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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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인과관계로 세상을 보려고 하는 타입인 나는 근래들어 의미와 개연성 찾기를 의식적으로 그만두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사실 정말로(우주의 생겨먹음조차 그러하다던데)도 세상이 인과관계로 돌아가지 않을 뿐더러, 인간사에 이유를 따져물어 서사를 만들어주는 노동 자체에 동력이 딸리기도 했고(인류애 바닥이랄까, 굳이 인간들을 이해하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 않았다), 모든 것에서 유의미한 의미를 찾아내려는 주변의 의미종자들에게 질려버렸기 때문인게 좀 컸다. 


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야해! 모든 걸 의미화하는 그들은 음모론에 취약했고, 뭔가 중간이 삭제된 것 같은 그 음모론에 나는 도저히 동의가 안됐고, 하지만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의 인식론이 대체로 그렇듯 반박하려면 더 설득력있는 음모론을 가져와야 했고…. 논쟁하기 싫어서 아, 그렇군요?하다보면 나는 자꾸 뭘 제대로 모르는 애가 되어 들어줘야 했고… 때론 그게 빡쳐서 한번 붙자니 음모론(정치적 신념도 그렇지만, 신점ㆍ사주ㆍMBTI도 같은 맥락인 듯)에 설득 당하고 싶을 만큼 삶이 퍽퍽하기도 했을테지, 싶어 좀 짠했고- 뭐 이거저 다 떼고보면 나의 그 짠해함을 이용하기 위해 어째 이야기가 더욱더 극적이고 구슬퍼(?)지는… 인간사를 서사로 구축해 고통을 합리화하는… 속내들이 더는 보기 싫어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으으~ 듣기 싫어. 이유는 없어. 그냥 세상은 이유없이 원래 똥같은 거야!!! 


인간관계나 사회를 파악하는 데 있어 골싸매고 이유를 찾는 진지한 태도가 멋있어 보였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살수록.. 살아갈수록.. 그런 태도가 더 편협하고 본질적으로는 더 쉬운 방식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의심은 뇌과학(!)에 따르자면 나름 신빙성있는 의심이었다!!


“(74) 뇌에서 그 방 안의 수많은 대화를 걸러내고 당신의 안녕에 중요할 수 있는 대화를 알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뇌는 우리를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정보를 추려서 중요한 정보만 보여준다. 이처럼 서사를 이용해서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은 기억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기억은 ‘삽화적’(무질서한 과거를 인과관계가 있는 지극히 단순한 순서로 경험하는 경향)이고 ‘자전적’(이렇게 연결된 삽화에 사적이고 도덕적인 의미가 담기는 경향)이다.”
“(77) 인과관계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간이며 뇌는 원인과 결과를 연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제 실험을 해보자. 바나나. 구토.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방금 전에 당신의 뇌에서 일어난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당신의 마음은 자동으로 시간의 순서를 전제하고 바나나와 구토라는 단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상정하여 바나나가 구토를 일으키는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만든다.””


서사중독. 그러니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 뇌는 인과관계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인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사실. 흐음. 그렇군. 🤔 인과관계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부지런한게 아니라 게으른거였어..!! 여튼 그 방식이 되려 뇌에게 쉽다는 걸 안 것은 최근의 일이고, 나 스스로는 그런식의 마음씀이 꽤나 기운이 필요한 노동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머리를 굴려서 이해할 근거들을 찾아내고 마는 것도 노동이라면 노동이잖아? 두뇌의 노동!? 🧠


“(91) 우리의 편향과 오류와 편견에 관한 불길한 사실이 있다. 바로 미스터 B에게 그의 망상이 보이듯이 우리에게도 우리의 편향과 오류와 편견이 진실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남들은 다 ‘편견’에 치우치고 우리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처럼 느낀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순진한 사실주의’라고 부른다.”


난 불가해를 불안해하는 사람으로서 매사에 납득이 될만한 이유를 찾아보는 건 굳어져버린 성격같은거라, 어떤 식으로든 그래서 그랬던 거군,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고 내 방식대로 구축해놓은 매끄러운 편견 속에서 살아가기를 적극적으로 택하며 지내왔다. (한마디로 음모론에 취약한 의미종자라는 소리다.) 그게 맘이 편했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그래 그래서 그런걸 거야, 끄덕끄덕. 이 방식이 내 뇌피셜 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았다. 


