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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블레이드 러너를 1983년~2017년 것 까지 쭉 (중간중간 프리퀄 단편들까지 전부다)정주행했다. 미래를 다루는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비주얼적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는 데다, 내용적으로도 생각할 것들이 많으니까. 대부분 영화들은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그래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넘치긴 하지. 리들리 스콧의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83년판 블레이드 러너도 좋았지만(기억에 진하게 남는 것은 역쉬 룻거 하우어의 연기였다),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2049가 던지는 질문들이 더 흥미로웠다. 영화에 대해서 쉼 없이 수다 떨고 싶지만, 오늘 쓰고 싶은 글은 그게 아니고...















1983년에 그리는 2019년의 모습, 2017년에 그리는 2049년의 모습. 어떤 것은 바뀌고 어떤 것은 그대로이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소재는 레플리칸트(안드로이드 인간)인데, 두 영화 모두 남성형 레플리칸트는 전쟁용, 노동용으로 쓰이고 여성형 레플리칸트는 전투용으로도 개발되지만 대부분 성판매용으로 생산되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존재하고 우주의 식민지가 개척되는 된다하여도, 계급이 그대로고 차별(인간-레플리칸트)도 그대로인 미래의 인류는..... 당연히(!) 기어코(!) 성판매용 복제인간을 만들버린 것이다! 미래에서도 돈이 없는 인간들은 복제 인간을 살 여력이 없으므로, 대신 AI와 사랑을(아,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래 사랑이라고 넘어갑시다)나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할말이 엄청 많지만, 지금은 또 그걸 더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하여튼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레플리칸트 안에서의 ‘재생산(출산)’문제였으니... 아, 재생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의 인류가 또 다른 인류인 레플리칸트를 박해하고 혐오하고 차별할 수 있는 근거이며, 레플리칸드들이 바라마지 않는 기적인 것이며, 현실에서는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엄청나게 논쟁한 그것이었고, 오늘날 저출생이라는 전사회적 문제인 것일 지니....


 “(92-96)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여성들이 교육적·법적·정치적 평등을 얼마나 획득하든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공적 산업에 투입되든지 간에 자연 재생산이 규칙으로 남아있고 인공적인 또는 보조적인 재생산이 예외로 남는 한, 여성들에게 근본적인 것은 결코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출산의 기쁨은 가부장적인 신화다... 더군다나 자연 재생산은 더 많은 악의 근원이고, 특히 인간들 사이에 적개심과 질투의 감정들을 야기하는 소유욕이라는 악덕의 근원이라고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말했다... 그녀는 소유욕이라는 악덕, 즉 한 아이가 자신의 자궁 혹은 정자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아이를 다른 아이들보다 선호하는 것은 만일 우리가 구분적 위계질서를 종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극복해야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마지 피어시는 그녀의 공상과학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마지막 주장을 발전시켜 나갔다. 마지 피어시는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스트였지만, 여성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면 인공 재생산이 여성과 사회에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여성들이 출산의 힘에 대한 독점을 포기한 결과로 본래의 힘과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이 파괴되었고, 마타포이셋 주민은 모두 자신들이 선악, 고저, 강약, 그리고 특히 지배-종속의 위계질서적 개념들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재구성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 피어시의 유토피아가 마르크스주의적 유토피아보다 더 급진적인 이유는, 경제적 단위로서의 가정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단위로서의 가정도 제거되기 때문이다. 개인은 사유 재산도 사적인 자녀도 소유하지 않는다.


그렇다. 난 파이어스톤이 명쾌해서 좋다.
재생산이여, 소유욕이라는 악덕이여. 


2049에서 레플리칸트인 주인공 K(는 남성형이다)에게 돌봄과 보살핌, 애정을 제공하는 것은 홀로그램 AI인데, 이 인공지능 홀로그램은 대량생산 되고 판매되고 있다. 상품의 이름은 JOY인데, 고객님의 취향에 맞추어서 옷을 갈아입긴 하지만 광고는 헐벗은 채인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한다. K는 진심으로 조이를 좋아한다. 케이에게 접근하는 성판매 레플리칸트인 마리에트(꺅!! 이 역할은 우리의 맥켄지 데이비스다)도 당연 여성형이다. 그러타... 페미니즘이 없는 미래의 SF영화의 설정은 이러하였다. (복제인간과 AI마저도 여성의 성은 착취 당한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는 우리가 행하고 있는 현재의 반영일 수 밖에 없으니, 이렇게 그릴 수 밖에 없으리란 걸 안다. (난 그래서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가 너무 좋다... 흑흑...!!!)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있는 미래는 어떨까.

페미니스트들이 쓴 미래(혹은 과거)와 관련된 소설들을 몇 편 읽긴 했었다. 시녀이야기, 허랜드, 읽다 말긴 했지만 이갈리아의 딸들 등등. 그와 궤가 조금 달랐던 페미니즘 소설에 책에 언급된 ‘시간의 경계에선 여자’가 있었다. 유토피아인데 조금 더 페미니즘적으로 구체화되었다고나 할까. 

1970년대 가난한 이혼녀인 코니는 정신병동안 갇혀서 2137년에서 신호를 보내는 루시엔테(미래의 인류)와 접속한다. 코니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미래인인 루시엔테가 되묻는 현재에 대한 질문들도 되게 재밌다. 이를테면

“(1권 95) 루시엔테는 극도로 당황한 표정이었다. ... ‘음 당신들이 고기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사람을 팔아서 먹고 사는 게 일반적이었나요? 아니면 혹시 그게 노예제도예요? 당신 시대쯤엔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루시엔테는 성매매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노예제냐고 물어본다...
흑....

“(95) 아. 섹스와 관련된 것이군요. 성매매? 책에서도 봤고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몸을 파는 사람에 대한 드라마도 본 적 있어요!”

아, 성매매를 역사 책으로 배운 미래인이여...
미래인들의 사랑에 소유욕은 없다. 그 까닭은.

“(164) 그건 여성들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개혁의 결과였어요. 오랜 계급제도를 전부무너뜨릴 때였죠. 우리가 누렸던 유일한 권력이지만 마침내 역시나 포기해야 할 게 남아 있었어요. 그 대신 누구에게도 더 큰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죠. 그건 바로 생산의 원천인 출산의 권력이었어요. 생물학적으로 속박되어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동등해 질 수 없어요. 그리고 남성들도 결코 다정하게 사랑을 베푸는 인간으로 교화될 리 없고요. 그래서 우린 누구나 어머니가 될 수 있게 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전부 어머니가 셋이예요. 지나치게 긴밀한 유대감을 깨뜨리기 위해서죠.”

미래의 여성들은 출산의 권력을 포기했다. 그리고 ‘소유하지 않는 모성’을 정립했다.(참고로 미래세계에서 이 모성은 생물학적 남성들도 가지고 있다. 성의 구별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지만... )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코니는 묻는다. 아이에게 젖을 물려본 적 없고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고, 모성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미래인들이 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코니는 자신이 때렸던 딸을 생각한다. 

