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차별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하여.................... 


성소수자와 이주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처리 절차에 대한 신뢰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보복 우려 등으로 문제 제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신고되지 않은 ‘숨은 차별’이 많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도 매우 부실하다.(54쪽)


사정이 이런데도 차별이 없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정책이나 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무지한 것을 넘어 무책임한 것이다.(54쪽)


흥미로운 것은 주저하고 침묵하는 정치인들도 약속이나 한 듯 “성소수자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주자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단다는 것이다. 원칙적 입장이라도 밝혔으니 다행일까? 아니다. 차별 문제가 제기된 지 이미 10여 년이 흘렀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입법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55쪽) 





**












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이중화법이 넘쳐나는 이유와 관련하여.................... 


워싱턴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는 연방 고등교육법(HEA) 제3부에 따라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 신청서에서 “학생 평가, 교육 전략, 학습 지원, 그리고 학생들이 만족스럽고 생산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기술과 지식을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성공하도록 효과적으로 장려하는 개입 등의 종합적 과정을 조직하는” 것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언급했다. 물론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삶을 꾸려 나가는 법을 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식으로 썼다면 지원금을 결코 받지 못했을 것이다.(88쪽)


왜 모호하게 말할까? 답은 간단하다.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이 명료한 언어로는 충분히 인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지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어쨌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건 별로 대단한 게 아니라는 뜻이 되니까. 그래서 이중화법이 넘쳐난다.(88쪽) 


암스트롱은 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읽는 학자들은 글이 명료할 때보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 저자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고 보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일수록 글을 모호하게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다른 많은 전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이중화법이 이득이 된다.(90쪽)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인종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흑인은 이유 없이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다섯 배 높고 구금당하는 비율도 백인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실험에 따르면 경찰과 민간인 모두 무기를 소지한 백인보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흑인에게 총을 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경찰에게 총격당한 흑인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경우가 백인의 두 배다.(131~132쪽)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지 두 달 후,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연대를 표현한 선수들에 대한 반발로 일부 축구 팬들이 돈을 모아 ‘백인의 생명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라는 현수막을 맨체스터 경기장 상공에 띄웠다.(142쪽)


반흑인 인종차별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증거가 없는데도 백인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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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30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무지를 가장하여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고자 합니다.

페크pek0501 2025-12-02 17:0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죄를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할 때, 생각이 안 납니다, 잘 몰랐습니다. 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죠.
위의 책들을 읽다 보면 가장 똑똑한 것 같아도 또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란 존재 같습니다.^^

희선 2025-11-30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차별하기도 하겠습니다 말하기보다 행동하기가 중요할 듯합니다 그래야 할 텐데... 저도 잘 못하는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2 17:08   좋아요 0 | URL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차별하는 사람, 차별하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저 역시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사실은 차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yamoo 2025-12-0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3권의 책인데, 모두 분열을 일으키는 화법(말)에 관한 책인듯합니다. 저는 ‘착각‘시리즈를 모으다 보니, 맨 위 책이 눈에 확 띠네요! 구매대상 책으로 확정~~~

페크pek0501 2025-12-02 17:11   좋아요 2 | URL
3권의 책 중 하나가 스터니 모임에서 다루는 책인데 일부러 비슷한 책으로 두 권 더 구매해 비교하며 읽고 있어요. 저자의 시각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라는 책도 있지요.ㅋㅋ

모나리자 2025-12-04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이라는 화두는 아직도 세상에 만연해 있는 주제인 것 같네요.
이중화법에 대한 인용 글도 공감할 만합니다. 지식인 중에는 어렵고 고상한 문장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세 권의 책은 지금 우리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책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세상은 좋아지고 미래도 나아가리라고 믿습니다.^^

페크pek0501 2025-12-04 12:28   좋아요 0 | URL
시대가 변해도 차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있습니다. 백인이 역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황당합니다. 그들에게 다음에 태어날 땐 백인과 흑인 중 어느 쪽으로 태어나고 싶은지를 묻고 싶네요.
이해하기 어렵게 쓴 글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저처럼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겐 힘 빠지는 일입니다.ㅋㅋ
그러나 이런 책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겁니다.
 

