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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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 인스타그램 @prettybookplaces]


어떤 걸 읽다 말고 너무 흥분해서 재밌어서… 이것만 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면 언니는 “병이 깊네…”라고 절레절레. 나는 아마 외로웠을 테지만, 그리고 내 모든 증상은 병에 가까운 것이 맞지만 “이건 가장 우아한 병인 것 같아요” 깔깔.

어딘가를 더듬어서 닿고 부스러지면서 나와 맺혔을 말의 응결들. 그게 어디 있었지? 출처를 잊어버린 내가 이미 읽었을 타자의 글씨들. 어떤 말은 찢어버리고 싶었고, 어떤 말은 새겨서 문신이라도 하고 싶었었다. 먹을 줄도, 입을 줄도, 들을 줄도, 볼 줄도, 마실 줄도, 춤출 줄도 … 아마 잘 몰랐기 때문에. 읽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여전히 삶의 많은 영역에서 무능력하다. 그리하여 읽은 것을 느끼는 것으로 대체해 버리기 전에, 나를 살린 걔가 나를 질식시키기 전에.

사람을 만나야지, 사는 듯 살아야지. 이렇게 다짐해 놓고 사는 듯 산다는 게 뭘까. 하게 되는 아침.

사람이 말로 지어진 동물이라는 것이 재밌다. 언어. 그걸 하나하나 더듬어가는 글씨들을 읽다 보면 거기에 퇴적되어 있는 것들을 그토록 가볍게 흩날려버리면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고 때로는 무서운데 너무 신중해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충분히 무거웠어. 더 명랑하게 읽고 써요. 더 가볍게.

아무렴. 나는 명심한다. 이 삶이 없었다면 읽을 수 있는 쾌락도 없었다. 이게 나한테 중요해요. 이건 나한테 정말 중요해요.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과거의 나처럼) 고담준론이라 하겠지. 맞다, 먹고 살 만하다. 먹고 살 만할 겨를이 생기자마자 이걸 (읽어서 오는 쾌락) 감각해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의 그게 다 가 아닌 지독하게 중요한 유희, 병, 그걸 내가 내게 주기 힘들었던 마음들까지 포함해서 이토록 치열한 한가함.이랄까.

“(13)우리는 어느 날 문자라는 괴상한 것을 갖게 됐어요. 이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언어는 그림이기도 하다. 언어는 눈에 보입니다. 사람은 이 사실에 좀 더 놀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주 곤란하게 현실도 보이고, 현실이 아닌 허상도 보입니다. 그리고 언어도 보이죠. 이는 도대체 어떤 사태인가?”

“(37)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서적에 응답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혜를 갚아야 하잖아요? (웃음) 하지만 모든 것에 응답하고 은혜를 갚으려면 한 글자도 쓸 수 없게 돼요.”


책은 강연록+대담 묶음인데, 주로 일본의 저명한 작가들과 콜라보라서... 작가라는 존재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나는 재밌게 읽었다. (딱 한 부분이 거슬렸는데, 그 한 부분은 안 알랴 드림)

특히 이런 부분.

1. 최초의 문학가는? 기원전 2300년 경의 수메르 공쥬님. 이름 기억해두자. 엔 헤두안나.

2. 한 소설가가 “글이 너무 안 써져요”라고 (무려) 오에 겐자부로한테 징징 고민 상담했더니 “그럴 땐 번역을 하세요. 문체에 도움이 좀 될지도” 하면서 제안한 작품이 맬컴 라우리의 #화산아래서 (내 기억에 이거 푸코가 엄청 좋아한 책인뎈ㅋㅋㅋㅋㅋㅋ)… 그런 작품은 번역하는 데만 10년 걸린다며 투덜대는 중. 나 이 문학하는 사람들의 비실용성이 너므 한가하고 배부르고 룰루랄라 좋드아.



어떻게 하면 지혜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내 친구 지혜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줬다.

우리의 우정이 철학이라면, 나의 철학은 순항 중. 이럼시롱.

사사키는 종교철학 전공인데 주로 다루는 사람들이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는 고문서 뒤지는 사람들이라, 진짜 오래된 출처들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해주는 부분들이 특히 즐거웠다. (이제 이런 건 챗GPT치면 나올라나?) 연애, 그러면 연애의 발명. 소설, 그러면 소설의 발명. 청산유수 이야기 보따리 약장수.

슬렁슬렁 읽었는데, 그래서 뭔가를 발명하자! 그것이 당대 우리의 임무! 이런 웅장한 게 사사키의 주장은 아닌 거 같다. 이이 역시 적잖이 헤겔에 밝은 사람이라, (내 느낌에는 아주 음흉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위바위보 - 맨 나중에 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그리고 이게 사사키식 #헤겔 요약이다ㅋㅋㅋ) 언제가 맨 나중이 될지 모르니 일단 내자, 이러는 거.


그리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128페이지



- 제임스 조이스가 “평범함”을 썼을 때, 사람들이 그때야 비로소 “평범함”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작가의 일이라는 건 정말 근사하다는 걸 다.시.한.번. 세상에는 이미 너무 많은 말들이 넘친다고만 생각했는데. 더 보태는 게 의미가 있나? 그렇게만 여겼는데. 그 넘치는 말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떤 삶을 입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 자신에게 맞는 다른 말이 필요했던 어떤 누군가가 -곧 그는 작가가 된다- 어떤 사건을 낚아채, 어떤 상황을 찢어내면서, 진부한 타자의 말들로 누덕누덕 기우고 꿰매서, 결국엔 다른 이들의 말로 지어졌으나 이제는 저에게 꼭 맞는 옷)와 그리고 그것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와, 아름다워요. 그 옷 어디서 샀어요? 안 판다구요?) 그 과정(심각한 오독까지 포함해서)을 떠올려보니.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결코 쓸모없이 만들지 않는 게 문학의 영위이구나. 내가 그걸 정말로 몰랐던 거구나.

새삼스레. 감격. 인간에게 언어가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나는 시를 읽지 않는, 근지럽고 예쁜 말에는 취미 없던 독자였지만, 읽다보니 점점 나 스스로도 놀랄만큼 변해버려서. 나는 이해하지 못했구나, 지금까지도. 말이 아름답기도 하다는 거. 인간의 작용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거. 그것 마저도 결국 언어로 지어져야 한다는 거. 그러기 위해 “(12)언어와 언어화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분법을 버리는 게 좋다”는 거. (이 관념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까지도.) 어쩌면 내가 느꼈던 말의 인플레이션은, 나는 나의 말에 책임이 없고, 그리하여 나만큼이나 가벼운 다른 이들의 그 말들을 휘발시켜버리면서 쉽게 살려했기에 치른 일종의 대가성 고역이었단 걸.