최근에는 그게 mbti였는데, 어떻게 인간이 16가지가 있어? 그러면서도 성격유형 다 외워서 그래 쟤는 F니까 그랬을 지도 몰라...어쩌겠어, 이해하자..ㅋㅋㅋㅋ 😔 이렇게 살아왔다. 가끔은 이런 내가 피곤하고 소심한 것 같아 쪽팔렸다. 그치만 이해가 안되면 생각이 자꾸 생각나는걸?? 😩 


그래도 요즘엔 내가 지금 과몰입모드구나, 가까스로 자각에 닿아 그럭저럭 빠져나온다. 너무 진지해질 때 마다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나여, 이 편견왕, 편협왕, 편파왕이여. 너 지금 그거 다 니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거고 너무 에너지쓰고 있고 여기서 더 진지하면 징그러워지니까 머리 굴리기 때려쳐!!!! 스탑스탑. 현타가 오면 아, 의미가 없어지고 의미가 없어지면 순간적으로 아주~ 홀가분해진다. 과몰입 해제 버튼이랄까. 암튼 요 버튼을 작동법을 발견하고서 매사에 시큰둥해지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있을 때 쯤.


서울 온 좀비물 마니아 엄마가 이번엔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며 평소보다는 살짝 톤이 높아져 리모콘의 권리를 주장하셨다. “아니, 동네 사람들이 목욕탕에서 하도 재밌다고 난리난리가 났길래. 아빠있을 때 같이 보자고 틀었거든? 세상에 둘이서 시즌1을 밤을 새고 봤다야”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이야기다.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으므로 나는 좀 피곤했다. 엄마가 틀어놓은 그 드라마는 등장인물 모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대동단결하여 시종일관 악을 질렀다. 아니, 무슨 드라마가 악을 지르지 않으면 대화를 못해? (나 자신은 시끄럽지만 시끄러운 환경은 싫어하는 편) 투덜대며 엄마 옆에 앉았다. 그리고………… 뭐여. 왜. 죽어? 죽여? 죽…네? 엉? 뭐…여…  뭐? 쟤랑 쟤랑 부부였는 데 쟤랑 쟤랑 또 약혼을 했다고?? 그럼 애들은…?? 어..? 헐, 아빠를 죽였어?? 공중파가 저런다고..? 그대로... 시간 순삭. 이게 한 화에서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아니, 대체 어쩌려고 작가는?? 



네. 단 1명의 인물에게도 이입이 안되는 오로지 욕망 밖에 없는 인간들의 난투와 치정이 폭발하는 펜트하우스에 저는 5분만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엄마… 왜… 밤을 새고 봤는 지 알 것 같아…” 


“(39) 뇌 스캔을 해보면 호기심이 생길 때 뇌의 보상 체계가 약간 자극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야기에서 답을 궁금해하거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마약이나 섹스나 초콜릿을 갈망하는 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분 좋게 불쾌한 상태, 그러니까 확실히 답을 알게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약속이 되어 있고, 감질나게 불편한 가운데 초조하게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과 같다.”

그리고 피같은 주말 동안 차마 시즌1을 다 찾아 볼 수는 없었으므로, 유튜브를 통해 몰아보기로 펜트하우스를 습득하였고… 뭐여!(흥분하면 사투리) 뭔디 이러케 재밌는거여!!!!!!!!😱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며!!! 저게 말이돼?!!!!! 그치만 말이 안돼서 더 재밌잖아!!이러면서 언제나처럼 엄마의 추천작을 한껏 즐겨버렸던 것이지요. 


내 황금같은 주말에 왜 주단테 따위를 검색하고 있는 거냐?라고 물으면서도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던 것입니다. 아니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전 몰두할 것이 필요했나봅니다. 워쩔껏이여. 이 몸 안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 온갖 것에 스토리를 입혀줘야 속 시원한 나는야 인생극장으로 삶을 익혀온 의지의 한국인. 그렇다! 막장에 과몰입해서 먹고사니즘의 시름을 잊는 내가 바로 과로사회로 유명한 K-노동자다!!!!!!!! 막장이여 오라!! 몰아쳐라!!!!! ㅎ ㅏ ㅎ ㅏ ㅎ ㅏ


예, 사건의 전말은 그러합니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고 세상의 모든 시름이 잊혀지자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의 존재는 이내 잊혀졌고… 시즌2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그 주말의 나는 천서진과 주단테의 몰락을 비는 데, 한사코, 꾸준히, 열정적으로 진심이었다…? 


“(197) 윌리엄 플레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악당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미워해봐야 의미가 없다. 우리는 악당의 정체가 그의 세계에서 드러나기를 바란다.”

