말을 꿀꺽 삼켜 버렸지만,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자기를 억제하려는 모습이 거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척척박사’, 23쪽.)
 
- <서머셋 몸 작품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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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편지’는 남편이 자기 아내가 권총으로 한 남자를 죽였지만 그건 실수라고 여기며 정숙한 아내라고 끝까지 신뢰하였다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는 반전이 숨어 있다. 죽은 그 남자는 자기 아내의 애인이었던 것. 자기 아내가 변심한 애인인 ‘하몬드’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그를 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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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왈칵 분노가 치밀어 권총을 집어 들고 쏘았어요. 하몬드가 뭐라고 외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맞았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인 비틀비틀 베란다로 도망했습니다만 저는 쫓아가서 또 한 방을 쏘았어요. 그가 거꾸러졌어요. 저는 그이 바로 위에서 한 발 또 한 발 연거푸 쏘아대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권총이 딸각딸각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제 탄환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편지’, 95~96쪽.)

 

- <서머셋 몸 작품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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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숙한 여인으로 알고 있는 한 여자가 자신이 썼던 편지가 살인의 증거물로 밝혀지자 솔직하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인간의 이중성을 작가는 꿰뚫고 있는 듯하다.

 

 

 

 

 

 

 

 

 

 

 

 

 

 

 

 

 

 

 

 

 

 

 

 

7.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가 임종할 때를 생각해 보기 :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예전에 읽었다. 사실 읽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읽은 게 확실했다. 내 ‘독서 목록 노트’에 기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돼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아 이번에 오디오북을 구매해 폰으로 들었다. 죽음에 임박한 한 남자의 독백이 처절한 절규로 들리면서 나도 언젠가는 맞게 될 그 시간이 두렵게 느껴졌다. 불치병으로 죽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설이다. 갖고 있는 책을 찾아보니 내가 그은 밑줄이 많이 있었다.

 


 
이반 일리치는 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하는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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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건 무엇을 뜻하지? 왜? 인생이 그렇게 무의미하고 끔찍한 것일 리가 없어.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끔찍하고 무의미한 것이었다면, 나는 왜 죽어야 하지? 게다가 왜 이런 고통 속에서 죽어야 하지? 뭔가가 잘못됐어!“(‘이반 일리치의 죽음’, 270쪽.)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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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에게는 육체적 고통보다 더 심한 것은 정신적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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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말대로, 이반 일리치의 육체적 고통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 심한 것은 정신적 고통이었다. 아니, 실제로는 이것이 그의 주된 고통이었다.(‘이반 일리치의 죽음’, 275쪽.)

 

”내 인생 전체가 정말로 잘못되었다면 어떡하지?“
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던 일, 즉 자기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결국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는 것과 맞서 싸우려고 애쓴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런 노력은 겨우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한 것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가벼운 충동을 느껴도, 당장에 억눌러버리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미미한 노력과 가벼운 충동만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직무도, 생활과 가족에 대한 모든 약속도, 사교적 관계는 물론 직무상의 관계도 모두 가짜였을지 모른다.‘(이반 일리치의 죽음’, 275~276쪽.)

 

그는 속으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또한 그걸 돌이킬 수도 없다는 자각을 가진 채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되지?“(‘이반 일리치의 죽음’, 276쪽.)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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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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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곁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들었고, 영혼 속에서 그 말을 되풀이했다.
”죽음도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죽음은 더 이상 없는 거야.“
그는 숨을 들이키다가, 깊은 호흡 중에 갑자기 멈추고, 몸을 쭉 뻗었다. 그리고 죽었다.(‘이반 일리치의 죽음’, 280~281쪽.)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에서.
...............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아무리 신분이 높다고 해도, 아무리 오만하다고 해도 죽을 때엔 혼자만이 감당해야 하는 고독이 있다. 살고 싶은 욕망이 죽음과 투쟁을 벌이면서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절박한 순간이 있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다가 모든 고통이 끝나는 지점에 ‘죽음’이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치러야 할 ‘죽음’이 우리 미래에 분명히 있다. 누구나 직면하게 될 ‘죽음’이.

 

 

그러니 인간이란 얼마나 미약하고 가엾은 존재인가.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가 임종할 때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8. 자신에 대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나니 칼럼 하나가 생각난다. ‘2월의 졸업생들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자기 삶에 대한 진정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서 찾아온다는 것. 그러니 앞으로 용기와 도전을 가지고 살라는 것. 그 내용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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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는, ”삶이 진행되는 동안은 삶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가의 시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찾아옵니다. (...) 그때 평가 기준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보다 근본적인 평가 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 그런데 부자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라고 꼭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패담도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앞으로 남아 있는 그 큰 도전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이제 막 그 큰 이야기의 첫 장을 탈고한 여러분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2018. 2. 11)(‘2월의 졸업생들에게’, 115~116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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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스토리텔링을 하라 :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긴 틀렸군, 하고 생각하며 이메일을 보기 위해 내 이메일함에 들어갔다. 마침 친구가 보낸 이메일이 있었다. 그것을 반갑게 읽고 답장을 썼다. 나의 근황을 전하고 요즘 생각한 것들에 대해 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답장을 쓰고 나니 글이 꽤 길었다. 쓰려고 해도 써지지 않던 글이 친구에게 말하듯 쓰는 이메일은 길게 써지는 게 아닌가. 그때 깨달았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쓰면 된다는 것을.