나의 독서 스팟 코인 빨래방, 왜 잘 읽히는 걸까. 사사키 아타루와 이번엔 진짜 안녕~🖐️


“(152) 이 ‘압도적인 현실’앞에서 무력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힘이 있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이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군? 요 근래 수십 년간 세계 각지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는 그 군대가? 처음부터 무력했던 것입니다. 문학이나 예술만 특별히 무력했던 게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모두 다 무력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무력하고, ‘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무력해!”라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버리겠습니까? 모든 것을 버린 다는 게 가능할까요?

무력합니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력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문학이든 사상이든, “이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상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못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예술이나 사상에 ‘권력’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여긴 게 됩니다.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이 특권적으로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 이는 어딘가 잘못됐습니다. 어쩌면 권력을 갖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사상이나 문학을 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157) 그렇다면 후쿠시마 이후, 우리의 문화는 모두 핵폐기물일까요? 이에 대한 비판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아도르노 식으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우리의 문화는 핵폐기물이 됐나요? 답은 하나입니다. ‘그렇다’도 ‘그렇지 않다’도 아닙니다.

“두고 봐.” 이것이 유일한 답입니다. ”


사사키의 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는 음흉한 씩씩함에 있다.

나중에 내는 사람이 이긴다. 그러니 두고 봐. 라니.

이렇게 쓰는 사람이라니.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나중에 내야지~)

"두고 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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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5-02-09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인빨래방이 진정한 뽀모도로..
아 이번 페이퍼 너무 좋네요 ㅜㅜ 응답과 은혜 밑줄과 문자라는 괴상한 것!
전복적인 무능력자 쟝님

공쟝쟝 2025-02-09 22:55   좋아요 0 | URL
인용을 좀 더 해둘 것을 그랬나봐요! … 읽고 쓰는 데다 철학 좋아하는 시상 쓰잘데 없는 걸 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으로 사는 데 가끔 올라오는 가책, 자기 비난의 목소리를 무력화시키기에 참 좋은 부분이 많은 책 이었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2-09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우치다, 저녁에 사사키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은 초밥, 저녁은 우동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용해주신 문단이 참 좋네요. 저는 오히려 이런 문장....

무력합니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력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에서 무의미함의 쓸모 없음을 ㅋㅋㅋㅋㅋ 떠올립니다. 이 쓸모없음 속에서 찾고자 하는 그 무엇은 여전히 의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지금 앓고 계신 그 병은 불치병인데, 잘 낫지 않는다고 합니다. 꼭 사사키보다 나중에 내셔서 이기시기 바래요. 이기는편 우리편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5-02-10 08:31   좋아요 2 | URL
라임 참 좋다…! 우치다 초밥 사사키 우동 ㅋㅋㅋ 자매품 하루키 돈카츠 ㅋㅋㅋ

제 서재 제목이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인데….!! 사람들은 앞 부분에 포인트를 둘테지만 ㅋㅋㅋ 저는 언제나 그걸 확인하는 의미!!!에 강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하루키에 의하면 이 게임은 마치 장거리 달리기와 같아서 자신에게 잘 집중하는 페이스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 이기고 지는 건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 작가보다 오래사는 독자가 이기는 게임!

blueyonder 2025-02-10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글 좋아요. 좋습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공쟝쟝 2025-02-10 11:54   좋아요 1 | URL
이과에게 인정받았다!!! 🤖

바람돌이 2025-02-10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제가 올린 글과 비슷한 주제를 애기하는거 같은데 글의 수준이 참...
공쟝쟝님 존경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겠죠라고 하고싶지만 아마도 불가능할듯....ㅠ.ㅠ

공쟝쟝 2025-02-11 08:43   좋아요 1 | URL
무림의 고수께서 이런 극찬을 표하시다니 소신 몸둘 바를 모르겠사오며! 칭찬이 무지무지 기분이 좋구먼요!!!! 빵댕이 춤 추는 중입니다 ㅋㅋㅋ ❤

수이 2025-02-11 17:45   좋아요 0 | URL
언니가 무림의 고수라는 걸 이제야 안 1인!!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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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라는 말을 한심하게 듣는 게 아니라 죽을 자리를 미리 골라내고 있는 사람 혹은 이미 죽은 채로 지내고 있다는 말처럼 들을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닌데. 그런 거 아닌데. 읽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살기 전에는 역시 알 수 없고 만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나도 나를 모르고. 


저는 미래라는 시간성을 의식적으로 폐기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막연히 어딘가에 있을 미래의 나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그런가 하고 스스로를 더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잘 제련된 ‘개인’을 마주할 때 오는 의심. 당신과 다르게 저는 다가오는 말들을 잘 튕겨내지 못하는 축에 속하는 사람예요. 그걸 두고 봤을 뿐. 


읽고 있는 순간이 가장 좋다. 읽기에는 목적이 없다. 읽다 만나는 개념들을 활용해서 상처를 가둔다. 구체적으로 느끼기 싫으니까. 내가 고안해낸 방식이 가장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좀 들떴던 적 있다. 나만의 고상한 이 우월감. 그마저도 상대화시키고 나니까 좀 허탈하다. 소설을 잘 안 읽어요. 부럽거든요. 삶을 느끼는 사람들이 쓴 것이. 블록처럼 말들을 뭉쳐서 쌓아둔 세계는 평균화된 고통들로 안온하다. 원한다면 꺼내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뭉쳐 던져서 쌓아 놓기만 했다. 그러는 것에 급급했다. 거기에 만족했다. 실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것같다. 알지 않기 위해 알려했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 나를 사위어가는 존재로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의식을 하게 되어서 어떤 끈을 잇기 위해서 이 안온한 유막 같은 세계에 구멍을 바람을 내기로 하였다. 틈으로 세상이 많이 밀려올까 봐 걱정스럽다. 그래서 읽지 않다가. 다시 또 읽기로 맘을 고쳐먹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읽듯 하듯 살아보면 될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살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산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정하지 않으면, 혹은 내가 되어야 하는 나를 기획하지 않으면. 내가 마주치는 모든 것이 내가 만나고 싶었던 것이 되는데. 마치 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우리가 살아온 것처럼. 그것은 마주침 이후의 곱씹음으로만 획득된다. 적립된다. 음미된다. 


