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그러니 누구나 수긍하는 견해로, 아이를 부모의 무릎 위에서 키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현명한 부모조차 자연적인 애정 때문에 물러지고 느슨해지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도 벌할 수가 없습니다. 또 아이는 거칠고 과감하게 키워야 하는데 그것을 두고 보질 못합니다. 부모들은 자식이 운동을 한 뒤 땀 흘리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오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 몽테뉴, 「에세 1」, 284쪽. 


더운 것을 마셔도, 찬 것을 마셔도, 다루기 힘든 말을 타도, 거친 검술 선생에 맞서 검을 쥐고 있는 것도, 생전 처음 화승총을 든 것도 차마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자식을 남자다운 남자로 만들려면 어렸을 때부터 봐줘서는 안 되고 의학이 명하는 규칙도 종종 어겨야 합니다.

- 같은 책, 285쪽.


⇨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도 벌하지 않고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 부모들은 자녀가 응석받이로 자라나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게 될 때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자식을 귀하게 여길수록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그를 야외에서, 불안 속에 살게 하라.

호라티우스

- 같은 책, 285쪽. 


⇨ 몽테뉴(1533~1592년)는 자식을 키울 때 거칠고 과감하게 키우라면서 ‘불안 속에 살게 하라’는 호라티우스의 말을 인용한다. 불안 속에 살게 해야 불안을 극복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세상살이가 고달플 때를 대비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몽테뉴의 글을 읽으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며칠 전의 사건이 떠오른다. 그 사건은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한 남성이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고 20만 원을 결제했는데, 이 남성의 어머니가 "어떻게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그냥 치료하느냐"며 치과에 환불을 요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던 이 남성, 다 큰 23살 아들이었습니다. (중략) 이 남성의 어머니가 치과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가 뭘 안다고 보호자 허락 없이 그냥 치료하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과잉진료, 과잉청구한 거 아니냐?" "내가 환불받으러 갈테니 기다려라"라고 화를 냈다는 거죠.」(YTN, 2024.08.28.) 이후 어머니는 보건소에 신고했고, 치과에서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아들이 23살이면 성인인데 아직도 부모가 애 취급을 한다면 도대체 아들이 몇 살이 되어야 애 취급을 하지 않을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부모의 보호 아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난 아들이 군대에 가면 군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또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학생인 자녀의 수강 신청을 대신해 준 학부모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부모의 지나친 과애가 자식의 인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자녀들이 인생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부모는 옆에서 돕는 정도에 그쳐야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신체가 아직 유연할 때 모든 방식과 관습에 적응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인간이 욕망과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이상, 젊은이를 과감하게 단련시켜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잘 적응하고, 필요할 땐 무절제와 과도함까지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젊은이가 시속(時俗)에 걸맞게 처신하게 하십시오.

- 같은 책, 308~309쪽.




그것을 알기만 하는 자보다 행하는 자가 이 가르침을 더 잘 이용하는 것입니다.

- 같은 책, 310쪽.


우리의 아이는 배운 것을 읊조리기보다는 몸으로 행해야 합니다. 배운 것을 행동으로 복습해야 합니다.

- 같은 책, 311쪽.


⇨ 알기만 하고 아는 대로 행하지 않으면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예로 양보와 배려를 미덕으로 알고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도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음주 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으면서 음주 운전을 한다면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기가 받은 교육을 자랑거리가 아니라 자기 삶의 규율로 삼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복종할 줄 알고,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사람”(키케로)인지 봐야 합니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대로 보여 주는 진정한 거울은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 같은 책, 311쪽.





....................

‘화요 발췌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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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9-03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마당 도서관이군요. 사진으로는 여러번 봤는데,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어요.
코엑스 공간이 크니까 책도 많을 것 같고, 좋을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 많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후는 여전히 덥네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9-04 22:04   좋아요 1 | URL
별마당 도서관, 굉장해 보였어요.규모가 크더라고요. 다음에 또 사진 올릴게요. 그게 더 멋진데 별마당 도서관, 이란 글자가 없는 사진이라 위의 사진을 먼저 올렸어요. 저는 코엑스 안 가고 수원에 있는 스타필드에 갔고 그 안에 별마당 도서관이 있더라고요. 스타필드가 곳곳에 많이 생겼는데 쇼핑하다 보면 탁 트인 공간이 매우 넓어서 많이 걷게 되어요. 이젠 뭐든 대형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편안한 맘으로 늦여름을 즐기십시오.^^

