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득음? 같은걸 했다. 당췌 시도하지 못했던 미파 고음이 자연스럽게, 그것도 가성 말고 진성으로 쭉쭉 소리가 난다.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감있게 소리를 내라, 가성으로 나더라도 계속 힘을 주고 호흡을 실으면 진성으로 고음을 낼 수 있다, 배에 힘을 길러야 한다. 주마간산으로 흘려듣는 가르침이 두달 동안 쌓였더니 고음 좀 내고 화음 좀 낼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이번에 이곳 행사의 작은 무대에 서는데 지금 연습하는 곡 말고 다른걸 두어곡 더 해서 관객들과 같이 부르기로 했다. 신나는 곡 여러개를 선곡하는데 '황홀한 고백'이 나왔다.

 

 가사만 놓고 보면 그다지 황홀한 고백은 아닌데 이게이게 리듬이랑 그런게 너무 신나는거다. 체면 따질 것 없이 노래가 나오자 막 몸을 흔들어댔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냥 나를 놨고 이젠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암튼 노래 연습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황홀한 고백'을 노래방에서 불러보고 싶어 노래방 분위기를 유도했다. 다들 피곤한 눈치였고 나랑 취한 사람, 졸린 사람만 흔쾌한 오케이를 했다.

 

 야생화와 오래된 노래를 부르는 아자씨들 사이에서 황홀한 고백과 Run to you, Fire까지 연달아 불러제꼈다. 자우림의 일탈과 밀랍천사는 단골 레퍼토리였다. 쭈뼛거릴만한데도 첫 노래부터 나가서 몸을 흔드니 두번째에는 펄쩍펄쩍 뛰고 나중에는 발라드에도 몸을 비트는 기이한 행태가 계속됐다. 기이하다고 했지만 늘 노래방에서 접시에 담긴 물처럼 쭈구리로 있을 때면 나도 신나게 춤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나이가 된걸까.

 

 뛰고 날고 돌면서 아기 낳은 후유증? 같은게 현실화되긴 했지만 다음날 머리 조금 아픈거 말고는 진짜로 몸이 하나도 안 아팠다. 오히려 개운했다. 나는 정말 쌓인게 없고 아기랑 있는게 즐겁다고 했는데 그렇게 미친 듯 흔들어대고 괴성을 질러야할 정도로 풀어야할 무언가가 있었던걸까? 짐작만 할 뿐이다.

 

 노래 연습 시간에 나는 공식적으로 날라리가 되었고 그 별명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 안의 푼수끼와 주책맞음, 오지랖과 웃기려고 집중해서 독설을 날리는 것 등을 받아들이는 것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기분 좋은 별명이란 생각을 해본다. 날라리 해야할 시절에는 눈치보고 스스로 도덕적 강박에 전전긍긍했는데 이제야 나에게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소찬휘 노래까지 부를 정도면 나는야 실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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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0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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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0 2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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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어깨에서 타고 내려온 통증이 등으로 뻗어 허리에 다달았다. 왼쪽이 아파 오른쪽으로 지탱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오른쪽도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젊고 잘생긴 한의사가 있는 한의원에 갔다. 무려 아기를 데리고 말이다. 아기는 순한편이라 유모차에 앉아서 과자 먹으며 잘 있을줄 알았는데 엄마가 윗통을 까고 전기물리치료 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니까 이상했나보다. 유모차 안에서 몸부림치고 뒤척이길 몇 번, 한의원 간호사님들이 돌아가며 아기를 봤다.

 

 한의사가 부황을 떠서 사혈을 하고 침을 놓길래 왜 아픈지 물었다. 근력이 약해져서 쉽게 근육이 뭉치고 신경이 눌려서라고 한다. 나는 한의사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궁금한거 100가지를 다 물어도 다 대답해줄 수 있는 '경험 없는' 상태가 좋다. 왠만한 의사들은 귀가 안 들리는 척, 질문하는 환자 스스로 내 질문이 이상한지 되짚게 하거나 미처 증상을 말하기 전에 처치/치료 다 하고 배웅할 때 환자 말에 귀기울이고 한자가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해주는 의사는 특별하다. 그런 의사가 이 시골에 있다는 것도, 이렇게 젊고 잘생긴데다 상냥한 것도 무척 특별하다.