그러니 이 삶을 소화할 시간들을 내게 달라. 나는 적잖은 자신이 있다. 죽고 싶나요. 아니오. 죽어있었던 건 아닌가요. 아니오. 지금을 정말로 살아보기 위해서 내일을 포기하려고 내가 노력했다고요. 살 줄을 모르는 몸으로 고안해 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도전였다고 그게. 

이런 책을 사고 싶다는 수요가 책을 사기 이전에 미리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채 읽어야 할 책을 찾습니다. 따라서 책과 만난 순간에야 ‘아, 난 이 책을 읽고 싶었어!’하고 사후적이고 소급적으로 욕망이 형성됩니다. ‘줄곧 이 책을 찾고 있었던 자신의 이미지’가 그 책과 만남으로써 선명해지는 것입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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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05 1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ㅋㅋㅋㅋㅋㅋ 이 책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지요. 저기 저 밑줄은 너무 새롭네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도서관책으로 읽어서 그런 걸까요?

글고 사진이요...... 화면이 너무 어둡네요. 내용이 중요하지만 ‘선명하게‘도 중요합니다^^

공쟝쟝 2025-02-05 20:10   좋아요 1 | URL
단발님 추천 책 중에 우치다 책이 젤루 좋아요 ㅋㅋㅋㅋ 이 책은 진짜 틈틈 애끼구 자주 겹겹 되풀이해 읽었어요, 우 선생님!! ㅋㅋ 이제 유대문화론을 펼 것입니다! 그리고 우치다의 레비나스론을 경유하여…. 프랑스를 부수고 독일로…. 저의 지적 여정에 함께 해주시렵니까?

단발머리 2025-02-06 07:05   좋아요 3 | URL
좀 서운하네요ㅋㅋㅋㅋ 제가 추천한 사람 중에 우치다가 최고라니요? 로이스 로리(더 기버)도 있고 유발 하라리도 있고, 장강명도 있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5-02-06 07:43   좋아요 0 | URL
역시 잘 팔리는 책들을........... 안됩니다. 나의 도그마 ‘정희진처럼 읽기‘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2-06 0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일어나 멍하니 앉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좀 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뭐 그렇고 그런 생각 말이죠.ㅋㅋㅋ
지금도 늙은 나이는 아닌데(근데 50대부터 중늙은이라고 하더라구요? 늙지도 젊지도 않은 중간 늙은 사람이란 뜻이라던데…)
뭐 암튼 갈수록 눈이 침침해서 책 읽기도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이 들어 아, 10년만 젊었더라면 어땠을까? 막 그런 마음이 들던 찰나, 공쟝 님의 ˝읽고 있는 순간이 가장 좋다˝ 저 문장과 문단들이 의미있게 읽히고 또 기분 좋게 읽히네요.^^

공쟝쟝 2025-02-07 11:42   좋아요 1 | URL
나무님, 지금드 충분히 젊으십니다 ❤️ 평균 수명도 음청 늘어났는데, 10년 너므 짧은 시간 아닙니까? 저는 10년 뒤에도 읽는 종족이고 싶긴 한데, 역시 눈 건강 허리건강을 좀 더 돌보아야 겟지요? 나의 미래 나무님 🌳🌲

2025-02-06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07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락없는데이터 2025-02-09 1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마치 자기 존재를 탐색하는 내면의 흐름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느껴지네요. 생각들이 끊임없이 겹겹이 쌓였다가 흐트러지고, 다시 정리되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언어가 그 자체로 유동적인 존재가 되어 움직이는 듯한 글. 미래를 기획하지 않으면, 마주치는 모든 것이 내가 만나고 싶었던 것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지금을 살아보기 위해 내일을 포기하려 했다는 말처럼, 삶을 소화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죠. 그래서 공쟝쟝 님의 이 글이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반갑고, 그 존재 자체로 충분히 살아 있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공쟝쟝 2025-02-09 10:33   좋아요 1 | URL
댓글 한 문단으로 제 마음을 홀려버리신다 🥹 어머… 제가 이렇게 홀리기 쉬운 사람입니다.
 
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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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안 하고 싶습니다. (정말?)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사사키 아타루에게 독후의 감을 바치고 싶은데. 지성적이며 정리되고 아름다운 글을 쓸 능력은 없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웃었기 때문에, 내 독후감을 읽는 사람들을 웃겨보마 싶어졌다. 도전👋 (그러니, 웃었으면 좋아요를 누르세욧!!!!)


또 이 책의 전제는 라캉이고 라캉인 듯 라캉답게 나의 웃기고 싶음에는. 음음음, 지금은 한겨울이니까 좀 뜨겁게🔥🔥 🔥❤️‍🔥❤️‍🔥❤️‍🔥(🌚) 이게 뭐가 뜨겁냐고 여기저기조기쪼기에서 문의 들어올 거 같긴 한 데… 암튼 이것을 써보고자 하는 내 머리는 지금 열정으로 뜨겁다는 거.


엊그제는 친구와 조촐한 신년회를 했다. 내가 비자발적 솔로생활에 일가견 있어 보였던지 별로 안 솔로한 삶을 살아온 임시 솔로 A가 물었다.


- A: 성욕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해요?

- 나 : 응? 성욕? (…)


나는 나의 성욕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언제였더라 성욕.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여봐라, 성욕아 어디 있느냐. 네!!! 이놈, 어딨는 게야. 지금 주인이 찾고 계시는데. 당장 나오지 못할까!!!


- 나 : 기억났어. 그러니까…. 봄… 봄인데… 곧 봄이 다가오네 …?


나는 나의 마지막 성욕을 (-_-)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닌 꿈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띵해서 복권을 사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ㅋㅋㅋㅋㅋ 친구들에게 계탔다고 자랑하고 난 뒤에도 더 자랑하고 싶어서 여동생들한테도 자랑함ㅋㅋㅋㅋㅋㅋㅋㅋ 꿈 내용은 🥵ㅋㅋㅋ 궁금하면 오백…만원!!ㅋㅋㅋ) 성욕을 굳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이냐. 일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이 아니라는 것은 무엇이냐. 정말로 성욕이 드문드문 해진 것인데 아니 시발, 이거 솔로 생활 너무 심하게 해서 사리도 막 나오고 나 그런 걸까?라고 성급하게 진단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면.