며칠 뒤면 12월이다. 앞으로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 ‘새해,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골랐다.


....................  


오래전이었다.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을 응모하여 일곱 번이나 낙선한 뒤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는 다음 해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해 7년이나 습작 기간을 가졌으리라. 그런 긴 세월을 보냈기에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실패할 때 배울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낙선할 적마다 자기의 소설 작품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궁리함으로써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여러 번 가졌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그가 일곱 번 낙선한 건 좋은 경험이라 볼 수 있다.


나 역시 글을 쓰느라 노트북을 끼고 살았으나 오랜 기간 동안 성과가 없었다. 내게 '글쓰기'는 불러도 대답 없는 연인 같아 때로 맥이 풀렸고 때로 소질 없음을 탄식했다. 글쓰기를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구점에 가서 공책 한 권을 사고 나면 언짢은 기분이 풀리곤 했다. 매일 글을 써서 그 공책을 글로 가득 메우고 나면 나의 글쓰기 역량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새 희망의 길을 열어 주어서다.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던 장면을 다시 보는 것도 새 희망을 갖게 했다. 높은 곳에 오른 다이빙 선수가 공중에서 세 번 회전한 후 멋지게 입수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 하고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 다이빙 선수도 수없이 실패하면서 꾸준히 연습하여 공중회전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자, 나도 꾸준히 습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엔 밑바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겠다. 언젠가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다. 수영을 그만하고 싶을 땐 내 발이 밑바닥에 닿지 않아 당황했다. 물속에서 발버둥을 쳤으나 내 몸이 올라가지 않고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발이 수영장 밑바닥에 닿았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몇 번의 시도 끝에 밑바닥을 발로 차고 헤엄쳐서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기에 물속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이 일로 '밑바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건강을 염두에 두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몇 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로선 도전이었는데 활력을 얻고 싶어 용기를 냈던 것. 처음 발레를 시작할 때 밑바닥에서부터 배우는 게 좋았다. 왜냐하면 발레를 배우면서 나의 발레 실력이 수영장 밑바닥처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고 오로지 한 단계씩 올라가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배울 예정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발레 실력이 향상될 터였다. 발레만 그렇겠는가. 글쓰기를 비롯해 악기 연주, 그림, 외국어, 요리 등 뭐든 꾸준히 배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력이 향상되지 않겠는가.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은 그 자체로 값지다. 최소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운때가 맞아야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운이 들어오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운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실력과 운때가 서로 만나서 결실을 거두는 날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사는 자에게는 운때가 소용없다.


새해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많겠다. 요즘 글쓰기 강좌가 인기 강좌로 떠오른 것을 보면 글쓰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이들이 전념을 다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쉽게 단념하지 않기를 바란다. 목표를 이루려면 으레 실패라는 정거장을 거쳐야만 한다고 여기길 바란다. 실패했다는 것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하여 분투했다는 것이고, 분투했으니 이전보다 높은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한 횟수가 늘었다는 것은 자기의 글쓰기 역량이 그만큼 신장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믿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과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23년 1월에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내 글을 <추억의 글>로 올린다.





(후기)..............................

주 1회로 인문학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이 열 명이 넘는데 그중 책을 낸 이들이 몇 명 있다. 이번엔 세 명의 수강생이 책을 내어 합동으로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고 한다. 날짜를 잡아 강좌가 시작되기 전에 수강생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소감을 나누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조촐한 모임이다. 바야흐로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수강하는 강좌는 미리 책을 읽고 가야 하는 강좌다. 그리고 책을 낸 수강생들끼리 모이는 '스터디 모임'을 두 개 갖고 있다. 하나는 '철학이나 사회학 관련 책'을 읽고 얘기 나누는 모임이고, 또 하나는 '세계 단편 소설'을 읽고 얘기 나누는 모임이다. 이렇게 세 군데에서 다룰 책을 매달 읽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니 바쁘다. 그래서 내가 꼭 읽어야 한다고 여기는 필독서를 많이 읽지 못하고, 지인들이 낸 책들은 아예 읽을 엄두를 못 다. 


