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늦잠을 잤다.
새벽 축구를 보네마네 하다가 결국 아침에 남편만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아이들과 난 까무룩 잠이들어 8시에 일어났다. 애들 학교 보내야할 엄마가 늦잠이라니 정말 부끄럽다.
부랴부랴 밥 먹여 학교 보내고 학교도서관에 봉사하러 갔다. 가기 전 사서쌤께서 전화했는데 오늘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신단다. 도서관 열쇠를 행정실에서 받아야하고, 쌤이 미처 마무리 못한 그림책 분류번호 p자를 붙이는 작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전화였다. 막상 부탁 전화를 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니 걱정말고 휴가를 맘편히 보내시라하고는 부지런히 도서관으로 갔다.
함께 봉사하시는 분과 오전내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도서관에서 보냈다. 12시까지인데 오후 봉사자에게 열쇠를 전달하기 위해 12시반까지 기다렸다. 마침 친하게 지내는 분이셨는데 빵과 커피를 챙겨오셨다. 간단히 빵 몇조각 먹고 그냥 집으로 가려던 중에 작은애가 도서관으로 올라왔다. 방과후공개수업이라고 내 손을 끌고 교실로 갔다. 가면서 오늘 탬버린 가져 가는 날었단 말을 하는데 그제서야 아차했다. 유독 숙제와 준비물에 민감하신 담임선생님께 꾸중 들었냐고 물으니 다행히 혼나진 않았단다. 오늘따라 두녀석 다 휴대전화도 두고가서 내게 전화도 못했다하고, 정말 정신없이 바쁜 탓이라고밖에 못하겠다.
작은애 공개수업이 끝나고 바로 큰애 공개수업이 있는데 작은애 피아노 학원 보내는 문제에 걸렸다. 그래도 다행히 함께 학원가는 친구 엄마편에 딸려보내고 큰애 방과후공개수업을 참관했다.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 4시에 방문하는 영어학습지선생님 맞을 준비를 하고 3시40분에 현수 학원으로 가서 데려오니 방문쌤이 오시고 큰애까지 5시반까지 수업을 하고 가셨다. 그 시간에 부지런히 저녁 준비하여 6시에 저녁식사를 하고 큰애 7시까지 큰애 축구교실 대표팀 테스트에 참석했다.
오늘 하루동안 쉴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더니 오히려 잠도 잘 안 오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커피를 세잔이나 마셨다. 하루를 바쁘게 사는 게 활력있어 좋긴한데 애들 따라다니고 애들 시간 신경쓰며 체크하는 일도 은근 어렵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하니 이제 그만 잠을 청해야겠다.

 
 
blanca 2014-06-24 11:00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반가워요. 저도 이런 스케줄에 아기까지 안고 따라다니려니 정말 행군 같아요 ㅋㅋ
저도 피아노 학원 데려가는 일은 선생님, 친구 엄마에게 신세를 자꾸 지게 되더라고요.
엄마들이 건강해야 아이들 생활도 무탈하니 우리 건강하자고요!

무스탕 2014-06-24 16:06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누구보다 바쁘고 피곤한 직업임이 확실해요.
그 와중에 꼭 짬을 내서 꿈섬님을 위한 시간도 갖도록 하세요 ^^

마녀고양이 2014-06-25 19:28   댓글달기 | URL
아하하, 꿈섬님 무지하게 바쁘셨구나... 방과후수업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러게요, 엄마는 정말 바쁜 역할인데, 해도해도 티도 안 나구, 안 하면 티가 팍팍 나는.

꿈섬님, 맘들끼리 화이팅해요!

수퍼남매맘 2014-07-18 13:35   댓글달기 | URL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살다 보면 엄마라고 해도 늦잠 잘 수도 있죠. 뭐~~
 

살아간다는 게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살아간다는 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우리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깊은 반성중이다.

내 감정을 조절하는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좋을 때는 다 주어도 좋을 것처럼 굴다가도 싫을 때는 어느 것 하나도 주기 싫어서 안달하는 내 상태가 의심쩍다.

 

내게 남은 벗은 책뿐인듯 하다.

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것이, 한동안 소원해져서 나라는 사람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텐데도 책은 그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기를 잘 했다.

학교 도서관의 책들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 달에 두번 봉사를 하며 도서관의 서가가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하게 돌아보던 학부모 도서코너를 좀 더 유심히 볼 기회이기도 했다.

