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장바구니에 어떤 책을 넣고 어떤 책을 빼느냐로 고심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어쨌든 샀다.




그러자 냄비받침이 왔다. 내가 선택한건 선셋파크였는데, 오 너무 예뻤다!!



뭔가 얼굴 작아보이는데, 전혀 아니다. 이 사진을 찍어놓고 나도 놀라서 오, 나 얼굴 작어? 하고 이 냄비받침 들고 남동생한테 가서 얼굴을 가려봤다. 이렇게 똑같이 나온다. 대각선으로 들고 약간 떨어져서 가리면 누구나 다 가려진다. 아, 내 얼굴이 작은게 역시 아니었구나, 걍 얼굴 커도 가려지는거였어... 혹여라도 얼굴이 작을거라는 오해를 할까봐 노파심에 밝혀둔다. 어쨌든.


냄비받침이 너무 예뻤고, 나는 선물용으로 이 냄비받침을 하나 더 받기 위해 또 책을 샀다.




어제 도착한 이 책들은 당연히 아직 읽기 전인데(아, 맨 위에 두 권은 읽었다!!), 그래도 이 책들중에 어떤 책은 다 읽고난 뒤에 누군가에게 선물해야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저기 저 《불로의 인형》을 구매하면 얄딱꾸리한 음료를 덤으로 줬다. 이런거였다.



이게 ... 뭐냐... 본 적도 없고 수상하게 생겨서 나는 당연히 버릴라고 했다. 뭔가 수상해 내가 먹을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엄청나게 소중하고, 그러니 정체가 불분명한 남자와 연애할 수 없으며, 같은 이유로 정체가 불분명한 음료를 마실 수 없다. 물론 이 이벤트를 기획한 출판사나 알라딘이 독자에게 먹고 정신 날아가는 음료를 줬겠느냐마는, 여하튼 수상하므로 버리자, 라고 생각했다. 내용물은 따라 버리고 캔은 재활용!! 


그런데 이 캔의 뚜껑을 따려다가 저 겉의 포장이 임시로 붙인거란 걸 알게됐다. 그건, 이벤트를 위해 '만든'게 아니라 기존의 음료에 포장만 덧붙였다는 의미가 아닌가. 오호라, 그렇다면 수상쩍은 음료가 아닐지도 몰라. 네 정체를 밝혀랏! 나는 저 종이를 힘을 주어 뜯기 시작한다.




오, 그러자 아는 음료가 나왔다. 참 착하네요~ 라고 수지가 노래 부르는 바로 그 음료가 아닌가!! 그런데, 이거 캔으로도 나오는 거였어?



그러므로 이 음료를 마시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내가 오늘은 원기왕성하니 보류.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고 기력이 떨어져서 나의 육체가 비타민을 넣어달라고 하면, 그때 마시도록 하겠다. 그럼그렇지, 수상쩍은 걸 줄 리가 없지. 하하하하하.


사실 나는 이런 비타민 음료를 사마시지 않는데-내가 사마시는 액체라고는 술,커피,물이 전부-, 저거, 진짜 비타민 들었냐? 먹으면 막 불끈불끈 해지나? 머리도 총명해지고? 수지는 믿어도 좋은가? 흠. 모를 일이다.







 
 
고고씽휘모리 2014-09-19 15:18   댓글달기 | URL
불로의인형 오늘 다 읽어가요~ 뭔가 영화같네요 ㅎㅎㅎ 얼굴도 작고 손도 예쁜걸요~ (속닥 : 다락방님 음료 겉에 내용물 이름이 적혀있어요...)

다락방 2014-09-19 15:56   URL
궁극의 아이도 되게 영화같아서 재미있었지만 제가 딱히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불로의 인형도 영화같단 말인가요. 흐음... 여튼 여기저기서 다들 재미있다고 하네요. 어제 친구가 저한테 막 강추강추 했어요. ㅎㅎ

얼굴은 되게 커요 휘모리님. 누군가한테 얼큰이라고 불렸던 적도 있어요.(비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은 족발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음료 겉에 내용물 이름이 적혀있는게-비타 블랙 말씀하시는거죠?- 그러니까 자기들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서 적은건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고씽휘모리 2014-09-19 17:16   URL
네 영화시나리오 같아요. 음... 뭐랄까 재미는 있는데 제게는 자기만의 분위기나 스타일이 느껴지지 않는 작가예요.. 제 취향은 아닌걸로 ㅎㅎㅎ

다락방님 저도 먹어도 될까 엄청 고민하면서 마셨어요 음허허허

다락방 2014-09-19 17:51   URL
저는 《궁극의 아이》도 엄청 추천 받았는데 읽으니까 재미는 있는데 제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신간도 관심 없었는데 또 엄청 추천을 받아가지고 그래, 한번 더 보자...했다능. ㅎㅎ 지금 읽는 책 다 읽고 시작할겁니다. 훗.

휘모리님도 저 음료 받고 고민하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르고숨 2014-09-19 22:23   댓글달기 | URL
책 구성이 무척 멋져요. 종의 기원을 읽다, 계간문학동네, 밀양을 살다,,, 모두요. <리스본>도 드디어 사셨네요!
다락방 님과 동생님, 무척 닮은 손!이에요. 아름답습니다. (족발 아닌데효;;?)
금요일 축하합니다- `얄딱꾸리한` 음료가 숙취해소용으론 제격일 듯요.ㅎㅎ

2014-09-20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9-20 20:57   댓글달기 | URL
얼큰이라니 믿어지지 않아용^^
머리결도 고와라~~~
저도 선셋파크 받침 있는데 볼수록 참 예뻐요!
 
싱고,라고 불렀다 창비시선 378
신미나 지음 / 창비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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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아마도 첫 연애였다면, 그래서 아마도 나는 그토록 혹독히 앓았나보다. 이런 사람을 어찌 또 만나려나, 이런 감정을 또 어찌 느끼려나, 내가 앓았던 시간은 길고도 길었고, 그 긴 시간동안 나는 혹여라도 그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하는 기대감으로 지냈다. 그 시간은 너무도 길었고, 내 앞으로의 날들에도 역시 그를 향한 그리움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체 그게 아니라면 또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어린날 내가 만난 그 남자가 진짜 남자였고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뜨거운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다른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설사 다른 사랑을 해도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만큼 사랑할 수 없을거라고 감히 단언했다. 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얼마나 위험한가.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를 당연히 잊었으며, 웬걸, 우리가 했던게 정말 사랑이긴 했나, 하는 자조 섞인 중얼거림도 찾아왔다. 그거, 사랑도 뭣도 아니었던 것 같어, 라는. 심지어 그를 사랑(이라고 생각했지, 그때는)했던 것보다 더 큰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생기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면서, 무시로 떠오르던 그는 어느 순간, 억지로 기억하려고 해야만 기억나는, 애를 써야만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옛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첫 연애는 옛일이 되었다.




