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은, 여러 가지 갈래로 확연히 나누어지곤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아사다 지로 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다정함이랄까 푸근함이랄까 애틋함이랄까를 느끼게 하는 그런 소설. 나는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작가를 이전엔 알지 못했었지만, 대략적인 소개글을 보고 아마도 아사다 지로의 작품과 비슷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집어들 수 있었다. (빙고~)

 

100년이 다 되어가는 쓰가루 지역의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 1대의 오모리 겐지로부터, 3대 오모리 데쓰오를 거쳐 이제 4대 오모리 요이치까지 내려오는 '백년식당'이다. 요이치는 아직 식당을 물려받아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소설은 각자의 마음의 소리를 한 챕터씩 풀어나간다. 3대 오모리 데쓰오로부터 시작하여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대 오모리 겐지로 갔다가 이것저것 다 실패하고 지금은 도쿄에서 삐에로 일을 하고 있는 4대 오모이 요이치에게 갔다가, 어떨 땐 요이치의 여자친구인 쓰쓰이 나나미에게로 갔다가... 그렇게 각자의 생각과 추억이 교차하면서 이해하고 오해하고 하는 과정들이 참 담담하게 예쁘게 그려진다.

 

 

오모리 겐지에겐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발가락이 없었다. 그 때문에 어릴 적엔 친구에게 자주 놀림을 바닸고,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중략) ... 어린 겐지는 그런 자신이 한심하고 분하고 슬퍼서, 손목으로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많았다.

어머니는 비탄에 잠긴 겐지를 늘 가만히 안으면서 생긋 웃어주었다. 등을 톡톡 편안할 정도로만 두드리며 이런 말도 해주었다.

"이 녀석. 남자가 울면 못써. 발가락쯤 없는 거,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오히려 발가락 외엔 다 가졌으니 넌 행복한 아이란다. 한번 생각해볼까? 발가락이 없는 만큼 넌 천천히, 천천히 걷잖아. 천천히 걸으니 다른 사람이 못 보고 지나치는 걸 발견할 수 있어. 그렇지? 음. 우리 겐지, 오늘은 뭘 가져왔을까?"

어머니가 그렇게 물으면 어린 겐지는 울면서 길가에 핀 꽃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진기한 벌레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논두렁 길에서 캔 미나리랑 뱀밥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반들반들 빛나는 돌멩이를 내밀기도 했다.

"어머나, 정말 멋진 걸 발견했네. 겐지는 예전부터 행운이 따르는 아이였어."

(p22-23)

 

 

어머니란 존재는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이 대목을 읽으면서 괜스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나이가 들어서 눈물이 많아졌나.. 하면서도 두번 세번 읽으며 아 참 너무 멋진 글이다. 어쩜 이럴까. 이 아이가 '백년식당'의 1대가 된 건 어머니의 이런 푸근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살면서 어머니의 이런 말씀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힘이 된다는 거. 나이가 드니 알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무 샐러드를 먹으며 10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사투리가 심한 아버지가 도쿄에 왔을 때, 나는 성질도 고약하게 짜증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창피하니까 아버지는 입 다물고 계세요."

그때 나를 조금 쓸쓸한 눈으로 바라봤을 뿐, 한마디 불평도 없이 내가 시키는 대로 말수를 줄였던 아버지. 약해 보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나는 죄책감에 울고 싶어졌다. 그 죄책감의 흔적은 지금도 내 안에 확연히 남아 있다.

(p71)

 

 

다시 눈물. 부모한테 자식은 얼마나 모진 지. 사실 마음으론 안 그런데 괜히 속상해서 툭 내뱉고는 내내 마음 아팠던 경험이 내게도... 많다. 가끔씩 사무치게 미안할 때가 있다. 이젠 연세가 드셔서 예전처럼 큰소리도 내지 않으시고 그냥 허허 웃거나 쓸쓸하게 돌아서거나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나는 왜 이리 못되었을까. 자책하곤 한다.

 

 

나나미를 알게 된 후 도쿄에 부는 바람의 질감이 조금 바뀌었다. 왠지 동그스름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도쿄에서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마음을 덮는 피부까지 두 배로 두터워진듯 했다. 요즘은 사소한 일로는 더 이상 마음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고, 가끔 푹 찔려서 상처가 나도 함께 슬퍼하거나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 상처가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p127)

 

 

사람이 사람과 함께 할 때 느끼는 최고의 느낌은, 사랑이나 애정이나 하는 어쩌구저쩌구의 강렬한 느낌보다는... '안도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함께 해서 다행이다. 내 얘길 들어줄 사람이 있어 하나 무섭지 않다. 슬퍼도 털어내버릴 존재가 내 곁에 있다. 이런 안도감. 그것은 주변의 공기를 바꾸게 하고 나 자신의 마음도 바꾸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그립다, 그 느낌.

