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홈페이지에서 ‘지면 보기’를 클릭하여 지면을 ‘화면 캡처’함.)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테니스 엘보 등의 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건강 검진을 받을 때면 또 다른 병이 생길까 봐 긴장하곤 한다. 몇 년 전 건강 검진의 결과지를 우편물로 받았는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니 재검사를 받으라는 게 하나 있었다. 유방암 검사였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라 겁이 났다. 마음을 졸이며 대학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괜찮다는 진단 결과를 전해 듣고서야 안도했다. 그때 큰 병에 걸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닮고 싶은 인물 유형 중 첫 번째는 병이 생기더라도 그 병을 이겨내고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마치 환자였던 적이 없는 것처럼 근심 없는 듯 밝은 얼굴로 사는 사람이다. 시련을 겪고도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산다는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책을 통해서 닮고 싶은 인물을 만난 적이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란 소설에 나오는 맹인을 보고 그의 정신 자세를 닮고 싶었다. 그 맹인은 상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집에 방문한다. 그는 아내의 오랜 친구다. 방문자가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방문자와 '나'를 인사를 시키고 '나'는 초면인 맹인과 악수를 한다. "어쩐지 전에 이미 본 사람 같구먼"하며 방문자는 '나'에게 쩌렁쩌렁하게 말한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면서 '나'를 이미 본 사람 같다고 농담을 할 줄 아는 유머인이다. 시각 장애인인 데다가 상처까지 했기에 그의 낙천성이 퍽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런 이는 어떠한 고난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의연한 자세로 돌아올 것만 같다.



불행의 나락 속에서도 의연한 자세를 갖는 이를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도 존재하니까. 가수 이동우가 그렇다. 그는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남자 개그맨들로 결성한 가수 그룹인 틴틴파이브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2004년 병원에서 '망막 색소 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0년 실명 판정을 받았지만 재즈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였고, '철인 삼종 경기'에 출전해 도전 정신을 보여 주기도 했다.



만약 보통 사람이 어느 날 사고를 당해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눈이 보이지 않아 뭘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터이니 가족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겠다.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삶을 비관하여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앞서 말한 두 사람은 정신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런 보통 사람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꿈이 되어 버렸으며, 물가는 인상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고, 식생활의 변화로 각종 암과 당뇨병의 발생이 늘고 있다. 이외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폭염, 폭우, 태풍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교통사고를 비롯해 매일 일어나는 사고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어려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갑자기 불행에 빠질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누구는 경제 문제나 질병으로, 누구는 자연재해나 교통사고로 불행에 빠질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행동이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행복하지 않아도 웃으면 실제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짜 웃음이라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의학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소설 속 맹인과 가수 이동우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의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의연하게 행동하면서 더 의연해졌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가 앞으로 난관에 부닥쳤을 때 의연한 척 행동하면 실제로 의연하게 견딜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게 한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그들을 정신적 롤모델로 삼는다면 위안도 되고 힘도 얻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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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21020010003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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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2-10-21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멋있습니다 페크님 ^^

페크pek0501 2022-10-21 09:40   좋아요 2 | URL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프레이야 2022-10-21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열 번 클릭했어요. 대성당의 시각장애인 놀라운 반전이죠. 저는 그런 분들을 점자도서관에서 많이 만나 봅니다.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열정도 많고 넉넉하신지 모릅니다. 뵐 때마다 배우고 느끼게 됩니다. 기가 막힌 사연들이 많아요. 다 이겨내신 분도 있고 다 이겨내지 못했더라도 하루하루 감사히 산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요. 페크님 글도 그렇습니다. 어머니와 페크님 모두 건강 잘 돌보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2-10-21 10:23   좋아요 3 | URL
잘 지냈어요. 프레이야 님도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또는 몸에 장애가 있는 분들한테도 의연한 모습을 보게 되지요.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분들이 있어 힘을 낼 수도 있고요. 나도 어떤 일이 닥쳐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열 번 클릭... 하하~~~ 필진들 중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있는지라 조회 수 꼴찌를 면해 보자는 저의 꼼수죠.
알라니더 님들의 덕분으로 꼴찌는 면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 저 역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후회하는 일이 많아지고요. 모두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mini74 2022-10-21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동이 결과를 변화시킬수 있다 참 좋네요 페크님 *^^* 주변을 감동시키는 유머가 아닐까 합니다. 페크님 날이 많이 찹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어머님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

페크pek0501 2022-10-21 10:26   좋아요 3 | URL
예. 항상 고마운 미니 님이십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 참 좋은 것 같아요. 배우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미니 님도 차가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며 잘 지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10-21 09: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반갑습니다^^ 여러 번 클릭하고 왔어요ㅎㅎ
저도 상실을 겪는다면 저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늘 염려하는 부분입니다. 독서인들에게 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장기인데 눈이 안 보인다면 생각만 해도 상실감이 클 것 같아요ㅜㅜ 책을 통해서 이런 상실을 확인하면서 의연함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페크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어머님도 건강 회복하시길 기원할게요.

