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바다, 한때 - 이자규 시집
이자규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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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시를 잘 모른다. 모르지만 시의 매력은 알고 있어 시를 배우고 싶었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주 1회로 시를 배우는 시 강좌를 수강하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세상은 내 뜻에 상관없이 아니 내 뜻과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 시간을 견디며 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끝은 있는 법이다, 하고 그 생각에 힘을 주며 버티기로 한다.

 

 

이 시집의 저자인 이자규 시인과 나는 2000년대 초반에 시를 배우는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는 그때 시인으로 등단해서 수강생들의 축하를 받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많은 후배 수강생들 중 유독 나를 예뻐해 주는 선배님이었다. 몇 년쯤 알고 지내다가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 다행히 이메일 주소는 남아 있어서 내가 작년에 내 책을 보내 줄 수 있었고, 이번엔 세 번째로 시집을 출간한 선배님이 내게 시집을 보내 왔다. <아득한 바다, 한때>라는 신간이다.

 

 

시집 제목을 보자마자 ‘참 선배님답구나.’ 생각했다. 저자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독특함을 지향한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시집을 열었다. 시가 참 어렵네, 하고 느끼며 뒤적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시를 발견했다. 여러분도 감상하시라고 필사해 올린다.

 

 

 

....................
 유리벽 에세이
                                                     이자규

 


  내가 강을 말하면 그는 산을 말한다 그가 창문을 열면 나는
긴팔 옷을 걸쳤다

 

  침묵과 침묵은 서로 꼬리 흔들다
  소원해졌을 때 그가 색소폰을 불고 나면 나는 유행가를 들었다

 

  무인도와 협곡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 그는 나 내가 그여서 한 접시의 푸성귀와 생갈치에 뿌리는 양념소금처럼 등 돌리며 다시 스쳤다

 

  폰에 저장된 그의 관악기 부는 서양음악 두 귀를 막다가 폰 휴지통으로 보낸 뒤 아우성치는 한 여운을 읽고 있다

 

  끼니 없는 추억을 들으며 내가 냄비 소리 냈을 때 그는 이부자리를 깔았다

 

  유리벽의 안과 밖은 서로를 견디고 견뎌낸 온도 차이일 뿐 아무 일도 아닌 듯 그가 웃었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못 위에 새를 보며 그는 오고 있다 하고 나는 가고 있다 했다(80~81쪽)
....................

 

 


나 개인의 감상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이 시집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 시를 그대로 옮기는 걸로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새롭고 독창적인 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다음 시도 소개하고 싶어서 밑줄긋기 박스에 넣는다.

 


(77쪽) 아름다운 최후를 위해 살았다
푸른 의지로 열렬히 나부꼈다
단풍으로 뜨거웠던 노후가 생의 절정이라서
흙에 들어야 할 노래가 흙의 색깔로 천천히
바람이 분다
나무의 사지가 비틀릴수록 그의 내생은 깊어서
가느다란 잎맥이 마지막 입맞춤을 불렀다
가끔 폭설과 함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도 새겨졌다

미명을 사르던 가지 끝
지난 해 보낸 제 분신들을 알고 있는
인지의 나무

땅에 닿는 순간까지 푸르렀던 의미
모든 것은 기억의 뼈대로 키가 큰다
낙엽의 주검은
불굴의 그늘이 될 귀환이므로
겨울새 하나 둘 가지에 열리기 시작했다(‘낙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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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23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일요일 오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5-23 15:10   좋아요 7 | URL
아휴~~ 첫 댓글 님, 고마우셔라...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입맛은 없고 커피만 당기네요. ㅋ
시 강의를 수강하고 싶었는데 무용도 계속 배우고 싶은데 코로나가 안 끝나네요.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입니다. 힘을 내서 버텨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23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에부터 시를 별로 읽지 얺은 듯 해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시를 분석하는 공부에 질려서 그런듯도 해요.
이제부터 조금씩 시를 읽고 싶어요^^
이 책은 페크님과 같이 시를 배운 동기의 시집이라 더 반가우실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21-05-23 18:04   좋아요 3 | URL
저도 자주 시를 읽자, 하고 계획을 세우곤 한답니다.
해석을 하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저는 시인의 표현법을 배우길 좋아합니다.
위의 시에서 예를 들면˝ 아우성치는 한 여운을 읽고 있다˝라는 문장이 재밌잖아요.
유치환 시인이 쓴 깃발이란 시에 나오는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표현과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느낌을 주지요. 여운이 강하게 느껴질 때 아우성치듯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석을 잘할 자신은 없으나 시인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배우려고 이 시집을 정독하기로 했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 두뇌를 많이 쓰게 되는 이점이 있을 듯해요.