 

 

"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기인데."

"네..."

"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다."

"감사?"

"그렇지. 어떤 일이든 마지막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만 한다면 모두가 좋은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 고 초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단다."

(p279)

 

 

문득,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하다고 한 게 언젯적 일이었나 돌아보게 한다. 예전엔 말끝마다 감사를 붙였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귀찮아서 그냥 뭐 그래봐야 하는 마음에서 대충 넘기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감사라는 말로 마음으로 마무리하면 모두 좋은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 내게도 새겨두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에 몇 번 되새김질해본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 중엔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선량하고 성실하고 올곧고 마음깊고 때로 실수해도 포용하고 말없이 믿어주는 사람들 뿐이다. 이런 세상은 책에나 있는 거다.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라고 매몰차게 생각하다가도 이런 세상 하나 아는 것도 좋지 않은가 싶다. 그게 판타지면 어떤가. 모든 일을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무미건조하게만 바라본다고 내게 좋을 일이 뭐 있겠는가. 마음에 따뜻한 물결이 일고 그래서 오늘 하루도 좀더 씩씩하게 살 수 있다면 그만이지.

 

마지막 장에 가면 이 백년의 시간이 그렇게 그냥저냥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더해서, 그렇게 이어진 백년이란 걸 알게 된 순간, 가슴에 따뜻함이 다시한번 번진다. 좋은 책이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은 여러 권이 번역되어 나와 있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게 몇 편 있고. 책도 책이지만 영화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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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간을 뒤적이다 보니 (으하하. 출근하자마자 신간을 뒤지는 직장인 비연. 회사 미안...) 최근에 개정되어 나온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나는 2003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었다.

 

 

 

 

제목에 맥도날드 가 있다보니 이게 햄버거 가게 얘기? 뭐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대단히 좋은 사회학 책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로,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포장된 대량화와 동일성의 위험성을 '맥도날드화'로 정의하며 전 세계에 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식품 분야에까지 문제의식을 던졌던 작품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의 최신 개정판이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화되었던 정세의 흐름을 반영하여 책의 곳곳을 수정하고 보강하여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품이 된 타이틀의 전면 개정 번역판이다.

최신 개정 8판에서는 노동자들이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라는 관점에서 맥도날드화에 어떻게 지배되는지 집중 탐구한다. ‘합리성의 불합리성’을 고찰하는 동시에 ‘맥잡McJob’에서 드러나는 불합리성과 노동조합, 최저임금, 소비와 글로벌라이제이션 문제에 대한 통찰도 놓치지 않는다. 웹 2.0과 이베이화 등 새로운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맥도날드화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추가된 내용이다. 이번 최신 개정 8판 번역본은 14년 만에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 만큼, 수정 증보된 내용에 대한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변화된 한글 문법과 언어문화를 반영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문장을 손보고 다듬어 완성시켰다. - 알라딘 책 소개 -

 

맥도날드라는 회사가 만들어진 것이 그냥 이게 독특한 프로세스를 가진 사기업의 출현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효율성을 목표로 대량화와 프로세스의 동일화가 시작된 지점이다라고 보는 것이고 이것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 심지어 세게화로까지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아주 좋은 책이다. 추천.

 

사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난 좀 다른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생각. 1호 맥도날드점은 압구정동 갤러리아 앞에 생겼었다. 그 때까지는 웬디스나 롯데리아나 등등의 패스트푸드점만 있다가 2층 건물에 거대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이 들어온다고 해서 생길 때부터 화제였다. 빨간색 아치 모양의 'M'자가 있는 그 가게. 생기자마자 사람들이 버글버글. 지금 쉑쉑버거 만큼은 아니라도 정말 화제였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거기서 만나자고 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었고, 그 햄버거 맛이 다른 데에 비해 대단히 괜찮았느냐 라는 건 상관없이 그냥 맥도날드 햄버거가 최고였다. 그 때 만들어진 입맛 때문인지, 난 아직도 햄버거는 맥도날드만 먹는다.

