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의 <일인칭 가난> 글 정말 잘 썼다. 좋은 책이다. 기회 될때마다 말하고 다녔는데, 같은 출판사인 마티에서 나온 길쭉한 책 시리즈인가, 이 책도 정말 잘 읽었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돌봄도, 간병도, 양육도 책에서만, 뉴스로만, SNS에서만 보고, 아직 내게 직접적인 이슈 아니라서 어느 정도 거리 두고 읽게 된다.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 끼칠 것이 분명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관심 있는 주제라서 관련 도서들을 꾸준히 읽고있다. 이 책은 '백혈병 걸린 아이를 간병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 둔 여성' 의 이야기로 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읽고 나니, 내 이야기 아닌데, 내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그런 몰입을 할 수 있는 글이었다. 


독박 양육도, 남편 부모 모심도, 남편 돌봄 이야기도 답답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혹은 그런 현실이고,   

가족 안에서 엄마가, 아내가 어떻게든 현실을 이어가고,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들 흔하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병에 걸려 가족이 무너지고,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들도 많다. 이 이야기도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나이다.


혼자 살면 나이 들어 외롭지 않냐, 명절 때 외롭지 않나(그럴리가) 이런 글들을 보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외로운건 둘인데, 혼자 있게 만들어서 외로워지는 것이 진짜 사무치게 외로운거 아닌가 싶었다. 양육을 하면 남편이 아내를 진짜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 아픈 아이를 양육하면서는 그게 더 극대화되고. 


그는 결코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좋은 자질과 유능함을 돌봄에서는 발휘하지 않는 걸까? 고의인가? 생각해보면 내가 직장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출근 준비 때문에 새벽잠을 설친다는 그의 불평에 나는 다음 날 입을 옷까지 전날 밤에 미리 챙겨놓고 닌자처럼 집을 나섰다. 내 하루의 시작보다는 아침에 윤이를 챙겨 등교시킬 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쌓이지 않기 힘들겠다 싶다. 그런 마음들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설명해보려 하고, 합리화해보려 하고, 개선시켜보려 하는 애쓰는데, 답답함을 넘어서 진짜 이번 생에는 답이 없구나 싶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정치로 '사랑의 돌봄'을 '정치'로 해결해보고자 계속해서 자신이 겪어내고, 겪고 있는 날 것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 화두를 던진다.  


나는 좋은 시터를 찾자고 했다. 아이 아빠는 내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곧 화가 났으며 종내 슬펐다. 내가 마약판매상도 아닌데 아무리 남편이라도 내게 일을 그만두라고 먼저 말할 권리는 없다. 심지어 근무시간 대비 수입, 복리후생,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면 내가 아니라 그가 사업을 접고 아이를 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108)


아이가 아프면, 남자 직장에서는 병원비 벌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하고, 여자 직장에서는 그만둬야겠네. 한다. 


인정투쟁의 개념을 적극 확장한 악셀 호네트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그 분노로 사회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여자사람'은 인정투쟁에 실패했을 때 분노 대신 불안을,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낀다. 이 두려움은 기어이 자기희생을 감내하게 만든다. 엄마의 고통과 희생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강요된다. 희생의 당사자와 목격자, 수혜자 모두 고통에 무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데 실패하면 여성은 제일 먼저 희생의 강도를 높인다. (114)


그러니 여자로 태어나 '자기희생'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돌봄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과거처럼 개인을, 가족내의 한 성별을 갈아서 이어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돌봄을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공짜 노동으로 여기는 마인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고, 돌봄 또한 그러하다. 생애주기동안 내가 주는 쪽이건, 받는 쪽이건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 위해 정치가 앞서가야 한다. 정치가 앞서갈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교육이 든든한 받침이 되어줘야 한다. 교육이 든든한 받침이 될 수 있도록... 두 손, 두 발 다 묶인 학교 생각하니, 아, 갑자기 두 배로 갑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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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일어남. 


엊그제 문형배 대법관의 독서일기 블로그를 보고 큰 반성. 

쓰기 위해 읽는다.는 자타가 그랬냐? 싶은 내 모토인데, 읽고 나서 쓰는 것이 영 안 붙는다. 


박솔뫼 에세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책에 대한 책은 좀 질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좋았다. 

역시 오랜만에 박솔뫼가 이야기한 책들을 많이 메모해두었다. 볼라뇨, 하라 료, 다카하시 겐이치로, 


사실, 박솔뫼의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좀 지루했던 기억만 남았었다. 다시 읽으면 이전보다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변했고. 에세이를 읽고, 작가가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는 에세이 읽고, 작가가 좋아진 경우이다. 아니, 신기해진 경우에 더 가깝다. 


