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되는 순간 - 메트로폴리탄 관장의 숨은 미술 기행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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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정말 성가신 단어다. 이 단어에 정의를 내리기가 우선 까다롭다. 그렇다 보니 의미가 다양하고, 연상되는 관념도 뒤숭숭하다. 미술을 아름다운 것, 세련된 것, 멋진 것 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행위로 설명할 수 있지만, 오늘날 미술은 더 이상 현실이나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화가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 의지를 표현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새롭고도 다채로운 회화를 창조해내기에 이른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아니 난폭하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싶다. 어떻든 유추하기 힘든 오늘날의 미술이 뭔가 충격과 부담, 또는 당혹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요즘 마크 로스코 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회화적 장치나 단서가 없고 거대한 캔버스에 색채만 존재하는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관람객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거나 감성의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를테면 난해한 그림 앞에 당혹스러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로스코의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는지를 잘 모른다. 만약에 사람들이 나에게 “로스코의 그림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림을 보기 전에 로스코에 관한 책을 읽어보세요. 로스코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전시회 그림을 봤는데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전시용 도록을 사서 읽어보세요. 미술을 이해하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질문하는 사람은 되묻는다. “농담 하시는 거죠?” 내 대답은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로스코 같은 현대미술은 그냥 눈으로 봐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로스코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가격이 매겨진 로스코의 그림이 어린아이가 물감으로 장난치는 수준으로 본다. 그림을 머리로 이해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머리로 먼저 이해해야 그림을 보는 눈이 떠지고, 화가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래서 미술을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일상도 무겁고 힘든데 난해한 그림을 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을 무려 31년 동안 지낸 필립 드 몬테벨로는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실망감을 누구보다 더 가까이, 그리고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함께한 대화에서 필립은 미술과 관람객이 더 가까이 좁혀질 수 있는 방법을 언급한다.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마틴은 자신과 필립을 가리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은 미술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자신들을 미술의 아마추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amateur)’는 비전문가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는데 ‘프로’의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하수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아마추어를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필립과 마틴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30년 넘게 미술관 관장에서 짬밥(연륜)을 먹은 필립이라면 미술 초보자도 어려운 미술을 좋아하게 만드는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립도 미술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술을 이해하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인 발레리의 말을 인용하여 소개한다. “작품이 무덤이 될지 보물이 될지는 관람객에게 달려 있다.” 결국, 손철주의 책 제목처럼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니까 이런 출발은 곧 그림에 대한 안목은 넓어지고 또한 그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유익한 태도이다. 어느 시대의 미술이든 시대의 맥락, 작품과 화가가 마주한 현실에서 그림이 탄생하기 때문에 그림을 보기 전에 전반 지식을 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이다.

 

멋진 예술 작품을 보고 잠시 정신 착란에 빠지는 현상을 일컫는 ‘스탕달 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스탕달은 소설 못지않게 미술에도 크게 경도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원본이 무한 복제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스탕달처럼 예술 작품을 보면서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 그림 앞에서 무덤덤할 뿐이다. 스탕달이 살았던 시대의 미술관은 예술적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신성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하루에 많으면 수백 명의 인파가 드나드는 산만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동일한 이미지의 복제로 원본의 아우라가 희미해져 버렸다. 과연 이 시대에 미술의 효력도 사라진 것일까. 필립은 아우라를 사랑했던 발터 벤야민의 걱정에 반기를 든다. 복제기술이 사람들을 미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훌륭한 복제기술은 원본의 세부묘사도 복원한다. 그러므로 미술관에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그림 원본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편안하게 복제품을 볼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의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들을 모아놓은 인터넷 웹사이트가 있다. 웹사이트에 있는 그림 사진을 확대하여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림의 세부표현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원본의 힘과 그 고유한 가치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법. ‘모나리자’ 원본을 보기 위해 오늘도 전 세계 사람들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 박물관은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원본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갈망으로 세워진 아우라의 거대한 집합소다. 유럽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 중 상당수는 제국주의 시대 때 식민지에서 약탈해온 것들이다.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문화재는 출토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세계인의 문화유산이라는 논리를 펼치지만, 약탈 문화재가 어떻게 그들의 자존심이 될 수 있는가. 그들이 게걸스럽게 긁어모은 약탈문화재를 반환하지 않을까? 문화대국이라서? 천만의 말씀이다.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이것저것 다 돌려주면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은 텅 빌 것이고, 그에 따라 주요한 수입원인 관람료 수익이 팍 줄어든다.

