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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한국에서 존엄사(안락사)법이 통과되는 짧은 소설을 읽었다. 우리의 기술이 우리의 삶을 늘려나가고 그리하여 삶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선택이 된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을 친구들에게 물었다. 항상 생의 의지로 가득한 이는 자신의 너무도 자명한 존재함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조차 할수 없노라고 했다. 나는 끝까지 살아있겠다, 가능한한 오래, 기왕이면 건강하게. 길지 않은 삶에 겹겹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껴들곤 했다는, 그것들이 너무 가까이있어 괴로웠다던 친구2는 말했다. 나는 고통이 너무 싫어. 그걸 피하고 싶어. 만약 죽음이 고통스럽다면, 기술로 고통만 정말 깨끗하게 제거된다면 기꺼이. 어쩌면 그건 내일이라도. 



나는. 나의 경우 그것은 선택이 아니길 바랐다.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듯 죽는 것 또한 내 선택의 영역은 아니었음 싶었다. 정말 피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선택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자연사하고 싶어. 이런 저런 어떤 방법이 있으니까, 고통스럽더라도 삶을 더 늘려볼래? 기구에 의지해볼래? 부작용이 있는 약을 먹을래…? 등등 그런 진지한 질문을 마주하지 않은 채로. 어느 날 문득 생명이 다해서 병원에는 가지 않는 채로 그냥 죽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선택해야하는 것은 그 자체로 괴로움이다. 과거의 인류였으면 앓다가 갔겠지. 나는 나의 죽음을 모르고 싶다. 나는 나의 삶의 기한을 정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은 내 책임이더라도 죽음까지도 책임지는 거는 좀 너무한 거 아니야? 태어나는 건 막 태어났잖아. 어쨌든 그때 나는 그랬다. 


우리가 나눈 그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토론이었던 걸까, 고통 혹은 병에 대한 토론이었던 걸까, 아직은 건강하고 젊은 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철 모르는 고준담론일까.   



비슷한 시기에 읽은 다른 단편집도 있다. 도덕관과 정치적 견해로 끝없는 논쟁을 하던 젊은 부부는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 행을 택하겠다는 건강한 이모를 말리지 못한다. 소설에서 이모가 결심하게 되는 장치로 설계되어 있는 소재는 혼자서 키우는 고양이 한마리를 떠나보냈을 때다. 등을 보이며 앉아있는 내 고양이를 바라보며 나도 울었다. 이대로 너랑 쭉 지내며 늙어가면서, 이모처럼 담담해질 수 있을까.


친구 A는 요즘 늦바람(내 생각에는 안늦었는 데)난 재테크 공부에 푹 빠져있다. MBTI로 따지면 나는 꽤 확실한 N인 것 같고,친구는 아마도 S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상적인 내 발이 땅에서 떨어질 때 마다 A는 내 어깨를 두드린다. 야야, 너 지금 5cm 정도 세상과 괴리되어 있어. 그럼 나는 구름을 보다가 발 아래를 본다. 탁, 땅으로 내려온다. 오, 이제 안전하다. 현실과 접하는 지점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물적 토대를 만드는 일에는 A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너랑 마블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너랑 돈 이야기하는 건 더 재밌어라는 건 어마어마한 칭찬 아닌가. 마블급으로 재밌어야할 나의 돈 이야기는 우주적 스케일로 다룰 것이 많은 어마어마한 자산의… 그러면 좋겠지만. 나는 가난하다. 가난에 익숙한 데다가 직장에서까지 뛰쳐나온 나에게 친구가 이 책 좀 제발 보란다. 



친구가 왜 나에게 추천했는 지 너무 알것 같은, 돈 없는 글쟁이의 반성어린 고찰을 읽고… 당연히 통장을 네가지로 나눴어야 했으나, 와따시가 한짓은 양배추즙을 주문하고, 스위스 존엄사 비용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대략 1300만원, 마지막 여행비용 및 이런저런것들 까지 포함해서 약 3000만원정도는 따로 모아둬야 할 것 같다. 만들자, 웰다잉 적금. 언제 죽을지는 차차 생각하더라도, 어떻게 죽을지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혼자 고스란히 겪어낼 수 밖에 없는 삶과 딱 붙어있는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한다면, 삶이 더 굳건해지는 것 아닐까. 


혼자서 살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 가장 두려운 것은 혼자인데다가 아프고 가난하기까지해서 결국은 혼자이고 싶지 않았을 때 가장 혼자가 되는 것일 거다.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죽을 때 곁에둘 사람을 살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곁에 둘 사람을 돈으로 사서라도 외로움을 방어해야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갖추면 되는 일 아닐까요? 정답. 그러나 내게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돈 만큼이나 불가해한 영역이다. 돈은 측량이라도 가능하지. 어쨌든 어떤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에 스위스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니까. 


아무래도 걱정되기 시작한 알콜 의존증 때문에 근 5년만에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다. 다시 한달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는 데, 엊그제가 3회째 였다. 하는 운동있냐는 질문에 달리기를 이야기했다. 맙소사, 쌤은 하프 마라톤은 너끈히 달리는 러너셨다. 혼자서 달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저런 다른 재미들도 알려주시길래 귀담아 들었다. 전국 팔도 강산에서 좋은 풍경끼고 계절마다 아름다운 달리기 대회들이 열린다고… 어제 산책하다가 3월 중순쯤에 벚꽃 테마로 10km 달리기 대회가 있다면 그걸 참가해보는게 어떨까 싶어 번뜩했다. 좋아. 이번 겨울을 끝내면 나는 벚꽃을 맞으며 10km를 달려낸다. 의지 활활! 상담시간의 끝 무렵에 ‘함께’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다 없으면 못살 것처럼도 여겼던 이 단어를 매우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쌤이 함께를 이야기하시는 순간 갑자기 무거워졌어요. 쌤 왈, 우리 그 단어는 금지 단어로 지정할까요? 혼자가 되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게 얼마전까지의 내 인생이었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나.


이별을 경험할 때, 없어지는 것을 생각할 때, 고통을 감각할 때, 혼자를 마주볼 때 — 역설적으로 내 자신이 생생해진다.

내가 단단해지면 내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은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내가 있어지는 것이 지금은 중요하다. 같은 무게로 내가 없어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토요일 오전을 달리기로 한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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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20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웰다잉 비용 삼천. 현실적으로 와닿는 액수군요. 존엄사에도 돈이 드니 그리 따지면 정말 돈독이 올라야 하는지 ㅎ 저 책 제목이 참 재밌어요.
생에 이어 죽음까지 비참하고픈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은데 어젯밤 뉴스에서 20대 오토바이 배달 청년이 새벽 늦게까지 배달하는 오토바이 타고 가다 길에 놓인 돌에 걸려 사망했더군요. 근데 그 돌을 어느 술 취한 50대 공무원이 길가 화단에서 주워 길 위에 딱 놓는 장면이 다 찍혔더군요. 너무 어이 없는 죽음이라 제가 너무 흥분해 분노했거든요. 근데 가족은 완전 다른 소릴 해서 제가 더더 분노하니 요새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냐구 ㅎㅎ 어이 없더라구요.

공쟝쟝 2021-11-20 13:42   좋아요 2 | URL
잘못 놓은 돌에 청개구리가 아닌 인간이… 애석한 일이네요. 배달이나 택배 사고 소식들을 때 마다 저 역시 멈칫멈칫합니다.

잠자냥 2021-11-20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엊저녁 자전거 타러 나가려다, 공기 보고 그냥 포기했는데, 오늘 달리기 공기는 어떻습니까? 오후에는 좀 나아진다는 것도 같은데… 마스크 잘 착용하고 달리숑~~ 내년 봄 벚꽃 달리기도 응원합니당~

공쟝쟝 2021-11-20 13:45   좋아요 3 | URL
어쩐지 오늘 달리는데 호흡이…. 호흡이…. 스네일 메일 들으며 달렸어요…. 중간에 걸을뻔 ㅋㅋㅋ 장자가장장 기타소리랑 앳띈 목소리 좋았어요..🤗

에로이카 2021-11-20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지금 달리고 계시려나요? ^^ 언제나 함께, 늘 혼자, 둘 다 모두 어떤 참음의 경지 아닐까요? ˝따로 또 같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참음이 한계에 달하면 저 ˝또˝를 넘으면 되는 거고요. 물론 실제는 말처럼 쉽지 않지요.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공쟝쟝 2021-11-20 13:50   좋아요 2 | URL
너무 맞는 말씀이시구, 저도 머리로는 꿈꾸는 관계성이예요. 혼자 참음 구간 달리는 중입니다, 저는 열린 결말이 좋더라구요. 에로이카님두요! 안락한(?)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11-20 1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스위스 가지마요~3천만원이면 책이 몇권?!! 달리는 쟝쟝님은 심장이 튼튼해서 오래오래 건강할거예요~😍 브라운아이즈의 떠나지마!

공쟝쟝 2021-11-20 13:52   좋아요 3 | URL
아 그 떠나지마는 너무 질척거려ㅋㅋㅋㅋㅋ 삼천만원이면 미미님은 책 플랙스 하신다는 내년의 결심 잘 들었습니다ㅋㅋㅋ 당장 가는 건 아니고, 가고 싶어졌을 때 못가면 슬프니깐요… 일단 모아야겠습니다..

scott 2021-11-21 00:51   좋아요 3 | URL
공장쟝님 삼천 들고 스위스 가면
세금만 80퍼센트 날아가여
그냥 여기서 절약하며 달리기로 체력을! (・ัᗜ・ั)و

mini74 2021-11-20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웰다잉적금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픈것도 죽는 것도 계산해서 마지막 금액까지 주판알 굴리며 살아야 하는 삶ㅠㅠ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주인은 오래 사는 주인이라네요. 자! 달리세요 공쟝쟝님 ㅎㅎ

새파랑 2021-11-20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일의 연인들 책에 있던 웰다잉 이야기 왠지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서 또 보네요~!! 오늘 날씨 안좋은거 같은데도 뛰셨군요. 역시 👍

책읽는나무 2021-11-21 0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뛰어...뛰어....뛰다 보면 죽을 것 같음 걷고...인생이 계속 뛰는 구간과 걷는 구간의 반복 구간 무한 재생~~^^
아....고리타분하다!!!ㅋㅋㅋㅋ
저도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곤 하는데 쟝님은 좀 긍정적인 것 같고 저는 늘 두려워 하는 것 같은 느낌인 듯 합니다.
두려워 해야 더 오래 살 수 있을 듯 합니다.
두려워하고 각성하고 많이 뛰면 건강해져서???^^
온라인 이 공간도 늘 ‘함께‘일 때가 많아요.부담스럽죠??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집중해서 한우물만 파기 위해 이 페이퍼를 똑 떨구고 가려고 했는데, 남의 서재 돌아다니다가 오전이 다 갔네. 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 진도는 아직 2부 역사를 끝으로 멈춰있다…🙄 

어제 3부 끝내놓고 자려했는 데, 잠깐 보부아르 전기<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에서 <제2의 성> 발간한 부분 한 챕터만 좀 읽을까? 하고 펼쳤다가 느닷없이 중년의 보부아르 언니가 열일곱살 연하 남과 뜨겁게 불타오르며 사귀기 시작하는 바람(당시 그는 이미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남자 애인2명과 미국 남자 애인 1명과 여자 애인 여러명과 충분히 많이 사랑하며 지내고 있었음에도)에 근데 또 그 연하남이 너무 직진남인거야. 나중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대? 무려 성공한 작가 보부아르의 재정적, 정서적 지원에 힘입어... 

