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존 - 아웃케이스 없음
라세 할스트롬 감독, 아만다 시프리드 외 출연 / UEK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게 뭐야?? 내 기억 뭐지?? 왜 내가 결말을 완전 반대로 기억하고 있었지???
책과 너무 다르고 개연성도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결말 이거 뭐야 진짜 ㅋㅋㅋㅋ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마지막이라 별 하나 더 준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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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을 만났다. 스파게티와 와인의 조합은 굉장히 오랜만이라 기쁘고 맛있게 잘 먹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더 좋고 앞으로도 이렇게 먹고 마시고 수다 떨며 오래오래 지내자는 얘기를 하던 중에, 당연히 '건강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친구들에게, '늘상 건강하자고 말하고 건강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건강하자는 말이 부질없다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간 내가 그렇게나 체력이 좋고, 어떤 검사를 해도 다 이상없다 나오고(최근에 위내시경 했을 때 닥터는 30대 초반 사람들보다 더 깨끗한 위를 가지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건강만큼은 자신있다 생각했지만 수술을 앞두고 있지 않냐.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 정말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는걸까, 건강하자는 말은 부질없는 것 같아, 이래봤자 어디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라는 얘기.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친구1이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다던 '김혼비'의 《아무튼, 술》의 한 부분을 얘기해주었다. 저자가 술에 취해 노래방에 갔다가 리모콘을 들고 택시를 탔고, 택시 안에서 마치 그것을 게임기인양 다루었던 일, 정신차려보니 지갑이 없었는데 노래방에서 연락와 지갑을 찾으러 갔다고. 노래방에서는 택시 기사님이 노래방 리모콘과 지갑을 가져다주셨다 말했단다. 저자는 택시기사님께 연락을 드려 감사하다 인사했다는데, 기사님은 끊으시며 '힘내요' 라고 했다는 거다. 당시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폭음을 했던 저자는, 이 말에 왈칵 울음이 터졌다고. 저자 자신은 그간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라는 말은 무용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왔다 했다. 그 말로 힘이 나지는 않을텐데, 그저 듣는 사람이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 그냥 자기 편하자고 하는 말이 힘내, 라는 말이 아니었던가 생각했던 것. 그러나 자기가 힘든 상황에서 갑자기 듣게된 힘내라는 말은 정말 힘이 되었다는 거다. 그러니 그 말이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설사 길에다 버리는 말일지언정 누군가는 주워갈 수 있는 거라고. 친구는 이 얘기를 들려주며, 우리가 '건강하자'고 하는 말이 결코 부질없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 여러분 너무 좋지 않습니까... 내 친구다, 여러분.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일화를 가져오며 우리의 대화속에 스며들게 한다. 게다가 그것은 얼마나 맞춤한가. 제가 이런 친구를 사귀고 있습니다.



그래. 부질없지 않을 것이다. 요즘엔 건강하자는 말이 너무 부질없는 것 같다고 그렇게 궁시렁대고 살아왔는데, 아니다, 부질없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떻게든 가 닿아서 의미와 힘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야. 작용을 하고 있을 것이야.

여러분, 건강합시다.



그건그렇고,

나는 김혼비를 아직 한 권도 안읽어봤는데 주변에 김혼비를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다좋다 말한다. 와- 나는 진심으로 김혼비가 부러웠다. 김혼비를 읽은 사람들이 이렇게 어디가서 좋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김혼비는 알까? 나도 이참에 김혼비를 좀 읽어봐야겠구먼. 며칠전에도 다른 친구가 김혼비의 책을 읽다가 내 생각난다며 본문을 사진 찍어 보내줬더라. 거기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의사도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무리한 운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며 정기적인 물리치료를 권했다. 물리치료실로 이동하기 직전, 진단을 받는 내내 최대 관심사였지만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뤘던 질문을 조심스럽지만 다급하게 던졌다.

"술을 마시는 것도 안 좋을까요?"

