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지 말걸 그랬어 그림책 마을 4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유문조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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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너무 귀여워서 ㅋㅋㅋ 보다가 나도 모르게 킥킥댔다. 이 작은 아이가 옷을 벗다가 얼굴에 걸려가지고 상상이 쭉쭉 뻗어나가는데 엄마가 너무 쿨슄하게 벗기고 안고 들어가는 거 진짜 너무 웃기고 ㅋㅋㅋ 바지 벗다가 망하는 것도 웃기고 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선물용으로 한 권 더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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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던 건 다섯 살 조카 줘야지 ♡
 

꿈을 꿨다. 꿈에, 토요일 낮이었고 직장이었는지 학교였는지 어쨌든 뭐가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내 여행친구와 나는 함께 '집으로 가자' 했다. 지하철 역까지는 거리가 꽤 됐는데, 나와 친구가 있는 곳은 높은 언덕 위에 있었고 그 밑으로 주루루룩 길게 놓여진 계단을 내려가서 또 걸어야 지하철 역이 나오는 걸로 설정 되어 있더라. 친구는 이 역에서 지하철 타는 거 어렵다, 자주 오지 않는다며 뛰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 앞으로 다다다닥 계단을 뛰며 내려가는 거다. 나는 뛰어가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때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 남동생이 그러는데 KFC 에 이제 맥주 판대요."



그러자 친구는 "아 그래요?" 하더니, 그러면 우리 지금 바로 집에 가지 말고 KFC 가서 치킨에 맥주 하고 갈까요? 그러는 거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네!" 했는데, 아아, 그렇게 치킨을 먹기 전에 알람이 울렸고 나는 잠에서 깬것이다.



깊.  은.   슬.   픔.



오늘 아침은 유독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ㅠㅠ 눈을 뜨고도 한참을 꼼지락 거리다가 몸을 일으키며, 라디오를 켰다. 그런데, 오오, 내가 꾼 것은 예지몽이었던가!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런 노래가 나오는 거다. 노래 내내 치킨~ 양념 치킨~ ♪ 이러는 게 아닌가!







아아..아침부터 치킨 치킨하다...



















페미니즘 관련서적을 읽을 때마다 너무나 괴롭다. 나의 지난 발언들, 행동들이 떠올라 몹시 괴롭다. 그때 내가 어렸지, 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아도 괴롭다. 아아, 나야말로 진짜 빻은 발언들을 많이 하고 다녔구나.. 떠올리며 언급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빻고 빻고 또 빻았었어..... 괴롭다......



특히 이 책에서 '이유나'의 <성 정체성:여자인지 어떻게 아세요?> 부분을 읽을 때는 더 그랬다. 나도 청소년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고 내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을 보며 말합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역시 달라, 딸은 역시 애교지, 이 맛에 딸 키운다, 남자아이라 극성맞은 건 어쩔 수가 없어." 어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 이미 평생을 그렇게 길러져 왔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수줍음 많고 다정한 남자아이나 골목대장 노릇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아이가 세상에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일부의', '유별난' 아이들로 분류될 뿐입니다. '여자 아이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과 '남자아이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을 모두 가진 그냥 '아이'들도 결국에는 '여자아이여서 그래, 남자아이여서 그래.'라는 범주에 묶여 버릴 뿐이지요. (이유나, 성정체성,p.155)



한 개인이 남성이나 여성 또는 그밖의 성별이라고 스스로 인식할 때 성별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치마가 성별을 구별하는 기준이 아니라면, 치마를 입고 싶고, 안 입고 싶고는 여러분의 성별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치마는 여자만 입는 것이라고 명확히 정해져 있으면, 여자인 여러분중 치마를 입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혼란'은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여자와 남자라는 단 두 가지 선택 항을 차별적으로 구성해 온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혼란을 느끼기에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어린 나이부터 남자 아니며 ㄴ여자라는 차별적인 이분법 속으로 들어가기를 강요받는가에 달려 있지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성별 분류에 시달리는데,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자'라는 성별에 자신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몇 살부터 괜찮다는 걸까요? (이유나, 성정체성, p.157-158)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제 삼촌과 몸으로 노는 걸 즐긴다. 이제 여덟살이 된 여자아이와 이제 다섯살이 된 남자아이 둘다 공격~ 파워~ 하면서 제 삼촌위로 올라 타고 주먹을 휘두르며, 남동생은 이얏~ 하면서 그런 아이들을 하나씩 들어 올려 함께 노는 것이다. 여동생은 땀난다고 그만하라고 해도 애들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혼자 상대하는 남동생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자'고 해도 아이들은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삼촌 힘들어 그만해~ 라고 주변에서 어른들이 말리면, 아니, 요놈들이, 이제 이모를 공격하자~ 하고 내게 달려드는데, 아아, 나는 걔네가 달려오는 것만 봐도 힘들어, 이모한테 하지마~ 이러면서 도망치기 바쁘다.


여덟살 여자 아이는 어제 유치원 졸업식이었는데, 장래 희망이 태권도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는 거다. 의사와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는데(요즘도 그런 아이들이 많나??), 이 아이는 태권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 우리 동네 자랑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태권도 학원이 있는 거라 했단다.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권도에 잔뜩 재미를 붙여서는 태권도 선생님까지 하겠다고 하는 아이인데, 나는 이 아이가 이렇게 운동에, 자기 몸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이 무척 좋아 보인다. 제 삼촌을 공격하겠다고 처음에 폼을 잡을 때도 오오, 예전과는 달라졌다. 자세가 나온달까. 어쨌든 제 동생과 둘이서 힘차게 몸싸움 하며 제 삼촌과 논다. 그러다 혼자 노는 시간에 남자 조카는 변신 로봇을 갖고 놀고 그걸로 자기 혼자 1인극을 하다가, 변신이 잘 안되면 제 누나를 부른다. 누나~ 이거 변신시켜줘~ 하고. 그러면 제 누나는 달려와서 다다다닥 변신을 도와준다. 이럴 때 제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러는 거다.



확실히 남자아이가 달라...