(215) 모든 주인공은 반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등장할 때는 대부분 결함이 있고 불완전한 인물이지만 변화를 견디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된다. 주인공을 지지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다. 공감을 얻는 비밀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다. 핵심은 신경망에 있다. 이야기는 뇌의 여러 진화 체계에 작용하는데, 유능한 작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이런 신경망을 모두 발화시킨다. 여기에서는 도덕적 격분으로 떨리는 음을 조금 내고, 저기에서는 지위 게임의 팡파르를 울리고, 부족을 식별하는 방울소리와 우르릉거리며 위협적인 적대자의 소리를 내고, 위트의 나팔을 불고,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뱃고동 소리를 울리고, 부당한 골칫거리를 크레센도로 올리고, 씨실과 날실의 허밍을 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극적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진다. 한마디로 독자의 뇌를 사로잡고 조작할 수 있는 악기를 총동원하는 것이다.”


킹순옥(펜트하우스 작가님 별칭이래요)언니. 그대 진정 유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여!!


사실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기 시작했는 데 말이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왜 읽었냐면… 펜트하우스에 몰입해 주말을 다 써버린 저자신을 해명해보고자 읽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게 재밌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또 습관적으로 이유 찾고 있음ㅋㅋㅋㅋㅋ) 그리고 알게 되었지요! 책에 따르면 우리 킹순옥 갓순옥 작가님이 ‘도덕적 분노’와 ‘지위 게임’을 이용하는데 천재라는 사실을!!!! 아아 순옥 작가님, 그대 훌륭한 뇌 조련자.


“(185) 가장 성공적인 이야기에서는 초반에 도덕적 분노를 자극한다.”

“(190)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부와 인기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능력에 관해 읽게 하고 뇌를 스캔하자 통증을 지각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누군가가 불행에 처한 이야기를 읽히자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됐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누군가의 불행으로 보상중추를 활성화 시켜버리는 인간 뇌의 생겨먹음…!! 

어쩔꺼냐고!! ㅋㅋㅋㅋ 재밌는 예시는 또 있습니다.

 

“(119) 신경과학자 새러 김블 교수는 뇌 스캐너로 참가자들의 뇌를 관찰하면서 그들의 확고한 정치 신념이 틀렸다고 입증해주는 증거를 접할 때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았다.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숲속을 거닐다 곰을 만날 때 일어날 법한 반응과 상당히 유사했다.”

이런거 너무 재밌지 않나요? 정치적 신념이 부딪힐 때 뇌는 곰을 만난 것 같다니ㅋㅋㅋㅋ… 어쩐지 싸우고 싶더라.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의 뇌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곰을 만나는 가…. 정치적 신념을 갖는 일이란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고난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지우길 얼마나 다행인가. 위험했어. 정말인지, 현대인은 너무도 위험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128)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도덕적 우월성은 사실 ‘유난히 강력하고 보편적인 긍정적 착각의 한 형태’다.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자아상’을 보존하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혜택이 주어질 뿐 아니라 신체 건강도 좋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살인자와 가정폭력범조차 스스로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피해자들이 먼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도발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건강하게 살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자. 저 악마같은 주단테도 사는 데ㅋㅋㅋ 하면서 펜트하우스를 보자. 나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자.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자. 그게 좋은 것 같아. 뇌한테도 편한 것 같고.


“(147) 인간 조건에 관한 무섭고도 흥미로운 진실은 누구도 극적 질문의 답을 모른다는 점이다. 질문 자체가 우리 자신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왜 우울한지 가설을 세우면서, 도덕적 신념을 정당화하면서, 음악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의 자아 감각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완전히 통제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리가 누구인지 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그래서 인생이 그렇게 골치 아픈 싸움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수수께끼 같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스스로를 실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으면서 스스로도 충격받는다.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라고 자문하고 체념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깨달을 날이 오기는 올지 의아해한다.이야기에서 극적 질문이 그렇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주인공이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그리고 주인공은 답을 모르는 법이지. ㅎㅎㅎㅎㅎ


무튼 이 책 재미졌다. 사실 한동안 내 관심은 어떻게 하면 소설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였고 늘 그렇듯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소설 읽는 법(ㅋㅋㅋ)을 찾아 읽게 되었는 데, 소설가들이 쓴 책과 평론가들이 쓴 책들 보다는 훨씬 내 타입이었다. 


아, 나 이런 책 좋아하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들에 재밌는 예시 왕창 넣어서 이유 만들어 주는 책들. 특히 내 뇌가 그런 거였어? 내 호르몬이 그런거였어? 아 도파민 때문이었어?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 근거 만들어 줘버리면… 좀 나 자신한테 상냥해 질 수 있잖아? 좋다, 좋다!


