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
마이클 수지 감독, 채닝 테이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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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작고도 큰 일들이, 결국은 제자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처럼 `이별`을 잊어도, 이 영화 처럼 `사랑`을 잊어도, 우린 결국 우리가 가야할 곳에 도착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제목이 소설책의 제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껏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고자 했을텐데. 그러나 이 책은 '사회학자'의 책이고,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어렵다는 느낌, 바로 그것 밖에 더는 주지 않는다.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먼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전 지인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 끝에 나온 추천이었다.


중국 소설을 읽는데 사람들 성격이 너무 까칠하고 뭔가 신경질적이다. 이것은 높은 인구 밀도 탓에서 온 게 아닌가 싶다. 스웨덴 소설을 읽으면서 놀랐던 건, 그들의 인구밀도는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비리와 잔혹한 범죄와 연쇄 살인과 성폭행들이 우리나라와 똑같이 일어난다는 거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삶이 빡빡하고, 그래서 범죄 환경이 더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게 아닌가보다.


위와 같이 내가 말하자 지인이 이 책을 추천했던 것.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니가 의문을 갖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나는 제목도 무시무시한 무려, '무질서의 효용'을 읽으려고 시도한 것이다. 오, 맙소사. 내가, 무질서의, 효용을. 무질서도 효용도, 그 단어 하나씩을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벅차기만 한데, 심지어 두 단어가 같이 있는 이 책을. 그래서 토요일 대전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 나는 이 책을 펼쳤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서문만 읽고 나는 말그대로 뻗어버렸다. 대전까지 가는 내내 잤다. 주말동안 독서와는 먼 시간을 보내고 오늘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서문 다음부터를 또 읽어보자 하고 꺼냈다가 또 뻗어버렸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아- 내가 궁금해하는 걸 얻어내기 전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아 근데 궁금해 ㅠㅠ 이 책을 읽을 수 있을만큼의 독서력이 내게는 없고, 그렇지만 궁금하고...궁금한데 못읽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신이시여. 나는 이제 어째야 하는겁니까!!!!!!!!!!!!!!!!!!!!!!!!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서 나는 훅- 호기심이 생겼던 거다.



이 책에서 나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고자 한다. 도시라는 정글, 도시의 광막함과 고독에 긍정적인 인간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실 나는 도시 생활에서 일정한 종류의 무질서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완전한 성인기로 올라서고, 이 책에서 보여줄 것처럼, 현재와 같은 악의가 없는 폭력이라는 취미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p.22)



그러므로 어떠한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한데, 그런데 '악의가 없는 폭력'이란 무얼까? 폭력에 악의가 없을 수 있을까? 습관같은, 반사작용 같은 그런 폭력을 일컫는걸까?



『무질서의 효용』은 내가 스물다섯 살에 쓴 첫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시기와 환경, 즉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1960년대 신좌파 New Left (내가 많이 좋아하는 턴레프트님이 생각났습니다. 뿅-)를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책에 담긴 기본적인 사고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추적한 주체성과 물질적 현실, 개인의 정체성과 도시 환경의 연관성은 오늘날 한층 더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전 세계 사람 대부분이 도시에 살기 때문이다. (서문,p.9)



어젯밤. 갑자기 이것저것 좀 알아보느라 내가 생각한것보다 늦게 잤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 무척 힘들었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아니, 사실 읽는다고 할 순 없고 그저 '본다'고 할 수 있겠다- 지하철에서 눈을 감았다. 양재역에서 내려 아 안되겠다,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자 싶어서 출근길에 스벅을 들렀다. 어휴, 무질서의 효용이고 뭐고 정신 바짝 차리고 회사 가야지 싶었던거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마침 이미 와서 주문을 마치고 구석에 앉아있던  J 과장을 만났다. J 과장은 시나몬 롤을 시켰는데 같이 먹자며 앉아도 되겠느냐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음료를 앞에 두고 시나몬 롤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했다. 시나몬 롤 하니 그 영화가 생각나는데 봤냐, 아 근데 제목이 기억안난다, 시나몬 롤 나오는 영화인데, 라고 내가 말하자 J 과장은 '카모메 식당이요!!' 하는거다. 맞아요, 그거, 하면서 이야기는 무질서의 효용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책을 꺼내 보여주며 이런걸 내가 읽으려고 하다니 돌아버릴 것 같다면서. 그리고 말했다. 글쎄 이 책을 저자가 스물다섯 살에 지었대요. 참나원. J 과장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며 놀라고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난 스물다섯에 힙합바지 입고 첫직장 다니고 있었어요.



