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여자는 사이다공장에서 일하다가 약지를 다치고, 그 후에 표본실의 접수라는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딱히 간판도 없는 곳인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 보관하고 싶은 무언가를 들고와서는 표본으로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악보와 거기에 담긴 음악을 표본으로 해달라 요구하고, 반려동물의 뼈를 표본으로 해달라 요구하고, 집이 타고 남은 자리에 생긴 버섯을 표본으로 남겨달라 요구한다. 여자는 일년 남짓 이 곳에서 성실히 일했고, 그 곳의 남자 사장과 좀 더 깊고 내밀한 관계가 된다. 일하는 사람이라곤 남자 사장과 여자 접수원 단 둘 뿐이고, 퇴근 시간 후에 이들은 오래전 여성전용 아파트였던 곳의 커다란 욕실에서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루는 이 남자가 여자에게 '네 나이보다 너무 어려보이는 구두를 신는다'며 성실히 일한만큼 구두를 선물할 수 있게 해달라 한다. 그렇게 남자는 여자에게 구두를 선물하는데, 이런 요구를 한다.



"이제부터는 매일 그 구두를 신어 줘."

세 바퀴째 열네 걸음을 걸어간 참에 그가 말했다. 나는 걸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철을 탈 때도, 일하는 중에도, 휴게 시간에도, 내가 보고 있을 때도 보고 있지 않을 때도, 아무튼 내내, 알았지?" (p.45)



변태새끼...도망쳐!!



나는 여자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물론 여자는 내 말을 듣고 도망치는 대신, 그가 원하는대로 매일 그 구두를 신고 다닌다. 매일 그 구두를 신고 좀처럼 벗질 않아. 그럼 그렇지, 만약 내 말을 듣고 도망쳤다면 그게 내가 쓴 소설이지, '오가와 요코'가 쓴 소설이겠냐. 아무튼.


뭐지.. 이 새끼는 변태인가. 5센치 정도 되는 굽이라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계속 신고 있으라는거야. 그거 발 아파.

여자는 그 구두를 매일 신고 있는데, 어느날 구두를 40년째(50년이랬나) 고치던 아저씨가 표본을 맡기러 와서는 그녀의 발을 보고 엄청 좋은 구두를 신었다며 한 번 닦으러 오라고 했다. 그러나 구두가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자는 후에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구두닦이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구두를 닦아달라 한다. 할아버지는 벗고 도망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라고 말한다.



"글쎄, 어떤 걸까요? 지금까지 연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과는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는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질 수 없다는 그런 마음하고 정황만은 분명해요. 그 사람 곁에 있고 싶다는 둥의 단순한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이고 철저한 의미에서 그에게 꽁꽁 묶여 있답니다."

"허어,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뭐 완전히 이 구두 탓이구만. 구두가 먹어드는 것과 남자 친구가 먹어드는 거, 그건 한 줄기로 엮여 있는 거야.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 당장 이 구두를 벗지 않으면 앞으로는 영원히 도망칠 수 없고, 절대로 이 구두는 아가씨의 발을 자유롭게 해 주지 않는다는 거야." (p.109)



할아버지는 물론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잠시 후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저는 이 구두를 벗을 마음은 없어요."

긴 침묵 뒤에 나는 중얼거렸다.

"자유롭게 되고 싶지 않아요. 이 구두를 신은 채 표본실에서 그 사람에게 봉인되어 있고 싶어요." (p.110)




이 책을 읽는데 나는 오래전에 본 영화, '매기 질렌할' 주연의 《세크레터리》가 생각났다. 으으- 제목은 그러니까 '비서'인데, 사장과 둘이 있으면서 뭔가 때리고 벌주고 하면서 일하는 약간 변태삘의 영화로 기억된다. 《약지의 표본》속 분위기가 이 영화 너무 생각나게 하는 것. 영화에서는 아마도 둘이 사랑해서 마지막에 결혼했던 것 같은데, 약지의 표본에서는 여자가 죽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 호러?


















세크레터리는 영화소개 읽다보면 '오피스 로맨스'라고 되어 있던데, 약지의 표본은 오피스 로맨스보다는 호러물에 가까운 듯. 낭만이 1도 나에게는 안느껴지고 뭔가 '도망쳐'만 계속 말하고 싶어지는 거다.



약지의 표본속 사장은 살짝 변태끼가 느껴지는데, 여자가 그런 남자를 좋다고 하면, 그에게 봉인되고 싶다고 하면.. 그것은 본인의 의지이므로 그냥 두어야 하는걸까. 신발이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그녀가 원한다면 내버려둬야 하는 일인걸까. 아, 혼란스럽다.



'김종서'의 노래중에 <아름다운 구속>이란 노래가 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되는 것은 기꺼이 견딜만한 것이라는 의미로 '아름다운' 이란 수식어를 썼을거란 건 충분히 짐작되는 바이지만, 나는 세상에 '아름다운' 구속은 없다고 생각한다. 구속은 그 자체로 답답한 것이고 벗어나고 싶은 것이 맞다. 다만 우리가 사랑에 빠져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자 하는 것이지.


내 경우 연인과 이별할 때 상대랑 싸우거나 나쁜 상태로 헤어졌던 적은 없고 대체로 좋을 때 헤어졌었다. 그러니 헤어지고나면 슬프고 힘들고 아프고 울게 된다. 이제 이 사람이 없구나, 라는 상실감은 무척 커서 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만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나를 힘들게 하고. 그렇지만 금세 해방감이 찾아온다. '이제 내 앞에 놓인 주말이 다 내꺼다!'하는 자유로움이 확- 찾아들어, 처음 그런 느낌이 찾아왔을 때는 '나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 자유로움은 정말 너무 좋은걸...내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 나는 온전히 나란 느낌은 그 자체로 충만한 것이다. 기꺼이 부자유를 선택하는 마음도 뭔지 잘 알겠지만, 나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다시 구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구속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약지의 표본은 프랑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 포스터 분위기가.... 너무.... 음....