서니데이 2024-09-04 22:55   좋아요 1 | URL
수원의 스타필드에도 별마당 도서관이 있었네요. 사진만 보아도 좋으니까 다음에 또 사진 보여주세요.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9-05 11:42   좋아요 1 | URL
예, 다음에 또 사진 올릴게요. 부족한 글을 사진으로 카바해 보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는 거죠. 우하하~~~
오늘은 날시가 흐려 햇볕이 뜨겁지 않으니 늦여름 같이 느껴집니다.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4-09-03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충격이네요. 보호자의 동의...? 우리나라 부모의 수준이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죠?
인요한 씨 아시죠? 언더우드 3센가 하시는 분.
그분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기를 혁대로 때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놀랐습니다. 그렇게 고상한 가문의 사람도 맞을 땐 무섭게 맞앗구나.
요즘엔 학생들이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도 선생님이 제제를 못한다고 하더군요.
학생 인권 때문에. 그게 무슨 학생 인권이라는 건지 원.
저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 아이 어머니 학교에 오셔서 담임 선생님이 자기 아들래미 때려 달라고
부탁하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어요. 울나라 사람들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데
그런 부모가 과연 이 시대에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저도 몇년 전 별마당 도서관 간 적있는데 아직도 건재한가 봅니다.^^

페크pek0501 2024-09-04 22:10   좋아요 1 | URL
요즘 부모들 과잉보호가 심한 경우 많아요. 우리 아이 보내겠다고 미용실에 전화 와서 나중에 보면 그 아이가 수염이 난 성인이라잖아요. 학교 선생님이 때리면, 학부모가 찾아와 나도 안 때리고 키운 애를 당신이 뭔데 때리느냐고 한다고 하잖아요. 혁대로 때리는 건 좀 안 좋겠네요.ㅋ 옛날 학부모님들은 선생님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깍듯이 대했지요. 쇼핑 하실 일 있으면 스타필드, 한 번 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도 우리 애들 따라갔어요. 인터넷으로 스타필드로 검색하면 여러 군데 나옵니다. 그렇게 넓은 쇼핑몰은 처음 봅니다. 운동장급이에요.^^

꼬마요정 2024-09-03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마당 도서관 여전하군요. 예전에 한 번 가봤는데 정말 멋지다 생각했어요. 이런 곳들이 계속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일하던 사무실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실수가 잦은 직원이 있었는데 일과 관련해서 문책하니까 직원 아버지가 직접 와서 난리 치다 갔죠. 결국 그만뒀는데 다 아버지가 처리해줬어요. 당황스러웠답니다. 그 직원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페크pek0501 2024-09-04 22:15   좋아요 1 | URL
멋져서 저도 사진으로 남겼어요.
그런 아버지가 계셨군요. 요즘 아이들을 하나 둘만 키우다 보니 공주님, 왕자님으로 키워 문제인 것 같아요.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서 그들이 어른답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다른 한쪽에선 자녀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아동 학대가 있고... 꼬마요정 님, 오랜만의 방문이네요. 반갑습니당~~ 잘 지내십시오..^^

희선 2024-09-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넘었는데 부모 동의를 받고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하다니... 수술이라도 하는 거면 동의 받아야겠지만... 예전에도 자식을 과잉보호하는 사람이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이를 밖에서 놀게 하지 않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군요 안전이 걱정돼서 그런 거겠지만... 어느 정도는 자식을 그냥 놔두기도 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9-05 11:41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이 똑똑하긴 해도 성숙하지 못한 게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인 듯해요. 자립심을 키워 주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말이죠. 저렇게 어머니가 이의를 제기하고 만약 돈을 찾아온다면 그 아들은 혼자 판단해서 하는 일을 주저하게 되고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지요. 그런 부모의 행동이 자식을 바보가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란 걸 인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 모든 부모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겠어요.^^
 

1. 세월 앞에 장사 없음


이달 초 강남역 부근 한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그 카페는 1, 2층으로 되어 있었다.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있어서 간 것인데, 지인이 참여하는 모임이었다. (내가 매달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영화 모임’은 따로 있다.) 참석자수가 적어 참석자가 각자 한 사람씩 데리고 오기로 했다며 지인이 내게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가게 되었다. 참석자들은 2층에 모여 있었는데 나까지 합해 6명이었다. 약속 시간에 늦지는 않았으나 내가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들 음료 주문을 끝낸 상태여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만 1층으로 내려가 종업원에게 커피를 주문해 놓고 기다렸다. 


