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그 이상의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이 책의 단점이다.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독서 모임을 하다 보니 이 책처럼 내가 읽고 싶던 책이 아닌데도 읽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 책을 완독했지만 토론할 만한 책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이 책에 대해 토론하는 날 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구두쇠, 포르노, 불륜’에 관한 글이다. 


‘구두쇠, 포르노, 불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구두쇠, 포르노, 불륜은 모두 대상과 상상으로 관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두쇠는 자기 보물을 실제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 포르노를 보는 사람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면모를 극단적으로 확대한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은 그 관계를 실제보다 더 새롭고 짜릿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상상이 힘을 잃는 순간 이런 관계들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 이충녕,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178쪽.


“구두쇠는 자기 보물을 실제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178쪽) 이에 대해 내 생각을 적어 보려 한다.

  

⇨ 구두쇠는 자기 보물을 실제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고 하는 말에 동의한다. 구두쇠는 누구나 죽을 땐 빈손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가 보다. 언젠가는 이승에 놓고 갈 보물인데 그것이 가치가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가? 자신의 가치보다 더 높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친구 중에 가난하지 않은데도 10년간 밥 한 끼 사는 일이 없는 구두쇠가 있다고 가정하자. 나는 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친구야, 네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밥을 얻어먹기만 하고 한 번도 사지 않아 10년간 돈 50만 원이 굳었다고 하자. 너는 금전적 이익을 봤다고 여길 테지. 그러나 네가 매력 없는 친구가 되는 점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구나. 네가 친구 사이에서 매력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50만 원 이상의 손실이 아니냐?”


난 구두쇠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만날 때마다 내가 상대방보다 돈을 더 써서 손해를 볼 것 같아서가 아니다. 구두쇠는 무엇보다 매력이 없어서다. 호감이 가지 않아서다. 구두쇠가 결혼하면 부부 사이가 좋을 수 없고 자녀와도 사이가 좋을 수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구두쇠가 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싫어할 유형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에게 인색한 이를 좋아할 자가 없을 테고 그런 이에게 복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는 하나의 단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의 다른 면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본다. 가령 구두쇠를 볼 때 인색하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그의 장점마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것이 구두쇠들이 감당해야 하는 큰 손해가 아닐까 한다. 어떤 이는 저축을 많이 하고 싶어 알뜰하다 보니 남에게 구두쇠로 보였을 뿐인데, 구두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너무 가혹하다고 혹자는 말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다고 여긴다. 그래서 가혹한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구두쇠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주장의 요지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4-07-23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서재 이미지에서 여름의 시원하고 좋은 느낌이 들어요.
10년동안 한번도 밥을 사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좋은 점이 있었을까요.
인색한 사람과는 오랜 시간 친구관계가 유지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검소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좋을 것 같은데,
남에게 특별히 인색한 사람이 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고 비가 자주 오는 시기예요.
건강 늘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7-24 11:13   좋아요 2 | URL
서니네이 님, 오랜만이죠? 여름이라 시원하게 보이는 풀장과 푸른 나무들로 서재를 도배해 봤어요.
구두쇠들에게도 아마 장점이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깨달은 것은 돈에 짠 사람은 마음이 넉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에요. 그 두 가지가 같이 간다고 봐요. 알뜰함은 자기 혼자의 생활에서만 발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알뜰함을 접어야 한다는 거죠.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놨는데 조금 전 비가 와 안으로 들이쳐서 닫았네요. 그러더니 지금은 화창한 날씨가 되었네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 늘 조심,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4-07-2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2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4-07-25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 읽고도 일부러 독서모임에 안 나가셨군요. 저는 한동안 두세개 가량의 독서모임에 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 그만두었어요.

제 주위에는 구두쇠는 없는 것 같아요. 하나같이 밥 사주려고 하는 사람들 밖에 없네요.

불륜은 해 본적이 없지만,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다만, 불륜 뿐 아니라 정상적인 연애도 일정부분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이뤄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혼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는데, 연애 시절과 결혼 생활 중 우리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생각 속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좀 더 소통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깨뜨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어요.

