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든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읽는다는 것의 의미 아닌 의미다. 소설 집필 같은 창작이 아닌 경우, 편집 같은 가공이 아닌 경우,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무슨 이득이 있는가.

내가 신곡을 읽는다는 게,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을 읽는다는 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을 읽는다는 게,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를 읽는다는 게,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를 읽는다는 게,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이상은 오에의 강력 추천 도서).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 이외에 무슨 소득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독서의 즐거움, 5-6)

 

이러한 문구가 있어, 이러한 격려가 있어,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까지 올 수 있었다. 오에가 좋아하는 작가, 사이드의 말을 옮겨본다

예를 들어 제가 어느 수필가의 책을 거론한다고 해봅시다. 제가 그 책에서 자극을 받고, 감명을 받고, 힘을 얻어, 지적 흥분을 느끼는 것은 (받아들일 모드가 되어 있을 경우겠으나), 단순한 정보 때문이 아닙니다. 책 속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일종의 정신 - 발견이라는 감각, 어느 소재의 독창성이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닫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감각. (47)

 

오에가 하도 원문을 봐야한다 강조하기에 원문도 살펴보면, 독서는 ‘inspires me or moves me, animates me, gets me excited, intellectually'란다. 나를 뭉클하게 하고move 하고, 활력을 느끼게animate 하고, 흥분시키는get me excited 것이니(48), 인생의 국면이 바뀔 만큼 둘도 없이 소중한 정보를 전해준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 ’글을 쓰고 있는 인간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며 읽는 이에게 전해지는것이라고, 정리하는 것이다.(49)

위대한 정신, 만나기 어렵고, 만나는 것이 불가능한 위대한 정신과의 조우, 이게 바로 읽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혜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정신과의 만남을 통해 결국에는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노작가의 인생, 문학,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의외의 팁이 있는데, 그건 외국어 학습에 관한 것이다.

오에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읽고, 이탈리아어는 대학 초급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곡이탈리아어’로 읽는 일본 작가를 상상해보라

 

   

 

 

 

 

 

 

우선 처음에는 번역서에 선을 그어가며 빈틈없이 읽습니다. 두 번째는 선을 그은 부분을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읽어갑니다. 그리고 세 번재로, 그게 정말 좋은 책이고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읽을 짬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원서로 읽어봅니다. 그것이 재독의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 같은 외국어 비전문가들은 말이죠, 전문가가 번역한 책을 옆에 두고 읽으려는 원서도 함께 둡니다. 그리고 사전을 앞에 둡니다. 이런 식으로 원서를 읽는 것이 좋아요. 번역본을 참고하면 원서를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41)

 

나는 의지할 만한 영어실력도 없으면서, 왜 번역서와 나란히 원서두기를 무시해 왔는가. 왜 번역서 vs 원서의 구도만을 고집해 왔는가. 줌파 라히리로 시작되어 오에로 열매맺은 나의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가 드디어 가동되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에 적당한 책들을 몇 개 골라본다.

 

 

애정하는 책 순서대로 고른다면, 1순위는 물론 유령퇴장이겠으나, 두께의 유혹 때문에 에브리맨이 낙점되었다. 오에가 가르쳐준 대로 빨간색(감탄한 부분, 흥미로운 부분)과 파란색(잘 모르겠는 부분, 부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 볼펜을 굴려가며 읽어간다. 난 반대로 했다. 감탄스런 문장에는 파란색을, 부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문장에는 빨간색을.

 

 

드디어, 마침내, 바야흐로.

나는,

읽는 인간이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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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 꿀 팁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0-24 11:42 
    제겐 의외의 집중력을 선사하는 만족스러운 독서 스팟이 있는 데, 그건 코인 빨래방입니다. “(49)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닙니다(이 역시 살아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죽은 지식의 집적을 말합니다. 대형 대학 강의실에서 열리는 지루한 개론 강의를 떠올려 주십시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
 
 
[그장소] 2015-10-07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자유로운 읽는 인간..이 되셨군요!

단발머리 2015-10-07 14:04   좋아요 2 | URL
아... 자유로운 읽는 인간은 아니구요.

그냥, 읽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읽는 인간, 먹는 인간, 자는 인간 중에...
당당한 2위, 읽는 인간이요*^^*

2015-10-0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7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0-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에 뭘 못하는 바보라..한편 부러워 그럽니다..^^

단발머리 2015-10-07 14:14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책에 뭘 못하는 바보 1인입니다. 부러우실것은 없구요. 이렇게 쓰다보면 한 자라도 더 읽게되지 싶어요. *^*^*

blanca 2015-10-0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하고 싶어지네요. ^^

단발머리 2015-10-07 15:41   좋아요 0 | URL
아하... blanca님은 매일 매일 영어를 공부하신다는 글에, 제가 많이 감동 받았지요.
나는.. 왜 진득하게, 진지하게 영어를 읽지 않는가.

저는 이 책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되리라 예상하지 않았는데, 항상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이, 일본 작가가 작품을 원어로 읽기 위해 이렇게 노력한다 해서 도전 받았어요.
저도 노력 비슷하게라도 해 보려고요. 일단 사진으로 동기부여^^

그렇게혜윰 2015-10-0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번역서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발머리 2015-10-07 17: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공부법이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ㅎㅎ
실제로 이렇게 진지하게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아주 신기하더라구요.