그러니까 뭐지? 이 여자… 보부아르 인생 왤케 재밌는 거여… 아주 신나서 다 읽어버렸다. 500페이지 였는데…. 이틀만에 다 읽었네?ㅋㅋㅋ 


잠깐, 근데 왜 내 제2의성은 220페이지에 머물러있지?..



무튼 실컷 보부아르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 오늘부터 일요일까지는 정말 집중해서 <제2의 성>을 읽어야지!! 하면서 다시 책을 폈는데, 공교롭게도 이 페이지가 나왔다.

 



여자가 “섹스”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페이퍼를 쓰는 것은 아니다. ㅋㅋㅋㅋㅋ (아 물론 이 한 줄로도 천자 만자 쓸 수 있을 것 같은 현 상태의 나이지만…) 내가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게 꽂힌 건 각주다. 너 잘 걸렸다. 레비나스. 이놈시키. 그리고 들른 김에 겸사겸사 각주 11에 붙어있는 뒤메질 이야기도 하고 가야겠다. 


때는 9월 16~17일, 본격 추석을 맞이하여 <제2의 성>을 시작하기 전(ㅋㅋㅋㅋ왜 그때 까지 안시작하고 있었던 거냐ㅋㅋㅋㅋㅋㅋ)에 나는 그래도 이전에 읽을 때와는 다르게 이 책의 철학이 된다는 실존주의를 좀 알아야겠지 싶어, 집에 모셔둔 채 먼지가 쌓여가고 있던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을 생각은 없었고, 보부아르랑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까지만 읽어야지!!! 하고!!(정말이다, 믿어 달라!) *주체 앞에 나타난 타자의 출현을 '수챗구멍'에 비유하며, 나와 그의 세계가 겹칠 때 나의 중심은 상실되고 타자로 인해 생긴 균열-수챗구멍으로 내 세계가 빠져나간다…* 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읽으며, 뭐지. 뭔데 이렇게 아름답지?😮 


자세를 잠깐 고쳐 앉고 열심히 사르트르 부분을 다 읽은 후 자연스럽게 메를로퐁티로 넘어갔다. 왜냐면!! 얘도 실존주의래잖아. 분명히 <제2의 성>에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퐁티는 보부아르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보부아르의 청춘시절의 베스트 푸렌드인 자자와 사귀었던 혼외자(그의 사상은 머리에 남지 않고 출생의 비밀만 남아…)이기도 하니까, 읽어둬서 나쁠 거 없지😤 그래 딱 요기까지만 읽어야지!! 읽기 시작했는데, 이 ‘관계’를 ‘살’에 빚대면서 구체적이고 감각적 세계 안에서의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한 몸의 철학자는 또 이론이 어쩐지 제 스타일인 것이지요. (몸!! 중요해.) 그래서 후루룩 호로록 재밌게 읽고 이제 끄읏! 이랬는 데 잠깐 다음장을 폈다. 


이름이 레비나스.. 뭔가 이쁘잖아. 그리고. 



이 페이지를 펼쳤는데 어떻게 안읽냐…. 

상처와 고통에 대한 암중모색으로부터 사유와 독서를 시작하는 거 그거 나잖아…😭

(소설 주인공에는 그렇게 감정이입 못하는 사람이 철학자에는 감정이입이 이렇게나 쉽다…)  


“(85)사유는 어떻게 시작됩니까? 레비나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별을 겪었을 때, 폭력적 장면을 목격했을 때, 시간의 단조로움을 갑작스럽게 의식하게 되었을때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 받은 상처나 그때부터 헤매는 암중모색은 도무지 형언할 길이 없는 것들이라고 덧붙이면서, 이 말할 수 없는 충격들이 하나의 문제가 되고 사유거리가 되는 것은 바로 독서를 통해서라고 밝힙니다.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망했다. 17일에 시작하려했던 <제2의 성>은 정말로 추석이 시작되면 시작하자~! 이럼시롱 대놓고 열심히 읽기 시작. 나는 레비나스가 (내게는 여전히 조금은 고통스러운) 타인과 관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는 지평을 더 열어주지 않을까? 하며 사르트르와 퐁티보다 더 꼼꼼히 메모까지 하며 읽었다. 


유한자는 무한타자의 현전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론은 여성의 은혜… 뭐시 내가 방금 뭘본겨,


<109페이지 내 빡침의 흔적>


ㅅㅂ 당했다………. 또 당했어…! 

에로스의 밤?? 출산? 너 안해봤잖아 출산!!! 아이가 왜 용서를 해줘!!! 난 너를 용서못하겠다!!진짜 엄청 흥미롭게 읽다가 맥 빠지고 왜 읽어야하는 지 몰라져벌임…. 이거 레비나스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레비나스를 연구하고 해설하고 있는 이 교수님의 피셜인 게 아니라? … 하면서 내가 이거 읽을 시간에 <제2의 성>을 읽었으면!! 😱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말인지 (내가 좋아하지만 아직 읽어본 적은 없는 우리의 파면당한 프랑스 페미니스트) 이리가레가 지금까지의 철학사를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고 한 번에 싸잡아 후려친 데에는 나와 같은 깊은 빡침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아 시바 이 결론을 내려고 이렇게 어렵게 말한거여???? 하면서 짜증 막 났다가 


“(29) 보부아르의 각주 : 나는 레비나스가 여성 또한 자기 자신에게 의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을 거라 추측한다. 그러나 그가 *주체와 객체의 상호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은 채 단호하게 남성의 관점을 취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가 여자는 수수께끼라고 쓸 때, 여자는 남자에게 수수께끼임을 함축한다. 그러므로 객관적이고자 하는 이러한 서술은 남성적 특권의 주장일 뿐이다. -<제2의 성>”


이렇게 보부아르가 <제2의 성> 초장부터 레비나스 패줘서 진짜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갔네. 그런데 진짜. 레비나스 딱 저 여성의 은혜 나올 때까지는 재밌었는데… 아쉽다. 쩝. 그러나 남자 철학자의 철학으로 관계공포를 완화시켜보려 한 헛된 기대…가 또 나 자신의 순간적 흐린 눈이었다는 것을 체험하며. 





그나저나 사르트르와도 퐁티와도 레비나스와도 다른 보부아르 특유의 실존주의 윤리학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한 데 (사실 그래서 전기를 읽은 것이긴 한데 전기에 잘 요약되어있으나 좀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어짐) 구글링에는 별로 없고, 나의 앨피 시리즈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는 절판이네… -_-;;; 관련된 책이 좀 있나요? 그리고 보부아르 회고록 <상황의 힘>은 아직 번역안됐나요? 너무 읽고 싶다. 진짜 보부아르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언니라면 80살차이 극복가능. 연애 쌉가능. 왜 젊은 처녀들이 언니랑 자려고 막 그랬는지 나 사실 좀 알거 같아. 어제 보부아르랑 연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꿈도 꿨음. 막 개선문 나오고 에펠탑 나왔음. 



마지막으로 저 맨 위에 책 각주 찍어 놓은 것에 써놓은 뜽금없는 *뒤메질 하이ㅋㅋ*는 뭐냐면! 그건 또 푸코다! 사르트르가 푸코한테 대차게 까이면서 프랑스 현대철학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인바… 암튼 푸코보다 조금 앞선 세대인 보부아르의 책과 전기에는 종종 푸코의 스승들이 그들의 동료이자 친구로 스치듯 등장하는 데, 이거 찾아내는 것이 또 꿀잼이다. 


이를테면 푸코의 심리학 선생님인 라가슈는 사르트르의 고등사범학교 동문인데 그가 처방한 정신과 약 덕분(?)에 사르트르는 평생 가재와 게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헛것에 시달리며 갑각류 포비아를 앓았다고… (난 왜 이런것만 기억나니… 불쌍한 사르트르 갑각류 맛있는 뎅) 는 뒤메질 이야기가 아니잖아!!! 


*1960 <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논문 : 조르주 뒤메질, 조르주 캉길렘, 장 이폴리트에게 바침*


뒤메질은 푸코가 그의 첫 논문이자 전설의 시작인 <광기의 역사>를 바친 스승으로서  “(136) 공부에 있어서의 엄격함과 끈기, 다양한 관심, 고문서에 대한 꼼꼼한 주의를 그는 뒤메질에게서 배웠다. -<미셸푸코>, 디디에 에리봉”라고 하지만, 내가 이런 좋은 미담으로만 그를 기억하면 그건 재미없잖아요? 


<책상정리 안할래?!!!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열대 맞을 조르주 뒤메질>



그는 푸코에게 고문서 다루는 법만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스웨덴의 대학에 교수자리를 꽂아주기도 한 참 스승이었는 데(그런데 책장을 보아하니 고문서 정말로 다룰 줄 알긴 암?), 문헌학자ㆍ종교사학자로서 35개 국어를 하는 것으로 대단히 유명한 언어 천재인데!!! 사실 그가 언어 천재가 된 이유는 35개 국가의 남자들과 연애를 했기 때문이다…… 일까… (응? 나는 미셸푸코를 읽다 말고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뒤메질은 이리저리 세계 곳곳에 심어놓은 자신의 게이 남자친구 + 그냥 친구들과의 네트워크를 두루두루 잘 챙기며 푸코에게 그 자신의 다양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해준 진정한 참스승이셨다. 그리고 이런 게이 하위문화를 푸코 전기 작가인 디디에 에리봉은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까하고 물어봤더니 친구가 알려줬다 디디에 에리봉이 게이라고. 😧 아.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영어를 잘하고 싶어진다면…

혹시 이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져서 프랑스어를 잘하고 싶어진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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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24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꿈에 개선문이랑 에펠탑만 나왔어요?? 정말? 므흣한 거 없이?? :p

그나저나 <제2의성> 을유문화사에 전화해 둘게요. 반납 한 권 예약됐다고

공쟝쟝 2021-09-24 14:52   좋아요 3 | URL
공자여, 소신에게는 아직 6일의 시간이 남아있도다! 하루에120 페이지씩 나눠 읽으면 됨요!! (기억은 잘 안나디만 애석하게도 프랑스 산책만 한 것 같아요 ㅋㅋ)

잠자냥 2021-09-24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깐 사진 안 보였는데, 쟤 뒤메질 책상 보니까 엄마한테 뒤지게 매질 당할 듯.....

공쟝쟝 2021-09-24 15:02   좋아요 2 | URL
맞아요.. 계속 수정했는데 ㅜㅜ 이상한 물음표로 뜨다가 이제 되네요 ㅜㅜ ㅋㅋㅋㅋㅋㅋ 그쵸 ㅋㅋㅋ 책상 뒤지게 매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배야 ㅋㅋㅋㅋㅋ 아이고 나죽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9-24 15: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에 크크크.
을유 번역 어떤가요 공쟝쟝님? 동서 책으로 읽고 있는데 왜 다른 분의 인용구가 새롭고 낯설고 그럴까요? 한참 전에 지나간 곳인데.ㅠㅠ
철학자들 이야기 재밌어요. 공부하긴 싫고 공쟝쟝님 얘기만 듣고파요.ㅎㅎㅎ

공쟝쟝 2021-09-24 15:44   좋아요 3 | URL
좋아요! 저 번역 잘 모르지만 못읽을 것 같았던 지난 버전에 비하면 술술 읽혀요!!! 좋아요! 사실 비교 페이퍼 쓸려고 어제 좀 찾아놨는데 ㅡㅡ;; 옆으로 새가지고 ㅋㅋㅋㅋㅋ 암튼 다시 똥줄타기 시작하니까 좀 진도 빼고 비교 샷 올려드릴게요!!!
프랑스 철학자들 난리에요 ㅋㅋ 아주 ㅋㅋ 혈연지연학연연(애)연 ㅋㅋ 우리보다 더해 ㅋㅋ

다락방 2021-09-24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메질 책장과 책상 보니까 나는 아직 괜찮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네요... 샤라라랑~

공쟝쟝 2021-09-24 17:37   좋아요 2 | URL
그렇개 덮어놓고 사고 쌓아만 두다보면 뒤메질을 못면한다!! 다락방 이사람아!!!