개인적으로는 뇌과학ㆍ심리학 실험에 관한 예시들이 즐거웠지만,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독자들이라면 책에 나오는 소설들의 플롯 분석이 재밌을 것 같고, 영감을 찾는 창작자들이 읽으면 좋을 꽤 쏠쏠한 팁들도 담겨있다. 다만, 백자평에도 썼지만 이 책은 자꾸 침팬지를 가져온다. (윌스토씨 당신, 그게 바로 쉽게 생각하는 거라고.) 대부분의 진화심리학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의뭉스러운 성차별 요소는 들어있다. 그런 부분을 너그러이 용서할 수는 없어서 별을 빼긴 했지만- 3월에 읽은 비문학 중 제일 재밌어서 추천하고 싶었음. 라고 3월에 쓰다 말았던 글을… 4월 10일에 올립니다. 전 제 게으름에 관대하니까요 ㅋㅋㅋㅋ


그런데 펜트하우스2는 어떻게 끝났대요? ㅋㅋ 검색좀 해봐야겠다~! 뿅!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이 바로 이야기다. 뇌는 희망에 찬 목표로 삶을 가득 채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게 만들어서 우리가 삶의 냉혹한 진실에 직면하지 않게 해준다. 이야기는 우리의 존재에 의미가 있다는 착각을 일으켜서 삶의 혹독한 진실을 외면하게도 해준다. - P13

결국 뇌의 궁극적인 사명은 상대를 통제하는 일이다. 뇌는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과 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지각하고 그 사람들을 통제해야 한다. 세계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 P31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그렇다. 복제인간 로이 배티가 죽기 직전에 릭 데커드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자리의 어깨 위에서 포화를 내뿜는 공격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의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C-광선을 봤지."
C-광선! 탄호이저 게이트! 이름만 언급해도 그 경이로움이 실재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낯선 것들은 무서운 공포소설의 괴물들처럼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모형을 생성해서 만들어진 상상의 결과일 때 작가의 상상보다 더 실제처럼 느껴진다. - P54

좋은 이야기는 인간 조건을 탐구한다. 극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사건보다 인물에 더 집중한다. 낯선 마음으로 떠나게 되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그 인물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극적인 싸움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가 성공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진 결함 때문이다. - P84

우리만 깨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 갈등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만 음침한 생각과 씁쓸한 회한과 때때로 증오에 찬 자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니며 우리만 두려운 것 또한 아니다. 이야기의 마법은 현실의 사랑이 범접하지 못할 방식으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준다. 이야기는 어두운 두개골 속에서 우리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한다. - P266

당신은 이미 이 질문의 답을 알 수도 있다. 모른다면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근원적인 상처의 계기가 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물이 갖게 된 신념은 이제껏 어떤 식으로든 그를 보호를 해왔을 것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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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4-10 1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너무...졸렸어요 ㅋㅋㅋ

공쟝쟝 2021-04-10 17:0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알아요 ㅋㅋㅋ 리뷰봤어 ㅋㅋㅋ

새파랑 2021-04-10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펜트하우스가 재미있는 원인을 책에서 찾아내시다니^^
‘도덕적 분노‘와 ‘지위 게임‘이 드라마의 인기 이유라는데 납득이 갑니다. 전 이 드라마를 본적은 없지만ㅎㅎ 그리고 세상에는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게 더 많은거 같아요. 공쟝쟝님 말대로 세상은 원래 똥같은 것~! ㅋ

공쟝쟝 2021-04-10 17:05   좋아요 2 | URL
유명한 알라디너 한분이 말씀 하셨습니다. 오늘은 오늘의 똥(글)을 싸자...ㅋㅋㅋ

미미 2021-04-10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펜트하우스 후반 부 띄엄띄엄 봤는데 법정씬에서 너무 웃었어요. 엄기준의 악역은 충격 그 자체ㅋㅋ

공쟝쟝 2021-04-10 17:08   좋아요 2 | URL
반님은 졸렸대요 😔 엄기준이야 말로 악역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ㅋㅋㅋ 나 착한역은 본적 없는 것 같지 왜?

syo 2021-04-10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과가 게으른 거였어?? 이래놓고 이 글 속에서 쟝님 대체 몇 개의 인과를 발견하고 안심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4-10 17:46   좋아요 0 | URL
게으른 거였어? 어쩐지! 😒 그럼 어쩔 수 없네... 게으르자! ㅋㅋㅋ 를 썼사옵나이다:

2021-04-12 0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3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3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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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 과연 내가 그림을 그려도 될까?

지금 나는 당장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대답을 해주고 싶다. 당연하지, 뭐라도 그려! 종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크레파스 닳는 일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뭐든 그려. 네가 지금 아끼고 있는 그 크레파스는 나중에 영영 찾을 수 없으니까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하는 색깔을 써둬. 

물론 이런 대답을 해줄 미래의 내가 곁에 있었을 턱이 없다.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림은 특별한 사람이나 그리는 것 아닐까?

남들보다 겨우 조금 더 잘 그리고 좋아할 뿐이야. 마음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거야. 나에겐 해야하는 일들이 있어. 그림은 시간 낭비야……. 하며 살았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 낭비를 하는 학생, 그것이 바로 나였다.”


