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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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작가의 클래식한 작품을 읽고싶다`는 생각에 책장 앞에 섰다가 이 책을 골라들었고, 내 선택은 적절했다. 책장을 넘기며 색소폰 연주를 듣고싶어졌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그리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소박한 사람들이 이 책 속에 있다.



 
 
 

나의 아버지는 머리카락 색깔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꽤 젊어보이시는 편이다. 머리카락이 숱도 많고 건강하다. 숱도 별로 없고 두피도 건강하지 못한 나로서는 대체 왜 아빠 두피 안닮고 엄마 두피 닮은건가 원망하기도 여러번이었다. 작은아버지 두 분 모두 흰머리가 머리의 절반을 채울 때도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건강해서 형제 자매들도 부러워했는데, 이것은 아버지에게 꽤 큰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 내 머리카락은 남들보다 건강하다, 새까맣다 등의 아버지의 자랑이었고, 그게 자랑이었으므로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는, 혹여라도 흰머리가 보일라 치면 어김없이 나를 불러 뽑으라 하셨고, 어린 마음에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도 머리 크면 하기 싫어지는 법, 늙으면 머리 쇠는건 당연한 거라며 나는 언젠가부터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명절때 놀러오는 이모의 어린 딸에게 뽑아달라 했고, 그 아이는 한 개에 오십원~ 이라고 외치며 뽑아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버지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었던 터라, 머리카락에 대한 자부심을 꺽어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되셨다. 그래서 이제는 염색을 선택하신 거다. 한계,      를 인정하셨다고 해야할까. 


아버지의 흰머리를 뽑는 게 그렇게나 싫었으면서도 아버지가 흰머리를 못견뎌하는 그 마음만은 이해했다. 본인의 외모에서 모두에게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는 게 그것인데, 그것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데, 그렇기에 그것을 얼마나 지키고 싶었을까. 그래서 결국 미장원으로 향해 염색을 해달라고 하는 아버지를, 혹은 어머니께 염색을 해달라 부탁하시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 씁쓸했지만, 결국은 한계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건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염색을 한다는 것 자체도 언젠가는 포기해야겠지만, '나는 염색할 정도로 흰 머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 되는거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인 《대답은 필요없어》에 실린 단편중 <배신하지 마〉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여자가 나온다. 젊음과 그 젊음으로부터 오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으로 삼았던 여자,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자 견디기 힘들어했던 여자, 더욱이 옆집에 사는 여자는 여전히 젊고 아름답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녀는 자신이 늙어가는 것을 분하게 여긴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는 것에서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자격지심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가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느끼고 마는것이다.


"저, 그 여자애가 밉살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크리스마스에 그녀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쓰레기봉투를 뒤진 적도 있어요. 밉살스럽고 샘도 나서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왜냐하면 그 여자애는 젊으니까!"

당신도 아직 젊다. 취조하는 형사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웃었다.

"전혀 젊지 않아요. 젊음만으로 좋은 일이 생길 정도는 아니에요. 형사님, 지금 회사에서 저는 이미 아줌마예요. 누구도 돌아보지 않아요. 회사에서도 번화가에서도, 길을 걷고 있어도. 이미 길가에 널린 돌멩이 신세지요. 오우라 씨와 똑같은 옷을 입어도, 어떻게 화장을 해도 그녀에겐 이길 수 없어요. 그런 그녀가 옆에 있어요. 옆에서 살고 있어요. 옛날엔 저도 갖고 있었던 걸 그녀가 지금 전부 갖고 있어요. 그것을 제게 보란 듯 과시하죠. 저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구요." (pp.205-206)



자신을 이미 '아줌마'라고 부르며 젊은애에 대한 시기심으로 불타는 이 여자 조차도 나보다 다섯살 이상이나 어리다는 슬픔..은 말하지 않기로 하고. 

그녀가 무너지는 과정에 머리카락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나의 아버지가 생각났던 것.



"긴 머리는 내 마지막 보루예요. 예쁘고, 여자답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의 마지막 증표죠. 젊으면-좀더 젊으면 잘라도 끄떡없어요. 하지만 나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머리까지 자르면 여자이기를 포기해야 해요. 그 여자애는 그걸 알고 일부러 짧은 커트를 해서 내게 과시한 거야." (p.207)