이 책에는 <약지의 표본> 외에 <육각형의 작은 방>이라는 소설도 실려있다. 육각형의 작은 방은 이야기방을 뜻하는데, 아무도 없는 그 작은 방에 들어가서 혼자 그냥 이야기하고 나오는 방. 실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주인공도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하는 그런 방인데, 처음엔 낯설어하던 주인공이 그곳을 좋아하며 찾게 된다. 그 안에 들어가서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던 말을 하게 되는 거다.


그녀는 헤어진 애인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와 헤어진 일이 내 페이스를 마구 헝클고 있는 거예요. 등이 아프기 시작한 시기와도 꼭 맞아떨어집니다. 그와 헤어져서 섭섭하다든가 괴롭다든가 우울하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이야기는 간단하겠지만, 사실은 좀 더 추한 것이랍니다.

나는 그 사람이 정말 견딜 수 없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 말고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도, 그가 내게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저, 이유도 없이 싫어졌어요. (p.18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내가 말하는줄????????????????????????? 사귀었던 사람이 '견딜 수 없이 싫어지는 거', 내게도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아아 꼴도 보기 싫다,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은가. 뭘 해도 미운 거, 밥 먹는 걸 쳐다봐도 화딱지가 나. 나는 밥 먹는 거 보고 화나는 나를 보며, 아 이건 회복불가능하다, 하는 걸 느꼈었지. 여자는 그런 자신을 추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결코 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자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이유가 없이 누군가 미워지면, 그건 추한건가? 처음 그가 꼴보기 싫어진 건 약혼식을 앞둔 요리를 준비하다 남자가 넘어지며 음식을 쏟았을 때였는데, 미안한 표정을 비롯한 여러 표정을 짓는 그를 보고 확- 마음이 사그라든 것. 실수할 수 있고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여자는 그 때 남자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다. 단순히 요리를 쏟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쏟아진 요리안의 호출기를 보았고, 그 호출기가 그와 단둘이 있는 다정한 시간마다 울려대어 의사인 그가 환자에게 달려가야만 했던 일이 떠오르고... 이걸,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일이, 여자로하여금 남자에게 애정이 식어버리게 만든 이 일이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터지느냐의 문제지. 언제나 사랑하는 여자인 자신보다 위급한 환자가 중요해 달려나가는 그를 보아야만 했던 여자로서는, 그것이 의사의 본분이라 해도, 어쩌면 '이것을 그만두고 싶다', '평화로워지고 싶다' 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보여진다. 은근히 원했던 것. 그러나 어떤 정당한 이유를 댈 수는 없는 거지. 그런참에 음식이 쏟아졌고, 그런참에 그간 생각했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던 것은 아닐까.



여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만일 그때 미치오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상은 무의미합니다. 그를 미워할 운명은 유전자가 만들어진 그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지금 막 생각이 나는군요. 미도리 씨가 그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여기까지 와 닿았다는 게 중요하다' 라고요.

어떤 길을 더듬건 우리는 그저 미리 정해진 장소로 향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 ……. (p.189)




본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의지나 노력이라는 게 이미 운명인 거라고 나는 느낍니다. 결코 인생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항상 내 힘으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쌓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아무리 운명이 바꾸기 어려운 것이라 해도 미리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다는 건 너무도 어리석습니다. 누구에게나 운명의 종착역은 죽음이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살아갈 기력을 상실해 버리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p.182)




여자는 남자가 너무 싫어 헤어졌는데, 남자는 헤어진 뒤에 여자를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여자는 당연히 보조장치를 잠근채로 빼꼼 얼굴만 내민다. 싫어... 싫어하니까 찾아오지마 좀... ㅠㅠ 싫어하는데 막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만나고 ㅠㅠㅠ 싫어하니까 보이지마, 좀 ㅠㅠㅠㅠ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작년 봄에, 그때 사랑하던 남자의 어떤 행동 때문에, 그가 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와 그가 알고 지낸 지인의 행동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그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상대에게 잠깐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 없이 며칠을 지내면서도 내내 괴로웠다. 그가 없다는 사실보다 '그 일'이 나를 너무 괴롭게 한거다. 이게 아무리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되고 용납이 안되고 용서가 안됐다. 그가 단 한마디만 했어도 그런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그 한 마디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버렸고, 그 일이 내게 고통이 되었고...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겟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를 이렇게나 괴롭게 한다면, 내가 사랑을 더 배워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공부하자 사랑을' 이라고 생각한거다. 연락을 하지 않던 그 며칠동안 나는 그에게 몇 번이나 하소연하고 싶었다. 애원하고 싶었다.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고, 이 고통속에서 나를 좀 꺼내달라고, 나는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 일이 있고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또 헤어졌다.



나는 그 당시의 그 일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화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일은 그렇게 용서 안되는 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짜증 한 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게 왜그렇게 화가 났을까.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 그 일은 그렇게 관계를 위태롭게 할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그 땐 왜그렇게 내 가슴을 탕탕 치며 숨을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만약 지금 그 일이 내게 다시 반복된다면, 나는 지금도 그 때처럼 숨도 못쉴것 같은 괴로움에 시달리게 될까?