“(165) 앤젤리나, 나같은 어머니가 셋이었다면, ... 너는 이미 죽었겠지.”

울컥!!
......
여러모로 할 말이 없어지는 장면이어서..
밑줄을 그어놨었다...


또 미래인들은 아래와 같이 지낸다.

“(2권 35) 우리는 자기방어 훈련을 받아요. 서로를 존중하는 훈련도 받고요. 기록을 읽은 적은 있지만 나는 실제 강간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어요. 그건.... 우리가 보기에 특히나 끔찍한 일이에요. 역겨워요. 식인 습성처럼. 현재도 일어나고 과거에도 일어났다는 건 알지만 믿기지 않아요.”

“(107) 우리의 존엄성은 일에서 나오죠. 누구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거 눈치 못챘어요? 로맨스, 섹스, 출산, 아이, 당신을 구속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그건 이제 더 이상 여자들의 일이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의 몫이죠.”


성역할이 해체되고, 빈부의 격차도 해소되고, 육아와 출산을 모든 공동체가 함께하며, 가장 사적인 문제가 가장 정치적인 문제가 되는 곳.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미래의 세상이지만, 이 세상에도 반전은 있고(반전은 누군가 이 소설을 읽을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기로), 무엇보다 미래인들은 이미 우리가 망쳐놓은 지구의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더란다. 헐.. 너무 그럴듯한 설정이다..... 미래의 인류여, 미안해.. ㅜㅜ 우리가 만들 유토피아는 아무리 그게 유토피아라도 방사능이 있는 유토피아 일거라고 뭔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102) ‘더 갖고 싶다고 바란 적은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좀 더 생산성이 좋아져서 과거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에너지를 덜 쏟아붓게 되면, 꼭 필요하진 않지만 즐겁고 기쁨을 주는 물건들을 생산하는 데 에너지를 더 투입할 거예요.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여기까지는 마지 피어시의 소설이 그리고 있는 페미니즘 유토피아이고, (미래인들이 그리는 재생산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예술, 사랑, 연애, 노동과 죽음에 대한 태도도 즐겁게 읽었다. 절판된 책이긴 하지만, 구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 책을 읽는 나는 오오- 하면서 신났더랬다. 아, 그렇구나. 페미니즘이 그리는 미래는 이러하구나! 그 미래 왔으면 참 좋겠다!! 하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급진주의 문화페미니스들은 이 아름다운 유토피아가
“(96)오늘날의 여성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남성들이 여성에게 의존하는 유일한 자원을 여성이 포기한다면 여성의 억압이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지자 알 히브리는... 인공재생산은 남성들이 번식하기 위해 여성에게 ‘굴욕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게’ 한다. 즉 재생산 기술은 여성을 해방하기는커녕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재생산 기술은 남성들에게 여성의 참여 없이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이부분 읽는 데........ 급 소름 돋았다.    
아, 그러네? 성적억압이 사라지지 않은 사회에서 재생산마저 여성의 일이 아니라면, 정말 여성은 대상화된 섹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 같다.... 아, 그것 마저도 성노동에 최적화된 레플리칸트가 대신할테니까.... 여성 쓸모가 없고, 그냥 사라지겠구나... 안녕, 여성이여. 우리는 이렇게 멸종할 종족이었구나, ... 굿빠이.... .... 
.......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지금에 빗대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역시나 디스토피아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뭐 주절 주절 썼는데,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에 관해 아직 말해지지 않은 담론들 너무나 많고, 미래를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은 SF대작 영화들도 페미니즘을 흡수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요즘 계속 나오는 것 같긴 한데, 부족해!! 그리고 납작해!!!!) 

그래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미 치열하게 논쟁하셨던 페미니스트들의 교차하는 관점들을 읽고 있자니.
너무... 굉장해!! 대단해!!!

요지는,
읽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많아서 어떡한담.
행복한 데.......
글쓰는 동안 월요일이 돼서 안행복해졌다.. 금새...


오지않은 미래는 다음에 걱정하고, 일단은 월요일의 노동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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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9-21 07:56   좋아요 1 | URL
리들리 스콧, 니가 임신에 대해 뭘알아!! 빼액!! 마지피어시의 소설은 도서관에서 교차대출로 겨우 구해 읽었어요. 소설속 미래인들이 상당히 목가적이고 평온해섴ㅋㅋㅋㅋ 좋았는 데, 그걸 현실 문법에 옮겨 놓으니 살벌한 주장이 되더라고요 ㅋㅋ (출산을 기계로 대체하자) 그것이 선택 가능하려면 ... 먼저 콘돔부터 잘쓰라고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멀리갈 필요 없다, 예, 뭐 그거죠. ㅋㅋ

2020-09-21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9-21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상 너머의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네요. 맙소사, 2020년이라니... 우리가 기억하는 옛날이나 현재나 미래가, 내가 보기엔 서로 너무 비슷한거 같아요. 어차피 여자는 주인공이 아니고... ㅠㅠ
블레이드 러너부터 마지 피어시 소설까지 새롭게 읽고 갑니다. 읽는 맛의 대가 공쟝쟝님 출근 잘해요!!!!

공쟝쟝 2020-09-21 07:44   좋아요 0 | URL
83년의 인류는 2019년의 인류가 마스크쓰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며 sns를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듯해요 ㅋㅋㅋㅋㅋ 소유에 기반한 사랑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더 많은 텍스트가 필요해졌어요. 단발님 추천해주세요~~~ 안토니아스라인 부터 봐야하나요??ㅋㅋㅋ

수연 2020-09-21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_ 읽어야지 했는데 쟝쟝님은 주말 쓩쓩 읽고 계셨군요. 오늘은 월요일, 그대는 이미 출근을 하고 있을지도...... 일교차 심한데 따뜻하게 잘 껴입고 나갔을까?! 감기 조심! 읽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다 하면 되는데!! 걱정하지 말자요!

공쟝쟝 2020-09-21 08:00   좋아요 0 | URL
책은 작년 여름에 읽었는 데... 페교관에서 언급되길래.. 주말의 나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중국무협영화 두편을 보고ㅋㅋㅋ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열심히 읽다가 ㅋㅋㅋ 장강명 신간 에세이를 읽다가 ㅋㅋㅋ 급 비숲을 보고 밀린 문명특급을 보고ㅋㅋㅋㅋ 아침에 출근하려고 거울보니 눈알에 핏줄이 터져있었다..? ㅠㅠ (tmi 대방출ㅋㅋㅋ) 아 오늘부터 추석까지... 손꼽아..기다립니다...

비연 2020-09-21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조용히 열심히 읽고 계시는군요. 오늘 출근도 홧팅..

