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정도를 훨씬 뛰어넘어 유혹적인 가격이 구매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러 작가들의 단편 뿐 아니라, 정성 들여 편집하고 사진을 고른 흔적이 역력하다. 제일 먼저 읽고 싶었던 표지 이야기, 천명관의 인터뷰를 읽는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멈칫 멈춘다.

 

 

 

 

 

 

정     소설가로서 사회적 의식이나 공적인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는 편인가?

천     지식인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예술가의 자의식도 없다. 그러니 그런 거창한 책임감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젊을 땐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도 많았지만 텔레비전 뉴스를 안 본 지 칠 년이 넘었다. 지금은 내 삶을 꾸려가기에도 벅차다. 나이를 먹어가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죽음이 아득히 멀리 있지 않다는 감각도 생겨났다. 나는 철저히 개인으로 살 뿐이고 가능한 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윤리적 삶이라고 생각한다.

정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나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천     굳이 대답하자면 이런 마음은 있다. 부자들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그것이 나에겐 작가로서 최소한의 윤리 같은 것이다. (95쪽)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만 했던 작가들이 있었다. 엄존하는 세상 앞에서 펜 하나로 불의한 현실에 마주 섰던 작가들 말이다. 지금도 그런 작가들이 있다. 시어 고르는 일에 전념해야 할 시인들이 경찰버스 위에 오르고, 이야기를 엮어야 하는 소설가들이 팽목항으로 향한다. 경찰버스에 오르고,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야 하는 상황, 그런 시대를 산다.

하지만,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없다. 내게는 거창한 게 없다. 나는 철저히 개인으로 살 뿐이다,라고 말하는 예술가의 자의식 또한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개인으로 살아가는 예술가, 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그런 삶을 그려내는 예술가 역시 우리에겐 필요하다.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에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문단만, 비판의 중심인 문단만 모른 척 할 뿐이다. 천명관이 제시하는 해법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라서 실제로 실현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등단제도, 청탁제도, 문학상을 모두 다 때려치우자고 하는데, 이미 거대 권력인 문단이 자발적 선택을 통해 이런 과정을 겪을 수 있을지. 한 달에, 아니 일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국민이 대다수인 나라에 사는 한 국민은 심히 걱정스럽다. 문단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독서 문화의 변화 없이는 이 상황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처음 ‘신경숙 표절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도 그렇고, 천명관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자신을 둘러싼 공기와 같이 자신의 일에, 밥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한 논조로 변화를 촉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대단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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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8-1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명관작가의 인터뷰가 정말 인상적이었죠? 문예계간지의 한 획을 그은 것 같아요!! 시전문잡지도 내주면 좋으련만^^;;

단발머리 2015-08-14 16:33   좋아요 0 | URL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자체가 너무 예뻐서요. 이런 책이라면 15,300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져야 하는데... 하면서 아쉬워했어요. 저도 착한 가격 덕분에 구입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 전문잡지도 내주면 좋겠지만서도, 가능할까요? 시는 마니아층이 더 적어서요. @@

그렇게혜윰 2015-08-14 16:35   좋아요 0 | URL
문예지는 사도 오래 소장하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큰 출판사에서 문예지는 사회환원사업으로 요렇게 기획해주면 좋겠어요...많이 읽히게끔요...

단발머리 2015-08-14 16:53   좋아요 1 | URL
네... 그러게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약간 비슷한 의도인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부담 없게..
그런데, 미안한거는 사실이죠. 터무니없는 가격이기는 해요.

책읽는나무 2015-08-1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거 싼가격에 악스트란 제목으로 발간될 예정이란 소식을 비밀요원?에게 미리 접했었거든요 근데 정작 그악스트가 이악스튼줄 모르고^^

저도 바로 구입하고서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 먼저 읽고 천명관 인터뷰를 읽었어요!!
멋졌어요~~천명관!!^^
그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실은 제대로 읽지 않았어요ㅜ
이런 문예지는 더욱더 발전했음 좋겠네요^^

단발머리 2015-08-16 19:21   좋아요 0 | URL
아하... 책 읽는 나무님 비밀 요원도 있으시고 너무 좋으시겠어요. 제목도 괜찮아요. 악스트...

저는 앞쪽 서평 몇 개랑 천명관님 인터뷰 읽었지요.
멋져요, 진짜... 외모도 멋지구요. 사심 작렬~~~
저는 [나의 삼촌 브루스 리]랑 최근 단편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중에서 두세편 읽었는데요. 제일 유명하다는 [고래]가 아직이라서, 담에 읽게 된다면 [고래]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
 

 

 

 

 

 

 

내가 아는 콜린이라면, 이 콜린이 있고,

 

 