페크pek0501 2024-07-25 12:59   좋아요 0 | URL
제가 속한 독서 모임은 한 달에 두 번, 모여요. 2주에 한 번꼴이죠. 처음엔 완독하고 무조건 참석하려 했는데 토론거리가 없는 책으로 모일 땐 외출하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책이 맘에 드는 경우만 참석하기로 했어요.ㅋㅋ 맞습니다. 그래서 연애하는 사이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아도 사실은 가장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아마 상상력이 없다면 연애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인생 깁니다. 앞으로 좋은 반려자를 만나길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4-07-25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두쇠, 포르노, 불륜 세 가지가 다를 것 같은데 공통점이 있다니, 재미있네요 아끼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끼지 않아야 할 때도 있겠습니다 그걸 잘 구별한다면 그렇게 안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지요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쓰기...


희선

페크pek0501 2024-07-25 13:02   좋아요 0 | URL
세 가지의 공통점은 과장해서 확대 해석한다는 거죠. 이 부분, 저자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쓰는 것. 정답입니다. 쉬우면서도 어렵죠.^^

2024-07-26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 <시민덕희>는 한부모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인 ‘덕희’가 ‘보이스 피싱’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40대 여성인 덕희는 화재로 인해 일의 터전인 세탁소를 잃고 나서 세탁 공장에 취직하여 일하게 된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출을 받고 싶었던 그녀에게 거래 은행의 손대리라는 사람이 전화한다. ‘보이스 피싱’인 줄 모르고 그녀는 손대리에게 큰돈을 송금한다. 나중에 사기당한 것을 안 그녀는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지만 안일하게 대응하는 경찰관의 태도에 실망한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자기 스스로 범인을 잡겠다며 세 명의 여성과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결국 그녀는 ‘보이스 피싱’ 범죄 조직의 총책을 잡는 데에 성공한다. 그녀 덕분에 경찰은 총책을 체포할 수 있었다. 총책이 고용한 변호사는 합의금 3억을 제안하지만 그녀는 그 돈을 받지 않겠다며 합의를 끝까지 거부한다. 그러고는 일상의 그녀로 돌아와 세탁 공장에서 일한다.    


이 영화에서 내가 눈여겨 본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경찰관들의 안일한 태도다. ‘보이스 피싱’ 사기 사건이 속출하다 보니 경찰 입장에선 낯선 일이 아니겠으나 사기당한 피해자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면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합의금 3억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 거액의 유혹을 물리친 덕희의 결단력이다. 그녀는 돈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듯 보이는 사회에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음을 몸소 보여 줌으로써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을 제시한 셈이다. 




....................

2024년 1월에 개봉한 영화다.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영화다. 강추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24-07-23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언니! 오랜만이어요. 지난번에도 이런 인사했죠? ㅋㅋ 넘넘 덥네요. 아직 여름은 반이나 남았데.ㅠ
이 영화 재밌을 것같아요.
모쪼록 남은 여름 잘 보내시고 또 소식 전해주세요.^^

페크pek0501 2024-07-23 15:47   좋아요 1 | URL
예, 스텔라 님, 반가워요. 제가 좀 서재에 뜸하지요?
시민덕희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영화 모임에서 선정한 영화라서 봤는데 좋은 영화였어요.
그저께 가족과 물놀이 가서 찍은 사진으로 오늘 서재를 도배질 했네요. 모레 벌써 중복이니 여름이 잘 가고 있다는 것이죠. 다음에 답방 갈게요.(글 올린 날은 피로해서요.ㅋ)^^

hnine 2024-07-24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ek님,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시민보다 더 행동이 굼뜨고 무사태평인 듯 한 경찰이 나오는 대목에선 답답해서 한숨이 나오기도 했고요. 재미도 있고 사회성도 있는, 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였답니다.
영화 모임도 하시는군요. 저도 영화나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와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들어요. 대화할 상대를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하는 때가 왔나봐요.

페크pek0501 2024-07-24 11:17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보셨군요. 저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 모임, 독서 모임, 스터디 모임까지 하고 있어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공부하는 것보다 더 재밌는 게 없어서요. 학창시절에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를 찾아서 하고 있는 아이러니!!ㅋㅋ
나인 님도 가까운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독서 모임을 하신다면 좋을 듯합니다. 일단 장소와 음료가 해결되거든요.
저는 이제 맘에 드는 책일 때만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어요.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길 응원합니다.^^

감은빛 2024-07-25 0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실화 기반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시죠? 그리고 실제 현실은 영화 보다 더 엉망이었구요.