만약 그 때 내가 화내고 괴로워하는 대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일을 넘겼다면, 그와 나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나는 내가 그에게 '그만두자'고 말했던 순간에 대해 자주 떠올린다. 그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 커서, 내가 계속 그의 옆에 있었어야 하는데, 내가 그 순간도 넘겼어야 했는데, 종종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좋은 관계로 지냈을까? 그리고, 서운함과 속상함을 밑바닥에 꽁꽁 숨긴채로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건 과연 좋은 관계일까? 나는 '그 일'로 터져버렸지만, 결국 언제든 터질 일이 아니었을까. 내 안에 서운함과 속상함은 계속 쌓이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육각형의 작은 방을 통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혼자 말하고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본다. 우리가 그 때 다르게 행동했다면 지금 다른 결과가 펼쳐졌을까? 그러나 운명은 작은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이 책속에도 나온다. 운명은 작은 우연으로 만들어진다. 여자는 남자가 싫어 헤어지고, 그 일로 스스로를 추하게 여기고 창피하게 여겼다해도, 그것을 꺼내놓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될 만한 공간을 발견한다. 그 공간을 발견하게 되기까지는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을 다닌 다른 회원에게 뭔가 호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를 뒤에서 졸졸졸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자는 지금 이 타이밍에 여기 와있어야 했던 것일테다. 작은 우연들은 그녀를 여기로 데려왔다.




나는 시간이 우리를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놓을 거라고 곧잘 말하곤 했는데, 정말 그렇다. 재작년에 내가 그 때 그렇게나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던 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그만두자고 말했던 일,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 순간순간의 일들이 섞이고 결정들이 만들어낸 것일테다. 그리고 앞으로는 또다른 삶이 펼쳐질텐데, 그것들 역시 작고 작은 우연과 선택들이 만들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고, 그러면서 여기에 이르렀듯이 또 저기 어딘가에 이르게 되겠지. 운명의 이 시점에 여기 있어야 했고 또 운명의 다른 시점에 다른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에는 지금 여기 있다.




책 속에 잠깐 여자의 썸남 얘기가 나온다.

여자는 썸남과 레스토랑에 가 함께 런치코스를 먹기로 했는데, 여자가 수영 끝나고 가려다가 하필 시선을 붙잡는 다른 회원과 잠시 말을 하게 됐고, 결국 약속 시간에 많이 늦었고, 결국 가고자 했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고, 결국 헤매다 들어가게 된 다른 레스토랑은 음식이 맛이 없었고, 결국 썸남은 그 뒤로 여자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일이, 누군가의 현실에 일어났던 일인데(결국 그도 썸녀에게 그만두자고 말했고), 소설 속에도 등장하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건가...




아무튼,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렇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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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3-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래전에 본 영화 <뿅뿅뿅>이 생각났다˝ 이런 대사를 왕왕 치시는 다락방님이 멋있고 좋아요.
아니 당최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지???? 난 <캡틴 마블>도 지금 벌써 아리까리한데?!😣😣😣😣

다락방 2019-03-22 10:33   좋아요 0 | URL
아이참.. 또 남들은 모르는 저만의 매력을 발견해서 좋아해주시네요? ㅋㅋㅋㅋ 참애정이다, 트루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2 11:18   좋아요 0 | URL
syo님 계 탔네요!!
다락방님이 트루럽이래요!!
춤 안 춰요? (덩실덩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22 11: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3-22 11:3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다락방님을 트루럽하는 건데 춤까지 저더러 추라는 말씀이세요?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할 데가??

(덩실덩실 더덩실 덩기덕쿵덕)

단발머리 2019-03-22 11:42   좋아요 0 | URL
음악 끝날때까지 딱! 계속 추고 있어요! 무한 반복이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22 11:54   좋아요 0 | URL
좋다 덩실덩실 우리모두 덩실덩실.
아니 요즘 나는 체력 딸리니까 흐느적흐느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감동하고 읽으면서 소리치는 그런 소설 읽고 싶은뎅...
손이 안 가는건 나도 모를 일 ㅠㅠ

다락방 2019-03-22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소설을 놓지말자고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의지를 가지고 읽고 있어요. 물론 읽다보면 재미있지만. 아, 이 책이 재미있다는 건 아니고, 뭐 나쁘지도 않지만 ㅎㅎ

지금은 당분간 보관용이 아닐것 같은 책을 먼저 읽을 예정인데요, 한국여성민우회 에서 바자회용 물품을 기증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오호라, 이번엔 개인에게 방출하지말고 민우회에 보내자 싶어서, 부지런히 읽으려고요. 훗.


단발머리 2019-03-22 11:42   좋아요 0 | URL
나란 여자~ 민우회 기증 전에 책 읽어주는 여자!! 키햐!!!

다락방 2019-03-22 11:55   좋아요 0 | URL
제가 오래 안읽고 있는 책들도 쌓아두지 말고 보내버리자 싶어서 어제는 제 책장 앞에 서서 책을 골라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왜 또 책장 앞에 서니까 죄다 읽고싶죠? 내보낼 게 없어요 아놔 ㅋㅋㅋㅋㅋ 이것은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그런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19-03-2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꽤 괜찮기에 저자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자 하고 집어든게 <약지의 표본>이었는데, 다 읽을때까지 저는 제대로 소설 속으로 몰입을 못하고말았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이러면서요.
<세크리터리>는 못본 영화인데 적어주신 주인공 이름 매기 질렌할을 보니 제가 아는 제이크 질렌할이 얼른 떠올라서, 흔한 성도 아닌데 혹시 제이크 질렌할의 부인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여동생이네요.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치 오늘의 화두처럼 다가와요.

