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독서 목록에 따르면) 2004년에 읽었고 이번에 재독하였다. 예전에 읽을 땐 발견하지 못한 것을 이번에 깊이 음미할 수 있었던 게 재독의 수확이었다. 첫 문단에서부터 인물 묘사가 뛰어난 작가임을 알았다. 읽다 보면 군데군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묘사도 탁월해서 문장력을 키우고 싶은 이들이 필사해 보면 좋을 작품으로 꼽겠다.

 

 

이 책 한 권을 필사한다면 여러 권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한스의 아버지를 묘사하는 글을 밑줄긋기 박스에 넣어 봤다. 요즘 이런 글을 읽는 재미에 빠졌다.

 

 

다음 글을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7쪽) 요제프 기벤라트 씨는 중개업과 대리업을 했다. 다른 마을 사람들에 견주어볼 때, 그에게는 장점이나 특성이랄 것이 없었다. 여느 사람처럼 그는 넓은 어깨에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어지간한 장사 수완을 지닌 그는 황금을 숭배하는 솔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7~8쪽) 그의 종교 의식은 약간 개방적이기는 했지만,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다. 신(神)과 관료주의에 대해서는 적절한 존경심을 표하였고, 시민적인 예의범절의 확고한 불문율에 대해서는 비굴할 정도로 맹목적인 복종심을 보였다. 그는 가끔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한 번도 취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만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형식적으로 허용되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않았다.

(8쪽) 그의 내면 생활은 속물적이었다. 그가 지녔던 정서(情緖)는 이미 오래전에 먼지가 되어버렸다. 낡고, 우악스럽기만 한 가족 의식과 자기 아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따금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즉흥적인 자선, 이러한 것들이 겨우 그의 정서의 가장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또한 그의 정신적인 역량은 엄격하게 한계가 그어진 타고난 교활함과 계산적인 술책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가 읽는 것은 신문뿐이었다. 그의 예술 감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해마다 개최되는 시민 단체의 소인극(素人劇)과 가끔 열리는 서커스 공연이면 충분했다.

(8~9쪽) 그가 이웃의 어느 누구와 이름이나 집을 바꾼다 하더라도 무엇 하나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의 영혼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부분, 즉 우월한 힘과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불신감, 그리고 일상적이지 않은, 보다 자유롭고 세련된 정신 세계에 대한 본능적인 적대감에 있어서 그는 그 도시의 다른 모든 가장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의 적대감은 옹졸한 질투심에서 싹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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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5-15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레바퀴 아래서‘는 딸아이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제가 반대를 해, 서로 갈등이 있는 시기에 읽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내용들이 아프게 저를 찌르는 바람에 탁월한 문장들을 발견 못하고 지나간 것 같아요~~세상에 읽을 책도 많고 재독하고 싶은 책도 많고 몸은 안따라주고 마음만 바빠지는 것 같아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5-15 12:59   좋아요 3 | URL
그런 때에 읽으셨다면 소설에 공감하며 읽으셨겠어요.
저는 2004년에 읽을 땐, 공감도 못하겠고 참 재미 없구나 생각했어요. 줄거리 위주로 읽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읽을 땐 이미 줄거리를 알기 때문에 문장 표현에 관심을 두고 읽었어요. 탁월한 작가는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엄청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필사할 작품이 있다면 이 작품을 꼽겠습니다. 저도 부분 필사를 하고 있어요.
좋은 문단을 찾아 책의 3분의 1만 필사해 보려 합니다.
페넬로페 님의 댓글 마지막 문장은, 저도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5-15 1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헤르만 헤세의 책은 학생시절에 더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데미안부터 시작해서 소개가 많이 되기도 했고요.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문장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처럼 쓰면서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5-16 17:0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은 학창 시절에 독서광이었나 봐요.
요즘 데미안도 재독하고 있답니다. 재독하니까 작품의 진가를 알겠더라고요.
처음 읽을 땐 줄거리 쫓아가느라 제대로 문장 감상을 못 한 것 같더라고요.
책은 꼭 두 번 읽어야 유익하단 생각을 이번에 굳혔어요.

붕붕툐툐 2021-05-15 2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독을 하면 확실히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군요. 재독은 엄두도 못내고 늘 다른 책을 찾아 헤매는 저이지만, 이런 장점이 있구나 배우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21-05-16 17:05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 님, 저도 재독은 엄두고 못내다가 이번에 재독하게 된 거예요.
재독의 이점이 확실히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1-05-16 0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어봐서 어떤지 알기는 하는데, 이런 건 거의 그냥 지나쳤던 것 같네요 이런 글이 있어서 한스 아버지가 어떤지 알 듯도 합니다 그래서 한스가 많이 힘들었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5-16 17:07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읽을 땐 그냥 지나쳤어요. 밑줄을 긋지 않았더라고요. 이번에 재독하면서 밑줄을 그은 곳이 많았어요. 문장 감상 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꼭 필사해 보고 싶은 작품이랍니다.
첫장부터 아들 한스의 운명이 암시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아버지 밑에서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비가 시원하게 오는 날입니다. 잘 지내세요...