실제로 보이스 피싱 사기를 당한 후 총책을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분은 현재까지도 경찰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고, 경찰은 제보 사실을 숨기고 자신들이 총책을 잡았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어요. 저 피해자이자 제보자는 지금까지도 제보자로서의 위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영화, 저는 솔직히 너무 못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야기가 이렇게 극적인데, 이걸 이렇게 못 살리다니 하는 생각입니다. 라미란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서 점수를 안 줄 수는 없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작품성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24-07-26 12:25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오랜만입니다. 실제로는 범인 잡으러 중국에 가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 부분을 영화에 넣은 게 저는 좋았어요. 원래 현실이 엉망이다 보니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언론 플레이는 흔희 있는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죠. 실제로 상금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못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은 일부 동의할 수 있어요. 통쾌한 점도 있지만 속이 터지는 부분도 있는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준다면 이 영화에 만점을 주고 싶어요. 여성 넷이 뭉쳐 멋진 활약을 보여 주었거든요. 개인이 힘을 합하면 큰 힘이 된다는 걸 증명해 주었어요.^^

희선 2024-07-25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거군요(감은빛 님 댓글 보고 알았습니다) 보이스 피싱은 잡기 어렵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듯합니다 그런 걸 평범한 사람이 하다니 대단하네요 경찰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7-25 12:46   좋아요 0 | URL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든 경우가 많더라고요. 평범하지만 때로는 비범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이지요.
보이스 피싱이 사라져야 할 텐데 말이죠. 세상이 발전할수록 범죄도 발전하는 것 같아요.
 



영화 <아무르>는 아내 ‘안느’와 남편 ‘조르주’가 주인공이다. 음악회에 다녀올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 80대 노부부가 갑자기 불행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내가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더니 치매를 앓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을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은 온갖 정성을 들여 간병한다. 딸이 방문하기도 하지만 별 도움이 못 된다. 간병인을 써 보았으나 맘에 들지 않아 해고한다. 노부부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저 고통 속에서 살 뿐이다. 간병을 하느라 애쓰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어느 날 먹기를 거부한다. 이에 화가 난 남편은 그녀의 뺨을 때린다. 남편은 점점 지쳐 가고, 아내는 통증이 있는 듯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결국 남편은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죽이고 만다.

 


자신이 이미 늙어서 언제까지 아내를 간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아내를 죽이기로 한 남편의 선택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기대 수명이 증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기뻐할 일이 아니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동을 못하는 배우자와 그런 배우자를 지켜보며 간병하는 사람 중 누가 더 고통스러울까? 배우자를 간병하기가 힘들고, 비용 부담 때문에 배우자를 요양원에 보낼 수가 없을 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용변을 볼 수 없을 때도 인간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본인이 원한다면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든 영화였다.  

      


....................

넷플릭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영화다. 강추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4-06-23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4-06-24 10:32   좋아요 0 | URL
저도 안락사의 필요성을 느끼곤 했는데, 만약 안락사를 합법화한다면 장수하는 부모(95살쯤)에 대해 자식들이 은든히 안락사를 바라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작용이 있을 듯합니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고 매달 그 비용을 대는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어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잉크냄새 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웠어요.^^

2024-06-25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3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모모 2024-07-24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이 영화 시청중이에요. 강추한 이유 빠져봅니다.^^

페크pek0501 2024-07-24 17:00   좋아요 0 | URL
예, 구름모모 님. 누구나 노년이 있고, 부모의 노년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공감 가는 영화일 듯해요.
어떻게 늙어 가야 하는지, 그리고 부모에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69세’는 간호 조무사인 이중호(남성, 29세)가 환자 심효정(여성, 69세)에게 성폭행한 사건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사건은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어났다. 나는 오십견을 앓은 경험이 있어 오십견을 앓고 있는 69세 여성이 힘이 센 젊은 남성의 성폭력을 막을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피해자인 심효정은 고민 끝에 성폭력을 당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기로 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인 이중호는 경찰관에게 “성폭행 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 합의하에 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러한 가해자의 진술도 있고,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리가 없다는 의문과 그녀의 부족한 기억력으로 인해 그녀를 치매 환자로 오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였다.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괴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피해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여 그녀에게 2차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찰관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친절이 지나치셨네”라고 말한 것은 한 여성이 성폭력을 당한 큰 사건에 대해 농담할 만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보여 줌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또 수간호사가 여성 피해자에게 “조심 좀 하시지”라고 말한 것은 피해자가 마치 조심하지 않아서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말함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성범죄의 폭력성만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일상적 언어에서도 폭력성이 느껴질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좋은 영화였다.


















