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5월. 나는 여러가지로 의욕을 상실해서 축 늘어져 있었다. 젖은 휴지처럼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있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달이 다 되어가던 즈음.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바닥을 기고 있는 내 자신이 못마땅했는데, 도무지 의욕을 살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이러다가는 더, 더 바닥으로 내려가겠다 싶어 해결방벙을 찾아낸 게 운동이었다.


그간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헬쓰장에도 등록해 다녔었고 기체조에도 등록해 다녔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가지 않을 핑계들을 수십개씩 만들어 가지 않았고, 가서도 열심히 운동한다기 보다는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와서는 '운동을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집에서 운동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3년쯤 전이었나,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집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했고, 그 때 내 몸의 변화는 그전에 다녔던 헬쓰장이나 기체조보다 더 보기 좋게 찾아왔었다. 그러나 홈트는 오래가지 못했고, 내 몸은 다시 제멋대로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작년 5월, 도무지 집에서 운동할 의욕도 생기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자'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상한 고집이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하고 싶진 않았는데, 할거면 혼자 제대로 해야지!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작년 이맘때는 나 혼자서 아무것도 시작할 수도 없었던 거다. 그래, 이럴 때는 도움을 받는거야. 그렇게 생각한 게 개인피티였고 요가였다. 둘 중 어떤 걸 할까 고민하는데 내 고민에 어떤 친구는 피티를 하라고 했고 또 어떤 친구는 요가를 하라고 했다. 어쩔까, 생각하다가, 나는 지금 마음도 시끄러우니(이별을 했고, 선거 결과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나는 엉망진창이었다) 가만한 명상으로 나를 다스리자, 로 결론을 내리게 됐고, 그래서 나는 '가만한 명상'을 하기 위해 요가에 등록했다.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나야 의욕이 생길테고 그래야 몸을 움직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 거다. 아, 얼마나 나는 요가에 대해 무지했던가!



그렇게 요가에 등록하고 제일 처음 들어간 수업은 '빈야사' 시간이었다. 양반다리 하고 손을 합장하고 조용한 음악에 맞춰 흐음~ 하며 명상하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강도높은 근육운동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아니, 사실은 그 강도 높은 근육운동에 놀랐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비루한 육체에 당황했다는 게 더 정확할테다. 내 몸은 쭉 펴는 것도 접는 것도 하지 못했고 균형 잡는 데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간 나는 내 몸이 남들보다 유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요가를 시작하면서도 '회원님은 요가가 처음이라면서 엄청 잘하시는데요?!'라는 말을 들을거라고 당연히 기대한 거다. 그러나 내 몸은 한 쪽 다리로 서라고 하면 피식피식 쓰러졌고, 조금이라도 힘든 동작을 하면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빨개졌고 온 몸에 열이 올랐으며, 트위스트 동작들을 할 때마다 허리가 요란하게 울어댔고, 심지어 런지 자세에서도 버티지 못했다. 빈야사 시간에 가장 기본적인 동작인 다운독은 어찌나 힘들던지, 빈야사로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하고난 뒤의 나는 곧 쓰러질 것 처럼 되었고, 내 옆에서 운동하시던 분은 그 때 나를 보며 '처음부터 힘든 수업 들으셨네' 하셨다. 아, 이게 유독 힘든거였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다른 수업이라고 쉽지 않았다. 온도를 높여놓고 하는 비크람 수업 시간을 맞닥뜨리고서는 다음날이 토요일이기에 망정이지,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펠비스는 골반 운동인데, 이건 숫제 눈물을 참아야 했다. '요가 그거 그냥 스트레칭이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요가의 y 도 모르는 거'라고 대꾸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근육통이 무언지 경험해본 적이 많았지만, 요가를 시작하고난 뒤의 근육통은 그간 내가 알아온 근육통과는 차원이 달랐다. 허벅지 근육통 배 근육통 따위가 아니었다. 이건 '온 몸의 근육통' 이었다. 나는 온 몸이 동시에 근육통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요가를 시작하고 얼마동안은, 요가를 마치고 집에 와 미친듯이 밥을 먹어야 했다. 밥을 많이 먹어야 했어. 안그러면 버틸 수가 없었지.



이 책, 《아무튼, 피트니스》의 '류은숙'은 비만한 몸을 갖고 있었고 육체적으로 위험신호가 와 피티를 받게 된다. 그전에 류은숙도 나처럼 헬쓰장에 설렁설렁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자기가 피티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던 류은숙은 피티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나이 오십이 다 된 시점에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거다. 남들이 보기에 있어보이는 멋진 근육운동을 하고 싶지만, 그걸 하기에 앞서 일단 자기 몸을 그렇게 운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먼저였고, 그렇게 처음에는 팔벌려 뛰기부터 시작해서 기초적인 동작들을 해 나간다. 피티는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몸을 만들기에 또 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비싼 금액도 아니다.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돈을 주고...'라고 말하지만, 하는 사람들은 '이 돈을 주고 해야했다'. 나에게 요가도 그랬다. 3개월을 등록하면서 아아, 이 돈이면...하는 생각을 안한 게 아니었지만, 필요하므로 나는 카드를 건넸다. 그렇게 나의 요가가 시작됐고 류은숙의 헬쓰가 시작됐다.



기초적인 동작들을 만들고 피티와 대화를 하면서 운동에 점점 재미를 붙여가는 류은숙은, 데드 리프트를 몇 번의 실패끝에 성공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가슴운동을 하면서는 큰 해방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엄마는 늘 나에게 여자애가 왜 그렇게 가슴을 떡 젖히고 다니느냐며, '얌전하게 숙이고 다녀!'라고 타박했다. 얌전하지 못하다는 말, 몸가짐이 조심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영 싫었다. 가슴을 마음껏 젖힐 수 있다는 해방감, 내가 체스트프레스를 좋아하는 이유다.

체스트프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내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스트프레스를 하면서 '힘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그 말이 그러게 듣기 좋을 수가 없었다. 같은 힘을 쓰더라도 무거운 바벨을 바닥에서 들어 올리는 데드리프트와 누워서 번쩍 밀어 올리는 체스트프레스는 그 기분이 다르다.

체스트프레스를 하다 보면 하늘을 떠받친 헤라클레스가 된 느낌이다. (p.58)



'체스트프레스'라는 용어는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단어일테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고 도전한 이상 내가 도전하게 되는 바로 그 자세이기도 하다. 류은숙은 체스트프레스를 하면서 힘 좋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것이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운동을 반복할수록 힘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균형이 잡히는 것 역시 당연할 터. 내가 무언가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해내고 그래서 어떤 성과를 눈 앞에서 보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인가!



