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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다는 안경을 쓰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모델 노릇을 했다. 나를 보았을 때 그녀는 약간 지치고 잠이 반만 깬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졸음이라고 해석했을지 모르지만 내 핏줄은 욕정으로 받아들여 시끄럽게 들썩이고 있었다. 마침내 파팀킨 부인이 아주 좋은 드레스를 샀다고 말했고, 나는 예뻐 보인다고 말했고, 해리엇은 그녀가 아주 아름다우며 그녀야말로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불편한 침묵이 깔렸다. 우리 모두 그럼 신랑은 누가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굿바이, 콜럼버스』, 159쪽)

 

이번주 주일에 『휴먼스테인』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난 직후였다. 할 일없이 멍때리며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네이버 검색창에 이렇게 썼다.

‘휴먼스테인‘

그랬더니, 이런 사진이 마구마구 올라오는 거다.

 

 

 

 

 

 

 

 

키햐~~~~~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건 알고 있었는데, 아.... 리뷰에 이 영화이야기도 넣었다면 좋았을걸. 안소니 얼굴도 넣고, 니콜 키드만 얼굴도 넣었다면 훨씬 더 읽기에 편했을텐데. 아쉽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화요일 『굿바이, 콜럼버스』에 대해 페이퍼를 쓰고, 나는 또 검색창에 이렇게 썼다.

‘굿바이 콜럼버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런 게 마구마구 올라오는 거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의 여성용 가방,

굿바이 콜럼버스백이다.

 

 

나는, 몰랐다. 이런 가방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가 이 작품을 좋아해서 가방의 이름을 이렇게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버전으로는 『토지』백이나 『무진기행』백, 『세계의 끝 여자친구』나 『두근두근 내 인생』백이 가능하다 하겠다.

 

 

 

 

 

 

 

 

 

 

 

아주 예쁜 가방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자꾸 쳐다보니 나름 괜찮아 보이기는 하다.

윤아가 매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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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2-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무진기행백 토지백 이미 나오지 않았으까나 싶어요... 에코백으로~ ㅎ;;;

우아 니콜키드먼이 여주로 분했었군요...
저도 멍하지 보면서, 머리스타일 괜찮다고 생각이나 하고~ ㅎ

단발머리 2015-02-05 14:55   좋아요 0 | URL
알라딘노트도 엄청 이쁘잖아요. 서비스 정신으로 무진기행 에코백이나 여자친구 백도 시도하면 좋을 거 같아요~~

니콜키드먼 넘 이쁘죠. 머리스타일뿐이 아니예요.
눈, 코, 입이 다 예뻐요. 그럼 반칙인데...

cyrus 2015-02-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드먼 ♥♥♥

단발머리 2015-02-05 20:09   좋아요 0 | URL
반칙입니다. 너무 이뻐요.
니콜 키드먼*^^*

마태우스 2015-02-0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정말 문학적인 가방이군요!! 무진기행 백 멋질 것 같네요 왠지 몽환적이고...^^

단발머리 2015-02-06 08:40   좋아요 0 | URL
아하... 마태우스님~~
교보문고 빅10의 강사님이 제 방에... 영광입니다.*^^*
알라딘에서 제 페이퍼 보시고 다음 이벤트는 에코백 고려해주셨으면 하네요.
특히 무진기행 백이 인기가 많네요. ㅎㅎ
 

 

 

 

 

 

 

한참 현빈을 좋아했을 때다. (아아, 옛날이여, 현빈~~)

당시 내가 현빈을 얼마나 좋아했는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뭐 이런 책이 있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뭐, 이런 책을 샀다. 

 

 

 

 

 

 

 

 

 

최근에 드라마를 찍는 것 같던데, 보지 않고 있다. 일단 한지민과의 케미가 별로다. 이건 현빈이나 한지민이 좋은 배우냐, 아니냐와는 상관이 없다. 별로인 배우들도 같이 있을 때, 케미 발산이 가능하다. 현빈과 한지민은 둘 다 좋은 배우이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케미가 별로다. 케미가 나쁜 예다. 

 

 

 

케미가 좋은 예는 이렇다.

 

 

 

 

 

 

 

 

 

아무튼, 백 만년전 내가 현빈을 좋아할 때,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열광할 때다. 나는 주로 본방송이 끝나고,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았는데,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영어단어를 반복해서 외우거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반복해서 풀었어야 했는데, 드라마 동영상을 반복해서......)

