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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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코 집안의 이야기는 적잖게 마법적이고 신비했다. 나는 수맥 찾는 사람으로 피에몬테에서 온 페데리코라는 사람과 열두 살에 팬티 속에 12달러를 넣어 가지고 미국으로 갔던 디아만테라는 소년을 호감을 가지고 기억했다. 67p

 

멜라니아 마추코, 그녀가 적은 이 이야기는 그녀의 할아버지,  디아만테를  모델로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

가난한 이탈리아 출신의 11살의 어린 소년과 9살 소녀 비타의 미국 뉴욕행.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힘겨운 인생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 수 있다.

 

비타는 어린 소녀의 이름이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어로 "삶, 인생"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비타의 아들 다이 대위가 이탈리아를 찾은 이야기, 그리고 디아만테의 손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할아버지와 비타 그들의 족적을 찾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책은 여러 시간대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들어가있고, 결국은 큰 흐름, 비타와 디아만테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로 흘러간다. 거의 100년에 이르는 그들의 이야기가..

 

현관문에는 개, 흑인, 이탈리아인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91p

 

꿈을 안고 찾아간 땅 미국은 그들을 반겨주는 곳이 아니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그래서 그들과 어울릴 수 없다 배척하는 0번지의 가장 밑바닥 인생부터 그들은 밟히고 쓰러져 가면서 딛고 올라야했다.

 

우리도 모두 날아올랐다. 땅에서 120미터 위로, 그리고 별은 빛난다. 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것도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뿐이다. 안녕. 117p

 

어린 소년 소녀가 미국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다섯살도 안된 치키토가 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사람들에게 지린내 나는 맥주를 몇방울 얻어마시고 길바닥에 쓰러져 웃음거리가 되고, 제대로 태어나지도 못한 미국 동생은 하늘의 별이 되어 한줌의 재로 흩날렸다.

 

내 동생들을 봤어. 탈라리코와 아메데오가 나하고 같이 있었어. 우리가 교회 벽의 석회를 먹어서 내 동생들 배가 터졌어. 내 동생들은 죽었어. 난 살았고. 144p

 

어린 나이에 그가 머나먼 이국으로 가는 배에 올라야했던 것은 이탈리아에서의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다. 그 아버지 또한 몇번이나 미국 땅에 가려다 실패를 했기에, 모든 자식들이 굶어 죽고 단 하나 남은,똑똑한 디아만테만이 아버지의 꿈을 이어줄 희망이었다. 살아남은 아들, 지독한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도 살아남은 그 아들 디아만테만이..

그래서 그는 미국에서의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버텼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결국 이탈리아로 돌아오게 되었다.

 

모든 것은 그들이 마시는 커피, 너무 진하고 씁쓸하고 추억처럼 먼지가 낀 커피와 함께 침묵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사람이 맞나? 이렇게 투명한 눈을 가진 이 남자가 디아만테였나? 과거를 떠올릴때마다 생생하게, 실물처럼 나타났던 그 소년이 맞나? 다이아몬드는, 아주 귀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유리를 자를 수 있기도 하지만 빛이 비칠 때에만 빛이 난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다. 339p

 

그들에게 인생은 달콤한 밀크 커피가 아니라, 진하고 씁쓸해서 혀까지 아릴 그런 커피였을까?

항상 달콤하게 마시던 커피를 이 책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아주 진한 블랙 커피를 타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오랜 세월을 에둘러 만나게 된 두 주인공 디아만테와 비타 역시 그들 앞에 놓인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되씹는다.

 

디아만테는 자신의 병이 뭔지 안다고 대답했다. 다른 삶을 꿈꾸었던 데서 병이 생겼다. 그리고 이 삶에 배신당하고 삶을 잃은 것이 심지어 꿈까지 잃은 것이 이 병의 원인이었다. 518p

그의 병명은 미국이었다. 520p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지 못했으나, 가난의 굴레를 끊어주어 자식들에게는 자유를 주게 된 디아만테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의 인생사에서 숨겨졌으나 숨길 수 없었던 여인 비타의 이야기까지..

