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

9월 막주부터 해야하는 데… 미루고 있던 에어컨 필터청소와 선풍기 씻어서 넣음과 동시에 가습기를 꺼내야겠다고 야심차게 마음을 먹고 앞치마를 입었다. 본격적으로 혼자 집에서 일을 시작한 나에게 할 일을 중심으로 복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옷에서 추리닝으로 (분명 다르다!! 왜냐면 저는 잠옷 만큼은 셋트로 갖춰서 이쁜 것을 입습니다. 추리닝은 목이 늘어져 있어야하고 고무줄 바지는 배꼽 위로 올라와야 함. 당연히 브라자는 안한다. 그것이 프리랜서 재택근무자의 가장 판타스틱한 직원복지 인 것이다. 뭐지 이 tmi는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후후. 어쩐지 오늘의 페이퍼는 계속해서 tmi일 것 같은데?😏) 갈아입어야 일하는 모드의 나 자신이 된다. 잠옷으로 다시 갈아입으면 자유 모드의 나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읽고 쓰는 시간의 나는 대부분 일할 때 보다 더 잘 갖춰입은(ㅋㅋㅋ) 잠옷 차림이다. 추리닝이 작업복이라면 운동할 때는 레깅스. 좋은 거 새로 사고 싶은 데, 다이어트 성공한 동생이 커졌다며 잔뜩 안겨줘서 레깅스가 좀… 많다.

그리고 얼마전 부터는 앞치마 모드 자아를 하나 더 만들었는 데,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 회사다닐 때야 구내식당이 알아서 메뉴를 챙겨주었지만, 이제는 내 밥 내가 해먹고 설거지도 내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쁠 때는 그냥 나가서 휙 사먹고 옴) 그런데 내가 평범한 인류인 이상 밥을 먹고나면 설거지가 하기 싫고,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쌓이고, 그 쌓인 것은 너무도 당연히 나 아닌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크지 않은 집이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만 기능할 때는 상관이 없었는 데, 일하는 공간으로 겸업 하니까 의식적으로 청결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금세 난장판이 되버리는 것😱.

지금 바쁘니까 이따 치워야지 → 바쁘게 일함 → 일이 끝남 → 집이 엉망 → 피곤하고 치우기 싫음 → 대충 씻고 일단 잠 → 일어나서 작업복으로 환복 → 집이 엉망인 상태에서 일 → 피곤하고 치우기 싫은 데, 어제보다 더 치우기 싫어짐 → 반복하다가 마감 → 와! 드뎌!! 일 끝!!! 이제 집에 가야지???  응? 집이… 집이… 아, 여기 집인데 왜 집에 가고 싶죠? 🥲

이 짓을 세 번 하고 나니까 이 모든 시작점이 바로 먹고난 뒤 설거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설거지가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일도 휴식도 그 모든 정리가 되지 않는… 뭔가 계속 찜찜하고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가 없는… 퇴근했는 데 집에 왔는데 집이 아닌… 아 몰랑😞 난 암튼 그랬다. 그래서 설거지를 밀리지 말자! 하면서 밥하고, 밥먹고 설거지 할 때는 앞치마를 입자! 하고 짱박아둔 앞치마를 사용하기 시작했는 데 워, 이게 생각보다 너무 괜찮네? 앞치마 안입을 때는 밥먹고 설거지하기 싫어서 계속 딴짓 하다가 노동자 모드로 전환하는 로딩이 좀 걸렸는데, 앞치마를 기준으로 하니까 바로바로 노동 모드 동기화가 빨라지더라(느낌인가?? 🙄 ㅋㅋㅋ).

여튼 여기서의 교훈 : ‘재생산 노동’ 모드의 나 자신은 꼭 필요했다!!!는 것.

앞치마, 내가 그를 입지 않았을 때 그것들은 하기 싫은 설거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가 적극적으로 앞치마를 입고 의식을 갖추자 그 일은 나에게로 와 ‘사회라는 공장’을 굴리며 ‘노동자’인 나를 더욱 온전하게 하는 ‘재생산 노동’이 되었따….

“(23) 이 ‘고용되지 않은’ 여성들은 문 닫힌 집 안에서 노동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의 필요에 따라 다시 밖으로 불려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집 안에 머물며 일을 한다 (...) 자본주의에서 생산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여성이 생산하는 상품은 인간, 다시 말해 노동자이다. (...) 그 자체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결부되어 있다. 이 사회적 상황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규격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사회적 공장’이라 부른다. ”


앞치마 질끈 동여매고, 햇살이 좋아 창문 활짝 열어놓고, K-POP 틀고 일요일 맞이 청소 시작. 

분명 여름용 가전기기 집어넣는 것만 하고 <페미니즘의 투쟁>을 읽으려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건만, 하다보니 또 완벽주의 돋아서 온 집안의 먼지를 닦아내고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와 세탁기 청소도 모자라 화장실 줄눈까지 닦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왜일까. 왜 청소는 하기 싫을 때는 더러운 게 암시랑토 않다가 하기시작하면 미친 듯이 하게 되는 걸까.

혼신의 힘을 다해 청소를 마치고나니 점심먹을 때도 한참지난 한시 사십분. 집에선 에어컨 세정제 냄새와 화장실 락스냄새가 진동하고…. 입맛이 뚝 떨어져서 도저히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서 밥차림 노동의 외주화!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잡숫기로 했다. 떡볶이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오늘 너무 화학약품 많이 쓴 것 같아 지구에 대한 미안함이 돋아나 세제 떨어져가는 데 바꿔볼까? 무계면 활성제를 사용한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타블릿형 세탁세제를 구입했고… 내친김에 패키지와 물없는 알약 타입의 친환경 치약도 구매했다(비쌌다).

“(47)소비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할 때 갖는 강박적인 완벽주의에 정확히 상응한다.” 


홀린 듯 결제를 하고나니 작년 가을에 환경을 위해  비누 하나로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샤워, 머리감기, 세수) 자발 떨다가 얼굴이 다 텄던 악몽이 생각났(여러분 세수는 꼭 폼클렌징으로 합시다)고, 아니야 괜찮아, 대나무 칫솔은 그럭저럭 성공했잖아(하지만 역시 칫솔모가 흐물거려…)하면서 돈을 더들여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이 친환경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더 쾌적하고 말끔한 공간에서 살고 싶다(즉, 청결한 청소상태 유지)는 욕망과 친환경은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청소에 집착할 수록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며 화학 약품으로 지구를 해친다면 청소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어떨까… 아, 그것은 절레절레… 집으로 돌아와 반짝 반짝 빛나는 식탁위에 앉아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의 투쟁>을 읽기 시작했다(가 십분만에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읽었다).


“(26)이 논평(여성과 공동체 전복)은 ‘여성 문제’를 규정하고 분석하며, 자본주의적 노동 분업이 만들어 낸 전체 ‘여성 역할’ 속에 위치시키는 시도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주부를 여성 역할의 중심인물*로 두려고 한다. 또, 모든 여성, 심지어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까지도 주부라고 상정한다. 어디에 살든 어느 계급에 해당하든, 세계 어디서나 여성의 위치는 가사노동이 가진 독특한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 따라서 여성이라는 카스트caste에 관한 분석은 모두 노동 계급 주부의 지위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70년대 가사노동 임금투쟁을 이끈 빡센 이탈리아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이 글 <여성과 공동체 전복>을 통해 자본주의적 노동분업에서 기존의 맑스주의적 관점이 짚지 못한 ‘주부(저자에 의하면 여성 역할의 중심인물)’와 ‘가사노동’을 분석 한다. 놀랍지 않은가. ‘주부’를 중심에 두고 자본주의를 분석한다니.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좌우파 막론하고 200년 넘게 ‘주부’를 경제 분석 단위 자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내 생각에 핵심 문단은 요 부분인 것 같다. 임금노동이 은폐하는 지점에 대한 비판.

“(32)자본이 *남성*을 모집해서 *임금 노동자*로 바꾼결과, 임금을 받지 않는 다른 모든 프롤레타리아(여성, 노인, 아동…)들과 남성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다. … 바로 이 임금을 통해서 임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착취는 임금이 없다는 점이 착취를 감추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동시에 그것은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안의 독재를 가능하게 했으며, 가정의 범위에 들지 않는 이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였고, 고립된 가사노동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창조적 능력을 축소시켰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마리아로사 등이 주축이 되어 벌인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은 당시엔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제기한 관점은 자본주의는 물론 전통 맑스주의 조차 은폐해온 여성의 가사노동, 즉 ‘재생산 노동(출산, 돌봄, 가사노동 등등)’에 대해 중요한 질문들을 던졌다. 이는 추후에 ‘노동의 성별분업화와 노동의 위계화(차별화)가 바로 자본주의의 원리’라는 중요한 정치경제학적 통찰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캘리번과 마녀 링크 :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0828728 )

그 뿐인가. 글에서 제시한 ‘사회적 공장’ 이라는 개념은 임금만이 생산체제가 되면서 생산체제가 배제하고 분리시켜온 전 사회적 노동의 착취를 환기하며 임금노동 여부와 관계 없이 ‘사회적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이론 —어디서 보셨죠? 바로바로 *기본소득* 되시겠습니다— 으로 나아가게 되고야 마는 데….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링크 :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0735810)

여기까지는 지난한 페미니즘 책 읽기를 통해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서 오-! 하면서 읽었는 데, 내가 글의 후반부에 가서 흥분하며 소름 쫙 돋았던 이유는 글 자체가 가진 무지막지한 급진성 때문이다. 장난없다. 제목 <여성과 공동체 전복>답게, 전복을 전복해버리신 마리아로사느님이랄까. (전복에 약한 편)

“(46) 노조와 마찬가지로 가족은 노동자를 보호하지만, 남녀 모두 노동자 외에는 다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이 *가족에 저항*하여 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롸?!!!!! 😱 주부여, 페미니스트들이여, 본격 가족파괴를 시작하자!!! 마리아로사는 가사노동 투쟁의 구체적 과정을 자본주의적 사회질서가 수립한 *핵가족의 파괴*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그것이 더 높은 계급투쟁의 차원이라 설파 하는데 (가족 파괴!!!! 마리아로사느님! 저 잘하는 중입니까? 나여, 힘죠!!!!!! 나 혼자 산다!! 아자!!!)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술 더떠 주부를 거부하는 여성에게 예의 ‘임금 노동자’가 되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자본주의가 원하는 일이라며 돈주는 일도 하지 말라고 하신다!! “(55)왜냐면 우리는 충분히 일했기 때문이다.”

여차저차 제3세계까지 포괄하시며 자본주의를 어떻게 뿌술건지 제안하시는 데… 

여하튼 거칠게 정리하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반성장, 탈노동 혹은 반노동의 투쟁인 것이다! 

만세! 진정한 노동 해방이여!


