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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읽었던 책은 위근우 작가의 책. 뭐 구태여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 선명하고 때로는 사이다 같은 문장들로 맞는 말 대잔치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이었다. 정확한 언어들에 신나서 열심히 플래그 붙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지? 이 책 페미니즘인데 왜 이렇게 시원하기만 하지? 이물감이 없지?

그러면서 들었던 질문 또 하나.
시스젠더 남자 사람이 여성주의를 읽거나 공부하는 기분은 뭘까. 자책? 죄책감? 서늘함? 혹은 지적 호기심? 자기부정? 답답함?

무튼, 위근우씨 글을 읽으면서 나는 매우 즐거웠는 데, 즐겁기만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굳이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남자가 쓴 페미니즘적 비평은 달랐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술술 읽히고, 말이 착착 붙고, 아오, 누가 저 개소리 하면 나중에는 저 문장으로 패줘야지!! 하게 되었다능..

“(미투의 정치학) p.31
언어는 언제나 현실이 한참 지난 후에 당도한다. 그 간격은 몇 년일 수도 몇백 년 일수도 있다. 언어가 늦을수록 우리는 고통 받는다. 적어도 여성주의, 여성운동에는 조롱의 대상으로서 ‘강단 페미’가 있을 수 없다. 여성주의는 이론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다. 지배 언어와의 불일치가 몸의 통증과 폭력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에게 말과 실천이 어떻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읽었던 여성주의 텍스트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쓰고 한 말들이었다. 내가 여성주의 텍스트를 읽을 때 느끼는 기분이란,,,
대환장, 열불, 딥빡🔥🔥
본질 적으로는 아픔. 통증...?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겁내 힘들다. 아오, 속시원해!!! 하는 느낌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 마음이 먹구름 낀듯 꾸물텅꾸물텅 해진다. 다른 책들을 읽을 때 처럼 머리가 먼저 반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깊은 한숨, 입술을 깨물거나, 갑상선 쪽이 당기거나, 소름이 쫙 끼칠 때도 있고, 눈물(콧물)이 먼저 쏟아질 때도 있고... 가슴이 먹먹해서 실제로 두드릴 때도 있고...... 때때로 너무 텍스트에 몰입하지 않기 위해 애써서 거리두기를 노력해야할 만큼, 정말 ‘몸으로 읽는다’는 표현이 맞다.

정확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평생 문맹이었던 사람이 수년간 읽지 못해 밀쳐둔 헤어진 연인의 긴 연서를 읽는 느낌이랄까.

페미니즘 독서는 여타의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알았다!!!’ 지적 쾌감과는 조금 다르다.... 아픈지 몰랐는 데, 거길 누르니 내가 아프단 걸 알겠어.. 하는 뭉친 근육 안마 쾌감..ㅋㅋ

아픈거 이제 알겠어 증상(?)은 페미니즘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욱더 심각해져서 요즘은 여성이 쓰거나 만든 여성서사(영화 벌새, 프란시스하 등등)작품이나, 하다못해 그저 몸을 움직이는 그냥 체육(?) 에세이(아무튼 피트니스, 마녀체력)일 때도 눈물이 막 쏟아진다....

“(아무튼피트니스) p.126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내 몸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에너지 같은 건 생성되지 않는다.
p. 133~5
또 하나, 다른 세계를 알게된 기분이 묘하다. 나는 몸을 혐오했다. ....나는 이제 내 몸을 혐오하지 않는다. 아쉽고 모자라도 내 몸이 나와 동행할 나의 일부라는 것, 남하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활력이 있으면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몸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체, 저 문장이 뭐라고. 뭐라고!!!
나는 눈물이 나느냔 말이다....진지하게 우울증 의심할 뻔했으나.... 아주 건강한 감정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일하는 마음) p. 35
그러니까 어떤 여성들은 불운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죽어서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어 소비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 ‘너네 넷이서 여사 하나를 못 당하느냐’는 말을 상무에게 들었다며 그 넷 중 하나가 내게 칭찬이랍시고 전하고선 머쓱히 웃던 장면도.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아무렇지 않음’상자에 처박아 놓았던 무수한 장면들이 있었다. 화가 나고 불쾌해질 때면 왜 난 ‘쿨하지 못하게’이런 일에 마음이 상할까 자책했던 순간들이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지 알 수 가 없어서 ‘아무렇지 않음’상자에 처박아 뒀던 순간들이 패미니즘을 통해 제 언어를 갖고 해석되면서 상처인 줄도 몰랐던 상처들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상처에 걸맞는 몸의 반응들이 뒤늦게야 오는 가보다. 어쩌면 내가 나를 다독이는 눈물 일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다시 바라봐달라는...... ?