작년의 나에게는 섹스가 정말 너무 엄청 풍족했기 때문이다!!!!!!!!!!!!!!!!!!!

2024년 넘쳐흐르는 섹.스.의 해 (with 라깡 & 아니 에르노 & .... )


나 : 작년 초에 친구가 꼬셔서 라캉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거든? … 나중에는 책 제목이 #왓이즈섹스 에 이르게 되었단 말이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선한 머리로 팔루스팔루스팔루스페니스페니스향락향락향락… 같이 읽는 친구들도 팔루스팔루스페니스페니스향락향락ㅋㅋㅋㅋ 그런 이야기를 밥먹듯 하다가 보니… 뭐랄까. 의사가 환자의 벗은 몸을 볼 때마다 성욕이 일어나면 일상이 불가능하듯… 너무도 많은 S의 담론과 관련한 책들은 나에게서 성적 욕망과 환상을 앗아가버린… 블라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설명을 할수록 친구 A는 솔로가 되지 않기를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솔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리스는 많다는 것 이므로 사실은 그것을 우리는 언제나 염두를해야하는 것이며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도록 하여라.는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던가 나를 안타까워하는언니의말이었던가우리는타자의욕망을욕망하고 나는무엇을욕망하는. 친구와 자리에서 일어나 헤어질 때쯤.


- A의 눈빛 : 엑스보이프렌드에게 연락을 다시 해봐야겠어요.


나는 춥고 쓸쓸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이 성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는 아니었다.

이쯤 되니 ‘간이형’ 라캉이라 불리는 지젝을 인용하자.


“(800) 라캉적 용어로 이를 표현해 보자면 결혼은 대상(배우자)으로부터 ‘그/그녀 안에 있는 그/그녀 이상의 것’을 소문자 대상 a, 욕망의 대상을 공제한다. 대상을 일상적 대상으로 축소시킨다. 낭만적 결혼을 따르는 결혼의 교훈은 이렇다. 즉 그 사람과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그렇다면 결혼하라. 그러면 천박한 경련, 옹졸한 쩨쩨한 짓, 더러운 속옷, 코 고는 소리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그/그녀의 본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아래와 같은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결혼은 성을 통속적인 것으로 만들고, 성으로부터 모든 진정한 열정을 제거하고, 그것을 지루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기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는 이 점에 관해 헤겔을 정정해야 한다. - 슬라보예 지젝, <헤겔 레스토랑>”


결혼을 해도 독수공방, 결혼을 안해도 독수공방, 여성들이여. 매일 아침 라캉을 읽으세요. 그것은 마치 결혼처럼. 처음에는 *응? 왤케 음란마귀가 낀다냐???*(내가 그랬음) 하다가 결국…성에서 성이 제거되고 급기야 열정과 성욕이 사라지는 사태에 … 그렇게 우리는 자본주의를 향한 저항을.


[ㅋㅋㅋㅋ 지젝 신간 샀는데 딸려 나온 광고지임. 뭘 안 하고 싶다고요? 바틀비씨?ㅋㅋㅋㅋㅋ]


#2. 

사사키 :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재생산 혹은 출산을 입에 담거나 운운하는 (니체… 레비나스… 알튀세르… 기타 등등) 서양남철학자들에게 그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그런 말을 썼든 간에 신경질이 먼저 나는데(보부아르가 각주로 레비나스 뚜까팰 때, 일어나서 박수쳤다), 그들의 철학을 잘 알지도 못하고 (니가 뭘 알아), 알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까닭은.


전통적(규범적) 의미에서 자궁을 가지고 태어난 내가 달성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입받아왔던 (생물학적) 여성으로서의 과업 즉 “자식 낳기”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온 사회가 걱정을 한다)을 나 자신의 함량 미달로 인해 방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방어적 감정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언니들은 가끔 보부아르에게 *니가 뭘 알아?*를 시전 하고 싶으시다여ㅋㅋㅋㅋ 이렇게 위치에 따라서 느끼는 게 달라. 그렇죠? 이게 희진 샘이 말하는 부분적 인식이며 상황적 지식인가ㅋㅋㅋㅋ 여튼 나 역시 임신출산육아 모르는 채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채로 ㅋㅋㅋㅋ 생리하지 않는 남성들이 재생산을 운운하는 것이 너무도 불쾌했는데, 따지고 보면 나도 임신출산재생산 안 하고 있어서 거기에 대한 ‘피해망상’을 (피해를 입은 적이 없음ㅋㅋㅋ 그리고 그게 피해도 아니고요, 그러므로 나의 망상 마즘 ㅎㅎㅎ) 좀 내려놓고 이 책을 읽었다고 먼저 밑밥을 깔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이 메타인지.... 치열하기가 푸코만 하도다.


그르니까 사사키 아타루는 전작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자꾸 임신임신 거려서 (이것들이 또…) 나의 비위를 좀 많이 건드렸었다. 요 책을 읽고 완전히 맘이 다 풀렸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나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철학 한다는 남자들이 만들어온 세계를 보아라, 특히 철학은 정말 서양 철학은 그렇고 ㅋㅋㅋ 그걸 탈구축하겠다는 놈들의 미소지니는... 갈 길이 멉니다. 철학이여. 함께 갑시다. 문학도 함께 갑시다. 다 함께 ㅋㅋㅋㅋ) 그것과는 별개로 인류가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무의식의 도박”을 감행해 온 것처럼 사회를 유지하고 보수하고 낳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 나 개인의 출산은 물 건너 갔을지라도 사회를 보수하고 새로운 사회를 낳아야 한다는 사사키의 요청은 옳다. 다만 자기도 못하는 걸 달고 태어났다는 까닭으로 거들먹거리며 남한테 하라고 하는 놈일라치면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그가 꼭 임신과 출산을 자신의 몸으로 경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중의적 의미까지 섞어서 만약 이 두꺼운 책을 대표하는 한 문장을 꼽는다면. 아마도. 이거.