 



 

멜라니아 마추코가 마치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박혀있는 아픈 이산의 체험들을 세상 밖으로 차곡차곡 꺼내놓는다.

매혹적인 소녀 비타에게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것만 같은 강렬한 생의 에너지가 넘실거린다.

삶이 그녀를 속일수록 더욱 꿋꿋하게 그 무시무시한 운명의 상처를 기꺼이 끌어안는 비타의 용기가 눈부시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 또한, 과거의 부모님 세대, 또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 또는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되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금 이렇게 풍요롭게 살고 있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우리 민족 또한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고, 힘들었던 시국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 또한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통해 가난의 굴레를 끊고자 노력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손녀 작가가 풀어낸 아름다운 문체로 족보와도 같은 두툼한 책으로 만나게 되니 백년전의 그 나라, 그 땅으로 되돌아간 생생한 느낌에 읽는 내내 몇번이나 숨을 멈추어야만 했다.

 

비타, 처음엔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던 감동의 작품.

실제가 아니라면, 단지 연구 조사에 의해 이렇게 생생히 되살릴수 없었을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그 감동의 순간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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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 실천로드맵 잠수네 아이들
이신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절판


얼마 전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 공부법 입문로드맵을 읽고, 잠수네 강연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우리 아기가 낯만 안가렸어도 업고라도 가봤을텐데, 대전에서도 하는 강연회의 좋은 기회를 그만 놓치고 말았는데, 몇백명씩 뽑는 그 참석자가 대기자가 몰릴 정도로 엄청난 성황을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유아를 두고 있던 터라, 나만 몰랐던 잠수네의 엄청난 인기. 아이엄마라면 정말 많은 이가 알고, 또 실천하고 공부하는 곳이 바로 잠수네 사이트였고, 학습법이었다.




입문로드맵을 읽을 적에도 엄마들의 그 열기에 주눅이 들 정도였는데, 실천 로드맵을 읽으니 그 후끈한 열기가 더욱 와닿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아이 최고로 키우고 싶고, 엄마보다 영어 더 잘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한량없지만, 정작 유학도 안된다 하고, 어릴 적부터 조기 교육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빠 덕분에 (게으른 엄마 덕분이라 하지 않고, 이럴때 아빠 핑계를 댄다.) 욕심만 나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친구네 아기는 벌써 내년부터 영어 유치원에 등록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너무 어린 것 같아서 영어 유치원은 커녕 아직 한글 공부도 들어가질 않았다. 마치 기어가는 아기 앞에서 뛰어가는 아기를 바라보는 심정이라 엄마 마음은 갑갑하기만 했다.


이 책은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엄마의 다부진 노력과 관심으로 아이와 함께 공부한다면, 충분히 아이를 현지인 못지 않은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드는 조언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 읽는 사람들은 입문 로드맵을 먼저 보고, 실전에 임할때 이 책을 보며 더욱 상세히 참고하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잠수네 대표 이신애님의 칼같은 조언들 사이사이로 잠수네 사이트 엄마들의 시기 적절한 후기들이 그대로 녹아들어가있다. 그래서, 아, 이렇게 빛을 보았구나. 이렇게 고생하면서 실력 향상이 되는 구나. 거저 얻어지는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시작도 못해본 아이 영어 공부지만, 엄마들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와서 잠시 머리가 아프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말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 영어 공부에 길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흘려듣기, 집중 듣기,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영어 책 읽기와 선택 사항들, 그리고 하루 3시간 영어 공부라는 처음에 들으면 무모해보이는 많은 공부량들은 무작정 주어지는 폭탄같은 공부가 아니었다. 아이 수준에 맞게 적용과정, 발전과정, 심화과정, 고수과정에 따라 어떻게 계획을 짜고, 진행을 해나가면 좋을지.. 세부적인 조언들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정확한 실천이 가능하게 이끌어주는 지침서.