옛일



해마다 잊지도 않고 공양하나

저 꽃들, 보노라니

어쩌나 

죽어도 너를 못 잊는다는 약속은

거짓이었어라



너 없어도 찢어진 살 위에 새살 돋고

밑이 젖는 내 몸 봐라

어쩌나

향불 한올 피우지 못하고

너는 이제 강가에 던진 돌이나 되었는데



내 슬픔만으로 꽃 모가지 하나 꺾을 수 있느냐

산비알에 독짝 하나 굴릴 수 있겠느냐



내가 너를 어찌 잊어

어찌 잊을 수가 있어

지글자글 타는 자갈밭 맨발로 걸으며

울던 내 낯도 옛일, 다 옛일




한번은 같이 바다를 보았었다. 달무리를 보고 꽃게찜을 먹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던 일이 그 바다에 있었더랬다. 환한 대낮에는 방파제 위에 훌쩍 그가 올라섰고, 질 수 없어 내가 올라섰다. 폴짝 폴짝 그가 이 방파제에서 저 앞의 방파제로 발을 옮길때, 그러나 나는 그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곧 울 것같은 목소리로 못해, 하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는 다시 폴짝 폴짝 내 앞으로 와, 무서워 벌벌 떠는 내 손을 잡고 육지로 데려왔다. 나는 폴짝폴짝 방파제를 넘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는 폴짝 포올짝 더 먼 데로 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일도 옛일, 그 앞에서 못한다고 주저 앉았던 나도 아주 머언- 옛날의 나. 방파제 앞에 선 그 당시의 내 가슴속엔, 그때는, 가득했던 사람도 옛, 사람.




파랑파랑파랑파랑파랑



방파제만 따라 걸었네 병신같이 미쳐 걷고파, 가닥진 머리칼에 미역 냄새 풍기고 배꼽에 잔디씨처럼 까만 때는 끼어서



내 속에 작은 파도 밀려온 적 있었네



네 두 손을 꼭 끌어다 가슴에 대고 녹을 듯이 몸이 젖었던 생각만 되풀이하던 그때, 그날들의 눈 먼 물보라





오이지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제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게 미안했다





잊혀진 옛일이 있고 잊혀진 옛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직 잊혀지는 중인 사람이 있고 그렇게 옛사람으로 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잊으려고 노력해도 의지로는 되지 않는 것처럼, 잊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잊혀지는 것 역시 의지로는 되지 않는 일. 나는 그런대로, 되는대로 내버려두겠지만, 혹여 내가 아직 당신을 못잊어 내 꿈에 당신을 초대하거든 당신 역시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서도 같은 꿈을 꾸어 그 속에서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 인사를 나누고 웃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나는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꿈에서는 하도록 하자. 그리고 눈을 떠 아 이것이 꿈이었구나, 하고 알게 됐을 때, 바로 고개를 털지는 말자. 누운 자리에서 혹은 그렇게 앉은 침대 위에서, 조금쯤은 꿈을, 꿈 속의 서로를 생각하도록 하자. 하루를 몽글몽글하게 시작하는 게 나쁘진 않으니까. 그 시간이 혹여 자다 잠깐 깬 새벽이라면, 다시 눈을 감고 한 번쯤 더 만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칸나꽃 분서



절명을 꿈꾼들 저 꽃같이는 심장을 걸 수 없었네

계절은 매번 색다른 변절을 꿈꾸어왔으므로

이제 나를 거쳐간 연애는 미신이 되었다



돌아본들 유산 후에 돋는 입덧 같은 것이었나

꽃 진 자리 화기가 남아 피 더운 까닭은

용서하라, 눈 매워 혈서 한잎 흘려 쓰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그대, 한올 그림자마저 태우고 높이 떠나라

이 여름 다 가고 붉은 두근거림마저 지면

당신 눈짓과 살내를 곁에 두고 오래 잊을 것이라



화대처럼 받아든 이 시간에 불붙이고

연기도 없이 지등(紙燈)타는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





눈 감으면 흰 빛



살 무르고 눈물 모르던 때

눈 감고도 당신 얼굴을 외운 적 있었지만

한번 묶은 정이야 매듭 없을 줄 알았지만

시든 꽃밭에 나비가 풀려나는 것을 보니

내 정이 식는 길이 저러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 안팎에 당신 생각을 못 이기면

내 혼은 지읒 시옷 홑겹으로 날아가서

한밤중 당신 홀로 잠 깰 적에

꿈결엔 듯 눈 비비면 기척도 없이

베갯머리에 살비듬 하얗게 묻어나면

내가 다녀간 줄로 알아요, 그리 알아요




이별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이제 내게는 그렇게까지 혹독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별중이 아닌, 이별을 지나온 상태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또 이별을 맞이하게 되면, 이별은 언제나 혹독한 것이다, 라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를 일. 그러나 이 시집의 시인에겐 이별이란 언제나, 항상, 지금도 혹독한 일인가보다. 혹독히 앓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둔 흔적이 이 한 권의 시집이 되어 나온 것 같다. 이를 악물고, 아프지만 내가 지금 겁나게 아프다, 고 소리칠 수 없어 대신 시로 표현한 느낌. 나는 시인과 거의 나이차이가 나지 않지만, 다 괜찮다고, 모든게 지워지고 잊혀지는 시간이 원하지 않아도 오고야 만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시인은 그렇겠지, 하고 더는 대꾸하지 않은 채, 또 한편의 시를 써낼지도 모를 일. 


시는 감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시인에겐 그 감정이 넘치도록 많아, 뭔가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아니, 그것은 완결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책망이 아니라, 다 쓰지도 못해 기력이 빠졌구나, 라는 느낌. 시인이 아득하고 젖어있어서 덩달아 나까지 아득하게 젖어버렸다. 눅진한 시집, 눅진한 감상.



 
 
마태우스 2014-09-18 23:34   댓글달기 | URL
이런말씀드리는게 실례겠지만 정말 많은 만남을 가지셨던것같아요 그추억들이 님이읽은책과 결합해 아름다운글들로 만들어지고요 하나하나가 다 아름다운 시같습다

다락방 2014-09-19 09:46   URL
아하하하. 마태우스님. 많은 만남을 가지진 않았고요, 있는 만남을 재탕삼탕 우려먹고 있는 겁니다. ㅎㅎ 아름다운 글이라뇨, 제 글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죠. 그렇지만 고맙습니다!! 꾸벅 (--)(__)

자작나무 2014-09-20 10:46   댓글달기 | URL
그 수많은 남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나요...
 

"당신은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관계가 두려워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 나는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관계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 내 문제는 내 심장을 길바닥에서 떼어내는 거다. 하지만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우리 대화가 그녀의 옷이 마음에 안 드는 데에서 인생 자체가 우주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것으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에.

"당신이 페어팩스로 왔잖아요. 난 당신이 정말로 한 번 더 기회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맞아. 정말로 그래."

"그럼 왜 당신이 내 인생의 팔십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나는 당신 인생의 십 퍼센트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죠?"

"내가 더 작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내 팔십 퍼센트가 네 십 퍼센트와 같은 크기인 거지."