 

 

뒤로 글감이 없다고 느껴질 때면 이메일함에 들어가서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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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심코 읽던 신문 칼럼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시라. 의외로 많은 필자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거나 남에게서 들은 에피소드를 많이 활용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글의 생생한 실감을 살리는 건 물론 재미있게 만드는 데엔 그런 이야기만큼 좋은 게 없다.(125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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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칼럼을 쓸 때 내가 겪은 일을 넣어 쓸 때가 많다. 그러면 글이 술술 풀린다. 내 경험을 쓰는 거니까. 내가 간접 경험을 통해 얻은 것, 즉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넣는 경우도 많다. 재밌는 이야기이면서 그 속에 교훈이 담겨 있다면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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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힘을 말해주는 최고의 증거는 여러 심리학자가 이른바 ‘스토리 편향story bias’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에서 잘 나타난다. 스토리 편향은 이야기가 진실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복잡한 설명과 단순한 설명 중에서 단순한 설명이 더 참일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125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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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따르면 미국의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스토리 만들기’였다고 한다. 글쓰기를 너무 근엄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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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당장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글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쓰겠다는 자세를 가져보라.(124~125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
 

 

 

 

 

 


10. 특수성과 보편성을 갖는 글 :
대식가는 음식의 ‘질’보다 ‘양’에 더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난 음식의 질보다 양이 중요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많이 먹을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이라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리라. 대식가라고 할지라도 음식의 양도 중요하지만 음식의 질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맛있음’이 곧 음식의 ‘질’을 의미하겠다.

 

 

그렇다면 글에 있어서 ‘질’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질 높은 글이 좋은 글이고 질 낮은 글이 좋지 않은 글이다. 내가 칼럼을 쓸 때 새로운 관점으로 쓸 것을 지향하는데, 이것은 당연한 걸 쓰지 않기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써서 특수성을 가진 글이 될 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수성만을 가지면 안 된다. 글에는 보편성도 있어야 한다. 남들이 공감할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성과 보편성, 이 두 가지를 담은 글이라면 빼어난 글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담은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이것이 글을 쓸 때 나의 고민거리다.

 

 

새로운 관점으로 쓴 글을 보고 독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당신이 글로 썼네.“라고 하면 그 글은 특수성(개성)을 가진 글이 된다. ”그런데 읽고 보니 당신의 글에 공감이 가네.“라고 하면 보편성을 가진 글이 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질 높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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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눈이 왔다.


지금은 대부분 눈이 녹았지만 아직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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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17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잡담인 페이퍼라서 그런지, 친구에게 편지쓰는 느낌이나 일기 쓰는 느낌으로 쓸 때도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잘 써야한다는 생각이 조금 덜 들어서 조금은 편안한 느낌이 되는 것 같아요.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잘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9-02-18 10:54   좋아요 1 | URL
반가운 서니데이 님!
친구에게 쓰는 편지 같은 글이 좋은 것 같아요.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수필이 그렇다는군요. 친구에게서 온 편지 같은 글처럼 친근감 있게 쓰는 글이 수필이라는 거죠.
아마 님의 글도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에요.
간이역 같은 2월이 벌써 반 이상 지났네요.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cyrus 2019-02-1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부터 느꼈던 건데, 저는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신경 쓰지 않고,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쓰려고 해요. ^^

페크(pek0501) 2019-02-18 22:17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생각입니다.
발전을 지향하기보다 즐거움을 지향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폴더 하나가 맘대로글, 입니다. 그야말로 맘대로 써 보자, 는 뜻에서요.
항상 제가 저에게 하는 주문이 있죠. 어깨에 힘을 좀 빼. ㅋㅋㅋ
굿밤 되세요.



stella.K 2019-02-18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을 잘 쓰면 소원이 없겠어요.
글 잘 써서 까까 사 먹어야 하는데...ㅠ

페크(pek0501) 2019-02-18 22:20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이 까까 사 먹을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하긴 저도 아직까지 떡볶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서 딸과 함께 분식점을 다닐 때도 있어요. ㅋ

그런데 책까지 내신 분이 책도 안 내 본 저에게 하실 말씀은 아닌 걸로 아옵니다.
굿밤 되시길... 늘 고맙습니다.
 

 

 

 

 

 

 

1. 시간의 빠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하루만 지나면 2019년이다. 흔히 하는 말, 시간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고 하거나 쏜 화살처럼 빠르다고 했던 말이 과장된 표현으로 여겼는데 이젠 그게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들을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니까.

 

 

나 어릴 적 어머니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오면 나를 보고 감탄하며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얘가 이렇게 컸어?”라는 말이었다. 꼬마였던 내가 키가 커 져서 너무 놀랐다는 뜻의 그 말은 사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나 하는 감탄에 다름 아니다. 내가 어머니 친구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 역시 친구의 아들이나 딸의 키가 훌쩍 커 진 것을 보고 놀라서 “얘가 이렇게 컸어?”라는 말을 하게 되어서 그건 조금도 과장하지 않은, 느껴진 그대로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키 작은 애였는데 이렇게 많이 커서 놀랍다는 것은 며칠 전처럼 느껴질 뿐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이 놀랍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애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키가 커졌을 정도로 그동안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는 말이냐?’ 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 놀라워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컸음에 놀라워한다. 

 

 

 

 

 

 

 

2.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 :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게 있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그것에 대해 글을 쓰게 되더라, 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무엇에 대해 글을 쓰게 되니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라는 것도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정에 대해 글을 쓴다면 글을 쓰기 전보다 글을 쓴 뒤에 우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우정에 대해 글을 쓰려면 우정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우정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즉 우정은 무엇을 말함인지, 어떤 경우가 우정 있는 관계가 되는지, 어떻게 해야 우정이 있는 친구가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물이 글이 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라는 책에도 나와 있다.

 

 

...............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경험했겠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글을 쓰더라도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글쓰기를 함으로써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건 내가 매일 겪는 경험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37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중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왜 작문 시간이 있었는지, 왜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 오는 게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내 경험을 말하면 내가 연애 칼럼을 쓰고 나서 연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고, 리뷰를 쓰고 나서 리뷰를 쓴 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구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은 틀린 말인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세상이 되기 때문에 문학의 소재 또한 새로운 게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옛 시대에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시를 쓸 수 없었으나 지금은 쓸 수 있다. 시의 제목을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이라고 지을 수 있다. 옛 시대에 없었던 스마트폰을 소재로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주인공을 그릴 수 있겠다. 그리고 장수 시대가 되었으니 노인의 지루한 삶도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요즘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예전에 비해 적어진 현상을 소설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로 바꿀 수 있다. 