입에 넣어주는 떡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엄마들의 많은 잠수네 입문 공부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적어도 무작정 사이트에 들어가 밤샘 공부를 시작하기 보다 입문 로드맵과 실천로드맵을 여러번 정독하고 나면 몇날며칠 인터넷과 씨름하는 것보다 더 일목요연한 방법이 보이리라 생각된다.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으며, 교과서 읽듯 읽어야겠다 생각이 되는 책은 정말 드물게 만나는 보석같은 책이었단 생각이다.


내 아이를 위한 영어 공부, 그리고 부모로써 도움이 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옆을 지켜 주어야 하는 것, 그 길만이 우리 아이가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현지인처럼 말하고, 읽고 듣는 그 날이 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예전판도 있었다는데, 개정판으로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엄청나게 방대한 추천교재에 있었다.

아이 영어책을 1000권, 2000권씩 읽게 하라는데, 도대체 그 리스트를 어떻게 구할 것이며 엄청나게 세분화된 단계에 따라 어떻게 골라야할지 막막한 부모들을 위한, 10년의 노하우가 농축된 요즘 시대에서 고를 가장 적합한 책만의 리스트, 그 방대한 양은 이 책의 거의 절반의 두께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그리고 실행하고 있는 엄마들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그런 리스트가 될 유용한 정보,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 공부법 실천로드맵만이 갖추고 있는 주옥같은 정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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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즐거워지는 만들기 놀이 - 아이랑 엄마랑
레베카 길핀.피오나 와트 지음, 이미연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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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부터 생일보다도 더 즐겁고 기다려지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였다. 웬지 들뜨게 만드는 흥겨운 캐롤송, 친구들과 주고 받는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 그리고 형형 색색 너무나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12월은 그래서 한달 내내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만드는 달로 기억된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뭔가 만들기를 좋아했던 터라, 학창 시절, 그러니까 대학때까지도 가끔 크리스마스때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카드를 주기도 했고, 솜씨만 있다면 쿠키를 주워서 선물포장하고픈 작은 바램이 있었다. 쿠키는 오븐을 산 지금도 냉동생지로만 구워보고, 직접 만드는 것은 시도해보지 못한 터라 그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의 설레임은 아기엄마가 된 지금도 남아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예쁘게 하고, 직접 만든 카드를 친구들과 주고 받고, 예쁜 쿠키를 구워 선물하고 멋지게 차린 디너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 이 모든 꿈을 다 이루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엄마에게는 바램으로 끝난 일이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두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해주고픈 심정이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즐거워지는 크리스마스가 즐거워지는 만들기 놀이. 이 책을 보는 순간, 아, 요즘 심심해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만들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에는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바란 그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크리스마스 장식 소품, 카드와 포장지 만들기, 그리고 크리스마스 요리까지.. 이 책 한권으로 요리까지 커버가 되니 여러 책 구비할 필요 없이 한권으로 크리스마스가 해결되는 그런 책이었다.




사실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앞서지만, 우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따라할 수 있는 장식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 또한 아기와 가장 먼저 해본 것이 쉬운 것 편에 나와있던 크리스마스 대림 달력.




