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김영하의 일촌이다.
김영하의 일촌은 몇명이나 될까?
김영하는 가끔씩 일촌 파도타기를 할까?

작년에 우연히 김영하에게 cy 미니홈피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호기심의 대마왕인 나는 냉큼 cy에 접속,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미니홈피를 발견했다.
일촌이 되면 더 보이는 폴더가 있을까 하는 욕심에
일촌을 신청, 다음 날 접속해 보니 일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더 보이는 폴더는....없었다.

작년엔 가끔 점심시간에 cy에 들어가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cy접속이 차단되었다.
뭐...그런 기사가 신문에도 나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썰렁했던 내 미니홈피는
"최근 2주간 게시물이 없습니다" 가 항상 떴고,
덩달아 김영하 미니홈피에도 안가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김영하가 미니홈피에 있는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는 말을 들었다. 낭독회도 하고....
평일 저녁에 강남 교보에서 하는 낭독회에는 가지 못했지만,
책은 주문했다.

누군가 말했다.
김영하를 좋아하지만,
이 책만큼은 사지 않고 서점에서 서서 읽겠다고....

사실 잡지 연재를 모아서 거기에 살포시 삽화만 곁들여
책을 내는 작가들을 보면 얄미울 때가 있다.
뭐....리메이크 앨범을 자주 내는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소설가가 책을 내면 일단은 지갑을 연다.
이런 희망도 가져본다.
안정된 수입으로 자질구레한 청탁을 쿨하게 거절하고
소설에 집중할 수 있기를....

김영하 산문집 <포스트 잇>을 읽으면서 가벼운 질투를 느꼈다.
어떻게 이 남자는 "캉가루표 구두약"(말푠가??) 같은
아무 것도 아닌 얘기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 <랄랄라 하우스>도 마찬가지다.
한가한 주말에 쇼파나 침대에서 만고 편한 자세로 뒹굴거리며
가끔씩은 낄낄거리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고양이, 소년중앙, 때밀이, 말풍선, 스타벅스, 민방위, 예비군 훈련...
이런 일상적인 소재들을 가볍게, 또 짧게 썼는데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구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소제목은 <소설의 엔진>.

예전에 소설의 동력은 주로 "연애"였다.
<안나 카레리나>나 <마담 보바리>처럼...
이제 그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소설의 동력은 무엇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이것은 어쩌면 작가들의 착시현상은 아닐까.로라는 말한다.많은 작가들이 부업(혹은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다.그들에게 있어 진짜 일은 글쓰기이며 다른 일은 글쓰기를 위한 하찮은 생계수단일 뿐이다.그렇게 살다 보면 글쓰기(혹은 예술)는 휘황한 아우라에 둘러싸인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직장은 그저 단순한 업무만 반복하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의 꿈은 글만으로 먹고 사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우리 작가들은 그곳을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주인공들은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직장을 나오는 것이다.이제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대신 작가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p206)

아하하하.
미래의 소설 동력은 "직장"이 될꺼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 작가들은 직장을 잘 모른다.안 다녀봤으니까...
그래서 한국 소설의, 특히 여자 소설가들의 주인공은
하나 같이 출판사 직원, 방송 작가, 잡지사 직원....다 이런거다.
자기들 직업이었으니까...

이제 소설의 새로운 동력이 "직장"이 된다면,
나의 숨가빴던, 또 힘들었던 회사생활도 싱싱한 에너지가 될 수 있겠지.....(물론 내가 소설을 쓴다면...)

한 선배가 아멜리 노통의 <두려움과 떨림>을 읽고 내게 말했다.
"너도 회사 생활 얘기를 이렇게 한번 써봐. 생생하게..."

아...이런 생각을 하니 저물어 가는 일요일 밤이 두렵지 않다.
내일도 씩씩하게 회사에 나가볼까?
리얼한 소설의 엔진 만땅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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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9-0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선님, 멋진 리뷰십니다. 사실 전 이렇게 사랑방에서 얘기듣는 것같은 리뷰가 좋습니다...

야클 2005-09-0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영하씨 책은 나오자마자 늘 사서 본답니다.
그리고 수선님은 소설 보다는 수선도서관에 있는 글 같이 짤막한 신변잡기성 글이 더 어울릴듯.(혹시 습작하신 소설이라도 있으면 공개 좀 하시죠. ^^)

로즈마리 2005-09-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괜히 땡겨서, 오빠가 돌아왔다, 사 놓고 아직 안 보고 있어요. 이 책이 저의 김영하에 대한 편견을 제거해주길 기대합니다만...^^;;;

끼사스 2005-09-0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회사 다닐 맛이 나는군요. ^^: 전해 들은 얘기인데 김영하씨는 실제로도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요?" 하며 시작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수도 없이 갖고 있다는군요.