붉은돼지 2015-10-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에 선생의 독서법은 함부래 포기했습죠...아예 따라할 생각조차 품지 않았습니다.
안되는 외국어에 낑낑거리며 용쓰지 말고 그냥 한글로 된 번역본이라도 열심히 읽자고 말이죠...ㅎㅎㅎㅎ

그래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아쉬운 생각이 조금 남아있는 듯 합니다.....ㅜㅜ

단발머리 2015-10-07 17:34   좋아요 0 | URL
저도 안 되는 외국어에 낑낑대지 말자, 하고 책 접은지 10년이 다되어 가는데, 영어 못 한 다고 무시하는 일본 사람이 이렇게 한다니, 나라고 끝까지 안 되기만 하겠나? 하면서 일단 책을 폈습니다.

저는 작심 3일도 어려운 사람이라 간당간당하기는 한데, 일단 <에브리맨> 끝내보기가 목표입니다.
가능할지는..... @@

감은빛 2015-10-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전만해도 영어로 된 책도 읽어보려고 애쓰곤 했는데,
요새는 외국어는 아예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한때는 영어뿐 아니라 독어나 일어도 공부하려고 했었는데,
이젠 욕심 버리고 우리말이라도 제대로 읽고 쓰자 맘 먹어요.

그런데 (예전) 직업 덕분에 출판된 책의 내용도 워낙 잘못된 번역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편으론 제대로 책을 이해하려면 원서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예전에 제가 편집을 본 책 중 하나는 역사적 사실이나
이미 출판된 문학 작품 내용을 죄다 엉망으로 옮겨놓은 것도 봤어요.
그 책의 경우 번역자를 믿을 수 없어서 아주 사소한 부분들까지
다 원서를 확인해야해서 솔직히 저도 공동 번역으로 넣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외주 작업이었기 때문에 제 이름은 그 책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발머리 2015-10-07 18:24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외국어는 엄두도 못 내구요. 영어하고나 친해지자 하는데@@

저는 어려운 내용을 번역하고 뭐, 그렇게까지 바라지도 않고요. 좋아하는 책, 원서로 사놓고 꽂아놓았다가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펼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감은빛님 성함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경우네요....

해피북 2015-10-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번역서를 읽다보면 작가가 정말 이렇게 표현했을까 싶은 문장을보면서 원서를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하곤했는데...그래서 단발머리님이 정말 부럽습니다ㅋㅂㅋ!

단발머리 2015-10-08 10:21   좋아요 0 | URL
아이공~ 부끄러워라~ 저는 오에처럼 원작자의 깊은 뜻을 알아채는 독서까지 가능하지는 않구요. 다만 좋아하는 구절도 적어보고 사전도 찾아보는 이런 `느린 독서`가 근사해보여서요~~~

보슬비 2015-10-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이스 로리 책이 확 눈에 띄었어요. 3권까지 읽고 마지막권은 아직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 마음에 들어요~~ ^^

단발머리 2015-10-13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1권 <기억전달자>만 읽었답니다. 저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미루고 있네요.
일단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는 에브리맨 - 유령퇴장 순서만 정해졌는데...
아, 진도가....

2015-10-11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10-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꽃의 여자 반갑버여...!!
이건 딴 이야인데,, 요즘에 위험한 독서의 해, 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좀 반신반의하면서 잡았는데(왜냐면 책이 잘 안 읽히는 즈음이라서 건성건성 읽다 던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좋더라고요,, 아아 요점은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 페이퍼를 읽는 느낌이 났어요... 어머 왜 그랬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요~ 단발머리님도 궁금하지요! ㅎ

단발머리 2015-10-15 18:05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요.
오에가 저 위의 책에서 젊은 지식인 여성들에게 시몬 베이유를 권한다, 뭐 이런 말을 했거든요.
`젊은`도 안 되고, `지식인`도 어렵겠지만 `여성`이라서 시몬 베이유를 읽고 싶어요.
<위험한 독서의 해>라는 책,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왜냐하면.... 궁금하니까요. *^^+
 

 

 

 

 

 

 

줌파 라히리가 말하는 ‘이 작은 책’은 사전이고(스포일러), 줌파 라히리가 쓴 ‘이 작은 책’은 작가로서 자신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영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쓰는 줌파의 ‘이탈리아어 고분분투기’이다. 물론 이탈리아어로 쓰였다.  

로마로 이사 온 지 일주일 후, 문이 잠겼던 잊을 수 없는 그 토요일 저녁을 보내고 두 번째 맞는 토요일 나는 우리의 고난을 적기 위해 일기장을 펼쳤다. 그날 난 생각도 못한 낯선 행동을 했다. 이탈리아어로 일기를 쓴 것이다. 자동적으로 술술 이탈리아어 일기를 썼다. 손에 펜을 쥐었을 때 머릿속에서 더는 영어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모든 게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던 그 시기에 나는 언어를 바꿔 글을 썼다. 내가 새로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보다 의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52쪽)

 

이런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도 많이 들었는데, 말 그대로 어느 순간, 특별한 어느 순간에 외국어로 글쓰기와 말하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 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렸으나, 그 순간이 오지 않았다는 확신보다 더 확실한 건, 화려하게 빛날 그 찰나를 기다리긴 했으나 막상 그 ‘특별한 순간’을 맞이할 ‘적정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

왜, 줌파는, 자신의 언어를 버리려 하는가.

하지만 몇 년 후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되자 벵골어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여섯 살 혹은 일곱 살 때였다. 그때부터 모국어 벵골어는 더는 홀로 날 성장시킬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내 모국어는 죽었다. 새어머니 영어가 왔다. (119쪽)

 

그녀에게 작가적 명성을 가져다준 영어는 줌파에게 새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그녀의 모국어는 벵골어이다. 부모님과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 줌파는 벵골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속한 학교와 사회에서 벵골어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언어, ‘무시해도 되는’ 언어이다. 그녀는 영어로 읽고, 영어로 말해야 하며, 그리고 영어로 써야 한다.

