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아내와 나는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배달이라는 서비스에 값을 치렀고 그 가격에 배달 기사가 합의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 비가 오건 그렇지 않건, 배달 기사의 안전 운행은 오로지 그 자신이 신경써야 할 몫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배달 기사가 빗길을 달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음식을 주문했다면, 그의 안전에 대해 우리도 약간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30~31쪽)


만약 후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대만 폭스콘 공장의 비인간적인 노동 실태가 폭로됐을 때 우리는 애플 제품도 거부해야 하는 걸까? 내가 잠시라도 어떤 사회 시스템에 간여한다면, 그 시스템 전반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 걸까?(31쪽)


누군가는 그런 문제를 조사하고 있을 테고, 그 결과를 통해 법이나 협약이 개정되겠지, 나는 그 법이나 충실히 따르면 되지, 하다가 혹시 그게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의 논리 아니었나 싶어 불안해진다. 전체 시스템이 사악할 때 “나는 정해진 법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평범한 악’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시스템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31~32쪽)





**













이성복, 「래여애반다라」


시에 대한 각서

                                            이성복


고독은 명절 다음 날의 적요한 햇빛, 부서진 연탄재와 삭은 탱자나무 가시, 고독은 녹슬어 헛도는 나사못, 거미줄에 남은 나방의 날개, 아파트 담장 아래 천천히 바람 빠지는 테니스 공, 고독은 깊이와 넓이, 크기와 무게가 없지만 크기와 무게, 깊이와 넓이 지닌 것들 바로 곁에 있다 종이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연필로 그리면 남는 공간, 손은 팔과 이어져 있기에, 그림은 닫히지 않는다 고독이 흘러드는 것도 그런 곳이다(31쪽)






고독은 당신이 남긴 빈 잔

  고독은 낮잠 자는 고양이

    고독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터진 풍선

      고독은 햇볕이 쬐는 마당의 침묵

         도시인은 곳곳에서 고독을 느낀다

         - 위의 시를 흉내 내어 페크가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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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2-17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페크님의 시가 이성복 시인의 시보다 훨씬 더 좋아요!
저라면 첫 행을 이렇게 쓸 것 같아요.

고독은 당신이 마시다 남기고 간 잔에 아주 조금 남은 술

장강명 책의 저 인용문들은 정말 생각할 꺼리가 많은 문제죠.
사회의 시스템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그 안에서 최대한 부조리를 제거하고
정의를 향해 가야할텐데,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부조리인가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죠.
언제나 어디서나 겉으로 보이는 이면에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이미 혼돈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페크pek0501 2025-02-18 08:52   좋아요 0 | URL
제가 쓴 시가 좋다니 과찬의 말씀이십니다.ㅋㅋ
감은빛 님의 시 구절이 멋지군요.
사회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들죠. 인간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사회를 형성해 가죠. 우리 모두 사회 시스템에 관여하는 셈. 나라마다 사회의 양상이 다른 것은 그때문이겠죠. 요즘처럼 국민들의 생각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흔치 않지요.
언제나 양면성을 봐야 하는 게 어려운 문제예요. 이쪽에서 보거나 저쪽에서 보거나 뒤집어 볼 때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요.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기면 그 이면을 볼 수 없겠죠.^^

잉크냄새 2025-02-17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마침 <동물해방>을 읽고 있는데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하더군요. 어려운 문제지만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독은 눈꺼풀에 어른거리는 햇살의 춤사위.....라고 하나 덧붙여봅니다.

페크pek0501 2025-02-18 08:56   좋아요 0 | URL
저도 배달시키려 할 때 비가 오는 날은 머뭇거리게 되어요.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 때문이죠. 동물해방, 책이 궁금하군요. 저도 동물에 관한 책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워낙 두꺼워서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 걸음씩 나가는 게 목표일 뿐. 고독의 멋진 시 구절 한 줄에 감사드립니다.^^

희선 2025-02-1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식 배달은 시켜 먹지 않지만(거의 안 사 먹어요), 택배는 받는군요 뭔가 살 때 별 생각 없을 때도 있는데, 아주 더울 때는 안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기도 하네요 어제 알았는데 제가 물건 산 곳에서 쉬는 날에도 물건이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바뀌다니, 그런 거 몰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사람도 많이 힘들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5-02-18 09:00   좋아요 1 | URL
음식 배달은 주로 애들이 시키죠. 택배를 배달하는 분들이 무척 힘들게 일한다고 해요.
저는 그래서 요즘 1층 현관문 앞에 두고 가시고 문자 남겨 달라고 메시지를 쓰고, 제가 1층으로 내려가서 갖고 옵니다. 알라딘 택배도 그런 식으로 책을 받아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5-02-19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2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2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7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2-24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거의 배달의 시대여서요. 택배 기사분들 자주 보게 됩니다.
가끔 열려있는 택배차에 꽉 차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저 안이 텅 비어야
퇴근하시겠구나 합니다. 우리의 편안한 삶에는 다른 분의 수고가 따르게 되는군요.