그레이스 2021-05-23 16: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 눈물이 났는지 알 것 같아요.ㅠ
함께 있는 사람때문에 외롭다는 게 전달이 되네요.
그 웃음때문에 더... 그래서 화가 나요.

페크(pek0501) 2021-05-23 18:06   좋아요 4 | URL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시 해석의 다의성. 이게 또 시의 매력이죠.
시는 제멋대로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어 우리의 사고력을 확장시키게 만들 것 같아요.
올 여름엔 시를 사랑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05-23 18:14   좋아요 4 | URL
저는 그 웃음이 끝까지 이해못한 웃음으로 느껴졌는데 제가 너무 나갔나보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5-23 18:23   좋아요 3 | URL
너무 나가기도 하는 게 또 시의 매력아니겠습니까.(솔직히 저는 시를 잘 몰라서 이 시집의 저자와 만나 물어보고 배우고 싶더라고요. ˝이 문장은 무얼 말하는 거죠? 뭘 말하고 싶어서 이 시를 쓰셨나요?˝ 이렇게 질문하면서요.
그런데 만나려면 저자가 저의 집에서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에 사시니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걸 믿어요.

소설도 그렇지만 시도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읽을 때와 3년 뒤에 읽을 때 다를 듯합니다. 어쨌든 시인들의 표현법은 흥미롭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더욱.

댓글, 감사합니다.

cyrus 2021-05-23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를 안 읽은지 오래됐어요. 야근 잔업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가벼운 분량의 책, 시집이나 그림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05-23 18:07   좋아요 4 | URL
저도 시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러면 더욱 시 읽기가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그림책도 좋지요. 요즘은 어른이 읽을 동화책, 그림책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글자가 적어서 오히려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 듯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5-24 0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시인 등단을 기대합니다! 시 너무 좋은데 잘 안 읽히는 게 함정. 그래도 좋아요. 이자규님의 시도 좋네요~~

페크(pek0501) 2021-05-24 10:25   좋아요 3 | URL
ㅋㅋ 저는 시인 등단을 원치 않아요. 심리학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심리학자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듯이요. 시를 잘 모르지만 흥미로워서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현재 칼럼니스트로 글을 잘 쓰는 것만 목표입니다.
저도 시가 안 읽히는 게 함정. 이 시집 참 괜찮습니다. 참신해요.
붕붕툐툐 님, 반가웠습니당~~~

겨울호랑이 2021-05-24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 째 시에서 흙으로 돌아갈 때 흙 색깔로 간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네요. 어쩌면 우리 삶이란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페크(pek0501) 2021-05-24 13:04   좋아요 3 | URL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자기 생을 혼자 꾸려 간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른 이들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삶이 구성됩니다.
모든 경험과 기억의 뼈대가 삶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희선 2021-05-25 0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를 배우는 강의실에서 만나고 소식이 닿아 페크 님은 책을 보내드리고 받으셨군요 그런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거의 잊어버리지만... 잊지 않아도 갑자기 연락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시를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 보지는 못하는군요 그래도 그걸 보면 괜찮기도 합니다 시는 한번보다는 두 번이나 여러 번 보는 게 좋을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1-05-25 22:05   좋아요 3 | URL
이메일이 있어서 연락이 가능했어요. 한때 이메일을 주고받던 시대가 있었어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땐 참 신기하게 여겼는데...
핸드폰이 생기면서 이젠 폰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도 이메일의 편리한 점은 상대가 바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급하지 않은 안부 인사는 이메일을 이용해요.
시집을 자주 들춰 보는 한 해로 기록되길 바라며 시집을 찾아 쌓아 두었어요.