페크pek0501 2022-10-21 10:28   좋아요 3 | URL
크하하~~~ 여러 번 클릭에 감사드려요.
저와 비슷하시네요. 그래서 암을 이겨내고 밝은 모습으로 사는 지인들을 보면 그들이 마구 좋아집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겠지, 하면서 힘이 나고요.
거리의화가 님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로제트50 2022-10-21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릭했어요~~~
나름 불행을 가진 사람으로서 웃고 싶은 아침입니다^^;;

페크pek0501 2022-10-21 11:46   좋아요 2 | URL
아, 반갑습니다.
저도 제 인생을 돌아보면 똑같은 삶을 다시 살고 싶지 않아요.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이 나서요.
특히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참 힘들더군요. 어머니도 언젠가는 떠나시겠지요.
단언하건대 불행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클릭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10-21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13번 클릭! 의연한 자세를 부르는건 의지와 시간이겠죠? 쉽지는 않지만 ~!!

페크pek0501 2022-10-21 11:53   좋아요 3 | URL
의연한 자세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웃다 보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이
우리 마음속에도 영향을 미치니 신기한 일입니다. 그래서 살기 마련인가 봐요.
13번 클릭!!!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일이 밀려 있어서 짬을 낼 수 없고 꼭 다음에 답방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10-21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페크님이닷!!! 오랫만에 만나요. ^^ 저도 클릭 2번 했구나.... 새파랑님 본받아서 열심히 할게요.
대성당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단편이에요. 주인공이 맹인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리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그렇게 울컥한거예요. 그러면서 뭔가 마음의 위로를 확 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대성당 너무 좋아하는데 페크님 글에서 보니까 또 좋네요. ^^

페크pek0501 2022-10-22 15:45   좋아요 2 | URL
와우!!! 바람돌이 님, 오랜만입니다. 환영해 주시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클릭 두 번에도 감사드려요.
맹인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리는 장면을 처음엔 넣었답니다. 그런데 원고지 매수가 넘쳐 뺐어요. 저도 그 장면이 좋더라고요. 그때 맹인이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뭘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 말도 좋더라고요. 비록 볼 순 없지만 배움의 기쁨을 안다는 것이...
저도 대성당, 을 좋아합니다.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희선 2022-10-22 0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의연해 보여도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는 그 사람은 혼자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도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좀 나아진 거겠지요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의연한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겠지요 그런 게 다가와도 잘 견디고 살면 좋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페크 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10-22 15:50   좋아요 3 | URL
그렇죠. 처음부터 의연해지기는 쉽지 않지요. 마음속에는 어떤 투쟁의 역사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의연한 자세를 취하게 된 건 존경스럽죠. 이런 이들을 보면 위로가 됩니다.
벌써 10월이네요. 제가 글을 올리는 건 지금도 불가능할 것 같고... 그 대신 서재 님들의 서재에 가서 방문의 흔적을 댓글로 남기긴 할 생각입니다. 응원차, 그리고 제가 잊혀지지 않도록... ㅋㅋ
반가웠어요. 희선 님도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scott 2022-10-22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칼럼 좋아요 💖누르고 왔습니다 어머님 빠른쾌유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2-10-23 17:25   좋아요 2 | URL
아, 감사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이 계셔서 마음 든든합니다!!!