벵골어로 말할 때, 그녀의 친척들은 ‘외국에서 태어난 네가 벵골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한다. 영어로 말할 때, 미국인들은 ’외국인처럼 보이는 네가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벵골어와 영어, 어느 것과도 일체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119쪽)

 

 

이탈리아어는 그녀가 선택한 언어이다.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며 공부하는 언어다. 이제는 이탈리아어로 된 책만 읽고,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으며, 그리고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려 한다. 영어권 작가로서 자신이 가졌던 모든 장점, 특혜, 무기를 모두 다 내려놓는다.

언어로 집을 짓는 작가, 그 중에서도 삶의 가장 가까운 일면을 그려내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책을 읽어가며 여러 번, 그녀를 말리고 싶었다. 이미 가진 것, 이미 얻은 것을 왜 버리려 하는지, 어쩌면 끝까지 가질 수 없는 것, 끝까지 얻을 수 없는 것을 위해, 왜 이렇게 애쓰는지.

하지만, 차마 그녀에게 물을 수 없었는데, 그건 그녀의 이런 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영원히 함께 살고 싶어한다. 지금 경험하는 흥분과 열정이 계속되기를 꿈꾼다. 이탈리아어로 읽는 건 내게 그런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죽으면 이탈리아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것도 끝나기 때문에 난 죽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배워야 할 새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영원을 꿈꾸나 보다. (43쪽)

 

새로운 흥분과 열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이탈리아어를 읽을 때 느낀다는 것인데, 어쩌나,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졌다.

... 

그녀가 버리고 싶은 영어를 나는, 얼마나 갖고 싶은지. 그녀가 이제는 싫다고 말하는 영어에 대한 편안함이 나는 얼마나 부러운지. 가능하다면, 버리고 싶다는 그 영어 실력을 나한테 버리면 안 되는 건지...

 

지지난주에는 보슬비님이 보내주신 책과 선물을 받았고,

지난주에는 다락방님이 보내주신 책과 선물과 엽서를 받았다.

 

알라딘 이웃들의 애정과 관심, 사랑과 배려에 감동받았다. 멀리 사는 친구들은 생일에도 만나기 어렵고,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들도 선물을 주지 않는다. 이 세상 그 누가, 내게 이렇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내줄까.

다시 한 번, 두 분께 무한 감사 사랑을...

아무튼 나는 그렇게 책을 펼치고, 아,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 한 페이지 넘겨 두 번째 페이지부터 슬슬 짜증이 난다. 나는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 이 책들을 끝까지 읽을 수 없으리라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나는 왜 줌파처럼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노트에 적어가며 읽으려 하지 않는가, 스스로를 1분간 탓해 본다.

주말에는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의 문장에 완전히 반해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 3권을 대출하면서,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거야 하며 『Children Act』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서라,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내게는 어렵다.

    이 작은 책들은 언제나 내게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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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22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단발머리님의 글도 좋고, 보슬비님의 선물도 좋고,
다락방님의 선물도 다 기쁘고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제 하루도 참 좋습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15-09-22 11:10   좋아요 1 | URL
좋게 봐 주셔서~~~~ ㅎㅎ
선물을 받기만 해서 저는 감사하고 미안해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appletreeje님께도 항상 감사하구요.
날씨도 더운 듯 하면서도 청명하네요. appletreeje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아무개 2015-09-22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읍 다락님의 엽서를 저는 못받았어요.
중간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 진짜...
다시 보내달라고 말도 못하고(여기다 쓰고) ㅠ..ㅠ

외국어에 대한 짝사랑 또는 집착은
아마도 진짜로 사랑에 빠지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5-09-23 07:30   좋아요 0 | URL
다시 보내달라는 말을 못하셨지만, 일단 여기에 쓰시고...
다락방님, 와서 이 글을 보소서~~~~

그러게요. 진짜 사랑에 빠지면 그게 쉬워질까요?
예전에 익숙했던 언어가 싫어질까요? 공항이 그리워지고 그럴까요?
외국어와 사랑에 빠져보지 못 했던 저로서는... @@

해피북 2015-09-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랬습니다. 제가 외국어에 젬병인 이유가....사랑때문이였다니요 ㅋㅂㅋ
어떻게하면 사...사......사랑하랑할수있을까요 ㅎ 저는 평생을 짝사랑으로만 끝낼거같아요 ㅎ 보슬비님 티 저도 받아본적 있어서 사진보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어요 ㅎ 그 마음 깊이깊이 느껴집니다. 아 그런데 단발머리님 혹시 생일이셨나요?

단발머리 2015-09-23 07:33   좋아요 0 | URL
네.... 모든 것은 사랑때문이지요. 사랑사랑사랑.

어떻게하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랑은 그냥 빠지는것 아닐까요?
풍덩이요. ㅋㅎㅎㅎ
줌파는 이탈리아로 떠나기 6개월전부터 이탈리아책만 읽었다고 그러더라구요.
20분만 원서를 읽어도 급 피곤에 잠이 몰려오는 저로서는... 참 놀라운 사랑입니다.