 

필립은 유럽의 미술관이 식민지의 노획물을 보유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미술관이 식민지의 문화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연구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미화하는 입장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캄보디아 문화재 사례를 든다. 캄보디아 문화재는 약탈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국의 문화 재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앙코르와트는 대단한 문화유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리를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캄보디아 정부가 약탈당한 자국 문화재가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해야 하는 유산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환을 요구하는 태도를 필립은 모순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필립은 문화재의 가치를 입증하고 소중하게 관리를 하는 박물관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가 국가의 유산으로 인식되는 것이 서구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말하는 필립의 입장을 동의할 수 없다.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는 국가의 입장을 서구적 관점으로 덧씌우는 필립의 논리는 문화재 반환의 정당성을 흐려 놓을 수 있다. 문화재 반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필립의 태도는 기 소르망의 어이없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기 소르망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약탈이 아니라 서구가 문화재를 보호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문화재 반환에 대한 필립의 입장이 모순적이다. 그는 파리에 있었던 산 마르코 대성당의 말 조각상이 베니스에 반환된 사실을 긍정적으로 본다. 또 산 마르코 대성당의 말 조각상은 유구한 역사적 전통이 있고, 베니스 사람들의 자랑거리이므로 원래 자리인 베니스로 돌려보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 조각상이 파리에 15년 동안 있었던 시간이 산 마르코 대성당 출입구 위에서 보낸 800년이라는 시간과 비교하면 프랑스 문화에 동화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필립은 반환 문화재에 부합되는 조건으로 ‘시간’을 강조한다. 그의 입장대로라면 대영 미술관에 전시된 ‘엘긴 마블스’를 그리스에게 돌려줘야 한다. 엘긴 마블스는 영국인 엘긴 경이 약탈해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이다. 2천5백 년 전에 제작된 그리스 고전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국 정부가 3만5000파운드에 사들여 대영 박물관에 전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 정부는 엘긴 마블스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은 당시 정부 승인 하에 합법적으로 반출했다는 근거를 내세우면서 거부했다. 이렇게 시작된 양국 간 분쟁은 오늘날까지도 진행 중이다.

 

2013년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0세기 때 만들어진 캄보디아의 석상을 본국에 되돌려 준 적이 있다. 예술품이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미술관에 전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수많은 약탈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 입장에서야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터다. 미술을 사랑하는 미술관 관장이 문화재 반환 문제를 미적지근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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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5-1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탈인가 구제인가
문화유산의 보호자라고 봐야하나요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도서를 우리나라에 대여형식으로 돌려받은 걸로 알고있는데
반환이면 반환이지 몇년단위로 갱신 대여라는게 완전 웃깁니다.


cyrus 2015-05-15 21:24   좋아요 0 | URL
그들의 문화재 보호 역할을 존중하지만, 약탈의 역사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입장을 보면 어이가 없죠...

transient-guest 2015-05-15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시작은 약탈입니다만, 그간 보존해온 공로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되었습니다. 계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인데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이라크에서 엄청난 유물/유적들이 파괴되었거나 팔려나갔잖아요. 고대 바빌론/앗시리아 유적이 망가진 것을 tv에서 보면서 엄청 맘이 아프고 속이 상했습니다.

