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시즌 2 - 우리 아이를 변화시키는 기적의 솔루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2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제작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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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이름을 가명으로 소개하는데 본문에는 다른 이름이 나온다. 편집상 실수인지 뭔가 싶은. 남편 기 살리기 운운에서 학을 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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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한 이불에서 썼 듯 누군가 맹렬하게 부러운 날이 있다. 나는 그럴만한 능력과 배짱과 용기가 없는데 내가 원하는걸 쉽게 얻고 쿨한 태도까지 겸비한 누군가.

 

 그런데 며칠 내가 좋아하는 언니와 부러운 누군가를 비교해봤더니 부러움의 정체가 좀 더 선명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는 언니를 좋아하고 부럽지만 부러움이 좋아함을 압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니의 약함과 한계, 나와 비슷한 면모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부러웠던 건 부정의 기운이 하나도 비치지 않는 평온하고 신나는 일상을 전시해서인건 아닐까. 세련된 포장방식이 나같은 사람을 낚는건 아닐까. 아, 이런식으로 정신승리하는걸까.

 

 *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 나는 집안일을 안 하는 남편역을 맡았다. 내가 주로 맡는 역은 누군가를 구박하거나 삐딱선을 타는건데 이런건 즉흥으로도 곧잘 한다. 내가 어려워하는 연기는 예쁘거나 순진한 사람, 아무 의심없이 다른 사람을 믿는 역할이다. 이건 고도로 의식적인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암튼 남편 역을 하는데 즉흥으로 하는거라 연기할 때랑 실제 다른 친구들 앞에서 하는게 조금 바뀌었다. 원래는 (집안일 안 하는 남편과 갈등-> 아내의 고민-> 6년 후 남편에게 아기 맡기고 쿨하게 외출하는 아내) 이런 식이었는데 아내 역할을 맡은 분이 다른 대사를 날렸다.

 

 '나 갔다올게' 이러고 가면 되는데 '여보, 당신 집안일 좀 해.' 이렇게 돼버린거다. 나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남편이라 되는대로 말을 했는데 '여보, 당신은 6년째 어떻게 한결같냐'였다. 순간 빵터져서 상황이 그게 아닌데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6년째 참으로 끈질긴 남편이구나, 어떻게 6년째 지치지도 않고 비슷한 주제로 싸우나. 집안일은 정해져있는데 아직 남자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하고 어느 정도 해야할지는 공식적인 기준이 없다. 대개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의 가사, 육아 기여도를 듣고 상대방의 노동 수준을 가늠하는 정도.

 

 연기를 하면서 느낀게 와, 그 눈치와 염치없는 순간을 계속 당하면서 꿋꿋하게 집안일을 안 하고 TV를 보는 남성의 정신력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변 엄마 중 다시 돌아갈 일자리가 있는 사람은 단 한명 뿐이다. 대부분 전업이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한다. 나는 다시 돌아갈 곳이 있는 엄마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3년이나 할 수 있어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일년 정도 아기를 본다고 하는 순간 다시 샘이나서 어쩔줄 몰랐다. 그런데 일하면서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고충은 말해 무엇하나. 맞벌이인데도 여전히 육아,가사노동의 남성 기여율은 차이가 없고 엄마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전업주부가 편한 건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존재를 증명해야만하는 기로에 섰다. 얼마 전에 엄마들이랑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나눈적이 있다. 대부분 하고 싶은 일로 무슨 자격증 따기, 집안 정리 잘하기, 다이어트가 들어가 있다. 나는 남자인 a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세상에, 세계여행이라고 한다. 꿈조차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 어렸을 때 나를 설명하는 명함 하나가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 다시 명함 없는 삶으로 돌아왔다. 나는 전보다 잘 지내고 있는걸까.

