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의 2월이었다. 

그와 나는 그 때 두번째로 만나는 것이었는데, 나를 만나러 온 그의 손에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려 있었다. 내가 그 책을 좋아하는 걸 그가 알았었는지 몰랐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일부러 그 책을 들고온건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는지도. 나는 내가 그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까페로 갔다. 낮이었는데 병맥주를 시켜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네가 읽던 책 내가 잠깐 봐도 되겠느냐 물었다. 그는 내게 자신이 읽으면서 왔던 책, 호밀밭의 파수꾼을 건네줬다. 나는 책에 밑줄이 그어져있는지 궁금했고 그가 밑줄을 그었다면, 그가 밑줄 그은 부분이 내가 밑줄 그은 부분과 겹치는지 궁금했다. 책을 휘리릭 넘기다보니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러다 맨 마지막에, 내가 밑줄 그었던 부분에 그도 밑줄을 그었다는 걸 보게 됐다.


밑줄 직접 그었어요?


라고 물으니 그는 아니다, 누나 책이다, 누나가 그었다, 고 답하더라. 하하.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나도 이 부분에 밑줄 그어서, 그래서 물어봤어요, 라고 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책을 가져가더니 그 부분을 보고서는



내가 그은 것 같아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나가 그은 밑줄이 갑자기 자기가 그은 밑줄 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란 귀여운 존재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해의 가을 무렵이었다.

(위와는 다른 남자다)그도 역시 두번째 만나는 날이었다.

서울극장 앞에서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는 약속 시간에 늦어 뛰어왔다. 그와 나는 소개팅으로 만났고, 소개팅이 그 다음의 만남으로 또 이어지는 일은 내게 좀처럼 없었는데, 또 만나자, 라는 제안을 받으면 '더 좋은 분 만나세요' 하고 거절을 해왔었는데, 이 사람은 더 만나도 될 것 같았더랬다. 그는 뭐라고 했더라, 한 번 더 만나도 될 것 같지 않아요? 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래서 그래, 하고는 두번째로 만났던 거다. 그의 직업이 정확히 뭐였는지 모르겠는데, 가끔 교대로 밤을 새서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나를 만나러 오던 토요일, 그는 오전에 퇴근해서 자다가 깨야할 시간에 깨지 못했고, 그래서 약속 시간에 늦었다. 아침에 퇴근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하고는 괜찮다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그가 책을 들고 있더라. 흘끗 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었다.



이병률의 끌림이네요?



나는 아는 척을 했고, 그는 네, 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괜찮더라고요, 하고서 나랑 상영관을 향해 걸었는데, 진짜 별 거 없었는데, 그가 이병률의 끌림을 들고 있는 걸 보니까, 다시 만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 다시 안만나겠네, 하는 생각.


순간적이었지만 어쨌든 그랬는데,

그러고나서 영화를 봤고(뭐 봤는지도 모르겠고 그 남자의 이름도 성도 기억이 안난다), 맥주를 마시러 갔다. 세계맥주집 이런 데였는데, 맥주는 맛있었고, 그리고나서 커피를 마시러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는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점심시간에 다들 점심 먹으러 나가면 혼자 집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했다. 그 시간이 참 좋다고. 그리고 아메리카노는 정말 맛있지 않냐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개팅에서 두번째 만남에 이르기까지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꼬박꼬박 연락을 해왔는데, 처음에는 전화를 해서 너무 깜짝 놀랐더랬다. 출근길인데, 전화가 오는 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전화를 안받았고, 그에게 '전화한거 맞냐'고 문자메세지로 물었다. 그는 맞다고, 출근 잘 하라고 한 거라고 했다. 아놔 진짜 ㅋㅋ 나는 전화통화 짱 싫어하고, 특히나 지하철 안에서나 버스 안에서 통화하는 거 짱 싫어해서, 지하철 안에서 통화하는 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출근 잘해라, 퇴근 잘해라 같은 걸 문자메세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연락하다가 두번째 만남에 이른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람도 착하고, 뭐랄까, 예의가 바르고 잘 하려는 사람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데이트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에서 이 남자가 또 전화를 하는 거다! 