 

 

 

 

 

 

 

 

 

 

 

 

 

 

 

 

 

 

 

 

4. 늙어서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 :
새해가 되면 친정어머니는 82세가 되신다. 당뇨병을 비롯해 몇 가지 병이 있긴 하지만 식이요법과 약으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따로 있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어서 무료해 하신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려 보시라고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사 드려도 소용없고 책을 드려도 소용없다. 그림과 독서에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부터 많이 걷는 걸 힘들어 하셔서 쇼핑을 한다든지 문화센터에 나가 뭘 배운다든지 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딸인 내가 말벗을 해 줘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그래서 친정에 자주 들러야 한다.

 

 

그러나 나 또한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매일같이 말벗을 해 드릴 수가 없다. 나에게도 달린 식구들이 있어서 주부로서 챙겨야 할 게 많은데다 내 개인적인 영역의 일도 있기 때문에 친정어머니에게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친정어머니는 시간이 많아서 탈이고 자식인 나는 시간이 모자라서 탈이다. 친정어머니를 통해서 장수 시대의 서글픈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훗날 우리 자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내가 노인이 되어 삶이 지루하다고 하소연한다고 해도 자식들이 나에게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것이다. ‘늙어서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볼 때 나에게 독서와 글쓰기 취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5.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집 :
주로 에세이에 속하는 책들을 읽다가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버리게 한 소설집이 두 권 있다.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
서머셋 몸, <서머셋 몸 작품집>

 

<사랑에 관하여>라는 소설집에는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그중 ‘산딸기’에 이런 글이 있다.
 
...............
“(...) 보드카처럼 돈도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거든요. 전에 우리 시에 살던 한 상인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죽기 전에 꿀 한 접시를 달라고 하더니 자기 돈 전부와 복권을 꿀에 섞어 홀라당 먹어버렸어요. 아무에게도 주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또 한 번은 제가 역에서 가축들을 살피고 있는데, 한 중개업자가 증기기관차에 치여 한쪽 다리가 잘렸어요. 잘린 다리에서는 피가 무섭도록 철철 흘렀습니다. 그런데 응급실로 옮겨지던 그 사람이 계속해서 잘린 다리를 찾아달라면서 걱정을 하는 겁니다. 신고 있던 장화에 20루블을 넣어두었는데 그걸 잃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말입니다.”(178쪽, 산딸기)

 

-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에서.
...............

 

 

술에 취한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듯이 마찬가지로 돈에 취한 사람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말하는 글이다. 자기 돈 전부와 복권을 꿀에 섞어 먹어 버린 사람과 잘린 자신의 다리보다 20루블의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을 가엾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 것은 세상이 돈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돈’은 ‘물’과 같다. 돈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닌 것처럼, 물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지만 물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지는 않는다. 설령 복권에 당첨되어 큰 액수의 돈을 갖게 된다고 해도 한때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언제까지나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부자라서 늘 행복하다면 부자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화를 내는 갑질이 생겨 날 수 없으리라.

 

 

<서머셋 몸 작품집>이라는 소설집에는 여덟 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재미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서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게 이 소설집의 큰 매력이다.

 

 

하느님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반전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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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기이한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어째서 인간들은 내가 궤도를 벗어난 성관계를 그렇게 중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좀더 주의하여 내가 만든 것을 이해해 준다면, 특히 이러한 인간적 약점에는 내가 언제나 동정을 기울여 왔다는 것쯤은 깨달을 만도 한데.”(218쪽, 최후의 심판)

 

- 서머셋 몸, <서머셋 몸 작품집>에서.
...............

 

 

소설을 읽어 나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글을 만나게 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글이 기막히게 빼어난 반전임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6. 읽고 나서 뿌듯했던 독서였다 :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1>과 <위대한 유산 2>는 합해서 9백 쪽 가량이 되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어 분량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가 계속하여 전개된다. 특히 인간의 이면이 밝혀지는 대목은 압권이다.

 

 

9백 쪽 가량의 책을 읽었다는 것에 뿌듯했기에 내년에도 두꺼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하나 골랐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이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러 번 읽은 책이라고 해서 마음이 끌렸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챈들러는 1960년대 나의 영웅이었다"라고 하루키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7. 성공과 발전에 대하여 경계가 필요하다 :
예전에 비해 지금이 편리한 세상이 된 건 사실이지만 단점도 있다. 어릴 때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던 적이 많았는데 요즘 애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서 뛰놀 시간이 없다. 곳곳에 놀이터가 있지만 텅 비어 있기 일쑤다. 놀이터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더 친숙한 아이들이 많고 그것에 중독된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뛰노는 시간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고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간이고 재미를 느끼며 마음껏 웃을 수 있어 정신 건강에 좋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 유익한 시간이다. 그 유익함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요즘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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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에 의해 완성되는 모든 것은 발전에 의해 망한다.(9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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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심해 뿌옇게 낀 안개처럼 보이던 날들이 있었다. 평상시 눈앞에 보였던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나니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때 미세먼지가 집 안으로 유입될까 봐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창문을 열 수 없으니 청소도 할 수 없었다. 맘놓고 외출을 할 수도 없었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만 심각한 게 아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도 심각하다. 공장이 많아지고 자동차가 많아지는 것에 ‘발전’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할 때, 발전하여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 발전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생겨 공기가 나빠져서 우리 몸 건강에 나쁘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 발전은 누구를 위한 발전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에겐 지금보다 발전된 세상을 만드는 일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환경 오염의 문제가 절박하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다음 구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발전에 의해 완성되는 모든 것은 발전에 의해 망한다.(9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이 글을 쓴 파스칼은 마치 지금의 우리 현실을 예견한 듯 보인다. 

 

 

한쪽에서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난방비조차 없어서 온기 없는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국민 소득이 더 높은 나라가 되는 것도 좋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서머싯 몸은 성공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다음의 글을 남겼다.