내가 대답했다

"당신은 채움을 두려워해요."

"네 말이 맞을 거야."

내 단점에 대한 설교를 들을 때에는 거기 맞춰주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바 있다. 어쩌면 그 설교에서 뭔가를 배울 수도 있다.

"당신도 헌신할 수 있지만 당신 마음이 진짜로 여기에 있지 않아요."

"그 말이 거의 정확한 거 같아." (p.411-412)

 

 

 

 

 

 

 

 

 

 

 

 

 

 

 

 

 

남자는 한 번 이혼했었고 지금 서른여덟 살이다. 여자는 스무살이고 '아직' 고등학생이다. 이 둘이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남자는 자신의 심장이 누군가에게 가기에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자는 이 점을 정확히 지적해낸다. 남자는 이 여자와 사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마어마한 나이차이를 보라- 여자는 그의 나이 같은 게 안중에도 없다. 여자를 돌보고 있는 여자의 이모와 이모부를 만나러 가는 게, 남자로서 부담되는 건 당연한데, 여자는 그를 소개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기만하다. 자신이 이토록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 한다거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모와 이모부 역시 그를 그대로 봐준다. 와인을 좋아하는 성인 남자로, 자신의 조카와 잘 맞는 남자로.

 

 

"북페어에 대한 이야기는 잘 먹혔어?"

이것이 그녀가 왜 시내에 가는지에 대하여 우리가 미리 짜놓은 알리바이다.

"그냥 시내에 갈 거라고만 했어요."

"누구랑?"

"당신이랑요."

스바루로 가는 동안 신발에 자갈이 걸렸다. 나는 카테고리에 관한 설명(어떤 남자, 어떤 나이 많은 남자, 친구, 어쩌다 만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설명은 없었다.

당신이랑요. (p.94) 

 

 

사랑이 뭘까.

사랑은 어떻게 구성되어질까.

사랑에 대한 정의가 모두 다르다면, 당신과 내가 사랑하기 위해서 그 정의는 서로에게 일치해야 하는게 아닐까.

만약 당신이 나의 팔십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당신의 십 퍼센트만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그때는 대체 어떤 식으로 이 사랑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한쪽은 좀 덜어내고 또 한쪽은 좀 키워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걸까. 그 노력은, 제대로 결실을 맺을까.

 

그러나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듯,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최대치가 십퍼센트일 수가 있다. 팔십퍼센트의 사랑이 있는데 그중에 십 퍼센트만 당신에게 썼다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내 안에 사랑이란 건 십 퍼센트밖에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신을 십퍼센트만큼 차지하게 둔다면, 그건 온전히 모두 다 당신에게 줘버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남자와 내가 대화할 때, 번번이 나는 그의 기억력에 감탄하곤 했었다. 어, 그걸 어떻게 기억해, 하고. 그는 항상 내게 말했다, 너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또한 그는 나에게 '지난번에 너한테 말했었는데' 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나는 그의 말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날 마주 앉아 그는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내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건 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맞는걸까, 맞지 않는걸까, 생각하느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 라는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그 말을 인정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내가, 그의 입장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내가 상대로부터 '너 머리 좋다, 그걸 어떻게 기억해' 하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반면에 나는 그에게 '이 얘기 우리 지난번에 했었는데...'라고 말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 기억하고 기억하지 않고는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었다.

 

 

상대에 대한 관심, 그것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당신과 내가 같은 강도로 마주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사이는 어쩌면 오래 지속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당신은 팔십이고 당신에게 나는 십이라면, 우리가 이것을 번번이 느낄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걸까. 내가 당신의 팔십이고 당신은 나에게 십이라면, 나는 자꾸만 당신에게 미안해야만 하는걸까. 그렇다면 그때는 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걸까. 결국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때까지, 그저 계속 가보아야 하는걸까. 나는 당신에게 팔십이고 당신은 나에게 십이니 우리는 서로 사십으로 맞추어야 하는걸까. 나는 그동안 어떤 식의 해결 방법을 내보이는 사람이었던가. 당신이 나의 팔십이었을 때의 나는, 가슴이 찢어졌으므로 돌아섰고, 내가 당신의 팔십이었을 때의 나는, 미안하므로 돌아섰다. 어쩌면 나는 돌아서기 위해 팔십을 혹은 십을 선택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많은 것들을 연관짓게 한다. 가장먼저 생각하게 되는건 아이폰의 'siri' 이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주는 '생명이 없는' 그저 '시스템'. 또한 영화 [그녀]도 생각난다. 시스템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 내가 불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

 

'닥터바셋'은 남자의 아버지의 일기장을 토대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인간적으로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남자는 이 컴퓨터로부터 의사였던 아버지를 느낀다. 그의 아버지가 살아있었을 적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그는 '닥터바셋'과 나눌 수 있다. 이 대화속에서 그는 아버지를, 어머니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된다.

 

 

친구1: 뭔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어떨까?

닥터바셋: 난 내 환자들에게 케첩에 대해 말하지. 케첩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그걸 매일 먹고 싶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p.120)

 

 

닥터바셋: 남자와 여자는 성별을 넘어서 친구가 되어서는 안 돼. 유혹이 생기거든. (p.186)

 

 

 

어쩌면 어머니가 옳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내 시야가 좀 더 넓어질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지. 이런 대화속의 아버지는 훨씬 덜 엄숙하고, 더 행복해 보이니까. 부모님의 태도가 엄숙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건 미성숙한 사람의 태도이고 어쩌면 아버지와 내 관계가 미성숙한 상태로 멎어 버렸던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겐 다른 면이 있었다. 윌리와의 우정, 병원에서 우스운 이야기를 모으던 것. 나는 이런 면을 잊고 있었다. 아버지가 석상처럼 딱딱하고, 가정생활에 대해 경건한 태도만을 견지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가정생활은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았던 생활인지도 모른다. (p.187)

 

 

 

'채닝 테이텀' 주연의 영화 [서약]은 제일 처음,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그 독백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로 이루어져있다고, 그게 나를 만든다고.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저런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바로 그 말이 이 책의 거의 마지막에 겹쳐진다. 경쟁회사에서도 당연히 인간적인 컴퓨터를 만들고, 닥터바셋을 구성했던 일기장을 몰래 스캔해 자신들의 시스템에 주입시키지만, 그 컴퓨터와 남자의 컴퓨터는 결과적으로 달랐다. 매번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수정작업을 거치며 그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 결국 그 컴퓨터와 대화를 하며 그 시스템을 점점 더 완성된 모습으로 변화시키게 되는 사람이 달랐기 때문에. 남자의 시스템이 좀 더 인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건, 결국 그 컴퓨터가 '아들'과 대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을 만나서 이런 과정을 겪고, 또 다른 당신을 만나서 저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된 것은 당신 때문인 것이다.

 

 

 

"도시로 이사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평범한 옷차림으로."

내가 물었다.

"염두에 두고 있는 평범한 장소가 있어요?"