아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좀 하지말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전화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집에 잘 들어가라고 하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계속 만나도 될 것 같지 않아요?



아...이걸 어째 .............. 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아니요.



그는 왜그러느냐고 내게 물었고, 나는 우리가 잘 안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우리는 잘 맞는 것 같다고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고싶지 않다고 했고, 그는 알겠다며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사람한테 '아니오'를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대체 뭘 바랐던걸까? 왜 그에게 아니라고 말했을까? 어쨌든 이름도 얼굴도 생각이 안난다..몇 살 때 만난 남자인지도 모르겠어...



아, 오만년만에 이 남자 생각을 한 건 이병률의 신간 때문이었다. 그 남자를 만나고난 후부터 이병률만 보면 그 남자 생각이 나는데, 아, 이병률의 신간, 작가소개 보고 빵터진 것이다.



내가 칭찬할 게 아니라서 책 링크는 걸지 않겠다. 어쨌든 그 책의 작가소개가 이렇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발이 오글거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떻게 저런 작가소개를 쓸 수 있을까. 나와는 정말 영혼의 결이 다른 사람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너무 싫은데, 마지막에 '심지어 꽃을 자주 꺾으니 도둑이다' 이건 정말 압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우, 내가 막 도망가고 싶다. 꽃 꺾지마세요, 아니, 알만한 양반이 꽃은 왜 꺾어요..........



어휴, 적응 안돼, 완전 나랑 영혼의 미스매치...


저 작가소개 보면서, 그때 그 소개팅남과 그 다음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끌림]때문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어쩌면 이런 영혼의 결과 닮아있었던 게 아닐까.......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해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손발이 오글거려서 책 링크도 못하겠는데, 엄청 인기 있는 작가니까. 글이란 것도 무릇 취향을 타는 것이니, 저 작가소개에 하트뿅뿅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 나는 진짜 아니올시다... 어휴.......


저 작가소개 보고 오래전의 소개팅남을 생각했다.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겠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제가 연애하고 싶은 남자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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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8-26 16:27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병률작가는 어떤 작가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소개를 보니, 이해가 가는군요ㅎ
오글수준이 아니라 소름돋네요ㅎㅎ

다락방 2016-08-26 16:31   URL
저건 감성이 풍부한건지 자기애가 넘치는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해할 만한 글은 아니에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저 작가소개 보고요. 하하하하하

고양이라디오 2016-08-26 16:59   URL

`어떤 책을 읽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 인가요ㅠ? 저도 왠지 두렵네요ㅎ;

다락방 2016-08-26 17:12   URL
아, 꼭 그렇진 않고요. 저는 저렇게 오글오글하는 게 제 타입이 아니라 그런 것 같아요. 이병률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잖아요. 인기도 엄청 많고. 팬도 엄청 많아요. 잘 팔리고 많이 읽힌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무언가를 건드린다는건데,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사람들도 읽는 걸테고요. 다만, 제 생각은 건드리지 못하고 오글거림만 건드렸어요. 아하하하하.

고양이라디오 2016-08-26 17:21   URL
이병률작가가 그렇게 인기가 많나요? 몰랐네요ㅎ 성함은 언뜻들어본것같은데ㅎ

다락방 2016-08-26 17:47   URL
모를 수도 있죠. 나름 유명한 여행작가라고 해야하나 에세이스트라고 해야하나. 아, 시인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팬 많은 작가에요. ㅎㅎ

비연 2016-08-26 16:50   댓글달기 | URL
˝아니, 알만한 양반이 꽃은 왜 꺾어요..........˝ 이 부분에서 빵터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8-26 17:10   URL
작가소개가 너무 허세허세 하죠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8-26 17:28   댓글달기 | URL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읽고나서 바로 팔았던 기억나네요. 그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너무 잘 알겠어서 싫었는데 점점 그 쪽 감성만 극대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16-08-26 17:45   URL
저는 끌림 읽고서 음... 이런 작가군, 하고는 그만뒀어요. ㅎㅎㅎㅎ 감성이 극대화되어서 허세가 되는 것 같아요. 하핫

꿈꾸는섬 2016-08-26 18:12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빵 터졌어요.ㅎㅎㅎㅎ
ㅡ아실만한 양반이...