??????????????????????????????????????????????????? 몸싸움도 같이 했는데, 변신 로봇도 여자조카가 더 잘 변신시키는데, 남자아이가...뭐가 다르다는 걸까? 누나는 장난감 미싱을 갖고 노는 그 순간에 동생은 변신 로봇을 갖고 놀아서, 그래서 '남자아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는걸까?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쌓인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아아, 나도 그 때 그런 말을 했었지, 하고는 부끄러워지는 거다. 또한 불편해진다. 그냥 넘길만한 발언이 점점 줄어드는 거다. 다 거슬리는 발언들 뿐이야. 아아 기분 나빠, 왜저렇게 말하지..하는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거다. 아니, 이전부터 그래왔는데, 그것이 왜 불편한지를 몰랐던것 같다. 이를테면 김치녀, 된장녀 같은 말들을 들었을 때, 그런 말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되게 기분이 나빴던 거다. 처음 그런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을 때는 '나한테 그러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이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내가 기분이 나쁜 부분에 대해 원인을 알게 됐다고 하는 게 맞을까(나는 요즘 나의 직감을 믿는 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점점 확신하고 있다). 원인을 모르면 고칠 수 없지만 원인을 알면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니 이 불편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게 된다면, 불편함을 느끼며 사는 것이 싫지만,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이면 열, 번번이 차별적인 시선과 대화 앞에서 그걸 고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만 그 중에 몇 번은 언급하다 보면 지적 받은 당사자는 앞으로 발언할 때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내가 지난 과거에 내가 했던 발언들과 행동들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현재에는 완벽해졌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배우고 있고, 여전히 나는 어딘가에서 어떤 발언에서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가 쌓이고 보이는 게 많아지면, 또 미래의 언젠가에 지금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 더 생각하고 더 얘기하고 더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라고 선언을 하고 살아가면서 정말 많이 '페미니스트가 왜그래?'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나 스스로도 '페미니스트라며 이래도 될까?'하는 의문을 아주 많이 던지게 된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페미니스트를 욕보이는 거 아닌가 하고. 이럴 때 록산 게이가 '나쁜 페미니스트'를 들고 나와서 좀 편해졌었는데, 그렇다해도 내가 걷는 길이 매번 옳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내가 실수할까봐, 내가 잘못할까봐, 내가 틀렸을까봐 겁난다.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들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서문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페미니즘, 우리말로는 여성주의라고 하지요. 이 페미니즘은 아주 다양합니다. 1인 가족, 자녀가 없는 가족, 삼대 이상이 모여 사는 대가족, 이성애 커플이 아닌 동성애자 가족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이 있듯이, 페미니즘 이론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 유엔 공식 기구나 인권 운동 진영에서는 가족(families)이나 페미니즘(feminism/s)을 복수형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100명의 여성이 있다면 100가지 페미니즘 이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처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요. (정희진, 프롤로그, p.9)



내게는 좋은 친구가 많다. 우리는 대부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만,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떤 것들에 대한 의견은 종종 갈린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다 다른 게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가면서, 또 친구들이 옳다고 하는 방향을 들어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되겠다. 자꾸만 나는 '어디 하나 잘못하기만 해봐' 하고 딱 두고보며 대기하는 시선들을 마주치지만, 굴하지 않고 가겠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넘어지기도 하니까. 




치킨으로 시작한 페이퍼이니 치킨으로 끝을 맺어야겠지만, 딱히 치킨으로 끝맺을만한 게 생각나지 않는군. 우먼스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고, 나는 집에 가고 싶다. ㅜㅜ





페미니즘은 여자와 남자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여자와 남자의 차이보다는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또는 인종과 인종 사이의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도시에 사는 디자이너 여성과 농촌에 사는 농부 여성, 팔순잔치를 앞둔 할아버지와 내일 중학교를 졸업하는 소년. 이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는 경험은 같은 성별이어도 너무나 다르지 않을까요?
페미니즘은 사람들 간에 무수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차이보다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차이에 주목하기 때문에 차이가 커 보이지만, 공통점에 주목하면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 모두 인간이고, 인간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며, 모든 인간은 개성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지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랍니다.(김고연주, 공동체 생활, p.40)

왕따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 듯합니다. 첫째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둘째는 ‘왕따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왕따인 친구와 어울리다가 나까지 왕따를 당할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두려움입니다.
먼저, 첫 번째 원인을 들여다볼까요? 앞서 말한 대로 이러한 생각은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차이는 다양성이고, 다양성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라고요? 그렇다면 그 친구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목소리는? 말버릇은? 걸음걸이는? 취미는? 장래 희망은? 좋아하는 과목은? 성격은? 아마도 그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거예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친구의 여러 모습 중에서도 사회의 촘촘한 차별 기준에 따라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이 더 쉽게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김고연주, 공동체 생활, p.41)

˝예쁜 것도 능력이야.˝라는 말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더 나은 외모는 자기를 향상시킨 증거가 되지요. 이런 식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시각은 외모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능력의 문제로 돌려 버리고 외모 평가의 화살은 여성 개인에게로 향합니다. (김애라, 외모지상주의, p.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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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2-2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한건 계속 공부하고 있고 혹여 본인이 잘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리고 과거 이러이러한 일은 잘못했다라는 자기 반성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다락방 자신이라는 겁니다. 주변에 다락방만큼 성찰하며 성장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 다락방!!!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고요, 특히 시비거는 글엔 더더욱 답할 필요 없고요.


망할 생리증후군. 이시기가 빨리 지나가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7-02-23 17:0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러니 다 지나가겠지요. 잘 버텨봐야지. 점심엔 갈비 먹었어요! >.<

고마워요.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또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이렇게 매번 글도 잘 읽어줘서. 그리고 폭풍칭찬 해줘서!!! 고맙습니다!!!! 럽 ♡
 
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아니 이런 말은 너무 거창한가... 기억이란 뜬금없고 연상이란 것도 역시 뜬금없는 것. 나는 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 관한 리뷰였고, 나 역시 그 책을 읽었으며 일전에 단발머리님의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생각한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 중에 잠깐 '열쇠'란 단어가 ... 그 단어가 갑자기 파바박- 하고는, 쉼보르스카의 시를 불러낸 거다. 어? 열쇠? 쉼보르스카? 내가 쉼보르스카의 시집에서 열쇠가 등장하는 시를 읽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내 서재로 돌아와 쉼보르스카를 넣고 검색한다. 크- 역시 나의 이 비상한 기억력.... 시는 금세 나온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찾은 김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아아, 시가 좋다!! 그치, 내가 이걸 괜히 기억할 리가 없어. 나는 이 시를 전혀 외우지 못하지만(외우는 시가 없고, 시를 잘 외우지 못한다), 열쇠 라는 단어를 대면 이런 시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대단하다..멋져! 아아, 나의 망고남이 이 일을 오늘 아침 나로부터 들었다면 나에게 '칭찬해, 아주 칭찬해' 해줬을텐데...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응?)