J 과장과 나는 동시에 빵터졌다. 그렇다. 나는 스물다섯, 직장에서 막내였고, 하하하하, 힙합바지며 박스티를 입고 직장을 다녔던 것이다. 오 마 이 갓. 상상할 수도 없다며 우리는 같이 웃었고 그러다가 시나몬롤 맛있다고 또 꺅꺅거리고. 하핫. 아니 어떻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썼을까. 스물다섯에 나는 무질서와 효용에 대해서 어떤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스물다섯의 나는 매일 일하고 퇴근하면 술마시고..의 반복이었는데. 그당시 입사동기 남직원과 영어를 같이 공부해보자며 둘이 영어학원을 같이 등록하고서는 하루 같이 나가고 그 뒤로 학원까지 함께가서 늘 동동주를 먹으러 갔는데. 학원비 날렸어..난 그때 알았다. 학원 다니며 공부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하필 다녀도 그런 사람하고 다녀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커다란 유혹이 되었을까. 학원가자, 그래. 학원에 도착해서는 술마시러 갈까? 그래. 이게 뭐야... 역시 난 안돼. 여튼 내가 그때 학원비며 술값을 마구 써댔던 스물다섯에, 리처드 세넷은 무질서의 효용을 썼다. 


나는 천재에게 감탄하는 편이다. 사실 천재에게 쑝쑝 반하고는 한다. 그건 아마도 내가 천재와 거리가 먼, 보통 사람들보다 약간 더 머리가 나쁜 편에 속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천재를 향한 동경에 휩싸여있는...공부를 잘했다거나, 지금도 뭔가 지식을 자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뭔가 많이 아는 것 같으면, 나는 정말이지 쑝- 가버린다. 멋져...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학창시절 공부를 잘한 사람에 대해서도 너무 멋지게 생각된다. 어떻게 그렇게 잘했을까..하고. 내가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끌리는 건 내 주변 사람들이 내게 일깨워준거다. 지난주 대전에서 만난 친구도 '너는 지적인 남자한테 끌리잖아' 라고 말했는데, 며칠전 통화한 친구도 내게 '너는 인텔리 남자한테 끌리더라' 하는거다. 오. 나는 친구에게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재이슨 스태덤을 좋아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거야! 그러자 그 친구는 말했다.


재이슨 스태덤은 근육 인텔리지.


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근육 인텔리. 여튼, 리처드 세넷은 스물 다섯에 무질서의 효용을 써서 나를 지금 현재 이토록 놀래키고 있는데, 아이구야, 멋지다 멋져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뭐랄까, 나랑 친구하긴 힘들 것 같다.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아침에 시나몬 롤 먹으며 맛있다고 꺅꺅 거릴 수 있을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맥주 마시면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서 불편하다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복숭아는 과즙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먹어야 된다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백화점 와인 코너에 가서 할인 크게 하는 와인이 어떤거냐고 물어볼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번역안된 외국어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쉬바 빨리 번역본 좀 나오지, 라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책 오만원어치 채워서 보틀을 받으려고 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체크카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지만 통장에 언제나 잔고가 없어서 결국 신용카드를 긁는 삶을 살까?




J 과장과 나는 오늘 아침 따뜻한 시나몬 롤에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수다 떨다가, 아니 그런데 우리 이렇게 웃고 떠들어도 되나요? 하며 시간을 보았다. 아이쿠야. 출근 시간이 오 분 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는 헐레벌떡 자리를 정리했다. 



출근시간인데 마치 퇴근한 것처럼 수다떨었네요.



라고 말하고 또다시 깔깔대고 웃고, J 과장은 까페를 나서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고. 나도 그렇다고 했다. 만약 J 과장이 싫었다면 커피만 주문하고 얼른 출근했을 거라고, 같이 앉아 시나몬롤을 먹으며 수다를 떨진 않았을 거라고. 



내게 오늘 아침은 무질서의 효용과는 거리가 먼, 커피와 시나몬 롤의 효용이었다. 그보다는 수다의 효용일 수도 있었을테고.



