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외로움














신문에서 이 책의 소개를 봤을 때 그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 후에 책 표지를 보고 더 궁금해졌었다. 책 띠지의 작가 얼굴이 엄청난 훈남이었으므로. 크- 부드럽고 젠틀하며 섬세할 듯한 저 얼굴이 확- 끌어당긴거다. 그래서 이 책을 샀는데, 책 표지를 펼치고 난 후에 나온 작가 사진은 띠지와 좀 ... 좀 많이 ..... 다르더라. 뭐 어쨌든.


책 속의 노인은 부유하다.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있고, 그 도우미에게 넉넉한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이며, 집에 눈이 쌓이면 인부를 불러 눈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다. 집 안에 커다란 욕조도 있고 모조품이지만 훌륭한 명화도 몇 점 진열되어 있다. 일전에 회사를 운영했으며, 지금은 자식들에게 그 회사를 물려주었다. 그 자식들이 가끔 노인을 찾는 건, 아직 그가 가지고 있는 돈 때문이다. 


부유해서인지 그는 고급진 음식을 잘 먹는다. 스테이크는 말할 것도 없고 오이스프 같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스프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메론을 가지고도 뭘 하던데, 그 요리들의 이름은 내가 기억을 못하겠고. 어쨌든 마을의 어떤 젊은 미혼모를 좋아하고 있는 그는, 그녀를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근사한 요리를 만든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그녀가 늦어 만들어둔 요리가 흐물흐물해졌다. 대신, 배고 고프다고 말하는 그녀를 위해, 노인은 간단히 명란젓 오차즈케를 만든다. 


명란젓 오차즈케는 먹어본 적이 없고, 생각만 해도 사실 그다지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리가 아닌데, 노인이 만드는 걸 읽고 상상하노라니, 이 세상 가장 따뜻한 음식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음식의 실제 온도와는 상관없이, 지금 배고픈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낸 요리이니까.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명란젓 오차즈케는, 입 안 가득 풍미를 줄 것이고, 식도를 데워줄 것이며 뱃속에 안착해 온 몸에 따뜻한 온기를 쭉쭉 전달하지 않을까. 


명란젓 오차즈케를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책에서 노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봤자 내가 하면 어마무시한 어떤 것이 되겠지만...그러다 일드 [심야식당]의 캡쳐 장면 속의 사진을 보게되었으므로, 출처가 표시되어 있는 그 사진을 가져와보도록 하겠다.





아, 언젠가 한 번 맛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내게 명란젓 오차즈케를 만들어준다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사실 명란젓..싫은데.... -0-



나는 내가 먹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에도 아주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이 손수 차린 밥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내게는 아주 큰 기쁨이다. 그들이 차려낸 상이 육덕진 고기로 가득한 게 아니라도, 나는 그 상 위에 놓여진 것이 그 무엇이라도 좋다. 쭉쭉 찢어 먹을 수 있는 포기김치여도 좋고 무말랭이 하나만 반찬으로 둔 채 밥 한 공기를 담아둔 상을 보는 것도 좋다. 족발과 보쌈이 놓여진 상도 물론 좋지만, 오이와 당근을 먹기 좋게 잘라 쌈장 옆에 둔 상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수북하게 담은 물기 있는 상추를 보는 것도 흡족하며, 물 말은 밥에 오이지만 있는 상이어도 좋다. 그가 차린 밥상이 무엇이든, 누군가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게 기쁨이다.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잘 먹고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몫을 충실히 살며, 자기를 자기가 챙길 수 있기를 원한다. 


지난 주말 남동생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녀석을 보는 게 매우 좋았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아는 것, 내가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내가 아는데, 거기에 간섭을 하는 것이 싫다. 내가 찾아낸 내 방법에 대해서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너를 생각해서', '너를 위해서' 라는 말로 내 행복을 그만 두라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먹는 일이 즐겁고, 누군가 잘 먹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즐겁다. 다른 사람의 밥상을 확인하는 일은, 그 사람의 생에 대한 의지를 보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먹고 있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선택한 음식들로 또 한 끼를 지내는 일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피자와 콜라를 본다고 해서 그게 나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유기농 야채가 가득하다고 해서 그게 더 건강하게 느껴진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이 먹을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밥상을 차린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거다. 



