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작은 바다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노르망디에 있는 옹플뢰르 항구의 썰물 때 풍광을 그린 그림이다. 언젠가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다. 황토색과 연노랑과 푸르스름한 빛깔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 그림 역시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p.263)
















꺅 >.<

오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저 부분을 읽다가 급반가웠다. 설연휴가 시작하던 날, 나는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회에 다녀왔고, 그 전시회의 주제가 '노르망디' 였던 거다. 게다가 옹플뢰르 라면, 그 전시회에서 빈번하게 마주쳤던 이름이 아닌가. 썰물 때 풍광을 그린 그림이라는데, 나는 '밀물'이란 제목의 그림을 본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썰물 이란 제목의 그림도 있었던가? 갸웃갸웃. 여튼 내가 '아는' 무언가 나온것 같고, 그게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인 '그림'과 관련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오, 역시 아는게 많을 수록 보이는 게 많구나. 그저 스쳐지나갈 문장인데, 나는 그날 전시회를, 옹플뢰르를, 밀물을 떠올렸잖아. 그 전시회에 나보다 먼저 다녀온 동료가 '외젠 부댕'이란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고 해서 나와 대화를 나눴었는데, 아, 저 소설속 등장하는 그림은 외젠 부댕의 것이 아니란 말인가. 노르망디, 옹플뢰르, 썰물, 황토색, 연노랑....이건 외젠 부댕이잖아? 그래서 해당하는 그림이 무얼까 폭풍검색질을 해보았다. 




황토색과 연노랑, 그리고 무엇보다 '썰물'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아마도 이 그림이지 않을까, 싶긴한데, 으음, '푸르스름한 빛깔'이 이 그림엔 적지 않나? 이 그림이 아닌가? 일단 가장 확률은 높아 보인다.



이것이 내가 전시회에서 보았던 '밀물' 이었다. 




이건 '해안에서' 라고 되어있으니 항구의 풍경을 그렸다는 인용문과 좀 어긋나지만, 황토색과 푸르스름한 색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저 맨 위의 썰물녘 풍경보다 이 그림이 더 좋다.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건데, 나는 그것이 그림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드러나는 게 좋다. 사진을 봐도 그림을 봐도, 내게는 사람이 중요했고, 인물이 들어간 것들만이 내 흥미를 끌었다. 아무리 멋진 풍경이어도 그 안에 인물이 없다면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 거다. 그림 속에서 인물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어울렸을까를 들여다보는 게 나로서는 흥미로운데, 인물이 없다면 나는 생각할 무엇도 없는 거다. 나는 '그림'을 보고싶은 게 아니라, 그저 인물을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외젠 부댕은 풍경을 많이 그렸고, 나는 그래서 외젠 부댕의 이름을 딱히 외우지 않았다. 동료는 외젠 부댕이 전시회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이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 속 인용문에서 드러나는 황토색과 연노랑의 비율이 좀 적지 않나 싶다. 그래도 멋진 그림임에는 틀림없지만. 



내가 이 전시회를 가고자 했던 이유는 이 전시회의 포스터 그림을 보고 싶어서였다.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Vittorio matteo corcos)'란 화가의 「작별(Farewell)」이 그것인데, 와- 너무 근사한거다. 나는 페어웰, 이라는 제목조차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건 뭐, 제목 하나로 한 방에 끝나잖아? 이 그림이 너무 보고 싶어서 굳이 전시회를 갔던건데, 전시회에서 가장 좋은 그림이 이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중간을 좀 지나서 볼 수 있었는데, 처음부터 이 그림을 보고 싶은데 좀처럼 나오질 않아 막 초조했더랬다. 이 그림 언제나오지? 나는 친구에게 자꾸만 물었던거다. 그리고 이 그림을 마주쳤을 때, 아, 얼마나 좋았던지. 손과 양산까지 섬세한 디테일하며, 정면에서 얼굴의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이별중인 표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이 그림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전시된 그림을 다 본 후에 친구에게 '우리 그 그림 한번만 다시 보자' 하고는 다시 돌아가 이 그림 앞에 섰다. 그림은 내 생각보다 컸고, 그 큰 그림이 좋았다. 만약 내가 집에 그림을 걸어두게 된다면, 그건 이 그림이었으면 싶었다. 



전시회가 끝나고 엽서를 사는 시간을 나는 너무 좋아하는데, 당연히 이 엽서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없더라. 아, 전시회 마지막 날이라 다 팔렸는가보다 하고 시무룩해하며(다락방이 시무룩, 다무룩) 꿩대신 닭인 엽서를 몇 장 사들고 계산대로 가, 페어웰 엽서는 다 팔렸나요? 물었다. 뻔히 안보이는데도 물었던 건 일종의 아쉬움 때문이었는데, 아뇨 그건 저작권문제 때문에 엽서로 만들지 못했어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아, 그렇구나. 묻길 잘했구나 싶었다. 뭔가 안도하게 됐달까. 하하


그래서 이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화집을 사고 싶어졌는데, 알라딘에서는 당연히 검색되질 않았고, 그래 간만에 아마존주문 들어가주자, 하고 검색했는데 영어로 써져있어서 뭔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기랄, 화집을 파는게 아니라 죄다 그림을 따로 파는 것 같더라. 어떤 그림에 대해서 사이즈별로 금액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는걸 보니 그저 그림을 파는거였고, 화집은 눈에 띄질 않아서 또 다락방이 시무룩..


알라딘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화집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떠날 것이야.







내가 이 영화를 보기 훨씬 전에 책을 읽고 엄청 빡쳐하며 리뷰 썼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 리뷰는 여기 ☞ http://blog.aladin.co.kr/fallen77/5788327) 그러므로 나는 이 영화도 당연히 나쁠걸 예상하고 갔다. 다만, 야한 장면들을 화면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 외로워..


이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옆에 앉았던 내 친구는 '마치 인간중독의 송승헌을 보는 것 같아 몰입이 안된다' 라고 했는데, 나는 빵터져서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난 몰입됐어.


그러자 친구가 그러냐며 놀랐다. 이게 다른 사람들 평 보니까 아주 난리가 나게 욕들어먹던데, 나는 뭐, 재밌던데? 책보다 영화가 나았다. 음, 물론 가장 많은 영향을 차지한건 영화가 책보다 잘 만들어졌다거나 한 이유가 아니라 역시나 '타이밍'의 문제인데, 이 영화를 내가 반년전에 보기만 했더라도 아마 욕이란 욕은 다 해줬을지도 모른다. 잘못했다고 벌을 주는 남주라니, 세상에 이런 괴물같은 남자가 어디있단 말인가. 이런 변종 괴물 그레이야!


책에서는 도무지 내가 알지 못했던 변태행위(?) 같은게 나와서 놀랐었는데-구슬을 이용한 거였다-, 영화에서는 그런 가학적인 행위가 많이 소프트해져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묶고 때리고 하는 것들이 섹스 전에 잠깐 등장하고 그것도 강도가 세지 않아 '흐음, 저렇군.' 하며 보았으니까. 아마도 사람들 힘들지 않게 보라고 일부러 소프트하게 한게 아닐까 싶었다. 많은 대중에게 보여지려면 하드코어여서는 곤란할테니. 게다가 여자주인공인 아나스타샤의 음모도 수시로 등장하는데, 그 음모를 보는 것도 생각보다 충격이 덜하더라. 그걸 보는게 힘들지도 않고. 다만, 아나스타샤만 너무 많이 보여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야, 그레이는 왜 엉덩이만 보여주냐!


잠깐, 이 음모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또 어제 출근길에 《오래오래》읽다가 음모 관련 글이 나왔던 게 떠올라 옮겨보겠다. 부질없나.. 

책 속에서 엘리자베트는 세비야에 도착해 낯선 소녀의 손에 이끌려 미용실로 향한다.



상반신만 보이는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그녀들 속에 끼일 생각을 하니까 덜컵 겁이 났죠. 그 와중에도 나를 보더니 입을 다물더군요. 아마 1초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동안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 짧은 동안에 침묵 사이로 도시의 소음이 파고들었어요. 자동차 소음, 아이의 외침, 포석 위에 놓인 카페의 철제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 따위가 들려왔죠. 그러고 나서 여자들의 수다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가만가만 이야기를 하면서 상냥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나무판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 있는 구멍을 가리키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내 본성이 되살아나서 리듬이 빨라지고 다시 속사포가 되었죠. 물론 나는 망설였어요. 하지만 한 도시가 우리에게 열어 주는 문들을 거부한다면,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는 구멍 속으로 들어갔어요. 나 역시 그녀들처럼 반신상이 된 거죠. 그러자 곧 탤컴파우더를 바른 것처럼 아주 보들보들한 손 하나가 내 다리를 벌렸어요. 나는 거들을 입고 있었어요. 한여름의 스페인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옷이죠. 그래서 그것을 벗기려는 손길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어요. 내 허벅지 위쪽에 뭔가 차가운 것이 와 닿더군요. 쇠붙이 같은 것이었어요. 미지근한 물과 비누도 닿았어요. 비누 거품이 살을 따끔거리게 하는 느낌이 들었죠. (p.168-169)



그 뒤의 부분들을 인용하지 않겠지만, 여자가 찾아간 미용실은 음모를 다듬어주는(?) 곳이었다. 작업이 끝나고 미용실을 나설때, 직원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부군께서 만족하실 겁니다.> (p.170)



자, 다시 그레이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그레이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물론 친구가 말한 것처럼 그레이는 어색하다. 인간중독의 송승헌처럼 연기를 못하는데, 그래도 송승헌보다는 낫다. 그레이는 뭐 때리는 것 말고 별달리 하는 건 없어보여서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많이 웃었다. 나에게 로맨스는 없다, 고 말하면서도 아나스타샤를 향한 끌림으로 어쩔 줄 모르는 남자라니. 하여간 남자들은 통 자랄줄을 모른다. 나이가 몇이든간에 애라니까. 지가 지 감정을 잘 몰라. 나는 이런사람이야, 하는 규정에 자기를 넣고는 그대로 행동하려고만 한다. 얘야, 좀 더 크렴.