그나저나 이 책을 어쩌냐...혹시 포기할까봐 가방에 소설도 한 권 넣어왔더니 에코백인데도 더럽게 무거워...에이씨......





 
 
세실 2014-07-29 09:42   댓글달기 | URL
아침의 여유로움이 참으로 부러워요~~~ 시나몬 롤과 커피라니^^
카모메 식당에서 전주인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 루왁' 하고 외치던 그 장면 참 재미있었죠.
저도 천재, 다독가, 박학다식한 사람, 달변가에 약해요^^

다락방 2014-07-30 12:48   URL
아침에 먹는 시나몬롤은 더 맛있었어요! 헤헷.
저도 커피 루왁을 카모메 식당 덕에 알게됐어요.
그나저나 천재에게 끌리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군요!ㅎㅎ
여긴 날이 아주 뜨거워요, 세실님.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

아무개 2014-07-29 12:01   댓글달기 | URL
1.25살에 저는.... 크흑.... ㅡ..ㅡ

2.지금 이승우 단편집 읽는 중인데 이것도 크흑....ㅜ..ㅜ

3.회사에서 업무 실수로 욕먹고 크흑....ㅠ..ㅠ


다락방 2014-07-30 12:48   URL
크- 어제는 이제 지나가버렸는데 오늘은 어떻게 맞이하고 계십니까, 아무개님.

달걀부인 2014-07-29 16:07   댓글달기 | URL
최근의 읽은 글중 가장 재미있고 따뜻한 글이었어요. 다들 남자취향이 비슷한데도 공감!! 졸린 오후에 즐겁게 잠을 깨워줘서 감사해요.

다락방 2014-07-30 12:49   URL
아, 별말씀을요, 달걀부인님. 오히려 재미이쓴 글이라 해주시니 제가 고맙습니다! 헤헷
잠을 깨워줘서 고맙다하셨는데, 아, 저는 한 시에 나가서 점심 먹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졸릴 것 같아 걱정이에요. ㅠㅠ

마태우스 2014-07-29 20:12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물다섯에 기생충학을 선택하고 대학원 입학시험에 붙기 위해 오래된 기생충학 책에 줄을 긋고 있었답니다. 글구 저 책, 딱 봐도 제 스탈이 아니어요. 저도 서문 읽고 때려치울 듯... 원래 책을 읽다가 마는 건 싫어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제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아니다 싶으면 때려치운답니다.^^

다락방 2014-07-30 12:50   URL
마태우스님이 지금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스물다섯에 오래된 기생충학 책에 줄을 그으셨기 때문일거라 확신합니다.
저도 요즘엔 책 읽다가 중단하고 던져버리곤 해요. 사 둔 책이 너무 많은데 재미없는 책까지 읽으며 보낼 시간은 없으니까요. 하하핫

2014-07-29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30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4-07-30 11:37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커피..ㅠㅠ

줄리아 로버츠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립니다.^^

저도 무질서한 댓글을.. ㅋㅋ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다락방 2014-07-30 12:54   URL
그러니까 아마도 저 책은 '무질서가 낫다' 고 말하려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꼬마요정님의 댓글이 무질서한들 신경쓰지 마세요!! ㅎㅎㅎㅎㅎ

조선인 2014-07-30 14:06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모르겠고 보틀을 받으려고 5만원 꽉 채워서 주문할 거 같긴 한데요? ㅎㅎ

다락방 2014-07-31 11:23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오랜만입니다, 조선인님. 저는 지금 점심시간만 마냥 기다리고 있어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요. 흑흑 ㅠㅠ
 
Sabine's Notebook: In Which the Extraordinary Correspondence of Griffin & Sabine Continues (Hardcover, New) - In Which the Extraordinary Correspondence of Griffin & Sabine Continues
Nick Bantock / Chronicle Books Llc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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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슨 일 이 생 긴 거 죠?
엇갈리는 것 역시 사랑의 과정입니까, 일부입니까?
당신들은, 그러니까 강해진 그리핀과 이미 강한 사비네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겁니까?
더 기다리게 한다면 나는 지쳐버릴지도 몰라요. 엉엉 ㅠㅠ
이거 제발 어딘가에서 번역본 좀 내주삼 ㅠㅠㅠ


 
 
꼬마요정 2014-07-28 14:18   댓글달기 | URL
번역본.. 절실합니다.ㅠㅠ

다락방 2014-07-28 14:21   URL
어휴...드문드문 아는 단어들만 해석하니 답답해 미치겠어요. 번역본이 좀 나와줬으면.. ㅠㅠㅠㅠㅠ

2014-07-29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7-29 08:21   URL
우앗. 정말 나온 적이 있었네요!!!!! >.<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19세기_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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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된 책들을 (다시)읽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차오른다.
로쟈님, 미국 문학 영국 문학 독일 문학 프랑스 문학도 다 강의해주시면 안될까요?