정해연 소설 읽고, 작가의 말 읽고도 느꼈던건데, 박솔뫼의 에세이를 통해서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소설 생각만 하고, 소설의 틀로 세상을 보는구나. 소설 시점 인생을 살아가는구나. 그리고, 그렇게까지 몰입하고, 좋아하는 것이 소설인 소설가인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소설가의 소설을 재미없게 읽기는 불가능하다. 


소설을 쓰고 소설을 쓸 생각을 하고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 생각하고 헤매고 쓰다가 생각하고 이런 과정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볼라뇨 같은 사람이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고 나의 노동과 주변인들의 친절과 사랑, 노동으로 번 돈과 그 돈으로 산 음식과 휴식 같은 것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읽고 쓰고 읽고 쓰는 생각을 과하게 하고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거의 미쳐 있는 사람들의 힘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정말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137) 


"나는 예정대로 달리는 것을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좋았다. 이 책 속 유미리는 힘 있고 동시에 너무 많은 해야 할 일과 여러 사건 속에서 힘없고 그러나 힘없는 채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아가고 움켜쥐고 휘어잡고 그래서 힘 있고 힘 있다. (180)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요정 이야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나온 무언가가 다음 책을 읽는데 또 나온다거나, 내가 고민하는 일이 있는데, 마침 읽고 있는 책에 나온 주인공이 똑같은 고민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우연은 사실 책을 그냥 계속 읽다보면 늘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것을 책요정이라고 부르고, "모두에게 책요정의 축복과 만남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세상에, 그렇구나. 책요정이었구나. 스파크 튀듯 좋았던 그 순간들이 그냥 우연인 줄만 알았지. 책요정을 알려준 박솔뫼 덕분에 책읽기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 


저자의 볼라뇨 사랑이 엄청나서 볼라뇨의 <전화>를 몇 번인가 빌려왔는데, 한 페이지도 못 읽고 반납했다. 

사실 다카하시 겐이치로랑 하라 료도 엄청 좋아하는데, 다카하시 겐이치로까지는 손이 안 가고,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마음만 남겨두었고, 하라 료, 나도 하라 료 좋은데, 볼라뇨도 좋고. 하면서 볼라뇨랑 하라 료만 다시 읽으면서 박솔뫼를 떠올릴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책들은 많은 편이지만, 사랑하는 작가는 손에 꼽아본 적 없다. 사랑하는 작가가 있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작가를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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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독서 목표를 몇 가지 정해뒀는데, 

1. 원서 150권, 5만 페이지 - 스토리그라프

2. 그래픽 노블 100권 - 페이블

* 1번, 2번 합해서 200권, 왜 그러냐면, 뒤에 나옴 - 굿리즈

4. 우리말 책 150권 - 북모리 



이렇게 계획을 세워뒀다. 

그래픽 노블 올 해 읽은 중에서 poetry 로 구분된게 두 권 있는데, beawolf와 odyssey 다. 이건 원서에도 기록하기로 함. 

많이 겹치지는 않겠지만, 그래픽 노블이 워낙 다양하니, 원서에 넣고 싶은건 원서에 넣기로 해서 150+100= 200 이 됨

원서도 100권 목표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펭귄 리틀 블랙 클래식 시리즈 시작하면서 한 달에 네 권씩 읽을거라서 50권 늘려봤다. 


제일 부지런히 진도 나가고 있는 것이 그래픽 노블이다. 근데, 100권이나 될까? 되겠지. 안 세봐서 모르겠다. 

읽은 책들 중에서 너무 재미있어서 후속 독서로 책이 좌라락 불려 나온 책들이 있어서 추천. 


















Matt Tavares 의 Hoops 

실화 기반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애들이 재미 없어 하길래 실화 기반 재미없나보다. 했는데,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내용도 너무 좋았다. 


밤에 한 챕터만 더 읽고 잘까 하다가 정신 없이 다 읽고, 뒤에 작가의 말까지 읽는데, We were there, too! 에서 주디 워렌 이야기 읽고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 논픽션 픽처북 작가인데, 이 책은 그간 쓰던대로 쓰면 아쉬워서 그래픽 노블이 되면서 대화나 인물에 픽션이 들어갔다고 한다. 좋아했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실화이다. 


당장 We were there, too! 검색했는데, 오만삼천 얼마인데, 중고가 한 권 있는거야. 너무 좋아서 당장 주문. 만삼천원에 책 받아보니, 미국 역사 속의 젊은이들에 대한 책이었다. 작년부터 미국사 따라가려고 이것 저것 보는 중인데, 진짜 너무 좋다! 