영화도 책처럼 시리즈로 제작된 줄은 미처 몰랐다가 영화의 마지막이 책의 1부처럼 끝나버리자 멘탈에 붕괴가 왔다. 헐. 뭐여...이거 2부, 3부 다 보러 오란 말이냐, 나한테? 나는 반지의 제왕도 시리즈라 안봤는데? 해리포터도 안봤는데? 그런 내가 그레이를 보라고?? 뭐, 트와일라잇을 봤으니 볼 수도 있겠지만..여튼 두시간오분이나 보여주면서 1부의 끝이라니. 아니, 그레이가 1,2,3부 나눠서 만들 정도로 뭐 할 말 많은게 아니잖아? 흐음.



영화의 마지막,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이해해보고 싶다며 그레이가 하자는대로 한다. 즉, 벨트로 맞는 걸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아픔과 비참함에 눈물을 펑펑 흘린다. 그리고는 그레이에게 말한다. 네가 보고싶었던 게 이거냐, 너는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냐. 왜 이런 방식으로 너는 쾌락을 얻냐. 결국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부터 받은 선물을 다 내려놓은 채 그레이를 떠난다. 아아- 나는 아나스타샤가 울 때 같이 울고 싶어졌어. 나란 여자, 왜 아나스타샤에게 이입됩니까. 왜죠? 

그건 아마도, 머리 묶은 아나스타샤가 나와 닮았기 때문일거고,




그건 아마도, 다크 서클과 눈밑 지방이 닮았기 때문일 거야.




 

아, 언젠가 나의 어여쁜 조카는 내 눈의 다크서클을 가리키며 '이모 여기가 왜 초록색이야?' 한 적이 있었더랬지... 

아나스타샤는 예쁘다. 나는 아나스타샤에게 몰입됐다. 이 두 문장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나스타샤는 예쁘기 때문에 나는 아나스타샤에게 몰입됐다, 는 문장은 절반만이 사실이다. 킁킁.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 친구에게 그레이 영화 재미있어서 아주 많이 웃었다고 깔깔대고 얘기하는데, 친구가 아주 중요한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렇게 혼내고 때리는데 아나스타샤는 왜 그레이 옆에 있는거야? 라고. 그래서 나는 까불거리던 목소리에서 장난기를 싹-, 싸악- 뺀 채 답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합니다.



크- 명답이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한다. 그래서 가장 심한 행위-벨트로 맞는 것-를 하고 그를 이해해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길과 다름을 알게 되고 울면서 떠난다. 

나는 이 책을 1부만 읽고 더이상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의 흐름상 2,3부에서는 아나스타샤가 그레이랑  재회해 같이 변태가 된다, 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그레이가 아나스타샤를 통해 변태행위로 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쪽으로 흐를 것 같다. 나는 이런 식으로만 쾌감을 얻어, 나는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해, 라고 말하는 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고통을 주며 즐기려는 게 아닌, 사랑을 나누는 그레이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레이가 결국 그렇게 변했다면 그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일테다.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사랑합니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응?) 그리고 스틸컷 찾다가 이런 사진을 봤어. 아, 에드워드도 그렇고 그레이도 그렇고, 왜 영화판을 벗어났다하면 이렇게 사람들에게 깨알웃음 주시나요?




그레이야, 네가 내 남자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그 수염..안어울려... -0-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고 또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매력을 느낀다. 그레이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나에게는 아웃오브안중인데,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느낀다. 그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레이를 좋아한다면 이 세상에 그레이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살겠는가. 다만, 


노트북 고장났단 말에 노트북 보내주고(애플꺼였어..)

오래된 차를 보고는 자가용 한대 보내주고...


그러는 그레이는 좀 좋더라. 



칠봉이와 통화하다가 내가 말했다.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차를 사줬다고, 자가용을. 그래서 멋졌다고. 그러자 칠봉이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사줄수 있는 건 녹차뿐이라고... 하아- 이걸 드립이라고 치다니........





극중 그레이의 엉덩이가 자주 나오는데 작고 예뻤다. 그레이가 몸의 근육이 멋지던데, 운동을 즐기는 남자들의 엉덩이는 저렇게 작고 이쁜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아, 맞다. 그레이 영화속 노래들이 다 좋던데 사운드트랙 살까..














(중요하게 덧붙이는 말: 영화 《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를 재미있다고 한건 '지극히 사적인 이유' 때문이므로, 아 재미있다니 보러갈까, 하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킁.)



 
 
치니 2015-02-27 11:39   댓글달기 | URL
제 타임라인에서도 다락방 님이랑 비슷한 의견이 꽤 있더라고요. 그레이가 생각보다 소프트하고 생각보다 재밌다는.
그런데 전 책을 안 읽었으므로, 아마도 안 보게 될 것 같군여. (하지만 좀 궁금하다.....)

다락방 2015-02-27 12:25   URL
오! 저는 이 세상에서 그레이 재미있다고 한사람 저 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너무 웃으면서 봐가지고 ㅋㅋㅋㅋㅋ 코믹한 영화도 아닌데 막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거든요. 하핫.
책을 읽고 안읽고를 다 떠나서도 이 영화는 치니님의 취향이 절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치니님의 취향이 아니라는 데 오천오백원 걸겠습니다!

(방금 치니님을 취니님이라고 쳤었어요.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2-27 11:42   댓글달기 | URL
아나스타샤의 어느 부분에 감정이입을 한겁니까?
차를 선물 받는 아나스타샤?
그레이를 사랑하는 아나스타샤?
아님 다크써클? ㅋㅋㅋㅋ

저 구슬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였나봐요.
저는 근데 그런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한국영화를 본 기억이 있어요.
차마 그때 말은 못했지만^^:::::::::::::::::::

다락방 2015-02-27 12:27   URL
아나스타샤의 어느 부분에 감정 이입을 한건지는 우리, 영원한 숙제로 남겨둡시다. (읭?)

네, 저 구슬이야기는 저한테 진짜 충격이었어요. 되게 폭력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끔찍하고 혐오스러웠어요. 처음 그레이 읽었을 때보다 저는 조금 더 늙었으니 지금에 와서 입장차이가 생길까?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구슬은...제게 너무나 하드코어에요. 구슬을 사용하자는 남자라면, 그게 누구든 저는 그 남자랑 갈라설것 같아요. 구슬 생각하면 머리까지 아파요. -_-

레와 2015-02-27 11:50   댓글달기 | URL
완전 야한 영화였다면 당장 보러 갔을텐데, 소푸트하다니.. 영..

나한테 완전 야한 영화 좀 추천해봐요. 락방.

다락방 2015-02-27 12:28   URL
소프트 하다는 건 변태행위가 소프트 하다는 거였지 섹스가 소프트 하다는 건 아녔다요. 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레와님이 좋아할 것 같진 않아요,
라고 말하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생각나질 않네. 나밖에... ㅋㅋㅋㅋㅋㅋㅋㅋ


<루시아> 봤어요? 이거 야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2-27 13:41   URL
<루시아>가 다락님에겐 정말 야한 영화 였나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비비아롬나비모리 2015-02-28 06:59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괜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볼까 생각해요,,
더구나 제 동료 데이빗씨까지 재밌던데라고,,,그는 인간은 좀 별로지만 영화는 잘 알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두 배우의 캐미가 잘 맞더라는;;;암튼
저도 야한 영화 추천좀 해주세요~~~.ㅋㅋㅋ

비비아롬나비모리 2015-02-28 12:34   URL
방금 보고 왔어요~~~ 전 좀 지루했어요~~ㅠㅠ 여배우는 부모의 미모를 물려받아 이쁘더군요~~~. 하지만 남자 배우는 양쪽 눈 동공의 차이 때문에 전 집중하기 어려웠어요~~~엉엉
근데 영화보기전에 예고편에서 SPY라는 영화를 해줬는데 제이슨 스테텀이 나와요!!!!!!!완전 말씀을 터프하게 하는 분으로 나와서 넘 기대되더라고요!!!!ㅋㅎㅎㅎㅎ 잼있을 갓 같아요~~~ 그 영화에 주드 로도 나오니까~~~!! 다락방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ㅋㄷㅋㄷ

다락방 2015-02-28 17:07   URL
앗 나비님 보고 오셨군요! ㅎㅎ 저도 저 혼자 웃는 포인트가 많아서 그렇지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영화일거란 생각은 들질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많이 웃으면서 봤어요. 그런데 그레이가 양쪽 눈 동공에 차이가 있는지는 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재이슨 스태덤의 영화 [spy] 라고요? 오호. 지금 검색해봤는데 정보가 별로 없네요? 한국에선 1월에 개봉한 걸로 되어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굳 다운로더로 봐야겠어요. ㅎㅎ

그런데 아나스타샤가 멜라니 그리피스의 딸이라고요?? 저 나비님 덕에 처음 알았어요. 정말 예쁘죠? 저도 보면서 연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크- 예뻤어요.

