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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리스티안 펫졸드, 니나 호스 외 / 아트서비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평일 낮에 셀프 반차(ㅋㅋㅋ)를 내고 개봉관도 얼마없는 <어파이어>를  보게 된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도 아니고 작가가 쓰는 모습이 영화가 될 수있나? 내가 궁금한 건 이거였다.


(뭐 대단한 걸 쓰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가, 노트에 무언가를 끼적이다가, 맥북을 켜고난 뒤 턱을 긁적이며 척척척, 중간중간 멍때리고 백스페이스를 두드리는 신중하고 미세한 움직임으로만ㅋㅋㅋ 나의 글쓰기는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걸로 쇼트가 만들어진다고?


음.🤔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다 챙겨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쓰는 장면이 문제가 될리 없다.


작가라는 종족은 정말인지!!!!!!

존.재.자.체.로.

웃. 기. 다!!!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고독한 창작의 늪에 빠져버린 레온의 라운드 숄더(역시 작가의 직업병 아니겠나요)... 인마, 어깨 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상상했던 영화가 아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나는 작가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했던 거냐. ㅋㅋㅋ


영화에서 레온이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은?

글을 쓰겠다고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시간은?


아. 작가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남자 주인공 (레온)한테 “쟤 왜 저뤠?!!!? 아, 나 저런 사람들 진짜 극혐!” 이러면서 욕하면서 보기라는 쾌락을 선사할 테지만. 이들보다 더 이 영화를 심각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일 것임이 분명하다. 


마감에 쫓겨본 자라면, 창작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됐다... 그럴 필요도 없이. 약간의 신경과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성 수치감을 지대로 느끼면서 감상... (제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 쫌. 맞구여)을 차마 다 못하고 중간에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며. 


본인은 글을 쓰는 괴로움을 느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 아마 쓰고 싶을 때만 쓰기 때문인 듯. 하지만 매문을 하거나, 일로 써야 한다면 너무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걸로 대중들의 평가까지 받는다? 으윽. 신경과민이 아닌 게 더 이상하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이를 가까이에서 좀 지켜본 바로는 정말인지 그렇다.) 남이 당하는 고통을 즐기면서 봤다. 


- 야! 나 좀 그만 내버려둬!(두지마!) 내버려둬!(지마.)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예민하기로는 아주 하늘을 찌르는 남주 레온이 좀 많이 귀엽더라고. 주변 사람들이 왜 깔짝깔짝 건드리는 지 알겠음.


창작이 꽉 막힌 그의 기준에서는 세상 모두가 다 선을 넘고, 모두가 다 민폐인데다, 사람들은 뭘 모르고, 단순하며 생각이 짧다. 친구들은 진부한 현실과는 조금 다른 레온의 고매한 창작의 세계를 이.해.할.리.가.없.다!!!!!!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외로운(?) 레온은 기분 좋은 휴양지까지 (굳이 일을 싸매고) 와서는 심술을 아주 여기저기 투척하고 다녀서. 


<누구의 말도 안 듣고 사실은 잘 안들리는ㅋㅋ 레온은 그래도 예쁜 나디아 말은 쬠 듣는다. 100에서 0.5정도?ㅋㅋㅋㅋ>


여자 주인공 나디아가 일러준다. 야, 너 왜 심술을 부리냐고. 적당히 해라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내가 심술? 웃기시네! 니들은 암것도 몰라!! 모른다굿!!!!


솔직히. 당하는 사람은 진짜. 짜증나기도 하는 데.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나디아 마음 내 마음. 펠릭스 빡침 내 빡침. 너 꼭 대단한 거 써라잉. 세계를 놀래켜라잉 ㅋㅋㅋㅋ


톡톡. 

툭툭.

퉁퉁.

야. 일 쫌만하고. 놀자. 건들. 건들.


- 시끄럽다고!! 나 지금 심각하다고!!! 나 좀 내버려 둬!!!!!

하지만 난 일하기 싫어. 그러니까 나랑 놀자는 말을 제발 하지 마.

왜냐면 나는 정말 놀고 싶으니까!!!! 그런데 일해야 해!!!! 놀기 싫다고!!

야~~~~~~~~~ 이놈들아!!!!~~~~~ 나 빼고 놀면 재밌냐?~~~~~~~~ 


(라는 대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레온 같은 시기(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너무도 중요해져서 풍경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가 보이지 않는)를 지난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랬고, 내 동생들도 그랬다. 


조금 나이가 들고난 뒤에 인정하는 부분이고, 동생들의 경우 아마도 내심 인정하고 있지만 서로에게는 인정하고 있다는 모습을 들키기 싫은 부분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상당히 예민한 (신경과민) 축에 속하는 종족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정서적으로 케어가 필요할 사회 초년생의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돌볼 줄 모르는 채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붙어 지냈었다. 말해 뭐해. 돌아가면서 레온했지모...ㅋㅋㅋ 과거형으로 쓰도록 하자꾸나. 



레온의 친구들은 속닥속닥 목소리를 줄이고, 소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에어팟을 끼고서 집안을 곳곳을 청소하고, 요리를 만든다. 나에겐 그를 세심히 배려하고 있는 친구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레온은 모른다. 레온만 모른다. 어쩌면 레온 빼고 다 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하지만 지나는 중에는 모른다. 레온은 글을 잘 써야 한다. 잘 써야만 할 것이다. 잘 써라. 네 이놈.


<Afire>라는 제목답게 시시각각 육박해오는 산불의 느낌은 영화의 분위기에 또 다른 묘미이지만.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내용을 많이 걷어내고. 나만의 정리를 한다면. 


이 영화를 <작가의 탄생>쯤으로 갈무리해 두고 싶다.


나는 레온이 꽤 좋은 작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파고들 수 있는 사람.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 

​전 세계를 따돌려버릴 수 있는 사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추측하고 예단하고 분석하고 멀리 크게 보고 작게 옹졸하게 보고 짧게 보고 길게 보고 그러다가 그렇게 자기 자신이라는 미로 안에 갇혀 본 사람이.


글을 쓴다. 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건.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빠져나오기 위해서. 

그러니까 먼저는 갇혀야 한다고.


아마도.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자신 안으로 들어가 보기 (갇히기) 위해서 글을 읽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 만나는 것은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일 테지만, 그것들이 내 안에서 섞이는 것은 나의 경험과 내 안에 건드려지는 무엇임을 읽는 이는 직감한다. 내 안에 침잠되어 있는 아직은 굳어지지 않은 말랑대는 무언가가 불쑥 건드려지는 느낌이 좋은 읽기의 (때로는 감동받는 영화의) 느낌이라면. 


그건 완성된 모습의 어른보다는 천진하고 나르시시즘에 갇힌 아이의 상태(자의식에 푹 쩔어서 오로지 자신만 보고 있는 레온의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가까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나. 아마도. 애매한 추측. 모두가 그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 읽지는 않을테니까. 


내가 읽기 좋아하는 글은 내 마음을 시시때때로 아이의 마음으로 돌려 놓는다. 나는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고 천진해지기도 하며 세계가 선명하게 (가끔은 아프게, 언어로는 명료하게) 감각된다. (자주 운다) 읽는 사람으로서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은 그런 경험. 그런 이해. 그러므로 내 안의 아이와 자주 접촉 할 줄 아는 종류의 사람이. 좋은 글도 쓸 수 있고, 또 좀 덜 나쁜 어른이라는 생각도 난 좀 드는데. 자기만 어른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막 쓰는 계몽의 언어들로 불타고 있는 현시점의 지구에서는 말이다. 이 역시 아님 말고. 


덧, 다 쓰고 나서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는 데, 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온 바보!!!!!!!!!!!!!

아직 영화 디비디가 안나와서 첨부는 감독의 다른 영화로 ㅋㅋㅋㅋ (나중에 고칠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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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28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ㅋㅋㅋㅋ 뒷모습도 못났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10-28 09: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등 근육 운동 시켜주고 싶다... 우리 필테샘 소개시켜주고 싶다....

우끼 2023-10-2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10-28 19:12   좋아요 0 | URL
웅? 뭐시 감사하단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10-28 20:03   좋아요 1 | URL
못난 작가 자의식 보여주셔서요 ㅋㅋㅋㅋㅋㅋ aka 제가 본 (저 포함)문창과생들 다수의 자의식..

공쟝쟝 2023-10-29 16:05   좋아요 1 | URL
우끼님 문창과였어요?... 우오오아와앙 (문학도에 대한 환상있음)

stella.K 2023-10-2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써서 몇 푼이나 벌겠다고. ㅉ 그래도 그 똥폼이 멋있어서 너도나도 작가하려는 거 아니겠슴까? ㅋㅋㅋ
작가가 나오는 영화라... 거 네루다와 우체부가 나오는 거시기 영화 있잖아요. 아시죠? 암튼 그 영화 보셨겠죠? 괜히 땀 뺀 거 같습니다. 푸하하~

공쟝쟝 2023-10-28 19:21   좋아요 0 | URL
저는 저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는 작가들의 사생활(?)에 요즘 좀 퍽 관심이 좀 많아졌습니다. 아이돌의 사생활.......... 보다 흥미진진한 작가들의 사생활....ㅎㅎㅎ 어떻게 이런 걸 쓰게 된거지? 하게 되는 지점요. 각자의 까닭으로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테고 왜 써야‘만‘하는 지..거기에 대한 각성이라던가. 그런 욕망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수나 화가가 되는 것 처럼. 작가 역시도..

네루다 우체부...... 듣기만 해도 주말의 명화 시네마 극장 느낌이 나는 데... 안봤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봐볼게요~

stella.K 2023-10-28 19:59   좋아요 1 | URL
아, 안 보셨군요. <일 포스티노>요. 오래된 영화긴 하죠.
은유에 관한 이야기였죠.