근데 이게........ 쉽지가 않다. 상자에 처박아뒀던 오래전의 낡은 기억과 마음들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 무슨 고구마 줄기처럼 마구마구 엮여 올라온다... 헤롱🤪🤪

이를테면
“(미투의 정치학) p.23
사회가 여성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허락했는가 아닌가 혹은 여성이 그것을 쟁취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행사하지 않았을 때 보다 더 큰 피해(해고나 사회적 ‘매장’)가 기다린 다면 누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겠는가.”

누구는 그냥 머리로 이해할 이 문장을 읽으며 난,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든다. 그 때 그 새끼가 나를 만졌을 때, 왜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 지/ 혹은 그 때 그 후배에게 폭로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조심스레 물었을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겠어서 그 질문 한 것 자체를 미안하다고 지금도 백번 사과해보고 싶은거라든 지 / 그가 어떤 인간인 지 잘 알면서도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공론화하지 않았기에 계속 좋은 인간인 척 하는 모습을 역겨워하면서도 인간은 참 다면적이야.. 정도로 모든 인간을 퉁쳐서 범주화 했던 어떤 시간들이라든지. (거칠게 세가지 사건을 적었는 데 모두 다른 사건이며, 세가지 사건을 적으며 연쇄적으로 삼십가지 사건이 떠올라서......... 글쓰다가 짜증남)
.

.........

언어가 생겼다.
그리고 상처도 추가되었다.
여전히 빨간 그 상처는 아프다.
그런데 알아서 다행이다.
이제라도 약발라 주면 되니까.

그랬구나, 아 그랬었구나.
그 때 나의 마음은 그런 거였는 데,
왜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여튼 요즘 자주 하는 말인데, 요즘에 태어난 여자라서 다행이다. 여성서사를 몸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좀 힘들고 피곤하지만 사뭇 다른 독서/영화 체험. 마니 읽고 보고 느끼고 울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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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8 0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글 참 좋으네요 쟝쟝님. 그리고 모든면에서 모든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공쟝쟝 2019-10-18 08:01   좋아요 0 | URL
글쓰고 잤는 데 꿈속에서 내내 누구한테 이제와서 옛날거까지 화내는 꿈 꿨어요:: ㅋㅋㅋ 에너지 소모 극심..zz!! 한주 마무리 잘하세용ㅋ 랑방님😍
 

📚총평 :

일단 오늘까지는 98권을 읽었다. 내일까지 페미사이드를 끝내고, 모레에도 한권 끝내면! 왠지 100권 달성하고 한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니까 무슨 100권 읽기 목표 세운 거 같지만, 그냥 읽다보니 백권이 된거다. 나도 신기. 세상에서 가장 돈 안드는데 뿌듯하기로는 독서만한 게 없는 듯. 🤔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던 한 해.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는 편이지만, 읽고 난 뒤에 한동안은 휴독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생각이 들어온다기 보다는 감정이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에 몸까지 지치는 것으로 추측. (비슷한 이유로 영화는 일주일에 한편 정도가 적당한 듯. 여름에 매일 하나씩 봐봤는 데.. 멀미나더라...)

 

출퇴근을 버스로 하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지하철보다 버스에서 책이 더 잘읽힌다는. 가벼운 사회과학서적이 가독성이 제일 좋았다.

 

 

📚2018년 올해의 책 : #이상한정상가족 ★★★★★★★👍👍👍














(를 포함 한국사회)에게 가족과 혈연이라는 거대한 억압(ㅋㅋㅋ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벗어나고 싶으며, 그래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은)의 실체를 낱낱히 분석해주며, 방향까지 제시하는 이 차갑고 따뜻한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기왕이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문통이 추천했으니, 굳이 내가 보탤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안읽으신 분들!! 좋은 양서이니 꼭 읽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올해의 작가 : 작년엔 정희진 샘이었는 데, 나온 책 전체를 다 사버린..!!ㅋㅋ#신형철 님께 

올해 최애 작가상을 드립니다. (사실 제가 상드릴 처지는 아니지만, 이래뵈도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 되었으니 받아주세요.) 솔직히 나만 알고 있는 저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반기 신간이 발표되며 너무 널리 알려지셔서 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올해의 가장 두꺼운 (벽돌): 백래시~가 아니라 #민중의세계사













896페이지로~ 집에서 제일 두껍길래 작년부터 독서력을 높여보고자 읽었는데, 한해를 넘기고도 봄이 와서야 겨우 끝냈음. 중세까지 재밌었는데, 소비에트 혁명부터는 너무 작가 마음(?)대로 해석해버리는 듯 해 불만이 좀 있었으나, 뭐 나도 아는 게 있어야지. 입 쭉 내밀고 다 읽어냄.