드라마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주로, 남녀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이란 걸 말이다. 주로 말싸움. 나는 남녀주인공의 말싸움을 무척이나 즐겨 보았다. 물론 그 장면들이 본격적인 애정모드에 들어가기 직전, 탐색전의 마지막 단계이자 갈등이 최고조로 증폭되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나는 알콩달콩 러브 모드보다는 옥신각신 전투 모드를 좋아한다. 차라리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해서라도 말이다.

 

“...... 너는 계속, 내가 매순간 너에게서 달아나려는 것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지금도 또 그러고 있어. 내가 일부러 그걸 두고 왔다고 말하고 있잖아.”

“나는 너를 사랑했어, 브렌다, 그래서 걱정을 했던 거야.”

“나도 를 사랑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 빌어먹을 걸 얻으러 갔던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말한 시제時制를 들었고, 우리 자신에게로, 침묵으로 물러났다.

몇 분 뒤 나는 가방을 들고 코트를 입었다. 내가 문을 나설 때 브렌다도 울고 있었던 것 같다.

(『굿바이, 콜럼버스』, 219쪽)

 

두 사람은 헤어졌다.

올해 독서계획을 북풀 친구들과 나누라고 하던데, 아직 북풀이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계획에는 젬벵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2월에 들어서야 올해의 독서 계획이 생겼다.

<단발머리의 올해의 독서계획>

필립 로스의 책을 더 챙겨서 읽자.

 

 

 

 

 

 

 

 

 

 

 

 

‘포‘로 시작해서 ’평‘으로 끝나는 책은 자체검열에 걸린 관계로다가 패스한다.

 

 

 

 

 

 

일정상, 당분간 현빈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미안해, 현빈. 요즘 내가 좀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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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0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빈하고 헤어진 지 오래. 그런데 마지막 인용문은 [굿바이, 콜롬버스]의 인용문이에요?

단발머리 2015-02-03 09:50   좋아요 0 | URL
네에..... 저도 지금 다시 읽어 보다가 옆에다가 달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다락방님~~~ *^^*

현빈은 전에 말했던 친구한테 오늘 다시 얘기해 볼려구요.
너, 아직도 사랑하냐.... 그 사람...

icaru 2015-02-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지금 하는 현빈의 드라마가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것인 모양인데요, 다른 채널에서 지성이 몇 가지 인격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있는데, 지인이 지성의 드라마가 아주,,, 걸출하다며,,, 호들갑인 통에,,, 그 친구만 보고, 요 드라마는 밀리구 있나? 하고 있었어요..
포트노이의 불평이라는 책은 어인 자체검열?? 이유가?? ㅋ

아무개 2015-02-03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승리하라 지성!` 이라고 친구에게 문자도 보냈지요 ㅋㅋㅋ

단발머리 2015-02-03 11:3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드라마 보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연기라면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그 집은 부부가 다 연기력이 출중하네요.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지성은.
눈빛이 항상, 진실해~~ 보여요. 1인 7역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1인 2역의 현빈은...

[포트노이의 불평]은 이런 안내가 있네요.

삼십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작품.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이다.

제가 좀 소심하네요~~

단발머리 2015-02-03 11:34   좋아요 0 | URL
에헤~~~ 아무개님도 지성 좋아하시는 거예요? ㅋㅎㅎㅎㅎ

아무개 2015-02-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현재`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인데요...
현빈이 한지민 잡아 당기는 저장면에서 완전 열이 뻗쳐 버렸어요.
저거 성추행이잖아! 이러면서 말이죠.(제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아아요오오~~ ㅎㅎㅎ)

현빈은 그니까 흠...늘 싸보이고 계산적인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은게 아니라 완전 싫어했었어요. ㅡ..ㅡ
하지원과의 케미가 아녔음 시크릿 가든도 정말 별로 였을껍니다.
이번 드라마 처럼말이죠.

필립 로스는 <울분> 한개 밖에 읽어 보질 못해서리 킁.......

단발머리 2015-02-03 11:38   좋아요 0 | URL
아하... 지금 무슨 책 읽고 계신지 말해 주세요. 궁금합니다 @@
저 장면을 보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의 많은 장면들이 성추행 및 성희롱에 가까운 장면이란건 맞는 것 같아요.
여자, 남자가 다른 이유로 좋아하겠지만, 제일 걱정은 남자들이 저런 장면을 보고서,
에이~~ 여자도 좋으면서~~ 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입니다.