은오 2023-10-28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바닷가짤 쟝님 설명이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분들은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열심히 창작을 해주세요!!! 전 누워서 낼름 받아읽으렵니다 캬캬캬ㅑㅋ

공쟝쟝 2023-10-28 19:35   좋아요 2 | URL
영화 속 저 장면 실제로 보면 더 웃겨요ㅋㅋㅋ
은오님........ 누워서 낼름이라니.......... 작가는 고통스럽지만........... 가장 고통받는 것은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이지 않는가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더하기 편집자 ㅋㅋㅋㅋ 잠자냥을 부르고 싶다. 편집자냥)
그런데 작가라는 종족은요............ 팔 하나를 잃어도 분노의 포도 같은 걸 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대요.ㅋㅋㅋㅋㅋ (모 작가가 그랬음..) 저 역시 팔을 안 잃고 누워서 분노의 포도를 읽는 쪽으로... 그런데 왜 하필 분노의 포도인지는 모름. 포도는 맛잇눈건뎅..
 
불행한 여자의 글쓰기와 마음의 구멍

반백수는 하던 일을 중간에 내려놓고 평일 낮부터 영화 세 편을 연타로 때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올해로 3년 째 꾸준히 참석(?) 중인데, 생각지 못한 영화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 매년 우산 들고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도 다르지 않아 영화 세편 다 보고 돌아오는 길엔 비가 그쳤더군.


글 쓰는 여자들이 나오는 영화들 위주로 골랐다.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아니 에르노. 중간에 <질투는 나의 힘>은 동명의 시를 떠올리며. 세 편의 영화 각각 다른 의미로 만족스러웠는 데, 까먹기 전에 쓱쓱 써볼까 싶어 노트북을 켰다. 긴 글을 예상합니다.



1.

잉게보르크 바흐만 : 사막으로의 여행 (2023)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7431



- 아니 그러니까, 어…언니 잠깐만요… 하…. (나의 한줄 평)

전후 독일 문학계의 독보적인 여성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연애 실패담을 다루고 있는 영화. 친구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라는 것 말고는 아무 정보 없이 봤다.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지금도 안 외워지지만. 영화는 한번 더 보고 싶다. 시인이 이별이 가져다준 앎을 통찰해 낼 때!!! 사랑을 누가 말리는가 했다. 여튼 잉게 온냐. 제가 책 다 찾아 읽을 거임😘


개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혹은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에 이름 붙인 것을 ‘사랑’이라고 하자​​. 어디서 베낀(읽은) 것 이 분명하긴 한데, 출처가 기억나지 않으니 공쟝쟝 임의의 편집 각주다. 그렇다 사랑. 사랑은 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요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하는 데(사랑을 하고 있다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성애, 모성애, 팬덤, 신앙을 포함해.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 태어나며 무엇 때문에 겉잡을 수 없어지는 가.랄까. 


자신이 부족하게 느끼는 부분(그것은 결핍, 취약함, 부족 지점, 감추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는 당장은 없다는 지점에서 어쨌든 ⊖의 성질을 띤 것 같다)을 가지고 있는 타자를 마주쳤을 때 화르륵 타오르는 것이 아닐까. 여하튼 사랑의 시작은 투사다. 민감한 작가들은 이 심리학 개념을 몰라도 그 역동과 진실을 안다. 실제로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게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부족하다는 것은 조금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내 안에 있는 것. 대상으로 인해 촉발된 나 자신의 대단히 강렬한 변화에의 의지. 그 원료가 없다면 촉발되지 않는다.


내게 일어났던 사랑이란 그랬다. 


결국에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으로의 성장과 변화이겠지만. 내게 필요하다는 그 인식을 주체 스스로 셀프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인간은 그런 특징(스스로는 스스로를 볼 수 없다)을 가지고 있다라고 추측함. 추측만 함. 


때문에 ⊖(결여)가 아주 크거나, 변화의 의지가 아주 클 때. 사랑의 체험이란 치명적이고 강렬해지는 것 아닐까. 모든 변화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으니…. 욕망, 그건 고통과 함께하는 일종의 열락. 변화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 기투. 


사족 붙이기. 육중한 내 몸을 사랑에 던지고 하기에 본인은 근육과 기력이 없으므로… 코어도 없고요… (오늘도 필테쌤이 때찌때찌 쟝쟝님쟝쟝님쟝쟝님 내 이름만 천 번 부름.) 나의 기투는 몸을 극도로 사리는 정신적 기투로서(몸을 사린다고 하지만 책은 몸으로 읽는 것 입니닼ㅋ) 기왕이면 *이미 죽은, 책을 쓰는 사람*들을 사랑하기로 하였는 데… 이는 현실 사랑에 상처받거나 파멸하지 않기 위한 최고의 방어 전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꺄륵. 


재능 있는 두 여남 작가의 (그렇다 작가의 사랑이다!!!) 치명적인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이미 천자를 할애하였다😮‍💨. 영화가 보여준 사랑의 시작은 그런 모습이었기에. 


시인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스위스의 극작가 막스 프리슈를 만나 사랑에 뿅 빠져버린다. 친구는 그녀를 말리지만 그녀도 막스도 막무가내다. 당신의 시를 다 외웠어요. 너 없으면 나는 글을 쓸 수 없어. 짐 싸서 살림을 합치고.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끝내주게 충만한 날들이… 



얼마 못 간다 ㅋㅋㅋㅋㅋㅋ


아침 마다 두개골을 울려대는 그의 타자 소리.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 젊고 아름다우며 재능이 출중한 여자 시인은 심지어 박사(검색 결과: 바흐만 언니 하이데거랑 비트겐슈타인으로 논문 쓴 사람)에 당시로는 드문 비혼주의자 여성였음에도. 이국에서 고립되어 남자에게 기를 쪽쪽 빨린다. 시를 쓸 수가 없어!!!


헤어지는 방법을 모르겠는 연인은 왜 그렇게 싸울 때 똑같은 모습일까. 영화를 보면서 현타가 오지게 왔다. 


자기보다 똑똑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판타지, 열등감과 독점욕. 남자는 사랑을 미끼로 지배하려들고 길들이려 하고, 여자는 사랑받고 싶어 참다가 반항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다 그로 인해 포기된/한 것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던 그/녀는 이제 없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작가와 작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이 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생각해 볼 요량이라 더 적지는 않도록 한다). 또 그와 열정을 나누다가 그의 재생산 노동을 담당하게 되어버린 넘치는 재능에 걸려 넘어지고만 숱한 여성 예술가들에 대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잉게 언니는. 막스의 영감으로만 머무르기엔 너무 잘난 여성이시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자신을 철저하게 대상화한 그의 (숨겨진) 일기를 읽으며 그녀가 비분강개하는 장면. (막스가 잘못했지만 그래도 지못미…)


재현 윤리에 관한 두 작가의 언쟁이 이어졌는 데, 대단히 철학적이며 젠더적이었다.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연출과 각본일테지만, 작품세계와 인물들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근간이었을 듯. 자기가 뭘 쓰는 지 모르고 막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바흐만은 시인 이전에 철학을 공부하는 여성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뭘쓰고자 하는 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를 정확하게 다루고자 했던 이이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지 마음 먹음.


장면2. 그녀가 이별 후 보게된 지독한 사랑에 대한 뼈 아픈 인식을 동행자에게 들려주는 장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토록 치열한 종류의 앎을 내게 준다면, 사랑. 해볼만한 것이지 않을까. 어쨌든 바흐만은 전후 독일의 시인이다. 무슨 말이냐면, 파시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대략 이런 종류의 대사였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지금부터는 내 뇌피셜주의) 


“파시즘이 무엇인지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어요.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고 난 여기는 데. 최초로 세상에 나타났을 때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였을거예요. 아마.” 


대체 어떤 지독한 사랑을 해버렸기에 거기서 파시즘을???🫢이 아니다. 책 <가부장제의 창조>를 떠올리긴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악랄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는 멀리 아우슈비츠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무엇인가를 똑바로 보면 되는 거라고. 만약 그것을 정직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현실의 아우슈비츠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에, 또 너무 심오해지네. ㅋㅋㅋ 그리고 또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은. (지금부터 스포주의) 바흐만이 프리슈와 헤어지고 아주 심한 트라우마 상황을 타개하고자 사막으로 떠나서… 


나를 이용하고 길들이려하고 가스라이팅한 유럽 부르주아 지식인 중년 남성의 억압에서 벗어나서 모래바람 맞으며 자유야!!!(실제로 이런 대사ㅋㅋ) 외치는 일에 꼭 필요했던 것은 함께 떠나줄 젊은 남자…인 것 나 이해한다. 


그런데, 굳이 거기서. 


아니 그러니까, 어…언니 잠깐만요… 하… 젊은 남자 세 명과 한 침대를 꼭… (두명은 사막에서 만난 아랍계) 그 것은 영화적 설정인가 실화인가. 실화든 픽션이든 중요하지 않다. 내 안의 유교걸은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으어어어… 으으… 하…!!! 이거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나를 상처준 나쁜 년을 잊기 위해 중년 남자 작가가 팬이라며 접근한 젊은 여자 애인을 데리고 멀리 동양까지 떠나 현지에서 맘에 드는 여성 두 명. 총 세명의 여성에게 한 침대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써지지 않던 시가 써지는가요? 🤷🏻‍♀️


그렇지만 또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여/남을 떠나서 성립이 안되는 게ㅋㅋㅋ 그리고 가부장제란 인류 보편의 억압인게(정말 파시즘의 원형답다) 이 젊은 남자 아랍인들은 금발의 그녀랑 자고 싶어 드릉드릉 플러팅 함. 난 남자가 너무 좋아. 젊은 남자를 사랑해!!를 숨기지 않는 잉게언니는 이때다 하면서 너 콜? 나 콜! 잤잤잤!! ㅋㅋㅋ 그렇다. 이 장면은 서비스를 받았다(?)기 보단 좋은 교환(?)이었던 것! 