cyrus 2015-05-15 21:2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조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무뢰배들 때문에 제3국이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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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책 읽는 것이 좋아서 도서관 주변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조용한 도서실에 가서 혼자 책을 읽었다. 한참 책을 읽다 교문을 잠그려는 경비 아저씨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 중학교 때 시립도서관과 조금 가까운 곳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걸어가면 10분도 안 걸린다. 학교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PC방이나 집이 아닌 도서관으로 향했다. 싫증 날 정도로 맘껏 책을 읽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도서관 개념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도서관은 입시를 준비하는 독서실과 같은 의미가 되어버렸다. 대학교 도서관도 교재를 읽거나 고시와 취업 준비 서적을 읽는 삭막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난 지금도 어린 시절부터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던 추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끼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을 서로 바꿔가면서 읽은 적도 있으며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학교와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 한두 권씩 빌려 오기도 했다. 유년 시절이 지나고도 그것은 항상 내 마음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이파리 책갈피처럼 남아 있다. 책은 항상 내 삶의 기억과 함께 존재했다. 각자의 찬란한 기억들은 누구나 한번은 지나왔음직 한 과거의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들어 있었다. 그 특별하지 않은 과거의 대상이 때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차츰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 《밑줄 긋는 남자》(열린책들, 2008)의 주인공처럼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고 말을 걸고 싶어졌다.

 

서평을 꾸준히 작성하는 중국의 과학사학자 장샤오위안은 《고양이의 서재》라는 책을 통해서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는 책에 대해서라면 무척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어린 시절 고전을 남몰래 읽어가며 답답하기 짝이 없는 문화대혁명 기간(1966~1976년)을 버텨냈다. 그때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금기시된 시절이었다. 정부 검열 때문에 중국인들은 원하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 대신에 마오쩌둥의 글을 억지로 읽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절로 기억한다. 집에 있는 책만으로도 독서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던 어린 장샤오위안은 다른 사람의 책을 바꿔 보기 위해서 ‘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가 구한 책을 친구들에게 빌려주었고, 다른 친구들은 책 좋아하는 장샤오위안을 위해서 자신의 책을 빌려줬다. 자신과 주위 사이에 하나씩 하나씩 다리를 놓듯이 장샤오위안은 책을 징검다리 삼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갔다. 독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장샤오위안은 대학원을 다녔을 때 동기들과 함께 ‘책 찾기 지도’라는 것을 만들었다. 베이징에 있는 수많은 서점 위치를 표시하고,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있게 노선도까지 구성했다. 이처럼 책과 독서는 장샤오위안의 인생을 지탱해준 정신적 다리였다. 튼튼하게 만들어진 다리 덕분에 왕샤오위안은 학자가 되어 앙숙처럼 지내오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하는 학문의 다리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다.

 

장샤오위안은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책 제목을 ‘고양이의 서재’로 정했다고 한다. 애서가와 고양이. 만약에 당신이 애서가라면 연관성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둘의 조합에서 흥미로운 데자뷔를 떠올렸을 것이다. 일본에서 책 많이 읽었으며 꽤 많은 책을 보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건물 이름이 ‘고양이 빌딩’이다. 다치바나도 장샤오위안철머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서 편력으로 유명하며 인문학에 의해서 뒤로 밀려난 과학의 암담한 현실을 비판한다. 그러나 장샤오위안은 다치바나가 누군지 잘 모른다고 한다. 고양이 이미지를 좋아할 뿐,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다치바나도 마찬가지다. 그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자신의 서재 이름을 ‘고양이 빌딩’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다치바나와 친분이 있었던 무대 미술가 세노 갓파가 서재 건물 외벽 디자인 도안을 맡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유명한 검은 고양이 그림이다.

 

고양이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예술가들은 고양이를 좋아했다. 구속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독립적인 성품이 예술가들의 기질과 어울렸기 때문이다. 체리필터의 노래 ‘낭만 고양이’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슬픈 바다로 떠난다. 도시의 추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맛본 도시의 고양이가 바다로 떠나는 이유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장샤오위안은 아무 책이나 가리지 않고 먹는 책벌레가 아니라 책 읽는 자유를 맛보고 싶은 ‘낭만 고양이’다. 하루 종일밖에 나가지 않고 사방에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보내는 일이 소원이라는 그의 말에 애서가라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서재는 아무 책이나 펼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유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우리는 고단한 삶에 쫓기고, 분요한 일상에 치여 낭만과 여유를 저당 잡힌 채 참 재미없게 살아왔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항상 또 다른 일상탈출을 꿈꾸며 사는지 모르겠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말은 독서를 싫어해서 만들어 낸 좀스러운 변명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 몇 분씩 시간을 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정독할까 속독을 할까 고민도 해보지만 바쁜 일상에서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폰에 밀리고 TV에 밀리고 독서는 언제나 다음에, 다음에, 할 일 목록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책으로 즐겁게 놀이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과연 다음에 태어나서 자라나게 될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책과 도서관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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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ette 2015-05-12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어릴 때는 책 읽는게 좋아서 서점과 비디오 대여점과 빵집을 한 건물에 차리고 그 건물 꼭대기에 살아야지 했었어요 (쓰고보니 어릴 때 부터 욕심이 짱 많았네요) 책으로 노는 법을 잊어간다는데 공감해요. 글재주는 원래부터도 없었지만 읽는 재주마저도 요샌 시들합니다. ㅜㅜ 반성하고갑니다.