저였다면 아마도 그 남자 다시 만났을거에요. 전 그런 남자가 좋더라구요.
근데 지하철 출퇴근 시간 전화는 저도 별로요.ㅎㅎ 문자는 괜찮지만요.

이시인님 직접 만나시면 어떻게 행동하실까 마구 궁금해져요.^^
재밌어요.


2016-08-26 18:22   댓글달기 | URL
전 저 소개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ㅋㅋ
끌림을 읽는 남잔 저도 안 만났을 거 같구요 ㅎㅎ
링크거셔도 재밌을거 같은데요^^


시이소오 2016-08-26 19:05   댓글달기 | URL
끌림을 읽는 남자, 끌리지 않는다는거. ㅋ 이 페이퍼의 교훈이네요. 이병률 작가는 분명 사람을 오글거리게 하는 묘한 재주를 가지신듯 ㅎ ㅎ

2016-08-26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7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8-27 08:25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데 어떤 이 십대 초반? 암튼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 둘이서 이병률의 `끌림`책이 어딨냐고 사서에게 묻길래 곁에 있다가 누구지?? 나만 몰랐나?싶어 그책이 반납됐을때 냉큼 찾아서 읽고 음~괜찮네~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찾아 읽을만 했네~~공감했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병률의 `끌림`은 분명 기억은 나는데 그책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거에요ㅜ
두고두고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책들은 내겐 좀 별로였었나?
뭐 그런생각들을?^^

이병률작가는 도둑이 아니옵니다
제마음의 꽃을 꺾지 못했어요
ㅋㅋㅋㅋ
작가소개는 마지막 단원만 빼고 앞에 두 문단은 개인적으론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인 것같아요ㅋㅋ
하지만 현실에선 오글거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글속에서 영화속에서 마구 오글거림은 용서를 많이 해주죠ㅋㅋ

moonnight 2016-08-27 22:02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화 싫어해요.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이병률 작가 책도 두어권 읽고 안녕을 고했는데, 저런 작가소개는 정말..ㅎㅎ;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나봐요.^^;

마태우스 2016-08-28 13:29   댓글달기 | URL
뭇 남자들이 다락방님 앞에선 귀여운 남자가 되네요^^ 이병률처럼 작가소개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음 또 지하철에 있을만한 시각에 전화하지 말자는 교훈도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이번에 생일때문에도 책선물을 엄청 받았고 또 내가 그동안 사둔 것도 있고 해서, 진짜 읽지 못한 책들로 인해 숨도 못 쉴 지경이다. 사방에서 나를 압박해오는 느낌. 너무나, 너무나 읽지 않은 책들이 내 주변에 가득해, 아아, 이걸 대체 언제 읽나...하는 답답함.... 선물 받은 책들도 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고, 내가 산 책들도 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들이다. 그런데 어제, 자, 이제 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책장 앞에 섰는데, 아아, 읽고 싶은 책이 하나도 없어....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 사둔, 그렇게 선물 받은 이 많은 책들중에 왜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없지? 어째서? 왜 때문에?? 아아, 나는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을 떠올렸다. 거기, 내가 아직 사지 않은 바로 거기에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당장 결제할까, 지금 당장???

그렇지만, 지금 내가 쌓아둔 책들도 다 그렇게 내게로 온 책이 아닌가.....



어쨌든 책장 앞에 가서는 책을 하나 골라서 빼들었다. 그리고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너무 신났다! 


