플레져 2005-09-0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인용하신 부분...제가 밑줄 쫙쫙, 틈 나는대로 읽는부분이에요!
랄랄라~ ♪

2005-09-06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구나 이별을 두려워 한다.
한참 사랑을 하면서도 문득...스치듯이 이별을 생각한다.
너무 행복하면 이 행복함이 언제까지일까 불안해 하기도 하고...

이별은 대개의 경우 아프다.
방법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별에 각자의 방법으로 대처한다.
뭐 보험을 들 수도 없으니....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너 없으면 못산다고 난리쳤던 사람에게,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꺼라고 오버했던 사람에게,
"우리....헤어지자"고 얼굴 보면서 말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드라마에서 처럼
"이별여행"을 떠나고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간 기억들을 추억하고
"행복해!" 하며 헤어진다는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사랑했던 사람에게,
때로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만 만나자!"라고 말하는건
아무리 강철심장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마음 약하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이별의 유형에는 어떤게 있을까?

■ 일단 피하고 본다.그리고 차여주는 척.

- 심화되지 않은 관계, 그러니까 소개팅 후 2~3달 만남의 관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별의 방법.

일단 전화가 뜸해진다.
갑자기 회사가 바빠진다. 주말에 특근 및 집안 일들이 생긴다.
전화를 받아도 평소와 같지 않게 건조하게 받는다.
가끔 전화를 안 받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바쁘겠지....
바빠서 힘들겠지....
생각하던 상대방이 참다 못하고 연락해서
"그만 만나자!"말하면
"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하며 꼬리를 내린다.

이런 방법을 애용하는 남자들은 말한다.
"여자한테 차여주는게 매너지."

매너가 좋은건지,
악역을 담당하고 싶지 않은건지,
골치 아픈 상황을 싫어하는건지.....

뭐...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다.

■ 정말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결국 헤어진다.

- 여자들이 많이 저지르는 일이다.

남자의 애정 표현이 부족하다거나,
남자에게 확신이 부족해 헛갈리거나,
집에서 반대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계속 만나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헛갈릴 때,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말하고 본다.헤어지자고...
마음 한켠에선 남자가 자기를 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정말 끝난다.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또 기업별로, 국가별로
"위기 대처 방법"과 "위기 대처 능력"은 다른거니까....

속으로 힘들어 죽겠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도 있고,
한동안 술에 빠져 지내는 사람도 있다.
술 먹다가 엉엉 울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이 멀어지기 시작했을 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돌아오게 하려고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쓰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를 찾아 헤어진게 잘된 일이라고 이별을 합리화하는 사람도 있고,
왜 그런 인간을 좋아했을까 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에게 차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을 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러니까...게임에서 질 것 같을 때,
질 것 같지만 결과는 아직 모르는 건데
두려움으로 판을 접고 나와버리는게 잘하는 일일까?

이별은 아프다.
차이거나 차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프다.
그러니 너무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가 며칠 연속 빠졌다고 불안해서 팔아버리고
팔자마자 반등하는 주가 앞에서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부자가 되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성급하게 결정하면 후회할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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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3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9-0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번은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방법입니다. 제 입에서 끝내자고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끝입니다.. --;; 그러나 귀찮은 일을 회피하고 싶어하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없다 1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왜 아직 절판이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전여옥 본인도 절판을 원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기가 쓴 책이지만 쩍 팔릴 것 같다.

아무리 연금처럼 받아 챙기는 인세가 좋다지만,
이런 책을 써 놓고 쩍 팔리지 않는다면
전여옥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2년 전 일본 관련 업무를 맡고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일본어를 배우고 또 일본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전여옥의 그 유명한(?) <일본은 없다>가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전여옥은 또라이인가? 아니면 마케팅 천재인가?

이런 자극적인 책 내면 분명히 팔린다.그것도 대박난다.
(그러니까 10년도 넘게 팔리고 있지만...)
그리고 유명해진다.
논리고 뭐고 반일 정서에 힘입어 한 인기 얻을 수도 있다.

책의 대박과 유명세를 노리고 일부러 이런 책을 냈다면 차라리 안심이다.

그런데...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정말 전여옥이 생각하는 그대로라면
이건 정말 큰 일이다.
대한민국 최대야당의 대변인이 이렇게 논리도 논거도 없이
무작정 자기 감정을 내뱉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궁금한 점 몇가지.

1. 전여옥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이 책을 읽으며 정말 혼란스러웠다.
전여옥은 거듭 되풀이해서 자신을 "센 여자", "드센 여자"라고 말한다.
또 메트로폴리탄, 세계화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아무리 10년 전에 쓴 책이라지만
이해가 안되는, 이해 할 수 없는 표현들을 하고 있다.

