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기생충 열전]에 등장하는 기생충과는 중복되는 기생충이 없는, 완전히 전혀 새로운 책이다. 사실..고백하자면...중복되는 기생충이 나왔다고 해도 내가 알아챘을 리가 없다. 요충이 아니고서야...[기생충 열전]에서 요충이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아이들이 엉덩이를 자꾸 긁으면 요충이 있는 거라는.... 휴... 세상에 기생충이 이렇게나 많구나. 전혀 다른 기생충만으로도 책 한 권이 완성되다니. 

각 기생충마다 풍부한 사례가 나와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기생충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얘기를 읽고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뭔가 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듯 하지만. 뭣보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날음식을 먹는다는 데 놀랐다. 나도 생선회며 육회를 먹기는 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또한 생소한 음식은 익힌 것 먹기도 어려워하는데. 커다란 달팽이를 보고 날로 먹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니...아니 무슨 달팽이도 개구리도 날로 먹는 사람들이 있지 ㅠㅠ 난 익힌 달팽이도 삼키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ㅠㅠㅠㅠㅠ 


어쨌든 다 읽고나서 음식을 가급적 날로 먹지 말자는 생각과 동시에 '섹스를 끊자' 생각했는데, 이렇게 결심하고 나자, '닐 게이먼'의 [금붕어 두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났다.


엄마는 내게

가슴에 십자가를 그으며

맹세하라고 하셨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와 다른 물건을

바꾸지 않겠다고.

그래서 나는 약속했다.

다시는 아빠와 다른 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음.. 그래, 섹스를 끊자 대신 '이성과의 섹스를 끊자'로 결심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다.



하지만 나는 동성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느라 헐레벌떡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버스가 막 출발을 했다. 꼼짝없이 6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맞은편 정류장에는 고깃집이 있고 그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차량에 세워져 있는데, 그 중 트럭 뒷편에 숨어서 이 쪽을 기웃거리는 아저씨가 눈에 띈다. 하아- 또 저아저씨다. 일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옆에 서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경찰에 신고하는 걸 들었었다. 이 시간이 되면 저 트럭뒤에 숨어서 성기를 꺼내어 흔든다는 신고 전화였다. 아주머니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내 떨려 하셨고, 나는 옆에서 신고 전화를 듣다가 나도 일전에 떨면서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던 터라, 잘하셨다며 다독였던 적이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그 아저씨를 몇차례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나무 뒤에 숨었었는데 반복되다 보니 경찰에 신고하신 거라고.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그 아저씨를 본 거다. 세워진 트럭의 큰 덩치에 숨어서 헤드 부분 유리창 사이로 이쪽을 계속 쳐다보는 아저씨. 처음에 나도 깜짝 놀라 큰 나무 뒤로 숨었다. 그러다 이게 숨을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아저씨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지금 본 건 아니고 놀랐을 뿐이지만, 어쨌든 이 시간에 저 트럭 뒤에 숨어서 이 쪽을 쳐다보는 아저씨라니..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번에 신고 전화를 옆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아저씨가 저 아저씨인것 같아, 순찰 한 번 해달라, 고 요청했다. 우리 집 근처였으므로 주소와 위치를 대고는 늘 숨어 다니는 트럭을 사진 찍어 보냈다. 잠시 후에 내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왔고 나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순찰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자주 순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휴..




지하철 역에 도착했는데 뛰었지만 지하철도 놓쳤다. 뭐, 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 아침에 라디오를 틀어두고 듣게 된 첫 곡이 you raise me up 이었는데 나는 왜 자꾸 버스를, 지하철을 놓치는가..