내가 좋아했던 크레파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퍼석퍼석 바스라질 것 같은 군청색, 반짝반짝 은색, 그리고 유난히 무른 재질의 상아색. 좋아하는 색깔의 크레파스가 닳는 것이 조바심났다. 짧아져가는 크레파스들 사이에서 걔들만 유난히 키가 컸던 기억이 난다. 또 내가 좋아했던(유행했던) 코디네이터 스티커. 정작 제일 좋아하는 스티커는 떼고 붙이는 게 아까워 가지고 놀지를 못했다. 한쪽에 붙여놓고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다. 먼지가 묻든 말든 신나게 옷 입히고 보관용은 따로 두세개씩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코디 스티커 모으기를 관두기로 했다. 자꾸 더 갖고 싶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코디 스티커 놀이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생각해버렸다. 


왜 어릴 때는 좋아하면 아껴야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가난의 문제와 따로 떼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좋아했던 그 색깔의 크레파스들을 아끼느라 정작 그림에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도화지 위에 실컷 색깔을 덧입힐 수가 없는, 나는 언제나 희미하고 옅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였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다른 모든 종류의 크레파스도 다 닳아질 정도로 써본 기억이 없다. 아끼고 참는 어린시절의 내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울화통이 터진다. 좋아해도 되는데, 갖고 싶다고 떼를 써도 됐을 텐데, 그게 맞는 나이였는데, 그렇게 했었더라도 그때의 받은 만큼의 사랑은 다 받았을 텐데. 나의 양육자들은 착하다고 혹은 똑똑하다고 더 줄 사랑을 더 주시는 분들도 덜 줄 사랑을 덜 줄 분들도 아니었다는 걸.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자식 많은 집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갖고 싶은 것을 말하기도 전에 양보를 배운 나는 내 몫을 주장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내것을 요구하는 건 동생들에게 돌아갈 부분을 줄이는 것이었다. 떼를 써서 갖는 것보다는 괜찮다고 말하고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편했다. 그래도 좋다면, 어쩔 수 없이 좋다면? 그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는 참았다. 허락된 것 까지만 좋아했다. 허용되는 범위까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미안해지지 않는 수준까지만. 


엄마는 내가 그린 그림들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그렸던 그림들. 스물 몇살 때 아직도 그걸 갖고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엄마의 이야기는 그랬다. 사는 게 너무너무 바빠서 신경을 하나도 못쓰다가 청소하러인가 네가 1학년 때 학교에 처음 갔는데, 교실 뒤 벽에 걸린 운동회를 주제로 한 그림 중 눈에 띄는 그림이 보였다고 했다. 달리기를 하는 1등 아이가 머리를 젖히고 하늘을 보는 그림이었다고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도의. 어떻게 어린애가 이런 생각을 하지?하고 이름을 보니까 그게 내 그림이더란다. 그때 내딸이 그림을 잘그리는 구나 처음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거 알았는 데, 왜 한번도 그림을 그려보란 말 안했어? 니가 공부도 제법 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엄마는 내 백점 맞은 시험지나 성적표는 안갖고 있는 데, 내가 그렸던 그림들은 모아두고 계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정말 뜬금없이 엄마가 한 번 미술학원에 가보겠느냐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거의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였다. 딱 한 달. 스케치북에 삼각뿔 명함을 넣으면서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두 달째를 등록해야했을 때 엄마가 한번 다녀봤으니까 됐지? 더 다니고 싶어? 물었을 때, 나는 이제 해봤으니 괜찮다고 했다. 아침에 모닝콜로 영어회화를 배우는 영어교실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학원비가 있다면 영어를 할래. 중학생이 되려면 영어가 필요하다고 하잖아. 나는 영어를 배웠고, 그림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중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미술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했을 때 “미술 입시는 돈 많이 들지않아?” 물어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청 슬펐던 것 같다. 아마 부러웠던 걸 거다. 그날 혼자 걷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 걸 보면. 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걸 나 자신에게까지 숨겼다.


한참 상담을 받던 서른 살 무렵  <철들고 그림 그리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때 생애 처음으로 스케치북을 샀던 것 같다. 어쩐지 계속 곁눈질하던 그림의 영역에 도전! 두달 동안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림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지금은??????

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읽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ㅋㅋ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왜, 나. 그림 5년 동안이나 안그렸어? (응, 남는 시간에 책 읽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백수가 되면 하고 싶은 일 1위에 드로잉이 있었는 데 백수되고 한달 째. 여적지 스케치북도 안샀다는 거지롱. 이거 읽으면 그림 그릴 마음 들 줄 알았는 데… 막상 그리려니 엄청 겁이난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머뭇머뭇 하는 것은 겁이 나서다. 그림 배우고 싶은 데. 인터넷 클래스도 신청했는 데. 이제 시간도 있는 데… 왜 선뜻 못 시작하겠지? 아. 문제다. 문제. 