12월 내내 눈빠지게 크리스마스만 기다린 나를 위한 달력이 아닐 수 없었다. 책에선 무척 예뻤는데, 엄마 솜씨가 딸리는 지라 만들고 보니 모자라 보였지만, 만드는 동안 아기 눈이 반짝이며 즐거워했고, 엄마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직접 만든 장식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들이 많았다. 어린 유아서부터 초등학생들, 심지어 어른들도 따라 만들어 친구들에게 돌려도 인기를 얻을 것 같은, 쉬우면서도 폼나는 그런 새로운 방법들이 소개되어 참신했다. 서양 사람이 저자라 그런지, 호랑가시나무 요정 등이 소개되는 것은 크리스마스가 산타와 루돌프로만 기억되는 우리네 정서와는 또 달랐지만,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예쁜 카드와 크리스마스 장식 소품이 얼마나 비싼지 잘 알기에 지갑을 열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종이와 풀 등으로 이렇게 예쁘고 멋진 수제 작품들이 만들어진다는게 놀랍고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하나쯤 장만해두면, 카드 몇개 사고 말 돈으로 수십장의 카드와 더 비싼 장식품들을 아이와 즐겁게 만들 수 있어 더한 이득을 보는 책이 바로 이런 만들기 책, 그중에서도 특별한 크리스마스 만들기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새로이 배운 작품들이 많아서, 독특하고 재미난 나만의 카드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과 어머니께서 이번에 옷걸이를 응용한 리스를 만들고, 움직이는 산타 인형을 만들었다고 보여주셨는데, 이 책을 미리 빌려드렸으면 다른 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드셨을텐데 싶어 아쉬움이 들었다. 진작에 보여드릴걸, 좋은 거 나 먼저 보겠다고 갖고 있다가 수십명의 아이들에게 기쁨 줄 기회를 놓친것 같아 안타깝다. 내년에는 꼭 이 책을 참고해서 예쁜 교실을 꾸미시고, 아이들과 행복한 만들기 수업시간 되시게 도와드리고 싶다.



어린 우리 아들과만 즐거웠던 시간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만들면 더 행복한 시간일것이기에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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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잃지 않는 엄마 되기 - 탄생부터 사춘기가지 아이와 함께 크는 모성의 7단계
앤 플레셋 머피 지음, 김혜원 옮김 / 민음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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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키운다는 것, 남들이 다 잘하고 있는 것들이라 나 또한 무.난.하.게. 해낼수 있을거란 대단한 착각을 했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무엇보다도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학창시절에 공부만 하면 됐던 그 시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연약한 어린 존재를 이제 오롯이 내 능력으로 24시간 365일 지켜보며 키워야 하며, 그것은 짧게 지나가는 시기가 아니라, 이제는 평생 나라는 독립존재가 아닌 아이의 어머니로 거듭나게 되는 중대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기를 낳을때까지만 해도,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나는 아기를 키우면서 상상 속의 멋진 어머니상과 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유 수유만을 고집했는데, 원하는대로 젖이 돌지 않아 아기는 배고파 힘들어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아 내가 차라리 잠이 없이 견딜 수 있는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잠든줄 알고 아기를 내려놓으면 보채며 깨는 통에 아이를 안고 앉아서 조는 일이 허다했고, 남들이 100일이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그 시기가 나는 200일이 족히 넘도록 계속되었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이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을, 세상 모든 어머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나는 우리아들을 키우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기 돌이 지나 밤에도 잠을 좀 자게 되자, 그때부터 나를 위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기에게도 엄마가 책을 보는 모습이 좋겠다라는 자기합리화가 있었지만, 한가지에 몰두하면 지나치게 빠져드는 습성이 있어서, 아기 두돌이 지난 지금은 하루에 몇권 책을 읽을 때도 있을 정도로 소화하기 힘든 독서를 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낮에도 아기에게 신경을 덜 써주게 되어 항상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엄마들은 만 두돌, 세살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어렸을적부터 책 많이 읽어주고 교구 들여 공부시켜 주고 문화센터니 영어 유치원이니 데리고 다닌다는데, 게으른 엄마인 나는 너무나 이기적으로 아기 먹거리에도 소홀하고 내 취미생활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오늘도 친구와 만나 자기성토에 빠져들었다. 난 이래서 안돼, 난 이래서 나빠. 친구 또한 그런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엄마들은 다 같은 고민을 하는게 아닐까? 의견을 나누었다. 며칠전부터 계속 내 마음을 파고 드는 책, 자아를 잃지 않는 엄마되기.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 나의 이런 죄책감은 사실 당연한 건지도 몰라. 굳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위안도 되고, 좀더 마음의 융통성을 가지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또 나는 독서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인가.