어쨌든 저렇게 뭔가 애틋애틋한 마음으로 끝나버린 사랑을, 나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도 없을 그 끝나버린 사랑을 생각하다가, 어어, 열쇠? 키? key? 하고는 또 금세 캐서린 맥피의 노래, <brand new key>를 떠올리고야 만것이다! 나 천재?






시디로 들으면 이 노래가 참 맛깔난데, 라이브로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질 않는구먼... 어쨌든 이 노래도 참 ... 애틋애틋한데, 자, 가사를 다같이 함께 볼까?


I rode my bicycle past your window last night
I roller skated to your door at daylight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I've been lookin' around awhile
You've got something for me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ride my bike, I roller skate, don't drive no car
Don't go so fast but I go pretty far
For somebody who don't drive
I've been all around the world
Some people say I've done alright for a girl

I asked your mother if you were at home
She said yes but that you weren't alone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ve got a brand new key



자, 해석 안되는 부분은 패쓰하고 해석 되는 부분들로 내용을 대충 짐작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자전거를 타고 니네 집을 지나치면서 봤는데, 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니가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갖고 있어. 우리가 새로 산 롤러스케이트의 키 말이야... 그거 니가 갖고 있잖아. (그런데 롤러 스케이트가 키가 필요합니까??? 해석이 뭔가 잘못된건가??)



내가 니네 엄마한테 물어봤어 너 집에 있냐고. 니네 엄마는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너가 혼자가 아니래.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키 내놔........



근데...너는 나랑 사귀는데 왜 나를 피해? 내 롤러 스케이트 키 먹은거야? 먹튀? 그리고 너 나랑 사귀는데 왜 니 방에 너 혼자 있는 게 아닌거야? 왜 구질구질하게 피하기만 해?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자고 말해, 나는 너랑 헤어지는 건 진짜 괜찮아. 그런데 키는 내놔..나 새 롤러 스케이트 타야 되니까. 너랑 헤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롤러 스케이트는 타야 되잖아... 키 내놔... 못난 놈...왜 키를 먹어...... 그냥 잠깐 만나서 키만 줘... 그러면 내가 세이 굿바이 해줄게.



어어, 이렇게 각본 쓰다 보니 세이 굿바이??????????????????????









Katharine McPhee - Say Goodbye

 

If I seem distant, baby I am
Words are like scissors, in your hands
And there's no script to follow, so I just close my eyes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I feel just like an actress, up on the stage
I can't believe, what I'm hearing myself say
And a porch light is my spotlight, so I play along with this li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Did you ever love me? Does it even matter?
Did you even notice, the whole word shatter?
I just want to hold you, and tell you that I'm sorry
But I just keep it all insid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My heart feels like a circus
It's too much to take in
http://www.elyricsworld.com/say_goodbye_lyrics_katharine_mcphee.html
It's hard to lose a love
But you were my best friend

So walk this high wire, alone tonight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좋은 아침이구나. 훗. 오늘의 키워드는 열쇠 되시겠다. 훗.


그런데 say goodbye 뮤비에서 캐서린 맥피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쁘다...흐음..... 흐음........머리 자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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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22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쇠‘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저도 엉뚱하게 뮤비 여가수 헤어 스타일을 한참 바라보고 예쁘다!!쭝얼쭝얼~~도깨비에 김고은이 성인이 되었을적에 확 자르고 나온 단발머리가 좀 길었다면 저머리가 아닐까?생각했네요ㅋㅋ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뻐 하고 싶었는데 뮤비속 주인공 머리도 이쁘군요!!!
충동이 펌프질을 하네요ㅋㅋ

다락방 2017-02-23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자꾸 충동이... 두번째 뮤비처럼 머리 하고 싶은데..저한테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저는 저인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보면 볼수록 하고 싶네요. 어쩌지요? 저거 한 번 하고나면 머리 길리는 데 엄청 시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흐음.

단발머리 2017-02-22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쇠라... 연상은 참 신기하네요. 필립 로스에서 시작해서 쉼보르스카를 지나 캐서린에게까지 가닿는군요. ^^

내가 잃어버린 열쇠, 소중한 열쇠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끝나 버린 사랑, 이제는 끝나버린 나와 너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없다는 생각들이.... 참 애틋하네요.

비도 오고, 다락방님 선곡도 좋고, 기분 좋아지려다가...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쁘고 캐서린 단발머리도 예쁜데... 나도 명색이 닉네임이 단발머리인데 내 곱슬기는 어쩔건가..
담주에 미용실 가야겠나...
그래서 오늘의 생각은 필립 로스-열쇠-캐서린-단발머리 그리고 미용실^^

다락방 2017-02-23 10:17   좋아요 0 | URL
우리는 그러니까 조만간..미용실에 가는 겁니까? ㅎㅎㅎㅎㅎ
두번째 뮤비 보면서 정말 머리 저렇게 하고 싶다 너무 생각하는데, 얼굴이나 두상이 다르니까..어... 제가 하면 확 망쳐버릴지도 모르는데...그래도 어... 하고싶네요? 그렇지만 방금 ‘캔디스 스와네포엘‘ 사진을 봤더니 긴 머리를 갖고 싶어져요. 아아, 나는 캔디스가 아닌데... 매일매일 여러가지 갈등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네요.

단발머리님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또 글을 써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우리 계속 이렇게 천년 만년 지내요! 후훗 :)
 
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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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의 일화는 그와 그의 친구 다섯 명이 길거리에 서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매력적인 여성이 그들 앞을 지나가고 그들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중 한 명(편의상 '밉상'이라고 부르자.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나불거리는 그런 타입 있지 않은가)이 그녀를 향해 외친다. "거기 언니, 완전 섹시한데! 내가 죽여줄까?" 이런 경우 대부분 여성들은 밉상의 부적절한 발언을 익숙한 듯 무시하고 지나가곤 했는데 그날만은 달랐다. 그 여성이 뒤돌아보더니 제대로 쏘아붙인 것이다. 