제 생일은 여름이었구요.
위의 사진은 그냥 선물이요. 하하.... 전 이런 선물이 제일 좋아요.
그냥, 네가 생각나서 보냈어. 막 이런거요.
우하하..... 저 지금 또 자랑하나요? ^^

2015-09-22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래에 이벤트에 자주 당첨되어 기분이 좋다.

 

먼저,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쓴 100자평/리뷰 작성자 중 추첨된 사람에게 책을 주는 이벤트에서

『하우스 와이프 2.0』를 받았고 (이 책은 지금 부지런히 다락방님에게 가고 있다),

 

 

 

 

 

 

두번째로는, 알라딘 인문교양 상반기 결산 & 하반기 기대 이벤트에서

하반기 기대작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게 되었다.

 

 

 

 

이 상승모드를 이어가고자 마태우스님 이벤트에 응모했다.

 

마태우스님 이벤트 응모 페이지는 여기,  

 

 http://blog.aladin.co.kr/747250153/7779521

 

 

 

되고 싶다, 간절히...

 

와일드카드 한 사람 남았다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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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 남았대요??
나도 첨엔 생각없었는데 오늘 아침 불현듯 의욕이 앞서 댓글 세어보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댓글 달았거든요ㅋ
그러곤 내가 너무 웃겨서ㅋㅋ
며칠전 유레카님 책을 받아 읽고 기분이 좋아진데다 님이 두 권이나 이벤트 당첨됐다니 또 불현듯 와일드카드 한 사람 되고 싶네요ㅋ
암튼 누가 되나 지켜보자구요
매의 눈으로!!!

단발머리 2015-09-14 15:22   좋아요 0 | URL
4명은 당첨 확정이구요.
와일드 카드 한 명 남았다고, 그러니까 31번째 댓글 뒤에 댓글을 한 번 더 달 수 있다 하시더라구요.
저는 방금 달고 왔습니다.^^

마태우스님이, 댓글 100개 정도 달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조하다고 하시대요. ㅎㅎ
아, 되고 싶다, 진실로~~

책읽는나무 2015-09-14 15:49   좋아요 0 | URL
저도 금방 마태님 댓글 확인했더니 와일드카드 다시 도전하란 글에 용기얻고 댓글 달았어욤^^
들어가 확인전엔 댓글이 80여개가 있어 깜놀!!
역시 인기알라디너 마태님!!그러고 들어갔더니 마태님의 답글 포함 80여개ㅎㅎ
정말 옛날에는 어떤 이벤트라도 눈에 불을 켜고 동참하여 댓글 100개는 순식간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방문자수도 쭉쭉 올라가고^^

여튼 저도 저책 기생충 책 옆에 꽂아두고 싶네요!!

단발머리 2015-09-14 18:49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 옛날에 알라딘을 몰랐잖아요. ㅎㅎㅎ
그래서 이런 이벤트가 너무 반갑고 신나고 재미있고 그러거든요.
근데 마태우스님 글이랑 책읽는나무님 글 보니까 예전에는 반응이 더 뜨겁고 그랬나봐요.
인기 방송 출연자 서민교수랑 알라디너 마태우스님이 같은 사람인줄 몰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ㅋㅎㅎ

아.... 되고 싶네요. 진짜...

2015-09-1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9-1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았어요. 그런데 하반기 기대작을 두 권짜리 중 한 권을 주다니 2권을 구입하게 만들려는 상술(?)에 걸려든 것 같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9-15 08: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책은 받았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뭐, 대부분 그렇지만요.
알라딘의 상술인가요? ㅎㅎ 치밀하군요.

보슬비 2015-09-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한글책에는 한글로 싸인해주었을거란 생각이 든건 왜인지....ㅋㅋ
그랬음 더 멋졌을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9-22 11: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한글이면 더 멋졌겠지요.
저자 친필 사인본이라.... ㅎㅎㅎ
 

 

 

 

 

 

 

 

1. 스티븐 킹 : 제 책은 모두 오락물입니다.

 

『셀』이 ‘오락물’이라면 다른 범주에 들어가는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킹              당신도 아시다시피 제 책은 모두 오락물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소설이 오락거리가 아니라면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잖아요. (468쪽)

킹              셜리 해저드(스티븐 킹이 전미도서상 수상식에서 기존 문학계에서 무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의 목록을 밝힌 것에 대해 ‘그런 도서 목록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한 미국의 소설가)에게도 도서 목록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셜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것은 이렇게 말해줄 사람입니다. “일이나 해. 인생은 짧아.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쓰레기 같은 이야길 하는 대신에, 진짜 일을 해. 신께서 재능을 주셨지만, 살날은 많지 않으니까.”

                 한 가지만 더요.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470쪽) 

 

책은 대중의 선택지에서 쫓겨난 지 이미 오래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것들만이 선택받는다.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사람들은 본다. 시, 소설, 수필, 대중서, 한국어로 쓰여진 책 뿐만 아니라, 외국서적이 번역된 경우라도 천만 명 이상이 읽은 작품이 얼마나 될까. 비교적 최근에 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의 기록은 곧 이어 따라올 다른 영화들에 의해 금세 갱신되고 말 것이다. 인구 오천만의 나라에서 ‘천만 영화’ 탄생은 2-3년에 한 번쯤 있을 법한 일이지만, 책 한 권이 천만부가 팔린다? 언감생심. 30만부만 팔려도 출판계에선 대박이다.

출판계의 불황은 그 중에 제일 잘 팔린다는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서 시장이 한국과 비교 불가한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은 말한다.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그나마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불티나게 팔리는, 순수문학이 대우받는, 순수문학만 인정받는, 표절을 해도 그냥저냥 넘어가는 이런 요상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소설의 미래는 어찌될지, 책 읽지 않고 자라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건지, 계속해서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지....