당연하지, 인마. 이 질문은 왜 항상 꺼내놓고나면 이렇게나 바보 같을까? 몸 낫자고 간 병원에서 꺼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안 물을 수도 없지 않은가. '안 마시면 좋겠지만 마셔도 크게 지장은 없어요' 정도의 답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저렇게 깔끔한 답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시지 마세요"라는 답일지언정 "음 …" 정도의 머뭇거림이나 약간의 갸웃거림 정도만 포착할 수 있어도 술꾼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질 것입니다, 선생님. 자, 그러니까, 선생님?

"알코올이 근육 섬유를 파괴하기 때문에 나으실 때까지는 마시면 안 됩니다."

헉. 이런 쪽으로 이렇게 깔끔하게 대답하실 줄이야. 알코올이 근육 섬유를 파괴하는 거 누가 몰라요. 다만 모든 것에는 '어느 정도'라는 애매모호한 영역이라는 것이 있는 거 아닙니까. 거기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의사의 재량이라는 게 있잖아요. 흑. 의사의 재량 대신 그냥 나의 재량에 맡기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될 텐데 소심해서 또 그렇게는 못 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와서는 사흘 동안 꼼짝 없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병원을 찾아간 이유가 이것 때문은 아니었다. 정말이다. 첫 병원은 축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던 것이고, 이번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을 뿐이다. 정말이다. 물론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되나요?" 라고 질문을 살짝 극단적으로 바꾼 것에는 온건한 답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아무튼, 술 中에서, 페이지는 모릅니다)





















아아, 내 얘기가 아닌가.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몇 해전에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약을 처방해주는 닥터에게 나도 '술 마셔도 될까요?' 물었더랬다. 닥터는 '안된다'고 답했고, 나는 약국에 가 처방전을 내밀고 약을 받은 뒤, 그 날 술을 마셔야 하므로 약을 먹지 않았다... (네?)


엄마가 너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하하하하하.



몸이 아파 병원에 다녀오면 가족들은 항상 '술마시면 안되겠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술 마시지 말란 말 안했어'로 대답하곤 했다.


"술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긴 했어?"

"안했지."


당연히 안물어봤다. 안된다는 답을 듣기 싫어서. 나는 안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으므로 마셔도 되는것이다...



며칠전에는 내과에 갔다가 사정이 사정인지라, 슬며시 물어봤다.



"저.. 술 마셔도 될까요?"

"..... 마셔도 되긴 하지만, 안마시는 게 제일 좋긴한데..."


이에, 같이 갔던 남동생은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냐고 나한테 잔소리를 했고, 아아, 닥터는



"남동생 말이 맞아요. 안드시는 게 제일 좋아요. 저는 아무것도 못들은 걸로 할게요." 하시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마셔도 되긴 하지만'에 큰 의미를 두고...... 네, 어제도 마셨습니다. 아하하하하.



아, 김혼비 책 사야겠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연달아 두 명의 친구로부터 김혼비의 아무튼, 술 얘기를 듣게 됐어.




어제만난 친구2는 헤어질무렵 우리에게 빵을 줬다. 손바닥만한 파운드케익을 두개씩 줬는데, 나는 오늘 아침 아빠 드시라고 하나를 두고 나오고 하나는 내가 먹기 위해 가져왔다. 아빠로부터 맛있게 잘 먹었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아메리카노도 있겠다, 나도 빵과 함께 먹었는데. 아니, 이것은 무엇? 겁나 맛있는거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친구에게 네가 어제 준 빵 짱맛있다고 고맙다고 연락했는데 아아....



하나를 아빠한테 준 게 후회가 되는 것이다...


두 개 다 내가 먹을걸...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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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in 2019-05-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을 친구로 두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답니다.
아침에도 지하철에서 아무튼,술을 읽다가 내릴역을 놓칠뻔,,, 아니 놓치고 출근안하고 지하철에서 계속 책읽고 싶었어요 ㅋ
아무튼, 건강합시다!