 

 

...............
성공은 종종 그 안에 파괴의 씨앗을 갖고 있다.(231쪽)

 

 

성공을 경계하는 작가는 현명한 사람이다. 그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남들이 해주는 말들, 성공이 강요하는 책임들, 성공에 뒤따르는 귀찮은 행동들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233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

 

 

 

 

 

 

 

 

 

 

 

 

 

 

 

 

 

 

 

 

 

 

 

 

 

8. 낯설게 쓰기가 어렵다 :
신선한 글을 쓰려면 낯설게 써라, 라고 한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어떤 사물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쓰라는 뜻이라는 걸 어느 책에선가 본 것 같다. 글 쓸 적마다 나는 이 신선함에 지고 만다. 도대체 신선한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글을 처음 쓸 땐 새로운 생각이라고 쓰기 시작하는데 글을 끝내고 나서 읽어 보면 진부한 표현, 진부한 내용이 되고 만다. 늘 신선함과의 싸움이 '글쓰기'인 것 같다.

 

 

 

 

 

 

 

9. 인내심과 꾸준함을 갖고 살겠다 :
인생 전체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면 나는 내 인생의 오전을 다 살았고 현재 인생의 오후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태껏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말하라면 다음의 두 가지를 말하겠다. 하나는 인내심을 가질 것, 또 하나는 꾸준한 노력을 할 것.

 

 

내가 재밌게 들은 말이 있다. ‘결혼은 판단 부족, 이혼은 인내심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 이렇게 멋진 압축이라니!

 

 

인내심은 결혼 생활처럼 긴 시간에만 필요한 게 아님을 깨달은 적이 있다. 바쁘게 아침 식사 준비로 계란 프라이를 할 때가 있는데 급한 나머지 계란이 익기 전에 뒤집어서 모양이 흐트러지게 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간단한 계란 프라이 하나를 만들 때에도 필요한 건 인내심이라는 것을.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나로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내가 키울 수 있는 재능은 꾸준함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19년에는 무엇보다도 인내심과 꾸준함을 발휘하는 것에 충실해지고 싶다.

 

 

 

 

 

 

 

 

 

 

 

10. 이 해에 하는 마지막 인사 :
2018년은 제게 나쁘지 않은 해였습니다.
2019년은 제게 어떤 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만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겠고,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겠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려고 노력해서
지난해보다 발전된 새해가 되길 희망하겠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비교할 뿐,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제 서재에


새해에도 올해처럼 찾아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방문자들이 계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페크(pek0501)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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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31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2-31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이 매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더니, 이제 마지막날이 되었어요.
실감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2018년은 작년이 되네요.
그 생각을 하면 아직 남은 시간이 있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올해도 좋은 글들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댓글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내년에도 좋은 이야기 많이 읽으러 오겠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연말,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페크(pek0501) 2018-12-31 12:08   좋아요 1 | URL
예.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저도 따뜻한 댓글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도요~~~

복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한 해동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8-12-31 12:09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도 한 해 동안 좋은 글 읽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복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8-12-31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뭘 알고 글을 썼는데, 계속 쓰다 보니 다른 주제의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글을 쓰다가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인거죠.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꾸준히 글을 써주세요. ^^

페크(pek0501) 2018-12-31 12:1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글을 쓰다가 처음 생각했던 주제와 달라지기도 하고 결론을 다르게 맺기도 해서 글을 써 봐야 안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써 봐야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제가 모르던 책 소개를 많이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좋은 이웃으로 지내길 바랍니다.
복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18-12-31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갈수록 어머니 모시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뭐 저의 어머니도 아직은 건강하게 잘 지내는 편이긴 합니다만
잘 지내다가도 일순간 변하셔서 남의 속을 긁는데 환장하겠더군요.
그것도 유독 저한테만...흐흑~
오늘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읽었는데
아들은 곱셈이고 딸은 나눗셈이란 말을 읽고 어찌나 놀랍던지.
아니 미국이란 나라도 그러나 싶더군요.
그런데 이 책 읽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완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나이들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한표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니는 알차게 잘 사시는 것 같아요.
올해도 무사하게 잘 사신 것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좋은 글 많이 써 주시고
복되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9-01-02 13:14   좋아요 2 | URL
어머니 모시고 사는 건 대단한 겁니다. 친정 부모든 시부모든 쉽지 않아요.
스텔라 님이 큰 효도하고 있는 거예요. 복받으실 겁니다.

다행히도 친정어머니가 따로 살기를 원하셔서 따로 살고 있지만 함께 살게 되면 우리집이 이사를 해야 돼요. 어머니께 드릴 방이 없어요. 그리고 함께 살면 식구들이 불편해 하겠죠. 어머니는 일찍 주무시고 소리가 나면 못 주무시는데 우리 애들은 주말이면 늦게까지 안 자고 티브이 보고 야식을 해 먹고 하는데... 게다가 어머니는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드시니까 우리 식구가 아침잠을 잘 수가 없을 거예요.

딸이 나눗셈이군요. 우리 어머니는 딸이 최고라고 한답니다. 내가 아들이었다면 지금처럼 할 수 없을 거래요.

저, 알차게 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보였나 보네요. 순 엉터리로 살고 있어요. ㅋ

스텔라 님, 올해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늘 고맙게 여깁니다. 올해도 서로 잘 지내자고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서니데이 2018-12-31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글과 인사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페크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9-01-02 13:16   좋아요 1 | URL
새해 인사 저도 드립니다.
저도 매일 새 글이 있는 서재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서니데이 님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새해 일 술술 풀리시고 웃음이 넘치는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카스피 2019-01-01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페크(pek0501) 2019-01-02 13:17   좋아요 0 | URL
오, 카스피 님,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예전처럼 글 많이 써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lueyonder 2019-01-01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과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9-01-02 13: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방문해 주신다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겠습니다.
님께도 책과 더불어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1. 신간으로 본 현대인들의 생각


신간은 나로 하여금 책을 사고 싶게 만든다는 점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현대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내 흥미를 끈다. 그래서 토요일 신문에 실리는 ‘신간 안내’ 지면을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이다.

 

 

M. 스캇 펙,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잘 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만큼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암 환자에게 연명 치료만이 최선일까? 안락사를 선택하는 게 옳을까? 삶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열심히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우리의 기존 생각을 뒤흔들어 놓을 책 같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 결과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남에 비해 열심히 살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삶이 아닐까.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새삼 골똘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리오카 고지, <죽도록 일하는 사회>도 함께 읽으면 좋을 듯. 