cyrus 2015-05-13 22:48   좋아요 0 | URL
책 보고, 음식 먹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복합 공간이군요. ㅎㅎㅎ 저도 가끔 독서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지는 시기가 찾아와요.

blanca 2015-05-13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교보문고만 가면 가슴이 벌렁거리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나중에 돈 많이 벌어 읽고 싶은 책 다 살 거라고 했던...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5-05-13 22:51   좋아요 0 | URL
역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거의 다 비슷하군요. 학창 시절에 좋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나중에 돈 모아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중고서점에 가면 도서관에 빌려 읽은 책들을 고르기도 합니다. ^^

붉은돼지 2015-05-13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을 보고,,,,물론 직접 본 건 아니고 책으로 말이죠 ㅎㅎㅎ 너무 부러워서 막 눈물을 흘리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저런 비슷한 뭐라도 하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데...제 일생의 로망이죠 ㅋㅋㅋ

cyrus 2015-05-13 22:53   좋아요 0 | URL
고양이 빌딩 도면이 있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읽었는데, 이때부터 제가 책을 소유하고 싶은 갈망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어요. ^^

낭만인생 2015-05-1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감명 읽게 읽었는데 서평은 당최 쓰지를 못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5-05-13 22:55   좋아요 0 | URL
저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읽고 나면 그것에 대한 서평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sslmo 2015-05-13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명품백이나 가방 이딴건 알지도 못하지만, 아직도 책을 사들이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는지라...
요즘은 완전 자중자애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지름신 근처에는 가지말자. 오랫만에 북플에 들어오니 또 지름신 작렬입니다여. 사들이는건 둘째고 언제 읽을려고 이러는건지, 원~ㅠㅠ

cyrus 2015-05-13 22:57   좋아요 0 | URL
북플은 로그인해서 들어오기만 하면 책 표지가 먼저 눈에 보여요. 그래서 관심 있는 책을 발견하기가 더 쉬워졌어요. ^^;;

해피북 2015-05-13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때 도서관 에서 오분거리에 산적이 있어요 동생과 손잡고 책도 빌려오고 연체하면 혼날까봐 서로 책 반납 미루기도 했는데 지금처럼 책이 애뜻하게 느껴지 못했던 시간이라 넘 아쉽게 느껴지더라구요. 동생하구 종종 이야기하는데 그때가 정말 좋았는데 왜 그걸 몰랐을까 하는 이야기 많이해요ㅋ 지금이라도 도서관 옆으로 이사가면 참 좋겠어요^~^

cyrus 2015-05-13 22:58   좋아요 0 | URL
제 동생은 가끔 저에게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바쁘면 도서관에 갈 시간도 부족해져요. 도서관을 자주 갈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이 그립습니다. ^^
 

 

 

 

 

 

 