 

신기했던 건, 그 제조과정이 다 보인다는 거였다. 주문을 하면 뒤에서 햄버거가 포장이 되어서 또르르 굴러나오더라는 거지. 오호. 그 뒤쪽에선 단계별로 여러 사람이 순서대로 서서 한명은 야채를 넣고 한명은 고기를 놓고 한명은 포장을 하고... 이것이 제조공정이지 뭔가. 요즘 영화 <Founder>가 나왔는데, 이게 맥도날드가 프랜차이즈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는 것. 보면 예전 추억과 더불어 재미있을 것 같아 챙겨두고 있다.

 

이러한 맥도날드화에 의한 노동의 통제 등이 이제는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맥도날드화라는 사회현상 자체가 없어질 지도. 요즘 읽고 있는 책 <로봇의 부상>을 보면 아 이제 노동이라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사람은 무얼 하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로봇, 인공지능, 클라우드.. 이런 대체재들이 지금은 단순반복적인 일을 일부 대체하고 있고 그것도 기능이 완벽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알파고의 예처럼 이제 고도의 작업들도 가능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긴장해야 한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잘 몰랐었는데, 심지어 음악과 미술도 자유롭게 하는 로봇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예술의 영역에도 로봇이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맥도날드의 시스템이 가내수공업에 불가했던 제조를 프로세스에 기반한 자동화 시스템을 가진, 혁신적인 제조로 변모시킨 주역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이 혁신에 의해 인간의 기계화, 통제, 단순반복작업자로의 전락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들이 발생했다고 본다면, 이제 로봇이라는 존재(!)로 인해 그것마저도 없어지는 결과가 생길 거라는 거다.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비용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로봇은 불만이 없고 시키는 대로 하고 지치지 않으니 기업주 입장에서는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에 비해 다루기 훨씬 쉬운 대상일 것이니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거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이 두 책을 비교하면서 보면 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로봇의 부상>을 읽은 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다시한번 읽어볼까 한다. (흠...시간이 될라나 ㅜㅜ)...아침부터... 이런 긴 글을.. 일하자 비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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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2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서 인간 처지에서 일자리 걱정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뭐 자동차 쪽이나 지하철 쪽 귀족노조들이 최강 건재한 한국은 적어도 2045년 이전까지는 (한국이 그때까지 망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는 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조립, 단순 반복, 단순 안내, 빅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 예측, 서비스 업무 등등에서는 좀 타격이 있겠지요.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접수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인간들도 거기에 대해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그 충격이나 여파를 잘 흡수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인간 일자리의 전면적 접수 혹은 점령 혹은 탈취는 수많은 미래학자, 석학,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제 아무리 현대 과학기술이 초고속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근미래에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인간형 로봇의 완성도가 높아져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한 (우리가 많이는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 생겨날 것이고, 인간의 기회와 고유 영역이 새로 발굴되고 늘어나기까지(그게 대규모일 것 같지는 않지만)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지난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직간접으로 수없이 증명된다고 봅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은 종전의 산업혁명들과 차원을 달리하죠. 해서 그 혁명의 영향력과 전복력 또한 차원이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2045년 이전까지 세계를 뒤집어엎어버릴 만큼 급격한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요컨대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일자리 위협에 관한 한 (최소한 한국인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번역기가 요즘 화제인데요. 네이버 파파고든 구글 번역기든 인간 번역가들을 결코 대체하지는 못하리라 봅니다. 물론 앞으로 많이는 발전하겠지요. 하지만 현재 각종 로봇들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듯이 그저 약간의 보조만 잘해도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봅니다.

비연 2017-04-24 13:22   좋아요 0 | URL
네.. 물론 근간에 일어나긴 힘든 일일 수도 있고 걱정한 만큼의 여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리부터 걱정한다기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게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예측하고 대비하고 (그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하는 행동은 차츰 필요한 것 같구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되구요. <로봇의 부상>이라는 책에서도 그런 전망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보여집니다.
 