그런 나는 인간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것일게다. 일전에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너는 엄마를 딸로써 보는 게 아니라 인간대 인간으로 보고 있다'고. 어제 미숙이랑 대화중에 미숙이는 후배를 생각하는 '언니 마음'에 대해 얘기했는데, 나는 '언니 마음'이 되어 후배에게 '그런 남자 만나지말라'고 조언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언니 마음, 누나 마음 같은게 절대적으로 부족하구나. 아니, 아예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고 그 사람이 겪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나쁜 남자를 만나서 상처를 받는 게 나쁜걸까, 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오는거다. 받아라, 뭐 어때. 순진하다, 상처받기 쉽다, 고 해서 나쁜(남자인 듯한)남자를 피하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이고 안전일까, 를 생각해보니 나로서는 '아니'라는 답이 나오는거다. 언제까지 순진한 채로 살 수도 없고, 언제까지 상처를 에둘러 갈 수도 없으니까. 자기 사랑, 자기 상처는 모두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원래 이런 성향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늙어가면서 바뀐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딸의 마음' 이나 '언니 마음'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이것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거다. 언니 마음이 되어 누군가에게 조언할 수도 없는 사람이며, 언니 마음으로 누가 나에게 조언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인 듯하다. 내가 인간대 인간으로 대하듯 인간대 인간으로 나를 대하는 것을 나는 환영하는 것 같다. 


음..그래서 내가 언니들하고 별로 안친한가? 언니란 호칭은 내 여동생이 나를 부를 때 말고는 다 별로인 듯.



다시 음식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러므로 나도 누군가를 위해 명란젓 오차즈케를 만들어주고 싶다. 아마 나는 내가 요리를 진짜 못하기 때문에, 요리 병신 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요리에 정신을 잃고 매혹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이 음식으로 온 몸 전체가 따뜻해지기를, 맛있어서 기뻐하기를, 꾹꾹 눌러 담긴 나의 애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요리를 하고 싶다. 그 요리는 무엇이면 좋을까. 꼭 명란젓 오차즈케 일 필요는 없으니 무언가 다른 요리를 생각해봐야 겠다. 다락방 표 특제 김치찌개 라든가, 음...... 버터된장찌개...???



제기랄. 버거킹의 갈릭스테이크 버거가 먹고 싶다..아침부터..




















이제 이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책을 펼쳤다가, 나는 이런 긴 헌사를 만나게 된다.



내가 난생 처음 연애편지를 보낸 사람은 당신이었지요. 이 책 역시 당신에게 보내요. 당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죠. 앤소니, 당신은 내가 아무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나의 가장 충실한 청취자, 그리고 나의 영원한 사랑이에요.




신형철의 신간 소식에 흥분했다가, 그의 헌사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신형철이 시시해졌었다. 친구의 말을 빌자면 '만원짜리 청첩장'을 내가 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를 내 마음대로 생각했구나, 라고 내 눈에 덮인 콩꺼풀이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하면 될까. 그래놓고 왜 벨 훅스의 이 서문을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노골적인 애정의 표현을.


'내가 난생 처음 연애편지를 보낸 사람은 당신이었지요' 라는 문장이 자꾸 밟혔다. 나는 누구에게 보냈지? 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약간 아쉬워졌다. 그때는 보낼만했으니 보낸 것이고, 나는 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거였지만, 지금 와서 저 헌사를 들여다보노라니 '아, 나의 첫 연애편지가 그에게 향한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첫 연애편지를 그에게 보낼 순 없었으니, 이런 식의 찐한 헌사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역시 이렇듯 노골적이고 아름다운 애정을 과시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난, 그저 수줍은 여자...(  ")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정말이지 갈릭스테이크버거가 너무 먹고 싶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버거킹은 사무실에서 먼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막 뛰쳐나가서 우적우적 먹고 들어올까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내가 그래도 될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조낸 먹고싶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앞에 갈릭스테이크버거가 막 둥둥 떠다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나의 배경음악은 '심규선'의 <신이 그를 사랑해> 이다. 




