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

 

 

 

 

지난주 토요일에 ‘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다음 날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본다.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확실한 근거가 없는 내용이 있으면 삭제하거나 수정한다. 최근 메르스 공포가 퍼지면서 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나는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여 ‘정말 중동지역이 메르스 발생 지역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중동지역에 있는 낙타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왔으므로 아프리카 지역도 메르스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추측성 짙은 내 주장이 본의 아니게 메르스에 관한 올바른 진실을 곡해하는 유언비어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오해받을 만한 내용 때문에 유언비어 유포자로 억울한 누명 쓰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보충 설명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프리카도 메르스 발생 지역이 될 수 있다는 내 생각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비롯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메르스 감염의 주범인 중동지역의 낙타가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사실만 가지고 아프리카도 메르스 발생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성급하게 추론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메르스 관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메르스는 중동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아직 아프리카에서 메르스 감염자나 사망자가 나온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제한된 증거만 가지고 아프리카를 메르스 발생지역으로 추측하는 내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힌다. 근거 없는 주장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을 메르스 전파자로 오해하고 차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질병 전염에 대한 공포가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는 에볼라 감염의 공포가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무지의 현상이 빚어진 적이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인을 경계하고, 국제 행사를 주관하는 모 여대는 아프리카 학생들의 행사 참여를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전염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에 근거한 이성적인 믿음마저 마비시킨다. 에볼라 발생 지역을 아프리카와 연관 짓는 단순한 인식 때문에 질병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었고, 언론은 공포를 확산시켰다. 감성이 치우친 공포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전염병 감염과 관련된 특정 지역인 및 국가 거주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시선도 확산한다.

 

 

‘메르스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 (강석기) / 동아사이언스 2015년 6월 1일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7116

 

 

동아사이언스에 <강석기의 과학카페>라는 이름으로 과학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강석기 기자는 어제 ‘메르스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질병의 위험성에 치중하여 중구난방 하는 언론 보도기사를 일일이 찾으면서 읽는 것보다는 보기 쉽게 깔끔하게 정리한 과학 전문기자의 글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최근에 밝혀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작년에 유행한 에볼라보다) 낮은 편이고,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RNA 바이러스에 속하지만, 변이로 복제되는 오류를 수정하는 안전한 효소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메르스가 변이 가능성이 작다는 전제하에 변이를 일으키는 예상 밖의 변수를 대비하여 계속 연구하고 있다.

 

메르스 백신 또는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강조할수록 대중은 전염병의 존재감에 두려움을 떤다. 공포감에 지배당하여 마비된 이성은 상황에 대한 판단력도 같이 떨어진다. 메르스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근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감염 전파가 빠르게 확산하고 한 명씩 사망자가 생겨나는 허술한 방역 실태를 부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물론 메르스는 위험한 질병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명확하게 다루지 않는 언론에서 떠는 호들갑에 비하면, 메르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글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한다. 우리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유언비어의 침투에 이성의 방어벽은 허물어지지 않으며 참된 진실만 바라보는 눈을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 그 눈이 감겨져 잠드는 순간, 이성은 극단적인 논리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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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6-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열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cyrus님 말씀이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만, 사실 또 한편으로는 저만해도 이성적인 판단이 자꾸 흐려지는 것 같아요. 약간씩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언론과 정부의 책임도 큰 것 같구요.)

cyrus 2015-06-05 21:34   좋아요 0 | URL
저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불안감이 생겨요. 오늘 서울시와 정부가 방역 대응책을 둘러싸고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니 골치가 아픕니다. 없던 병이 생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수이 2015-06-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 자세가 너무 부실했어_ 암튼 축하할 일 축하하려고 왔어. 2등 축하해_ :)

cyrus 2015-06-05 21:35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서 하루를 보내겠죠? 누님도 2등 축하해요! ^^

수이 2015-06-05 21:38   좋아요 0 | URL
이게 마냥 불안에 떨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 알 사람들은 다 아는데_ 정부가 개 같이 아니다 개를 욕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_ 지난해 세월호에 이어서 이번 메르스 케이스도 그렇고 아주 대한민국 밑바닥을 여실히 들여다보게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