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읽은 국회의원 장혜영의 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자신이며, 그 문제에서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 감추지 않겠다라니. 그의 일상은 정치이므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을 언급하며, 용기내어 말해온 여성들과 연대하고 나아가겠다는 말은 차라리 위로이고 응원이었다.

자신을 믿고 세상을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고,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아침 뉴스는 맥이 좀 탁 풀렸지만, 장혜영의 입장을 읽고나니 함께 기꺼이 싸우고 싶어졌다. 분노를 잡아 먹어버릴만큼 용기가 생기는 글이라니.. 아니 이런 동년배의 국회의원이 있다니.. 고맙구 든대해서 눈물이 났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국회의원의 입장문에서 임파워링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 데, 무려 국회의원이기에 더 임파워링 되어버림.. 😭😭😭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부디 그가 그 자신을 잃지 않기를.
나도 나 자신을 잃지 않을테니.

오늘의 다짐은 피드에 박제.
1월 밖에 안됐지만, 올해에 만난 최고의 띵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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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직에 이로운가-장혜영의원의 입장문을 읽고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1-01-28 11:44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0205.html2016년부터 2019년까지 회사의 성희롱고충상담원,이었다.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고 나조차도 만족할 수 없었다. 교육을 받았지만, 질문이 생겼고 질문에 들은 대답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에게 생긴 질문은 이 행위가 정말 조직에 이로운가, 였고 매뉴얼 교육을 받으면서 강사에게 한 질문은 '어떻게, 문제제기가 들어오자마자 분리했
 
 
syo 2021-01-27 0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의원님 글들 너무 선명하고 너무 좋더라....
 


- 언니, 난 서른이 넘으니까 너무 좋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 나도. 요즘엔 그 생각을 해.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사십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오십대는 더, 육십대는 더더.
- 맞아 맞아. 건강관리만 잘하면 살 수록 좋아질 것 같음.
- 있지, 그거 산타의 존재처럼 어른들이 치는 거대한 거짓말은 아닐까? 살아보니까 나이먹을 수록, 늙을 수록 좋은거야. 너무 좋아서 상대적으로 젊은 시절이 힘드니까 위로의 차원에서 “그때가 좋을 때다”라고 하는 거지.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동생과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알 수 없는 인정투쟁 속에서 조울 섞인 이십대를 보낸 동생과 나는 꽤 근사한 영화 메이트다. 어떤 영화도 함께보고나면 대화의 소재가 된다. 우리는 보통 유년의 슬픈 기억을 경유해 각자의 고집스런 방법으로 쟁취해낸 독립까지의 노고를 치하해 준다. 어제의 영화는 모처럼 대화의 끝이 ‘감사함’에 가 닿았다.

고맙지. 고맙긴한 데, 그 고맙다는 말이 잘 안나와.

우리는 잘 안다. 나 역시 최선을 살아왔 듯, 우리의 가족도 각자의 최선을 살아왔다는 걸. 일개미 본능, 각자 알아서의 생존 본능은 부모님이 몸소 실천해 주신 자원임에 틀림없다. 아빠도 엄마도 소처럼 열심히(만) 살았다. 네 남매는 어쩔 수 없이 모두 초중고 개근을 이뤄내버렸다. 우린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였고, 성실하기만(!)했다. 그래서 가끔 억울하다!!!!!!

“22: 상처는 지구에서 받는 거야”

지구에서 받은 상처들. 서른을 넘기고 나니까 동생도 나도 상처보단 나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체득한 것 같다. 아니다. 체득 아니다. 공부였다. 그것도 열심히(!)했다. 비용을, 시간을, 에너지를 투여한 노력의 댓가이다. 우리는 상처를 직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까, 결국, 그러므로. 앞으로는 더 괜찮아 질거다.

동생과 나는 하나 더 알고 있다. 우리에게 흔적을 남긴 혼란한 상처를 긍정하게 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란 걸. 꼭 긍정이어야만 하냐고? 이건 must라기 보다는 운명의 데스트니 같은거다. 꽉 닫힌 결말의 드라마. 아무리 망쳐보고 싶어도 더 안망쳐지는 지점.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 그러니 어쨌든 우린 결국은 긍정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고 말거야. 그래도 대충 퉁쳐서 긍정하지는 말자. 결국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아주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각자의 언어로 감사해 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뜻으로 생각하자. 안녕. 얻어탄 동생 차에서 내렸다.