커트 머리가 여자가 그녀 앞으로 가 과시한 게 아니어도 그녀는 그것을 과시라 느낀다. 긴 머리가 마지막 보루였는데, 그것조차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그녀. 그녀가 절망한 까닭은 젊은 여자가 자신에게 과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과시로 보는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었다. 늙었는데 머리까지 길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그 절망감, 그것은 외로움으로 부터 왔을것이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이유가 비단 그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리고 전파를 타는 모든 매체들은 젊고 아름다운 것을 칭송하니까. 자신이 그런 주류에 있었다가 밀려났다는 사실, 그걸 그녀는 견뎌내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무너질 수도 있고 망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털고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며칠전 출근길에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육체가 건강해야 고통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이 나왔다. 정신의 건강은 육체의 건강으로부터, 라는 말이야 불변의 진리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누구나 다 알고있는 말이지만, 그 말이  그 순간처럼 내 귀에 쏙- 꽂힌 적은 없었다. 라디오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 슬픈데 그 말을 듣던 상대가 '운동을 하라'고 조언해주는 거였다. 남자는 슬퍼하며 운동이라니 웬말이냐 물었고, 상대는 멘탈이 건강해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데, 그 멘탈이 건강하려면 육체가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거다. 맞다, 맞구나. 나는 내 정신이 무척 건강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내 건강한 몸으로부터 온 것이겠구나, 했다. 나는 저 단편 <배신하지 마>의 주인공처럼 '마지막 보루'라고 할 만한 신체적 장점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 또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머릿결도 나쁘고 두피도 약하며 피부도 엉망인데다 모델과는 거리가 먼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매스컴에서 온갖 미녀들이 성냥개비 같은 몸매를 가지고 왔다리갔다리해도 '그녀들처럼 되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람이 초라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내가 나 자신을 초라하게 느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초라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가 '초라해 보인'다고 해서 내 자신이 초라한 건 아니다. 단편 <배신하지 마>의 주인공은, 머리를 컷트한 예쁜 여자를 마주쳤을 때 자신의 옷차림 때문에 자신을 초라하게 느꼈다.



"그 여자애, 짧은 커트 머리를 했어요. 그러면서 우쭐거리는 얼굴로 가슴을 펴고 걷고 있었죠. 모델 같은 차림새로, 정말 모델이나 탤런트 같이 보였어요. 그런데 나는 평상복에 편의점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고. 주말도 다 됐는데."

마주쳐 지나갔을 때 미치에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고 한다.

"무시당한 걸 그때 알았죠. 나를 깔보고 있었어요. 주말인데 어디 갈 곳도 없고, 아무도 초대해 주지 않는 불쌍한 아줌마. 나같이 짧은 커트를 하고 싶어도 이미 그런 모험도 할 수 없는 불쌍한 아줌마는 어디 가?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비웃고 있었어요. 확실히 알았죠." (p.206)




물론 나도 저 느낌을 너무나 잘 안다. 우연히 지하철안에서 아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그때 얼마나 아름답던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던 거다. 그녀는 나보다 키가 크고 젊었고 예뻤다. 게다가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입고 반짝거리는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내 옷차림이 나를 너무 후지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가 내게 뭐라 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블라우스가, 치마가, 구두가 엉망인 것 같았고, 이 모두가 엉망이니 나라는 인간 자체가 구리게 느껴지는 거다. 그녀와 우연히 만난 반가움에 몇 마디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앞으로는 매일매일 찬란하고 이쁘게 하고 다닐거야, 라고 거듭 다짐했던 기억조차 선명하다. 물론 그 다짐이 지켜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러나 평상복, 약속 없는 주말, 편의점 봉투. 그것들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사발면을 사들고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어신고 감지 않은 머리를 노란 고무줄로 동여매도, 그래도 집에 들어가 콕 박혀서 내가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아마, 거기서 갈리는 것 같다. 저 여자와 나는. 나는 '그렇지만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내지' 로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단편 속의 저 여자는 '초라하게 보인것'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는 바로 그 차이. 


자신이 만난 화려한 여자가 속이 얼마나 곪아있는 지는 모르는채로 마냥 그녀를 시기했다. 찬란하고 젊은 미모를 과시하듯 뽐내고 다니기 위해서 옆집 여자인 미치에는, 자신이 도무지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신용카드를 돌려막기 해가며 빚을 지고 있었고, 부모님 조차도 더이상 그녀의 돈을 갚아주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는데. 미치에도 역시 '화려해 보이는 것'에 더 많은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안으로는 자꾸 빚을 지고 더이상 안되자 친구의 이름으로 또 신용카드를 만들고...남아있는 건 빚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 같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분노로 들끓던 여자도, 카드 빚이 어마어마했던 여자도 모두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두었다. '내'가 아니라 '타인'이 내 삶의 주요지표가 된다면, 그들이 행복하기는 힘이 들지 않겠는가. 



머리카락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거라면, 나는 그 외에 손톱과 발톱 손목과 발목 귀의 모양새와 목의 단단함까지 모두 보루로 삼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이든 '단 하나'인건 위험하니까. 나의 사랑이란 감정 자체도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무너지기가 쉽지 않은가. 그 사람이 없어도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내 사랑 역시 여러명의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쌓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 신체중 어느 한 곳의 아름다움으로 버텨낸다면 그것은 얼마나 안타깝고 아슬아슬한가. 엉덩이를, 허벅지를, 종아리를, 겨드랑이를, 심지어는 온 몸의 털까지도 자신의 자랑거리로 삼으면 어떨까. 편의점 봉투를 들고 오는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했다면, 집에 돌아와 사발면을 후루룩 맛있게 먹는 자신에게 집중하면 어떨까. 아, 조낸 맛있어 눈물이 난다, 라고 그 순간에 행복해하면 어떨까. 초라한 나 자신이 금세 만족을 느끼는 내자신으로 바뀌어있지 않을까.