그녀는 욕을 섞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로 밉상을 따끔하게 혼내주었다. 그녀의 말발 센 공격을 받고 나자 데이브와 친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우우우" 하고 외쳤다. 나는 데이브에게 이런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지 물었다. 데이브는 친구들이 여자에게 굴욕당한 밉상을 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씨름에서 여자에게 지는 것은 남자에게 지는 것보다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쪽팔리게 여자에게 당한 것이었고 맨박스에 따르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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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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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밉상의 남자다움을 위협하며 그를 맨박스 밖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절망적이 되어 화가 치민 그는 이윽고 욕을 하며 여성을 때릴 듯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뛰쫓아 가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데이브 말로는 결국 자신과 나머지 친구들이 밉상을 붙잡아서 제지해야 했다고 한다. 그가 계속해서 여성을 위협하고 비인간적인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이내 여성이 물러서자 밉상은 그제서야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p.120-121)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인 동생과 함께 집근처의 독서실에 다녔었다.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가 나오면 독서실 문 앞에서 아빠가 우리를 집에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밤늦게 독서실에서 나왔는데 우리가 전보다 약간 빨리 나왔던건지, 아빠는 채 독서실 문앞까지 오시지 못한 채, 저기 저 횡단보도 앞으로 다가서고 계셨다. 우린 아빠를 발견했고 아빠도 우리를 보셨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해 신호가 바뀌면 아빠가 우리 쪽으로 오거나 혹은 우리가 아빠 쪽으로 가면 되는 거였다. 우리도 그렇게 횡단보도 앞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맞은편에서 남자 아이들 무리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도 아마 늦은 시간까지 독서실을 갔다 왔는가보다. 그들은 네명 혹은 다섯명이었는데, 그들 중에 한 명이 나와 내 여동생 옆을 지나면서 우리에게 뭐라고 했다. 그것이 나 혹은 여동생 혹은 둘다의 외모 비하였는지 성적 대상화에 관련된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완전 화가 나서 그 놈한테 욕을 했다. 개새끼야 닥치라고 했던가, 뭐 그런 식으로 소리치며 욕을 했던 거다. 



그 무리는 우리를 지나쳐가고 있었고, 그 학생이 우리에게 비하 발언을 하고 내가 욕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이는 한걸음 두 걸음 멀어지고 있었는데, 그 무리 아이들이 우리를 욕한 그 학생에게 낄낄대며 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낄낄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화가 난채로 걸었고 그렇게 점점 그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다다다닥- 하고 뛰면서 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나한테 욕을 먹었던 놈이 우리를 향해 주먹진 손을 위로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아아, 이러다 얻어 터지겠구나, 생각하고 겁먹은 나는, 금세 저 횡단보도 앞에 우리 아빠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크게 "아빠!" 하고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우리 아빠를 가리켰다. 당연히 뛰어오던 놈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던 방향을 보았고, 거기엔 우리 아빠가 이 새끼야 죽고싶냐며 돌을 들고 서 계셨다. 그러나 신호가 아직 초록색으로 바뀌지 않아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건지, 이 놈은 멈추지 않고 우리 앞까지 뛰어왔고, 마침 독서실 옆 순댓국집 사장님이 밖에 나와 식칼을 갈고 계시다가 그 칼을 들고는 우리쪽을 향해 뛰셨다.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하고. 이 사장님을 본 녀석은 잽싸게 뒤를 돌아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 그 놈에게 맞지 않은 채로 무사히 아빠를 만났고, 아빠는 뛰어와서 순댓국 사장님과 잠깐 이야길 나누셨다. 집에 돌아가는 내내, 그리고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나는 이 일로 아빠 엄마에게 엄청 혼나야 했다. 미쳤냐고, 왜 거기서 남자애들한테 욕을 하냐고, 겁도 없이 왜그러느냐고, 너 그 때 아빠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그 아저씨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 너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 등등...아 진짜 많이 혼났다......



중학교 때도 그랬어 ㅠㅠ 나를 포함한 여자애들 세 명이 하교중이었는데, 저 쪽에서 걸어오던 우리 또래의 남학생 세 명중 한 명이 우리에게 '기집애야 조용히들 걸어!' 라고 했던가, 뭐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해서 내가 또 나도 모르게 '너나 조용히해 이새끼야' 이래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해놓고 나서 맞을까봐 졸 무서워했더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여.. 맞을까봐 무서워하면서 왜 버럭버럭 맞서는가... Orz




고등학교 시절 밤길에 마주친 그 남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쪽팔림을 느꼈을 것이다. 여자애가 자기에게 욕을 했고, 친구들 앞에서 그 욕을 먹어버렸으니.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친구들 앞에서 쪽팔림이 먼저였겠지. 그 쪽팔림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신에 세다는 걸 다시 보여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나를 때리는 걸 선택했을 것이다. 나를 죽도록 팼을지, 한 대 때리고 도망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들 앞에서 나를 때려야만 자신의 기가 다시 산다고 느꼈을 것이다. 애초에 놀리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말이다. 아아, 오만년만에 내 고딩시절 생각났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있는듯 없는듯한 아이였는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아닌, 그냥 구석에 쭈그러진 여고생1 이런 거였는데, 그런 아이가 저런 상황에서는 개새끼, 이새끼 이러면서 욕을 했어..... 난...뭐냐? 


나는 내가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묻힌 과거를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니 '싸우자!' 하는 그런 사람이었는가보다. 나는 나를 잘 몰랐던건가...




이 책의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가하는 폭력(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등등)이 남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남성이라고 말한다. 선한 남성들이 거기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폭력을 가하는 남성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남자가 남자에게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바뀌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설득력을 갖는다. 일단 남자들이 여자들 말은 무시하면서 남자들의 말엔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서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이 당연한 일을 생각하고 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마어마하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런 식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남자가 적은데 토니 포터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남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여기엔 한계가 있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할 때, 그걸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는 이유가 '네 딸이 다른 남자들로부터 그런 대상이 되어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것 같냐?' 이니까. 나는 여기서 한계를 느끼고 씁쓸해지는데, 남성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면 안되는 이유에 '네 딸이, 네 여동생이, 네 누나가, 네 어머니가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를 전제해야 하는걸까. 그걸 인간이 인간에게 그러면 안되는 일로는 이해하기 힘든걸까. 실제로 이렇게 물었을 때 많은 남성들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깨닫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전제는(우리가 성적대상화 하는 대상이 우리의 딸, 애인일 수도 있다) 습관처럼 누군가를 성적대상화 할 때 번번이 떠오를까? 이건 얼마나 유효할까. 게다가 '나는 딸 안낳을건데?' 라는 식으로 자기가 대상화 하는 대상과 분리시켜 버리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은 거다.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짓, 지켜야 할 기본 선, 이런 걸로 이해하라고 하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걸까?