“(57)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투쟁을 시작한다. -1971년 12월 29일”


뭐지. 이거. 너무. 너무. 😳 팬데믹, 4차산업 혁명과 기후위기와 페미니즘적 요구가 넘실대는 2021 지금의…  현대적 문제 의식에 맞아떨어지는 해결책을 미리 품고 있는 50년 앞서간 글 아닌가. 아놔… 보봐르에 이어 이 언니 마저 이러면, 나 페미니스트인거 너무 행복하잖아요…(아찔)

그대 지금까지 고작 프롤레타리아 혁명만이 급진이라 생각했나? 훗, 진짜 혁명은 ‘노동’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거둬야 하는 거야. 그리고 현대사회의 노동윤리를 가능케한 가족 ‘따위’를 없애버리는 거지. (성급한 일반화 ㅋㅋㅋㅋㅋ)

나만 알기 싫다… 이 책… 좋다 좋다 하더니 정말 좋은 책이다… 진짜 개 치인다. 띵문 대잔치여.
근데 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거 맞죠?….ㅋㅋㅋㅋㅋㅋ 제가 읽고 싶은대로 읽고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자본주의에서 생산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여성이 생산하는 상품은 인간, 다시 말해 노동자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상황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요소, 즉 공장의 부속물이 결코 아니며, 그 자체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결부되어 있다. 이 사회적 상황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규격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사회적 공장’이라 부른다. - P23

여성의 노동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는 이유는 기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4

임금 노동자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 남성은 여성 착취라는 특수한 착취에 사용되는 특정한 도구에 불과했다. - P36

가사노동이 본질적으로 ‘여성의 노동’인 건 아니다. 여성이라고 빨래나 청소를 하면서 남성보다 자아를 더 많이 실현하거나 남성보다 덜 힘들진 않다. 빨래나 청소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사회서비스이다. 자본은 정확히 자본주의 가족 구조를 제도화함으로써 남성을 이런 사회 서비스 역할에서 ‘해방’시켰다. 따라서 남성은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착취당하게 된다. 남성들은 자신을 노동력으로 재생산해 내는 여성을 부양할 충분한 돈을 자유롭게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은 가정 내 여성에게 이런 서비스를 떠넘기는 데 성공했고, 그만큼 남성을 임금 노예로 만들었다.* 동시에 여성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것도 통제했다. - P38

노동 계급 가족은 더욱 무너뜨리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노동 계급 가족이 노동자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로서, 그리고 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 계급 가족은 자본을 지탱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 계급 가족은 계급의 유지 및 생존을 좌우하지만, 이때 계급의 유지 및 생존은 계급 자체에 반하여 여성을 희생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여성은 임금 노예의 노예이며, 여성의 노예상태가 남성의 노예상태를 보장한다. 노조와 마찬가지로 가족은 노동자를 보호하지만, 남녀 모두 노동자 외에는 다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이 가족에 저항하여 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 P46

그러나 가사노동을 통한 여성의 착취는 핵가족의 생존과 결부되어 특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의 구체적 과정은 자본주의적 사회 질서가 수립한 *핵가족의 파괴*를 거쳐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계급투쟁을 한 차원 더 높여야 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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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10-25 06: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잠옷과 추리닝은 다르다 - 옳소!
당연히 브라자는 안한다 - 옳소!
이하 모두 - 옳고 말고요!!!!
(핵가족의 파괴… 흠흠 요거는 개인적으로 딱 걸리는 항목인데… 일단 패스)

공쟝쟝 2021-10-25 11:10   좋아요 4 | URL
마리아로사가 의도한 건 아닐테지만 70년대에 비해 더 막나가는 신자유주의덕에 핵가족은 파괴가....된것 같긴 합니다? 나는야 비혼1세대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25 0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호...읽으려고 사다 놨어요!!!
보부아르 다음으로 읽기 딱 좋은 책이로군요?^^
아....나도 앞치마 두르면 선풍기랑 에어컨 필터 청소 시작할 수 있는 건가요??
거실 한 켠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열심히 언제 할까???? 날짜 계산만!!!ㅋㅋㅋ
선풍기 쳐다만 봐도 너무 춥다고 느껴질 때가 선풍기 청소하는 날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아~~앞치마가 답이었군요!!!!불끈!!!!

공쟝쟝 2021-10-25 11:12   좋아요 5 | URL
앞치마 너무 좋아요. 청소에도 좋지만 특히 택배 받거나 분리수거 같은거 하러 잠깐 집앞 나갈때 ㅋㅋㅋ 굳이 브라 안해도 됨 ㅋㅋ (이미 모든 브라가 브라렛이지만 그래도 브라 싫다... ㅜㅜ)

미미 2021-10-25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tmi너무 좋아요!!ㅎㅎㅎ
저도 때때로 어딘가로 퇴근해야 할것 같고 ...싶은 그 느낌 찡하게 공감입니다 하 =͟͟͞͞(๑º ロ º๑)

공쟝쟝 2021-10-25 11:13   좋아요 4 | URL
어딜퇴근해요. 딱붙어서 책읽고 글쓰셔야죠!! 미미님 저 바뻐서(-_- 거짓말 ㅋㅋ) 인제 시작했어요!!! 빨랑 읽을 수 있을거 같아요!! 요거 읽고 에코 페미니즘도 읽을 꺼예요~!! 뽜이팅!!!

2021-10-25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5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10-25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동 모드 동기화 ㅎㅎㅎ 청소하실때 조심하세요. 전 손끝이 갈라지면서 피가 나서 왜? 했더니 엄마집 청소하면서 쓴 제품이 너무 독해서 ㅠㅠ 손끝이 까져서 피가 ㅠㅠ 여성의 가사노동이 진정한 시지프시의 형벌같아요. 공장쟝님 글 읽고나면 힘이 불끈, 씩씩해지는 느낌입니다 *^^*

공쟝쟝 2021-10-26 09:34   좋아요 3 | URL
피가...... ... 피 볼때 까지 하는 청소... ㅋㅋ 어제 저도 과몰입해서 청소하고 가사노동 글 읽으니까 뭐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에서 70년대에 반자본주의와 함께 가족파괴를 외치신 마리아로사 대모님을 만나니 힘이 아주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밤 늦게까지 제가 씩씩댄 것이 느껴지셨다니!! 보람있습니다!!!

잠자냥 2021-10-25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브라자를 브라자라고 말하는 거 너무나 시원하다~ 브래지어 노노

공쟝쟝 2021-10-26 09:35   좋아요 0 | URL
요즘 촌스럽게 누가 브래지어를 하나? 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급진적인데 너모 좋다. 얼레벌레 1인 가구가 된 나도 가정 뿌시자에 한표! 움하하하하!
악순환의 시작에 설거지 있는 거 너무 공감. 설거지만 잘해도 왠지 관리잘되는 집같은 느낌이! 앞치마 매직파워 짱짱!!

공쟝쟝 2021-10-26 09:38   좋아요 0 | URL
설거지가 쌓여있으면 깨끗해도 집이 더러운거 같은 효과도 있죠 ㅋㅋㅋ 아... 툐샘 출근했어요? 오늘도 화이팅!
 

페미니즘이 철학이 될 수 있을까.

높은 천장의 200명 학생들. 수요-공급 곡선안의 원자화된 이기적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하면 자극 할 수 있는지에 관한 case by case 연구들을 꾸역꾸역 외워대다가 다른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 하는 것 처럼 인문대에 놀러가곤 했다. 낮은 천장의 낡은 책상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작은 강의실에서 교양 강의로 철학 수업을 듣는 것은 즐거웠다. 시간을 미분하고 공간을 우주까지 늘려봤다가 이내 삶을 조망하고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생각하라는 요구들이 엉뚱하게도 그 순간 만큼은 나를 해방시켜줬다. 네가 선 곳. 네가 생각하는 것. 네가 바라보는 방식. 그것에 대해 빈틈 없이 흔들어 볼 것. 나는 나자신을 아예 잊어버리기 위해 철학 수업을 이용했을 지도 모른다.

철학에 매료되었지만 공부할 수는 없었다. 인문학은 죽었고, 철학을 공부해선 먹고 살 수 없었고, 저출생으로 신입생이 줄어가는 전국의 모든 대학교들에서 철학과는 통폐합 1순위였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공부를 평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철학은 공부를 평생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간 보듯 쪼금 쪼금 찍어먹었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나는 그런 이상한 비합리적 신념에 싸여서 30여년을 살아왔는 데, 철학공부 역시 그랬다. 좋으니까 이건 할 수 없는 것이겠구나.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그러나 사람은 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비합리적 신념을 조금이나마 걷어낸 내가 돌아돌아돌고돌아 혹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하고 싶은 것은 전과이고 철학 공부니까. 그러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리하여 나는 내가 허락하는 한에서 적당히 추구해보고자 하는 데, 어쨌든 나라는 한정적인 자원이 노동 후 피곤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생길 때, 가장 읽고 싶은 책은 페미니즘 책과 함께 철학책이다. 둘이 비슷한데 페미니즘 책은 같이 읽기로 한것이기 때문에 먼저 읽게된다. (그리고 거기에 뇌 용량을 다 투하하고나면 다음 달의 벽돌 책이 기다리네?)

그래서 ‘페미니즘 철학’이라고 하는 데 책을 안살 수가 없었다. 작가님의 이전 책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를 인상깊게 읽기도 했고. 더군다나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건 내가 학교 다닐때 커리큘럼에는 있지도 않았다. 그 뿐인가, 유명한 철학자(라고 불리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페미니즘은 철학이 아니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45) 페미니즘 철학을 기존의 보편 인간을 이야기하는 철학과 기존의 가부장제 질서에 반대하는 안티철학, 반反철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남성 철학이라면 여기에 반대하는 철학이 페미니즘 철학 아닌가’라고 생각하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을 페미니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저는 둘다 아니라는 거죠. 페미니즘 철학이 기존의 철학적인 사유나 개념 틀에서 시작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는 거죠. 비판적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기존 철학에서 타자라고 해왔던 것들, 기존의 철학에서 무시되어 왔던 것들, 즉 신체, 여성들의 경험, 감정이나 정념 같은 것들을 다시 철학의 언어로 사유해보는 거예요. *기존에는 철학적 재료가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철학적 재료로 다시 다듬어보려는 거죠.* 둘 다 해내는 거예요.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이나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오는 거죠. 그렇기문에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포함해요. *본래 철학의 일이 세계를 인식하는 틀거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명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고민해보는 철학*이기도 한 거죠..”


고작 책의 1장을 읽었을 뿐인데, 그동안 어렴풋이 이것은 페미니즘 ‘철학’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들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호들갑을 떨며 페이퍼를 적어보는 중이다. 보부아르와 파이어스톤과 오드리 로드. 저자가 페미니즘 철학의 ‘입문’으로 선정한 인물들도 매우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처음으로 제대로 페미니즘을 마주했을 때.이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그리고 여전히 내가 누군가가 페미니즘이 뭐야? 라고 물을 때 대답하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적어놓고 오늘의 페이퍼를 끝내보려고 한다.



“(73) 어머니 억압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20배는 더 오래되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희망과 자신에게 부과된 희망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훌륭한 언어는 아니지만 내게 언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쾌락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물론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겠지만) 내게 언어를 가르쳐준 아버지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언어’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상대화시켜준 여성주의 지식인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딸들은 아버지의 검은 잉크를 엎어버리고 어머니의 젖이라는 흰색 잉크로 어머니에 대해 다시 써야 한다*. 이제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딸은 어머니를 자신에게 투사하지 말고 스스로 욕망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사회는 여성과 어머니를 분리하고 ‘성스러운’ 어머니의 일을 남성에게도 부과해야한다. ”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구판)


나는 나의 페미니스트로서의 전향(?)을 진지하게 궁금하게 여기는 지인들에 한정하여 저 문장을 말해주면서 내 언어로 풀어서 페미니즘 철학을 이렇게 설명해주곤했다.