공쟝쟝 2020-09-21 10:51   좋아요 0 | URL
출근해서 댓글 달기 시전중. 오늘부터 진짜 열심히 읽을거예욘.

다락방 2020-09-2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레이드 러너가 저런 거였어요? 뱀파이어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는 우리가 함께 읽은 책 [여자는 인질이다]에도 언급되잖아요. 저는 sf 잘 못읽어서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미뤄뒀는데, 오늘 쟝님 페이퍼 읽으니 역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쟝님이 말한것처럼 정말 읽을 책이 많아요!! 언제 다 읽죠?

아무튼 남은 부분도 열심히 읽고 써요, 쟝님. 화이팅!

공쟝쟝 2020-09-21 10:58   좋아요 0 | URL
블레이드 러너..... 그러고 보니 이름만 봐서는 ㅋㅋㅋ 그런느낌이댜ㅋ 저는 공각기동대 이런거 좋아해서, 블레이드러너도 재밌었어요. 사실 2049를 제대로 보고 싶어 앞시리즈 부득불 보긴 했지만,,,, 의외로 재미써서 책도 읽어볼까 싶음...

맞아요, 시간의~는 여자는 인질이다 보면서 함께 읽었었어요. (아, 옛날이여. 왤케 까마득하게 느껴지죠?) 책을 읽다보면 점점 더 읽고 싶어져서 큰일이예요... ㅜㅜ 근데 또 너무 행복하고. 저 어제 깔깔거리면서(아는 부분 나올때마다 너무좋아서) 교차하는 페미니즘 읽다가.. 밤되서 놀랐잖아여..... 독서 행복해..
 

요가를 다녀와서 달걀을 삶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는 데, 냉장고 안이 따뜻해서 놀랄 정도로 너무 추웠던 2019년의 마지막 전날.

*

남은 제2의 성을 읽기 전에 쓰다만 올해 마무리 글을 쓰자. 올해는 70여권의 책을 읽었다! 의외로 많이 안읽었네? 라고 생각했지만, 읽은 책들의 두께들이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바로........ 올해 가장 잘한 일인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게으른데다, 의지가 박약한 데에 있어서 만큼은 매우 곧은 성품을 가진 사람인고로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하였지만, 살면서 두꺼운 책 이래 열심히 읽어보기에는 올해가 처음.

텍스트를 다 이해하면서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 두꺼운 책 여러 권 읽은 사람이야! 라는 자신감이 과하게 붙어서 요즘 400페이지 짜리 책을 얇은 것처럼 느껴버리고 있다...........;; (부작용 : 내용 이해 안하면서 그냥 말 그대로 글씨만 읽는 스킬도 함께 늘어버린 듯..)

*


📚총평; 

에세이를 많이 읽었던 한해. 아무래도 벽돌책을 뿌수면서 중간중간 쉬는 독서를 하고 싶었는 데, 사실 소설을 잘 읽는 편도 아니어서, 그나마 수월히 잡히는 종류의 책이 에세이였던 듯하다. 더하여 바야흐로 이쁜 일러스트 표지로 아름답게 휘날리는 ‘OO합니다만’, ‘OO도 괜찮아’, ‘OO라니 다행이야’ 종류의 에세이가 과잉경쟁을 하고 있는 대세에 힘입어, 양질전화의 법칙이랄까. 읽을 만한 좋은 에세이들이 유난히 쏟아져 나오는 2019년이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내 파이를 구할 뿐~”과 같은 페미니즘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에세이들과 “아무튼”시리즈로 대변되는 취향(제가 읽은 건 대부분 운동 독려편)에세이들에 이어 “아침에는 죽음을~”같은 걍 잘써버린 에세이 “검사내전”,“책갈피의 기분”과 같이 명사는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은둔 고수들이 소소하게 전하는 일과 생활들을 읽으며 ‘괜찮’아지고 ‘다행’스러워 졌습니다’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문학계 종사자들(이를테면 소설가나 소설가나..소설가가?)이 쓴 에세이들은 그 맛이 썩 훌륭하지는 않았다는 것. 좋아하는 소설가여도 그랬고, 봐야할 것 같아서 본 소설가의 것도 그랬다. 특히 그들의 여행 에세이‘들’은... 넵... 솔직히 읽다가 말았습니다... 시간, 아까워서.... 차라리 여행 에세이도 평범한 사람이 여행가서 쓴 에세이가 더 좋드라.... 공감가니까..
글을 적으며 문득 든 생각인데, 난 현실의 사람들이 진짜의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나 방식 이 아직까진 조금 더 궁금한 모양이다.


*
여하튼 올해에도 내맘대로 독서어워드

📚2019년 올해의 책 : #캘리번과마녀 🥳🥳
‘재생산노동’ 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낌은 스무살 무렵 ‘계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배웠을 때처럼의 해방감. 아아, 그래 재생산노동이었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언어을 획득하는 기분은 짜릿한 쾌감이다. 물론 정말 좋은 책은 쾌감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난 비장의 무기라도 얻은 듯 든든해졌다. 2010년대 후반 한국의 헬페미들은 언어(미러링)로 치열하게 싸웠다. 2020년대, 어쩌면 훗날의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노동을 무기로 싸울 것이다. 어떻게? 글쎄. 그건 두고보면 알겠지. 세계최고 저출생.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을지도. 



📚올해의 가장 두꺼운 (벽돌)책 : #우리의의지에반하여
아쉽다. 제2의 성으로 바꾸고 싶다. (하지만 지금 졸리다) 뭔가 압도적으로 두껍지 않아서 (겁나 뚜꺼운데도 말이다!!!!) 감응이 없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


📚아쉬움이 남는 책 : #제2의성
은 ... 읽을 수 있었는 데... 진짜...아오....
잘못된 번역을 선택한 패착으로 하자.


📚가장 기억에 남는 책 : #리얼리스트를위한유토피아플랜
후후, 분명 나에겐 올해의 키워드였다. 기본소득.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걍 궁금해서 읽던 기본소득 책이 페미니즘 운동과 연결될때의 환희!! 아, 페미되길 잘햇어 ㅠㅠㅠ


📚올해의 소설 : 없음
최은영 신간이 안나와서는 아니다 ㅋㅋㅋㅋㅋㅋ
세번까지 읽고 싶은 소설은 없었다 ㅋㅋㅋ

📚올해의 소설가 : #박상영
그렇다고 내가 박상영을 엄청 좋아하는 것이냐? 그건 아닌 데, 책이 웃기다고 호들갑을 많이 떨긴했지. 그의 얕고 경박한 글쓰기, 오로지 자신 만을 위한 일기 같은 글쓰기, 궁극에는 웃픈 끌어안기. 박상영이 성장해서 훌륭한 작가로 괴물같은 소설가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가능성은 희미하다. 하지만 2019년에 30대를 지나고 있는 imf키즈는 분명히 박상영의 소설이 가진 어떤 부분을 닮았다. 못마땅 하더라도 이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혼종. 우주의 한점도 우럭한점도 되지 못한 나는 그의 농담 같은 소설에 충분히 위로 받았다.