나는 여중,여고,여대를 다녔고, 중학교 시절에는 '무용'시간이 있었다. 무용 쌤은 발레 전공이었고, 우리에게 기본적 발레 자세를 가르쳐 주었는데 그 때 나는 다른 아이들 앞에서 나비자세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허리를 숙여 손바닥이 발에 닿는 것은 어렵지가 않아서, 나는 내 몸이 유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 몸은 전혀 유연하지 않고 굉장히 많이 굳어 있으며 신체 부위 하나하나 모두 힘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팔과 다리힘은 물론이요 특히나 코어의 힘은 전무한 실정. 코어에 힘이 없으면 요가의 모든 자세를 해내기가 힘이 든다. 나무자세를 못하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절망했는지. 어떻게 이게 안될수가 있지? 이거 너무 쉬워보이는데?


나보다 5년먼저 요가를 시작해 계속 하고 있던 여동생은 우리집에 올때면 이제 요가에 관심 갖기 시작한 내게 이 동작 저 동작을 알려주는데, 내가 너무 다 못하는 걸 보고 '이것도 안돼?' 하고 놀랐더랬다. 되는 게 없는 나였던 거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났을 때였나, 내가 나무자세에 버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와- 하니까 됐어, 오래 걸렸지만 나 이제 나무자세 버텨!! 하고 놀랬다가, 몇 주전에는 드디어 요가를 시작한지 10개월만에 '이지 바카사나'에 성공하게 됐다. 두 팔에 무릎을 기대고 지탱해 발을 바닥에서 떼네는 건데, 발이든 엉덩이든 바닥에서 떼내는 동작을 도전할 때마다 나는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겸손을 알고 내 육체의 비루함을 인정하게 된 나는, 이런 게 될 리 없다는 생각을 했고, 도전할 때마다 열심히 시도해보지만, 내 발이, 내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운지만 깨달을 뿐이었다. 내 발과 엉덩이는 땅에서 아주 강한 힘으로 나를 잡아당기고 있어서 절대 떨어지질 않아... 그러나 몇 주전에 또다시 수업 중에 바카사나에 도전하는데, 정식 바카사나는 아니지만 그 전에 해보게 된 이지 바카사나(까마귀 자세)에서, 어어? 나 들릴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더니, 옆에 쌤이 와서 지켜봐주는데, 어라? 다리가 들리는 거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들렸어. 쌤이 옆에서 보면서 머리를 바닥에 대라고 말해 머리를 바닥에 댔더니 발이 공중에 떠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된다!

된다!

나 바카사나가 된다!!



아직 정식 바카사나는 못하겠지만 이지 바카사나가 됐다는 기쁨에 나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선생님을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나 무거웠던 내 발이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건 어마어마한 희열이었다. 세상에 소리쳐 말하고 싶었다. 그리도 아주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구오구 우쭈쭈 부둥부둥을 받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요가 센터 안에서 조용히, 혼자, 속으로 기뻐할 뿐이었다.



유명한 언덕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비싼 전차비까지 내고 올라갔더니만, 동네 뒷산에서 보이는 경관만 못했다. 꽃구경도 못 갔다며 한탄하던 어느 날에는 잠깐 짬을 내 산책하다가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이렇게 지척에 장관을 놔두고 무슨 꽃구경?' 했던 적도 있다. 내 몸에 필요한 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 같은 빡센 운동, 그리고 그 성취감이 아니라 뒷산을 실실 마실하듯 몸을 길들이는 운동, 그리고 그 호젓한 변화가 아닐까. (p.76)



'샘, 그녀들을 모델로 삼으면 나는 운동을 할 수가 없다고요. 나는 전교1등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는 그런 학생이 되고 싶은 거라고요. 몸짱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오후 돼도 처지지 않고, 아침부터 천근만근이지 않고, 좋아하는 술 계속 마실 수 있고, 친구가 푸념하고 고민을 털어 놓을 때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체력을 원하는 거라고요.' (p.113-114)



류은숙이 원하는 건 전교1등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 운동으로 대단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데 더 편하고 싶다는 거다.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내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한다. 류은숙도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피티로부터 금주에 대해서도 많이 권유 받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앞으로도 계속 술을 마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건강이 필수일테다. 또한 나는 요가쌤이 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이 몸이 앞으로 백년을 요가한다 한들 요가쌤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내 몸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피로한 어느 날, 몸이 찌뿌둥한 어느 날 자연스레 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할 정도로 요가를 내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일 주일에 고작 2-3회 가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시간이 쌓이다보면 요가가 내 습관이 되지 않을까. 요가를 하고 나서는 일상에서 이 동작 저 동작을 한 번씩 해보곤 한다. 가장 손쉽게는 손가락을 깍지 껴서 하늘로 쭉 뻗거나 등을 숙여 깍지 낀 손을 올리는 일 같은 것. 요가를 알기 전에는 할 생각도 없었던, 아주 사소한 동작들.



또한 나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이지 바카사나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그냥 바카사나에도 성공하고 싶다. 아직도 내 다리와 엉덩이는 너무 무거워서 좀처럼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떨어지지 않을까.


류은숙은 운동을 지속하면서 비만에서 과체중이 되었지만, 여전히 날씬한 몸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도 요가를 일 년 가까이 해왔지만 '놀랍게도 살이 쫙쫙 빠졌어요!'하는 극적인 변화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작하기 전의 나와 시작하고 난 후의 내 모습은 육체적으로 사실 변화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 자체만으로는 살이 빠지질 않는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뭔가 먹는 걸 거시기하게 조절한다면, 술을 끊는다면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내가 운동을 시작한 목적이 어떤 극적인 몸의 변화를 바라서는 아니었다. 나는 의욕없는 내 자신을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고 싶었을 뿐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고 또 아는 만큼 생각하기 마련이다. 인권운동을 업으로 삼았던 류은숙은 피티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운동을 하찮게 여겼던 시간들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으로 인해 긍적적으로 변화된 자신의 몸을 증거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나에게 좋았던 것이 남들에게도 다 좋으리란 법은 없으니, 자신의 것을 찾으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운동은 했으면 좋게다는 것.