“[공쟝쟝] 여기 책이 있어. 이건 책이야. 자, 이건 글씨지? 지금까지 나는 글씨를 읽어왔어.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고 여기며 뭔가를 알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페미니즘은 나머지야. 글씨를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것. 흰 여백,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사이의 공백, 저자가 쓰지 않은 맥락, 종이라는 물성과 이 책이라는 것이 내게 오기까지의 노동까지. 그러니까 텍스트를 제외한 이 책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 또한 ‘책’이라고 페미니즘이 말해줘. 어쩌면 텍스트는 가부장이야. 나는 그걸 읽고 뭔가를 알았다고 생각했는 데, 그걸 읽을 수 있었던 건 텍스트 외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나머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어. 텍스트가 아니어서 텍스트가 될 기회 조차 없어서 아직 읽히지 않은, 검은 글씨의 나머지를 포함한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러나 그 텍스트야 말로 철저하게 그 나머지 것들에 기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세계가 완전해진 느낌이었어. 텍스트를 가능하게 한 모든 것(그게 여성의 노동이든 존재든)을 인식 시켜 준. 나에게 페미니즘은 그래. 그리고 안타깝게도 텍스트가 아니었기에 한번도 읽힌적 없는 그것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읽히지 않은 그것들을 새로운 텍스트로 부단히 적어내리는. 어쩌면 가능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어려울 그 작업이 페미니즘 인 건 아닐까?”


여자는 어떻게 표시되요? ‘-A’, 즉 A가 아닌 것으로 표시돼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가 누구인지 표시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무엇무엇이 아님’이라고 표시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육체적 특징을 ‘고추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해야 되는 거잖아요. (중략) ‘아님’의 기호. 그러니까 정상성과 보편성의 기호, 즉 A가 바로 남성이었고, 여성은 비남성의 지위인거죠. *따지고 보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도 아니고 ‘남성 아님’ ‘비남성’이 여성의 지위*예요.
🤭 타자. 여성. 보부아르. 근대 서양철학이 전제한 보편적 의미의 인간을 쪼개면서, 페미니즘 철학이 시작되다. - P30

20세기 들어서 많은 소수자들 혹은 많은 타자들,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 인식론적 위치를 누군가(억압자)가 대신말해줬던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그 억압자들이 자기를 비하했던용어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해요. 자기를 억압했던말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지혜를 가져요. 우리가이 세계 바깥에서 살 수가 없잖아요. 여태까지 우리가 배운 언어들은 나를 옥죄던 언어일 수 있어요. 남성들이 만들어왔던 언어일 수도, 이 세계를 지배했던 언어일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언어를이용해서 이 세계를 바꾸어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 나를 억압한 것으로 부터 도구를 얻는다. 고쳐쓴다. 다시쓴다. 의심한다. 부수고 창조한다. 사실은 철학이 원래부터 해온 일과 다르지 않은 일. - P42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 강0주 철학자여, 보고 있나? ㅋㅋ 반성의 기회 드림 ㅋㅋ - P46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만약 페미니즘을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했던 부분을 저자가 말해주어 너무 기뻤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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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10-07 0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겁나 머시써요!!!!!! 다시 읽어야지!

공쟝쟝 2021-10-07 08:57   좋아요 3 | URL
우리에게 ‘겁나’ 맞는 형용사 ‘머시써’

다락방 2021-10-07 06: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오 이 사람 왜케 날로 멋져지는 것이야. 쟝님의 독서와 쓰기와 사유와 앞으로의 삶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1-10-07 08:58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좋은 아침! 오늘의 상황극을 들려줘!!

미미 2021-10-07 0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멋지쉼요!!!! 읽으면서 점점 입이 떡 벌어짐👍저는 대학때 철학을 좋아하긴 커녕 겉멋으로 하는 이상한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ㅠㅠ(바보바보!)

공쟝쟝 2021-10-07 09:21   좋아요 3 | URL
겉멋 없잖아 있는 것 같긴 한데…. 저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은 가난의 지름길이라고만 생각했던 게 더 커요ㅋㅋㅋㅋ

에로이카 2021-10-07 0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은 글씨가 아니라 여백이다… 구성적 외부다… 공쟝쟝님, 멋진 정리인데요? ^^

공쟝쟝 2021-10-07 09:01   좋아요 4 | URL
오!! 구성적 외부!!! 이거 누구 말이예요? 🤭 철학책 읽는 에로이카님의 칭찬은 개니 북흐럽다!!!

에로이카 2021-10-07 10:28   좋아요 2 | URL
구성적 외부(constitutive outside)라는 말 자체는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307쪽에 나오는 말인데, 이 개념의 저작권을 꼭 저자 제이슨 무어에게만 국한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마리아 미즈가 이야기한 것도 자연, 여성, 식민지가 자본주의의 ˝구성적 외부˝라는 말이니까요...

공쟝쟝 2021-10-07 16:17   좋아요 1 | URL
오오😤 에로이카님 멋있어요! 책 검색해봤어요 ㅋㅋㅋ (ㅋㅋ 번역ㅋㅋㅋ) 저두 열심히 읽어서 자유자재로 개념 써보고 싶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10-07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한참 저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 글 보니 더 읽고 싶은 욕구가 상승되네요!ㅎ 즐건 하루되시구요!

공쟝쟝 2021-10-07 09:02   좋아요 4 | URL
전투적 제2의 성 읽기 끝내버리고 또 같이 읽어요! 즐거운 하루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1. <제2의 성> 첫 페이지.



보부아르가 이 책을 헌정한 자크 보스트는 누구인가. 




그는 보부아르의 숨겨진 애인이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야 원최 유명한 폴리아모리 커플이므로, 이들의 파란만장한 따로 또 같이’의 연애사를 풀자면 끝도 없겠지만 보스트 경우 꼬일대로 꼬인 감당이 안되는 이들의 애정사 중에서도 감출 필요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거슨 보부아르와 동성애 관계였던 ‘올가’의 남편이었기 때문… 당시 사르트르는 올가와 보부아르가 너무 ‘뜨거워’서 질투에 사로잡혔다고 하는데 보부아르를 뺏겨서 질투가 난게 아니라 올가를 뺏겨서 보부아르에게 질투… 읭?!! 이게 무슨 말이다냐…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보봐르 전기<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에서 확인하시라. 진짜 이 책 꿀잼)싶겠지만 나도 이게 무슨 말이다냐… 하면서 읽고 있는데 느닷없이 복수심에 불타 올가의 여동생을 꼬시는 사르트르… 와중에 사랑하는 올가의 남편인 보스트랑 눈이 맞은 보부아르는 차마 올가에게는 말할 수가 없… 그래서 죽을 때 까지 속였이게 무슨?!?!… 하면서 읽었다. 그러타. 그들의 자유로운 계약 결혼은 생각보다 더 높은 수준이여따. 

어쨌든, 보부아르가 한참 미국 작가 올그란과 연애 중일 때, 자신이 쓴 그 어떤 소설보다 빠른 속도로 휘리릭~ 집필한 <제2의성>은 사르트르 만큼이나 오랜 (숨겨둔)연인이었던 자크 보스트에게 헌정되었다. 그는 보부아르가 만난 남자 중에 가장 덜 마초적이었다고 한다.

사족 하나 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왕언니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1970)은 우리의 보부아르에게 헌정되었다. 
* 견뎌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를 위하여.* (성의 변증법 첫 페이지)  크으- 😖 이 자매애, 뭔가 짜릿 짜릿해. 


2. 계약 결혼


뭇 사람들은 사르트르의 화려한 여성편력 때문에 보부아르를 조강지처(?)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데 조강지처는 무슨… 내봤을때는 보부아르의 편력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울 언니는 남성편력이 아니라 여남성편력이시다). 사후에 본격적으로 출간된 숱한 보부아르 남친 및 여친들과의 불타오르는 편지들을 보면(ㅋㅋㅋ) 사르트르야 말로 보봐르의 철학 동반자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그는 잠자리에서는 썩 훌륭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354)(보부아르가 유방암이 걱정되어 병원에 다녀온 뒤) 사르트르에게 진료 결과를 얘기했더니 그는 냉전 시대의 지독한 냉소주의로 대응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12년은 더 살텐데 어차피 그때쯤이면 지구는 원자폭탄으로 멸망할거라나.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롸???🤷🏻‍♀️???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전혀 아니었던 것으로(절레절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의 쿨내 진동 보봐르 언니는 “보스트와 수술 전날을 아름다운 수도원에서 보냈다” ㅋㅋㅋㅋ 아하, 정서적 지지는 보스트와 뜨거운 밤은 란즈만과 철학적 영감은 사르트르와 문학적 감성은 올그런과?!! 나는 그의 동시 다발적인 연애사를 따라가는 게 읽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딸렸다. 그러나 끊임없이 타자를 향해 기투했던… 보부아르는 참 자유, 진정 철학자.

그녀는 말했다. “(504) 두사람의 관계는 억압적인 구석이 전혀 없었으므로 평등은 아예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사르트르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했더라도 자신은 억압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 이 부분에서 멋있어서 무릎치다 모기 잡았잖아. 읭, 진짜 감히 누가 누굴 억압해. 누가 자꾸 보봐르를 사르트르 부록 취급 하는가. 누구인가. 응?


한 세대 쯤 더 지나면 ‘철학자 사르트르의 반려인 보부아르’보다 ‘페미니스트 보부아르의 동반자 사르트르’로 둘의 위치가 바뀌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은 계속해서 살아남고 있고, 시간이 갈 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적어도 2021년 현재, 사르트르의 주요 저작들 보다 <제2의 성>이 흥행면에서는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3. <제2의 성>에 쏟아진 찬사들

자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 <제2의 성>이 발간되었을 당시(1949)에 쏟아진 찬사들을 보자.

“(327)마담 시몬 드 보부아르가 다루는 주제가 제대로 된 철학과 문학 논평에 낄 만한가? (...) 욕구 불만, 불감증, 음란증, 색정광, 레즈비언, 낙태를 골백번 한 여자, 나는 그 모든 것이었다. 심지어 내가 미혼모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327)공산주의자들은 보부아르가 노동자 계급과 아무 상관 없는 분석만 하는 ‘프티부르주아’라고했다. 보수파의 존경받는 기둥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레 탕 모데른(보부아르-사르트르 잡지)> 필진 중 한명에게 ‘당신 윗자리에서 일하는 여자의 성기 사정을 내가 다 알게 됐소.’라고 편지를 썼다.”

“(336) 칼럼니스트 앙드레 루소는 (…) ‘타자의 수준으로 밀려난 여성이 열등감 콤플렉스에 몸부림친다’고 했고, 보부아르가 너무 ‘집요하게’ 주장을 펼쳐서 ‘진짜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존주의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337) 철학자 에마뉘엘 무니에는 이 책에서 ‘원한의 어조’가 보여 안타깝다고 썼다. 그런 어조를 좀 더 잘 다스렸더라면 ‘저자의 통찰이 덜 방해받았을’ 거라나. … 카뮈마저 ‘프랑스 남자 꼴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했다. 철학자 장 기통은 행간에서 ‘그녀의 슬픈 삶’을 보면서 마음 아팠다고 했다. <레포크>는 십 년 후에는 아무도 ‘이 구역질나는 성도착과 낙태 옹호론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바티칸은 이 책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철학자 아재들의 평은 진짜ㅋㅋㅋㅋ 어조를 좀 더 다스리라니, 니 삶의 기구함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니, 너무 지금 페미에 대한 찬사들과 다를바 없는 똑닮은 … 걍 다 전형적인 맨스플레인이라 할말이 없다. 막판에 갑자기 등장한 권위의 바티칸이여… 읭? 금서라니 이 머선일이고(어쩐지 책의 품격이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ㅋㅋㅋㅋㅋ 몇년 뒤 보부아르에게 공쿠르상을 안겨다준 소설 <레 망다렝> 역시 가톨릭 금서가 된다. (대체 어떻게 쓰셨길래… 소설 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2권짜리라서 읽기는 당분간 미뤄두는 걸로….) 여하튼 금서 지정 2관왕에 빛나는 참 글쟁이 세상과 불화하는 보부아르. 