한 달을 반으로 나누어 15일은 책을 읽고 15일은 글을 쓴다. 물론 외출하는 날에는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못한다. 지난 토요일에도 지방에 결혼식이 있어 다녀오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 있어 신문을 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 다음날은 쉬느라 집안일 외에 아무것도 못했다.    


게다가 연로한 친정어머니의 집 살림까지 도맡아 해서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어 시간이 축난다. 


칼럼으로 써 놓은 글들이 있으나 신문에 기고할 목적으로 쓴 것이라 이곳 서재에 올릴 수가 없다. 신문에 기고할 글은 미발표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오늘 올리는 이유를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글을 새로 쓸 여유가 없어 이미 올렸던 글을 또 올리는 것에 대해 양해해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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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1-28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은 정말 열심히 사시네요. 그런 열정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책을 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전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ㅎㅎ

그나저나 신춘문예 7번 낙선하고 드라마 작가된 분...저는 그것도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10번 낙선하고 계속 드라마 시나리오 써도 데뷔 못하는 사람 여전히 많습니다. 작품이 의외로 좋은 낙선작도 많이 봤어요. 이건 진짜 운과 연대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1인이에요. 누구나 노력합니다만...드라마 작가는 진짜 우연적인 인맥이 좌우하더군요..

페크pek0501 2025-11-29 11:11   좋아요 0 | URL
(앞으로 두 번째 책을 내겠지요...ㅋ) 열심히 사는 건 아닙니다. 밤을 새고 글을 쓸 정도의 노력은 안 합니다. 건강을 챙기며 즐길 뿐입니다. 글쓰기의 가장 큰 성과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입니다. 친정어머니가 늙어가는 걸 보면서 느낀 점은 나이 들수록 취미 생활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노인정에 가는 취미를 붙이기 전까지 제가 어머니와 시간을 함께 보내 줘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혼자 계시지 못하더라고요. 그땐 학교에서 논술 선생으로 일할 때라 제가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저는 우리 애들한테 심심하니 와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운이 좌우한다는 것, 동감입니다. 운과 우연성을 소재로 칼럼을 쓰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5-11-30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어진 사람이 일어나는 첫 단계는 땅을 손으로 짚는 것이죠. 그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넘어진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겠고요.

페크pek0501 2025-11-30 13:37   좋아요 0 | URL
넘어진 사실을 인정해야 조심할 수 있겠지요. 뭘 배우든 기초 단계에 있다는 것은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만하죠.^^

희선 2025-11-30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해도 해도 잘 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쓰는 게 중요하겠지요 재능 타령하기보다 쓰기, 꾸준히 쓰는 게 재능이다 하는 사람도 있기도 하네요 성과가 없으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아서 쓴다면... 제가 그러네요

페크 님 여러 사람과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시는군요 하나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즐겁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십일월 마지막 날이에요 십이월 반갑게 맞이하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2 17:16   좋아요 0 | URL
저도 글쓰기는 잘 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걷다 보면 확 나아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가질 뿐입니다.
같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이 만나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것이 저는 좋더라고요. 유익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예. 벌써 12월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죠. 희선 님도 마무리 잘하는 12월 보내시고 새해 계획을 잘 세워서 반갑게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5-12-04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12월 한 달을 보내면 새해네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떠올려 보는 시기가 된 거지요.
어제는 비상계엄 1년이 되는 날이었네요. 시간이 왜 그리 빠른지...
차분하게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지금부터 하나씩 적어 보아야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 페크님. 이달에도 화이팅 하세요.^^

페크pek0501 2025-12-04 12: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벌써 12월이라니 1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새해 계획을 하나 세웠답니다.
모나리자 님도 파이팅!!!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대략 이십여 년 전 일이다. 전화로 점을 볼 수 있는 철학관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서 돈을 송금하고 점을 본 적이 있다. 나의 생년월일과 생시를 알려 주고 전화를 끊으면 역술인이 한 시간 뒤쯤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나’에 대해 얘기해 주는 방식이었다. 오래돼서 역술인에게서 들은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내가 뭔가 일을 하고 있고 ‘바위를 뚫는 의지’를 가져서 결국 해 내고 만다고 했던 말만 뚜렷이 기억한다. ‘바위를 뚫는 의지’라는 말이 문학적 표현 같아 지인과 통화하며 함께 웃었던 것까지 기억난다. 