그림책이나 만화, 영상보다 글이 그냥 제일 잘 읽혀서 그래픽 노블도 잘 안/못 봤던건데, Hoops 보면서 그림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1970년대 남자 농구부로 유명한 학교에서 처음으로 여자 농구부가 생기고, 주state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남자팀들에 비해 뒤로 밀리는 여자팀들, 유니폼도 안 줘서 흰 티에 검은 테이프로 백넘버 붙이고 계속 경기 나감.. 그런 차별 이야기와 거기에 대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계속 이겨서 360개 팀 중에 마지막 두 팀이 되고, 우승하는 이야기. 극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림체가 차분해서인지, 극적 스토리 전개보다는 화려한 경기 뒷이야기가 많아서 더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진짜 이 책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







농구를 좋아하던 주디는 베프와 함께 남자 농구부 치어리더를 하는데, 여자 농구부가 생길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응원 안 하고, 넋 놓고 있는 장면, 마지막에 뭔가 다짐하는 듯한 얼굴까지, 현장과 주디의 마음이 그려지는 부분이었다. 




테이프로 번호 붙이는데, 경기하다 떨어지니깐, 철물점 딸이 이게 제일 잘 붙는다며 테이프 추천해줌. 

어웨이 경기하러 가는데, 버스도 대절 안 해줘서, 차 있는 사람 누구 없냐고 물어보고 ㅜㅜ 먹을거 싸 오라고. 



남자팀은 유니폼도 있고, 빨래도 다 해주고, 버스도 있고, 먹을거도 다 나오는데, 우린 하나도 안 나오고, 연습도 남자팀들 다 끝난 다음에 해야 하고, 때려쳐! 하고, 때려친 아이의 사정과 다시 아이를 데려온 내기 이야기도 재미있다. 뒤에 보니 실제 에피소드라고!



애들이 주 경기 간다고 state state state 하고 나오는거 진짜 너무 귀여워서 계속 생각남. 

코치님이 엉클한테 차 빌렸어! 



차의 이름은 Winnie! 가 된다. 승리의 마스코트 




 














앤디 위어, 사라 앤더슨 <체셔 크로싱> 


작가가 마샨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앤디 위어라는건 읽다가 알았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피터팬의 웬디가 체셔 크로싱이라는 정신병원 asylum 에 모인다. 

아이들은 모험을 마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만, 아무도 그들을 믿어주지 않고, 정신병 진단을 받고 여러 치료를 전전하며 세상과 불화하며 성장했다. 그들이 도로시의 실버 슈즈의 마법, 앨리스의 거울을 통과하는 마법, 웬디의 하늘을 나는 마법을 쓰며 오즈와 네버랜드, 이상한 나라를 오가며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다. 


아, 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진짜, 너무 재미있는데! 이거 그거잖아. 소녀는 자라서 너한테 복수할거야. 부숴버릴거야. 뭐 이런거. 앨리스는 엄청 씨니컬하고 나쁜 성격이 되었고, 도로시는 비슷한데, 웬디가 싸움꾼이 됨. 

초록 마녀와 후크 나오고, 진짜 에휴.. 피터팬과 하트왕자, 체셔 고양이 등등 나오는데, 피터팬이랑 앨리스랑 오즈의 마법사랑 다 꺼냈잖아. 






창문 잠겼다니깐, 창문 잠긴거 좋다는 웬디. ㅎㅎ 

우리 2층인데 밖에서 누가 온다는거야? 앨리스가 물으니깐 

웬디가, 알면 놀랄걸. 




그림도 너무 예쁘고, 메리 포핀스는 안 봐서 잘 모르지만, 이 세 명을 돌보는 내니는 메리 포핀스인듯 하다. 

도로시가 'Typical Glinda' 하는 것도 괜히 반갑고.




아주 멋진 판을 깔고, 멋진 이야기를 신명나게 하는 책이었다. 

내 안의 소녀 주인공들을 다 끄집어내는! 
















그리고 지금 읽는 책은 Gareth Hinds 의 그래픽 노블 The Odyssey 





비슷한 시기에 영어 트위터에서는 오딧세이 번역으로, 한국 트위터에서는 일리아드가 활활 타올랐는데, 

나는 일단 오딧세이부터 읽는다. 번역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이야기가 다 쏟아져 나왔는데, 나는 일단 오딧세이 이거 읽고, 

산문으로 사둔거 읽고, 그 다음에는 윌슨과 페이글도 읽어볼까 싶다. 


