알뜰한 주부는 장 보는 습관부터 다르다. 생활 속에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아낀다. 똑똑한 장보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쉬운 방법은 ‘장바구니 목록’을 활용하는 것. 꼭 필요한 물품만 목록에 작성하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초특가 기획 판매’라는 유혹이 곳곳에 널려 있다. 아무리 쇼핑목록을 작성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하더라도 커다랗게 적힌 ‘할인 판매’라는 글자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주부의 마음이다. 생활비 지출을 줄이려면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습관을 갖고, 목록에 있는 물건들만 사야겠다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결국, 내 마음 속에 있는 ‘지름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일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미국 의학저널에서는 장바구니 목록 작성이 건강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먹거리를 사기 전에 미리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사람과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시장에서 즉석 구매를 하는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체중을 분석한 결과, 즉석 구매를 한 사람의 체중이 목록을 작성한 쪽보다 2kg 이상 많았다. 이 실험만 가지고 장바구니 목록 작성과 체중의 상관성을 명확히 규정을 내리기 어렵지만,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충동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애서가가 책을 사기 전에 장바구니 목록을 만든다면 지름신과의 싸움에 승리할 수 있을까?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겨내려는 강인한 의지만 있다면 지름신을 쫓아낼 수 있지만, 유혹의 손아귀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목록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는 독자의 장바구니(또는 보관함)에는 사야 할 책이 꽉꽉 차 있다. 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고르긴 하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는 책들이 있다. 이런 경험은 한 번쯤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가입한 지니는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자신의 회원 계정에 있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다음에 다른 책들도 둘러보고 역시나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씩 고른다. 너무나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으면 저장된 책이 수십 권 이상 족히 넘어간다. 지니는 장바구니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달콤한 설렘과 고민을 동시에 느낀다. 이 많은 책을 다 사고 싶은데 이 중에서 무얼 사야 할까? 한참 동안 생각하던 지니는 한 달 전에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은 사지 않고, 몇 분 전에 ‘자스민 공주’라는 닉네임이 운영하는 알라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모 작가의 신작 도서를 구매했다. 지니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것은 구매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니는 구매의사가 있었던 책을 구매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포함되지 않은 책을 구매한다. 이런 구매 성향을 반복할수록 장바구니에 저장한 책은 점점 많아질 뿐, 정작 사지 못한다.

 

책 사는 비용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정말 원하는 책만 장바구니에 저장하는 애서가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찜을 한 책보다는 유명 서평가나 블로거가 추천하는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알라딘에 반값 할인이 허용되었던 시절에는 장바구니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신간보다는 구간도서(판 끊어진 책도 포함)를 사는 편인 데다가 충동구매를 할 때도 있어서 장바구니 기능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북플의 ‘읽고 싶은 책’ 기능은 알라딘 보관함에 연동되었는데 현재 87권의 책이 저장되어 있다. 북플을 처음 시작했을 땐 ‘읽고 싶은 책’ 기능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쓰지 않는다. 북플에서 만난 이웃들 덕분에 읽어볼 만한 책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읽고 싶은 책’에 저장했지만 부끄럽게도 구매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그렇지만 읽고 싶거나 사고 싶은 책들을 엑셀에 써넣는다. 관심 있는 책들을 나름대로 분류하고 목록으로 만든다. 엑셀로 만든 목록은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오프라인 서점이나 헌책방에 책을 살 때 참고한다.

 

 

 

 

 

 

 

 

 

 

 

 

 

 

 

 

 

 

알라딘의 장바구니, 보관함, 마이리스트 그리고 북플의 ‘읽고 싶은 책’ 기능은 책과 관련된 ‘목록’ 그 자체다. 지금도 누군가는 장바구니에 읽고 싶은 책을 보관하며 어떤 이는 ‘마이리스트’를 만들어 관심 있는 책을 따로 정리하고 있다. 북플에 이제 막 가입한 사람은 ‘읽고 싶은 책’을 몇십 권씩 골라서 체크할 것이다. 우리가 목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심리 속에는 인간의 소유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고대인들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는 대상을 마주쳤을 때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대상의 속성을 무한히 나열했다. 반면 우리는 한계 없는 소유 욕망을 마주쳤을 때 간접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사물을 끊임없이 나열하고 있다. 목록의 무한성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난장판처럼 흩어진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욕망은 목록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듯이 책을 소유하고 싶은 애서가 혹은 장서가는 목록 작업으로 소유 욕망을 해소한다. 점점 양이 많아지는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애서가는 혼돈에 이르고 만다. 목록에 포함된 이 많은 책 중에 무엇을 사야 하나. 움베르토 에코는 목록의 무한성을 즐거운 혼돈으로 받아들이고 즐기자고 말한다. 애서가는 책을 장바구니나 보관함에 저장하면서 즐겁고도 괴로운 고민에 빠진다. 장바구니에 하루에 몇 권씩 늘어나는 책들을 보면서 언제 살 수 있을지 한숨 쉬며 걱정한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읽으려는 욕구가 솟아난다. 독서 욕구는 애서가의 본능이며 책에 대한 사랑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오늘도 책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는 애서가 동지들이여, 즐거운 혼돈을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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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5-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구입에 파산 직전입니다. ㅠㅠ 요즘 대부분 중고 책 나오길 기다리며 추가 구매 억제 중 입니다.