어쨌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7분간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어딘가에서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난다. 누군가 밥을 싸가지고 가는 냄새인가..그렇지만 좀 고약하다...아...안 씻은 냄새인가... 그렇게 기다리다 지하철을 탔는데, 계속 그 냄새가 난다. 내 옆자리에는 아까 기다리던 사람들 대신 다른 사람들이 타 있었는데..그렇다면 이건...나한테서 나는 냄새인가? 나는 가방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의 냄새도 맡아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금역에서 갈아 타려고 일어나 출입문 앞에 섰는데도 계속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이건 내게서 나는 냄새인데... 아침에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고 버스 안에서도 안났는데, 아 미치겠네, 이 냄새가 뭔데 나를 따라다니지.. ㅠㅠ 

그러다 3호선을 갈아타 자리에 앉았는데도 계속 나. 나는 진짜 냄새를 너무 잘맡고 예민해서 엄청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다. 내 옷을 킁킁대봤다. 내 옷에서 냄새가 난다. 아, 대체 버스 안에서는 안그랬는데 이 옷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 하고 살펴보다가..아...목과 가슴 사이 부분에 무언가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 청록색과 갈색의 그 사이 어디쯤인데, 이..이...이게 뭐지 하고 코를 갖다 대자 냄새가 코를 찌를 것 같더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 가고 싶어, 가서 이 옷 세탁기에 넣고 다른 옷 입고 오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이게 뭐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약간 젖어 있는 상태로 보아 지금 막 묻은 것 같았다. 핸드백에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던 터라 얼른 꺼내어 삭삭 닦았다. 한 장 더 꺼내어서 또 닦았다. 냄새는 거의 사라졌지만 계속 잔향이 남아있는듯해..



이게 뭘까? 뭐였을까?

나는 품에 아무것도 끌어안지 않았다. 어딘가에 부딪치지도 않았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나올 때는 묻지 않았더랬다. 그렇다면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묻은 것인데, 그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냄새나는 무언가가 내 옷에 묻었다면..그것은.... 새똥...이 아닐까. 

새가 날다가 똥을 싸고 그게 내 옷에 떨어진건데, 그렇다면 .. 나는 왜 새 똥이 옷에 묻는 걸 보지 못했을까? 똥이 떨어지는 속도가 그렇게나 빠른가?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 부분을 다시 비누로 빨고는 자리에 앉아서 새똥냄새로 검색해봤다. 새똥이..원래 이렇게 냄새가 나는건가? 





새똥..냄새 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아침에 맞은 그것은 .. 새똥이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월31일 아침, 나는 새똥을 옷에 묻히고야 말았고나. 흑흑. you raise me up 이라며 ㅠㅠ

아침부터 새똥 때문에 멘붕왔는데 동료가 아이스아메리카노 줘서 신났다. you raise me up 이구나. 우후훗

오늘 퇴근하고 집에 일찍 가서 세탁기 돌려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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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좋은모리군 2016-05-31 16:04   댓글달기 | URL
새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던데요! 멋진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질 조짐인가... 오호

다락방 2016-05-31 16:45   URL
오! 그렇단말입니까!! 새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냄새가 정말 지독했어서 얼른 집에 가서 세탁기 돌리고 싶은데, 어쨌든 좋은 일이 생긴다 그말이죠! 꺅 >.<

레와 2016-05-31 17:09   댓글달기 | URL

나쁜 새!!!!!
꼭 내 차에만 똥싸고.. ㅜ.ㅜ
세차하고 나면
귀신같이 날아와 똥싸고..
나쁜 새!!!!!
 