나는 항상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하는 쉬운 책이 나오기를 바랐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 페미니즘을 좀 더 알고 싶은 사람들, 누가 됐든간에, '도대체 페미니즘이 뭔데?' 하는 궁금증으로 골라들었을 때,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쉽게 이해될만한, 그런 책. 누가 읽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바로 그런 책. 그간 내가 여러 권의 페미니즘 책을 읽었고 또 읽고 있는데, 내 마음에 흡족한 그런 쉬운 책이 없는 거다. 용어들이 낯설거나 학술적으로 접근하거나 이미 페미니즘에 익숙한 사람들이 써둔 책은,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접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려울테고, 어려우면 읽다가 포기하기 십상인데, 이렇게 내 마음에 쏙드는 책이 없어. 실제로 그 좋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도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내가 봤다 ㅠㅠ 그래서 쉬운 책, 모두가 팔랑팔랑 넘길 수 있을만한 책, 을 간절히 바랐던 거다. 


내가 원하는 이런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급기야 '내가 쓰자!'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냥 내가 쓰자, 내가 쉬운 책을 쓰는 거야,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내가 쓰는 거야!!!



이 생각을 하는 나는 멋졌지만, 나는 내가 쓰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란 것을 또 바로 깨달아가지고 ㅋㅋㅋ 여태 못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무슨 페미니즘 책을.... ㅋㅋㅋㅋㅋ 안돼, 그만둬, 무슨...됐어.... 이러고 급포기했는데, 아아, 벨 훅스 님은 정녕 짱이십니다! 어제 서문 읽다가 완전 빵터져서 좋아했다. 최고최고!!



내가 이 자그마한 안내서를, 20년 넘게 갈망하기만 하던 책을 마침내 쓰게 된 것은 이런 남자들-늙었거나 젊었거나 간에-을 위해서이고,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해서이다.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서문, p.11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나랑은 클라스가 다른 분이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 멋지심!! 아, 어제 자기전에 잠깐 봐야지 하고 들춰봤다가 너무 신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이 책을 절반쯤 읽은 지금, 이 책이 벨 훅스가 쓰고 싶었던 그런 쉬운 책이 아니라는 것은 함정... 페미니즘에 대해 처음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이 이 책의 책장을 잘 넘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온게 2천년대 초반인데, 지금은 이것보다 접근이 더 쉬운 책들이 여러권 있다. 이 책은 그 책들 다음으로 읽는 게 좋을 듯하다.



















아 너무 멋져, 벨 훅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책이 나오질 않아 자신이 직접 써버리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자기가 할 말은 자기가 해야 하는 게 진짜인듯하다. 가장 잘 전달되는 듯하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미 온건한 페미니즘이란 기준을 세운 사람과 또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만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피로한가를 나는 최근에 여러차례 깨달았다. 그러다가 어제는 '이민경'의《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해를 시키려 노력한다는 말묘하게 모순입니다이해란원래 시키는 게 아니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21)


내가 왜 그들을 이해'시켜야'하지? 내가 왜 거기에 일일이 대답하면서 이해시키려고 해야하지? 이해는 '하는'거지 '시키는'게 아니잖아? 이미 자기가 보는 것만 보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한테 말을 하는 건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나는 피로를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피로하지 않기를 선택했다. 이해하지 않는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하다니, 너무 어리석었다. 이해시키려고 애쓰지 말고, 내버려두자. 피곤해... 누군가의 이해를 '돕는 건' 내 선의이고, 나는 피로하므로 그 선의를 택하지 않겠다.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사람들과만 섞여 살아도 한 세상은 부족해...





읽을 책이 많아도 당장 읽을 책은 없는 것도 신기한데,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너무나 책을 읽고 싶은 것도 신기하다.