야한영화는 저는 [루시아] 밖에 추천을 못드리겠어요. 전 이게 정말 야했어요. 하핫.

2015-02-28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8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ngri 2015-02-28 10:48   댓글달기 | URL
아 그림 한가득 포스팅. 넘 좋아요. 작별땜에 화가의 다른 그림도 다 보고싶을정도네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그림이 뭐였을까 추리하는 게 미야베미유키같다거나 요네하라마리같이 재밌네요ㅋ 포스팅보는것만으로 생전 첨 알게된 외젠부댕 이름 단박에 외움 ㅋ

다락방 2015-02-28 17:09   URL
네, 저도 작별 때문에 코르코스의 다른 그림도 다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지만 화집을 살 수 없는 슬픈 현실. 흑 ㅠㅠ

외젠 부댕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좀처럼 잊힐것 같지 않은 이름이죠. 외젠 부댕이 그린 그림을 외울 수는 없지만 외젠 부댕이란 이름만큼은 기억할듯요. ㅎㅎ

달걀부인 2015-02-28 11:28   댓글달기 | URL
음...전 예전에 황신혜나오는 <산부인과>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마도 고딩때쯤. 영화엔 산분인과를 둘러싼 여러 인간군상들이 나오거든요. 거기서 한 중년부인이 몸 안에 들어간 ˝골프공˝을 빼러왔다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멘붕이었어요. ㅜ ㅜ 물론 처음으로 여성의 배를 가르고 쌍둥이를 꺼내는 출신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면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5-02-28 17:10   URL
몸안에 골프공이..왜 들어갔을까요? 누가 넣었든간에 무슨 생각으로 그걸 넣었을까요? 뺄 수 있는 걸 넣어야죠. 골프공은 그냥 동그랗잖아요.. 아..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하아-

벌써 토요일도 다 가고 있어요, 달걀부인님.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이 가는건 언제나 아쉽네요. ㅠㅠ

moonnight 2015-02-28 15:44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도 책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 아침에 그레이만든 감독(여감독이더군요@_@) 인터뷰 한 거 읽었는데, 제 느낌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책도 싫어하고 영화도 맘에 안 들어하는거 같았어요. ㅎㅎ안젤리나 졸리랑 구스 반 산트 감독도 감독 후보였다던데 그분들이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_@; 저는 나중에 vod 올라오면 볼까말까 싶네요. ^^

moonnight 2015-02-28 15:57   댓글달기 | URL
아롬님 글보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나스타샤가 멜라니 그리피스 딸이었네요. @_@; 아랫입술 깨물고 있는 사진 많네요.ㅎㅎ 책에 아랫입술 깨문단 표현이 하도 많이 나와서 경기할 지경이었었는데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지 궁금-_-;

다락방 2015-02-28 17:15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문나잇님. 어떻게 만들어도 영화는 일단 책보다 나을 거라고요. 책이 진짜 엉망진창이라서. 허구헌날 입술 깨물고 허구헌날 얼굴 빨개지고...뭐 문학에 기대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없는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책이었죠. 영화에서도 아랫 입술 깨무는 거 나와요. 근데 되게 예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반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초반에 연필 뒷부분으로 입술 누르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자인 제가 봐도 너무 매혹적이더라고요. 하아- 나도 연필 혹은 볼펜 이런걸로 입 자주 건드리는데...역시 비쥬얼이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 ˝)
얼굴 빨개지는 건 표현할 수 없었는지 눈에 띄게 얼굴 빨개지고 이런건 없었고요. 아나스타샤가 너무 예뻤어요. 뭘 입어도 예쁘더라고요. ㅜㅜ

어쩐지 졸리나 구스 반 산트가 감독이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여자감독이라서 장면들이 소프트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보면서 힘들거나 역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아름다운 섹스쪽으로 방향을 살짝 튼 것 같은 느낌? 졸리였다면 아나스타샤에게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구스 반 산트였다면(악 좋아!!) 가학적인걸 가감없이 그렸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역시 그들이 찍지 않아서 어쩐지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느낌은 뭐죠? ㅎㅎㅎㅎ

달걀부인 2015-02-28 17:14   댓글달기 | URL
골프공이 구슬의 역할을 한 셈이겠죠. 암튼 저도 이 영화 기대작이었으나 올라온 후기들을 보고 그냥 기다렸다가 집에서 보기로 했어요. 만원 굳었으요. ^^

다락방 2015-02-28 17:16   URL
ㅎㅎ 달걀부인님은 굳 다운로더 나오면 그때 보시면 될듯요.
아, 오늘 친구가 알려준건데요 멕시코에서 이 영화 보던 여성이 극장안에서 자위행위 하다가 체포됐대요. -0-

달걀부인 2015-02-28 17:17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얘기 인터넷에서 봤어요. 이런 얘기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쩝... 옹호를..아님 비난을?! 난감해요.
 















2012년에 신문을 통해 이 책을 알게되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페이퍼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로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난후에야 드디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 내게는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고, 책이 두껍기도 해서, 이 책을 다 읽는데 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도입부부터 할 말이 많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현재 '불혹의 갑절이 되는' 나이를 먹었으며, 자신의 마흔 시절에 만난 여자를 혹은 그 시기를 떠올리며 이 책을 쓴다고 처음에 밝히고 있다. 사실 마흔, 그가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때 만난 여자 '엘리자베트'는 쉽게 말하면 '불륜'의 상대인 것인데, 가브리엘은 처음부터 밝히고 있다.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은 '정상적인' 생활이었음을. 그가 말하는 정상이란 '딱 한 번 결혼해서 백년해로하는 것'(p.17)을 의미한다. 그는 마흔이 될때까지 그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지만, 마흔에 만난 한 여자 때문에 자신의 오랜시절 숙원인 정상적인 생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자신의 조상들은 늘 다른 여자들을 만나 바람을 피웠으므로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그 여자를 만나고난 후에는 이런 생각은 펑- 사라져버린다. 그는, 말그대로 그녀에게 홀려버린다. 목소리만 듣고 정신이 나가고 얼굴을 보고 정신을 잃고.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바야흐로 가브리엘과 그 여인을 영원히 함께 묶어 줄 최초의 관계가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무수한 끈들이 두 사람을 엮어 주겠지만, 이 최초의 끈은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엮어 낸 것이었다. 더플코트의 펠트 천을 거쳐 그의 귀에 닿은 그 몇 마디 말, 각각의 음절에 알맞은 자리를 부여해서 공기를 타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그 정확하고 분명한 발음, 진정한 속내를 드러내리라는 기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그 가벼운 놀림조, 듣고 있노라면 마치 점자를 읽듯이 손끝으로 단어들을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발음하는 그 소리의 알갱이들, 훗날 그가 불안과 번뇌에 시달릴 때면 삶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 눈감고 있을 테니 무슨 말이든 해줘>하고 요구하게 될 바로 그 목소리. (p.29-30)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목소리가 좋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로서는 목소리에 크게 반응하는 편이 아니다. 목소리엔 무심한 편이라 볼 수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떻든, 나한테는 그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아, 저 목소리는 싫어, 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그 목소리들은 대체적으로 '너무 크게' 바깥으로 나올 때 그렇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의 목소리, 처음 보는, 아직 심지어 얼굴조차 보지 못한 여자의 목소리만 듣고도 저렇게 반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음, 언젠가 내게 전화상으로 자신이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쫑알쫑알 하고 있으라고 말했던 그 남자도, 저런 의도였던걸까?? 어쨌든, 이 남자 가브리엘은 정원에서 만난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저렇게 맛이 가버리는데 얼굴을 보고 나서는 아예 정신줄을 놓는다.