다락방 2019-05-24 13:42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도 조만간 김혼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빵 다 먹었더니 배가 불러요. 빵 안에 치즈가 통째로 들어있어서 깜놀했고 정말 좋았어요. 이런 훌륭한 빵을 그 친구는 어떻게 알고 사준건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뭘까.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재미있고 또 내가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를 알게된다. 그래서 다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 궁금해진다. 재생산, 낳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 검색해보니 이 책이 보이길래 부랴부랴 사서 읽었다. 최근 SNS 에서 대리모 관련 언급된 글들 중에 상당수가 '더 활발하게 논의될 일'이라는 의견을 가진걸 보고 좀 뜨악스러웠기도 하고. 내가 누누이 얘기했던, '그건 좀 아니지'라는 감각에 대해 생각했다.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어떤 것들은 인간으로 살아가며 충분히 윤리적 감각으로 판단되는 게 아니던가.

















그렇게 읽게된 이 책은 여러명의 저자가 재생산에 대한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보이고 있는데, '캐시 오닐'의 <사이보그 섹스의 역사, 2018~2073> 는 그중 가장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재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이보그 섹스에 대해서 2018년부터 2073년까지의 일을 기록했다는 일종의 SF 소설 식이라고 이야기하면 될까. 캐시 오닐은 자신의 글에서, 2010년대에는 섹스로봇이 남성에 의해 만들어질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할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이보그들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고, 남성의 폭력으로부터도 여자들을 지켜주었다는 것. 즉, 이제는 과거에는 남성들이 폭력적이었대, 라는 역사를 알고 있다는 거다.



자기 소유의 로봇 친구와 가정교사가 생겼을 때 사람들에게 나타난 대체로 예상치 못한 중요한 결과는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관한 데이터는 쉽게 얻을 수 있고, 또 확실했다. 로봇과의 성관계가 실제 남성과의 성관계보다 훨씬 더 안전했다. (P.138)



로봇과의 섹스 같은 걸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위의 구절을 읽는데 오, 너무 그럴듯한 거다. 로봇과 섹스를 한다면 확실히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것이고, 심지어 만족감은 훨씬 커지지 않을까. 얼마전에 여자1과 얘기하는데, 그렇게 오래 연애를 하면서 한 번도 상대 남성으로부터 만족감을 받아본 적이 없어, 다른 여자들이 표현하는 '울 것 같다'는 것이 도대체 뭔지 몰라 부러웠다는 거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연인과 비로소 (너무 좋아서)울 것 같은 기분을 알게 됐다는 것. 여자1이 만나온 남자들이 여자1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이건 뭐 여자1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의 경우도, 그리고 내 주변의 대부분의 여자들도 사귄 남자들로부터 만족감을 다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상대 남자들에게 오구오구 잘한다를 계속 해줘야 했으며, 하기 싫어도 응한 적도 많았고, 만족하지 못해 짜증난 적도 대부분이었다는 것. 재밌는 건, 그러나 그들중 다수가 '나는 섹스를 잘해', '내 고추 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다. 하아-


아니, 그런데 섹스 로봇이라니... 백번 천번 생각해도 섹스로봇이 남자보다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아아... 캐시 오닐은 얼마나 적확하게 짚어냈는가!


캐시 오닐은 자신의 글에서 '상당수의 여성이 인간 남성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렸고(P.140)' 라고 썼는데, 아아, 섹스 로봇이 없는 지금 2019년...에도 나는 이미 인간 남성에 대한 관심을 잃은 바, 섹스 로봇이 생긴다면 캐시 오닐이 상상으로 써낸 글은 현실이 될것이다.



다시 처음의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책을 읽는데 처음부터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의 《성의 변증법》이 언급된다. 아아, 드디어 이 책을 읽어볼 때가 되었구나 싶으면서, 앞으로 계속 여성주의 책 읽을 사람들에게도 성의 변증법을 읽어두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획기적인 저서 『성의 변증법』에서 신체적 재생산 자체가 여성 억압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면서 출산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들을 요구했다. 또 아이들이 가부장적인 가족 체제에서 고통받는 억압된 계층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자가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싶을 때>, 마이클 브론스키, p.148







재생산 관련된 여성주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난자 공여자는 난임인 사람이 체외수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돈을 받고 난소 자극과 난자 채취 시술을 받는데, 공여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다. 그들은 그 불쾌하고 위험한 절차를 밟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난자 공여 시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이 필요하다. 프랑수아즈 베일리스 같은 페미니스트 생명윤리학자들은 의학적 도움을 받는 재생산을 위해 난자 공여자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난자 공여 여성에게 가해지는 위험은 체외수정에 관한 윤리적 논쟁에서 종종 간과된다. 공여에 대한 낮은 보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상의 위험과 가난한 여성의 절박감을 이용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보수 역시 지나친 유인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신자유주의적 완벽주의, 크리스 캐포지, P.57-58