 

 아기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다고 고민하는 나였지만, 사실 우리 아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엄마 못지않게 넘치고 있다 생각한다. 아기 얼굴만 봐도 행복해서 껴안고 뽀뽀하고, 귀찮게 하면 아들이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 이모가 뽀뽀하자고 하자, "엄마 뽀뽀" 하면서 엄마만 뽀뽀하는 얼굴이라며, 내게 다가오고, 이모가 사랑해 하자~ 엄마 사랑해 하며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아, 그래도 우리 아기가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아기 어릴적에 밤잠도 못자고 키웠던 기억이 이제는 아기가 주는 웃음으로 모두가 지워져 버리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행복한 것은 사실이다.

아기만을 위한 24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엄마의 자아를 찾기 위한 시간이라기 보다는 내가 즐길 휴식이 필요해서 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는 것이 어쩌면 친구 말대로 돌파구가 있어 아이에게 덜 화를 내고, 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걸수 있다 하였다. 대신에 너는 우울증이 오지도, 아기에게 화 낼일도 적지 않냐며 되묻는 친구 말에는 정말 그렇기는 해. 하는 답변을 주었으니..

 

이 책에도 한살과 두살 엄마들이 많이 우울증에 걸리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를 잠깐의 휴식만 있어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시기라 하였다.

아이의 탄생서부터 사춘기때까지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그 시간에 대해, 아기를 키우며 엄마의 정서 또한 성장하고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가르쳐주는 책.

자신의 두 남매, 매드와 닉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해가며, 우리에게 생생한 조언을 해주는 이 책이 참 살갑게 느껴졌다.

 

엄마도 사람인데,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니 완벽할 수 없는 건데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우울증에 빠지고 죄책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엄마의 아픈 마음을 토닥여주는 책이었달까? 읽는 구절마다,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아 고맙고 감사했다.

 

서양 아이 나이 기준이라 이 책에서 말하는 한살과 두살은 만 한살과 두살이니, 만 두돌을 얼마 지나지 않은 우리 아기는 3단계 한살과 두살 편에 해당되었고, 곧 4단계 세살에서 여섯살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끔찍한 두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우리나라의 미운 세살과 같은가보다.)

이 연령이 무자비하게 끔찍해서라기 보다는 이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극단적으로 유쾌한 감정과 피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저기압 상태를 번갈아 경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잘 먹고 기운이 넘치고 평온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잠을 한숨도 못잔건 물론이고 제때 밥도 못 먹고 친구에게 전화한통 할 여유조차 없었다면 ,

당신의 보석함에 손대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정신이상자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정말로 심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196.197p

 

그럴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소리를 지르거나 베개를 한방 내리치거나 숨을 푹 쉴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갖기만 해도 다시 자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

201p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이 시기 아이들의 돌출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난감할때가 많다. 그럴때 무조건 화를 내며 기선제압한다는 친구서부터, 차분히 기다려준다는 친구들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지만, 자신에게 쌓이는 묵직한 스트레스의 중압감은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기에게 내는 화는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아주 간단한 여유, 사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쉽게 폭발해버릴 수 밖에 없는 육아의 중압감을 직접 엄마가 되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라 생각한다.