"내 아파트는 어때? 꽤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말했다. (p.452)

 

 

남자는 여자에게 같이 살기를 권하지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거나 영원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든 그들의 관계도 변하게 될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변하게 될거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나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변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변하지 않을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 내가 지금 이런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거니까.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는 그녀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구십을 그녀로 채울 수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심장을, 그는 그녀로 인해 주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 낮에 일자산에 오르면서,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나는 이 책을 생각했다. 계속해서 여자를 신경쓰지만 여자로부터는 '나는 너에게 십만큼만 차지해' 라는 말을 듣는 남자가 나 같아서. 어쩌면 내 심장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내 심장은 지금 어디에 있지? 혹시 바닥에 있으면 어쩌지? 그리고 그 바닥이 본래 자신의 자리라고 주장하면 어쩌지?

 

 

 

그리고,

이제는 진짜 소로를 읽을 때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왜 자꾸 소로가 나오지?

 

"난요, 음, 물건을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하게, 단순하게."

레이첼이 사과조로 말했다.

"소로를 읽어?"

나는 그녀를 다시 보았다. 놀랍고, 어느 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p.19)

 

 

내가 읽은 책, 은연중에 드러나는 나, 누군가 알아봐주는 사람. 이런것들은 어떻게든 맞물려 당신과 나 사이에 3만큼씩의 자리를 더 허락하게 되지 않을까. 서로에게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더 커지다가 결국은 평범한 옷을 싸들고 평범한 누군가가 사는 평범한 아파트에 들어가 함께 지내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 때 내가 느끼게 되는 기분은 평범한 기분일까 평범하지 않은 기분일까. 평범하지 않은 기분을 느끼다 이내 평범해질까. 팅커가 월든을 주머니에 늘 꽂고 다녔었지. 나도 월든을 읽어볼까.

 

평범한 아파트에서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사람과 함께 평범하게 지낸다는 건, 서로에게 핵심적인 인물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걸까.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비슷하게 팔십씩을 차지하게 되고, 그 팔십은 핵심이 될까. 그 팔십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우리는 서로의 핵심이 아니라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걸까. 행복은 상대의 핵심이 되는 순간 찾아올까. 나는 당신이 나의 핵심이 아니어도 행복한데, 당신은 나의 핵심이어야만 행복이 찾아온다면, 그런 때는 또 어떡해야 하나.

 

"어쨌든 난 그 사람과의 삶이 정말, 정말 좋겠지만 내가 그 인생의 핵심 부분이 아니라는 기분이 자꾸 들어. 이 방정식에서 나를 빼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워 넣어도 여전히 똑같은 방정식일 것 같단 말이지. 달리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사람은 사려 깊고, 내 관심사를 전부 다 알고, 나를 사랑해. 내가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그냥 로또 당첨자 같은 기분이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우리가 가졌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것 같은데, 아니 최소한은 더 누릴 만한 것 같은데, 그런데도 그녀의 말투는 조금 우울하게 들렸다. 왜지? 그녀는 뭔가를 찾았고, 마침내 발견했다. 스스로 슬프다고 말하니까 슬픈 이야기인 거다. 혹은 스스로 불안해하니까 그런 거다.

"로또에 당첨 안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p.479)

 

 

요즘에는 슬픈 느낌이 수시로 찾아들었다. 그 슬픔은 바로 저 방정식에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왔는데, 내 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넣어도 상대에겐 변함없을 거라는 생각. 그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자꾸 우울해졌다. 그렇다면 나도 그냥 그 방정식으로부터 빠져나와도 된다고, 나 역시 내 삶의 방정식에서 당신을 빼도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빼고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넣어 내 삶의 방정식을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나는 그 사람의 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고 싶지 않다는 데 있었다. 나에게 삼십오만큼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혹은 이십칠만큼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있어서 이십칠이나 삼십오는 아주 큰 퍼센테이지였던 것 같다. 반면 나는 상대에게 육십오쯤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육십오의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고, 한 번 들고나니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서, 이 예민하고 슬픈 느낌이 눈 앞에서 그대로 실현되며 내가 누군가와 바톤 터치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울적하다. 다만 이것이 지금 이 순간만의 멍청한 느낌이기를 바라야지. 당신 육십오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넣는다면, 나도 내 이십칠에 다른 사람을 넣을 거야.

 

 

 

토요일엔 친구와 만나 소주를 마셨다. 2차로 옮겨 황태를 뜯고 맥주를 마시다가 우리는 충동적으로 유럽의 어느 나라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는데, 아무 예약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자리를 옮겼다. 야외에 테이블이 마련된 까페로 들어가 커피와 녹차롤을 시켜놓고서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즐거워했다. 녹차롤은 맛이 없었지만, 뭐, 다음부터 안먹으면 되니까. 서로 몇 번이나 반복하여 얘기했다. 좋다, 좋다. 어쩌면 이렇게 날씨마저 우리를 도와줄까. 우리가 열시간 이상을 날아 다른 곳에 가게 된대도, 그 곳에서 아주 짧게 지내고 온다고 해도, 그래도 꼭 짬을 내어 그곳에서도 이런 시간을 갖자고 약속했다. 늦은 밤에 따뜻한 커피를 시켜두고 이렇게 마냥 앉아있자고, 그 곳의 기후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자고. 아마 분명 좋을거라고.

 

그 밤의 커피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내 방의 노트북에서는 올려지지가 않네? 머저리 노트북...

 




 

어쨌든 그러지 않기를 그토록이나 바랐지만 일요일이 거의 다 지나가고 말았다. ㅠㅠ

 

 

 

 

 

 

 

 

아, 맞다. 토요일 밤에 들어와서 티브이를 돌리다가 재이슨 스태덤이 나오는 영화 [세이프]를 보게 됐다. 난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재이슨 스태덤판 아저씨' 라고 하는거다. 여튼 봤는데, 어휴, 내가 재이슨 스태덤을 좋아해서 좋다고 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인다. 액션도 좋지만 아저씨, 사람 좀 그만 죽여요. 물론 그들이 아주 잔혹하고 나쁜 범죄조직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인정사정 볼것 없이 너무 다 쏴죽이잖아... ㅠㅠ 물론, 소녀를 구해온 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그렇지만...

 

 

영화에서 재이슨 스태덤이 열한살 소녀를 조수석에 태우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데, 엑셀을 밟기에 앞서 한 손으로 소녀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가 주연했던 영화 [트랜스포터]에서 자신의 집에 폭탄이 터지자 식탁 아래로 숨은 서기의 머리카락을 귀로 넘겨주며 괜찮냐고 묻던 장면과 겹쳐져, 나는 이 영화, 세이프가 구리다고 생각하면서, 또, 재이슨 스태덤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 나란 인간, 어쩔 수가 없어...재이슨 스태덤은 내 안에 구십오야.....

 

 

 

 



 
 
자하(紫霞) 2014-09-15 08:19   댓글달기 | URL
운명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닌가? 그냥 타이밍의 문제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ㅋ

다락방 2014-09-16 14:49   URL
타이밍, 저는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너일까, 뭐 이런 개념으로다 말입니다.