 

<빅픽쳐>를 읽은 후 더글라스 캐네디를 알게 되었다. 이후 <모멘트>를 읽었고, 얼마전 <템테이션> 그리고 지금 <행복의 추구>를 읽고 있다. <파리 5구의 여인>은 영화로만 보았다. 더글라스 캐네디의 작품이 얼마나 술술 잘 읽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작품의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나 구성, 플롯 등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난 요새 '새러 스마이스'의 삶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한다. 과연 내 인생은 어느 부분에서부터 잘못 끼워진걸까하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언사에 내가 내게 실망하는 요즘이다. 나의 생각을 거르고 걸러서 좀 더 신중하게 말해야하는지도 모르는데 자꾸만 그러지 못하고 내 감정을 고스란히 타인들에게 드러내서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함께 명예사서를 하게 된 분은 다른 지역에서 작년에 이사를 오셨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마치 '섬'같단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다닌 학부모들과 교류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단다. 우리 동네 엄마들이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그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하다보니 다른 이들에 대해 평가하는 이야기가 나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힘이드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만나고 이야기하고 결국 사건이 커지면 다투기까지 한다. 동네가 작다보니 한 집 걸러 한 집씩 대부분 아는 사람들로 연결되어 있고, 싸움이 났다는 소문은 결국 누군가가 떠나는 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런 소문은 끊임없이 해마다 들려 온다. 누구와 누구와 싸우고 결국 누구가 이사갔다로 마무리가 되는 이야기가 끝없이 나온다.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서툰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담스럽다. 그러다보니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요새 정말 미치도록 외롭다고 느꼈던 건 정말 외롭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아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니지만, 누군가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마땅치않다.

엄마들의 이야기는 늘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이다.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보다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어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고보면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들은 내게 잘난척하는 기질이 있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나는 잘난척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싶다.

모든 나에 관한 이야기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사실이다.

 

'새러'가 맨허튼을 떠나 브룬스윅 작은 마을에서 사는 동안 그 마을 사람들은 새러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 새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 새러가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고를 안다. 그렇다고 그걸 떠벌리거나 이야기의 주제로 삼아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돌고 도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곳에 정착해서 살기로 결정한 이상 돌고 도는 이야기 속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래서 더 우울한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동네의 그물처럼 펼쳐진 인간관계에 걸려들지 않을 방법이란 없으니 말이다.

 

우울과 조울이 자꾸만 번갈아가며 엄습해온다.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면 우울이 더 찾아오는 것 같다.

일부러 기분 좋게 행동하고 말하려고 하다보니 더 불쑥 나쁜 감정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다.

우선은 기분좋게 아이를 맞아줘야할 것 같다.

 

 



 
 
후애(厚愛) 2014-05-30 16:48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무척 덥습니다..ㅠㅠ
더위조심하시고 늘 건강 챙기셔요.^^

힘 내세요~!!! 화이팅입니다.^^

꿈꾸는섬 2014-05-31 05:31   URL
여기도 한낮엔 무척 더워요.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살만해요.
후애님도 늘 건강하세요.^^

수퍼남매맘 2014-05-30 23:22   댓글달기 | URL
학부모끼리 잘 만나고 어울리다가도 틀어지는 경우 많다고 들었어요.
특히 아파트촌은 소문이 장난이 아니라고....
학부모독서모임을 하면 좀 힘이 날텐데..
토닥토닥 힘 내세요.

2014-05-31 0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5-31 02:56   댓글달기 | URL
더글러스 케네디~ 책 제목만 들었지 실제 읽은 건 하나도 없네요. 집에 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ㅠ
사람 사이의 문제는 어디나 있게 마련이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는 방법도 익혀야 할 것 같아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하면 학습활동도 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듯해요.
어제 그림책 신규 동아리 첫모임 가졌어요~

꿈꾸는섬 2014-05-31 05:40   URL
저도 처음엔 덥썩 읽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읽나보니 빠져드네요.
그냥 유명하기만한 작가는 아니것 같아요. 미국사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동아리활동에 익숙치않아서 사실 좀 겁부터 나네요.

blanca 2014-05-31 12:32   댓글달기 | URL
무슨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문제는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지역 사회에 안 들어가려 하면 외롭고 들어가면 분란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고....저는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너무 밀착된 관계를 경험해서 그 피로도가 참 크더라고요. 사람은 어디에서든 결국 다 외로운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 이야기, 너무 동감해요. 정말 다들 아이 이야기만 하면서 '나'의 이야기는 어디론가로 가 버리죠. 그래도 꿈섬님, 꼭 좋은 따듯한 인연 찾아올 거예요. 기대도 믿음도 간직하다 보면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더글러스 케네디 책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꿈꾸는섬 2014-06-05 17:01   URL
더글러스 케네디 책은 정말 재밌어요.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책이 있어 다행인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4-05-31 12:57   댓글달기 | URL
이겨내셔야 해요 저도 그래요 함께 힘내요

꿈꾸는섬 2014-06-05 17:03   URL
아이들 키우는 일과 더불어 나도 함께 성장해야하는데 여전히 어렵네요.
얼마간 좀 우울했었는데 이제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말씀처럼 힘을 내야죠.ㅎㅎ
 

요새는 컴 앞에 있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바깥활동이 많아진 것도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니 그런 것도 같다.