그리고 이 콜린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콜린 매컬로. 책날개 작가 소개를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세 번째 콜린은 ‘여자’였다.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콜린’이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를 알지 못하는 나의 무식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최근에 읽은 『행복한 페미니즘』의 한 구절처럼, 전 세계적인 극찬에 이어 한국에 상륙한 이 훌륭한 책의 저자가 ‘여자’일 거라고 생각지 못한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경우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는데, 이 시리즈에 대한 페이퍼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각 잡고 하는 것도, 정식으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페미니즘 공부’를 하는 중이고, 어려운 책과 비교적 쉬운 책들을 섞어가며 읽고는 있지만, 간단한 ‘개념’도 정리하는 게 녹록치 않아 말 그대로 끙끙대는 요즘이다. 이 책은 그냥 독서 그 자체로, 읽기의 즐거움 그 자체만을 누리자,고 했다. 하지만, 이런 구절이라면, 간단하게라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장 뛰어난 자가 로마의 일인자는 아니었다. 지위와 기회가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 제일가는 자가 로마의 일인자였다.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왕이나 전제군주, 폭군 따위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었다. 로마의 일인자는 본인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걸출한 자임을 입증해 보임으로써 그 칭호를 유지했다. 또한 그 자리를 뺏으려 혈안이 된 자들, 자신이 지금의 일인자보다 더 걸출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자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했다. (34쪽)

 

13년 고증, 20년 집필, <필생의 역작>이라는 책광고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로마는 생생하다. 검은색 신발 하나, 무쇠 반지 하나까지 고증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전해줄 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은 그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꼼꼼히 채우고 있다. 토가를 걸친 로마의 멋진 남자들이 금방이라도 책 속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다.

“로마의 대로와 원로원과 원형경기장에 들어서게 하며 목욕탕에 몸을 담그게 한다“는 로쟈님의 추천사는 100% 옳다. 마리우스가 카이사르의 초대에 응해 그의 집에서 이루어진 저녁 만찬 풍경이다.

빵, 양파, 정원에서 따온 허브를 간단히 뒤섞어 속을 채운 새 구이, 갓 구운 말랑말랑한 롤빵, 두 가지 올리브, 달걀과 치즈를 넣고 스펠트 밀가루로 빚어 만든 새알심, 저민 마늘을 한 겹 얹고 희석한 꿀을 발라 화로에 맛있게 구운 시골풍 소시지, 상추와 오이와 샬롯과 셀러리를 뒤섞은 싱싱한 샐러드 두 종류(각각 다른 맛이 나는 기름과 식초 드레싱을 사용했다), 그리고 브로콜리, 애호박, 콜리플라워를 부드럽게 찌고 밤을 갈아 기름과 함께 뿌린 훌륭한 야채찜. 처음 압착해낸 올리브유는 고소했고 소금은 잘 건조되었다. (108쪽)

 

화려하지는 않지만, 완벽한 웰빙식,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이다. 싱싱한 야채와 상큼한 소스의 냄새를 전해주는 그녀의 묘사는 정확하고 풍부하다. 하지만, 제일 흥미를 끄는 건 역시 사람 이야기이다. 작가가 제일 좋아했다는 카이사르가 여기저기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고,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장면 중에 하나로서, 카이사르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딸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장면의 대화 또한 일품이다. 조상 대대로, 로마의 건국 초기부터 최고의 귀족 가문이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리우스의 도움이 절실한 카이사르.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이 순간 나의 관심사는 내 자식들이 처할 운명입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 내 여식들은 결혼을 해도 들고 갈 지참금이 없어요! 적은 돈이나마 긁어모아 딸들에게 보낸다면 아들 녀석들이 더 가난해질 테니까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그 말은, 내 딸들은 같은 계층의 남자와 결혼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혹시 방금 내 말이 당신에 대한 모욕으로 들렸다면 용서하십시오. ... 내 말은 딸들을 내 마음에 차지도 않고, 내가 존경하지도 않고, 나와 공통점도 없는 자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26쪽) 

 

한꺼번에 출간된 것은 아니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한 권, 한 권 경건한 마음으로 통독했지만, 아우구스투스가 최고의 지략가였다는 간단한 사실 이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이 책을 집어들자마자 떠오른 단어는 돈. 원로원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정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타고난 혈통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었다. 재산, 충분한 재산. 돈, 돈이 필요하다.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카이사르 이외에도 엑소, 방탄소년단 저리가라 매력남들이 사방에 포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술라이다.

술라는 첫눈에 소년에게 반했다. 소년 역시 술라에게 곧장 빠져들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떠오르는 태양처럼 빛나는 머리칼, 희다 싶을 정도로 엷은 눈동자를 사진 사내가 술라 말고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42쪽)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술라는, 재산이 전혀 없어서 인구조사 명부에 그저 카피테 켄시, 즉 머릿수 하나로 기재된 그는 파트리키 귀족이었다. 파트리키 귀족의 아들이고 손자였으며, 로마 건국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그의 조상 모두가 대대로 파트리키 귀족이었다. 술라는 출생과 동시에 정치적 사다리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었다. 태생만으로 보면 집정관 자리는 술라의 것이었다.