저는, 현빈을 아주 많이 좋아했구요. 더 많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드라마에 대한 제 반응을 보니, 사실 많이 좋아하지 않은 듯 합니다.

요즘은 필립 로스만 좋아합니다. 헤헤~~

라로 2015-02-04 10:20   좋아요 0 | URL
재밌는 피이퍼에요~~~~~ㅋㅎㅎㅎ
저는 아무개님 만큼 현빈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별로였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현빈 거리실때 왜?? 이랬다는요~~~^^;; 지금도 반응은 여전~~~~ㅋ
필립 로스 건 울분과 에브리데이맨 하고 또 뭐 하나 읽었는데 기억이;;;; 암튼 기억이 나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어쨌거나 제가 애정하는 작가에요!!! 근데 이카루님 댓글 보고 포트노이의 불평 접수~~~~~ㅋㄷㅋㄷ

단발머리 2015-02-05 08:40   좋아요 0 | URL
아하... 지금은 아니지만요. 정말 <시크릿가든>에서는 환상적이였어요.
나라 전체가 들썩들썩했지요. 근데 사람 맘이 참 쉽게 변해서요. 그담에는 김수현으로... ㅋㅎㅎ
아롬님이 읽으신 두 권은 제가 아직 읽지 않으거네요. 저도 세 권 읽었는데, 나머지도 이어서 읽고 싶어요.
근데, 막 궁금해지네요.
아롬님은 영어로 읽으셨을까, 한글로 읽으셨을까 하면서요.
영어로 읽는 필립 로스는 도대체 얼마큼 좋을까요.....
 

1. [유엔미래보고서 2045]

유엔미래보고서는 될 수 있으면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미래를 예측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궁금해서이다.

 

 

 

미래 연대표에서는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20    생각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 생각도 마음대로 못 한다.

2025    무료 인터넷의 보급으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 현재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로 가늠하건대 통일 시기는 이보다 훨씬 더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본다.

2035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

- 대학에 들어갈 학생이 없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웬지 속은 느낌이다.

2045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 특이점이 온다.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지점, 미래학, 미래예측의 방점이며, 한편으로는 마침표가 되기도 하는 시점을 싱귤래리티 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말한다. 학자들마다 이 시점은 조금씩 다르게 보고 있지만, 대체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으로 보며, 시기는 2045년이다. (머리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그래서 현재로서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미래가 곧 다가온다. 2045년. 2045년이면 30년 뒤인데, 나는 할머니가.... 할머니가 되어 있을테지만, 아롱이, 딸롱이는 한창 때다. 이 아이들의 미래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저번주 [노유진의 정치카페] 2부에서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출연했다. 대부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일들이 이제 곧 우리의 실생활이 된다고 한다. 무인자동차는 이미 안전성 검사를 마친 상태라 5년 이내에 상용화 될 거라 했고,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 덕분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 했다.

 

제일 두려운 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들보다 더 똑똑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을 지구에서 공존이 불가능한 존재로, 아니 지구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최종 판단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대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좀처럼 알 수가 없다.

 

 

 

2.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은희경의 말처럼 이 소설은 천천히 읽을 수 있는 낯선 글이다. 과거를 잃어버려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이 불운한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더욱 그렇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소설은 첫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은 첫 문장이 인상 깊은 그런 소설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9쪽)

 

 

 

3.

[낭송 열하일기]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는 작가 중의 한 명이 고미숙님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글을 통해 만난 그녀는 화통하고, 털털하며, 정확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이번에 새로 기획된 낭송 시리즈는 그녀가 이전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고전 낭송’ 의 워크북 격이다. 소리 내어 읽거나 암송하면 더욱 좋다고 안내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작게 소리내어 읽어 보았으나, 음독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금세 묵독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동청룡에서 다섯 번째 책 ‘낭송 열하일기’를 구매했는데, 풀어쓴 이들의 노고 덕분에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전해 듣던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의 재미도 솔솔하다.

 

심유붕이 물었다.

“선생은 이걸 베껴 무얼 하시려는 건가요?”