📚올해의 에세이 : #자기만의방
버지니아 울프 덕에 오롯이 혼자임을 충분히 즐겨볼 수 있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의 페이지터너: #피에르르메트르
짧은 여름밤이 더 짧게 느껴졌던 이유는 밤새워 읽은 오르부아르와 화재의색이 너무 재밌어서.

📚내년의 다짐 :
이 페이퍼를 쓰기 위해 작년 결산 페이퍼를 봤는데, 다짐 중의 하나는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에서 1등하기 였는데, 1등은 무슨 꼴등 맡아놓고 했다. 그리고 70권만 사겠다고 했는데 90권 샀다. 그리고 70권 읽었네.. ..... 그럼 내년에는 100권을 사겠다고 마음먹으면, 100권을 읽.. (는 건가......) 세 번째 목표는 고전문학 10권 읽기라고 썼었는데 1권 읽었지롱~ (맙소사 목표라는 것도 잊고 있었어...)
캬캬캬..... 이 와중에 그나마 달성한 목표는 딱 하나. 올해에도 북플 달인이 된 것~
그도 그럴 것이 영양가도 없는 잡글을 휴대폰 메모장에 끄적이 듯 적어 올렸더랬다, 외로워서...내년에도 외로울 때 마다 북플열시미 해야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다짐은 안할래. 어차피 25% 달성인데다가, 내가 뭘 마음먹었는지 기억도 못하잖아? 그냥 살던 대로 살자. 그래도 페미니즘 공부는 계속하는 거랑, 책을 쫌 덜 사도록 합시다! 그러려면 신용카드를 없애......!!!!!...........
지 못하겠지.. 그냥 e-book 위주로 구매하고
산 거는 다 읽도록 합시다!
나님아, 이사 갈 생각해야죠. 책은 무거워~ 이사 할 때마다 후회 하잖아~ 책을 맘 놓고 실컷 사고 싶은 가? 그러려면 집을 사자!!


📚 남기고 싶은 말 :
책을 실컷 살 수 있도록
저에게 집을 사주세요. 알라딘아. 요술램프야. 지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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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2-3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일주일만에 요가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ㅋㅋㅋㅋ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 요가를 다녀와서는 탕수육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 늦은 밤에. 으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술은 참았답니다? 으하하하하하하.

쟝쟝님 소설을 잘 안읽으시는구나... 뱀이 깨어나는 마을 좋은데..참 좋은데....... (그렁그렁)

비연 2019-12-31 08:39   좋아요 0 | URL
샤론 스톤.. 아니 샤론 볼턴 좋은데, 참 좋은데.. (쩜쩜쩜)

공쟝쟝 2019-12-31 18:35   좋아요 0 | URL
샤론스톤ㅋㅋㅋ네???? ㅋㅋㅋㅋㅋ 저 소설은 정말 이제 조금 한국 소설위주루......

syo 2019-12-31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니뭐니해도 기본소득이지!!
일과 독서를 병행하는 분들은 어쨌든 리스풱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비연 2019-12-31 08:40   좋아요 0 | URL
리스풱이라는 단어에서 ‘풱‘을 알아보는 데 한참 걸린 비연............ 뛕? 인가 해서. 리스뛕.
(비슷해보이지 않음?)

syo 2019-12-31 08: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리스...뛕!!

공쟝쟝 2019-12-31 22:16   좋아요 0 | URL
리스뛕!!!! 기본소득 기본소득이죠. 정말 적게벌고 적게쓰고 많이 신나게 아주 잘 놀 수 있는 데... 나 부자되기ㅜ시른데 ㅠㅠㅠ

블랙겟타 2019-12-31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제일 많이 읽은 해가 이번인데 70권이 넘어가질 않는데..
역시 알라딘에선 쩌리였네요 ㅋㅋㅋ
쟝쟝님이 많은 책을 살수 있을 만큼의 집, 얼른 얻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ㅋㅋ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공쟝쟝 2019-12-31 22:19   좋아요 0 | URL
쩌리라는 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요 ㅋㅋㅋㅋㅋ 저두 재작년부터 50~90 찍는 듯요 ㅋㅋㅋㅋ 예전엔 서른권 정도 였는 데.. 읽다보면 읽고 싶은게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초딩 2019-12-3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공쟝쟝 2020-01-01 22:59   좋아요 0 | URL
초딩님두 새해복 많니 받으세요 ^.^ 올해에도 좋은 이웃이 되어요~
 

얼마 전 내가 읽었던 책은 위근우 작가의 책. 뭐 구태여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 선명하고 때로는 사이다 같은 문장들로 맞는 말 대잔치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이었다. 정확한 언어들에 신나서 열심히 플래그 붙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지? 이 책 페미니즘인데 왜 이렇게 시원하기만 하지? 이물감이 없지?

그러면서 들었던 질문 또 하나.
시스젠더 남자 사람이 여성주의를 읽거나 공부하는 기분은 뭘까. 
자책? 죄책감? 서늘함? 
혹은 지적 호기심? 자기부정? 답답함?

무튼, 위근우씨 글을 읽으면서 나는 매우 즐거웠는 데, 즐겁기만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굳이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남자가 쓴 페미니즘적 비평은 달랐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술술 읽히고, 말이 착착 붙고, 아오, 누가 저 개소리 하면 나중에는 저 문장으로 패줘야지!! 하게 되었다능..

*


“(미투의 정치학) p.31
언어는 언제나 현실이 한참 지난 후에 당도한다. 그 간격은 몇 년일 수도 몇백 년 일수도 있다. 언어가 늦을수록 우리는 고통 받는다. 적어도 여성주의, 여성운동에는 조롱의 대상으로서 ‘강단 페미’가 있을 수 없다. 여성주의는 이론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다. 지배 언어와의 불일치가 몸의 통증과 폭력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에게 말과 실천이 어떻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읽었던 여성주의 텍스트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쓰고 한 말들이었다. 
내가 여성주의 텍스트를 읽을 때 느끼는 기분이란,,,
대환장, 열불, 딥빡🔥🔥
본질 적으로는 아픔. 통증...?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겁내 힘들다. 아오, 속시원해!!! 하는 느낌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 마음이 먹구름 낀듯 꾸물꾸물 해진다. 다른 책들을 읽을 때 처럼 머리가 먼저 반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깊은 한숨, 입술을 깨물거나, 갑상선 쪽이 당기거나, 소름이 쫙 끼칠 때도 있고, 눈물(콧물)이 먼저 쏟아질 때도 있고... 가슴이 먹먹해서 실제로 두드릴 때도 있고...... 때때로 너무 텍스트에 몰입하지 않기 위해 애써서 거리두기를 노력해야할 만큼, 정말 ‘몸으로 읽는다’는 표현이 맞다. 정확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평생 문맹이었던 사람이 수년간 읽지 못해 밀쳐둔 헤어진 연인의 긴 연서를 읽는 느낌이랄까.