술라의 비극은 그가 무일푼이라는 것, 그의 아비가 로마의 다섯 경제계급 중 가장 낮은 계급에 등록하는 데 필요한 수입이나 재산조차 물려주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51쪽)

 

고귀한 혈통, 몰락한 집안, 아름다운 외모의 술라.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잠깐이라도 더위를 피하자고 집 근처 새로 생긴 커피숍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로마의 일인자』 1권과 바닐라라떼 아이스, 스트로베리 케이크를 앞에 두니 이 세상,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로마의 일인자』 1권이었다고 쓰고, 투썸의 시원한 공기,였다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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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1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관심은 있었는데,
오늘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보니~ 도저히 이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네요!^^
고맙습니다~~
새롭고 즐거운 한주 되세요~~*^^*

책읽는나무 2015-08-10 11:06   좋아요 0 | URL
저두 동감이어요ㅜㅜ

단발머리 2015-08-11 09:01   좋아요 0 | URL
applereeje님~~ 저도 그 많은 분들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두께가 만만치 않지만, 즐겁게 달리고 있습니다.
appletreeje님께도 즐거운 독서 여행이 되실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28도네요. 헉헉.... 시원한 하루 되시기를 바래요*^^*

단발머리 2015-08-11 09:02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나무님께도 사랑 가득한 응원을.... 응원을 보냅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5-08-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먼저 동생에게 사줬거든요. 동생이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읽고 나서 부터 <일리아스><오뒷세이아>등 연달아 읽기 시작하더니 로마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모습을 봤기에 <로마의 1인자> 책이 출간되고 많은 이웃님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옳지 싶어서 동생에게 먼저 보냈답니다(ㅋㅁㅋ)

그래서 지금 애닳고 있답니다. 이런 재미진 소문을 넘어 애정이 담뿍 담긴 글을 읽으면 언제쯤 동생한테서 가져올 수 있을까나 참 괴로운 심정이랍니다 ㅋㅁㅋ,, 그런데 문제는,,, 저는 아직 <로마인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는 ㅜㅜ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 힘들까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스트로베리 케잌 그리고 <로마의 1인자> 궁합은 최고의 궁합인거 같아요 ㅋㅁㅋ~~

단발머리 2015-08-11 09:12   좋아요 0 | URL
오호, 해피북님은 가족이 모두 독서를 좋아하시나 봐요. 그런 서로를 잘 알고, 신간을 사서 동생에게 보내는 언니라니...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이 책을, 금방 읽을 수는 없으니까요. 정말 애타시겠네요. 저도 재미진 소문 때문에 읽기 시작했구요. 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었지만,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시리즈를 읽는데는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시오노 나나미랑 콜린 매컬로는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것 같구요. 광고되는 대로 `역사관`에 차이가 많아서요. 저도 <로마인 이야기>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일정 부분 이상이 `승리자의 입장`에서 본 <로아인 이야기>였던 것 또한 사실이구요. 역사관을 차치하더라도, 서술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동생분도 금방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아이스 바닐라라떼와 스트로베리 케잌 그리고 <로마의 1인자>는 서로 결혼한 사이라고 하네요. ㅎㅎㅎ
Happily ever after네요.

cyrus 2015-08-1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파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인물이에요. 킹스맨에 나온 콜린 퍼스는 정말 멋진 `콜린`이에요. ^^

단발머리 2015-08-11 09:14   좋아요 0 | URL
네, 콜린 파월 정말 오랜만이죠. 근데 요즘에는 통 보이지를 않아요.

콜린 퍼스는 정말 멋지죠. 멋진 사진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사진 고르느라.... ㅎㅎㅎㅎㅎ
 

 

 

 

 

 

제일 먼저, 나는 이런 상황을 기대했다거나, 기다린게 아니라는 걸 말해야겠다. 내가, 이 댓글을 잘 간수했다가, 이런 상황에서 야무지게 써먹는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런거고.

아무튼 내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위의 댓글이 작성된 날짜는 2015년 5월 31일이다.

나는 유명 알라디너도 아니고, 내 방은 방문자가 많은 서재도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내 어설픈 서재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하트뿅뿅!) 유명 알라디너가 되면 참 좋겠고, 방문자도 많았으면 참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글에 ‘좋아요’가 달릴 때, 댓글이 달릴 때, 무척이나 크게(!) 감동받는다.

그런데, 허접한 내 서재에 가끔 모르는 사람의 ‘호전적 댓글’이 달릴 때가 있다. 이전에도 공개하기 곤란한 몇 개의 공격적이고 더러운 댓글이 달린 적이 있는데, 어쩔지 몰라 ‘알라딘 고객센터’에 물어보았더니, 내 서재에 올라온 글은 바로 내가 ‘삭제’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삭제를 하고, 이후로는 로그인을 한 사람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했다.

 

나는, 내가 누리는 삶이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문화, 교회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매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게 습관을 넘어, ‘제2의 천성’이 되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알았어요, 권인숙씨. 이번 한 번만 써먹을께요.)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 때의 여러 이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남편이 내게 경제활동을 강요하지 않아 고맙게 생각한다. 출산과 육아 문제로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뒀지만,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원치 않는 일터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일을 하라며 등 떠미는 남편도 남편이지만, 경력 단절을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 하는 사회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업주부로 살면서, 가정을 돌보면서(찔린다), 경제활동은 하지 않지만, 여기저기에서 돈 쓰며 사는 내 생활이 어떤 사람에게는 ‘꼴보기 싫은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개학 후에 많이 놀지 못 하고 있다,고 말하는 내 글이 그랬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 모습이 보기 싫을 것일 수도 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될 것을...

내가 그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둔 이유는 (2)번 때문이다.