어제 [아이가 다섯]에서 소유진은 안재욱에게 이별을 말했다. 헤어지자고 했다. 아니, 어제였나 그제였나. 어쨌든 헤어지자고 했다. 안재욱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안재욱의 가족들-어머님과 장모님-이 소유진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 계속 연애를 하는 것이 안재욱을 힘들게 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각자의 아이들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결혼을 하게되면 아이가 다섯이나 생기게 되니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거라며 어떻게 '이혼녀'에 '아이가 셋이나 딸린' 여자랑 결혼하려는 거냐고 안재욱의 어머님은 아들에게 헤어지라 말하고, 장모는 장모대로 소유진을 찾아가서 해코지를 했던 터다.  안재욱 역시 혼자이며 아이가 둘이나 딸린 남자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안재욱의 아이들을 잘 살펴줄 다른 여자가 그들에겐 필요했던 거다. 자신의 아이들은 없는, 그러나 안재욱의 아이들은 잘 돌보아줄 여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랑 연애를 지속시켜나가고 또 나랑 결혼을 하기로 선택함에 있어서, 그 남자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혹은 다른 식구들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면, 나 역시 소유진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당신과 내가 함께하는 게 서로 함께 행복하자고 결정한 일인데, 그 행복하려고 하는 과정들 속에서 게속 힘들어야 하고 싸워야 한다면,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질테니까. 그래, 그냥 내가 물러나자. 그 사람의 가족에게 환영받는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도록, 그냥 내가 뒤를 돌아 가자, 라고 나 역시 생각할 것이다. 이건 뭐 슬픈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 편이 그에게도 나을 것이며 나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함께 살고자 하는 여자가 이왕이면 식구들한테 환영받는 여자라면 더 좋을테니까.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나 역시 반대를 무릅쓰며 선택해야 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소유진의 선택을 이해한다. 정말 잊을 수 없을거라고, 너무나 고마운 시간을 선물해준 좋은 연애인이었지만, 결국은 '우리 헤어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소유진을, 나는 이해한다. 나였어도 다르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나였어도 헤어지자고 말했을 것이고, 나였어도 울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재욱이 소유진에게 말한다. 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나와 의논하지 않고 너 혼자 고통받고 너 혼자 결정하냐, 나는 너에게 뭐냐, 나는 지금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나를 좀 기다려주면 안되겠냐, 나랑 상의 좀 하자, 고.



크- 좋구먼. 좋다. 역시 연애를 하려면 이런 남자랑 하는 게 진리구나. 나 혼자 고민하고 절망하며 고통속에 빠져있을 때, 그래서 나 혼자 방법을 찾고 결정을 내렸을 때, 그 방법이 반드시 최선이 되리란 보장도 없고 좋은 방법이란 보장도 없다. 내 딴에는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이며 또 해결방법이라 해도, 다른 사람과 의논했을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나는, 그걸 몰랐다. 아니, 그러니까, 소유진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지금 내 감정에 빠져있는데, '이럴 때 둘이 의논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 라고까지는 잘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그보다는 '어느 게 그를 위한 걸까' 하고는 내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를 위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그를 위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때로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 있는 것.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둘이 함께 고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 조차도 깨닫지 못한 것을, 그러니까 소유진이 되어 혼자 고민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조할 때, '아, 함께 의논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나 역시 소유진이 되었으므로 몰랐다. 그런데 안재욱이 그렇게 말해주어 고마웠다. 그런 남자의 손이라면 잡고서 함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할 때, 몇달 전에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의 이 부분이 생각났다.



시오리코 씨가 돌아보며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산너머에 있는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듯이.

"무서웠어요 ‥‥‥. 나도 언젠가 어머니처럼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 당신을 홀로 남겨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답을 미루기만 했어요 ‥‥‥."

"네? 왜 날 두고 떠난다는 겁니까?"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일로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데리고 떠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있다.

"네? 다이스케 군도 알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10년 전에 홀연히 떠난 뒤로 얼마 전까지 연락조차  ‥‥‥."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이토록 멍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봤다.

내 말이 그렇게 이상했나? 아니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건가?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시오리코 씨가 쫓고 싶을 만큼 재밌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분명 재밌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어디 있어도 어차피 고서점을 할 거잖아요. 그럼 일손이 필요할 테고, 나도 공부가 되니가 좋고. ‥‥‥ 그럼 안 됩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걱정이 됐다.

"아, 뭐,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놈하고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 꼭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시오리카 싫지 않으면  ‥‥‥."

순간 시오리코 씨는 지팡이를 짚지 않은 쪽 손을 나에게 뻗었다. 그녀의 손이 내 앞치마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싫기는요  ‥‥‥. 그럴 리 없잖아요  ‥‥‥." (p.302-304)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엄마를 닮아, 자신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게 될까봐 시오리코씨는 늘 두려웠다. 그것이 걱정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버리면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남겨진 자였던 시오리코씨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래서 다이스케 군을 좋아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불쑥, 자신이 떠나게 되진 않을까, 그를 남겨두고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만약 그녀가 이런 걱정을 끝내 다이스케 군에게 말하지 못했다면, 그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국 그리워만 하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다이스케 군에게 말했고, 다이스케 군은 '나를 떠나지 말아요' 라든가 '안떠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대신,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라고 한다. 