굳이 서양사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보석을 받는 여자는 창녀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p30)

일본 여자들이 명품을 좋아하며,
크리스마스에 샐러리맨들이 여자친구 선물을 사려고
티파니나 미키모토가 터져나간다는 점을 비난하며 쓴 글이다.

아....어떻게 이렇게 비약을 할 수가 있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티파니나 미키모토에서 비싼 선물을 사는게 사회적 현상이라면 그건 "과소비"와 관련된 문제일 수 있겠다.

그런데...여기서 "창녀"가 왜 나오나?
남자친구한테 티파니에서 반지 선물 받으면 창녀인가?
아무리 일본을 싸잡아 비난하고 싶다 하더라도,
비약이 너무 심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비약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남편과 아버지가 아니고는
술을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을 뭐 그런 장소에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p168)

일본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옆에 사람들이 다 서로의 술잔을 챙기며 첨잔을 계속 해주자
받아 마시기만 하며 한 말이다.

그 후, 술자리를 같이 한 사람들로 부터
"교양이 없다"는 말을 듣자 전여옥은 불끈하며 말한다.

"한국 여자들은 너희나라 여자들처럼 아무한테나 술을 따르지 않아.교양없이...."

아...정말 놀랍다.
어떻게 메트로폴리탄,세계화, 페미니스트...이런 좋은 말은 자기한테 다 갖다 쓰면서 이럴 수가 있나....

일본사회의 보수성과 폐쇄성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은 이런 해괴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 여자들을 아무한테나 술 따라주고, 술집 나가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어쩌고 하며 비난한다.

도대체 전여옥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2. 그럼 한국도 없나?

전여옥은 여러가지로 일본을 비난한다.

일본 여자들이 명품을 너무 좋아한다고...
신용카드로 24개월 할부를 해서 핸드백을 산다고...
돈도 없이 명품을 사들이는 신용 불량자들이 많다고....

그래서 일본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한국도 없나?

가령 지하철을 타면 20대 젊은 직장여성은 정말로 거짓말 안보태고 다섯명 가운데 세 명 정도가 '루이비통'이라는 프랑스 상표의 값비싼 핸드백을 들고 있다.(p203)

10년 전 한국은 루이비통 "이라는" 프랑스 상표라고 설명해야 했던 시절이었나 보다.

그런데...지금 한국은?
짝퉁이건 뭐건 루이비통 지갑이라도 다 하나씩 있다.
신용불량? 국가적인 문제다.

그래서 "일본은 없다"고 말하는
황혼 이혼, 이지매, 영화의 폭력성, 집단 행동(자살 site 등)은
지금의 한국에서 다 만연된 문제다.

그럼 한국도 없는가?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그렇게 한 나라를 폄하할 수 있는가?

3. 아직도 마음에 드는지?

이 책을 쓴 이유에서 전여옥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내 스스로 이 책이 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오기에 찬 한국인',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p7)

궁금하다. 아직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지...쩍 팔리지 않은지...

불행한 사실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고 샀다는 것이고,
다행인 사실은 이 책을 "헌책방"에서 샀다는 거다.(한권 2천원)
걱정이 되는 사실은 사는 김에 2권도 샀다는 것이다.

고민이 된다. 2권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질 드라마를 짜증난다고 마구 욕하면서도
다음회에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는것 처럼
2권은 또 어떤 황당한 내용인지 궁금하다.

2권 책 날개를 보니
최보은이 칭찬 일색인 "추천사"를 썼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최보은은 아직 전여옥을 지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유원이 말했다. 복거일에게 필요한건 논술 선생님이라고...
전여옥 의원께도 논술 선생님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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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진짜 아직 이 책이 절판 안됐네요? 신기신기 +_+

바람돌이 2005-08-29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직도 이 책이 팔리고 있다는 말인가요? 웃기는 대한민국...^^

글샘 2005-08-29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거일은 오히려 귀여운 쪽에 속하지 않을까요? 꼴통이지만 리버럴리스트로서 너무 우리말에만 얽매이지 말자는 주장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맹목적 애국심에 충분히 손상을 줄 수 있었지요.
전여옥은 논술이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보기엔, 저런 경우를 지도 불능 학생이라 할 만합니다. 일본의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여옥의 미래가 없는 거죠.

오렌지향 2005-08-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여옥이라는 여자가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전"짜만 들어도 심기가 불편합니다.(좋은말로 하면)

코마개 2005-08-2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원 동기 중에 저 책을 보고 전여옥이 정말 리버럴 하고 페미니스트여서 반했다고 하는 사람을 봤죠. '헉스'했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도 딱 전여옥 스타일 이었거든요.