아. 섹스란 무엇인가. 여남사이에 정말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 사랑으로 시작해 섹스로 끝나는 글을 써댈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좀 해!! 라는 언니들의 말이 멀리서 메아리 치듯. 들려온다. 



2.

질투는 나의 힘 (2002) 

박찬옥 감독



박해일 예쁘다. 근데 이게 왜 여성 영화? (나의 한줄 평)

진짜 왜 여성 영화제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감독이 여자라서? 배종옥이 주체적으로 성생활을 영위하는 여성이라?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남자 영화(알탕이라고까진 못하겠지만)다. 필립 로스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그런 기시감이 들었는 데…ㅋㅋㅋ 여기서 박해일이 사랑하는 것은 배종옥이나 서영희가 아니다. 박해일은 질투의 대상인 문성근(편집장)을 사랑한다. 이건 내 과도한 해석이 아니라 리얼 참 트루다. 


화제의 장면(?)이 있다면 아마 “누나, 나도 잘해요.”하면서 하는 장면 일텐데. 그러니까 박해일은 누구랑 섹스를 하는 거냐. 누나랑? 아니지. 편집장한테 바람맞고 홧김에 순진한 처자(서영희)랑 자는 것도 그래. 나는 묻고 싶다. 얌마. 너는 누구랑 하는 거냐. (박하사탕도 그렇고 2천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한계다. 상처받은 남자 위로해주는 건 그 옆의 기구한 팔자의 여자.)


그러니까. 인간은. 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지어는 착취하는 권력에게(일수록)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하는 걸까. 앞의 주장(?)과 일맥 상통하는 것인데. 우리는 정말로 내게 있지만 내게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는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박해일이 사랑하는 것은 그 자신을 멋대로 부릴 수 있는 문성근의 권력이고 거기서 나오는 매력이다. 편집장 곁을 서성이며 편집장의 여자들에게 왜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느냐 괴로워할 게 아니라 걍 편집장에게 가서 사랑해달라고 하세요. 제발. (그리고… 영화는… 결국…)


(미모에 묻히지만 <살인>부터 <헤.결>까지 박해일은 한남 그 잡채들을 연기해왔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ㅋㅋㅋ)


내가 이입이 되었던 사람은 당연히 박해일이 먹버한 K-장녀 서영희 였는 데.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가족. 사랑하지만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 그녀가 사랑한 것은 박해일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구원이었겠지. 원가족에서 다른 가족으로의. 오랫동안 많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방법이지만. 그런 종류의 구원(특히 결혼)은 환상이다. 인류가 한쪽 성별에게 5천년 동안이나 가스라이팅해 온 구원 서사인데, 신자유주의 덕분에 파탄나고 있는. 이제는 로맨스에서도 안써먹는 진부하고 재미없는 결말. 


2020년대의 대한민국, 서열 경쟁에서 탈락된(진입할 의지조차 상실한) 대다수의 젊은 남성들은 더 이상 여자에게서 위로와 우쭈쭈를 바랄 수 없게 되었다. 구원서사 폐기하고 어디 한번 제대로 능력으로 경쟁해 보자는 여자들만 득시글. 천만명이 1인 가구, 그 중 절반이 빈곤층이라는 한국은.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지 못함을 불가피하게 알아차린 여남들이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발명해내지 않으면 천천히 멸종할 것이다. 


3.

슈퍼 에이트 시절 (2022) 

아니 에르노, 다비드 에르노-브리오 감독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1370


- 아니!! 에르노의 아들들이 계속해서 잘생겨지기만 한다... (나의 한줄 평)

30대의 아니 에르노(아직 작가로 데뷔하기 전 ~ 두편의 소설을 낸 후)의 가족 생활이 담긴 홈 비디오다. 남편이 10년간 찍었고, 이혼하면서 남기고(버리고) 간 필름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아들이 편집하고 에르노가 코멘트를 달아 나레이션 했다.


인상 깊었던 대사는 “책 하나로는 인생이 바라는 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와, 이 대작 <빈 옷장>(요즘 읽고 있음)을 출간하고 에르노 성림이 쓰셨다는 일기의 문장 되시겠다. 하… 대가 답다!!! 역시 사람이 야망이 있어야 한다. 종의 복수 정도는 염두하고😤 책 출간 정도는 뭐 걍. 그게 인생의 목표일 순 없지. 암요. 그래도… 책 쓰는 거 아무나 못하는 건데🥹 그럼 몇 권을 써야 인생이 달라지나요… 구질구질 내 인생도 달라지는가?


화질이 좋지 않은 70년대의 필름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두 어린 아들들의 깨발랄한 장면과 대비되는 아니 에르노의 표정들인데. 모든 장면에서 (행복했다는 나레이션을 덧붙이는 순간에도) 그녀의 표정은 시종일관 우울해 보였다. 소설을 쓰고 난 후에는 더더욱. 



그러니까 내가 언제나 불만을 품게 되는 그 문장.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그러므로 내가 언제나 반목하게 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절반의 문장.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는. 


그림같은 여행지에서. 잘생기고 부유한 남편과 아름다운 두 아이와. 육아를 거들어주는 엄마와 함께 살며 안정적인 자기 직업까지 있는 이 젊은 여성이. 심지어 오랜기간 마음 먹어왔던 소설을 써내고 그것으로 인정까지 받은 상황에서. 누군가 찾아와 당신만큼은 행복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고 당위처럼 따져 물어도 할말이 없을 판국에.


영상 속 그녀는 어색해 보였고, 사람들과 섞이지 못해 어정쩡해 보였고, 무엇보다 우울해 보였다. 


오랫동안 나는 글을 쓰기를 주저했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그 문장 때문에.

그러다가 나는 썼다. 글을 안써도 행복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제는 쓴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문장을 부수고 싶어서.


행복은 무엇인지.

여자는 누구인지.

글이란 어떤 건지. 

쓴다는 것은?

하나하나. 집요하게. 따지고. 물어가면서.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하다. 




누군가가 행복이라고 정해놓은 문법들 속에 정확하게 들어있는 한 여성. <얼어 붙은 (그) 여자>는 행복하지 않았기에 글을 썼을 것이고, 글을 쓰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게된 것은 아닌가 되물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썼다. 


나는 이 영화에서 글을 쓰는 30대의 어떤 여자를 보았다. 행복을 느껴야할 곳에서 행복하지 않은. 영광은 아주아주 멀리 있고, 삶은 아주아주 가까이 있고, 써야만 하는 것은 써야할 테고, 쓰는 것이 사랑하는 것임과 동시에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면서.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기로 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써야만 한다고 느꼈던. 아름다운 이국의 여행지에서는 서랍에 있는 원고를 떠올리며, 모든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순간에 멀찍이 서서 좀 처럼 신나하지 못하는 한 여자. 



사랑한다. 필름 속 그녀의 멜랑꼴리를. 행복에 적응할 수 없음을. 사색 중인 딱딱한 표정을. 

써야 하는 자신 안의 소명을 따랐던. 마침내 승리하는 그녀의 삶을. 


그리고 용기를 내서 이런 문장을 쓴다.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당신이 무엇을 쓰는지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한다. 

영화 속의 아니 에르노 처럼. 


덧, 억압의 표징들이 명확한, 이제는 사라진 사회주의권 나라들의 실제 풍광에서 당시 느꼈던 바들에 대한 회고도 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소설가 아니 에르노와 영화는 일관되다. 그녀는 정말로 그녀가 쓸 수 있는 것을 썼다.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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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낫을 든 자웅동체 아메바의 9월 책 쇼핑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0-14 14:20 
    왜 때문에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인 것인가. 보다 놀라운 것은 뭐 했다고 벌써 시월인가. 징글징글한 가족들과 딱 붙어 지내다가 (중간에 두 번 다퉜음) 서울에 올라오니 아, 이제 진짜 가을인가. 안되겠다. 뭐라도 써야겠다. 뭐라도 쓰자.“(40) 삼십 대 후반, 굉장히 가슴 아프고 특별하게 쓸쓸한 사연을 겪은 이후 나는 자웅동체 아메바처럼 혼자 씩씩하게 살기로 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 <잘 돼가? 무엇이든> 이경미새벽 기차를 함께 타
 
 
단발머리 2023-10-14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대해서는 나는 엮인 글을 썼지롱 ㅋㅋㅋㅋㅋ 물론 에르노에 대해서만 썼지만요. 암튼....


그렇지만 또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여/남을 떠나서 성립이 안되는 게ㅋㅋㅋ 그리고 가부장제란 인류 보편의 억압인게(정말 파시즘의 원형답다) 이 젊은 남자 아랍인들은 금발의 그녀랑 자고 싶어 드릉드릉 플러팅 함. 난 남자가 너무 좋아. 젊은 남자를 사랑해!!를 숨기지 않는 잉게언니는 이때다 하면서 너 콜? 나 콜! 잤잤잤!! ㅋㅋㅋ 그렇다. 이 장면은 서비스를 받았다(?)기 보단 좋은 교환(?)이었던 것!


요 부분 읽다 생각난 거는 이 지구상이요. 우주 말고 지구상에서는 ‘금발의 파란눈의 유럽 여자만‘ 가지는 위치성이 있잖아요. 그니까 여성으로서 최상품? 그래서 이게 가능한 거 아닐까요. 흑인 포함 우리 유색인(우리가 무슨 색연필이냐, 아무튼)에게는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저는 여성,을 마지막까지 억압할 부분은 ‘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에 대한 불안. 두려움. 잉 언니는 그걸 타파하고 싶었던 거겠죠. 그러는 거 사실...... 엄청 피곤한데.....

공쟝쟝 2023-10-16 20:45   좋아요 1 | URL
그 엮인 글이 넘나 아까워서 부러 가지고 왔어요ㅋㅋ!!!