“내 돌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번 읽혀 모두 허리를 잡고 한바탕 크게 웃게 할 작정입니다. 아마 이글을 보면 다들 웃느라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튀어나오고, 튼튼한 갓끈이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툭 끊어질 겁니다.” (74쪽)

 

그 덩치에, 그 외모에, 고향 가서 친구들에게 들려준다고 종이를 준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베끼고 있는 박지원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의 땀이 있었기에, 나는 오래전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읽고 있다.

 

 

4.

[Becoming Jane]

내게 온 이 책이 이것보다 더 두껍다고 했을 때,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쪽수 확인을 안 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얇아도 너무 얇다. 그래서 빛의 속도는 아니지만,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나저나 이 책과 영화에서 제일 아련한 장면이다. 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Finally, she took Tom's hand and asked him sadly, 'How many brothers and sisters have you got in Ireland?'

Tom waited a second before answering. 'Enough,' he said nervously. 'Why?'

She took the letters out of his pocket, saying, 'What are their names?'

He suddenly realised that she knew about his large family. He was unable to speak....

‘Don't think. Do you love me?'

She did not want to answer, but finally said, 'Yes. But if our love destroys your family, it will destroy itself. It seems that we were not meant to be together.' (44쪽)

 

사진을 올리느라 제임스 맥어보이를 한참 들여다 보았더니 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오늘 내 꿈에 나타날 것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그는 내게도 미소 지을 것인가, 나를 모른 척 할 것인가?

 

혹시나 해서 굳이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비커밍 제인]에서 톰 리프로이를 연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다.

진짜 톰 리프로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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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독에 익숙하다보니 혼자 방안에 있어도 낭독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목소리 때문에 독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1-26 11:52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어려운 책이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묵독을 하다 보니까요.
음독을 10분만 해도 목이 메이고... ㅋㅎㅎ 그러네요.
그러고보니 <낭송 열하일기>도 겨우 두 장만 음독으로 읽었네요.

2015-01-2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7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1-2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세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예측이 어렵다는 것 다름아닌, 그 비관성 때문에 정말이지 절망이고, 불안한 일입니다... 아후...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 혹은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그들이 누구냐에 따라 대다수가 불필요한 잉여의 존재로 전락할까요?
어후.. 상상이 두려워지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제목이 너무 근사하여서 읽었지요.. 11년 전에 읽어서, 책에 대한 기억이라는게 불꺼진 상가를 걷는 것처럼 침침하기 그지 없지마는요~제가 이책을 읽었다는 게 사실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독서감상일까요?..

단발머리 2015-01-27 09:55   좋아요 0 | URL
노유진 방송에서 김대식 교수는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2045년 이후, 인간보다 지능이 높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로봇이, 인간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아, 인간 참 필요없는 존재구나, 지구에 해를 끼치는구나,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뭐, 영화 같은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조금 무섭기도 하구요.
평균 수명 늘어서 오래 살것 같은데... 쩝..합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11전에 읽으셨다니, 너무 근사해요. 저는 모디아노를 안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신간입니다, 저한테는^^

icaru 2015-01-2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리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미래 사회에는 학교가 없어질 것이라 예언했다던데,,, 온라인 강좌 활성화와 맥락을 같이 할까나요?
이것도 참 그래요~ 미래 사회에는 웬만해서는 집밖을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은,, ;;;

단발머리 2015-01-27 09:57   좋아요 0 | URL
인간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자택근무도 많이 늘어날 테니까요.
학교에 안 가면, 집에서 화면으로 공부하는 건데, 그건 좀 아니다 싶어요.
학교에 가서 무언가 배우는 것도 있지만, 학교 가는 재미라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수다떨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맛이 있어야되는데, 집에서 혼자라면.... 별로일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5-01-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엔 미래보고서는 저는 작년에 나온 책을 읽었는데, 해마다 조금씩 숫자가 바뀌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고 출간되는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까 몇 년간 나온 책이 있어요. 미래 예측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는 거니까 실제로 그 시기가 되었을 때에 다시 이 책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그러고 보니, 저희집에는 고미숙님의 다른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으니 한 번 찾아봐야 겠어요.
단발머리님,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15-01-27 10:01   좋아요 0 | URL
유엔 미래보고서, 저는 이전에는 빌려서만 읽다가 올해는 구매했는데, 아이들이랑 이것 저것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좋더라구요.

