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날아가고
문어에 대한 시는 날아가고
두번이나 날려먹고

문어에 대한 시도
문어만큼 미끌거리고
빨판이 필요한 건 문어가 아니라 문어시

문어에 대한 시도 문어를 닮아야 할까
외계에서 왔다는 문어를 닮아
외계어로 써야 할까

얼음운석을 타고 냉동배아로
지구에 도착했을 거라는 문어
문어시는 외계어로 써야 할까

그건 테드 창만 할 수 있는 일
두족류의 언어를 마스터해야 가능한 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부를 전하는 것

문어는 잘 있습니다
지구에 온 지 수억 년 됐고요
지구 생물 된 지 오래고요

이상하게 생긴 건 맞지만
아직도 낯가림은 있지만
가끔 수족관에서 탈출도 하지만

문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문어는 우리 식구 같아요
지난 주에도 삶아서 먹었고요

그런데 문어 외계 기원설은
미친 생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네요
기껏 안부를 전하려 했는데 말이죠

두번이나 날려먹고 쓰는 건데 말이죠
외계어로 쓰지는 않았어도
문어에 대한 사랑으로

문어시를 남겨놓을까 해요
문어가 언젠가 지구어를 알게 되면
읽고 싶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문어는 우리 식구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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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전집 일차분 세권이 나온다. 전집 전체의 규모와 완간 일정은 모르겠으나 철학출판의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다. 이제까지 철학전집은 니체전집(책세상) 정도가 거의 유일하고 플라톤전집(이제이북스)이 계속 간행중인 상태다.

전집은 아니라도 3대비판서를 포함해 칸트의 주요 저작은 번역돼 있다. 1세대 학자로 최재희 판이 있었다면 현재는 2세대 학자 백종현 판으로 대부분 물갈이된 상태다. 이번 한길사판은 한국칸트학회판 공동번역본인데 백종현 판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 어떤 차별적 의의가 있는지는 실물을 봐야 알겠다.

일반적으로 철학전집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전공자가 학술논문에서 원전을 대신하여 인용할 수 있는가(최소한 번역문을 갖다쓸 수 있는가). 그리고 일반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킨다면 최상의 번역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한데 일반적인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가령 <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책세상)에서 니체전집 편집위원이기도 했던 백승영 교수는 한국어판 전집에서 단 한줄도 인용하지 않는다. 번역판은 전공자가 읽을 책은 아니라는 판단을 읽을 수 있다(그런 것이 소위 전공자들의 일반적인 태도인지). 이런 경우 번역본 전집이 갖는 의의는 반감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공자들만 읽는 전집도 반쪽 전집이기에.

이번에 나오는 칸트전집이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하지만 한국어판으로는 읽을 수 없던 일부 칸트 저작을 전집을 통해서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주요 저작 이외의 목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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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께서 보시고 일반독자가 넘볼수 있는 책인지아닌지
가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생 아니 독서를 날로 먹겠다는 심보?
그래도 읽는건 나의 몫ㅎㅎ

로쟈 2018-05-21 22:19   좋아요 0 | URL
네, 책은 내달에 나오니 아직 여유는 있네요.~
 

‘이중톈 중국사‘가 드디어 삼국시대에 이르렀다. 삼국지의 세계다. 이미 두 권의 <삼국지 강의>도 펴낸 바 있기에 물을 만난 물고기의 형국 아닐까. 분량을 압축하느라 오히려 고심했을 듯싶지만 한편으로 그는 삼국시대가 역사상 별로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일갈한다.

˝이중톈은 “삼국은 중국사 전체에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에 비하면 중요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사건들로 점철된 시기”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접하는 삼국 역사가 대부분 픽션인 <삼국연의>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관중이 쓰고 이후 청나라 모성산, 모종강 부자가 여러모로 수정을 가한 <삼국연의>는 삼국을 충의와 간사함의 투쟁사로 오도하고 계책, 음해, 술수, 모략을 당시 인물들의 보편적인 형태로 덧씌웠다고 이야기한다.˝

요컨대 삼국시대에 제몫을 찾아주려는 게 저자의 의도다. 중국어권 교양역사서의 저자로 이중톈만한 이가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중톈을 읽는 것만으로 일정이 만만찮다. 중국사도 이제 열권을 넘어서게 되니 한데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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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염만 문제가 아니어서
내과에 간다
통상적 일정이다 은행에 들렀다가
내과에 가는 길에 아이스라테 한잔
마신다 힘 빼기의 기술에 넘어간 것인지
힘 빼기의 기술에 대해 적는다
호흡법도 있지 숨 쉬기의 기술
한 문제도 한 틀리는 기술도 있었어
그건 비법이던가
모든 게 기술이고 비법인가
힘 빼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면
걷는 법은 어때
걷기의 기술
사람을 바라보는 기술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
아무것도 작동하는 게 없어서
모든 걸 다시 입력해야 해
두 발로 걷는 기술
코로 숨 쉬는 기술
입으로 키스하는 기술
적당한 때 눈물 흘리는 기술
계단에서 넘어지다가 균형잡는 기술
(이거 실습도 하는거야?)
그러다 노안이 오고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고
힘이 빠져서 책을 손에 들 수 없어도
힘 빼는 기술 부족으로
치명상을 입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하긴 모르니까 내과에 가지
숨 쉬는 기술이 부족해서
알아서 쉬지를 못해서
알아서 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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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가본지도 오래고 학원도 안다니는데
왜? 자꾸 뭘 배워야 된다고 하는걸까요?
근데 내과에서도 딱히 가르쳐주는게 없던데요?
뭘 하지말라는 소리만 잔뜩하고 ㅎㅎ

로쟈 2018-05-21 22:18   좋아요 0 | URL
약은 처방해줍니다.^^
 

쓰려던 시는 식도염에 관한 시
식도염 환자의 시가 제목이야
속쓰린 사람들을 위한 시지
카프카의 단식광대가 단식예술가라면
식도염 환자는 식도염 예술가
모든 것을 식도염으로 물들이지
식도염적 변환의 기예
왜 인문학적 식도염인가
살아있는 식도염의 역사
세상을 바꾸는 식도염의 순간들
식도염 소설에서의 자아와 타자
식도염 법칙주의의 빈곤
식도염 여주인공이 되는 법
식도염과 페미니즘
식도염의 라이벌 의식
괴괴한 식도염과 착한 사람들
식도염의 가장자리
식도염의 대가
식도염의 대가는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
독일에 망명중이던
도스토옙스키가 주인공이야
흔히 간질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식도염의 대가이기도 하지
기억하지?
라스콜니코프가 식도염 환자였던 거
도스토옙스키 소설에는 그래서
식사 장면이 별로 나오지 않아
식도염 환자들을 위한 소설이지
나는 시를 쓰겠다는 거야
전지적 식도염 시점으로
앵글을 잡고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거야
페테르부르크도 괜찮지
남산도 괜찮을 거야
비 오는 날
비 맞은 식도염 환자가
아니 천사가 남산 산책로를
따라서 내려오는 거
베를린 천사의 시를
독일문화원에서 보던 날
비를 맞으며 두 끼를 굶었지
자질이 있었던 거야
식도염 예술가로서 말야
그런데
이게 쓰려던 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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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친구~그러나 늘 홀대했던 식도염에게 사과를~
밋밋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그나마 식도염 환자라는 존재감을 준 식도염에게 ㅎㅎ

로쟈 2018-05-21 00:58   좋아요 0 | URL
식도염 환자들에게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