어제는 집에 가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너무나 지치고 피로해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진짜 1도 안났다. 그래서 멍때리다가 스맛폰만 들여다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했는데(you call it love!!), 오늘 회사에 출근해 내 앞에 쌓인 일들을 보노라니, 오, 너무나 책을 읽고 싶고 너무나 글을 쓰고 싶다. 요즘에는 알라딘 탈퇴를 많이 생각하는데,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어떻게 나가버리나 싶다. 크- 여기에 너무 오래 있어서 뭘 어떻게 바꾸기가 참 거시기하다... 어쨌든, 일이 많을 때 글 쓰고 싶고 책 읽고 싶다는 게 나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일을 해, 일을 하란 말이닷!!

아, 어쩐지 책도 한 바구니 사고, 페이퍼도 하나 써야, 그때야 비로소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야..



다시 처음의 《행복한 페미니즘》얘기로 돌아가서, 이 책이 절판이라 무척 아쉬운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나올 거다'라는 믿을 만한 소식을 접했다. 나의 정보원...  ♡ (아, 물론 내가 이거 다시 내달라고 얘기했다 ㅋㅋㅋ 제일 멋진 건 나임 ㅋㅋㅋㅋㅋ)


노란색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는데, 밑줄긋기는 이 책을 다 읽으면 한 번에 올려야겠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오늘 할 일이 많아.

사무실이 주말에 이사를 하는데, 이사준비로 바쁘다. 어제도 퇴근후에 짐을 싸는데, 아아, 나에게는 왜 개인적인 짐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그리고 책들.......분명히 다 치웠었는데 왜 또 여기저기에 나의 책들은 쌓여있는가......왜지..... 


그나저나 한여름에 이사라니...벌써부터 끔찍하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주소지도 바꿔야겠지....아 귀찮아.........



자, 이제 글은 썼으니, 장바구니 한 번 털러 가볼까. 그래야 일을 시작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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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8-25 12:15   댓글달기 | URL
제가... 작년 이맘땜쯤인가요.. 이 책을 읽고 나서 페이퍼 제목을 이렇게 뽑았더랬죠..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저 역시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ㅎㅎ
저도 벨 훅스의 서술 방식이 좋더라구요. 너무 건너뛰지 않고요. 제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배경을 이해하지 못해서이죠. 정희진님은... 사실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많죠. 그건 무엇보다 그 분의 문체가 가지는 강력한 파워때문인듯해요~~ (물론~~ 저의 경우예요^^)

부탁 사항:
1. 피곤한 사람들은 그냥 놓아두시고 ㅎ
2. 페미니즘 책! 아주 좋은 생각이구요
3. 알라딘은 떠나지 마시고~~~
4. 이사... 아이고... 조심조심~

다락방 2016-08-25 12:24   URL
저는 정희진님의 글이 참 좋은데,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단 대상화라든가 하는 단어 자체에서 접근을 쉽지 않다고 여길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악어 프로젝트]가 참 대상화를 잘 그려줬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링크한 책들을 읽어본 뒤에 벨훅스와 정희진으로 넘어가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벨 훅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책이 나오질 않으니 직접 쓰겠다고 하고 써버리다니,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ㅎㅎㅎㅎㅎ 충분히 제목으로 뽑으실만 합니다.

이사.. 너무 귀찮아요. 어휴 귀찮아. 이 더운 데 이사라니.. 이긍... 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은 제가 진짜 역량이 안되는 것 같고요, ㅎㅎ
알라딘은, 있을 만큼 있어보자와 그냥 나가버리자 이런 생각이 왔다리갔다리 해서, 변덕이 막 ㅋㅋㅋㅋㅋ 지금 그냥 제가 좀 전반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보약을 한 재 먹어야겠어요, 보약을.... ㅎㅎㅎㅎㅎ

그저좋은모리군 2016-08-25 12:12   댓글달기 | URL
벨 훅스는 책을 아주 쉽게 쓰는게 최고 장점인거 같습니다. 다소 온건한 것이 아쉽고.