 

 

 

 

 

 

 

 

 

 

 

 

 

 

책을 주문하였으나 다음 주에 온다고 하고 (이제 이번 주구나) 주말에 읽을 범죄소설이 필요한데 없다니. 그래서 삼성 코엑스에 볼 일 있어 간 김에 영풍문고에 들러서 이 책을 샀다. 범죄/추리소설 류는 대부분 샀으니 사실 가판대에 올려져 있는 책들 중에 고를 만한 게 없었음을 고백. 그러니까 저 책들이 다 내 서재의 한 귀퉁이에... 다.... 쌓였...ㅜ 어쨌든 - 말하면 뭐하리 - 그래도 그래도 하는 심정으로 둘러보다보니 <부스러기들>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 왔다. 아. 이거 사고 싶다고 보관함에 두고 아직 구매안한 책이다! 반가움 뭉실뭉실. 

 

아이슬란드의 여성 추리작가인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헥헥. 자판으로 치기도 어렵다)의 토라 시리즈였다. 근데 자세히 보니 <부스러기들>이 이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 오, 저는 순서대로 읽기를 원해요. 하면서 뒤지니 1편이 나와 있었다! 그것이 이 <마지막 의식>. 표지를 보고 대략의 내용을 보니, 사도 될까 싶을 정도로 끔찍스러웠다. 다시 내려놓고 다른 책을 골라 보려 했으나 실패.. 결국 일단 1편을 보고 결정하자. 아니면 중간에 그만두면 되지 뭐 하고는 집어 들었다.

 

재미있다. 물론 그래서 <부스러기들>도 조만간 사볼 것이다. 다만, 시리즈 중간 책들은 아직 안 나왔다는 게 찝찝하다. 순서대로 봐야 하는데 라는 강박증이 생기면서... 어쨌든 재미있다. 여성변호사인 토라 구드문즈도티르가 주인공이고 그의 파트너인 독일계 경시청 출신 형사(?) 매튜 라이스의 케미가 특히 재미있고. 내용도 사실 많이 잔인하고 마녀사냥이니 주문이니 저주니 질식성애니 마조히즘이니 자해니...(으윽)... 이런 것들 때문에 음산하긴 하지만, 결말로 가면 그게 주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근본적으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이고,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라는 것. 그게 마음에 들었다.

 

토라와 매튜의 대화 내용은 유쾌하다. 허당스러운 토라와 약간 시크한 매튜와의 밀당이랄까.

 

"구드문즈도티르 부인." 매튜가 불렀다.

"그냥 토라라고 부르세요. 그게 훨씬 쉬워요." 토라가 매튜의 말을 잘랐다. 그가 구드문즈도티르 부인이라고 부를 때마다 마치 아흔여덟 살은 먹은 과부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p72)

 

큭. 귀여운 토라. 그녀는 실제 1편에서 36살의 돌싱녀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다.

 

토라가 서둘러 의사를 막았다. "선생님 말씀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그러니 굳이 사진을 보여주실 필요 없습니다."

매튜가 토라를 보며 히죽거렸다. 토라가 이 상황에 역겨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고소해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 (중략) ...

토라는 혐오스러운 사진을 차례대로 들여다보았다. 순간 견디기 힘든 메스꺼움이 치밀어 오르자 토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겨우 한 마디를 웅얼거리고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매튜가 짐짓 놀랐다는 듯 조소에 가까운 말을 의사에게 던졌다. "이상하네요, 아이를 둘이나 낳으신 분인데."

(p89-90) 

 

밉살스러운 매튜. 토라에게 역겨운 사진들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어쩌고 저쩌고 했다는 데에 대해 이렇게 반격을 하다니 말이다. 이게 매튜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ㅎ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혹시 변호사님이 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매튜는 인사를 건네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얘기를 떠벌렸다. "그래서 제 목소리를 좀 들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토라는 깜짝 놀랐다. 머리가 돌아버린 건지, 술을 마신 건지, 아니면 농담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신 예상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토라는 쓰레기 같은 리얼리티 쇼의 소리가 매튜에게 들리지 않게 리모컨을 집어들어 볼륨을 낮췄다. "독서 중이었거든요."

"월 읽고 있는데요?" 매튜가 물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쟁과 평화>요." 토라가 둘러댔다.

"그렇군요." 매튜가 이죽거렸다. "혹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랑 많이 비슷한가요?"

토라는 주먹을 꽉 쥐며, 매튜가 절대 알 수 없는 할도르 락스네스 같은 아이슬란드 작가의 이름을 대지 않은 걸 후회했다.