읽고 나니 우리 집에 있는 책 중에 2번째로 두꺼운 책이 되었다. 동거인과 살림을 합치면서 1203페이지짜리 책이 생겼기 때문.. 내년엔 그 첫 번째인 세계철학사 읽어볼까? 잠깐 생각했다가......... 아니야...철학은.. 절레절레..

 


📚아쉬움이 남는 책 : #멀고도가까운














여름 무렵, 엄마 아프고 나도 아프면서 묘하게 책속 솔닛의 경험과 겹쳐지고, 감정이입 깊게 하면서 슬픈-용기를 직면하게 해준 책인데.... 그래서 무지 천천히 읽다가... 

가을이 지나면서 나는 다행이 덜 아파졌고- 그 이후로 다시 펼쳐들려고 몇 번 시도 했는데.. 올여름에 힘들던 마음이 생각나서 못읽겠다.....ㅠㅠ

 


📚가장 기억에 남는 책 : #사랑한다면왜














"제대로 사랑하기위해 '요구'해 본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지 못했던 단호한 물음이 일상을 흔들었다

막연히 마음먹고 있던 중요한 선택을 중단하고, 보류하게 되는 데 일조한 책.

 

 

📚올해의 소설 : #내게무해한사람













축하합니다! 작년에 이어 최은영님 2연패 달성~!!

제가 정말 팬입니다.. 사랑합니다...ㅜㅜ 3번 읽고, 일곱권 더 사서 실친들에게 돌렸어요.. 제가 드린 인세로 아메리카노라도 한잔 사드세요. 꼭이요..(왜 나 작가님한테 편지쓰고 있지?)

 


📚올해의 에세이 : #사랑은사치일까














결혼 중단 시키고 읽었다!! 우하하!! 정말 사랑이 너무 어려워서, 책에서 혹시 사치라고 하면.. 

쿨하게 다 포기하려고..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벨훅스를 만나서 고마웠던 한 해였네.

누가 페미니즘을 사랑이 부족한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이야기하는가??!!

아니, 이 사랑이 부족한 지구에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제대로 사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이 바로 페미니스트다!!!!

 


📚올해의 분야 : #2010년대이후한국소설 !! 세보진 않았지만 꽤 많이 읽은 것 같으니까요. 마구마구 쏟아지는 또래의 여성작가들 작품 덕분에 10년만에 문학못읽는 병이 낫게된 것 같습니다

저의 쾌유를 자축하면서 내년에는 고전문학 못읽는 병도 치유해보겠나이다....?


 

📚올해의 페이지터너: #곰탕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정유정 작가보다 별점 더 드리고 싶어요

퇴마록이랑 해리포터 급의 책장 넘기는 손맛을 오랜만에 느꼈답니다ㅋㅋ


 

📚내년의 다짐


1. 알라딘 마을의 페미니즘 벽돌책 뿌수기에서 언젠가 한번은 속도로 1등해보기

2. 100권 읽고 200권산 내가 바로 알라딘 호구지만 / 그리하여 🎉영예로운 서재의 달인🎉으로 등극했으므로 / 좋긴한 데... 집에 책둘곳이 없어.. 내년에는 70권만 사겠다고/ 선물받은 독서노트에 적으면서 / 올해는 이미 망했고, 내년에는 70권만 사야하니까 지금 더!!사두자 / 장바구니 비우러 들어왔다가 / 서재에 글쓰고 있는 나님의 모순........ 실화냐??????

-> 정리하면 70권만 사기!

3. 고전문학 10권 읽기..... (!! //. 이제 문학 좀 아는 사람이 될거다)

4. 올해 영.달 됐는데, 블로그에 표장?훈장? 달린거 꽤 간지난다🥳 2019에도 달고 싶다🥺



📚 남기고싶은말

올해 함께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독후감 쓰기 시작한 게 올해 제일 잘한 일 같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년에도 함께 읽어주실거죠?