(1) 도서관에서 빌린책을 집어던진 걸 참 자랑이라고 떠벌려놨네 ㅉㅉ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침뱉어 던진 책을 다시 꺼내’. 그렇다면, 이 표현이 정말,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책에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인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내 표현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도한 바는 이렇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도전했으나, 영어로 되어 있어 힘들어 책읽기를 ‘포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내가 이거네, 저거네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지나가려했다. 리뷰 별매기기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별 하나의 책이라면 끝까지 읽지도 않는다. 끝까지 읽었으면, 일단 별 세 개다. 리뷰를 쓸려면, 허접한 리뷰지만, 그래도 한 개의 리뷰로 남기려면, 최소 별 네 개는 되어야한다. 잊혀질 책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별 한 개 리뷰는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을테다. (참고로, 별한 개 리뷰를 소중히 여기시는 분으로는, 전문가 ‘로쟈’님 계시다.)

잠깐, 삼천포였고.

그래서, 나는 이 댓글에 대해 답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뭐, 이런 댓글을 받았느니, 어쩌느니, 길게 글을 쓸 여력도 없었다. 나도 나름 바쁜 사람이다. 별 네 개짜리 책을 읽어야하고, 뭐든 써야 하니까.

그런데...

(2) 이 나라 김치년들 노답

만약 이 댓글이 ‘김치년’으로 끝났다면 나는 그냥 이 글을 삭제하고, 내 머리 속에서도 삭제했을 것이다. 내 글 밑에는 서너분들의 댓글이 달려있었는데, ‘김치년들’이라면 나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던 분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인 분들을 포함한다. 그냥 내 글을 읽고,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순식간에 ‘김치년들’이 되어 버린 거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이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의 방에 가면, 글이 한 개도 없고,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로그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와 ‘김치년들’이라니. 여성혐오 발언을 한 이 어떤 사람, 남자라고 강력히 추정되는 이 사람에 대해, 나는 뭐라 응수해야 하나.

이, 개새*야, 다시는 내 방에 오지 마,라고 해야되나.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라고 해야되나.

세 문장을 채우려 했지만, 참신한 욕이 안 떠올라서 두 문장으로 갈무리한다.

 

<알라딘 책 소개>

이 책은 여성 혐오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생각의 틀을 먼저 점검하게 한다. ‘본래의 페미니즘 정신’과 대비시킨 ‘무뇌아적 페미니즘’,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일부 여성’은 비난받을 만하다는 널리 공유된 생각은 신중하고 점잖은 의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련된 여성 혐오일 뿐이다. 페미니즘이 구조를 문제 삼는 대신 남성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있다는 그 칼럼니스트의 비판은 정작 소년이 박탈감을 느끼게 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페미니즘’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요는, 이 책을 하나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을 대문에 딱 걸어 놓고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내 방에서 ‘여성 혐오’의 예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그 놈이 이 글을 읽어야 될텐데. 고상한 척 떠들면서 방 하나 만들어 놓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악성 댓글 달지 마라. 여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그 심한 욕을 너한테 돌려준다.

나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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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7-25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은 살면서 스치면서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전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는데 , 어떤 남자 사람이 위협하듯이 저를 날카롭게 계속 바라보더라구요. 승객들이 많지 않았었는데, 때릴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욕을 하며 , 저에게 다가와서 다른 칸으로 옮겨 갔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겁이 나던지 ,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피했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신병이 있던 사람이였거나,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었지 싶어요.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 남성이 여성에게 물리적/정신적으로 가하는 폭력은 사라져야 된다고 봅니다. 여자들도 공부하고 행동해야 겠지만 , 남자들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나아져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바른 생각을 갖고 , 성의 차이점을 인정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 자기 반성 ㅎㅎ )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5-07-25 21:52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맞아요.

전 혼자 있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딸아이와 같이 있을 때 몬스터님과 비슷한 상황이 닥치니까,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더라구요. 딸아이를 제 쪽으로 잡아당겼지요. 물론, 남자가 위협하듯 쳐다볼 때, 더 큰 위협을 느낍니다.

이런 이야기 하면 남자들은 기분 나쁘겠지만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누구나 총기에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인의 90%는 남성이 저지른다.˝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그 정도로 많지는 않을텐데요.

차이를 인정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cyrus 2015-07-2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 알라딘 비로그인 댓글 작성 기능 없었으면 좋겠어요. 익명이라고 함부로 저런 노답 댓글 다는 사람이 가끔 있어요. 요즘 페이스북 접속하면 정말 짜증나는 것이 페미니즘에 관한 글에 험한 말을 댓글로 달고, 여성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임라인 글이에요.

단발머리 2015-07-25 21:55   좋아요 0 | URL
네, cyrus님.

저도 예전에 `기분 나쁜 댓글` 받은 이후에는, 로그인한 사람만 댓글 작성할 수 있도록 설정했는데, 참... 로그인을 하고서는 저런 댓글을 다네요. 혹, 모르죠. 저 댓글을 달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을수도요.