“(806)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무언가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다. 춤, 노래, 요리, 영화, 그림 또 글씨, 문학, 그러니 이 사회와 조금은 다른 사회까지도, 일상에서 거리에서 내 책상 위에서. 부모가 되어 죽자고 하는 사사키(르장드르)의 말을 핵가족(야 말로 근대의 발명품이다)의 기능을 충실히 재현하라는 느낌으로 읽어버리는 것은 오독이다. 옮긴이의 말 포함 915페이지를 다 읽었고, #잘라라 읽으면서 내심 불쾌했던 것 역시 사그라들었다.


#3. 

1부, 사사키의 라캉 : 여자가 되자.


우치다는 라캉의 사상을 한마디로 “어른이 되어라”라고 정리한 적이 있다.

사사키의 라캉은 좀 다르다. 그는 “(전부가 아닌) 여자가 되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전부가 아닌 여성과 관련한 글들은 페이퍼에 조각조각 내서 써뒀기 때문에 여기서 더 적을 필요는 없겠다. 기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그려둔 그림으로 마무리. (내 생각에 이 도식은 내가 봐도 완벽하다)ㅋㅋㅋㅋㅋ



그가 대상a의 잉여향락이나 팔루스의 향락이 아닌 ‘대타자(여성)의 향락’을 말하는 까닭은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설득되었다. 나는 여자가 되겠다. 이미 여자지만ㅋㅋㅋㅋ 그것은 사회를 창출하는 향락이며, 자체가 ‘신’을 ‘남성’으로 여기는 그리스도교(즉 유럽)의 영향 아래 있는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은유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향락이다.


아마도 지금의 이 시절(세속화된 유럽이 실컷 수출된)이 상대화 될 때까지 즉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겠지. 안트로포스의 판본인 후마니타스가 안트로포스를 상대화해버린 것처럼, 다시 안트로포스는 후마니타스를 상대화할 것이며. 그건 끝나지 않을 터다. 그러니 왜곡하고 고쳐 쓰고 다시 쓰자. 라캉의 여성의 향락마저도 한 시절로 상대화 되도록.



#4. 

2부, 르장드르 : ‘텍스트’를 오로지 문서와 정보로만 생각하는 관념이 유럽이다.


#야전과영원 의 백미 혹은 이 책이 탄생된 까닭이 바로 ‘르장드르’에 있지 않을까. 계보학이 무엇인지 몰랐던 나는 르장드르에서 찐 계보학자의 책 곰팡이 냄시 펄펄 나는 집착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쟤들보다는 낫다는 정상인(?)의 우월감을 만끽했다.


책의 2부는 #중세해석자혁명 을 쉽게 풀어쓴 사사키 아타루의 책 #잘라라 에 르장드르의 소개를 덧붙여 원 텍스트들과 함께 좀 더 자세하게 쓴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책을 읽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지 않으며 매혹적이고 내용은 소제목과 같다.


주의해서 읽었던 부분은 ‘소격’의 도입, 그리고 ‘계보’다.


르장드르의 주장 : 사회는 거울로서 출현하며, 동일화를 막는 기제(=소격, 내 입말로 일정한 간격, 즉 분리)를 마련해야 하며, 그것은 사회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을 통해서? 일단은 금지/법을 통해서. 그렇지 않으면 전쟁(ㅋㅋㅋ 지금 한국의 계엄 상황을 대입해 보아도 좋겠다. 극우 유튜버와의 소격을 마련하지 못한 서울대 출신 한남 검사 대텅령 내란범의 폭주. 사회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단죄해야 할 것인데 내란 동조자들이 이토록 많다니. 이 참에 농약 좀 치자. 약쳐도 걔들 어차피 계속 자라나긴 할테지만 그렇다고 안 칠수는 없다).


#5. 

3부, 푸코 : 통치성은 끝나지 않는다.


사사키가 *잘* 편집한 푸코는 뭐랄까… 찐 계보학자 르장드르에게 뚝배기가 험하게 깨지는 과정이지만 푸코는 너무나 엄격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깨지는 과정조차 예쁘고 반짝이는 파편들을 막 엄청 어마 무시 흘렸으므로~ 주서 먹을 것이 많다는 의미로 나는 이해를 하였다ㅋㅋㅋㅋ


“(739)여기에서 우리는 현대사상의 가장 유해한 제 형태—아마 제 습관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만—중 하나를 목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근대사상이라고 해도 될테고 어쨌든 헤겔 이후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나쁜 습관이란 현재를 역사상의 단절로 또는 성취로, 아니면 다시 도래한 서광의 순간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철학적 담론을 주창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현재를 반성할 때 보이는 거드름 피우는 자세. 내게 이는 어떤 나쁜 징후로 보입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는 만큼….”


자기비판을 이토록 세게 하면 뼈가 남아있긴 하나요? 하긴 근.데. 그게. 푸코지. 나는 푸코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 내가 알아보는 푸코의 어떤 부분은 자기 자신에게*도* 신랄한 대머리🐙라는 건데용. 반질반질. 사진 하나 입수했습니다.


[뭐요? 석열이가 아직도 안 뺐다고요? 방을?]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렇게 공부 많이 한 사람도 자기를 상대화하는 데, 저렇게 술이나 처먹는 사람이 자기가 끝까지 옳다고 자신을 절대화하면서 새해가 되어도 자리를 뭉개고 있다니. 윤석열 방빼라 빨리. 아직 안 나가고 뭐하냐.


음흉한 표정😏으로 라캉과 르장드르를 맛나게 말아주던 사사키 아타루는 푸코 편에 와서는 *푸코 좀 똑바로 읽어! 이 멍청이들아!!!🤬* 계속 화를 낸다. 특히 아감벤에게 무슨 원수진 사람 같음ㅋㅋㅋㅋ 세어 보진 않았지만 최소 다섯 번은 깐 것 같은 데, 분위기 험악한 것까지도 재미졌다고 합니다. 내 생각에 중요한 건 이 부분.


“(700) 푸코는 이미 주권·규율·생명권력에 대한 통시적 이해를, 새로운 권력의 출현과 함께 낡은 권력이 소멸한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치성’이라는 말이 ‘돌연’등장한 것이다. (중략) 푸코가 묘사하고 싶었던 것은 여러 장치가 설치되고, 그들 간에 힘겨루기가 있고, 전혀 다른 종류로 보였던 장치끼리 갑자기 결합해서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내는 그 ‘역사적 도박장’에 다름 아니다. 통치성이라는 개념은 이를 지시하는 개념 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


그리고 푸코 짱팬 나는요 이러고 놀았습니다. 내가 이러고 노는 데 불만 있는 사람, 손?