제가 비록 많이 게으르지만.... 누워서 전자책으로보고, 쇼파에서 늘어져 스마트폰으로라도 독후감 꼭 쓸게요.. 그리고 내년에도 건강하게 잘 읽기 위해 지금 스마트폰을 하있는 당신(!) 잠시 천장을 보고 목 스트레칭을 합니다 (올해 목을 잃을 뻔 했던 1)


 

 

,사진은 독후감 쓰고 싶었는데.......... 너무 좋아서........ (왜 너무 좋은 건 쓸 수가 없는 걸까.. 내 독후감의 미스테리) 미루다 결국 못쓴 책들.. 뭐 언젠간 쓰겠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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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8-12-29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이상한 정상 가족>을 읽어야 겠네요. ㅎㅎ

공쟝쟝 2018-12-30 00:02   좋아요 0 | URL
이렇게 한 분을 영업하다니~ 제가 문대통령보다 낫습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8-12-30 12:23   좋아요 1 | URL
<이상한 정상 가족>추천을 많이해서 사놓고 뚜껑도 안 땄는데 이참에? ㅎㅎ

카알벨루치 2018-12-30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제가 포기할께요 최은영 나보다 더 마니아셔 나도 몇권 사서 돌렸는데 정작 책은 집에 없다는 ㅜㅜ 제가 최은영을 포기할께요 엉엉엉~ 이건 뭔 시츄에이션 아침부터 ~!굿모닝

공쟝쟝 2018-12-30 16:45   좋아요 1 | URL
포기하지마세요~ 사랑은 나눌수록 커져요~~엉엉얼 ㅠㅠ

syo 2018-12-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에는 쟝쟝님의 글 속에 들어있는 재기와 위트를 열심히 훔쳤습니다. 도둑질은 2019에도 계속 이어지겠지요 ㅎㅎㅎㅎ 공 떼고 쟝쟝님 되신 것 축하드리구요. 내년에도 흥하소서!!

카알벨루치 2018-12-30 12:23   좋아요 1 | URL
바뀌면 바뀌었다고 이야기 안해서 추측했는데 내 추측이 맞아서 다행이다는. 공만 빠진 쟝쟝 ㅎㅎ

공쟝쟝 2018-12-30 16:49   좋아요 0 | URL
뭐랄까 전혀 웃기려 노력하지 않는데 그래서 음미할수록 웃긴 쇼님의 문체를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내년에도 잘부탁드려요!

공쟝쟝 2018-12-30 16:50   좋아요 0 | URL
벨루치님 그렇습니다~~~ 그리구 우리 신입 영달이니까 내년에도 함께 달인되기로 해요 ㅋㅋ

짜라투스트라 2018-12-30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설해목 2018-12-30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목스트레칭 했어요.ㅋㅋ
쟝쟝님 글 읽는 재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내년에도 건강하게 즐겁게 독서를 즐기자구요. 우리^^

공쟝쟝 2018-12-30 16:52   좋아요 1 | URL
함께 책읽자는 말이 어찌나 마음을 덥혀주는지~ 엄청난 한파지만 훈훈한 마음 받고 두배 더 드립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연말마무리 잘하세요~~>.<

얄라알라북사랑 2018-12-30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님께서 이 글 보시면 엄청 반가워하시겠어요

공쟝쟝 2018-12-30 16:53   좋아요 1 | URL
보실리 없겠지만 보시면 성공한 덕후가 되는 건가요? (그리고 이 글은 알라딘과 문학동네가 더 반가워했다는 후문..)

서니데이 2018-12-31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책 소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입니다.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그리고 좋은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18-12-31 21:4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올해도 매일매일 따뜻한 안부페이퍼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1.


사람들은 웃겠지. 그러나 정작 본인은 웃을 없다. 

나는 사회과학 서적 읽는 병을 10 앓고 있었다... 도저히 문학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자기개발서는 싫어했지만 소설보단 차라리 자기개발서를 수월하게 읽던 시절이었다.

태백산맥, 천명관의 고래와 박민규의 소설 빼고 스스로 찾아서 읽은 소설은 이었다. 








장강명의
표백. 
이유는 -?!? 청춘들의 자살 소재라서. , 이유 조차 사회과학스럽지 않은가. 
절대적 독서량이 많지 않았지만, 시대를 풍미한 비문학은 대체로 읽었던 것같다
88만원세대, 4천원 인생, 정의란 무엇인가,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 부터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까지. 