<제2의 성>을 읽다보면 사실 저 남자-작가, 평론가, 철학자-들이 이 책을 다 보긴 한건지, 저렇게까지 화낼 일 인건가 싶어진다. 왜냐면 남자보다 여자들한테 더 화나게 썼거든. 이렇게 까지 굳이 신랄할 필요 있냐고. 아주 뼈를 때리다 못해 뼈를 발라버리는 팩트 폭행 오졌다고… 보봐르 진짜 너무 했다고… 제가 처음 읽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게요???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여성의 삶.



4. 알아두면 쓸데 있을 <제2의 성>에 나오는 반복적 ‘실존주의’ 개념들


(157) *초월*
현상학에서 초월성이란 의식과 그 대상사이의 거리, 또는 의식과 의식 아닌 것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 의식의 대상은 의식의 외부에 있다. 외부에 있다고 해서 외재성exteriority이라고도 말한다. 이 대상을 향해가는 내 의식의 운동이 바로 초월transcend이다. ‘초월’이란 넘어선다는 의미이다. (…) 의식은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 작동하는 기능이다. 그러므로 의식이란 언제나 ‘……에 대한 의식’이다. 창밖의 영산홍이 내 의식 앞에 나타날 때 비로소 나의 의식은 작동한다. 그런데 내 의식의 밖에 있는 영산홍을 어떻게 의식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일단 영산홍이 눈에 띄면 나의 의식은 내 몸 안에서 빠져나가 영산홍 쪽으로 향한다. (…) 그리하여 찬란한 색깔의 단단한 꽃잎에 의식이 가서 탁 부딪쳤을 때 비로소 나는 ‘아, 예쁜 꽃이로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대상을 규정한다. 이러한 의식의 운동이 바로 초월성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기 때문에 초월이라고 한다.

(162) *즉자존재 대자존재*
그러나 인간의 존재양식은 대자이고 사물의 존재양식은 즉자이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초월적 운동을 하는 대자적 존재이지만 이 초월성을 포기하고 과거에만 고착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존재는 대자존재가 아니라 사물과 같은 즉자존재가 되는 것이다. 

(163) *기투* 
대자존재의 생성 운동은 똑같은 성질이 죽 이어지는 연속이 아니라 매 순간 자기를 부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단절의 운동이다. (…) 의식처럼 인생도, 아니 의식으로 이루어진 인생은 언제나 종전의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자신의 새로운 기획을 앞으로 투사한다. 자신의 새로운 기획을 앞으로 투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를 기투企投라는 신조어로 번역했다. - <모든 사람은 혼자다>

보부아르 전기 읽다보면 사르트르는 정말 보부아르 없었으면 자기 철학을 저정도로 까지 발전시켰을까 싶어진다. 이번에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가면서 페미니스트로서보다는 실존주의 철학자로서의 보부아르를 발견하고 제대로 치여버렸는 데, 그 사연은 추후에 전기 독후감에 몰아서 쓰도록 하겠고. 

이 책, <모든 사람은 혼자다>는 보부아르의 실존주의를 다룬 첫번째 철학 에세이로 원제는 <피로스와 키네아스Pyrrhus et Cineas>이다. 두번째 철학 에세이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Pour une morale de l`ambiguite>를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라고 출간한 것으로 봐서는 출판사 차원에서 뭔가 기획 의도가 있었던 것 같고, 그래 그럴듯 하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인데. 

그런데 세상에… 백자평에도 적었지만 … 부제가  ‘결혼한 독신녀 보부아르의 장편 에세이’라니, OMG… 🙀😱 
저기요, 의도는 알겠는 데… 한참 빗나간 마케팅 포인트 아닌가여? 뭔가 부제 그 딱 한줄 때문에 책이 너무 구리게 느껴진다구… 그리고 나서 방금 검색해보니 맙소사 소개에 책의 원제도 안적혀 있다. 보소, 출판사여, 제목 바꿀 거고 부제 이따구로 달아놓을 거면 원제라도 똑바로 알려줘야할 것 아닌감? 전기를 읽지 않았으면, 이 책이 그 책일지 내 어찌 알았겠냐 말이오. 저는 아니었지만 부러 찾아 읽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나 이말이오. (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 역자 후기에 덧붙인 실존주의 개념 해석도 굿. 두고두고 여러번 읽을 책이라 별 다섯개 달았는 데 역시 부제가… 창피해. 쯥.)


5. 마지막으로 번역 비교.


으허허. 난 이 구역의 제일가는 <제2의 성> 부자니까. 여러모로 전체적으로 비교해보고 구매하시라고 (혹은 혹시 집에 먼지 뽀얗게 묻은 채로 묵혀있는 *93버전 을유*로 독서하실 계획이라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며 시간 낭비이니 유경험자로서 도시락 싸들고 만류하기 위해ㅋㅋㅋ) 몇 페이지 찍어 추려 올려봅니다.

5-1. 나를 정말 빡치게 했던 바로 그 번역 ‘음경적 결혼’. 

<을유문화사 응답하라1993 버전 >

사실 전체를 다 읽어보면 음경적 결혼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동서문화사 버전>

‘남근 중심의 결혼’ 뭐 이정도도 나쁘진 않다.

<을유문화사 2021 뉴 버전>

‘남근적인 결혼’ 전체적으로 동서보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고 잘 읽힌다. 


5-2. 여자로 만들어진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

<을유문화사 응답하라1993 버전 >


<동서문화사 버전>


<을유문화사 2021 뉴 버전>

이 문장의 번역에 대해서는 호불호 갈릴 것 같긴하다는 생각이다. (전면 개정 관련 한겨레 기사 링크: “책 생명 늘려야죠”… 문학 속 ‘성차별’ 패치 떼는 출판계 나는 ‘만들어진다’가 더 직관적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보부아르의 저 띵문이 오용(?) 남용(?)되는 사례가 문득 떠올라서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표현도 맞겠네 싶어졌다. 

오용/남용의 사연은… 때는 바야흐로 몇년 전(기억 잘 안남), 꽤 유명한 모 뷰티 서비스에서 다이어트 자극 명언으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를 아주 떡하니 쨍하니 쓰셔가지고ㅋㅋㅋㅋ 이를테면 이런 거지 “세 끼 다먹으면 살쪄요 -김사랑” “날씬한 것 만큼 맛있는 건 없다 -케이트 모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보부아르” ???!!!??? ㅋㅋㅋㅋㅋㅋㅋ 아~~ 😩 😩 😩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동생 친구가 30년 동안 잘 주무시고 계시던 보부아르 언니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오용이라며 항의 메일 보내고, 담당자는 당황+황당해하며 카피를 내렸다는 건너들은 야무진 페미 지인 실화가 제게 있음용. 

그러고 보면 보부아르는 진짜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던 듯. 
살아있는 동안에도 실컷 오독되고, 돌아가신 후에는 끝없이 오용되고 있다ㅋㅋㅋ 

여러분 10월의 도서 <제2의 성> 화이팅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독서는 역시 1000페이지 넘는 벽돌책 아닌교.
(키키키! 먼저간 자의 여유!)



나야 나, 보부아르 부자.



나야 나. 심지어 그걸 다 읽은 사람.


완독의 비결은 모다?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따라서 산 뽀모도로 시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처럼 읽 다보면 시간안에 못 끝낼 것 같아, 무슨 시험 공부마냥 50분 읽고 10분 쉬고 시간 재면서 페이지 체크하면서 읽었다. 

(당연히 10분 놀 때는 북플을 했다. 사람들이 자꾸 안읽고 뭐하냐고 해서 슬펐다..)



* 네, 그렇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하기로하면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서 쪼면 ㅎㅎ 잠자냥 고마워! https://blog.aladin.co.kr/socker/12988857 먼댓글이 안달려서, 링크라도 걸어놓음) 하는 사람인 줄 이제사 알았습니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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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0-03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보부아르 전문가!!!!
번역부분까지 다 살펴 비교 대조해 주시다니~~
살짝 을유 책 흔들렸어요.
일단 동서꺼부터 먼저 읽어야 겠기에~^^
그나저나 갖고 싶네요.
저 귀여운 시계!!!!!
뽀로로 연상케 하는 이름이네요.
뽀모도로....계획 세운 것들 실천력 갑으로 이끌어 줄 동지 같아 보입니다^^

공쟝쟝 2021-10-03 09:18   좋아요 5 | URL
˝93을유는 절대 아니다˝라는 것(오죽하면 을유가 아예 재번역을 했겠습니까? 을유여 참 잘했어요~)에 방점이 찍힌 비교샷 ㅋㅋㅋ 왜 뽀모도로인지는 모르겠는데 뽀모도로이구 먼저 스마트폰 앱으로 사용해보세요! 뽀모도로 치면 앱 많아요~전 집중해야 될 때는 앱으로 써오다가 이번에 보봐르 읽으면서 아예 장만했어요. 곁눈질 하면서 읽으면 아주 쫄리더라고요??

그레이스 2021-10-03 0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어도 사상이고 사회를 반영하므로 보봐르에게도 표현하는데 오류가 있었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지다 번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투 이전의 여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난독증인가? 의심하게 되는 번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긴하네요
ㅎㅎ

공쟝쟝 2021-10-03 09:21   좋아요 4 | URL
저는 다룰 줄 아는 외국어가 없어서 번역에 사실 매우 관대한 편이지만, 종종 이놈의 프랑스 인(푸코, 위티그, 보봐르, 블랑쇼)들 책들은 좀 암담... 애들 안쓰신건 아닌 것 같아서...번역의 문제라기 보단 사유의 구조가 다른 것일까? 생각해본 적 몇번 있었어요.

미미 2021-10-03 08: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뽀모도로가 큰 역할을 했네요ㅎㅎ덕분에 저도 동서문화사 책 있는데 배신하고 저 두꺼운 책을 샀습니당! 번역차이 막 기대기대 !! 뽀모도로 도움좀 받아볼래요~♡

공쟝쟝 2021-10-03 09:22   좋아요 5 | URL
흐흐흐흐~~~ 이 책 장점은 읽고나면 다른 책들읽을 때 글씨 겁나 커보이고 페이지 쭉쭉 넘어가는 상대적인 독서쾌감을 느끼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보봐르 전기를 완독했나이다...)