다락방님은 여기에 이렇게 계속 글을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

다락방 2016-08-25 12:26   URL
벨 훅스 책을 즐겁게 읽고있긴 한데,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이 쉬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전 좀 더 쉬웠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링크한 책들을 읽은 후에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소 온건한 것이 아쉽다고 하는 모리님이라니, 아, 모리님 좋아요! ♡

말씀해주시기 전에는 몰랐는데, 맞네요, 모리님, 저 여기에 계속 이렇게 글 쓰고 있네요. 고마워요, 알려주셔서.
:)

시이소오 2016-08-25 13:21   댓글달기 | URL
역량이요? 록산게이보다 다락방님이 역량되시지 않아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

다락방 2016-08-25 13:32   URL
아니 시이소오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님 좋은 분이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8-25 13:58   URL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저는.....
좋은 사람이죠 ^^

2016-08-26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8-26 09:17   URL
전화번호도 주세요!!! ㅎㅎ

2016-08-26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8-26 09:38   URL
네, 좀 기다려주세요.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니까, 다 읽고 보내드릴게요. 훗.

2016-08-26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6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6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6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6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물고기 2016-08-26 14:12   댓글달기 | URL
읽은 책과 안읽은 책을 책장을 따로 구분해놓는데 저도 막상 읽어볼까 제목들을 보면 땡기는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있는 책을 사죠 ㅋㅋ

다락방 2016-08-26 14:14   URL
역시 지름이 답입니까... ㅎㅎㅎㅎㅎ 안그래도 지금 손이 근질근질 해요. 지르고 싶어서요 ㅋㅋㅋㅋㅋ

2016-08-26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8-28 13:30   댓글달기 | URL
요즘 페미니즘 책이 잘팔리는 게 메갈리아 덕분이니, 메갈리아가 우리 사회에 큰 공헌을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사IN 제467호 (2016.08.27)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월간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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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제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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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6-08-26 00:09   댓글달기 | URL
예전 천관율기자님이 쓰신 일베에 관한 데이터 분석기사를 인상깊게 읽었거든요. 시사인 IN 지난 호의 칼럼을 문제삼아 남자 독자들이 절독을 하겠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번호에선 천관율기자님이 메갈리아에 분노한 남자들의 데이터 분석 기사가 나온다고 하길래 오늘 사서 읽어보았어요.

다락방 2016-08-26 08:13   URL
우와 블랙겟타님도 읽으셨군요! 저는 일베 분석 기사를 대충 읽었던 것 같아요.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블랙겟타님 댓글 읽으니 그 기사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 시사인 작년부터 모아두고 있으니(없는 것도 있지만)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이번 분노한남자들에 대한 기사 좋았어요.

2016-08-26 03:28   댓글달기 | URL
이걸 분노/한남/자들 이라고 읽고 분개했다는 남자들 얘기 듣고 진짜 빵터졌어요 ㅋㅋ

다락방님이 찍어주신 사진보니 이번주 시사인 사서 기사전문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6-08-26 08:17   URL
롸 님, 전문 읽어보세요! 이 기사 때문에 절독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롸 님은 사서 읽어주세요!! ㅎㅎ

저는 메갈이나 워마드에 흥분하고 분노하는 남자들보고, 이 사람들은 현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구나, 그저 화가 나는구나... 싶었는데, 이번호 시사인을 보니 역시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게시판이 생겨나고 왜 그런 극단의 발언들을 여자들이 쏟아내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이런 싸가지없는 발언을 하다니, 나쁜 것들, 내가 정의로운 사람이라 다른 건 그냥 봐주려고 하지만, 이렇게 막말하면 안되지!! 하는 게 느껴져서, 좀 슬펐어요. 들을 생각은 없구나, 하고 말이죠.

이젠 말하기도 싫어요..피곤해요...
 