간절히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이명박그네 시절이었으니까ㅡ라고 핑계대기 전에 지금에와  시기 내가 어떤 인간이었을까를 생각하면 ... 별로였다. 으으.
세계는 설명되어야 했고, 이해되어야 했고, 불합리와 부조리는 해결되어야 했다. 선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낙관했다. 인간은 바뀌고 사회는 발전한다. 나쁜 놈들을 사회·정치적으로 고립시키면 우리들의 해방은 자연스레온다
강하고 단단하고 분명한 사람이고 싶었다. 단순해서 뜨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았다.

2.

이상했다.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록, 기준이 높아질 수록 - 자꾸 눈물이 났다. 일종의 자기분열이었지 싶다. 
“나는/그 사람은/우리는 ‘왜’ 그럴까?”
이유를 알 수 없으면 답답했다. 노력해도 이해되지 않으면 미웠다. 이해하기위해 너무 많이 노력했으니까. 
노력해도 안되는 지점들이 생겨날 때면 머리가 혼란하고 마음이 아팠다. 아프기 싫어 마음의 어떤 부분을 딱딱하게 응고 시켰다. 딱딱해지는 편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때, 누군가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이며 설명할 없는 것들을 때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발버둥치면서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까. 원래 사람은 무언가가 너무 중요하면 남의 말은 잘 안듣는 것 같다. '조금은 힘빼고 살아~'류의 말들을 당장 배고프다고  숟갈이라도 떠먹으면 와장창 깨질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견고한 것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깨질 수는 없었으므로 작은 충격도 받고 싶어하지 않던 내가 생각난다. 우는 것도 심리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퍼석퍼석. 이 악물고 눈물을 참던 시기가 지나갔다. 어느 순간 울지 않기 위해 강해지자!! 라는 다짐도  이상 못하겠더라. 눈물이 메말랐다고나 할까. 힘이 안났다. 눈물을 안참으니까되려  울게 되었고, 난 못돼(?)졌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평이 공허하게 들렸고, ‘내가 대안이 되겠다 패기도 사라졌다. 구조 보다 인간 자체가 문제고,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문제고, 곁에 있는 사람이 문제이며, 결국에는 내가 문제다자신과 세상에 대해 비관하던 시점. 싸늘하게 냉소하던 나. 
책을 더는 읽고 싶지 않았다. 이해하기를 멈추었다.
돌이켜보면 그 상태가 우울증 인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차오를 때보다 눈물이 메마른 시간들을 더 무채색으로 기억한다. 아니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그때의 황폐한 나는 건너뛰기로 하자.

다행이도 부서지지 않았고. 
읽기를 포함해서 많은 것을 그만두었다. 
대부분의 것들을 버리고, 그만두고 난 뒤에야 무채색의 시간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가 읽는 것이 그를 구성한다는 어떤 작가의 말은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서른. 다시 조금씩 읽기를 시작했다. 
내안에서 무언가가 분명히 바뀌어 있었다. 계급과 정치공학, 선동의 언어로 주를 이루던 책들이 더는 당기지 않았다. 나 자신 또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성마른 존재에서, 흐물흐물하고 축축한 존재로.

3.지금의 나.

낙관은 사라졌고 관계는 아주 조금만 남겼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눈물을 덜 흘리는 (그래도 절대적 눈물 양은 많음) 비관주의자가 되어, 세계를 대한다.
뜨겁진 않지만 따뜻해지려고 노력한다. 아직 온기가 부족하지만, 부족한 멋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변했다. 실은 많은 게 변한 것 같은 데, 특히 독서분야가 그렇다. 
정치, 경제, 역사, 사회와 관련된 책들을 덮고,심리학, 정신분석에서 페미니즘(여기까지도 비문학계열....) 거쳐... 요즘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가/벼/운 에/세/이도 읽는다!!!!!!!! 






















비문학 ‘만’ 읽는 병에서 탈.출.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언젠간 '시'도 제대로 읽을 있겠지??  생각을 하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4.2018년.

한해 동안 지난 10년간 읽지 않았던 10 치의 소설을 읽었다. (정확히는 읽을 있어졌다.)
분열을 매만질 수 있게 되었다.언제나 상황을 분석ㆍ평가하는  조금 씩 낫게된 것 같다. 모르는 것을 몰라도 된다  받아들였다내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다는 진실이 그 안에 있더라. 그걸 인정하기 싫어 했으니 소설을 읽지 못했던 거고. 