여성으로서 최상품......... ㅜㅜ 그러네요. 으잉 정말 그러네... 뭐라고 말로 표현을 못하겠는 데요, 사실 입에 담기가 걸끄러운 진실인 것 같아요. 적절한 예시일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이 참 너무 컸는데요, 되게 미안했거든요. 실은 나 조차도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대상화했던 것 같은 마음. 저렇게 이쁘고 사람들이 다 사랑해주는 데도 힘들구나.. 뭐 이런?!? 근데 그런 거 아니잖아요. ..... 정말로 정말로 아니잖아요. 억압은 달콤한 부분도 있죠. 정말은.

성적 해방. 잉언니도 아니 에르노 언니도 그걸 타파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근데 그 타파 좋은데.... 현실적으로 섹스가 그렇게 풍족한 자원이 아니라서.. 게다가 이젠 목숨도 걸어야하고요 ㅋㅋㅋ 아, 그러니까 저는 정말로 공쟝쟝의 섹탐(하다가 맘)을 지적인 의미로다가... 하다가 이걸 내가 왜 읽고 있냐(현타가 와서) 일시 중단 상태이지만, 연구해야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억압할 부분, 성. 그리고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나타났죠. 최초의 최후의 식민지 맞습니다.

단발님...그러나 여성+여성 또한 사회입니다. 레즈비언 정치경제학을 이민경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틴델피를 만났더라고요.<꼬리를 문뱀>참고. 그리고.. 저는 여성들의 섹슈얼리티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적 이해 관계를 함께 꾸리는 것도 정말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섹스는 바깥(?)에서 하고 와도 경제적 자원은 여자들안에서 나누는 나름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델피를 더 읽어야겠어요.

그게 되면 언젠가는 여남사이의 섹스도 해방되겠죠. (와...... 이상주의 쩐다)

서곡 2023-10-14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잉에(게) 역 배우, 이 영화는 못 봤지만 출연작 몇 개 봤어요 페이퍼 쓸까말까 하던 영화가 전부터 있었는데 쟝쟝님으로부터 기 받아서 이 달 안에 써 봐야겠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3-10-14 15:04   좋아요 1 | URL
서곡님의 예술 레퍼런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영화도 이제야 이해하면서 쪼매 볼것들만 추천작 중심으로 챙겨봐서 (너무 좋음), 배우 연기 좋았어요.! 그리고 이 감독이 <한나 아렌트> 감독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성서사 전문 ㅋㅋ 아 오늘 한나 아렌트 봐야할 것 같고.. 근데 저는 알라딘 하느라 오전을 다 날렸고 ㅋㅋㅋ

서곡 2023-10-14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뉴 저먼 시네마의 이른바 ‘홍일점‘이시죠 로자룩셈부르크 영화도 만드셨고요 전에는 저도 영화제 영화관 자주 다니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냥 집구석 ott로 자족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10-14 15:18   좋아요 1 | URL
서곡님. 저는 ........ 영화를 <방구석1열>로 배운 그런 여자입니다! 부비적. 그래도 김혜리랑 이동진 정성일 책은 읽었어요. 영화는 안보고요!! 책을 읽었어요. ..... 저는 시도... 평론으로 읽어야 이해해요,...(푸하하하)
그래서 뉴 저먼 시네마! 하시는데 너무 멋지다. 서곡님. 로자 룩셈부르크 영화도 만들었다고요?
방금 주연 배우 필모 찾아봤는데, <청년 마르크스>에서 예니로 나오신 분이네요. 인상적이었는데... 연기 잘하는게 아니라 작품선택 너무 철학적이네... 멋져... 나의 지적 여정은 이제 독일시네마로까지 넓어지는가..(그만햇!!)

서곡 2023-10-14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요 모든 게 다 책으로 가능하지 않습니까 ㅋㅋ 한나 아렌트와 도나 해러웨이 다큐영화도 전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했었죠 영화제에 가야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가끔은 여전히 가고 싶긴 합니다 ㅎㅎ

공쟝쟝 2023-10-14 15:40   좋아요 1 | URL
우와…. 서곡님💛😆😆🩷🥹🩷🧐 오늘의 발견이다! 시네필 서곡님의 여성영화 사랑과 아렌트의 생일!

은오 2023-10-14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님은 이제 서재부터 챙겨라!

공쟝쟝 2023-10-14 15:39   좋아요 1 | URL
서재에 좋은 선생님들 너무 많다!! 🥹

독서괭 2023-10-14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어도 없고.. 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 코어근육 키우기 위해 몇달째 홈트 중인 독서괭💪
잉게보르트, 아니에르노 보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가 생각나네요. 그렇다고 굳이 남자 세명과?? 는 저도 유교걸 반응하지만 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6 20:06   좋아요 0 | URL
홈트로 만약 코어와 복근이 생긴다면 … 제게 꼭 알려주세요 괭님 😻😍😭🥹~ <방해자>는 언젠가 꼭 읽고 싶당!!
 
나와 함께 칼춤을 춰 줄 망나니가 필요해.

어제 하루는 캄보디아 맥주를 마시며, 로제 떡볶이 국물에 교촌 허니 순살을 찍어먹으며(아. 너무 고급 져, 세상 가장 고급 진 메뉴 아닌가. 나는 성공한 인생이다🤤) 동생들과 <더 글로리> 파트2 정주행에 매진하였다. 다 끝내고 나니 심적으로 너무 지쳐서 급히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애꿎은 나의 파란색 스테들러 연필은 동생의 똥 머리 위에서 휘둘러지고, 자꾸 이렇게 굴면 정신과 의사 두 명을 섭외해서 널 가둬버리겠어. 난 그렇게 할 수 있는 네 핏줄이니까!! 와 같은 친족 드립을 시전하다가 요즘 백수 만끽 중 아버지께 오랜만에 모였다고 사진 찍어 보내 드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더 글로리> 시청 중인 아버지 (이게 cj 감송 집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 단 한 번도 시집가라는 말을 한 적 없는 아빠는 요즘 부쩍 적적하신 모양인지 시집갈 기미의 기미도 없어 보이는 세 딸들에게 한 번도 물은 적 없는 남자친구 사진을 요구하시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 아빠... 미안해...1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ㅋㅋㅋㅋㅋ



딸 2,3이 남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내자 그들의 탈모를 걱정하는 아버지. 그렇다. 내가 대머리를 싫어하는 것은 유전이었다. 나에겐 부계로부터 이어받은 대머리를 싫어하는 DNA가 흐르고 있었던 것.... 


그런데 아빠.. 미안해... 2........ 사랑은 불가항력. 나 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머리를 사랑하게 돼버린 웅?... 근데 지독한 짝사랑인 그 사람은 나를 절대 사랑할 리 없......는 게......이.... 나 지금 뭐 쓰니. 


더 글로리에 감상평을 남기려고 한다. 파트 투에서 동은의 연진에 대한 대 복수보다 나를 즐겁게 한 것은 소소한 소복수(?)들 이었는데, 이이제이, 개로 개를 패는 자적자. 음음. 특히 아이들을 불법 촬영하는 남교사를 참 교육하는 장면 *더 패 버렷 더더더더!* 누워서 보다가 허리를 곧게 펴고 박수치며 전재준을 응원했다. 역시 무술을 연마해야겠다. 완벽한 복수를 위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물리적 폭력이 필요할 때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체력과 근육인 듯? 그런데 이게 아니라 내가 쓰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12화에서 남교사의 불법 촬영 사진 파일을 몰래 건네주는 동료 교사에게

왜 자신을 도와주느냐고 동은이 묻는다. 


- *여기까지 오는 것도 저에겐 용기였거든요. 

저는 그 안에 든 걸로 못 싸우지만, 선생님이라면… 싸우실 것 같아요.* 


언니, 저 마음은 뭘까. 

난 좀 알 것 같아. 역시, 복수를 하려면 가벼워야 해. 몸이 가벼워야 한달까. 가해 집단의 권력에 잠식 당해 버린 사람들도 복수는 못하지만, 소중한 게 이미 많은 사람들도 복수는 못해. 지킬 게 많으니까. 자신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신중하게 도울 수는 있겠지. 저 선생님 저기까지 오는 것도 진짜 용기였다고 본다, 나는.


그렇다. 복수에 성공하려면 의지 말고도 여러가지 능력과 조건이 필요하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자가 증식하고 있는 책 더미들 말고, 고양이 한 마리 말고, (아 너무 많네. 이미 너무 많아져 버렸다. 복수에 대한 열망이 희미해졌나보다. 나 자신 긴장해랏.) 그 외에는 가뿐한 점점 가벼워지는 중인 나 자신. 때에 따라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난한 과정을 통해 선 긋기를 거의(?) 완수했다고 잠정적으로 그렇게 결론 내린 나의 원 가족에까지 생각이 미치고나니 이제 나는 정말 가볍다. 소중한 게 있긴 있지만, 잃으면 안될 만큼 매우 소중하지는 않아. 대도시, 1인 가구, 부양 고양이 1묘, 1인 사업자. 그러므로 나는 역시 복수하기 좋은 몸이다. 싸우기 좋은 가볍고 홀가분한 몸. 언제든 싸우고 싶을 때 싸우려면 소중한 걸 더는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짐. 


또 나는 내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그는 소중한 게 있을까? 아마 내가 떠올리는 종류의 어떤 인간들은 나보다는 가진 것이 많을 것이다. 열렬히 추구했을테니 많아졌거나. 하지만 그들에게 정말로 무언가 소중한 게 있을까.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나는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없을 것 같은 데. 없다. 그렇다면 소중한 걸 망가뜨릴 수 도 없는 내 복수는 시작도 전에 이미 실패인가. 뭐 상관 없다. 이제 나는 좀 상관 없어진 것도 같기도. 그렇다고 잊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잊지 않고 닮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게 내 복수라면 복수니까. 