다락방 2019-03-22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박사가 사랑한 수식 되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사실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요.. 그런 참에 약지의 표본은 반가웠는데, 저도 딱히 몰입이 되는 소설은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구두가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는데 거기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가 없어서요 ㅠㅠ 오히려 뒤에 실린 단편 <육각형의 작은 방>이 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영화가 처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매기 질렌할 주연의 영화를 몇 번 보았었거든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란 영화 혹시 안보셨으면, 이거 괜찮아요, 나인님! 그 영화에서도 봤고 세크리터리에서도 봤고.. 검색해보니 <다크 나이트>, <사랑해, 파리>에도 나왔네요.

아, 그리고 매기 질렌할은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입니다! 닮았지요? 후훗.


그러고보니 저 얼마전에 <어쩌다 로맨스>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약간 음주후에 보긴 했는데, 아니 갑자기 남조연이 크리스 햄스워스로 보이는거에요. 어? 왜 그렇게 보이지? 하고 다시 자세히 보니 아니더라고요.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 ‘리암 햄스워스‘라고 크리스 햄스워스 동생이더라고요. 닮았어요. 아주 많이요. ㅎㅎㅎㅎㅎ
 

2018년 11월부터 백래시, 페미사이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캘리번과 마녀, 혁명의 영점, 그리고 3월 현재 가부장제의 창조까지. 와, 같이 읽는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책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들 읽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죠. 읽다가 몇 번이나 분노해야 했고 빡쳐야 했고 또 어려워서 눈알이 팽팽 돌기도 했고...


















해서, 4월에는 좀 쉬어가는 의미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여자 전쟁》















사실, 저도 읽지 않은 책이라 '쉬어가는' 게 가능한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부제가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인만큼, 희망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골라봤습니다. 자, 우리 남은 3월에는 가부장제 뿌셔뿌셔 하고 다가오는 4월에는 벚꽃 구경하다가 여자 전쟁 읽고 그럽시다.



여성학 책에 새로 나온 건 뭐가 있나, 어떤 책이 좋을까 살펴봤더니, 우앙, 읽고 싶게 만드는 여러 책이 나왔네요.




















특히 위의 책들중 《재생산에 관하여》는 '낳는 문제와 페미니즘'에 관한 것이라니. 가부장제의 창조와 함께 가도 좋을 것 같아요.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는 백래시, 코르셋 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일 것 같고요. 아, 가부장제의 창조와 함께 읽을 책이 이것 말고도 또 있더라고요.

















가부장제에 대해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이 책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간이라 저도 역시 안읽어본 책입니다.


여성학 신간 살펴보다, 오, 랩걸하고 닮은 책일까 싶은 책도 알게 됐어요.


















뭔가 책이 여러권 들어가있는 페이퍼지만, 여러분, 4월 같이 읽기는 '수 로이드 로버츠'의《여자 전쟁》입니다. 헷갈리지 마시고 자, 미리미리 책을 준비해두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직 준비전이지만, 저는 주말에 외출할 예정이라 나간 김에 사가지고 들어올 예정입니다. 으하하하. 자, 준비하시고, 4월에도 함께해요!


















여러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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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읽었던 책들의 표지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오네요.
두꺼워서 혼자 읽기 어려운 책들인데, 다락방님이 으쌰으쌰 해주셔서 한 권, 한 권 읽어갈 수 있었네요.

4월에도 같이 읽어요. 봄과 벚꽃과 페미니즘이라니~~~~~~~~~~^^

다락방 2019-03-22 10:34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놓고 스티키 붙여놓은 사진 보노라니 뿌듯하더라고요. 정말 같이읽기 아니었으면 저도 읽지 못했을 벽돌책들이에요. 단발님 항상 같이 읽어주시고 글도 써주시고 최선을 다해주셔서 저도 함께할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우리 계속 함께해봐요! 4월에도 정해진 책 읽어보고, 5,6,7 월 계속 어떤 책이 좋을까 생각하고 결정해서 또 같이 읽어봅시다. 빠샤!!

블랙겟타 2019-03-2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늘 수고많으셔요.
이렇게 리딩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닐텐데 저는 덕분에 숟가락만 얹질 뿐이지요. ^^;;

저는 4월의 책은 이미 책은 사두었으니...4월도 같이 읽어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나니...
「재생산에 대하여」랑「내안의 가부장」이 장바구니에 담아..네요?(응?)

다락방 2019-03-22 10:41   좋아요 1 | URL
제가 뭐 하는 게 있나요, 그저 책 정해서 같이 읽자!! 이렇게 하는 게 전부인데요.
그런데 이게 너무 좋아요. 여러분과 같이 읽는 거요. 같이 읽으니까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었고, 또 여러분이 쓴 다른 글들 보면서 저도 더 생각하게 되고요.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진짜 큰 힘이 돼요. 그런 의미에서 블랙겟타님께도 감사드려요! 후훗.


저 역시도 재생산에 대하여, 내 안의 가부장 장바구니에 담아뒀습니다. 아이참. 세상에 읽을 책은 왜이렇게 많은 가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러네요,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3-22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책이 많다는 게 좋기도..싫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
다락방님,주말 잘보내세요~ (๑˃̵ᴗ˂̵)و

퍼론 2019-03-2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락방 2019-03-22 14:43   좋아요 0 | URL
네,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갑시다!
 