서니데이 2022-10-23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고라는 건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가끔은 질병도 그런 것처럼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리 정기검진 하면서 찾아내는 거겠지, 싶어요.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조금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내 상황이 되면 정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페크님도 페크님의 가정에도 건강함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0-24 21:51   좋아요 3 | URL
티브이를 보면 불행한 이들이 너무 많아 삶이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친척 중에서도, 지인 중에서도 병을 앓는 이들이 생기고요. 의학의 발달로 암을 달고 사는 시대가 됐긴 했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느껴져요. 그래서 의연한 자세를 가진 이를 보면 존경스럽고 닮고 싶어집니다.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이 생기기 전에 걷기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어요.
걷기가 참 좋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걷는 시간을 조금씩 늘여 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러려고 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서곡 2022-10-24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고 클릭했습니다 ㅎ 환절기 건강 조심하십시오~~

페크pek0501 2022-10-24 22:53   좋아요 2 | URL
서곡 님도 건강한 가을 보내세요. 건강과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10-24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클릭 두 번 했어요.^^ 같은 글인데, 알라딘 서재에서 볼 때랑 신문에 맞는 편집을 입고 나올 때 느낌 다른 거 참 신기해요^^

페크pek0501 2022-10-26 12:23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 님 반갑습니다. 제가 알라딘 님들 덕분에 삽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해요. 제가 노트북으로 쓴 글은 후져 보이는데 신문에 실린 다음에 보면 좀 나아 보이는 거죠.ㅋ 시간과 장소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이기 때문인지...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만 일이 많다 보니 몸이 피곤해서 아침잠이 달다는...
좋은 하루 보내시고 다음에 봐요.^^


















꼬마요정 2022-11-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 번 클릭했어요!! 첨에 한 번 클릭하고 좋아요 하고 댓글 달려는데, 아닛!! 열 번이 기본이구나 싶어서 얼른 클릭했어요^^
대성당은 읽으려고 몇 년째 벼르는데 참 안 읽어집니다. 샀을 때 한 두 쪽 읽다가 잠들어서 그런가봐요ㅠㅠ 다들 좋아하신던데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다 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는 척 한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2-11-22 11:15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 님, 반갑습니다.
열 번이나 클릭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대성당...ㅋㅋ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사 놓은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사고 싶은 책이 또 생기면 부지런히 산다는 거요. 저도 그렇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 중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않은 책이 많습니다.
도전 정신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저도 새로움을 향한 도전 정신으로 살았더라고요.
12월 첫 날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잘 지내세요...^^

서니데이 2022-11-25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오늘 오후에 카버의 대성당이 새로운 판형으로 출간되었다는 알림을 받았어요.
진한 핑크색이더라구요.
댓글을 쓰려니, 오늘 낮의 그 책 생각이 나네요.
요즘 날씨가 낮에 따뜻하고 좋았는데, 다음주부터는 많이 추워질거라고 해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잘 지내시는지 궁금했는데, 댓글남겨주셔서 반가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1-27 14:09   좋아요 1 | URL
어마, 서니데이 님, 반갑습니다.
대성당이 새로운 판형으로 나왔군요. 소장할 가치가 있는 작품집이지요.
오늘 날씨가 추워진 것 같은데 우리집은 남향이라 햇볕이 많이 들어와 덥습니다. 아니 제가 노트북에 스탠드까지 켜서 열이 발생해 더운지도 모르겠군요.
매일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무탈이 최고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벌써 9월이 다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는 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여름이란 계절도 가는 게 아쉬운지 확 가 버리지 않고 낮엔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14년 동안 돈 버는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컸고 제가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고 나니 지금이 가장 좋은 때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시간이 더 소중해지더군요.


그런데 친정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가 보살피기 위해 매일 친정에 가 있어야 해서 현재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운이 소진하여 서재에 올리기 위한 글을 쓸 여유가 없네요. 


해서 당분간 서재 활동을 하지 않고 휴식기를 가지려고 합니다. 다만 외부에 기고하는 칼럼은 제 차례가 되면 꼭 써야 하므로 게재되면 서재 방문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곳에 링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어지럼증이 몇 번 있었고 그로 인해 방에서 넘어져서 병원에 갔는데 넘어진 것은 괜찮다고 하고, 어지럼증이 있다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하였고 앞으로 또 검사를 할 게 있다고 합니다.


친정어머니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무탈함의 행복,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휴~~ 삶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시는 분들은 저에게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페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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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9-29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친정어머님의 건강이 괜찮아지시길 바라겠습니다~!!!

서곡 2022-09-29 1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

mini74 2022-09-29 1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패크님ㅠㅠ 어머님 건강 빨리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저 또한 정신없이 일하다가 이제 여유를 좀 가져볼까 하니 그때부터 양가부모님들이 편찮으시기 시작하더군요 ㅠㅠ 지치지 마시고 페크님 건강도 잘 챙기세요*^^*

얄라알라 2022-09-29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 제목 보고 클릭 전에는 이런 말씀일지 잘 상상하지 못했는데...
아무쪼록 페크님의 지극한 효심으로 또 긍정 에너지로 어머님께서 쾌유하시기를 바랍니다.