(p159)

 

빵 터졌지 뭔가. 허당 토라와 이를 놓치지 않고 놀려대는 매튜.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는 커플이다. 이후에 어떻게 될런지는 다들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꽤 유쾌하다. 이 커플 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게 정말 재미있으려면 이런 요소들만 있으면 안되겠지. 토라가 이혼하고 아이들 둘을 돌보아야 하는 워킹맘이고 그래서 늘 시간과 돈에 좇기는 모습이 이 속에는 있다. 대책없는 전 남편과의 관계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대처해야 하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있다. 그 중에도 남자와의 섹스를 꿈꾸는 30대 중반의 보통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있고, 그럼에도 전문적인 자기 분야에서 인정 받고 싶어하는 치열함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보기도 하는... 한 마디로 토라라는 인물상은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상황 속의 여성이고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현실처럼 느껴지게 하는 구석이 있다.

 

<부스러기들>을 사보자.

 

 

 

 

 

 

 

 

 

 

 

 

 

 

 

 

그나저나, 아이슬란드 라는 나라는 생각할수록 묘하다. 전체 인구가 30만이라는데, 이런 추리소설 작가만 해도 몇 명이며 그 작품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재미나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에를렌두르 시리즈), 라그나르 요나손(스노우 블라인드),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이 작가,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가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글을 쓰듯이, 북유럽의 국가들은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 언어로 글을 쓴다. 많지 않은 인구에서 이런 이야기꾼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인구가 30만이면, 세종특별자치시 정도의 규모라는 건데... 우리나라 도별 인구분포를 볼 때 대부분 백만은 넘는다. 서울은 천만에 가깝고. 그렇게 작은 나라인데.. 라는 놀라움이 계속 남는다...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보니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번역본은 2009년이 끝이었다. 왜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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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23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ㅌㅋㅌ

비연 2017-04-23 23:53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락방님도 좋아하실 듯 ㅎㅎ
 

페친이 쓴 글

비아그라가 구치소로 가니,
돼지흥분제가 따라왔다.

........

정말, 쓰고 나니
이런 꼴까지 봐야 하나 비애스럽다.

에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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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스의 기표 2017-04-2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 대단하지요..그런 내용을 책에 적을 생각했다니. 해석하기 힘든 사람

비연 2017-04-22 20:38   좋아요 0 | URL
주변에서 말리지도 않았는지 한심스럽기도 합니다ㅜ 이걸 재미로 넣은 얘기라고 하니 더더욱...
 

 

봄이 무르익으니 몸도 맘도 노곤노곤이다.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오후에는 덥고 이래서 더 그런가. 일단 상태가 썩 양호하지는 않은 것 같다. 피곤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쑤시기도 하고(흠? 나이탓? ㅜㅜ)... 뭐 이럴 땐 책 지르기..... 로 상쾌함을 더하기로... (라고 나혼자 중얼거려 본다). 사실 이번 달은 의외의 지출이 팡팡 발생하여 책은 다음달에 사야지 라고 굳게, 굳게 다짐했었건만... 알라딘에 매일 들어와 기웃거리다보면 그게 잘 안 된다는 거다. 알라딘 계정을 막아버리던가 해야지..ㅜㅜ

 

 

 

이 책은 누가 썼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망할 기억력) 암튼 본인에게 아주 좋은 책이었다고 써 있길래 보관함에 둔 책이었다. 사놓고 보니, "바른" 마음?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고...아.. "바른" 정당...ㅜㅜ 갑자기 괜히 샀나 싶은 마음이 든 건, 결국 그 생각의 꼬리 탓이긴 했다. 제목에 구애받지 말아야지. 이 책이 무슨 죄냐.

 

사실 산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책의 부제 때문이었다.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아 나도 궁금하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물론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대립각들이 있음에, 사실 놀랐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라지만, 이건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냥 둔다.. 방치한다... 신경끈다... 뭐 이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어쨌든 여차저차한 이유로 이 거창한 제목의 책을 구입했다.

 

 

 

 

 

'소녀' 시리즈인가. 그러나 다른 작가의 책들이다.

 

미셸 뷔시의 <그림자 소녀>는 우연히 발견했다. '달콤한책'이라는 출판사 이름도 처음 봤다. 프랑스 작가의 추리소설이라. 확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이외에도 유명한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있었다, 이미. 내가 모르는 새에 이렇게 나와 있었다니. 이거이거.