2014-09-1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6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6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밤 2014-09-15 19:45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그런것 같아요. 그래서 일과 구가 만나는거라고 생각해요. 9와 9가 만나는것이 아니라.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어요. 여기까지, 마음이 클 때까지.

다락방 2014-09-16 08:42   URL
한쪽은 마음을 조금 덜어내는 시간, 다른 한쪽은 마음을 조금 더 키우는 시간이 필요한걸까요. 그래서 균형을 맞춰야 할까요. 균형잡히지 못한 사랑은 어느쪽에도 힘든 게 사실인 것 같아요. 또한 사랑이 균형 잡히기도 힘이 들고 말이지요.

단발머리 2014-09-15 23:03   댓글달기 | URL
"어쨌든 난 그 사람과의 삶이 정말, 정말 좋겠지만 내가 그 인생의 핵심 부분이 아니라는 기분이 자꾸 들어. 이 방정식에서 나를 빼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워 넣어도 여전히 똑같은 방정식일 것 같단 말이지. 달리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사람은 사려 깊고, 내 관심사를 전부 다 알고, 나를 사랑해. 내가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그냥 로또 당첨자 같은 기분이야."

이 문장이 좋은데, 그러면서도 너무 슬퍼요. 전 사실 누군가의 100%가 되고 싶지도 않고, 그런 적도 없거든요. 그냥 100%는 부담되서요. 생각해보니, 87%도 부담되고, 75%도 부담스러워요. 그냥, 67이나 68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원래 사랑이라면 물불을 안 가려야 (엥?) 되는 건데, 콩깍지 이론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저는.

제 방정식에서 다락방님을 빼지 않을테니, 다락방님도 바쁜 일정에서 알라딘 페이퍼를 빼지마세요, 꼭이요!!

다락방 2014-09-16 08:45   URL
저는 물불을 가리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싱글인 게 아닌가 싶어요. 이것은 아마도 본인 성향의 문제겠지요. 왜 공일오비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노래 가사에 그런 부분이 나오잖아요.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는거야' 라는. 그런데 저는 사랑을 안하면 안했지 자존심을 포기하기는 싫거든요. 자존심을 포기하며 거머쥐는 사랑이라면, 저는 안갖고 말겠다, 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콩깍지를 언제든 벗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랄까요. 저는 이런걸 더 견딜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되었겠지요.(뭔말이지...?)


누군가에게 저는 늘 머리나 가슴 한쪽에 자리잡아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저는 항상 염두에 두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요. 그러나 제 바람은 언제나 그들의 것과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네네,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 일은 제가 기뻐하는 일이니 빼먹지 않고 써야지요. 헤헷 :)

단발머리 2014-09-16 13:55   URL
우아... 이 문장 오늘의 명언에 넣어야겠어요.

"자존심을 포기하며 거머쥐는 사랑이라면, 나는 안 갖고 말겠다."

완전 공감하며, 아멘~합니다^^

자작나무 2014-09-17 09:44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사랑은 자기애에 기초해 있어요.
인간은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지 않아요. 남을 사랑하는 경우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싶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보상받기 원하는 거예요. 사랑이 보상이 되지 못할 경우 사랑은 중단되어집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남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요.

다락방 2014-09-17 09:48   URL
네. 남을 사랑할 때 조차도 '남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의 사랑은 자기애에 기초해있고 인간의 사고는 모두 자기중심적이죠.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토록 슬픈

-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김어준의 파파이스를(미안한데 케이에프씨인줄 알았다;;) 들었다. 평소에 팟캐스트를 듣지 않는데, 유민아빠에 대해 김어준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져 부러 찾아 들었던 것. 창밖을 보며 듣다가 핑- 하고, 이 방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겠지만. 나 역시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은 걸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걸 듣게 된다. 자신의 최선이 다른사람에게도 최선이 될거라고 당연하게 추측하고 짐작한다. 그러나 나는 번번이 느낀다. 너의 최선은 나의 최선이 아니라고. 여튼 계속 듣는데 마지막에 파파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십대초반에서 중반인 듯한 여성이 '김어준이 너무 좋아서' 파파이스를 듣는다고 답했다. 김어준은 그녀에게 '시사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시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이 말에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는데, 그녀는 나중에 덧붙였다. 김어준이 좋아서 듣기 시작한건데 시사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자꾸 들어보면 들리지 않겠느냐, 요즘엔 듣다가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다, 고.


아!


나는 이 말이 무척이나 좋았다. 김어준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이 부분에서 발휘됐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더 알고 싶어하고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공부를 한 건 그녀 자신이지만, 동기 부여를 김어준이 해준 게 아닌가. 스스로 알아나가고 공부하려고 하는 그녀가 무척이나 좋았고, 김어준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고마웠다. 그래서 막 결심해보게 되는것이다. 나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다 이내 의문에 휩싸인다.



어떻게??



어제는 퇴근후 남동생을 만나서 술을 마셨다. 둘이 소주와 맥주를 마시면서 나는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야할텐데, 염려하며 남동생에게 공부하라고 말했다. 뭐든 공부하라고. 영어든 시사든 뭐든, 계속 공부해, 라고. 그러자 남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누난 그만 좀 먹어.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또 막 할 말이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아침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라디오를 틀었는데, 막, 이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크- 자연스레 대학시절 졸업여행이 생각났다.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가 항공대랑 방팅했던 것. 하하하하. 이날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항공대 남자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가지고 함께 술을 마시며 방팅을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술에 취하고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그래서 몇몇이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맥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무한궤도의 '우리앞에 생이 끝나갈 때' 를 불렀는데, 크- 얼마나 환호성을 받았던지. 밤이 늦을수록 자리에서 일어나 잠 자러 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계속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후자였다. 그때 어떤 남학생이 토이의 이 노래를 불렀던거다. 남아서 자리를 지키던 우리는 남녀가 하나되어 이 노래를 따라 불렀는데,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던터라(지금도 모르지만) 아는 부분만 따라부르다 모르는 부분은 허밍으로 하고 그랬다. 참 즐거웠지...여튼 나는 그날 방팅에서 인기 캡짱이었다. 남자애들은 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모두 하나되어 따라 부르고 모두들 나를 좋아했다. 내가 얼마나 어깨를 으쓱했던가.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고난 후에야...그 당시 인기 많았던 나를 제쳐두고, 남자아이들이 다른 여자아이들의 전화번호를 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밤을 보내고 누군가는 연인이 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날 거침없는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던 나의 전화번호를 묻는 남학생은 

아.무.도.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교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이들은 내게 ''항공대 아무개가 너의 안부를 묻더라', '항공대 아무개가 너 되게 재미있대' 라고들 말했다. 이게 지금 뭔 시추에이션???? 뭐지, 이 들러리 된 기분은?????????????? 나는 내가 탑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묻힌 아이었어?????????????????????


히융. 하여간 남자들이란..........