 

* 하, 아기 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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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 차에 아이를 태워보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윗층 엄마를 만났다. 집에서 차 한잔 하자며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윗층 엄마는 여전히 아이 돌보는게 어렵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보는지 다들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아이를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건 아닌지, 아이 편식이 심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을 했다. 나는 윗층 엄마가 잘하고 있고 좀 더 확신을 갖고 아이를 대하면 좋겠다고 얘기해줬다. 아이는 엄마 뿐 아니라 자기 기질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성장하는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윗층 엄마한테 한 얘기지만 실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아빠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양가감정과 죄책감을 느낀다. 육아로 감정과 정신, 육체가 닳을대로 소모되지만 ‘좀 더 잘해야하는데, 좀 더 잘할걸’ 같은 내면의 다그침을 듣는다.

 

 ‘부모로 산다는 것’에 보면 아이와 놀 때 아이의 세계에 빠져서 함께해야만 진정으로 놀았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나온다. 그녀는 탈진할 정도로 아기에게 맘을 쏟지만 이내 다 마치지 못한 집안일과 아기를 낳기 전 누릴 수 있었던 작은 일상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맘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 입장에서 야속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육아의 전형에 빠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내 시간을 갖으려고 a와 싸웠고 사회가 압박하는 ‘좋은 엄마’상을 거부했다. 육아의 굴레에 틀어박혀 나를 소진하며 유일한 희망으로 ‘자식의 성공이나 행복’ 같은걸 바라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고비가 있었다. ‘그 어린애를 어린이집에 맡겨? 엄마가 노는데 좀 더 보면 되잖아.’ ‘ 요즘 엄마들은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저 본다니까.’ 란 공격적 말에 웃으며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 근력을 키웠지만 마음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아기가 침대로 올라와 부스럭거리며 내가 전날 밤 읽던 책을 뒤적였다. 언제 이렇게 커서 침대 위까지 올라오니, 너무 작아서 안는 것만으로 아스라했는데 언제 이렇게 컸니.

 

 아이는 금세 자랐다. 하루는 길고 길었는데 아이의 성장은 눈깜짝할새 이뤄졌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놀아줬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빠질 것 같아도 더 안아줄걸. 나는 좋은 엄마였을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평온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맘이 미어졌다. 아침 댓바람부터 엉엉 우니까 a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쳤다. 아이 보고 엄마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물으니 아이는 내 얼굴을 쓱 만지며 배시시 웃는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는 차에서 내려 나를 덥석 안는다. 조금 더 안아주고 싶은데 야옹이를 보겠다며 나를 밀어낸다. 지금부터라도 두려움 없이 장난처럼 아이를 많이 안아줘야지. 그리고 계속 나는 잘하고 있고 괜찮다고 얘기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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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6-23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잘 하고 계시는 것 맞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요.^^
아이는 정말 쑥쑥 잘 커가요.^^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정말 괜찮아요. 많이 안아주는 것 정말 필요하죠.^^

Arch 2017-06-24 00:05   좋아요 0 | URL
아기를 돌보며 자아가 분열되는 느낌이... ㅋㅋ 페이퍼가 혼란해도 이해해주세요.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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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볼 일이 있어 나가면 사람들은 ‘아기는?’이라고 묻는다. 내가 안 보면 당연히 아기 아빠나 다른 누군가가 볼텐데 왜 뻔한걸 묻지? 하지만 몇 차례 질문을 받다보니 궁금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엄마들은 아기가 제일 우선이고 아기를 전담해서 돌보는 주양육자니까. 직장 다니는 아기 아빠는 ‘아기는?’이란 질문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아기의 출생양육과 별개로 아기 아빠의 경력과 일, 생활은 변화가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나 싶다. 하지만 과학기술 등 사회전반의 하드웨어는 변했지만 사람들의 정신, 특히 성역할은 굳건한 바위처럼 멈췄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 여성의 지난한 삶을 보여준다. 인터넷 까페 시월드 고민게시판에 글을 쓴다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삶. 그만큼 2017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삶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나는 책을 단숨에 읽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현실과 동떨어 한국소설을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순식간에 읽었다. 가독성이 높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다.