와, 제대로 된 히어로 물. 현실에서 학폭 피해자가 저렇게 복수하긴 어렵겠지? 

응 어려울 거야. 희생양 이론이라는 게 있어. 어떤 사람이 희생양이 되는 지 알아?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그것도 맞는 데, 더 정확하게는... 그 집단 안에서 복수가, 반격이 불가능한 사람.

헐.

무섭지. 그러니까, 그러더라고. 인간 종이 참 그렇게 허접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더라고. 보복 안 당할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더 잔인해질 수 있대. 권력에 취하는 거지. 어릴 때는 머리가 덜 커서 멍청하니까 피해자들도 미래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안 보여. 그러니까 저렇게 개망나니처럼 학폭을 하는 거고. 근데 크면서는 더 영악해 지는 것 같아. 냄새를 맡는 거지. 저항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냄새. 어디까지 사회가 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이는지 까지도 귀신같이 알아서 조종해. 입도 딱 씻을 수 있어. 너는 깨끗해? 네, 선택이었잖아! 이럴 수 있게? 어떻게 보면 드라마가 정말로 맞는 게 그런 의미에서 모든 피해자들의 최초 가해자는 가족인 거지. 마지막 보호를 해줄 수가 없는. 무능한. 

.......

언닌 대체 왜 그렇게 드라마를 분석하면서 보는 거야? 머리 안 아파?

나? (눈 번뜩) 복수하려고. 

헐....ㅋㅋㅋㅋ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순식간에 피해자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복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걸. 건드려도 되는 사람처럼 보여서는 절대 안돼. 특히 여전히 성별 이중 규범이 강하게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회는 여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사실 원래 보호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좀처럼 폭력 남편을 벗어날 수 없었던 현남의 꽃무늬 원피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모든 학대가 일방적인 폭력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게 판타지 같아. 폭력과 다정함. 협박과 회유. 그루밍. 


정도를 넘어서는 가해자들의 특징적인 기준은 뭐냐면 기분이다. 자기 기분.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해자를 너무 단순하게 그린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터득한 냄새(?) 맡는 법, 가해 종족(?)에 대한 어떤 시선이 있다. 사회의 도처에서 암약하고 있는 그들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되려 멀리서 보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저 자신만이 소중하기에 끝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정당화, 서사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과정에서 타인은 생존이든 번영이든 자기애적 만족이든 도구일 뿐이다. 무엇이든 도구화하는 데 능하다. 스스럼이 없다. 그들은 때로는 처연한 피해자의 얼굴을 한다. 아니. 자주 한다.



소중한 것을 단 하나도 만들지 않으면서 18년 동안의 복수를 준비한 동은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도구처럼 여겨야 할 사람들 앞에서 문득문득 흔들린다. 그가 *복수에 성공*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었던 건 능력을 갖추기도 했지만, 흔들리는 종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다. 


시즌2의 마지막 화에서 연진에게 꼭 맞는 지옥을 선사한 동은은 18살의 자신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지나고 보니 순간순간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낸다. 다행스럽게도 멈추었던 그녀의 19살이 시작된다.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것 중에 되찾을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의 영광, 명예, 오직 그것 밖에 없죠. 누군가는 그것을 용서로 되찾고, 누군가를 복수로 되찾는거죠. 그것을 찾아야만 비로소 원점이고 그제야 동은후배의 열아홉살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저는 동은후배의 원점을 응원하는겁니다. 그사람은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덜 불행해지려는 것 뿐이거든요." - <더 글로리> 주여정의 대사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용서하고, 복수할 수 있는 사람은 복수하면 된다. 하지만 되찾을 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진짜 용서도 진짜 화해도 진짜 보복도 그게 진짜라면 그걸 추구하는 과정에서 본질이 변한다. 본질이 변하고 나면 복수는 복수가 아니게 될지도 모르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변해야 한다고. 그러니 가해자들은 변해야 하는 순간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변화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 저 자신의 얄팍한 생존을 위해서만 겉으로만 변하는 척 하는 종류의.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달리기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복수는 체력인데, 나에겐 나대신 뛰어줄 주여정이 없으므로ㅋㅋㅋ 내가 주여정이 되어서 체력도 만들고 돈도 암튼 뛰어야 한다. 문동은처럼 복수어린(?) 김밥을 먹고 싶어서 저녁에 김밥 집 갔는데, 참치김밥 4800원이어서 울 뻔 했다. 없던 빈혈이 다 돋는 물가 상승이다. 참치 김밥은 사 먹고 커피는 집에서 내려마시기로 했다. 


나에겐 명랑한 기분을 유지하는 게 최고의 복수다. 

자 이젠 복수 타령 그만하고 생존할 시간이다. 

업무텐션 올리려고 탑골쏭 너무 많이 들었더니 요즘 내 안에선 엠씨몽이 흐른다. 

사랑에 빠져버린 내 소중한 사람아.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유승준도 듣겠다.

이 세상에 나의 너보다. 소중한 것이란 건 내게.

소중....소중..........


소중하다는 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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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먼지 2023-03-12 22: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쟝님 동생분이 드라마 왜 그렇게 분석하면서 보냐는 부분에서 저도 움찔ㅋㅋㅋ 분석뇌 끄고 그냥 보는 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ㅠㅠ 저는 쟝님이 말씀하신 동은의 그 흔들림 덕에 부수적 피해가 최소화됐던 것 같아서 그 점이 무척 좋았어요(작고 소중한 예솔이 절대 지켜ㅠㅠ) 동은이의 복수라는 큰 그림이 어찌보면 동은이가 깐 판에서 악인들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여러 복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들이 너 죽고 나 죽자 하며 상대와 자기를 동시에 파괴하는 반면에 동은은 끝끝내 어떤 지점은 넘지 않고 본인 손 직접 더럽히지 않는 것도 소름 돋게 좋더라고요.. 나를 지키며 하는 복수 최곱니다 진짜!! 자기 파괴로 치닫기 직전 여정 엄마가 말릴 때 말려진 것 역시 동은이 흔들리는 종류의 인간이라서인 것 같고요!! 결론은 쟝님 분석에 완전 동의하고 이 드라마도 너무 좋았지만 일케 야무지게 정리해준 쟝님 글이 있어 두배로 좋다는 것..💕

공쟝쟝 2023-03-12 23:29   좋아요 3 | URL
네네네네네네! 복수를 꼭 자기 파괴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ㅋㅋㅋ 하지만 안당하기 위해서는 분석해야죠. 저는 킹덤 이후에 가장 재밌게 즐긴 드라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후! 너무 재밌었다!

책읽는나무 2023-03-13 0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 글로리 시즌1 보다가, 넘 힘들어서 시즌2는 더 못보겠다!!!! 그리된 사람입니다.
쟝님은 다 보셨군요? 그것도 분석하시면서..ㅋㅋ
보다 보면 많은 지점들이 와 닿던데, 와 닿는 그 순간들이 또 소름돋을만큼 혐오스러워 드라마 보고 나면 몸이 힘들어 뻗어 누워 있어야겠더라구요.ㅜㅜ
이래서 나이 들어갈수록 순한 드라마가를 찾는가보다! 싶은 맘이 들더라는...^^;;;
어쨌거나 동은에게 푹 빠지게 되는 건지? 송혜교에 푹 빠지게 되는 건지? 시즌1에서도 굉장히 몰입하게 만들었어요. 여적 보아온 송혜교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돋보였어요. 암튼 시즌2는 심호흡 좀 하고, 시간을 두고 봐야겠슴돠^^

그나저나 두 동생들 분은 남친이 다 있었군요? 역시 ㅋㅋㅋㅋ
근데 쟝님은 그래서 조금 시달리시겠군요? 어뜨케요ㅜㅜ

공쟝쟝 2023-03-15 01:13   좋아요 1 | URL
시달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깨달은 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 조금의 일말의 미안함이 사라지는 질적 변화의 과정을 거쳐버렸습.....!!!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뭐 인물들에게 이입하거나 뭐 이러진 않고요. 나쁜놈들 혼내주는 폭력의 장면을 즐깁니다. 좀비물도 그래서 보고요.... 원래는 못보는 성격이었는 데, 서울에 살면서 지하철 출퇴근을 하면서 잘 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이 ...

자목련 2023-03-13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보고 토론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자매, 멋져요^^
시즌 2 기대하고 있어요.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요!

공쟝쟝 2023-03-15 01:17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은 좋은 것 만 보세요... ㅋㅋㅋ 잔혹해요 ㅋㅋㅋ -,,-
자매님들과는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켜야합니다. ㅋㅋㅋ 넷플릭스 공유야 말로 ㅋㅋㅋ

난티나무 2023-03-13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드라마 정주행 시작하려고 하는데 책읽는나무님 댓글 보니 으 무섭네요. 과연 볼 수 있을 것인가????

‘명랑한 기분’!!!!!!!!

공쟝쟝 2023-03-15 01:17   좋아요 0 | URL
난티님은 백퍼 욕한다 ㅋㅋㅋ 500원을 겁니다!

시에나 2023-03-14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안 보지만 공쟝쟝님의 드라마 분석 넘 재밌어요. 저는 복수의 윤리(?)라는게 있다고 보는데.... 왜 무협지나 고대 이야기에서(사기 같은 책 보면) 적에게 확실하게 복수하는 것을 자기 일생의 사명으로 삶은 자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런 이야기 너무 좋거든요. 그 과정에서만 (복수가 실패할지라도) 해결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는데, 언젠가부터 사랑, 용서, 화해.. 이런게 지나치게 요구된다고 (그것도 필요합니다만..그건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발버둥치는 과정과 병행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보았거든요. 그리고 복수는 ‘악한거‘라고만 보고... 그런데 본격 복수를 다루는 이런 드라마가 나와서 (볼지 안볼진 모르겠으나) 반갑고.. 공쟝쟝님의 복수도 응원(!) 합니다!