어제 이 책을 좀 읽었는데 '나르시시즘 인격장애' 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나는 혹시 나인가 싶어서 관심있게 해당하는 각주를 읽었다.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지경에 처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이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으면서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바라며, 엄청난 부나 권력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자신은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며,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르고 떠받들어야만 한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관계를 거침없이 이용한다. 상대의 감정 따위는 깨끗이 무시하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무섭게 질투하고 갖은 거만을 떤다. 한쪽의 열등감과 불안감, 다른 쪽의 과도한 자신감과 거만함 사이에서 빚어지는 내적인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는 탓에 균형 감각을 상실한 사람이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를 앓는다. (p.61)




아아, 이 각주를 읽는데, 나는 바로 전날 읽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헨리'가 생각났다. 그 새끼,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였구나! 하고. 변호사를 해볼까 싶지만 어려워서 싫어, 사업을 할까 싶은데 그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근데 나 돈많은 친구들 많아, 어휴, 이런 식으로 나는 일 못해 수시로 때려치고 그러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빚이 쌓이지만 그걸 갚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에이 뭐 어때 오늘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거나 먹자' 이러는 남자인 것이야. 아내에게 '응, 다른 여자한테 정신을 잃었었지, 근데 그 여자 이제 지겨워 암캐야' 라고 말하는 남자. 세상 쓰레기.. 저 새끼,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가 있었던 거구나...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내가 살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지나친 자기애는 반드시 열등감과 함께 있다. 이렇게 못난 나, 이렇게 우울한 나를 상대가 반드시 위로하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 지나친 자기애가 스토커를 만들고 데이트 폭력범을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사랑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못하는 사람, 자신은 세상 중요한데 너는 왜 나를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안하지? 내가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지? 하아- 이런 증상이 바깥으로 나오면 헨리같은 쓰레기가 되고 더 튀어 나오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으윽-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도 아직 1장 밖에 읽지 못했는데, 살인자인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여성 살인범, 그녀가 그렇다면 왜 살인까지 하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그녀는 살인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그 사연. 아마도 읽고나면 밑줄 그을 문장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자,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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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21 10:49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덕에 솔라 읽어보고 싶어졌네요.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하며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비연 2019-03-2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나친 열등감이 지나친 자기애와 과장으로 이어지곤 하죠.

다락방 2019-03-21 10:50   좋아요 1 | URL
지나친 자기애는 자칫 자기비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고요, 정말 너무 싫어요. 건강한 몸도 중요하고 건강한 자기애도 중요하다고 나이들수록 생각해요.
 















그나저나 나는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하아... 며칠전에 읽다가 책을 박살내 버렸다. 두 조각으로 쫘악- 갈라져버렸어. 이 책을 밑줄 긋고 책장에 꽂아둘 작정이었는데, 아아..그렇다면 나는 다시 사야하는 것인가. 부숴진 책을 두고두고 볼 수 있겠는가. 사람은 왜 생각지도 못한 쪽에 돈을 쓰게 되는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왜 박살난거야, 책아? 내게 대답해주렴. 흙흙 ㅠㅠ

내가 널 함부로 다룬 거라면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비아 페데리치'는 《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을 통해 '마르크스'와 '푸코'가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 무시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언급한다. 왜 이것들에 대해서 그냥 넘긴거지? 하고. 

'거다 러너' 역시 기존에 노예학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썼던 올란도 패터슨이 놓치고 지나간 부분에 대해 언급한다.




패터슨은 전형적인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여성노예들까지 포함하여 노예를 '그'라고 총칭하고 여성의 노예화가 역사적으로 선행되었음을 무시하며, 그로 인해 남성과 여성에 의해 경험되는 노예제 방식에 중요한 차이가 숨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p.143)



이 책의 4장은 <여성노예>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앞부분의 1-3장보다 더 이해는 잘된다. 다만, 짐작가능하겠지만, 이해가 잘 돼서 너무 힘들다. 자, 보자.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물론 그런 차이는 노예가 될 사람들이 타지방 부족구성원, 말 그대로 '타인들'일 때 가장 명백하다. 그러나 그 개념을 확장하고 노예화된 사람들(the enslaved)을 어떤 면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런 지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정신적 구성물은 대체로 어떤 현실 속의 모형들에서 나오며, 과거경험을 새롭게 정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 경험은 노예제 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을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p.138-139)




아아...타자화 시키고 억압하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흐름을 읽노라니 저 깊은 곳 어딘가에서부터 분노가 타오르지 않는가.




남성이 가구와 혈통에 '속해 있었다면', 여성은 그들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남성에게 '속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 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 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 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직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p.139)



책을 읽다 보면 전쟁시에 전리품, 포로였던 여자들이 너무나 당연하듯 강간의 희생자 혹은 성적 노예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 전에 읽었던 책들, 《페미사이드》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에서도 재차 언급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에 대해 언급하는데, 나는 이게 너무 괴로웠다. 일전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에서 전쟁 포로이자 아킬레스에게 강간 당하는 브리세이스를 보며 낭만적인 생각을 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브리세이스는 전쟁의 포로가 된 점, 그리고 강간당하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내 기억은 잘못됐을 수 있다), 또한 아킬레스가 브리세이스를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 관계, 아킬레스가 주인이고 브리세이스가 노예인 장면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거다. 그 후에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에서 브리세이스를 찾아보았던가, 거기에서 아킬레스가 총애한 노예가 브리세이스라고 한 걸 보고, 총애 받는 노예라니 좋잖아? 라고 생각했던 내가 과거에 있었다.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는 아킬레스의 화를 돋우기 위해 '아가멤논'이 아킬레스 소유의 노예 '브리세이스'를 강간하고, 그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다른 여자포로 오십명을 선물해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와...내가 대체 어떤 관계에, 무엇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거란 말인가. 너무 아프다. 주인과 노예 관계에 환상을 가졌던 나라니. 실제로 브리세이스는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이 새끼한테 강간당하고 저 새끼한테 강간당했는데. 영화에서 아킬레스가 브래드 피트였기 때문일까, 왜 거기에 환상을 가져, 왜... 아, 너무 괴로웠다.