저도 예전에 시를 끄적여 본 적이 있어요. 이게 시가 맞나 하면서도요.
가끔 시를 읽고 흉내내어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페크님의 자작시도 좋은데요.^^

페크pek0501 2025-02-27 11:36   좋아요 1 | URL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지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무도 없고 자기 혼자 세상에 남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자체가 공포지요.
저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고 좋은 시를 감상하고 싶어 시집을 뒤적입니다.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적어 둡니다. 혹시 제가 앞으로 쓸 칼럼에 인용할 수도 있겠지요.
저도 저 위의 시를 쓰면서 이것도 시가 맞나? 했네요. 시에는 제가 모르는 법칙이 있겠지요. 흉내 내어 쓰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흉내는 앞으로도 시도해 보겠습니다.
모나리자 님, 좋은하루보내세요. 고맙습니다.^^
 




‘무반주 음악처럼’(87~88쪽)


시작은 그리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다. 열일곱 살에 덜컥 임신한 여학생 얘기니까. 그렇게 만든 남자는 어딘가로 가고 없다.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자 어머니는 꼴좋다며 딸을 쫓아낸다. 무책임한 아버지는 가출하고 없다. 학생은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혼자 사는 선생님은 자기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에 아름다움이 조금씩 붙기 시작한다.


그런데 선생님의 아버지가 정신이 온전치 않다. 노인은 재산을 훔치러 들어왔다며 아이를 구박하고 폭력으로 대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선생님은 시골에 사는 두 노인한테 도움을 청한다. 농사를 짓고 소를 치는 노인 형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순박한 농민을 닮은 그들은 엉겁결에 아이를 받아들인다. 오갈 데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그들은 어렸을 때 부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로 학교를 안 다니고 외톨이로 살아서 목장과 농장 일 말고는 아는 게 없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여자와 살아 본 적도 없다. 무슨 얘기든 해서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 아이한테 기껏 한다는 얘기가 곡물과 소에 관한 얘기다. 콩과 소의 가격이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어색한 순간들을 거치면서 그들의 집은 서서히 아이의 집이 되고, 그 아이가 그곳에서 학교를 마저 다니다가 낳은 아이의 집이 된다. 그들은 부모보다 더 부모가 되어 준다. 생물학적 가족이 해체된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들어선다. 황야의 무법자처럼 살아온 두 노인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소들을 돌보던 그들이 인간을 돌보면서 평생 자신들에게 붙어 있던 외로움을 떨쳐낸다. 그들에게 타자는 지옥이 아니라 구원이다.


켄트 하루프의 소설 『플레인송』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레고리오 성가 같은 무반주 종교음악처럼 소박하고 꾸밈없고(플레인) 순수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것인지 모른다.




....................

‘무반주 음악처럼’이라는 글의 전문을 옮겼다. 

저자가 모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이고, 책 <따뜻함을 찾아서>에 실린 글이기도 하다.

일간지에서 처음 이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은 ‘글이 참 아름답구나’였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졌고 게다가 읽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을 간단히 요약하여 인용하면서도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이렇게 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걸까? 

감탄하며 읽고 나서 필사해 두었다.


일간지에 매주 연재되는 왕은철 님의 글들을 보면서 

이 글들이 언젠가는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책이 나와서 반갑게 구매했다.

여러분도 글을 감상해 보시기를.... 















왕은철, <따뜻함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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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19 1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왕은철 선생이 역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도 쓰셨나 보네요.

쿳시 전문가로만 알고 있네요 저는.

페크pek0501 2023-12-20 13:01   좋아요 1 | URL
번역가로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죠. 에세이도 몇 권 쓰셨어요.
쿳시뿐만 아니라 찰스 디킨스, 호세이니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을 번역했어요.
따뜻한 겨울 보내십시오.^^

모나리자 2023-12-19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땨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두 노인들과 아이와 어린 엄마가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요즘은 여유있는 시간 보내시겠네요. 눈구경도 따뜻한 방에서 해야 좋더라구요.ㅎ
편안한 날 보내시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2-20 13:05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글은 읽고 싶은 책이 생기게 하나 봅니다.
여유가 있어 1월부터 수강할 강좌 하나를 찜해 두었어요.
어제 어머니와 걷기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눈이 오는 바람에 중단했어요. 눈과 비는 실내에서만 환영할 것들이에요. 아, 연말!!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잘 지내십시오, 모나리자 님.^^

서곡 2023-12-23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즐겁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2-25 16:58   좋아요 1 | URL
하하~~ 이제야 서곡 님의 댓글을 봤어요.
서곡 님도 즐거운 성탄절과 연말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신형철, <인생의 역사>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131~132쪽)




5천 명이 죽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 :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132쪽)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다 :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132쪽)


⇨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 없고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라는’ 글을 난 이렇게 이해했다.  