오딧세이와 일리아드 그래픽 노블은 알라딘 중고로 따로 샀는데, 이번에 처음 펴봤다. 

오딧세이 이 전 독자가 포스트잇으로 리딩 리스폰스 붙여둬서 너무 좋아서 또 소리 지름. 






지금 내 머릿속에 오딧세이는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와 마가릿 앳우드의 <페넬로피아드> 에 나오는 오딧세이긴한데 

이렇게 오딧세이로 보고 나서 읽을 책들이 또 잔뜩 있다는거 아니깐 신나네 



















이전 독자의 분석도, 책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2/3쯤 읽었다. 

대학생 상대로 오딧세이에 트리거 워닝 있다고 해서 대학생이 이 정도도 못 읽나 싶었는데, 이야기가 잔인하고, 그게 그림으로 보이니깐 (키클롭스가 사람밥 먹는거 같은..) 근데, 트리거 워닝은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한 경고 아닌가? 고전 신화에 나온 이야기에 트리거 워닝이 붙는 것이 맞나 싶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고야 그림 정도의 수위랄까. 이 책이나 위에 체셔 크로싱은 미들 그레이드보다는 트윈즈나 YA 정도가 권장 연령이지 않을까 싶다. 


추천하다보니, 완전 다른 세 장르의 그래픽 노블 추천이 되었다. 즐겁게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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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끼약 메리포핀스도 나오나요? 체셔 크로싱 찜 합니다~!

하이드 2025-01-28 12:51   좋아요 1 | URL
메리 포핀스는 이름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 봐주고 우산으로 마법 쓰고 하는거 보니 메리 포핀스 같아요. 정말 재밌습니다!
 

“i wasn’t the same person i was before i read this book”

영어로 하면 좀 더 깔끔한데, 우리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닌 책,

'읽고 나서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 내가 원하는 뉘앙스는 딱 이 정도다.


책계에서는 누군가가 리스트를 만들어내고, 그 리스트에 동참하는 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와중에 내 장바구니는 간만에 '1000개'가 넘어서 더 이상 담을 수 없습니다. 메세지를 띄우기도 했다. 중고책 보이면 지점마다 다 담아둬서 그럼


근래 책계에 올라오는 프롬프트 중에 가장 내 장바구니를 터지게 만든 리스트라 나도 내 리스트를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책은 평소에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몇 권 더 있어서 이런 리스트가 나왔다.















1. 레이첼 카슨 <바다 삼부작>


사이언스 라이팅은 한 장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다. (이과 문과 다 아우르다니 존경스럽다!) 나는 대중을 상대로 잘 쓴 과학책들을 꾸준히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 과학은 늘 수학이랑 제일 싫은 과목이었고, 지금도 읽고 싶다!는 마음 보다는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고르는 일이 많지만, 정말 잘 쓴 과학책들은 사람을 바꿔.


레이첼 카슨은 과학 글쓰기로도, 글의 문학적 탁월함으로도 각각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 로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분야를 수상했다. 과학 글쓰기(nature writing) 존 버로우즈 메달을 수상했다.


그녀가 투병중에도 기어코 완성하고 발표한 <침묵의 봄>은 거대 농업 회사들과 로비스트, 정부를 상대로 한 책이었고, 세상을 바꿨다.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꿨다. 그리고 그 시작에 <바다 삼부작>이 있고, 레이첼 카슨의 시선으로 보는 바다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뜨인 느낌이었다. 




 지금처럼 원서 많이 읽기 전에 이 책을 사뒀는데, 

 레이첼 카슨의 글을 원서로 읽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말 나온김에 이번 연휴에 .. (시작할 책이 산더미다. 오랜만에 열흘 휴가라 보통 산이

 아니다. 거의 에베레스트급이다) 


 이럴 때는 한 페이지라도 시작하는게 최고다. 책 꺼내두러 간다. 

 

 책 꺼내서 책 무더기 위에 쌓다보니, 이번 주 읽기로 한 후 워즈 마리 퀴리가 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마리 퀴리 바이오그래피 엄청 멋진거 나왔는데 










찾으니 두 권 같이 나오네 




















2.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이 책도 번역본으로만 읽었다. 원서는 어디있는지 생각 안 나니깐 일단 두고. 피뎁으로도 많음. 난 종이책으로 읽을거지만.

이 책은 북피티 하면서 같이 읽었던 책이다. 글이 정말 시적이고, 거대하다. 지구의 역사와 우주에 대한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운 글이고, 사소한 인간의 일은 사소하게, 혹은 사소한 인간의 일이 모두 그 하나의 우주,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읽었고, 역시 원서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된다. 혹자는 1년에 한 번씩 읽어줘야 하는 책이라고도 했고, 공감한다. 

