 

 아기 낳고 산후조리 한 후 그래도 걷는다고 걸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나보다. 오른쪽 근육을 더 많이 써서 오른쪽 허리에 침을 놓을 때 더 아팠다. 아기는 간호사님들과 놀다 엄마랑 한의원에 온 꼬마랑 놀다 웃다 했다. 침을 맞고 원적외선 쬐며 깜빡 잠이 들었다.  달콤한 잠이었다. 집안일과 육아는 흔적없이 스쳐서 내용이 축적되는 활동을 한다는게 하루 뺴고는 풀스케줄이다. 피곤하다. 새벽에 잠이 깨 음머암마맘마 엄마 하는 아기 덕분에 중간에 깨는 것도 피곤을 가중시킨다. 배우는걸 줄이든가 일찍 자든가, 낮잠을 좀 더 자든가. 깨기 싫은 잠이다.

 

 침을 다 맞고 정리를 하는데 간호사님이 커텐을 치웠다. 맞은편에 베드에 아이가 간호사님과 앉아있다. 종이컵을 사정없이 구기며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너는 어디서 왔니, 어떻게 하루하루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지니. 아련한 잠기운에 부드러운 기분이 스며든다.

 

 지난번에 손목에 침을 맞았을 때는 다음날 말끔히 나았는데 이번에는 오래갈 듯 하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아령을 들고 춤을 췄다. 요가를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뒷편에서 a가 핸드폰을 한다. 핸드폰 카메라가 나를 향해 있어 도촬 당할지 모르니 카메라를 가리라고 했다. (그 와중에 분별력은 있어 도촬해도 암짝에 쓸모없는 그림일거란 생각은 하지만) 당분간 몸부림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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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엄마는 우리 어렸을 때 좋은 엄마였어? 우리한테 잘 했어?

- 아니. 그때는 살기가 힘들었잖아. 힘드니까 자꾸 술 먹고 아빠도 다른 여자 만나서 엄마 힘들게 하고. 그때 너네들한테 잘해준 게 없지. 밥도 잘 못챙겨주고.

 

 답을 예상하지 않았는데 덤덤한 대꾸에 먹먹해졌다. 고3때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살며 점심 급식으로 저녁까지 먹던 생각이 났다. 그때 난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거나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다. 엄마는 원래 그래, 엄마도 어쩔 수 없어.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엄마는 요새 부쩍 전화를 한다. 손주랑 영상통화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다니던 식당에서 나이가 많다고 잘리고 다른 식당으로 옮겨 일하면서 힘들다고 했다. 잇몸이 가라앉아 임플란트 비용으로 버는 족족 치과에 갖다 바치고 있다고도. 전화를 걸어온 엄마가 치과에 얼마 들어간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 엄마 그냥 나중에 이 다 빠지면 틀니하는게 낫지 않아?

- 너 낳고 나서 이가 시원찮더니 늙으니까 막 가라앉나봐.

 그날 비상금을 탈탈 덜어 엄마 통장으로 송금했다. 이 치료 잘하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자꾸 나 미안하게 하지마.

 

  전에 정말 돈이 없어서 다음달 방세도 못내서 어떻게 해야하나 쩔쩔맬 때 한번씩 엄마가 전화를 했다. 아빠가 음주운전에 걸렸거나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소리를 했다. 나도 힘든데 엄마는 어떻게 하나도 안 변하고 이렇게 약할까. 매정하게 전화를 끊다가도 걱정돼서 얼마 없는 돈을 송금할 때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직장에 다니고 수중에 어느 정도 여윳돈이 있을 때부터는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감정적으로 위로하고 얘기를 들어줘야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아빠의 잦은 무시, 근처에 사는 고모의 간섭, 누구누구한테 받은 서운하고 폭폭한 감정. 나는 엄마에게 강하게 대처하라고 얘기했다. 바쁘다며 나중에 전화한다 해놓고 다시 엄마가 전화할 때까지 까맣게 잊은적도 있다. 엄마는 그냥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 뿐인데.

 

 오랫동안 쌓인 화가 엄마 머리에 가득 차서 요새는 자꾸 뭔가를 깜빡 잊는다. 치매는 아니지만 그 과정 언저리까지 온 것 가같다. 깜빡 잊는 건 기억일 수도 있고 자신의 나약함일 수도 있고 과거의 서운함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던 순간일 수도.