내가 주문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오자 20대로 보이는 여성 종업원이 내게 친절하게 말했다. “어머님, 커피 나왔어요.”라고. 어머님, 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런 서글픈 느낌은 30대 후반에 처음으로 아줌마라는 칭호로 불려서 내가 이제 더 이상 미혼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 느꼈던 것과 비슷하였다. 


종업원에 대해 말하면 “손님, 커피 나왔어요.”라고 말해야 할 것을 신참이라 말실수를 한 것으로 여겼고, 나도 과년한 딸이 있으니 어머니라고 부른 것이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다만 20대가 나를 보고 어머니라는 호칭을 쓸 정도로 내가 늙어 보임이 증명된 게 싫었을 뿐이다. 게다가 내가 젊은이들처럼 청바지에 남방을 입었으니 옷 때문에 늙어 보였을 거라고 합리화할 수도 없었다. 나에게 젊어 보이는 동안의 얼굴이라고 했던 딸의 말을 내가 철썩같이 믿었다는 걸 깨달았고,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날의 경험은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새삼 실감하게 해 주었다. 





남자 주인공이 조카딸과 함께 찍은 사진.  



2. 퍼펙트 데이즈


그날 카페에서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에 대해 두 시간 동안 6명이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른 이들이 무엇에 대해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한 얘기는 기억이 난다. 나는 남자 주인공에게서 풍기는 품격에 대해 얘기했다. 영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에 있는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이다. 그의 특징으로는 말수가 적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는 매일 출근하여 화장실 바닥은 물론이고 변기도 깨끗하게 닦는다. 그가 닦은 변기는 번들번들 광이 날 정도다. 누군가가 그를 본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정성 들여 청소한다. 그는 출근하기 위해 트럭을 운전하면서 올드 팝송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잘된 사진만 추려서 모아 두는 취미가 있으며, 퇴근한 뒤엔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 잔을 마신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기도 하는데 밤잠을 자기 전엔 늘 문고판 책을 읽는다.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그를 보면 매일 반복되는 평온한 생활에 그가 만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나의 추측으로는 고통 속에서 살았던 과거의 힘든 시간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혹독한 고통에 빠져 본 사람만이 고통이 없는 일상적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 찾아온, 오랜만에 보는 여동생과 만나는 장면에서 반가워하기보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은 그가 가족과 관련 있는 아픈 과거를 가졌음을 짐작케 한다. 이것이 그가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에게서 품격이 느껴지는 건 신기한 일이다. 이 영화는 마치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이 남자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성실히 임하면서 인생을 즐길 줄 알며 품격 있는 삶을 산다. 여러분은 왜 이렇게 살지 못하는가? 그가 할 수 있는 건 여러분도 할 수 있다.라고. 이것은 그저 나의 감상임을 밝힌다. 실제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나의 감상과 무관할 거라는 얘기다.


 

....................

참고로 이 영화는 독일의 유명한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다. 

개봉일은 2024.07.0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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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4-08-29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대한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4-08-29 16:13   좋아요 0 | URL
오호! 곰곰 님,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너무 주관적인 영화 감상인 점을 고려해 주십시오. 저만 그렇게 느꼈을 것 같거든요.^^

2024-08-29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30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3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8-30 0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이 영화 이야기는 조금 보기도 했어요 자기 일을 하고 밤엔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에 들르고 집에서는 책을 보는 생활, 멋지기도 하네요 혼자 산다고 쓸쓸할 거다 생각하면 안 될 듯합니다 자기 나름의 생활이 좋지요 이 영화 이야기를 두 시간이나 다른 분과 함께 나누셨군요 그렇게 해서 더 오래 기억하시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4-08-30 11:57   좋아요 1 | URL
독일의 유명한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라고 하네요. 지옥에 한번 빠져 보면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요.
우리가 며칠이라도 전쟁을 겪고 나면 아마 평온이 주는 행복을 절실히 느낄 듯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4-08-30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4-08-31 12:53   좋아요 1 | URL
어제 저녁 운동하고 집에 오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었어요. 늦여름 같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계절 늦여름이죠.
폭염의 고생을 끝냈다며 숨을 돌리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죠. 낮에만 폭염, 아침과 저녁으론 덜 더우니 확실히 여름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 폭염을 견디느라 고생했어요.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될 듯합니다. 벌써 내일은 9월입니다.^^