“(24)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멋진 일은 대개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만큼 그 여정은 험난하다. 그럴 때는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지금 굉장히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이 사실을 계속 떠올려야 한다.” 


무언가가 좋아지면 일단 참고 보는 이상한 습벽은 여전히 은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전부 그런건 아니고, 특정 대상에 대해서. 이를 테면 나는 정말 좋아하는 책은 읽다가 중간에 덮는다. 오래오래 읽고 싶어서. 혹은 더 잘 읽고 싶어서…. 그렇게 꽂혀만 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네??… 그리고 드로잉이라던가(사실 이건 게으름도 조금 있음)… 역시 must가 항상 먼저인 인간은 want나 like에도 must를 도입해줘야 한다… -_-;;;;


나 자신도 놀랄만큼 변한 부분도 있다. 사람에 대해서가 그렇다. 사실 이 분야 - 사람 좋아하는 것 티 안내고 잘 참기- 만큼은 정말 대장이었는 데, 어느순간 부터는 ‘참지않기 노력’이 빛을 발해 요즘엔 시시때때로 고백할 수 있어졌다. (이성애뿐만 아니라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그런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란 건 입밖에 낼 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좋아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더 좋아져버린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잠깐 멈춰 생각해봐야하는 인간인지라 왜, 어디가,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를 생각한다. 메모해본다. 때때로 나의 투사였음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걸 걷어내고 나면 더 잘 보이고, 그럼 더 구체적으로 좋아진다. 마음이 또 커진다. 그렇게 되기를 반복.. 큰일났다.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 ‘좋아하는 거 좋아하기’의 방법을 알아버린 나의 요즘은… 어떻게 이걸 모르고 살았지?!!! 와, 맙소사! 좋아하는 마음은 닳아지지 않는거였다.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참지 않을 수록 더 깊어지는 거였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용감해지고 나니, 좋아하는 것들로 내 세계가 그득해져버린 느낌이다. 고심해서 고른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내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기분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한다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영원히 살고 싶다, 잠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7살의 나에게 돌아가서 그 크레파스를 실컷쓰라고

11살의 나에게 돌아가서 미술학원에 등록하라고

15살의 나에게 돌아가서 너 그거 부러운거라고, 참지말고 그냥 연습장에라도 드로잉을 하라고 

말해줄 수는 없으니-


35살의 내가 나에게 말한다.

너, 참지말고- 좋아하고, 참지말고- 사랑하고, 참지말고- 읽고, 쓰고, 

이제는 참았던 그리기를 시작해보라고. 

좋아하는 걸 참지 않기 시작한 이 세계는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만 하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세계라고. 


하하. 내일은 스케치북을 사와야겠다. 



가끔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재능과 영감이 아니라 감정을 견딜 비위라는 생각이 든다. - P53

나는 아니다. 거의 다큐에 가까운 생각들만 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꼼꼼히 관찰하는 일이 더 흥미롭다.
- P139

나는 네가 그래서 더 좋아. 사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우리가 뾰족하고 모나서 늘 누군가랑 부딪히는 그 부분, 거기에 진짜 내 모습이 있다. - P142

난 젊은 것치고 이상하리만큼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네? 이 고약함이 나의 개성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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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9 0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거 같아요. 아직 그림 그리기에 늦으신 건 절대 아니라는..그림 그리는 공쟝쟝님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1-04-09 08:32   좋아요 4 | URL
파랑님 ㅋㅋㅋ 알라딘의 새로 나타난 연쇄댓글응원마...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4-09 09:03   좋아요 3 | URL
모르는 글에는 댓글을 달수가 없어요 ㅎㅎ

다락방 2021-04-09 08: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응, 그래요.
참지말고 좋아하고, 참지말고 사랑하고, 참지말고 읽고 쓰고!!

너무 좋네요, 쟝님. 너무 좋은 리뷰예요.
:)

공쟝쟝 2021-04-09 08:32   좋아요 4 | URL
참지 않고 좋아해주셔서 정말 좋아합니다🥰

물감 2021-04-09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좋아하면 아껴야 된다고 생각했다는 말... 공감해서 울컥했어요.
그림이 정말 좋았지만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 포기했었거든요.
친구는 같이 예고에 가자는데, 집이랑 멀어서 싫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한 제가 얼마나 비참하던지요 ㅎㅎ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4-09 09:57   좋아요 4 | URL
너무 빨리 어른스러운척 하려던 어리고 안타깝고 예쁜마음을, 이제는 다큰 (늙어가는...?) 내가 토닥토닥 보듬어줘야죠. 저도 종종 물감님 리뷰를 읽습니다! ㅎㅎㅎ 더 자주 교류해요 :)

바람돌이 2021-04-09 0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7살 11살 15살의 공쟝쟝님에게 마음이 짜안.... 그래도 35살의 공쟝쟝님이 있어 좋네요.
관심가던 책이 더 보고싶어지는 리뷰입니다.