로드무비 2005-08-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아세요?
그나마 전여옥의 책 중에 저게 제일 낫다는 거?
결혼하고 나서 낸 책들 보면 더, 더, 더 골때립니다.

moonnight 2005-08-2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 담부터는 전여옥이란 이름도 듣기 싫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할 말 없게 만듭니다. 정말 쩍팔리고 골때리는 책이죠? ^^;;

2005-08-2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벌식자판 2005-08-2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을 보는 행위 = 스스로를 자학하는 행위

아직 2권을 않보셨다고 했죠? 보지 마세요.

이것들이 "책"이면... 담배는 불로초입니다.

식후장초, 불로장생~~~

kleinsusun 2005-08-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웃겨, 웃겨, 넘 웃겨요.우하하하.
이 책들을 보는 행위 = 스스로를 자학하는 행위.
맞는 말이네요. 이 책 읽으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어요.
정말 예리하고 또 재미있네요.

kleinsusun 2005-08-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정말 쩍팔려요.이런 책이 10년 넘게 팔리고 있는 것도 넘....차라리 슬프다고나 할까...

로드무비님, 아니....이것보다 더 골때리는 책이 있단 말이예요??? 헉...

강쥐님, 그 대학원 동기란 사람.....참...좋은말로 엽기적이네요.
리버랄 뜻이 바꼈나? 영어사전을 찾아봐야 겠어요.ㅋㅋ

오렌지향님, 원래 싫어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니 현기증이 나요. 이 책이 아직도 팔리고 있다니 참...

kleinsusun 2005-08-3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아하.... 선생님 100명이 개인지도를 해도 어쩔 수 없는 지도불능학생.정말 적확한 표현이예요. 헌책이 사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ㅋㅋ

바람돌이님, 이거 읽고 감동한 사람들도 있다는데요.헉...

야클님, 좋은 책들은 일찍 절판되어서 헌책방을 찾아 헤매야 하고...이런 책은 참...
푸른숲한테 실망했어요.

2005-08-30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zz 2005-09-2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상당히..
이런 분이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듣는다면, 슬프지요..

kleinsusun 2005-09-2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izz님, 안녕하세요.
네...슬프기도 하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게 웃기기도 하고....^^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춘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류 아저씨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몇년 전에 [In the Miso Soup]을 읽은 후로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In the Miso Soup]은 읽은 후로도 며칠간 불쾌함이 남는,
찝찝한 공포영화 같은 소설이었다.
영화 [8mm]를 봤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었다.
[8mm]는 여태까지 내가 본 최악의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거의 한달간 지나가다가 극장에 걸려있는 그 영화
간판, 포스터만 봐도 오바이트가 쏠리는 것 같았다.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은 무라카미 류의 "연애론"이라기에,
여자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기에 한번 읽어봤다.
최소한 에세이니까 끔찍한 내용은 없을꺼라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이 책의 원제는 [誰にでもできる恋愛].
그대로 번역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연애>.
이 제목은 무라카미 류 연애론의 핵심이다.
왜냐면 내용 자체가 연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책 제목은 이런 내용의 "반어적 표현"이라고 수차례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에서 이 책 제목을 왜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연애>가 제목 자체로도 더 도발적이고,
본문에서 계속 제목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한글 번역본 제목은 뜬금 없이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이니....
사실 번역 소설들 제목 이상한거 너무 많다.

이 책...참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무라카미 류가 "재수 없게"보이기도 한다.
텍스트 내용과 별 관계 없이
나는 지금 이탈리아 어디에 있다,
나는 지금 쿠바 어디에 있다 하며
별 다섯개 짜리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고
비싼 와인을 마시고,유명한 사람을 만난다는 자랑이 계속 된다.

만약 뭐 하나 건질 것 없이 허접한 책인데
이런 자랑만 계속된다면
이 책을 확 집어던질 수도 있겠다.

몇년 전에는 "여자의 경제적 자립"이 연애의 필수조건이라는 주장이 참신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뭐....이제는 상식적인 얘기가 되어 버렸고
무라키미 류의 연애론이 관심을 끌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연애 같은 건 없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마찬가지다.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인간,즉 홀로 설 수 있는 남녀에게만 연애를 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p13)

이런 말 한두번 들어보나?
그리고....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의존적인 사랑은 서로를 피곤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건,
이 책에 "개인이 없는" 일본 사회에 대한 조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하시모토 류타로" 얘기다.

어제 TV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봤다.하시모토 류타로 수상이 영국 버밍검에서 G8 서밋(summit)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선진국 수뇌회담 얘기이다.

