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세요.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 개 이상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잉하면 온라인 서점에서조차 공지하지 않는 서평단 모집 소식을 적어도 두세 개를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댓글을 달면 책 선물을 주는 게릴라 이벤트도 많습니다.

 

참고로 한길사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게 되면 페이스북에도 서평을 올려야 합니다. 한 달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 두 권을 읽던데 제가 아는 형이 1기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걸 봤어요. 저도 1기 때 신청했는데 제 페이스북 계정이 너무 썰렁해서 그런지 서포터즈로 선정되지 못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분은 서포터즈에 선정될 확률이 낮을 겁니다. SNS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출판사 서평단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서포터즈 신청 안내

 

- 모집인원: 10명

- 모집기간: 6월8일 ~ 6월21일 (발표 6월24일)

- 모집대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보유자 그리고 한길사 독자라면 누구나

- 활동기간: 6월29일 ~ 9월29일까지 (3개월) 

 

 

• 서포터즈 활동사항

 

- 매월 한길사 신간을 읽고(2권) 서평 작성 후  온라인 서점, 개인 블로그, SNS 등 최소 2곳에 게재

- 일정 수준 이상의 서평 &적극적인 게시 활동을 하는 서포터즈 3명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증정 

 

 • 한길사 서포터즈 혜택 사항

 

- 한길사 아트상품 증정

- 작가와의 만남 등 각종 이벤트 우선 초대 

 

 

 • 신청하기 ▷ http://goo.gl/forms/KnwuTVoTCC
 

*활동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서포터즈는 활동과 혜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샘터 물방울 서평단 7기를 모집합니다 (모집기간: ~6/30까지)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샘터출판사 블로그] 를 참고해주세요.

 

http://blog.naver.com/isamtoh/220380864776
 
바로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https://docs.google.com/forms/d/1dEqOHPGR71DkqdehVRZ_-qdS9yBBZtBiQOA5CGfj_ws/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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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6-09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길사 서평단은 너무 탐이 나지만 페이스북이라니요.....트위터도 서평단하려고 어쩔 수없이 만들어서 엉터리로 운영하는데(소통없는) 페이스북까지 아이고..

csp 2015-06-10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뜸하게 접속하는 트위터 말고는 따로 sns를 하지 않아 아쉬울 뿐이네요. :(

fledgling 2015-06-10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말고 따로 sns 는 하지않아성...

단발머리 2015-06-1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눈이 번쩍 뜨이는 좋은 소식 감사해요. 근데 전 트윗터도 안 한지 조금 됐고 페이스북은 더더욱... 서평단도 부지런해야돼요~ 그죠? 근데 요기 위에 분들 반가운대요. 하고 있는 sns가 북플 뿐 ㅋㅎ 저랑 똑같아요^^

AgalmA 2015-06-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sns는 북플만....다들 북플 죽돌이;;;....매일 대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sns 안하고 편안할 방도를.

cyrus 2015-06-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페이스북 활동이 뜸하다고 해서 벌써 포기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 즐겨하는 북플도 ‘책 읽는 사람들’의 SNS입니다. 한길사 서포터즈 지원 이유에 북플의 장점을 강조한다면 충분히 선정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집 기간이 넉넉하니 한 번 신청해보세요.
 