학교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빌려 읽었던 책들도 갈무리해야지했는데 그게 또 그냥 흐지부지 갈무리하지도 않고ㅜㅜ

알라딘에도 자주 들락거리며 글을 써야지 했던 것도 후지부지 되어버렸다.

 

학교 도서관에서 정글만리1을 빌려 읽고 얼른 2권과 3권을 빌리려고 했으나 연체중이란다.

교감선생님께서 빌려가셔서 여태 반납을 안 하신 거란다. 바쁜 일과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실 수 있지만, 그 책을 기다리는 나로서는 얼른 반납해주시기를 바랄뿐이다. 그냥 사서 읽을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 책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수퍼남매맘 2014-05-25 12:07   댓글달기 | URL
정글만리 정말 재미있어서 한달음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집이 가까우면 빌려드릴 텐데.....

꿈꾸는섬 2014-05-26 16:47   URL
ㅎㅎ오늘 도서관 봉사일이라 갔는데 여전히 연체중이더라구요.
교감샘이시라 사서샘이 말씀 드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읽을 때 이어서 읽으면 좋은데 말이죠.
그 덕에 <템테이션>을 읽고 오늘은 <행복의 추구1,2> <정도전>을 빌려왔어요.
도서관 봉사하니 책 빌려 읽기가 쉬워졌네요.^^

순오기 2014-05-27 04:11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다녀가요~
바쁘기도 했고, 지난 수욜밤에 공유기 바꾸면서 선을 잘못 꽂아 인터넷이 안됐어요.
어제 오후 서비스 받고 인터넷이 됐어요.

꿈꾸는섬 2014-05-30 12:08   URL
순오기님 정말 바쁘게 사시던걸요.ㅎㅎ(카스를 보니)
숲해설사로 멋지게 사시는 모습 정말 대단하세요.^^
늘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희망찬샘 2014-05-31 08:03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봉사를 하시는군요. 저희 학교도 그래서 어머님 봉사자들을 위해 도서 권수를 팍팍 늘려 드렸습니다.

꿈꾸는섬 2014-06-05 17:04   URL
네, 저희도 봉사자들은 2권 더 늘려주셔서 정말 좋더라구요.
학교 도서관이 더 친근해졌어요.^^
 

요즘은 아이들 책 읽기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학과 공부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가득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전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내가 읽을 책을 빌려왔다. 명예사서를 하니 좋은 점이 2권의 책을 더 빌릴 수 있게 되었다.

현수는 얼마전 도서관에서 본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가 인상적이었는지 인디고에서 출판된 <오즈의 마법사를 빌려왔다. 물론 현수가 읽기엔 벅찰 것 같은데 현준이가 읽겠다고 나섰다. 요새 아이들도 책 빌려오는 엄마의 수고를 생각해서인지 더 열심히 읽어준다.

 

 

 

 

 

오늘 오랜만에 친구의 직장 근처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간단히 커피 한잔하고 왔다.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우리의 주된 이야기이다.

초등 2학년 된 친구의 딸이 연산이 너무 부족하다고 연산을 좀 더 시키라는 얘길 듣고 심란해했다. 꾸준히 수학공부를 해왔다면 괜찮았을텐데 1학년때 단원평가 등 시험을 거의 보지 않길래 수학공부를 잘 안 시켰었단다. 직장맘이다보니 아이 공부 봐주는게 사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학습지를 시켜야하나 연산문제집을 추가해야하나 고민하는데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공부시간에 함께할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할머니 집에서 숙제 등을 미리 하지만 늘 TV가 켜져 있단다. 집중해서 공부하지 못한다면 학습지나 연산문제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워낙 공부를 잘했던 친구라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큰 아이 중학교 들어가기 전엔 이사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서울로 이사 올 계획은 없냐고 물었다. 난 사실 그다지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공부보다 다른 재미난 것들에 빠져 살았었다. 난 아이들 학교 교육에 크게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꼭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아이가 할 수 있는만큼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대신 책읽기와 피아노, 운동은 꾸준히 시키고 싶다고 했다. 학력, 학벌이 중요한 사회이긴 하지만 내 아이가 꼭 좋은 학력과 학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생각이 나중에 우리 아이들 커서까지 변하지 않고 유효했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때문에 다른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우린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뛰어난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 읽을 수 있는 것을 읽는 것,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그게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삶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과학탐구대회를 했었다. 그때 처음 과학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도 나도 생소한 과학상자를 설계도를 보며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만큼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아이는 준비했던 것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그때 아이도 나도 많이 속상해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속상함에 빠져 있지 않았고, 자신이 잘하는 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곡을 연주하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했다. 어른인 나보다 나았단 생각을 했다. 피아노를 가르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고 질책할 필요가 없다. 내 아이가 더 잘하는 무언가를 발견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

 

세월호 침몰 뉴스를 함께 봤었다. 거의 하루 종일 TV를 켜는 일이 없는 우리집에서 요새는 종종 뉴스를 봤다.