그녀의 모습은 아주 조금씩 드러났다. 먼저 윤곽이 드러나고, 다음에 음영이 나타났다. 마치 아주 긴 여행에서 돌아와, 또는 아득한 옛날로부터 날아와서 마법의 은빛 소금을 맞으며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브리엘은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바보 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이탈리아 여자 아니면 러시아 여자다. 두 나라 여자의 매력을 아울러 지니고 있어.> (p.30)



그녀의 검은 눈에서 금빛 광채가 반짝거렸다. 희로애락의 그 어떤 감정으로도 결코 꺼뜨리지 못할 장난기였다. 가브리엘은 전율을 느꼈다. 그는 여자를 잘 몰랐다. 아내가 있긴 하지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아내라는 존재는 청혼에 응하는 그 운명적인 순간부터 여자라는 종에서 벗어나 별도의 잡종이 된다. 요컨대, 가브리엘은 40년을 살도록 아직 여왕이나 장난기 많은 여자를 만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런 여자들에 관해서 정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p.32)


글쎄. 정상적인 삶, 그의 말을 빌자면 '한 번 결혼해 백년해로 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남자가 어째서 '아내는 별도의 잡종'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여자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결혼했어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내는 별도의 잡종'이라고 말하는 남자라면, 이 남자는 어차피 다른 이성에 대해서만 '여자'라는 여지를 주는 걸텐데, 이 남자가 한 여자와 백년해로 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아직 한 번도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본 적이 없지만, 내 남편이 나를 '여자가 아닌 별도의 잡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새끼랑은 거침없이 갈라설거란 생각이 든다. 아내이든 엄마이든 할머니든, 그게 뭐든 여자라면 여자라는 걸 인식하고 살고 싶을텐데, 별도의 잡종으로 치부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남편이야 말로 잡놈이 아닌가. 아, 근데 내가 이거 욕할라고 페이퍼 쓴게 아닌데...여튼, 본래의 의도로 돌아가자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왜 이미 함께할 누군가가 있는 사람앞에, 그 목소리와 그 얼굴을 한 그 사람이 나타날까. 물론 이건 함께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사람은 왜 하필 그 장소, 그 시간에 그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만약 하나라도 어긋났으면, 그랬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빠지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것. 당신이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런 모습이 아니라면.



그랬다면 나는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고 있을텐데. 왜 이런 일들이 이렇게 일어나버리고야 마는 것일까. 그러므로 이것을 운명이라 부르는 것일까. 운명의 상대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운명에 누군가가 어느 시점에 들어와야 하는 건 이미 정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타이밍이, 왜 하필 그 사람에게 적용되느냔 말이지. 그 사람이, 왜 하필 그 타이밍에 등장하느냐고. 어쩌면 이 일, 당신에게 반하고 정신없이 빠져드는 이 일은, 지금 이 시점에서 내게 일어나야만 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한번쯤 지나쳐야 하는 사건인지도 모르고.


낯선 여자의 목소리와 또 그녀의 얼굴에 속절없이 빠져드는 가브리엘을 보면서, 나는 오래전에 읽은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 《내일을 위한 약속》을 떠올렸다. 남자주인공 '닥스'는 비행기 안에서 여자주인공 '킬리'를 마주치게 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킬리는 참전한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하는채로 살고 있는 '유부녀'. 그러니 닥스의 이 사랑이 순조로울 리가 없는데, 그때 닥스가 이런 말을 하는 거다.



"행방불명 장병의 아내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운명의 장난이었다면, 왜 그게 꼭 당신 같은 모습의 여자여야 했을까? 왜 당신이어야 했을까?" (p.118)



 















왜, 

어째서,

그때 거기에 그렇게 서있던 당신은, 그런 모습이었을까?









친구 D 는 나를 만나러 오는 길에 빅이슈 판매하는 분을 마주치게 되면 본인의 것과 내것까지 두 개를 사서는 내게 주곤 한다. 그렇게 나는 [빅이슈]를 만나게 됐는데, 이번호를 실실 넘겨보다가 이런 글을 보게 됐다.



사진을 메롱으로 찍어서 잘 안보이는데 <곡성휴게소>에 대나무숲이 있다는 거다. 으악- 가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며 검색해봤는데, 휴게소 자체가 되게 작더라. 우동을 먹고 돈까스를 먹고 저기를 실실 산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만큼 걷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거리일 것 같다. 또한 곡성휴게소라면 차를 타다 들러야 하는데, 나랑 저기에 가자, 라고 했을 때 그래 가자, 라고 응해줄 나의 친구들은 모두 



운.전.하.지.않.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므로 나는 이걸 패스해야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에 D 에게 말하니, D는 봄이 오면 이 휴게소 말고 다른 좋은 곳으로 놀러다니자고 한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또 이번호 빅이슈에서는 이 아저씨의 사진을 봤다.



아, 뭔가 부리부리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이랄까, 하는 부분이 내 스물다섯에 만났던 남자를 닮았다. 그래서 이 사진을 보다가 잠깐 그 남자를 떠올렸다. 그 당시에 나는 그를 무척 좋아했고, 내가 좋아해서 시작된 관계였으며, 헤어지고 나서도 오랜동안을 그리워하고 아파했는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뒤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랑이었을까? 우리가 정말 사랑한걸까?




그리고 이런 사진도 보았다. 레서피를 소개하기 위한 타이틀이었다.



으응? 킨포크 테이블이 따로 없군. 킨포크 테이블이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지난번 빅이슈도 그렇고 이번호 빅이슈도 그렇고 같은 필진이 여러개의 글을 썼는데, 홈리스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만큼 이 책의 필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지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이런 문구를 보았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대중문화 매거진입니다.>



나는 재능기부라는 말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이 책 판매가의 절반이 '홈리스 판매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필진에게 원고료(혹은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대가)를 주기는 어렵겠구나 싶었다. 홈리스 판매원을 돕기 위한 방법이 이 책을 사는 것이 있고 또 정기구독이 있다면, 재능기부도 방법이 될 터. 홈리스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돕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나도 생각해본 적이 있던 바, 그렇다면 나도 재능기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나서 휘리릭 넘겨보는데, 흐음, 서평 부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 '장정일'이 이미 재능기부를 하고 있더라. 그렇다면 내 글은 ... 굳이 실을 필요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모르겠다 싶어 일단 문의하는 메일을 넣어두었다. 재능기부의 의향이 있다고. 



오전에 이런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인 두 명에게 말을 했는데, 그들은 재능기부란 말에 빅이슈를 떠올렸다고 했고, 내가 그걸 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자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렇지만 어마어마한 장정일이 이미 거기에 있더라, 고 했더니 내게 재능기부를 글로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표지모델'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육성으로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자 다른 한명이 말했다. 네가 쓴다면 장정일보다 인기가 많을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난 진짜 좋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이 세상에 어느 누가 장정일보다 내 글이 더 인기 있을 거라고 말해주겠는가. 내 지인들이 아니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나는 인복이 아주 그냥 넘치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문의를 넣어놓았고 답이 어떻게 올지는 모르겠다. 





최근에 머리가 너무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길면 무거워지는 법. 오늘 아침에도 머리를 감다가, 아, 길어, 잘라버려야겠어, 라고 생각하다가 얼마전에 본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영상이 떠올라 생각을 바꿨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보면, 어느해든, 모델들이 죄다 긴 머리 웨이브더라. 언젠가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서겠다고 생각한만큼, 나도 긴머리 웨이브로 스타일을 바꿔나가겠다. 조금 더 길려가지고 웨이브 해야지. 


어느해의 패션쇼에서는 첫번째 모델로 '미란다 커'가 나왔다. 그때만해도 그녀는 남편인 올랜도 블룸과 사이가 좋았던 모양인데, 그녀가 등장해 무대를 걷자, 관객석에 있던 올랜도가 벌떡 일어나 환호하는 게 아닌가. 또한 그 누구냐, 애덤 리바인은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아내가 나오자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무대를 걷더라. 크- 그때 애덤 리바인은 자신의 아내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을까. 얼마나 아름답다 느꼈을까. 물론, 아내도 그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자신의 남편을 자랑스레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올랜도 블룸과 애덤 리바인을 보니, 나도 저걸 내남자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다. 근사하잖아!! >.<



내가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설테니 당신은 내게 환호를 보내요.



그렇지만 나이가 걸린다.

응? (  ")




 
 
아무개 2015-02-25 15:06   댓글달기 | URL
1.<오래오래> 가 생각보다 다락님 취향이 아닌가봐요.
그거 꼭 읽고 글 써달라고 졸랐던거 같은뎅

2.흠...많이 먹는거로는 재능기부가 안되겠죠? ^^::::::::::::::::::::::::::::::::::::::

3.화보는 언제 찍고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는 언제 설까요?
어제 먹은 치킨(치즈뿌리오인가 뭔가) 정말 술안주로는 최고더군요.
아침에 어제 먹은거 막 후회하면서도 또 먹고 싶다고 생각을..... ㅠ..ㅠ


다락방 2015-02-25 15:30   URL
오래오래 는 암튼 계속 읽어볼 예정입니다. 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먼 나라에서 아주 가끔 만난다는 설정이 흥미로워서 말이지요. 군데군데 말이 안되는 데가 많은데, 프랑스는 진짜 `사랑`에 대해 관대한 것 같아요. 전 사랑이라면 뭐든 괜찮다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약간 어긋나있는 것 같고요.

많이 먹는 거로는 어딘가에 재능 기능할 수 있을것 같은데, 저는 일단 재능기부 하겠다고 덜컥 문의는 해놓고, 제기랄, 재능이 아닌가, 재능 없는데 뻘짓했나 싶고...그래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ㅠㅠ

아 몰라요 몰라 묻지마요. 냅둬요. 킁킁.