어제 4장을 읽고 잤는데, 읽는 내내 괴로워, 브리세이스 미안해.. 이런 마음이 된것이다 ㅠㅠ


아마도 나같은 그런 환상을 품은 사람들, 그보다 앞서 환상을 품게 하려는 자들이 만든 영화 때문에 지구상에 아직도 강간문화가 존재하는 거겠지. 강간문화가 형성되고 유지되어 오는데 나 역시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가슴을 푹푹 찌른다. 하아-




그래서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또 결심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걸 배우기도 하지만, 내 과거의 시간을 반성할 수도 있게 되어서. 나는 어쩌면 지금도 또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과거에 빻았다는 것을 알만큼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알아야 할 건 무수히 많지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책을 읽다보면 내가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책 읽는 친구들을 주변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전에 북플에 '읽고싶어요' 한 책을 보고는 한 알라디너는 '그거 내게 있는데 보내줄게' 하면서는 슝- 보내주셨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말에 또다른 알라디너는 '이 책 읽은 너의 감상이 궁금해' 라며 또 슝- 책을 보내주었고. 궁금해하는 책이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이렇게 이 공간에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하노라면, 그 글을 읽고 누군가는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친구가 한 책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나중에 너 읽으면 같이 얘기하자' 고 했더랬다. 그렇게 읽은 책이 《미투의 정치학》이었는데, 이렇게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책을 읽는다고 반드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내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주변에 함께 앞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친구들을 곁에 많이, 오래오래 두고 싶다. 우리가 아주 오래오래 읽은 책에 대해 혹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오늘은 가부장제의 창조 5장을 읽을 예정인데, 무려 <부인과 첩> 이란다. 아아, 나는 아마도 또!! 나의 과거의 빻음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전 5권을 읽으면서, 파라오의 아내 '네페르타리'가 그와 사랑도 하고 정치에도 관여하는 걸 보면서 너무 힘들것 같은 거다. 그래서 '아아, 왕의 부인 보다는 첩이 되는 게 낫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킬레스의 노예를 보고 환상을 갖고, 네페르타리를 보고 첩이 낫다고 생각하는 나... 오늘은 또 그때의 빻은 나를 책을 읽다 만나겠지. 대체 나는 얼마나 더 많이 빻은 나를 마주쳐야 할까. 괴롭다..


괴로워..




괴로워...



마치기전에 잠깐 하나 더 언급하자면, 위의 인용된 구절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애쉬톤 커쳐가 주연한 영화 《s 러버》에는 화려하게 여자를 꼬시는 남자가 나온다. 물론 그가 주인공인데, 영화는 '사랑에 빠지지 않고 즐기기만 하려던' 남자가 제대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남자는 한참 연상의 여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보내는데, 남자는 그녀의 돈과 그녀가 제공하는 사치를 즐기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서서히 그 여자에게 관심을 잃게 되는 것. 이때 그 여자는 남자의 관심 혹은 흥미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걸 알고는, 소위 말하는, '예쁜이 수술'을 하고 오는 거다.


아...


내가 얼마나 당황을 했었는지. 그 때 진짜 놀랐었다. 아무리 그 남자가 좋다고 해도, 저 여자는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그리고 떨어진 흥미를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건 하필이면 왜 성적인 거였지? 이게 너무 충격이었던 거다. 섹스를 할 수 있는 내 신체부위를 새롭게 다짐으로써 돌아오게 하려는 거라면, 내가 가진 자원이 그것 뿐이라는 반증 아닌가. 내가 저 남자를 꼬실 수 있는 건 내 질뿐이다, 라는 거 아니야. 또한 '내 질이 충분히 좁지 못해 저 남자의 맘에 들지 못한다'는 생각이고. 그러니까 여자는, 자신의 질이 충분히 남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가 자신으로부터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하는건데, 어제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 '더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는 문장에 딱 저 영화의 저 장면이 생각나는 거다. 우리는, 여자들은 성적인 도구로써만 가치있는가. 세상은 대체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어떻게 주입해왔는가.



괴롭다.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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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3-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책을 쪼개셨네요. 위편삼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단하시다ㅎㅎ

다락방 2019-03-21 09:16   좋아요 0 | URL
나란 여자.......Orz

2019-03-21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3-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친구들 이야기 은혜로워요^^
뭐랄까.... 달달하고 심쿵하고 감동적이고 그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3-22 07:46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몰라요. 우리 오래오래 책 읽고 이야기나누며 살아요, 단발머리님. 책 친구 너무 좋아요! >.<
 
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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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하지 말라는 말은 지나치게 큰 사랑이 압박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되돌릴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핑계를 대고 우리는 상대에게 압박을 가할 수도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삶에 당연하듯 개입하려고 하기도 하고. 내가 가는 방향이 옳고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으로 내가 사랑하는 상대 역시 이 길로 가고 바로 이것을 선택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자기 확신이 가져온 오만일 것이다. 그 사랑은 상대를 향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향한 사랑일 것이고.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언니는 여동생에게 학교의 킹카인 그 남자아이와 사귀지 말라고 조언한다. 본인이 사귀어봤는데 진짜 영 아닌 남자였다고. 그러나 동생은 언니에게 대꾸한다. '언니도 해보고 알았잖아, 나도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나는 그동안 동생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바로 저 언니 같은 태도로 대했던 것은 아닌지, 그 영화를 보고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 뒤로 그런 태도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어쩌면 또 그런 태도들이 나왔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아니야. 그건 잘못됐어 틀렸어, 이게 더 좋아. 나는 그런 식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했을까봐 두렵다.