나는 여기가 아닌 내 개인 블로그에 자주 요가일기를 쓴다. 한 친구는 내게 '요가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계속 하다니 신기하다'고 했다. 정말이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요가를 하고나면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쏟아져나와서 막 털어놓고 싶어진다. 나는 친구들에게 '요가를 하라'고 권유한 건 아니지만, 내 일기를 읽던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요가를 시작했다. 한 친구는 요가를 시작하고나서 자신의 인생 운동을 찾았다고 했고, 자기가 삶에서 기대하는 건 요즘 요가 밖에 없다고도 했다. 다른 친구도 며칠전 요가를 하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 했고, 또다른 친구는 요가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로 요가매트만 일단 주문했다고 했다. 외적으로 변한 건 없지만 이제 나무자세와 바카사나 자세가 조금 되는 내 코어의 힘이 느껴지고, 이 느껴짐이 외부로도 전달됐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보였던 게 아닐까 싶다.



무기력은 변덕스런 날씨처럼 고개를 치켜든다. 갑작스런 비처럼, 거짓말 같은 활짝 갬처럼, 기력과 기분은 시소를 탄다. 다른 일이 꼬였는데 운동만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활의 힘이 골고루 안배되어야 운동도 해나갈 수 있다.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잘 사는 것 아니겠는가. 눈 뜨면 이부터 닦는 일, 잘 씻고 갖춰 입는 일, 아무리 재촉하는 일이 있어도 제때 끼니와 잠을 챙기는 일, 이런 걸 유지해야 운동을 해 나갈 힘이 생긴다. (p.121)



내가 운동을 열심히 병행하는 삶을 살면 건강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병이나 장애가 없을 것이라 확실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느 쪽 길에 들어서건, 그 길마다 나름의 삶이 있을 것이다. (p.151)



내가 바닥에 있는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고, 그 요가가 분명 그런 상태의 나를 지상으로 데려다놓기까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게 무기력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어제도 그리고 금요일에도 무기력이 나를 갑자기 찾아들어 나는 다시 바닥으로 끌어내려졌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혼자 울고, 어제는 침대에 누워 울었다. 내가 요가를 하는 삶을 살게 됐다고 해서 매일매일이 해피하고 건강한 일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울함도 찾아들도 무기력함도 찾아든다. 내가 어느 시점에 균형을 잃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는 균형을 잡지 못했고, 그래서 무기력이 나를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나 건강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도 역시 사실이다. 생리때가 되면 종아리가 뻐근해서 맛사지기 까지 사다두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는 생리전의 그 다리 뻐근함이 거의 찾아들지 않는다. 아직 일상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무기력까지 컨트럴 할 순 없지만, 아무튼, 요가가, 요가 전의 나보다 더 활력 있는 삶을 살게 해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 운동에 대해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가, 또 운동을 경험하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비록 선택한 운동은 다르지만, 그녀가 겪었던 일들과 그 감정들이 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운동을 해나갈 생각이나 다짐에 대한 것도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동안의 내 요가라이프를 다시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됐으며 또 앞으로의 요가 라이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됐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의 운동기라 그런지, 운동을 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같이 적어놓은 게 내게는 큰 즐거움을 줬다. 나 역시 운동을 하면서 단순히 몸의 움직임보다는, 그것들이 가져오는 다른 생각들과 감정들을 충실히 생각해내는 편이라 유독 반가웠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겠지만 요가하는 삶을 살고 싶다. 매일 빡세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일주일에 두 세번이 고작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다. 어느 날에는 바카사나를 성공하고 어느 날에는 나바사나에서 오래 버티기가 가능해지길 희망한다. (지금은 부들부들 떨기만 하지 버티지를 못한다). 그리고 사실은 꿈이 있다. 마흔 다섯쯤이 되었을 때, 머리서기가 가능해지는 것. 이것은 좀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어느 외국의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머리서기를 해서 인증사진을 찍고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마흔 다섯에는 꼭, 그랬으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마흔 다섯까지는 그게 됐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은 다리랑 엉덩이 너무 무거워 쌤이 도와줘도 못하고 있지만, 같은 센터에 다니는 나보다 훌쩍 나이 많으신 분이 머리 서기에 성공하는 걸 지난 주에 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능할거야 , 어쩌면 나도!



요가를 한다는 건 그전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하나 늘려갔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요가를 하는 사람, 요가를 아는 사람과 또 요가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요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대화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달까. 물론 이미 요가를 잘하는(여동생과 칠봉이가 내 주변에서 요가를 전문가처럼 잘해낸다) 사람들과 하는 대화도 즐겁지만, 요가를 모르는 사람들과 요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즐겁다. 류은숙의 사무실에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요즘 류은숙은 운동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요가에 대한 얘기를 요즘 자주 하게 된다. 요가 얘기를 하면서 또 실제로 요가를 하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고 싶다. 도전이라는 말에 설레어 하면서 그 도전에 성공해내고 싶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바사나를, 머리서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



책 뒤에는 <여성, 중년, 비혼, 비만, 활동가>라고 저자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활동가'만 빼면 모두 다 내 얘기다. 내 삶과 다르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즐겁게 읽었지만, 여성이 아니어도 중년이 아니어도, 비혼과 비만이 아니어도 이 책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의 의욕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작과 진행중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담인데, 이 부분에서 완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한번은, 여느 때처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소설을 읽는 중이었다. 소설에 너무나 뭉클한 장면이 나왔다. 슬픈 건 아니었다. 너무 감동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헬스장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우는 여자라니,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 모습이 너무 괴기스러워 보일 것만 같았다. 운동 시간을 채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날은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려 샤워실로 뛰어 들어가야 했다. (p.83)



몇 년 전 나도, 집에 있는 헬쓰용 자전거를 타면서 소설을 집중해 읽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 때 내가 자전거 위에서 애를 태우며 읽었던 소설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일곱 번째 파도》였다.