수천 명의 남성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성공한 적도 실패한 적도 있었다. 만약 남성들 중 하나가 내가 보는 앞에서 여성을 "XX년"으로 지칭하면 나는 대개 이런 식으로 대응하곤 한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알겠스니다만 제가 한 가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우선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단어를 잠시 생각해볼까요? 만약 선생님께서 아는 다른 여성분들이 그 단어를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 따님이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그 단어를 들었다면 어떨까요? 어떤 생각이 드는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p.152-153)



게다가 이 일을 '나의 딸이나 애인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라고 하면 우선적으로는 '나와 관계된 사람에게 일어나면 기분 나쁘다'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결국은 '그런 소리 안듣게 잘 하고 다녀' 라고 여성들에게 또 책임을 미루지 않을까? 나는 아무리 생가해도 그럴 것 같은데? 야, 나는 니가 그런 말 듣는 거 싫어, 성적 대상화 되는 거 싫으니까 옷 야하게 입지 말고 화장 진하게 하지 말고 밤에 다니지 말고 기타등등...으로 되어버리지 않을까? 나는 사실 많은 남자들이 이미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걸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더 조심하고 다니라고 말하는 것이고. 이게 어떻게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에게 그래서는 안된다, 를 주입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우리는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누군가 나를 대상화 시켜서는 안된다 그 말이다. 너도 나도 똑같은 인간이다, 이걸 인지하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네 주변의 누군가가~ '하고 대입시키는 건 답이 아닌 것 같아...




남자들에게 주어진 성역할, 남자들은 강해야 하고 울지 말아야 하고 감정 표현을 느끼는대로 다 하면 안되고 등등 '강요된 남자다움'을 맨박스라고 하는데, 이것부터 일단 없애버리는 것, 이 맨박스로부터 나오는 것이 가장 우선된 순서이다. 남자들은 이래야 한다~ 를 말하는 순간 자연스레 '여자들은~ '도 생겨버리니까. 게다가 남자들에게 강인함을, 냉정함을, 객관적임을 주입하는 순간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와 동시에 '그래서 열등하다'가 되어버리니까. 이 책에도 나오지만, 여자들은 남자들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약하니 우리를 보호해줘, 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너네 폭력을 쓰지마!'를 말하는 거지. 토니 포터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 길은, 남자의 사회화 자체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고. 이런 사람이 알고 있고 또 여러 사람에게 얘기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백 명이 듣는다고 백 명이 다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그 중의 일부는 그동안 자신이 '선한 남자로서' 폭력이 행해지는 데 어떻게 도왔는지 인지할 것이고 또 잘못을 뉘우칠 것이며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 사람이 점차로 많아지면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라고 있다, 나도. 




여성들은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성이 폭력을 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성들은 해법의 일부분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 된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존중한다면 여성의 안전은 자연히 뒤따라 올 것이고 여성 폭력도 감소할 것이다. 먼 훗날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맨박스가 언제까지 선한 남성들의 핑계가 되어 줄 수는 없다. (p.174-175)





폭력적인 남성은 우리 같은 평범한 남성들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나쁜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다. 남자들이 ‘나쁜 놈‘들을 용서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간섭하지 않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는 것이 이에 속한다. 남자들의 남의 가정 폭력 문제에 개입하기를 거부하는 저변에는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그 사람의 아내 혹은 여자 친구)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남성들이 침묵을 지킬 때 그 침묵은 폭력적인 남성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는 남성들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방해물로 작용한다. (p.25)

<빌의 이야기> 요새 몇몇 여자들은 남자들을 업신여기기도 하고 남자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도 합니다. 여동생이 이런 소리를 자주 하는데 저는 이게 결혼할 남자가 없는 걸 정당화하려는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남자들은 여자가 남자 따위 필요 없다는 듯 행동하는 걸 증오합니다. 그런 행동이 남자들의 기를 죽이기 때문이죠.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 ˝난 남자가 필요 없어요. 돈도 있고 집도 있고 좋은 차도 뽑았어요.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다고요˝ 라고 말하는 건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에요. 저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이런 성향을 이해하고 일부러 자존심을 깎아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리 하기 싫지만, 저는 여자들이 여성 폭력 문제를 스스로 초래했다고 봅니다. 누군가를 때리는 게 괜찮다는 게 아니라(저야 폭력은 당연히 반대하지만), 여자들도 자기들이 폭력 문제를 발생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알아야 합니다. (p.88-89)

빌은 스스로를 ‘꼰대‘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남성의 손으로 자행되는 여성 폭력을 여성들 스스로가 초래한 면이 있다는 주장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종종 들려온다. 여성이라면 남성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자의 자존심이 상처 입지 않도록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는 발상은 남성들이 매우 자주 언급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배적 위치에 있는 집단이 힘없는 피해 집단에 강압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는 여성들이 강압적인 처사에 반기를 들거나 평등을 주장한다면 그 결과로 발생하는 반작용(폭력)은 스스로 불러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잘못된 시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빌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들이 남자에 대한 반발로 동성애를 선택한다는 인식이다. (p,89)

˝남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뭐냐면요. 여자에 대한 인식과 여자를 대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껏 몸에 깊게 밴 인식을 재정립해야 하는 거죠. 전 남자들이 어떤 이슈에서건 여자들의 의견과 생각, 제안, 충고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을 남성만큼 존중할 때 우리는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다는 성차별주의를 뿌리 뽑을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남자들이 자신을 ‘덜 남자답게‘ 느끼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남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순히 기분이 나쁘다, 신경질이 난다 또는 여자들에게 화가 난다, 이렇게 반응하죠. 맨박스는 우리가 그런 식으로 반응해도 된다고 가르치거든요.˝ (게리의 이야기중 p.123-124)