아...


진짜 저 부분을 읽을 때 놀랐다. 저런 방법이 있다고는 내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같이 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시오리코 씨도 몰랐고. 그래서 울컥했다. 한 사람이 한 두개의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자신만의 문제 해결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그 방법들을 얘기하다보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로 결론지어져서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고 둘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보다 둘이 낫다. 내가 혼자라면 그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뿐이겠지만, 내가 만약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면, 문제 해결을 둘이 함께 하는 게 온당하다. 또한 그 편이 더 행복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나 혼자 문제에 직면하고 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하지 않아야 더 좋을 것이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다.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 라고. 우리가 둘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문제는 결국 내 문제가 되어 함께 의논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제부터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너무 사랑을 하고 있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알고있겠지, 케이트,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이기도 한 거야.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어 줄게."(엘리자베스 게이지, 터부, 하권, p.286)




둘이면 정말 좋구나. 


멋지다, 안재욱, 화이팅! 




토요일에 아이가 다섯을 볼 때는 여동생네 가족도 함께였는데,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내가 '아 안재욱 너무 좋아' 했더니 남동생이 '큰누나가 좋아할 스타일이지' 했다. 내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큰누나는 골프선수 싫어해. 저런 스타일 딱 싫어하지.' 라며 덧붙였다. '안재욱처럼 조곤조곤하고 예의바른 스타일 좋아하고 골프선수처럼 저렇게 막 제멋대로 하고 예의없는 스타일 싫어해' 라고. 내가 너 나를 진짜 잘아는구나 하고 깔깔대자 남동생은 한마디를 더했다.



"그러면서 사귀는 건 골프선수 사귀지. 자기보다 어린 골프선수."



야! 그런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고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아.........





어제 엄마랑 길을 걷는데 엄마가 내 엉덩이를 톡톡 쳤다. 그러면서 '이거 성희롱인가?'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엄마가 내 엉덩이를 쳤을 때 내가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엄마한테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성희롱이 아니지' 라고. 그러자 엄마가 '그래? 그러면 더 쳐줄게' 하시더니 내 엉덩이를 더 쳐주셨다. 



아이가 다섯에서 안재욱의 엄마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소유진에게 '그게 무슨 인생의 낭비냐'고 했는데, 이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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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5-30 09:12   댓글달기 | URL
낭비하는 것일까요.... ㅜ 안재욱 캐릭터 멋지네요. 드라마 보지는 않으나, 꽤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6-05-30 09:14   URL
네, 너무 멋있어요. 성숙한 연애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소유진 캐릭터도 참 좋거든요. 여자가 괜찮고 남자가 괜찮은데 이 둘이 연애를 하니 좋은 연애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힛.

낭비..아닐 거에요. 그쵸?

그저좋은모리군 2016-05-30 11:58   댓글달기 | URL
도둑질빼고는 다 해보는게 좋은거 아니었습니까 ^^ 전 연애는 늘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점이 늘 있는거 같습니다.

다락방 2016-05-30 12:12   URL
저도 경험해볼 수 있는 건 다 경험해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에서든 분명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고요. 연애는 해볼만한 것중에 으뜸이지요. 저 역시 지난 연애들에서 분명 배운 게 있었고 계속 성장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다 라는 전제를 가진 극중 안재욱 어머님에게는 결혼생각 없는 연애가 시간 낭비일지 모르겠지만, 연애 그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애를 좋아합니다!

레와 2016-05-31 17:15   댓글달기 | URL

저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호)




 

꿈을 꿨다. 꿈에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과 나와 이렇게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약국에 다녀올게' 하는거다. 우리가 왜냐고 물으니 구충제를 사러 간다는거다. 구충제 사올테니까, 그거 먹고 계속 술마시자, 라고. 그러면서 약국에 갔다. 다른 여자와 나는 응 오면 구충제 먹고 술 계속 먹자, 라고 약국에 다녀올 남자를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다.


