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고른다. 정확하게는 <시학>과 합본으로 나온 천병희 선생 번역의 <수사학/시학>(숲, 2017)이다. <수사학>이 초역은 아니지만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는 처음 나온 만큼 의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오래 전에 영어판을 구했었지만 몇 번 이사하는 통에 흐지부지 행방을 알기 어렵게 되었고, 번역본 <수사학 1,2,3>(리잼)도 구했지만 진득하게 읽어볼 여유는 없었다. 



돌이켜보니 이미 절판된 리잼판은 왜 굳이 세 권짜리로 나왔어야 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군(이종오 교수의 이 번역본은 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단권으로 다시 나와 있다).



수사학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고답적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모처럼 원전 번역판이 나오니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다. 수사학 입문서도 그간에 몇 권 나와 있으니 교양 수준으로 일독해봐도 좋겠다. 조금 전문적으로는 한석환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연구>(서광사, 2015)가 나와 있다...


17.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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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밤과 낮>(아카넷, 2017)을 고른다. 아직 완간된 건 아니지만 솔출판사의 '버지니아 울프 전집'에도 들어 있지 않은 작품이어서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아마도 작가 연보에서는 보았겠지만 주목하지 않았을 터이다) 두번째 장편이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현대 소설을 개척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자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손꼽힌다.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등은 그런 문제의식들을 잘 보여 주는 수작이다. 그런데 두 번째 소설인 <밤과 낮>(1919)은 독자의 관심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는 작품으로, 1919년 발간 당시부터 그것은 전통적인 플롯과 기법을 답습한 태작으로 평가되었고, 울프 자신도 그것을 정신병의 회복기에 문체 연습 삼아 쓴 것이라고 변명처럼 회고한 바 있다. 그래서 <밤과 낮>은 울프의 "가장 전통적인 서술과 구성을 지닌 작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가장 무시되어 온 작품"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안 그래도 이번 봄학기에 페미니즘 문학 강의가 있어서(http://blog.aladin.co.kr/mramor/9073883)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를 <자기만의 방>과 함께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보다 앞서 나온 작품이 소개돼 반갑다(번역본은 7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내친 김에 이번 봄에 읽어보면 좋겠다. 당장 다음 주에는 입센의 <인형의 집>을 강의해야 하는군(입센 작품 가운데서는 <헤다 가블러>(<헤다 가블레르>)가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공연은 되는데, 왜 희곡으론 읽어볼 수 있는지 아쉽다). 흠, 봄학기도 정신 없이 흘러갈 것 같다. 밤낮은 있으려나...



참고로, 울프의 첫 장편은 <출항>(1915)이고, <밤과 낮> 다음에 발표한 세번째 장편은 <제이콥의 방>(1922)다.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는 그 다음에 차례로 발표된 작품들이다. <출항>과 <제이콥의 방>은 솔출판사 전집판으로 나와 있다. 


17. 02. 22.



P.S. <밤과 낮>이란 제목은 홍상수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낮과 밤>이 아닌 <밤과 낮>), 홍상수의 개성적인 작명인 줄 알았더니 원조는 울프였다(울프 이전에 또 이 제목을 쓴 이가 있는지?). 찾아보니 마이클 커티즈의 <밤과 낮>(1946), 샹탈 애커만의 영화 <밤과 낮>(1991)도 같은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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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 강의가 대부분 일단락되었다. 강의 뒤풀이에 해당하는 페이퍼 거리도 좀 되는데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좀 일찍 침대에 엎어져서 북플에다 글을 쓴다. 오규원의 첫 시집으로 이번에 재간된 <분명한 사건>(문학과지성사, 2017)이 베겟머리에 있다. 초판은 1971년에 한림출판사에서 나왔고 아마도 희귀본일 듯.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민음시인총서의 선집 <사랑의 기교>다.

젠장, 검지로만 자판을 두드리니 이렇게 쓰는 게 결코 더 편한 게 아니로군. 북플에는 사진이나 올리는 게 제격이겠다. 물러나려니 머쓱해서 대표적인 기교파 시인 오규원(그는 김춘수 계보에 속한다)의 시 한 대목을 옮긴다(그의 시는 빽빽한 숲 같아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은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같은 부류).