잉크냄새 2021-05-16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있는데, 예전에 읽을 때 밑줄 친 글을 만나며 그 내용이 공감이 되냐 아니냐에 따라 그 시절의 제가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더군요.

페크(pek0501) 2021-05-16 17:09   좋아요 1 | URL
잉크냄새 님, 안녕하세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답니다. ㅋ 어떤 땐 왜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었지? 하고
어떤 땐 왜 이런 문장에 밑줄을 안 그었지 하고요. 그래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는 걸 깨닫습니다.
반갑습니다. 댓글, 감사하고요...
 

 

 

청정 지역과 같은 정신을 가진 분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정채봉, <그대 뒷모습>

 

 

 

(176쪽) 문제는 처음에는 남보다 더 좀 나아져 보려고 시작한 달리기가 지금은 자신이 왜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이 달리니까 나도 달린다는 데 있다(어떤 면에서는 저승까지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신호가 풀리기 수초 전에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는 사람들로 꽉 차버린 우리 현실.

(176~177쪽) 이탈리아가 한창 기계 문명과 산업화 열병에 휩쓸려서 정신이 없었을 적에 이런 칸초네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용히 번졌었다고 한다.

뛰지 마, 그러면 너는 볼 수 있을 거야.
네 주위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꽃 속에 사랑이 가득한 세계가 있는 걸 모르니?
뛰지 마, 그러면 너는 찾을 수 있어.
길가 돌 틈의 너만을 위한 다이아몬드를.
멈추어 서면 알 수 있을 거야.
너는 많이 뛰었지만 항시 그 자린 것을.

(177쪽) 그렇다. 앞뒤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소유와 안락을 향해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달려온 우리가 이제부터 뇌어야 할 것은 "천천히, 천천히"이다.

(181쪽) 컴퓨터에 의해 인류는 진보했지만 행복이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의해 정보는 엄청나게 빨라졌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1분 안에 화면에 떠올라 온 것은 아니다. 어쩌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해 더욱 통제되고 더욱 바빠야 하는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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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12-05 0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다는 말은 너무 많이 써서 진짜 바쁠때는 덜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느긋하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다들 바쁘게 빨리빨리 하고 있으니까 속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주말은 잘 쉬고 싶어요.
페크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06 11:57   좋아요 1 | URL
바쁘다 바빠, 하는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를 만들거나 할 때
시간에 쫓기어 빠르게 작업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앞으로는 지진에도 강한 도로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동안 건물이나 도로가 붕괴되는 사건을 보아왔기에 더욱...
바쁘게 걷는 사람은 누군가를 도울 일이 보여도 그냥 지나친다는 통계가 있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남을 도울 마음도 생긴다는 거죠.

요즘 고단했는지 목 임파선이 부었어요. 쉬라는 몸의 신호죠. 쉬는 휴일을 보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휴일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0-12-06 21:31   좋아요 1 | URL
이번주 많이 바쁘셨나봐요. 주말에 잘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요즘엔 날씨도 많이 차갑고, 실내가 많이 건조하니까
감기조심하시고요.
주말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12-07 10:10   좋아요 1 | URL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몇 시간 동안은 가습기를 켜게 되네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컨디션 조절은 필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江)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P.S. 시가 좋아서 30편쯤을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가 그중 하나다.


외운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읽는 시인데도 낯설지가 않다. 암기의 가치를 느낀다.

 

김기림의 <길>이란 책에 있는 시인데 이 책이 품절되어 아쉽다.

 

(참고로 이 작품은 시로 분류하기도, 산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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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1-25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사진이네요.
해가 막 지고 밤이 되는, 지금 시간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 시집을 읽고 계시는군요.
이 작품은 시로도 산문으로도 분류된다니 신기합니다.
페크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1-26 18:27   좋아요 1 | URL
시에 바다가 나와 사진을 넣었어요. 몇 년 전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렇죠. 밤바다 같아요.
어느 책에선 시로 나오고 어느 책에선 산문으로 나와요. 제가 보기엔 산문시 같아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저녁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희선 2020-11-26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외우셨군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시 외워야 했는데, 잘 외웠는지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김기림 시인 이름은 아는데 아는 시는 없는 듯해요 어떤 게 떠올랐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옮겨 쓰신 시 쓸쓸하네요 돌아오지 않는, 떠나버린 걸 기다리다니... 오지 않을 걸 알아도 기다릴 때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11-26 18:30   좋아요 1 | URL
학교 국어 시간에 시를 왜 외우게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까먹지만 외운 적이 있는 건 다시 보면 기억이 나더라고요.

기다림, 이란 게 설렘도 있지만 쓸쓸한 일이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꼭 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자주 들춰 보게 한다.

범독하지 않고 정독하게 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어디까지 깊이 파는지, 어느 곳까지 나를 이르게 하는지 알고 싶어

나는 읽는다.

  

 

 


자선에 대하여 :
...............
자선은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므로, 그 안에 이미 상대방의 명예에 대한 평가절하가 들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선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을 수 없다.(172쪽)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에서.
...............