2024-09-03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3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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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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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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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4-09-04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할머니 소리도 들었는걸요..
우리 아이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귀여운 유치원생 아이 두명이 있어, ˝둘이 친구야?˝ 했거든요. 답변도 들었고요.
화기애애했는데 갑자기 ˝할머니는 몇층 가세요?˝ 하더라구요. 당황해서 내리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까지....
우리 아이들은 키득거리고....
생각해보니. 이 아이도 나에게 말을 걸고 싶었는데 아줌마는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친구니 아닐듯하고...자연스럽게 나온듯 합니다. 많이 슬프기는 했지만요^^

퍼팩트 데이즈 이런 내용이었군요. 알찬 요약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4-09-04 22:21   좋아요 1 | URL
하긴 저도 손주 본 친구가 있긴 해요. 그래도 친구가 열 명이 넘는데 그중 두 명만 그래요. 요즘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다 보니 할머니 되는 게 오래걸릴 모양이에요. 세실 님은 젊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께 대학원생으로 보인다는 립서비스를 받았는데 그게 립서비스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괜찮더라고요. 아직 젊어 보이는 게 좋은 걸 보면 마음은 늙지 않았나 봐요.
퍼펙트 데이즈, 혹시 나중에 넷플에 뜨면 꼭 보시어요. 품격 있는 삶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세실 님 반가웠습니당~~

댄스는 맨홀 2024-09-05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직원분이 저보다 나이 많으신데 어머님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속으로 이건 뭔가 했습니다. 마트에서는 보통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사용하나 봅니다. 하지만 불편하더라구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훈훈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답니다. ㅎㅎㅎ / 품격있는 삶이라, 나이들면서 점점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24-09-05 12:38   좋아요 0 | URL
앞으로 저는 어머님, 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져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점점 나이 들어 갈 테니까요.ㅋㅋ
퍼펙트 데이즈는 잔잔한 호수 같은 영화였어요. 평범 속에 행복이 있다는 이 낡은 문구에 저절로 공감하게 만들어요. 품격 있게 보이려면 일단 말이 별로 없어야 할 것 같고(촐랑대면 안 되니까)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이어야 할 것 같고(따뜻함이 느껴져야 하니까) 자기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삶만큼이나 품격 있는 삶을 사는 것도 어렵겠지요.^^
 
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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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여성)이 구(남성)의 시신을 먹는다. 사랑해서 먹는다. 그러면 그의 몸이 자기 몸의 일부가 되는 건가? “구를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흉악범인가. 나는 사이코인가. 나는 변태성욕자인가. 마귀인가. 야만인인가. 식인종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나를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었다.”(173쪽) 이 소설은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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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이충녕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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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그 이상의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이 책의 단점이다. 사랑으로 자본주의에 맞서서(285쪽) 모든 사랑의 가능성이 이루어지기를(288쪽) 희망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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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현대 사회는 낙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낙인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122쪽.


정상인은 낙인을 포용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낙인자가 자신과 동등한 인간임을 믿지 않는다. 미디어에 종종 나오는, 낙인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 통합 의례―고아들에게 키스하는 연예인,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정치인 등등―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회’를 대표하여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이 정상인들은 자기 앞에 있는 낙인자들을 아무나 덥석 껴안음으로써 자기가 그들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과시하려 한다. 하지만 정상인들이 이렇게 낙인자들의 몸을 함부로 만질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관계의 불평등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같은 책, 123쪽.


⇨ 낙인자들의 몸은 함부로 만져도 되는 것일까?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낙인자들을 이용해도 되는 것인가? 


낙인자의 편에서, 이러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이다. 낙인자는 정상인들이 변덕스럽게 베푸는, 원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친절을 받아들여야 한다.

- 같은 책, 123쪽.


⇨ 낙인자에게는 남의 친절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단 말인가? 남의 친절을 황송하게 받아야만 하는가?


소아마비를 앓은 어떤 작가는 눈이 오는 날 이웃이 찾아와 가게에서 사다 줄 물건이 없는지 물어보면, 필요한 게 없더라도 부탁할 물건을 생각해낸다. 상대방에게 베풀 기회를 주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 같은 책, 124쪽.


⇨ 낙인자가 오히려 정상인을 배려해 주는 셈이다. 이것은 낙인자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2.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김현경 님의 글을 읽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글이 있었다. 정희진 님의 글이다. 그 글을 옮겨 본다. 