˝성폭행의 가해자가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정답은 당연히 남성이었다. ˝만약에 여학생들을 구내식당에서 기숙사로, 기숙사에서 도서관으로 실어 나르는 대신 남학생들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면 어떨까요? 남성이 범죄의 장본인인데 왜 남성이 저지른 폭력 때문에 여성들이 피해를 봐야 하죠?˝ 회의에 참석한 여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동의를 표했다.
우리의 가히 ‘혁명적인‘ 대응책은 일부 남성 교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심지어 한 남성은 우리가 남학생들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면 ‘젠더 프로파일링‘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에게 그렇다면 캠퍼스 내에서 자행되는 성폭력도 엄연히 젠더 프로파일링임을 상기키셨다. 캠퍼스의 모든 여성들에게 셔틀 차량을 이용할 것을 촉구하는 것 또한 젠더 프로파일링일 터였다. (p,136)

우리는 ‘진정한 남자다움은 최대한 여자드레게 관심을 두지 않고 여성들의 경험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믿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딸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해보고, 그 세상 속에서 다른 남성들이 자신의 딸을 어떻게 대할지를 그려보고 나면 대화에 임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내 자기 내부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주변 남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딸들을 쫓아다니며 다른 남성으로부터 방패막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딸이 겪게 될 세상을 상상하며 자신의 평소 행실을 더욱 통력하게 반성하게 되고 마침내 전구의 스위치가 반짝 켜진 듯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p.142)

여성들이 지켜야 할 갖가지 수칙만큼이나 많은 질문들이 여성들을 따라다닌다.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왜 그랬는데?˝ 류의 질문들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었습니까?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외출한 겁니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습니까? 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길거리에 나왔습니까? 가정 폭력 케이스에 등장하는 매우 고질적이고 고약한 질문인 ˝남편이 그렇게 폭력을 쓰면 헤어져야지 왜 안 헤어집니까?˝도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맞으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거 보니 좋은가 보지˝라고 내뱉기도 한다.
이런 질문들은 ‘피해자 책임 전가‘라고 부르는 현상의 일부다. 우리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남성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이 지도록 강요한다.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에게 습관처럼 ˝왜 그런 남편하고 안 헤어집니까?˝라고 물으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에게 ˝왜 폭력을 멈추지 않습니까?˝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p.149-150)

온라인 속 남성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은 여성을 겨냥한 경우가 많다. 앞서 보았듯 여성들을 열등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경향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내용은 워낙에 남성들이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주제이므로 그나마 남성의 편으로 보이는 나 같은 남성이 말할 때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여성이 가르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남성들의 마음속에는 ‘어디서 여자가 자꾸 이런 시비를 걸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여성 강연자가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나보다 더 상냥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결국 남성들은 같은 남성이 가르치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건 남서들이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맨박스 일화들에서 보았듯 착한 남성들도 다른 남성들만큼이나 성차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그 어떤 남성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p.155-156)

노력과 인내심, 용기를 가지면 맨박스를 벗어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 첫 단계로 뜻이 맞는 남성들을 모아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남녀평등 이슈를 다시 새각하기 시작한 남성은 이것이 아주 장기적이고 힘든 (하지만 보람찬) 과정이란 걸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려면 주변에서 동기부여를 도와줄 이들이 필요하다. 내 경우 가장 큰 동기 부여는 내 딸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과 내 앋르들이 자라났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내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p.164)

남성ㄷ르은 곧잘 자신의 성별 때문에 제공받은 특혜와 이점을 마치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처럼 여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문화적 규범은 이런 믿음이 옳다고 편들어준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여성의 역할은 남성을 대접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억압하며 학대하는 행위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해악은 남성들이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고쳐질 수 없다. 선한 의도를 가진 남성이라고 해서 이토록 많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계속해서 무시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사랑하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p.170)

남성들이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폭력 행위의 책임을 가해 남성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성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같은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대로 정확히 명칭을 정하자면 행위의 가해자인 남성을 지목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처럼 말이다. (p.171-172)

남성들은 여성 폭력 문제에 있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여성 폭력 문제는 모든 남성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일처럼 폭력 근절을 약속해야 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은 남성 모두가 연대적 책임감을 느끼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난 모든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화 학습 내용과 여성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보길 요청한다. 이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의무감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말이다. (p.173)

그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비폭력적으로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죠. 그들은 자신의 아내나 여자 친구를 빼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폭력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폭력성이 정신병 때문이었다면 폭력 행동은 여성 앞에서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나타났겠죠. 정신병 증상이 발현된다면 상대방을 가리거나 성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남성의 폭력만큼은 여성 앞에서만 발현되는 듯했습니다. (p.187)

여성들은 신변의 안전을 지키고 남성들의 폭력을 피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을 기울이며 살고 있습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은 하루에 세 명꼴로 현재 혹은 과거 배우자로부터 죽임을 당합니다. 가정 폭력과 성폭력은 여성들의 가장 흔한 신체적 상해 원인으로 꼽힙니다. 미국 기준으로 매일 응급실에 방문하는 여성들의 35% 정도는 남성에 의한 폭력의 직간접적인 결과입니다. 우리는 극히 소수의 남성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략 15~20%의 남성들이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을 저지릅니다. 열 중 여덟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우린 이 여덟 명의 남성이 다른 두 명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고 말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른 남성들이 던지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폭력과 학대를 반대하는 남성들이 폭력을 쓰는 남성들에게 그들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우리가 고대하는 변화가 현실화되고 남자다움이 재정의될 거라 믿습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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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1:33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2-21 22:03   좋아요 0 | URL
앗 저 안그래도 밑줄긋기 하러 들어왔다가 오타 발견하고 수정했어요. 히힛. 새당 보고서 응? 새누리당 쓸라 그랬나? 했지 뭡니까 ㅋㅋㅋㅋㅋㅋ 대상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고마워요!

오늘의 안주는 없습니다! 오늘은 술 안마시고 밑줄긋기만 다 올리고 잘거예요. 혹시 날아갈까봐 일단 저장 한 번 해주고 다시 덧붙이러 갑니다. 히힛.

님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시군요! 우먼 파워!! 얍!!!

나와같다면 2017-02-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만 해도 갈고 있던 식칼을 들고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라고 소리치는 순댓국집 사장님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회적 믿음 이란게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 살아남아야 되는 세상인것 같아요..

다락방 2017-02-22 07:56   좋아요 0 | URL
어릴 때부터 성평등에 대해 가르치고 교육한다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될텐데요. 우린 너무 차별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이었을 때부터의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같다면 님.