얄라알라북사랑 2021-09-24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터링, 개선문과 에펠탑.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묵화 먹 번지듯 계속 퍼져나가는 공쟝쟝님의 보부아르 읽기! ㅡ랑스철학까지 들어가시랴 등짝 스매싱에 에펠탑 꿈도 꾸시랴....매력 뿜뿜 공쟝쟝님!!!

공쟝쟝 2021-09-24 17:54   좋아요 2 | URL
사는 게 어렵잖아요? 시키는 대로 사는 게 쉬울 것 같아도 그게 진짜 어렵고, 그래서 생각하며 살아보려는 데 그게 또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그런 나의 매여있음의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고… 실존주의 뭔지 모르겠지만 관계에서 매번 허덕이는 제게는 좀 솔깃한 철학이었어요. 사알짝 맛본 것 만으로도?ㅋㅋㅋ 보부아르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너무 멋져서 꿈에 나옴 ㅋㅋㅋ

vita 2021-09-24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외국인 타자를 만나고싶은 이 어미 마음을 네게 전가하노니 딸아 너는 꼭 외국인 타자를 만나봐야 하느니라, 프랑스 타자 한 명, 이탈리아 타자 한 명, 영국애나 미국 타자 한명 이게 최소 마지노선이니라 알았지? 딸아 하고 말하니까 왜 나는 아직 아가인데 왜 나한테 연애 자꾸 하라고 해?!!!! 소리를 빽 지르던데 아 여기 이렇게 또 외국인 타자를 만나자_라는 태그를 만나고보니 이제까지 내가 한 그 무수한 외국어 공부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아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영국인을 만나라고 쟝쟝님이 그러시던데 하고 영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말해야 하려나.

다락방 2021-09-24 16:28   좋아요 3 | URL
한남만 사랑했던 제 자신의 과거가 너무 짜증이나서 견딜 수가 없네요. 뭐 이제와서 양남에 대한 사랑이 딱히 싹트지도 않지만요... 흠흠.

vita 2021-09-24 16:35   좋아요 3 | URL
저는 요즘 주디스 버틀러 언니를 매일밤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문득 내가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던데 그렇다면 미국 언니나 영국 언니를 사랑해야 하는가 하고 하염없이 갈등에 갈등을 하다가 음 아무래도 남자가 좋으려나 했다가 아 나 이러면 안돼 하고 자제했지요. 흠흠 여기에서 제가 사랑하는 유명한 그 분이 자주 하시는 말을 첨언하자면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노라고 그러니 양남을 사랑할지 아닐지 그건 알 수 없노라고.......

공쟝쟝 2021-09-24 18:01   좋아요 1 | URL
그러나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랑 사랑이 될까? ㅋㅋㅋㅋㅋㅋ 아 사랑은 말이 필요 없지? 말은 필요없디만 몸은 있어야해! 사랑은 그런 것~~~ 에… 비타님 그쪽으로 가지마요 ㅋㅋㅋ 사랑하지마 ㅋㅋㅋㅋ 사랑없어 ㅋㅋㅋㅋㅋ 전 그저 뒤메질을 놀리려는 의도였사옵니다. 35개국어 천재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책상정리를 잘 하자는 교훈을 페이퍼에 담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

vita 2021-09-24 18:20   좋아요 2 | URL
외국어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책상 같은 건 안 보입니다, 전 그리고 항상 저런데…….. 🙄

다락방 2021-09-24 19:16   좋아요 2 | URL
얘들아..

http://naver.me/FhAyHE3m

공쟝쟝 2021-09-24 19:38   좋아요 1 | URL
다락방 : 저 방금 올려주신 슬리핑 딕셔너리 15분만에 몰아보기를 2배속으로 돌려서 감상했습니다. 제시카 알바 너무 심하게 예쁩니다. 영국인이 원주민 (제시카 알바) 언어를 목, 입술, 가슴 이렇게 배우더라고요… ㅅㅂ ㅋㅋㅋ 커다란 가르침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1-09-24 19: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9-24 19:43   좋아요 1 | URL
뒤메질 옹의 35개 외국어… 목.. 입술.. 가슴…… 말이 안통하는 사람과의 사랑은 이런 방식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독서괭 2021-09-24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뭐예요 쟝쟝님 무슨 철학 페이퍼가 이렇게 재밌어요? 물론 무슨 내용의 철학인지 기억나지 않고 보부아르 화려한 연애사 레비나스 빡침 뒤메질 책상 이런 것만 남겠지만.. ㅋㅋ 그래도 쟝쟝님이 철학강의 해주면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공쟝쟝 2021-09-25 22:27   좋아요 1 | URL
철학페이퍼가 아니라 철학자들 뒤를 캔 페이퍼ㅋㅋㅋ 저는 뒤메질이 그렇게 친근하더라고요 ㅋㅋㅋ 나중에 초천재인거 알고 좀 당황했을 만큼?ㅋㅋㅋ

단발머리 2021-09-25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질게 너무너무 많은 알찬 페이퍼로세. 그래서 많이 읽었어요? 서둘러야 될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9-25 22:30   좋아요 1 | URL
저 진짜 오늘 죙일 읽었어여.. 근데 행복했어여… 원래도 책의 2권을 더 좋아했기 땜시롱…내일은 더 행복하게 읽을 예정입니다 ㅋㅋ🥲 아 술마시고 싶다 ㅋㅋ

vita 2021-09-27 12:11   좋아요 1 | URL
다 읽고 술 마시자 라고 댓글 달고 오니까 이 댓글이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술 마실 때 이야기 들으려면 나도 얼른 똥줄 빠지게 읽어야겠다 일단 페투 먼저 읽어야 해 얼른 ㅠㅠ

공쟝쟝 2021-09-27 18:59   좋아요 0 | URL
오늘도 읽기 위해 저녁을 먹자마자 커피를 타서 책상앞에 앉았다!!! (그리고 북플에 접속…) 질끈!!! 진짜로 이거 다 읽으면 술마시자ㅜ비타님
 

어린 시절 정신박약아 보호소에 수용되었다 도망친 후 평생 혼자 지내며 병원 청소부로 일했던 헨리 다거는 40세에 하숙 방 하나를 얻었다. 그가 81세로 사망한 후 집주인은 40년치의 청소를 하기위해 방문을 열었다. 버려진 신문과 잡지를 트레이싱해 만든 콜라주, 그림 수백 장과 아주 많은 원고더미들이 발견되었다. 


<헨리 다거의 방>  (출처 : 구글 검색 - Darger’s Table. Photo by Michael Boruch)



“(190) 그는 보호소에서 달아난 뒤인 1910년부터 1912년 사이에 ‘왕국’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생각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얼마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그 세계를 찾아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동노예 반란으로 야기된 글랜데코-앤젤리니언 전쟁폭풍 속 비현실의 왕국의 비비언 자매 이야기 The Story of the Vivian Girls, in What is known as the Realms of the Unreal, of the Glandeco-Angelinian War Storm, Caused by the Child Slave Rebellion》는 *전체 분량이 1만 5145쪽이나 되며, 현존하는 작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소설*이다. -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헨리 다거는 평생동안 친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냈다. 자기 작품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1만 5천 145쪽 짜리의 글을 쓰는 외로움을 감히 상상해보았다. 정말 아무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걸까. 너무 깊고, 거대하고, 무시무시 한 외로움은 가늠이 가지 않았지만, 외롭지않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또 세상에서 가장 긴 소설 속에서 그가 구하고 싶었던 어린아이들-어쩌면 곧 그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검색창을 켜고 불가해한 그의 그림들도 살펴보았다. 하루치의 고된 노역을 마치고 방문을 열자마자, 신문지 속 삽화를 오려 분류해놓고 이내 의자에 앉아  실종된 아이의 얼굴을 꼼꼼히 베껴 그리는 그의 작업 모습이 어쩐지 눈앞에 그려진다. 


“(211) 4월 12일 토요일 : 내 생일. 금요일과 같음. 인생사. 소동 없음. (...) 4월 30일 수요일 : 심각한 감기 때문에 여전히 자리보전 중. 오늘은 추웠고 밤에는 훨씬 심하다. 무척 괴롭다. 미사도. 영성체도 하지 않음. 인생사 없음.”


퇴직 후의 그가 썼다는 일기의 내용들. “인생사 없음. 소동 없음”에 눈이 머문다. 이 부분 읽을 때 난 좀 그를 대신해서라도 울고 싶었었다. 외롭다고 쓴 것 보다 차라리 더 외로워서. 평생 혼자 지낸 그는 외롭다고 누군가를 해치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찬 가난한 방구석에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 세상에서 가장 긴 페이지의 세계를 창조했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그림과 소설에서의 아이들은 폭력적이었고, 폭력에 난자 당했다. 그를 몰아낸 세상은 사후에 발견된 그의 삶과 작품에마저도 '정신병'의 낙인을 찍었지만, 어쨌거나 현재 헨리 다거의 작품은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고, 그는 아웃사이더 천재 아티스트의 대표인사가 되었다.




***


가장 위대한 미국의 시인으로 손꼽히는 에밀리 디킨슨은 결혼하지 않은 채로 이십대 후반부터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고집했다. 세상에 알려지고 싶지도 않았던 그녀는 생전 단 7편의 시를 발표했을 뿐이다. 55세의 디킨슨이 사망한 후, 방 서랍장 안에서 2천 여 편이 넘는 시들이 발견되었다. 시집 끝의 부록으로 붙어있는 시인의 삶을 읽으면서 닮은 듯 다른 헨리 다거를 떠올렸었다. 


다거는 분명 외로웠을 것 같다. 그런데 에밀리도 외로웠을까. 물론 그녀의 많은 시들이 고독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다거의 그것을 떠올릴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어딘가 산뜻한 종류의 외로움이랄까.

 

<에밀리 디킨슨의 방>(출처:Sawmill River Productions)


햇빛이 잘 드는 창을 가진 방의 저 좁은 협탁같은 책상에서 에밀리는 시를 썼다. 외로움의 차이는 채광이 만드는 건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생각해 보니, 다거의 방은 원룸이었고, 에밀리는 대저택에서 은둔했다... (집에서 안나왔다고 하기엔 집이 너무 넓었을 지도 모른다는 소리) 퀴퀴한 외로움과 산뜻한 외로움의 차이는 역시 평수인건가?? 하는 의구심2가 든다. 다거가 싫은 건 아니지만 에밀리가 더 좋은 데, 그러려면 채광과 저택. 채광과 저택. 돈. 역시 돈. 