더 저렴한 대리모를 찾는 서구의 부모들은 인도, 태국 등지에 상업적 대리모 산업을 창출해왔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대리모 보수에 마음이 동하는, 위태로운 경제 상태에 놓인 여성들을 착취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적 완벽주의, 크리스 캐포지, P.58



더 깊이 들어가면, 재생산의 기술화는 신자유주의적 세계관과 일치하는 장애인 차별주의적 완벽주의 규범을 조장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은 종종 완벽에 대한 특정한 문화적 이상의 전형이 되는 난자 공여자를 찾는다. 그리하여 대행사는 아이비리그 학생인 공여자를 찾는 광고를 낸다. 유전된다고 생각되는 바람직한 특성-지능, 운동신경, 음악적 재능-을 갖춘 잠재 공여자들은 웃돈을 약속받아 때로는 보수가 10만 달러를 웃돌기도 한다. 이런 관행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엘리트 계층에 포함되길 바란다는 것, 우리의 현재 경제 시스템이 설정한 전통적 기준에 따라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하버드나 예일 대학교 학생이 되면 계층의 꼭대기에 자리하게 되고 경제적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엘리트 생식세포에서 태어난 아이가 이 성공을 복제할 수 있길 희망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완벽주의, 크리스 캐포지, P.58-59









우리는 아이가 없는 커플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저 커플은 아이를 낳길 원할까? 무슨 문제가 있나? 하지만 독신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녀가 아이를 낳으려 애쓰고 있다거나 아이를 잃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생산에 관하여>, 머브 엠리- P24

‘자연스러워‘ 보이는 재생산이라도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 어떤 형태의 도움은 보이지 않게 주어진다. 재생산이 정치적 문제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 도움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임신하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임신에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임신하기 위해 몸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임신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의사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기에 충분히 건강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존재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와 당신의 관계의 법적 상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당신에게서 떼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재생산에 관하여>, 머브 엠리- P40

파울 B. 프레시아도가 『테스토스테론 중독자』(Testo Junkie)에서 지적했듯이, 전 세게적인 노동 불안정성-죄송, 유연성!-및 감정노동 경향을 설명하는 노동의 여성화 이론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이론은 ‘여성성‘이 무엇인지를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이런 접근 방식은 21세기에 돈을 받고 아기를 낳는 직업은 잘 설명하지 못한다. 편안한 집(캘리포니아주)또는 병원 기숙사(네팔, 케냐, 라오스)에서 돈을 받고 임신을 한 상업적 대리모들은 주 7일 24시간 일한다. 이들은 ‘유연‘하지 않다. 이들은 순전히 기술(techne), 창의성 없는 근육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자궁에 대한 꿈은 1960년대에 대체로 포기되었지만, 체외수정 기술이 완성되어 몸이 전적으로 이질적인 물질을 잉태할 수 있게 된 이후, 살아 있는 인간은 줄곧 ‘보조재생산기술‘이라는 완곡한 표현의 ‘기술‘ 부품이 되었다. -<어머니 역할>, 소피 루이스- P43

기업이 특전으로 제공하는 난자 동결의 경우 그 주된 수혜자가 여성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그런 특전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성의 소망보다 기업 쪽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강요로 여겨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페미니즘의 역설도 야기한다.
누군가가 얻은 새로운 자유는 종종 다른 누군가가 받는 새로운, 혹은 더 심한 억압을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정자 공여자와 달리 난자 공여자와 대리모는 의학적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내가 연구한 난자 공여자들 가운데 일부는 난자를 제공한 직접적인 결과로 심각한 합병증을 얻었다. 난자를 공여했던 사람이 나중에 불임을 겪기도 하는데,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해주었던 일을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페미니즘의 역설>, 다이앤 토버- P78