에로이카 2021-10-03 08: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의 연인들은 보부아르가 읽는 책들 같은 존재였군요. 여러 책을 정성들여 읽는.. 알쓸신주옥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공쟝쟝 2021-10-03 09:26   좋아요 6 | URL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게다가 보부아르는 그 모두들과의 관계를 책임있게 보살피고 배려하고 또 반성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했기에 대부분의 관계들은 사랑이 끝나도 우정으로 이어졌구요. mbti로 치면 전형적인 INFJ아닐까 생각했던 보봐르. 진짜 열심히 살다간 눈물많은 여성. 🥺 정성들여 읽으며 애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시무스 2021-10-03 11:3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부아르의 삶과 철학을 알아볼까해서 밀리에서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제2의 성과 함께 읽고 있는데 정말 과몰입 상태라 오늘 아침부터는 일단 덮고 있습니다!ㅎ
실존철학에 대한 용어정리 감사드려요! 서문이 참 멋지다고 생각해서 밑줄 많이 그었는데 정리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것 같아요!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공쟝쟝 2021-10-03 19: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과몰입 ㅋㅋㅋㅋㅋ 맞아요 ㅋㅋㅋㅋㅋ 맞아 ㅋㅋㅋㅋ 손에 땀나는 한편의 펜트하우스 ㅋㅋㅋㅋ 막시무스님이 열심히 읽고 계신 느낌이 들어서 든든한 10월입니다!! 👊👊

붕붕툐툐 2021-10-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쟝쟝님~ 완전 대단👍
저에게 선물같은 페이퍼이나, 일단 실존주의는 패쓰했고(밤에 진지하게 읽어볼게요~ㅋ), 보부아르 언니의 다채로운 연애는.. 하.. 제2의 성 읽는데 도움이 되는게 맞겠죠?ㅋㅋㅋㅋㅋㅋ
암튼 부자 쟝쟝님을 따라 갈 수 있어 기쁩니다. 먼저 (여러번) 읽은자의 여유 많이 만끽하시고, 가끔 리뷰 올라오면 ‘에헴‘ 한 번 해주세요~ㅎㅎㅎㅎ

공쟝쟝 2021-10-03 19:4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앳햄앳햄!!🤣🤣 어우 신나 ㅋㅋㅋ (두리번 두리번) ㅋㅋㅋ 서론 읽다가 실존주의 용어 읽으러 제 페이퍼 올걸요?ㅋㅋㅋ 나는 알고 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0-03 12: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제2의 성’ 잉글리스로 읽기 시작했는데요, 세턴드 섹스! 번역자의 해설 읽고 사르트르의 ‘말’을 먼저 읽는중입니다. (제가 어디로 튈지는 저도 모름) 이 책 정말 재밌어요!!! 자기 고백과 예리한 시선과 유모어! 그러니 보부아르가 사겨주었겠죠? 추천입니다. ^^ 그나저나 예전 부터 보부아르는 발췌독만 해왔는데 완독을 (일단) 시작한 건 다 공쟝쟝님 덕분이에요. 딱지 앉았는데 떼고 있어요. 막 짜릿…..

공쟝쟝 2021-10-03 19:47   좋아요 2 | URL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사형 독서 ㅋㅋ 과연 이걸 왜읽나 싶지만 읽다보면 읽기를 잘한 것 같은 그런 독서!! 유부만두님 딱지 떼는 것두 그렇구 우리 동족인가요? 🤣 사르트르 저두 너무 읽고 싶더라구요. 이번에 알게 된 실존주의 좋아요. 관계에 천착하는 저에겐 직관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단발머리 2021-10-03 13: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쟝쟝님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이런 완전 고퀄 페이퍼 감사드리며,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완독 못 한 나 자신을 한없이 탓하다가, 보부아르 연애 편력 메모하다가 뭥미?의 충격에 빠진 사람 나 혼자 아니구나, 쟝쟝님이 있었구나, 싶어 역시나 반가워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너무 중요하고 또 그것 자체는 누구보다 스스로를 위한 것이겠지만, 쟝쟝님의 보부아르 독서는 우리 알라딘 세상에 커다란 광명이며 기쁨이며 선물이다. 라고 말합니다. 을유야, 무엇이든 내놓아되지 않겠느냐.... 을유야, 을유야, 을 유 야...

공쟝쟝 2021-10-03 19:49   좋아요 0 | URL
공짜책 한번 얻어보려고 갑자기 시작된 독서였으나… 저자의 매력에 빠저 그만 진심을 다하고 말았다… 을유, 고마워! 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을 원해…ㅋㅋㅋㅋㅋㅋ (점점 노골적)

vita 2021-10-03 13: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두고두고 이 페이퍼를 아니 제2의 성 리뷰를 쓴 쟝쟝님에게 매년 선물을 하면 어떨까 하오. 이런 능력자에게 책 한권 달랑 던져주고 이런 어마무시한 보부아르 전공자 글을 얻었으니 더구나 알라딘에는 보부아르 열풍이 뜨겁게 몰아치고 있으니 대체 이 광풍을 을유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내부 회의를 열어 우리 쟝쟝님에게 뭔가 더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참으로 괜찮지 않을까 하오. 동시대에 이렇게 보부아르 전공자와 보부아르를 읽으며 논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공쟝쟝 2021-10-03 19:54   좋아요 1 | URL
수식어가 과찬이십니다, 보봐르 전공자요? ㅋㅋㅋ 전기 짜깁기 해서 썰 풀어 드렸을 뿐 ㅋㅋㅋ 광풍이래 ㅋㅋㅋ 아잇 진짜 이 오바쟁이들!!! 어디까지 가나보자 ㅋㅋㅋ 비타님 우리 다 읽었으니 술한잔 해요!!
그리고 을유여, 저는 많은 걸 원하지 않아요 ㅋ 아주 편안한 죽음을 원해 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3 13: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양질의 페이퍼야 겁나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제2의 성 부자인 것도 재미있다. 멋져. 저도 이번 달에 보부아르 전기 까지 도전하겠습니다. 사두고 언젠가는 읽겠지 했던 책인데 이 글 보니 제2의 성과 같이 가야겠어요. 아 너무 좋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이 책 진짜 너무너무 좋지요? 이렇게 근사한 글 쓰는 사람이니 쟝님이여, 더 읽어요, 더!!

공쟝쟝 2021-10-03 19:57   좋아요 1 | URL
뜻하지 않은 <제2의 성> 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참, 그 보부아르 전기는 굉장히 똑똑하신분에게 생일 선물받은 거였다?ㅋㅋㅋㅋㅋㅋㅋ 혼자다! 너무 좋았어요!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 까지 읽구 전기랑 합해서, 보부아르라는 철학자에 대해 느낀점을 정리해볼까해요. 언제? 오늘은 아님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10-03 16: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글이라면 출판사에서 책받았다고 몇번 얘기해도 무조건 좋아요 백번 누르겠습니다. 보부아르를 읽어야겠다. 특히나 제2의 성은 무조건 읽어야겟다는 마음이 확 솟구치는 글이에요.
보부아르 부자 + 먼저 읽은 공쟝쟝님 오늘 왜 이렇게 더 멋있어 보이죠? ^^

공쟝쟝 2021-10-03 20:01   좋아요 2 | URL
원래 멋있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멋있어 지는 겁니다 ~~ 초ㅑ라랑~~ 멋있음의 연쇄 반응 법칙이라고 ㅋㅋㅋ 제가 방금 만든 법칙입니다!!! 자 그럼 우리 모두 10월엔 한껏 멋있어져 볼까요?😤😤😤😤 여러분 10월엔 보봐르 달려!!!

scott 2021-10-04 0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공장쟝님에게
<제 2의 성> 감사패와 앰블러를 달아 돨롸!

໒( ♥ ◡ ♥ )७

공쟝쟝 2021-10-04 10:35   좋아요 2 | URL
스콧님.... 그건 아니야... 달면 화냄.
내가 원하는 건 리뷰를 여러곳에 올리지 않아도 되는 책 한권, 보부아르 <아주 편한한 죽음>!!
을유, 보고 있나.
 
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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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십대 중반까지는 스스로를 ‘자기 생각’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라고 여겨왔었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나 많으며, 왜 ‘그냥’이 없냐는 건 언제나 따라다녔던 나에 대한 평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고칠 생각은 없으면서도 또 그런 말들에 상처를 안 받을 정도의 자존감은 없었으므로 삶이 무겁고 어렵고 괴로웠다. 

그런데 친밀한 관계에서는 일종의 퇴행이 나타났다. 나는 그걸 무장해제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데, 평소에는 터질 것 같이 많은 생각들이 별로 생각되어지지 않는 것이다. 항상 곤두서있었으므로 어쩌면 내가 믿고 싶다 여긴 이들에게는 세상 관대하게 굴었을지도 모르겠다. 니가 좋으면 나도 다 좋아, 혹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 믿기로 했으면 믿는 거지 뭐. 의심이나 자기주장을 잘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같아지는 것이 사랑이라고 다른 것은 내 쪽에서 먼저 제거하거나 보이지 않게 감추거나 나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다라고 나는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의존했다. 책임감을 내려놓았다. 그건 편했다. 쉬웠다. 만사가 다 복잡한 데, 어떤 관계에서는 좀 내려놔도 되잖아? 삶은 이미 어렵고 불편한 것들로 소화되지 않은 채 널려 있는 데, 쉬운 걸 두고 굳이 어렵게 가는 걸 편한 길 두고 굳이 불편한 길을 가는 건 소모적이었다.  

“(34)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하고자 하는 윤리적 주장과 더불어 자유를 회피하고 자신을 사물로 구성하고자 하는 유혹이 공존한다. 후자는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길을 잃은 개인은 미래를 향해 초월하지 못하고,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낯선 이들의 의지의 먹잇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실존의 공포와 긴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드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여자가 자기를 주체로서 주장하지 않는 까닭은 그렇게 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고, 상호성을 세우지 않은 채 남자에 결부시키는 필연적 관계를 느끼기 때문이며, 흔히 타자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2. 

실존주의, 겁먹지 말자. 보부아르가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쩌면 단순한 이분법이다. 

여자란 무엇인가? 타자(제2의 성)다. 

대자-즉자(사물)/주체-객체/자아-타자/초월-내재/자유-단순반복/여타 등등 기타 등등. 의식을 가진 모든 존재(대자)는 자신과 같은 존재인 ‘타자(객체)’를 만나서 그를 ‘타자화’하는 성격이 있다. 주체의 입장에서는 타자이지만 타자의 입장에서는 주체 역시 타자다. 그런데 보통은 상호적인 대자-대자의 관계가 ‘같은 의식을 가진 존재’인 남-녀 관계에서 만큼은 왜 부인되는 가. 무슨 까닭에 여성은 스스로를 ‘타자’의 자리에 두기를 스스럼없어 하는가. 그것을 밝히는 것이 이 책 <제2의 성>이다. 

스스로만을 주체로 적립한 남성주체(들)에 의해 여성이 사회/역사/문화적으로 타자로 존재해왔음을 논증하는 것이 이 책의 1권 <사실과 신화>이다. 인류의 모든 신화와 유명한 이론가, 작가들의 여성에 대한 ‘타자화’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 후두려패는 1권도 백미지만, 나는 2권 <체험>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데(그러나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 2권의 판매는 현저하게 저조하여 보부아르가 속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여성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여자들의 ‘상황’을 안팎으로 세세히 기술하고 있어, ‘여성 스스로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 

그 말투가 적나라하고 비판이 신랄하기도 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여성혐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건 내 솔직한 느낌이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이 두꺼워 너무 겁이 난다면 2권만이라도 읽기를 바란다. 혐오적인 상황, 그것이 바로 어찌할 수 없는 여자의 상황이니까. 나는 심리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2권 <체험>을 읽기가 더 거북할거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현대의 여성 보다는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선 여성들이 훨씬 더 읽기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한다(우리세대가 ‘역하지 않은 만큼까지’가 <제2의 성>이후의 페미니즘의 ‘성취’아닐까). 