복작복작 휴가 이후 또 다시 은둔 고독자의 모드로 들어선 오늘 밤의 나는 온갖 읽다만 책들이 널어진 식탁 위에서 시가 아닌 페이퍼를 쓴다!(에밀리의 협탁보다 두배는 넓다ㅋ) 무려 <제인에어> 해설을 읽기 위해 펴든 에이드리언 리치의 산문집에서 운명처럼 ‘에밀리 디킨슨’을 만나버렸기 때문인 거다. (자랑)


“(78) *한 방에 그토록 오래, 그토록 집요하게 살았던 시인도 없을 것이다.* 디킨슨의 조카 마사의 회고에 따르면, 애머스트 메인스트리트 280번지 2층의 모퉁이 방을 방문했을 때 에밀리 디킨슨은 상상의 열쇠를 돌려 방문을 잠그는 시늉을 하며 “매티, 이제 자유야” 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시간의 속도로 그 집과 인접 건물들이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에이드리언 리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생강빵을 구워 바구니로 아이들에게 내려 보낼 정도로 은둔을 사랑했고,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유명해진(?) 시를 쓴 (에이드리언 리치 해설에 따르면)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던, 19세기의 이 여성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서 “이제 자유야!”라고 외쳤다. 그러니까, 뭐지? 이 쾌활함? 뭇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은둔고수 짬빠가 뚝뚝 묻어나는 내공 깊은 고독. 나는 앍ㅋㅋㅋ 하고 너무 좋아서 호들갑을 떨었다. 조만간 내 집 현관 입구에 “자유”써 붙이고 말겠다! 저 경지에 오르리라. 매일 매일 자유에 갇혀지내겠다...


***


이젠 별 수 없이 일해야 하니까, 한숨 폭😮‍💨 내쉬고 주말엔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며 지난 4개월을 돌아보는 일기를 썼다. 기억에 남는 건 - 20일 넘도록 사람과 말을 하지 않은 것? 진정한 고독의 달인이 된 것 같아 기뻤다고 썼다. 내가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니 앞으로의 삶은 그 좋아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채울 것이라는 다짐의 마음을 썼다. 


백 명의 인간이 있다면 백 가지의 종류의 외로움이 있을 테지. 외로움은 말 그대로 외로움인 거라서 정말로 각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외로움을 자처하거나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고스란히 익히고 빚어낸 것 같은 사람들이 내가 읽는 책 속에 있었다. 나는 그들이 반가웠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인 시간을, 혼자인 공간을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게 혼자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나의 외로움이 살짝 건조할 뿐, 정말 아무렇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에 대단히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반려묘에 대한 엄청난 애착과 점점 퇴화되고 있는 사회성에 대한 불안함을 살짝 느낀다.) 


사람들의 거의 만나지 않고 혼자가 되어 지내는 동안 조금 심심했고 대체로 행복했다. 겁이 나는 건 딱 하나였다. 누군가와 어울리는 감각을 까먹어버려서, 어울려야 하는 순간 어색한 티가 너무 나면, 그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서 또 부산스러워지고 결국 그게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해버리면 어쩌지?하는 걱정. 그런데 이런 겁과 걱정이 내가 가진 ‘외로움’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고독이 아니라 고독의 후가 겁나서 고독할 줄 몰랐던.



마흔에 방이 생긴 헨리다거와 서른 이후에 밖에 나가지 않은 에밀리 디킨슨과 그 중간 어디쯤의 나.

내가 그들에게서 읽은 것은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해가 되지 않은 형태와 종류의 외로움이다. 

결국 그럴 듯한 혼자가 되기 위해선 천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이거 참, 천재는 좀 부담스러운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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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1-08-23 09: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0일이 넘도록 대화를 안 하셨다니… 간혹 말하고 싶을 때 있지 않으셨나요?? 저도 혼자 있고 싶네요. 복권이나 되서 비밀의 방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데.. 참 가족이 있으면 좋으면서도 혼자 있는 게 안되서…

공쟝쟝 2021-08-23 11:10   좋아요 2 | URL
있었어요!! 혼잣말 하게 되더라고요? 비밀의 방 까지는 아니어도 문잠그고 “자유”외치는 시간 꼭 만들어 보세요! 에밀리처럼 저 작은 협탁을 둬도 좋구요 >.< ㅎㅎㅎ

mini74 2021-08-23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헨리다거는 일곱 공주전사들과 이야기를 만들며 모험하고 전쟁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너무 외로운 삶이지만. ㅎㅎ 그럴듯한 혼자보단 스스로 괜찮고 만족하는 혼자도 좋지 않을까요. 공쟝쟝님 말씀대로 천재는 부담스럽잖아요 ㅎㅎㅎ

공쟝쟝 2021-08-23 11:1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제가 떠올리는 이미지속 다거 역시 자기 책상위에서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해 보여요!! 종종 제가 그런 것 처럼요. 제가 그들의 외로움을 읽으면서 어떤 다행스러움을 느끼는 것 처럼, 혹시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같이 안도 하고 싶어 이런 저런 외로움 소스들을 모아보는 중입니다. (주로 천재들로…?)

다락방 2021-08-23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쟝님의 글을 보면 좋은 글이란 정녕 외롭고 고독할 때 나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글이 점점 더 좋아지네요, 쟝님. 이럴 때 계속 써야돼!!!

공쟝쟝 2021-08-23 14:02   좋아요 1 | URL
혼자있으면 아무래도 생각이 깊어집니다!!!! 슉 지나가는 감상들을 글로 잡아채는 순간들이 기분 좋아요!! 쓰자 써😤😤

독서괭 2021-08-23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평수가 중요하군요. 대저택과 원룸이라니 차이가 너무 극명한데요..;; 은둔고수짬빠 ㅋㅋㅋㅋ 매일매일 자유에 갇혀 지내겠다니. 쟝쟝님 멋있어..

공쟝쟝 2021-08-23 14: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사 후에 작품이 발견된 것만 닮았다는 생각이 ㅋㅋㅋ !! 자유! 집요정 도비는 자유다!

vita 2021-08-23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독을 싫어하는 저는 천재 되기는 글렀어요 이번 인생은 돌고래로 만족하며 살아야겠어요;; 그래도 대화 없이 스스로와 대화하는 그대는 정녕 자유롭고 전혀 외로워보이지 않아요. 더 고독해져요! 더 자유로워져요! 그래도 돌고래 생각도 가끔 해줘야 해요~ 멋진 그대😍

공쟝쟝 2021-08-23 14:04   좋아요 1 | URL
내가 나랑 잘 지내는 구체적 방법은 그대들에게 빚지고 있나니… 😎 제가 입이 딱 붙을 지경이 되기 전에 만나요 우리 😚

2021-08-31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믿지않는다

언제부턴가 드문드문 집어드는 책 종류에 ‘뇌과학’분야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문제에서 시작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무의식 영역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리고 의식/무의식에 관여하는 뇌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뇌과학🧠이 제일 좋다. 마음이 편해진달까. 주 양육자와의 관계, 다뤄지지 않은 어린시절 무의식적 상처에서 출발해 결국 사회적 관계와 구조의 문제까지를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게 하는 심리학에 비한다면 뇌과학이란 훨씬 명쾌한 것이다. 

(예시)

* 오늘 왜 이렇게 축축 쳐지지? → 이건 오늘의 기온이 내면의 무의식적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이야. 이런 날씨에 일어났던 과거의 경험이 있었던가? → 그 경험은 어쩔 수 없는 경험이었어 → 그 경험을 만든 사회구조가 문제야 (영원히 반복되는 나 자신에 대한 과몰입의 세계) 

* 오늘 왜 이렇게 축축 쳐지지? → 세로토닌 부족 →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자! → 기분 좋아짐 (생각이 단순해지는 세계)


어디까지나, 단순화 해서 예시를 든 것이지 실제로 제가 오늘의 기온에서 출발해 무의식적 상처를 헤집고 그러지는 않습니다만(ㅋㅋㅋ) 어쨌든 내 감정과 기분의 문제는 결국 사회 관계에서 오는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며, 그건 애시당초 완벽한 해결이 불가능하고 그리하여 다른 관점의 해석이 필요한 것인데, 그 해석이란 게 대단한 노동이며 대체로 그 노동에 여력을 남기기에 나는 대부분 피곤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운마저 없을 때의 뇌과학이란 어찌나 큰 힘을 주는지.




“걱정과 불안은 우울증의 두 가지 큰 증상이자 원인이기도 하다. 걱정은 주로 전전두피질과 전방대상피질의 몇몇 부분이 연결되어 매개한다. 이에 비해 불안은 변연계 내의 회로들이 매개한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 하거나 너무 걱정을 많이한다고 자신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 그건 그저 뇌 진화의 부산물일 뿐이니 말이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걱정과 불안이 “뇌 진화의 부산물”이라면, 내 우울을 고유의 상태가 아니라 그냥 ‘뇌’가 있는 인간이기에 겪는 상황쯤으로 상대화할 수 있다! 가끔은 ‘인간’임을 잠시 잊고 나를 그저 조금 복잡한 신경회로를 가졌으며 특정 자극에 특정 신경전달 물질을 내뿜는 하나의 거대한 ‘뇌 덩어리’로 인식하기도 한다. (마치 만화처럼 말이다) 


매우 불쾌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특정 상황을 겪고 있을 때, 자아가 아닌 뇌와 신경계의 반응 이미지화 시키고 있으면 고통이 줄진않겠지만 그래도 살아는(?)있게 된달까. 박상영의 소설에 회사생활 속 자신을 ‘정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와 웃은 적이 있는 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정물로 스스로를 타자화 시키는 것 보다는 뇌덩어리와 신경계 호르몬을 가진 육체적(?)실체로 타자화하는 것이… 내 경우엔… 더 좋았다ㅋㅋ 일단 좀 더 생생하고 재밌다. 이미지가 잘 떠올려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것은 뇌-신경계와 관련된 넷플릭스 다큐들이다. 찾아보시라, 겁나많다. 


또 뇌과학은 상처를 상대화시켜줄 뿐만아니라 실질적 해답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일단 뭐라도 결정하라.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 불안과 걱정을 촉발한다. *대개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불쾌해진다.* 걱정해야 할 게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면 편도체의 반응성이 아주 커진다. 그러니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선택의 폭을 좁히고 가능한 빨리 결정을 내려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한 가지를 결정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어쩐지… 책읽기가 싫어지더라니…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너무 많이 샀는데 또 오고 있어..)였군!!! ㅋㅋ 이럴 땐 뭐라도 들고 읽어야 한단다. 가능성이 나를 더 불쾌하게 한다. 아무튼 뇌과학의 힘을 빌리면, 나 자신을 조금 건조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중독에 취약한가? 도파민 때문이야. 라고 생각하면 아, 도파민 때문이군! 이러면서 도파민 디톡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도파민에 내 뇌가 취약한 것이지 내가 어디 문제가 있는 인간이어서가 아니다. (ㅋㅋㅋ 합리화ㅋㅋㅋㅋ) 


과몰입해제와 합리화에 도움을 주는 뇌과학 교양서 읽기의 묘미는 하나 더 있다. 그거슨 바로 자/기/계/발!


“지금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도 변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의를 집중하거나 의도적으로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거나 분명한 목적을 품고 감정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모든 일이 뇌를 바꾼다.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의 정수*다. 마음을 사용하는 방식을 포함해 사람이 하는 모든 경험은 실제로 뇌의 활동을 변화시키고 평생에 걸쳐 뇌를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바로 신경가소성이 의미하는 바다.

정신과 의사인 나는 사람들이 뇌의 작동 방식을 자세히 알면 인생을 나아지게 할 만한 특별한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신경학적 지식을 활용해 관계를 회복하고, 걱정과 불안을 줄이며, 우울한 생각과 기분의 무게를 덜어주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다룬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뇌의 신경 가소성이라는 성질이 뇌를 바꿔준다! 뇌를 바꾸면 삶이 바뀐다!! 삶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어어. 이거 좀 이상하게 가는데요? 🤔ㅋㅋㅋ 뭔가 유사과학 같잖아?? 어쨌든 저는 거칠게 정리하기를 좋아하니까…🙄 계속 가보실까요?) 뭐랄까.. 뇌과학 책 읽다보면 신종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든달까. 예전의 자기계발서가 노오오오오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버전이었다면, 요쪽 책들은 뇌을 후우우우운련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단 말씀.