 
 
moonnight 2014-11-26 12:34   댓글달기 | URL
일본 영화나 책을 보면 오차즈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저는 보리차에 밥 말아 먹는 거랑 비슷하려나? 생각해요. ㅎㅎ 분위기 없는 인간-_-;
갈릭스테이크버거 드셨길 바라며^^;

다락방 2014-11-27 17:00   URL
네, 오차즈케 먹어본 친구도 그냥 물에 밥 말아 먹는거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약간 다를 것이고, 그 다른 맛이 혹시 매력있진 않을까, 살짝 기대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나중에 만들어 먹게 된다면 인증샷 올릴게요, 문나잇님. 감상과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ra 2014-11-26 14:06   댓글달기 | URL
저도 버거킹버거가 먹고 싶네요 전 와퍼세트로 ㅠㅠ

다락방 2014-11-27 16:59   URL
전 치즈 와퍼를 좋아했었지만 언젠가부터 변심하여 갈릭스테이크버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죠.

Mephistopheles 2014-11-26 14:28   댓글달기 | URL
그냥 간간한 녹차국물에 밥 말아먹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다락방님은 절대 네버 젯다이 오차즈케같은 건 만들지 마세요.

왠지 녹차국물에 버터를 녹일 것 같으니까요.

다락방 2014-11-27 16:59   URL
간간한 녹차국물도 알고, 밥 맛도 알지만, 녹차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어떤 맛인지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으므로 일단 녹차국물에 밥 부터 말아먹어봐야 겠습니다. ㅋㅋㅋ

녹차국물에 버터라...음...음....(상상한다)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선인 2014-11-26 16:30   댓글달기 | URL
명란젓 오차즈케 맛없어요. 속닥속닥

다락방 2014-11-27 16:58   URL
제 생각대로 맛...없나요? 저 그거 먹으로 일본 가고 싶은데.. -0-

레와 2014-11-26 16:31   댓글달기 | URL
기승전 갈릭스테이크버거. 주옥같은 글은 결국 갈릭스테이크버거를 위한 밑거름일 뿐.
그래서 먹었어요???!!!! ㅎㅎㅎ

명란이 비릿한데 그걸 물에 만 밥에 넣어서 먹는다니, 생각만해도 비릿해요..ㅎㅎ;;;
일본 드라마 소설 만화등에 제일 많이 나오는 음식중에 하나일텐데, 이 음식은 유일하게 안 땡기는 메뉴에요.

다락방 2014-11-27 16:58   URL
갈릭스테이크버거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다이어트다이어트 (하아- 나 입술에 빵구났숑-)


오차즈케 만들때 명란젓을 그냥 넣는게 아니라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넣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심하게 비릴것 같진 않은데, 어쨌든 저도 명란젓은 딱히 안땡기고요. 저는 나중에 오징어젓을 좀 구워 볼까 생각중이에요. 아님 오이지도 좋을것 같고 무짠지도. 여튼 나만의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겠어요!! >.<

서니데이 2014-11-26 19:55   댓글달기 | URL
심야식당 보면 명란젓, 연어, 매실 셋 나오는데, 그 중 어떤 게 나을까요. ^^;
`아가서`가 The song of solomon 란 건 처음 알았어요. 그럼 솔로몬의 노래... 가 되나요.
(성경책은 워낙 긴 책이라서... ^^; )

다락방 2014-11-27 16:57   URL
저는 오이지가 좋을 것 같아요! 물말아서 오이지 얹어 먹는 바로 그 느낌?

그나저나 서니데이님 섬세하시네요. 전 서니데이님 댓글 읽고 다시 가서 봤더니 이제야 `아가서`가 보입니다. 하핫

2014-11-2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앤의 다락방 2014-11-27 06:51   댓글달기 | URL
명란젓 오차스케 먹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4-11-27 16:55   URL
저는 명란젓 대신 오징어젓을 선택해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따뜻따뜻한 음식일것 같아요.