 

 

 

 

 

 

 

 

 

 

 

 

 

 

 

 

 

 

 

 

 

 


2. 재능만큼 중요한 건 노력


한때 관심 있어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짧은 생애 동안 다작을 남겼다는 사실에 놀랐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재능 이외에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노력파라는 것이다. 어쩌면 노력이 재능보다 우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이 재능을 키우기도 한다는 생각도.

 

 

 

 

 

 

 

3. 못할 게 없는 인간의 위대함


지난 2월에 치러진 ‘2018년 평창 올림픽 경기’ 중에서 아이스댄스와 스노보드를 감동적으로 봤다. 얼마나 노력을 하면 저렇게 높은 경지에 이른 기술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감탄했고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평범한 나 같은 사람도 매일 노력한다면 ‘공중에서 외줄타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발레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4. 쓸데없는 짓


최근 몇 달 동안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짓으로 보냈다. 나의 생일 선물로 14케이로 된 팔찌와 목걸이와 반지를 사기로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즐거움이 끝이 나질 않았다. 주얼리를 여러 개 샀지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겨서 고민에 빠졌고 그 해결책으로 14케이에서 은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14케이는 비쌌고 은은 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렴한 가격의 은반지 쇼핑이 시작되었다. 이것도 즐거웠다. 내가 주얼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이번에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놀라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그러나 뭐든 끝이 있는 법. 주얼리 쇼핑에 미쳤던 그 터널에서 이제 완전히 빠져나왔다. 이제 주얼리 구매에 흥미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

 

 

 

 

 

 

 

5.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 나의 무의식이 자꾸 쇼핑 쪽으로 나를 몰고 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30년간 당뇨병을 앓았던 친정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고 며칠 뒤 퇴원했고 다시 비상이 걸리는 등 나를 긴장시키는 일들이 여러 번 벌어졌다. 그 긴장과 걱정으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기 위해서, 친정어머니에게 덜 집중하기 위해서 나의 무의식은 나로 하여금 주얼리 쇼핑을 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6. 쓸데없는 짓의 행복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남이 보면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짓의 행복을 누리는 자는 정말 행복한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내가 해 본 것 중에서) 주얼리 쇼핑, 화초 가꾸기, 글쓰기 따위를 했을 때 남이 모르는 자신만이 느끼는 즐거움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 하나. 내 경험에 따르면 해 볼 만큼 해 보고 나면 시시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책 쇼핑이다. 책은 언제나 사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이다. 이 즐거움은 언제까지나 놓치고 싶지 않다.

 

 

제나 책이 내 삶과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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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8-05-08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짓이 때론 나를 구원하기도 하죠!^^ 책 사기 혹은 책 읽기만큼은 할만큼 해도 질리지 않는 거 맞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8-05-08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폰으로 주얼리 쇼핑에 한참 열중하던 때에 웬만큼 사고 난 뒤엔 또 살 때마다 반성을 하곤 했어요.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제가 돈 버는 일에 치여 사는 동안 저를 위해 산 게 별로 없더라고요.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돈 쓰는 취미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것도 한때일거야, 이렇게 합리화하곤 했죠. 어쨌든 그 유혹이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났어요. 이 경험으로 쇼핑 중독자에 대한 이해가 생길 것 같습니다.

순오기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8-05-08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쇼핑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죽음 ; 이와 관련하여 진퇴양난에 빠진 의료인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죠.

페크(pek0501) 2018-05-08 13:55   좋아요 0 | URL
쇼핑이 감정과 관련이 있는 것, 그런 것 같아요. 살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죠. 내가 마음이 허해서일거야, 하고. ㅋ
머리 커트도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지요. 마음이 답답할 때 머리를 자르고 나면 마음이 좀 풀립니다.

저의 경우, 고통스런 병에 걸려 고생하느니 안락사를 택할 것 같습니다. 식물 인간으로 누워서만 몇 년 동안 지내는 것도 의미 없다고 봅니다.

방문과 댓글,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5-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자기 자신에 놀라면서 사는 게 인생.
맞는 말 같습니다.
요즘은 쓸 때없는 짓에 관심을 많이 같더라구요.
그래서 멍 때리기에 대한 연구도 있다잖아요.
물론 주얼리하곤 좀 거리가 있긴하죠?ㅋ
그래도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 마시고
잠시 행복에 빠졌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사와요.^^

페크(pek0501) 2018-05-08 22:26   좋아요 1 | URL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외출할 때 필요한 주얼리 한 세트만 있으면 되는 건데 사고 나면 더 예쁜 게 자꾸 눈에 띄는 거예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ㅋ 그래서 자책을 하지 않고 한심한 한때로 기억하려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한심할 때가 있는 걸로 생각 정리했어요.
좋은 밤 되세요.

2018-05-0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5-08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예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인데도 사진이 근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오는 것들이 예쁘거든요. 그래도 책을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페크님,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오늘도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불면 시원합니다.
기분 좋은 화요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5-08 22:34   좋아요 1 | URL
사진의 효과, 정말 그래요. 게다가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읽고 있으면 갑자기 제가 클릭한 적이 있는 주얼리가 뜨는 거예요. 그렇게 설정되어 있나 봐요. 그래서 이건 뭔가 하고 클릭해 들어가 보고 ‘다른 상품 보기‘를 눌러서 또 보게 되니 눈은 점점 더 높아지고 사고 싶은 게 많아지고... 요즘은 은반지도 색이 잘 변하지 않고 얼마나 예쁘게 잘 나오는지 몰라요. 신세계 탐험했어요. ㅋ

요즘은 미세먼지가 없어 행복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2018-05-09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9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5-09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 했다.....점점 게을러지는 제게 합리화를 주네요.
열심히 살지 않을 거예요. 불끈!
주얼리 쇼핑에 빠지시다니ㅎㅎ 귀여우셔라~~~
저는 그냥 한달에 5만원 책 구입하는걸로 합의를 했지요. 5월 굿즈 책쿠션 이뻐요^^

페크(pek0501) 2018-05-10 21:33   좋아요 0 | URL
저도 열심히 살지 않을 거예요. 저도 불끈!
쇼핑에 그렇게 빠져 보긴 처음입니다. 쇼핑 중독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합리화를 합니다. ㅋ
한 달에 5만원이면 적은 돈 아닌데요? 전 이제 돈 절약을 위해 책은 집에 쌓여 있는 걸 보는 걸로... 신간의 유혹을 이겨내야 할 텐데 잘 되려나요...ㅋ

굿 밤...