페미니즘 독서는 여타의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알았다!!!’ 지적 쾌감과는 조금 다르다.... 
아픈지 몰랐는 데, 거길 누르니 내가 아프단 걸 알겠어.. 하는 뭉친 근육 안마 쾌감..ㅋㅋ

*

아픈거 이제 알겠어 증상(?)은 페미니즘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욱더 심각해져서 요즘은 여성이 쓰거나 만든 여성서사(영화 벌새, 프란시스하 등등)작품이나, 하다못해 그저 몸을 움직이는 그냥 체육(?) 에세이(아무튼 피트니스, 마녀체력)일 때도 눈물이 막 쏟아진다....


“(아무튼피트니스) p.126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내 몸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에너지 같은 건 생성되지 않는다.
p. 133~5
또 하나, 다른 세계를 알게된 기분이 묘하다. 나는 몸을 혐오했다.(...) 나는 이제 내 몸을 혐오하지 않는다. 아쉽고 모자라도 내 몸이 나와 동행할 나의 일부라는 것, 남하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활력이 있으면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몸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체, 저 문장이 뭐라고. 뭐라고!!!
나는 눈물이 나느냔 말이다....진지하게 우울증 의심할 뻔했으나.... 
아주 건강한 감정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

“(일하는 마음) p. 35

그러니까 어떤 여성들은 불운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죽어서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어 소비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 ‘너네 넷이서 여사 하나를 못 당하느냐’는 말을 상무에게 들었다며 그 넷 중 하나가 내게 칭찬이랍시고 전하고선 머쓱히 웃던 장면도.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아무렇지 않음’상자에 처박아 놓았던 무수한 장면들이 있었다. 화가 나고 불쾌해질 때면 왜 난 ‘쿨하지 못하게’이런 일에 마음이 상할까 자책했던 순간들이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지 알 수 가 없어서 ‘아무렇지 않음’상자에 처박아 뒀던 순간들이 페미니즘을 통해 제 언어를 갖고 해석되면서 상처인 줄도 몰랐던 상처들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상처에 걸맞는 몸의 반응들이 뒤늦게야 오는 가보다. 

어쩌면 내가 나를 다독이는 눈물 일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다시 바라봐달라는...... ?

근데 이게........ 쉽지가 않다. 상자에 처박아뒀던 오래전의 낡은 기억과 마음들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 
무슨 고구마 줄기처럼 마구마구 엮여 올라온다... 헤롱🤪🤪

이를테면
“(미투의 정치학) p.23
사회가 여성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허락했는가 아닌가 혹은 여성이 그것을 쟁취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행사하지 않았을 때 보다 더 큰 피해(해고나 사회적 ‘매장’)가 기다린 다면 누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겠는가.

누구는 그냥 머리로 이해할 이 문장을 읽으며 난,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든다. 
그 때 그 새끼가 나를 만졌을 때, 왜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 지/ 혹은 그 때 그 후배에게 폭로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조심스레 물었을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겠어서 그 질문 한 것 자체를 미안하다고 지금도 백번 사과해보고 싶은거라든 지 / 그가 어떤 인간인 지 잘 알면서도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공론화하지 않았기에 계속 좋은 인간인 척 하는 모습을 역겨워하면서도 인간은 참 다면적이야.. 정도로 모든 인간을 퉁쳐서 범주화 했던 어떤 시간들이라든지. (거칠게 세가지 사건을 적었는 데 모두 다른 사건이며, 세가지 사건을 적으며 연쇄적으로 삼십가지 사건이 떠올라서......... 글쓰다가 짜증남)
.

.........

*


언어가 생겼다.
그리고 상처도 추가되었다.
여전히 빨간 그 상처는 아프다.
그런데 알아서 다행이다.
이제라도 약발라 주면 되니까.

그랬구나, 아 그랬었구나.
그 때 나의 마음은 그런 거였는 데,
왜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여튼 요즘 자주 하는 말인데, 요즘에 태어난 여자라서 다행이다. 
여성서사를 몸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좀 힘들고 피곤하지만 사뭇 다른 독서/영화 체험. 
마니 읽고 보고 느끼고 울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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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8 0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글 참 좋으네요 쟝쟝님. 그리고 모든면에서 모든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공쟝쟝 2019-10-18 08:01   좋아요 0 | URL
글쓰고 잤는 데 꿈속에서 내내 누구한테 이제와서 옛날거까지 화내는 꿈 꿨어요:: ㅋㅋㅋ 에너지 소모 극심..zz!! 한주 마무리 잘하세용ㅋ 랑방님😍
 

📚총평 :

일단 오늘까지는 98권을 읽었다. 내일까지 페미사이드를 끝내고, 모레에도 한권 끝내면! 왠지 100권 달성하고 한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니까 무슨 100권 읽기 목표 세운 거 같지만, 그냥 읽다보니 백권이 된거다. 나도 신기. 세상에서 가장 돈 안드는데 뿌듯하기로는 독서만한 게 없는 듯. 🤔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던 한 해.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는 편이지만, 읽고 난 뒤에 한동안은 휴독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생각이 들어온다기 보다는 감정이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에 몸까지 지치는 것으로 추측. (비슷한 이유로 영화는 일주일에 한편 정도가 적당한 듯. 여름에 매일 하나씩 봐봤는 데.. 멀미나더라...)

 

출퇴근을 버스로 하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지하철보다 버스에서 책이 더 잘읽힌다는. 가벼운 사회과학서적이 가독성이 제일 좋았다.

 

 

📚2018년 올해의 책 : #이상한정상가족 ★★★★★★★👍👍👍














(를 포함 한국사회)에게 가족과 혈연이라는 거대한 억압(ㅋㅋㅋ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벗어나고 싶으며, 그래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은)의 실체를 낱낱히 분석해주며, 방향까지 제시하는 이 차갑고 따뜻한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기왕이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문통이 추천했으니, 굳이 내가 보탤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안읽으신 분들!! 좋은 양서이니 꼭 읽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올해의 작가 : 작년엔 정희진 샘이었는 데, 나온 책 전체를 다 사버린..!!ㅋㅋ#신형철 님께 

올해 최애 작가상을 드립니다. (사실 제가 상드릴 처지는 아니지만, 이래뵈도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 되었으니 받아주세요.) 솔직히 나만 알고 있는 저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반기 신간이 발표되며 너무 널리 알려지셔서 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올해의 가장 두꺼운 (벽돌): 백래시~가 아니라 #민중의세계사













896페이지로~ 집에서 제일 두껍길래 작년부터 독서력을 높여보고자 읽었는데, 한해를 넘기고도 봄이 와서야 겨우 끝냈음. 중세까지 재밌었는데, 소비에트 혁명부터는 너무 작가 마음(?)대로 해석해버리는 듯 해 불만이 좀 있었으나, 뭐 나도 아는 게 있어야지. 입 쭉 내밀고 다 읽어냄.