소설은 보여주었다. 짜여지지도 않은 그물(세계)에서 엉켜 펄떡이는 물고기(인간)들을. --사회과학 책들은 우리가 실험을 위해 샘플을 채취하듯(추상화), 정교하게 설계된 진실들의 반영인지도 몰랐다현실처럼 꾸며놓은 바다 같은 수조  평균적 물고기들 이라고나 할까. 있는 관계들만으로도 너무 복잡했던 20대의 난, 인물을 따라가는 것보다 설명을 따라가는 독서가 덜 버거웠던 것일수도 있겠다-- 소설 속에서 현실에 있다면 상대하기 싫었을 인물을 만나고 읽음으로써 그들을 끝까지 견디고, “옮긴이의 조차 나는 그녀를 모른다 고백들을 보며, 노력해도 모른다면 ‘인정’해야 된다는 걸. 그것들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걸 거듭 확인해온 느낌이다.

대체로 내가 올해 만난 문학은 소설이었고 특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사회과학 처럼 선명한 답과 방법은 없었지만, 재밌다/없다로 표현할 없을 만큼- 많은 생각꺼리를 안게 되었다. 
쌓는 독서가 있고 허무는 독서가 있다고들 한다. 소설 읽기는 허무는 류의 독서였다. 책을 덮고 난 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적어두는 것이 재밌었다. 사회과학 서적만 읽던 시절에 비하면 나는 말랑말랑해졌다고 봐도 좋겠다. 그게 2018 소설 읽기의 가장 큰 성과다.

사회과학 서적에 비해 소설은 싸다.소설이 싸다는 죽어가는 출판시장에서 그나마 팔린다는 거다. 팔린다는 것은 누군가는 여전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고, 보이지 않게 소설을 읽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겠지? 
세상에 문학 있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들이 삭막하고 딱딱한 세상에서 어디 군데 쯤은 말랑말랑하게 지켜내고 있겠거니 추측하면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올해의 독서 경험을 발판 삼아 내년엔 좀 더 괜찮은 독자가, 덜 편협한 독서가가 되고 싶다. 

*
노파심에 붙이기,  문학에 대한 찬사는 사회과학에 대한 비아냥 처럼 보일지도. 
오해 없길 바란다. 10년만에 문학을 읽을 있게 되었다!! 것이 포인트나는 여전히 문학보다 사회과학을 많이 읽고 즐겨 읽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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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12 0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감동적이다..... 분명히 저하고는 많이 다른데도 이거 제 이야기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이러면서 괜히 문대고 싶은, 어쩐지 감동적인 글이네요....

공쟝쟝 2018-12-12 11:27   좋아요 0 | URL
감동해주시다니.. 언제나 폭넓은 독서목록들로 책읽기 뽐뿌를 주신 스요님께도 연말을 맞이하여 감사의 마음을...( 관변단체 연하장같은 댓글이네요 쩝 ㅋㅋ)

잠자냥 2018-12-12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소설을 읽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특히 한국소설 ㅎㅎ 그때는 저도 거의 사회과학 인문과학 책만 읽었죠. 그런데 서른 지나서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더니 이젠 거의 소설만 읽네요. ㅎㅎ 요즘엔 아주 잘 쓴 문학이 몇 권의 사회과학 인문과학 서적 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암튼 10년 만에 문학을 읽을 수 있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공쟝쟝 2018-12-12 11: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아니!! 여기서 이렇게 설.읽.못 을 만나게 되는 군요.. 역시 서른 넘어야 소설을 읽게 되는 건가요 ㅠㅠ 그런데 전 아직 고전은 못읽겠어요 쥬륵...

설해목 2018-12-12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이지 소설만 주구장창 읽다가 편협한 독서에 벗어나보고자 몇 년 전부터 사회과학과 인문학으로도 조금씩 넓혀가려고 노력중이네요.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어느 지점에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면 짜릿하고 뿌듯하기도 하구요. ^^
독서를 통해 그런 충만한 느낌을 자주 느끼고 싶어서라도 앞으로도 열심히 고루고루 읽으려구요. :)
우리 내년에도 으쌰으쌰합시다! ^^

공쟝쟝 2018-12-12 11:32   좋아요 0 | URL
지구는 둥그니까~ 이렇게 읽어가다 보면 만나겠지요^.^ 저도 내년에는 더 골고루 읽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볼게요! 해목님과 함께 으쌰으쌰 읽기!! 화이팅~