 
 
루쉰P 2014-07-27 17:28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고 싶어요.
공부를 하면서 한 달에 한 권은 읽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전 교양 있는 남자니까요.

다락방 2014-07-29 08:21   URL
ㅎㅎㅎㅎ 교양있는 남자 멋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결투라니!















와- 이 책 진짜 재밌다. 이제 톨스토이와 체호프만 남겨두고 있는데,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 나는 사실 '소설'을 읽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의 교육이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그런 게 없이 내가 읽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는 거,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느낌은 배움으로 알 수 있는게 아니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에 얽힌 사연들도 다 얘기를 해주니 내가 읽은 책들이지만 참 새롭게 보이는거다. 고골의 책도, 도스트예프스키의 책도, 투르게네프의 책도 다 읽었지만 이 모두를 새롭게 다시 읽고 싶은거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기 전과 읽고난 후의 투르게네프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 같은, 그런 느낌? 다른 책들도 이렇게 배경 지식을 알고 듣는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간 로쟈님의 글은 어렵고 지루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죄송합니다!!), 재미있다!!!!!!!!!!!!!!!!!!!!!



아, 그리고 고골. 고골을 대체 어쩌면 좋은가. 나는 고골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이해가 돼서 힘들었다. 고골의 소설에 대한 소명의식 같은 게 아니라, 그 소명의식과 현실의 자신의 능력이 부딪치는 데서 오는 갈등. 



고골에게서 작가적 재능은 무엇보다도 유머나 풍자 쪽에 있었습니다. 러시아 사회의 속물성과 관료주의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데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발휘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재능이 진지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통받았습니다. 고골은 전형적인 속물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최고 작가입니다. 문제는 그런 재능과 그가 생각한 작가의 소명이 충돌하는 데 있었습니다. 속물적 인물들에 대한 풍자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꼬집는 것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골은 작가의 진정한 역할이 사회를 교화하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후기로 갈수록 강해지는데, 그러면서 창작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p.110-111)



고골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소명, 소설의 나아갈 길. 그것이 분명하게 자리잡혀 있는데 사실 자신이 잘 써내는 소설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글과는 다른데서 오는 갈등. 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그러던 1837년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푸슈킨이 결투하다 죽은 거예요. 푸슈킨의 죽음은 레르몬토프에게 「시인의 죽음」이라는 시를 쓰게 했지요. 고골에게도 아주 큰 충격을 줍니다. 고골 생각에 러시아 문단에는 두 작가가 존재합니다. 푸슈킨과 고골. 푸슈킨과 자신이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연상인 푸슈킨이 앞에서 끌고 가고 자기는 뒤에서 밀고 가고. 푸슈킨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자기는 부정적인 군상을 묘사하고. 그런데 푸슈킨이 죽은 겁니다. 고골은 '이제는 나밖에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명 의식이 더 강화됩니다. 러시아의 문학을 책임질뿐더러 러시아의 미래를 구원해야 합니다. 정말로 심각하고 진지한 소명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p.116)