cyrus 2015-05-12 20:49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도서를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매주 알라딘에 접속하면 읽고 싶은 신간이 한 두 권씩 발견하는데 샀으면 아마도 책값이 10만 원을 넘었을 겁니다. ^^;;

붉은돼지 2015-05-11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같아서는 책장에 무슨 부적이라도 하나 붙여야할것 같아요 ㅠㅠ

cyrus 2015-05-12 20:51   좋아요 0 | URL
지름보살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글 좋네요. 지름신이 강한 이유가 있었군요. 지름신 강림하고 나면 항상 후회`를... 10권 사면 7권은 사지 말아야 할 그냥 그런 책을 요즘 계속 구매하게 되네요.... 확률이 무척 떨어졌습니다. 고민 중입니다. 확률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겠어요.

cyrus 2015-05-12 20:53   좋아요 0 | URL
사지 말아야 할 책을 사고 나면 그 중에 몇 권은 안 읽거나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에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제 경험입니다. ^^;;

개암나무 2015-05-1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도 여러 기능이 있네요. 눈팅용으로만 써서 아직은 뭐가 뭔지..

cyrus 2015-05-12 20:56   좋아요 0 | URL
저도 북플은 눈팅용이라서 북플로 글이나 사진을 올린 적이 한번도 없어요. ㅎㅎㅎ

에이바 2015-05-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보관함보며 배부르다고 착각(?)을 유도합니다. 잘 되진 않는 것 같지만요;; 반값 세일 때는 괴롭지만 행복했는데요... 요즘은 북플 때문에 보관함 터질 지경입니다. ㅠㅠ 따로 목록을 만드는 건 좋은 생각이에요. 팁 고맙습니다.

cyrus 2015-05-12 21:01   좋아요 0 | URL
알라딘 장바구니나 보관함은 로그인하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어서 사지 않은 책들을 보면 신경이 쓰여요. 목록은 책을 살 때만 확인합니다. 이렇다보니 신간도서보다는 이미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에 더 관심 가게 되더라고요. 에이바님에게 제 방법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5-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바구니에 책 500권 가격으로 천 만원 어치 있습니다. ㅋㅋㅋㅋ

cyrus 2015-05-12 21:04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 안에 있는 책 500권 중에 몇 권은 절판되거나 품절되었을 겁니다. ㅎㅎㅎ

돌궐 2015-05-1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레나에 투입할 검투사들의 신체와 나이, 치아 상태들을 점검하기 위하여 인력시장(도서관)에 먼저 신청해서 간을 봅니다. 그래도 쓸만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사지요. 아 물론 가끔 스파르타쿠스급이 뜨면 바로 사긴 합니다.

cyrus 2015-05-12 21:07   좋아요 0 | URL
스파르타급! ㅎㅎㅎ 비유가 아주 좋습니다. 이런 책은 표지만 봐도 고릅니다.

수이 2015-05-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기기 쉽지 않아 ㅋㅋ

cyrus 2015-05-12 21:08   좋아요 0 | URL
요즘 신간도서를 즐겨 읽으시던데 배부른 소리를 하십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5-1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손꾸락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숙제를 해야해서요~ ㅎ
장바구니는 담아만 두는걸로~~~

cyrus 2015-05-12 21:12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 기능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요물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사고 싶은데 망설이거나 미루면 장바구니에 담으면 그만이잖아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5-12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을 늘 줄이고 줄여봐도, 금방 채워집니다. 다른 취미를 끊고 책에만 올인해도 모자랄 지경이네요.

cyrus 2015-05-12 21:14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도서는 구입하지 않지만, 헌책방이나 중고서점에 있는 구간도서를 구입하고 있어서 여전히 책 욕심을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