2014-11-27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1-27 16:55   URL
한시간만 있으면 퇴근할 수 있고, 퇴근하면 바로 자주리라! 생각했지만 가서 조카들하고 놀아줘야..겠죠. 크-

아른 2014-11-27 16:33   댓글달기 | URL
갈릭스테이크버거 드셨나요? 빨리 알려주세요! ㅎ
전 다락방님께 등뼈김치찜을....꼭!

다락방 2014-11-27 16:55   URL
아니요, 아직....다이어트 중이므로(응?) 참을 수 있는데까지 참아볼겁니다. 불끈!
그렇지만 등뼈김치찜...을 소주와 함께 주신다면, 그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호호 ^0^
 
모나코 - 2014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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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걸어나가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노인이 스스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게 무척 흡족했다. 물론, 노인이 요리를 하고 여자에게 반했다 말하고 사람을 부리고 아들에게 당당히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었던 건, 돈이 있기에 가능했다.

돈은 힘이지만, 그것이 외로움을 극복해내는 수단은 될 수 없다. 돈이 그렇게 중요한 일까지 해낼 순 없다.

  1. 당신을 위한 요리를, 내가, 꼭!
    from 마지막 키스 2014-11-26 10:25 
    신문에서 이 책의 소개를 봤을 때 그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 후에 책 표지를 보고 더 궁금해졌었다. 책 띠지의 작가 얼굴이 엄청난 훈남이었으므로. 크- 부드럽고 젠틀하며 섬세할 듯한 저 얼굴이 확- 끌어당긴거다. 그래서 이 책을 샀는데, 책 표지를 펼치고 난 후에 나온 작가 사진은 띠지와 좀 ... 좀 많이 ..... 다르더라. 뭐 어쨌든.책 속의 노인은 부유하다.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있고, 그 도우미에게 넉넉한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형
 
 
 











지난 20년간 나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북반구의 동료들이 누리는 수준으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간직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발도상국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 두뇌유출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욕이 고취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는 저지되고 만다. 능력이 있으니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가르친 학생 중 최우수 인재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빈곤과 보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연구를 할 여유도 없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리 샴세딘, p.115)




나는 경향신문을 구독하지만 회사의 상사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를 구독한다. 나는 내가 보는 신문을 뒤에서부터 대충 훑고 간혹 상사의 책상위에 놓여진 신문의 제목들을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얼마나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 차이를 확인한다. 경향이 내 생각과 비슷한 쪽이라면 조선은 볼 때마다 빡치게 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 1면에서는 울산에서 무상급식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얼마나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지, 다른 교육청에서도 울산에 전화해서 니네 급식 어떻게 하니, 라고 묻는다는 기사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한 학교의 선생님을 인터뷰했는데, '무상급식 안한다고 욕을 먹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방법을 물어온다'고 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무상 급식을 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안다고 해서 그들에게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밥 한끼 공짜로 주지도 못하는 나라가 대체 뭘 얼마나 더 생각하고 얼마나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위에 《수학자들》 인용문처럼, 결국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인재는 빠져나가고 말 것이며, 그런채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얼마전 트윗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의 말이 여러차례 리트윗 됐는데, 안젤리나 졸리가 빈곤국의 아이에게 '네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네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야' 가 그것이었다. 왜 이나라는, 아이를 우리의 미래로 보지 못할까. 어쨌든 돈 있는 집 '아이들'은 돈을 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좀 소름 끼치지 않나? 아이에게 밥 한끼 먹이는 거, 그게 왜그렇게 어려운 걸까? 일전에 부산에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하겠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는데, 시의 여러 부분에서 세금을 좀 빼와서 그렇게 만들겠다고 했다. 내가 지지하는 쪽은 이런 쪽이다. 다른 걸 아껴서 아이들에게 밥 한끼 무료로 주겠다고 말하는 쪽. 학교에 책상이 놓이고 걸상이 놓이고 칠판과 분필이 놓이듯이, 그렇게 밥 한끼를 주면 안되는 걸까? 꼭 그 어린 애들에게 '너는 있는 집 자식이니 돈 가져오고 너는 없는 집 자식이니 주는거 받아먹어' 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아이들과 아이들과 아이들 틈에서 돈 있는 애와 돈 없는 애를 굳이 갈라놔야 할까? 