에르고숨 2015-02-26 00:34   댓글달기 | URL
`아내는 별도의 잡종`이라 여기는 가브리엘은 정말 혐오스런 인물이군요.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저 정도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륜관계조차 아름다울 수 없는 게 현실인데 말이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배우자에게 잘 하는 사람이 불륜상대에게도 잘 하기 마련입디다. 배우자를 저렇게 여기면서도 불륜애인에게 잘 한다면 그건 가식이거나 잠깐 동안일 뿐이지요. 배타적인 배려나 사랑이 제게는 이기심과 달리 보이지 않아요. 어쨌든 소설은 아마도 좋이 아름답게 진행될 것만 같은데, 완독후기도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다음 얘기들은 막 섞어서, 이렇게-) 다락방 님의 재능기부를 환호합니다!!

다락방 2015-02-27 10:07   URL
그러나 신기하게도 불륜관계는 아름답습니다, 에르고숨님. 그녀를 진짜 사랑해요. 그래서 저는 의문입니다. 왜 아내를 진짜 사랑하지 않을까요? 물론 결혼이라는 게 완벽하게 이루어질 순 없죠. 그녀를 사랑하는 줄 알고 결혼했다가 후에 더 사랑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는 별도의 잡종`이라니, 너무 짜증나요.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니. 그건 `가족하고는 섹스 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잖아요. 구역질나죠. 뭐, 소설 속 인물이지만 말입니다. 제가 사랑할 수 없는 인물이고, 그래서 생각했던것처럼 재미있게 읽지는 ㅁ소하고 있어요.

재능기부는, 지금 생각하니 이 무슨 교만이었나 싶어요. 재능기부라니, 저한테 재능 있다고 생각한거잖아요. 그래서 침울해요 지금 ㅠㅠ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하고 말이지요. ㅠㅠㅠ

singri 2015-02-26 07:55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 두꺼운책이 술술 읽힌기억은 있는데 뭔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ㅋ

다락방 2015-02-27 10:08   URL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두 남녀가 서로 오래오래 사랑한다는 내용입니다, 싱그리님. 저는 아직 절반도 못읽었어요. ㅎㅎ

비연 2015-02-26 10:35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오래> 읽긴 했는데 그닥... 마음에 와닿지는 않더라구요. 그냥... 심심한 느낌.

다락방 2015-02-27 10:08   URL
불륜을 다룬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될 수 있는게 가장 중요한데, 이 두 인물들에게는 좀처럼 몰입이 되질 않아 딱히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비연님. -_-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번역되어 있는지를 몰라서 한 번 검색해봤더니 2012년에 이미 번역되어 책이 나와 있었다. 표지만 보면 딱딱한 인문서적 같은데, 혹여나 2012년에 이 책을 알았어도 그저 내가 잘 모르는 인문서겠거니,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웰컴, 삼바》는 말해야 할 것을 말해야 하는 영화였다. 그러므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영화였으며, 그 영화를 보는 쪽이 보지 않는 쪽보다 더 나았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무언가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혹여라도 나중에 어떤 액션을 취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영화. 책이든 영화든 그게 뭐든, 본다고 바로 삶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감상한 후에 느꼈거나 생각한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것들을 나를 구성하는 일부로 만들고자 선택해 보는 건 아니다. 그 시간들이 즐거워서 선택하는 거지. 어쨌든 《웰컴, 삼바》가 '필요한' 영화였다면, 내게 《와일드》는 '좋은' 영화였다. 여기서 '좋은'의 의미는 '좋아하는'을 뜻한다. 나는 이 영화가 몹시 좋았다. 내 마음이 더 끌리는 건 이쪽이었다.

 

여자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가난한 집에서 엄마와 또 남동생과 살고 있었다. 가난하고 가진 게 없는데도 엄마는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기도 했지만, 엄마는 여자의 삶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엄마를 병으로 잃고난 후 그녀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과 또 그녀의 이혼은 그녀를 바닥까지 추락시켰고, 그녀는 아무하고나 섹스하고 마약을 하는등 하염없이 처참하게 무너져버리고 반다. 그러다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된 그녀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망가져있다는 걸 자각하고 '내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와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었어' 라는 생각을 하고 달라지고자 한다. 그때 선택한 것이 하이킹이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는것은 몹시 뿌듯하고 흡족한 일이며, 그런 욕망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그 삶은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 《밀크》에서 죽기전의 밀크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들어서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그는 죽지만, 그렇지만 그의 죽음이 그에게는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아, 나 정말이지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속의 밀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감동에 젖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기둥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속에서 여자가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멀고도 험한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이, 내게는 전혀 뜬금없게 느껴지질 않았다. 사람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저마다의 기준이 있고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그녀가 걷기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 그런 그녀를 나는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걷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렇게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첫날의 야영은 작은 소리에도 무서워 잠을 못자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시간이 지난 후의 그녀는 발톱이 빠져도 걷고 눈 속으로 발을 푹푹 담그면서도 걷게 될만큼 강해졌다. 그녀는 하이킹 코스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따뜻한 죽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걷는 동안 그녀는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어린 시절 자신에게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물론 성인이 된 후의 일들도 떠올린다. 하이킹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떠올리기 싫은 것도 떠올리게 된다'고 그녀는 말하는데, 걷는 동안에는 내가 원치 않았던 기억들도 저절로 떠오르는 법. 그 먼 길을 그 오랜 시간 걷는 그녀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래서 내게는 그 험난한 여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도 없다는 것, 가끔 갑작스레 동물을 마주치게 된다는 것, 그저 막막하게만 여겨진다는 것들이 무섭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온전히 내 자신에 집중해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나도 그렇게 걷고 싶다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그저 걷기만 하는 게 대체 무슨 재미를 줄까, 지루하고 단조로우며 심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가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고,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 영화, 《와일드》가 무척 좋아서 놀랐다. 어쩌면 그 단순한 '걷기'는 위에 쓴것처럼, 오롯이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해럴드도 그랬다. 그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내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 같은 아들을 생각한다. 다리가 아프고 몸이 고되지만, 걷는 시간 동안 그는 아주 많은 사연들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된다. 물론 내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기 위해 꼭 그렇게 오랜시간을 걸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번쯤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목표가 있다면 더 좋겠다. 천천히 걸어서 언젠가 당신에게 닿겠다는 그런 목표 같은 것.

 

 

그러나 여자가 등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가 내게는 너무도 힘겹게 느껴진다. 너무 크고, 너무 무겁다. 게다가 오랜 시간 너무도 먼 거리라 발톱도 빠지고. 그녀의 몸은 멍 투성이이며 길에서 뱀을 만났을 때 그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이라니. 아, 나로서는 그렇게 힘들고 싶지 않은거다. 그 먼 길을 걷는데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완주한다면 정말이지 짜릿하게 기쁘겠지만, 그 무거운 가방을 나로서는 짊어지고 싶지 않다. 또한 길 한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지도 않고. 나는 끼니때마다 맛있는 걸 먹고 싶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고, 좋은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호텔을 정해두고 반나절을 걷고 맛있는 식사를 한 뒤 또 반나절을 걷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 다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걷고 생각하고, 저녁때면 내 쉴 곳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싶다. 그리고 쿨쿨, 잘도 자고 싶다. 낮에는 아무 하는 일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 시간들을 채워나가고 싶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 나는 언젠가 이 직장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직장생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면, 내게 그런 시간을 꼭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숙소가 있다면, 매일매일 걸었다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할텐데. 걷고 먹고 마시고 그 모든 시간에 생각하고. 한 두세달쯤 그렇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걷다가 그 길 끝에서 당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걷고 싶다.

 

 

그렇게 걷고 싶다는 삘을 받고 오늘 일자산엘 갔는데, 하아-, 비온 뒤의 산은 정말이지 걸을 게 아니더라. 신발이며 바지가 죄다 흙투성이가 되었다. 너무나 질어 발이 빠졌고 그러므로 너무 지저분해져, 산에서 내려온 뒤 까페로 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금세 지우고 말았다. 이렇게 더러워진 바지와 신발로 까페를 가는 것은 민폐일 터.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책장에서 몇 권의 책을 빼내어 중고샵에 팔기 위해 정리를 하다가, 《목신 판》에 내가 책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펼쳐 읽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장미꽃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아니, 피 속의 노란 인광. 가장 늙고 가장 쇠약한 심장조차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죽음의 무도'. 사랑은 밤이 다가오면 활짝 피는 마거리트 같고, 가벼운 입김에도 꽃잎을 닫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죽어버리는 아네모네 같다.

사랑은 그런 것.

사랑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그에게 다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사랑은 변덕스러워서,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내일 밤은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또 한편으로는 불변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봉인처럼 굳게 지속될 수도 있고, 죽음의 순간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랑은 하늘에 별이 빛나고 땅에 향기가 가득한 여름밤이다. 하지만 왜 사랑은 젊은이로 하여금 은밀한 길을 따라가게 하고 노인으로 하여금 외로운 방에서 발끝으로 서 있게 할까? 아아,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버섯밭으로, 신비롭고 무참한 독버섯이 자라는 무성하고 뻔뻔한 밤으로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도사로 하여금 한밤중에 높은 담장을 둘러친 정원에 몰래 들어가 침실 창문을 통해 잠자는 사람들을 엿보게 한다. 사랑은 수녀를 어리석음으로 사로잡고 공주의 분별력을 흐리게 한다. 사랑은 왕이 혼잣말로 음란한 말을 속삭이고 소리내어 웃고 혀를 내밀 때 그의 머리카락이 길가 먼지를 쓸 만큼 왕의 머리를 길가에 낮게 내려놓는다.