얼마전에 읽은 정재승 선생님의 <열두 발자국>도 의외의(?) 뇌과학 책이었는 데, 다 읽고 나니 묘하게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뇌를 훈련하여 독서 천재가 되고 싶달까…) 뉴로 리더십이라고 뇌 기능 바탕으로 리더십을 재 해석하려는 분야도 있다고 하고.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정재승 본인이 복잡계 물리학을 전공한 뇌과학자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가 알쓸신잡에 나온 ‘그냥 과학자’인 줄로만 알았다.(미안해요. 재승정...😅 곰돌이 닮은 인플루언서 카이스트 박산줄 알았) 그렇다면 비트코인 토론회에 등장한 것도 이해가 되고(딥러닝-빅데이터-4차산업혁명-블록체인-비트코인)ㅋㅋㅋ 종교 임사체험 프로그램에 본인의 뇌 제공자로 등장했던 것도 이해가 되네..? (다큐멘터리 보는 거 좋아하는 데ㅋㅋㅋ 뜬금없이 정재승이 뇌 제공자로 나와서 빵 터졌다리요.) 


여하튼 뇌과학으로 자기계발 하는 법 하나, *창의적인 인재되기*를 긁어와 본다.


“그 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겁니다. 전두엽과 후두엽이, 측두엽과 두정엽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정보를 처리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는 거죠. 창의성은 전전두엽 같은 가장 고등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기능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겁니다. 평소 연결되지 않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끼리 신호를 주고받고 연결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건 연구자들의 해석입니다만,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거나, 상관없는 개념들을 서로 연결하고, 추상적인 두 개념을 잇는 일이 그들의 뇌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뮤즈가 우리의 뇌에 영감을 제공할 때, 이렇게 뇌에서는 온 영역들의 파티가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 <열두 발자국> 중에서


책에 따르면 뇌는 인과관계를 좋아하는 데 음모론을 만들 때 사용하는 영역과 인과관계를 끼워 맞출때의 활성화 되는 영역이 같다고…. 비슷하게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섞어낼 때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재승 본인은 글을 쓸 때 전혀 상관없는 책들을 읽는 방법을 취한다고 한다. 


어떤가? 이런 유형의 자기계발. 당시 이걸 읽고 있는 나는 하나도 창의적일 필요가 없었으나 괜히 책을 읽은 것 만으로도 창의적이어 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막 공부의 신이 쓴 책을 읽으면 공부의 신이 될 것 같은 역시 고도의 자기계발서의 스멜이 나지 않나요?? 🤗 어쨌든 팁 드렸으니 페이퍼 쓰실 때 응용해보세요. 전혀 상관없는 것을 가져다 쓰는 창의적 글쓰기의 뇌!


정재승님 뇌과학 책이 내게 준 즐거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접근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방식으로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동구매를 일상화합니다. 필요 없지만 너무 갖고 싶어서 사죠. 우리는 “이거 진짜 합리적으로,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라면서 사는데, 사실 *그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 이유를 찾을까 하는 고민이에요.* 그래서 그 이유를 다행히 찾으면 편한 마음으로 충동구매를 하는 거고요, 그 이유를 못 찾으면 불편하게 충동구매를 하는 거지요. (웃음) … f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보면, 사겠다는 사람은 초콜릿을 본 순간 ‘쾌락의 중추’라고 불리는 영역(측좌핵)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 후에 가격을 보여주면, 이 가격에 살 만한 물건인지를 계산하는 이성적인 뇌 영역(내측전전두피질)이 활발히 활동합니다. 안 살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 부분이 별로 활성화가 안 되는 거지요. … 왜 고민을 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들은 충동구매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 <열두 발자국> 중에서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 놔 진짜 이 부분 읽다가 빵터져서…. 사지 말아야할 상황에서도(이미 책을 너무 많이삼) 살 이유를 찾는 거 이거 알라딘 서재 국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여러분, 하루중에 가장 내측전전두피질 많이 사용하는 시간이 북플하는 시간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충동구매 정당화하는 영역은 극도로 이성적인 뇌 영역이랍니다ㅋㅋㅋㅋ 그러니 동네의 책콴자들이여, 당신등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실 모두 천재였던 것이니 사는 일을 멈추지마!!!



그리고 내가 이 페이퍼를 쓴 이유!! 이 책의 최고 킬링 포인트는 아래에 있다.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다른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같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답을 찾고, 아이디어에 힌트를 더해주고, 기대하지 않은 지식을 우연히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나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창조적 교류를 통해 집단지성을 키워 위대한 혁신을 잉태한다는 겁니다.” - <열두 발자국> 중에서


네. 그렇습니다. 다정하신 서재 칭구 여러분? 요즘 저를 똑똑이 친구라 불러주셔 정말 송구스럽사옵니다만, 이제 더는 송구스러워하지 않고 저의 똑똑함을 대놓고 자랑스러워하려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 유명 뇌과학자님께서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특징”으로 “똑똑한 사람들로 부터 영향을 받는다”하신 것 입니다. 믿어도 되여. 내가 한 말 아니고 정재승이 한 말이야. 내가 똑똑하다면 그건 바로 당신들 때문이지.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똑똑히 여길 필요가 있다. 


꺅 😆!!!!!! 이렇게 진정한 똑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도다!!! 


그리고 제가 얼마나 똑똑하냐면요,




이 정도로 똑똑합니다. 여러분 보이시나요. 플랭크 30일의 완성? 저 파랗게 채워진 칸들의 아름다운 자태가?ㅋㅋㅋㅋ 

똑똑한 책 구매로 치자면 이 동네 1등 차지하고 계실거라 믿는 제 이웃 다부장님의 ‘홍X걸 플랭크 뽐뿌(엮인글 참조)’에 아주 강력하게 영향을 받아… 제 뇌가 제 몸을 동원하여 해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무엇을? 플랭크를. 🤭 이제 저는 러너 + 플랭커 인것입니다!!!!!!! ㅋㅋㅋㅋ  다같이 박수치자. 👏🏻 👏🏻 👏🏻

 

여러분, 건강해지는 게 어디 쉽습니까? 삼십일을 운동하는 거 어렵지요?

하지만 *정말로 똑똑하다면(강조)*, 그대가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똑똑함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 똑똑함의 특징이니까요.* 그리고 이 동네엔 누구보다 강하게 똑똑하신 분(책구매 정당화의 달인)이 계셨던 것 입니다. 한 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플랭크 앱을 들고~! ㅋㅋㅋㅋㅋㅋ


물론 운동할 기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울증에 빠진 당신의 뇌가 하는 말일 뿐이다. 우울증은 안정적인 상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는 계속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당신의 뇌가 그 게으른 엉덩이를 들게 해야 하고, 당신은 그 일을 해내야만 한다. 지금 나는 당신이 게으르다는 게 아니라 당신의 뇌가 게으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이 일에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자.* 사회적인 상호작용은 우울증에 유익하지만(11장), 사회적인 압력도 우리를 운동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친구에게 어떤 종류의 활동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함께하라.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도 있고, 강습에 참여할 수도 있으며, 모임에 가입할 수도 있다. *책임질 파트너가 있으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참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7월은 너무 더웠고, 실업급여의 막바지였고, 자발적 은둔을 슬슬 해제해보고 사람들을 좀 만날까? 했더니 코로나19가 너무너무 심각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발적일 때는 좋았는 데, 타발적(?)이 되니까 좀 당황스러웠는 데, 가족들과 밖에서 외식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된 날은 살짝 우울할 뻔 하였다. 그러나 그 날이 지나고 나니 또 의외로 너무 잘 지내서 진짜 은둔이 체질인 건가 싶었는 데- 생각해보니 매일 매일 운동했던 게, 우울해지지 않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이었다. (이 역시 육안으로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는 없…지만 서도 ㅜ_ㅜ)  


한여름 플랭크 진짜 너무 하기 싫고 힘들었지만! 내가 징징거릴라 치면 다부장님이 먼저 딱 하고 인증해줘서 백수 주제에 안할 수가 없었다. 오늘치 딱 하고 인증해서 올리면, 함께하는 친구 2가 박수치면서 (사실 그게 뭐라고 ㅋㅋㅋ) 격려의 메시지를 남겨주는 데 그것도 은근 뿌듯. 비록 한 달 내내 외출 딱 2번 한 나지만 ㅋㅋㅋ 이처럼 랜선 친구들과 플랭커 파티원이 된 것은 역시나 똑똑한 선!택! 


저녁에 플랭크 딱 하고나면 어차피 땀나니까 땀나는 김에 뛰고 오자 하면서 달리기하고, 달리고 와서 씻고 먹고 마시면서 책 읽거나 영화보면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 하루의 마무리가 좋았다. 게다가 저 파랑이를 다 채우는 데 중간중간에 파란 콩알은 플랭크 쉬는 날(!)로써!!! 저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저날은 뭘 먹을까!! 생각하는 매일 매일이 치팅데이… -_- 


결론! 주3회 40분 러닝 + 30일 플랭크 = 매일매일 치팅 = + 1.5k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더운 날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 데.. 

석달 동안 뺐던 소중한 나의 일킬로그램이 매일 치팅에 0.5킬로그램을 증강시켜 돌아왔다. 맙소사. 

똑똑한 친구는 나를 똑똑하고 건강하게 해주지만 나를 살빠지게 해주지는 않았던 것.  


좋은 습관을 만들려다 실수를 하면 우리는 흔히 의지력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의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전두피질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제대로 작동할 만큼 *충분한 세로토닌*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이제 달라지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물론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선조체는 사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선조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반복일 뿐*이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암튼 이번 코로나19가 알게 해준 나 자신에 대한 의외의 진실은 /일없이/친구없이/혼자있는/나는 상상이상으로 도장에 집착하는 자기계발형 인간이었단 사실이다. 하하하하하!! 😭 정말 놀랍다. 여태 의지력 박약이라고 생각했는 데, ㅋㅋㅋㅋㅋ 의지력 역시 똑똑해지면 해결되는 것이었던 가ㅋㅋㅋㅋㅋㅋ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렇게 끊임없이 진보하고 성장하고 계발하고 개발하고 그래서 뭐될 건데? 

아 그러니까, 그게 뭐 되야겠어!😤 했던 시절에는 저 도장이 무슨 소용인가 싶고, 의무감이 들어서 너무 싫었는 데. 

뭐 안되고, 그냥 도장 자체를 즐기려고 하니까… 그냥 도장을 즐기게 된달까? 뭘까… 도장…  






어제 읽은 뇌과학 책도 재밌었다. (뇌 일러스트가 예뻤다.) 한 줄로 요약하면 “몸매 관리보다 뇌 관리를 위해서라도 당신은 유산소운동을 해야한다!”인 데, 어쩐지 요즘 내가 똑똑해졌던 이유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에 있었구나? 훗! 이런 작은 뿌듯함도 얻었다.


우리 뇌의 해마는 단기기억 저장과 뉴런 생성에 관여하고 있는 데, 슬픈 사실은 인간의 해마가 20대 이후부터 매년 2%씩 쪼그라 들어서 40세 이후에는 한창 때보다 20%가 쪼그라 들게 된다는 거다. (해마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피질들도 쪼그라들…) 아 … 그래요. 한창 때 보다 더 많이 읽는데 하나도 기억에 안남았던 게 제 뇌가 15% 쪼그라들어서… (잠시만요, 눈물 좀 훔치고 올께요) 


다행스럽게도 해마는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건강해진다. 한가지 방법을 더 추가하자면 외국어 공부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뇌의 노화를 막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유산소 운동(산책이나 너무 힘들지 않은 달리기)을 하는 것! 그러면 당신의 해마가 줄기세포와 뉴런을 열심히 만들어서 필요한 데에 보내주면서 그 자신의 노화와 손실을 막고 뇌 전체가 똑!똑!해질 수 있다고 하니…. 