마립간 2018-05-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제목을 보고 열심히 살지 않을 뻔 했다. 내가 게을러진다면 그것은 내가 열심히 게을러지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고, 게으른 것 역시 삶의 일부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게으름을 포함하여 열심히 살 것이다. ... ; 책 제목을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열심히 살아 행복하지 않았다면 열심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죠.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페크(pek0501) 2018-05-10 21:37   좋아요 1 | URL
게으른 것 역시 삶의 일부, 그렇군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좀 게을러져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저에게 게으름이란 휴식과 동의어입니다. 누워서 쉬기.

열심의 방향의 잘못, 생각해 볼 점입니다. 러셀은 이미 오래전에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을 썼으니 존경스럽습니다.
게으름으로 불행해지지 않을 범위 안에서 최대한 게으를 예정입니다.
굿 밤 되세요. 요즘 공기가 맑아 좋습니다.

AgalmA 2018-05-16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사 김정희는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유홍준 <추사 김정희>)고 하죠. 그렇듯 부유한 집안이고 재능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나요^^; 대신 엄한 데 노력하고 싶지 않은데 인터넷, sns 등등등 현대인의 삶은 너무 에너지 뺏는 데가 많아요. 고흐나 추사도 지금 시대 살았음 그 정도까지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싶은ㅎㅎ

페크(pek0501) 2018-05-16 14:52   좋아요 1 | URL
손홍규 작가가 쓴,
˝사람의 재능이란 무언가에 골몰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 <다정한 편견>, 87쪽.
- 이 글에 따르면, 무엇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재능 있음‘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옛 시대의 장점이 있네요. 지금보다 무엇에 집중하기가 훨씬 쉬웠을 듯합니다.ㅋ
 

 

 


1.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저자가 집필한 산문집 세 권에서 아홉 개의 글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이중 표제작인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1996년 어느 잡지사가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써 달라는 의뢰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여행을 하고 나서 사람들은 이 여행을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고가의 비용을 내고 일주일 동안 마음껏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여행에 대해 저자는 비판의 눈으로 글을 쓴다.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것 중 하나는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는 글로, 승객들이 왜 비용이 많이 드는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 
승객들의 설명적 잡담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따로 있었다. ‘긴장을 풀다’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한 주를 오래 미루었던 보상으로, 혹은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압박의 압력솥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하여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니면 둘 다로, 설명적 사연들은 길고 복잡하며, 어떤 것은 좀 무섭기까지 하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1~52쪽.
..........

 

 

저자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 
집에서 친지를 간병했는데 환자가 끔찍하게 오래 연명하는 바람에 몇 달이 흐른 지금에야 겨우 땅에 묻고 (크루즈 여행에) 왔다는 얘기를 서로 다른 대화에서 두 번 들었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어떤 이는 호화 크루즈 여행 계획을 잡아 놓고 그걸로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뎠다고 한다.

 

 

.......... 
비취색 ‘말린스 티셔츠를 입은 화훼 도매상은 완벽한 여유와 재생의 일주일을 당근으로 눈앞에 매달아 놓고서야 크리스마스에서 밸런타인데이까지 지옥 같은 성수기에 지쳐빠진 제 영혼을 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자신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이니 창피한 일이 아니고 아무도 자신을 흉볼 수 없다는 말로 읽힌다.

 

 

승객들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 합리화하여 말하는 인간 심리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각주를 붙여 놓았다.

 

 

.......... 
이 현상에서 드러난 것은 자기 자신에게 허락하는 방종에 따르기 마련인 미묘한 창피함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방종이 사실은 방종이 아니라고 누구에게든 설명하고 싶은 욕구다. 내가 마사지를 받는 건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옛날에 무슨 운동을 하다가 다친 허리가 죽을 만큼 아파서 하는 수 없이 받는 거라는 식,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 게 아니라 담배가 ‘필요해서’ 피우는 거라는 식이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이 책은 본문 하단에 ‘각주’가 백 개가 넘는 데다 꽤 길게 쓴 각주도 많아서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멋대로 쓴 듯한 필치는 꼭 수다스러운 사람이 떠들어 대는 모습을 연상케 하여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 자기만족의 기쁨

 

 

‘포르쉐’라는 자동차를 동경했다는 기타노 다케시는 돈이 생기자 바로 포르쉐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포르쉐를 타 보고 놀랐다고 한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불러냈다.

 

 

..........
(친구에게) 포르쉐의 열쇠를 건네면서 부탁했다.
“이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줘.”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내 거요”라고 했더니, 기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직접 안 타십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2쪽.
.......... 

 

 

이 글을 읽고 내가 왜 목걸이와 귀고리보다 반지와 팔찌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목걸이와 귀고리는 거울을 보지 않고는 볼 수 없으나 반지와 팔찌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반지와 팔찌를 낀 내 모습에 자기만족의 기쁨을 느꼈던 것. 기타노 다케시가 포르쉐를 보기만 해도 좋은 것도 자기만족의 기쁨일 터.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건 사실이다. 타인이 자신을 유능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부자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반면에 타인과 무관하게 자기만족만으로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물음 하나. ‘타인이 나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 훨씬 중요해지는 것 같다. 생각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만 지금의 생각으론 타인의 시선 따위가 하찮게 여겨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손해를 각오하는 것이 우정이고 사랑이다

 

 

자신이 친구에게 이만큼 베풀었으니 그 친구도 자신에게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우정이 아니다. 우정에 계산이 개입하는 순간 그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친구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우정이다.