읽고 나니 우리 집에 있는 책 중에 2번째로 두꺼운 책이 되었다. 동거인과 살림을 합치면서 1203페이지짜리 책이 생겼기 때문.. 내년엔 그 첫 번째인 세계철학사 읽어볼까? 잠깐 생각했다가......... 아니야...철학은.. 절레절레..

 


📚아쉬움이 남는 책 : #멀고도가까운














여름 무렵, 엄마 아프고 나도 아프면서 묘하게 책속 솔닛의 경험과 겹쳐지고, 감정이입 깊게 하면서 슬픈-용기를 직면하게 해준 책인데.... 그래서 무지 천천히 읽다가... 

가을이 지나면서 나는 다행이 덜 아파졌고- 그 이후로 다시 펼쳐들려고 몇 번 시도 했는데.. 올여름에 힘들던 마음이 생각나서 못읽겠다.....ㅠㅠ

 


📚가장 기억에 남는 책 : #사랑한다면왜














"제대로 사랑하기위해 '요구'해 본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지 못했던 단호한 물음이 일상을 흔들었다

막연히 마음먹고 있던 중요한 선택을 중단하고, 보류하게 되는 데 일조한 책.

 

 

📚올해의 소설 : #내게무해한사람













축하합니다! 작년에 이어 최은영님 2연패 달성~!!

제가 정말 팬입니다.. 사랑합니다...ㅜㅜ 3번 읽고, 일곱권 더 사서 실친들에게 돌렸어요.. 제가 드린 인세로 아메리카노라도 한잔 사드세요. 꼭이요..(왜 나 작가님한테 편지쓰고 있지?)

 


📚올해의 에세이 : #사랑은사치일까














결혼 중단 시키고 읽었다!! 우하하!! 정말 사랑이 너무 어려워서, 책에서 혹시 사치라고 하면.. 

쿨하게 다 포기하려고..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벨훅스를 만나서 고마웠던 한 해였네.

누가 페미니즘을 사랑이 부족한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이야기하는가??!!

아니, 이 사랑이 부족한 지구에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제대로 사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이 바로 페미니스트다!!!!

 


📚올해의 분야 : #2010년대이후한국소설 !! 세보진 않았지만 꽤 많이 읽은 것 같으니까요. 마구마구 쏟아지는 또래의 여성작가들 작품 덕분에 10년만에 문학못읽는 병이 낫게된 것 같습니다

저의 쾌유를 자축하면서 내년에는 고전문학 못읽는 병도 치유해보겠나이다....?


 

📚올해의 페이지터너: #곰탕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정유정 작가보다 별점 더 드리고 싶어요

퇴마록이랑 해리포터 급의 책장 넘기는 손맛을 오랜만에 느꼈답니다ㅋㅋ


 

📚내년의 다짐


1. 알라딘 마을의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에서 언젠가 한번은 속도로 1등해보기

2. 100권 읽고 200권산 내가 바로 알라딘 호구지만 / 그리하여 🎉영예로운 서재의 달인🎉으로 등극했으므로 / 좋긴한 데... 집에 책둘곳이 없어.. 내년에는 70권만 사겠다고/ 선물받은 독서노트에 적으면서 / 올해는 이미 망했고, 내년에는 70권만 사야하니까 지금 더!!사두자 / 장바구니 비우러 들어왔다가 / 서재에 글쓰고 있는 나님의 모순........ 실화냐??????

-> 정리하면 70권만 사기!

3. 고전문학 10권 읽기..... (!! //. 이제 문학 좀 아는 사람이 될거다)

4. 올해 영.달 됐는데, 블로그에 표장?훈장? 달린거 꽤 간지난다🥳 2019에도 달고 싶다🥺



📚 남기고싶은말

올해 함께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독후감 쓰기 시작한 게 올해 제일 잘한 일 같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년에도 함께 읽어주실거죠?

제가 비록 많이 게으르지만.... 누워서 전자책으로보고, 쇼파에서 늘어져 스마트폰으로라도 독후감 꼭 쓸게요.. 그리고 내년에도 건강하게 잘 읽기 위해 지금 스마트폰을 하있는 당신(!) 잠시 천장을 보고 목 스트레칭을 합니다 (올해 목을 잃을 뻔 했던 1)


 

 

,사진은 독후감 쓰고 싶었는데.......... 너무 좋아서........ (왜 너무 좋은 건 쓸 수가 없는 걸까.. 내 독후감의 미스테리) 미루다 결국 못쓴 책들.. 뭐 언젠간 쓰겠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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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8-12-29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이상한 정상 가족>을 읽어야 겠네요. ㅎㅎ

공쟝쟝 2018-12-30 00:02   좋아요 0 | URL
이렇게 한 분을 영업하다니~ 제가 문대통령보다 낫습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8-12-30 12:23   좋아요 1 | URL
<이상한 정상 가족>추천을 많이해서 사놓고 뚜껑도 안 땄는데 이참에? ㅎㅎ

카알벨루치 2018-12-30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제가 포기할께요 최은영 나보다 더 마니아셔 나도 몇권 사서 돌렸는데 정작 책은 집에 없다는 ㅜㅜ 제가 최은영을 포기할께요 엉엉엉~ 이건 뭔 시츄에이션 아침부터 ~!굿모닝

공쟝쟝 2018-12-30 16:45   좋아요 1 | URL
포기하지마세요~ 사랑은 나눌수록 커져요~~엉엉얼 ㅠㅠ

syo 2018-12-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에는 쟝쟝님의 글 속에 들어있는 재기와 위트를 열심히 훔쳤습니다. 도둑질은 2019에도 계속 이어지겠지요 ㅎㅎㅎㅎ 공 떼고 쟝쟝님 되신 것 축하드리구요. 내년에도 흥하소서!!

카알벨루치 2018-12-30 12:23   좋아요 1 | URL
바뀌면 바뀌었다고 이야기 안해서 추측했는데 내 추측이 맞아서 다행이다는. 공만 빠진 쟝쟝 ㅎㅎ

공쟝쟝 2018-12-30 16:49   좋아요 0 | URL
뭐랄까 전혀 웃기려 노력하지 않는데 그래서 음미할수록 웃긴 쇼님의 문체를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내년에도 잘부탁드려요!