그때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독서에 열중하던 시절이라 그 말이 기분 좋게 들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열중하는 일이 있긴 한데 내가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으나 지구력이 강해서 포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기한 것은 내가 주부이고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고 딱 잡아뗐는데도 역술인이 한사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우겼다는 점이다.


‘나의 서재’에 첫 번째 글을 올린 날(2009-01-30)부터 시작하여 오늘이 천 번째 글을 올리는 날(2025-11-14)이다. 그때 듣던 ‘바위를 뚫는 의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충 계산해 보면 약 십칠 년간 한 달에 다섯 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어떤 달은 네 개의 글을 올렸겠고 어떤 달은 여섯 개의 글을 올리기도 했겠다. 확실히 난 지구력이 있는 사람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인가 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력했다기보다 즐  겼  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내게 묻는 이가 있다면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많이 노십시오. 많이 놀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고 그 문장들을 노트북을 사용하여 타이핑으로 필사해 ‘나의 서재’에 올린 적이 많다. 그것들을 포함해 이곳에 올린 모든 글은 내가 약 십칠 년간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놀던 시간들’의 결과물이다. 예전에 비해 나의 글쓰기 능력이 조금이나마 향상되었다면 ‘낱말과 문장을 가지고 놀던 시간들’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며칠 전 남산에 가서 가을을 느끼고 왔다. 


  간 김에 2025년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천 번째 올리는 글을 기념하며 가을 풍경을 함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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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14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폐크님.천밴째 글쓰기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25-11-14 13:54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에 비하면 천, 이라는 숫자는 아무것도 아니지요.ㅋㅋ
그러나 저 개인으로 볼 땐 의미가 있어요. 처음에 리뷰를 올렸더니 서재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요. 우연, 이 큰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차트랑 2025-11-14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 년 후에도 저 단풍이 지금과 같기를.....

아, 저도요 축하드립니다 천번 째를요!

축하를 하러왔다가
깜박 잊었지 뭡니까.
카스피님 축하 글 보고 다시....

페크pek0501 2025-11-14 14:00   좋아요 0 | URL
천 년 후엔 단풍도 달라질까요? 잘 모르겠어요. AI 시대가 자연까지 변화시킬지 모르죠.
차트랑 님의 축하 댓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hnine 2025-11-14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0이라는 숫자가 각별하지요.
저도 1,000번째 리뷰를 올리고 나서 혼자 흐뭇하여 자축하는 페이퍼를 올린 적이 있어요. ‘올해 몇권 읽기‘ 같은 목표도 세워본 적 없는데 어느 날 문득 리뷰가 1,000번째 된 걸 보니 그때까지의 시간이 감격스러웠나봐요.
pek님, 천번째까지 꺾이지 않는 의지로 달려오셨듯이 앞으로도 한결같으시리라 봅니다.

페크pek0501 2025-11-14 13:59   좋아요 0 | URL
나인 님, 대단하십니다. 리뷰가 천 편이라니요. 우와!!!
알라딘에는 리뷰의 고수들이 많이 계시긴 하죠. 비교하면 저는 햇병아리이죠.
그래도 천 번째, 이다 보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별 일 없는 한,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달릴 듯 합니다. 나인 님 뒤를 살살~~ 따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잉크냄새 2025-11-14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 초기에 즐겨찾는 서재의 의미있는 숫자를 갭쳐해서 알려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일 100명 방문이라든지, 누적 1000명이라든지, 서재지수 999 라든지, 페이퍼 100이라든지....
의미있는 숫자를 캡쳐해주는 방문자에게 책 선물을 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또 방문자는 알 수 없는 즐찾 100명이라든지 하는 날에는 작게 이벤트를 열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5-11-15 13:26   좋아요 1 | URL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방문자 3만 명이 넘었다고 제가 페이퍼를 썼었지요. 그땐 그 숫자가 황송하더라고요.ㅋㅋ
맞아요, 책 선물 이벤트가 있었어요. 저는 삼행시를 짓는 어느 서재 님이 연 이벤트에서 책 선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벤트를 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희선 2025-11-14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축하합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셔서 천번째 글에 이르렀군요 앞으로도 즐겁게 글 쓰시기 바랍니다 단풍이 예쁘네요 이번엔 좀 늦었지만 아직 단풍을 볼 수 있군요 시간이 흐르면 한국에서 단풍 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가을 얼마 남지 않았겠습니다 이번 가을을 더 짧은 느낌이 들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11-15 13:32   좋아요 0 | URL
1000번 째, 라고 제목을 붙였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뜻이라도 숫자가 주는 느낌이 따로 있지요.
단풍을 이번엔 못 보게 될 줄 알았어요.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길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오래 버티지 못하네요. 꽃도 그렇고요. 짧아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님은 저보다 글을 더 많이 올리셔서 훨씬 많은 누적수를 기록할 것 같군요. 딱 떨어지는 숫자가 될 때 저처럼 페이퍼로 알려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stella.K 2025-11-1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여름 보단 가을이 화려하죠.
저 화려함도 이번 주까지고 내일 비가 오고나면 거의 다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천번의 글 축하해요!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2천 때 또 알려 주세요!^^