 

 김지영의 삶은 자꾸 코너로 몰린다. 그녀의 선택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 중 누구라도 선택하고 겪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김지영은 개성 없는 인물 같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 김지영처럼 사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연애할 때는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곰살맞더니 결혼하면서 무뚝뚝해진 남편, 아가씨라고 불렀던 아들 여자친구를 종 부리듯 부려먹는 시어머니, 2017년에 아들을 낳지 않았다고 출산 후 아기를 보지 않았다는 누구누구의 이야기까지.

 

 호주제가 폐지됐는데 웬 아들타령인가. 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여자는 쏙 빠지는가. 가사육아노동은 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나. 아기는 왜 엄마가 키워야하나. 엄마가 낳았으니까 아빠가 키우면 되잖아. 여자가 아니라 인간 누구라면 할 수 있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왜 맘충으로 한정해서 호명하나.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반박하며 맘속으로 싸웠다. 허탈했다. 능력 있고 꿈 많은 여성들이 어떻게 사그라드는지 지켜보는게 힘들었다.

 

 김지영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까.

 

 참고 견디며 스스로 자신의 조건을 합리화하는 건 내 대에서 끝내야할 낡은 유산이다. 어머니의 사랑, 헌신은 윗세대로 충분하다. 자식의 성장과 행복에 부모의 헌신이 그렇게 중요한거면 왜 아버지는 쏙 빠지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부단히 노력해야하지만 개개인의 각개전투도 필요하다. 물론 사회의 견고한 벽을 깨는 것보다 아예 포기하고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들도 많다. 혹은 이민을 준비하거나 문화지체 현상에 빠진 대한민국과 남성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난 후 신랑은 퇴근 후 쉬고 싶은데 가사분담까지 해야하냐며 성을 냈다. 아기 돌보는 일은 아기가 자기 전까지 퇴근을 못한다. 나는 신랑에게 나도 쉬고 싶고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신랑이 수긍을 한 건지 포기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신랑은 알아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린다. 물론 내 눈에는 아직 한참 멀었고 신랑 부모님이 어떻게 아들 교육을 이렇게 시켰나 싶을 정도지만. 이렇게 하면 윗세대는 ‘요즘 남자들 불쌍하다고’ 한다. 어린이집 보내고 아기 키우는게 일도 아닐텐데 남자까지 부려먹는다고. 그럼 나는 싸가지 없다고 뒷말을 들을진 몰라도 꿍하게 있지 않고 얘기하련다.

 

- 부려먹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건데요. 자신이 먹고 입고 싸는걸 누가 해줘야하나요? 아기를 낳았으니 같이 돌보는거고요.

- 신랑은 돈 벌어오잖아.

- 저는 재생산 노동을 하는데요. 이게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있는지 알잖아요. 집안일 하루만 안 해도 금세 표나잖아요.

 

 내 말이 그들 귀에 닿아 그들 삶과 의식을 변화시킬거란 큰 기대는 없다. 나 하나 변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남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다만 이런 삶이 있고 이게 좀 더 낫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본다. 다시는 이 땅의 많은 김지영이 아기를 안고 홀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는 대신 결혼을 거부하거나 결혼을 했다면 시부모와 선 잘 긋고 가사육아분담에 적극적인 상대를 만나길 바란다. 적어도 어쩌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여자란 이유로 고통받지 않길 기도해본다. 이래도 되나, 욕먹지 않을까를 뚫고 당당하게 자기 주장하고 자기 꼴리는대로 사는 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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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19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꼴리는대로 삽시다!

꼬마요정 2017-06-19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도 문제지만, 여자들도 싸워야죠. 저도 싸웁니다. 주변에 의외로 순종(?)적인 여자분들 많아요. 안타까워요. 생각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참 어렵습니다.