 

 

 

 

 

 

 

 

 

 

이 책이 괜찮다면 나머지 책들도 다 한꺼번에 구입할 예정이다. 흠? 책 버린 후 사겠다고 결심한 자는 누구? 누구? ㅡㅡ;;;; 어쨌든, 흥미진진한 내용 같아 벌써 가슴이 뛴다 (라며 회피하는 비연). <내 것이었던 소녀> 는 마이클 로보텀의 소설.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어느 정도 재미있게 봐서 다시 구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내 것이었던 소녀>는 깨어지기 쉬운 소녀들의 연약한 세계와, 거기에 침입해 그들을 유혹하고 길들이는 어른들을 다룬 심리 스릴러다. 전작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 악(惡)과 맞서 산산조각 났던, 파킨슨병에 걸린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은 이번에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적수를 상대해야 한다. - 알라딘 서평 中 -

 

실제 사건 배경이라니. 가슴이 쫄깃쫄깃해지지 않는가. 무엇보다 파킨슨병에 걸린 심리학자라는 설정도 독특하고 별거 중인 부인 줄리안과의 관계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다.

 

 

 

<동급생>은 나치 치하의 유대인이 겪은 고난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이 소재는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강제수용소도 '수정의 밤'도 대학살도 보이지 않는다. 소설이 마무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반유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대인 소년이 학교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차별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런데 단 한 명과의 진정한 우정을 제외하고는 급우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없는 이 소년, 한스에게 그런 원색적인 비난은 애초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한 명과의 우정으로도 그는 충족된다. 슈투트가르트의 아름다운 날씨와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한스의 나머지 공간을 메꾼다. 인생에 단 한 번 있었던 커다란 우정만큼이나 소중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속의 정경들. - 알라딘 책 소개 中 -

 

전쟁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중의 유대인 이야기. 이 책은 두번 읽기를 권한다고 할 만큼 좋은 책이라고 한다. 청소년 권장도서이기도 하다고 해서 일단 내가 읽어 보고 내용이 중학생에게도 적합하겠다 싶으면 우리 조카에게도 선물할 생각이다.

 

 

 

 

 

페터 회와 에드 멕베인.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나의 favorite writer이다. 물론 페터 회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작품이 준 강렬함 때문에 다른 작품들이 너무 범작으로 보여지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이 작품 <수잔 이펙트>는 멋진 책이라는 평들이 많아서 아주 살짝 망설이다가 주문을 했다. 기대해보련다.

 

에드 멕베인은 뭐. 사실 책 주문하고 나니 알라딘에서 신간안내 연락이 온 거다. 돈 입금하려다가 급히 추가 주문. 아항아항. 이건 설명이 필요없이 그저 즐겁다. 도착하면 바로 읽어야지. 다음주 주말에 대구 갈 일이 있으니 그 때 기차에서 읽어야지. 냐하하.


 

 

 

 

<이토록 황홀한 블랙>은 꼭 보고 싶은 책이다. 'Black'이라는 주제로 어떤 내용을 풀어 나갔는 지 확인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산만큼 커진 책. 580페이지라는 분량이 좀 압박스럽긴 해서.. 이거 또 못 읽는 거 아니야 하지만... 5월의 봄날에 '검게 검게' 지내보려 한다. 크.

 

와인책은 살 때마다 사실 망설여지는 것이, 이걸 책으로까지 읽어야 하나 라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요즘 다시금 마음에서 와인에 대한 갈망이 살아나서 말이다. 기억 저편으로 몰아져 돌아오기 힘들어 보이는 지식들을 한번 꺼내오려고 샀다.

 

 

 

 

 

 

 

개인적으로 Newton을 좋아한다. 과학 지식을 사진과 그림으로 이렇게 절묘하게 배치하여 알려주는 책도 드물다. 사실 내가 읽으려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조카가 읽었으면 해서 사곤 하는데, 좋아하는 책도 있고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책도 있고. 흠 조카야. 이 책들은 관심을 안 보이기엔 좀 ... 비싸단다. 쌓인 책들은 앞으로라도 읽어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쩝.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실 내용들이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것들이 많아서...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관심도 있어 구매하는 거라, 만약 만약 우리 조카가 거들떠도 안 본다면 내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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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까지,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 정리하리라 마음 먹고 있는 비연. 이 책들을 꽂을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굳게 믿으며.. 정리 전까지는 어디 바닥에 얌전히 두어야 겠다 싶다. (그러니까 다 정리하고 사라니깐! 이라는 소리들이 막 들리려고 함) 아 퇴근 시간 가까와진다. 룰루. 이제 주말.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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