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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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쓰는 신조어 중에 ‘창렬스럽다’, ‘혜자스럽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궁금하면 검색어에 ‘김창렬’을 쳐보시라.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왕년의 인기 그룹 가수 DJ DOC에 관한 사진과 내용보다는 음식 사진이 더 많이 나온다. 연관 검색어를 보면 ‘창렬푸드’라는 단어도 있다. ‘창렬푸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김창렬은 각종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연예계의 사고뭉치로 알려졌다. 합의금으로 가수 활동을 하면서 벌여놓은 수입을 다 쓴다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도 전해진다. 그랬던 그가 식품업계에 뛰어들면서 2009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편의점 음식상품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은 꼬치, 순대, 미니족발 등 야식 위주의 메뉴를 판매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다. 포장 속 사진과 비교하면 실제 내용물 구성이 너무 부실해서 과대 포장 의혹이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창렬스럽다’, ‘창렬푸드’ 등의 용어를 만들어 과대포장을 비아냥대기에 이르렀다. 과대 포장 과자를 ‘창렬스럽다’라거나 ‘창렬 과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은 부랴부랴 음식의 양을 늘렸지만, 이미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마저 잡을 수 없었다. 김창렬은 자신의 이름을 빗댄 신조어가 부실한 내용물이 담긴 과대포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에 분노를 드러내어 식품업체를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대로 ‘혜자스럽다’는 도시락 상품의 양과 질이 모두 뛰어나면서 생긴 말이다. GS25는 2010년에 ‘김혜자 도시락’을 선보였다. 김혜자 도시락은 속이 꽉 찬 구성의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의 상품을 두고 ‘혜자푸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스럽다’는 어떠한 성질이 있음을 의미하는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단순하게 ‘맛있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 맛있어 보이려는 표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음식의 맛을 형용사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 언어학 교수 댄 주래프스키는 맛집 리뷰와 후기를 분석한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맛있는 음식을 관능을 자극하는 성적 표현이 난무했고, ‘대단한’, ‘놀라운’ 같은 형용사는 ‘평범한’, ‘나쁜’, ‘끔찍한’에 비해 더 자주 쓰였다. 음식에 대한 호평이 악평보다 많은 사실에 대해서 댄은 먹기 좋고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음식의 맛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고 봤다. 맛깔나게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 침을 삼키게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사용하는 일상의 단어 속에 음식 섭취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창렬스럽다’와 ‘혜자스럽다’ 같은 신조어는 식욕 취향이 반영된 요리의 문법의 또 다른 사례가 된다. 이름에 접미사를 붙여 꼬집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기대와 그 기대를 저버린 행동으로 인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빗댄 ‘놈현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감을 주는 데가 있는 사람이란 뜻이 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명박스럽다’도 명명백백한 사실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지칭한다. 이처럼 ‘창렬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린 질 나쁜 음식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말이다.

 

과거에는 음식은 생존의 의미 그 자체였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음식은 탐닉과 즐거움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 산다. 이러한 심리적 성향을 잘 반영한 것이 고급 레스토랑이다. 외식업소에서 메뉴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메뉴에 의해 식당 하나가 흥하기도, 또 망하기도 한다. 메뉴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맛’이다. 그러나 오늘날 복잡해진 외식시장에서 ‘맛’만으로 모든 것을 승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메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에 레스토랑을 운영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댄 주래프스키 교수가 쓴 책 《음식의 언어》 제1장 ‘메뉴 고르기 :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네 가지 방법’을 참고하시길.

 

식당을 찾는 고객을 영화관에 온 관객으로 가정해본다면, 메뉴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로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인상적인 이름을 지어주어 관객의 시선을 붙들고 식당을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값비싼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또 근사한 느낌이 드는 고급스러운 단어도 넣어도 좋다. 그러면 고객은 음식물을 입으로 삼켜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음미를 한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에 남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스며 있다. 실제로 요리를 설명하는 단어가 하나씩 늘수록 음식 가격이 높다. 음식의 출처 즉 음식을 만들면서 사용된 원재료의 출처를 밝혀준다면 고객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식당은 시골에서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듭니다’ 대신 ‘어머님이 경기도 이천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땀이 깃든 채소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듭니다’라는 문구를 메뉴에 표기하면 레스토랑 음식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음식의 문법은 우리가 미처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그 힘에 의해서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고, 먹는다. 감자 스낵(포테이토칩)은 아이들이 자주 먹는 식품 중 하나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색소나 향료, 맛 페이스트 등을 첨가하는 다른 과자들에 비해 생감자를 그대로 잘라 튀겼기 때문에 트랜스지방이나 식품첨가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기 쉽다. 포장지에 적힌 ‘트랜스지방 제로’, ‘저지방’, ‘몸에 좋은 국내산 감자’라는 홍보 문구를 믿고 감자 스낵을 아이에게 사주는 부모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구들은 감자 스낵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믿게 하게끔 하는 광고업자의 전략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감자 스낵일수록 트랜스지방이 없는 건강 감자 스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음식의 문법은 식품 혹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지만, 때론 맹신이 되어 성분 확인을 소홀히 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음식에 대한 집착과 관심이 있다. 풍요 속 빈곤이라 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먹거리는 넘친다. 미각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집착이 커질수록 미각을 최대한 확장해 문화적으로 상업화하려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TV와 인터넷, 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단연 ‘맛있는 음식’이다. 매일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은 SNS에 보란 듯이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음식의 맛을 평가한 것을 여러 사람에게 공개한다. 본래 우리 문화는 남들이 밥 먹는 것을 지켜보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먹방 전문 채널마저 생겨나 인기를 끈다. 식탐을 자랑하고, 서로 지켜보는 걸 즐기며 욕망의 해방을 부추기는 현상 속에 요리를 매개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알리고 싶은 인간의 과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현실 불만족에 비롯된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 사진을 대량으로 올린다. 24시간 미각에 열려 있는 소비자들은 입으로만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 등의 오감으로 음식을 즐기며 새로운 미각 경험을 쌓길 원할 것이다. 내년에도 다른 이들의 식탐에 행복해할지, 또 다른 욕망의 관음이 판칠지는 미지수다. 음식의 문법과 먹방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우리, 심리적 허기를 의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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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모론을 좋아하는 제갠 요즘 넘쳐나는 먹방과 셰프 프로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ㅎㅎ