팔 운동은 그런 뽀빠이 만화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지루한 반복의 지겨운 연속이다. 게다가 근육을 단련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이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자주 해줘야 한다. 그 지루함을 버텨야 모찌모찌가 알통이 되고, 힘주면 단단해지는 근육이 된다. 공부 또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기까지 기나긴 지루함의 시간을 견디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역, 니은, 디귿, a, b, c, 한 자 한 자 익혀서 단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고 어려운 텍스트를 술술 읽고 판단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되기까지, 지난한 기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팔운동을 하다 보니 내가 평생 공부를 해온 느낌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여겨졌다. (p.68)

게다가 운동의 과정마다 나는 땀 냄새가 다르다. 워밍업을 할 때는 송글송글 맺히고 샴푸 냄새 같은 게 난다. 본 운동을 할 때는 땀이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그 땀에선 간밤에 내가 먹은 것들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정리 운동을 할 때는 땀이 식어가는 쉰내를 맡아야 한다. 이 쉰내를 맡기가 그렇게 싫다. 쉰내를 맡는 대신 내 몸의 땀 냄새를 얼른 지우고 싶어 정리 운동을 건너뛰고 샤워실로 돌진한다. 하도 안하니 나이스는(피티쌤 별칭)정리 운동 하고 나서 검사 받고 가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p.73)

삶이 지루하다고 해서 늘 익사이팅한 경험을 만들고 매일 여행을 떠날 순 없지 않은가. 살아가려면 늘 고만고만한 일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소소한 성취에서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피트니스의 지루함은 삶의 그런 모습과 닮아 있다. 피트니스의 문제라면 잘하게 될수록 복근 운동 세트 수가 늘어나는 것처럼 오히려 할 게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아차, 삶도 그런가. 삶에서도 뭔가를 잘할수록 더 많은 책임이 따르게 되는 것 아닌가.) (p.81)

어느 날부터 나는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습관처럼 운동을 권하기 시작했다. 일단 해보니까 좋다, 이 좋은 기분을 너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말문을 연다. 하나둘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어느 때부턴가 동료들은 나를 ‘운동 전도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 꼭 나처럼 피트니스를 하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내가 해서 좋다고 해서, 내가 해서 효과를 봤다고 해서 타인에게도 맞는 건 아니다. 자기 상황과 취향에 따라 맞는 건 제각각이다. 나에게 피트니스가 여러 면에서 적합했을 뿐이다. (p.117)

내 전도의 요지는 일단은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제대로 시작해보겠다고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그냥‘ 시작하라고 한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일들을 좀 끝내고 나면, 이것 좀 마쳐놓고 저것 좀 마련해놓고 나면, 이런 식으로라면 ‘그날‘은 오지 않는다.
어디 운동뿐이겠는가. 「인권 정책 마련 지침」같은 데서 권고하는 사항이 있다. ‘큰 사건이 생기기 전, 평화 시에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큰 사건이 일어나고 관련자들이 모두 격앙된 상황에서는 공통의 약속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기나 재난이 일어나기 전 차분한 상태에서 미리 약속을 만들어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해보니 운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몸과 정신에 큰일이 닥치기 전에,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될 때에, 찬찬히 자기와의 약속을 만들어야 지킬 수 있는 차분한 약속을 만들고 몸에 새길 수 있다. (p.118-119)

세상의 잣대가 너무 편협하다는 생각을 체력장이 가르쳐줬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몸을 계발하고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 없이 몸에만 신경 쓰는 이들이라고 폄하했던 사람들이 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다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든 아니든 저마다의 사연과 내력이 있을 테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 그런 것들을 체육관에서 배웠다. (p.134-135)

나이스는 피트니스를 군대에서 배우고 시작했다고 한다. 군대에선 축구가 최고 아니냐 했더니 자기는 축구가 질색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축구도 떼로 하는 것이다. 집단생활에서 잠시나마 떨어져 나와 구석진 체육관에서 나이스는 혼자 묵묵히 시간을 죽였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면서 자기의 살아있음을 찾는 반전이 ‘군대 헬스‘에 있지 않았을까? (p.81-82)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4-2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4-23 10:52   좋아요 0 | URL
후훗. 술렁술렁 잘도 넘어갑니다. 읽어보세요! >.<

유부만두 2018-04-23 10:53   좋아요 0 | URL
운동까지 가야죠 ㅋㅋ

유부만두 2018-04-23 11:00   좋아요 0 | URL
주문완료.

다락방 2018-04-23 11:02   좋아요 0 | URL
오오, 주문도 하셨으니 읽으시고 이제 운동도 가시고!! 후훗.

유부만두 2018-04-23 11:07   좋아요 0 | URL
그래야죠. 아무튼 택시 읽고 택시도 탔었으니까요.

감은빛 2018-04-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참 좋았지만, 다락방님 글이 훨씬 더 좋네요.

다락방 2018-04-23 11:0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운동 얘기인지라 감은빛님 요즘도 운동 열심히 하시나 생각했는데 이미 읽으셨군요! 데드리프트는 당연히 하실테고, 체스트프레스도 하십니까? 흐흐흐

별족 2018-04-2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179110, 왜 갑자기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으나, 이미 읽으셨을지도 모르겠으나.

다락방 2018-04-23 16:36   좋아요 1 | URL
이미 읽다뇨 ㅋㅋㅋㅋㅋㅋㅋㅋ 보기도 처음 보는 책입니다.
근데 쪽수가 어마어마하네요. 일단 보관함에 넣습니다. 슝-

moonnight 2018-04-2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운동과 안 친해도 너무 안 친한 저주받은 몸ㅠㅠ;

다락방 2018-04-23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운동하고 딱히 친한 몸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가만 있는 것도 뭐랄까 불편해 하는 사람이라서 뭔가 항상 꼼지락거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문나잇님, 일단 이 책을 읽어보십쇼! 으하하하핫. 운동에 뽐뿌질을 할 지도 모릅니다.

비연 2018-04-2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 좋아요 ㅎㅎ 예전에 했었는데.. 예전에 예전에 ㅜㅜ 정말 이게 내 몸인가 싶을 정도로 좋아졌었죠.
가끔 발리나 이런 데 가서 매일매일 요가만 하며 지내면 어떨까 싶어요.

다락방 2018-04-23 16:38   좋아요 0 | URL
저도 요가를 하고나니까 동남아가 더 좋아지면서(응?) 동남아에 집 마련해서 거기서 요가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제 몸이 얼마나 비루한지 깨달으면서 요가쌤은 어림도 없다...그저 휴가때 휴양지에 가서 머리서기를 해보자!! 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저도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비연님. 그런데 현실은.... 인생....삶...............Orz

비연 2018-04-23 21:51   좋아요 0 | URL
저도, 저도... 그런 여유로운 삶... ㅠㅠㅠㅠ 언제쯤 그런 날이 오려나요 으헝 ㅜ

단발머리 2018-04-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워낙 운동과 담쌓고 사는 사람인지라, 정확히는 운동과 적대적인 삶을 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운동에 대한 전도와 간증 들은 것들 중, 다락방님 오늘 페이퍼가 최고예요.
다락방님 말씀하신 자세들... 사실 뭔지 모르지만 비키니 머리서기 사진은 진짜 완전 기대되네요~~~~~~~~~~~~~
요가매트 꺼내서 닦아야겠어요^^

다락방 2018-04-23 16:3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최고라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일전에 누구더라..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나는..질리안...이었나... 그 분의 운동 DVD 리뷰를 썼을 때도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 DVD 를 검색하고 제 리뷰에 힘입어 구매하고...