페크님께서 이 공간에 글을 자주 못 올리시더라고
늘 삶 속에서 문장을 뽑아내시고 차곡차곡 오픈 준비하시리라 믿고 있어요
건강하세요. 페크님께서도

거리의화가 2022-09-29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어머님의 건강이 잘 회복되시길 기원할게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라로 2022-09-29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어지럼증에 대해 들으니 저도 마음이 답답하네요.ㅠㅠ
검사 결과가 좋은 쪽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그래도 넘어지셨는데 넘어진 것으로 인한 문제가 없다 시니 좀 안도하게 되네요.
노인분들은 넘어지는 게 치명상인 경우가 많거든요...
어여 좋은 결과가 있으셔서 페크님이 알라딘에 좋은 소식을
갖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페크님의 건강을 먼저 챙기시는 잊지 마시고요.

stella.K 2022-09-29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그렇더라구요. 아이들 다 키워놓고 가장 좋은 때가 왔구나 싶을 때
또 다른 삶의 파도가 오는 것. 안 오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그걸 잘 타는 수 밖에요.
양가 어머님 건강도 건강이지만 언니도 몸이 상할까 걱정이네요.
모쪼록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당분간 이곳이 허전하겠네요.ㅠ
언젠가 언니가 이곳 나간 저를 기다려 줬던 것처럼 저도 등불 밝혀 기다리겠습니다.
양가 어머님 건강해지시고 어여 돌아오세요.^^

페넬로페 2022-09-29 1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무탈하시고 얼른 쾌차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마루☆ 2022-09-29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될 거예요.~ 건강 잘 챙기세요.

2022-09-29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2-09-29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정신에게 책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는 기분 전환에 속한다. 내 정신은 자기에게 어떤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요동을 치며 온갖 방향으로 제 활력을 시험해 보고 때로는 힘을 향해, 때로는 질서와 우아함을 향해 솜씨를 부려 보며, 자신을 정동하고 조절하며 강화한다. 그것은 스스로 자기 능력을 깨어나게 할 힘을 가졌다. _ 미셸 드 몽테뉴 <에세 3> , p30/355

요즘 한창 몽테뉴의 <에세>글 올리신 것을 보며, 마침 저 또한 <에세>를 읽었기에 반가움이 컸습니다. 다시 오셨을 때 <에세>와 관련하여 페크님의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감은빛 2022-09-29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서 얼른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페크님께서도 원하는 일을 더 많이 하실 수 있도록 여유를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다시 페크님의 글을 반갑게 읽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2022-09-30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10-01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희선 2022-10-03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건강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페크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2022-10-19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22-10-24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 글을 이제야... 사진 속 저 푸른 나뭇잎 색깔이 변했겠네요.
어머님 안부 궁금합니다. 페크님 휴식기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긴 저도 왔다리 갔다리 하는 처지이긴 합니다요.
아무튼 페크님 건강하셔요!!!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22장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이의 손해이다’



상인은 젊은이의 낭비가 있어야만 장사가 잘되고, 농부는 밀 값이 비싸야, 집 짓는 이는 집들이 무너져야 돈을 번다. 사법관들은 사람들 사이의 소송과 분쟁이 있어야 일거리가 있고, 성직자들의 활동과 영역조차 우리 죽음과 악덕의 덕을 본다. 의사란 자기 친구의 건강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으며, 병사는 자기 고장의 평화마저도 기꺼워하지 않는다고 고대 그리스의 한 희극 작가는 말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각자 자기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내적인 소망들이 대개 남을 희생시키며 생기고 자란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다.(207쪽)



⇨ 글쓰기에 있어서 나의 경쟁자는 ‘타인’이 아니고 ‘과거의 내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 글의 비교 대상은 타인의 글이 아니라 내가 과거에 쓴 글이었다. 이때 글을 쓰고 나서 과거의 글보다 나으면 대체로 만족할 수 있었다.  


요즘은 비교 대상이 달라졌다. 내가 쓴 글 중에서 평균값이라 여겨지는 글 한 편을 정해 놓고 그 평균값보다 못 썼다 싶으면 비교적 못 쓴 글로 여기고, 그 평균값보다 잘 썼다 싶으면 잘 쓴 글로 여긴다. 