cyrus 2015-06-09 18:51   좋아요 0 | URL
음식을 먹으면 모든 걸 잊게 만들죠. 그만큼 먹방이 대중을 쉽게 유혹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정신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은 방송이에요. ^^

AgalmA 2015-06-0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스럽다 -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논의를 펼친다. 현재까지 배탈난 사람은 없는 걸로 보고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시샘난 사람들은 있을 걸로 추측한다 [알라딘 서재 야매 백과사전]

cyrus 2015-06-09 18:53   좋아요 0 | URL
지식이 부족해서 북플 서평이나 댓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걸 배우려고 합니다. ㅎㅎㅎ 백과사전 내용에 수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

fledgling 2015-06-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조어인가 보군요~ 알아두고 신세대 애들과 놀 때 써먹어주는 센스!
신조어 2단어로 이렇게 글을 풀어쓸수 있다니..!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1 | URL
`창렬스럽다`라는 말은 되도록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 없으면 김창렬 씨에게 고소 먹을 수 있습니다. ^^

수이 2015-06-08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캬하_ 좋다. :)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세실 2015-06-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렬스럽다, 혜자스럽다가 그런 뜻이군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5-06-09 18:5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조어를 기막히게 잘 만들어요. ㅎㅎㅎ

narr77 2015-06-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감으로 먹는 음식~~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5-06-09 18:55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돌궐 2015-06-09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김사인 시인의 `먹는다는 것`을 읽었던 참입니다.
몇 줄 안되니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먹는다는 것
김사인

내 안을 허락한다는 것.
너에게 내 몸을 열고 싶다는 것 내 혀와 이빨과 목구멍과 대장과 항문을 열어준다는 것 그렇게 음탕한 생각.
또한 지금의 내가 아니고 싶다는 것 지금의 죽음이고 싶은 것 다른 나이고 싶다는 것 사랑을 느낀다는 것.
너를 내 안에 넣고 싶다는 것 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 너이고 싶다는 생각 네가 아닌 나를 더는 견디지 않겠다는 의욕.
너를 먹네
포충식물처럼 끈끈하게, 세포 하나하나까지 활짝 열어 너를 맞네 세포 하나하나까지 너에게 내주네.
그러므로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 모든 구애가 그렇듯이
밥이건 고기건 사람이건
먹는다는 것은 먹힌다는 것 죽음처럼 아찔한 것 길고 황홀한 키스 먹는다는 것은 갖고 싶다는 것 새 자동차를 장화를 장미를 새끼 고양이를 향해 눈이 빛나는 것 같이 있고 싶다는 것 한 몸이 되고 싶다는 것.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
몸 너머 영혼 속에까지 너를 들이고 싶은 것 네가 되겠다는 것 기어이
먹는다는 것은.