나는 엠리가 가족을 만들고 싶은 모든 사람의 욕구를 수용하는 포용적 페미니즘의 미래를 요구한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보수를 받고 재생산 기능을 제공해 그중 일부 가족이 활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제삼자들의 침묵이 마음에 걸린다. -<페미니즘의 역설>, 다이앤 토버- P78

이런 저항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의 병원은 재생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보조재생산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한다. 보조재생산기술 서비스의 대다수가 안전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입증되고 종종 실패로 끝나는데도 말이다. -<희망을 팔다>, 미리암 졸- P79

자신의 난자를 냉동 혹은 판매하거나 대리모로 자궁을 ‘빌려줄‘ 젊고 건강한 여성을 모집하기 위해 업계가 사용하는 마케팅 전술에 자극받은 페미니스트와 생명윤리학자 들은 난자 동결과 대리모 산업이 가난한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착취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여성의 희망을 금전화하여 이득을 본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의 범위는 병원의 마케팅에 비하면 제한되어 있다. 병원은 환자가 구매하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효과, 윤리적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영향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사실상 실험을 하고 있고, 종종 득보다 실이 많은 증명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에 대한 청구서를 내민다.
이런 청구서를 받은 소비자 대부분은 성형 수술과 마찬가지로 수술비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따라서 보험이나 의사 추천 서비스에 의지하지 않는다. -<희망을 팔다>, 미리암 졸- P80

그 때문에 비의학적으로 권고되는 보조재생산기술은 비교적 감독 체계가 느슨한 수상쩍은 세계다. -<희망을 팔다>, 미리암 졸- P81

공식 기록들을 보면 2016년에 영국에서 난자를 해동해 정상 출산을 한 경우는 겨우 19퍼센트에 불과했다. -<희망을 팔다>, 미리암 졸- P82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기적과 희망을 기대하는 연약한 생물이다. 혁신을 근사하게 묘사하는 것을 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기를 보호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희망을 팔다>, 미리암 졸- P83

강간은 여성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한 방법입니다. 밤에 남편 없이 혼자 밖에 나가지 않았어야지, 집안일을 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집에 있었어야지, 밖에 나간다면 대비를 했어야지, 알잖아…… 강간의 위협은 여성의 시간과 공간에 가해지는 무언의 규율입니다. -<모든 여성은 일하는 여성이다>, 실비아 페데리치- P105

폭력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종속적인 위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강력한 형태의 착취를 가하는 데 항상 필요합니다. -<모든 여성은 일하는 여성이다>, 실비아 페데리치- P105

치매에 걸리거나 가까이에 사는 가족이 없는 수백만 명의 노인에게 이 ‘시스템‘은 쓸모가 없다. 그래서 가정 방문 요양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현재 미국에는 약 200만 명의 가정 방문 요양사가 있는데 주로 유색인종 여성이며, 대개 불법 노동자이고,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한다. -<페미니즘으로 나이 먹기>, 제임스 채팰- P128

이들 중 거의 4분의 1에 이르는 사람이 최저 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는다. -<페미니즘으로 나이 먹기>, 제임스 채팰-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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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라디오 2019-05-2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윤리적 감각‘이 보편적 인권감수성에 기초한 상식일 수도 있지만 대리모에 대한 당신의 편견이나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윤리적 감각‘에 대해 숙고해보시길 바랍니다. 의견과 의견이 경합하고 충돌하는 지점에서 당신의 윤리적 감각이 위치한 지점은 어디입니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6월 도서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입니다. 마침 제가 오늘 읽고 있는 책에서도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언급이 있었는데요, 자, 어디 한 번 6월에도 빡세게 읽어봅시다.


음, 사실 6월 한 달은 쉴까...라는 생각을 며칠간 했습니다.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 최선을 다해 읽어주시는데, 제가 너무 매달 빡세게 몰아붙이는 것 같아, 여러분에게도 한 달 쉴 시간을 드리고 나도 한 달 쉴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한 달 쉬다가 다시 할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해보는데까지 해보는걸로..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은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자, 가봅시다! 빠샤!


















다시 한번,

같이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덕분에 힘이 됩니다.

그리고 힘내세요!!