.................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를 보았다. 강추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6-23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실환가요?
노인이 젊은 사람에게 성폭행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런 일은 의외로 많이 묻힌다고 하긴 하더라구요.
늙었는데 뭐 어떠냐는 식의 안일한 대처.

페크pek0501 2024-06-24 10:27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은 많이 아시네요. 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주위에서 믿어 주지 않은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결국 자살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노인들은 피해자가 되어도 창피한 마음에(그리고 남들이 그 나이에 뭐...이런 식의 생각을 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노인들을 노리는 이들이 있을 것 같네요.
성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하고 편히 살 수 있겠어요. 참 슬픈 현실입니다.

blanca 2024-06-24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봐야겠네요.

페크pek0501 2024-06-24 10:29   좋아요 1 | URL
예. 제가 속해 있는 영화 모임에서 선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토론을 했었죠.
대사가 많지 않고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강추합니다.

2024-06-25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정운, <법구경 마음공부>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착은 무서운 것이며, 위험한 것이다. 쇠에서 나온 녹이 쇠를 삭히듯이 사람은 자신의 집착으로 자기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 비구들은 어떤 공양물이든 풍족하기를 바라지 말고, 집착해서는 안 되느니라.”(89쪽)


수행자가 집착(번뇌)으로 인해 자신을 망치고 있으니, 집착을 버리라는 뜻이다. 이 게송이 세간에 던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법구경》 제42번 게송에서도 ‘상대방이 주는 피해보다 매우 심각한 것은 자신의 그릇된 마음’이라고 하였는데, 모두 같은 의미이다. 외부의 적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난 분열로 자신이 파괴되는 법이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도 “불행은 자기 자신에게서 만들어진다”라고 하였다.(89~90쪽)


니체도 같은 말을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그러나 그대가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이다.”(110쪽)


책을 읽다 보면 표현만 다를 뿐, 뜻이 같은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의 소설이다. 나는 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기 시작했던가 하고 조금 후회를 했다가 다음과 같은 시적 분위기가 풍기는 문장이 많아 후회를 하지 않게 되었다. 


너는 그런 사정을 띄엄띄엄 조각내어 들려준다. 오래된 코트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무언가를 하나씩 꺼내놓는 것처럼.(28~29쪽)


너는 남색 교복 재킷에 마찬가지로 남색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리본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 흰색 양말에 검은색 슬립온 슈즈. 양말은 온통 하얗고 신발은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친절한 일곱 난쟁이가 날이 밝기 전에 정성껏 닦아준 것처럼.(30쪽)


방은 따뜻하고 조용하다. 시계가 없어도 무음 속에서 시간은 흘러간다. 발소리를 죽이고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야윈 고양이처럼.(39쪽)


사랑이나 연애 같은, 요컨대 내면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대놓고 글로 쓰기 시작하면 나 자신이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41~42쪽)


그래도 그림자는 조금 저항했지만 곧 문지기의 억센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내 몸에서 벗겨져나가, 힘을 잃고 옆 나무 벤치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몸에서 분리된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장화처럼.(66쪽)


453쪽까지 읽었는데 다음의 문장이 시적 분위기가 압권이다. 


훗날 고야스 씨는 자신이 왜 일상적으로 스커트를 입는지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268쪽)

 



3.













 시요일 엮음,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오늘 뽑은 시..........


화양연화(花樣年華)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64~65쪽)




4. 