- <어린 당나귀 곁에서>, 52-53쪽



cyrus 2015-06-10 22:58   좋아요 0 | URL
돌궐님, 좋은 시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랜 식욕의 역사’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갑자기 식욕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 ‘자유주의 – Liberalism’는 왜곡된 정보와 편향된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을 비춰주는 자유주의의 등불이라도 되는 것처럼 중립적인 사실을 그럴듯하게 전달한다.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포장한 글을 보면 페이지 관리자 혹은 게시물을 만드는 필자의 지적 수준이 의심된다. 논리력이 결여된 내용을 들먹이면서 자유의 가치를 표방한다. 자유주의의 의미를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로 이해하려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우려스럽다. ‘자유주의’ 페이지 게시물들은 사진과 짤막한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파워포인트 발표용 자료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이슈를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자유주의는 날로 먹듯이 공부한다고 해서 이해되는, 간단한 이념이 아니다. 이런 간결한 근거 자료를 사람들은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근거 자료를 비판하는 정제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사회문제를 편향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자유주의’ 페이지는 자신의 주장이 유리하도록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견강부회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주에 ‘<진격의 거인>의 정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이 게시물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의 글을 토대로 만들었다. 한 위원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을 예로 들면서 감성에 휩쓸리는 무지한 대중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거인을 ‘반이성 집단주의’로 비유하여 자유를 위해 이성을 지키려는 합리적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리고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그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거인』 그리고 『잠든 이성은 괴물을 낳는다』(줄여서 ‘잠든 이성’이라고 하겠다)를 소개하면서 고야를 계몽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만화 속 거인을 무조건 이성을 거부하는 무지한 대중 또는 이를 몽매하게 만드는 여론으로 비유한 것을 적절하지 않다. 거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주인공 엘렌 예거가 거인으로 변신하는 줄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엘렌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득한 캐릭터다. 그가 자유를 위협하는 거인을 조종하는 힘을 가진 상황은 역설적이다. 나는 <진격의 거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게시물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지 못했다면 만화 줄거리를 그럴듯하게 끼워 넣은 한 위원의 주장에 수긍할 뻔했다.

 

한 위원의 글에 비판받을 대목이 또 하나 있다. 한 위원은 만화에 나오는 거인의 디자인을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기원했으며 사투르누스를 ‘무지한 시간’으로 해석했다. 또 고야를 학살과 폭력의 광기에 맞서는 자유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고야의 거인 그림만 봐도 우리는 만화 <진격의 거인>이 저절로 연상된다. 그러나 이 유명한 거인 그림이 고야가 그리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 2009년에 『거인』을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은 『거인』을 그린 화가를 고야가 아닌 그의 조수 어센시오 훌리아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거인』은 에스파냐를 호시탐탐 노렸던 나폴레옹의 프랑스 혹은 에스파냐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체제 권력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하게 통일된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에스파냐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해석도 있다.

 

 

 

 

 

 

 

 

 

 

 

 

 

 

 

 

 

『잠든 이성』은 흔히 이성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진리의 침묵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성의 힘이 상실된 무지한 몽매의 경고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해석은 고야의 의도와 상반된다. 『잠든 이성은 괴물을 낳는다』는 판화집 《변덕》의 49번째 작품이다. 책상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사나이 뒤쪽에 부엉이와 박쥐가 날아든다. 그림 왼편에 보면 책상에 앉아서 펜을 쥔 부엉이 한 마리가 있다. 전통적으로 부엉이는 부정적인 동물로 전해내려 왔다. 어둠, 꿈, 어리석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부엉이가 무조건 흉조로만 여겨졌던 것은 아니다. 로마 신화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신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테네)와 함께 다니는 신성한 새로 여겼다. 헤겔은 《법철학》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과 함께 나타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완전히 밤이 되기 전에 이미 어둠의 도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미래의 예측은 정확해진다. 밤은 이성이 잠에 취하는 무지한 시간이면서도 예술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의 시간이다. 고야가 활동했던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자들은 꿈을 이성의 반대라고 생각했지만, 고야는 꿈과 이성의 조화를 통한 예술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주의자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계몽주의 사상에 심취했지만, 한편으로는 공상에 대한 동경을 강하게 느꼈던 낭만주의자였다. 고야는 『잠든 이성』 밑에 그림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써넣었다. ‘상상이 이성과 만나면 예술의 어머니가 된다.’ 이 문장은 고야가 낭만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성이 잠들면 공상은 인간의 악마적 본능, 삶의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광기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고야의 부엉이는 낭만적인 황혼 위를 날다가 감성이 메마른 척박한 땅으로 내려와 잠든 사나이를 깨우려고 한다. 사나이가 일어나면 예술적 영감을 알려줄 것이다. 