예전에는 가능할까 생각하던 일들이 요즘엔 일상이니까요. 핸드폰으로 텔레비전 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찍고 하는 것들이요 ㅎㅎ 앞으로 더 신기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장담하건대, 그렇게 못생긴 아기는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못생겼는지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내 입에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병이 있다거나 기형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못생겼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큰 붉은 얼굴에 툭 튀어나온 눈, 널따란 이마와 비대한 입술, 목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고 살찐 턱은 서너 겹에 달했다. 턱의 주름은 귀밑까지 이어졌고 두 귀는 민둥머리에 툭 튀어나와 있었다. 손목도 온통 살투성이였다. 팔과 손가락에도 피둥피둥 살이 붙어 있었다. 못생겼다는 말조차 녀석에게 영예로울 정도였다. (34쪽)

 

그제는 맥도날드에서, 어제는 Kevin's Pie에서, 그리고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다.

 

 

 

 

 

 

방학에는 교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English Camp가 있다. 말은 Camp지만 그냥 하루에 한 시간씩 이루어지는 영어 수업이다. 남편은 우리가 오는 게 귀찮은건지, 아니면 지겨운건지, 아니면 싫은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수업이 별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했다. 수영과 로봇토리 그리고 우주항공이 아롱이 과외 수업의 전부인데, 공짜로 영어 배우는 기회를 왜 놓치느냐 했다. 남편은 농구, 도서관 투어, 요리수업 등이 맘에 안 든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나는 원어민에게 “Hi!"나 원 없이 해봐야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한 번 돌린다. 빛의 속도로 돌린다. 머리감고 화장하고 옷을 입는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로 간다. 아롱이는 수업 보내고, 딸롱이와 맥도날드로 향한다. 밀크쉐이크와 컬리후라이를 시키고, 넉달째 읽고 있는 The Giver Quartet을 읽어준다. 짬이 나면 내 책을 잠깐 읽는다. 아롱이와 남편이 나오면 점심을 먹는다. 학교 앞 도서관에 들어간다. 1시간 자유시간을 주고 나서, 아롱이 방학 숙제를 도와준다. 3시 반에 문화센터로 간다. 수영을 하고, 발레를 한다. 집으로 돌아온다.

저번주와 이번주의 생활이다. 아이들 방학이라 점심 차리기 싫어서 나가는거냐,고 말하지 말아 달라,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지내고 있다. 즐거운 시간이다.

모두 다 행복한 시간이지만, 맥도날드에서의 시간이 즐겁다. 너희들은 공부를 하거라, 엄마는 책을 읽으마, 하는 이런 시간 말이다.

정말 못생긴 아기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버드와 올라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아마 그들은 못생겼다고 해도 어쨌든 괜찮아,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아기니까. 지금은 이런 시기를 거치는 것뿐이지. 조만간 다른 시기가 찾아올 거야. 이런 시기도 있고 다른 시기도 있는 것이니까. 결국에는, 그러니까 모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모두 괜찮아질 거야.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39쪽) 

 

첫 번째 단편 <깃털들>은 한 달 전쯤 읽었는데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나와 아내는 직장에서 알게 된 버드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된다. 그날 저녁, 나와 아내는 집안을 걸어 다니는 조이라는 이름의 공작을 보고, 흉측한 치열 석고본을 보관하고 있는 버드의 아내 올라를 보고, 그리고 너무나도 못생긴 그들의 아기를 보게 된다.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 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걸 프랜에게 말하고 싶어서라도 나는 어서 둘만 있고 싶었다. 그 저녁에 내게는 소원 하나가 생겼다. 식탁에 앉아서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했다. 소원이란 그날 저녁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 혹은 다시 말해 그날 저녁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40쪽)

 

좋은 시간도, 나쁜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가게 되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의 행복한 순간이란 대부분 극적인 경우일 테다. 대학에 붙었을 때나, 회사에 취업했을 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인생의 어느 순간, 덜 재미있고, 덜 활기찬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제를, 어제를,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아이들은 제법 자라 스스로 옷을 챙겨입고, 양치하고, 혼자 신발을 신을 수 있고, 걸을 때 손을 잡아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려 밥을 차려줘야 하고, 옷을 사 줘야 하고, 차들이 빨리 다니는 교차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게 분명한 키 작은 아이의 손을 잡아 줘야한다.