럭키언니 2015-05-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배송중...

cyrus 2015-05-12 21:15   좋아요 0 | URL
`배송중`이라는 단어만 보면 책이 얼른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
 

 

 

남자라면 사춘기 시절 한두 번쯤 야한 책을 접한 경험이 있다. 야한 사진이 많은 외국 잡지는 ‘빨간 책’이 되어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읽었고, 은밀히 유통되던 일본의 야한 소설 번역본도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오늘날, 성에 대한 금기의 벽이 낮아지면서 야한 사진을 접할 기회는 주변에 널려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고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학교에서 성인 잡지나 ‘빨간’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던 시절은 오히려 순박했다.

 

 

 

 

 

 

 

 

 

 

 

 

 

 

 

 

 

 

《서재 결혼 시키기》(지호, 2002)의 저자 앤 패디먼은 열네 살에 아버지(국내에 출간된 《평생독서계획》의 저자이자 작가, 비평가로 활동했던 클리프턴 패디먼)의 서재에 있던 존 클레랜드의 소설 《패니 힐》을 읽고, 부모도 성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는 순진한 딸이 《패니 힐》을 보지 않도록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패디먼은 용케도 그걸 찾아내서 읽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님 방 어딘가에 숨겨놓은 ‘빨간 비디오’를 발견하여 처음으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처럼 야동이 없었던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서양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서재에서 꽂힌 야한 책으로 성적 호기심을 충족했다. 

 

캠블 기슬린이라는 미국의 작가는 《미술 걸작의 보고》를 몇 시간씩 끌어안고 살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슬린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슬린은 《미술 걸작의 보고》에 수록된 마네의 ‘올랭피아’ 컬러 복제본이 매우 좋아서 책을 애지중지하게 여겼다. 그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를 보면서 음란한 상상에 빠졌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델이 두 다리를 약간 꼬는 바람에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은밀한 부분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시인인 찰스 벨은 아버지의 서재에 보관된 《아라비안나이트》의 외설적인 장면만 찾아 읽었다고 한다.

 

나는 기슬린의 솔직한 고백에 공감한다. 나 역시 기슬린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 명화 백선》을 소중한 보물처럼 보관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다섯 살쯤에 부모님이 사준 《디즈니 명작 동화》를 읽었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계몽사 동화 전집과 《세계 명화 백선》을 함께 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님은 《세계 명화 백선》 을 읽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한번 이 책을 얻게 된 경유를 알고 싶어서 부모님께 물어봤는데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실에 의아했다. 《세계 명화 백선》이 어떻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기억의 잃어버린 고리로 남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이 책을 자주 봤다. 《세계 명화 백선》은 고전주의 회화부터 현대 회화까지 각각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하여 모은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도 마네의 ‘올랭피아’가 있다. 어렸을 땐 마네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그냥 ‘야한 그림’으로 생각했다. 《세계 명화 백선》에 ‘야한 그림’이 많았다. 르누아르의 누드화도 있었다. 누드화가 있는 장만 골라 보는 것을 엄마에게 들킬까 봐 《세계 명화 백선》을 방 안에 몰래 보곤 했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봤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야한 상상을 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미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야한 그림’이 훌륭한 명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학생 때였다. 마네의 그림보다 더 야한 야동 장면은 사춘기의 마음을 밤새도록 뜨겁게 만들었고, 예전처럼 《세계 명화 백선》 의 누드화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야동 세대(?)라서 ‘빨간 비디오’나 ‘빨간 책’과 관련된 추억은 없다. 그렇지만, 야동이 나오기 전에 《세계 명화 백선》을 통해서 처음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세계 명화 백선》은 내 손길이 닿지 않은 책장 한 구석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 이 책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어린 시절 나를 즐겁게 해준 ‘야한 그림’이 있었고, ‘야한 그림’ 덕분에 마네, 르누아르가 누드화를 즐겨 그린 변태 화가가 아니라 최고의 인상주의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명화 백선》을 읽은 덕분에 미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신체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화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간혹 미술관에 전시된 누드화를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관객이 있다고 한다. 미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야동을 즐겼다면 나는 그 관객처럼 예술의 ‘예’ 자도 모르는 변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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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출판사 서평단 모집 링크

(여기를 클릭하세요! 북플에서는 링크 클릭이 불가능합니다)

 

 

 

 

 

 

독_홈피배너.jpg

 

 

 

 

EBS다큐프라임 <진화의 신비, 독>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년에 <기생寄生 PARASITE>를 연출하신

박성웅 PD님의 <진화의 신비, 독>이

4월에 방영되었는데요.