J 는 4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할 줄 안다. 나는 그런 J 가 너무 근사해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하게 됐니?' 물었더니, '미친듯이 단어를 외웠다'고 J 는 내게 답했다. 그 답도 신선했다. 잘하는 건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말해주어서. 그게 몇 년전 우리의 첫만남 때의 대화였는데, 그 후의 J 는 그 뒤로도 불어와 일어의 회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는 스페인어에도 관심을 가진 것 같다. J 는 어느날의 편지에 커피와 와인을 보면 네 생각이 난다, 고 적어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외국어를 대할때면 J 생각이 난다. '이윤 리'의 《천년의 기도》를 읽다가도 J 를 떠올렸고,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을 읽다가도 J 를 떠올렸다. J는, 통역과 번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에 능숙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히,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뜻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boy 란 단어를 사전을 찾아 보기도 한다고 했다. 잘한다는 건, 괜히 잘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잘하는 게 있다면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인 것도 같고.



이 책, 《디어 슬로베니아》를 읽으면서 또다시 J 생각이 났다. 시인 김이듬은 92일간 슬로베니아에 머무르면서 그 때 느꼈던 것들을 이 책 한 권에 적어놓았다. 슬로베니아에 92일간 머무르면서 김이듬은 그곳 대학 학생들에게 한국 문학을 강의했다고 한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강의를 할 수 있다니, 그 먼 데서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니, 엄청 멋있다고 생각하며 읽어가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술은 라키아rakya라고 하는 한국의 소주 같은 술로 배나 감 같은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40도다. 나는 이곳의 우니온Union 맥주를 좋아했다. 술맛이 좋아 연신 마시다 술에 취하면 덜컥 모국어가 그리워졌는데, 사고의 도구가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면 한국에서는 잘 듣지도 않는 최신가요를 찾아 틀어놓거나 한국 시인의 시집을 들춰보는 것으로 그리움과 생각의 결핍을 메우곤 했다. (p.137)

















외국어를 더 많이 쓰는 곳에서 지내면서, J도 가끔은 덜컥, 모국어가 그리워질까? 사고의 도구가 모자라는 느낌을 받을까? 그럴 때면 평소 즐겨 듣지 않던 가요를 듣기도 하고, 한국 시인의 시집을 들춰보기도 할까? 




너도 나를 떠올리며 나와 같이 마음 서쪽 창가가 붉어지는지, 우리의 기억을 창밖으로 밀쳐버렸거나 말려죽이지 않고 작은 화분 붉은 꽃처럼 가끔 들여다보는지 궁금하구나. (p.233)




슬로베니아에서의 생활에 대한 글과 사진 외에도 김이듬은 자신이 그곳에서 읽었던 시들을 적어두기도 했는데, '프랑시스 잠'의 시를 가만, 읽었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다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상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프랑시스 잠,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 곽광수 역, 민음사(1995)




김이듬은 크리스마스 이브도 슬로베니아에서 보냈다.

나도 언젠가는, 생애 한번쯤은, 여기가 아닌 먼 곳에서, 완전히 다른 곳에서, 낯선 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일단 회사를 관둬야 되는데....



아 글을 더 못쓰겠다. 아름다운 풍경이 잔뜩 있는 사진 보면서 책 읽었는데 마음이 너무 이상해.......왜이러지 ㅠㅠ 역시 보약을 먹어야 하나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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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8-24 12:13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깐 오래전에 중앙대에 인디 영화보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어느 한 여학생이 영화관가는 길 벤치에 앉았다 일어났다하면서 불어를 큰 소리로 외우고 대화하듯이 하던 모습이이 생각나네요. 학교 후미진 곳이라 학생이 큰소리로 불어발음을 해도 누가 뭐라 할 장소는 아니였던 곳이었고 아마 그 학생도 그런 이유로 그 장소를 선택했겠지만, 저는 엄청 인상적이었어요.네개국어나 하는 제이가 부럽네요~