이번에 모 일간지에 게재하기 위해 칼럼 한 편을 썼다. 그런데 퇴고를 거듭했으나 평균값보다 못 쓴 글이라고 판단되었다. 그 글을 포기하고 새로 쓰기로 했다. 내 노트북의 한 폴더에 이런 식으로 빛을 보지 못한 글이 수십 편이 있다. 


몽테뉴의 글을 읽고 나니 평균값 같은 건 필요 없고, 그저 모든 타인이 글을 잘 쓰지 못하면 내가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우하하~~.


그러나 혼자만 글을 잘 쓰면 재미가 없겠다. 나도 누군가가 잘 쓴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이의 손해이다‘ - 상인은 젊은이의 낭비가 있어야만 장사가 잘되고, 농부는 밀 값이 비싸야, 집 짓는 이는 집들이 무너져야 돈을 번다. 사법관들은 사람들 사이의 소송과 분쟁이 있어야 일거리가 있고, 성직자들의 활동과 영역조차 우리 죽음과 악덕의 덕을 본다. 의사란 자기 친구의 건강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으며, 병사는 자기 고장의 평화마저도 기꺼워하지 않는다고 고대 그리스의 한 희극 작가는 말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각자 자기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내적인 소망들이 대개 남을 희생시키며 생기고 자란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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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20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로섬 게임이군요 ㅋ 글쓰기랑 책읽기 만큼은 제로섬이 아니면 좋겠네요~!!

페크pek0501 2022-09-21 11:24   좋아요 1 | URL
제로섬 아니고 윈윈게임이 될 거예요.ㅋ
남들이 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제 글이 향상될 터이니 남들도 좋은 글을 써야 합니다!!!
서로 자극 받자고요. 윈윈을 향해서...^^

stella.K 2022-09-20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씀...? 굉장한데요?
읽고 싶네요.
그런데 그런 말도 있잖아요. 나의 베스트와 남이 베스트로 봐 주는 게 다르다고.
모르긴 해도 그 폴더에 잠자고 있는 언니의 글중 남이 읽었을 때 베스트라고 봐 줄 글도
있지 않을까요? ㅋ

페크pek0501 2022-09-21 11:27   좋아요 1 | URL
회사에서도 승진하려면 남들이 나보다 뒤처져야 하는 것과 같죠.
에세는 세 권 세트인데 너무 두꺼워 추천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저처럼 두고두고 볼 책으로 생각한다면 모르지만요.
호호호~~~ 잠자고 있는 저의 글을 남의 시각에는 맘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언젠가는 대폭 수정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어요.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ㅋ


미미 2022-09-20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이 책 왠지 페크님께 잘 맞는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실물보고 생각보다 넘 두꺼워서 멀리했는데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2-09-21 11:28   좋아요 2 | URL
아, 어떻게 아셨지요? 딱 제 스타일의 책이에요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어요. 두꺼운 게 흠이지만요...

미미 2022-09-21 11:48   좋아요 1 | URL
페크님이 써주신 글과 발췌문이 조화로워서요^^

페크pek0501 2022-09-21 11:57   좋아요 1 | URL
히히~~~

서니데이 2022-09-20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이의 손해다.
여기 읽고 제로섬 게임, 쓰려고 했는데, 댓글 쓰려고 보니까 위에 새파랑님이 쓰셨.... 늦었네요.
근데 어쩌면 제로섬도 아닐수도 있어요. 일부분은 미세하게 손실되는 것 또는 추가되는 것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 책의 저자는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이의 손해이다˝ 라고 말했지만, 그 다음의 예시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느 젊은이가 소비하는 만큼 자본이 이전되면서 유동성이 좋아지고, 선순환이 계속되면 시간이 걸려도 처음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농부는 밀 값이 비싸면 좋을 수도 있지만, 대체재가 있다면 외면받을 수도 있습니다. 집을 짓는 이는 집이 무너지면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겠지요... 근데 이렇게 쓰면 작가가 말하는 것과는 멀어지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9-21 11:31   좋아요 1 | URL
유동성, 선순환, 대체재... 서니데이 님이 경제 분야에서 아시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혹시 공부한 책이 따로 있으시다면 좀 알려 주세요. 윈윈 합시당~~~


















서니데이 2022-09-21 23:33   좋아요 1 | URL
빈칸이 넓은데, 설마 거기 숨겨진 의미가 있는 건가요??
저도 경제분야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다른 분야도 잘 아는 건 하나도 없긴 합니다.^^;