가만… 내가 아는 똑똑하신 분 족저근막염이 오도록 걷고 요즘 외국어로 로맨스 소설 읽고 계시던데? 


🤭 이쯤하면 .. 와, 소오름. 내가 알고 여러분도 알고 계신 그분이 어쩐지 똑똑함을 주체 할 수 없어 보이시긴 하던데요… 정말 궁금하다. 다부장님? 알고 있었어요? 똑똑해지는 방법? 이 뇌과학 책들이 가리키는 모든 똑똑함에 당신이 있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유산소 운동과 지난 몇 년 사이 그와 관련해서 발표된 신경과학의 연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적당한 운동이다.* 즉 각자의 상태에 맞게 운동 강도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당시 10킬로미터가 적당했지만, 운동선수에게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이 적당하고, 지금껏 거의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2킬로미터 정도 산책하는 것이 알맞을 수 있다. 이 장을 마저 읽고 나서 곧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아무튼 원칙은 다음과 같다. 유산소 운동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편안한 느낌을 받아야 한다. 우리를 무산소 상태로 만드는 운동은 모두 괴롭고 힘들다. 그러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게 되고, 심지어 평생 운동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 - <유쾌한 운동의 뇌 과학: 더 똑똑하게 살면서, 우울증과 치매, 번아웃을 예방하는 법> 중에서


심지어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 까지도!!! 아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가 부처라 했던가. 이미 깨달으신 분이 제 옆에 바로 살아 숨쉬고 깨달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 옆에 깨달은 자가 있었던 까닭은 내가 똑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진리다. 똑똑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똑똑한가. 똑똑한 영향력이란 이런 것인가.


마지막으로 도저히 달리기나 산책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나는 똑똑해지고 싶지만 운동은 절대 할 수 없다! 라는 굳은 심지를 가지신 분들을 위해 책에서 언급한 방법 하나를 더 추가하면요… 그것은 바로 규칙적인 ‘섹스’입니다. 아직 인간 임상까지는 안간 듯 쥐 실험에 한정해서 말하던데요, 규칙적인 섹스는 설치류에게(마저)도 새로운 신경을 만들어준답디다. 달리기 싫어요? 산책 못하겠다고요? 그런데도 똑똑해지고 싶으시다면!!!! 


하세요! 바로 규.섹! 


전 너무 똑똑해질까봐 끊었습니다. 불혹을 넘보는 나이에 갑자기 아인슈타인처럼 되버리면, 음… 피곤하잖아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달리기하면 지구력이 좋아져요. 확실히! 응????? 규.섹.도 체력이 있어야지 하는 건데 아마 달리기는 규.섹.에도 도움이 될거야… 그러니, 여러분 달리자. 달려! 달리면 똑똑해지고, 규.섹 할 수 있어지고, 그러면 더 똑똑해지고, 저 처럼 똑똑한 사람이랑 친구될 수 있어요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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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8-03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이에요. 뇌과학과 플랭크, 산책과의 조우도 근사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특징, 특히 인상깊네요.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제가 좋아하는 한 문단 옮겨놓고 갑니다.


어떤 종류의 친구라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중 누가 사랑하는 이들의 인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가? 다른 사람의 동의는 일종의 두 번째 양심이 아닌가? …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도록 태어났고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다. 우리라는 인물의 형태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주조되며, 색을 부여한다. 우리의 감정이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진리의 발견>, 94-5쪽)

공쟝쟝 2021-08-03 12:29   좋아요 1 | URL
아... 정말인지... 곁에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은,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ㅜ_ㅜ 고마워요. 사랑해요.

붕붕툐툐 2021-08-03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해보세요~ 이거 다부장님께 바치는 페이퍼죠?ㅎㅎ
진짜 딩장 나가서 달리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예용~(규.섹은.. 하....ㅋㅋㅋㅋㅋ)
똑똑의 선순환 우리 북플에서도 잘 이루어지는 듯? 똑똑한 공쟝쟝님과 플친이라 너무 행복합니당~😍

공쟝쟝 2021-08-03 12:31   좋아요 1 | URL
당연하죠. 다부장님께 바치는이 아니라 다부장님이 쓰라고 종용하신 (뇌과학을 쓰라고 한건 아니고 ㅋㅋㅋ 플랭크 자랑스럽게 인증하라고 주문하심 ㅋㅋㅋ) 페이퍼입니다. 쓰기 시작할 때는 플랭크만 인증할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이 모든 뇌과학 책들이 다락방님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내가 써놓고도 놀라운 반전...ㅋㅋ
붕붕똑똑님! 우리는 스스로의 똑똑함에 뿌듯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똑똑 영향력!!!

vita 2021-08-03 12:34   좋아요 2 | URL
달리고 계십니까? 툐툐님 🏃‍♀️

잠자냥 2021-08-03 14:21   좋아요 2 | URL
그나저나 다부장 요즘 휴가라서 컴터 잘 안 보는 듯합니다!
근데 그 인간, 휴가에도 여기저기 걷기는 걷더라고요?

공쟝쟝 2021-08-03 17:37   좋아요 1 | URL
부장님, 너무 소홀하신거 아닙니까? 나타나라! (웅성웅성)

syo 2021-08-03 1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규섹만 보인다 😁

공쟝쟝 2021-08-03 12:34   좋아요 1 | URL
규.섹. 은 혼자서 할수 없잖아. 거리를 두라고 사회적 거리를. 😷

vita 2021-08-0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규섹만 보인다 🙄

공쟝쟝 2021-08-03 12:35   좋아요 1 | URL
안돼!!! 산책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단어외우면서 산책하란 말이야!!! (채찍을 휘두르며)

vita 2021-08-03 12:38   좋아요 2 | URL
🧠🫁🫀💋🙏🏻👀✍️🤟

잠자냥 2021-08-03 14:52   좋아요 2 | URL
채찍과 규섹 더 잘 어울린다.....

vita 2021-08-03 16:13   좋아요 3 | URL
저는 채찍 싫어해요 잠자냥님 -_-;;;;;;;;;; ㅋㅋㅋ

공쟝쟝 2021-08-03 17: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잠자냥 이사람아 이게 왜 그리로 가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ita 2021-08-03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리면서 규섹 생각하면 변태야? 🥺 암튼 저는 산책을 하면서 이탈리아어 단어를 외우면서 나의 사랑하는 친구가 이리 해보라 했으니 30일만 해보자 하겠습니다💓

공쟝쟝 2021-08-03 13:09   좋아요 1 | URL
성에 대한 생각과 욕망을 금지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욕망을 더 키울 뿐. ㅋㅋㅋㅋ 변태 아니예요 ㅋㅋㅋ 무엇이 변태와 변태 아님을 나눈단 말입니까? 전 달리면서 푸코 생각할래요. ㅋㅋㅋㅋㅋ

vita 2021-08-03 13:12   좋아요 1 | URL
달리면서 푸코 생각하는 그대가 내 친구인 거란 말입니까. 푸코 다시 읽어야 하나………

syo 2021-08-03 13:18   좋아요 2 | URL
달리면서 푸코 생각?? 와.... 변태.....

vita 2021-08-03 16:14   좋아요 2 | URL
저도 쇼님과 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쟝쟝 2021-08-03 17:38   좋아요 0 | URL
왜 지난주엔 버틀러 생각했어! 달리면서 오늘 읽은 거 복습한다. 똑똑한자의 삶은 그런 법이다!!!

독서괭 2021-08-03 1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앗 재밌는 포인트가 많아서 뭘 콕 집어서 댓글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ㅋㅋ 일단 다락방님이 이 글을 보시고 남기실 댓글이 궁금하구요. 똑똑의 선순환이라는 굉장한 명제를 던져 저까지 똑똑하게 만들어주시는 공쟝쟝님 고맙습니다.ㅋㅋ
그리고 저, 30분 달리기 성공했습니다아아아 저도 인증 페이퍼 써야겠습니다.

공쟝쟝 2021-08-03 13:12   좋아요 2 | URL
ㅋㅋ 이것 참, 서로의 똑똑함을 인증하는 댓글들이 올라오니 어찌나 즐거운지요 ㅋㅋㅋ 이바닥의 똑똑함, 건강함은 다 우리의 것!!! (북플 독보적 마케팅의 포로인가..)
괭님 달리기 성공?🏃🏽‍♀️🏃🏽‍♀️🏃🏽‍♀️🏃🏽‍♀️🏃🏽‍♀️와락!!!!! 너무 너무 잘하셨어요!!! 👍👍👍 최고최고!! 이제 굳히기 들어갑시다!! 페이스 낮춰서 천천히 뛰자요!! 어서 인증해주세요!! (현기증 나요)

독서괭 2021-08-03 13:32   좋아요 2 | URL
인증했습니다..ㅎㅎ

공쟝쟝 2021-08-03 17:39   좋아요 1 | URL
만세 만세 만만세!!! ㅋㅋㅋ 8월 불볕더위에 알라딘네 러너클럽!!!

잠자냥 2021-08-03 14: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나 천잰가봐요. 나 오늘도 책 샀거등. 어제도 사고 오늘도 사고!
그나저나 규섹.... 음. 그렇구나. 음.... 요즘 좀 더운데. 음.....

공쟝쟝 2021-08-03 17:43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천재설은 제가 예전부터 밀고 있는 설인데... 이번에 정재승님이 확인시켜주셨고용?ㅋㅋ
그나저나!!가 아니야. 이 새럼들아!! 달리라구. 산책하라구. 햇빛 보라구!!! 왜 다 규.섹으로 가는 거얌!!
아니, 다들 왜 이렇게 규.섹을 쉽게 쉽다하시는 거죠?!! 그거 정말 너무 어려운데? (글썽 🥺)

잠자냥 2021-08-03 14: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암튼 이거 이달의 페이퍼로 뽑아줘요. 알라딘아~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 책 사는 거라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03 17:44   좋아요 2 | URL
그러게 알라딘아. 눈치가 있으면 이달의 페이퍼 가는 거다. ㅋㅋㅋㅋ
뭔가 핵심 찝어주셔서 감사! 평소에 두뇌활동이 있어야, 운동이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합니다욥!

바람돌이 2021-08-03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똑똑해지기 위해서 책을 계속 충동구매하고(이건 잘 하고 있어....)
달리기는 내 몸이 짐인데, 그니까 계속 걷기만 하는걸로(좀 덜 똑똑해지겠군....) 규섹은 나만 하고자한다고 되는게 아니니까...
똑똑한 사람들 옆에 있는건 뭐 여기 서재가 있으니까.....

이렇게 요점 정리하고 공쟝쟝님조다는 쬐끔 덜 똑똑해지는걸로 결론입니다. 이정도 똑똑이만 되도 제 뇌는 용량초과!!! ^^

공쟝쟝 2021-08-03 17:4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평소 운동을 안하신다면 2킬로미터의 산책이 똑똑해지는 데에 더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아무튼 규섹하면 안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인슈타인된다고!!!!!!
왜냐면 우리가 너무 똑똑해서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단 말이다!!!

vita 2021-08-03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막 쏟아지는...... 첫날부터 망......

공쟝쟝 2021-08-03 17:47   좋아요 1 | URL
아 비타님!!!!!!!! 달린다는 거였어?!!! ㅋㅋㅋ 날좀 덜더워지면 해요!! 속도는 아주 천천히.. 대화가능 할정도로!! ^^

유부만두 2021-08-03 2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운동 끊어서 … 그래서 요즘 제가 모지리 모드였군요. 하아….