지금 그 DVD 가 어디있는지 제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비키니 머리서기 사진은 마흔다섯살 때까지 꼭!! 찍어서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주 마시려고 했는데 요가가야겠어요. 오늘이 바로 그 빈야사 시간입니다. 우하하하핫. 아자!!

책읽는나무 2018-04-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집니다.
마흔다섯에 비키니 입고 해변가에서 물구나무 서기 요가자세란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운동 한다는 것 자체가 멋집니다^^
작년 효리민박편에서 이효리가 해변가에서 요가하던 탄탄한 몸매에 정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바라봤었는데...운동하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해봤지 목표로 삼을 생각은 감히 해보질 못했거든요!

요가매트를 늘 거실에 펼쳐만 놓구선 요가수업은 듣지 않고 있는데~~다락방님의 페이퍼는 무척 고무적입니다.요가 열심히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요즘 몸 여기저기 말썽인 곳이 많아져 운동의 시급함을 느끼곤 하는데 운동을 시작하는게 참 쉽지 않아요.
저도 이제 1년밖에 안남았겠지만 마흔다섯이 된다면 팔,다리에 근육이 예쁘게 붙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이걸 목표로 삼아 볼까,싶네요^^

다락방 2018-04-24 09:50   좋아요 0 | URL
제 여동생이 지금 햇수로 6년차거든요. 요가요. 동생은 요가 덕분에 몸도 탄탄해지고 유연해지고 힘도 좋아지고 근육도 붙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운동했구나‘를 알아보는 몸이 되었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요가는 하지만 ... 늘 잘 먹고 잘 마시고 다녀가지고, 누가 봐도 운동하는 걸로는 안보일거예요. 하하. 그래서 ‘마흔다섯에 비키니입고 이국의 해변에서 머리서기‘라는 구체적 목표가 과연 실현이 될런지...라고 ㅠㅠ 저초자도 저를 의심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번 해볼랍니다. 해보자, 해보는거야!! 제가 하게 되면 이 공간에 인증하겠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상상만해도 넘나 멋지지요? 정말 그렇게 되어야할텐데....


요가쌤들 너무 멋지고 근사한게요, 몸에 근육이 있어요. 막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작은 근육들이 팔에 붙어있는 걸 보면 세상 근사하더라고요. 요가 자세를 이미 알고 있다면 집에서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요가 센터로 가서 직접 수업을 듣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처음에 바른자세 잡는 데 많이 도움이 되니까요. 히히. 책나무님, 우리 건강하게 지내요! 그래서 저는 머리서기 성공하고 책나무님은 팔,다리에 예쁜 근육 붙게합시다!!!

transient-guest 2018-04-24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오래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먹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ㅎ 요가는 생각보다 꾸준하지 못해서 이제 겨우 두 번 했네요. 이번 주에는 좀더 분발해볼 생각입니다. 근데 확실히 학원만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는 않고 그냥 좋은 운동을 하는 기분입니다. 근데 요가를 하는 아침이 참 다른게, 매우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하루의 시작을 맞게 됩니다. 기분이 묘해요. 이거 좋아하게 되면 아마 제대로 배울 곳을 찾아야 할텐데, 아직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쓸 요가매트를 하나 샀다는 정도...

다락방 2018-04-24 09:53   좋아요 1 | URL
저는 뭔가 막 새롭게 배워보는 타입은 아니라서요. 아마도 앞으로 다양한 운동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이미 시작한 요가에 대해서라면 좀 성실히, 꾸준히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가에 있어서라면 오래하고 그래서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물론 아무리 그래도 요가쌤은 될 수 없는 비루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요....

저희 센터가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거든요. 평일 저녁의 수업도 좋지만 저는 이 토요일 오전의 수업이 특히 더 좋더라고요. 환한 오전에 몸을 한껏 움직이고 땀을 내고 그리고 사바사나 휴식자세를 취하면, 와, 행복하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거예요. 그래서 가급적 토요일 오전 요가는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랍니다. 아마도 이 느낌을 트랜님도 요가를 하는 아침에 받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요가를 시작하고나서....제대로된 매트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알고 친하게 지내도,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볼 것이며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저 짐작만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짐작이니만큼 틀릴 확률도 높다. 내 앞에선 널 사랑해 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벗어나고 싶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아주 다른 말을 할 수도 있고, 내 경험에 비추어 '저 행동은 저것을 의미할 것이다' 추측해본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와 같다고 생각해서 혹은 나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종종 실수를 한다. 애시당초 '이럴 것이다', '이러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 짐작 따위로 말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끝을 볼 수 없다. 다만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접근할 수 있을 뿐.



사랑은 물론이고 모든 감정들이 바깥으로 말해져야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말하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만 삼촌은 독재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잡혀가 감옥에 갇히고 거기에서 아주 유능한 기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 기자는 '어딘가 바보처럼' 매일 같은 만화방송을 본다. 저사람은 정상이 아닌가보다, 저 뛰어난 사람이 왜저러나, 생각했던 그에게, 그 기자는 만화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자신의 아내라고 말한다. 감옥에 갇혀있어서 떨어져있는 아내의 목소리를 이렇게 매일 듣는다는 것.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한심한 만화를 매일 보는거지? 설마 저 등장인물들 중의 한 명의 목소리가 아내의 것일까? 저 사람의 아내는 성우인 걸까?' 까지 어떻게 사고가 나아갈 수 있느냐 말이다. 아무도 거기까진 못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해봤으므로 혹여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아 저 사람이 매일 저 만화를 보는 데는 어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야'


라고는 추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편견에서 오는, 내 무지에서 오는 사고의 한계를 한 번 깼으니까.





목소리는 무엇일까.

목소리가 좋아서 사랑했는지 사랑했는데 목소리가 좋은건지, 어떤게 먼저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사람의 목소리가 좋아 매일 듣고 지내던 날들에, 수시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목소리만 듣고 살아도 세상 행복하다'고.

그것은 목소리 자체가 준 행복일 수도 있지만, 그 목소리 안에 내가 사랑하는 감정과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에 온 평온과 안정일 수 있을 것이다.