이유는 간단하다. 노예는 자신이 노예임을 바로 보았을 때 노예에서 벗어나는 법, 나의 노예근성, 나의 거지근성, 나의 타자의식 으음🤔 인정하기 쉽지 않다. 역하다. 보부아르는 그걸 썼다. (일전에는 몰랐는데, 전기를 읽고 나니 얼마나 절절하게 썼는지 알겠어서 눈물 난다 진짜) 내재에서 눈 뜨지 못하고 있던 타자(노예)가 현실을 바로 보면 사실 게임은 끝난다. 환상 없이 적나라한 현실을 끌어안는 것은 자유로운 주체의 특권이자 멍에다. 멍에를 지는 순간이 초월하는 순간이다. (둘 다 힘들다. 차피 인생 힘든 거다. 자기 스타일대로 알아서~) 

“(42) 사람들은 행복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며, 그 말이 의미하는 진정한 가치는 더더욱 모르고 있다. 타인의 행복을 가늠하기란 전혀 가능하지 않고,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상황이 행복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사람들은 행복이 부동성이라는 핑계 하에 특히 정체 상태에 있도록 강요당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선언해 버린다. 그러므로 그런 개념은 우리가 참고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채택한 관점은 실존주의 윤리의 관점이다.* 즉, 모든 주체는 계획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초월로 확립한다. 그는 다른 자유들을 향한 영속적인 초월에 의해서만 자신의 자유를 완성시킨다. 무한히 열린 미래를 향하여 자신을 확장하는 길 외에는 현 존재를 정당화시킬 다른 방도는 없다. (중략) 이러한 여성 조건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길이 열려 있을까? 어떤 길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까? 종속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독립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이 여자의 자유를 제한하며, 과연 여자는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규명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우리는 개인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기회들을 행복이 아닌 자유라는 용어로 정의 내리게 될 것이다.*”

보부아르는 서론에서 행복이 아닌 ‘자유’를 이야기한다. 나는 그가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 아닌 것이 좋았다. 
언제나 자유는 두 가지다. 억압 혹은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자유와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동시에 나는 무언가를 능숙하게 잘 다룰 수 있을 때 자유롭다고도 느낀다. 이는 창조와 멀지 않은 개념이라 섞어 쓰겠다. 보다 더 엄밀한 정의는 사회학자 엄기호의 책 ‘공부공부’ 참조 하시라). 언제부턴가 나는 ‘자유’, ‘자유로울 것’, ‘돈은 나에게 자유를 준다’ 등을 내 집 방구석 구석에 써서 붙여두는 중인데, 지금 내게 자유는 후자의 의미다. 동시에 전자를 계속해서 선명히 인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덧붙여본다. 


3.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서. 소싯적의 / 어렴풋한 /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 구차해) / 사랑에 빠진 나에겐 점(.)과 느낌표(!)만 있었다. 물음표(?)나 쉼표(,)는 없었다. 물음표 투성이에 끝나지 않는 쉼표로 스스로를 볶아쳐대던 나에게 마침표와 느낌표는 행복과 가까운 것이었다. 누구라도 잘 알 것이다. 나를 잠시 잊는 다는 것의 그 감정적 강렬함. 그것에 취해있을 때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열의와 마취의 상태. 그게 너무 좋아서 그걸 뺀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음. 사랑~더럽~폴인럽럽~ 

. ! . ! . ! . !

아주 진한 세상. 짙은 밀도의 삶. 그건 빠져야해. 취해있어야만해. 일상에서의 무기력함 혹은 경제적 무능력함을 잊어야 하고 때로는 그것들까지 포함해서 보상받아야 하니까 또 더욱더 흠뻑 취해야하는 거겠지. 너무 많이 취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사랑이라면 응당 그래야만 하는 거라고 그때의 난 정당화 했었어. 세상 앞에 서는 내가 너무 부족한 것 만 같고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나는 쉬고 싶었으니까. 게으르고 싶었으니까. 사실은 나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책임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순간만큼이라도 인생 좀 쉽게 살고 싶었으므로.

… ? , … ?, … ? 
,

질문(?)은 언제나 ‘살짝’ 사랑에서 빠져나온 순간(,) 생겨났다. (그동안 미뤄뒀던 것 포함 한꺼번에 몰아쳤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도리어 내가 나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고 있지 않을 때가 나답다니, 사랑하지 않는 것이 어울리나. 

어쨌든 사랑하면 나는 자꾸 나를 잃었다. 대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있고 싶었고, 그에 대한 자기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 자체의 속성은 아니었다. 사랑할수록 자기 주장이 세진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랑하면 충만해 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편견이었을 것이다. 그저 나는 나는. 사랑을. 그것을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헌신이었고, 내가 사랑이라 여긴 모습(엄마…😭)이 그런 것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사실 평소의 나는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언제나 과로 중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냥 맹목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혹은 통제권을 모조리 넘겨버린다는 것은 차라리 행복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페미니즘을 빼놓고는, 사회-계급-경제적인 나의 ‘상황’ 혹은 조건을 제외한 추상의 세상에서는 (물론 그런 진공상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자아-타자/개인-개인 이라는 모든 것을 쳐낸 단지 단독자-단독자의 관계에서는) 확실히. 정확히. 명확히. 그 의존이 바로 나의 의지였으므로… 투명하게 (한)남 탓을 못하겠다. 음. 뭐래. 사랑이 살짝 풀렸을 때, 맨날 방긋방긋 웃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섬광이 번쩍하고 변해서 미친 듯이 물음표를 그려대는 나를 그들은 괴로워했었다. … 썩 미안하진 않지만 좀 당황하긴 했었을……. (으아, 쓰다 보니 끝없이 쓰고 있다… 현재 앞이 알려주는 글의 양은 5,000자 또 넘기 시작했다, 물음표 살인마 버전 공쟝쟝. 그만써 그만써 마무리하자 마무리!!)

“(880) 사랑의 길은 자립이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역시 대다수 여성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중략) 불행하게도 여자는 거의 저항할 수 없는 유혹들에 둘러싸여 있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 쉬운 언덕길을 따라가도록 부추긴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자기를 위해 투쟁하는 대신 미끄러지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황홀한 천국에 도달할 것이라고 권유한다.”
“(889) 사랑에 빠진 모든 여자에게서 유사한 특징이 발견된다. (중략) 그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중략) 처음에 그녀는 사랑 속에서 이제까지의 자기 자신, 자기의 과거, 자기라는 인물에 관해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속에 자기의 미래도 포함한다. 즉, 의미있는 미래를 위해 모든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미래를 맡겨 버린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기의 초월이라는 과제에서 해방된다. 그녀는 그 초월을 본질적인 타자의 초월성에 종속시켜 그 타자의 가신이자 노예가 된다. 처음에 그녀는 애인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구해 내기 위해서 자기를 상실했다. 그런데 사실은 거기서 조금씩 자기를 잃어 가고 있다. 모든 현실이 타자 속에 있게 된다. 초기에는 나르시시즘의 찬란한 개화로 정의되었던 사랑이 헌신의 가혹한 기쁨 속에서 완성되고, 이 헌신은 흔히 자해에까지 이른다.”


4.

보부아르의 저 문장을 읽고 어찌 이불킥을 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으랴. 저기까지 읽고 술을 땄다, 꼴꼴꼴~~ (쓰다 보니 과몰입하여 훌쩍 12시가 넘었네?) 어쨌든 2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제3부 <정당화>이고 나는 오늘(어제) 그거까지 읽었다. (을유문화사여 보고 있나. 다 읽고 또 쓸 꺼다. 진짜 10월 3일까지 읽고 제출 마감 너무 한거 아이가? 그래서 생각난 김에 방금 또 편지 확인해보니까 온라인 서점 서평 등록 2곳 이상이라고요???????? …🙄🙄🙄 저를 뽑아주신 관계자님이여, 저는 이렇게 스스로를 타자의 자리에 묶어둔 타자가되었사옵…)

<제2의 성>은 정말인지 훌륭한 책이지만, 이 책이 탁월한 부분은 바로 제3부 <정당화>부분에 있다고 한다. 
(왜 탁월한 지는 예전에 읽었던 더덕단 도서<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에서 긁어옴.)  

“(306) <제2의 성>이 여타의 페미니즘 서적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남성들에 의한 여성억압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에 공모하는 여성들의 책임을 같이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타자화에 동조하여 남성 지배에 공모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실존적 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통렬히 지적한다. (중략) 2부 3편 ‘정당화’의 내용은 여성들이 자신을 타자화하는 남성의 시선에 스스로 굴복하고 정당화하는 심리적 기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공모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여성으로서의 보부아르 자신의 시선에서 이론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나르시시즘, 연애와 사랑으로의 도피 그리고 신비주의가 여성의 대표적인 자기정당화 방식으로 논의된다. -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배은경>, ”

언젠가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한국 영화에서 사랑이 실종되었다며 광광 징징~ 댄적이 있는 데 [글 링크 👉🏻 한국 영화에서 변하고 있는 ‘사랑’과 ‘섹스’ : (정성일) ] (한번 읽어보시라. 방금 찾아보니 2018년 글이라 격세지감. 모든 것을 거는 기투로서의 사랑… 정말인지 피곤하다) 그때 나는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시대정신이며, 바람직한 현상(ㅋㅋㅋ) 생각했었다.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는 신포도 논리라고 하겠지만,) 나는 사랑이 싫다. 로맨스 싫다. 너무 지겹다. 이성애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사랑할 시간에 차라리 자기 계발을!! 모르겠다. 걍, 나 자신에 대해 별로 자신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에 ‘빠진’ 내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일 테지만, 하지만, 언젠가는 좋아하고 싶다. 아직은 보부아르 선생님이 말한 “(910)진정한 사랑은 두 자유의 상호 인정 위에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때 연인들 각자는 자기를 자기 자신처럼 그리고 타자처럼 느낄 것이다. 둘 가운데 누구도 자기의 초월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자기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는' 싶다. 

지금의 나는 ‘쉬운 길’을 버젓이 눈앞에 세워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자신이 없다. 그러므로 ‘쉬운 길’자체를 봉쇄시킨다. 초월은 초월인데 소극적 초월이랄까?  

한 번 더 곱씹어보는 보부아르의 지적. *그것은 쉬운 길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길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실존 - 그것은 자유로운 길이다, 그러나 쉬운 길은 아니다. 

자유롭고 싶다. 그냥 해방되고 싶다가 아니다. 만들어가고 싶은 거다. 사랑에 빠졌던(쉽게 살고 싶었던) 나는 전혀 나답지 않았고, 눈 질끈 감고 도망쳐 나오면서 사랑 자체를 포기한 것도 같다. 나에게 없으니 모두에게도 없길 바란 것은 부끄럽게도 사실이다. 있다면 잘 사랑하시라! 막지 않겠다! 없으면 나랑 함께해요! 사랑없는 세상이여~~~ 내가 안고 살아가겠노라.. 껄껄... 자야겠다. 