공쟝쟝 2021-08-05 08:58   좋아요 0 | URL
운동을 끊으시길 너무 다행입니다. 뇌가 좋아지기 위해서 조금만 걸으셔도 효과를 보기 때문이지요 😬 (방긋) 히히
좀 쉬세요. 푹 주무시고, 걷긔!!

다락방 2021-08-05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똑똑하게 태어나고 자라면서 더 똑똑해지는 다락방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님은 저의 똑똑함에 영향받아 더 똑똑해지고 계시고 그렇게 플랭크까지 마치셨지만 아아. 자뻑도 금세 배우고 익히셨어요!! 바람직해요. 물개박수 드립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 읽고 다락방 세상 똑똑한 거 알아야 되는데 모르는 사람 많을까봐 너무 초조해요… 제가 퍼뜨려야겠어요!! ㅋㅋㅋ

한여름, 플랭크 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우린 곧 새로운 시즌으로 만납시다. 꺅 >.<

공쟝쟝 2021-08-05 09:00   좋아요 0 | URL
똑똑한 영향력에 딸려오는 부작용 1. 독서 비용 2. 똑똑력 보다 더 강력한 기하급수적 자뻑력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자뻑하게 만들어버린다) 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덕분에 30일 플랭크를 완주했어요. 이틀째 쉬었더니 너무 행복해!! 새로운 시즌아, 조금만 오래 기다려!!

poiesis 2021-08-07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의외로 뇌과학책 열 두 발자국! 멋진 글 어려울까 잔뜩 쫄아서 읽었는데 덕분에 크게 웃고 무척 즐겁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공쟝쟝 2021-08-08 10:45   좋아요 0 | URL
크게 웃고 무척 즐거워지셨다니, 네 똑똑함 자랑이 부른 의도지 치 않은 수확이네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9-10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이달의 당선 추카~
불타는 金 술 넘 ㅎ마니 마시지 말귀 ^ㅅ^

독서괭 2021-09-10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의 똑똑함을 설파한 이 글이 당선되었군요 ㅎㅎ 쟝쟝님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9-10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장공장 공쟝쟝님 축하드려요. 축하금으로 보드카 한병~!

잠자냥 2021-09-10 16:27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오늘은 병맥주 나발 ㅋㅋㅋㅋㅋㅋㅋ

모나리자 2021-09-10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공쟝쟝님~^^

서니데이 2021-09-10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9-1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공장장님 행복한 날 되세요~
 

이틀 전, 80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삼십 분을 온전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8주간 세 번씩, 24번 뛰면 될 것을 미련하게도 80번이나 뛴 것은 내가 그만큼 달리기에 서툰 사람이라는 뜻이고, 작년 여름부터 서너 번 도전했다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만큼은 언제나 꼴등이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적? 없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리는 게 싫어 헬스장도 등록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강화되는 덕에 요가를 갈 수 없었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만 잊기엔 더 이상 청년이 아니었다. 안 좋은 것을 하면 몸은 안 좋아졌고, 좋은 것을 하면 몸이 확실히 좋아졌다. 더 이상 젊은 몸이 아니라는 증거였지만 나란 인간에겐 그게 좋은 편이다. 아무리 자신을 해치는 선택을 해도 그게 뭔지 모르는 건강한 몸은 대체로 당연해서 젊은 시절 난 몸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가 고장의 신호를 여기저기서 보내오기 전까지. 

다행스럽게도 젊음과 건강이 빠져나가는 것을 다소 이른 이십 대 후반에 느꼈다. 그 후로 몸 혹사를 그만둔건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했다(기보다는 운동에 돈을 꾸준히 썼다). 운동으로 체력이 좀 생기면 술도 더 잘 마실 수 있었고, 일도 기운내서 할 수 있었고, 덜 지친 몸으로 돌아와 영화 한 편 - 책 한 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렇게 운동이 가져다주는 선순환을 조금은 맛본 터라 운동없이 과로만 있는 코로나19의 시간은 너무도 괴로웠다.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카페인과 니코틴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하기를 반년이 지나니 몸에서 또다시 고장 신호를 보내왔다. 7월이 넘도록 코로나19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극한에 달할 때쯤, 퇴사 대신 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었다.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었고,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영화 <아워 바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달리기 뽐뿌가 왔냐면, 전..ㅎㅕ.... (달리기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마저 잃을 뻔). 한 가지 교훈은 있었다. 달린다고 해서 무언가 크게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자.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겁나 힘들었다. 그런데 그거라도 하니 살 것 같았다. 확실한 건 달리기보다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이었다.

“(18~9) 야행성 러너야 말로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임을 이내 깨달았다. 밤의 뜀박질은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위안을 품에 안겼다. 달리는 이유라면 수십 가지도 댈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뾰족한 건 내 안의 자존감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일상에서 숱한 파도를 겪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 순간 무척 작고 초라해진 내 모습과 조우한다. 스트레스야 어떻게든 잊거나 풀면 그만이지만 내가 무너지고 소멸하는 기분마저 들 때면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굴렀다. 


심야의 뜀박질은 그때마다 나를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뛰는 순간만큼은 근육부터 호흡까지 몸의 변화에만 집중하며 생각을 비워냈다. 멘탈에 놓는 모르핀 주사처럼, 도무지 떨치지 못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달릴 때는 잠시나마 자취를 감췄다. 더불어 목표로 했던 거리를 어렵사리 완주해내면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를 얻었다. 자존감의 회복은 위대한 성과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성취가 금 간 마음의 빈틈을 메우고, 그런 성취들이 모여 단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어준다.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혹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할 때면 어김없이 자기애를 손에 쥐었다.  -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 



어떻게든 부여잡아야 하는 자기애의 몸부림. 검색 및 지인 추천으로 런데이 어플을 설치한 건 신의 한  였다. 1분 달리고 2분 걷기부터 시작해 끝끝내 30분을 달리게 만들어버리는 이 앱은 나이스 한 목소리의 청년이 뛰는 내내 계속해서 “좋아요~” “정말 훌륭합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칭찬을 해준다. 쪽팔리지만 고마워서 두 번 정도 울었다. 원래 이 나이 먹으면 누구한테 칭찬받는 경험이 별로 없어져서 상업용 칭찬에도 마음이 녹고 막 그런다. ㅋㅋㅋㅋㅋㅋ 난 대부분 그가 시키는 대로 아주 의존적으로 달렸다. 새 신발을 사거나 새 옷을 사진 않았지만, 뛰라면 뛰고 멈추지 말라면 죽을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고 30미터 앞을 보라면 30미터 앞을 보고 막 그랬다.

달리기가 몸에 좀 붙을라 치면 야근 폭풍이 몰아치는 탓에 보름 뛰고 한 달 쉬고를 몇 번 반복했다. 주말에 조금 뛰는 것 말고는 도저히 루틴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시작할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뛰기를 반복했다(24번을 80번 뛰게 된 사연). 영원히 8주 차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었고, 마스크를 쓰고 요가를 할 자신은 없었고, 내 달리기는 5분 언저리에서 멈춰 있었으므로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 번에는 정말 다 달릴 거고, 목표는 삼십 분을 뛰는 거야. 맘을 잡으려고 책도 한 권 읽었다. 우리의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달리기>였다. ‘페이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LSD, 하프 마라톤 등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 졌냐고? 전혀. 지금도 저~언혀. 다만 작가님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나에게 맞는 루틴과 밤/낮 달리기 스타일 등을 좀 찾을 수 있었고…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은 뽐뿌에 맞서 싸워 이겼다.🙄 



겨우내 달리기를 쉬었으므로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오로지 30분을 쉬지 않고 뛰어보고 싶었다. 1분 조차 수월하게 뛰지 못하는 내게 30분은 30만 광년처럼 멀게 느껴졌고, 30분 달리기가 가능한 고성능 심장과 다리가 생기는 건 굉장히 근사한 일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유튜브에서는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를 간증하는 영상들이 즐비했고, 나도 달리기를 통한 체중감량의 소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로 생각하기로 했다. 거짓말이다. 중간에 살짝 다이어트 욕심이 돋아서 저녁 식사를 샐러드로 일주일 먹어봤는 데, 인생이 우울해져서 그만뒀다. 


대신 맥주 보상을 조금씩 해주었다. 매일은 아니고 2회 성공 후 1회 맥주 정도?? 그리고 석 달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삼십 분을 달릴 수 있게 된 지금 저의 체중은요.... (두구두구두구///) -1kg 되시겠습니다!!!!! (너 이 씨.. 맥주 새끼..)

“(263) 달리기의 이상함은 한 번 한 것은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달리기를 하고 나서 뭐가 변했냐면, 요로케~요로케~ 되었답니다^^쨘! 이런 글을 쓸 수 있지도 않을까?라고 달리면서 몇 번 생각했었는 데,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변한 게 없다. 1킬로그램의 체중감량을 성과로 제시하기에는 달릴 때 얼마나 힘들었냐면 막 숨이 가빠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온몸이 천 근 만 근, 땀이 줄줄, 마스크는 얼굴에 엉겨 붙고, 중간에 무릎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병원 가고 엉?!...!!!!!! 그 고생해서 1 킬로그램…… 장난해? 그 힘듦을 근력운동에 투자했으면 살이 더 빠졌을 것이다… 워… 이처럼 1분도 못 뛰어서 헥헥 대던 사람이 30분을 뛸 수 있게 된 것 말고는 정말 레알 아무것도 변한 게 없긴 하지만, 


그렇지만. 


그냥 나는 30분을 달려보고 싶었고. 달렸고, 잘 못 달리면 반복해서 달렸고, 🏃🏻‍♀️🏃🏻‍♀️🏃🏻‍♀️🏃🏻‍♀️


그렇게 조금씩 달릴 수 있는 분을 늘려서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3분을 못 뛰던 내가 30분 동안 달린다.


그리고.


그게 다다. (씨익)

“(10) 달리기 위해서는 빨리 걷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걷기에서 두 발은 지면에 머문다. 두 발은 피할 수 없는 중력을 번갈아 흡수한다. 문제는 한 발 한 발 체계적으로 지면을 탐색하는 것이다. 반면 달리는 사람은 이 중력의 법칙과 작별한다. 그에게는 두 발이 더 이상 지면에 놓이지 않는 짧은 순간이 존재한다. 그때 그는 어떤 시간과 공간에 놓일까? 무중력의 섬광과 같은 아주 짧은 순간, 지상의 존재 조건 바깥으로의 탈출, 지상에서의 삶의 괄호 치기. 


달리기와 함께 두 발은 더 이상 지상의 축제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두 발은 번갈아 차례로 지면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두 발은 걷기와 다른 것을 한다. 따라서 걷기와 달리기 사이에는 환원할 수 없는 경계가 존재한다. 비록 양쪽 모두 육상이라는 같은 이름에 속하는 다른 종류의 운동일지라도 말이다. 두 발 중에 한 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는 한, 당신이 아무리 빨리 걷는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걷는 사람이다. 반면 당신의 두 발이 더 이상 지면에 머물지 않는 순간, 당신은 달리기 상태에 있고, 당신은 다른 차원으로, 걷기의 경험이 접근할 수 없는 새로운 모험 속으로 진입한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

걷기와 달리기는 다르다. 다른 경험이다. 이어폰 속 런데이 청년은 “힘들어서 걷기보다 더 느린 속도로 달리더라도 달려야 한다”라고 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뭔 말인가 했다. 걸을 때 팔을 앞뒤로 더 거세게 흔들라는 걸까? 걷는 것보다 느리게 달리라니? 걷는 것을 더 빨리 하는 것과 달리기는 무어가 다르단 말인가? 하지만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은 분명히 달랐다. 내 뇌는 내 몸에 다른 명령을 내렸다. 나는 런데이가 시키는 대로 분명히 걷기보다 느린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무엇이? 책을 읽다가 알았다. “두 발이 지면에 놓이지 않는 짧은 순간”이 달리기의 순간에는 있었다. 아하. 