*

디즈니-픽사가 그리는 ‘생전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영혼은 지구로 가기 위한 패스권을 따내기 위해 자신들만의 불꽃을 장착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불꽃은 무얼까 사색하고 이야기 나누게 된다.

생전의 나는 쏘맥을 맛있게 마시는 불꽃을 장착했나보구나, 그 불꽃에는 숙취와 이불킥이 딸려온다는 걸 멘토샘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또 나에겐 버튼이 눌리면 아무말 대잔치와 독설을 씹어뱉는 불꽃도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역시 다음날 이불킥을 하니까 설마 내 불꽃은 .... 이불킥? 🤭

좋은 불꽃을 생각해보자!! 22랑 비슷한거! 있다. 하늘 올려다 보기랑 겨울 불냄새 불꽃🔥 비교적 최근에 장착되어 있다는 걸 알게된 불꽃은 (반년에 한 번씩) 정희진 샘의 책을 읽으며 완전 다른 곳에서 감동 포인트를 발견하는 ‘재발견의 불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정희진에 해당했으나 앞으로 살면서 발견/재발견해야 할 저자들이 풍부해질테니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끼는 황홀함의 불꽃🔥’ 으로 이름붙이자. 하하! 생전의 나는 그것을 장착하여 지구로 오는 패스권을 따내버린 것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오늘도 불꽃을 불태우자!!

*

남서향으로 창이난 집은 아마 곧 긴 햇빛이 들어올 것이다. 암막커튼을 사이에 두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겨울 햇살을 힐끔 건네다 보며 빨래 널 생각을 한다. 사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끼는 불꽃은 아직 잘 작동되지 않는다. 언제나 할 일, 그 다음의 할 일을 생각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직 발견할 불꽃들이 많다. 이 지구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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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24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여동생이 없어서... 아니지, 모든 언니/여동생이랑 그런 좋은 관계를 갖는 건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근사한 영화 메이트 부럽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공쟝쟝 2021-01-24 13:10   좋아요 1 | URL
저흰 영화볼때만 좋아요! ... 평화를 알게해주기까지 전쟁을 혹독하게 겪은 자매애.. 아직도 전쟁중 ㅋㅋ 영화만이 휴전!!

공쟝쟝 2021-01-24 13:11   좋아요 1 | URL
그치만 여동생 너무 좋구 요즘은 언니들도 좋아요(소곤소곤)

수이 2021-01-24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세 시대니까 지구에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가끔 무수한 자연재난과 사건사고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인류는 어떻게든 살아남지요. 뭐라는거야;;;; 소울이 그리 좋다 하시니 저도 가서 봐야겠습니다. 근데 영화관 가도 될까? 사람들 엄청 많이 있으면 어쩌지;;;;

공쟝쟝 2021-01-25 19:17   좋아요 0 | URL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음 오히려 방역을 어느 곳보다 철저히 하는 곳이 영화관이라는 생각. 소울은 가족과 함께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ㅡ^

다락방 2021-01-24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글 좋아 좋아 좋다. 쟝님 이 글 참 좋다요. 여동생은 사랑입니다. 물론 남동생도 사랑이고요. 샤라라랑💕

공쟝쟝 2021-01-25 19:18   좋아요 0 | URL
아 샤라라라랑~ 제 글 좋다고 해주시면 기분 진짜 샤라라라랑~ 30년만에 알라딘에서 숨겨진 글쓰기 재능을 찾을 줄이야! 아핫. 그러고보니 요즘 저의 불꽃은 알라딘 페이퍼!!!

바람돌이 2021-01-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착하산 모든 불꽃들이 다 훌륭하십니다. 오늘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이 글 때문인지 술이 확 땅기네요. 집에 맥주도 와인도 다 있는데 지금 집이 가는 길에 뭘 마실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쟝쟝 2021-01-25 19:2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집에가셔서 무엇을 드셨을까요? (궁금) 적당한 혈중 알콜농도로 일상의 시름을 잊을줄 아는 사람~ 우리는 같은 불꽃을 가지고 있군요 *^^*

scott 2021-01-2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여동생은 행운!이런 언니 속이 확트인 언니가 있다는것 세상 어느 누구보다 내편이 되어주는 !소울속 ost재즈 넘 좋지 않나요 공장쟝님에 황홀함에 불꽃 꺼질까봐 난로 위에 놓아드려야쥥 ╰┳🔥┳╯

공쟝쟝 2021-01-25 19:21   좋아요 1 | URL
재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주인공이 재즈를 좋아하고 몰입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어요. 저도 재즈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따끈따끈 난로 덕에 페이퍼 불꽃이 지펴지고 있습니다!! 화르르륵

syo 2021-01-2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씩씩해.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착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인데 대단해요!