음... 


남자와 여자가 누군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어쨌든 저런 꿈을 왜 꿨을까, 하고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하다가, 가방에 들고온 책을 읽으려고 꺼내는데, 아아,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래서 그런 꿈을 꿨어!!!

















나는 어제 퇴근길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거다(따끈따끈한 신간!!). 두번째 꼭지에 나오는 기생충(시모토아 엑시구아)은 물고기의 혀를 먹고 자신이 그 혀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같이 실린 사진이 으으, 너무 끔직했다. 세번째 꼭지까지 읽고 내려서 명태찜에 술을 마시는데, 명태찜에 명태 대가리가 나왔고....대가리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아아아아아.....나는 그냥...대가리를 집어서 가시 버리는 그릇에 버리고 만것이다. 입 벌리지마....입 벌린 모습을 내게 보이지마...... 하아-



흑흑 자꾸 생선 대가리에 들어있던 기생충이 생각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왜이렇게 꿈을 잘꿀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독서는 뭐지? 인생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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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5-26 09:42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일상!! 일상은 인생!! 이히히히히히~


땡초 팍팍 뿌린 명태전 먹고 싶당!!!! ㅎㅎ

다락방 2016-05-26 09:50   URL
명태전에 소주!! 크아-
이번에 대전에서 만날 때도 명태전 팔면 좋을틴딩 ㅋㅋ 사서 소주랑 먹게 ㅋㅋㅋ

레와 2016-05-26 09:51   URL
바로 검색 들어갑니당~!!!!!!!!!!!!

다락방 2016-05-26 09:54   URL
콜!!

2016-05-2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5-26 12:22   URL
아 ㅋㅋㅋ 원래 읽는 사람 마음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안주가 생각이 안나네요. -_-

북프리쿠키 2016-05-26 13:36   댓글달기 | URL
이 책 기생충열전 개정판이예요?? 사볼까하는데 중복이면 이 책만 사볼려구요

다락방 2016-05-26 13:41   URL
오, 아닙니다. 전혀 다른 책이에요. 기생충열전에 나온 기생충은 이 책에서 나오지 않아요. 중복되는 내용 1도 없습니다!! 두 권 다 사보셔야 할듯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6-05-26 13:43   댓글달기 | URL
아하 감사합니다!!마태우스님에게도 좋은 홍보(?)가 될듯 싶어요ㅋㅋ두권 주문해야겠네요!

다락방 2016-05-26 15:29   URL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기쁩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이 책의 서문을 읽어보고 알게 된 거에요. ㅎㅎ
책 재미있어요. 즐거이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훗.

마태우스 2016-05-28 09:15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다락방님.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개정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며 구매를 독려하기까지...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강요에 넘어가주신 북프리쿠키님,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6-05-30 09:07   URL
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요, 마태우스님!!! >.<
정말 재미있는 책을 쓰셨어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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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페이지

ㅎㅎ

















나의 대학 졸업 논문이 꼭 이런 식이었다. 저런 오타가 수두룩했다. 내가 쓴 게 아니라 이 책 저 책 짜집기해서 타이핑만 했던 논문..졸업할 때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서 한 권씩 줬는데 내 논문보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기절하는 줄.. 하아.

당시에 S 여대에 다니는 나의 친구는 K 대를 졸업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남자가 이메일로 자신의 졸업논문을 읽어보라며 줬다는 얘길 했더랬다. 그때, 아, 그 사람은 내가 쓴 것처럼 이 따위로 쓴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쓴 거고 그게 자랑스러워서 읽어보라고 줬겠구나 싶었더랬다. 나는 정말 논문에 오타가 수두룩했는데 진짜 타자를 너무 빨리 치다가 생긴 그런 오타였던 것이다. 저렇게 글자와 글자 사이에 뭐가 들어가거나 한 글자의 받침이 다음 글자와의 사이에 놓여있던 일... 부끄럽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새로 논문 쓰고 싶은데, 이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해보는 말이다.