페크pek0501 2022-09-22 13:17   좋아요 1 | URL
우하하~~~ 제가 댓글 창을 두 번 열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댓글 창을 열지 않은 것 같아 또 열어서 그런 듯...ㅋㅋ
경제 분야를 공부한 적이 있어서 낯익은 단어들인데 서니데이 님이 나열해 주셔서 으음... 그런 게 있었지, 하고 생각했답니다. 좋은 댓글에 감사드려요.^^

서니데이 2022-09-22 20:19   좋아요 2 | URL
아.... 그게 뭐지 빈칸... 고민 많이 했는데, 주관식 썼으면 논점일탈이었겠어요.^^;
별일없어서 다행입니다.
페크님, 좋은 하루 되세요.^^

coolcat329 2022-09-21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가 쓴 몽테뉴에 관한 얇은 책을 읽었는데 어쩜! 기억이 안납니다.ㅠ 다시 한 번 훑어봐야 겠어요.
몽테뉴의 저 말은 위에 서니데이님 말처럼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진 않겠지만 그래도 저런 생각을 한다면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될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9-21 11:34   좋아요 1 | URL
저도 단편집을 읽은 게 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요즘 유튜브로 찾아 하루에 하나씩 듣고 있어요. 단편을 읽어 주는 게 있어서요.
세상 원리가 그런 것이겠죠.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가 하나 더 가지면 남이 하나 덜 갖게 되는 게 있죠.
겸손한 마음, 좋은 말씀이십니다. 오만해지기 쉬운 유혹을 우리는 물리쳐야 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scott 2022-09-21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몽테뉴

페크pek0501 2022-09-22 13:18   좋아요 1 | URL
저, 몽테뉴의 팬 맞습니당~~~ 파스칼의 팡세 만큼 이 책이 좋습니다.^^

희선 2022-09-25 0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이익이 보면 더 좋을 텐데, 그런 일도 많을 거예요 사람이 바라는 게 다르기도 하니, 서로한테 도움 되는 것도 있겠지요 어떤 일이든 손해를 안 봐야겠다 하기보다 손해 봐도 괜찮은 건 손해 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09-25 12:07   좋아요 1 | URL
이익을 볼 때보다 손해를 보는 게 마음 편할 때가 있긴 해요.
저는 특히 누구를 만났을 때 제가 돈을 더 쓰는 게 맘이 편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것도 따질 필요가 없는 거겠지만요. ㅋ
윈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2-09-25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금요일보다는 주말 날씨가 더 좋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낮에 햇볕 좋은 시간이 짧아져서 아쉽네요.
이제 남은 9월이 많지 않지만, 좋은 시간 되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22-09-29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3에 작성된 페이퍼에서 슬픔과 관련한 문제를 냈습니다. 



답은 몽테뉴의 <에세 1>에 있습니다.  



(프랑스 왕공들 중 한 분인) 그분은 체류 중인 트렌토에서, 온 집안의 지주요, 영광이었던 맏형의 사망에 연이어 두 번째 희망이던 아우의 사망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이 두 번의 애사를 감탄스러우리만큼 의연하게 견딘 그가 며칠 뒤 자기 수하 중 하나가 죽게 되자 이 마지막 참사에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이전의 꿋꿋함은 간데없이 어찌나 슬퍼하고 원통해하던지, 어떤 이들은 이 마지막 충격만이 그의 급소를 찌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인즉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46~47쪽)




몽테뉴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생각에) 우리 이야기도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캄비세스가 프사메니투스에게 아들과 딸의 불행에는 미동도 않다가 친구의 불행에는 그토록 참을 수 없어 하는 까닭을 묻자, 그가 “마지막 불행만이 눈물로 표할 수 있는 것이었고, 앞의 두 불행은 표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요.”라고 대답했다고 덧붙이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47쪽)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장면을 그릴 때, 그 아리따운, 죄 없는 소녀의 죽음에 대해 각자가 기울이는 관심의 정도에 따라 참관자들의 고통을 묘사해야 했던 고대 화가가 생각해 낸 것도 아마 이 주제와 연관되리라. 자기 기교의 마지막 역량까지 다 짜낸 그는 소녀의 아버지 차례가 되자, 어떤 모습으로도 그 같은 슬픔을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그렸다.(47쪽)




페트라르카의 말.