뭐, 이렇게 써봤자 나 역시도 허벅지가, 종아리가, 겨드랑이가, 온 몸의 털이 자랑은 아니다. 머리카락도 손목도 발목도 마찬가지. 





같이 일하는 동료가 그만뒀다. 갑작스런 일이어서 지난 목요일 멘붕이 찾아왔고, 그 일이 당분간 모두 내 일이 된다는 사실에 앞으로의 내 직장생활이 걱정되고 두려워졌다. 그외에도 그 안에 숨은 사정들 때문에 혼자 있을 때마다 힘들어서 눈물이 자꾸 비져나오는 상황. 얼마나 힘들까, 언제까지 힘들어야 하나, 답답해하며 퇴근을 했다. 내 소식을 듣고 아빠는 집에 돌아온 내게 기운내라며 밥을 퍼주셨고 국을 데워 덜어주셨다. 남동생은 회식으로 늦게 돌아오고 엄마는 여동생 집에 가있는터라 밥 먹는 식구는 우리 둘 뿐이었고, 그래,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아빠가 내게 그러셨다.



"설거지는 니가 해."



아놔. 진짜 폭발할 뻔 했다. 설거지는 물론 내가 하려고 했다. 설마 아빠랑 나랑 둘 뿐이데 내가 아빠한테 하라고 할까. 게다가 나를 위로한다며 밥과 국을 퍼준 게 아니라, 저렇게 말하는 순간 '차리는 건 내가 했으니 치우는 건 니가 해' 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아빠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다같이 술상이라도 봐서 놀다가 치울 때가 되면 


"락방이가 치우느라 고생하겠구나"


해버리시는 거다. 당연히 치울건데 저렇게 말해버리는 순간 그 맥빠지는 느낌이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는 한 번도 아빠한테 상 치우라고 한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저럴까. 왜 늘 해왔는데도, 설거지며 빨래며 밥하는 거며 청소하는 것까지, 엄마가 안계실 때는 동생과 내가 다 해왔는데, 물론 아빠도 그중에 어떤 것들을 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가 며칠 집을 비워도 문제없이 지내오고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서 미리 저렇게 초를 치는 말을 하는걸까. 다 할테니까 미리 말하지 말라고 몇 번 소리 높여 얘기해보기도 했지만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왜 화를 내냐는 식이다. 아..나는 요즘 아빠를 미워하는 시기인가 보다. 



대꾸해봤자 싸움만 될 게 뻔하므로 묵묵히 설거지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 '운동갔다올게'라고 말한 뒤 집을 나와버렸다. 그길로 헬쓰장에 가서 런닝 머신 위에서 걸었다. 우울하고 짜증날 때는 나는 운동 대신 가만히 있기를 선택하는 사람인데, 그러고 싶었는데, 편해야 할 집이 불편한 장소가 되어버려서 도무지 그 안에서 아빠랑 둘이 있을 수가 없었다. 아홉시를 넘기면 아빠는 주무신다. 런닝 머신위에서 좀 걷다가 샤워를 하고 돌아가자, 라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했다. 



나는 설거지를 싫어한다. 아주 많이 싫어한다. 끔찍하게 싫어한다. 할 때마다 우울에 시달린다. 그래서 '설거지는 니가 해' 이 말에 더 폭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위에 말했다시피 아빠를 미워하는 시기인가보다. 그래서인지 요즘 독립에의 생각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나가살까, 혼자살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거다. 돈이 없다..에서 늘 막히지만 설사 대출을 받아 독립해서 나온다 해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의 독립을 막는데, 그런것들도 어떻게든 다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찰나, 참, 독립하면 매 끼니의 설거지가 내꺼잖아?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씨발설거지..


어떡하지?


오늘 출근길 내내 설거지에 대한 생각에 시달렸다. 지구를 위해 뭔가 한 가지를 더 하기로 하고 독립한 뒤의 내 끼니는 모조리 다 일회용품으로 해결할까? 밥도 반찬도 일회용 접시, 물도 일회용 컵, 술도 안주도 모두 일회용 용기에...하아- 그렇지만 지구를 위해 뭘 한 가지를 더 해야할지 생각도 안날뿐더러, 일회용 그릇들을 써대는 것이 맛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면에서 끔찍하게 느껴진다. 나는 와인이 와인잔에 마셔야 더 맛있다는 걸 안다. 소주는 소주잔에 맥주는 맥주컵에. 스테이크는 넓다란 접시에 담긴 게 맛있다는 걸 안다. 그릇에 욕심이 있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그릇이 음식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준다는 걸 알고, 그래서 집에서 와인을 마실 때도 굳이 와인잔에 마시는 거다. 그 맛을 설거지 때문에 포기할 수 있을까?



없.다.



그렇다면 설거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없.다.