한 명의 기혼 여성이 죽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녀의 부모를 죽인 것과 같다. 그녀의 배우자를 죽인 것과 같다. 그녀의 자녀를 죽인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들 가족은 모두 그녀가 죽기 전의 인생을 살 수 없을 것이므로. 


게다가 그녀가 알고 지낸 사람들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한 사람의 죽음은 많은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131~132쪽)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132쪽)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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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12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경우 한사람의 죽음이 주변의 많은 사람의 죽음을 의미하겠지만,

왠지 아닌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23-05-13 12:42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 님, 예리하십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딱 말씀해 주셨네요.
1인가구가 많은 요즘 고독사도 일어나는 만큼 그런 점도 헤아려야겠네요.
새파랑 님의 댓글 한 줄이 제 사고 영역을 넓혀 주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0^

stella.K 2023-05-12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보다 커피군요.
아무리 책이 좋아도 당 떨어지면 아무 것도 못하죠.ㅋㅋ

페크pek0501 2023-05-13 12:45   좋아요 1 | URL
책과 커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ㅋ 둘 다 너무 좋아해서요.
장소가 벅스였던 것 같은데 네 명이 만났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늘 옆에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로 올린 사진입니다. 저만 글과 사진의 조합 의미를 느끼는...ㅋㅋ

yamoo 2023-05-13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의 에세이인가요??
음...신형철의 평론은 정말 읽기 힘들더라구요. 뭐, 신형철만 그럻겠습니까. 평론가들의 책 몇권을 본 이후로는 다시는 안 봅니다. 유일하게 열심히 읽는 평론가는 김현 정도.

<인생의 역사>가 에세이면 한 번 구매해서 봐야 겠으요~~

페크pek0501 2023-05-13 12:47   좋아요 0 | URL
작년 10월에 나온 신간인데 저자한테 이 책처럼 많이 팔리는 책은 처음일 것 같습니다.세일즈 포인트가 어마어마합니다. 팬이 많아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저는 팟캐스트를 통해 팬이 된 경우인데 목소리도 좋지만 저자의 지적 세계의 탁월함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구매했어요.^^

레삭매냐 2023-05-14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잔 라떼에 담긴 하투하투~
멋지네요.

오늘은 급 소나기가 온다는 말
이 있던데, 카페에 가서 실컷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저.

페크pek0501 2023-05-14 16:50   좋아요 1 | URL
커피 속 하트가 예쁘지요. 예뻐서 사진을 찍어 놓고 마셨어요.
오늘 소나기는 오지 않지만 공기는 좋아서 산책하기 알맞은 날 같습니다.
저도 레삭매냐 님과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ㅋㅋ그래서 몇 번이나 책을 들고 카페에 갔었지요. 후훗~~
 


















<슬픈 인간>

일본 작가들의 산문을 실은 책.



마사무네 하쿠초, ‘한 가지 비밀’(98~102쪽)에서



최근 『뒤마 이야기』의 번역본을 읽는데 문득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에 자기가 한 짓을 털어놓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여길 만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는 갖고 있다고 플루타르코스는 썼다.(98쪽)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웃음거리만 될지도 모르고 마음이 후련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비밀을 누구나 하나둘쯤은 갖고 있고 그걸 품은 채 무덤까지 갈 것도 같다고 나는 공상한다. 

나한테는 그런 비밀 없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되도록 비밀로 해두고 싶은 일이야 몇 가지 있지만, 그걸 고백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런 거창한 비밀은 없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기 일생을 되돌아봤을 때 과연 그럴까. 나는 그런 비밀다운 비밀, 절대 털어놓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일본의 근대소설에서는 자연주의 부흥과 함께 사소설이라는 것이 유행하여, 작가 자신의 실제 생활과 실제 심경을 철저하게 표현하고자 한 작가들이 속출했는데, 과연 그 모든 작가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을 만큼의 비밀을 작품 속에 낱낱이 털어놨을까.(99~100쪽)



이 특별한 비밀. (중략)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101쪽)   


   


최근 『뒤마 이야기』의 번역본을 읽는데 문득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에 자기가 한 짓을 털어놓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여길 만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는 갖고 있다고 플루타르코스는 썼다."(98쪽)

이 특별한 비밀. (중략)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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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7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소설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소설, 메타픽션, 자전소설 기타등등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ㅎ
이젠 사소설의 위상도 높아진 것 같아요. 에니 아르노 땜에.