아무개 2017-02-22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강의 주제가 맨막스와 유리천장이었어요.
이 두가지를 같은 방식의 억압기제로 보이지만,
실제로
유리천잗은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기제이지만
맨박스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맨박스에 헌신하는 남성(강하고 남자다운 남성)일수록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수 있는 기제가 된다.
이렇게 두가지를 같은 억압기제로 보기 때문에 남성들이 우리도 맨박스 때문에 힘들어요. 징징징 거리는 거라고
강사가 이야기 하더라구요.
아차...싶었습니다.
저도 맨박스 읽으면서 여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아시겠지만, 네 딸, 부인 뭐 여튼 아는 여자로 상상해라 등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맨박스에 갖힌 남성들이 안됐다, 너희들도 힘들겠다 그러니 같이 페미니즘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맨박스에 안에서의 삶이 맨박스를 깨고 나오야 하는 삶보다
더 많은 이득이 주어질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 개인에게 왜 그 박스를 부수고 나오지 않냐고 하는 것은 멍청한 소리였어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체제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손해 볼것이 없으니까요.

개인의 변화가 먼저인가, 사회의 변화가 먼저인가.
답을 알겠다 싶으면 그 답이 틀렸나 싶어지고....

다락방 2017-02-22 09:13   좋아요 5 | URL
저는 맨박스가 유리천장과 같은 식의 억압기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었어요. 맨박스는 강요된 사회화로 이해했거든요. 이건 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는 유리천장과는 다르니까요. 저는 이 책의 저자가 남자인만큼 더 유효하게 작용할 거란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서 한계가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리뷰에도 썼지만, ‘니가 아는 여자가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는 전 진짜 답이 아닌 것 같거든요. 남자가 여자가 되지 않는이상, 그 수많은 성적대상화의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은 이상 ‘니가 아는 여자가 당했다고 생각해봐‘는 부질없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예를 들면 남자들이 아! 하고 깨닫는다고 하더라고요. 글쎄요, 저는 남자들이 이미 많이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여자들이 억압당하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자가 맨박스로부터 나오자, 라고 하는 건 충분히 의미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여져요. 그렇지만 제가 거기다 대고 ‘맨박스로부터 나와‘ 라고 말하는 건 아예 들리지도 않겠죠. 그래서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계가 느껴지고 ... 책장을 덮었을 때는 개운한 기분이 아니더라고요. 저도 계속계속 공부하고 계속계속 생각하는데 뭔가 뚜렷한 길이 딱 눈 앞에 나타나는 기분은 아니에요. 순간순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참고 문헌 없음] 텀블벅에 후원했습니다!! 그것이 오늘 제가 선택한 오늘의 할 일이었어요! 눈뜨자마자 후원! 후훗.

레와 2017-02-2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페이퍼를 읽으면서 또 배우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다락방 2017-02-22 20:58   좋아요 0 | URL
배우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주어 내가 고마워요!
우리 계속 얘기해요!
:)
 
















67페이지까지 읽었다. 어려운 문장이 아닌데 뭔가 '바로 이거지!'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왜때문일까? 더 읽어볼 일이다.


어제 퇴근길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자신의 과거 시절부터 반성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 탓인지, 자기 전에 몹시 괴로웠다. 내가 과거에 했던, 아주 어릴 적에 했던 나쁜 짓, 나쁜 말들이 떠올라서. 나 역시 성차별과 성희롱으로부터 무죄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다. 어린 시절이라 해도 그로 퉁쳐버릴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잠들기 전에 너무 괴로웠어 ㅠㅠ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죄 하나 없는 깨끗한 인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어젯밤에 많이 생각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이(국민학생때부터 시작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 저자만큼 괴로운 기억을 갖기도 힘들 것 같다. 십대 소년 시절 저자는 지적 장애 소녀를 강간하는 장소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자기 자신은 직접적으로 그 소녀를 강간하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그것이 나쁜 짓이라 말하지 않고, 그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하여 강간한 '척'을 했으니까. 몇 년후에 조금 더 자랐을 때에는 '니네 뭐하는 거야!' 라고 말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는 대신 그저 그 자리를 뜨는 것으로 그의 행동을 다했는데,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그 집단 성폭행에 대한 책임이 없는 줄로만 알았었다고 했다. 이 부분 읽는데 진짜 너무 힘들어서 ㅠㅠ 씨발 ㅠㅠㅠㅠㅠ 힘들어 ㅠㅠㅠㅠㅠ 세상에 얼마나 많이 이렇게 말하여지지 않은 성폭행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어떤) 남자들은 자신의 남자다움을 섹스로만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게다가 십대 소년이 자신의 무리에서 인정 받는 길은 섹스를 하는 길이라고 아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하잖아. 우리는 조금 더 많이 '아니'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서도. 




어제 위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읽는데, 며칠 전에 읽은 어린이 그림책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가 생각났다. 그 부분의 이 내용과 확 겹쳐지는 거다.




위 책 《맨박스》에서 지적 장애 소녀는 강간을 당하면서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그 소녀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괜찮다'는 얘길 한걸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인지 하지 못해서 '싫다'고 말하지 않았든, 싫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게 너무 어려워서 말하지 못했든,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싫은 건 아니야'를 뜻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지 않았어도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등등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일이 '하지마'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도 되는 짓이 아니지않나. 




실라가 '싫어!'라고 거부하지 못한 건 그녀의 지능 수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라고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에야 이런 행위가 강간으로 인정되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피해자에게 동의할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No'라고 말하거나 거부에 해당하는 명확한 행동으로써 의사를 표현하지만 실라는 그렇지 못했던 것뿐이다. (p.34)



싫다고 말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싫다는 말을 여러가지 이유로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일전에 회사에서 성희롱문제가 터졌을 때, 한 여자 직원이 '싫다고 말을 분명히 하면 안그랬을텐데 자기들이 싫다고 말을 안했어요."  했더랬다.


하아-

싫다고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성희롱을 당했다면, 잘못은 피해자에게 돌리는 게 되어버린다. 너가 싫다고 안했잖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니 탓이야... 니가 반항을 안했잖아? 니가 소리를 안질렀잖아? 이런 식이 되어버리면...대체 가해자는 어디로 가는가? 왜 당한 사람의 잘못이 되어야 하는가.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다. 피해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나쁜 짓이다. 실라가 '하지마' 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저들의 강간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섹스가 아닌거다. 실라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남자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려 그녀를 강간해서는 안되는 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뚱뚱하다고 놀려도 되는 게 아니다. 놀리는 거 자체가 잘못이니까. 그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하지 말아야 되는 짓인 거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남동생에게 권할 예정인데, 그 때도 나는 이것이 남자다움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말을 하진 않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봐 술술 넘어갈거야, 정도로 얘기하면서 줄텐데, 하하하하, 저자는 그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더라.