저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는데, 그 쪽이 알라딘서재 쪽보다 더 심한가보죠?
우리 알라딘 분들은 그래도 신사적이예요. 그렇죠? ㅋㅎㅎ

sijifs 2015-07-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굳이 모르는 사람 서재에 찾아와서 로그인까지 해주시면서 혐오성 발언을 하시는 분이라니요... 지극정성이 갸륵한? 혐오성 댓글이군요

단발머리 2015-07-25 21:5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sijifs님. 시지프스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ㅎㅎㅎ

로그인해서, 저런 댓글을 남긴다는 건, 나름 애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새벽이더라구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들어와서, `욕하는 글`을 쓰고 간다니요.
사실, 다른 사람 서재에 가서, 글들을 읽고, 개중에 긴 글들도 참 많잖아요.
글 읽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달고, 하는 것들 쉽지 않잖아요. 특히, 댓글다는 거는요.
그런데, 그 모든 에너지를 모아, 모아서, 저런 글을 쓴답니다. 어떤 사람이요.
참.... 참참참이네요.

2015-07-26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7-2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새끼야말로 진짜 노답이네요. -_- 답없는 새끼. 쳇.

단발머리 2015-07-26 17:19   좋아요 1 | URL
답없는 그 사람은 답이 없고, 다른 분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저도 이번일로 한 가지 배웠습니다.

다락방님이 ㅅㄲ라고 해주셔서 제 맘이 다 풀렸다는,
이 신비한 메카니즘~~~~~~~~~~~~~~~~~~~~~

다락방 2015-07-27 17:42   좋아요 0 | URL
ㅎㅎ 누가 대신 욕해주면 풀어지잖아요. 그러라고 욕한거에요. 단발머리님 기분, 조금이라도 풀리라고.

단발머리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저를 위해 우아함과 고상함을 벗어 던지고는, 같이 욕을 날려주셔서... ㅎㅎ

저랑 같이 타락하자는 건 절대 아니었구요.
저는 그런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동의를 구하는 사람의 마음을요.
저는 30이 한참 넘어서야 그런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옆의 사람이 그 사람을 이해해주는 한 마디만 해 줘도, 욱!하던게 스스르 내려가고,
제정신이 돌아오고... 뭐 그런거요.

감사해요. 앞으로는 저도, 다락방님도 이런 욕을 안 하게 되는 세상을 기다리며...
가능할까요? @@

2015-07-2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7-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런 인간이-_-; 익명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이네요. 좋은 남자사람도 당연히 많지만 일상생활속에서도 심각한 위협을 느낄 때면 여자사람으로 산다는 게 참 서글퍼져요.ㅠㅠ

단발머리 2015-07-26 18:39   좋아요 0 | URL
네, moonnight님.

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순간, 순간, 난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내가 남자인 거죠. 아... 이 얘기는 참, 할 말이 많아서 다음 기회에 쫘악 풀어봐야겠어요.
페이퍼 가제 : 나는 남자인가?

어쩌면 제게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근래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있잖아요.
그래서... 나도 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여성혐오가, 사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내 가까운 곳에서, 바로 내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알리고 싶었기도 했구요.

또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런 여성혐오적 발언을 듣게 되면, 저부터도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래, 내가 좀 오바했네. 재수 없는 글을 썼나? 조심하자~~ 이런 식으로요.
제가 화났던 건 위의 글에도 썼듯이, 제 방에 오신 분들이, 그 여자분들이
우리 전통의 소중한 음식을 빗댄 `혐오적` 발언의 희생자가 된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고성` 글을 쓴 건데, 그러고 나니까, 욕을 하고 나니까,
시원하기는 해도, 마음이 좀 꺼림직하기도 하구요. 잘 한건가? 막 다시 반성을 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옳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우아하고, 더 강력한 방법을...
그럼에도 저를 이해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 서글퍼 하시고.... 우리 같이 힘내요.

AgalmA 2015-07-2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여성, 이웃이고 뭐고를 떠나 사람 ˝단발머리님˝을 지지합니다🌻
이제 출마하세요....아, 나의 몹쓸 농담))....그냥 좀 웃게 해드리고 싶.....;;;;

단발머리님이 다락방님 댓글에 후련함을 느끼셨듯 이 글 전체도,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 ˝나대지 마라˝에서도 후련하셨을 분 여럿 있었을 거예요. 저도 일정 부분 그랬다는 거 부인하지 않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6 22: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부분이 이 글의 하이라이트죠.

그나저나 저런 댓글 달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읽었어야 하는 글인데, 다들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아무개 2015-07-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왜 저는 이글들을 못본걸까요. ㅜ..ㅜ

븅신들 개소리라는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상하기 마련이지만,
힘냅시다요.

으라차차차찻차!!!


단발머리 2015-07-29 09:03   좋아요 0 | URL
에구구..... 또 아무개님 ㅂㅅ에 한 번 웃어재낍니다.

고마워요, 아무개님. 제가 제일 속상했던 건, 싸잡아서였거든요.
나야 뭐... 내 글의 일면이 `재수 없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내 방에 들어온 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다시 힘내야죠. 날씨는 꿀꿀하지만, 토요일엔 화창하리라!!! ㅋㅎㅎㅎㅎㅎㅎ

pericles 2015-08-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정제되고 폐쇄적인 공간이니까 그렇지, 더 오픈되서 불특정다수가 글 남기는 공간에서 저런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죠...
정당한 분노지만 상처 받으실 필요는 없어요... 그럴 가치도 없고...

단발머리 2015-08-05 10:2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다른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점잖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서로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

상처 받지는 않았어요. 다만 열받았을 뿐.
댓글 감사합니다.
 