희선 님. 굿 ~ 밤~

scott 2021-05-27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소개해주신 시집 급한 마음에 검색했는데 이지규로 ㅎㅎ이자규님이셨네요. 반복해서 읽을때마다 여러 상념들이 떠오르는 시, 좋은 시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05-27 22:54   좋아요 2 | URL
옙. 제가 구매한 책 중에서 소개할 책이 많은데 앞으로 천천히 올려 보겠습니다.
필사해서 밑줄긋기 박스에 넣고 싶은 것도 많답니다.
저 역시 스콧 님이 올려 주신 음악과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시는 전혀 상관 없는 낱말들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점이 유익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엄마의 뜰 - 포토 에세이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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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에세이에 칼럼과 수필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어떤 글은 칼럼으로 읽히고 어떤 글은 수필로 읽히는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나에게 대부분 수필로 읽혔다.

 

 

칼럼과 수필을 구분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본다.

 

 

『어떤 대상이나 현안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도 타자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249쪽) 이는 수필로 읽힌다. 잊지 않겠다, 라고 다짐하고 있다.

 

 

(어떤 대상이나 현안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도 타자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쓰면 칼럼으로 읽힌다. 이는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수필과 칼럼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사실 칼럼과 수필을 구분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있다. 마치 길게 쓴 시를 산문시라고 해서 ‘시’로 볼 수도 있고 ‘산문’으로 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를 쓸 때 칼럼과 수필을 꼭 구분해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칼럼으로 써야 적합한 글이 있고 수필로 써야 적합한 글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저자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작가 이외의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만큼 그의 글은 문학적이고 사색적일 뿐 아니라 운동으로 키운 근육처럼 탄탄하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장력이 아닌 것이다.

 

 

<엄마의 뜰>은 신변잡기의 열거에 그치는 에세이집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있는 책이다. 

 

 

몸이 아팠다는 글이 내 눈에 유표히 띄었다. 앞으로 오래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면서 글을 쓰길 저자에게 바란다.

 

 

 

......................

참고 사항 :

알라디너인 다크아이즈 님의 책이다.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41쪽) 돌이켜보면 아부지 때문에 한겨울인 청춘이었지만 끝내 아부지 덕에 물오른 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글 쓰는 데서 자유롭지 못할 숙명은 당신이 준 고귀한 선물이었습니다. 애증의 저울추를 번갈아가며 기울게 했던 아부지는 제게 결핍인 동시에 충만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궁색과 잔소리의 향연인 당신의 방식은 한 가계를 책임져야 했던 병약한 부성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130쪽) 누구에게나 양면성은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당연하구요.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나도 더한 깊이로 상대를 공감하고 배려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심 없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사심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심 없는 절대적 관계가 있다면 페르소나로 자신을 연출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온 지구촌에 그런 세계가 있다면 일상의 행복지수는 한결같은 높이를 지향하겠지요. 하지만 삶은 그런 높은 차원으로 구조화되고 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그저 인간적인 정서와 반응들로 가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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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21-01-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필과 칼럼의 구분을 이제야 할 것 같습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글이 칼럼이군요. 그간에는 둘의 차이를 모르고 읽어온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1-27 14:42   좋아요 3 | URL
저도 잘 모르지만... 칼럼과 수필의 또 하나의 차이는 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 칼럼이고, 제기할 수 없다면 수필입니다.
유년의 추억을 쓴 수필이 있다면, 누가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유년의 추억을 썼을 뿐인데 말이죠.
만약 ‘질투하는 이유‘는 이거다, 라고 쓴 칼럼이 있다면(제 책 속에 있는 글입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요.
독자 중엔 질투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다른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다 칼럼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신문에서 오피니언 지면에 있는 글을 칼럼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사설도 칼럼의 일종이죠. 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회사의 의견이나 주장을 독자에게 전한다는 점에서요.
댓글, 감사합니다. ^0^