공쟝쟝 2021-04-09 09:59   좋아요 3 | URL
하지만 정작 이연님의 유튜브는 한두개 정도 봤다는.... ㅋㅋㅋ 잘잘라님이 예찬해 놓았는 데 이 책은 판형이 좋습니다. 이연님 유튜브 보신 분이면 더 좋아할 것 같고요!!

붕붕툐툐 2021-04-09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진짜 너무 멋져요~ 좋아하는 걸 알고 좋아하는 걸 표현하고 이젠 그걸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는데도 크레파스 닳는 건 왜그리 아까웠는지.. 그냥 뭐든 아끼는 성격이었는데도 이글에 공감이 가는 건 왜일까요? 암튼, 그대 너무 멋지십니다~🙆

공쟝쟝 2021-04-09 12:2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걸 알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정말 알아버려서 넘나 넘나 넘나 다행인것!!!! 언제나 저자신만 가득한 독후감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툐툐님^^

수이 2021-04-09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랑을 하면 창작욕이 솟아난다는 그 말이 진리인 거 같습니다. 쟝쟝님 작품을 열렬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약한 그림 속 쟝쟝님 개성이 한껏 드러나있는 그림이라면 아 우리 엽서 만들어 팔까요?

공쟝쟝 2021-04-09 12:21   좋아요 1 | URL
사랑과 창작욕?ㅋㅋㅋ 행복한 연애를 하면 글을 쓰지 않는다고 ㅋㅋㅋㅋ 하던데... 대신 여자는 망한 연애를 할 수록 글을 엄청 잘 쓰게된다고.. 어떤 친구가 그럽디다요?! 전 그래서 당분간은 글을 좀 못쓰기로 했습니다.. 꺄아~~~~.

수이 2021-04-09 12:23   좋아요 2 | URL
글 쓰지 말고 그림 그려 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한 작품이 나올거야

공쟝쟝 2021-04-09 12:26   좋아요 1 | URL
연필을 놓은지 35-11 어언 24년...다음주부턴 예술혼의 열정으로 다시 태어나겠어..!! (이번주는 밀린 책읽자...)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나 백순데...왜 책 계속 밀리지??ㅋㅋㅋㅋ

수이 2021-04-09 12:30   좋아요 2 | URL
백수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법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제일 바쁜 때잖아. 열렬하게 찰나를 즐기오.

syo 2021-04-09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닦달했더니, 보람있다? ㅋㅋㅋㅋㅋㅋㅋ
쟝님은 뭔가 채근하면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구나? ㅋㅋㅋ

공쟝쟝 2021-04-09 16:38   좋아요 1 | URL
해야하는 것을 먼저 하는 인간.... (일케 생겨먹었다) 나에게 압박을 다오...

mini74 2021-04-09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몫에 대한 죄책감. 맞아요. 저는 지금도 그래요 절 위해 무언가를 산다는게 항상 불안하고 뭔가 변명하고. 좋아하는 것 실컷하시길 *^^*

공쟝쟝 2021-04-10 11:31   좋아요 1 | URL
미니님 저두 그래요!!! 적어두고 곱씹고 되뇌이지 않으면 또 금새 변명하고 있을까봐 노력합니다. 우리 허락되는 한에서 만큼은 좋아하는 거 실컷 하자구요!!!

단발머리 2021-04-12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는 걸 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 맘이 뭔지 쪼금 알것 같아서....
어린 쟝쟝님 많이 위로해주면서 이제 참지 말고 맘껏 그려요. 읽고 쓰고요.
기대주고 우량주에요, 우리 쟝쟝님. 무슨 말인지는 알거라 생각하고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1-04-19 16:55   좋아요 1 | URL
왜 하루는 24시간이고 저는 잠이 많을까요? ㅜ_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읽고 쓰고 그릴거 투성이인데... 오늘 하루도 병든 닭처럼 졸고만 있다... 응?!!

Millie 2021-04-17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참기만 했던 어렸던 나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무조건 하고 싶은거 다 하세요~!

