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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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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떨 때 쓰느냐 물으시면


시는 쓰려고 앉아 있을 때만 써지지 않지

오로지 시를 생각할 때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물을 데우고
물을 따르는 사이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휙 하니 지나가고
그 자리 뒤로 무언가 피어오르는 듯할 때
그때

조용할 때만 오지도 않지
냉장고가 용도를 멈출 때
저녁 바람이 몇 단으로 가격할 때

시는 어느 좋은 먼 데를 보려다
과거에 넋을 놓고
그러던 도중 그만 하는빛에 눈이 찔리고 말아
둥그스름하게 부어오른 눈언저리를 터뜨려야
겨우 쏟아지는지도

쓰지 않으려 할 때도 시는 걷잡을 수 없이 방향을 잡지

어디에 쓰자고 문 앞에 매달아 둘 것도 아니며
무엇이라도 되라고 등불 아래 펴놓는 것도 아니며
저기 먼 끝 어딘가에 이름 없는 별 하나 맺히는 것으로
부시럭거리자는 것

흐렸다 갰다를 반복하는 세상 어느 골짜기에다
종소리를 쏟아 붓겠다는 건지도

시는 나아가려 할 때만 들이치는 게 아니어서
멀거니 멈출 때
흘린 것을 감아올릴 때
그것을 움푹한 처소에 담아둘 때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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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엔가 시를 써 보겠다고 모여 앉아 있던 야나문이 그리울 때가 있다. 부암동을 떠올리면 야나문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만 같다. 문득 떠오르는 부암동의 골목길, 북카페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끔 그게 꿈은 아니었을까 싶을만큼 그곳에 가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고,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어느새 월말, 수업, 시험, 일상의 반복이 지루할 틈도 없이 지나가고, 시를 써보겠다고 덤벼들었던 그 시간들은 색바랜 나뭇잎처럼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다. 그래도 반가운 시집을 만나고, 시를 읽고, 옮겨 적어보는 이 시간이 있어서 오늘은 다행스럽기만 하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꿈꾸는섬도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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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23:3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00:1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01:11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07:3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08:13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09:05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11-10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도 시를 쓰게 하는 땔감이 되지 않을까 해요.
시인들은 특히 그리워하는게 많은 사람 같지요? ^^

꿈꾸는섬 2017-11-10 07:38   좋아요 0 | URL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도 시를 쓰는 땔감, ㅎㅎㅎ 그런 것 같아요.^^
그리워하는 게 많은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도 ㅎㅎ공감되네요.
알라딘에 오랜만에 글 올리니 그리운분들이 댓글 달아주시고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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