그렇다면 어쩌지?




일전에 타부서 차장님이 '해결해야 겠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 이라며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나를 추켜세워 준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 나는 역시 방법을 찾아냈다. 


결혼. 그래 결혼을 하자. 



결혼해서 설거지는 남편의 몫으로 하자. 대신 설거지로 인해 남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와 함께사는 게 기분 좋지 않을테니 설거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남자를 골라서 설거지를 하라고 하자. 그리고 이왕 사는거 즐겁게 먹고 마시며 사는거다. 술도 맛있게 먹고 고기도 맛있게 먹고, 제대로 된 그릇에 제대로 먹고, 그리고 설거지는 남편아, 니가 해. 이렇게 즐겁게 사는 거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 물론 남편이 설거지를 하는 대신 나도 뭔가를 해야겠지.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만, 뭐 쇼부를 칠 수도 있는거 아닐까. 아니다. 쇼부고 뭐고 다 떠나서, 나한테 홀라당 빠지면 나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지 않을까. '설거지를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없다면 나는 결혼을 생각하지 못하겠는걸?' 이라는 나의 말에 기쁜 마음으로 그것은 자신의 몫이라며 나설 수 있는 남자랑 결혼을 해야겠다. 아,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도 한 채 얻으라고 해야겠다.  한강이 안보인다면 울산 앞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아파트라도..아, 그 아파트는 가급적이면 욕실이 두 개이면 좋겠고, 욕실 하나에는 드레스룸과 연결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꼬박꼬박 고액의 월급이 입금되는 남자면 더 좋겠다. 팔 다리에 적당히 모양 좋은 근육이 자리 잡아 있다면 좋겠다. 설거지를 할 때도 근육들의 움직임이 보이면 좋으니까. 키도 좀 크면 좋겠다. 웃는 모습이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켰으면 좋겠다. 스테이크를 잘 굽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잘 굽고 설거지도 잘하는 그런 남자..



음...

그냥 내 성격을 개조하는 게 더 빠른가..Orz



오늘이 아직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개 2014-04-14 13:22   댓글달기 | URL
1.저...식기세척기라는 편리한 물건이 있습니다만..
설겆이를 싫어하지 않을 만한 남자를 만나는것 보다
식기 세척기 한대 놓고 편히 사는것이 더 나을듯 ^^::

2.혹시 '그런 남자'라는 노래 들어 보셨나요?
들어보세요...왜 식기 세척기를 사야하는지 알수 있을껍니다....


3.여름같은 봄날입니다.
더워서 사무실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 놓았더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폭풍 미세먼지가 쿨럭쿨럭~


다락방 2014-04-14 13:28   URL
1. 저 지금 완전 뒤통수 맞은 것 같아요 아무개님. 식기세척기...왜 생각을 못했죠? 헐. 결혼할 필요가 절대 없네요. 식기세척기의 존재를 저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멘붕오네요. ㅎㅎㅎㅎㅎ

2. 누구의 '그런 남자' 란 말이죠? 설거지를 못하는 바보같은 남자가 나오나요?

3. 여름같은 봄날인지 겨울같은 봄날인지 나가보질 않아 알 수가 없네요. 사무실에 콕 처박혀 있었더니.. ㅠㅠ

아무개 2014-04-14 14:41   URL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저렇게 좋은 남자....
그런 남자가 왜.... 널 만나냐? ...이런 가사의 노래였어요.
검색이 안되는 관계로다가 가수가 누군지는 모르겠으요.
우야둥.
식기 세척기가 있으니
기운내요!!!!!! ^0^

Forgettable. 2014-04-14 14:43   댓글달기 | URL
그런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지는 노래임.. 하지만 슬픔 ㅠㅠㅠ

아 어제 만난 남자가 자기는 전업주부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설거지하고 청소돌리고 요리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하심. 그런거 할 때 자긴 가장 행복하다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조언을 해주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일"로 만들면 오히려 힘들 수가 있다고 ㅋㅋㅋ 이렇게 싫어하는 일을 하는 걸 합리화.....;;

여튼 전 더 나이들기 전에 머리를 길러보려고 지금 꾹 참고 있는데, 잘라야 젊은 건가. 싶기도 하고. 혼란스러움..

다락방 2014-04-14 17:21   URL
저도 머리가 좀 길어 어깨에 닿고 목이 답답해서 이걸 더 잘라버릴까 아님 웨이브를 넣을까 하다가...걍 질끈 동여매고 있습니다. 역시 머리는 묶는게 진리 -_-

전 남자가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이런거 즐거워하면서 전업주부 하는것도 좋고 그런 남자가 저한테 어울린다고도 생각은 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말이죠, 양복입고 각 잡힌 남자를 보면 반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래서 한 여자에 두 남자는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0-

blanca 2014-04-14 15:06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설거지!!! 저도 진짜 싫어요. 그래서 식기세척기도 고민했었는데 어차피 애벌세척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그래서 저는 커다란 반찬나눔접시를 준비했어요. ㅋ

다락방 2014-04-14 17:22   URL
아, 그러고보니 집에도 식기세척기 있는데 엄마가 그거 몇 번 써보시더니 걍 설거지 직접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당연히 식기 세척기=안쓰는 거 라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머릿속에서 존재를 지웠음.