공쟝쟝 2018-12-30 16:50   좋아요 0 | URL
벨루치님 그렇습니다~~~ 그리구 우리 신입 영달이니까 내년에도 함께 달인되기로 해요 ㅋㅋ

짜라투스트라 2018-12-30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2018-12-30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목스트레칭 했어요.ㅋㅋ
쟝쟝님 글 읽는 재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내년에도 건강하게 즐겁게 독서를 즐기자구요. 우리^^

공쟝쟝 2018-12-30 16:52   좋아요 1 | URL
함께 책읽자는 말이 어찌나 마음을 덥혀주는지~ 엄청난 한파지만 훈훈한 마음 받고 두배 더 드립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연말마무리 잘하세요~~>.<

얄라알라북사랑 2018-12-30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님께서 이 글 보시면 엄청 반가워하시겠어요

공쟝쟝 2018-12-30 16:53   좋아요 1 | URL
보실리 없겠지만 보시면 성공한 덕후가 되는 건가요? (그리고 이 글은 알라딘과 문학동네가 더 반가워했다는 후문..)

서니데이 2018-12-31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책 소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입니다.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그리고 좋은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18-12-31 21:4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올해도 매일매일 따뜻한 안부페이퍼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1.


사람들은 웃겠지. 그러나 정작 본인은 웃을 없다. 

나는 사회과학 서적 읽는 병을 10 앓고 있었다... 도저히 문학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자기개발서는 싫어했지만 소설보단 차라리 자기개발서를 수월하게 읽던 시절이었다.

태백산맥, 천명관의 고래와 박민규의 소설 빼고 스스로 찾아서 읽은 소설은 이었다. 








장강명의
표백. 
이유는 -?!? 청춘들의 자살 소재라서. , 이유 조차 사회과학스럽지 않은가. 
절대적 독서량이 많지 않았지만, 시대를 풍미한 비문학은 대체로 읽었던 것같다
88만원세대, 4천원 인생, 정의란 무엇인가,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 부터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까지. 









간절히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이명박그네 시절이었으니까ㅡ라고 핑계대기 전에 지금에와  시기 내가 어떤 인간이었을까를 생각하면 ... 별로였다. 으으.
세계는 설명되어야 했고, 이해되어야 했고, 불합리와 부조리는 해결되어야 했다. 선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낙관했다. 인간은 바뀌고 사회는 발전한다. 나쁜 놈들을 사회·정치적으로 고립시키면 우리들의 해방은 자연스레온다
강하고 단단하고 분명한 사람이고 싶었다. 단순해서 뜨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았다.

2.

이상했다.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록, 기준이 높아질 수록 - 자꾸 눈물이 났다. 일종의 자기분열이었지 싶다. 
“나는/그 사람은/우리는 ‘왜’ 그럴까?”
이유를 알 수 없으면 답답했다. 노력해도 이해되지 않으면 미웠다. 이해하기위해 너무 많이 노력했으니까. 
노력해도 안되는 지점들이 생겨날 때면 머리가 혼란하고 마음이 아팠다. 아프기 싫어 마음의 어떤 부분을 딱딱하게 응고 시켰다. 딱딱해지는 편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때, 누군가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이며 설명할 없는 것들을 때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발버둥치면서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까. 원래 사람은 무언가가 너무 중요하면 남의 말은 잘 안듣는 것 같다. '조금은 힘빼고 살아~'류의 말들을 당장 배고프다고  숟갈이라도 떠먹으면 와장창 깨질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견고한 것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깨질 수는 없었으므로 작은 충격도 받고 싶어하지 않던 내가 생각난다. 우는 것도 심리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퍼석퍼석. 이 악물고 눈물을 참던 시기가 지나갔다. 어느 순간 울지 않기 위해 강해지자!! 라는 다짐도  이상 못하겠더라. 눈물이 메말랐다고나 할까. 힘이 안났다. 눈물을 안참으니까되려  울게 되었고, 난 못돼(?)졌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평이 공허하게 들렸고, ‘내가 대안이 되겠다 패기도 사라졌다. 구조 보다 인간 자체가 문제고,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문제고, 곁에 있는 사람이 문제이며, 결국에는 내가 문제다자신과 세상에 대해 비관하던 시점. 싸늘하게 냉소하던 나. 
책을 더는 읽고 싶지 않았다. 이해하기를 멈추었다.
돌이켜보면 그 상태가 우울증 인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차오를 때보다 눈물이 메마른 시간들을 더 무채색으로 기억한다. 아니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그때의 황폐한 나는 건너뛰기로 하자.

다행이도 부서지지 않았고. 
읽기를 포함해서 많은 것을 그만두었다. 
대부분의 것들을 버리고, 그만두고 난 뒤에야 무채색의 시간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가 읽는 것이 그를 구성한다는 어떤 작가의 말은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서른. 다시 조금씩 읽기를 시작했다. 
내안에서 무언가가 분명히 바뀌어 있었다. 계급과 정치공학, 선동의 언어로 주를 이루던 책들이 더는 당기지 않았다. 나 자신 또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성마른 존재에서, 흐물흐물하고 축축한 존재로.

3.지금의 나.

낙관은 사라졌고 관계는 아주 조금만 남겼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눈물을 덜 흘리는 (그래도 절대적 눈물 양은 많음) 비관주의자가 되어, 세계를 대한다.
뜨겁진 않지만 따뜻해지려고 노력한다. 아직 온기가 부족하지만, 부족한 멋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변했다. 실은 많은 게 변한 것 같은 데, 특히 독서분야가 그렇다. 
정치, 경제, 역사, 사회와 관련된 책들을 덮고,심리학, 정신분석에서 페미니즘(여기까지도 비문학계열....) 거쳐... 요즘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가/벼/운 에/세/이도 읽는다!!!!!!!! 






















비문학 ‘만’ 읽는 병에서 탈.출.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언젠간 '시'도 제대로 읽을 있겠지??  생각을 하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4.2018년.

한해 동안 지난 10년간 읽지 않았던 10 치의 소설을 읽었다. (정확히는 읽을 있어졌다.)
분열을 매만질 수 있게 되었다.언제나 상황을 분석ㆍ평가하는  조금 씩 낫게된 것 같다. 모르는 것을 몰라도 된다  받아들였다내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다는 진실이 그 안에 있더라. 그걸 인정하기 싫어 했으니 소설을 읽지 못했던 거고. 










소설은 보여주었다. 짜여지지도 않은 그물(세계)에서 엉켜 펄떡이는 물고기(인간)들을. --사회과학 책들은 우리가 실험을 위해 샘플을 채취하듯(추상화), 정교하게 설계된 진실들의 반영인지도 몰랐다현실처럼 꾸며놓은 바다 같은 수조  평균적 물고기들 이라고나 할까. 있는 관계들만으로도 너무 복잡했던 20대의 난, 인물을 따라가는 것보다 설명을 따라가는 독서가 덜 버거웠던 것일수도 있겠다-- 소설 속에서 현실에 있다면 상대하기 싫었을 인물을 만나고 읽음으로써 그들을 끝까지 견디고, “옮긴이의 조차 나는 그녀를 모른다 고백들을 보며, 노력해도 모른다면 ‘인정’해야 된다는 걸. 그것들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걸 거듭 확인해온 느낌이다.