덧붙임)

7월 도서도 안내합니다. 쟝쟝님의 의견을 받들어,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로 하겠습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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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쟝 2019-05-2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샤빠샤 ❤️

다락방 2019-05-23 15:28   좋아요 0 | URL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쟝쟝님 ♡

쟝쟝 2019-05-23 15:55   좋아요 0 | URL
호잇 저두요! 진지하게 주제잡고 책읽기는 평생 처음이네요! 비록 이핑계저핑계대면서 미루기 일쑤지만 ^.^ 올해들어 제일 잘한 일!

쟝쟝 2019-05-23 15:54   좋아요 1 | URL
참 다다음달에는 이 책 읽고 싶어요 (사실 1장까지 읽었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진도가 안나가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예요.) 지금까지 읽은 책들 한번 정리도 할겸 ㅋ 고려해주세요 ㅎㅎ

다락방 2019-05-23 15:46   좋아요 0 | URL
고려고 뭐고 없어요.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7월 도서까지 정해진거네요. 7월에는 반드시 그 책으로 하겠습니다. 빠샤!

다락방 2019-05-23 15:48   좋아요 0 | URL
페이퍼 수정해서 올렸어요~~ >.<

쟝쟝 2019-05-23 15:54   좋아요 0 | URL
오예~~~~~~!!ㅋㅋㅋ 고려 감사합니다!! 부지런히 읽겠습니당🌹

다락방 2019-05-23 15:59   좋아요 2 | URL
혼자 읽기 힘든 도서 같이 읽으면 읽게 되더라고요. 쟝쟝님이 읽기 힘든 도서, 우리 같이 읽어봅시다. 그렇게 진도 쭉쭉 빼봅시다. 빠샤!

블랙겟타 2019-05-23 18:42   좋아요 1 | URL
오. 혼자서 진도가 안난다면 함께!!٩(๑^o^๑)۶

다락방 2019-05-23 18:43   좋아요 2 | URL
함께함께!! 샤라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5-23 18:48   좋아요 1 | URL
이것이 함께 읽는 이유겠죠? (V•̀ᴗ-)✰

레와 2019-05-23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들텐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다락방님,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다락방 2019-05-23 15:33   좋아요 1 | URL
응원 고마워요, 레와님!
페미니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알고 싶더라고요. 페미니즘 공부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오늘도 책 한 권 또 읽으면서 계속 갈증이 났어요. 계속 할거야. 히힛.

고마워요!

syo 2019-05-24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의 변증법은 저도 같이 읽어요.
공부해야 되니까 안녕~ 그래놓고 지내보니 결국 읽을 건 다 읽습디다.....-_-

생각보다 별로 두껍지도 않네요.
6월 15일에 시험이니까 끝나고 나면 시작할게요.

그나저나 7월의 책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건데??

다락방 2019-05-24 11:26   좋아요 2 | URL
꺅 >.<
쇼님이 함께한다면 정말 좋지요, 좋다 좋다. 꺅 >.<
그래요, 쇼님. 일단은 시험을 잘 치릅시다. 합!격! ㅋㅋ

그쵸그쵸? 7월의 책도 좋아서 속으로 만세! 외쳤습니다 ㅋㅋ

쟝쟝 2019-05-24 11:37   좋아요 1 | URL
고고싱🙌🏻🙌🏻🙌🏻

다락방 2019-05-24 13:41   좋아요 0 | URL
궈궈~~

블랙겟타 2019-05-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5월 책 읽고 6월도 계속 달려가보겠습니다. (•̀ᴗ•́)و

다락방 2019-05-24 13:41   좋아요 0 | URL
오예~ 컴온!
 
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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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이나 고요하고 적막하며 차가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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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9-05-2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이런 평가를 한 책은 어떤 책인지...궁금해졌어요. 오늘 도착했네요. 가볍고, 표지가 양장인데 굳이 양장으로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난 양장 싫은데...했네요.

다락방 2019-05-24 15:04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속의 비극이 더 싫었어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서.
테레사님 이거 읽고 마음 무거워지시면 어쩌죠.. ㅠㅠ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테레사님! 안그래도 테레사님 서재에 새 글 뜬 거 보고 테레사님 오셨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