아..설거지 너무 싫어요 진짜 싫어요. 전 집에서 제가 밥 차려 먹을때는 설거지를 가급적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답니다. 이를테면 국그릇에 국을 담고 그거 그대로 들고가 거기다 밥 말기...같은걸 실천함으로 해서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그릇 하나 세이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4-04-14 15:53   댓글달기 | URL
음 전 설거지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ㅎㅎ 더러운 그릇들이 많을수록 얼른 이것들을 깨끗하게 만들어줘야겠다는 의지가 불타 오릅니다. 그래서 친구네 놀러가도 설거지는 제가 해요 ㅎㅎㅎ

다락방 2014-04-14 17:23   URL
전 개수대에 설거지 거리가 있고,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져요.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보자마자 한숨부터 나오고 우울해져서...하아- 설거지 해야해..라고 울것 같은 기분이 되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거지를 좋아하는 건조기후님이라니, 아,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군요! 그래도 싫어하는 제가 있고 좋아하는 건조기후님이 있어 다행이에요. 세상 모두가 싫어해봐요..세상은 지금보다 한층 더 더러워졌을 거에요. ㅠㅠ

레와 2014-04-14 16:01   댓글달기 | URL
두시간 남았어요!!!!!!!!


책상밑에 [658,우연히]가 있는데, 305페이지를 읽었는데, 보스는 오늘따라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하아.............................................

다락방 2014-04-14 17:24   URL
하여간..자리를 지키는 보스들이 문제야. 너무 싫어.. -0-
658,우연히 라면 독서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겁니다! >.<

moonnight 2014-04-14 16:58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 ^^; 저는 설거지를 아주아주 좋아하거든요. +_+;;;;; 스폰지에 거품을 풍풍 내서 더러워진 그릇을 쓱싹쓱싹 닦고 깨끗이 헹구어서 그릇 건조대에 착착. 생각만 해도 개운해지는 느낌이에요. +_+;;;;;;;;;;;;;;; 다락방님과 소주 맥주 와인 차례로 마시고(물론 여러가지 맛있는 안주들과! 메뉴의 선택은 다락방님께 맡길께요! ) 설거지는 제가 도맡는 행복한 상상을 해 봅니다. 호호 ^^

다락방 2014-04-14 17:26   URL
문나잇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 >.<
멋져, 문나잇님. 잘 먹고 잘 마시고 설거지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근사해요! ♡ 하트뿅뿅뿅이에요~

자작나무 2014-04-14 17:03   댓글달기 | URL
우연인지 모르지만 저 역시 설거지를 좋아합니다. 전 밥을 먹자마자 즉시 설거지를 해요.
그런데 밥도 직접 하죠.
스테이크도 직접 굽고.
그러고보니 뭐든지 직접하네요. 월급은 별로 없는데. 킁킁.

다락방 2014-04-14 17:27   URL
우연인지 몰라도 니가 눈물 흘릴 때마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어~

라고 노래를 부르는 저는 뭘까요..순수 또라이인가.. 여튼,

설거지를 좋아하신다니.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월급이 별로 없다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

네꼬 2014-04-15 11:52   댓글달기 | URL
설거지 좋아하고 식기세척기 있는 권위자로서 (응?) 한마디 하겠어요. 식기세척기가 있어도, 넣는 게 일입니다. 그리고 관건은 큰 그릇과 냄비 등이므로 작은 것보단 큰 거 있는 게 좋은데, 큰 식기세척기를 채우려면 혼자 한 끼 먹는 걸론 어림도 없을 거예요. (내 건 작은 세척기.) 그러니까 설거지를... 합시다. 대신 설거지 한 번 할 때마다 보상을 걸어요. 와인 한 잔, 이런 식으로. 또는 다락님은 문나잇님과 결혼합니다.

다락방 2014-04-15 11:55   URL
큰 식기세척지를 채우기 위해 혼자 한 끼 먹는 걸로 어림도 없을 것 같진 않은데요, 제 경우엔 말이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와인 한 잔, 이런 식으로 보상하면 또 설거지 거리가 나오잖아요. ㅠㅠ 역시 결론은...문나잇님과 결혼하는 것 뿐이로군요! >.<

관찰자 2014-04-15 17:51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고, 이어 댓글까지 읽으니 이 페이퍼의 논조는 단연컨대 '설거지'인듯 싶네요.낄낄.
자존감이 초특급 울트라로 낮은 저 여자 이야기를 읽으니,
지금은 이름이 가물가물하지만 미미여사의 <솔로몬의 위증>에 나왔던 여선생의 옆집사는 여자가 생각나네요.
암튼,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상대하기 어려워요.ㅠㅠ

참고로 저는 남이 볼때는 우아(?)한 커피숍을 하고 있지만,
설거지는 정말 백만번. 끙.