2022년 한국의 대통령 윤석열 부부가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한 때 일이다. 김건희 여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살 소년의 집을 직접 찾아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다. 정상 배우자들의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대신 비공개로 개별 일정을 진행한 것이었다. ‘캄보디아(의 이미지)’에 동일시하는 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캄보디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분노했다. 동시에 이는 평범한 시민의 고달픈 일상이기도 하다. 타인이나 집단이 나를 마음대로 재현(묘사, 평가, 규정)할 때는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야 할까. 

-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43쪽.


캄보디아에서 대통령 부인의 성녀(聖女) 코스프레는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압축한다. 더 놀랄 일이 무엇이겠냐마는, 그래도 놀랐다. 나는 윤 대통령 부부가 ‘나쁜 사람’이거나 ‘극우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이상한 경우라고 본다. ‘이승만부터 문재인까지’ 이런 커플은 없었다. 만일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한국을 방문해서 환경이 좋지 않은 보육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널리 알린다면? (중략) 이는 의전이고 국격이고 운운할 것도 없는, 정신 나간 권력자의 기이한 행동이다.

- 같은 책, 44~45쪽.


⇨ 만약 미국의 영부인이 한국을 방문하여 환경이 좋지 않은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 널리 알린다면, 한국 국민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3. 














김지우,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위의 두 권의 책은 김지우 님의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라는 책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에는 여성 장애인인 저자가 비장애인 남성을 사귀는 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당연히 내가 끈질기게 구애했을 거라는 사람부터, 우리의 관계가 그의 일방적인 희생일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나와 사귀는 것은 굉장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며, 그걸 이겨내(?)고도 내 곁에 있는 그는 너무나도 뛰어난 인품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 김지우,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154쪽.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이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우리의 음료 값을 대신 내겠다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을 만류하며 내 카드로 계산을 마친 뒤 카페를 나오면서 전혀 상관없는 우주에 애인을 초대한 기분이 들었다. 비장애인 남성인 애인은 내가 아니면 아마 평생 이런 일을 겪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 순간 나는 애인을 굉장히 힘든 길로 이끈 사람이 되었고, 그는 자동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위험한 우주에 뛰어든 착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와 내가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면 모두가 우리를 돌아보는 일상에서 그런 시선을 견뎌‘주는’ 것이 가끔 ‘고마웠’다. 나는 우리 사이에 위계를 짓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 같은 책, 156쪽.


⇨ 이럴 땐 주위 사람들이 모른 척하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장애인도 연애합니다.” 이런 당연한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 같은 책, 157쪽.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먼 것 같다. 낙인자든 장애인이든 그 누구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 때는 그것이 오히려 상대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헤아려 봐야 한다. 이때 본인이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의나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 때문에 어느 누구도 상처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 참고 사항 :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쓰는 ‘정상인’이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장애인이 비정상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반대 의미로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여기서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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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8-20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낙인자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저도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24-08-20 19:53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낙인자, 라는 낱말을 저도 위의 책에서 처음 접한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에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지요. 낙인, 이라는 낱말은 많이 쓰지만요... 저도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 등에 대해 각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누구나 맘 속으로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거든요.^^

2024-08-20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젤소민아 2024-08-21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술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만든 단어라 하더라도 ‘낙인자‘, ‘정상인‘은 듣기에 불편하네요 ㅠㅠ *참고,를 통해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역시, 페크님!

페크pek0501 2024-08-21 11:23   좋아요 0 | URL
참고 사항을 눈여겨보시고 댓글에 남겨 주시고... 역시 젤소민아 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4-08-29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글에서 정상인이라는 말이 좀 걸리기는 했습니다 왜 그렇게 썼을지, 낙인자와 정상인이라니...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하고 썼다면 좋았을 듯합니다 비장애인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죠 그걸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저도 다르지 않네요 아니 몸은 괜찮아도 마음은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도와야 하는 건 아닌 듯해요 도와달라고 한다면 도와주는 게 좋을 듯...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때는 물어보는 게 좋을지... 그런 거 잘 못하는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8-29 15:44   좋아요 1 | URL
그렇죠? 걸리죠? 비장애인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씀,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희선 님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여름이 서서히 가고 있는 듯합니다. 아침과 밤엔 덜 더워요. 얼른 늦여름과 초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