마지막으로 제2의 성 2권의 첫 문장(자, 여러분 여기서 갑자기 퀴즈입니다!🥳 Q. 2권의 첫문장은? 🥳가장 처음 맞추는 분께, 제가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협찬 받은 의미도 있기 때문에 정답 문장의 번역은 을유문화사 책 2021년 버전으로 하겠습니다!!! 왜 이러고 있냐면 저는 술을 마시면 허세쟁이가 되는 데, 지금 허세쟝될락말락ㅋㅋㅋㅋㅋ)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영영 회자되어야할 12장의 첫 문장을 공유하며, 일단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912페이지까지 열나 읽은 이 몸의 선 리뷰(후완독)를 마감하도록 하겠따.. ㅋㅋㅋㅋㅋㅋㅋ (다 읽으면 또 쓸게염~ )

100페이지 남았다. 킁.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책 가격에 비해 제한 시간 내에 읽기와 쓰기는 극심한 노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_-ㅋㅋ)

-12장 사랑에 빠진 여자-‘사랑’이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전혀 다른 의미였다는 것을, 삶을 많이 살아보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 P877

어떤 남자들은 여성의 경쟁에 대해 불안해한다. 며칠전 한 남학생이 『에브도라탱Hebdo-Latin』지에 "의사나 변호사 지위를 차지하는 모든 여학생은 우리 자리를 훔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남학생은 이 세계에서 자기 권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억압자들에게 보장하는 이익 중에는 그들 가운데 가장 비천한자도 자기를 *우월하게* 느낀다는 것이 있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은 자신이 ‘더러운 검둥이’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가장 부유한 백인들은 이런 오만함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여자들 앞에서 반신半神처럼 행동한다.*
😞 끄덕 끄덕 - P37

*남자가 여자에게 협조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때, 그는 추상적인 평등의 원리를 내세우고 그가 확인하는 구체적인 불평등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와 갈등 국면에 들어서면 상황은 역전된다*. 그는 구체적인 불평등을 내세우고 추상적인 평등을 부인하기 위해 그것을 구실로 삼기까지 할 것이다.
(각주) 예를 들어 남자는 아내가 직업이 없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정의 임무 역시 고귀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일단 말다툼이 일어나면 "너는 나 없으면 굶어죽을 거야"라고 소리친다.
😞 남편, 그 이름 모순이여라. - P39

이런 역사를 전체적으로 일별해보면 거기서 몇 가지 결론을 볼 수 있다. 첫째, *여성의 모든 역사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흑인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반유대주의가 유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문제는 언제나 남성의 문제였다.
😞 여자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문제를 만들자!! 더 사고쳐!!! - P210

이 모든 신화 가운데 여성의 ‘신비’라는 신화보다 남자의 가슴에 더 깊이 뿌리박고 있는 신화는 없다. 이 신화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는 자기의 무능력을 객관적 저항으로 대치시킨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자기 밖에 있는 신비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것이야말로 나태와 허영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알리바이다. 여자에게 반한 남자는 이렇게 해서 수많은 실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즉, 사랑하는 여자의 행동이 변덕스럽거나 말이 어리석거나 하면 신비라는 것이 구실이 된다.
😞 스티븐 호킹 아재 왈 : 우주는 알아도 여자는 모르겠다. 당신 어쩌면 나태했던 거 아닐까? - P372

남자는 여자의 위선을 비난하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속아 넘어가려면 자기 만족이 강해야 한다. 여자가 부도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도덕이 그녀에게 비인간적인 본질, 즉 강인한 여성, 경탄할 만한 어머니, 정숙한 아내 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지시 없이 생각하고 꿈꾸고 잠자고 욕망하고 숨을 쉬면, 그 즉시 남자의 이상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 도덕이 너무 부도덕해. - P662

오직 노동만이 여자에게 구체적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여자가 기생하는 존재가 되는 것을 멈추는 즉시, 여자의 종속을 토대로 세워진 체계는 붕괴한다. 여자와 세계 사이에 더는 남자의 매개가 필요하지 않다.
😞 (가사노동을 기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논외로 치고) 반세기 뒤의 여자들은 남자들이 세계에서 하는 노동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헌데 남자들은 뭐했나? 이 곤란은 체계의 붕괴 중이라는 신호로 생각하라. - P927

결혼했거나 혹은 편안하게 부양받는 여자 친구를 보면 홀로 성공을 확보해야 하는 여자는 유혹을 받는다. 그녀에게는 자기가 임의로 가장 어려운 길을 도맡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자문한다. *"내가 모든 것을 내 머리에서 짜내야만 한다고 생각할 때면 말이에요 정말!"* 가난한 어린 여학생은 분연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였다. 남자는 절박한 필요성에 복종한다. *여자는 부단히 자기 자의 결심을 새롭게 일신해야만 한다.* 그녀는 자기 앞에 하나의 목표를 곧게 세우고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그녀의 걸음걸이는 소심하고 불확실하다.
😞 나는 이 문단이 정말 와닿았다. 나의 불안과 불확실이 그런 마음 때문들은 아니었는 지 스스로에게 많이 묻고 있다. 이미 감당하고 있는데도 가끔 그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 - P947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 오늘날의 여자에게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를 잊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잊으려면 우선 지금부터라도 자기를 발견했다는 것을 단단히 확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 명심. 심장에 새김. 나를 잊자. 나를 발견하자. - P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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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9-28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
작은따옴표는 지가 추가했습니다요.ㅎㅎㅎ
어 근데 이거 비댓으로 해야 되는 거죠? 급 바꿈요 ㅠㅠ
(댓글 보고 또 수정..ㅎㅎ 근데 이거 저만… 또르르…)

공쟝쟝 2021-09-28 08:25   좋아요 3 | URL
딩동댕 딩동댕 비댓 안하셔도 돼요!! 어서 해제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정의 상품 커피쿠폰 할랬는데!!!!!!!! 난티님 한국 아니죠…😱😱😱😱 어떡하지??

난티나무 2021-09-28 14:35   좋아요 2 | URL
저 진짜 소정의 상품 욕심낸 거 아닌데용 근데 다 아실 텐데 아무도 댓글로 안 다셨… 아 나는 욕심쟁이인가? ㅋㅋㅋㅋㅋ
커피 마신 걸로 할게요!!!!! 맛나당~~~~^^☕️☕️☕️☕️☕️

공쟝쟝 2021-09-29 11:09   좋아요 0 | URL
소정의 상품 보내드렸습니다. 잘 음미(?)하시기를 ㅋㅋ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번역이 난티님이 주신 문장으로 바뀐 것이 이번 번역의 의의이기도 한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만들어진다는 말이 좀더 직관적이긴 한 것 같아요! 번역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중에 함께 해봐도 좋을 것 같아서 (취한 허세쟝이) 퀴즈로 낸 모양인데, ㅋㅋㅋㅋ 그건 10월에 함께 읽어가면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관련 기사 링크 가져와봅니다. 클릭되나?ㅋㅋㅋ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11772.html

난티나무 2021-09-29 15:10   좋아요 1 | URL
폰에서 링크는 클릭 안 되지만 아마 제가 본 기사인 것 같아요.^^
저도 을유 문장 번역보다 만들어진다,가 더 와닿는다고 느꼈어요. ^^

난티나무 2021-09-29 15:33   좋아요 1 | URL
아니!!!! 메일을 이제 확인했어요! 이거 너무 거한 소정의 상품 아니에요??@@ (공쟝쟝님의 취기에 박수를!!!! 😅) 감사합니다! 지리적 여건상 진짜로 상품 욕심 없거든요… 이하 긴 말 생략.^^;;; 아이참, 마음에 쏙 든다고 전해달래요.ㅎㅎㅎ

난티나무 2021-09-28 0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덕분에 2권 시작 전인 저는 기대 가득입니다. 왠지 2권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공쟝쟝 2021-09-28 08:30   좋아요 3 | URL
뼈 붙잡고 읽으셔야해요. 잔인하고 불편한 팩폭이 계속 됩니다. 그래도 좋아요. 저는 처음 읽을 때 거의 울 것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투쟁의지로 불타올랐지만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8 07: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온라인 서평 두 군데 이상이라고요? 을유 진짜 너무하네 이 두꺼운 책 그토록 빨리 읽으라고 하고 못하면 반납하고 서평도 두 군데 이상이고… -.-
그치만 쟝님이 즐겁게 읽는 것 같으니 내가 용서한다..(누구 맘대로?)

공쟝쟝 2021-09-28 08:35   좋아요 2 | URL
책 먹튀하는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원래 이런 책은 밀도 높여 한번에 파바바바자자바바바바바바바바박 읽어버려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안 처사(?)이겠지만 ㅋㅋㅋㅋ 제가 반백수이기에 가능한 두께이긴 해요 ㅋㅋ 직장인이었음 꿈도 못꿔 ㅋㅋㅋㅋ 암튼 여러분 읽다 포기하지 말고 2권 먼저봐요 ㅋㅋㅋㅋㅋㅋㅋ 을유문화사 새책기준 389페이지 부터~~2권~~~~~~~

유부만두 2021-09-28 0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독서기록은 쓴데 맛있다, 뜨거운데 시원하다, 아픈데 쾌락이 느껴진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막 이 책을 사서 읽고싶어집니다. 이건 뭐죠?

공쟝쟝 2021-09-28 08:37   좋아요 3 | URL
인생 단짠 아는 여자의 영업 성공. 혹은 유부만두님 어릴때 부터 상처에 얹은 딱지뜯던 버릇이 있었건 건 아니신지?ㅋㅋㅋㅋ 아는 사람만 아는 쾌감?ㅋㅋ

다락방 2021-09-28 08:39   좋아요 4 | URL
유부만두 님, 10월에 사서 같이 읽어보시죠! 함께해요!! >.<

유부만두 2021-09-29 12:33   좋아요 1 | URL
딱지… 무릎 딱지…
아, 얼마전 읽은 <버터>에는 딱지 떼서 맛보는 애도 나옵니다;;;

유부만두 2021-09-29 12:3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저야말로 책사고 먹튀(??? 이건 아닌 거 같지만) 할거 같아요. 음청 두껍고 어렵고 전 게다가 전과가 있어요 ㅠ ㅠ

syo 2021-09-28 08: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생했다...... 그냥 글 전체에서 고생이 느껴져요 ㅋㅋㅋ 즐거운데 고생한...

공쟝쟝 2021-09-28 08:46   좋아요 3 | URL
이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아들이노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쉬고 놀려고 하면 사람들이 제2의 성 안읽냐고 계속 구박함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28 0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쟝쟝님(허세쟝) 포함, 너무 멋지세용! 제가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 지점을 짚어주셨네용! 이건 꼭 읽어야해! 영업 1명 성공!!!

공쟝쟝 2021-09-28 09:09   좋아요 3 | URL
다음달 여성주의 같이 읽기 도서랍니다. 소신 먼저가 있겠나이다! 같이 읽어요!!! 그럼 더 재밌을 거야. 툐툐님도 보봐르 가 안내하는 사랑없는 세상에서 우리 함께 철학이나 땡깁시다 ㅋㅋㅋㅋㅋㅋㅋ (뭐래는 곀ㅋㅋㅋㅋㅋ)

2021-09-2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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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9-28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리뷰 읽으니 대학때보다 쉽게 읽겠네요.

공쟝쟝 2021-09-28 09:24   좋아요 3 | URL
도전하시는 것이옵니까 😌 아 뿌듯하여라 😙

그레이스 2021-09-28 17:33   좋아요 1 | URL
제2의 성 찾다가 기절하겠습니다.
ㅠㅠ ㅋㅋ

공쟝쟝 2021-09-29 11:10   좋아요 1 | URL
대체 어디에 꽂아놓으신 겁니까. 그레이스님도 알고 보면 뒤메질러...?

vita 2021-09-28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깊은 통찰을 하는 친구를 두다니 감격스럽습니다. 퍼갑니다. 술독에서 빠져나와 어구어구 커피를 퍼마시며 잘 읽었습니다. 2권 아직 읽지 못한 1인은 (작년 겨울에 중도포기한 씁쓸한 기억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곧 2권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공쟝쟝 2021-09-29 10:53   좋아요 0 | URL
드루와 드루와 2권 드루와 커몬커몬 (겁나 적극적)

잠자냥 2021-09-28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 어머 어떡해 우리 둘째 뒷태 사진 준비해야 하능가… *주섬주섬*

공쟝쟝 2021-09-29 10:54   좋아요 1 | URL
!둘째의 뒷태 사진! 나의 숨은 전리품 ! 오늘 저녁에는 다 읽을 것 같아요. 승리의 만세를 부를 테니 사진 딱 챙겨놓으시오! (그나저나 잠자냥님의 댓글 덕분에 읽은 것 같긴 해요...)

