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의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원더박스, 2016)를 고른다.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이 부제. 원제는 '상인, 군인, 현인'이다(원저는 펭귄복으로 나왔다. 아래 표지는 미국판과 영국판).

 

"막강한 힘을 지닌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오늘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뿌리에서 뻗어 나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옥스퍼드에서 근대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카스트'라는 고대의 틀을 소환해 역사의 동력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오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인, 군인, 현인이라는 세 카스트의 역할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상업적이며 경쟁적인 동기를 앞세운 상인, 귀족적이며 군국주의적 동기를 앞세운 군인(전사), 그리고 관료제적 또는 사제적 성향의 현인. 세 집단은 서로 대립하거나 협력하면서 노동자 집단을 억누르거나 구슬리며 권력을 쟁취하고 지배 질서를 형성해 왔다."

번역본 제목은 '상인'만을 부각시킨 면이 있지만, 여하튼 흥미를 끄는 책이다. 특별히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며칠 전에 발견한 책 때문인데,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메멘토, 2016)가 그것이다.

 

 

회계 분야의 책을 읽을 일은 없지만, '회계의 역사'라고 하니까 또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이전에 낸 책들을 보건대(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저자도 꽤 신뢰할 만한 역사학자다. 게다가 이 책도원저는 펭귄에서 나왔다(우연만은 아닐 듯). 그만큼 대중성이 보장된다는 뜻. 물론 교양독자를 염두에 둔 대중성이다. 부제는 '르네상스부터 리먼사태까지 회계로 본 번영과 몰락의 세계사'다.

"역사학자이자 맥아더 ‘지니어스’ 상 수상자인 제이컵 솔의 책. 저자는 수천 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회계가 어떻게 왕국과 제국과 전체 문명을 형성해왔는지를 연구해왔다.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가 촘촘하게 엮어내는 역사 이야기 속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과 사건이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그들이 회계의 역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펼쳐진다."

'상인'과 '회계'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만큼 나란히 읽어도 좋을 만하다. '돈 냄새' 나는 역사서 두 권이다...

 

16.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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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인천 삼산도서관에서 7월 27일부터 8월 24일까지 5주간 매주 수요일 저녁에 '로쟈의 한여름밤에 읽는 세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http://www.bppl.or.kr/usr/mav/MainView.do?menu1=7&menu2=BBSMSTR_000000000222&curl=/cop/bbs/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222&nttId=6100&libcd=3). 자주 강의에서 다룬 레퍼토리인데, '한여름밤'이란 걸 고려해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은 처음 집어넣었다. 5주간 일정은 아래와 같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강 7월 27일_ 셰익스피어, <한여름밤의 꿈>

 

 

2강 8월 03일_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3강 8월 10일_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4강 8월 17일_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5강 8월 24일_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6.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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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정영환의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푸른역사, 2016)를 고른다. 저자가 한국인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일본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 소개가 따로 없지만 재일 조선인으로 보인다. 부제는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이다. 곧 꽤 오래 논란이 되고 있는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2013/2015)를 정면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박유하(세종대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2013)과 그를 둘러싼 사태에 대한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비판서다. 저자 정영환의 <제국의 위안부> 비판은, 단순히 박유하의 입장에 대한 표면적인 반박에 머무르지 않고 한일 양국에서 벌어진 '<제국의 위안부> 사태'의 본질과 이 사태의 역사적.사상적.정치적 기원에 대한 총체적 분석의 형태를 띤다. 정영환은 이 저서에서 엄격한 실증적 방식으로 <제국의 위안부>의 문제점과 그 배경을 검증하여,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을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왜곡, 전유하고 악용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후보상'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대평가하는 등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알다사피 박유하 교수의 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훼손 죄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최근 재판 관련 기사는 http://news1.kr/articles/?2692037). 그러한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학문적으로 저자의 주장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공론화될 필요가 있는데, 앞서 <제국의 변호인 박유하에게 묻다>(도서출판 말, 2016)이란 공저가 출간된 바 있고, 이번에 단독 저작으로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가 번역돼 나온 것.

 

특히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 언론과 우익들에게 환영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본의 수용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돌아오는 광복절까지는 숙제로라도 삼아 읽어봄직하다. 책의 해제는 박노자 교수가 썼다...

 

16.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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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에서 가장 속 터지는 일은('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적으려다가 '속 터지는 일'이라고 적는다. '짜증나는 일'이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필요한 책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불행하면서도 다행한 일은 이제 익숙한 일이라는 것. 매주 한두 권씩은 꼭 필요하지만 찾지 못하곤 한다. 강의에서 다룰 책까지도 그렇다. 갑작스레 찾으려고 하면 더더욱. 우치다 타츠루의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북뱅, 2016)을 펴들었다가 그의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바다출판사, 2016)에까지 관심이 미쳐서 찾았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방안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렇게 갑자기 관심이 뻗친 것은 하루키의 <1Q84>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간단한 해명을 읽었기 때문. 제목이 ''아버지'를 벗어나는 방향'이다. 이때 '아버지'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넘어서 '세계를 담보하는 자'를 뜻하기에 따옴표가 붙었다. 종교에서는 '신'이라고 부르고, 정신분석에서는 '대타자'라고도 부르는 것. 하루키는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무라마키 월드에는 한 가지 이야기의 원형이 숨어 있다. 그것은 '우주론적으로 사악한 것'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보초' 역할을 맡은 주인공들이 팀을 짜서 막아내는 신화적인 서사 형태다.(...) <1Q84>에는 '사악한 것'에 '리틀 피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과 맞붙는 싸움은 현실의 1984와는 다른 '1Q84년'이라는 신화적인 투기장에서 벌어진다." 