3. 마리아 포포바<진리의 발견> 


이 책은 번역본으로도 읽고, 원서로도 좀 읽다 말긴 했는데, 마리아 포포바의 마지널리언에 올라오는 글들 아주 즐겁게 읽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들. 포포바 덕분에 레이첼 카슨 읽게 되었고, 과학과 문학의 접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과학자들에 대한 눈이 조금이나마 뜨이게 되었다. 


4. 필리프 데트머 <면역>  















아, 이 책은 원서로도 읽고, 우리말 책으로도 읽고, 오디오도 여러 번 듣고, 무려 챕터별로 요약까지 마무리했다. 

정말 이게 이렇게 재미있다고? 읽고 나서 나를 달라지게 만든 책이라는 주제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기도 했다. 

이건 정말, 글도 너무 재미있지만 (내가 Dendritic cell 가지세포의 팬이 될 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인간 몸 안에 있는 세포 이야기라서 이건 그냥 누가 읽어도 자기 얘기일 수밖에 없고, 내 몸에 상처가 나거나 아프거나 할 때마다 내 몸 안에서 일하는 면역 세포들을 생각하면서 혼자 웃는 미친 모먼트를 가지게 되는건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나뿐만이 아닐거야!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Kurtgesagt 유튜브 중 면역 관련 동영상도 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왜냐하면, 4학년 아이들이랑 같이 읽었는데, 한 챕터 읽으면 영상 하나 보여달라고 해서..) 


5. 그레타 툰베리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를 어릴적부터 봤고, 셀럽이라고 책이 별로일거라고 생각하면 진짜 큰 오산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글들을 망라한 책이고, 기후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우리는 망했지만, 그레타 툰베리는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No one is too small to make a difference>는 후 워즈보다 작은 책인데, 커다란 기후책보다 더 이미지가 크게 나왔네. 툰베리의 연설들 모아놓은 책인데, 이 책 읽고 더 존경하게 되었다. 

기후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하자가 지난해의 목표였는데, 부족한게 많지만, 올해도 이어가겠다.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여성주의 서적들 한참 읽을 때, 이 책만큼 아, 가부장제는 없어지지 않겠구나 깨닫게 해 준 책이 없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이십년도 더 전에 읽은 책이고, 게리 비숍 <시작의 기술>은 5-6년 전쯤 읽은 책인데, 둘 다 좀 비슷한 의미에서 나를 변하게 만들어줬다. 두 권 모두 스토아 철학이랑 닿아 있는데, <시작의 기술> 읽고 여기 나온 목차를 '확언'으로 2년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페이지에 썼던 적이 있다. 그게 많은 걸 바꾸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토아 철학은 <시작의 기술> 외에 라이언 홀리데이의 책 읽으면서도 알게 되어 찾아보게 되었고, 마인드셋이 많이 바뀌었다. 



유일한 소설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소설들이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밀한 결정> 에서의 '소멸'들은 충격적이어서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한번씩 계속 생각나는데, <은밀한 결정> 의 결정이 decision 이 아니라 crystal 이라는걸 올해 1월 5일에 알게 됨. 그 동안 제목이 왜 은밀한 결정인지 별로 생각 안 하다가 영역본 찾아보면서 memory police 직관적이고 좋네, 하다가 드디어 생각하게 되고, 찾아보게 되고 알게 됨.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책도 한 권도 없네.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소설과 우리나라 작가 책도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빨간 날은 일하고, 설연휴와 추석연휴는 길게 쉬기로 했고, 그렇게 쉬는 첫10일 연휴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일 안 하는 것도 좋군. 지난 주 목요일에 병원 다녀오고, 말로는 호스피스 모드로 들어간다. 재택이니 원래도 하루 종일 같이 있지만, 말로에 집중하는 긴 시간 가지게 되어서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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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hire Crossing: [a Graphic Novel] (Paperback) - 『체셔 크로싱』원서
앤디 위어 / Ten Speed Pr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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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흥미로운 그래픽 노블. 도로시, 앨리스, 웬디가 모험을 끝내고 돌아간 세상은 그들을 미친 여자 취급한다. 세상과 불화하며 성장한 그들은 더 이상 순진한 여자 아이가 아니다. 그들 셋은 체셔 크로싱이라는 정신병원에 모이고, 가장 까칠해진 앨리스가 도로시의 은색 구두로 오즈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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