샤이가이… (그러나 번역에서 일본 오타쿠가 느껴지는 건 사사키 말투라서…)


저는 못돼먹은 녀석입니닼ㅋㅋㅋ 이런 배드가이 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허심함에 대조되는 입에 독침 바른 시니컬함 ㅋㅋㅋㅋ


아우, 똑똑해. 2025년에도 읽기가 딱이다. 그츄?


성 따위는 지겨워! 그리스 철학 정액 냄새 싫다고🤢 난리 치는 쓸모없는 남자 푸코 ㅋㅋㅋㅋㅋ


그런 푸코에게 라캉을 가져다 드리고 싶습니다. 증상을 호소하지만 거기에 바로 당신의 쾌락이…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사키가 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이 지점에서 성성성성성성 하다가 성욕을 잃은 나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여(아무데나 가져다 붙이지 마라) 큰일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요. 나는 요. 다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요. 아무도 시킨 적이 없고요. 그리고. 이걸 읽어서 어떤 득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까지 이렇게 쓰면 정말로 이 책과는 이별을 하게 되겠지요. 시간이 길었네. 이 사람아.


실은 내가 이 책에 도전한 것은 5월이었다. 한번 졌다가 다시 11월에 도전을 하였고, 1월까지 질질 끈 까닭은 고백하겠다. 사사키 아타루랑 헤어지기 싫어서다. 뭐뭐뭐뭐뭐? ㅋㅋㅋㅋㅋ 뭐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 몇 년 전부터 게이만 인정하는(;;;) 불치병에 걸린 나는 신중히 검색을 때렸다. (내가 좀 혹?하면 다 게이로 밝혀져서 게이 감별 촉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ㅋㅋㅋ 그 논란은 내가 만들고 있으며? 응? 확산은 시키고 싶지만 아무 영향력이 없는 고로 확산되지 못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사사키가 동성애자로 밝혀졌다는 문장을 찾지는 못했다. 걍 얘는 일본의 인문학 풍토가 낳은 진짜 철학 덕후 인 것으로ㅋㅋㅋㅋ 그래요. 정상인(?)의 몸으로도 글을 잘 쓸 수 있군요? 하긴 나도 정상입니다. 이 정상성에 대한 집착ㅋㅋㅋㅋ이 비정상처럼 느껴질정도로. 암튼 아재, 조신하게 사세요. 애먼 짓거리해가지고 책 버리게 만들지 말고.


왜 헤어지기 싫었냐면, 글이 뜨거웠다. (음흉하고 ㅋㅋㅋㅋ)

뭐랄까. 막 난로에서 꺼낸 뜨거운 군고구마 같은 느낌. 호호 불어서 먹지 않으면 데이는.


글이 뜨겁다는 것은 뭘까.

추측해 보자면... 사사키-르장드르-푸코 모두 열렬한 니체의 독자라는 것? 찔끔찔끔 맛본(본격 읽은 적 없음) 니체의 글도 분명 뜨거웠다. 아직 추우니까 겨울이 가기 전에 사사키 다른 책을 읽어보거나, 니체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꾸 순위 밀리게 되는 나으 원탑 케미리딩 푸코도 읽고 싶어졌고.


문제는 #대상a 의 #잉여향락 을 주제 삼은 듯한 지젝의 새 책도 나와버렸다는 것인데.



두께에 압도되지 않았고, 집중해서 읽었고, 좋은 것을 많이 건진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눈 질끈 감고 2025년에는 아마도 라캉으로 갈 테다. 어디로 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결국 이다음의 이다음의 이다음의 글씨들을 읽어가며 내가 찾아보마 싶은 것은 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뭘 하는지도 사실 나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요즘의 내가 가장 즐거운 것은 확실히 라깡이니까. 고마웠어요. 사사키씨.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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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11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좋아요ㅋㅋㅋㅋㅋ🥰

공쟝쟝 2025-01-13 21:10   좋아요 1 | URL
한 명이라도 재밌게 만들기 성공! 쁘이!

단발머리 2025-01-11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오래 걸렸을거 같아요. 길게~~ 그리고 야무지게 잘 쓰셨네요. 진짜 사사키 아타루를 좋아하는게, 그래서 진심으로 킥킥대는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리뷰였어요.
전 다 읽지는 않았고, 그래도 리뷰를 쓰려고 아침에 까불다가 청소하고 외출했다가 지금 막 들어왔어요. 지금부터 써볼려고요.
같은 책을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 함 살펴보자구요!

공쟝쟝 2025-01-13 21:20   좋아요 1 | URL
틈틈 갈겨둔 메모들의 도움을 받아서, 시간을 내어 작성했습니다!!
저는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을 ‘간절‘하게 잘 설명해주려고 하는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본 남자들에게 철학 배우느 중.... 그건 좀 존심 상함.. 지바 마사야, 사사키 아타루, 우치다 타쓰루, 나카마사 마사키? 한국에도 있으면 좀 찾아서 밀어주고 싶습니다... )
우치다의 메타 메시지가 ˝저 좀 읽어주세요..˝ 라면 ㅋㅋ 사사키의 메시지는 ˝하던 것을 계속해 주세요˝ 그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 읽고 쓰고 싶걸랑요. 지금 나의 요구와 일치하여 좀 용기가 되어요ㅋㅋ

같은 책을 그렇게 다르게 읽으셨더라고요, 죽음...
저는 당분간은 100년은 더 살고 싶어요! 오늘도 운동 열심히 했습니다 !! ㅋㅋ

그레이스 2025-01-12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깡을 즐겁게 읽으신다니,,,, 부럽기만 하네요.

공쟝쟝 2025-01-13 21:19   좋아요 1 | URL
하하.. 아직 원문으로는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즐겁게 읽었다고 하면 가짜뉴스 입니다, 올해는 좀 진출해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

푸코 발의 해석에 따르면 라캉의 난해함은 그 독서 과정을 통해 읽는 이의 무의식을 건드려 욕망의 주체가 되게 하고 싶어 나온 거라고 하더라고요. 라캉 읽기는 나으 욕망!! 그레이스님이 부러워하다니 저 엄청 잘 살고 있는거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트럼프 [취임 첫날, 트랜스젠더 광기를 멈추겠다] 선언



https://youtu.be/YIjg6FFAS8k


젠더는 정말로 현대 정치의 최종 심급일까. (이 뉴스 기사보다 유튜브 댓글들이 더 무섭다. 나는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갇힌 사고방식의 퀴어하지 못한 페미니스트이지만… 아니 그게 뭐든 정체성에 의존하게 되어버리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열심히 읽어보고 써보지 않았더라면 댓글들이 겨냥하는 말들에 아마도 공감하고 있었을. 그런.)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재빠르게 표적 삼는 것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에는 자꾸 식은땀이 난다. 