명쾌하다. 하루키의 <1Q84>는 언젠가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덮은 적이 있는데, <1Q84>뿐 아니라 하루키 문학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저자는 잘 지적하고 있다(나도 주로 '아버지'와의 관계라는 틀로 하루키에 대한 강의를 하곤 한다). 그래서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를 읽어보려고 찾은 것. 더불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은 대번에 '읽을 만한 책'으로 승격했다(느낌으론 그의 '가장 좋은 책' 후보다).  

 

 

 

하루키의 <1Q84>는 얼마전 문고본 판형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는데, 무거워서 들고다니기 어려웠던 걸 고려하면 문고본으로 읽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키에 대한 강의는 주로 <노르웨이의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여자 없는 남자들> 등을 중심을 해왔는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까지 나온 김에 대표작 강의도 계획해봐야겠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태엽 감는 새><1Q84>를 포함하는 게 목표다. 내년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로맹 가리의 대표작 읽기와 함께 구상하고 있는 일정이다... 

 

16.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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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오랜만에 학술서의 저자 3인을 골랐다. 국문학자, 이탈리아문학자, 국사학자다. 먼저 <한국현대소설사 3>(문학과지성사, 2016)을 펴낸 조남현 교수.

 

"2012년 자신의 가장 오랜 연구가 담긴 <한국 현대소설사> 1, 2권을 펴낸 조남현 교수가 2013년 퇴임 후 3년 만에 후속 연구 <한국 현대소설사> 3권을 펴냈다. 1890~1930년과 1930~1945년대의 소설을 다루었던 앞선 1, 2권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해방과 정부 수립, 한국전쟁을 치러낸 15년(1945~1959년) 사이의 작품들에 집중했다. 시대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서술 방식을 이어 나가면서 시대 인식과 사상 그리고 역사적 상황 별로 작품이 나뉘고 모이는 가운데 역사적 격동기의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러니까 <한국현대소설사 1,2>가 정년 기념으로 나온 책이었는데, '불과' 3년만에 후속작을 펴낸 것이다. 게다가 '1945-1959년'이라고 특정한 것으로 보아 1960년대 이후 문학사에 대한 정리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물론 60년대 이후부터는 작가와 작품 수가 부쩍 불어날 터이기에 정리하는 일이 만만찮지만 아마도 저자의 계획에는 포함돼 있을 것이다.

 

1,2권에서 주요 작가들 편을 읽은 소감으로 말하자면 일반 독자가 처음 손에 들기에 좋은 소설사는 아니다. 한국문학 전공 학부생이나 현대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책. 그건 저자가 최대한 많은 작품에 대한 소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데, 일반 독자가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으면 읽어볼 수 없는 작품들에까지 섬세하게 배려한다. 나무를 보는 데 좋은 문학사이고, 숲 전체를 보게 해주는 문학사(소설사)를 미리 보고 참고하는 게 유용한 활용법으로 보인다.

 

 

아마도 국문학 전공자들에게는 필독서일 법한 김윤식, 정호웅의 <한국소설사>나 권영민의 <한국현대문학사 1,2>까지 참고한 독자라면 <한국현대소설사>로 마무리해도 좋겠다.

 

 

이탈리아문학자, 더 좁혀서는 대표적 단테 연구자의 한 사람인 박상진 교수도 새 연구서를 펴냈다. <사랑의 지성>(민음사, 2016). '단테의 세계, 언어, 얼굴'이 부제다. 저자 자신의 소개는 이렇다.

"나는 단테가 자신의 삶을 사랑의 지성으로 채워 나간 기록이 곧 그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단테의 문학을 세계와 언어, 그리고 얼굴의 측면들로 보여 주고자 한다. 단테의 세계는 단테 자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성찰적 변신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테의 언어는 한없이 사물에 다가서면서 제 소리를 내며, 단테의 얼굴은 존재를 체험으로 변모시키는 가운데 드러난다. 이 책을 통해 단테의 세계와 언어, 그리고 얼굴을 돌아보며 단테의 문학을 좀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가 직접 옮긴 <신곡>과 나란히 읽어도 좋겠다. <신곡>에 대한 강의는 수년 전에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내년쯤엔 이탈리아 현대문학과 함께 다시 읽어보고 싶다.

 

 

국사학자 김백철 규장작 책임연구원도 묵직한 연구서를 펴냈다. <법치국가 조선의 탄생>(이학사, 2016). 영조와 탕평책에 대한 책들을 펴낸 바 있어서 조선 후기가 전공 분야인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 법사학과 정치사상이 전공 분야로 되어 있고, 이번에 나온 책은 조선초 법제의 성립과 정비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과문하지만, 이런 주제의 책이 드물다고 생각해왔기에 반갑다.

"14세기 동아시아 변혁기에서부터 출발하여 개혁 입법의 등장 배경, 조선의 청사진, 실제 입법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조선 전기 실록을 토대로 가장 빈도가 높았던 법리 논쟁 약 40여 가지를 바탕으로 시기별 변화상과 법전의 수록 상태를 비교 검토하는 방식으로 법치국가 조선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드러낸다."

 

 

저자는 '민음 한국사' 조선편에도 <18세기>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법치국가 조선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15세기><16세기>를 참고하며 읽어야 하겠다. 이번 여름에 그럴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6.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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