어쨌든 43페이지까지 이 책을 읽었는데, 음, 안 읽어도 되겠군, 싶은 책이다. 애초에 이 책을 왜 샀는지... 안읽고 팔아버려야지 싶은데 퇴근길에 읽을 소설책이 없으므로-비소설은 사무실에 쌓여있음- 퇴근길까지만 읽을까...

아니면 당일배송으로 스티븐 킹 소설 하나 시킬까...

소설 읽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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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5-25 10:18   댓글달기 | URL
아까는 핸폰으로 봐서 자세히 안 보였는데, 이제 보니까 참...ㅎㅎㅎ
오타가 야무지네요~~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저도 졸업논문 생각나요.
길이 길이 남을 논문을 쓰겠다,고 제가 그랬다지요. 누가 학사논문을 읽어나 주나요~~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타난 죄의 문제>가 제목이었던건 기억나요.
그 다음은 저도 부끄러워서 기절.. ㅎㅎㅎ

즐거운 점심 시간 되시길요. 밥맛은 꿀맛이 제맛^^

다락방 2016-05-25 10:22   URL
저는 논문 제목도 생각 안나요. 유통에 관한 거였던 것 같은데... 아하하하하. 도서관에 들어가서 유통에 관련된 책 몇 권 뽑아다가 짜집기 했더랬어요. 교수님도 아시더라고요. 야 이건 책 짜집기지... 아하하하.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저에 반해 단발멀리님 논문은 제목부터 근사하네요. 우어어어. 호손의 주홍글시에 나타난 죄의 문제, 라뇨. 제가 안그래도 주홍글씨를 이십대 초반에 읽고나서 내용이 사라져 다시 읽으려고 사두었거든요. 민음사로요. 단발머리님 댓글 읽으니 주홍글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은 진짜..알면 알수록 멋진 분이신 것 같아요!!

배고파요. 일단 간식으로 몽쉘통통 먹었는데도 계속 배고파서 두유를 하나 마셔야겠어요. 점심 때까지 버틸 수가 없어요. 어흥 ㅠㅠ

단발머리 2016-05-25 10:27   URL
에구... 부끄러워라.
제목은 근사하지만 저는, 제가 쓴 리포트를 복사해서... 붙였더랍니다.
전 멋진 사람이 아닌데,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하니까,
전 이제부터라도 멋진 사람이 되어 볼려고요.
당신은 예쁨을 담당해요. 내가 멋짐을 맡을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몽쉘바나나 새로 나왔던데, 우리 언제 같이 몽쉘바나나 한 판 해요~~

다락방 2016-05-25 10:54   URL
네, 예쁨은 걱정 마세요! 제가 힘차게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몽쉘바나나 저는 먹어봤거든요. 동료가 직원들에게 하나씩 돌렸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돈 주고 사먹을거면 저는 오리지널 사먹으려고요. 우리 몽쉘 한 판 할 때 몽쉘은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

건조기후 2016-05-25 13:11   URL
저도 몽쉘통통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몽쉘 카카오를 사드리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5-25 13:36   URL
어므낫! 아름다운 제안이에요! ㅎㅎㅎㅎㅎ

머큐리 2016-05-25 11:58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관심가지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에 관심이 급격하게 수그러들었어요...ㅎㅎ

다락방 2016-05-25 12:00   URL
43쪽까지만 읽은 제 말을 너무 신뢰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저는 조금 더 읽어볼까 어쩔까 갈등하는 중이에요. ㅎㅎ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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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책이 삶과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하게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가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뿌듯해졌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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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5-25 00:34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다락방 2016-05-25 08:35   URL
고양이라디오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시고 즐거이 리뷰 쓰신 거 봤어요. ㅎㅎ
책은 분명 의미가 있죠. 책 속의 열 사람이 그걸 알고 있고 말해줘서 좋더라고요. 제가 책 읽는 게 좋고요. 힛. 앞으로도 우리 계속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