사랑의 본질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 사랑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또 다른 무엇이다. 사랑은 젊은이가 두 눈으로 두 눈을 보는 봄날 밤에 지구를 찾아온다. 젊은이는 응시하고, 입술에 입을 맞춘다. 두 개의 빛이 그의 가슴속에서 만난 듯한 느낌, 별을 섬광처럼 비추는 태양 같은 느낌이다. 그는 그녀의 품에 안긴다. 온 세상이 조용해 지고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랑은 하느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고, 하느님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 첫 생각이었다. 하느님이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러자 사랑이 있었다. 하느님이 만든 것은 모두 아주 좋았고, 그 가운데 하느님이 다시 파괴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은 창조의 원천, 창조의 잣대였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길에는 꽃과 피가 흩뿌려져 있다. 꽃과 피가 ‥‥‥ (p.229-231)

 

 

사랑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고 크누트 함순이 말한다. 사랑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바깥으로 뿜어내는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는 게 사랑이라면, 멀고 험한 길을 묵묵히 견디며 걷게 하는 것도 사랑이 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럽고 싶었던 여자가, 그 길을 걸었다. 사랑이 한 일이었다. 발톱이 뽑혔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 그건이 사랑의 길에 흩뿌려져 있는 꽃과 피였으리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은 내 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에너지들을 끌어낸다. 창조의 원천이며 창조의 잣대라는 크누트 함순의 말은 그러므로 틀리지 않았다.

 

 

 

설 연휴에 친척들이 방문했고, 그중에는 이제 고2가 된 외사촌 여동생이 있었다. 그 여동생의 엄마인 나의 막내이모와 둘러 앉아 괌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그간 내가 갔던 곳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이에 여동생은 '언니는 왜이렇게 간 데가 많어?' 라며 약간의 부러움을 담아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고2가 된 외사촌동생에게 말했다.

 

 

너도 가능해. 넌 나보다 더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어. 네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하하하하하. 나는 동생에게 왜 그런 말을 하냐고 이모가 지청구를 늘어놓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모는 오히려 한술 더떠 당신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지 않으면 연애도 계속 할 수 있어, 라고. 하하하하하. 이에 삘받아 말했다. 그래 얘야, 결혼하지 않으면 넌 전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고, 그때마다 남자를 바꿔서 여행 갈 수도 있어. 엄마에게는 친구들하고 간다고 말해. 나라고 그 모든 여행에 친구들과 함께였겠니? 심지어 어디에 가서든 현지 남자와 교제하는 것도 가능해, 니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잠시후 내 여동생의 가족들이 도착했다. 올해 막 여섯살, 세살이 된 나의 조카들이 함께 도착했고, 세살이라고는 하지만 개월수로는 고작 17개월인 둘째조카가 아장아장 걸으며 방싯방싯 웃으니 온 식구들이 까르르 웃고 예뻐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그때 이 외사촌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얘기 듣고 결혼 안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아무래도 결혼을 해야겠어.

 

라고. 그래서 내가 왜? 라고 물으니 이 소녀는 나의 둘째 조카를 어쩔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며 '아기가 너무 예뻐' 라고 하는거다. '나도 이런 아기 낳아서 살고 싶어' 라고. 오, 소녀여, 그렇다면 그렇게 하렴.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대로 살아가야 하는 법. 소녀가 자라서도 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지, 혹은 그 생각이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다. 소녀가 꿈꾸던 것이니 일찍 결혼하게 될지, 혹은 꿈꾸었지만 좀처럼 결혼을 하지 않게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소녀가 더 나이 들고, 또 더 나이 들고, 또 아주 나이 들어도, 그때까지 소녀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 친척언니가 되고 싶다. 설사 그때에 이르러 내가 결혼해있다고 해도, 소녀에게 결혼하라고, 결혼이 얼마나 좋은줄 아냐고, 그딴 말은 하지 않는 친척 언니가 되겠다.

 

 

 

 

 

 

 

 

 

 

 

 

 

 

 

 

 

일전에 《문학동네 2014 가을》에 실린 황정은의 글을 누군가 인용한 것을 보았었고, 그 인용문을 보고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져서 샀었다. 그리고 황정은의 글을 읽었고 박민규의 글을 읽었다. 그 후에 두어개쯤 더 읽은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토요일에 외출을 하면서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아직 읽지 않은 글들을 마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살짝 고민하기는 했다. 내가 이 책을 들고 외출하면 읽을 시간은 광화문에 도착하는 지하철 안의 시간 뿐이다. 도착하고나서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보고 술을 마시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읽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두꺼운 책을 가져가는 게 옳은가? 라고. 그러나 이 책은 단편들의 모음이고, 그렇다면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기랄,

 

집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하아- 나는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정말 더럽게 무거웠다. 짱 무거웠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고, 나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고, 나는 우산을 드는 게 너무 싫고, 또한 나는 양 손에 뭔가 드는 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게다가 무거운 것도 짱싫어! 그런데 가방은 무겁고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내가 싫어하는 온갖 조건을 다 갖추고 있어. 아... 여튼 그렇게 광화문까지 가는 지하철 역에서 두 개의 단편을 읽었고, 광화문에 내려 가방에 이 책을 넣고 진짜 엄청나게 무겁다고 여기면서 내가 이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다니, 하고 계속 짜증이 났다. 무거워, 무거워... 난 배낭 무거운 거 싫어서 하이킹도 안할 사람인데, 이게 무슨...영화를 보는 내내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는데 나중엔 다리가 저려오기까지 하더라. 내 이걸 그냥 콱 ㅠㅠ

 

그리고 친구들과의 약속장소인 알라딘 중고샵 종로점엘 갔다. 종로에 약속이 있으면 약속 장소는 항상 알라딘 중고샵이 되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 중고샵으로 들어가 책들을 구경하고 또 사는 게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일찍 도착했고 나는 중고샵안으로 들어가 책을 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아- ,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도무지 책 구경에 집중이 안되는 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서 나는 책 구경하기를 포기하고, 책을 읽는 공간에 앉아 그냥 이 책을 꺼내서 읽다가, 아, 근데 무거워, 무거워, 나는 이 책을 들고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생각에 휩싸여 이 책을 들고 카운터에 들고 가 이 책 매입하겠습니다, 했다. 그렇게 팔아버렸........................

 

 

무거운 책을 가지고 외출하지 말자. 무거워..

 

 

 

친구들과 2차로 간 을지로 술집에서 한창 술을 마시던 중, 술집의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티븨에 나오지 않으셨냐고. 나는 뻔히 아닌데도 잠깐 멈칫, 생각했다. 나 티븨에 나온적 있었던가... 아뇨, 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다시 물으신다. 혹시 직업이 공무원 아니세요? 라고. 또 멈칫, 나 공무원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생각하다 아뇨, 라고 답했다. 그러자 티븨에 나온 사람 같다며 내게 '형사 아니세요?' 하는거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형사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처럼 생긴 형사가 티븨에 나와서 뭔가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아니라고 했다.

 

 

참나원. 알라딘 공식 미녀 마노아님은 너무 예쁘다며 전화번호 물어보는 남자가 있는데, 나는 형사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구나.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에 미녀가 너무 많으면 미녀의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형사냐고 물어본 게 미녀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 원래 세계적 스파이들은 또 미녀가 아닌가. 형사나 스파이나, 뭐. 미녀 형사일 수도 있는 거고. 미녀는 뱀파이어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뭣이냐, 안젤리나 졸리도 뭐 그 무슨 요원으로 나오고 그랬잖아? 남자가 예쁘다고 번호 물어보는 일은 없었지만, 뭐, (예쁜) 형사 아니냐고 물어본 걸지도 모르니까. 호프집 사장님이 예쁜 형사님 아니세요? 라고 물은 건 아니지만, 예쁘다는 말은 생략된 걸수도 있으니까.

 

라고 제기랄 겁나 혼자 위로해도 좀처럼 위로가 되질 않는구나.

그거슨 연휴가 끝났다는 걸 알기 때문일거야.

방금전에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다 끝났어...

라고.

 

야, 그렇게 슬픈 말,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무개 2015-02-23 08:30   댓글달기 | URL
쿠하하 미치겠다 정말.
나 그말은 못들었어요.
형사냐고 물어봤었어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서울 근교에 반나절 정도 걸을만한 곳들 소개된 책이 있는데
아직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어요.
괜찮은곳이 있으면 걸어봅시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아..난 도대체 5일동안 뭘 한건가 ㅜ..ㅜ

다락방 2015-02-23 08:55   URL
저도 5일동안 한 게 없네요. 술만 퍼마셨나.. ㅠㅠ 다이어트랑은 멀어지고...허구헌날 배만 고프고... 책도 안읽고... ㅠㅠ 영화 두 편 본게 그나마 뭔가 한 기록의 전부이네요. 하아-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너무 슬퍼요. 어쩌면 이렇게 닷새가 금세 훅- 갈 수가 있나요. 아 슬프다 ㅠㅠ

아무개님, 안녕?