단발머리 2021-09-28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예전부터 팬입니다^^
진즉부터 쟝쟝님을 알아본 나의 감식안에 마구마구 칭찬을 퍼부으며 이런 알짜 리뷰를 선물받은 을유도 뭔가 내놓아야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을유야 을유야 뭔가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공쟝쟝 2021-09-29 10: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을유여 받지 않으리.... 이거 한권으로 충분했다... 충분했어.. sns도 공개로 돌렸고 yes24 아니면 교보 아니면 무튼 다른 서점 아이디도 파러 가야해... (다크써클)

모호 2021-09-28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공쟝쟝님 글이 너무 재밌어요 ㅜㅜㅋㅋㅋ 보부아르 만큼이나 통렬한 솔직함으로 하는 자기얘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
스스로의 경험이 떠올라 괴롭게 하는 책드링 있죠ㅜㅜ 한창 페미니즘 공부 할 때 틈틈히 읽다 말다 했던 책인데, (저는 스스로의 남성 선망을 고백하는 부분을 제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공쟝쟝님 리뷰 보고 다시 도전해봐야 겠어오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9-29 11:01   좋아요 1 | URL
모호님 안녕하세요. 통렬한 솔직함은 술을 부르죠 (꼴꼴꼴~) 제2의 성은 정말인지 그런 책이예요. 괴로워서 몸 배배꼬이는 책.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재도전의 의사를 밝혀주셨으니 저도 영업멘트 여성주의 책읽기를 3년째(벌써) 하고 있어요(ㅋㅋㅋ) 모처럼 제2의 성 재번역 출간 소식에 다음달 도서이기도 하니, 함께 읽으며 경험, 감상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관련 공지는 제 이웃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링크는 이곳 https://blog.aladin.co.kr/fallen77 (남의 서재 홍보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모호 2021-10-07 01:40   좋아요 1 | URL
헉 저도 함께해도 될까요 🥰 안그래도 책읽기 모임에 고팠는데, 당장 가입하겠어요 영업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1-10-07 16:20   좋아요 1 | URL
어서 오소서🤭 함께 읽으며 무럭무럭 자라자요 🥰

독서괭 2021-09-28 17: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 담당자님께- 공쟝쟝님의 이 페이퍼로 저는 10월 첫 주문에 <제2의성>을 넣겠다 다짐하였음을 말씀드리고 북플베스트에 <제2의성>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데에는 공쟝쟝님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사료되오며 이렇게 무식하게 두꺼운 고전을 일반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했을 때 설령 (그럴 일은 없겠지만) 쟝쟝님이 남은 100페이지를 읽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책 반납 조치는 부당한 처사일 것임을 아뢰옵니다 (..??)
쟝쟝님 이글 너무 좋타 ㅜㅜ

공쟝쟝 2021-09-29 11:02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이 이렇게 을유에게 읍소하였지만, 훗. 남은 백페이지 오늘 읽을 거라구요 읽는다? 나 읽는다구! 읽을 거다!!!!!!!!!!!! 반납 안할거야!!!!!!!!!!!!!! 반납해도 이제 을유는 못써 이미 책이 아주 너덜너덜해!!!

scott 2021-09-28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공장쟝님의 이런 노고를 알고
앞으로 출간 되는 신간! 은 무조건
장쟝님에게 !!
줘라!(*•̀ᴗ•́*)و ̑̑

공쟝쟝 2021-09-29 11:07   좋아요 0 | URL
줘라줘라줘라........(잠깐)....... 아니야 (절레절레)....... 기한내 다 안읽으면 반납하고(심지어 택배비 본인부담), 여기저기요기조기 올려야하고, 절레절레 안받아. 공짜의 댓가가 너무커. 저 읽을거 많아요. 하지만 <제2의 성>과 행복했어요. 믿어주세요. <아주 편안한 죽음>은 주시면 받을게요. ㅋㅋㅋㅋ네? 을유 관계자님?ㅋㅋㅋ
 
젠더 트러블 -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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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꼬박을 젠더트러과 끙끙 싸운 느낌이 든다. 페이퍼 두세편을 쓰긴 했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뭔가 좀 적어 볼까 했는 데,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 더 많다. 이를테면 그의 ‘수행성 이론’의 경우 360페이지 가량 되는 이 책에서 고작 30페이지 정도를 할애하고 있었다는 것. 그가 해체해버린 정체성의 뒤에 따라붙는 한마디 “(363)정체성의 해체가 곧 정치성의 해체는 아니다” 흥미로웠던 ‘우울증적 이성애’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몸’.

생각보다 더 심오했던 모니크 위티그의 이론과 (아, 그녀의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진 이리가레(읽기 전에 프랑스 현대 철학 공부해야할 듯), 과거에 포기했었으나 좀 돌아돌아 관심 생긴 헤겔과 니체는 이 책 덕분에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아래부터는 나중에 <젠더 트러블>을 다시 읽기 위해 적어두고 가야할 지금의 느낌인데 완전 버틀러 오독일 수 있으니 뇌피셜주의]

<젠더 트러블>을 읽으면서 나는 주디스 버틀러가 젠더-정체성을 해체한다기 보다는 ‘주체(혹은 본질의 형이상학)’ 자체를 끊임없이 해체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 정체성의 전제가 되니까 ‘본질’을 없앨 요구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본질(의 형이상학)’을 없애기 위해 <젠더 트러블>을 쓴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은연 중에라도 본질 운운하는 냄새가 나면 이잡듯 뒤져서 심문하고 소독까지 칙칙하는 느낌적인 느낌…

그는 우리가 ‘주체’라는 것을 명명하며 떠올릴 때 멈춰있고 정지되어있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가면 뒤에 있는 수행자로 여겨지는/ 그러나 버틀러가 없다고 한) 갖가지 방법을 통해 지우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버틀러 본연의 철학적 사명이라도 되는 것 처럼 느껴졌달까? 하지만 버틀러가 아르의 글에서 가져온 니체 해설 처럼 그건 주어/술어 라는 문법적 공식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안 떠올릴 수가 없고… (아, 그래서 명확하지 않은 문체로 그걸 부수려 노력한 건가…)

버틀러 이론의 많은 부분이 헤겔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정작 제목은 프로이트의 우울에서 따왔네?ㅋㅋㅋ)에서 알려줬다. 그의 첫 논문 <욕망의 주체들>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나타난 헤겔적 주체와 재구성을 분석/비판한 것이다. <철학과 우울>에 따르면 버틀러의 주체는 헤겔적 주체이긴 하나 미리 존재하는(pre-existing) 형이상학적 여행가가 아니라 *수행하는 행위(acts)들에 의해 담론 안에서 구성되는 ‘과정-중의-주체’*라고 한다. 이 역시 헤겔의 변증법은 가져오되 주체의 본질주의적인 부분을 제거한 듯 보인다. 시작도 본질을 없애버려서 없고 결말도 열린 결말인 그 ‘과정-중의-주체’를 그대로 ‘젠더’에 옮겨 ‘과정-중의-젠더’로 만들어 놓은 것이 <젠더 트러블>이라는 생각이다. 푸코와 크리스테바(권력/육체), 게일루빈과 정신분석학(여성거래/우울증), 데리다와 알튀세 (수행성/호명)등등 유명한 사람들 이론 다 불러와서 ‘섹스-젠더’(“(99)섹스는 지금까지 줄곧 젠더였다”)에 남아있는 본질주의적 ‘끼’를 싹다 빼버리려 한 책. (이래도 안빼? 이래도??? 거봐- 안정적인/본질적인 정체성은 없어! 모두 구성될 뿐!!)

우리가 수월히 생각하기 위해 편의상 가져다 쓴 ‘본질’이라는 개념이 우리 스스로를 해쳐온 것은 아닌가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해체주의’에 대한 편견은 다소 완화되었다. 언젠가… 아주 먼 훗날,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때도 내 어렴풋한 이해가 큰 의미에서는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너무 어려웠어…)

페미니즘이 버틀러 덕에(?) 해체된 정체성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정치적 투쟁을 벌일 수 있을지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이 방향이 맞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주체/젠더/섹스에 대해 본질주의적으로 사고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우니까. 가부장제와 성차별, 여성혐오의 현실을 드러내는 발화들만으로도 페미광신도집단이 되는 마당에 어떤 수행적 실천으로 젠더 이분법/이성애 중심주의를 해체해야하는 것인지는 역시 감조차 오지 않지만…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로 하는 반복적 수행을 통해 여성의 범주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잘 살아가 보는 것으로. 😤

덧, 펜트레이를 샀더니 <수전손택의 말>이 딸려왔는 데ㅋㅋ 펜트레이가 너무 이뻐서 연출샷. 뭐라고 새겨져있냐면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 가운데는 버틀러 공부한 노트다. 살면서 이렇게 댓가 없는 공부를 열심히 해본거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한 공부(페미니즘 공부라기 보단 철학공부였음) 사실 재밌었다. 마음이 따라왔다. 다음 주면 백수도 끝난다. 돈 벌면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스웩을 지닌 여성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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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05 08: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공자쟝쟝~ ㅋㅋ 제가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면 해제는 쟝쟝님 표로 다시 읽겠삼? 벌써 백수 탈출?! 화이팅!

공쟝쟝 2021-08-05 09:03   좋아요 5 | URL
백수탈출이 아니라 실업급여 끝나는 날…🤑 반백수 되는 날 ㅋㅋㅋ 인 건데 ㅋㅋㅋ 그냥 탈출했다고 주문으로다가 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웩 기대합니다~~!!

공쟝쟝 2021-08-06 10:10   좋아요 0 | URL
공부도 일도 잘하려면 💪💪여자는 체력!!!🏃🏽‍♀️🏃🏽‍♀️

그레이스 2021-08-05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공쟝쟝 2021-08-06 10:10   좋아요 0 | URL
🥰☺️🥰

syo 2021-08-05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학자 다 됐어?! 🤩

공쟝쟝 2021-08-06 10:11   좋아요 1 | URL
더덕단 만 2년 가까이에 이제 공쟝쟝에서 학쟈쟝으로…

mini74 2021-08-05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갈한 공책 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단하세요 *^^*

공쟝쟝 2021-08-06 11:02   좋아요 1 | URL
버틀러 한번 읽어보겠다고!! 모눈종이 연습장을 한권 샀읍니다! 저 어릴땐 줄노트 밖에 없었는 데, 요거 공부하고 싶은 노트더라고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8-05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적 효과가 날 것 같은 트레이 문구!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
어린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누구에게나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공쟝쟝님께서도 언어의 늪에서 또 그 언어를 무기로 해체하는 작업의 저 깊은 데까지 이르신 게 재미 없으셨다면 못하셨을 듯.

북플 친구분들 글에서 항상 배우지만, 이 페이퍼는 특히나 제게 정갈한 9첩 반상처럼 느껴져요

공쟝쟝 2021-08-06 10:21   좋아요 1 | URL
가끔은 무용한 무언가를 한번 해보겠다고 덤빌필요가 있나봐요. 제게 버틀러는 2년치 페미니즘 공부를 확인받는 마음의 독서였고, 2년 동안 배운 것은 이해의 여부와 상관없이 거북해도 끝까지 눈 기울여읽는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9첩반상이라니 😭 한 달의 고생이 보람차지옵니다.

에로이카 2021-08-06 0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안녕하세요? 버틀러에 대해 갖고 있던 저의 시큰둥함 또는 목에 걸림이 좀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공쟝쟝 2021-08-06 10:28   좋아요 2 | URL
푸코 읽는 에로이카님(ㅋㅋ) 안녕하세요? 저도 읽기전엔 시큰둥 축에 속했던 것 같은데, 읽고나니 지금의 현실에도 누구보다 많은 정치활동을 한다는 버틀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