2021-01-27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1-28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칼럼과 수필(에세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다크아이즈님의 이번 신간은 에세이같았어요. 칼럼과 수필의 차이가 이의제기에 있다는 것도 참고해보면 좋을 내용이네요. 생각해보니, 신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리는 글은 수필 보다는 칼럼이 많을 것 같고요, 에세이는 문학란에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종이신문을 보지 못한지 오래되어서, 요즘은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페크님, 잘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21-01-29 11:00   좋아요 1 | URL
요즘은 시와 소설을 빼면 전부 에세이로 분류하는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도 그래요.
에세에, 하면 수필이 떠오르긴 해요. 수필은 문학의 영역 안에 있고요. 칼럼은 비문학적이죠. 너무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시간 낭비가 된다고 여기는 장르 같아요.
문학적 형상화를 하지 말고 그냥 네 견해를 직접 써라, 하는 게 칼럼인 것 같아요.
수필은 다르죠. 문학적인 맛이 나야 하죠.
독자가 문학 감상을 하겠어, 하는 게 수필이라면.
독자가 네 생각을 들어 보겠어, 하는 게 칼럼 같아요.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온 듯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잘 지내세요...

희선 2021-01-29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사람’ 으로 작가밖에 될 수 없다는 말은 작가한테 가장 좋은 말이겠습니다 여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글이 담겨 있겠네요 사람은 다른 사람 삶을 보고 배우기도 하죠 그런 것도 많을 듯합니다

페크 님 일월이 빠르게 흘러가는군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니... 추운 날이지만 따듯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1-29 11:03   좋아요 1 | URL
마땅히~~ 라는 표현이 가장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맞습니다. 작가적이라고 느끼며 읽었어요. 저에게 없는 재능이 이 작가에겐 있더군요.

1월도 거의 가고 있고 시간은 종착역 없이 흘러 가기만 하네요.
계획대로 좋은 겨울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6
앙드레 지드 지음, 동성식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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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에겐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그런 목사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눈이 먼 소녀를 자기 집에 데려와서 키우게 된다.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소녀는 목사의 집에서 교육을 받으며 하나씩 배워 나간다. 목사와 목사의 아들은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삼각관계로 얽힌다. 소녀는 성장하게 되고 개안 수술을 받아 세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사가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이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이다.

 

 

과연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목사일까, 목사의 아들일까? 시력을 되찾은 그녀가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세상을 보게 되어 이전보다 행복해질까? 행복해진다면 명작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전원교향곡>을 읽는 동안 자주 밑줄을 그었고 그 내용에 푹 빠져들곤 했다. 나를 열독하게 만드는, 이렇게 마음에 스며드는 소설을 만난 게 반가웠다. 예전에도 읽은 적 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제야 이 작품이 불후의 명작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재독의 가치를 느끼며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놀라고 감탄했다. 

 

 

내가 밑줄을 그은 문장 중 몇 개 골라 옮기고 그것과 관련한 내 생각을 달아 보는 것으로 리뷰를 쓰고자 한다. 

 

 

『“(중략) 나는 베르길리우스의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시구 다음에, 우리가 배운 ‘자신의 행복을 안다면’보다도, 차라리 ‘그들의 불행을 모른다면’이라는 구절을 붙였으면 해. 불행을 모를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232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만약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라면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불행한 점을 모른다면 불행한 사람으로 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남과 비교하여 자기가 남보다 못한 그 차이로 인해 불행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정말로 땅은 새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름다운가요? 사람들은 왜 그걸 더 말해 주지 않을까요? 목사님은 왜 제게 이야기해 주지 않으세요? 제가 그걸 보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고 저를 괴롭히게 될까 봐 그러세요? 잘못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가 새들의 노래를 얼마나 잘 알아듣는다고요. 새들이 말하는 걸 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르트뤼드,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너만큼 새들의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단다.”』(238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맹인이 아닌 우리는 새소리가 들려 와도 그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맹인은 눈에 보이는 게 없어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새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눈 뜬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모른단다.” 하고 나는 마침내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곧 부르짖었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는 저는 듣는 행복을 알아요.”
그녀는 내게 바짝 다가와서 어린 아이들처럼 내 팔에 꼭 매달려 걷고 있었다.
“목사님, 제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아세요? 목사님을 즐겁게 해 드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절 좀 보세요.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에 나타나지 않아요? 저는 목소리만 듣고서도 그런 걸 아주 잘 알아요.』(244~245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비해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모른다. 귀로 들을 수 있음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하나 이상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가 없는 신체 기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듣는 행복을 아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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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1-1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곡 책 이야기를 읽다가, 어? 우리 나라 오래전에 나온 영화 중에 그런 내용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검색해보았는데, 1974년에 나온 <청녀>라는 작품이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을 원작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해요. 그 영화 오래되어서 제목도 잘 모르고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은 첫번째 문단의 내용 보고 생각났습니다.