 

 

 

 

 

팟캐스트 <노유진 정치카페>는 매주 월요일마다 업데이트 되고, <정치카페 테라스>는 매주 목요일마다 업데이트된다. <노유진>을 구독하고는 있지만, 목요일 테라스 방송은 신영복 선생님이 나오셨을 때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듣는 편이다. <정치카페 테라스 19편 : 페미니즘이 불편한 이유, 권인숙>편은 피드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다. 초대 손님 권인숙씨와 함께 성범죄와 이를 대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 성희롱, 성차별 등 일상에서의 성폭력, 군가산점제, 간통죄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고 의견을 듣는 시간이었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런닝타임 1시간 5분 정도 지났을 때, 간통죄가 작용했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전업주부 패러다임’에 대해 권인숙씨가 한 말이다.

 

 

제도나 이런 여러 가지 기획들이, 전업주부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는 거요. 결혼제도에서도, 결혼제도는 또 다른 면이 있지만, 결혼제도 안에서 전업주부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저는 좀 많은 회의가 있는 편이예요. 저는 간통제도가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에서 얘기될 수 있지만, 이제까지 가장 버틸 수 있었던 명분은, 그 안에 있는 주부, 주부를 보호하는, 주부의 자기 보호권으로서의 활약에 대한 방점이 굉장히 많이 주어졌다고 보여지는데, 저는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사회적 고용관계를 하지 않고도, 고용관계 속에서 일하지 않고도, 자기의 삶이 보장되는 식으로 가는 방식은, 사실은 우리나라의 어떤, 여러 가지 일하는 경제활동 참가률, 뭐 여러 가지 이야기했던 것에서, 굉장히 근원적으로 저는 방해가 되는 패러다임이라고 생각을 해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고 있는 1인으로서, 그녀의 말은 불편하다.

할 말은 있다.

일테면 집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며, 현대인은 노동에서 소외된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나는 거기에서 한 번 더 소외된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내가 하는 ‘노동’이라는 것은 무리 없이 해냈을 때는 아무 ‘티’도 안 나지만, 하지 않았을 때는 그 빈자리가 확연히 드러나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다는 것. 이런 이야기 말이다.

두 아이 모두 학습과 관련된 일체의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으며, 영어와 피아노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는 것. 아이들 학원비만 계산해도 가정 경제에 미친 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다. 남편의 수입이 우리 가정의 확실한 그리고 유일한 수입원이다. 나는 돈을 벌지는 않지만, 돈 쓰는 일을 주로 한다, 라고 쓰고 나니, 무척이나 스산한 느낌이다.

공지영의 칼럼은 '한겨레 21'에서 챙겨 읽었는데, 최근에 책으로 묶여 나왔다.  

몇 회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가사노동도 노동이 아니냐고 묻는 딸에게 공지영씨는,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정도, 즉 겨울에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을 정도의 보일러비와 통신비 정도는 자신의 손으로 벌어야 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기간이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던 기간보다 훨씬 길어져 이제는 사회 경력 마이너스 11년을 기록하는 지금,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나는, 매우 쓸쓸하다.

공지영의 이런 말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네가 만일 누군가에게 반찬을 해주고 옷을 다려주고 말하자면 `엄마 놀이`를 좋아해서라 해도 나는 그것 때문이라면 결혼을 말리고 싶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이 모든 것을 날마다 몸이 아프거나 병들었거나 슬프거나 노엽거나 죽도록 해주어도, 칭찬이나 대가를 받기가 힘든 노동이란다. 아니 험담이나 듣지 않으면 사실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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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08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반적인 사회인식이 바뀌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 폐지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또다른 남좋은 일 아닌가 걱정이 됐어요. 간통죄 폐지 후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 재소송 건들 나오는 거 보면...
일-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도 초반엔 시댁이나 친정이 없으면 불가능하고(또다른 구속), 그래서 전업주부화 되고, 그렇게 경력단절된 여성에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말한들 현실이...경제도, 사회도, 남성들의 외도도 한숨나올 만큼....

단발머리 2015-07-08 12:49   좋아요 0 | URL
저도 간통죄 페지는 찬성합니다. 마음 떠난 사람을 현장에서 잡아온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 폐지되자마자 귀책사유자의 이혼 소송 이야기 들으니까, 이건 뭔가 싶더라구요.

저는 워킹망으로 있었던 기간이 아주 짧아서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고충을 짐작만 할 뿐이예요.
제게 다가 오는 건, ˝전업주부, 가정에 안착하지 말라...˝였거든요.
워킹맘에게도, 전업주부에게도 한숨나오는 현실이죠.


해피북 2015-07-08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에 공감 백개쯤 누르고 싶어요. 주위있는 사람들중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신중히 하라고 (왠만하면 늦게하라고) 말하는 편이였거든요. 어디서 읽은적 있는데 맞벌이를 해도 남편만큼 벌지 못하니 가사와 육아는 여자한테 전적으로 떠넘긴다거나, 전업주부들에겐 특히 이것도 못한다 식의 무시되는 발언이 많아 속상하다는거죠. 이래나 저래나 주부라는 입장에 놓이면 공평해지지 않는 구조가 참 문제 인거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 영어와 피아노를 직접 가르치신다니 참 멋지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5-07-08 13:05   좋아요 1 | URL
일단 공감 백개, 감사의 말씀 드리구요~~~~~~~~~~~~~~~~ ^^

출산 후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아이들 때문에라도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 해피북님 말씀처럼 일도 하고, 가사와 육아도 여성이 도맡아서 해야되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몸은 힘들고, 돈도 안 모이고, 일도 완전히 전문적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리봐도 저리봐도, 결혼 늦게 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특히, 능력있는 여자 후배들한테는요.