 

한두살치고는 말을 제법 잘하는 줄리엣의 엄마 호프는 수다쟁이 딸의 어휘력이 늘어날수록 엄마의 화를 돋우는 능력도 늘어난다고 했다. 269p

우리 아기보다 여섯달 빠른 딸을 둔 친구만 해도 아이의 주장과 고집이 제법 세져서, 이제는 아이 기분 헤아리고 맞추기가 너무너무 힘이든다 하였다. 친구와 함께 이 책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아이 크는 것에 따라 달라지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비단 우리 아이가 특별하고 예민해서가 아니라 다 정상적으로 겪는 상황이니 편안해 보이는 다른 엄마들도 다 똑같이 힘들어하고, 어렵게 보내는 시기임을 깨달으면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이 시기도 소중하게 되돌아볼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밝은 믿음이 생길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내가 배운 것은 가족의 상황에게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아이의 독특한 개성을 고려해서 일정한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271p

매디는 좋아하는 바비인형이나 장난감을 치워버리는게 잠깐 휴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닉은 벌을 주는 방법이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아이의 집요한 협상기술을 고려했을때 페어런츠에 실었던 어느 기사에 인용된 징계 수단이 가장 유효했다. 272p

 

십여년동안 육아전문지 <페어런츠>의 편집장을 지낸 경력과 미국 ABC 방송국 간판 프로 <굿모닝 아메리카>의 육아부문 작가로 참여해 두각을 나타낸 작가 앤 플레셋 머피, 그녀가 풀어내놓은 육아에 대한 진솔한 경험들은 초보 엄마인 우리, 그리고 아이를 둘, 셋 그 이상을 낳아 바쁘고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땅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든든한 지원이 되는 글로 살아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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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재의 달인 선정 기준]  

1) 2009년 12월 1일 ~ 2010년 11월 30일까지의 활동 내역을 산정하였습니다.
2) 아래의 항목들을 지수화하여 1차 선정하였습니다. : 마이리뷰, 포토리뷰, 밑줄긋기, 마이페이퍼, 40자평, 즐겨찾기 당한 수, 추천된 수, 다른 글을 추천한 수
3) 단, 지수 산출 시점에서의 비공개된 글, 최소 기준의 글자수 미만의 글, 본인이 직접 추천한 추천수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4) 광고글, 스크랩글, 도배글 위주로 운영되는 서재는 제외되었습니다.
5) 지수가 높더라도 "즐겨찾기 당한 수" "다른 글을 추천한 수" "추천된 수" 중 한가지라도 최소 기준 이하인 서재는 제외되었습니다.  


[2010 서재의 달인 & 서재의 새얼굴 혜택]  

1) 선정 후 1년간 (2011년 1월 1일 ~ 12월 31일까지) 구매내역과 관계없이 무조건 알라딘 멤버십 플래티넘 등급 혜택을 드립니다. 플래티넘 회원은 아래의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세히보기)
- 구매 금액의 3% 추가 마일리지를 드립니다.
- 매월 초 도서 할인쿠폰 2매, 맥스무비 영화할인권, 무료 문자메시지 100건을 드립니다.

2) 서재의 달인과 새얼굴로 선정되신 모든 분들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기념품은 알라딘 2010 머그컵과 달력, 선물상품권 1만원입니다. (머그컵 색상은 랜덤)
기념품은 나의계정에 저장된 주소와 연락처로 발송되오니, 12월 15일 이후로 주소지가 변경되었거나 다른 주소로 받으실 분들은 본 페이퍼 하단에 비밀 댓글로 "주소/핸드폰번호/받으실 분" 정보를 적어주세요. 마감은 12월 30일입니다. 

3) 2010년 앰블럼 표시 :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신 분들께만 해당되며, 서재관리 > 레이아웃/메뉴 페이지에서 표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10 서재의 달인]