저 기자는 감옥에서 내내 혼자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순수하게 아내를 생각했을 것이고, 또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아내의 사랑과 아내에 대한 자신의 사랑, 사소한 말 한마디와 그것을 발음하던 입의 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과거의 그들에게로 그리고 현재의 그리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는 그저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그저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더 큰,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라면. 목소리가 그리움을 불러내고 목소리가 행복을 느끼게 한다. 한 때 나는 목소리로 충만함과 충족함을 느꼈다. 별 거 아닌 말을 주고 받는 것 뿐이었지만, 내 목소리가 그에게 닿고 그의 목소리가 내게 닿는 그 순간들을, 순간과 순간이 이어져 하루가 되고 일 년이 되는 그 모든 과정들을 나는 사랑했다. 그래서,




환하고 따뜻한데도, 눈이 부실만큼 빛이 내리쬐는데도 아팠던 날이 떠올랐다.



수십번, 그 상황으로 나를 다시 돌려놓는다. 그 아팠던 날로. 생각만 해도 너무 아파 고개를 젓고 얼른 떨궈내려 하지만, 나는 어김없이 또 그 날로 돌아간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왜 그 때 내게 남은 선택지는 행복과 불행이 아니라, 그 쉬운 선택지가 아니라, '많이 아플지도 모르고', '더 많이 아플지도 모를' 그 두 가지의 선택지였나. 내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왜 나는 '뭐가 더 아플까'를 생각해야 했을까. 옆에 있으면서 밀려나는 게 좋을까 아예 옆에 없는 게 좋을까. 왜 선택지는 고작 이 따위여야 했나. 결국 '이게 차라리 덜 아프지 않을까'를 선택했는데, 아직까지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를 수시로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나는 세컨드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언제나 김경미 시인의 시를 부르짖으며 그렇게 살겠다 했건만, 세상 모두에게 세컨드가 될 거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더 자유롭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건 내가 세상을 세컨드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세컨드라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나 역시 세컨드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상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면, 나는 결코 세컨드가 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버려지는 게 나았다. 길가의 이름없는 돌맹이가 되는 편이 나았다. 세컨드가 될 바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겠어.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몹시 아름다운 책이다. 이란에서 혁명을 이끌던 부모로부터 태어난 소녀가 프랑스로 망명을 가고, 어린 시절에 프랑스어를 배우며 그 문화에 적응해야 했던 당혹감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모국을 놓지 않으려 했다가 모국어를 내팽개쳤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모국어를 끌어 안게 되는 과정이 조용하게 그려지는데, 프랑스의 자유와 이란의 압박 사이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갈등하는 매순간들이 안타까웠다. 성인이 되어 이란으로 돌아가서는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결국 프랑스로 돌아가고 그 후에 중국에서도 터키에서도 충동적으로 살아보게 되는 걸 보면서, 이 작가의 책에 쓰여지지 않은 삶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삶에서 그대로 작가를 엿볼 수 있다. 그녀가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이란의 시를 논문의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운명의 흐름이란 걸 느꼈다.



우리는 모두 방황했다.

우리는 모두 방황한다.

우리는 모두 방황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짧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길게 방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어디가 우리의 자리인지, 어디가 우리의 '제자리'인지를 알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속의 작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본다. 어쩌면 인생에 정해진 제자리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면, 여기가 나의 제자리일 것이다. 언제나 내가 생각하고 말해왔던 것처럼, 시간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나의 제자리가 당신의 제자리와 맞닿기를 희망할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lavis 2018-04-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 글이 너무 좋아서..
저도 이 시를 넘나 좋아해서..
눈물이 막 날라고 하네요

다락방 2018-04-23 10:37   좋아요 0 | URL
으으으 클래비스님, 좋다고 해주셔서, 클래비스님께 좋게 읽혀서 다행입니다.
눈물이 막 날라고 하면 눈물을 막 흘립시다.
저도 요즘 너무 눈물이 많아져서요 ㅠㅠ

clavis 2018-04-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면
저는 첫째로 목소리를 꼽습니다

인간의 목소리로 그의 지성과 인성과 그 외 많은 것을 가늠할 수 있다고 발성과 공명이라는 책에서 보았다고 아버지가 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면에서 락방님 아카데미 1기 수료자인 저는 세상 좋았습니다 락방님 목소리가효~

다락방 2018-04-23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그간 목소리에 딱히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는데요, 언젠가부터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라고요. 목소리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흙흙. 비오는 날인데 클래비스님의 댓글이 기쁨을 주는군교. 흙흙 ㅜㅜ

blanca 2018-04-2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마워요. 이 책 꼭 읽어볼게요.

다락방 2018-04-23 10:38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블랑카님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은 그런 책이에요!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감을 우선 얻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
활자를 사랑해서 그것들을 ‘읽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비추천.
딱 SNS용으로 적절해서 ‘읽는다‘는 말이 무색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솔직한 출산*육아일기를 보고 알기를 바라고 이 책은 거기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내게는 맞지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는 약속도 없고 일정도 없었던 날이라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지, 했다. 며칠전부터 먹고 싶었던 알리오올리오를 만들고 싶었지만, 나란 사람, 간단한 요리를 해도 부엌 초토화에 시간만 오래 걸리는 사람, 그정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날이라 패쓰하고, 그냥 간단하게 저녁을 먹자, 라고 생각했다. 떡볶이, 떡볶이를 먹자, 생각하다가 어? 며칠전에 남동생이 동네에 떡볶이집 새로 생겼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는 거다. 나는 잽싸게 검색했는데, 맛집이라 소문난 곳이었다. 즉석떡볶이 재료를 포장해 팔기도 한다더라. 그래 좋다. 오늘은 이 재료를 그대로 사가서, 나란 사람, 떡볶이도 맛없게 만드는 사람이니, 주는대로 가져다 그냥 끓여먹자, 하고는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체크카드로 계산해야지, 하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는데, 어라? 지갑이 안보인다?!


침착하자.


나는 역순으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래, 마지막에 프린터 밑에, 거기 뒀던 것 같아. 그리고 시간을 보았다. 모두가 퇴근했을 시간이었다. 그래, 사무실 문도 다 잠겼으니 지갑은 안전할거야. 지금 당장 급한 건 떡볶이값 계산인데, 그건 스마트폰 케이스에 있는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돼. 지갑은 무사할거야. 하루쯤인데 뭐. 집에 들어가는 키는, 그냥 벨 눌러서 아빠한테 열어달라고 하 면 돼. 하루쯤인데, 사무실이 가장 안전한 장소야. 그래, 오늘 하루 보내는 건 문제 없어.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 있는 거 내가 알잖아. 안전할거야.