앗! 그리고 영어 피아노는요. 제가 권인숙씨 말에 좀 많이 서운해서 과장만 면이 없지않아 있구요.
피아노는 뚱당뚱당 치는 정도고, 영어는 동화책으로...
아, 부끄럽네요......

icaru 2015-07-08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재 전업주부가 아닌 저도, 파란박스에 권인숙 씨의 말은 상당히 불편해요,,권인숙 씨는 대체 어느 별나라 전업주부를 보고 하는 말인지...

저도 이 글 공감 백만개에다가,, 영어와 피아노 직접 가르치신다는 말이 확~~ 와 닿아서 놀랐는데,, 엇,, 해피북 님 따라쟁이가 됐네요... 것도 바로 뒷 댓글에다가 말이죠 ㅎㅎ

단발머리 2015-07-08 13:06   좋아요 1 | URL
저는 권인숙씨 좋아합니다. 특별한 역할과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전업주부인데,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나도 모르게 위축될 것 같아서요.
물론, 위축은 안 됩니다. 조금 서운할 뿐...
방송 들으시면 알게 되는데요, 그 별나라는 스웨덴이랍니다. 전업주부라는 패러다임이 아예 없다고 하더라구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일을 해야만 한다!! (저도 일은 하는대요...... 쩝)

공감 백만개 제가 잘 접수했구요. 알라딘에서 많이 많이 뿌리겠습니다.^^
영어, 피아노는 학원에 안 보낸다 이 정도예요. 제가 아까 좀 흥분했나요.ㅋㅎㅎㅎ

피아노는 도레미, 영어는 ABC입니다.

에이바 2015-07-08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너무 많아 댓글을 달지 못하겠어요. 다음에 여성 관련 페이퍼 쓸 때 함께 올려야 할 듯 해요.

권인숙 씨 의견은 저를 화나게 합니다. 가정주부 프레임!!! 여성학자이기에 큰 틀에서- 저런 발언을 했으리라 넘어가지만.. 주부란 퇴근이 없는 직업. 상은 박해도 벌은 후한, 엄연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직업이거늘 고루한 사고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놀란 여성의 힘, 그중에서도 주부들에게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왔는데 말이죠.

단발머리 2015-07-08 13:11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이런 댓글이 좋아요.
할 말이 너무 많아 댓글을 달지 못하겠어요. 저도 이 문장, 다음에 꼭 한 번 써먹고 싶어요.
여성 관련 페이퍼 기다리오니, 꼭 올려주시어요~~

저는 권인숙씨 의견에 화가 나지는 않았구요. 다만 제가 `전업주부`인데,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고, 소득이 없다고 해서, `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게 조금 서운하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화내 주셔서, 제 마음이 좀 풀리네요. *^^*

아무개 2015-07-08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안에서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어떠한 여성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남성들처럼 자기 실현을 하게 될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결혼을 결심할때 아마 세상의 단한명의 남성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출산, 육아 ,경력단절 이것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속하는 언어들.

아이들 학원에 안보내신다니,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주변에 보면 학원가서 공부 제대로 안하는것
알면서도 단지 옆집뒷집앞집이 보내니까 불안해서 보낸다는 사람들 많던데
정말 멋찜!!!!!!!!!!! ^^



서니데이 2015-07-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 읽다가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 공지영 에세이를 샀는데, 읽을 시간이 없네요^^;
오늘 무척 더웠는데 잘 보내셨나요^^
 

 

 

 

 

 

벨 훅스의 책 『올 어바웃 러브』에 대한 리뷰를 읽을 때도 나는 저자가 유명한 페미니스트 학자인지 몰랐다. 인용된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는, 작가 이름도 모른 채 책 제목만 덜렁 외우고 있었다. 알라딘서재에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야기가 한참일 때도 뭐, 이런 제목이 있어? 라고만 했더랜다. 하지만, 직접 추천받지 않았지만 책표지와 커피 사진으로 추천받은 『정희진처럼 읽기』를 시작하면서 발동이 걸렸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는 뒤를 돌아볼 수 없게 됐다.

때는 바야흐로 미국에서 동성애 결혼 합헌 결정으로 SNS가 무지개 물결이고, 모르는 사람이며 글 한 번 읽어본 적 없지만,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던 남자들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면서, 관련 기사가 많이 늘어났다.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기사가 눈에 띈다. 그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야기들이, 자꾸 보이고, 들리고 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이른바 적기 교육이다. 적기 교육, 적기 공부.