이 생각을 하며 출근준비를 하다가 자연스레 축제 때 일도 생각났다. 대학 축제때 우리과 주점에서 남자 몇과 나를 포함한 우리 학교 여자 몇이 함께 술을 마셨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또 나는 인기 폭발이었다. 남자애들이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익스트림의 겟 더 펑크 아웃 을 극찬했던 것. 왼쪽 이어폰과 오른쪽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르잖아, 가운데 뇌에서 그걸 합쳐서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 남자애들은 나에게 맞다고, 너 진짜 대단하다고 하며 추켜세웠고, 나는 또 그자리에서 사교의 여왕이 되었다고 으쓱했는데, 우리중 한 여자아이가 취하자 한 남자가 택시를 잡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거다. 그렇게 자리를 파했는데, 그 날 여자아이는 집앞에서 그 남자아이로부터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너가 좋다, 고. 걘 그냥 내 말 듣고 웃기만 하고 박수만 쳤는데.....그러다 취하기만 했을 뿐인데....말은 다 나랑 해놓고............

물론 그 학생이 더 예쁘긴 했다. 버스 안에서도 남자가 말을 걸기도 했고, 케이블 방송에서 캐스팅을 당하기도 했었다. 박수와 환호성, 사교성은....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아무짝에도..........







그래, 너네는 예쁜 애들에게 고백해라. 나는 누노를 사랑하련다. 게리도 좋아요! 나는 이 영상이 좋다. 누노 멋져!! ♡.♡ 누노 이즈 갓! >.<



바야흐로 연애의 계절인가....


아, 내가 먼댓글 저 페이퍼에 단 이유가 있었는데 까먹고 등록했네. ㅋㅋㅋㅋ 어제 저 책을 갖고 싶다, 저 안의 사진을 보고 싶다는 내 페이퍼에 ㄱㅈㄱㅎ님께서 티브이 방송인 것 같으니 아쉬운대로 유튭 찾아봐라, 해주셨는데, 오, 아니나다를까, 있었다!!!!!





이 영상은 라자냐를 만드는건데, 나는 오늘 이 영상과 다른 영상들을 보며 새삼 나 자신에 대해 새로 알게됐다. 내가 보고싶은 사진, 내가 보고싶은 요리는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보다는 메인요리 쪽이라는 것을. 햄과 베이컨, 고기가 들어가는 메인요리쪽의 사진을 나는 더 보고 싶다. 물론, 먹고싶은 것도 마찬가지이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디저트 만드는 건 보다가 걍 꺼버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요리는 메인요리죠!! 육덕육덕.




 
 
세실 2014-09-12 10:55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다락방님. 남자들의 본심은 '천상 여자'를 좋아한다니깐요~~~~~~~
전 요즘 사무실에 카이의 세상의 모든 음악 잔잔하게 틀어놓고 듣고 있어요.

다락방 2014-09-12 12:52   URL
제가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고등학생 대학생, 이십대 중반의 남자들에겐 특유의 허세가 좀 더 강하고, 그건 여자친구의 '외모'도 한몫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성숙해지면서 그들도 알게 돼요. 외모는 무시하긴 힘들겠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저는 나이들고나서부터 비로소 연애가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저 좋을대로 해석한겁니다. ㅋㅋ

포스트잇 2014-09-12 13:35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근데... 다락방님, 남자를 진짜 좋아하긴 하시나요? 연애하고 싶어 죽을 만큼인건 하신건가요?

다락방 2014-09-12 14:48   URL
ㅎㅎㅎㅎㅎㅎㅎㅎ이건 무슨질문이죠? ㅎㅎㅎㅎ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연애하고 싶어 죽을것 같진 않아요. 연애는 하면 재밌고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하고 싶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ㅎㅎㅎㅎㅎ 얼마전에 친구랑 얘기하다 이런 비유를 들었는데요. 남자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전 그 나무가 그냥 좋은거에요. 가로수길에 있으면 그런대로 좋고, 산에 있으면 그런대로 좋고. 다른 집 마당에 있으면 그런대로 보면서 좋지 굳이 그걸 뽑아다가 내 집 마당에 심어놓고 싶진 않은 그런거? 뭐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핫

에르고숨 2014-09-12 23:07   댓글달기 | URL
금요일 나들이 왔어요. 아래 페이퍼의 '슬픈' 갈비뼈 책, 어느 작가의 뭐뭐지요!라고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반가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ㅎㅎ 무슨 책이에요? 아, 곧 리뷰로 볼 수 있겠지만서도- 쿨럭. 주말 잘 보내세요! ^^

다락방 2014-09-14 19:17   URL
아하하하 에르고숨님!
저는 정말로,
누군가가 그 책은 누구의 무엇이지요? 라고 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더 친근해지거나 더 친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그러나 세상에 책은 많고도 많아, 그런 우연은 일어나질 않았네요. 아쉬워라.

무슨 책인지는 이제 곧 아시게 될겁니다. 여기에 댓글을 달고나서 바로, 페이퍼를 쓸 예정이거든요. 졸려서 약간 갈등중이지만요. 잘까, 페이퍼를 쓸까..

주말, 잘 보냈어요?

치니 2014-09-15 09:23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글을 읽으니 제 대학시절 슬픈 추억도 떠오르네요. 타학교 남학생들이랑 같이 엠티를 갔었는데, 어떤 애가 제가 그 당시 가장 좋아하는(그러나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희귀) 곡을 기타 치며 불러서 완죤 뿅 갔는데, 알고보니 그애들은 모두 저희 과에서 유명한 애들 둘이 올 줄 알고 따라왔다가 걔네들이 안 와서 재미없다며 툴툴, 할 게 없으니 노래나 불렀다고. 제 생각엔 그 유명한 애들은 예쁘긴 해도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애들이었건만, ㅠ 그 둘이 안 오는 바람에 나머지 수십 명이 오지도 않은 주인공들 때문에 들러리로 전락한 기분, 슬펐어요. 근데 예나 지금이나, 진짜 이쁜 애들은 그런 자리 안 온다는 거, 그 남자애들이 어려서 고걸 몰랐던 거죠. ㅋㅋ

다락방 2014-09-14 19:20   URL
그당시엔 매력=미모 였던것 같아요. 녀석들도 시간이 흘러 철이 들게 되면 매력이 미모로 대변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게되겠지요. 만약 나이 들어서도 그걸 알지 못한다면, 그런 놈들은 얼간이, 상대할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저 고등학교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수학여행 가서 단체사진 찍은걸 한 아이가 학원 남자애한테 보여준거죠. 그래서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 쪽에서 단체사진을 보고 여자애들을 찍었어요. 이 애들로 나오게 해달라고... 당연히, 저는 그 '찍힌' 아이들중에 없었답니다. 지금이라면 그 행동에 분개할텐데, 그때는 내가 미모로 선택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울했던 기억만 있네요. 아 분해..화내야 할 때 화도 못냈어...크- 역시 이것도 어려서 그런것 같아요.

