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한가득이지만, 조금은 진정하고 일단은 꼼꼼하게 읽고 싶다.
한 친구는 코로나를 지구의 백신이라고 표현했었다. 마스크를 쓴 채로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나는 미안하고 또 괴롭다. 오늘 만들어낸 플라스틱과 이산화탄소를 생각한다.
지구는 제한되어있고 우리의 삶 역시 끝난다. 그것을 잊기 위해 분리하고, 분리의 결과로 다시 그걸 잊게 된다. 그렇게 나는 무엇을 식민화해 왔는가. 잊어버린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읽기에 너무 좋은 책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지구가 코로나로 경종을 울려주는 것만 같다. 멈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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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9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님, 이 책 너무 좋아요. 읽으면서 아 좋다, 좋다 하고 있어요. 이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공쟝쟝 2020-06-19 14:44   좋아요 0 | URL
저두요.. 이 시기에 읽는 것도 좋은데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스러워요.

단발머리 2020-06-1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는 미안치 않은데,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아 정말 너무 많이 만들어내요 ㅠㅠ
코로나로 전하는 지구의 경고에 귀기울여야 할텐데.... 이 지혜롭고 훌륭한 책은 답을 줄것 같아요. 그죠?
 
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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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다혜리.. 너무 뼈때려서 뼈가 아플지경이예요..! 언니처럼 멋진 녀성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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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18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는 지금도 멋져요!
멋진 여성이에요, 잊지 마요!!!

공쟝쟝 2020-06-18 20:02   좋아요 0 | URL
여기 또 한 분의 멋진 녀성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 (찡긋)
 

몇년 전 아팠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게 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까지 몸은 옷처럼 입는 것, 혹은 걸치는 것이라 여겼다. 반대였다. 원래 먼저 내 몸이 있고, 마치 거기에 기생하듯 그냥 딱 달라붙어있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그게 사실은 진짜 ‘나’였던 거다. 쉽게 나을 것 같지 않던 아픈 몸은 내가 얼마나 내 존재를 잊고 지냈는 지의 반증 같았다. 몸에게 미안했었다.

_

이별 후에 느꼈던 해방감은 역설적으로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내가 얼마나 습관적으로 자아를 축소시키곤 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앞으로는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어, 단단히 맘먹었다. 그러나 이리저리 요목조목 다 따지려고 들어도 결국에는 뭐든 퍼주고 있을 나라는 인간의 생겨먹은 기본값을 알아서. 전략을 바꿨다. 방파제를 세우자. 뚝딱뚝딱. 더 쓸려가면 안된다. 이젠 쓸려갈 것도 없다....

_

가까이 있는 자매들이 비명지르지 않았더라면, 버럭버럭 화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돌아보지 않았을 거다. 방긋방긋 사람 좋은 척, 좋은게 좋은 척, 이해심 넓고 배려하는 척 하며- 평판관리 힘썼겠지. 다행인건 내가 당하는 것이 폭력인지는 몰라도, 남이 아프다고 하면 그건 못참아 하는 사람이 또 나인거라. 나를 잡아챘던 울음들, 비명들, 날선 분노들. 어떻게 해줘야 하나 꿀먹은 벙어리처럼 굴다가, 할 수 있는 건 듣는 것 밖에 없어 듣다가, 들어주고 토닥여주다가 결국 나도 아픈 상태라는 걸, 누구보다 비명지르고 싶어했다는 걸, 알았다. 당연히, 이건 페미니즘 이야기다.


_


결국,
어쨌든.
균열.
정상(이라고 믿었던)의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든 벗어났을 때.
부숴질 때. 금이 갈때. 자잘이 갈라지는 틈 사이로, 침잠해 있던 무언가가 드러날 때. 그때 다시 알게 된 것들. 사실은 잘은 모르고 있었던 것들.
관계든, 건강이든, 사랑이든, 삶이든, 세계든.

다시 인식하기 시작하면, 다른 앎이 시작되면,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도 변한다. 물론 긍정적으로만 변했던 것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는 별로 없는 것 같기도.....허허...더 살아봐야 알듯.)

그런데, 어떤 균열 없이- 갈라진 틈 없이- 매끈한 상태로 아는 것을 과연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안다고도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대체로 균열 속에서 발견되는 치명적인 앎들은 사는 걸 참 버석거리게 한다. 버석버석 하면서, 쭈뼛쭈뼛 대면서, 당장은 변하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하면서. 어렵기만 하게.

매끈매끈, 꿀떡꿀떡, 호로록호록, 앎을 삼켜가며 살던 어릴 때가 그립다. 그때는 아프지도 않고 이별도 적어서였던지, 굳이 부숴지는 경험없이도, 내가 알고자 한다면 알아지는 거라 생각했다. 아는 게 안무섭고 배불렀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무엇을 알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무엇들을 해치거나 착취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꼭 마리아 미즈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경험적으로 저질러왔단걸...씁쓸...또륵.)

_

알게 되면 싸워야 한다니, 아니 싸우기 시작해야 제대로 알게 된다니...그게 무려 에코 페미니즘 연구의 방법론이라니..
아, 정말 페미니즘은 너무. 너무. 너무. 치명적이다.
그러나 깨달은 뒤에는 자유를 얻을지니.
그 자유는 또 외롭기도 한 것이라서...
...
읽어.. 말어...? (이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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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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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따뜻해서 역설적으로 외로워졌다. 매우.
우연한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고통으로 가득찬 세계에서, 기적처럼,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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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 쓰는 사람 정지우가 가득 채운 나날들
정지우 지음 / 웨일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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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후배님께 생일 선물로 책 한권을 보냈더니,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서 연달아 톡을 보내온다.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했다가 흐뭇해서 미소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내가 알게된 텍스트를 소개해 줄 수 있을 때. 물론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몫일 테지만, 그래도 어떤 문장을 함께 읽고 공명했다는 것은 기쁘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앎에 대한 내 기준은 일관되게 삶이었다. 삶에 필요한 만큼만 읽자. 앎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자. 자기의 앎을 기준삼아 자신을 갉아먹고 타인을 해치는 사람들이 싫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알고도 눈감는 게. 아는 것을 권력으로 휘두르는 게.

요즘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쩐지 살아갈 수록 점점 더 많은 앎이 필요하다 느낀다. 알아서 무엇을 너무 잘 알아서 이용하고 해치기보다, 몰라서 정말로 몰랐기 때문에 저지르는 폭력이 훨씬 많다는 걸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니까.

아 그 때, 이걸 알았더라면.
아 그는 이걸 정말 모르는 구나.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느낌과 비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때때로 그 고생스러운 공부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부러워질 정도.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 책읽기 정도가 다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출퇴근은 멈출 수 없다ㅋㅋ) 읽기를 통해 코딱지 만큼 알아낸 것이나마 지인들과 이야기 나눠볼 수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부족하다 느끼는 내 독서가 가져다주는 의외의 소소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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