공쟝쟝 2023-03-15 01:22   좋아요 0 | URL
아....... 무협지............ 아.... (깨달음).......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젠더화된 사랑 젠더화된 용서 젠더화된 화해가 짜증스러븐 것이지요 ... 저는 그런 무의식이 보이면 아무리 좋은 거라도 딱 밥맛 떨어지는 데.... 더 글로리는 모성 신화를 돌려까는 부분들이 좀 있어서 그렇게도 읽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영.
 
비밀의 상실
이랑 - 정규 3집 늑대가 나타났다
이랑 노래 / YG 플러스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모 서재 이웃님 글 읽다가 갑자기 울컥함)

강제 노동요로 아이돌 뮤직만 듣는 내가 좋아를 넘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 가수는 나보다 한살 많은 이랑인데. 이 음반은 2020년대 명반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를 하고 일상을 챙긴다. 

(멜랑꼴리가 없는 사람은 듣지 않길 권한다.)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한다. 가족 최애. 가족 최고. 엄마의 시집가 공격에는 수도권의 집값으로 응수한다. 여동생들과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아슬아슬한 권력의 균형(?)을 이루었다. 아빠한테 밥줘충 남동생한테 남동충이라고 킥킥 대며 씹어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인간적으로는 짠하지만, 여성으로서는 대단히 분개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성애 중심 가부장제 중심)사회에서 부과한 의무를 잘 수행한 사람들이고, 이제와서 그들이 바뀔리도 없고 나 역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으므로, 나도 나의 의무만 형식적으로 다할 뿐이다~. 두분 다 이런 세상에 태어났으면 결혼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덕에 여성 인권이 신장 되었기를 얼마나 다행인가!

    

정상 가족을 만드는 것은 (만들고 꾸려서 그걸 운영하는 것) 비수도권 출신의 안정적이거나 전문직이 아닌 여성인 나에겐 엄청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거라는 걸 좀 정확히 안다. 꾹 참고 그렇게 해볼까했는 데, 그럴 기운이 없더라고. 걍 살아남는 데 에너지 다 쓰고 집에 오면 나도 아내(하다 못해 로봇 청소기라도)가 필요하다. 가족. 내가 가진 자원이 없으니까, 그 구조 앞에서는 그냥 희생만 해야 하는 위치라는 게 눈에 보여서 X까 걷어찼다. 그러고 난 뒤에야 내가 얼마나 정상성에 집착했는지 알겠더라. 세상이 행복이라고 정해 놓은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도. 그럼 난 행복할 수가 없는 건가요? 아니~ 난 지금 행복하기로 했다. 가족이 없어도, 가족 수준의 친밀한 관계가 없어도!!!


이런 세상(모두가 가족을 위해 자식/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 수도권 중심)에서는 가족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며, 그런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나를 안사랑하는 남자랑은 잘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고 나 정도의 자기애를 지닌 이성애자 남성은 이미 여자가 있다! (여성들은 똑똑하다!!) 게다가 난 매일 (대체로 여자들) 누군가가 죽고 죽어나가는 기사(스마트 폰)를 보면서 예의 한남들 예능 처럼 *나만 아니면 돼~*할 수 있는 썩은 사상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주제에 뭔가를 바꿀 수 있느냐. 그건 조금이라도 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죠. 그런데 모두가 덜 가졌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피해를 경쟁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뭔가들을 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마음(측은지심?)이 나를 해치지 않고 보존하는 선을 알기 힘들어하는 캐릭터였기에 나는 나를 열심히 공부한다. 


뭐, 암튼 가족 만들기를 포기하고 나니. 오로지 나 자신이 동기가 되어 혼자가 되어서도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노력 중이다. 가족을 포기했다고, 연애를 포기했다고, 친구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게 만드는 친구들과 재밌는 대화를 하면서 (왜 대부분 비혼에 고기를 안 먹는 지는 모르겠음 ㅋㅋㅋ) 잘 지낸다. 


서로가 서로의 동력이 되는 가정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래도 가끔 나 자신*만*이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온다. 친구들은 그런 내게 애플 워치(운동 족쇄)를 채워주고 걸음을 걷게 잔소리 해준다. 나도 애들이 맨날 걷고 있어서 의욕이 생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주제에 아프면 안되니까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산다. 무의식이 삐꾸나서 아무한테나 민폐끼치면 안되니까 걱정되어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치료도 달에 한 번 씩 받고. 그러다 보면 과거에 사회화되기 위해 애썼던 내가 계속 불쌍해져서 아, 나 왤케 절케 불쌍하냐 일기 쓰고... 뭐 .... 그러다 또 아침마다 눈이 떠지므로 이불 박차고 일어나서 대충 열심히 산다. 


생존하고 뇌가 남으면 가끔 어려운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재밌는 것(?)들이 조금씩 생겨난다.

재밌어도 돼지. 난 이렇게 훌륭하니까~. 게다가 난 제법 다정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 하하!

내 인생은 나 하나로 끝나므로 내일 끝내도 모레 끝나도 상관없다. 

대신 오늘 당장 끝났을 때 나한테 쪽팔리긴 싫으니까.

명랑하게 살자. 살아있는 동안엔.   



-이랑 노래 1.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젊은 친구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하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곳이라네

둥글고 축축하고 북적대는 곳이라네


자네 이곳에서 고작해야 백년이나 살까

세이프 섹스를 하고 새 생명을 내보내지 말게

이 지구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이 만들었다네

믿을 수 없다면 조간 신문을 사서 읽어보도록 하게

어떤 신문이든 어떤 날짜든 상관 없다네


젊은 친구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하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곳이라네

둥글고 축축하고 북적대는 곳이라네


자네 이곳에서 고작해야 백년이나 살까

세이프 섹스를 하고 새 생명을 내보내지 말게

이 지구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이 만들었다네

믿을 수 없다면 조간 신문을 사서 읽어보도록 하게

어떤 신문이든 어떤 날짜든 상관 없다네



-이랑 노래 2. 환란의 세대-



또 사람 죽는 것처럼 울었지
인천공항에서도 나리타공항에서도
울지 말자고 서로 힘내서 약속해놓고
돌아오며 내내
언제 또 만날까
아무런 약속도 되어있지 않고
어쩌면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날 리 없는
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
그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 쳐버리자
내 시간이 지나가네
그 시간이 가는 것처럼
이 세대도 지나가네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화를 내겠니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슬피 울겠니
우리가 먼저 죽게 되면
일도 안 해도 되고
돈도 없어도 되고
울지 않아도 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고
편지도 안 써도 되고
메일도 안 보내도 되고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
목도 안 메도 되고
불에 안 타도 되고
물에 안 빠져도 되고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되고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멸망일 테니까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되고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멸망일 테니까
아아아 아아아 아아 너무 좋다
아아아 아아아 아아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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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1-27 0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족이라는 개념이 꼭 이성과 그리고 부가적인 2세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정상이라 부르기보다는 관습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확하다 여겨집니다. 관습 가족을 탈피하고 성별을 떠나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동거 혹은 별거(?)를 해도 서로 의지가 되고 지속성이 있으면 그게 가족이지요. 공쟝쟝님께는 이미 운동족쇄를 채워줄 정도의 애정이 있는 가족이 있는 것이니 마음 편히 일상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

공쟝쟝 2023-01-27 09:23   좋아요 3 | URL
넵. 고작 이 정도의 자기 현실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많이 읽어야(?!)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ㅋㅋㅋㅋㅋ 여튼 혈족은 더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ㅋㅋㅋ

DYDADDY 2023-01-27 09:31   좋아요 4 | URL
관습이라는 두껍디 두꺼운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들기도 벅찬 무거운 망치로 수백번 수천번 내려쳐야죠. 그 무거운 망치가 독서(벽돌책?)라고 생각합니다. 늦게 알게되어 늦었지만 알라디너TV 출연을 축하드려요. ^^

잠자냥 2023-01-27 10:10   좋아요 4 | URL
DYDADDY 님 말씀에 구구절절 공감!

공쟝쟝 2023-01-27 10:48   좋아요 2 | URL
디대디?님? // 정상가족이라니... 관습가족 좋네요. 앞으로는 관습가족이라고 부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 그러니깐요. 페미니즘 없었으면 북플 안했으면, 이미 미래에서 온 인류인 잠자냥 처럼 살고 있는 훌륭한 여성동지들을 어디서 만났겠습니까? 암튼 잠자냥은 나쁜 사람입니다. 미리 미리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만 그렇게 살고!!!!!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27 11:25   좋아요 3 | URL
나 근데 아직 못 하고 있는 게 채식이여. ㅋㅋㅋㅋ 가부장제 탈피보다 채식이 더 어렵습디다. ㅋㅋㅋㅋㅋㅋ
-이상 미래에서 온 비건지향 변자냥 올림

시에나 2023-01-27 13:01   좋아요 3 | URL
오와. ‘관습가족‘이라니!!! 이 명명, 완전 천재적인데요? 어디 책 제목으로 해도 되겠어요. (이 말 하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정말 앞으로 관습가족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핵가족 만들어서 살고 있지만 제가 아무리 봐도 제가 속했고 제가 속한 가족은 정상이 아닌데.. ㅋㅋ 말 하나로 기존의 정상가족의 정상성을 낙후시켜버리네요!

라파엘 2023-01-27 12:53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미래에서 왔음에도 비건 아니고 비건지향인 게 포인트 😆

DYDADDY 2023-01-27 13:04   좋아요 3 | URL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이성애자 그리고 출산을 장려하는 뉘앙스이기에 예전부터 무언가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는데 공쟝쟝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입니다. 적확하다 여겨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1-27 13:11   좋아요 4 | URL
훗날 이 단어가 유행되면 또(!) 제가 영감이 되어 디대디님이 만들어 낸 것으로 ㅋㅋㅋㅋ 나는 야, 영감왕..응?
미래에서 온 변자냥과는 다르게 과거(봉건)에서 와서 현 시대에 공황온 공쟝쟝은 고기란 원래 구워먹는 게 아니라 국을 내 먹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국 끓어먹을 때 빼고는 부러 챙겨 먹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관습가족들과는 먹어요. 그게 관습 가족에겐 행복이라~ 그런 행복을 포기하지는 않고 싶습니다!

