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지만, 음.. 알라딘 서재 포스팅도 할 일. 이라고 말해본다.
동생과 나오며 우유 하나 사서 먹은게 다니깐, 패밀리마트 김밥과 모듬꼬치오뎅 사서 냠냠하는 끼니 때우고 마저 일하자. 라고 해도 그렇게 큰 게으름은 아니지 않을까.
어제는 샵 시작한 후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설날에도 새해에도 크리스마스에도 문을 열었는데 말이다.
제주에서 돌아와서 동생군이 기사 해줘서 말로 퇴원시키러 갔더랬다.
시간을 돌려 토요일로..
새벽같이 일어나 꽃시장에 갔다가 농장으로 고고씽 아주 크고 예쁜 녹보수를 겟했다. 차에 실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 샵에 가지 펼치고 있는 녀석 보니, 예뻐죽겠다.
샵에서 미친듯이 정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발 팔고, 택시 잡아타고 사당동으로, 말로한테 인사하고, 또 긴긴 청구서를 받아 나왔다. 제법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서 약간 안심
또 택시 잡아타고 눈썹이 휘날리게 집으로, 그 와중에 강기사와 동생이 번갈아 전화하며 비행기 놓치겠다고 구박
먼저 가라며, 나 뒤따라 가겠다고 했는데, 집에 들어가보니, 불도 안 끄고 -_-;; 세탁기도 돌린채로 그냥 나갔더라. 내가 안 왔으면 어쩔뻔했어. 대충 책이랑 이것저것 가방에 쑤셔넣고 또 바람같이 달려 나와 택시 잡아 타고, 9호선 급행 탈 수 있는 여의도역으로.
거기서 급행 탔더니, 먼저 나간 강기사와 동생군과 같은 열차에서 마주쳤다.
처음 가보는 제주 집이다.
뭐, 여전히 뭔가가 공사중인 어수선한 모습이긴 하다. '신구간'이라는게 있다고. 대한과 입춘 사이, 신들이 놀러나간 사이에 몰래 이사해야 한다나 뭐라나, 뭔가 귀여운 풍습이다. 여튼, 신구간이 껴서, 인부들이 다 바쁘고, 아빠님은 이미 제주에서 반년 있으면서 그동네 사람들에게 학을 백만열두번쯤 뗐다고 하고.. 들어보면, 진짜 어이가 없다. 사실, 서울에서 근교에 집짓기도 힘든데, 제주는 말해 무엇하랴. 황당한 에피소드들의 퍼레이드. 아빠님이 맨날 소리 질러도 일이 진척될까말까. 아빠가 차근차근 화를 꾹꾹 눌러가며, 일을 진척시키고 있지만, 이런 일은 오히려 강기사가 잘할지도. 주택에 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좋더라. 하지만, 바베큐 그릴 하나 조립할 엄두 못내고,(어렵긴 존나게 어려워서 동생군과 쌔가 빠지긴 했지만) 벽난로 하나 못 때면서, 전원주택의 로망만 가지고 있다면, 강기사만 죽어날듯. 우리집, 형광등 가는거 같은것도 다 강기사랑 내가 한다. 일 잘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따윈 없ㅋ엌
여튼, 나는 힘들고 힘든 와중에 ...

삽질도 하고.. 나 팔병신인데, 그냥 얘기 안 하고 했는데, 겨우 그거 했냐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 해놨다며 빈정거려서 열받아 혼났다.
바베큐 그릴 상자에 들어 있는거 진짜 무거워서 (게다가 내 팔은 병신) 못 들고 쩔쩔매니깐 들으면서 '이것도 못 드냐'며 타박. 진심이세요?? 어이가 없다, 진짜, 그래놓고 나중에 강기사한테는 바베큐 그릴 억수로 무겁던데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는거 들었다.

고기 먹는데 '굽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냐'며 구박을 하지를 않나. 진짜 먹는거 가지고! (근데, 난 고기 먹는 사람이다. 어디 가도 고기 안 구워 'ㅅ')
딱 말문이 막혔던건
쌔가 빠지게 일하며 가장 비수기 두 달을 견뎌내고, 이제 2345월 성수기를 남겨둔 처지에
'힘들게 뭐 고생하냐'며, '제주 내려와서 할 꺼 찾아보'라며.
말이 안 통하는구나. 싶었다.
서울 오는 길에 동생에게 말하니, 동생왈 '같이 굶어죽자는거지'
그러니깐 말이다.
이래저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이빠이 받은 주말이었다.

벽난로가 있는건 좋았다. 저 장작 이때까지는 이웃에서 줘서 얻어 썼다고 하는데, 3톤트럭으로 35만원 정도라고 하던가,
2월에 돈 열심히 벌어서 장작이나 사드려야겠다. 솔방울이 잘 타서 불 붙이기 좋다고 하는데, 한 봉다리에 몇 천원씩 주고 사던거 생각나 좀 웃었고, 솔방울 줍고, 나무 때며 난방하는 집이라니 ㅎㅎ (물론 보일러도 있는데, 나무가 더 따뜻하고, 저렴하다고) 참나무던가 삼나무던가 나무가 타는 모습은 예뻤고, 그 불은 보일러와는 달리 마음까지 따뜻하게 일렁였다.
이래저래 이야기하지 않은 징그럽게 많은 일들, 비수기, 직원도 없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팔팔끓고, 말로도...
그랬던 1월, 진짜 존나게 힘들었다. 얼른 가라, 1월아.
내일부턴 좋은일만. 2월에는 신나는 일만.

어제는 고민고민하다 샵에 안 나오기로 결정했고, 말로 데려와서 말로 수발 들으며 집 치웠다.
1월에 좋은일 거의 없었는데, 1월의 마지막날 딱 하나 바란다.
오늘 집에 가면, 말로가 큰 감자( 오줌 많이)랑 맛동산(똥) 만들어 놓았기를.. 제발..
처방식 건사료도 그런대로 먹고, 물도 찹찹 잘 먹고, 카라도 잘 차고 있으며, 약까지 잘 먹었는데 .. 잠깐 딴 얘기, 어디서 봤는지 기억 안 나는데, 그 파리의 고양이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약 그냥 주면 안 먹는데, 왜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눈을 쳐다보며 열심히 설명하고 주면 먹는다고. 처음 약을 먹여보는거라 거칠게 입에 넣으려다 못 넣고, 그 이야기가 생각 나서 말로의 눈을 보며 열심히 설명했다. 이 약을 먹고, 빨리 낳아서 세 밤만 더 자면, 배에 실밥도 뽑고, 갑갑한 칼라도 뺄 수 있어 말로야. 오줌 눌 때도 안 아파지고, 건강해질 수 있어, 그러니깐, 우리 이 약 먹자. 말로야, 알았지? 하면서 캡슐을 쏙 넣었더니 꿀떡 삼켰다.
아, 우리 말로.
짬짬이 엉킨 털 잘라주고, 수술부위 소독약으로 닦아주고, 물하고 사료하고 처방식 습식 사료 챙기고, 어디가서 뭐하고 있는지 늘 눈 안에 두고.. 집 치우고...
오늘 아침에는 발라당 애교 부리는걸 잔뜩 받아주고 충만한 마음으로 나왔다. 내일부터 새 아르바이트도 오고, 샵에는 할 일이 천지다. 부지런 떨다보면, 저녁까지 시간 금방 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