 

 통속적인거 정말 싫은데.

 딸을 낳아보니까 엄마 맘을 알겠다. 바라만 봐도 너무 예뻐서 눈 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딸을 낳고 나니까 그렇게 계속 나약하고 약해빠져서 딸 속을 썩이던 엄마 맘을 알겠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래도 미워서 맘이 아프다.

 

 딸에게 정성을 다하는 맘의 반이라도 엄마를 생각하면 좋겠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가 함께 해서 행복했던 시간들은 늦게까지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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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로 올라왔다. 모든 게 끝나니 몸에서 활력이 샘솟거나 갑작스럽게 피어오른 모성애로 어쩔줄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한없이 나른하고 멍했다. 오로라 불리는 검붉은 피가 나오고 회음부 꿰맨 자국은 따끔거리다 쿡쿡 쑤셨다. 아기가 들어있던 배가 살짝 부은 듯 나와있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잠을 자지 못했는데 희안하게 잠이 안 왔다. 환각처럼 여러 생각이 스치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임신한걸 안 후에 조산원에서 출산하려고 맘을 먹고 이곳저곳 알아봤다. 수도권 쪽에만 집중된 조산원도 문제였지만 진통만 하다 산부인과를 찾았다는 사연을 읽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려고 했다. 출산 직후에는 아기도 나도 무사하게 출산을 마쳐서 참 다행스러웠다. 아무 탈 없이 출산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여러 산모를 진찰하고 출산하는 산부인과에서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걸 이해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출산기를 읽다보니 울컥한 게 치밀어 올랐다. 낳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였다.

 

 조산원에서 아기를 낳은 엄마들의 평화로운 감상, 산부인과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담.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고요해야할 순간에 아기를 끄집어내고 짜내듯 낳은 것 같아 속상했다. 간호사들이 모든 준비를 다 하고 의사를 부른 것도 괘씸했다. 아기가 나오는 순간에만 의사가 있어야 된다는건가 뭔가. 게다가 그 모든 과정을 아무 설명 없이 당하듯 출산한 것도 속상하긴 마찬가지.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찾아내란 심보인가. 평소 현대의학에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출산 후 극대화됐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나랑 아기랑 둘 다 건강해서 너무 다행이지만 한켠에선 아기에게 미안하고 내 선택이 후회스러웠다. 좀 더 강하게 의지를 보여서 원했던 출산 환경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간신히 잠이 들었다. 덥고 찌뿌등했다. 후련하고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은 물에 적신 솜처럼 축 늘어진 채 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다.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엄마들을 부른다고 했다. 아직 아무것도 준비 안 됐다고 했더니 간호사가 알려준다고 했다. 삼일쯤 지나야하지 않나. 어제 잠깐 얼굴만 봤던 아기를 다시 만난다. 설렜다. 소독을 하고 신생아실에 들어가 아기를 안고 젖을 물렸다. 젖이 나올리 없었다. 밥 먹은지 좀 됐다고 했는데 아기도 별로 젖을 빨고 싶지 않아보였다.

 

 젖을 안 빨길래 가만히 안고 아기를 바라봤다. ‘네가 열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었구나.’ 울컥, 뭔가 차올랐다. 눈가에서 열이 났다. 열달 동안 아기를 배고 있으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자명한 사실은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품에 안은 순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만히 안겨있던 아기가 칭얼대서 기저귀를 갈아줬다. 너무 작고 작아서 행여 다칠까 조심스럽게 아기 몸을 만졌다. 뽀얀 아기 냄새가 났다. 이 세상 생명이 아닌 것만 같았다. 다시 아기를 안고 있는데 건너편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 이야기소리가 들렸다.

 

 방으로 올라와 한참을 생각했다. 아기를 낳기 전 생각과 현재의 맘, 뭘 가장 원하고 어떤걸 피했는지. 다음날 아기 낳기 전 예약했던 산후조리원에 안 가고 아기와 함께 퇴원을 했다. 아기가 내게 와서 이 세상에 왔는데 엄마가 해줄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꼽 소독, 밥 먹는 것, 목욕까지 다 겁이 났다. 산후조리원에서 불안감을 유예하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소란스러운 신생아실에 아기를 두고 편하게 쉬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 대한 미움도 한몫했다. 결국 산모도우미를 쓰는 것으로 주변과 타협해서 아기랑 지내기로 했다. 