.....하지만 결국 귀여운 게 이긴다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25 19:24   좋아요 0 | URL
그렇지! 저 대학교 다닐때 별명 오뚜기였어요. 응? 씩씩하면 나야 나!!! 귀여움은....... (잠시 침묵) 귀여움이란 역시 인간보다는 개와 고양이죠..

붕붕툐툐 2021-01-25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과 동생분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너무 멋지당~😍😍

공쟝쟝 2021-01-25 19:25   좋아요 2 | URL
영화 보고난 후 한정입니다. 자매들과의 평소 대화는 ...... 차마 옮겨적을 수 없나이다... 입험한 자매들? 정도로 유튜브를 준비해볼까 싶을 정도입니다 ㅋㅋ

붕붕툐툐 2021-01-25 19:27   좋아요 0 | URL
구독자 1명 추가요!!ㅎㅎ
 
팬데믹 패닉 -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팬데믹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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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를 위한 결단은 대단히 정치적인 것이다(117)” 팬데믹을 대하는 지젝의 묘한 낙관과 그 타당함에 고개 끄덕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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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사람으로서 함께 고개 끄덕~

공쟝쟝 2021-01-22 21:44   좋아요 0 | URL
그쳐? 전 아감벤보다는 지젝! ㅋㅋ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 어쩌다 말고, 제대로 퇴사를 위한 일대일 맞춤 상담실
이슬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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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완료🌝 결단만이 남았다!! 본문 디자인이 군더더기 없이 좋아서 별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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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2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21-01-22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자!

공쟝쟝 2021-01-22 21:12   좋아요 1 | URL
아쟛!
 
사랑은 왜 불안한가 - 하드 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시즘의 사회학
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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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에 대한 갈망, 위험해진 로맨스, 피곤한 평등, 불안한 섹스, 그러나 침대위에서 까지 협상하는 건 지긋지긋한 이성애자 여성들에게, 계약서로 합의된 BDSM은 차라리 섹시하고 안전해보인다? 현실에 없어서 판타지지만, 갈망하기 때문에 판타지이고 그런 판타지가 돈을 벌게된 까닭을 다룬다. 페미니즘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기에 생겨나는 작품들. 긍정할 수 있지만 몰입할 수 없는 한국의 대중매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곤했다. 좀 더 다른 판타지가 필요한 시점. 그 전에 먼저 되어야하는 진지한 비평. 내가 보게되는 건 결국 자세인데, 모처럼 잘난척이 덜한 사회학자를 만나게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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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18 0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을 때까지 사랑에 대한 동경을 혹은 집착을, 다 떨쳐낼 수 있을까. 그런 인간이 있을까. 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혹 그 사랑이 화면 속 완벽한 남녀의 이성애가 아니더라도 말이네요. 결국 필요한 건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아닐까 하라는 생각도 들고요. 좀 더 다른 판타지가 필요해요.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 ˝)

공쟝쟝 2021-01-18 12:00   좋아요 1 | URL
친밀감과 이성애가 나쁜 건 아니죠. 어떤 욕망을 섹시하다고 느껴야하는 지는 분명 왜곡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 다른 판타지가 필요해요. 정말루! 창작들이여 더 좋은 것을 내놓아라!

붕붕툐툐 2021-01-1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난 척이 덜한 사회학자..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18 12:06   좋아요 1 | URL
그레이현상을 개탄하면서 7천만부(!)독자들을 계면쩍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분석이 반페미니즘적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살짝 경탄했어요 ㅎ

다락방 2021-01-1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공쟝쟝님 이 책에 대해 완전 간단하게 한 방에 정리해버렸네요. 완전 멋져!!

공쟝쟝 2021-01-18 12:08   좋아요 1 | URL
만약 사색의 시간이 허락되어 긴 페이퍼를 쓴다면 그레이가 왜 안섹시한지에 대해 쓰는 걸루 ㅋㅋㅋㅋㅋ 에바일루즈의 분석이 진짜 섹쉬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