회의에서도 하시모토는 전혀 주체성을 발휘하는 일 없이
'세계의 정치 지도자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기뻐요'라고
흐뭇해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영국의 블레어 수상이 주최한
콘서트의 영상을 봤을 때 나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콘서트장은 훌륭한 극장 같은 곳이었다.2층의 칸을 막은 귀빈석 같은 장소에 클린턴이랑 블레어랑 하시모토가 있었다.곡은 비틀즈의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이었고,그 뉴스 영상으로는 누가 연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영국에는 유명한 아티스트가 많으니까 누가 연주했는가는 이 글하고는 관계가 없다.클린턴은 자기 자신이 섹스폰을 불 정도니까 힐러리 부인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블레어는 나하고 동갑인 비틀즈 세대니까 자연스럽게 즐거운 듯이 손을 두들기며 춤추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하시모토 류타로다.
하시모토는 아마도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몰랐으리라고 생각한다.모르니까 흥얼거릴 수는 물론 없다.그렇다면 얌전하게 잠자코 즐거운 듯이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하시모토 류타로는 생글생글 웃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양손은 일본의 여름 축제 때 추는 윤무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었고,몸은 일본 춤을 출 때처럼 흐느적흐느적 구불거리고 있었다.끔찍한 악몽 같은 움직임이었다.
(p103~104)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우하하하하하하.

하시모토 류타로가 춤추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안 봐도 비디오다.
어떻게 흐느적 거리며 음악과 따로 노는 춤을 췄을지....

그 순간의 하시모토 류타로가 불쌍한 생각도 든다.
옆에 있는 클린턴이랑 블레어가 춤을 추니까
"나도 춰야 되지 않을까...나만 안 추면 이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큰맘 먹고 춤을 춘다는게 그런 망신이었을 테고....

하시모토 류타로는 춤을 출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가만히 서있어도 되고,
연주가 끝나면 박수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하시모토 류타로는 왜 춤을 췄을까?
그건....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중심이 약했기 때문이 아닐까?

남들이 추니까 나도 춰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
남들 다 결혼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
남들 다 대학가니까 나도 가야 한다.

이런 "남들 다 하니까 나도..."가 한국, 일본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가? 자기 자신의 가치관 보다는 이런 사회의 급류에 휩쓸려 가는게 한국이고, 또 그 옆나라 일본 아닐까?

무라카미 류가 일본 사회를 조롱하는 얘기를 읽고 있자니 정말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개인이 없는 나라.다 함께 휩쓸려 가는 나라.

무라카미 류는 말한다.

일본적 시스템은 개인을 억압한다기보다는 개인이라고 하는 개념이 애당초 상실되어 있다.모두가 어딘가 집단에 소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자기의 기술이나 재능보다도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가에 의해 주위의 평가가 정해져 버린다.(p161)

아....."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어?" 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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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2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군요.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참 힘든 나라. ㅠㅠ 옛날에 읽은 책인데도 수선님의 리뷰를 읽으니 새록새록한데요. 다시 한 번 펴봐야겠어요. ^^

marine 2005-08-2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8mm 생각하면 토할 것 같아요 전 8mm가 단편 영화 만드는 그런 건 줄 알고 비디오방에서 봤는데, 보는 내내 어찌나 불편하던지...

kleinsusun 2005-08-2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이 책 읽으셨군요.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나라....
그래서 그렇게 다들 "왜 결혼 안하세요?" 물어보나봐여.ㅋㅋ 핀란드 언제 가세요?

나나님, 8mm보셨구나....단편영화 만드는건지 알고 보셨다면 더더욱 놀라셨겠어요.정말 제가 본 최악의 영화였어요.으윽...

로드무비 2005-08-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mm 전 재밌게 봤는데......;;;
며칠 전 이 책에 별점 두 개 준 리뷰(punk님)를 읽었어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같은 책도 이렇게 다른 리뷰가 나오는군요.^^

kleinsusun 2005-08-2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8mm 재미있게 보셨다구요? 전 너무 잔인해서....
저도 punk님 리뷰 읽었어요. 무라카미 류가 하도 잘난체를 많이 해서 거기 focus를 맞추면 그냥 확 집어 던지고 싶은 책이예요. 근데...전 일본 얘기가 재미있어서요.
무라카미 류는 잘난척쟁이래요.^^

2005-08-2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점심은 6명이서 갈비탕을 먹었다.
고기집에서 갈비탕을 먹으니 마치 상차림이 결혼식장 같았다.
결혼식하고 있을 때 우르르 몰려가서 갈비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입을 닦은 후 사진 촬영에 동참하는 그런 결혼식장 음식.