다락방 2016-08-24 14:11   URL
일단 어느 하나의 외국어를 습득하고나면 다른 외국어를 더 습득하기가 수월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언어공부라든가 언어감각에 기을 닦아놓는다 해야할까요. 그래서 외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외국어를 여러개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여러개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친구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잘하기 위해 공부하는 건 전혀 안하고 있어요. 하아- 전 공부가 싫어요 ㅠㅠ 노력이 싫어요 ㅠㅠ

clavis 2016-08-24 14:15   댓글달기 | URL
보약 프로젝트 짜봐야 겠어욤ㅎ

다락방 2016-08-25 08:33   URL
지금은 초코파이 먹으려고요. 초코파이 싫어하는데 지금 제가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좋은모리군 2016-08-24 15:49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중국어로 이백의 시를 읊은 사람을 보고 반한 적이 있어요. 스페인어로 시를 읊는 영화를 보고 스페인어 교양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외국어를 들으면 확 끌리는데 읽고 쓸만큼 제대로 익혀본적이 없네요. 저는 언어와 제대로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나봐요. 부러워요 언어를 잘하는 재능은 정말이지.

다락방 2016-08-25 08:34   URL
저는 언어를 짝사랑하는 것 같아요. 함께 사랑에 빠지지 않는 대신요. 외국어 너무 하고싶고 좋고 잘하면 멋지고 그런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요. 단순히 갈망하는 건가봐요. 머릿속에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생각만 있고 ㅎㅎㅎㅎㅎ
저는 언어를 잘하는 재능도 부러운데, 수학문제 잘 푸는 재능도 엄청 부러워요. 제가 그런 거, 수학 문제 풀고 이런 거에 페티쉬 비슷한 게 있는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전 애인이 수학문제 풀다가 사진찍어 보내주면 제가 환장하고 좋아했어요. 나란 녀자... ㅎㅎㅎㅎㅎ

그저좋은모리군 2016-08-25 12:26   URL
제가 기하학이 취미인데 언제든지 그런 사진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8-25 12:32   URL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08-24 16:45   댓글달기 | URL
저는 홍삼을 먹어보려고 합니다 ;ㅂ;

다락방 2016-08-25 08:35   URL
홍삼은 확실히 도움이 될까요?

제가 스물다섯일 때 삼십대 중반의 남자를 사귄 적이 있는데요. 이 남자가 어디 장거리 운전을 하려고만 하면 운전하기 전에 홍삼드링크를 사서 마시더라고요. 갑자기 그생각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벌써 십오년 전의 일이니, 그 남자는 가만있자....엄청 늙었겠네요. ㅎㅎㅎㅎㅎ 둥그렇게 배가 나왔을까요? 아, 홍삼..

저는 너무 열이 많아서 홍삼은 안될것 같아요. ㅠㅠ

hellas 2016-08-25 13:30   URL
코엔자임큐텐이 좋다고 많이들 추천했는데 전 혈압이 낮아 안먹는게 낫겠더라구요. 홍삼이 아재스런 추억이 있으시다면 코엔자임어쩌구를 추천합니다:)

다락방 2016-08-25 13:31   URL
아, 저도 저혈압 ㅠㅠ
저 지금 먹는 비타민들이 있는데 ㅎㅎㅎㅎ 일단 이것만이라도 열심히 먹어야겠네요. 우리 건강을 반드시 지키도록 해요!!

hellas 2016-08-25 13:33   URL
유일하게 챙기는건 루테인과 유산균... 이 두개도 벅차요. 맨날 이자뿔고;ㅂ;

다락방 2016-08-25 13:38   URL
저는 남동생이 루테인과 오메가 사뒀는데 그건 못챙겨먹고요,
인터넷으로 그냥 여성종합비타민 검색해서 그거 먹고 있어요.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검색해서 좋다길래 주문하고 먹고있어요. ㅎㅎ 아직 저한테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먹긴 해야할 것 같아서..
프로폴리스도 사뒀는데 안챙겨먹게 되네요. 있는 것만 잘 챙겨 먹어도 좋을텐데 ㅠㅠ

clavis 2016-08-27 05:55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책 왔습니다ㅠ아껴가며 읽고 있어요 여기에서처럼 생활의 활력소가 되네요 비타민 마니 챙겨드시구 늘 기쁘시길ㅡ아 샘솟는 팬심ㅎ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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