 

고야의 그림 속에는 온통 괴물과 광기, 참혹과 전율로 가득하다. 그의 그림은 감상자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야는 세상의 추악성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 폭로했다. 그래서 고야를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해서 비판정신이 투철한 화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고야의 예술을 아울러 본다고 할 수 없다. 청력이 상실한 만년의 고야가 그린 그림에는 살육, 광기, 마법 같은 어두운 주제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추악하고 끔찍한 세상의 진실을 너무나도 가까이 봤던 탓일까. 고야는 누구보다 먼저 무지한 몽매에서 깨어났지만, 그의 눈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원초적 광기가 자세히 들여다볼 정도로 너무나도 예민했다. 올더스 헉슬리는 고야를 ‘슬픔의 끝까지 알았던 인간’이라고 했다. 그런 고야가 자신의 그림이 정치색으로 덧칠되어서 제멋대로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슬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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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식조차 없는 자유주의 게시글에 참담해집니다...하아. 거인=무지한 다수, 집단적 몽매 연결 자체도 오류지만, 제시한 `무표정`,`무뇌아`,`무언가 화난 표정`근거도 너무나 차별적이며 비논리적. 이상하게 보이면 감화원 보내던 시절의 시각이군요.
작가가 `무`자가 들어가는 단어나 관념에 대단한 오해가 있지 않나 싶네요; `만화에 빠지면 멍청이 대중된다`를 참 에둘러 말하신 듯...그리고 이어지는 고야 연결까지... 급피곤해지네요.
이 글 쓴 분은 다분히 의도에 치우쳐 그러셨겠지만, 어떻게 무의식이나 인간광기는 전혀 고려않고 이렇게 철저히 이원론적인 대립만으로 글을 쓸 수 있는지...휴, 한숨이.
cyrus님 이 글 쓰시느라 욕보신 듯...

cyrus 2015-06-08 20:30   좋아요 1 | URL
자유주의 페이지에 가끔 공감하는 글을 읽을 때가 있긴 합니다만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천 원짜리 지폐를 줍는 확률과 같아요. ‘진격의 거인=고야의 거인=무지한 몽매’ 이런 식으로 연관 지어 쓰면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허점이 보여요. 이 게시물 덕분에 고야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것 또한 몰랐던 것을 더 알기 위한 공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boooo 2015-06-0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 보일 때가 있는데 조심해서 봐야 할 곳이더군요. 그런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죠.

cyrus 2015-06-08 20:33   좋아요 0 | URL
네. 자유주의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으면서 게시물 내용이 무조건 맞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페크pek0501 2015-06-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 나니 대중의 착각, 다원적 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cyrus 2015-06-08 20:35   좋아요 0 | URL
대중을 혼란에 빠뜨려서 몽매한 집단으로 만드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돌궐 2015-06-06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확신과 완강함으로 가득 찬 문장을 쓴다고 하더라구요.
알면 알수록 글쓰고 말하기가 더 힘든 법인데...

cyrus 2015-06-08 20:3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그리고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진솔한 비판을 무시하기도 하죠. 돌궐님의 말씀을 저도 깊이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예전에 쓴 글 중에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면서 썼던 게 있을 겁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학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죽을 때까지 항상 공부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
 
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

 

 

 

 

지난주 토요일에 ‘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다음 날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본다.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확실한 근거가 없는 내용이 있으면 삭제하거나 수정한다. 최근 메르스 공포가 퍼지면서 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나는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여 ‘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중동지역에 있는 낙타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왔으므로 아프리카 지역도 메르스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추측성 짙은 내 주장이 본의 아니게 메르스에 관한 올바른 진실을 곡해하는 유언비어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오해받을 만한 내용 때문에 유언비어 유포자로 억울한 누명 쓰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보충 설명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프리카도 메르스 발생 지역이 될 수 있다는 내 생각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비롯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메르스 감염의 주범인 중동지역의 낙타가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사실만 가지고 아프리카도 메르스 발생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성급하게 추론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메르스 관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메르스는 중동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아직 아프리카에서 메르스 감염자나 사망자가 나온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제한된 증거만 가지고 아프리카를 메르스 발생지역으로 추측하는 내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힌다. 근거 없는 주장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을 메르스 전파자로 오해하고 차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질병 전염에 대한 공포가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는 에볼라 감염의 공포가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무지의 현상이 빚어진 적이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인을 경계하고, 국제 행사를 주관하는 모 여대는 아프리카 학생들의 행사 참여를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전염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에 근거한 이성적인 믿음마저 마비시킨다. 에볼라 발생 지역을 아프리카와 연관 짓는 단순한 인식 때문에 질병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었고, 언론은 공포를 확산시켰다. 감성이 치우친 공포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전염병 감염과 관련된 특정 지역인 및 국가 거주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시선도 확산한다.