얼마전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놀라운 생각을 하는 웹툰 작가의 웹툰을 보았었다. 그가 그리는 웹툰은 내 생각과 너무 달라서 이게 뭐야, 아니 이 사람은 정말 이렇게 생각해? 하고 놀라웠는데, 그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는. 문득 그런 게 궁금해졌다. 저 사람의 가족은 아마도 저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게 된 게 아닐까. 저 생각을 하는 남자와 저 생각을 하는 여자가 만났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야만 그 두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나의 경우에는, '나로서는', 그렇게나 나랑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음식점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반말을 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고, 아이에게라도 처음 만난다면 존대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동성애 자체로 보고(그들은 아픈 사람들이니 불쌍히 봐주자 이런 개소리 말고), 홍콩 시위대를 응원하며,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의료보험과 철도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세상의 반대편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적극적인 행위로 앞에 나가 행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약자 편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개인의 사유재산은 중요하지만, 그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원한다. 모든 일의 중심은 '나'이지만, '나'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있는 집 자식들한테까지 뭐하러 무상 급식을 제공하냐고 말하는 사람을, 더 돈을 많이 내서 더우리는 더 좋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자고 말하는 사람을, 왜 내가 돈을 더 내서 가난한 사람들 병원비까지 내줘야 하냐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도무지 사랑할 자신이 없다. 그 사람이 그 자신의 논리로 나를 설득한다 할지언정, 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라면,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이유가 없다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상대를 선택하는 게 사랑이라지만, 전혀 다른 곳을 이상향으로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과 어떻게 손잡고 갈 수 있을까. 




경비원 분신한 아파트에서는 모든 경비들을 전원 해고 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막말을 계기로 아, 우리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라고 숙연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내가 생각한대로 굴러가지 않는 다는 것을, 처참하게 깨달았다. 한편 대통령은 중국방송에서 '근본적으로 나라가 안정 속에서 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는데, 하아- 정말 모르는걸까.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가 바르게 나아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럴때면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이렇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건가, 한숨이 나온다. 


모든걸 종합해서 얘기하자면, 이 나라가 걱정스러운 나라가 되는 것은, 이 나라가 걱정스러운 행태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신문, 끊어버릴까..





어제 친구가 재이슨 스태덤의 영화가 개봉한다며 예고편을 보내주었다. 

세상에, 무려 '제니퍼 로페즈'랑 커플이란다.



예고편은 여기 ☞ http://tvpot.daum.net/v/vfa2faW40i5WUScpi0UU0px




제니퍼 로페즈가 되고 싶어졌다.





 
 
레와 2014-11-25 11:14   댓글달기 | URL
더러운 정치판에 지들의 권력싸움을 위해 아이들 밥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나쁜새끼들.

다락방 2014-11-25 12:37   URL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조차도 무료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못하는 걸 보면 사람은 확실이 자기 중심적이긴 한가봅니다. 으이그 싫어..

아무개 2014-11-25 12:02   댓글달기 | URL
1.짧은 제 생각으론
걍 애들 가리지 말고 다 먹이고.
돈 많은 부모는 세금을 더 내고, 아닌 부모는 덜 내면 되는게 아닐까요.
어차피 세금으로 애들 밥 먹이는거니까요.
그래야 조세의 형평성에 맞는걸테니...
그런데 박씨가 절대 부자 증세는 안하려고 하니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자애들까지 왜 쳐먹여야 하냐 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수 밖에 없겠죠.


2.나의 상식이 옳은 걸까요?
나이들 수록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믿는것들에 대해 점점 더 자신이 없어져요.


다락방 2014-11-25 12:40   URL
돈 많은 부모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돈 많은 아이가 급식비를 내니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급식비 못주는데`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비참한 것 같아요. 부자애들까지 왜 먹여야 하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게 비단 없는 사람들 뿐만은 아닙니다. 있는 사람들도 그 얘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아무개님. 내가 정치를 한다면 그렇다면 지금과 많이 다른 것들을 개선할 수 있을까? 제가 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말 개선일 수 있을지, 그건 참 의문스럽긴 해요.