엄청나게 뻔한 내용이지만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는 네이버 웹소설 하나를 월요일, 수요일마다 찾아 읽는 이 사람은 매우 걱정스럽다.

 

 

2. 오에 겐자부로 : 프랑스어와 영어를 외국인으로서 읽지요.

 

독자로서 이러한 언어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십니까?

오에               프랑스어와 영어를 외국인으로서 읽지요. 이탈리어는 읽는데는 오래 걸리지만 텍스트의 목소리를 잡아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516쪽)

 

텍스트를 원어로 읽는다는 건 근사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되어 있고(영어), 읽을 수 있는 언어를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며(영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인가 확인하기 위해서는 번역본과의 비교독서가 필요해(영어), 원서 읽기가 많이 꺼려진다. 집에 사 놓은 원서는 장식용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는 구입해놓고 읽지 않는 책이 너무 많아 누가 ‘장식용’이라 놀려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80대의 소설가가 영어책, 프랑스어책, 이탈리어책 그리고 일본어 번역본을 앞에 두고 독서를 한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책 두 권을 나란히 펴 본다.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해 본다.

흉내라도 내 본다. 

 

 

3. 토니 모리슨 :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무식한 사람은 용감하다고, 하나를 알게 되면 이 세상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 두 장을 읽고 나서, 이틀 동안 말만 하면, ‘그러니까 유전학적으로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건 말이야~’라고 읊어댔더니, 남편은 ‘아... 책 한 권 읽고 나서...“라며 한탄했다. 남편은 틀렸다. 나는 책 한 권을 읽은 게 아니다. 오직 두 장을 읽었을 뿐이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툴,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방법 중의 하나인 ‘페미니즘’이라는 툴만으로 이 세상을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글, 이런 글을 읽게 되면.... 뭐랄까. ‘페미니즘’ 세포가 좀 돋는 것 같기는 하다.

 

모리슨         제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 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아,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311쪽) 

 

‘작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

눈에 보이는 확연한 차이라서 부인할 수 없는 인종적 격차를 넘어서고 나서, 아니 그 격차를 넘어서는 것과 동시에, 모리슨이 넘어야할 ‘여자’로서의 장벽, 여자가 작가가 된다는 것.

모리슨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 작가가 되는 건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 허가라도 얻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쪽) 

 

남성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그 일, 자기 자신을 ‘작가’라고 밝히는 일이 어려웠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성공한 작가, 성공한 여성 작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별을 감안해, 인종을 감안해 ‘작가’의 숫자가 조정되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은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전체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대변해줄 목소리를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라 깊은 사색과 특별한 통찰력에서 오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이 있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은 토니 모리슨의 다음 문장이다.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307쪽)

오랫동안 랜덤하우스의 편집자로 일했고, 1988년 『빌러비드』로 퓰리처상 수상,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은 이야기만을 썼다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쓰기’가 아니고, ‘읽기’인가.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읽기’라면, ‘읽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누구나 도전해도 되는 일 아닌가.

아, 직업이요? 읽는 것, 책을 읽는 게 제 직업이예요. 전업주부, 엄마, 아줌마, 동남아가 아니구요. 책을 읽는 게 제 직업이예요.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연습 좀 해야겠다.

책을 읽는 것이 직업이예요.

네, 맞아요.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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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9-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멋진 글이네요. 멋진 페이펍니다.

단발머리 2015-09-10 19:32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다락방님 멋진 댓글에 우쭐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헤헤헤~~

양철나무꾼 2015-09-1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멋진 페이퍼라니~^^
저도 이책 읽었는데 님 페이퍼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는걸요, 불끈~!

단발머리 2015-09-10 19:31   좋아요 0 | URL
우와, 양철나무꾼님이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제 페이퍼가 멋지기 보다는 인용된 글들이 너무 좋지요.
전, 이 시리즈가 너무 좋아요. 작가들의 목소리가 막 들리는 듯 가깝게 느껴지구요.

양철나무꾼님은 벌써 읽으셨는데, 전, 이제서야... 조금 늦었지만 정말 좋네요.

책읽는나무 2015-09-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이 직업이라니~~~~~~
멋진 말이네요!!^^
저도 멋진 페이퍼에 공감백배요♡

단발머리 2015-09-10 19: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멋진 말이라니요.
예전에 읽었던 <혼자 책읽는 시간>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더라구요.

독서가 주는 편안함과 책 한 권을 들고 내 보랏빛 의자에 앉는 즐거움을 고대하고 있었고, 그것을 일이라 규정했다. 일이라 부름으로써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50쪽)

저도, 그렇게 할려고요. 부끄럽지만..... ㅎㅎㅎ

2015-09-1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0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09-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스티븐 킹이 좋아해요.^^
제게 책은 오락이거든요. 진짜 멋진 작가라니깐요. ㅎㅎ

단발머리 2015-09-11 08:4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만 읽어봤어요.
어린시절 이야기랑 일하면서 글 쓸때의 일이 너무 감동적이라 스티븐 킹을 좋아하게 됐지요.