나를 초대하는 여성들은 와서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이 책 역시 여성 누군가가 골라서 남성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이 스스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구매했을 가능성은 훨씬 낮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 친구나 아들, 아버지, 오빠,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선물한 여성이라면 이렇게 책 소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한번 보세요. 그냥 휙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이거든요. 두껍지도 않죠? 재미있는 얘기도 많아요." 이렇게 가볍게 소개하지 않는 이상 남성들 대부분이 이 책을 열어보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p.23)



내가 남동생에게 이 책을 건네며 칠 멘트와 너무 똑같아서 소오름.. ㅎㅎㅎㅎ 그렇게 권해도 남동생이 한 두장만 읽고 '안읽어'이러면서 내게 돌려줄 확률이 너무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저 멘트 그대로 권할 생각이다. 하하하하하.





어제는 족발에 소주를 먹으면서 남동생과 뉴스룸을 시청했다. 여러가지 소식들을 접하며 남동생과 함께 분노하고 욕하고 그랬는데, 그와중에 안희정 인터뷰가 나오더라. 손석희와 안희정이라니, 어디 한 번 들어봐야지, 하고 유심히 듣는데, 아아,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 안희정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안다. 대화에 임하는 그 자세, 상대의 말을 일단 경청하고 시작하겠다는 그 태도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내가 잘 알겠다. 그 태도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태도를 표현하는 건 서툴렀다 생각된다. 안희정은 발언 내내 '정치가의 입장'에서 말한다고 했는데, 말이란 것이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다 해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해져야 의미가 있을텐데,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또해도 사람들이 명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을 못하는 거다. 듣다가 남동생도 '대체 뭐라는 거냐.. 뭐가 저렇게 어려워' 했는데, 아니, 대통령을 생각하는 사람이 저렇게 대다수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는 문장으로 말을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믿고 따라가란 말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했던 말 또하고 또 풀이하고 또 하고 또 풀이하면서 보내는 사람이라면, 아이코야, 나는 글쎄올시다...  안희정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자기 말에 자기가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어. 하아- 발언 내내 상대의 선의를 믿고 시작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부르짖었지만, 그렇지만 손석희의 말, 국민의 말을 듣고는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가 닿지 않는 느낌, 자신의 태도만 제발 이해해줬으면 하는 느낌이랄까...



뉴스를 보면 전부 화내고 욕할 일만 나오는데, 남동생과 족발을 먹고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계속 화내고 투덜댔다. 그런 한편, 아 이 순간은 참 소중하네? 하는 순간이 동시에 들었는데, 하나의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하나의 소식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거다. 우리 모두 하루의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 얘기를 좀 나누고 있었는데, 그렇게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니, 이게 너무 좋은 거다. 언젠가부터 뉴스를 혼자 보는 시간이 싫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어제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뉴스를 함께 보는', 그래서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이었던 거다. 크- 좋은 시간이었어. 


삶이란 게 이런 순간들로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얘길 하고 니가 듣고 또 니가 얘기 하고 내가 듣고, 맛있는 걸 함께 먹고,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면서, 또 각자에게 일어난 별거 아니지만 개인에겐 아주 큰 부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렇게 다음날을 맞이하면서, 그렇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소중한 순간이었다.




어제 아빠는 한의원에서 침맞고 나가는 길이라며 너는 어디까지 왔냐 내게 전화하셨다. 마침 길동역에서 내릴 거라 했더니 아빠가 길동역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자 하셨다. 알겠다고 답하고 나는 '내가 조금 기다리겠군'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길동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다가 아빠가 날 혼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 왜 계단 올라오면서 책을 봐!!"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보고 있었어? 그랬더니 아빠는,



야, 내가 내 딸 보고 있지 그럼 안보고 있냐? 그런데 왜 계단을 오르면서도 책을 보냐. 그러지마!!



하고 버럭하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면서 책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가방 들어줄까? 하셔서 아니, 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계단을 오르면서 읽던 책이 바로 저 《맨박스》였다. 예전에도 걸으면서 책보고 집에 가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쪽 맞은편에서 가던 엄마 딱 마주쳐서 엄마가 횡단보도 너머로 내게 소리치신 적이 있었다.



"야! 책 보지 말고 걸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걸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책 집어넣고 집에 갔었는데, 집에 와서 엄마한테 또 지청구를 들었다. 사람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오래전에 굽은다리 역에 내려서 가고 있는데 내 앞에 시커먼 물체가 딱 서면서 "그렇게 재밌냐?" 하는 거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 남자사람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니가 여긴 왜?? 했더니 이 동네에 볼일 있어서 왔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너를 딱 보게 됐다고, 그런데 너는 나를 안보고 계속 책을 보고 걷는다고, 무슨 책이길래 계단 올라오면서도 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다가 딱 걸린 적 많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3년 전이었나, 신경정신과 찾았을 때 닥터가 나한테 걸으면서 책 읽지도 말고 영상도 보지 말라 그랬는데...아아, 나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살고 있었네. 버릇 고치기가 쉽지가 않구먼....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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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진 2017-02-2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걸으면서까지 책 읽으시는 거예요? ㅋㅋㅋ
그러게요 차라리 지하철에 불편하게 낑겨 앉아 있을 때보다 걸어갈 때 더 눈에 잘 들어오긴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추워서 주머니에서 손을 잘 안 꺼내는 터라... 그래도 눈 앞 항상 조심하면서 읽으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2-21 14:51   좋아요 0 | URL
다정한 소이진님 ♡
네네. 이제는 걸으면서 책 읽는 거 안하려고요. 사실 이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했는데 잘 안지켜지네요. 아하하하.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소이진님도 남은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요! 곧 봄이 오겠지요. 훗 :)

머큐리 2017-02-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책 읽으면서 걷는 여자사람을 보면 다락방님이라고 생각할것 같아요...ㅎㅎ
함 아는 척을 해볼까요?

다락방 2017-02-22 14:10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일단 아는 척을 해보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니어도 제가 책임지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