나는 향수 뿌리고 멋내고 집을 나서는 딸애에게 백화점 같이 가자고 조르지 않을 예정이다. 나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친구 만나러 간다는 아롱이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매달리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날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엄마랑 숨겨둔 과자를 꺼내먹으며 <반지의 제왕> 복습하는 걸 제일 좋아라 하는 이 아이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려 한다. 그리고 <깃털들>의 나처럼 열심히 생각하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행복하고 즐거운 이 시간을 잊지 말아야지.

오래 오래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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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1-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오늘 무슨 기념비적인 일이 있으셨던갈까 함서~ 들어왔어요!!
소소한 행복들~~,, 상큼상큼 고소고소~해요.. ㅋㅋ
아이들이 자기들의 행복을 찾아 가느라,,, 더이상 곁을 맴돌지 않을 때까지,,
그대들(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겠다고,, 저도 조그맣게 속으로 외쳐 보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5-01-17 10:01   좋아요 0 | URL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한 주였어요.
다음주는 별다른 계획이 없어 아이들과 싸우지 않고 삼시세끼 밥 차려먹는게 목표입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니까요, 모든 면에서 엄마를 찾네요.
찾아주니, 좋아요. 아직은요~~ 헤헤
icaru님도 외치신 그대로 행복하게 지내시기를요~~~

2015-01-22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구매가 자랑스러운 책

나쓰메 소세키 시리즈는 8권까지 구매했다. [풀베개]만 다 읽은 상태인데, 현재 읽고 있는 [산시로]만 빼고, 책장 가운데에 7권이 나란히 모여 있는 모습이 얼마나 뿌듯한지.. 이제 한가로이 ‘소세키’를 읽을 일만 남았다. 읽자, 이제는...  

 

 

 

 

2. 아껴읽은 책 [신중한 사람]

이승우 작가님의 신작 [신중한 사람]을 아껴가며 읽었다. 주옥같은 단편들이다.

 

 

 

 

 

3. 빨리 읽은 책 [소설가의 일]

다음장이 궁금해 뒤로 미룰 수 없는 책이었다. 빠르게 읽었다. 읽으면서 웃었고, 읽고 나서도 많이 웃었다.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다시 읽을 참이다.

 

 

 

 

 

4. Thanks to를 가장 많이 받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자신을 던지는 일, 그 일의 즐거움에 대해, 그 일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Thanks to의 즐거움도 함께한다.

Thanks to여, 영원하라!

 

 

 

5. 자주 써먹은 문단이 있는 책 [책으로 가는 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아이들 책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써먹는 문단이다. 맥락에 맞춰 제대로 써먹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

 

 

6. 기억되었으면 하는 책 [종횡무진 한국사 상, 하]

 

 

 

 

 

남경태님의 책 [종횡무진 한국사]는 역사 읽기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남경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역사책의 책장을 넘기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 행복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못 했는데, 안타까운 부고 소식에 암담한 마음이다. 그 분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 

  

7. 가장 가슴 두근거렸던 책 [초조한 마음]

많이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게 얇은 책도 아닌데,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작가도 좋아하게 만들었던 놀라운 소설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츠바이크의 작품은 모두 읽어야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8. 2014년, 내가 뽑은 올해의 책 [눈먼 자들의 국가]

 

 

 

 

 

진심으로 대통령께 고하건대 아직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당신도 분명 그 꽃다운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선실 구석구석을 수색해 단 한 사람도 빠뜨리지 말고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비서실장의 말 그대로, 누가 보기에도 생각보다 배는 너무 일찍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아직은 남아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기회이다. 역사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단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진 적 없는 나라에서 이 글을 쓴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고 이곳에 발붙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내릴 수 없는 배다. (62-3쪽)

                                                                                               <눈먼 자들의 국가> - 박민규

 

 

 

지난 11월 마지막 주는 아롱이네 반 녹색 어머니회 담당주간이었다. 8시부터 8시 40분까지 등교지도를 했는데, 첫 번째날은 학교 정문 앞에 서게 되었다. 초등학교 정문 바로 위에 중학교 정문이 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후문으로 등교하기에 정확히는 초등학교 등교 지도가 아니라, 중학교 등교 지도였다.

8시 25분,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언덕길을 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최대치인 시간,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려는 아이들도 있어, 내 긴~~ 팔을 이용해 제지하며 말했다.

“얘들아, 저 차 지나고 나서, 다음에 건너자.”

