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반짝이는 글을 읽는다. 그녀의 삶이 어떻게 끝나는지 이미 알고 있어서 벌써 애통하다. 


젤다가 발레에 진심이었다는 걸 이 책 서문을 읽고 알게 되었다. 

골프채의 덜걱거림과 자동차 경적과 바에서 흘러나오는 포커칩의 어둑한 쟁강거림 속에서 그들은 상류층 사이에 조용히 유행하는 감상주의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중략) 그녀는 자신의 원기 왕성한 웃음이 낯설어졌고, 자신의 자유 분방한 남부 매너가 새삼스러워졌다. 그녀는 남들에게 이방인이었고, 그걸 깨달으며 자신에게도 이방인이 되었다. 그녀는 한번도 부잣집 ‘규수‘였던 적이 없었기에, 한번도 상류층의 자기 방어적 격식과 내숭을 배우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의 플란넬처럼 하얀 오후에 붙어 있는 한 조각의 외로운 부속물이었다. - 남부 아가씨 - P48

겨울이 깊어 갔고, 팬지 씨앗과 튤립 구근 뭉치들이 6번가의 꽃가게들을 어지러이 채웠다. 갑자기 바람이 몰아쳐 햇살을 하늘 높이 날리고, 꽃장수 바구니의 보라색과 노란색 꽃잎들을 구겼다. 루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그녀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풋내어린 아마추어다운 풍미로는 스타 자리를 맡아 뉴욕 관중의 변덕에 떠는 겨울을 헤쳐 나가기 역부족이라는 것을 증명한 무대였다. 쇼가 떠난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아마 그녀도 눈총 따가운 공연계를 떠나 보다 평화로운 가정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봄이 왔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느 배편으로 떠나시나요?"가 인사말 노릇을 하는 계절이었다. 나는 5번가 어느 모퉁이에서 루와 마주쳤다.

"오, 안녕?" 루가 외쳤다. "언제가 출항이에요?" 회색 망토가 동화 속 삽화처럼 그녀 뒤로 활짝 펴졌고, 서늘한 해가 그녀의 의상 주위로 금속 조각들을 뿌렸다.

- 재능 있는 여자 - P61

젤다의 발레와 그림과 글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정점에 이르고 또 가장 구체적인 결실을 내던 시기는 놀랍게도, 그녀가 신경쇠약으로 급기야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하던 무렵, 심리적 붕괴의 시기였다. 젤다는 예술에 자신을 ‘갈아 넣었다.‘ 그녀의 삶에서 자기표현 의지와 세상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빼면 남는 것이 없었다. 젤다의 ‘Girl 시리즈‘ 여섯 편도, 그녀의 글이 대개 그랬듯, 스콧과 공저로 또는 스콧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서문)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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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화단을 보라색으로 수놓는 꽃이다. 꽃들이 흩어지지 않고 잎 위로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피기 때문에 단합이 잘 되는 듯 싶다. 한 두 개체가 달랑 서 있는 것보다는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보기가 좋다.


고향이 아메리카 대륙(중부, 남부, 북부)으로 열대 또는 온대성 식물이다. 그곳에는 약 250 종이 자라고 있는데, (중략) 키는 30cm이하인 것이 대부분이며, 잎은 진한 녹색을 띠지만 꽃은 진한 분홍부터 빨강, 청색, 유백색 등으로 다양하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7XXXX100182



월킨스 부인은 내게 말도 권총도 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월킨스 교수보다 나를 조금이라도 덜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로서 어떤 남자보다도 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자들은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음을 알고 나서도 2년 동안이나 더 전쟁을 계속하지는 않았으리라. - 버베나 향기 - P118

드루실라는 아버지처럼 꽃에 관심이 없었고, 4년이 지난 지금도 남장을 하고 아버지 휘하의 어떤 병사보다도 머리를 짧게 깎고 조지아주와 두 캐롤라이나주를 횡단해서 셔먼 군대 전선을 상대로 싸우던 전쟁의 마지막 해처럼 아직도 그런 모습을 하고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 버베나 향기 - P125

말을 다루던 팔목과 팔꿈치 힘을 가진 두 팔을 내 두 어깨에 올려놓고 팔목으로 내 얼굴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 마침내 더 이상 팔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바로 그때 나는 예로부터 영원한 사탄의 상징인 그 서른 살의 여성, 그리고 그런 여성에 관해서 글을 써 온 남성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삶의 현실과 글 사이에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남북 전쟁이 어떻게 그녀와 같은 세대, 같은 계층에 속한 모든 여성을 모두 한 전형으로 만들려 했는지, 또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버베나 향기 - P135

그녀는 전쟁터에서 돌아와 거세한 황소처럼 정부 연금으로 살아가는 너무나 많은 남자들과는 달랐다. 거세한 그들은 동일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 그런데 그 경험이라는 것은 잊어버릴 수도 없으며 잊으려 해도 감히 그럴 수 없었는데, 만약 잊는다면 그 순간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터였다.

되풀이할 적마다 점점 누적되어가고 반동적이며 절대로 반복할 수 없는 것, 매번 그럴 적마다 기억은 경험을 배제하고, 또 매번 그럴 때마다 경험은 기억에 선행한다. 싫증 나지 않는 기교, 아무리 과도해도 물리지 않는 지식, 팔뚝과 팔꿈치로 눌러 말을 잠재울 수 있듯이 인도하고 통제하는 교묘한 비결을 지닌 근육.