난 한국의 결혼식이 정말 싫다.
무슨 결혼식에 대절 버스가 몇 대나 올라오고,
얼굴도 한 번 본적 없는 부모님의 아는 분들, 사돈의 팔촌들까지 다 와가지고 우글우글...
왜 하필 결혼식을 일요일 3시에 하냐고 투덜투덜 거리며 가서
가증스런 웃음으로 눈도장을 찍고 시간과 관계 없이 밥을 먹고 나오는 그런....

대구의 어떤 예식장은 꼭 무슨 결혼 백화점 같았다.
거대한 건물에 한 층에 웨딩홀이 6개는 되는 것 같았다.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두리번 거렸는데
각 6개의 신부대기실에서
비슷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6명의 신부가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비슷한 대사로 친구들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니
현기증이 났다. 징그러웠다.

나는 정말 이런 결혼식을 하기 싫다.
마음 같아서는 양가 부모님이랑 가까운 친척, 몇명의 친구만 초대해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
이게 뭐....내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겠지...
그 동안 부모님이 거의 주말마다, 그것도 성수기에는 몇탕씩,
분주하게 남의 집 결혼식에 참석하며 낸
천문학적 부조금을 생각 하면,
가족들만 모여 조용한 결혼식을 한다는 건
불효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건 다 타협하더라도 나는 페백이 너무 싫다.
폐백을 꼭 해야 한다면 조건이 있다.
폐백을 받는 신랑,신부의 친척 수를 같은 비율로 정할 것.

결혼식에 가면 폐백실에 남자네 친척들은 다 모여 드글드글하고,
여자네 친척들은 다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남자네는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한테까지 다 절을 하고,
여자네는 부모님한테만 하던지 아니면 부모님 마저 페백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결혼할 때 폐백을 아예 하지 않던지,
아니면 동일한 비율로 절을 하겠다는 의지를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이건 또 무슨 헛소리냐 하며 친구들이 대답했다.

" 넌 왜 그렇게 생각이 없냐? 너 절 값이 얼만지 알아?
한시간 정도 고생하면 신혼여행 비용 뽑는다구....
절값을 포기할 생각을 하다니...거 참..."

까잇 거....없어도 된다.
또, 발상을 전환하면 남자네 친척 + 여자네 친척,
이렇게 2배수에 절을 하면 절값이 2배가 된다.

언젠가 선본 남자한테 폐백에 관련한 나의 의지를 말한 적이 있다.
선본 날은 아니고 두번째 만났을 때였다.

그 남자는 나의 말을 열심히, 적극적으로 경청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 혹시....남자한테 뭐 피해당한 적 있어요?
그러는거 안 어울려요. 이쁘게 생겨가지고...."

난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쁘다는 말을 듣고 웃어야 하는 건지,
이런 시대의 비극에 슬퍼해야 하는지....

그 남자는 페미니스트는 드세고 "못생긴" 여자들이며,
남자한테 피해를 당한 여자들이 "한풀이"로 한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이쁜 여자가 그런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으며,
이쁜 여자는 이쁘다는 이유로 오히려 "후광효과"를 누리며
남들 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산다는 거다.
즉...그러므로 나는 그런 과격한 의견이나 불평을 하면 안되다는 거였다.

이거 참...말이 되는 건지...
어쩌랴....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나는 폐백이 싫다.
과격한 여자, 또는 또라이로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폐백이 싫다.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근데...결혼할 남자는 있는 거예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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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8-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하루저녁의 왕자 공주 놀이 - 꼭 다 큰 어른들이 하루 입고 평생 쳐다보지도 않을 옷, 평생 사진 보고 쑥쓰러워 할 옷 입고 가증스레 웃는 거 이 말 이상으로 잘 설명하는 말 없을듯요 - 매너가 생각하는 결혼식은 한 일이년 같이 살다가 점심시간 중간에 회사에서 빠져나와 동사무소나 시청 가서 혼인신고 한 뒤, 이백원짜리 자판기 다방커피 뽑아마시며 싱긋 묻는 거라죠. "밥 먹으러 갈래?"

근데 정작 문제는-_- 이 이야기를 한 번 진지함을 담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날벼락이 떨어졌어요.