미국 사회(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의 PC 주의를 진저리치는 소위 좌파 연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언어는 계속해서 나빌레라 수준으로 섬세해지는 데, 어떤 말들은 너무도 난폭하고 둔탁해지고 거기에 또 어떤 진실을 담지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을 호재로 여기는 종류의 담론은 또 어떠한가.(나는 혹하는 편이다. 윤석열이 시켜준 민주주의 공부처럼. 사건의 효과는 알 수 없으므로.)


나 자신조차도 빠른 답을 얻어내고 싶어서 질문-질문-질문-을 견디지를 못한다. 공백의 시간을. 침묵의 시간을. 견디기가 어렵다. 그 대답 없는 물음표들이 한가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우리는. 더 침착하게 느끼기를 당부 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정말로. 느끼는 것은 언제나 인식의 기준인데. 인식을 다르게 어떻게?

질문하는 게 벅차서 알코올로 마취를 자주 했는데. 그러다 준알중상태에 빠져있다는 인식을 한 후로는 책으로 도피를 하기로 했고. 덕분에 이브에는 환멸과 몰락을 사랑하는 니체를 읽고 크리스마스 당일(오늘)에는 사사키’s 푸코를 읽었다. (텍중…)

규율권력이 가져와야 하는(했을)  주권권력의 몰락이 돌연 인종주의를 매개로 생명권력과 만나는 지점. 

이 이항대립을 싫어하는 철학자는 양립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유착되는 그 지점에 도달한다. 도달. 



“(584)우리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무엇으로부터? ‘다른 인종, 열등한 인종, 반-인종의 생물학적인 위협으로부터.’”


“(587) 인종 간의 투쟁은 주권 국가의 것이 된다. 국가의 ‘단일 인종’적 정통성을 옹호하는 요소가 된다. 인종주의라는 주제는 국가에 의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담당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때 앞의 인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학적-규범화적인 기술’, 즉 생물학을 대거 흡수한다.”


“(594) 그렇다. 생명 권력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늘려가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는 권력이었다. 인구 증가율을 높이고, 이환율과 사망률을 낮추고, 평균수명을 높인다. 이를 위해 인구 분포와 인구동태를 파악하고, 이런저런 환경과 주거의 변수를 ‘조정’하려는 권력이었다. 강제적으로 ‘살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어떻게 죽일 수가 있을까요?’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을까요? 이 권력은 본디 살게 하는 것이 목표인데.’ 삶을 유지하고, 보존하고, 증식하려 하는 생명 권력이 살인을 할 때 누구를 죽이는가? 아니, “누구”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다. 어느 ‘인구’를 죽이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푸코는 즉시 대답한다. 

“여기에 바로 인종주의가 개입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사실, 인종주의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선 권력이 받아들이는 삶의 영역에 단절을 도입하는 수단입니다. 살아야 하는 자와 죽어야 하는 자 사이의 단절입니다. 인류라는 생물학적인 ‘연속체’에 이런저런 인종이 출현하고, 인종을 구별하고, 인종의 서열을 매겨서 어떤 인종은 우수하고 다른 인종은 열등하다는 평가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권력이 받아들이는 생물학적인 영역을 세분화하는 방법이 됩니다.”

인종주의는 ‘세분화’한다. 생물학적 연속체 사이에 ‘단절’을 도입한다. …. 그 ‘생물학적인’‘연속체’에 단절을 가져오고, 경계선을 가져오고, 인종 간의 ‘구별’을 도입하고, 기꺼이 ‘열등’하다고 판단된 인종의 ‘인구’를 죽일 수 있게 된다. *즉, 학살이 가능해진다.* ‘죽게 내버려둔다’가 기묘하게 ‘죽게한다=죽인다’와 유착해 폭주한다”


“(599)푸코는 단언한다. 나치스보다 규율적이고 생명권력적이었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연결을 끊어내는 것이 특기인 근대인(나는 주로 서백남이라 표현한다)은 명확한 단절이 있어야 평안하므로 경계선을 교란하는 존재를 견딜 수 없다. 현실은 회색지대라고. 혹은 스펙트럼이라고. 아니. 그 혼란과 교란이 바로 삶의 조건이라고. 그러므로 스스로의 불안함과 취약함을 싹둑 잘라내버리고 그걸 자극하는 존재를 악으로 규정하고 경계선을 세우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며 빠른 대답인 거라고.


불안에 머물러 있자고. 조금은 열어두자고.

나를 혼란하게 하는 존재들로부터 다른 앎을 생산하자고.

그게 오늘의 크리스마스에 내가 내게 주고 싶은 인식이었나보다.

책을 덮고, 요리를 하고, 한잔해야겠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메리크리스마스.🎄



메뉴는 트러플을 추가한 뇨끼였다죠.

푸코는 단언한다. 나치스보다 규율적이고 생명권력적이었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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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25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너무 달리시네요. 크리스마스인데 말이죠 🙄

공쟝쟝 2024-12-25 21:40   좋아요 1 | URL
메리크리스마스 수이님. 헤헷

수이 2024-12-25 21:42   좋아요 1 | URL
한 잔만 하세요. 노인은 어제 넘 달려서 오늘은 커피만 ㅋㅋ

공쟝쟝 2024-12-25 22:35   좋아요 1 | URL
두 잔 째 입니다. 히히. 해피뉴여.