DYDADDY 2023-01-27 13:16   좋아요 1 | URL
고민하다 나온 것이 아니고 ‘문득‘ 떠오른 단어이니 그 단어에 저작권이 있다면 공쟝쟝님이 가지시는 것이 옳습니다. 게다가 공쟝쟝님의 글에 딸린 댓글이었으니까요. 그러니.. 계속 좋은 글 올려주세요. ㅎㅎㅎ

공쟝쟝 2023-01-27 13:19   좋아요 3 | URL
그럼 천재는 대디님이! 이 단어는 제가! 캡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랄랄라~ 내 주변엔~ 천재들이 많아~

DYDADDY 2023-01-27 13:38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이 전생에 화롯불이었다니 저는 이렇게 추운 날에 그 옆에서 소설을 쓰는 소설가였을지도 모르지요. ㅋㅋㅋ 날은 춥지만 마음 따뜻한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시에나 2023-01-29 16:04   좋아요 3 | URL
두 분 다 멋지세요.영감을 던진분이나 만든 분이나. 제가 실은 진짜 이 가족 명칭에 엄청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이성애핵가족은 이미 붕괴되고 있고, 이성애로 시작되었지만 더 이상 이성애 동력은 잃어가고, 정상도, 심지어 핵가족도 아닌 모양새가 이미 내부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이 명칭을 어떻게 바꾸어야하지라는 걸요. 아무튼 누구라도 ‘정상가족이 아니라 관습가족이다‘라고 글 기고 좀 해주세요. 변화는 이런거에서부터! 우린 언어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언어가 바뀌면 사고가 바뀌어버리거든요!!

DYDADDY 2023-01-27 14:57   좋아요 4 | URL
매실님 // 매실님의 서재를 살짝 몰래 훔쳐보았습니다. 매실님이 비판적 독서와 글쓰기에 능하신 분이라는 알게되었습니다. 매실님께서 써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관습 가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랑의 실종, 실존 문제, DSM에 등재된 한국 홧병 등등.. 매실님이 품고 계신 이야기 보따리만 해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

공쟝쟝 2023-01-27 17:36   좋아요 4 | URL
저도 저명하신 매실작가님이 써주신다면... 기뿌겠습니다!! >.< 관습가족이라 부르자~~

바람돌이 2023-01-27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는데 우리가 만들수 있는 공동체가 가족뿐이라고 강요하는 이놈의 가부장제... ㅎㅎ 뭐 지금은 그게 금이 가고 있는데 이게 금이 살살 가는데는 진짜 오래 가는데 깨지는건 한순간이거든요. 저는 그 임계점이 거의 다왔지 않나싶습니다. 저렇게 가수 이랑도 노래하잖아요. ^^
아 그런데 저는 저 가수분 노래 힘들어요. 음악은 저는 진짜 편안하려고 듣는 초보라.... 오늘도 볼빨간 사춘기의 말랑말랑한 콧소리로 하루를 엽니다. ㅎㅎ

공쟝쟝 2023-01-27 10:51   좋아요 1 | URL
이랑은 예전부터 (2010년대부터) 이랑이었답니다~ ㅋㅋㅋ 그래도 1집은 좀 상냥(?)한 데.... 듣지마세요. 그렇지만 저는 사랑한다는 거. 페미몰랐을 때부터 ㅋㅋㅋ

먼데이 2023-01-27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2곡 정말 좋아합니다. 가사가 아주 그냥 내 생각.
새 생명을 내보내지 말게. 이 세상은 사탄이 만들었다네! 너무 좋죠!!
환란의 세대는 가사 전부가 내 심정 ㅜㅜㅜㅜ

저는 가족이라는 것도 국가(혹은 국적)처럼 있으니까 필요한 것이고
없애버리면 없는대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족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랑하느냐 마느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저는 그래서
일촌, 이촌들 어쩌라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국적같은건데 어쩌라고?
국적 없으면 해외여행 못가는데 어쩌라고

그런 심정이예요.

더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오직 나 자신만으로 잘 살 수 있는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사실 가족이 필요한 이유는 이 사회제도가 가족에게 많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인데
이건 바꿀 수 있다고 봐요.
가족에게 권리와 의무가 없다면 가족을 바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공쟝쟝 2023-01-27 10:56   좋아요 2 | URL
네... 가족을 바라는 사람 있죠. 밖에서 돈 벌어주면 아내가 밥 지어 주는 가부장 남(그걸 제대로 하는 남자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ㅋㅋㅋ).
국가는 가족을 기반으로 세팅되어 있으니 관습가족 없으면 망하겠죠.... ㅋㅋㅋ 최하층 여성 노동계급이 성판매 안하고 돌봄 판매해서 혼자 살 줄, 기득권-남성-국가 만든 자들-신자유주의 세팅한 자들은 몰랐을 겁니다. 물론 그 전에 흑화하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다 죽이려 들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이렇게 국가를 해체하게 되는 시절에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 가족 없어도 자기하나 잘 챙기며 사는 우리같은 여성들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singri 2023-01-27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이랑이닷! 완전 좋네요 아함

공쟝쟝 2023-01-27 10:57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이랑 투척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는 늑대를 들으면서 오늘치 작업을 합니다 흥얼흥얼

2023-01-27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7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1-27 1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관습가족을 탈피하여 살고 있는 나도 관습가족을 만날 수밖에 없는 날이 있는데요, 내가 그들을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해도 함께 보내는 시간의 한계치가 점점 짧아지는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설에는 무려 엄마 집에 가서 잠 안 자고 왔어요! 다른 형제들은 그 다음날도 만났던데 전 부르지도 않았더라고요. 불러봤자 안 온다고 할 게 뻔한 걸 알아서 그랬겠지요.

암튼 제 동거인도 설에 관습가족 만나고 이번에도 그 포기하지 않는 결혼 운운 소리에 멘탈이 한 번 나가서 돌아왔지만 다시 부여잡고 삽니다. 한국에서는 남과 다르게 살아가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해요. 화이팅!

공쟝쟝 2023-01-27 10:59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저만 안가요. 가기 싫음.... ㅜㅜ 제가 한 3년 왕래 끊어서 ㅋㅋㅋ 인제 저한테 별 말씀 안하세요. 그래도 엄마는 눈치봐가면서 하시는 편인 데 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우리 집 딸들 다 시집갈 생각이 없고 남동생은 아마 못갈 거 같아서요...... 부모님이 맨날 미스터 트롯 보면서 대리 효도 받으세요. 티비조선 만세입니다.

잠자냥 2023-01-27 11: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 동거인도 부모님이랑 미스터 트롯 봐주고 와서 더 멘탈 나갔떤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7 13:14   좋아요 1 | URL
전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로 했어요…. 근데 노래들을 정말 다 너무 잘하고… 훌륭하더라고요….. …….. …………… 부모님이 행복해 하시면 전 좋습니다….. (후하)

유수 2023-01-27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침부터 뿜고 갑니다 ㅋㅋㅋㅋ부모님 댁에 티비조선놔드려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이랑 만세!!!!

공쟝쟝 2023-01-27 11:17   좋아요 4 | URL
설날에 함께 시청했는데 팔도강산의 효자남들 다 출동해서 봉타고 웃옷 찢어발기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또 어머니~ 아버지~ 고생한 눈물 진심다해 닦아주시고........ ㅋㅋㅋㅋ 아빠의 최애는 태연이고 엄마의 최애는 찬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막걸리 한잔... 영탁이좋아요... 니가 왜 거기서나와?ㅋㅋㅋ

공쟝쟝 2023-01-27 17: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고 아침에 거실에서 방으로 출근하면서 썼지만.... 오로지 나 자신이, 나 자신*만*이 나 자신을 위해 나 자신만이 근거와 동력이 되어서 사는 것은 역시 좀... ㅎㅎㅎㅎ 어색한 일입니다....ㅎㅎㅎㅎㅎ 좀 허무의 현타가 많이 오고요....ㅎㅎㅎㅎㅎㅎ 그래서 달콤한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암튼 그런 이상하고 어색한 시간을 잘 추스리며 나는 나를 잘 견디고자합니다...............

고작 이렇게 삽니다... 를 설명하기 위해 푸코에 보부아르에 (아침엔 데리다 관련 페이퍼였슴...) 데리다까지... 가져와야 하나 싶지만......... 그거라도 안하면 좀... 너무 나만 위한 내 인생..... 넷플릭스만 보다가 끝낼 무욕의 삶이긴 함.........(독서 안했으면 알중으로 하직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1-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가사....ㅠ 좋지만 오늘은 듣지 않으련다... 하...

2023-01-27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8 0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1-28 0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처음 듣는 가순데 내취향은 아니다 ㅋㅋㅋㅋㅋ 난 쟝님 이 글이 더 좋음

공쟝쟝 2023-01-28 07:4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1집은 진짜 상냥하고 귀여웠는데 페미물 먹고 2집부턴 다 죽자고 하시는 분…ㅋㅋㅋ 그리고 비슷하게 ㅋㅋㅋㅋ 제가 각성해서 ㅋㅋㅋ

잠자냥 2023-01-28 14:30   좋아요 2 | URL
이랑 이름만 알지 노래는 들어본 적 없는 1인 여기 추가요. 아, 난 여기서도 노랜 건너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8 14:59   좋아요 1 | URL
도도하게 건너뛰는 고양이!!!
 
여기, 누가 인간인가?