"이새꺄~ 그간 남의 잔치 쳐들인 돈이 얼만데!! 본전 뽑아야지!!"
쿨럭;;;;;;;;;;

후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거, 멋진 일이긴 하지만 저 문제 가끔 생각 닿으면 골이 아파온다죠. 그나저나 그 폐백. 두어 번 들어가 봤는데 군대에서 자대배치받고 신병 환영회(를 가장한 갈굼판)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덥디다. 다 돌아가면서 '나 누구다'자기소개하고 친척 모임때 가서 누군지 어리버리대면 '폐백때 봤는데 버럭~'하고... '신규 가족 멤버 신고식'이라 생각한다면... 흐흐. 이런데까지 군대 이야기 꺼내는 매너가 이상한 거겠죠. 좌우간.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헌책방 순례라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크흑~ 그리워라. 신촌의 헌책방들... ㅜㅡ

덧붙여_제 결혼관, 결혼식에 대한 관념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아리땁고 명민한 아가씨에게 대쉬했다가 완곡히 거절당한 기억이 새록새록. 히죽. =)

kleinsusun 2005-08-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매너,지금 울산에 있남?
신촌 헌책방 간지 오래됐네.... 몇달 정신 없이 살았더니.
매너처럼 cool한 남자들이 더더더 많았으면 좋겠당.
멋져...일이년 같이 살다가 점심시간에 혼인신고하고 "밥 먹으러 갈래?"
근데 매너야....여자들한테 이런 얘기했다가 차이겠다...ㅋㅋ 사람을 잘 가려서 해.호홋.

2005-08-26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친도 제가 이런 주제로 열을 올릴 때면, 너 무슨 피해의식 있냐? 꼭 이러더라구요 진지한 토론 자체가 안 되요

코마개 2005-08-2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결혼은 정말 친구랑 부모 모셔다가 술이나 한잔 빨면서 하면 딱 좋겠지만 그건 부모가 저세상 가고 없지 않는한 관철되지도 않아요. 글고 폐백은 일단 그 폐백 음식값이 넘 아깝죠. 먹지도 못하는 음식이 뭐 그리 비싼지.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남자 여자쪽 다 하죠. 그런데 폐백, 결혼식 당일 문제 이런건 결혼 얘기 나오면 정말 생각지도 않아요. 왜냐면 다른 것들이 염장을 충분히 지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니 맘대로 하세요' 자세가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문화 속에 나타난 성적 불평등 보다도 "우리 결혼 해야하는 이유가 뭐지? 내 인생의 큰 흐름에 결혼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이죠. 근데 대부분 이런 물음보다는 "집은 얼마짜리, 예물은 ..."이런 쓸데 없는 일로 싸우고 머리 깨지죠. 정작 중요한걸 두고. 수선님은 현명하게 판단해 보세요.
그나저나...이놈의 호적법이 바뀌어야 혼인 신고를 할텐데, 아직도 3년이나 남았네요.

kleinsusun 2005-08-2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드디어 제 맘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네요.
제 친구들은 어떻게 자기 부모님한테는 폐백도 안했거나 못한 애들이 절값에만 관심이 많은지.... 제가 폐백 얘기를 하면 손익 개념이 없는 인간으로 몬다니깐요.
그나저나....지나간 일이쟎아요. 앞으로 부모님께 더더더 많이 효도하세용.

나나님, 맞아맞아. 툭하면 주제와 관계 없이 "피해의식" 얘기가 나온다니깐요.
이러면 대화가 안되요. 아....열려라, 참깨.^^

강쥐님, 네....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호적법 바뀌려면 3년 남았어요?
까잇거 뭐...3년 후에 하죠 뭐.ㅋㅋ

파란여우 2005-08-2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는 안 어울려요. 이쁘게 생겨 가지고...
그런고로 님은 이쁘시니 폐백을 해야겠슴돠!!! 우히히^^

클리오 2005-08-2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식에 대한 제 생각과 비슷하시군요. 너무 황당하더군요, 똑같이 왔는데 '신랑쪽 친척들은 폐백실로...'어쩌구 하는거요. 근데 또,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너무나 당연스럽게 그걸 생각하시니... 더구나 막상 결혼식이 닥치면 부모님의 로망이 구현되는 장소이고, 나로서는 식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좀 대충 문제없이 때우는 것만이 최고의 목적이 되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사실 절대 신랑신부가 아니라죠... --;) 결국 저는 동시입장과 친정부모까지 폐백을 하는걸로 그냥 타협을 봤어요... 요즘은 친정 부모님도 폐백을 하는 분위기가 많더라구요.. ^^

BRINY 2005-08-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3년 남았나요?

kleinsusun 2005-08-2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그럼 폐백을 할깝쇼? ㅋㅋ...근데....결혼 여부가 아직...호홋

클리오님, 아하....그 생각은 못해봤네요.부모님은 그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거...아빠들은 딸의 팔짱을 끼고 입장을 하고 싶은 환상이 있나요? 저도 결혼을 한다면 동시입장을 하고 시퍼요.

Briny님, 3년...그럼 몇년이죠?2008? 헉...