비로그인 2018-12-12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동...
저는 소설만 읽는 인간형이었지만, 쟝쟝님의 저 고민들은 왠지 저와도 닿아 있는듯해서 너무 와닿네요...
오늘도 비슷한 고민과 대화와 방황을 했던 터라 더 그런가봐요.
내 안의 칼을 버려야 세상을 제대로 마주할 텐데... 성찰하고 갑니다.
고마워요, 이런 글-

공쟝쟝 2018-12-13 13:04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생겨나는 변화는. 사실 저만 아는 변화잖아요. 근데 그래도 적어두고 싶었어요. 쪼오끔은 성장한거 같아서 ~ (뿌듯)~ 소설을 조금 힘들어하는 저는 소설을 잘 읽는 말랑말랑한 사람들의 마음 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도 읽고 써나가요. 저도 고맙습니다 ^

블랙겟타 2018-12-1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병을 지금도(!) 앓고 있습니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사회과학서적만 죽도록(?)파니까
사실 문학쪽은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더라구요.
정말 간간히 소설을 읽긴하지만 제가 읽는 비율로 따지자면.. 9:1 아아니.. 9.5:0.5 정도? 로 너무 편향적으로 읽고 있어요.
문학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이 장점인건 알고 있지만서도... ㅜㅜ
그리고 올핸 책을 너무 안 읽기도 했었네요..
저도 내년엔 좀더 편협한 독서를 탈피해서 다양하게 읽어보려구요.
그러는 의미로 쟝쟝님을 응원합니다. ^^

공쟝쟝 2018-12-13 18:00   좋아요 1 | URL
의외로 저와 같은 증상을 앓는 분들이 있군요 ㅋㅋㅋ 겟타님~ 저도 내년에는 더 넓히려고요 ㅋ 같이 읽어나가요!

hye_mail_ 2019-05-3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이야기가 아닌가- 하면서 읽었습니다. 비슷한 분을 만난 기쁨과 어떤 위로 같은 감정이 제 안에 일어나네요~ 덜 편협한 독서가의 길, 응원합니다. ^^

공쟝쟝 2019-05-31 18:45   좋아요 0 | URL
따뜻한 감응의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다시 이글을 읽으며 올해가 반절지났는데 소설을 또 안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버렸다지요 ^.^ 응원에 힘입어 오늘치 소설에 도전하려구용 😝

물고기 2019-08-08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동적인 글이네요. 혹시 알라딘 서재 이외에 책 리뷰/평가 하는 채널이 있으시다면 알고 싶어요. 왓챠나 인스타 기타 등등.

공쟝쟝 2019-08-08 16:27   좋아요 0 | URL
게을러서 자주는 못 올리지만 책읽고 난 뒤에는 알라딘(북플) 서재에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진 찍어 올리는 용으로 북스타그램을 하기도 해요! 아이디는 jyang0202 랍니다 :) 친구친구 해요!
 


일하면서 빨간책방 비행운편을 들었다. 김애란 작가는 소설 안에서 ~다 로 끝나는 문장의 단조로움을 의도적으로 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은 항상 똑같이 ~다로 끝나는 우리 글을 오히려 시처럼 운율처럼 느낀다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제부턴가 나도 글을 쓴다. 그러고보니 ~다 라고 끝나는 문장의 끝이 지겨워서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쉽지 않다. 이 글 또한 ~다로 끝나는 걸 보면.

평론가 신형철은 집을 짓듯 문장을 쌓아 올린다고 했다. “단락의 개수를 계산(p.5)” 할 정도로 배치를 해서 시각적, 공학적 균형 까지 찾으려 한다고.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p.6)”  

그런가하면, 김상봉 선생님은 청탁받은 기고문을 쓸 때도 ‘철학자의 글은 하나의 사유로 완전’해야 한다는 자신의 준칙이 있다고 하셨다. 교열자에게 어미하나, 쉼표하나도 절대 손보지 못하게 한다며, 자신의 글은 글이 아닌 ‘사유’로서 흠결없이 완벽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그 말이 기억난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의 기행(?)처럼 느껴지기도하는 이 말들을 곱씹는다.
기껏해야 SNS에 올리는 독후감과 일기장에 끄적이는 의식의 흐름이 다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부터는 ‘글 같은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글쓰기의 대가들처럼 ‘구조적, 미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로 쓰지는 말아야겠다고.