그래도 다락방님은 가족을 위한 설거지이니 마음 푸세요.ㅠㅠ

다락방 2014-04-16 18:01   URL
자존감 낮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계속 해오고 있었는데,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 역시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최근 새움의 이방인 논쟁을 보면서 말이지요. '번역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 '내가 한 번역만이 옳다'는 데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번역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글은 눈과 귀를 막고 그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을 상식없고 이성 없는 사람으로 몰아부치다니..이 세상에 가장 잘난건 나다! 라는 것 역시 상대하기 무척 어렵네요. 그건그렇고,


저는 오늘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신 컵을 씻었거든요. 어제도, 엊그제도.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싫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거에요.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사무실에서의 청소나 설거지는 스트레스 없이 묵묵히 받아들이는 걸까요? 그런데 왜 집에서는 도무지 못하겠는걸까요? 하아-
관찰자님, 저는 설거지가 용납이 안돼요. (응?) ㅎㅎㅎㅎㅎ

비연 2014-04-15 22:21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그런 결론을 내리곤 해요. 결혼을 하자. 결혼을 해서 다 줘버리자..ㅎㅎㅎㅎ

다락방 2014-04-16 18:02   URL
역시 결혼이 답인겁니까? 이제부터라도 좀 생각해볼까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4-04-16 08:56   댓글달기 | URL
<대답은 필요없어> 이야기를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는지, 다락방님 모를거예요.
요즘에.... 부쩍 늙어간다는 생각에 얼마나 우울했던지.
간만에 한 파마는 완전 이상하게 나오고, 살은 찌고, 피부는 울긋불긋, 눈에는 염증...
그래, 늙었어.... 젊음이 부러워. 아하,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설겆이ㅋㅎㅎ

설겆이 좋아하는지는 결혼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신랑은 설겆이 두번 시키니까(하지도 않더니만), 식기세척기 사왔더라구요. 그 때가 십수년 전이라 식기세척기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때인데, 거금을 들여서.. 키햐..
결혼 전에 물어보세요.

"설겆이를 좋아하세요?"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4-16 18:03   URL
당연히 결혼전에 물어봐야죠. 그리고 확답을 받아야죠. 설거지를 좋아하며 반드시 설거지는 자기가 하겠다는 강한 다짐 말입니다. 그러지 않을거라면 저는 결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에 저도 부쩍이나 '아, 나잇살 이라는 게 이런거구나...'하고 깨닫고 있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학 작품인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한 수녀는, 그 고귀한 직분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우리를 찾아온 수많은 여인들이 이 세상의 다른 모든 달콤한 향락은 남녀의 성교를 통해서 즐길 수 있는 향락에 비하면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외쳐대는 것을 들었다." (p.55)



무인도에서 만난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 어떤 이들은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제국주의와 식민지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위대한 문학 작품일 것이다. (p.93)


오언의 시도는 소비의 공동화는 실현했으나 그것을 뒷받침할 생산의 공동화를 이루어내지 못함으로써 실패하고 말았다. 나중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사회주의: 공상에서 과학으로』라는 책에서 오언을 비롯한 초기의 사회주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들의 철학과 이론은 노동자들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에서 출발해,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심에 호소함으로써 사회를 개혁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사회주의가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결여된 자본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의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konomie』이 사회주의를 공상에서 과학으로 만든다. 우리가 흔히 『자본』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책이다. (p.183)




"자본주의 문명이 지배하는 국가의 노동자들은 기묘한 환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여러 세기에 걸쳐 불쌍한 인류를 괴롭혀온 개인적, 사회적 재앙을 줄줄이 몰고 다니는 착각이다. 그것은 바로 개인들과 그 후손들의 생명력을 고갈시킬 정도의 일에 대한 집착, 노동에 대한 처절한 열정이다."  -폴 라파르그, 『게으를 권리』 (p.195)




사치는 가난뱅이 1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100만 명을 먹여 살렸다.

시샘과 헛바람은 산업의 역군이니

그들이 즐기는 멍청한 짓거리인

먹고 쓰고 입는 것에 부리는 변덕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덕이지만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바퀴였다네  -버나드 맨더빌, 『꿀벌의 우화』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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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 <유토피아>에서 <위대한 개츠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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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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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11 15:49   댓글달기 | URL
심히 부담스런 리스트네요.

다락방님!!!!


그냥 한번 불러 봤어요^^::::

다락방 2014-04-11 15:53   URL
ㅎㅎ 전 <로빈슨 크루소>나 한 번 읽어볼까 해요. 나중에..아주 나중에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14-04-11 18:09   댓글달기 | URL
13권, 책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았으나, 제가 읽을 책은 하나 뿐이네요.