대체로 내가 올해 만난 문학은 소설이었고 특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사회과학 처럼 선명한 답과 방법은 없었지만, 재밌다/없다로 표현할 없을 만큼- 많은 생각꺼리를 안게 되었다. 
쌓는 독서가 있고 허무는 독서가 있다고들 한다. 소설 읽기는 허무는 류의 독서였다. 책을 덮고 난 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적어두는 것이 재밌었다. 사회과학 서적만 읽던 시절에 비하면 나는 말랑말랑해졌다고 봐도 좋겠다. 그게 2018 소설 읽기의 가장 큰 성과다.

사회과학 서적에 비해 소설은 싸다.소설이 싸다는 죽어가는 출판시장에서 그나마 팔린다는 거다. 팔린다는 것은 누군가는 여전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고, 보이지 않게 소설을 읽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겠지? 
세상에 문학 있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들이 삭막하고 딱딱한 세상에서 어디 군데 쯤은 말랑말랑하게 지켜내고 있겠거니 추측하면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올해의 독서 경험을 발판 삼아 내년엔 좀 더 괜찮은 독자가, 덜 편협한 독서가가 되고 싶다. 

*
노파심에 붙이기,  문학에 대한 찬사는 사회과학에 대한 비아냥 처럼 보일지도. 
오해 없길 바란다. 10년만에 문학을 읽을 있게 되었다!! 것이 포인트나는 여전히 문학보다 사회과학을 많이 읽고 즐겨 읽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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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12 0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감동적이다..... 분명히 저하고는 많이 다른데도 이거 제 이야기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이러면서 괜히 문대고 싶은, 어쩐지 감동적인 글이네요....

공쟝쟝 2018-12-12 11:27   좋아요 0 | URL
감동해주시다니.. 언제나 폭넓은 독서목록들로 책읽기 뽐뿌를 주신 스요님께도 연말을 맞이하여 감사의 마음을...( 관변단체 연하장같은 댓글이네요 쩝 ㅋㅋ)

잠자냥 2018-12-12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소설을 읽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특히 한국소설 ㅎㅎ 그때는 저도 거의 사회과학 인문과학 책만 읽었죠. 그런데 서른 지나서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더니 이젠 거의 소설만 읽네요. ㅎㅎ 요즘엔 아주 잘 쓴 문학이 몇 권의 사회과학 인문과학 서적 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암튼 10년 만에 문학을 읽을 수 있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공쟝쟝 2018-12-12 11: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아니!! 여기서 이렇게 설.읽.못 을 만나게 되는 군요.. 역시 서른 넘어야 소설을 읽게 되는 건가요 ㅠㅠ 그런데 전 아직 고전은 못읽겠어요 쥬륵...

2018-12-12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이지 소설만 주구장창 읽다가 편협한 독서에 벗어나보고자 몇 년 전부터 사회과학과 인문학으로도 조금씩 넓혀가려고 노력중이네요.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어느 지점에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면 짜릿하고 뿌듯하기도 하구요. ^^
독서를 통해 그런 충만한 느낌을 자주 느끼고 싶어서라도 앞으로도 열심히 고루고루 읽으려구요. :)
우리 내년에도 으쌰으쌰합시다! ^^

공쟝쟝 2018-12-12 11:32   좋아요 0 | URL
지구는 둥그니까~ 이렇게 읽어가다 보면 만나겠지요^.^ 저도 내년에는 더 골고루 읽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볼게요! 해목님과 함께 으쌰으쌰 읽기!! 화이팅~

비로그인 2018-12-12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동...
저는 소설만 읽는 인간형이었지만, 쟝쟝님의 저 고민들은 왠지 저와도 닿아 있는듯해서 너무 와닿네요...
오늘도 비슷한 고민과 대화와 방황을 했던 터라 더 그런가봐요.
내 안의 칼을 버려야 세상을 제대로 마주할 텐데... 성찰하고 갑니다.
고마워요, 이런 글-

공쟝쟝 2018-12-13 13:04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생겨나는 변화는. 사실 저만 아는 변화잖아요. 근데 그래도 적어두고 싶었어요. 쪼오끔은 성장한거 같아서 ~ (뿌듯)~ 소설을 조금 힘들어하는 저는 소설을 잘 읽는 말랑말랑한 사람들의 마음 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도 읽고 써나가요. 저도 고맙습니다 ^

블랙겟타 2018-12-1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병을 지금도(!) 앓고 있습니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사회과학서적만 죽도록(?)파니까
사실 문학쪽은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더라구요.
정말 간간히 소설을 읽긴하지만 제가 읽는 비율로 따지자면.. 9:1 아아니.. 9.5:0.5 정도? 로 너무 편향적으로 읽고 있어요.
문학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이 장점인건 알고 있지만서도... ㅜㅜ
그리고 올핸 책을 너무 안 읽기도 했었네요..
저도 내년엔 좀더 편협한 독서를 탈피해서 다양하게 읽어보려구요.
그러는 의미로 쟝쟝님을 응원합니다. ^^

공쟝쟝 2018-12-13 18:00   좋아요 1 | URL
의외로 저와 같은 증상을 앓는 분들이 있군요 ㅋㅋㅋ 겟타님~ 저도 내년에는 더 넓히려고요 ㅋ 같이 읽어나가요!

hye_mail_ 2019-05-3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이야기가 아닌가- 하면서 읽었습니다. 비슷한 분을 만난 기쁨과 어떤 위로 같은 감정이 제 안에 일어나네요~ 덜 편협한 독서가의 길, 응원합니다. ^^

공쟝쟝 2019-05-31 18:45   좋아요 0 | URL
따뜻한 감응의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다시 이글을 읽으며 올해가 반절지났는데 소설을 또 안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버렸다지요 ^.^ 응원에 힘입어 오늘치 소설에 도전하려구용 😝

물고기 2019-08-08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동적인 글이네요. 혹시 알라딘 서재 이외에 책 리뷰/평가 하는 채널이 있으시다면 알고 싶어요. 왓챠나 인스타 기타 등등.

공쟝쟝 2019-08-08 16:27   좋아요 0 | URL
게을러서 자주는 못 올리지만 책읽고 난 뒤에는 알라딘(북플) 서재에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진 찍어 올리는 용으로 북스타그램을 하기도 해요! 아이디는 jyang0202 랍니다 :) 친구친구 해요!

반유행열반인 2019-11-07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고 저도 공감...특히 과거에 사회과학서 병...지금은 소설 독서가 팔할...

공쟝쟝 2019-11-07 08:21   좋아요 1 | URL
열반님 댓글 보려고 이 글 왔는데 올해의 저는 에세이의 대왕이네요 ....ㅋㅋ 사회과학 서적 페미니즘 책 빼곤 거의 없어서 놀랏어요. 인간은 진보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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