물만두님 http://blog.aladin.co.kr/mulmandu
2/6최상철님 http://blog.aladin.co.kr/781058144
4대강사업반대조선인님 http://blog.aladin.co.kr/koreaisone
같은하늘님 http://blog.aladin.co.kr/junhwan
고고씽휘모리님 http://blog.aladin.co.kr/jaju79
골라자바자바님 http://blog.aladin.co.kr/782957143
굿바이님 http://blog.aladin.co.kr/goodbye
글샘님 http://blog.aladin.co.kr/silkroad
꿈꾸는섬님 http://blog.aladin.co.kr/redmhk
나비님 http://blog.aladin.co.kr/thebookshelf
낮에나온반달님 http://blog.aladin.co.kr/703141123
노이에자이트님 http://blog.aladin.co.kr/782087115
다락방님 http://blog.aladin.co.kr/fallen77
동화세상님 http://blog.aladin.co.kr/710674126
된장님 http://blog.aladin.co.kr/hbooks
라주미힌님 http://blog.aladin.co.kr/biometrics
러브캣님 http://blog.aladin.co.kr/781377146
로쟈님 http://blog.aladin.co.kr/mramor
마녀고양이님 http://blog.aladin.co.kr/757611146
마노아님 http://blog.aladin.co.kr/manoa
머큐리님 http://blog.aladin.co.kr/hannibal
모든사이님 http://blog.aladin.co.kr/myforties
무한오타님 http://blog.aladin.co.kr/azamone
무화과나무님 http://blog.aladin.co.kr/booktopia
보슬비님 http://blog.aladin.co.kr/boslbee
북스강호님 http://blog.aladin.co.kr/784708156
비연님 http://blog.aladin.co.kr/camus
빵가게재습격님 http://blog.aladin.co.kr/bkinterface3
살구주스님 http://blog.aladin.co.kr/cdj541
서란님 http://blog.aladin.co.kr/798705183
순오기님 http://blog.aladin.co.kr/714960143
스즈야님 http://blog.aladin.co.kr/770669166
신의딸님 http://blog.aladin.co.kr/ceo71ceo
아프락사스님 http://blog.aladin.co.kr/abraxas
양철나무꾼님 http://blog.aladin.co.kr/745144177
얼그레이효과님 http://blog.aladin.co.kr/717962125
울보님 http://blog.aladin.co.kr/Jun-98
이매지님 http://blog.aladin.co.kr/imagination7
전호인님 http://blog.aladin.co.kr/jeonhoin
차트랑공님 http://blog.aladin.co.kr/746104135
카스피님 http://blog.aladin.co.kr/caspi
클립통님 http://blog.aladin.co.kr/737856165
파고세운닥나무님 http://blog.aladin.co.kr/outofplace
프레이야님 http://blog.aladin.co.kr/sense
필리아님 http://blog.aladin.co.kr/729034103
하이드님 http://blog.aladin.co.kr/misshide
행인01님 http://blog.aladin.co.kr/709049114
후애(厚愛)님 http://blog.aladin.co.kr/712139133
후와님 http://blog.aladin.co.kr/musil1
희망찬샘님 http://blog.aladin.co.kr/san3337010
apouge님 http://blog.aladin.co.kr/apouge
Arch님 http://blog.aladin.co.kr/numinose
blanca님 http://blog.aladin.co.kr/blanca98
Cura님 http://blog.aladin.co.kr/706688166
hnine님 http://blog.aladin.co.kr/hnine
hyeduck님 http://blog.aladin.co.kr/hyeduck
ilovebooks님 http://blog.aladin.co.kr/796631144
L.SHIN님 http://blog.aladin.co.kr/come2castle
Luv님 http://blog.aladin.co.kr/728305196
Mephistopheles님 http://blog.aladin.co.kr/mephisto
stella09님 http://blog.aladin.co.kr/stella09
Tomek님 http://blog.aladin.co.kr/tomek

 

[2010 서재의 새얼굴]

귀를기울이면 http://blog.aladin.co.kr/bluedot
아트로포스 http://blog.aladin.co.kr/madeleine
인삼밭에그아낙네 http://blog.aladin.co.kr/738294175
http://blog.aladin.co.kr/paperlamp
cyrus http://blog.aladin.co.kr/736553166
herenow http://blog.aladin.co.kr/herenow
LAYLA http://blog.aladin.co.kr/726341193
pjy http://blog.aladin.co.kr/78623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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