아이는 수학여행에 대한 공포가 생겼는지 나중에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고 일기에 썼다.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늘 조심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안전에 대한 매뉴얼은 있었지만 그 매뉴얼이 실행되지 않는 나라, 우리나라.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또 어른이 되어서는 기본적인 규칙, 약속이 지켜지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뉴스를 함께 보고 이야기 했다.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언제쯤 바뀔지 알 수 없지만 말로만 지켜지는 사회가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지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공부만 잘 하는 아이, 다른 아이보다 내가 월등히 뛰어난 아이로만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본분을 알고, 책임과 의무를 이행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도덕과 윤리가 필요한 사회지만, 우리는 수학과 영어에 집중한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인재가 아닌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데 지식만 가득하면 무엇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겠다.

 

우울한 일주일이었다.

아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더 열심히 살자고. 먼저 간 바닷속에 빠져 생사를 달리한 형과 누나들을 생각하더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그게 우리 남은 사람들의 몫인 것 같다고. 아들은 네. 하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마음 속으로 누구라도 살아서 돌아와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 또 반복해서는 안된다. 잊지말자.



 
 
2014-05-25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빌려온 책들을 갈무리하지 않았더니 한권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게 대체 무슨일인지......

 

최숙희《너는 기적이야》《엄마가 화났다》
《지하100층짜리 집》
《책속으로 들어간 공룡》

오늘은 학교도서관에서 명예사서 봉사를 하고 왔다. 애들 학교보내고 처음 명예사서가 꾸려졌다. 지금 사서선생님이 임신중이시고 6월말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가신단다. 작년까지 계시던 달빛도서사서쌤도 올해부터는 안계시고 아무래도 혼자 힘드셨을 것 같다.
현준이네 담임선생님도 다시 복귀하셨다. 학기초부터 혼란준 것에 사과하시고 조금 늦었지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시겠다고하니 믿음이 간다.
아침에 도서관 봉사간다니까 쉬는시간에 들르겠다더니 왜 안왔냐고했더니 큰애는 진도가 너무 늦어 쉬는시간에도 보충했다하고 작은애는 담임선생님 허락없인 못간다고 했다. 학교에서 얼굴보면 반가울줄 알았는데 못 보니 아쉬웠다.
봉사하고 대출한 책

 

《또야너구리가 기운바지를 입었어요》
《엄마의 의자》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방귀스티커》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여우세탁소》

난 요새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있었다.세월호 침몰에 뉴스특보에 빠져 책 읽기가 잠시 중단되었었다. 그런데 벌써 엿새가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내 심신도 함께 지쳤다. 매일 보여준 자료화면과 매일 떠들어대는 반복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실망스러운 구조소식과 정부. 뉴스를 보면서 울화가 치밀어서 뉴스특보를 내내 보지 않기로하고 가끔 인터넷 뉴스를 살피기로 했다. 자연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분명 매력적이고재밌는 소설소설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궁금해진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TV앞으로 가야하는게 아닌가 하고 있다.
진도의 실종자가족의 마음을 어느 누가 과연 알겠는가. 제발 어느 누구라도 생존자가 있어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주기를......

 
 
수퍼남매맘 2014-04-22 20:53   댓글달기 | URL
학교 도서실 봉사 다니시는군요. 짝짝짝!
학교에서 애들 보면 더 반갑죠?
저희 학교는 도서실 명예교사가 없어요.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없앴다고 하네요.
사서 샘 혼자서 하시니 몸은 힘들지만 맘은 편하다고 하세요.

꿈꾸는섬 2014-04-23 10:46   URL
저희도 올해 다시 생긴거라더라구요. 초창기에 있다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한거라고해요.
많은 학부모가 참여해서 한달에 한두번만 봉사하면 되더라구요.

blanca 2014-04-23 10:52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뉴스 안 본다고 하면서도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이래저래 참 마음 아픈 나날들이네요. 요새는 자꾸 모든 것에 회의가 들어요...

꿈꾸는섬 2014-04-23 16:01   URL
뉴스보면서 더 화가나더라구요.ㅜㅜ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니 답답해요.ㅜㅜ

희망찬샘 2014-05-31 08:05   댓글달기 | URL
멋진 책을 많이 빌려 오셨네요. 아이들이 부지런히 읽는다니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