자작나무 2014-09-17 09:46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느끼는 것데 매력 중에 최고는
젊음입니다

다락방 2014-09-17 09:48   URL
동의합니다. ㅠㅠ
 

연휴동안 홍콩엘 갔었고, 홍콩에서도 역시나 서점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커다란 쇼핑몰 안에 있는 서점은 내가 원하는 서점이 아니었고-문구 완구 기념품을 다같이 파는 곳이어서 서점 보다는 선물가게의 이미지를 받았다-, 분위기 역시 내가 원하는 바와 달랐다. 그러나 낯선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아쉬운대로 둘러보고 점원 몰래 마음 졸이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그러나 워낙 새가슴이라 정말 원하는 건 찍지도 못했어...여튼, 이 책이 되게 궁금해서 메모장에 메모해왔다.



거기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너무 사고 싶어졌는데, 일단 안을 보지 못해서 망설여졌다. 게다가 나는 요리에 젬병이고 영어도 멍청이니 실상 이 책을 산다고 하면 내게는'요리책'이 아닌 '화보'의 의미 밖에는 없을 터. 그러므로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고 돌아섰지만, 아, 화보이면 어때, 누군가는 고흐의 그림으로 드가의 그림으로 에곤 쉴레의 그림으로 위로 받듯이, 나는 그냥 음식 사진 보고 위로 받으면 되잖아, 싶어져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헐레벌떡 알라딘에 검색했는데...알라딘에는 없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라딘 멍청아!!


서점에서 이 책은 비닐에 포장되어 있던터라 내용물을 보지 못했고, 아마존으로 부랴부랴 검색해 보자 했더니 책은 있지만 미리보기 이미지가 안뜬다. 하아- 그렇지만..저 밑에 있는 저런 사진들..이 책 안에 있겠지? 사고싶다..사고싶다..아마존에서 걍 주문할까. 배송비 많이 나오겠지? 배편을 택하면 그나마 나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고싶다, 알라딘 이 멍청아!!


아..저 책을 내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 든든할 것 같아. ㅠㅠ



여튼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실컷 마셨는데, 한 레스토랑에서 호가든 생맥주를 시켰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잔에 나왔다. 아..절반짜리 잔도 있던데, 그걸 시킬걸 대낮부터..사이즈에 대한 감 없이 '절반짜릴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걍 시켰더니...조낸 큰 잔에 호가든이 나와서 빵터졌다. 되도 않는 영어로 맥주를 갖다 준 점원에게 말했다.


쏘 빅!!!!!!!!!!!! 


맥주가 담겨 나온 잔들을 보고 나와 친구들이 웃었고 점원도 함께 웃었다. 두 손으로 잡아야 마실 수 있고, 조금 마신 뒤에는 한 손으로 잡는 게 가능했는데, 우와- 무거워서 .. 이걸 한 손에 들고 근력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 근력운동은, 우리, 맥주로 해요!!!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내 얼굴을 비교하여 공개한다. 

여러분, 이게 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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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초미모다.. ( ")




홍콩에는 김수현과 이민호 광고가 가득했다. 버스에 커다랗게 이민호 얼굴이 있는데, 그건 마치 오래전 극장에서 포스터를 그린 그림 같았다. 사진이 아니라. 여튼, 이민호를 가리키며, 저건 그렸네, 라고 친구들에게 말했었는데, 그래서일까, 후후후후후, 엊그제 자는데 꿈에 이민호가 나왔다. 이민호와 박민영이 사귀는 사이었는데(이 둘이 연인으로 나온 드라마가 있던가???), 이민호는 이제 박민영이 싫어졌고 내가 좋아진거다...(아마도 저 호가든 초미모 때문일듯?) 당연히 박민영은 속상해하고 나를 시기하는데, 아랑곳않고 이민호와 나는 암수 서로 정다웁게(!!)지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민호와 손을 꼭 붙잡고 자꾸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다. 나는 미모롭지도 않고 이렇게나 늙었는데, 이런 내가 이민호랑 이렇게 정다웁게 지내도 괜찮은걸까, 이민호를 훨훨 날게 둬야되는 게 아닐까...이렇게 고민하면서도 나는 이민호의 손을 놓지 않았고, 이민호가 하도 나에게 다정다정해줘서, 나는 종국에는, 뭐 어때, 헤어지겠지만 걍 사귀면 되지, 너에게도 좋은 경험일거다...했는데 잠이 깬 것이다. 평일날 새벽 다섯시 사십팔분에 맞춰둔 알람이 변함없이 울렸던 것이다..........뻐킹쉿!!!!!









자, 이제는 냄비 받침을 받아야 하는데, 마침 하루키 책을 사면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 더 받고 싶다는 거. 하나 더 받아서 여동생 주고 싶다....아...그럼 책을 오만원 어치를 더 사야되는데....결제는 어차피 나중일이니 그냥 지를까...일단 하나를 받아놓고나서 생각해봐야겠다. 동생 집에 알라딘 냄비받침 놓고 싶어......힝 ㅠㅠ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녀의 갈비뼈가 내 갈비뼈에 닿자, 우리 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p.108)



이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궁금했다. 갈비뼈와 갈비뼈가 닿는 기분은 어떤걸까? 어떻게 포옹하면 갈비뼈와 갈비뼈가 닿을까? 왜 나는 늘 배와 배가 닿았던 것 밖에 기억나지 않을까? 왜 나의 갈비뼈는 그에게 한 번도 가 닿지 못하고, 그의 갈비뼈 역시 내게 와 닿지 못했던가? 



무척이나, 몹시, 매우많이, 너무나,


슬픈 문장이었다.




  1. 연애의 계절
    from 마지막 키스 2014-09-12 10:35 
    -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김어준의 파파이스를(미안한데 케이에프씨인줄 알았다;;) 들었다. 평소에 팟캐스트를 듣지 않는데, 유민아빠에 대해 김어준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져 부러 찾아 들었던 것. 창밖을 보며 듣다가 핑- 하고, 이 방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겠지만. 나 역시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은 걸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걸 듣게 된다. 자신의 최선이 다른사람에게도 최선이 될거라고 당
 
 
Forgettable. 2014-09-11 11:11   댓글달기 | URL
1. 갈비뼈는 참.. ㅋㅋㅋㅋㅋ 슬프네요 ㅋㅋㅋㅋㅋㅋ 뼈가 부딪쳐서 아팠던 기억조차 없으니;
2. 저 책은 안에 텍스트만 있는거 아녜요? ㅋㅋ 반전매력! ㅋㅋ 아님 음식사진들 대신 음식하는 시스터즈의 모습만 있다던가;;
3. 호가든 든 다락방님 역시 한미모 하시네요. 근데 별로 안커보이는데? 원샷가능한데?
4. 뻐킹쉿 알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역시 사람은 놀아야해. 이번 페이퍼 진짜 밝고 웃기네요.