얼마나 뜨거운지 말할 수 있는 자는 그다지 뜨겁지 않은 불 속에 있는 것

페트라르카

(49쪽) 


⇨ 슬픔으로 말하면 얼마나 슬픈지 눈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는 그다지 슬프지 않은 것이고, 큰 슬픔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네카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은 슬픔들은 말하고, 큰 슬픔은 침묵한다.

세네카

(50쪽) 




마찬가지로 뜻밖의 기쁨도 우리의 얼을 빼놓는다.(50쪽)


자기 아들이 칸 전투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하다 죽은 로마 여인, 기쁜 나머지 죽음으로 건너간 소포클레스와 참주 디오니시우스, (중략) (50쪽)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몽테뉴는 이 책에서 큰 슬픔을 느꼈을 때 인간의 반응에 대하여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보다 “마지막 불행만이 눈물로 표할 수 있는 것이었고, 앞의 두 불행은 표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둡니다. 



결론은 매우 슬프거나 매우 기쁘면 인간은 넋이 나가고 몸이 굳어져 버린다는 것. 어떤 사람은 큰 슬픔이나 큰 기쁨을 견디다 못해 실신까지 한다는 것.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 나온다는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말했듯이 큰 슬픔은 침묵하게 되나 봅니다.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라는 말도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답은 2번과 3번으로 하겠습니다.



 

* 문제의 답을 댓글에 쓰신 분들은 슬픔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므로 그 ‘유익한 시간’이 상품이 되겠습니다. 문제를 낸 제 덕분에 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




....................<후기>


큰 슬픔에는 침묵한다는 세네카의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추가로 씁니다.


위의 글은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처음 알았던 순간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큰 충격을 받았던 첫 순간인 거죠. 큰 충격으로 침묵하게 되는 수가 있다는 걸로 해석하면 좋을 듯합니다. 실어 상태가 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울겠지요.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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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15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저도 저 대목에서 참 공감되었어요.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그렇습니다.행복도 불행이라는 느낌도요.
임계점을 넘겨야 터져나오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넘게 되면
또다른 경지에 이르는듯요. ^^

페크pek0501 2022-09-15 16:37   좋아요 3 | URL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것 같습니다. 뭐든 경험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요.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이 어느 부분은 상상력을 동원해 쓰겠지요. 그 점이 존경스럽습니다.
인간에 대해 잘 알아야 쓸 수 있겠다는 점에서요.^^

mini74 2022-09-15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시간이란 상품 참 마음에 듭니다 페크님..그러고보면 나이가 들면서 질문을 받을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거같아요. 그러니 생각하고 답할 기회도 당연히...저는 너무 큰 슬픔은 실감도 나지 않고, 부정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울면 기정사실이 되어버릴까봐, 슬퍼하면 인정하는게 되니까요. ..

페크pek0501 2022-09-15 17:13   좋아요 2 | URL
맨 마지막 줄에 쓰신 댓글. 그런 걸 잘 정리해 놓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런 게 인간 관찰기, 인 듯해요.
신기한 존재입니다. 인간이란...^^

서니데이 2022-09-16 2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다음부터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라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거예요.
사람마다 그 범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범위라는 것도 있긴 하겠지요.
경험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있었으면 좋겠고요.
페크님, 밖에 비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9-17 14:20   좋아요 3 | URL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스토킹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죠.
요즘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군요. 하루는 더디게 가지만 일주일은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굿 데이~~~

서곡 2022-09-21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전에 제가 읽은 글이 있는데요. 제 페이퍼에 담아 놓았습니다~

서곡 2022-09-22 12:28   좋아요 1 | URL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가 칼럼으로 쓴 글인데 그의 단행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수록되어 있어요

페크pek0501 2022-09-22 13:14   좋아요 1 | URL
아, 서곡 님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서곡 님의 댓글을 보고 생각났어요. 신형철 님의 그 책을 갖고 있거든요. 아마 저도 밑줄을 쳐 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잊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몽테뉴의 위 글은 오디오로도 많이 들었던 것이라 익숙했거든요. 예전에 ebs 방송의 오디오로 들었어요. 그것도 반복해서 들었었지요. 남녀 성우 두 분이 읽어 주는 거였어요. 이것만 생각났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책을 찾아봐야겠네요.^^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이집트의 왕 프사메니투스가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에게 패해 잡혔을 때, 포로가 된 자기 딸이 물을 길어 오라는 명을 받고 하녀 차림으로 자기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친구들이 모두 그의 곁에서 울며 슬퍼하는데도 한 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땅만 보고 있었고, 잠시 후 자기 아들을 죽이려 끌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똑같은 침착성을 유지하더니, 포로들 중 끌려온 친지 한 사람을 알아보고는 자기 머리를 치기 시작하며 앞장서서 극도의 괴로움을 드러내더라는 것이다.(46쪽) 




※ 위의 글을 읽고 다음 문제의 답을 골라 쓰시오.