<11/22/63>이랑 <닥터슬립> 도전했다가 무서워서, 순수하게 무서워서 포기했어요.
정말, 저는 읽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보슬비님은 영어로도 읽으시는거지요? 완전 엄지 척~~ 멋지십니다.*^^*
 

 

1.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여성운동가이자 여성학자인 저자 5명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트랜스젠더, 퀴어, 성판매, 동성애, 에이즈, 팬픽 등을 이야기하며 한국 사회에서 기만되고 있는 성담론을 좀 더 현실적으로 역설하고자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책소개) 이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성적 차이는 대표될 수 있는가?                                                           권김현영

괴물을 발명하라: 프릭, 퀴어, 트랜스젠더, 화학적 거세 그리고 의료규범        루인

성매매 피해 여성은, 성노동자는 누구인가?                                            김주희

엮어서 다시 생각하기 : 동성애, 성매매, 에이즈                                       한채윤

동성서사를 욕망하는 여자들: 문자와 이야기 그리고 퀴어의 교차점에서        류진희

쉽게 읽히지 않았고, 그래서 급하게, 빠르게, 거의 발췌독 수준으로 읽어갔다. 제일 관심이 갔던 분야는 ‘성매매’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엥겔스의 아이디어에서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성매매를 문명 시대의 가족이 진정한 일부일처를 이룰 수 없도록 만드는 걸림돌로 간주하면서 결과적으로 매춘 여성의 존재를 가족이라는 단위와 완전히 분리된 ‘위협적인 개인’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성판매 여성들의 존재는 흔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울타리에서 벗어난 여자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성매매 공간에서 많은 여성은 가족들 때문에 노동하고, 가족을 만들기 위해 노동하며, 가족한 함께 노동한다. (125쪽)

 

 

성매매에 있어 강제냐 자발이냐의 구분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 안에서 성판매를 지속하며 살고 있는 여성들의 만족스러움, 자존감, 희망 등이 읽힐 수 없다. 이들의 일상에 너무 큰 편견의 무게를 부여한 결과다. 사람들은 일상 속 자신의 노동에 대한 만족스러운 평가, 보상을 통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한다. 이에 대해 타인의 시선이나 자본주의적 보상체계에 너무 매몰되었다고 비판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성판매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을 일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들은 만족스러운 보상에 대해서 “좋은 기회였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었다”라고 좋게 평가한다. (137쪽)

 

‘성매매’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을 나도 똑같이 하게 된다.

1. 그 일 말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었나요?

2. 그 일을 꼭 해야만 했나요?

결국은 같은 질문이다. 내가 하는 질문이란, 경제적 이유로, 먹고 살기 위해서 ‘성을 이용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정확한 질문인지, 답을 얻을 수 있을 성질의 질문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화가 생각난다.

강신주님의(오랜만에 불러본다, 강신주님. 내 근자에 너무 ‘필립 로스’만 사랑했네.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강신주님~~) ‘다상담’ 고민 사연 중 하나였는데, ‘전문 업소’에서 만난 여성을 사랑하게 된 남성의 이야기였다.

돈으로 ‘여성’을 구매하고, 그녀의 시간을 구매하고, 그녀의 ‘성’을 구매하며 비교적 규칙적인 만남을 가져오던 이 남자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둘의 사이는 말 그대로 ‘그대를 사랑하지만...’의 정도였는데... 아, 남자의 질문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요는, 그런데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돈을 매개로 ‘성’을 구매하고, 제공하는 사이로 만났고, 남자가 원하는 특별한 ‘관계’를 위해 두 사람이 ‘관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 거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롭고 쓸쓸한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그리고 ‘사랑의 최대치’일 수도 있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준다면,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

여자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돈 때문에, 남자가 자신에게 지불하는 돈이 필요해 그를 만났지만, 그 남자는 다른 사람처럼 그녀를 막 대하지 않는다. 강압적이지 않고, 그녀를 존중해준다.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그럴 때, 그녀 또한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 부분은 조금 어렵다. ‘성판매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을 일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2. 『행복한 페미니즘』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11쪽)

 

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 벨 훅스는 이 책 첫 번째 장, 첫 번째 문단에서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간단히 말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다. (19쪽)

 

이러한 정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런 정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정의에 따라 행동하는 여자들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것이 왜 어려운 것이겠는가.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부터의 갖가지 차별과 차가운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쏟아지던 질문이 그만 멈추고 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대신에 나는 페미니즘의 해악과 사악한 페미니스트들에 관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가령 “걔들이” 남자들을 어떻게 미워하는지, “걔들이” 본성 그리고 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어깃장을 놓고자 하는지, “걔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레즈비언인지, “걔들이” 어떻게 다들 직장을 잡아 가지고는 백인 남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세상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는지. (7쪽)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의 “나는 페미니스트다” 키링은 가히 ‘혁명적’ 시도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문구가 그렇고, 그 키링을 사은품으로 제작했다는 것이 그렇고, 그 키링이 인기폭발이었다는 것이 그렇다. 아쉬운 건 ’페미니즘‘ 도서를 처음에는 2만원이상, 이틀 후에는 3만원 이상 구매해야 ’나는 페미니스트다‘ 키링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근래 알라디너들과의 만남에서 ’만남의 정표‘였던 그 키링이 나만 없어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은 세계 도처에서, 방방곡곡에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착취와 억압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억압’의 부정적 느낌을 제거한 채, ‘문화’의 이름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부정과 저항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성차별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남자들에 의해, 수혜자의 한쪽 축에 서 있는 일단의 여자들에 의해 거부되거나 부정된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젊은 세대 흑인 여자와 유색 인종 여자들은 백인 여성들의 인종주의에 도전했다. 우리의 선배 흑인 여성 동지들과는 달리 우리들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백인 중심적인 환경에서이지만 어쨌든 함께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백인 여성과의 관계에서 결코 종속적 지위에 있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얌전하게 주어진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여성 운동권 내에서의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데에는 우리가 적임자였다. .... 인종은 가장 명백한 차이였다. (131쪽)