 

 

 

 


걸인에 대하여 :
...............
사람들이 걸인에게 돈을 줄 때 눈길을 피하는 이유를 이런 각도에서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걸인에 대한 이 같은 ‘비인격 취급’은 상호 작용 의례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걸인을 도우려고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걸인에게 말을 거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그에게 돈을 줄 수 없게 된다. (...)

사실 걸인에게 예의 바르게 적선을 하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걸인으로서는 거기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굴욕이기 때문이다. 그를 그 자리에 버려둠으로써 사회는 이미 그를 모욕하고 있다.(173~174쪽)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에서.
...............

 

 

 

 


 

 

 

 

 

 

 

 

 

 

 

 

 

 

 

자선은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므로, 그 안에 이미 상대방의 명예에 대한 평가절하가 들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선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을 수 없다.(172쪽)

사람들이 걸인에게 돈을 줄 때 눈길을 피하는 이유를 이런 각도에서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걸인에 대한 이 같은 ‘비인격 취급’은 상호 작용 의례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걸인을 도우려고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걸인에게 말을 거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그에게 돈을 줄 수 없게 된다. (...)
사실 걸인에게 예의 바르게 적선을 하는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걸인으로서는 거기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굴욕이기 때문이다. 그를 그 자리에 버려둠으로써 사회는 이미 그를 모욕하고 있다.(173~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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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24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는 이어진 글이 일부인 것 같은데요.
잘 아는 내용 아닌 것 같아서 짧은 글 한 번 더 읽어보았습니다.
주말이 되니 날씨가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0-25 11:35   좋아요 1 | URL
예. 아무래도 같은 5장 안에 있는 글이라서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글이라 신선하다고 느끼며 읽고 있어요.
어떤 책에서 저 비슷한 내용을 읽긴 했는데 잠깐 언급한 책이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흥미롭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오늘 저녁부터 난방을 켜야 하나, 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 독감 조심, 코로나19 조심...하세요. 좋은 휴일을 보내시고요. ^^

2020-10-24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5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10-26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도우려 할 때 돕는 사람이 모를 때가 많지 않나 싶어요 알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 모르겠지요 그저 자신이 내는 돈이 잘 쓰이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네요 돈을 아주 많이 내는 사람은 좀 다를지... 그걸 드러내는 사람도 있군요 그렇게라도 자신이 사회에서 얻은 걸 다른 사람한테 돌려주는 거 좋지 않나 싶어요 이런 것과 좀 다른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0-10-28 11:26   좋아요 0 | URL
누군가를 도우려 할 때 그 수혜자는 몰라야 될 것 같아요. 그래야 서로 맘이 편할 듯해요.
자선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느라 부정적인 면은 생각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그것의 부정적인 면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희선 님. 오후부터 미세먼지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0-10-26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10-26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이 다시 이전으로 복원되었네요. 작가님의 프로필 사진도 멋있었는데.
이 사진은 잘 아는 이미지라서 금방 눈에 들어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페크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0-28 11:31   좋아요 1 | URL
하하~~ 좀 새롭게 단장하고 싶었는데 예전것만 못해서 다시 원상태로 했어요.
사용한 지 오래된 이미지라서 친숙할 거예요. 저도 편하고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에 걸리기 없기, 입니당~~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최근에 읽은 책이다.

 

 

 

 

 

 

 

 

 

 

 

 

 

 

이 책에서 독자에게 유익한 글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글을 밑줄긋기로 작성하고자 한다. 찾아보니 알라딘의 밑줄긋기엔 빠져 있다.  

 

 

우선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나의 생각 : 피해자라고 해서 흠이 없는 천사 같은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피해자도 실수를 하고 자만에 빠져 살 때도 있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그의 행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만 언급해야 한다. 

 

 

피해자는 그냥 피해자다. 착한 피해자도 나쁜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불필요하다.(248쪽)

요컨대 트집을 잡고 깎아내려 나쁜 피해자를 만들어내려는 욕망만큼이나, 그 반대 지점에서 착하고 선량하기만 한 피해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도 또한 불쾌하고 해롭다는 것이다. 그들이 옳고 그름을 논하며 피해자의 진짜 얼굴은 천사라고, 아니 악마라고 다투는 동안 정작 현실의 피해자는 유기된다.(250쪽)

다시 말하지만, 순백의 피해자란 실현 불가능한 허구다. 흠결이 없는 삶이란 존재할 수 없다. 순백의 피해자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걸 측정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또한 언젠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순백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할 것이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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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05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피해자는 어떤 일의 피해를 당한 사람이지, 모든 면에서 선량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람만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거예요. 그러나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이미지라는 것에는, 인용하신 내용과 같은 점이 없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어요, 저부터도요.^^

페크(pek0501) 2020-10-06 14:48   좋아요 1 | URL
우리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점검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어떤 점이 나쁘니 보상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둥 피해자의 자격이 없다는 둥 하는 소리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어요.
저자가 아주 중요한 점을 짚은 것 같아 밑줄을 그으며 읽었네요.
요즘 독서하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덥지 않아서요.

좋은 가을날을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