중력에서 벗어나 보려 하는 그 순간이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하는 걸까. 쿵쿵. 처음에 달릴 때 내가 가장 크게 인식하는 것은 심장의 존재감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호흡기의 존재감, 무릎의 존재감, (PMS때는) 가슴의 존재감, 골반의 존재감, 장경인대 - 대퇴근막장근의 존재감 (아팠던 곳들 쓰고 있다...) 

요즘 가장 강하게 느끼는 존재감은 어찌저찌 다시 돌아와서 호흡기의 존재감. 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호흡량이 많아진 건지, 서울의 공기는 여름에 더 안 좋아지는 건지 달리고 난 후에 목이 칼칼해서 이제는 무릎 때문이 아니라 목 때문에라도 하루~이틀 씩 달리기를 걸러야 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런데이 청년도 오버하지 말고 일주일에 세 번씩 달리라고 했었다(말 안 듣고 매일매일 달렸다가 인대 부어서 병원 신세를 지고 보름 동안 못 달리게 되기도 했음...). 과유불급. 이젠 좀 지키자, 하루 걸러 하루. 하루 걸러 하루. 

하루 나온 김에 하루키 책 이야기를 하자면(ㅋㅋㅋ 자연스러웠어!!), 이 엄청 유명하고 표지가 부담스러븐 책은 달리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던 11월부터 읽다가 말았다가 30분을 뛰는 러너가 된 것을 스스로 자축하기 직전에 다시 읽었다. 허허. 하루키는 작가 데뷔 후에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가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러너라는 정체성에 대한 애정과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과 장거리 달리기를 한다는 것의 닮은 점 등을 꽤 즐겁게 읽었다. 듣던대로, 명성답게 확실히 스타일 있는 아재였다... 

“(116)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

하루키 소설이라곤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에세이가 소설보다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 읽다 보니 그에 대한 없던 애정이 생겼다(모두 가진 중년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재수 없어했던 것도 사실). 소설가로서도 러너로서도 퍽 훌륭한 태도로 살아가는 어르신이지 싶어서 소설도 흔쾌히 읽어주마 싶었다. 참, 그 야구 보다가 불현듯 소설 쓰고 싶어진 썰도 바로 이 책에 나온다. ㅋㅋㅋ 고작 일 킬로그램의 감량 외엔 달라진 게 없는 줄 알았는 데, 책 읽다가 하루키와 나 사이의 공통점도 발견했다. 

“(61) 그래서 나는 스포츠 종목으로, 거의 망설임 없이 혹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담배를 끊었다. 매일 달리게 되면, 담배를 끊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다. 물론 금연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달리기를 매일 계속할 수는 없다. ‘더 달리고 싶다’는 자연스런 욕구는 금연을 계속하기 위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끊는 것은 이전 생활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그렇다!!! 나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끊었냐면, 끊은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끊어져 있다. 아마 4월 중순쯤으로 기억하는 데. 일기를 찾아보니, 

“(21/4/16) 쉬지 않고 5분을 뛸 수 있게 되었다. 놀랍다. 여전히 무리를 하지는 않지만 (무리하면 하기 싫어질까봐) 조금씩 조금씩 페이스를 올려보라던 OOO 말이 생각나서 겁 안 먹고 내리 높였더니... 정말로 뛰어졌다. 그치만 5분에서 15분으로 바로바로 늘릴 순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먹게 되어 암튼 이번 주는 5분 뛴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저녁 하늘이 핑크 핑크 너무 근사해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코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트랙을 도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는 데, 어제도 그렇고 인조잔디 한가운데 누워서 땀 흘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은... 엄청나게... 쾌감이다.. 행복...!!! 처음으로 잘 달리고 싶어서 담배를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런데이 아저씨가 담배는 스트레스 때문에 피우는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가셔서 자연스럽게 끊게 된다고 하였는 데, 너무 맞는 말인 거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담배 -> 스트레스 때문에 피움 -> 백수, 스트레스 요인 없음 -> 달리기 할 때 호흡 딸림 -> 끊을까? 생각해봄 -> 피우러 나가는 게 더 귀찮음 -> 사러 나가는 건 더더 귀찮음 -> 안 삼 -> 끊음 -> 달릴 때 호흡이 좋아짐 -> 스트레스 풀림 -> 담배생각 안남

 

10년 흡연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겠지? 스트레스받으면 다시 피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일단락된 것으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금연을 마음먹을 때는 항상 금연을 마음먹으면서 담배를 생각했고, 얼떨결에 금연 중인 지금은 그냥 아예 담배 생각이 없다. 그러고 보니 <드링킹>작가, 캐럴라인 냅 언니...  알콜을 끊을 수는 없었답니다?... (대신 담배를...)

“(225) 달리기는 부상 때문에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것으로 돌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부상과 더불어, 신체 안에 고통을 느끼면서 달린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렇다. 어깨, 허리의 고통, 무릎 통증, 근육통 등등. 우리가 자신의 신체에 반해서 달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렇다면, 1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신체와 더불어 달린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30분을 달리기 전 보다, 나는 건강해졌을까? 글쎄. 여전히 근육은 없고, 뱃살은 있고, 되려 안 하던 달리기 때문에 삐걱대는 무릎과 담배를 피울 때 보다 더 기분 나쁜 칼칼한 목 상태를 가지게 되었다. 체력이 더 좋아졌을 수 있긴 한데, 막상 일을 안 하니까 체감 못하고 있다. 그럼 정신이 더 건강해졌나? 아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담배 중독에서 달리기 중독으로 중독된 종목이 변했을 뿐 뭔가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같을 지도...?

음...
음...
....

그런데 오늘도 분명히 달릴 것 같다. 
왜지?... 런데이 앱도 다 했고... 30분 달리기의 목표도 이뤘는 데... (목표를 이룬 자의 허망함) 

지금 생각나는 것은. 죽을 것처럼 힘든 데 머리 위로 떨어지던 벚꽃이 아름다웠던 거랑, 땀 흘리고 난 뒤에 부는 미적지근한 바람이랑, 달리는 내 속도를 따라서 천천히 바뀌던 거리의 풍경들, 인조 잔디운동장에 벌렁 드러누웠을 때의 하늘. 그리고 뭔가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운 느낌. 이 느낌은 러너스 하인(runner’s high)가 뭐시깽인가하는 경험은 아직 아니다. 그냥 너무 힘드니까 생각이 없어지는 느낌.... 나는 뛸 때마나 겁나 힘들기만 했다. 단 하루도 안 힘든 적이 없었다.... 

지난주부터 런데이 청년🤖이 너무 잘했으니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자기를 추천하라고 했다. ㅋㅋㅋ 나에게 생애에 없었던 달리기라는 힘든 시련을 겪게 해 준 그의 부탁에 따라 알라딘 마을 친구들에게 자랑과 추천을 해본다. 솔직히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추천사 : 석 달 달려도 살 안 빠진다. 스트레칭 충분히 안 해주고 좋다고 맨날 달리면 무릎 등에 부상 생긴다. 힘들다.  힘들다. 뿌듯함? 힘든 거에 비하면 진짜 조금 있다. 하루키가 달린다고 합디다. 그리고 하루키 본인도 추천하진 않... 던데요?

오늘의 창밖은 축축해 보인다. 역시 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삼십 분을 달릴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건 하면 된다. 할 수 없는 건 안 하면 되고. 근데 겨우 할 수 있어진 것을 다시 할 수 없어지 게 만드는 건, 다른 할 수 있는 게 생겼을 때 아닐까? 달릴 이유가 없지만 안 달릴 이유도 별로 없고, 안 달리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니 달리는 게 좋을 것 같고, 더군다나 내가 달리는 코스는 축축한 날씨에 특별한 흙냄새를 뿜어내고, 그 냄새를 맡는 것이 나쁘지 않았고. 오늘은 축축하고. 어찌저찌 나는 달릴 수 있게 되어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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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공쟝쟝님 완전 의지의 한국인이시네요~!!. 실천하는 책 읽기라니~ 전 걷기만 하는데 대단합니다😄
대신 보상은 맥주 대신 소주가 좋지 않을까요? 살도 안찔거 같고 ㅎㅎ

공쟝쟝 2021-06-15 17:32   좋아요 3 | URL
실천하는 책읽기....... (후두둑 소름이 돋았다..) 아니요. 실천에 도움되는 책읽기!로 합시당. ㅋㅋㅋㅋ
운동하기 싫을 때는 운동 에세이 읽는 게 짱이예요. ㅋㅋㅋ
파랑님.. 맥주는 안주 없이 마시지만 소주는 안주 없이 마실 수 없습니다. 보상하다 10킬로 찔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요.

새파랑 2021-06-15 17:44   좋아요 3 | URL
아 깡소주 드실꺼 같으셔서...안되면 보드카라도 ㅎㅎ 열 운동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1-06-15 17:50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운동하고 나서 소주 마시면 더 목타욬ㅋㅋㅋㅋㅋ 하, 생각만으로도 목타ㅋㅋㅋㅋㅋㅋㅋ 시원하게 맥주를 마셔야지!

공쟝쟝 2021-06-15 17:55   좋아요 5 | URL
깡쏘쥬요? 보드카요… ? 파랑님 러시아 소설 당분간 금지ㅋㅋㅋㅋ 미국소설 읽어요 ㅋㅋ 맥주마시는 ㅋㅋ

새파랑 2021-06-15 18:03   좋아요 5 | URL
아~목타는 걸 생각 못했네요 ㅎㅎ 운동 후에는 🍺가 확실히 맞네요~!! 전 독한걸 좋아해서...제가 러시아 문화에 너무 빠졌나봐요 😅

mini74 2021-06-15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추천안하신다니 자랑만 받을게요 ㅎㅎ

공쟝쟝 2021-06-15 20:11   좋아요 2 | URL
자랑 받아주셨으니 저는 감사해서 인사드립니다. 🙇🏻‍♀️ 좋은 저녁 보내시어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6-15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쟝쟝님, 왤케 멋있는 거예요? 인간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구욧? 와~ 그리고 글을 왤케 실감나게 쓰는 거예요? 제가 달리고 있는 줄 알았잖아요. 멋지다, 진짜~~ 진심 축하드려요!!

공쟝쟝 2021-06-17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삼십분짜리 심장을 가진 멋진사람 🫀꺄~~~

단발머리 2021-06-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분 달리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랍디다. 의지의 한국인, 놀라운 실천력에 기립박수 보내드려요.
평생 운동과 담쌓은 사람이어서 달리기 실천은 자신 없지만, 거실에 저기 저기 저~~~ 자전거라도 좀 타볼까. 나는 내 몸을 너무 아끼는구나, 생각합니다. 잘 읽고 가요. 날로 진화하는 그대야말로 알라딘 최고의 신인류!!!

공쟝쟝 2021-06-17 12:26   좋아요 0 | URL
의지의 한국이라니요. 중독을 중독으로 대체하는 중독순환의 법칙이랄까요. 도파민이랑 엔돌핀이요. 어차피 그거얻으려고 하는 거거덩요… 안 얻을 순 없으니 대상을 다른 걸로 교체하며… ㅋㅋㅋㅋ 신인류 좋다…. 일 안하면 책이라도 읽어야쥬.. 솔직히 요즘 신이난 신인류…맞습니당💪

초딩 2021-07-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7-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1-07-0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모나리자 2021-07-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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