 

 

‘메르스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 (강석기) / 동아사이언스 2015년 6월 1일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7116

 

 

동아사이언스에 <강석기의 과학카페>라는 이름으로 과학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강석기 기자는 어제 ‘메르스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질병의 위험성에 치중하여 중구난방 하는 언론 보도기사를 일일이 찾으면서 읽는 것보다는 보기 쉽게 깔끔하게 정리한 과학 전문기자의 글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최근에 밝혀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작년에 유행한 에볼라보다) 낮은 편이고,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RNA 바이러스에 속하지만, 변이로 복제되는 오류를 수정하는 안전한 효소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메르스가 변이 가능성이 작다는 전제하에 변이를 일으키는 예상 밖의 변수를 대비하여 계속 연구하고 있다.

 

메르스 백신 또는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강조할수록 대중은 전염병의 존재감에 두려움을 떤다. 공포감에 지배당하여 마비된 이성은 상황에 대한 판단력도 같이 떨어진다. 메르스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근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감염 전파가 빠르게 확산하고 한 명씩 사망자가 생겨나는 허술한 방역 실태를 부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물론 메르스는 위험한 질병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명확하게 다루지 않는 언론에서 떠는 호들갑에 비하면, 메르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글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한다. 우리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유언비어의 침투에 이성의 방어벽은 허물어지지 않으며 참된 진실만 바라보는 눈을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 그 눈이 감겨져 잠드는 순간, 이성은 극단적인 논리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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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6-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열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cyrus님 말씀이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만, 사실 또 한편으로는 저만해도 이성적인 판단이 자꾸 흐려지는 것 같아요. 약간씩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언론과 정부의 책임도 큰 것 같구요.)

cyrus 2015-06-05 21:34   좋아요 0 | URL
저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불안감이 생겨요. 오늘 서울시와 정부가 방역 대응책을 둘러싸고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니 골치가 아픕니다. 없던 병이 생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수이 2015-06-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 자세가 너무 부실했어_ 암튼 축하할 일 축하하려고 왔어. 2등 축하해_ :)

cyrus 2015-06-05 21:35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서 하루를 보내겠죠? 누님도 2등 축하해요! ^^

수이 2015-06-05 21:38   좋아요 0 | URL
이게 마냥 불안에 떨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 알 사람들은 다 아는데_ 정부가 개 같이 아니다 개를 욕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_ 지난해 세월호에 이어서 이번 메르스 케이스도 그렇고 아주 대한민국 밑바닥을 여실히 들여다보게 만드네.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윌리엄 브리튼 지음, 오일우 외 옮김 / 모음사 / 1992년 6월
평점 :
품절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는 총 38편의 단편 추리소설을 모은 책이다. (책 제목을 줄여서 ‘존 딕슨 카’라고 하겠다) 사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상당히 짧은 글이라서 콩트에 가깝다. 역자는 서문에 이 책을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미스터리 콩트만 모아서 책 한 권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외국의 단편집과 추리물을 게재하는 잡지를 뒤져 봤다고 한다. 그래서 1년 동안 150여 권의 책을 뒤져서 400편이 넘는 콩트를 모았고, 여기에 38편을 추려서 선정했다. 실제로 《존 딕슨 카》 앞표지를 보면 공동 역자 이름 왼쪽에 ‘정선·번역’이라고 표기되었다. 공동 역자는 오일우, 오수현 씨다. 두 사람은 같은 성씨에다가 문리과 대학을 졸업했다(오일우 씨는 서울대, 오수현 씨는 성균관대). 역자 이력만 봐도 현재 두 사람 다 연로한 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문리대는 1975년에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로 해체되었다. 《존 딕슨 카》의 초판 발행연도는 1992년이다. 이 한 권의 책을 만들려고 외국 미스터리 콩트를 수집했을 때 두 역자의 나이는 대략 40대 초중반으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해외 추리물, 특히 고전 중심의 단편 앤솔로지가 계절을 타지 않고 많이 나왔는데《존 딕슨 카》 도 그 출판 열풍 속에 탄생한 책이다. 그렇다고 《존 딕슨 카》가 유명 추리소설 작가의 대표작들만 엄선해서 너무 뻔하게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 작가의 미스터리 콩트를 접할 수 있는 진귀한 책이다. 두 역자는 미스터리 콩트를 선정하는 네 가지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다. 첫 번째 7쪽 이하의 짧은 분량, 두 번째 재미있을 것, 세 번째 한 작가당 한 편, 네 번째 다양한 내용일 것. 38편의 미스터리 콩트 중에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결말을 드러내는 훌륭한 작품이 있는 반면에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전개되다가 마무리는 개그로 허무하게 끝나는 작품도 있었다. 두 역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콩트 모음집의 표제가 된 윌리엄 브리튼의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는 존 딕슨 카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에 쓴웃음이 날 수도 있으니까.