배고프네요. 제니퍼 로페즈에 오늘도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저는 점심을 굶어야겠지만, 일단 많이 먹는걸로 쇼부를 치고.... 대신 머릿속에 제니퍼 로페즈 생각을 하는 걸로다가...킁킁.

바이런 2014-11-25 12:52   댓글달기 | URL
마지막줄 ㅋㅋㅋㅋㅋㅋ 북플통해 만나니까 좋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4-11-25 14:13   URL
앞으로 자주자주 만납시다, 바이런님!
제니퍼 로페즈가 되는 그날까지. 아자아쟈!!

네꼬 2014-11-25 13:59   댓글달기 | URL
경비원 해고 소식은 듣고도 못 믿겠음. 평범하고 악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겠지 싶어서 슬프고 무서워요. (혹시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다락님께 들키면 따귀 한 대 부탁합니다.)

다락방 2014-11-25 14:15   URL
저도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아니..뭐라고? 어떻게 경비원 전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불가..암튼 대단한 일자리를 가진 대단한 아파트이십니다. 뭐, 다른데라고 별 다를 바 없겠지만요.

네, 네꼬님. 우리 서로 이상한 길로 간다 싶으면 이리와, 하면서 끌어당기고 따귀도 날리고 그러자고요. 평범하고 악한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해요, 우리. ㅜㅜ

blanca 2014-11-25 14:27   댓글달기 | URL
절절이 공감해요. 안 그래도 오늘 카톡으로 여동생과 경비원 해고 관련 얘기 했었는데 ... 자꾸 우울하고 믿기 힘든 비상식적인 뉴스만 들리니까 너무 우울해져서 자꾸 피하고 싶어져요. 요즘 <생의 한가운데> 읽고 있는데 그렇게 자꾸 피하면 진실을 대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 반성했어요.

다락방 2014-11-25 14:59   URL
신문을 통해 기사를 보면서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정말 이랬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지금 이 나라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어디쯤에 서 있어야 할까, 그럴때마다 생각해보게 돼요. 우리는 자꾸, 반성하게 되네요, 블랑카님.

태안너구리 2014-11-26 15:20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의견을 지지하는데 한표 입니다..^^
....

다락방 2014-11-27 17:00   URL
오랜만입니다, 태안너구리님 ^^

Mephistopheles 2014-11-26 16:33   댓글달기 | URL
아 가발 쓴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다는....그 영화군요...(이미 봤지롱입니다.)

-근데,...감독이 무려 ˝테일러 헥포드˝....군요..-

다락방 2014-11-27 17:01   URL
처음에 가발 쓰고 나와서 아니 넌 뭐냣, 너의 대머리를 돌려줘, 했어요. 하핫. 물론 예고편에서 말입니다.
벌써 보셨군요. 크- 저는 제니퍼 로페즈와의 케미가 궁금합니다!

섬사이 2014-11-27 08:49   댓글달기 | URL
난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워요. 어른들이 세금을 괴상하게 펑펑 낭비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우리는 너희들에게 밥 못 줘!˝하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에게 밥주는 비용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낭비한 어마무시한 세금에 대해서는 어땋게 설명하고 책임질 건지., 그것부터 따져 묻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슬퍼요.

다락방 2014-11-27 17:02   URL
아이들 밥 가지고 진짜 너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정치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섬사이님? 저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밥을 제공하는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요? 크- 갑자기 의욕이 앞서네요.