다락방 2014-09-12 12:44   URL
1. 뼈가 부딪칠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람은 자기 기준대로 생각하게 되는거야. 뼈라니, 무슨. 그저 내가 바라는 건, 배는 내가 나왔으니 너는 나오지 말아라, 하는 정도? ㅎㅎ
2. 설마 요리책에 텍스트만...이라뇨. 그건 무슨 말도 안되는... 안돼 ㅠㅠ
3. 크기 비교할라고 아이폰하고 나란히 놓고도 찍어봤는데 저게 어떻게 찍어도 크기 비교가 잘 안되더라고요. 여튼 조낸 컸습니다. 엄청. 원샷은 나에게 무리. 나 많이 마실 수는 있지만 원샷은 불가한 여자사람. 탄산은 목구멍 아파.. ㅠㅠ
4. 직장생활이 빡셔서 그런지 휴식이 더 달콤해요. 흑흑 ㅠㅠ 그렇다면 직장생활은 필요한것인가..Orz

blanca 2014-09-11 11:24   댓글달기 | URL
우아, 홍콩이라니! 듣기만 해도 근사해요. 즐겁게 잘 지내시다 오신 거죠? 냄비 받침 ㅋㅋ 저는 이번에는 아예 욕망을 눌러두리고 합니다. 반지, 손톱 다 느무 이쁘네요.

다락방 2014-09-12 12:45   URL
여행에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이 있었죠.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여행중에도 즐겁고 환호성 나왔던 적도 있었으며 짜증나고 당황스러웠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ㅎㅎ

손가락은 짧고 굵은거 보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4-09-11 12:05   댓글달기 | URL
왜 나의 갈비뼈는 그에게 한 번도 가 닿지 못하고, 그의 갈비뼈 역시 내게 와 닿지 못했던가? ㅋㅋㅋㅋㅋㅋㅋ ㅜㅜ

저 책 밑에 보니까 티비 프로그램인 거 같은데.. 책은 당장 볼 수 없으니 사이트 들어가서 동영상 찾아보면 그나마 갈증(?)이 좀 풀어지지 않을까요? ㅎㅎㅎ 유튜브에도 있을 거 같은데..

다락방 2014-09-12 12:46   URL
근데 갈비뼈끼리 서로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가능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림이 안그려져요...

건조기후님 댓글 읽고 오호라 싶어 유튭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있더군요. 지혜로운 건조기후님. 완전 똑똑해!!

단발머리 2014-09-11 12:20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이게 나예요. 읽고 나서
접힌 부분 펼치기, 클릭할 때 정말 어찌나 떨리든지.
아아..... blanca님은 다락방님 반지랑 손톱에 눈이 가신 모양이던데요, 나는 다락방님 윗옷이 티던가, 아니면 원피스던가 뭐, 이런거를 한참 생각하다가.... 다락방님이 너무 예쁘면 앞으로 계속 친하게 지내기는 어렵겠다. 원래 예쁜 여자들이 한 성질한다, 뭐 이런거를 생각했어요.

잘 다녀오셨군요. 홍콩에서 친구랑 맥주라니. 행복 삼종세트예요. 삼종세트에 갈비뼈는 안 들어갑니당~~~~~~~~~ 헤헤

다락방 2014-09-12 12:49   URL
ㅎㅎ 저날 원피스 입고 가디건 입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단발머리님이 완전 애정하실 정도로(응)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 ") 예쁘지도 않고 성격은 둥글둥글 참합니다.(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주와 와인과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여행이었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음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 새삼 깨달았는데요, 제게는 낯선 곳의 목적지, 낯선 곳의 장소가 중요하지 않아요. 낯선 곳의 사람들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멋진 곳인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인지 하는 것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스스로 되게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이해안되는 말을 쓴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탕 2014-09-11 13:43   댓글달기 | URL
머리띠를 하신거에요, 모자를 쓰신거에요? 맥주를 얼릉 마셔버리고 다시 찍어요. 저건 잘못된 사진이에요.
손이 이뻐서 왕 부러움.. 난 울 아부지 손을 그대로 닮아서 손만보면 감자 캐던 남자손이에요 ㅠㅠㅠㅠ

어제 친구랑 카톡하면서 조인성 가고 나면 조금 있다가 이민호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오늘 이민호 사진을 보네요. 아웅~~ 좋아라~~~

다락방 2014-09-12 12:50   URL
손이 짧고 굵어요. 손가락도 살이 찌나봐요. 점점 더 굵어져...Orz

전 이민호 별로 관심 없었는데 꿈에서 저한테 다정다정하게 해주니까 관심이 새록새록 생기네요? 히히히히히.

세실 2014-09-11 13:47   댓글달기 | URL
어머 다락방님...괜히 제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돌려봅니다^^
다락방님 왠지 아담한 사이즈? 키는 160cm 정도? ㅎㅎ
손이랑 반지 예뻐요~~~

다락방 2014-09-12 12:51   URL
아담하기엔 차고 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손가락의 굵기...를 보시면 짐작 가능하시겠지요. 그렇지만 키가 160인건 맞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 사진 보고 키를 그렇게 정확하게 짐작하시는 거죠? 네? 짱이네요!! ㅎㅎㅎ

오호라통제 2014-09-15 14:10   댓글달기 | URL
아 또 빵터집니다!!!

다락방 2014-09-17 09:49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자작나무 2014-09-17 09:47   댓글달기 | URL
전 몸무게도 알지요.

다락방 2014-09-17 09:49   URL
어..어.............어떻게요? -_-

자작나무 2014-09-18 10:59   URL
손가락 체적의 법칙에 의해 58kg 으로 산정되었습니다

다락방 2014-09-18 11:16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꿈의 무게네요. 제가 결코 이룰 수 없는 무게.................................................

자작나무 2014-09-20 10:49   URL
락방씨 체질량 지수가 35예요

고고씽휘모리 2014-09-18 10:03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며 손으로 갈비뼈를 혹여나 느껴질까 꼭꼭 눌러보았어요 ㅠ.ㅠ 슬프다... 저는 작년에 홍콩 서점에 가서 칵테일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을 사왔어요.... 무척 비쌌지만 책의 첫문장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칵테일이란 뭔가 강한것, 뭔가 단것과 물이 들어가는 거라고 적었더라구요. 제가 들어본 가장 적확한 정의라 사보았지만.... 칵테일을 만들어보지는 않았다는거.... 이민호는 너무 지나치게 잘생긴거 같아요... 저는 박해일이나 신하균 정도 생긴 사람이 좋은듯 ㅎㅎㅎ

다락방 2014-09-18 10:21   URL
저는 저 책 말고 요리책 하나를 또 봐두었는데, 저는 정말이지 요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한다고 그 요리가 맛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요 부엌만 초토화가 되겠죠. 다만 예쁘고 군침돌게 생긴 음식 사진들을 보며 힐링힐링~ 이럴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저는 참 좋을 것 같아요. 명화를 보며 위로 받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본연의 나는 다른거니까요. 후훗.

이민호는 지나치게 잘생긴 게 맞죠. 그래서 현실성이 없어요. 그런일도 없겠지만, 혹여라도 이민호가 제게 사귀자고 한다면 저는 고민없이 '노'라고 답할 것 같아요. 어떻게 같이 다녀요, 저 얼굴하고....못해요, 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