페크(pek0501) 2021-01-19 12:44   좋아요 1 | URL
원작으로 재구성할 만한 작품 같아요. 일단 재미가 있거든요. 고전 중에 재미없는 건 정말 재미없잖아요. 이건 흥미롭게 전개된답니다.
개안 수술로 눈이 뜬 그녀가 목사의 외모를 보고 실망했나 봐요.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제 추측이에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사랑한 사람은 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요. 목사는 늙었거든요. 이에 반해 목사의 아들은 멋진 청년으로 자랐거든요. 안 그래도 목사는 그녀가 수술로 눈을 뜨게 된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답니다. 늙은 자기를 보고 실망할까 봐요.
멋진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1-01-19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도 딱히 자신이 소리를 듣지 못해서 힘든 게 없었는데, 부모가 그걸 못 봐서 인공와우 수술을 시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것 때문에 아이는 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를 듣게 돼요 인공와우는 실제 귀로 듣는 것과는 다른 듯해요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면 그걸 아주 힘들어하지만,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사람은 그걸 힘들어하지 않는 듯합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모르는 걸 알기도 해요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보이지 않아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들리지 않아서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비장애인 눈으로만 보면 안 될 텐데 그럴 때가 더 많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1-19 12:48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라면 생활에 익숙해져서 불편을 모르는 것 같아요. 성장해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행을 느끼는데 이것도 잘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보니깐 장애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불행하게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애가 없으면서도 불행을 느끼는 사람도 많은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죠.
좋은 하루가 되시길...댓글, 감사합니다.


2021-01-22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1-02-02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좁은 문]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전원교향곡]은 읽은 적이 없네요.
이 책을 사서 [좁은 문]도 다시 읽고, [전원교향곡]도 읽어봐야겠어요.
언제나 시간과 우선순위가 문제군요.
소개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2-03 09: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두 작품을 재독할 생각으로 구매한 책이었는데 좁은 문보다 전원교향곡이 더 마음에 닿았어요. 예전에 읽었을 땐 잘 몰랐는데 마치 처음 읽는 것 같더라고요. 일기체 형식이라 친근하게 읽혀요. 재독을 강추합니다.
언제나 필요한 건 시간이지요. ㅋㅋ
댓글, 고맙습니다.
 
삶의 시간들 - 홍은희 생활칼럼집 나남신서 1194
홍은희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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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앙일보의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쓴 생활칼럼 가운데 110편이 담겨 있는데 지금 읽어도 유익한 글이 많다. 책 뒷부분엔 생활칼럼을 쓰는 방법을 실었다. 이 책과 같은 장르로 쓴 책으로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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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7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활칼럼을 쓰는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군요.
페크님,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날씨가 따뜻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28 13:36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생활칼럼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조용히 보냈답니다.
서니데이 님도 성탄절 연휴를 잘 보내셨겠지요?
따뜻한 날씨인데 미세 먼지가 있는 오늘입니다.
맑은 공기가 그리워지네요. 좋은하루보내십시오. 늘 감사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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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반복해 들을 만큼 맘에 드는 소설집. 인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우리 삶이 그렇듯 소설에도 반전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새 소설집이 출간된다면 또 구매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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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1-2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얼마 전에 단막 드라마로 만들어졌더군요.
아직 보진 못했는데 나중에 함 보려구요.
약간의 호불호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언니는 좋게 보셨네요.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또 소설이겠죠.
그렇다면 꽤 괜찮은 소설인가 봅니다.^^

페크(pek0501) 2020-11-29 10:22   좋아요 1 | URL
예. 인터넷에서 기사 봤어요. 저는 이거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참 좋았어요.
단편집을 읽으면 어떤 건 뭘 말함인지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그런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집은 다 재밌고 독자들이 느껴지는 게 비슷할 거라고 봐요. 그만큼 소설이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쓰는 것도 재주인 듯해요. 반전과 예리함이 돋보여요.
게다가 현재 이 시대를 사는 이삽십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세태의 변화를 알 수도 있어 좋은 공부가 됐어요. 나이들수록 젊은 작가의 글을 읽어야겠더라고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