그러면 아이들은 금방 자리에 멈청서곤 했다. 햇빛처럼 빛나는 아이들, 젊음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세상의 온갖 싱그러움을 간직한 아이들,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그렇게 언덕을 올라온다.

교복을 입은 그 아이들을 볼 때, 그 또래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뒤돌아볼, 눈물 지을 사람들이 생각나, 또 한 번 마음이 침울해졌다.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카톡 노란 리본도 그만 내리라고 말하던 요가 강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난 요가강사를 이해한다. 요가강사의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가강사의 조카가 죽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 일이 정말 ‘운 나쁜’ 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고, 그 일은 나에게는, 내 가족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거다. 저 운 나쁜 사람들이 ‘극성스럽다’고 말이다. 자식이 죽었는데, 자식이 눈 앞에서 죽었는데, 극성스럽지 않을 사람이, 그런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른 작가의 글도 읽었지만, 특히 박민규의 글은 꼼꼼히 2번을 읽었다. 그의 애절한 호소가,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9. 2014년, 올해의 문단 [독서의 즐거움]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

 

부엌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개고 하는 것이 싫어 고전을 읽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삶이지만, 일단 이 모든 가정사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들어 읽는 시간을 가지라는 그녀의 말은 내게 너무나도 달콤해,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르려 한다. 문제는 어떤 고전이냐는 것인데, 일단 처음은 쉽고 가볍게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아직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10. 2014년, 올해의 작가

 

 

 

 

 

필립 로스. 그의 책 [미국의 목가 1, 2]를 읽었고, [유령퇴장]을 읽었고, [휴먼스테인 1, 2]를 읽었고, 지금은 [굿바이, 콜럼버스]를 읽고 있다. 다음으로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에브리맨]을 읽으려 하고 있고, [울분]과 [전락]도 눈여겨 보고 있다.  

 

11. 2014년, 올해의 문장 [유령퇴장]

 

 

 

 

 

그     자넨 겨우 서른 살이야. 남자를 많이 수집했나?

그녀  몇 명이면 많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다시 웃는다)

그     대학을 떠난 이후로. 그러니까 졸업식 이후부터, 자네의 남자를 유혹하는 힘으로 날 수집한 오늘 오후까지 말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그런 능력이 전혀 없는 것처럼, 어린애처럼 행동하는군. 자네의 그런 힘에 대해 언급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그녀   그런 얘길 듣긴 했어요. 제가 웃은 건, 선생님이 선생님 당신을 수집된 남자에 포함시키신다면, 제가 수집한 남자를 어떤 식으로 계산해야 할지 몰라서였어요.

그     자넨 날 수집했네. (190-191쪽)

 

 

 

올해의 문장은 ‘자넨 날 수집했네.’이다. 사실 수집된 건 나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겠다.

필립로스, 당신은 날 수집했어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

올해의 문장에 필립 로스의 문장이 뽑힘으로 해서, 필립 로스는 당당한 2관왕이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필립 로스씨! 축하선물을 보내드리겠사오니, 비밀댓글로 주소 3종세트 보내주세요. 꼭이요~~

한 일 없이, 한 해가 다 가버렸다고, 또 한 살 먹었다고, 새치 아닌 흰머리라고 울적해했는데,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읽은 내용을 많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해도 뭐가 대수인가. 책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순간만 기억하면 될 것을.

무엇보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을 수 있는 ‘알라딘서재’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 그 책 참 좋지요? 저도 그 책 읽어야겠어요, 알라딘 이웃들의 반가운 댓글이 있어 더 신나게 감상을 적을 수 있었다. ‘공감’과 ‘좋아요’. 물론 나는 ‘좋아요’ 보다는 ‘공감’을 더 좋아하지만, ‘좋아요’가 더 많아지는 그런 세상도 금방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허접한 방에 찾아와 부족한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알라딘서재 이웃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꾸.벅.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멋지게 변해가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다.