어른들의 삶이 슬픕니다, 섬사이님. 지금 아이들이 자라 이 슬픈 삶 속으로 뛰어들 걸 생각하니 더 슬프고요. 물론, 아이들의 삶도 지금 기쁘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김민형 외 지음,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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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누군가가(그는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사진들을 훑어보더니 "각자 짧은 글을 쓴다면" 책으로 엮을 수 있으리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게임에 동참해주었다. 짧고, 위대하고, 격렬하고, 미묘하며, 암시적이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한 글들이 가을 낙엽 떨어지듯 속속들이 도착했다. 잠시 거쳐 가거나 더 오래 머물고 있는 수학자, 이론물리학자, 생물학자, 박사 논문 준비자, 명망 있는 연구자들로 이뤄진, 본질적으로는 허물어지기 쉬운 이 인간 집단은 망망대해에 수많은 작은 병들을 던졌다. 그 병들은 이 해안가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없었던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과 우리 같은 육지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다. - 프롤로그 中 (장 프랑수아 다르스, 아닉 렌, 안 파피요)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프랑스의 '고등과학연구소'에 적을 둔 적이 있었던 수학자들의 것이다. 그들은 그 하나의 공통 분모로(수학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각자 글을 쓰기로 하고, 그렇게 이 책은 태어났다. 나는 이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것이 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되어졌으며, 이걸 다른 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 아니 유일하게 생각난 것이 바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글' 이었다. 이를테면,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그 책이 좋았던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이다. 그 책은 아직 '새벽 세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고, 이미 '새벽 세시'를 읽은 사람들을 위한 의견 교환의 매개가 되지 않을까. 혼자 이런 생각으로 신났다가,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매니아'스러운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팔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 아닌가, 싶어졌다. 아마..많이 안팔릴거야. 1쇄나 고작 다 나가는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글자들을 다 읽어내긴 했지만 사실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90프로 정도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정신 빡 집중해서 미간에 힘 빡 주고 읽어보았지만, 그건 내가 힘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뭐, 그렇다는 거다.

 

내가 이해한 10프로에서 수학자들은, 수학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시켜주리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여섯 살 때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한 아이는 지력에서 시감각이 차지하는 부분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더 잘 맞출 수 있다. 시감각은 보이는 것에만 의존해서 얻는 놀라운 감각으로 아주 어렸을 때 익히는 것이며 기하학과 관련이 깊다. 음악은 대수학을 통해 시감각의 균형을 맞춘다. 음악이 대수학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학에는 뇌의 시각 영역에 해당하며 즉각적인 직감을 따르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나누는 이분법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알랭 콘, p.22)

지난 20년간 나는 유럽, 미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북반구의 동료들이 누리는 수준으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늘 간직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발도상국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 두뇌유출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욕이 고취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는 저지되고 만다. 능력이 있으니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가르친 학생 중 최우수 인재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을 수 없다.
빈곤과 보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개발도상국 정부는 연구를 할 여유도 없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로 인한 손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리 샴세딘, p.115)

고등과학연구소는 방문학자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도 행정업무도 맡기는 법이 없고, 심지어 연구 실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적어도 단기간에는). 방문학자나 박사후연구원 선발 때문에 `가끔` 보고서를 주문하는 것이 고작이다. 단독으로 그리고(혹은) 다른 방문학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자유로운 연구와 사고가 전적으로 보장되는 지구상의 외딴섬과 같은 곳이다. 시끌벅적한 외부세계와 단절된 평화의 항구인 셈이다. 연구소내 연구평의회(Conseil scientifique)의 지지 덕분에 5년 동안 로랑 라포르그(Laurent Lafforgue)와 나는 이곳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될 열다섯 명 이상의 연구자들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파리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공동 세미나를 기획할 수 있었다. 국립과학연구원의 연구자라는 신분 덕북에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독자들을 위해 `랭글란즈 p진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생략하겠다. (크리스토프 브뢰유, p.117-118)

이제 알레고리는 필요 없다. 따뜻한 차와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 새로운 방문객이 길을 잃지 않고 연구실을 찾을 수 있다면, 대강당의 마이크가 잘 작동된다면, 인터넷 접속이 완벽하게 작동된다면, 글들이 TeX로 잘 바뀐다면, 잔디가 아름답다면, 공원에 꽃이 피었다면, 수학은 더 잘될 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또 다른 차원 앞에 모습을 감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매력이다. (p.163)

우리의 추상적 개념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무지개와 쓰나미에서 발견하는 그래디언트의 특수성.
동양의 요술거울에서 발견하는 라플라스 연산자.
파란 하늘의 편광 현상에서 발견하는 타원적분.
양자학의 식별 불가능성에서 발견하는 비틀림과 곡선의 기하학.
필름의 후방 투영에서 발견하는 행렬의 퇴화.
작은 회절격자에서 나오는 빛에서 발견하는 가우스합. (마이클 베리, p.153)