그렇게 나는 떡볶이를 포장해서 집으로 향했다. 향하면서,



자꾸 지갑 생각이 났다.



지금 다시 회사로 가서 가져올까? 아, 그렇지만... 왕복 세시간인데... 오늘 하룻밤을 그렇게 망칠 수 없어. 지치고 피곤한 날, 에너지도 딸리는 날인데 어떻게 그래. 그래, 하룻밤인데 뭐 어때, 지갑은 괜찮을거야. 만약 잃어버린다면? 음..카드 쓰면 문자 오니까 알 수 있을거야. 여권도 아니잖아. 여권이라면 당장 큰 문제지만 지갑이야 뭐....지갑 안에 뭐가 있지? 현금...없지.(응?) 카드는..쓰면 문자 올거고.... 그리고 사진....



사진...

사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ㅠㅠ 나는 조금 다급해졌다. 그리고 지갑은? 지갑 자체를 다시 사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지갑은.... '그' 지갑이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초조해졌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이제 나는 자책하는 모드로 바뀌었다.



어떻게 그 지갑을, 그렇게 소중하다고 하면서 까먹고 올 수가 있어? 어떻게 안 챙길 수가 있어? 말이돼? 이제 신경질이 났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거 잃어버리면 진짜 어떡할거냐고!!!!


하는 마음이 되어서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수시로 초록불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며,



내가 .. 지갑을 놓고 올 사람이야?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는 가방을 다시 뒤졌는데, 거기에,



지갑이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고여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쓰다가 또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은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



휴.....




집에 와 떡볶이에 곁들어 맥주를 조금 홀짝이다가 설거지를 하고, 주말 여행에 필요한 짐을 약간 챙기고, 방 안으로 들어가 내 앞으로 온 책 택배상자를 풀었다. 책은 네 권밖에 들지 않았는데 5만원은 넘는 한 박스였다. 와인잔을 가장 먼저 꺼내 으음, 마음에 든다 생각하고 독서대를 꺼내서는 '역시 두 개 더 받아서 조카들 줘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책들을 꺼냈는데.. 헐..하루키책, 넘나 너무하네요....


















구매하면서 64페이지라는 걸 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64페이지에 13,000원... 책 뒷날개를 보니 '카트 멘시크'라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를 그린 모양인데 아마도 책값은 그래서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작가에게 인세도 줘야하고 카트 멘시크에게도 일러스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까. 그래, 아는데, 그래도... 야, 이건 좀....


그렇지만 무릇 책이란 무엇인가. 책이란 그 내용으로 말하는 게 아니던가. 그리고 하루키가 누구던가. 내가 애정해마지않는 작가가 아니던가. 글이 좋다면 이 모든 걸 다 커버칠 수 있다! 나는 이 가벼운 책을 들고 침대에 가 앉았다. 정말로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서는,



음.........................................



서점 가서 훑어보고 오라고,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전국의 책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겠지.... 음...... 너무..너무하네요......... 어쨌든.




이 책 속의 여자는 스무살 자신의 생일에 겪었던 조금은 특별한 일에 대해 상대에게 얘기한다. 자신이 근무하던 레스토랑의 사장에게 저녁을 차려 갖다 주었는데, '너는 참 친절하구나 소원이 뭐니? 소원을 들어줄게' 했다는 것.



"나로서는, 아가씨, 자네에게 뭔가 생일 선물을 주고 싶어. 스무 살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기념품이 필요하지, 뭐니 뭐니 해도."

그녀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신경 쓰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윗사람이 하라고 해서 식사를 가져온 것뿐이니까요."

노인은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고 두 손을 펼쳤다. "아니, 아니, 자네야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선물이라고 해도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야.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그는 두 손을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 차례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나는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라네, 귀여운 요정 아가씨. 자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 무엇이든 좋아. 어떤 소원이라도 상관없어. 물론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렇다는 얘기네만."

"소원?" 그녀는 메마른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원. 아가씨, 자네가 원하는 것 말이야. 만일 그런 소원이 있다면 한 가지만 이루어지게 해주겠네.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생일 선물이야. 하지만 딱 한 가지니까 신중하게 잘 생각하는 게 좋아." 노인은 공중에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딱 한 가지야.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도로 물릴 수는 없다네." (p.38-41)




와- 이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것이 아닌가. 누가 나타나서 내 소원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 말이다. 어릴 때 <모래요정 바람돌이>란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도 떠올랐다. 하루에 한 가지 바람돌이 선물, 한가지의 소원만 들어주는 것. 나는 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기적같아서, 그리고 이 순간의 신비한 힘은 정말로 실현될 것 같아서, 신중하게 소원을 말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여주인공이 무엇을 바라는지와는 별개로, 순수하게 내가 되어버린 거다.



자, 나는 무슨 소원을 빌지?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이 있게 되는 것.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것. 이런 소원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 거다. 그러자 이내, '니콜 키드먼'주연의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 Bewitched, 2005》 가 생각났다. 마녀인 니콜 키드먼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또다른 마녀인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자 엄마가 '그가 너를 사랑하도록 해줄게' 하고 마법을 부리는 거다. 그러자 그 남자가 정말로 니콜 키드먼에게 아주 달콤한, 사랑을 퍼부어주는 남자가 된다. 그러나 니콜 키드먼의 행복은 잠시, 이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게 된다. 그래서 엄마에게 찾아가, 마법 전으로 그를 돌려놓으라고 말한다. 그가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건 너무 달콤해서 이 순간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나는 진짜가 아닌 사랑을 받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엄마는 그에게 걸었던 마법을 푼다.

















이 영화 생각이 나면서 나는 그 때의 니콜 키드먼을 백프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고, 그 신비한 힘으로 '그가 나를 사랑하게 해준다'면, 내가 마냥 그 사랑에 기뻐할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할까? 나는 몇 번을 되물어도 '아니'라는 답을 하게 되는 거다. 그것은 리얼 럽, 트루 럽이 아니잖아. 그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단순히 그는 누군가의 힘에 좌우되는 것 뿐이잖아. 노. 싫어. 나는 그런식으로, 휘둘리는 사랑속에 나를 놓고 싶지 않아. 차라리 혼자인 나를 택하겠어. 억지로 그렇게 되어서 나를 사랑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네. 아니, 나는 차라리 혼자를 택하겠다. 그래, 이럴 때 누군가 들어주겠다는 소원에 '그가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같은 건 바라지 말자.