 

 

..........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 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다. (...)
애초에 우정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7쪽.
..........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라는 것.

 

 

친구 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연인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걸 말리고 싶은 마음이 사랑일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를 위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버릴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에 가까울 것 같다.

 

 

불륜 관계라면 예를 들면 이런 것.

 

 

“당신이 이혼하고 내게 와 준다면 나로선 정말 좋겠지만 이혼하면서 당신이 치러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말리고 싶소. 차라리 내가 당신을 단념하는 게 낫겠소. 당신에게 마음고생을 시키지 않는 게 내 사랑법이오.”

 

 

이혼하게 되면 자식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사회적 시선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자식을 마음껏 만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될지도 모르는 일. 그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겪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상대를 포기함으로써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는 게 사랑일 것 같다. 그러니 사랑이란 자신이 이익을 보는 쪽이 아니라 손해를 보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127쪽)것처럼.

 

 

 

 

 

 

 

 

4. 사랑에 필요한 건 총명함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총명함이 없다면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다고 썼다. 선한 의지를 가진 선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지하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총명함이라는것.  

 

 

..........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대개의 경우 무지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또한 선한 의지도 풍부한 지식 없이는 악의와 거의 같은 정도로 많은 피해를 끼치는 수가 있는 법이다.

가장 구제 받을 수 없는 악덕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이런 생각에 입각하여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스스로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하기 짝이 없는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갖추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 A. 카뮈 저, <페스트>,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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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이란 총명하기보단 어리석기 일쑤여서 ‘사랑’이 어려운 모양이다.

 

 

 

 

 

 

 

 

 

 

 

 

 

 

 

 

 

 

 

 

 

 

 

5. 갑질 보도로 생각한 것

 

 

ㄷ항공 오너 2세들이 자신이 부리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했다는 갑질 보도를 여러 번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인간은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져서 그 충동을 이겨 내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둘째, 그들이 보통 사람이면 참았을 상황에서 크게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재벌 2세로 가진 게 많다고 해서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행복한 사람은 웬만한 일에 화를 내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개인 차’가 있겠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을 생략함.) 


 
어쩌면(나의 편견일지 모르겠으나) 재벌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기 어려운 존재들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원하는 것이면 뭐든 살 수 있기 때문에 뭐 하나 사고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 그들에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게 노력해서 돈을 버는 보람을 모를 것 같기 때문이다. 또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경험이 부족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행복은 금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지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숙명은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남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그 순간에 잠깐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대체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싸우고 나서 기분 좋게 웃는 사람이 드물듯이 말이다. 그러니 화를 내면 낼수록 그 자신은 불행해진다.

 

 

<더 나은 세상>에 따르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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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이런 접근은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욱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많은 증거가 나와 있다. 또한 그러한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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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을 살면서 걱정이 있고 불쾌한 일을 겪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신이 바라는 바가 이뤄지지 않기 십상이다. 완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더 불행하거나 덜 불행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최선은 덜 불행해지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인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겸손해지는 법. 재벌 2세들에게서 알 수 있듯이 오만한 사람일수록 행복은 멀어져 간다.   

 

 

 

 

    

 

 

 

 

 

 

 

 

 

 

 

 

 

 

 

 

 

 

6. 책은 아무 때나 읽기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은 독서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책을 읽어도 몇 시간만 잠자고 나면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나니 밤새워 책을 읽으면 컨디션이 나빠져서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있다. 그래서 잠 잘 시간에 책을 읽는 걸 삼간다.

 

 

예전엔 하루에 책 한 권을 뚝딱 읽기도 했지만 이젠 긴 시간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시간이 날 때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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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바로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분명 즐거움을 놓치고 말 것이다.

 

- <천천히, 스미는>, 홀브룩 잭슨이 쓴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220쪽~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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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재미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직 책을 읽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즐거움을 알려면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듯 독서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어 본 사람만이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그러니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읽되 지루하게 읽힐 책 말고 자신이 흥미를 느낄 책을 찾아 읽는 게 요령이다.

 

 

늙어서 이제 책을 읽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명심할 건 이것이다. 앞으로 사는 동안 내가 가장 젊은 게 오늘이라는 것. 

 

 

 

 

 

 

 

 

 

 

 

 

 

 

 

 

 

 

 

 

 

 

 

7.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옷 쇼핑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옷 중 맘에 드는 몇 개를 골라 놓고 그중에서 단점이 있는 옷을 마음에서 잘라 내야 한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러하다. ‘A란 옷은 색상이 맘에 드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들고, B란 옷은 디자인이 맘에 드나 색상이 맘에 들지 않고, C란 옷은 가격이 비싸서 안 되고 그러니 D란 옷으로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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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의 저장고일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들의 저장고다. 세상 많은 것들 중 한 곳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포커스! 그 대상만 커지고 또렷해지고 성큼 다가온다. 이것으로 왜곡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을 마음에 담는 일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담는다는 것은 보태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잘라내는 작업이다.

 

- 배혜경, <고마워 영화>,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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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만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인생에서도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돌아보니 나도 살면서 마음에서 잘라 낸 것들이 많다. 두 가지를 다 하려면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발레를 배우기 위해 (한때 재밌게 배웠던) 현대 무용을 잘라 내고,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한때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를 잘라 냈다. 독서에 있어서도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추리 소설 같은 재밌는 책을 잘라 내고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또 글을 쓰면서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함을 알았다. 전체 사진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사진이 되듯이 전체 글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글이 된다. 이때 잘라 내는 것의 아까움은 응당 치러야 할 대가이다.

 

 

 

 

 

 

 

 

 

 

 

 

 

 

 

 

 

 

 

 

 

 

 

8.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을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증명해 보고자 한다.