2005-08-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2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내가 하는거지만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거랍니다. 내 뜻대로 되는거 하나도 없어요. 준비부터 열받는거 생각하면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날이 한 두번이 아니죠.
저는 다행히도 시집이 엄청 보수적인데 의외로 폐백은 양가 모두 받아야 한다고 시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구요(이것도 웃기죠. 어떻게 할까의 결정권이 모두 시집에 있으니...) 그래서 친척많은 양가의 절값이 너무 빵빵해서 신혼여행가서 기분 만땅... ^^

글샘 2005-08-27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백은 신랑집 식구들만 있는 것이 당연하죠.
원래 구식 혼례는 신부집 마당에서 하는 것이었고(아니라면 신부네 동네) 신랑이 장가오는 것이 혼례식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결혼식장에는 신부네 하객만 입장하고 신랑네 부모 가족 정도만 입장을 시켜야 하는 것이 좋겠지요(?), 구식 혼례의 원칙대로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3일 자고 나서 신랑 집으로 평생 귀신이 될 시집이란 걸 가서, 신랑집 주변에 드글거리고 사는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 드리는 것이 <폐백>이란 절차였고, 그 때 신부 어머니께서 싸보내시는 음식인 <이바지>가 친정의 수준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으니 좋은 음식이었던 것이 당연하겠죠.
요즘은 곧 이혼할 부부들이 싸구려로 결혼하고, 돈도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폐백값 잔뜩 챙겨서 해외로 여행들 가는 거 보면...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구식 혼례가 아닌 이상, 원칙을 따질 필요는 없을 거구요. 폐백을 한다면 양가 부모님들과 가족들의 상견례(사돈을 평생 한 번 만나는 자리일 수도 있으니까요) 절차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좋겠지요. 아니, 저도 정말 저 머리가 꼭지까지 돌아버릴 복잡한 결혼식이란 절차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leinsusun 2005-08-2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결혼은 내가 하는거지만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거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그렇게 부모님들이 퇴직하기 전에 결혼해라, 은퇴하기 전에 결혼해라...하시는 건가요. 이래서...결혼은 어렸을 때 하는게 좋다고 하는건가봐요. 아무런...환상이 없어요. 어쩌죠? ㅋㅋ

kleinsusun 2005-08-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아....원래 폐백이 그런 절차였군요.
그럼 요즘 결혼식은 서양 결혼식과 전통 결혼식에서 "이벤트"성 차례들만 뽑아서 하는거네요. 한국의 정신 없는 결혼식....언젠간 달라지겠죠? 그럼 그 때 까지 기다릴까요? ㅋㅋ

로드무비 2005-09-0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렇게 간략하게 해치웠답니다.
결혼, 하면 해치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인 일일까요?^^

mccoin 2006-11-2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이 다 가고 있는 마당에 작년글이지만 새삼 결혼에 대해 아니 결혼과 식에 대해 생각해보니 열받네요
강쥐님 말씀처럼 폐백 이외에도 충분히 열받게 할 만한것이 산재하고 아 열받다 죽지 않은게 다행- 바람돌이 말씀처럼 폐백에 친정도 들어오라고 시댁쪽에서 '허락'을 내려주시는 거고 수선님처럼 저도 폐백을 아주 하지 않기로 결혼전엔 맘먹고 살았었지만 이런 이야길 했을때 수선님과 같은 말들을 들었었지요 '떡값이 얼만데..'또한 정말 이상하다거나 까칠하다는 시선.. 다이아몬드도 개인적으로는 그 역사에 기인하여 끼기 싫었지만 작으나마 반강요에 의해 구입하게 되었으나 -내 같지도 않은 신념무너지는 소리 (마음아팠슴다ㅠ)-작으니 그건 다이아도 아니라는-소리를 몇번이나 들어야 했고 진주나 뭐 한복에 다는 뭐더라 갑자기 생각안나네 그 비싼 농문에 걸어놓을 것 같은 장식 있잖습니까-그게 그리 비싼지도 몰랐습니다- 딱하니 사다놓고 너를 위하여 샀다고 보여주는데 사랑받아 기뻐요 라고 눈물 흘려야 할지 그런거 관심없다고 몇번이나 좋게(!!) 돌려서 혹은 직설적으로 말했었는데 네말은 완전 관심없다는 식인건지 그런 돈나가는 물건들로 잡히기 싫은 내 심정-어찌보면 내가 불쌍하다 ㅜㅜ-이나 그 밖의 여러가지가 등등등등등 있지만 말이 넘 길어질것 같아 그리고 작년 글에 댓글이 살짝 민망해지는 시점 ㅋㅋ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 힘들었다는 거 -결혼한지 4개월;- 수선님이 이 댓글 언제 보게 될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