그러자 다음에는 '돈' 생각이 났다.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는 어때? 이건 좋을까?

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것 같은 거다. 내가 노동을 해서 벌게된 돈이라면 '이 돈은 내돈이다' 라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라면, 나는 신나서 쓸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물었는데, 아니라고 답했다. 그런 식으로 부자가 되고 싶진 않다. 물론 내가 로또를 사서 당첨이 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갑자기 눈앞의 노인이 내게 돈을 준다? 나는 너무 찝찝할 것 같아. 라고 쓰지만 막상 돈 주면 덥썩- 받아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 돈도 안되겠다. 돈도 바라지 말자. 들어주겠다는 소원에 돈을 얘기하진 말자.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바랄 게 없다'는 답이 나왔다. 원하는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뭔가를 바라고 이루어지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러니까 만약 내 앞의 노인이 '좋아 그걸 들어줄게' 해서 내 소원을 들어줘버리면, 우주의 어떤 룰, 어떤 흐름이 깨져버릴 것 같은 거다. 사랑이든 돈이든 또 그게 뭐든, 지금의 내 상황을 지금과 달라져버리게 만든다면, 내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이상,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혹은 먼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렇다면 거기엔 누군가가 덩달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가 맞닥뜨리지 않아도 좋을 나쁜 일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거지.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도 또 나쁜 일도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은 우주의 흐름에서 생길 수 있는 어떤 일들이라면, 거기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은 거다. 사랑을 쟁취하고 싶다면 내가 그에게 다정해지고, 돈을 벌고 싶다면 내가 노동을 하면 된다, 이런식으로 누군가의 마법이 인생에 등장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의 친절함에 당신이 보답하고 싶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라면, 내게 받은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세요.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일 운명에 내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거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그대여 그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라! 내가 사랑하고 내가 노동을 하겠어!








어제 집에 가는 길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우리 놀러갈 때 와인을 여기서 사가는 게 낫지 않겠니?, 어 그럴거야) 옆에서 조카들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무나 좀 바꿔줘봐, 했더니 아홉살 조카가 전화를 받았어.


"이모"

"악 타미야~~~~~~~~~"

"이모, 나 어제 할머니랑 받아쓰기 연습했거든."

"응!"

"네 번 했는데 세 번은 구십점 받고 한 번은 백점 받았어."

"우와 잘했네!"

"오늘도 받아쓰기 연습 했거든."

"응!"

"백 점 받았어."

"우와 우리 타미 너무 잘한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 얘기, 받아쓰기 연습 했다는 얘긴데, 나는 뭐가 이렇게 얘가 귀엽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사랑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말만 해도 귀엽고, 말을 안해도 귀엽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재 자체가 그냥 귀염귀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재 자체만으로 귀여워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무한애정,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애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리고 얼마나 큰 복인가! 살면서 그런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이라고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닌데, 내게는 이런 대상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노인의 '너의 소원은 뭐니?'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8-04-1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다락방님과 타미^^ 맞아요. 단지 가족이라고 무한사랑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데, 저역시 그런 존재가 있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귀염둥이들ㅠㅠ;;

그런데 저는 다락방님과 달리 꽤 음침한 분위기로-_- 소원은 됐어요 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소근-_-;)왜 그 있잖습니까. 원숭이 손 이야기. 무섭ㅠ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에-_-

지갑이 가방안에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얼마나 애가 쓰이셨을까 토닥~♡

다락방 2018-04-19 07: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문나잇님. 가족이라고 무한사랑의 대상이 되진 않는데, 이토록 무한사랑을 뿜뿜할 수 있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삶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사랑을 주는 것 역시 큰 기쁨이니까요. 저는 조카들이 뭐 먹을 때 너무 좋아서 미치겠더라고요. 더 맛있는 것 더 좋은 것 계속 먹이고 싶고 그래요. 먹는 거 보고 이쁠 때는 ‘아 내가 얘네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어요.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 게 사랑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음침한 기운도 좀 있긴 한 것 같아요. 대체 당신은 어떤 힘을 가진 존재이길래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단 말인가..단순히 내 친절에 대한 보답이라기엔 너무 큰 게 아닌가. 분명 무언가를 더 가져갈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을것 같아요. 역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쪽이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네, 지갑이 가방 안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우엉 ㅠㅠ (안도의 울음)

비연 2018-04-1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 자체만으로 귀여워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백퍼 동감.
저도 제 조카 (이젠 중학생이라 징그럽게 커버렸지만 ㅎㅎ)가 있어서 넘 좋답니다..^^

다락방 2018-04-19 07:57   좋아요 0 | URL
저는 근데 첫조카 세 살 때가 아직도 계속 생각나요. 지금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너무나 좋지만 세살 때가 진짜 환상의 존재였단 생각이 지금도 들어서 ㅋㅋㅋ 세살 때를 저 혼자 막 그리워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랑을 알게 해준 고마운 대상이에요, 조카들은!

세실 2018-04-18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갑이 가방에 들어 있다니ㅎ
은근 덜렁쟁이 다락방님. 인간적인 매력이 퐁퐁 납니다.
저는 얼마전에 굉장히 아끼는 지갑을 잃어버린 거예요. 어찌나 속상한지... 다행스럽게 꿈이었어용. 생생해서 한동안 망연자실ㅎ

제 소원은 많은데...
퍼팩트하신 다락방님^^

다락방 2018-04-19 07:58   좋아요 0 | URL
지갑을 잃어버리면 되게 많은 것들이 번거로워지잖아요. 카드 분실신고에 신분증 다시 신청해야 하고... 그런데 저는 지갑 자체에 의미도 있어서 그걸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너무 끔찍했어요. 다행히도 가방 안에 있었고, 세실님 역시 다행히도 꿈이었네요. 어휴...

회사 직원에게 저 책 내용 얘기해주고 너는 무슨 소원을 빌겠니? 물었더니 대뜸 로또당첨 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드웨어로도 소프트웨어로도 너무 너무함 -_-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8-04-18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ㅠㅠ 결국엔 사게 되겠지만 미리 실망ㅠㅠ;

2018-04-18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4-18 11:51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와인잔 추천드려요. 와인잔 괜찮더라고요. 하핫. 와인잔에 만족합니다. 책은 불만족이지만 ^^;;

비연 2018-04-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왠지 그럴 것 같아 안 사고 있었던 1人 ㅜ

다락방 2018-04-18 17:49   좋아요 0 | URL
와인잔을 사고 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비연 2018-04-19 00:00   좋아요 0 | URL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