 

에드가 골트는 삼촌과 사는 가난한 고아다. 에드가는 열두 살 때 무심코 존 딕슨 카의 소설을 읽고 나서 자신도 언젠가는 밀실 살인을 실행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존 딕슨 카의 소설에 나오는 밀실 살인을 완벽하게 모방하여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존 딕슨 카, 심지어 그의 또 다른 필명이 카터 딕슨으로 낸 작품들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읽었고, 작품 속에 나오는 밀실 사건을 섭렵한다. 본의 아니게 카는 에드가의 살인 계획을 돕는 멘토가 되었다. 에드가는 삼촌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밀실 살인의 희생자를 삼촌으로 정한다. 삼촌을 죽인 뒤 굴뚝으로 탈출하기로 계획한다. 비록 카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수법이긴 하지만, 에드가는 이를 멋지게 실행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꾸며냈고, 삼촌의 집을 방문한 레뮤얼 스토퍼와 의사 해럴드 크로울리마저 속일 작정이었다. 카의 소설처럼 에드가는 2층에 있는 서재 안에서 삼촌을 죽이고 굴뚝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고는 뻔뻔하게 삼촌의 지인들이 있는 음악실로 향했다. 스토퍼는 삼촌이 내려오지 않자 2층으로 올라간다. 에드가는 자신의 밀실 살인이 계획대로 성공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2층에서 내려온 스토퍼는 삼촌의 책상에서 꺼내 온 권총을 쥔 채 등장하여 삼촌을 죽인 범인으로 에드가를 지목했다. 에드가가 꾸민 완전 밀실 범죄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에드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서재의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이 책에 수록된 총 38편의 미스터리 콩트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다.

 

 

 

1. 오 헨리 - 고백 (The Confession of.....)
2. 작자 미상 - 절묘한 변호 (An Ingenious Defense)
3.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 - 백만에 하나 있는 우연 (The Unreckonable Actor)
4. 페렌츠 모나르 - 최선책 (The Best Policy)
5. 앤서니 길버트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Over My Dead Body)
6. 제임스 홀딩 - 장갑 낀 손 (Hand in Glove)
7. 매트 테일러 - 영화관의 강도 사건 (Mcgarry and the Box-Office Bandits)
8. 잭 리치 - 봉 (鳳, Setup)
9. 에드먼드 크리스핀 - 샤프 펜슬 (The Pencil)
10. W. 하이덴펠트 - 달빛 (Moonshine)
11. 엘러리 퀸 - 세 사람의 과부 (The Three Windows)
12. 제임스 굴드 커즌스 - 목사의 오명汚名 (Clerical Order)
13. 폴 태보리 - 조용한 여행자 (The Very Silent Traveler) 
14. 존 D. 맥도널드 - 그앤 참 좋은 애였는데 (He Was Always a Nice Boy)
15. 제임스 N. 영 - 번지수가 틀렸다 (The Wrong House)
16. 팻 매거 - 선거 열풍 (Campaign Fever)
17. 빅터 캐닝 - 벽 속으로 (Through the Wall)
18. 존 콜리어 - 크리스마스엔 돌아온다 (Back for Christmas)
19. 찰스 G. 노리스 - 존 로시터의 아내 (John Rossiter's Wife)
20. 시어도어 매시슨 - 분재 (盆栽, No Motive)
21. 케니스 J. 매캐프리 - 은퇴 (The Resignation)
22. 로버트 H. 커티스 - 프로 (The Pro)
23. 사키 - 로라 (Laura)
24. 프레드 S. 토비 - 혼자 여행하는 아이 (Child on Journey)
25. 찰스 아인슈타인 - 전화 번호 이야기