나의 음성들이 외롭게 나의 외곽에 떨어지는
따스한 겨울날.
골격뿐인 서쪽 숲의 나무들이
환각에 젖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있다.
- 서쪽 숲의 나무들


P.S. 오타를 PC에서 수정하니까 북플에서는 수정이 안된다. 북플 글쓰기에 대해서 오늘 배운 한 가지다. 수정하는 김에 오규원 시집 두 권도 더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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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진아도서관의 봄학기 강의부터 한국문학 강의를 시작하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9117314), 다른 강의에서 러시아 희곡(체호프)과 독일 희곡들도 다루는 김에 한국 희곡에 대한 강의도 해보면 좋겠다 싶다. 그런 욕심을 품게 한 책이 나왔는데, 한국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온 <한국 현대희곡선>(문학과지성사, 2017)이다. 목차를 보니 유치진의 <토막>부터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게 몸을 던졌는가>까지 모두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전집판으로는 민음사판 <한국희국선 1,2>(2014)과 견줄만 한데, 일단 민음사판의 목차는 이렇다. 각권 8편씩 모두 16편을 수록하고 있다. 


1권 
1 송영, 호신술(1932) 
2 유치진, 소(1934) 
3 임선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36) 
4 함세덕, 무의도기행(1941) 
5 오영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1949) 
6 차범석, 산불(1962) 
7 이근삼, 국물있사옵니다.(1966) 
8 박조열, 오장군의 발톱(1974) 

2권
1 허규, 물도리동(1977) 
2 이현화, 불가불가(1982) 
3 오태석, 자전거(1983) 
4 정복근, 실비명(1989) 
5 이윤택, 오구 죽음의 형식(1989) 
6 김광림, 사랑을 찾아서(1990) 
7 이만희,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990) 
8 이강백, 영월행 일기(1995)


그리고 문학과지성사판의 목차. 


1 유치진, 토막
2 함세덕, 산허구리
3 오영진,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4 차범석, 불모지
5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6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7 이현화, 카덴자
8 이강백, 봄날
9 이윤택, 오구―죽음의 형식
10 오태석,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두 종의 선집에서 공통적인 작가와 작품에 형관펜을 칠했다. 9명의 작가가 공통되고, 3명은 작품도 일치한다(오영진, 이근삼, 이윤택). 한 주에 두 작품씩 읽는 걸로 하면 5주 강의나 8주 강의의 커리가 될 수 있겠다. 아무튼 각 작가별로 찾아 읽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선집이라 반갑다. 



다른 판본의 희곡 선집으로는 한국극예술학회에서 엮은 <한국 현대대표희곡 선집 1,2>(월인)와 김성희 편, <한국 현대명작 희곡선집>(연극과인간, 2000)이 있다. 전자는 24편, 후자는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나왔지만 아직 절판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민음사판이나 문지판에 밀려나지 않을까 싶다...


17.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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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리는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고발>(다산책방, 2017). 이미 조갑제닷컴에서 2014년에 나온 바 있다. 사실 책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였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 책도 번역했다고 해서 찾아봤던 것. 하지만 '조갑제닷컴'에서 나온 책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신뢰할 수가 없기에. 다행히 이번에는 최초 원고를 충실히 살린 판본이라 한다. 



영어판은 지난해 역구 펜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건 올 3월 출간이다. 아무래도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비공식문학'은 처음이어서 해외에서 더 열띤 반응을 보이는 듯싶다. 

"2017년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한 <고발>은 세련된 표지와 더불어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탈북 작가가 아닌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점과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를 모았으나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었다. 이렇게 냉담했던 국내 반응과 달리 이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현재 생사 여부도 불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관련기사를 보니 의견들이 상반된다), 그래서 <고발> 이후의 작품을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진짜 북한'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작품의 완성도나 문학적 성취는 일단 제외하더라도...


17.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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