사례 1. 2015년 6월 24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밀당 못 참는... 집착남을 조심하라"

(http://www.cbs.co.kr/radio/pgm/board.asp?pn=read&skey=&sval=&anum=18931&vnum=3638&bgrp=4&page=&bcd=007C055E&pgm=1383&mcd=BOARD2)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특히 데이트 폭력은 관계집착, 질투심, 이런 것들. 그러니까 요즘 페미니스트라고 널리 알려진 사람, 진보파, 노동운동 일선에서 뛰던 사람, 이런 걸 가리지 않는 거군요?

◆ 서경현> 네, 그렇습니다. 사실은 원래 저도 그 특징을 가지고 연구를 해보았는데 사실은 가부장적인 성격, 남성이 우세하고 여성은 열등하다. 아니면 소극, 수동적이다라고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을 더 많이 하고 여성도 만약에 그런 신념을 갖고 있으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많은데요. 그렇지만 상대를 남성으로 여자들을 굉장히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고 여자들을 존중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 정관용> 페미니스트들.

◆ 서경현> 의외로 욱한 성격, 네, 페미니스트가 될 가능성들도 있습니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남성 중에 페미니스트는 뭐냐 하면 사실 이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 중에 여자들을 아끼려고 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의외로 꽤 많습니다.

◇ 정관용> 참, 그러면 어떤 특징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주의하시오, 이런 말도 못하겠군요?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보통의 사람들도 이해를 못 하는 건지, 그걸 잘 모르겠다. 여자들에게 잘 해주는 페미니스트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에서 원했던 게 이런 식의 결론이었을까?

사례 2. 2015년 6월 30일, 한겨레신문, “연애를 허하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8225.html)

페미니스트들은 애초부터 데이트 비용은 분담하고 결혼할 때면 형편껏 함께 집을 마련하자고 제안해왔다. 봉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를 허하라”는 운동이 벌어진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좀 다른 맥락에서 다시 그 슬로건을 펼칠 때가 온 것 같다. 연애는 의자 뺏기의 놀이가 아니다. 싱싱하게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나무를 올라갈 사다리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용기 있고 기품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면 삶의 기획이 가능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마가 아닌 여성(들)과 함께 연애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나게 연애하는 것, 어려울까?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연세대 명예교수>

 

사례 3. 저번주, 지하주차장.

집으로 오는 길, 아롱이가 말한다.

“엄마, 우리 양성 평등 교육 받았어요.”

그래? (혹은 그래에?) ‘그래?’는 항상 성의 있게 해야 한다. 두 음절, 내지 세 음절로 동의와 경청의 의미를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 뭐를 교육받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불편할 수 있다고.”

음, 그래? 정색하지 않고,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근데, **아, 남자보다는 여자가 불편한게 더 많아. 아롱이 급정색.

“아니에요, 엄마! 남자들도 불편한 거 되게 많아요.” 뭐가 불편한대?

“데이트 할 때, 돈도 내야 되고, 또... ” 음, 그래. 그렇지. 근데, 요즘에는 여자들도 많이 내.

“아니에요. 남자도 불편한 거 많아요. 돈도 내야 되고.”

아롱이는 집에 오면서 남자가 돈을 내야 된다는 이야기를 1번 더해서 총 3번을 했다. 아롱이는 국어를 아주 잘 하지는 않지만, 보통 10살의 남자아이들보다는 이해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양성 평등을 교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0살 보통 수준 이상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애에게 데이트할 때 돈을 남자가 내야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나 보다.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는 두 번째 논문부터 읽기 어려워, 피하는 심정으로 (아무개님, 보고 계세요? T.T) 『행복한 페미니즘』을 읽고 있다.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게 쉽다는 이야기인가?

계급에 상관없이 집에 있으면서 주부의 일만 하는 여성은 고립감과 고독감, 침울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118쪽)

주부의 일만 하는 여성? 뭐야,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여자는 남자와 아이들이 없을 때에만 가정에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119쪽)

어떻게 알았어?

가정 안에서 여자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에 쓸 때, 가정은 그녀에게 긴장을 풀고 쉬면서 기쁨을 얻는 장소가 아니라 일터이다. (119쪽)

내 말이 그 말이예요. 

 

 

 

놀라운 책이군. 작가 이름을 기억해야겠어.

『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2002년에 발간된 책을 앞에 두고, 이렇게 혼자 놀고 있다.

1인 2역. 주거니 받거니. 적기교육. 적기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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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책이에요. 쉽게 페미니즘에 접근하게 도와주었던 기억이 ‥ 님의 인용구 보니 문득 돼지책,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납니다. 행복에 한 사람이 소외되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겠죠. 사회적으로 확산해도 마찬가지구요.

단발머리 2015-07-04 00:5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신나게 읽고 있어요.^^

돼지책, 처음 아이를 읽어주다가 저도 모르게 눈이 막, 커졌던게 기억나네요.
엄마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고 있죠. 돼지들을 부양하느라...
행복에 대한 프레이야님 의견에 완전 공감합니다.
소외된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요.

아무개 2015-07-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두번째 논문에서
엎어졌나이다 ㅠㅠ
그래도 조만간 다시 도전해볼껍니다
단발머리님도 화이륑!!!!!

단발머리 2015-07-04 14:45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서 저는 일단 다른 책으로 갈아탔고요. 저도 다시 재도전!! 해보려구요. 아무개님이랑 같이 하니 힘나는대요!! 아자아자 가자!!!

2015-07-04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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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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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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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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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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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2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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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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