돈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즐거움을 누릴 줄 안다면 복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란 가령 시를 읽는다든지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과 같은 것.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4-05-24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돈이 되지 않는 자원봉사를 하고 왔고, 매일 드라마만 보다가 이제 겨우 정신차려 다시 책을 손에 들고 있답니다 ^^
김사인 시인의 시는 근래 제가 읽고 리뷰 올린 앤드푸 포터의 책 <사라진 것들>과도 통하네요. 책을 읽다보면 표현만 다를 뿐 이라는 말씀, 맞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4-05-25 11:17   좋아요 0 | URL
나인 님, 반갑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다니 훌륭하십니다. 저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급식을 위해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점심시간에 가서 아이들의 식판에 밥과 반찬을 퍼 주는 일이었죠.
사라진 것들, 저도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 놨는데 아직 구매하지 못했어요.
지금 친정에 가야 해서 나중에 그 리뷰를 읽어 보러 가겠습니당^^

모나리자 2024-05-25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글쓰기도 많이 하셨군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적으신 내용과
일치하는 듯합니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자신이 창조하는 거라지요.
하루키의 신간, 그것도 아주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보람을 얻으신 듯합니다.
남은 5월 잘 마무리 하시길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4-05-28 11:09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 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가워요. 제 눈에 안 보이길래 서재 활동을 쉬고 있는 줄 알았어요. 제가 북플로 새 글을 보거든요. 좋은 책이라기보다 독서 모임에서 한 달에 두 권 읽는 거라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죠.
요즘 제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있어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이라는 말이에요. 자기 기분이 나쁘다고 남에게 함부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잖아요. 가족 간 부부간 친구 간에 조심할 일이에요.
하루키의 책은 두꺼워서 언제 읽나 했는데 의외로 빨리 읽혀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내용이라 복잡해서 리뷰는 못 쓰겠어요.ㅋ 모나리자 님도 편안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4-05-25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작년에 하루키 신작 출간 소식을 들었을때 무척 기대하면서 우리나라 번역판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납니다.
작년 9월에 한국어판이 나왔으니, 벌써 꽤 시간이 지났네요.
근데 책을 사두고 몇달 전에 읽어서 그런지 얼마전의 일 같아요.
작가의 나이가 있어서 앞으로는 점점 더 이런 장편신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씨가 많이 더워졌고, 장미가 가득 피는 5월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5-28 11:1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여름입니다. 그제는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고 어제는 병원 갈일과 강좌 수강이 있었어요. 오늘도 나갈 일이 있네요. 이번 5월은 유난히 바쁘네요. 그래서 댓글이 늦었습니다.
하루키의 나이가 적지 않지요. 49년생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잘 늙지 않아 80세 넘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미가 참 예쁘죠?
늘 건강하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서곡 2024-05-26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두 사진이 계절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곧 6월이네요 남은 시간 건강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5-28 11:15   좋아요 1 | URL
인트로, 의 뜻을 몰라 네이버에 다녀왔잖아요. 조금만 어려운 말 쓰면 제가 모른다니까요. 깔깔~~
덕분에 배웁니다.
아, 여름은 무섭습니다. 갱년기 시작된 이래로(이 끝나지 않는 갱년기!) 더워요. 원래 제가 땀이 없고 더위를 한 타는 체질이었는데 체질이 바뀌나 봅니다. 더위를 못 참겠어요. 책 속에 파묻혀 지내면 괜찮을거야, 하고 스스로 힘 내고 있어요. 좋은 주말 보내시길...^^

서곡 2024-05-28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죄송합니다 ㅎㅎㅎ 그냥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적어도 됐는데 제가 멋부리고 싶었나봐요 ㅋㅋㅋ 오늘 잘 보내시길요~~

페크pek0501 2024-05-28 11:29   좋아요 1 | URL
하하~~ 괜찮습니당~~ 그래서 제가 배우게 되니까요. 앞으로도 좀 어려운 말 써 주세요.ㅋㅋㅋ

서니데이 2024-06-0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장미가 예쁘던 5월이 지나고 오늘부터 6월입니다.
요즘엔 6월부터 여름 느낌이 들 만큼 더워지는데,
건강 늘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6-07 12:30   좋아요 1 | URL
벌써 6월이네요. 시간 참 잘 가죠?
오랜만에 로그인해서 들어왔어요. 더위 때문에 올 여름도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가을이 와서 아쉬우려나...
서니데이 님도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십시오.^^

2024-06-17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0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