 

 

둘째 아이의 백일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우리집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상차림을 하느라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작은 형님(남편의 작은누나)이 새우튀김을 많이 해 와서는 바삭바삭해야 맛있다며 한 번 더 튀겨 내야 한다고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때 난 작은 형님에 대해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잡채, 불고기, 갈비찜 등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새우튀김까지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뿐 고마운 줄 몰랐다. 5월에 태어난 아이라 백일인 그날은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더운 날이었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걸 왜 해 왔냐고 말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작은 형님이 그렇게 새우튀김을 손수 해 온 것은 먼길 오는 나의 친정어머니와 친정아버지에게 대접하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한다.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속단은 금물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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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허락되고 무엇이 허락되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찬사를 보내지도 비난을 퍼붓지도 못한다.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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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하나도 고맙지 않은 일이 지금 와서는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 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에밀 시오랑이 말한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9.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솔직함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는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성이란 글의 내용을 독자가 공감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특수성이란 독자가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가 아닌 독특함을 갖고 있는 내용이어야 함을 뜻하겠다. 글을 쓸 적마다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나는 헤맨다.

 

 

그러나 보편성과 특수성과 무관하게 나를 감동시키는 글이 있다. 바로 솔직한 글이다. 솔직함 앞에는 어떤 평가도 부질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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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참 뜨고 있는 여류 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에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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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서 사실은 상대가 달이 아닌 자신의 손가락을 봐 주길 바랐던 것. 그것은 상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 같은, 그러나 부끄러운 일이라 글로 쓰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위의 32쪽의 글을 글쓰기에 솔직함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 주는 전범으로 삼으려 한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나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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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3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이 언니의 정신의 배를 부르게 한다고 생각하니
기뻐요.ㅋㅋ

엄마가 이제 연로하시니 등이 아프다고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다시피 합니다.
오늘은 갑자기 책 읽는 것도 한때겠구나 싶어요.
눈 좋을 땐 막 누워서도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안경 부러질까봐 그렇게도 못하고,
나도 엄마처럼 등이 아프면 앉아 있는 것도 괴롭겠지
생각하니까 그렇더라구요.

잠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잠을 포기할래? 책을 포기할래?하면 전 차라리 책을 포기할 것 같아요.
대신 영화와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가 있으니까.ㅋ

페크(pek0501) 2018-04-30 22:16   좋아요 1 | URL
하하~~ 사진 속에 님의 책이 있지요? 당근 배부르게 하지요~~.

연출한 사진이 아니라 책상 아래에 쌓여 있는 책을 그냥 찍었답니다. 저 책 뒤에도 책이 많이 쌓여 있어요.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아 그땐 저런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었었구나, 하며 보겠지요.

저도 친정어머니가 늙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면서 힘빠지곤 해요.

잠, 중요하죠. 저는 고단하면 무조건 눕는 스타일입니다. 몸이 제일이다 그러면서요.
저는 고단할 땐 누워서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 듣고 있어요. 그러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와서 끝부분을 못 듣고 자고 말아요. 그러면 다음날 또 켜서 듣는데 역시 도중에 잠이 와서 끝부분을 아직도 못 듣고 있는 게 있답니다. 웃기죠?

서니데이 2018-04-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4월에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셨군요. 사진 속의 책을 세어보니 20권이나 되는데요.^^
7번을 읽으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요.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줄일 수 있다면 다듬고 줄이고 싶어요.
오늘은 4월 마지막날인데,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미리 5월 같아요. 5월 0일 같은 기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4월, 기분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8-04-30 22:20   좋아요 1 | URL
후훗... 저렇게 많은 책을 한 달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냥 요즘 옆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이랍니다. 내용을 대충 다 알 정도로 다 들춰 보긴 했는데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있어요. 다 읽은 책도 책장에 꽂기 싫고 저렇게 쌓인 채로 둡니다. 이것 역시 게을러서가 이유가 됩니다.

내일까지 미세먼지가 있다가 모레 비가 온다고 하니 제 마음은 빨리 모레가 왔으면 싶네요.
푸른 5월을 맑은 공기와 함께 맞고 싶네요. 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길...
고맙습니다.

라로 2018-05-0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쌓아놓은 책 중에 제게 있는 것은 5권네요!! ㅎㅎㅎㅎ 한권이라도 있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 5권이나 되어 신났어요. ㅎㅎㅎㅎ
여전히 잠자기 30분은 독서로 보냅니다만 요즘은 영화도 자주 봐요. 그러니까 자꾸 책 읽는 것에 소홀해지네요. 의무로 책을 읽는다고나 할까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대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05-03 11:11   좋아요 0 | URL
5권이나 겹친다고 하니 반갑네요. 저도 여러 님들의 서재에서 책 사진을 보곤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저의 책과 안 겹치는지...ㅋ 한두 권만 겹치더라고요.

저는 어젯밤 잠자기 전에 한 시간이나 책을 봤어요.
책 읽기에 소홀할 때는 기록이 최고지요.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독서 노트에 책 이름을 기입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속도를 내야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5월에는 몇 권이나 기록하게 될지 계획도 세우고 말이죠.(기록하는 재미는 해 본 이들만 알 듯..)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 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5-0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0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 12시에 잠들면 새벽 4,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요. 그럴 때 정신이 맑으면 읽다 만 책을 읽기 시작해요. 아침 일찍 일어날 때 휴대폰부터 먼저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제 그 습관을 없애려고 해요. ^^

페크(pek0501) 2018-05-03 11:15   좋아요 0 | URL
아침형 인간에 속하는 분이시군요. 저는 저녁형인가 봐요. 밤에 책 읽으면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몸 컨디션이 나쁠 때를 빼고는요.

제가 눈 뜨자마자 폰을 보는 건 날씨 때문이에요. 미세먼지가 있나, 비가 오나,를 살피고 일어난답니다. 폰을 많이 보고 나면 시간이 아깝지요. 책을 많이 본 날은 뭔가 하루를 뿌듯하게 보낸 것 같고 말이에요. ㅋ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은 미세먼지 없이 맑아서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8-05-04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생각들이 결코 작은 게 아니라는 게 페크 님의 독서를 보면 느껴져요.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월도 행복하게요~~

페크(pek0501) 2018-05-05 10:57   좋아요 0 | URL
저자께서 방문하셔서 반갑습니다. 님의 글도 인용을 했답니다. 히힛...

일상의 위대함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행복한 5월이 되시길...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