그 당시 인종주의와 인종적 차이의 현실을 대면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백인 여성들은, 우리가 인종을 끌어들임으로써 페미니즘을 배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우리는 백인 여성들이 백인 우월주의를 벗어 던지지 않는 한, 페미니즘 운동이 근본적으로 반인종주의 노선을 견지하지 않는 한, 백인 여성과 유색 인종 여성 사이에 진정한 자매애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133쪽)

 

차별에 대한 항거의 범위 및 주체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점, 즉 백인 여성, 유색 인종 여성, 어린이, 장애인,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불합리와 차별에 맞선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발전 과정 자체는 민주주의 발전 및 확산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추천도서를 하나 발견했는데, 저자가 자신의 책을 추천했다.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사람답다.

『페미니즘 : 주변에서 중심으로』

 

 

 

 

 

 

 

3.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한때 여러 커뮤니티에서 칼로 절반씩 잘라놓은 도넛 여러 개가 상자 안에 담긴 사진 딱 한 장만이 실린 게시물이 이곳저곳 떠돌았다. 본문에는 어떤 설명도 없고 그저 “여직원들에게 도넛 한 판 사줬더니”라는 제목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핑계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사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여직원들’을 힐난했다. 그러나 해당 도넛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 서비스로 검색해보면, 사진의 출처는 엉뚱하게도 외국의 한 유머사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직원들에게 도넛을 사준 사람도, 도넛을 먹은 사람도 없다. 이 사건은 여성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댓글을 모아 “사진 한 장으로도 여성 혐오가 가능”이라는 게시물이 만들어지면서 폭로되었다. (27-8쪽,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 윤보라)  

 

문제의 본질은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사건의 편집’이다. 여성 혐오의 주장 혹은 생각이 사진 한 장을 통해 생산되고, 아무런 확인 없이 재생산될 때, 여성 혐오의 대상은 ‘사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특정한 여직원들’이 아니라, ‘여자들, 다이어트를 핑계로 음식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모든 여성들’이 되는 것이다.

‘여성 혐오’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여성이 ‘약자’이며 동시에 '소수'이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요즘도 취업과 결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지만, 외국인의 숫자가 더 많아진다면, 한국인과의 혼혈 2세들의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그들의 사회적지위가 상승하게 된다면, ‘여성 혐오’는 ‘외국인/ 혼혈한국인 2세 혐오’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되면, 이러한 혐오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혐오’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로서는 ‘여성’이 약자이지만 곧 강자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시점에 ‘여성 혐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은 ‘소수’가 아니다.

여성은 소수가 아니라 세상의 절반이다. 여성은 외국인도 아니고 무임승차자도 아니다. 여성은 위협적이거나 위해를 가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돌봄을 주로 하는 내부자다. 그럼에도 여성 혐오는 이 모든 혐오에 유비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58쪽, <주체화, 호러, 재마법화>, 임옥희)

 

이에 더해서 임옥희는 “여성은 힘이 없었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갖고 있었던 힘 때문에 혐오와 매혹의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혐오에 겁먹지 말고 한때 여성이 가졌던 힘을 되찾자고 말한다. 지금, 여기서, 다시 메두사의 ‘마법적’인 힘을 되찾자고 말이다. (88쪽)

‘메카니즘’이라면, ‘사물의 작용원리나 구조’를 말하는 것이고, 심리적으로는 ‘어떤 행위를 성취하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심리과정’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아이들하고 이야기할 때, “아, 이 놀라운 메카니즘이라니...”라며 가끔씩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아롱이가 이 단어를 사용하려 했나 보다. 아롱이가 “아, 이 0000이라니”라고 말할려고 하는데, 마침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네 음절이면서, 이와 비슷한 단어를 떠올리다가 이렇게 말해버린다.

“아, 이 놀라운 페미니즘이라니!!!”

딸롱이와 나는 마주보며 웃음을 빵! 터뜨리고, 누나와 엄마를 웃겼다는 생각에 아롱이도 같이 웃는다. 아, 요즘에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했나보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무슨 일에도 완전 열심히 한 적이 없는데.

교과서와 참고서다.

아, 이 놀라운 페미니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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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8-2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댓글을 날려 먹기는 또 처음이네요 ㅜ..ㅜ

1.성매매는 그 여성의 인종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주체성을 갖는데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백인 여성들이 말하는 자신의 노동의 일상화라는 것은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지난주 한겨레 정희진씨 칼럼 읽으셨죠?
좀전 댓글에서는 길게 인용했었는데 날려 먹는 바람에 걍 짧게.
˝물론 저는 페미니스트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여성주의적인 것인지는 늘 고민스럽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는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그 효력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모든 선언은 일시적 전략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저는 이분의 글때문에 또 뒤통수에 불이 난듯 번쩍합니다.

3.저는 요새 좀 편안한 책들 읽고 있어요.
일전에 시도 했던<여성의 남성성>,<남성성/들>읽다가 완전 뻗어 버렸거든요.
아직은 제가 읽을만한 능력이 안되는 책들을 부여잡고 낑낑거리느라
완전 전투력 급상실이라 회복기간중이거든요.

4.아!!!이 놀라운 페이퍼라니!!!! *^^*

단발머리 2015-08-29 18:42   좋아요 0 | URL
아이구.... 아무개님 댓글 날아갔군요. 한 번 날아가면 다시 쓰기 싫은데, 감사해요.