갑자기 기대된다. 흥분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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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1-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단편집. . . 읽고 싶네요!! 다른 책들도 찜~♥

단발머리 2015-01-01 19:44   좋아요 0 | URL
전, [칼]이랑 [딥 오리진], [리모컨이 필요해] 좋았어요. 읽으신 후에 알려주세요~~
그렇게혜윰님은 어떤 작품을 좋아하실까, 궁금해요:)

cyrus 2015-01-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로 구매할 때가 책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뿌듯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냥 책장에 꽂힌 것만 봐도 기분이 좋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

단발머리 2015-01-01 19:52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cyrus님. 나란히 꽂힌 애들 덕분에 밥 안 먹어도 든든합니다^^ 이제 읽는 즐거움을 누릴 때가 되었네요. 헤헤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탁은 제가 드려야죠. 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icaru 2015-01-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태그마저도 깨알같이 성실합니다! ^^
단발머리 님 페이퍼 덕에 좋은 책들 많이 만난 한 해였어요.. 최근에만 해도 불황10년. 소설가의 일..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은 재치기처럼 숨기려해조 숨길 수 없나봐요.. ㅎㅎ;;
참참.. 단발머리님은 단발머리시죠? 아님 조용필 님 팬 ㅎㅎ;;

단발머리 2015-01-01 20:15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icaru님~~~ 새해에는 더욱 정제된 유머로 찾아뵈어야 할텐데.... 가능할까요?
새해 인사 주고 받으니 이제서야 새해 느낌이 나네요. 올해도 자주 뵈어요^^

참, 저는 이 닉네임 만들때는 딸롱이가 단발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고요.
지금은 제가 단발머리네요. 마음에 안 들지만서도...

2015-01-01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5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01-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정성 가득한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볼때면 글 잘쓰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 그리고 2014년 올해의 책 분류도 참 좋아요. 특히 `구매가 자랑스러운 책`은 너무 부러운데요. 진짜 `나쓰메 소세키` 전집 멋지긴해서 갈등했었어요. 저 진짜 사리 나올것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5-01-05 07:30   좋아요 0 | URL
네~~~ `구매가 자랑스러운 책`이 1번이지요.
외적으로 너무 이뻐요. 책 중 책, 책 중의 김태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슬비님, 새해에 좋은 영어책 많이 부탁드려요.
물론 제가 많이는 못 읽겠지만, 보슬비님 방에서 표지만 많이 봐도 웬지 영어랑 친해지는 기분이~~~ ^^

서니데이 2015-01-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해에도 단발머리님의 서재에서 좋은 글 많이 읽었는데, 올해도 기대 많이 하고 있을게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셨으면 해요.

단발머리 2015-01-05 07:3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사업 번창^^ 하시는 한 해 되시기를 바래요.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기억의집 2015-01-0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에 대한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책이 사유의 폭이 넓혀지거나 사고의 질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건 같아요. 예전엔 책을 읽으면 뭔가 다른 사람으로 짜짠~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사 여러 사람을 거쳐보니 아니더라구요. 단지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은 이유가 타인의 상상력에 재미를 느꼈으면 해요. 제가 아들냄 영어를 가르치는데, 어휴.... 진짜 평소 독서부족이라 이해력이 떨어지는데, 그런 거 보면 책이 일부분 간접체험같은 거라 요즘은 강요해요. 예전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은 생각이라 전혀 애들한테 책에 대한 강요을 안 했는데 요즘은 하게 되더라구요~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은 읽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나요. ㅠㅠ

단발머리 2015-01-12 08:00   좋아요 0 | URL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에 완전 공감해요. 책 많이 읽는다고 훌륭한 사람 되는 것 아닌 거 같아요.
다만, 한 권의 책, 그 한 권을 찾고 있어요. 딸롱이는 대략 찾아가는 것 같은데, 아롱이는 아직도 다이나포스만 사랑하네요. ^^
아들 영어 가르치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아들을 가르치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라니요... 응원합니다!

전, 아직 필립 로스에게 빠져 있답니다. ㅎㅎㅎ

기억의집 2015-01-12 08:03   좋아요 0 | URL
휴먼 스테인 재밌게 읽은 거 같은데 에브리맨도 읽었고... 근데 기억이 안 나요. ㅠㅠ 이래서 리뷰나 페이퍼라도 써야하나봐요. 영어 실력 안 되는데 학원비 절약해야해서...

mira 2015-03-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도 읽은 책이 없네요. ㅠㅠ 아, 소설가의 일은 읽다가 말았어요. 좀 천천히 읽으려구요

단발머리 2015-03-12 11:39   좋아요 0 | URL
mira님은 다른 분야를 많이 읽으시니까요. 저는 아무래도 소설 쪽을 많이 읽게 되더라구요.
[소설가의 일]은 정말 좋았어요. 천천히 읽으셔도 좋으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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