나이들수록 그것이 정말로 지양해야 할 태도라는 것을 더 깨닫게 된다. 언제 더 절실하게 깨닫느냐면, 누가 내게 바라지도 않은 조언을 했을 때. 내가 상대에게 조언을 해달라고한 게 아닌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이것이 낫다 저렇게 살아라 말하는 것은, 듣는 이에게는 강압이고 폭력이다. 그런 일들이 닥칠때마다, '아, 역시 남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려하지말자, 조언은 누군가 요청했을 때만 조언이 될 수 있다' 라고 깨닫고 또 깨닫는다. 내 행복은 당신의 행복과 다르다.




'로라'는 자신의 동생인 '셜리'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로라의 생각은 그저 셜리의 행복, 셜리의 행복. 로라의 좋은 친구인 여성혐오자 '존'은 그런 로라에게 '네 생각을 하라'고 매번 조언하지만, 로라는 셜리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올 수가 없다. 셜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내가 너무 셜리에게 집착하나'를 생각한다. 셜리가 데려온 남자가 셜리를 불행하게 만들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이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로라가 셜리와 셜리의 애인 헨리에게 1년간의 약혼기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자 셜리와 헨리 모두 투덜대고 언니가 동생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것이라 한다. 내가 정말 그런걸까, 내가 집착하는 걸까, 내가 동생을 빼앗기기 싫어서 그러는걸까, 내가 동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로라가 정말 동생에게 집착하는 것일 수도, 동생을 누구에게도 보내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다. 다 가능성 있는 얘기다.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내 눈에도 헨리는 '아니올시다'의 님자였다. 만약 이 남자를 내 여동생이 데려왔다면... 그러면 나는 어쩔것인가. 아아, 헨리, 내가 너무 싫어하는 캐릭터..



"제대하면 무슨 일을 할 거예요?"

"사실 모르겠어. 변호사가 될까 생각해봤지만."

"그런데요?"

"너무 힘든 일이야. 사업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

"어떤 사업이요?"

"글쎄, 어떤 사업이든 시작을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난 은행에 다니는 지인이 한두 명 있고 실업계 거물도 몇 알아. 내가 밑바닥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그들이 기꺼이 도와줄거야." 그는 말을 이었다.  (p.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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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변호사 될까? 아이 그건 힘드니까 안돼, 사업할까? 사람들이 도와줘야지........ 너무 한심하잖아. 이런 생각을 가진 남자가 청혼을 하는데 어떻게 예스를 하나요, 셜리여......... 내가 봐도 너무 쎄한데........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여자 돈 잡아먹을 남자잖아...... 여자 고생시키고 여자 돈 다 긁어갈 남자잖아.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혼자 살자, 셜리여..... 너무 딥빡 오는 것이다. 이런 남자라는 것에 대해.



셜리와 헨리는 결혼하게 되고, 예상한대로 헨리는 자꾸 직장을 때려치고 나와서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예상한대로 헨리는 여기저기 빚을 지고, 예상한대로 헨리는 바람을 피고. 게다가 성매수를 하고 성매매 여성을 창녀라고 욕하는 남자들처럼, 헨리는 자신이 바람핀 여자를 '암캐'라고 칭한다. 사업할 때 도와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헨리는 무조건 남탓이 먼저인 사람.



"이 주 정도 수전에게 푹 빠졌지. 잠도 안 올 만큼. 얼마 동안은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얼마 안 가 아주 확실하게 지겨워졌어. 최근에는 완전히 골칫거리가 됐고."

"너무하네요."

"당신이 수전 걱정을 왜 해? 그 여자는 도덕관념도 없는 순 암캐야." (p.144)






게다가 예상한대로 헨리는 처형에게 돈을 빌려 다른 빚을 막고........그리고 불구의 몸이 되어 셜리에게 매달리며 온갖 짜증을 낸다.... 모든 걸 다 잃고 로라의 집에 들어와 살게된 셜리 부부. 하루종일 짜증을 내는 신랑의 옆에 있어주는 셜리를 보며 로라는 너무 슬프다. 셜리는 더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저 불행한 생활로부터 빠져나와야 하는데. 마침 그런 셜리에게 돈 많고 자상한 남자가 다가온다. 아아, 셜리는 저런 남자와 결혼했어야 하는데. 로라는 그런 셜리 보기가 너무 안타깝다. 셜리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셜리를 저 불행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해야 해.




문제는 그거다.

셜리는 그 삶이 언니가 생각한만큼 불행했을까? 셜리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을까? 셜리는 로라가 생각한 것처럼 책임감 때문에 계속 그러고 살았던걸까? 셜리가 원하는 건 뭐였을까?

로라는 셜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셜리가 불행할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렇다면, 그 결정이 셜리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아니.




소설의 마지막에야 다른 사람이 해주는 말을 통해 로라는 알게 된다. 자신이 생각한 셜리가 셜리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이 생각한 셜리의 행복이 셜리가 생각한 셜리의 행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로라는 셜리의 삶을 행복해지도록 본인이 결정해서는 안되었다는 것을. 그 일은 로라를 아프게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지만, 어쨌든 이제 로라는 자신의 남은 생을 살아내야 한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노르웨이의 산악철도에 대해 보게됐다. 홍콩에 여행가 맛있는 걸 먹는 장도연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레 내 조카를 떠올렸다. 저기 타미랑 가면 어떨까, 그런데 저건 맵겠지? 저기 아이들 먹을 만한 메뉴도 있을까? 그랬던 것처럼 노르웨이의 절경, 피오르드를 보면서도 감탄하며 또 타미를 떠올렸다. 저렇게 웅장한 자연이라니, 한 번쯤 보고 싶지만 으앗, 너무 무섭다. 만약 타미가 저기 간다고 하면 나는 가지 말라고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것이다.