단발머리 2015-02-23 09:25   URL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 여기 하나 추가요~~

단발머리 2015-02-23 09:26   URL
다이어트랑 멀어지고...에서는 키득하고 웃었는데, 허구헌날 배만 고프고....에는 왜 슬퍼지는 거죠?

다락방 2015-02-23 09:49   URL
다이어트는 진짜 자신과의 싸움인데, 아우, 저는 자신과의 싸움이 너무 싫어요,단발머리님. 저는 그저 제 자신에게 언제나 상을 내리고 쓰담쓰담 해주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흙흙 ㅜㅜ

아른 2015-02-24 22:04   댓글달기 | URL
저도 힘들고 더러워지고 무서운 길은 싫어요 가볍고 편안한 걸음이 좋아요 티븨에 나온 공무수행중인 형사처럼 예쁜 다락방님 우리 언제 같이 걸을까요?

다락방 2015-02-25 13:53   URL
가벼운 차림으로 가볍게 걷는 건 정말 좋죠. 무거운 짐을 이고 걷는 건, 으으, 고통이에요. 이왕이면 형사 대신 FBI요원으로 해줬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5-02-25 00:20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운동을 해야지..했는데, 요즘은 몸이 아파 운동을 해야지..해요.... ㅠ.ㅠ
그리고 무거운 가방도 싫고, 높은굽도 싫어요....
왜 엄마가 가벼운 가방, 낮은굽을 찾는지 점점 이해가 간답니다. ^^ ㅋㅋ

다락방 2015-02-25 13:55   URL
무거운 가방은 싫은데 높은 굽은 좋아요. 언젠가 싫어지게 될진 모르겠어요. 높은굽은 마치 자존심 같아요. 조금 더 낮은 굽으로 갈아신는 순간 뭔가 나가기 싫어지고..
그치만 요즘은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오르내리기 위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어 운동화 신고 다녀요. 조금 더 이쁘고 가벼운 모습이 되면 다시 구두로 돌아가자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웰컴, 삼바》를 예매해두고 보러 가기 위해 나선 길, 나는 이번호 시사IN 을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있더라. 오호라. 보기 전에 읽을까 말까를 잠깐 갈등하다 읽어내려갔고, 책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 리뷰를 보며 했다.

 

 

 

작가 델핀 쿨랭이 한동안 난민 관련 단체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쓴 소설, <웰컴, 삼바>(열린책들)는 이주민의 고단한 현실을 전하는 데 좀 더 집중하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영화로 각색하면서 앨리스의 역할을 부쩍 키우고 삼바와 '썸'을 타게 만들었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리크 토레다노, <언터처블:1%의 우정>을 함께 연출한 두 감독이 이번에는 '언터처블:1%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사IN 제388.389호 p.87, 김세윤의 <건드릴 수 없는 1%의 사랑> 中

 

 

 

 

얘기인즉슨, 영화속의 사랑-썸타는- 이야기는 영화의 재미를 위해 끼어든거란 건데,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라면-사실 대부분의 원작을 두고 있는 영화가 그렇지만- 책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프랑스라는 선진국에서 이주민이 이토록 험한 취급을 받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내게는 놀라웠다. 저나라에서도,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한다니. 십년간 설거지를 죽어라 해도 추방당할 형편에 놓이게 되다니. 대체 얼마나 대단하고 잘난 나라이길래 저토록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는걸까. 왜 그들로 하여금 죄지은 사람처럼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는데도 조심조심하게 만드는 걸까. 이런 이야기들 틈틈이 로맨스가 끼어들 수 있겠지만, 저 위에 인용한 표현대로 그 이주민의 상황과 내면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쪽이 읽거나 보는 입장에서 더 좋지 않을까 싶어졌다. 

 

사실 내용적으로는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영화다. 누군가의 불행으로 혹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은 비단 이주민에 대한 얘기만은 아닐 터. 삶이란 모름지기 그렇게 흘러가는 거다. 노력한 자에게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묵묵히 견뎌냈다고 행운이 따라주는 것도 아니니까.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어떤 목표를 이루었는데, 이루자마자 눈앞에서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동안 인생이 우리에게 알려준 게 아닌가. 이런 진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그러므로 나는 이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지만, 아주 개인적으로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극중 삼바는 간혹 '심하게' 장난을 치고 횡설수설 한다. 십년간 쫓기듯 살아온 삶이니, 긍정적이고 농담하고 웃으며 그 삶들을 버텨와야 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브라질 출신'이라고 말했던 이주민 친구가 사실은 '중동' 출신이라고 했을 때, 그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삼바는 그걸 소재 삼아 장난을 쳤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꾸만 그가 중동 출신이라고 밝히려고 장난을 치는데, 그때 중동 친구는 그러지 말라고, 나는 들키는 순간 끝장이라고 말하는데도 계속해서 웃으며 장난을 치는 거다. 삼바가 친구의 비밀을 진짜로 밝히려는 악의가 있었다고는 물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장면에서 삼바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가장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 내가 감추고 싶은 단 하나에 대한거라면, 게다가 내가 얼굴 표정 바뀌어가며 '제발 그러지마' 라고 말하고 있다면, '그러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을, 나는 친구로 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삼바가 이러다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친구의 출신을 밝히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삼바를 신뢰할 수 없었다. 삼바는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들이 힘들었고 고되었으며, 그러므로 오히려 더 밝아지려고 하는 것은 물론 나름의 생존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중동 친구 앞에서, 그 표정 변한 친구 앞에서 그렇게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나는 좀 불편해진 것이다.

 

지난주의 괌 여행에서 나는 사랑의 절벽에 갔었다. 사랑의 절벽에는 전망대가 있고, 그 전망대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전망대로 올라가고 나서는 난간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바다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한 걸음을 떼서 이동하는 것이 몹시 힘들고 무서웠던 거다. 만약 그때, 내가 그렇게 무서워, 돌아, 이렇게 말하고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는데, 누군가 거기서 나를 미는 시늉을 하며 장난쳤다면 나는 울어버렸을 것이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향해 화를 냈을 것이다. 누구나 극도로 예민한 부분이 있고, 극도로 예민한 부분- 두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친구라면, 내게 확신을 주는 사람이길 원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라고.

 

 

삼바가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었는데, 이건 진짜 완전 슈퍼울트라 프라이빗 한거라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나는 삼바의 입술이 마음에 들질 않아...나는 이성의 손이나 입술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인데, 삼바의 입술이 너무 두꺼워서...뭔가 좀 ... 힘든거다. (응?) 극중에서 여자와 키스를 하는데, 좀 감당 안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물론 극중에서 여자는 삼바를 처음 만나고 난 후부터 호감을 느끼지만, 나로서는 호감을 느끼기 어려운 스타일이랄까. 나는 이성의 얇은 입술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삼바를 보고나니 저렇게 두꺼운 입술도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똭- 드는 거다. 뭐, 삼바가 나 좋다고 따라다닌 것도 아니지만, 여튼 그랬다는 거다. 킁킁.

암튼 샬롯 갱스부르는 너무 예뻐서, 나도 저렇게 예쁘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헤어 스타일부터 .... 예쁘게.... 를 하려면 미장원에 가서 돈을 들여야하겠고, 미장원에 돈을 들이자니, 나는 돈이 없고....이쁜건 잠시 보류...

 

 

 

설날인 어제, 이모와 남동생과 아빠는 고스톱을 쳤고,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잠시 시청했다. 텔레비전 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고, 그중 한 코너 <사망토론>을 보게됐는데, 사망 토론의 주제는

 

'무인도에 김태희와 단둘이 떨어져있는데 구조선이 보인다면 나는 구조를 요청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였다. 여기서 '김태희'는 어떤 이성적인 이상형, 그러니까 정말 만나보고 혹은 함께 있어보고 싶지만 좀처럼 그렇게 되기는 힘든 상대, 라든가 이상형의 결정체, 등등으로 상징되므로 개인에 따라 '김태희' 대신 다른 사람을 넣어도 될 것이다. 나는 이 질문이 몹시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친구 한명은 자신의 이상형인 배두나와 무인도에 둘이 남는다면 구조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구조요청을 하겠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라는 답변도 있었고 '이상형 한 명이라면 구조요청을 할 것이고 두 명과 함께 있게 된다면 구조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루정도 함께 있다가 구조 요청하겠다' 는 대답도 있었고. 뭐, 이 모든 대답들은 절반쯤은 농담이 섞여 있었을 것이므로 어떤 대답엔 웃기도 했는데, 오늘 나는 여동생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여동생은 내가 질문하고 답을 듣고자 했던 의도랄까, 그 마음이랄까, 여튼 그런 걸 가장 잘 이해했다고 보여지고 그러므로 가장 진지하게 답해줬는데, '나는 구조 요청 할거야' 라고 답했다. '언니, 나는 무인도에서 단둘이는 못살아, 다른 사람도 필요해, 나는.' 이라고 말했다.

 

내 대답은 여동생과 같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둘이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행복할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필요하니까. 이건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재이슨 스태덤과 단둘이 무인도에 떨어져도 나는 구조 요청을 할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떨어져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구조 요청을 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든 했을 거다. 내가 혼자 있기를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로 아무도 없으므로 혼자가 되고 싶진 않다.