어떤 사람들은 삶이 공허하다고 하는 데, 나에게 삶은 기본적으로 무거운 것이었다. 어렴풋이 이유를 짐작하긴 하는 데 암튼 무겁다. 요즘은 정말 많이 가벼워졌다. 나는 읽고 쓰면서 스스로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계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그리하여

- 왜 사느냐, 삶에 의미가 있느냐 라는 말은 내게

- 왜 글을 읽고 쓰느냐 는 말과 좀 비슷해지고 말았다. 


나는 읽는 게 재밌고, 즐거워요… 좀 살살 읽어요. 라고 앎비앎 친구는 말해줬다. 그러려고 해요. 라고 적으면서 엄청 울었다. 어떻게 살살이 돼요, 나는 안되는데. 나는 아닌데. 나는 아파서, 외로워서, 괴로워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수는 없고 그렇게 읽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읽는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복수하려고 읽었다. ‘그들’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내 안의 어떤 의지가 있었다. 가능하면 뿌리 뽑고 싶었다. 방법을 알려주면 그걸 내가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따를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장은 알 수 없으니 책 읽기가 시작이었다. 


책을 읽다가 어떤 증상들에 시달린다. 다루기에 따라서 수월하게 속일 수 있는 도구라고 여겼던 흰 배경에 박혀있을 뿐인 글씨들은 몸이라는 물리적인 신체에 작용하는 물성을 지닌 무엇이었다. 지행합일의 정도의 이해가 아니라 글씨들이 나를 해치는 지경에 이르고 난 뒤 퍼뜩 알게 되었다. 뿌리 뽑을 수 없다. 도려낼 수 없다. 내 안에도 그것들은 있고, 그것들은 시간을 내어 인식하지 않으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들과 같았던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정말 없다. 이해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기만이었다. 이유 - 의도 - 상황 - 조건이 ‘행함’을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 ‘당함’역시 마찬가지다. ‘당함’만으로 정당화 되지 않는다. 거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하는 질문에 해당 인간이 기준점으로 삼아야할 윤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 의지? (어렴풋이 써본다. 맞는 개념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이 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야. 다들 그러고 사는 거야. 에 대항하는 나는 그들과 다르구나,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겠구나 하는 감각은 언제나 희미했던 나에게 어떤 형체를 부여해주었다. 이것이 이를테면 ‘자아’라는 것일까. 나는 자아가 견고하지 않은 종류의 인간이었고, 지금 역시 견고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선. 선을 지키는 게 좋아. 라고 말하는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선. 선이 무엇인지. 어쨌든 선을 긋고 있다. 그어가고 있다. 읽고 쓰면서.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에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는 문장. 내가 고통을 감각하지 못한다면 나는 나를 지킬 수 없어져 결국 와해되고 말거라는. 내가 고통을 감각하는 경계. 경계. 경계. 왜 그게 아팠는지를 나에게 묻곤했다. 어쨌든 달랐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감각하는 고통은 사람들이 감각하는 고통과는 달랐다. 그리고 어떤 고통은 참으면 안되는 거였다.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가. 어느 순간부터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를 망치기 시작했는가. 이미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고통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 어떤 고통들을 다 그렇게 사는거야 참고 견뎌보려고 했기에 나 자신이 와해되었던 그 지점. 이 만큼 살아내지 않았으면 몰랐을.


나는 복수하고 싶었다. 세상에 말해지지 않은 것들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나 자신만이라도 이해가능한 말들로 바꾸면 그것들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언어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소통의 의무를 느끼지만, 어쩌면 소통은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말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다치지 않는 말.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말. 나에게 참지 않아도 됨을 독려하는 언어들을 주입한다. 가끔은 손가락 하나 들 여력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삶이 꿈틀. 조금씩 살고 싶어질 때가 있고. 그럴 수록 가벼워진다. 


나는 복수하고 있다. 여전히 복수 중 이다. 그런데 내가 택한 이 복수 방법이 좀 이상하다. 읽고 쓸 수록 나 자신은 선명해지는 데, 복수의 대상들은 희미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그들은 분명 한 명 한 명의 인간이었는 데, 형체가 흩어져서 안개처럼 뿌옇고 공기중에 뿌려져 서걱이며 흡입된다. 이젠 그들이 ‘그것’들…이 된 것 같다. 나는 종종 그것들을 어떤 언어와 개념에 가둬 뭉뚱그려 묻어버리고 싶다는 영원히 기어 올라오지 못하는 심연 같은 곳에 처박아 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백하고 가학적인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동은은 복수를 위해 17년을 살아왔다. 드라마의 초반은 학대당한 피해자가 스토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왜 그랬어, 왜 그랬니, 왜 나한테 그랬니, 왜 나여야 했니, 왜 아직도, 가해자 집단이 선사한 폭력보다 더 오랜기간 자신을 고통 속에 가두는 동은(송혜교)을, 가해자 그 자신들보다 더 그들을 잘 알게 되어 버리는 동은을 좀 이해할 수 있다.


너는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일텐데, 꼭 복수 해야하겠느냐고. 복수가 끝나면 너 역시 폐허일 뿐일텐데 잊고, 지금 나랑 행복해지면 되지 않느냐는 남자 주인공(이도현)의 질문에 동은이 이런 종류의 대답을 한다. 


- 근데 선배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해요. 

- 돌아가요, 난 분노와 악에 더 성실하고 싶거든요. 


비록 <더 글로리>는 복수에 써야할 내 소중한 시간을 순.삭.하며 시즌 1에서 끝나버렸지만ㅋㅋㅋ 할 말이 좀 정말 많은 데, 일단 이 정도. 드라마가 피해자를 그려내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지만 김은숙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악’이 좀 더 맘에 들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이라는 *판타지*도. 아, 그런데 얼굴이 이도현이라니. 이 판타지에선 깨어나고 싶지 않닼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내가 이해해온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 심연 따위는 없는 악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피해자들의 자기 치유를 위한 일시적인 연대는 아마 영광없이 끝날테지만, 여기서 이렇게 끝내는 건 반칙이잖아요. 3월아~ 빨리 와라. 현기증 나 진짜. 


이 글은 나의 앎비앎 친구의 질문(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39708)에 트랙백을 달기 위해 썼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의 어려움. 그것이 보통의 임상 심리학이 말하는 어떤 신경증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는 분리되는 것의 어려움. 혹은 사랑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일. 또는 자아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싶어짐. 그냥 통째로 함입되어서 그 사람(들)이고 싶음일 때가 있었노라고. 그건. 여성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가 시골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을 언니에게 했었다. 삶의 특정 어느 시기의 자아없음을 지금은 퇴행으로 인식하지만. 나는 꼭 사람에게 자아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가 하는 질문을 아직은 없애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야만인에 좀 이입할 수 있다. 야만. 야만인. 



왜 자신에게 삶보다 복수가 중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온 몸의 흉터 자국을 드러내는 동은에게 이도현이 “그건 흉터가 아니라 상처예요”라고 말했을 때 침을 꼴깍 삼켰다. (김은숙은 정말 로맨스 천재다!) 내 생각에 동은이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그 자신은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고백이거나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도.

함께 칼춤을 춰줄 망나니들이 필요하고. 

아직. 복수는. 진행. 중. 이니까. 


아 참. 혹시나 해서 글로리에 과몰입한 내가 송혜교에게 이입했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제가 굳이 이입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줌마(염혜란) 분. 그녀가 한 명대사가 있다. 이 대사도 정말... 후... 김은숙 천재세요?


- 난 매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ㅋㅋㅋㅋㅋ


덧붙임1. 쓰고보니 은오님 글(https://blog.aladin.co.kr/751596223/14242028)에 단 댓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트랙백 하나 더 걸어둔다! ㅋㅋㅋ

덧붙임2. 나의 남자 연예인 보는 눈은 정말 별로다. 촉이즈 싸이언쓰..ㅋㅋㅋ 이도현이 부디 조신하게 삶을 살아 무사하게 연예인 생활을 마감할 수 있기를... 하지만... 와따시는 연예인에 한해서는... 마약범과 강간범을 좋아하는 눈을 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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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 글로리] 복수는 알겠는 데 소중한 건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3-12 20:50 
    어제 하루는 캄보디아 맥주를 마시며, 로제 떡볶이 국물에 교촌 허니 순살을 찍어먹으며(아. 너무 고급 져, 세상 가장 고급 진 메뉴 아닌가. 나는 성공한 인생이다🤤) 동생들과 <더 글로리> 파트2 정주행에 매진하였다. 다 끝내고 나니 심적으로 너무 지쳐서 급히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애꿎은 나의 파란색 스테들러 연필은 동생의 똥 머리 위에서 휘둘러지고, 자꾸 이렇게 굴면 정신과 의사 두 명을 섭외해서 널 가둬버리겠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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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3-01-12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딴 얘긴데 바둑 배우는 장면 검사외전에서 수사상 필요해서 정려원 딱밤 맞으며 이선균으로부터 고스톱 뱨우는거랑 넘나 비교됩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01-12 19:14   좋아요 1 | URL
검사외전 ㅋㅋㅋ 책으로 읽었어요 ㅋㅋㅋ 근데 결국 김웅씨 ㅋㅋㅋ 검사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스위트 홈에서 챠가운 이도현을 눈여겨 보다가 <더 글로리>에서 아주 례쁘게 나와서 힝 ❤️

서곡 2023-01-12 19:17   좋아요 1 | URL
책은 안봄요 김웅 ㄷㄷㄷ 스위트홈에서 완전 딴사람같아요 ㅇㅇ 안경낀얼굴 샤프해서 조아여

공쟝쟝 2023-01-12 19:2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냉미남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런 관상들이 대체로 약을 많이 합디다…? ㅋㅋㅋㅋㅋ

서곡 2023-01-12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명랑핫도그 댓글은 보셨나요??? ㅋㅋㅋ 저녁맛있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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