(The Episode of the Telephone Number)
26. 부알로 나르스작 - 까마귀 (Le Cordeau)
27. 피터 해리스 - 등산길의 죽음 (Death on a Mountain)
28. 잭 샤키 - 벌레와의 대화 (Conversation with a Bug)
29. 조르주 심농 - 석 장의 렘브란트 (Les Trois Rembrandts)
30. A.F. 오래슈닉 - 사냥터 (Hunting Ground)
31. 듀에인 데커 - 심각한 문제 (Weighty Problem)
32. 윌리엄 브리튼 -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The Man Who Read John Dickson Carr)
33. 에드 월리스 - 의심 (A Case of Suspicion)
34. J.F. 피어스 - 비장의 카드 (Ace in the Hole)
35. 찰스 보먼트 - 피를 나눈 형제 (Blood Brother)
36. 에드워드 D. 호크 - 어디를 가도 있는 사나이

(The Man Who Was Everywhere)
37. 리처드 매드슨 - 물 한 모금 (A Drink of Water)
38. 애거서 크리스티 - 이중 단서 (Double Clue)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주도한 추리소설 릴레이 창작에 참여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추리소설을 구상할 정도로 추리소설을 좋아했다고 한다. S.S. 반 다인얼 스탠리 가드너 그리고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를 비롯한 7명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프랭클린이 제공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야기를 집필했는데 이 작품들은 《대통령의 미스터리》(산다슬, 2005년/절판)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잭 리치는 독자에게 반전을 주는 유머 쇼트 미스터리의 대가다. 그의 또 다른 단편 추리소설(제목은 『누가 ‘귀부인’을 가졌는가』)은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도솔, 2002년/품절)에 실려 있다. 존 콜리어, 에드워드 D. 호크, 사키 역시 잭 리치와 함께 미스터리 앤솔러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작가다. 존 D. 맥도널드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작가이며 그의 대표작 《사형집행인들》은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부알로 나르스작은 프랑스의 추리작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의 공동 필명이다. 대표작은 《악마 같은 여자》(동서문화사, 2003년).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의 원작이 부알로 나르스작의 소설 《죽음의 입구》(D'Entre Les Morts)이다. 조르주 심농은 매그레 반장이 나오는 추리물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하다. 리처드 매드슨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 원작자로 유명하며 공포, SF,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으나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중 단서』는 38편의 작품 중에서 분량이 조금 긴 단편이다.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이며 최근에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8 : 빅토리 무도회 사건》(황금가지, 2015년)에 수록되어 있다. 2, 3, 4, 5, 12번 작품은 《미니 미스터리》(청년사, 1996년/절판)에 실려 있다. 《미니 미스터리》도 《존 딕슨 카》처럼 짧은 미스터리 콩트들만 모은 앤솔로지다. 《미니 미스터리》에 수록된 미스터리 콩트들은 엘러리 퀸이 선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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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희귀 본을 어찌 구하시는지...^^

cyrus 2015-06-03 16:34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따로 메모하고, 기억해둡니다. 그리고 헌책방에 가거나 중고샵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사고 싶은 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

csp 2015-06-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선집이로군요. 촌스러운 표지를 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 읽던 팬더 추리 걸작 시리즈도 생각이 납니다.

cyrus 2015-06-03 16:36   좋아요 0 | URL
팬더추리걸작 시리즈도 헌책방에서 가끔 발견하곤 합니다. ^^

2015-11-2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6-0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구하셨네요.ㅎㅎ 완역본의 묵직함도 좋지만, 편집이 잘 된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 같은 그런 책도 참 좋습니다.

cyrus 2015-06-03 16:37   좋아요 0 | URL
오탈자가 있긴 하지만, 읽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

에이바 2015-06-0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고르는 안목이 부럽습니다. 존 딕슨 카 표지인물은 숀 펜 같은데요? 대통령의 미스터리 표지는 로트렉 작품이고요. 눈 크게 뜨고 아는 작품 없나 찾다가 표지만 알아차렸네요. ㅎㅎ

cyrus 2015-06-08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물만두님의 서평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안목이 있다기보다는 이웃님들이 남기는 서평을 읽으면서 좋은 책을 고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