 

또 하나. 내가 내 이상형과 무인도에 떨어졌다는 상황. 그 상황으로 내가 사랑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만들어준 사랑은, 나로서는 거부한다. 내 자존심은 만들어진 사랑을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는 것.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상황 속에서 내 사랑이 나를 선택하기를 원하지, 아무도 없으므로 나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런건 싫다. 내가 '나' 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아야 하는 것이지, '나밖에 없었으므로' 사랑받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 질문이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보고 싶어졌다. 너라면, 구조요청을 하겠느냐, 하고. 분명 어떤 사람들은 '절대 구조요청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할것인데, 그들에겐 '단지 그 한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 하나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대체하고도 남는. 그러나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너'가 필요하다. 물론 '그중에 네가 제일 좋아'겠지만.

 

 

 

설날인 어제 조카들이 집에 놀러왔고, 둘째 조카는 어제 페이퍼를 올렸듯이 내 책장에서 책을 빼내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첫째 조카는 그 책들이 정리되고 난 후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왜, 도대체 왜....네게는 수첩도 있었건만, 왜 이모 책장에 있는 달력을 가져다가 굳이 연필로 마구 낙서를 한거니? 이 꼬맹이는 이렇게 하면서 내 반응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연필로 그어대면서 계속 내 얼굴을 보고 실실 웃더라. 아, 이 장난끼 많은 녀석. 이쁜 조카. 알러뷰뿅 ♡

 

 

그나저나 책장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내가 분명 중고로 열심히 팔아 책장을 비워뒀건만 언제 다시 저렇게 아무데나 쑤셔 박아 넘치는 상태가 되었을까. 이제 진짜 책 안사고 사둔 책 읽고 처분하리라. 그래서 다시 책장을 좀 비워두리라. 이런 식으로는 안돼!!!

그러나 연휴동안 하루에 한 권씩 책 읽겠다는 나의 미친 다짐은 역시 미친것으로 드러나,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한 채 벌써 사흘째가 지나가고 있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dreamout 2015-02-20 18:35   댓글달기 | URL
저도 200권이나 300권쯤 팔거나 버리거나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쌓인 책들이 읽는 속도를 감속시키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다락방님의 예쁜 첫째 조카는 그림에는 전혀 낙서를 하지 않았네요~~ ㅎㅎ

다락방 2015-02-20 18:43   URL
네, 쌓인 책들이 읽는 속도를 감속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좀 했어요. 좀 팔아치우고나면 더 열심히 읽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사두고 안읽은 책도 죄다 빼서 팔아버릴까...그리고 다시 읽을 책들을 사나갈까...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아- 물론 기존에도 안읽은 책 갖다 팔고 그랬지만요.

네, 저 이쁜 조카는, 다행스럽게도, 그림에는 전혀 낙서를 하지 않았네요. 하핫 :)

보물선 2015-02-20 19:41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5-02-22 20:41   URL
좋은 영화였어요. :)

달걀부인 2015-02-20 21:52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는 가정하에! 구원요청을 하지않을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다섯쌍둥이를 낳아..즐겁게....그런데..그들은 어떻게 짝짓기를 하죠? 잘못하면 근친이 될 수 있다는.....안되겠어요. 그냥 둘이 노을을 바라보다가 별에 취해서 살다가 죽어야겠어요. 혹, 지나가다가 발견하시더라도 모른척하세요.

다락방 2015-02-22 20:43   URL
어제 만난 친구는 `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 사람의 의견을 따르겠다`라고 답하더라고요. 상대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은 처음 듣는 답이었는데, 둘 중 한 명이라도 구조되길 원한다면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지나가다가 발견하게 된다 하더라도 모르는 척 하겠습니다. 그 편이 달걀부인님의 행복에 더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요.
:)

단발머리 2015-02-21 11:39   댓글달기 | URL
책이야기도 좋았는데, 오늘은 무인도 이야기가 눈에 띄어서요. 저도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면서요. 마침 제가 읽고 있는 [이성과 감성]에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그 구절에 밑줄을 그어 놓았거든요.
우리,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요? ㅋㅎㅎㅎ

무인도에 함께 있을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남친 생겨서 소식 끊겼던 여자친구들이 생각나네요. 그 친구들, 지금쯤은 외로울텐데..
이런 딱한 경우가.... 쩝...

다락방 2015-02-22 20:44   URL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무인도에 떨어지길` 원하는 여주가 나와요. 실제로 눈이 많이 와서 고립되었던 잠깐 동안 그녀는 행복을 느끼지요. 하루나 이틀이라면 그것이 행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계속 살라고 하면 아마도 저는 힘들어할 것 같아요.

저는 무인도에 함께 있을 남자에 누구를 대입해도 구조요청을 하겠다는 답을 내리게 돼요. 저는 정말 다른사람들도 필요해요, 단발머리님. 무인도에 누구와 있든, 저는 단발머리님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단발머리 2015-02-23 19:16   URL
T.T 나 지금 울고 있나요? 아하.... 감동의 눈물....

믿음이 부족한 저는, 어느 남자로 할까, 남자 생각만 하고 있었네요.
믿음과 사랑이 부족한 저를, 용/서/하/소/서/

moonnight 2015-02-21 20:41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안 읽을 것 같은 책들도 팔아버릴까 고민하고있어요. ㅠㅠ 책을 읽으려고 사는 건지 사려고 읽는 건지 헷갈리고 있-_-;;;;;
귀염둥이 타미 ~^^ 이런 장난쳐도 이모는 나를 이뻐하는구나 확인^^

다락방 2015-02-22 20:45   URL
저도 안읽을 것 같은 책들은 계속 팔아치우고 있었어요. 애초에 안읽을 것 같은걸 왜 샀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며...오늘도 중고샵에 팔 책 몇 권을 책장에서 꺼냈습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이 고루 섞여 있어요. 이 책들을 팔아 또 책을 사야죠. -0-

타미는 제이모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고, 저는 그 아이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무척 흡족합니다.
:)
 

내 방에 찾아든 둘째 조카의 만행!!



 
 
아른 2015-02-19 21:04   댓글달기 | URL
소년이 브레송 사진집을 찢어 버리고 책에서 영양분을 섭취했던 시기.... 저희집 책장 1,2층은 거의 반세기동안 비어있었죠....왜 눈물이 날까요...

다락방 2015-02-20 18:31   URL
눈물을 닦으세요, 아른님. 그 아름다운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ㅎㅎ

어제는 조카를 데리고 까페에 가 마카롱을 사줬는데요, 마카롱을 맛있게 먹는 조카를 보는게 너무 좋았어요. 아, 물론 마카롱 먹은 조카는 첫째 조카입니다.
ㅎㅎ

아른 2015-02-21 00:29   URL
아...아름다운 시기는 지나갔다고 하시니 더욱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요ㅋ

통통한 저 볼~ 깨물어주고싶은 저 발바닥의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 거죠 흑흑흑.....

말리 2015-02-19 21:37   댓글달기 | URL
제 조카도 생각나네요. 삐뚤삐뚤 줄 그어진 책이 옛기억을 되살립니다. 방문을 잠가 놓으면 고모고모 애타게 부르던 그놈이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락방 2015-02-20 18:32   URL
크- 세월이 참 빨리 흘렀군요, 말리님. 고모고모 애타게 부르던 녀석이 군대를 제대하고 왔다니요.
저 어린 아가도 언젠가 저보다 더 키가 커지겠죠. 아- 그만큼 저는 더 늙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네요. 하아-

hnine 2015-02-19 21:42   댓글달기 | URL
조카가 방에 아직 있는 동안엔 정리할 생각을 하지 마시기를.
차곡차곡 되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다시 반복하거든요.
다섯 번까지 반복해봤습니다 ㅠㅠ
조카가 완전히 자러 들어가거든 그때 정리하세요.

다락방 2015-02-20 18:33   URL
일단 빼는 동안에는 그냥 두었고요(찢나 안찢나만 신경을 곤두세웠죠),
다 빼고 나서 꽂을 때 한권씩 달라고 했더니 제법 알아듣고 한권씩 제게 건네주더라고요. 그래서 차곡차곡 다시 꽂았습니다. 그 후에 또 뺄 것 같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제 방에서 나갔어요. 하하하하하.
다섯 번이라니, 나인님 화 안내고 정리하셨습니까!!!

아가들은 예쁜데 힘들어요. ㅜㅜ

blanca 2015-02-20 00:00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리도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닮아 있는지 ㅋㅋ 조카가 몇 개월이에요? 18개월 둘째랑 싱크로율 백퍼센트입니다. 게다가 얘는 한번 읽고 팔려고 둔 책을 꼭 구기고 낙서한답니다. ㅡㅡ

다락방 2015-02-20 18:34   URL
저의 둘째조카는 아마 17개월 일겁니다. ㅎㅎ
지금 보니 책 한권의 표지가 약간 찢어져 있어서 제가 시무룩해하고 있어요.
ㅠㅠ

무스탕 2015-02-20 17:50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조카가 최종 간택한 책은 뭔가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5-02-20 18:34   URL
아무런 책도 간택하진 않았고 그저 `빼서 어질르기`에 흥미를 보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스탕님. 왜 아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지내고 계십니까, 무스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