공쟝쟝 2021-04-19 16:56   좋아요 1 | URL
이승미님 안녕하세요! 정말요. 이제 제가 죄책감을 느껴야할 사람은 그 시절의 저인 것 같네요. 힘내서 하고픈거 실컷 할게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5-07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
좋아하는거 실컷하기 !
담번 페이퍼는 스케치북 공개 하귀 ^ㅅ^

그레이스 2021-05-07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새파랑 2021-05-07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당선 리얼 축하드립니다 ~!!^^

모나리자 2021-05-07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당선작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행복한 불금과 주말 보내세요~^_^!!

이하라 2021-05-08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05-08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 에세이 읽는 거 너무 벅차요. 널리 박제라도 하고 싶은 문장들 투성이야, 단호하고, 단단하고, 너무 맞는 말인데, 또 거기까지 닿기까지 얼마나 삶과 생각을 다져넣었을까 싶고. 하, 아무튼. 너무 선명해. 너무 좋아. 😭 새로미님 여기 당신의 필력 첫문장에서 흠칫하고 50페이지에서 그냥 무릎 꿇고만 독자가 대뜸 만세를 부릅니다. 만세만세!! 혼자만 읽을 수 없다!!



언젠가는 당하지 않을 만큼 강해져야지, 보호자가 자원을 통제해서 나를 학대하는 방법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해야지, 내 돈으로 먹고 노는 인간들을 벌줘야지, 나에게 속죄하게 해야지, 내 몸을 상하게 해서 나온 자식들이 나에게 보상하게 만들어야지, 내 몸을 상하게 해서 나온 내 자식의 돈을 쓰는 여자에게도 벌을 줘야지, 돈을 받지 못한다면 두려움과 존경을 얻어내야지.. 누구도 이런 것들을 견디면서 제정신으로 오래 생존하지는 못한다. 정말 많은 정상가족이 서로에게 분노하고 복수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사랑은 분명 어디에나 있고 아주 강력하지만, 여자를 조금씩 돌게 만들면서 진군하는 가족의 삶은 더 이상 사랑만으로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캐낸, 놀라운 사랑의 힘에 대한 맹신은 대체 무엇인가. 에너지 총량이일정하다는 준엄한 물리 세계에서도, 물이 증발하면 대기 중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현대 세계에서도 여자의 사랑과 헌신은 당연히 자연발생하는 것으로여겨진다. - P57

나는 내 보기에 꼴 같지도 않은 아들 가진 벼슬을하려고 시동 거는 엄마 옆에 붙어 "그래 걔가 고집이 좀있더라" 운운하며 천년 묵은 시누이 노릇에 심취하느니 아들 모부가 모인 명절의 집구석에 아무도 못 들어오도록, 그래서 아무도 희생당하지 않도록 바퀴벌레 연막탄을 치리라고 맹세한 사람이었다.
제대로 풀릴 리 없는 싸움 끝에 방에 들어와 낯선밤을 뒤척이고 그 아침이 밝았다. 사람을 긁어놨으면좀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할 텐데 또 그새를 못 참고 동정을 살피거나 항복을 얻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의성격대로 아침부터 갑자기 깎은 사과 접시를 들고 노크도 없이 내 방에 쳐들어올 때 파국은 예견되어 있었다.
나는 사과를 먹기 싫었다. 이 사과가 너 괜찮지? 괜찮잖아. 괜찮다고 말해. 너에게 침묵을 고수할 정도의 권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어. 빨리 다 잊었다고 말해’를강요하기 위한 일종의 은유라는 것을 나는 질리도록 겪어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맨질맨질하게 깎아온 사과 한 쪽을 끝내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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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7 0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준 사람은 한껏 잘난척을 합니다! 😌

공쟝쟝 2021-04-07 08:24   좋아요 1 | URL
잘난척을 허하노라!!!!!!!!! 근데 진짜 ㅠㅠㅠㅠ 제 스타일일거 어케 아는 거죠??? 딱 보면 딱? 책 도사님 😭

다락방 2021-04-07 08:26   좋아요 1 | URL
그렇죠. 느낌이 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나는 이 책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었어. 그럼에도 그러나 쟝님은 좋아할 것이다 라는 느낌이 뽝!!!!!!!!

다락방 2021-04-07 08:26   좋아요 1 | URL
천재다.....................

공쟝쟝 2021-04-07 08:42   좋아요 1 | URL
하~~~ 천재다... 알라딘이 심은 ai.. 여기 한 명 더 있었다...

공쟝쟝 2021-04-07 08:42   좋아요 1 | URL
편집장의 추천보다. 타율이 높을 지도?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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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좋아하는 일에 (근거없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서성여본 사람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주고 싶은, 태도. 그림만큼 근사한 책이었어요, 이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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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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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원리라니...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는 데..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인데.. 침팬지 성폭행 예시에 인간대입은 하지말지 그랬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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