이집트의 왕이 자기 딸이 물을 길어 오라는 명을 받고 하녀 차림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침묵하고, 또 자기 아들을 죽이려 끌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침묵하더니, 친지 한 사람을 알아보고는 극도의 괴로움을 드러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1) 세 번째가 가장 슬펐기 때문이다.


2)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으므로 세 번째의 슬픔 하나를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3)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표현이 불가능한 슬픔이었고, 세 번째는 눈물로 표현할 수 있는 슬픔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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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9-13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2번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게 아닐까요.

페크pek0501 2022-09-13 13:40   좋아요 1 | URL
사실은 저도 답을 몰라요.ㅋㅋ 정답은 추후에 공개하겠으나 몽테뉴의 생각을 알려 드릴 뿐입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2-09-15 12:42   좋아요 0 | URL
오늘 정답을 페이퍼로 작성해 올렸습니다. 배움을 즐기자고요. 항상 감사하며...^^

새파랑 2022-09-13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번? ㅋ 자식들의 비극은 이미 예측한 슬픔이었겠지만 친지는 예상밖이어서? ㅋ

페크pek0501 2022-09-15 12:43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의 상상력은 굉장하군요. 아주 좋은 태도 같습니다. 언제나 예상 밖도 내다봐야죠.
정답을 페이퍼로 작성해 오늘 올렸어요.^^

mini74 2022-09-13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이요. ~ 매냐님과 같은 이유 ~ 혹시 그 친지가 어릴 적 입양보낸 자식이라던가 그런건 아니겠죠 ㅎㅎ 출생의 비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ㅋㅋㅋ

페크pek0501 2022-09-15 12:44   좋아요 1 | URL
드라마 많이 보셔서가 아니라 의심과 상상력은 좋은 태도입니다. 발전을 위해서 말이죠.
정답을 페이퍼로 작성해 오늘 올렸어요. 봐 주십시오.^^

바람돌이 2022-09-13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2번에 응모합니다.
상품은 페크님의 칭찬??? ^^

페크pek0501 2022-09-15 12:45   좋아요 1 | URL
저의 칭찬과 더불어 여러분의 유익한 공부, 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답을 페이퍼로 작성해 오늘 올렸어요. 봐주시옵소서^^

잘잘라 2022-09-13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몽테뉴의 생각을 알려줄 뿐이라고 하시니 1, 2, 3 중에 하나가 아닐 것 같아요. 통밥..^^

페크pek0501 2022-09-15 12:46   좋아요 1 | URL
이건 기상천외의 상상력이군요. 제가 여러분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통밥 훌륭합니다.^^

scott 2022-09-13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 ^^
상품에 두눈이 😎멈 ^^

페크pek0501 2022-09-15 12:46   좋아요 1 | URL
상품은 싸움이 날 것 같아 자제합니다.
상품에 눈이 어두워서라도 이런 문제엔 일단 응모를 해야 합니당^^

서니데이 2022-09-13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복수선택, 3가지 모두 복합적일 것 같은데요.^^;

페크pek0501 2022-09-15 12:47   좋아요 1 | URL
모두 복합적... 훌륭하십니다.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단답형 한 마디로 답할 수 있겠습니까.

stella.K 2022-09-13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 벽지 새로 바르셨네요. 보기 좋습니다.
뭔 가을 하늘이 이렇게 우중충한 날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덥기꺼정.

잘 모르겠으니까 딴청하는...ㅋㅋ

페크pek0501 2022-09-15 12:50   좋아요 1 | URL
서재 벽지 보기 좋은가요? 전체 배경은 한강입니다. 한강의 물 빛깔이 좋지 않습니까?변신
스텔라 님도 이미지를 바꾸셨네요. 환한 색상이 보기 좋군요.
글쎄 말입니다. 웬 늦더위일까요.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선풍기를 들여 놓지 못하겠어요.
딴청하는 자세도 좋습니다. 정답을 페이퍼로 작성해 오늘 올렸어요. 바쁘지 않으시면 확인해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