1. 저는 이 개념이 아주 어려웠는데요, 의외로 <페미니즘의 도전>에 잘 나와있더라구요.
그 책이 교과서가 맞더라구요. 책읽는 순서를 조금 잘못 잡은 듯해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 동의합니다. 인신매매로 잡혀와 `성노동`에 종사하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요.

2. 지난주 한겨레 칼럼, 물론 읽었지요.
저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운동 내부와 페미니즘 학계 양 쪽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정희진씨 입장에서는, 강연을 가든, 어디를 가든` 페미니스트 정희진`으로만 정의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하지는 않지만, 그럴 수 밖에 없을수도 있겠다...... 본인 소개를 `여성학 연구자`가 아니라 `평화학 연구자`로 설정한 것 자체가 그녀의 그런 절박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요.

3. 뻗지 마시고, 돌/아/오/소/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어려운 책으로 고르셔서 더 힘드셨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위에 <행복한 페미니즘>은 쭉쭉 넘어가더라구요. 옛날 책이기도 하구요.
<여성혐오가 어쨌다구?>도 우리나라 사례가 많아서 전 나름 빠른 스피드로 읽었는데요.
저도 아무개님처럼 어려운 책도 읽고는 싶으나 @@

4. 아, 브이를 하고 싶으나, 내용이 빈약하여 ... ㅎㅎㅎㅎㅎ

cyrus 2015-08-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서 여성 차별에 관해서 몰상식한 글을 보게 되니까 정말 화가 났어요. 그 글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엉터리 글을 제대로 반박하고, 글쓴이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제 자신에 더 화가 났어요. 제대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5-08-26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sns를 하고 있지 않아서, 사실 온라인상에서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오히려 저 책 <여성혐오가 어쨌다구?>를 읽으며 실상(?)을 알게된 측면이 있어요.

미움을 양식으로 삼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선 답이 없지만, 당분간 페미니즘에 대해서 저도 공부해보고 싶어요. 조금이라도요... *^^*

책읽는나무 2015-08-2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큰아이 미용실 댕겨오라며 기다리는동안 서점에 잠시 둘째들이랑 들어갔었어요 그때 `여성혐오가 어쨌다구?`책이 눈에 들어와 잠깐 앞부분을 읽었더랬죠!
하아~~~정말!!!
얼굴이 붉어지더군요ㅜ
저는 아마도 논리력 없이 무턱대고 화를 내는 사람축에 들어가나봐요~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지니 말입니다!
어쨌든 구입하려 했는데 애들 셋이서 자기네들 원하는 것으로 사달래는 것들이 많아 저책이 뒤로 미뤄져버렸군요ㅜ(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선 마일리지 때문에 책 사는건 너무나도 큰고민에 휩싸입니다 그래도 집에 와서도 저책이 계속 눈앞에 아른아른~~^^)
님이 언급하신 책들을 이제 날도 선선해졌으니 한 권씩 읽어봐야겠어요 읽어보고 좋은 책들은 구입해놔야겠어요 훗날 딸들을 위해!!^^
아롱이와 딸롱이의 모습이 이쁘군요 공부하는 엄마를 유심히 지켜봤을 그모습이 참으로 이뻐보입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어보아요^^

단발머리 2015-08-26 08:46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셨군요. 저도 그런데요. 서점에 가서는 책을 안 사게 됩니다. 첫째는 집에 가서 알라딘 통해 사자고 하면 설득이 되는데, 문제는 아들이죠. 무조건 지금 사달라고 해서 가끔은 오프라인에서도 책을 사긴 하지요. 저도 제 책은 많이 안 사게 되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요. 도서관에서 책을 막 사주고, 가져가라고 문자를 막 보내고.... 합니다. ㅎㅎㅎ

저는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딸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구요. 제가 읽은대로, 느낀대로 이야기했다가는, 제 딸이 세상을 너무 암울하게 볼 것 같은 예감이 너무나 자주 듭니다. 분노와 절망이 정말 5 : 5 의 비율로 세차게 몰아칩니다.

책 읽는 나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이 서늘해서 기분 좋은 아침에...

감은빛 2015-08-27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참 좋네요!
여러 책을 조금씩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읽은 책은 [페미니즘의 도전] 한 권 뿐이고,
두 권은 집에 있으나, 아직 펼쳐보지 못했어요.
나머지도 다 보관함에 담고 하나씩 읽어야겠어요.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첫 인상이 참 안 좋았어요.
대학시절 여성학 강사의 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학년대표였기 때문에 출석부와 마이크 등을 챙겨야 했거든요.
그 강사는 아무 이유없이 저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어요.
수업시간에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구요.
사회적으로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무 이유없이 가만히 있는 남성에게 남성이니까 죄인이라고 하면 기분 좋을리 없죠.
그 강사의 남성 차별적 언행은 저에게는 폭력이었어요.

다행히도 나중에 활동가로 살면서 만난 수 많은 여성 활동가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또 정희진 선생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도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계속 갖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5-08-28 08: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요즘에 제가 페미니즘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고 있어요.
새로운 세상이 막, 열립니다. ㅎㅎ

감은빛님의 페미니즘 여성학 강사님은 참, 아쉽네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니요, 똑같은 논리라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죄인데, 페미니즘이 혁파하고자 하는 정반대로 가시는 분이 여성학 강사님이라니...

정희진님의 책은 `깨우침`을 주는 책들이라 한 꼭지, 한 꼭지, 정말 주옥같습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긍정적으로 극복하신 감은빛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