(출처: 투어2000 블로그)



너무 무섭잖아, 저기 타미를 보내기엔 위험해,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한 것이다. 이 생각은 한참이나 내게 '그래도 되는가?'를 묻게 했다. 나는 나라는 한 인간으로 '저 곳에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고, 또 내가 절실히 가고자 했다면 가려고 할것이다. 만약 누군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했다면, 나는 정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내 의지대로 할것이다. 그런데 내가 타미에게 '위험하니 가지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타미를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지금이야 타미가 혼자 간다고 말하지 않겠지만, 성인이 되고 저런 곳을 알게 되고, 나 저기 갈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혼자이든 친구들과 함께이든, 그것이 그 아이의 선택이라면, 그것이 그 아이의 바람이라면, 그 아이가 독립적인 한 존재인만큼, 내가 가지말라 할 순 없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위험한 곳에 보내고 싶지 않아' 라고 하는건, 상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불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상대가 그런 상황에서 취약할 거라고 내 멋대로 약한 존재로 결정지어 버린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로라랑 다를게 뭐지? 나는 타미를 셜리 취급하고 있는 거잖아?




홍콩 디즈니에 갔을 때 그런 경험을 했었다. 아홉살 조카와 롤러 코스터를 탔는데, 타는 내내 나는 한 팔로 아이의 안전바를 잡고 어서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혹여라도 아이가 떨어질까봐 안절부절. 멈추고 나서야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이 찾아왔고, 롤러 코스터에서 내리는 순간, 아이가 무사히 내려서 다행한 마음에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이런 나를 모르는채로 조카는 '한 번 더 타자!' 하는거다. 어찌나 야속하던지. 진짜 너무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이것이 위험하고, 무섭고,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건 내 생각, 내 감정이었다. 아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좋아해서 바이킹도 네 번씩타고 그러는 아이인데, 나는 아이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아이가 다시는 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는 더 타기를 원한다. 이게 아이에게는 신나는 일이야.


엉엉 소리내어 한참을 울고, 그런 나를 여동생과 조카가 달래고, 울고나니 기운이 쫙 빠져 있었다. 퍼레이드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조카는 놀이기구를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말했다. 조카가 한 번 더 타자고 한 건 그런 스피드 있는 게 아니어서, 언제 또 올지 모르고 이 아이를 위해 온것이니만큼, 그래 한 번 더 타자, 했다. 아아..그러나 지나는 길에 더 무서운 롤러코스터가 보였고,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조카는 방방 뛰며 타겠다고 했다. 이모는 무서워하니 타지마, 나 혼자 탈게, 라고 조카는 말했는데 도저히 혼자 태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기꺼이 같이 타겠다고는 못하겠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여동생이 자신이 타겠다고 말하는데, '아니야, 내가 탈게' 라고 나는 도저히 말을 못하겠는 거다. 그렇게 여동생과 조카가 롤러코스터를 타러 가고 나는 제부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일에 대해 말했다. 내가 엉엉 운 것 까지도. 그러자 제부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내게 말했다.



"타미는 놀이기구 타는 거 되게 좋아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맞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는 좋아한다. 아이는 좋아하는데, 아이는 신나서 즐기고 있는데 나는 아이가 타는 걸 두려워했어. 내가 두렵다고 아이에게 타지 말라고 하면 안되는 거잖아. 마찬가지로 아이가 노르웨이에 피오르드 보러 가겠다고 하면, 나는 두렵지만, 내가 두렵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가지 말라고 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내 두려움과 다른 사람의 두려움이 다르고 내 바람과 다른 사람의 바람이 다르다. 우리는 그걸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하는게 아닐까.




이 책의 원제는 '짐The Burden' 이라고 한다. 그러나 번역된 제목처럼, 나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작년에는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사랑을 공부하고 싶었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으려면 더 사랑을 알아야 하고, 더 배워야 해, 생각했던 것. 그러나 애인에 대한 사랑이 아닌, 가족과 조카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사랑을 배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조카보다 네 배를 살았는데도, 나는 아직 사랑에 대해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다. 여전히 잘 모르고 여전히 부족한 어른인 것 같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사랑을 배워야지, 계속해서 사랑을 배워야지.




엊그제 만난 친구와 소설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서로 좋아하며 얘기했었다. 소설이 이렇게나 좋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이 그 안에 있어서, 나로 하여금 또 생각하게 한다.



배워야지.

사랑을 배울것이다.




˝지나친 연민이에요.˝
˝그럴 수도 있나요?˝
˝네, 그건 현실을 똒바로 보지 못하게 만들죠.˝
루엘린이 덧붙였다. ˝연민은 모욕입니다.˝
˝대체 어떤 의미에서요?˝
˝바리새인의 기도가 이를 그대로 암시하고 있죠. ‘주여, 제가 그 사람과 다르다는 데 감사합니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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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3-2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와르와 마플이 없는 크리스티 소설이라니 색다른 느낌이 드네요.코난 도일이 추리소설 작가라기 보다는 역사소설가로 불리우기를 평생 바란것처럼 크리스티 여사도 포와르와 미스 마플에서 벗어나고파서 이름도 바꿔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쓴것이 아닌가 싶은데 작가의 바램과 달리 독자들에게 크게 반향을 얻진 못한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9-03-21 10:54   좋아요 0 | URL
반향을 일으켰는지 안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읽기에는 이 시리즈가 다 좋습니다.

얼룩말 2019-03-2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요.

다락방 2019-03-21 11:50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시리즈를 네 권 밖에 못읽었는데 며칠전에 갑자기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