페크pek0501 2025-11-16 19:41   좋아요 1 | URL
아, 누구신가요?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요. 반가워요.
저는 꽃보다 단풍이 더 맘에 끌려요. 뭔가 익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천 번이 대단한 것 같지만 제 서재에 댓글 남기시는 분들 중에서 천 번을 옛날에 넘으신 분들이 많죠.
2천 때라 하시니 너무 먼 미래 같습니다. 글 올리는 행위를 앞으로 천 번을 더 해야 한다니...ㅋㅋ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또 하나씩 올리면서 2천회를 맞이해 보겠습니다.^^

모나리자 2025-11-15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천 번째 글이라니요 대단하세요 ~!!
바위를 뚫는 의지 정말 있으시군요. 남산의 가을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워요! 자연이 주는 색깔은 흉내 낼 수 없는 것 같아요. 눈이 호강 하네요.^^

페크pek0501 2025-11-16 19:45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 님,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러나 모나리자 님은 마이페이퍼와 마이리뷰의 수를 합치면(제 서재 오른쪽 상단에 나와 있는 숫자를 더하면 되지요) 저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어느 새 즐찾 등록은 643명이 되었답니다. 백 명을 기록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바위에 낙숫물이 떨어져 구멍을 내는 ‘기적‘을 믿겠습니다.^^

서니데이 2025-11-18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알라딘 서재에서 리뷰와 페이퍼를 많이 쓰셨군요.
자주 읽어서 잘 몰랐는데, 벌써 1000번째가 되다니 축하드립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11-19 13: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은 저보다 훨씬 많이 올리셨죠.
천 번, 이라고 하니 정말 많아 보이지 않습니까?ㅋㅋ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겨울이 와서 저는 좋습니다. 폭염에 시달리느라 여름이 지내기 힘들었거든요.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져요. 강추위만 없다면 겨울을 가장 사랑하겠습니다.^^

yamoo 2025-11-21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1천번째 글을 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무렵부터 알라딘을 했는데...왜 저는 500개도 못썼을까요?? 게을러서 그럴 겁니다. 아마도..그런 지구력을 가진 페크님이 부러울 따릅입니다. 얼마 전에 하루에 그림 하나씩이라도 그리자..라거나, 하루에 글 하나 쓰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은 했더랬습니다만..여전히 생각만..^^;;

페크pek0501 2025-11-26 16:19   좋아요 0 | URL
1천번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앞으로 1천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숫자 같아요. 야무 님은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까. 화가 겸 글쟁이, 는 더 멋지지요.
저도 ‘매일 쓰자‘라는 폴더가 있답니다. 몇 번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답니다.^^
 

*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어느 서재에서 커트 보니것의 책을 보고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는데 소설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댓글을 쓴 적이 있다. 뒤늦게 알았다. 내가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을. 그것도 정독하여 완독했다는 것을. 그 소설의 제목은 「제5도살장」이다. 이 책은 반전(反戰)소설이다. 책에 대한 내 기억이 흐려진 것은 리뷰나 100자평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 꼭 쓰기로...)


