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발터 벤야민 선집 1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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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독일 로볼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전의 주로 고전적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벤야민의 글쓰기 방식이, 여기서는 현실과 초현실 세계의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아포리즘적이면서도 이미지적인 성찰의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물론 동시에 그 탄생배경에 대한 사전이해 없니는 독해가 힘들다는 점에서, 그의 몇몇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내가 수강하는 강좌에서 언급되었던 책을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라는 책이었다. 접힌 부분이 많았다. 그중 일부를 옮겨 적고 단상을 적어 보았다. 



계단 주의!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에는 세 단계가 있다. 산문을 작곡하는 음악의 단계, 그것을 짓는 건축의 단계, 마지막으로 그것을 엮는 직조(織造)의 단계가 그것이다.(93쪽)


⇨ 이러한 단계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러나 음미하며 읽어 볼 만한 글이다.


난 그저 생각이 흐르는 대로 초고를 쓰고 나서 단락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궁리하고, 단락의 순서를 어떻게 바꿀지 궁리하고, 마지막 단락이 깊은 여운을 주는 글이 되게 하려고 궁리한다. 퇴고할 때는 세심히 보며 삭제할 문장을 고르고, 잘못된 문장을 수정한다.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알게 되는 곳


그곳은 그의 실패에서이다. 우리가 우리의 약점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업신여기고 그 약점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강한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패배를 업신여기고 우리의 불운을 부끄러워한다. 승리와 행운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인식한다고?!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바로 우리의 강점만큼 우리의 깊은 약점들을 드러내는 게 없다는 걸 대체 누가 알지 못할까?(172~173쪽)


⇨ 인간은 성공할 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성공하면 자신을 높은 위치에 두고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오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비난을 산다.


오만한 자는 하나의 그림자를 달고 있는데 그것은 어리석음이다.   


      

일련의 실패들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우리는 그 실패들 속에서 온갖 부활의 술책들을 배우고 용의 피로 목욕하듯이 수치심 속에 목욕한다. 명성이든 알코올이든 돈이든 사랑이든, 사람은 자신의 강점이 있는 곳에서 명예를 모르고 치욕을 두려워할 줄도 모르며 침착함도 모든다.(173쪽) 


⇨ 실패를 경험하면 그것을 통해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어서 부활의 기회를 갖게 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말리는 충고는 하지 않기


충고를 부탁받은 사람이 제대로 충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고를 부탁하는 사람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다음 그 의견을 승인해주는 것이 좋다.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남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충고를 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185쪽)


⇨ 나는 나보다 더 똑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고민이 있으면 친구에게 전화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보기도 한다.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 친구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이때 친구의 의견에 동의할 때가 많다. 자신만이 똑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훌륭한 작가


훌륭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의 표현인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기의 실현이기 때문이다.(227쪽)


⇨ (이 글은 238쪽에도 나와 있다. 중복 게재를 한 것은 출판사의 실수인 듯.)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남의 문장을 베껴 쓴다면 모를까.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베껴 쓰면 들통나기 십상이다. 


‘생각하기의 실현’이 없다면 생각하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올바른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문학이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글쓰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뿐이다.(69쪽)



열악한 작가는 착상이 많이 떠올라 그 착상들 속에서 기력을 탕진해버린다. 이것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열악한 달리기 선수가 사지를 맥 빠지게 움직이거나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이느라 기력을 탕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열악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냉철하게 말할 줄 모른다. 재기발랄하게 훈련받은 신체가 펼치는 연기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사유에 부여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작가의 재능이다. 훌륭한 작가는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은 그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227쪽)


⇨ 나의 의견을 말하면 글을 쓰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이 글을 부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글이 새 글을 부른다는 뜻이다. 즉 글을 쓰면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말이다. 

  




부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심지어 집중적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다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그 사람의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을 받는 그 사람은 심지어 주인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적수로 나타나기도 한다. 단편소설에서든 장편소설에서든 노벨레에서든 그 사람은 항상 새롭게 변신하여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의 사실이 추론된다. 상상력이란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갈 줄 아는 능력이고, 모든 집약된 것 속으로도 새로운, 압축된 내용을 풍부하게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이다. 요컨대 상상력은 어떤 이미지든 접어놓은 부채로 여길 줄 아는 능력, 그 부채가 펼쳐져야 비로소 숨을 쉬게 되고 또 새로이 펼쳐진 그 폭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특성들을 내부에서 연출해 보이는 그러한 능력이다.(116쪽)


⇨ 상상력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감탄스럽다. 상상력이란 접어놓은 부채를 펼쳐보는 것과 같은 능력이라는 것. 기억해 두고 싶다.


이 책은 난해한 문장이 있긴 하지만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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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4-25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얼마만의 리뷰입니까?
쓰신다더니 정말 쓰셨네요. ㅎ
저는 왠지 벤야민의 책은 어려울 것 같아 감히 손대기가 좀 그렇던데
어렵지 않았나 봐요. 하긴, 이런 사람의 책을 읽어두면 보약 먹은 기분들지 않을까요?
저도 언제가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참, 서재 손 좀 보셨네요. 산뜻하네요.^^

페크pek0501 2024-04-25 22:27   좋아요 2 | URL
올해 들어 처음 쓴 리뷰 같습니다.
난해한 부분이 있지만 읽을 만합니다. 보약 먹은 기분... 크하하~~~
발터 벤야민 같은 유명인의 책은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봄이 왔으니 겨울 풍경을 내리고 봄단장을 했어요.^^

서니데이 2024-04-25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서재 이미지를 봄 개편하셨군요.
벚꽃과 목련의 시기는 지났지만, 요즘 철쭉이 피고 화사한 시기예요. 연초록으로 새로 나온 잎들이 보기 좋네요.
이번주 비가 와서 조금 덜 더웠는데, 다시 오늘부터는 기온이 올라가서 주말에 29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요.
자주 달라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4-25 22:28   좋아요 2 | URL
봄단장을 했지요. 봄이 왔으니까요.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꽃잔치를 벌이고 있어요. 오늘 나가 보니 아직도 피어 있어요.
29도라니,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는 거군요.
서니데이 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2024-04-2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2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