[로빈슨 크루소]

앗!!! 다락방님과 똑같군요.
우린..... 어쩜...... @@

다락방 2014-04-14 13:28   URL
그런데 로빈슨 크루소 마저도 어쩐지 재미없을 것 같지 않나요? 킁.

moonnight 2014-04-14 17:07   댓글달기 | URL
로빈슨 크루소 재미있어요. +_+; 어쩐 일로 읽은 책이 네 권 있네요. 로빈슨.. 과 데카메론 3권 ㅎㅎ. 이런 리스트에 제가 읽은 책은 대개 없었는데 말이죠. 호홋 (어쩐지 으쓱 +_+;;;;)

다락방 2014-04-14 17:19   URL
우와. 문나잇님 짱멋쟁이! 네 권이나 읽으셨다니. 데카메론 읽으신 건 알아요. 지난번에 무척 재미있다고 페이퍼 쓰셨었잖아요. ㅎㅎㅎㅎㅎ 로빈슨 크루소도 읽으셨구나. 근데 그 책도 재미있다니! >.<

문나잇님 사랑합니다~ 히히 ♡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 <유토피아>에서 <위대한 개츠비>까지
조준현 지음 / 다시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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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란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떻게 정의하든 자본가가 노동자를 지배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풍자한 인클로저 운동의 의의는,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토지에 묶여 있던 농민들이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으로 나뉘었다는 데 있다.– 22쪽
'좀바르트'는 『사랑과 사치의 자본주의』에서 십자군전쟁이 유럽사회에 미친 영향을 남녀 관계의 변화의 측면에서 해석하고,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체제가 출현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설명했다. 십자군전쟁은 유럽인들의 가치관과 윤리적인 태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사랑'이었다.– 48쪽
로크는 사유재산이 개인의 노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서 사유재산은 귀족이나 지주들이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아니라 신흥계급들이 스스로 축적한 재산을 가리키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로크의 견해를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르크스의 비판처럼 부르주아계급이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생산수단, 즉 자본은 노동의 산물이 아니라 노동을 지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자기 노동의 결과가 아니라 타인의 노동을 착취한 결과라는 뜻이다.– 74쪽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세계 10대 소설문학을 선정하면서 제일 윗자리에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꼽기도 했다. 반면에 문학사에서 가장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제인 에어Jane Eyre, 1847』를 쓴 여류 작가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 1816~1855는 "오스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는 열정이 빠져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작가나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 영국 사회에서 젠트리의 삶에는 이미 열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84쪽
그런데 수공업자들이 상인들의 전횡에 맞서 권력을 쟁취하자마자 이번에는 수공업자들 내부에서 다시 갈등이 일어났다. 수공업자 조직의 가장 상위에 위치한 장인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그 아래에 위치한 직인들을 억압했다. 당시에는 장인들만이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장인들은 직인들이 독립해 장인이 될 자격을 갖추어도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직인들을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통제를 '길드 guild 규제'라고 하는데, 길드란 상인이나 장인들의 협종조합을 일컫는다. 말하자면 논촌에서는 봉건영주들의 규제가, 도시에서는 상인과 장인들의 규제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억압했던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그 본질상 똑같은 봉건적 억압이었다.– 100-102쪽
『국부론』에슨 너무도 유명한, 스미스 사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해주는 말이 나온다. 바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다. 그런데 이 말처럼 스미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도 없지만, 이 말처럼 스미스를 오해받게 한 것도 없다. 왜냐하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미스의 말을,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대개 가격을 가리킬 때가 많다)이 있어서 저절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 시장에 맡겨놓으면 최상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
애덤 스미스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전혀 의도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는 일은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시장에 맡기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국부론』어디에도 없다.– 108-109쪽
세상에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스미스는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자기 향상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개인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면 그 결과로 사회도 발전하고 국가의 부도 증진된다는 것이 『국부론』의 핵심적인 사상이다.– 110쪽
요컨대 스미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스로 더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말라. 네가 더 행복해지면 타인도 더 행복해질 것이고, 사회도 더 행복해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해지도록 이끌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112-114쪽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인간을 이기적 존재라고 말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그가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을 동정심, 즉 '공감sympathy'의 존재라고 말한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이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동기에 반응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물질적 보상이나 이익이 없더라도 누구든 타인의 불행을 보면 슬퍼하고 타인의 행복을 보면 기뻐한다. 공감은 이익의 판단에 선행하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116쪽
지금도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수요'라는 말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로 정의한다. 그러나 맬서스는 아무리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실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142쪽
지금이나 옛날이나 독일은 광업이 발달하고 탄광촌이 많은 나라이다. 그래서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는 난쟁이가 아니라 탄광에서 일하던 어린이들을 비유한 것이며, 백설공주와 왕자는 어린이들까지도 중노동을 시키며 착취했던 그 지역의 영주와 그 부인을 비유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 168쪽