EBS 다큐프라임, 박성웅 PD님과 <기생>.

MID의 도서를 읽어오신 독자분들께는 익숙한 이름이지요?

그렇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기생: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는

EBS 다큐프라임 <기생>을 도서화한 책이랍니다.


이번에 방영한 <진화의 신비, 독>은

《독한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도서화되어 출간되었답니다.

《기생》에서 호흡을 맞춘 정준호 작가님과 박성웅 PD님의 신작, 《독한 것들》.

《독한 것들》에 대해 《기생》의 서민 교수님이 남겨주신 추천사를 아래에 적습니다!



"박성웅 피디는 과학을 주제로 다큐를 만드는 드문 피디로, 2013년 그가 4부작으로 만든 <기생>은 우리나라에서 보고 말기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대작이었다. 이번에 만든 <독>은 딸기독화살개구리를 비롯한 동물들이 왜 독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탐사한 작품으로, 그가 왜 과학다큐의 1인자인지를 유감없이 보여 줬다.

기생충학자인 정준호 선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저술가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쓰는 면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분으로, 왜 하필 이런 인재가 나랑 같은 기생충학을 전공했을까 속상할 때가 있지만, 다행히 그의 관심은 기생충을 넘어서 과학 전반을 아우른다. 전작인 <기생>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이 둘이 <독>에서 다시 뭉쳤다.

EBS 다큐 <독>을 보고 진화의 신비에 감동한 분들은 물론이고, 바빠서 이 프로를 보지 못했던 분들도 이 책 <독한 것들>을 꼭 보시라. 정글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서평단에 지원하기 전에 목차를 한 번 훑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서문: 독한 것들을 위한 변명

1?

-? !

<인터뷰/ 베놈과 포이즌의 차이>

-독해서 슬픈 짐승들

-인터뷰 · 인랜드타이판

-독해지기 위한 노력

-양이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독한 진화

2독한 생존

-독화살개구리

-상자해파리

-사탕수수두꺼비

-바다뱀

<인터뷰/ 바다뱀>

-코모도왕도마뱀

3독한 경쟁

-폭탄먼지벌레

-푸른고리문어

-청자고둥

-오리너구리

-남가뢰와 홍날개

-코알라와 유칼립투스

-짐피짐피 나무

<인터뷰/ 짐피짐피 나무>

4인간과 독

-독이 약이다

-항생제는 독이다?

-독한 사회

-독사교상

-레저용 독

-사람들도 독에 적응하고 있을까?

나가는 말: 독한 생물, 독한 진화, 하지만 그래서 슬픈



어떤가요?


《독한 것들》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댓글로 서평단 지원을 해주세요.


이번에도 서평단은 총 30분을 모십니다.


모집기간은 오늘(5월 7일)부터 5월 13일까지이며,

서평은 5월 24일까지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수서평은 5월 20일 수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선정하겠습니다.


서평단 신청시에 명심하셔야할 아래 내용! 꼭 확인하세요 :)



《독한 것들》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1) 《독한 것들》의 증정본을 무료로 받으시고,

2) 배송받으신 도서를 즐겁게 읽고 느낀 내용을
인터넷 서점(교보문고,YES24,알라딘,인터파크 등)과
개인 SNS(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 중 2개에 글로 남겨주시고,

3) 서평단 선정작업이 끝난 이후 만들어질 서평 완료 알림페이지에
서평의 완료사실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서평완료 사실을 알려주시면 엠아이디에서는
4) 우수서평자의 서평을 엠아이디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노출시키고,

5) 우수서평자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엠아이디의 출간도서나 다음에 출간될 도서(선정자가 선택)
1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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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싶긴하다...

cyrus 2015-05-08 18:26   좋아요 0 | URL
신청해보세요. 저도 신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