수이 2024-12-25 22:36   좋아요 1 | URL
아직 멀었어여 며칠 남았음 🐥 뇨끼도 할 줄 아는 녀자 🤔

공쟝쟝 2024-12-26 07:16   좋아요 1 | URL
밀키트 🤫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6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저 저..... 문진에 깔릴 듯도 하여 마음 한 구석 서늘해지며... 이 책 아니면 저 문진 누가 감당할까 싶은 마음에, 천생연분인가 하노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의 이 페이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사사키의 문체가 느껴지네요. (그냥 넘겨 짚은거 아님. 그 책 읽고 있는 사람임)

저는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모습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대하는 모습에 많이도 실망하였습니다. 당근이죠. 그래서 재선 안 된 것일수도. 전쟁을 끝낼 사람이 누구인지, 전 요즘에 그걸 자주 묻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여전히 내란수괴 지지자들이 ‘암약‘(윤석열의 단어)하고 있어서 아무도 대답을 안 한다는...

공쟝쟝 2024-12-26 10:08   좋아요 1 | URL
전쟁을 끝낼 사람이 트럼프라는 아이러니, 하하! 저 고탄소 남성성들에게서 무언가를 읽어내야하는 까닭인가요…
 
위태로운 삶 - 애도의 힘과 폭력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윤조원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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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인종, 계급은 (우리에겐 특별히 국민국가까지) 섞여서 나타나고… 동일시의 환상… 정체성의 환상은 그것이 피해자의 것일 때 가장 위험하다. (타인을 억압해도 되는 자기 정당화로 작용하니까.)

나의 피해, 우리의 피해와 억압을 직시하는 것이 타자의 배제의 논리로 수월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매일매일 발견해서 가끔은 괴롭다. 어제는 야구를 이겨서 (그렇다 나는 의도적임을 섞어서 무의식적으로 이겼다고 표현했다) 이기니까 봤다.

엘리트의 대중 혐오가 대중들의 자기혐오로 돌아왔다는 문장을 읽었다. 신자유주의는 정체성의 정치로 작동한다.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어쩌면 언어를 습득하는 일) 나에게는 억압을 발견하는 일이었고, 찾았다 안심하기도 전에 해체에의 요구를 받아서 심통이 나고 분통이 터졌었다. 똑똑한 지식인들, 처음부터 자기만의 방이 있었던… 너희들이 하는 그 잘난 말들. 그걸 누가 이해하냐고. 나는 애국가 틀어주면 만세 부르고 미투 하면 같이 미투 하고 싶고 그런 사람이라고. 나는 돈 좀 더 벌어서 내 식구들한테 잘하고 싶다고… 난 그냥 그런 사람인데… 좀 편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아니었다고… 그 평범한 욕망이, 이런 미디어의 시절에는 가장 홀리기 쉬운 뭐시 중헌디의 말이 된다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제 누군가가 부르는 대로 불리지 않기로 결단한 나는… 24시간 중 오롯이 쓸 수 있는, 내 시간에 글씨들을 읽어나가고… 내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만든 말의 최초를 더듬다가 점점 심각한 구조주의자가 되어가고, 삶을 촘촘히 포화하는 그 말들을 다른 말로 써야 함을 계속해서 느끼지만, 저녁에는 일하고 피곤해서 모바일로 쇼핑을 하고 인터넷 뉴스를 본다. 어디를 가라고 무얼 사라고 저것들을 비웃고 메타인지를 문제 삼는 품행 평론자들의 방송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는 안 살아야지… 나는…

다들 그만해.

그런 게 가끔 너무 슬프니까.
다.
내가다.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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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통제권을 잃은 (혹은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이 수월하게 취하는 자율성(혹은 자아 정체성)이라는 잔인한 낙관에 대해… 무력한 내가 전능해지고 싶었던 환상들에 대해. 나의 동일시의 소스라치게 폭력적임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통치 방식. 그러니까, 자기착취 각자도생 = #신자유주의


"(58)무엇이 나를 사로잡는 지를 항상 알지‘는’ 못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안’에 있는 무엇을 잃은 것 인지를 내가 항상 알지는 못한다면, 바로 이 박탈의 영역이 나의 모름unknowingness을,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각인된’ 원초적 사회성의 자국을 노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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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30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는 제가 대중임에 많이 슬프지 않고요. 금방 혹!하는 성격인것에 상심하지 않습니다.
저는 쟝쟝님이 말하는 게 뭔지 조금 알것 같고요. 이제 막 찾았는데 잃어버리는, 해체를 요구받는 그 심정에 대해서도 쪼금 이해합니다. 아주 조금이요. 그걸 알아채는 당신의 지성을 원망하시기를..... 충분히 원망 바랍니다. 사자성어로 갑니다. 식자우환.

다만.... 그 무엇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기를 바래봅니다. 성조기 흔들면서 광화문을 뒤덮는, 어디엔가 속하고 싶은, 정체성의 정치에라도 발을 담그고 싶은 그 마음에 대해서요. 그 분들도 다 진심입니다.

공쟝쟝 2024-10-31 11:16   좋아요 1 | URL
저는 한강이 상받아서 울고(곰곰 생각해봤으나 그와 아무런 접점이 없음... 있다면... 518에 받은 영향?), 기아 37년 만에 홈에서 우승에 환호하는 그런 어디엔가 소속되고 싶고, 진심으로 온 맘과 성의를 다해 미혹되고. 뭐시중헌디 뭐시..(나홍진의 곡성에 ㅋㅋㅋ 명대사 입니다.. 계속 홀리죠. 나를 부르는 알 수 없는 목소리들) 하게 되는... 그런 그런 사람입니다. 내가 가졌던 소속, 개인, 정체성... 그 안에서의 따뜻함, 동일시와의 청산적 긴박한 단절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나 잘났다 빠져나오는 걸 버거워하는 늘 미련이 너무 많아 계속 더디고 한 발 늦는 사람이고요...

그 미련 때문에.. 책 읽기를 시작해서.. 이런 시절에서는 그저 살아는 것만으로는 안돼고~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개인이.. 주체가.. 자아가(탈여성...ㅋㅋ 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합니다) 되어야 한다는 걸 푸코 좀 데리고 오면 내면을 발명해야한다는 걸...읽어버려서... 힘이 듭닏...... 정말로 거기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이젠 스스로 생각하고 싶으니깐요....)

그들은 또한 나이기에 그분들의 ‘진심‘을...... 비웃은적이 없다고....... 써왔고요 ㅜㅅㅜ 만약에 그냥 비웃고 나는 아닌데? 지나치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안 읽었을 거 같아요. 그 지점 알아주세요. 저는. 애써 획득한 제 지성ㅋㅋㅋ에 이제 죄책감은 갖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헤어져야 한다........

매번의 이별을 자주 틈틈 울면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