지금 우리는 이미 그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보되고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게 느끼지 않는 분도 많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노예제는 분명 야만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토록 야만스럽게 보이는 노예제조차도 실은 긴 역사로 보면 진보의 한 갈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인류가 단지 노예제로 진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야만스러움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더 이성적인 문명을 건설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이다.– 177쪽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이 일으킨 최초의 집단 저항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영국의 공장 제도와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러다이트 운동에 나선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는 데 있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자본가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계의 자본가적인 사용이다. 기계가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노동시간이 줄고 노동의 강도는 낮춰질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자본가를 위해 사용되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더 줄어들 뿐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라 기계의 자본가적 사용이 자신들을 착취한다는 사실을 아직 올바로 인식하지 못했다.– 179-181쪽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저항은 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노동 운동이 점점 확대되면서 그 지도자들 가운데 며몇 선구자들은 이렇게 자생적이고 산발적인 저항으로는 사회체제를 개혁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는 자각을 했다. 자본가들의 힘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반면에 노동자들의 힘은 오직 단결에 있다는 자각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동조합 운동이 나타났다.– 181쪽
노동은 인류에게 내린 그 어떤 저주보다 더 끔찍한 저주가 되고 말았다. 기술은 진보하고 사회는 더 발전하는데 노동자들은 왜 더 많이 일하면서도 왜 더 빈곤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이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이윤과 축적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노동이 노동자들의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 되고, 그 생산물이 노동자들 자신의 풍요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는 한 그것은 저주일 수밖에 없다.– 197쪽
물론 헨리 조지와 마크 트웨인의 시대에는 철도회사들만 온갖 악덕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대부분 남북전쟁에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 이르는 시기에 부를 축적했다. 코넬리어스 밴더빌트를 비롯해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등이 바로 그들이다. 흔히 이들을 부르던 말이 바로 강도귀족이다. 강도귀족이라는 말은 이들의 부가 합리적인 기업 활동과 정당한 거래로 쌓은 것이 아니라 기만과 협잡, 부정부패, 심지어는 범죄단을 동원한 노골적인 폭력과 범죄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들에게 고용된 폭력단은 총을 들고 다른 회사에 침입하고, 경쟁자를 협박해 회사를 빼앗는 일도 예사였다. 나중의 일이지만 록펠러와 카네기는 그나마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치부 과정에서 쌓은 악명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다.– 228쪽
강도귀족들의 행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은 1869년 8월 9일 밴더빌트의 하수인이었다가 경쟁자가 된 금융투기꾼 제이 굴드와 모건의 하수인 조지프 램지가 철도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유혈 사태이다. 굴드가 800명의 폭력배들을 동원해 열차에 태우고 쳐들어가자 램지도 450명의 폭력배를 마주 오는 열차에 태우고 대항했다. 두 열차는 충돌해 전복했고, 1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결국 이 싸움은 램지 측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그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모건은행이었다. 지금은 후손들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미국의 10대 기업은 모두 '록펠러의 것이거나 모건의 것이거나 또는 록펠러-모건의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이들 기업이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 228-230쪽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계급들도 마치 유한계급들처럼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새로 나온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소비한다. 얼핏 보면 이런 대중 소비사회는 과거 어느 사회보다 더 풍요로워 보인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이제 노동자들은 생산 과정에서만 자본의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생활에서조차 그들의 이윤을 늘려주기 위해 복종하고 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행복이 아니라 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들을 바꾸고, 자동차를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복합상가를 짓는다. – 274쪽
케인스Jhon Maynard Keynes, 1883-1946 를 비꼬는 이야기 가운데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만약 어떤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 여섯 사람에게 질문하면 일곱 개의 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가운데 두 개는 케인스 씨의 것입니다." 케인스는 자기가 했던 말과 전혀 다른 주장도 한다는 뜻이다. 달리 보면 이런 면모야말로 케인스 경제학의 현실성을 잘 보여준다. 상황이 다르면 대답도 달라져야 하는데, 주류 경제학자들은 똑같은 대답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관념이 현실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인스에게는 언제나 현실이 관념 위에 있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완전무결함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연구실에 파묻혀 있을 동안 현실에서는 빈곤과 시업으로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과연 무엇을 해야 옳은가?– 280쪽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shall, 1842-1924 은 당시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 대신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체계는 모두 마셜의 《경제학원론》에서 온 것이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에 독립된 학과로 경제학과를 처음 개설했으며, 케인스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학자의 대가들을 양성했다. 한때 신고전학파라는 말은 케임브리지학파와 동의어로 이해되기도 했다. 마셜의 연구실 방문에는 "런던의 빈민가를 가보지 않은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경제학은 약자를 위한 학문이어야 한다는 '경제 기사도',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경제 생물학'등의 개념을 창안하기도 했다.– 282쪽

"이렇게 추운데 우리 집은 왜 난로를 켜지 않나요?"
"아빠가 실업자가 되어서 석탄을 살 수 없단다."
"아빠는 왜 실업자가 되었나요?"
"그건 석탄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란다."– 287쪽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할인행사
에이나인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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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의는 아주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테고, 그 형태 또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겠지만, 중요한 건 사랑에 대한 코드가 맞아야 당신과 나의 사랑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 그런면에서 토멕의 코드는 나와 아주 많이 어긋나고,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