Arch 2017-06-23 15:31   좋아요 1 | URL
저는 일종의 자기합리화를 봤어요. 사회와 남성의 부작위에 맞서 계속 감정과 체력, 정신을 소모하며 싸우기란 너무 힘드니까 어느 선에서 타협을 하는거죠. 타협을 자기 나름대로 체화해서 ‘순종‘적으로 사는거겠죠.
 

 3주간의 적응 기간이 거의 끝나간다. 아이는 오늘 처음으로 내 앞에서 울음을 그치고 먹먹하지만 감정을 추스린 얼굴로 어린이집 차에 탔다. 처음 몇번 울 때 걱정됐지만 가슴이 찢어지진 않았다. 아이가 잘 할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계속 울고 울어서 어린이집을 못다니면 어쩌나란 걱정은 했다. 나는 이기적이고 손뼘만한 내 시간이 중요한 엄마였다. 20개월 동안 옆에 끼고서 아이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일에서 잠시 벗어났다. 그리고 닥치는 적막. 이제 뭘하지.

 

 어제 저녁부터 느긋하게 쌓아놓은 설겆이와 빨래, 마늘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바닐라라떼를 한잔 만들어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정새난슬의 '다 큰 여자'를 읽는다. 넘치는 열정과 분노, 혼란스러움이 나와 닮은 사람. 모순된 자신을 바라보며 전진하는 사람. 그의 모습에서 나를 보며 조용한 아침을 보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다 SNS에 댓글을 남긴 a의 타래를 타고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이내 생협 위원장이 되었단다. 로망이었던 취미를 하고 역량개발 워크숍을 다니는 a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조용한 아침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자기소개란에 누군가를 부러워한적이 없다고 적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선망할만한 삶을 사는 누군가. 나처럼 흔들리지 않고 무엇으로든 성공하고 어떤 순간에도 빛나는 사람.

 

 a가 누군가의 애타는 러브콜을 받으며 일을 시작한 것과 다르게 내가 구직을 하기 위해선 엄청 애를 써야한다. 그가 하는 활동들은 나 역시 하고 싶었던 것이거나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활동들을 통해 배우지 않고 경험을 쌓지 못했다. 일이 되거가는건 더디고 관계는 어렵다. 실력은 한참 지나도 도돌이표다. 으쌰으쌰 새로운걸 만들고 기획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걸 꿈꾸지만 다른 사람을 포용할만한 사람은 되지 못한다. 그럼 다른 사람이 내미는 손에 감동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데 이내 삐딱선을 탄다.

 

 여전히 '인기 많고 싶은' 바람이 맘 저편에서 미약하게 팔랑이는데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다. 진짜 이율배반. 남을 배려하거나 의식적으로 듣기 좋은 말을 하지 못한다. 얼마 전 역할극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낸 아이디어인데 나는 서브 악역을 맡으려고 했다. 누군가 '아치는 왜 누굴 때리고 구박하는 역할만 해?'라고 묻지 않았으면 생각해보지 못했을 빈틈. 나는 악역이나 서브가 편하지 주인공을 하는 건 어색하다. '못할 것도 없지 뭐.'란 생각으로 어색한 역을 맡아했는데 역시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난 막 나서고 주목받는 것 좋아하는데 숨고만 싶었다.

 

 긍정적인 기운, 밝고 명랑한 것, 또랑또랑한 건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혹은 나는 그런걸 안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아한다. 나도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삐딱선을 타고 트집을 잡아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건 신문사설로 충분하다. 누군가 관계를 맺는데 그런 점들은 마이너스이다. 그런데 이게 난걸. 여전히 인정욕구에 허덕이고 남들의 말 한마디에 팔랑이는 사람이 나인걸 어쩐담. 시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누군가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비판 대신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창밖으로 뒷동 베란다에 널린 이불이 보였다. 초여름 햇살에 바짝 말라가는 두툼한 이불이 나른해보였다. 나른하고 더없이 충분한 표정으로 당신을 응원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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