나는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학살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적의 대학살 소식을 듣고 만족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34쪽)


나는 또 아들들에게 학살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일하지 말고, 우리에게 그런 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멸하라고 말해왔다.(34쪽)


로즈워터는 빌리보다 두 배는 똑똑했지만, 그와 빌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들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로즈워터는 독일군 병사라고 오인하여 열네 살짜리 소방수를 쏘았다. 뭐 그런 거지.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었다. 뭐 그런 거지.(131쪽)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커트 보니것이 왜 블랙유머의 대가인지 알게 된다.  



 


**












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저자가 쓴, 소설 「스토너」의 서평에서 뽑았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소네트의 의미를 묻는 아처 슬론 교수의 질문에 스토너의 몸이 굳어 버린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기분을 느낀다. ‘모르겠나, 스토너군?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스토너 자신도 정의할 수 없었던 문학에 대한 이끌림을 슬론 교수는 사랑이라고 정의한다.(145쪽)


스토너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실패한 인물처럼 묘사되지만, 마지막 장면이 그 시선을 뒤집는다. 놀라운 반전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스토너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148쪽)


스토너가 물었던 ‘넌 무엇을 기대했니?’,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는 어쩌면 부차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희미하게 기억되고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토너는 문학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헌신했다. 자신과 동일시한 문학을. 그는 어떻게 기억되는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거나 문학을 희생하지 않았다. 패배로 보이는 삶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그 안에는 단지 패배라고만 부를 수 없는 한 사람의 고투가 있다. 스토너는 조용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스스로에게 영웅이 되었다.(149~150쪽)


스토너는 남이 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추구하지 않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살았기에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  

어느 날 저녁 무렵, 방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닭장 속에서 많은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비좁은 공간에 있는 닭들을 보니 가엾게 여겨졌다. 닭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의 이기심을 새삼 느꼈다. 


거실에서 딸이 나를 불렀다. 


“엄마 치킨 왔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거실로 나갔다. 배달된 프라이드치킨의 바삭한 맛은 일품이었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마시며 우리 가족은 즐거운 환성을 질렀다. 


“역시 치맥이 최고야.” 


나는 인간의 이기심 따위는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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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30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5도살장은 예전에 SF소설이라고 들어서 (절판상태라)헌책방에 뒤져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SF소설이라기 보다는 블랙유머에 가까운 책이더군요.근데 제가 가진 예전 책들에는 커트 보네거트라고 적혀있는데 요즘은 커트 보니것이라고 하나 봅니다.이름만 들어서는 같은 작가인 줄 전혀 알지 못할 뻔 했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0   좋아요 0 | URL
SF소설은 아니죠.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의 드레스덴이 폭격당한 것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독일군 포로였던 보니것이 경험한 것을 소설화한 거죠, 단상집처럼 생각의 파편들을 늘어놓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도 하고 외계인이 나오기도 하죠. 외계인이 나오는 건 아마도 꿈이든지 정신분열 증세든지 할 것 같군요.
어느 책엔 발자크를 발자끄, 라고 표기하더군요. 출판계에서 하나의 표기법으로 통일했으면 해요.^^

yamoo 2025-10-30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니것 에세이와 소설 전부 합쳐서 5권 정도 읽었습니다. 근데 저 <제5도살장>을 읽다가 말았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언제 읽을지..

그나저나 아래 시진 죽입니다. 저기 어딘가요? 지난 번 부산 여행 때 찍으신건가?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9   좋아요 0 | URL
보니것 광이시군요. 저는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어서 여기 서재에도 많이 발췌해 올린 적 있죠.
지금 그 에세이 제목이 생각 안 나서 태그로, 찾아봤네요, <나라 없는 사람>이란 에세이였어요. 제 두뇌의 배터리가 이제 다 된 듯...ㅋㅋ
부산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꼭 가 보십시오. 저런 풍경 보면 부산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025-10-3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1-0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말에 대하여


사실 남자들의 쓰레기 같은 행각은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92쪽) 


대중도 이미 알고 있는 부끄러운 통계가 차고 넘치지만 그중 하나만 들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네 시간에 한 명꼴로 여성이 살해당하고 그중 절반은 남편이나 애인 같은 친밀한 파트너가 저지르는 범죄다.(93쪽)