페크pek0501 2023-04-27 23:23   좋아요 2 | URL
사소설은 그 나름대로 견인력이 있지 않나요. 쓸 수만 있다면 괜찮죠.
김영하 팟캐스트에서 사소설을 쓰는 일본 작가를 소개한 적 있는 것 같아요.
자전소설은 체험을 소재로 쓰되 허구적 상상력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사소설과 다르겠지요.
메타픽션은 잘 모르겠네요. 허구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온다고 말한 작가가 있긴 해요.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면 더 관심이 가긴 하더라고요^^

젤소민아 2023-04-27 23:39   좋아요 2 | URL
ㄴㄴ 사소설은 미야모토 테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다사이 오자무의 딸 쓰시마 유코도 좋고요.

저도 ‘사소설‘의 경계가 좀 헛갈려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은 딱 사소설 같던데 아니라고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만 단순하게 서술한 ‘사소설‘은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이의 죽음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시달리는 청년의 모습을 통해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이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https://www.mk.co.kr/news/culture/4617223

그리고 ‘메타픽션‘은 소설속에서 소설을 어떤식으로든 언급하는 걸 말한답니다~.

단순히 인물이 소설책을 읽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메타성이 얕겠지만
소설 속에서 ‘소설‘이란 세게와 차원을 인정하고 그걸 다루고 있다면 메타소설이 된다고요.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같은 소설이 농도짙은 메타픽션이고요~

페크님, 제 리뷰에 ‘공감‘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톡톡 칼럼‘ 사러 총총히~~ㅎㅎ

페크pek0501 2023-04-27 23:45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 님, 전문가 같으십니다.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메타픽션에 대해 배웠네요. 저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보다 작가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에 더 맘이 끌리더라고요. 만약 전쟁 소설이라면 취재해서 쓴 것보다 전쟁터에서 실제 경험한 것을 쓴 것이 관심이 더 가죠.
앞으로도 고급 정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stella.K 2023-04-28 15:21   좋아요 1 | URL
아, 지금 생각해 보니 메타픽션이 아니라
오토픽션이었어요. 어뜨케...엉엉~

페크pek0501 2023-04-30 09:46   좋아요 1 | URL
괜찮아염. 그럴 수도 있지요. 덕분에 제가 배운 게 있잖아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yamoo 2023-04-28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소설이 뭔지 궁금했는데.....덧글 읽으면서 사소설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되었네요..ㅎㅎ

저는 근데 일본 소설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해요. 오쿠다 히데오를 끝으로 졸업했는데...

나쓰메 쏘세키는 읽어볼 예정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30 09:56   좋아요 1 | URL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좋아합니다.
이 산문집은 영미권 산문집을 읽고 나서 좋은 것 같아 일본 산문집으로 사 봤어요. 같은출판사에서 나옵니다.
프랑스 산문집도 갖고 있어요. 산문을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3-04-29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이란 정말,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게
비밀이지 싶습니다.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밀의 마력은 깨지니깐요.

페크pek0501 2023-04-30 09:58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을 것 같아요. 없었으면 하는 일, 후회되는 일 등
그러나 비밀이 없는 삶은 좀 싱거운 것같이 느껴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명원,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자기 언어’를 가지면 ‘자기 세계’를 갖는다(60~61쪽)에서



정작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실패한 아기일지라도, ‘말(언어)’을 배움으로써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못 놀라운 통찰이었다. 저자는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말은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가공해내기도 하고, 지나온 삶의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비결정론적인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은 꿈꾼 만큼만 살 수 있다. 내가 말을 배움으로써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기모멸의 터널을 벗어난 것처럼, 상처로 충만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육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상처에 대한 사회문화적 보상 체계다. 그러니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은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말과 같다는 진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61쪽)


⇨ 이 글에서 책은 보리스 시륄니크의 『관계』라는 책을 말한다. 



정작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실패한 아기일지라도, ‘말(언어)’을 배움으로써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못 놀라운 통찰이었다. 저자는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말은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가공해내기도 하고, 지나온 삶의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비결정론적인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은 꿈꾼 만큼만 살 수 있다. 내가 말을 배움으로써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기모멸의 터널을 벗어난 것처럼, 상처로 충만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육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상처에 대한 사회문화적 보상 체계다. 그러니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은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말과 같다는 진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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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7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도 읽어봐야 하는데…ㅠ

페크pek0501 2023-04-27 23:24   좋아요 1 | URL
이 책을 들춰 봤더니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필사하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올려봤어요.
시류를 타지 않는 글이 많아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