생활인으로서 나는 읽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읽을 시간도 없는 데, 쓰는 것은 사치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꾸역꾸역 시간을 내서 쓰는 읽고 씀이 없으면, 내 삶은 오로지 ‘생존’과 ‘연명’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생계는 삶의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왜 이렇게 필요한게 많은 걸까.)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위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본격적으로’ 삶에 도입해야한다. 그러므로 생각을 적는 이 시간은 나의 존엄을 도모하는 시간.

(읽고-생각하고-쓰는)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살아있다고 느끼기 위해 쓰는 내 글도 장하다고 생각한다.

_

글에 삶을 녹일 것.
삶에 글을 입힐 것.

주말에도 못 쉬고 어제도 밤늦게까지.. 일만 하는 요즘이다.
책을 읽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내일까지 마감해야하는 작업물을 왼쪽 모니터에 켜두고,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오른쪽 모니터로 글을 쓴다.

아. 살 것 같다.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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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21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늘 고민하는데, 결국 ‘~다‘가 아닌 말은 못 찾겠더라구요.

공쟝쟝 2018-11-21 14:48   좋아요 0 | URL
‘요‘로 끝내셨답니다요.~ ^^
‘다‘를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계속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별수 없어서 항상 다~하고 말지만,
특히 일기같은건 쓰고 나면 ˝오늘은 참 즐거운 하루였다^^˝ 같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죠. 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요리하는 예술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삶의 지축을 흔드는 앎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서른의 언저리에서 물흐르듯 몇가지 결단을 하게되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구조’나 세상의 생겨먹음이 궁금했다. 세계의 모순에 집중했고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일을 하면 나의 삶은 가치있고 명료해지지 않을까. 달려왔다.

어느 날 부터인가 매일 아침을 마주하는 게 싫었고, 심리상담을 받은 후 그게 일종의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는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돌보는 것에 능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업’이라고 생각했던 활동을 정리했다. 심리학책을 많이 읽었고,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들을 응시하게 되었다.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우연치 않게 모두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 에세이였다.
내가 열심히 사는 동안 또래의 친구들도 열심히 살아갔다.
#권성민 #이랑 #박정민. 
해직 PD, 예술가, 유명하지 않은 영화배우.



아직은 ‘청춘’인 그들의 고민과 삶의 모습이 공감되었다. 
잘 살고 있었다. 나도 잘 살고 싶었다.


한 권의 서사가 될만큼의 사색을 해온 그 글들이 부러웠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고,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은 많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할 말은 별로 없었다. 많이 울고 웃고 떠들지만,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너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 하다가 다 없어져.’
화가나서 참을 수 없었지만 그 형이 싸움을 잘해서 참았다. 이 후 배우가 되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마다 그 형의 말을 되새겼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싸움은 그 형이 이긴다. 뭐가 어찌 됐든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잘한다, 최고다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그 말이 더 큰 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혹시나 일터에 후배가 있다면 아껴주길 권한다. 안그러면 그들이 오기로 당신들을 짓밟을 지도 모를 일이다. 되도록 후배들에게 경어체를 사용하고, 웬만하면 싸움도 져줘라.” 박정민, 쓸 만한 인간

“나이를 먹을 수록 이런저런 기회로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건 고스란히 빚이었다.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 어깨위로 기어올라가 그 무게만큼 나를 지그시 누르는 것 같았다. 말뿐인 녀석이 되는 것만큼 두려운 건 없었다.” 권성민, 살아갑니다

“나는 더 이상 이사를 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아침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될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 ” 이랑,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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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또래의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읽지 않던 에세이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책을 사서 다만 얼마라도 그들의 경제적 삶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잘 구축하고 있는 이들에게, 여전히 사회의 주류는 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겨우겨우 스스로의 목소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들’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른 둘 하고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이 때 쯤 해야하는 어른의 과업은 달성하지 못했다.
결혼이라던가 번듯한 직장, 차..
20대 내내 꿨던 꿈도 이루지 못했다.

아니, 꿈이 변했다.
세상에 맞게 꿈을 축소시켰나?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고 있는 데- 내가 가진 세계에 대한 이상은 그대로이나,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 곧, 내 ‘일’의 형태가 조금 구체화 된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조심조심 해 나가는 것. 그 과정에서 만나는 누군가들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 비틀려 있는 세계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언제나 레이더를 켜놓고 있는 것. 등등

예전과 같은 강도는 아니지만, 내가 가지게 된 목소리를 작게나마 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치있지 않은 내 흐릿한 삶이 좋다.
또 각각의 사람이 생겨먹은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어 좋다.
나 자신과 세상과 사람을 공부해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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