영국에서 살해당한 전체 여성의 절반은 파트너 혹은 전 파트너의 손에 죽었고(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주 두 명의 여성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영국에서는 3백 명 넘는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중 92퍼센트는 남성의 범죄였으며, 특히 절반가량은 파트너나 전 파트너가 범인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살해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자신이 연인으로 사귀었던 남성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여성은 연인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생각해야 하는 인지부조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폭력적인 파트너와 헤어지려고 하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살해당할 위험에 취약해진다. 도망치는 것도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다.(95쪽)


물론 모든 남자가 쓰레기라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리가 알을 낳는다는 말이 수오리도 알을 낳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소수 남성들 때문에 전체 남성이 욕을 먹곤 한다.



사회화에 대하여


남자들은 잘 울지 않고 행여 눈물을 보였다가는 더 혹독하게 비판받는다.(97쪽)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만 봐도 여기에는 생물학적 제한보다 사회적 제한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성성은 서서히 남성의 감정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98쪽)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유문화사)에 나오는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그 유명한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여성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며 생겨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성이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대로 길들여져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만 그럴까? 


남자는 어릴 적부터 눈물을 거부하는 것을 배운다. 눈물을 흘리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거나 눈물이 헤프면 큰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요즘 예전에 비해 남자의 눈물에 너그러워진 세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사회화 내용도 달라졌다. 




**

잘 쓴 리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중 두 권을 소개한다. 리뷰집이나 서평집이나 또는 에세이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연수, 신형철, 김애란, 심보선, 최은영,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824쪽의 두꺼운 책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은 알차다. 글 잘 쓰는 작가와 좋은 글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증보판은 <안나 카레니나>부터 <은둔자>(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0)까지 총 아흔일곱 작품에 대한 서평을 담았던 기존 판본에 <불타버린 지도>(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1)부터 <제5도살장>(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50)까지 서른네 작품에 대한 서평을 더한 것이다.

이 책에 함께한 작가들은 모두 134명.- 알라딘 ‘책소개’에서. 

 















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스토너」와 「페스트」의 리뷰를 읽고 이 책에 반해 버렸다. 장편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는 김성민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

여담 : 

우리 알라딘의 자랑거리인 서평가 로쟈(본명은 이현우) 님의 글이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의 본문 첫 장에 실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서평을 쓰셨다잘 쓰셨다.


또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의 뒤표지에 로쟈 님의 글이 실렸다. 추천사인 듯하다.


유명한 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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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0-1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두껍고 가격이 착하다니 얼른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목차를 일단 보러 가야겠네요. ㅎㅎ 좋은 책 추천 감솨~~^^

페크pek0501 2025-10-19 16:21   좋아요 0 | URL
하하~~ 가격이 착한 책은 왜 그렇게 제 눈에 잘 띄는지... 안 살 수 없게 만드네요. 그래서 가격 대비 좋은 책을 구매했지만요... 리뷰집 중 가장 나은 책일 수 있겠어요. 글 잘 쓰는 필자들만 모아 놨으니까요. 한 편씩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모나리자 2025-10-22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인용문을 보니, 늘 그래 왔듯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여성 수난시대는 여전하다고 생각되네요.ㅜㅜ
조금씩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평집 책은 두께가 어마어마하군요. 그래도 잘 쓴 글을 읽는 기쁨이 있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10-25 10: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여성 수난시대, 는 여전합니다.
서평을 읽는 즐거움은, 제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나와 다르게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고, 제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읽는 거죠. 모나리자 님, 반가웠습니다.^^

2025-10-27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11-0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성민 작가의 책 제목을 보니 김민정 시인의 시집 제목과 비슷하네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고 2016년에 나온 시집이 있거든요.

페크pek0501 2025-11-11 11:12   좋아요 0 | URL
아, 시집 제목과 비슷하군요.
오늘 아침에도 김성민 님의 책을 읽었는데(리뷰집으로 반 이상 읽었어요) 정말 잘 써요. 작가 프로필에 ‘부엌에서 책을 읽는다‘라고 나와 있고 글 어디에선가 본 걸로 보아 ㅡ 평범한 주부였다, 라고 본 것 같아요. 남다른 역량이 느껴져 전문 서평가, 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