 

  지나고보니 잘 한 선택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하지 않고 비용대비 적절성을 따졌을 게 분명하다. 그것도 아니면 안 가져도 될 미안함에 괜히 자신을 괴롭혔을지도.

 

 그리고 지금까지 서툴지만 천천히 아기랑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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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6-07-19 18:56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어쩜 좋아. 나 이제서야 글을 봤어요. 이쁜 아가의 탄생 축하합니다.

Arch 2016-07-23 00:10   URL
^^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했을거에요. 제가 좀 갑작스러웠어요.ㅋ

라주미힌 2016-07-24 02:13   댓글달기 | URL
와.. 언제 결혼했냐고 묻기 민망하게 아이도 낳았어요?;;; 대박 ㅋㅋㅋ 축하해용. 건강하고 똘똘하게 잘 키우세용..
아이 처음 봤을때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거같은데. 1년정도 맨날 보니까 얘가 난가... 분신같은 느낌이 들데요.. ㅋㅋ

Arch 2016-07-26 22:57   URL
전 아직도 신기해요. 이렇게 오밀조밀 조그만한 생명이 내 배에서 나왔다는게. 신기하고 감사하고 행복해요 ^^ 축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여자는 연신 아기가 예쁘다고 했다. 아동심리학자나 발달학자들이 딱 좋아할만한 적절한 반응과 추켜세움, 환한 미소. 아기는 자꾸만 나 대신 여자를 쳐다본다. 이모가 좋으니까 이모만 보네, 하니까 그만큼 엄마한테 안정감을 느낀다는 말을 한다. 아, 이런 초긍정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걸까. 그렇다고 이게 또 과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적절하고 센스있고 위트있다. 배우고 싶다가도 기운 없어, 라고 포기하게 되는 그 어떤 기운.

 

 나는 아기를 낳은 이후로 화장을 한번도 한적이 없고 주로 냉장고 바지에 티셔츠만 입었다. 아기랑 같이 백일 무렵에 빠진 머리카락이 나는터라 머리에 까슬거리는 머리칼이 자라있어 지저분했다. 피부에는 잦은 외출로 반점 같은 게 생겼고 표정은 늘 그렇듯 피곤해 보인다. 새옷을 입은 것처럼 깔끔한 흰바지에 햇노랑빛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는 정말 잘 어울렸다. 원래부터 딱 맞춰진 듯 자신에게 어울리는 악세서리와 단정하게 묶은 머리. 비교되고 부럽고 신경쓰였다.

 

 전화가 걸려왔는데 여자가 도레미파'솔'로 전화를 받았다. 항상 '솔' 리액션이면 힘들지 않냐는 소리에 전보다 더 환하게 웃는다. 자신의 아들이 자랑할 게 있으면 '엄마, 이거봐라'이러면서 미리부터 예고를 하는데 최대치 리액션을 장전해서 아들을 북돋는다는 말을 한다. 말 안 해도 행복이 뚝뚝 떨어진다.

 

 사실 여기에는 다른 각본이 있다.

 

 우린 정말 모처럼 만났다. 우리 사이에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공감대가 형성됐다. 나는 그녀의 사근한 말투와 환한 미소가 좋다. 나보고 왜 기운없냐고 다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페북 친구 100명이 부담스러워 친구 1300명 있는 그녀 앞에서 친구 정리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근데 그게 하나도 밉지 않다. 경단, 경력단절여성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말에 아득했는데 지금은 이 일의 끝이 어딘지, 자신은 어디에 닿아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한 나는 그 아득함이 가늠이 된다.

 

 막연했던 계획을 술술 털어놓고 홀린 듯 맘을 털어놓았다. 다른 일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자리를 옮길까 어쩔까 망설이는데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에는 꼭 같이 밥 먹자며 헤어졌다. 네가 부럽다고 그런데 참 좋다고 말하고 싶다. 밥을 먹으며 네 화려한 이력에 살짝 기죽은 나를 보여주며 얘 웃긴거 보라며 실없는 농담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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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0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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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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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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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6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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