- 버베나 향기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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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가 있다. 조만간 한 번 보자 하고는 여태 못 만났다. 지난 밤 꿈에 그 친구를 봤다. 


1. 친구와 함께 영화인지 공연인지 구경하러 갔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서니 가까이 있는 몇 명의 일행 중 누군가를 내 친구가 앗 하고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더니 심지어 자신의 명함을 주며 자기소개를 한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친구가 저 사람 아무개야 라고 알려준다. 아, 그 사람? (꿈에서 창조된 허구의 인물로 ㅇㅅㅁ과 ㄱㅇㅈ을 합성한 인상이다.) 친구는 그 사람과 계속 열띤 대화를 나누고 둘 다 고무된 표정이다. 


2. 장면이 바뀌고 나는 꽃집에 있다. 손님이 들어와 꽃다발을 싸달라고 한다. 둘러보니 괜찮은 꽃이 안 보인다. 꽃들이 굉장히 특이하거나 인조꽃 같다. 당황하는데 그 손님이 다가와 말을 건다. 


그 앞 장면에서 친구와 함께 마주친 일행 중 한 명이라 다시 보니 구면이다.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워지고 어떻게 꽃다발을 만들지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다. 


3. 장면이 또 바뀐다. 오래 못 본 후배가 등장한다. 나는 그 후배를 봤지만 그 쪽은 날 못 보고 지나간다. 어떤 모임 장소로 들어가니 역시 오래 못 보고 지낸 선배가 앉아 있다. 


그 선배 옆에는 윤여정 배우가 있다. 나는 내 소개를 하고 그 선배 옆에 앉는다. 끝. 


* 자세한 개인적 의미는 혼자 더 생각하기로 하고 일차적으로 배경에 대해 설명을 시도한다. 


한나 예고편


- 어제 찾아본 샬롯 램플링 주연 영화 '한나' 예고편에 꽃집이 나온다. 

- 오늘이 518 이다(헌화). 

- 윤여정 배우의 할리우드 예능 '뜻밖의 여정'을 봤다. 



윤 배우 주연작 '돈의 맛'이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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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5-18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뜻밖의 여정 재미나더군요. 돈의맛이나 바람난 가족의 윤 배우! 샬롯 램플링 뭔가 포스가 대단한 배우라 무서워요. 좋은 의미로. 오늘 5.18 아침부터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의 꽃 한 송이 올리며.

서곡 2022-05-18 14:20   좋아요 1 | URL
윤 배우님 아침 기상 운동 대단하시더라고요...샬롯 램플링 포스 무섭고 대단하죠! 네 댓글 감사합니다~
 

2권으로 들어서면 네흘류도프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특히 자신의 영지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소작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결단으로 다가갑니다.


방 한쪽 구석에는 무늬를 새겨넣은 오래된 마호가니 의자가 있었다. 어머니 침실에 있었던 그 의자를 보자 갑자기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 생각지 못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조만간 폐허가 될 이 집과 아무렇게나 방치될 정원, 벌목될 숲, 그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공들여 마련하고 관리해온 우사와 마구간, 농기구 창고, 기계, 말, 젖소 등이 너무 아까웠다.

‘나는 토지를 소유하면 안 된다. 토지가 없으면 이 집과 농장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곧 시베리아로 떠날 것이다. 그러니 이 집도, 영지도 필요 없다.’

열린 창문으로 상쾌한 밤공기와 개구리 울음소리, 꾀꼬리 노랫소리가 달빛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창문 아래 활짝 핀 라일락에 앉은 꾀꼬리 한 마리가 멀리 공원에 있는 꾀꼬리들의 노랫소리에 화답했다. 꾀꼬리와 개구리 소리를 듣자 형무소장 딸이 치던 피아노 소리가 떠올랐다. 형무소장 생각을 하자 마슬로바가 떠올랐다."제 일에서 당장 손 떼세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술도 저 개구리의 울음처럼 파르르 떨렸었다.

‘일하는 사람이나 일을 시키는 사람이나 모두들 왜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집에선 임신한 아내가 고된 가사에 시달리고 머리쓰개를 한 아기가 먹을 게 없어 생사를 오가면서도 두 다리를 버둥대며 애늙은이의 미소만 짓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기서 쓸모없고 바보 같은 궁전이나 지어야 한다. 자신을 약탈하고 파멸시키는 쓸모없고 바보 같은 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네흘류도프는 건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바보 같은 건물이야." 그는 자신의 생각을 소리 내어 말했다.

"농촌엔 할 일이 없어요. 토지가 없거든요." 네흘류도프는 아픈 곳을 찔린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하필 아픈 곳을 찔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아픈 곳이 찔릴 때에만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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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램플링이 출연하고 프랑수아 오종이 연출한 '사랑의 추억(영어제목 Under The Sand)'은 남편이 갑자기 실종되는 줄거리이다. 오종의 영화는 아니지만 '한나'에서는 남편이 감옥에 간다. 


두 영화 다 부인들은 남편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샬롯 램플링이란 위엄 있는 배우 덕택에 그 여성들은 고뇌할지언정 자신의 삶을 계속 꿋꿋하게 헤쳐나갈 것처럼 보인다. 


사랑의 추억 예고편


한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 앤 뷰티풀'에서도 샬롯 램플링은 위에 거론한 '사랑의 추억'과 '한나'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원인이 되어 이 영화를 비집고 강렬하게 등장한다. 


형언하기 어려운 그녀의 잔상이 영화 속 소녀나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숨을 고르고 그 다음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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