 
 
에르고숨 2014-11-24 22:10   댓글달기 | URL
리뷰 댓글에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써도 될지, 쓰게 될 줄이야.ㅎㅎ 근데 뭔가 달라졌네요? 알라딘이? 이제 `공감`하지 않고 `좋아`해야합니까?;;

다락방 2014-11-25 08:45   URL
아마도 북플이 생기면서 바뀐 것 같네요. SNS화 되는 느낌...이게 좋은건지 싫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여전히 SNS 알라딘 보다는 이렇게 우리가 피씨 앞에 앉아 찾아 들어와야 하는, 긴 글이 적힌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여튼, 저 이 책 읽는 거 정말 수고했어요. (응?) ㅎㅎ

서니데이 2014-11-24 22:29   댓글달기 | URL
공감이 좋아요가 되었네요.
두번 누르니까 처리중이라는데요. ^^

다락방 2014-11-25 08:45   URL
한 번만 누르세요, 서니데이님. ㅎㅎㅎㅎㅎ

2014-11-2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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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 이 빈 공간에서만은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도 서로 다가가고 만나는 것이 가능한, 마음의 중간지대를 마련하고 싶다.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도 이러한 관계의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아내려 하고,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관계가 숨 쉴 여백의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끼리도 각자의 사유와 고독한 비밀의 공간을 남겨줄 수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눈부시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p.183-184)

나는 매력이 없다고 골방 속으로 숨으면 절대로 인연의 실타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모와 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외모 이상의 매력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유혹의 귀재들도 많다. 미모가 뛰어난 사람들보다 매력 넘치는 사람들의 인생이 실제로는 훨씬 행복하다. 매력은 미모처럼 자신을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미를 감상하는 데는 `거리`가 필요하지만, 함게하고 싶은 인연을 만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p.32-33)

아무리 매력이 철철 넘쳐도 고백의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가 `그 수많은 편지의 주인은 나`라고 고백했다면, 사랑은 이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록산은 시라노의 편지에 감동하여 외친다. ˝만약 오디세우스가 당신처럼 편지를 썼다면, 정숙한 페넬로페도 집에서 수나 놓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 거예요.˝ 미모는 정태적이지만 매력은 동태적이다. 연애는 고백이다. 매력은 액션이다. 그러나 사랑은 고백과 액션을 훌쩍 넘어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에게 쏟아지는 축복, 마침내 영원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바지런한 동사다. (p.35)

(이반 일리히의 유언을 읽고)나는 내 결핍을 채워주고, 내 불안을 잠재우는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다. 한 번도 나를 파괴하는 사랑에 몸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이 다가올 때마다 용케도 잘 피하며 이런 위험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부정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원래 나였던 나, 나라고 믿었던 나를 파괴하는 사랑이야말로 내가 한 번도 끝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p.45-46)

저 수많은 인간의 정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나는 `호모 에로티쿠스`를 택하련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미소짓게 만들지 않는가. 어떤 존재든 일단 사랑하기만 하면 간도 쓸개도 내줄 줄 아는 아름다운 광기가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아직 지구에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사랑의 그 끔찍한 계산 불가능성이야말로 결코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공통분모가 아닐까. (p.116)

우리는 언어 때문에 위로받지만 언어 때문에 고통받는다. 무심코 던져진 수많은 타인의 말, 익명으로 정체성을 숨긴 수많은 네티즌의 발언, 심지어 자신이 던진 자신의 말에도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언어는 화살표다. 반드시 어떤 것을 가리킨다. 가리켜서 아름답게 치장하기도 하지만, 가리켜서 처참하게 훼손하기도 한다. 음악은 이러한 날카로운 화살표로부터 자유롭다.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가리키지도 않고, 애써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음악의 힘은 불가피하게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피로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음악은 해명하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존재를 감싸준다. 존재를 날카롭게 가리키지 않고, 존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p.162)



 
 
2014-11-2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5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