고골의 소명 의식을 옆에서 들은 사람이라면 아마 웃었을지도 모른다. 야 누가 너더러 그런거 하랬냐, 지금처럼만 해. 혹은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며 격려했을지도 모르고. 이것이 소설의 올바른 나아갈 길이다, 라는건 고골 본인이 생각한거지 누군가가 고골에게 '그런 글을 써' 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고골은, 고골 본인의 생각 때문에 갈등을 하고 힘들었던거다. 나는 이걸 잘 써, 그렇지만 이렇게 써야 하는건데...하는데서 오는 미친듯한 내적 갈등. 내가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가고 있다, 는 생각은 다른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준다 할지라도 본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자칫 오만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이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더 잘하고 싶은거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이지, 얼마나 어마어마했을까.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고골에게 동화됐던거다. 물론 내가 고골처럼 글로써 어떤 소명의식을 가졌다거나 한 건 아니다. 나는 고작 블로거 1人에 불과할 뿐인데, 글에 어떤 소명의식을 담겠는가. 그저 나 좋자고 쓰는 글인데. 다만 나는 나 스스로,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마음이 끌려가는 방향이 달라서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었던 일이 있었기에 고골에게 완전히 나를 덮어씌울수 있었던 거다. 언젠가 친구가 '너는 타인의 눈은 신경 안쓰는데 스스로한테 쪽팔리는 걸 못견뎌 해'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완전 깜짝 놀랐었다. 아, 내가 그랬나?



서른한살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그간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가장 적극적인 타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훅- 강하게 다가왔다. 첫만남에서부터 '다음에도 나를 만날 의향이 있냐'를 물었는데, 상대를 바로 앞에 둔 상태로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무척이나 당황하며 '뭐 그래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음에 또 봐요, 라는 식의 아닌 이런 저돌성이 나로서는 꽤 놀라웠던거다. 한번은 주말이 되기전에 내가 물었다. 주말엔 뭐할거냐고. 그러자 그는 '당신 만날거야,' 라고 하는거다. 나는 그에게 '나는 이미 친구와 주말에 약속이 되어있다, 너는 나한테 만나자고 한 적 없지 않느냐' 고 답했고, 그는 선약이 있다면 할 수 없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일어났다. 



나는 그를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친구와 먼저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이 남자를 너무 만나고 싶은거다. 게다가 나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채로 나를 만날거라는 그의 말에 기분이 나빠야 한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기분도 안나쁜거다. 오히려 주말에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는 데 설레이고 기쁘다. 그렇지만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가야한다. 왜? 친구랑 약속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남자가 너무나 만나고 싶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할까? 무슨소리. 나는 언제나 남자 때문에 일상이 틀어지는 걸 경멸해왔다. 그러니 이래서는 안된다. 먼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가 조낸 보고싶다!!!!!!!!!!!!!!!!!!!!! 그렇지만 친구를 만나러 가자.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약속 안지키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게 나다. 그런데 이런 내가 약속을 안지킬 수 없다. 그런데 이 남자 너무 만나고 싶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자.




아아- 이러다가 나는 폭발해버리고 만것이다. 내 안의 이 내적갈등.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오는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갈등. 아 진짜 뻐킹쉿. 욕나온다. 지금도 그때의 갈등이 생생하다. 그는 나에게 내적갈등을 정말이지 너무나 많이 하게 했다. 그는 늘 저돌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이건 아냐, 이러면 안돼' 하는 생각을 해야했고,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가슴은 그를 열렬히 원하고 있었던거다. 나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를 만나는 동안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 뻑하면 눈물이 났다. 만약 그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았을텐데. 내가 나를 통제하고 '안돼'라고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텐데!! 나는 나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를 만나는동안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건 누가 시킨 게 아니다. '너의 주인은 너가 되어야만 해', '남자 때문에 친구랑 약속을 어기지마', '만난지 얼마 안 된 남자한테 끌려가지마' 라고 누가 나한테 지시한 게 아니다. 순전히 내가, 나 스스로가 나를 옭아맨 것이다. 내가 만약 친구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다면 '야 완전 괜찮아 그 남자 만나, 나는 나중에 만나면 돼지'라고 했을것이다. 아마도. 또다른 친구들에게 말했다면 야 뭘 그렇게 생각해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거지, 라고 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내 스스로가 내 자신에게 용납이 안됐던거다. 아, 도대체 왜!!!!!



나는 다시는 그런 내적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뒤로 내가 계속 편하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편안하고 안정된 연애를 해왔다. 그래, 이래야 해, 이게 내가 원하던 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나는 그런 연애를 추구할 것이다. 볕이 좋은날 혼자 소파에 앉아서 엉엉 울게 만드는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게 뭐가 이렇게 힘드냐고 나 스스로를 학대하게 하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내가 늘 추구해왔지만, 가끔은, 아 쉬바, 여자의 마음이란게 뭔지, 내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때마다, 빅재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이 빅재미 란 뭔가 액티브한 데이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 가슴을 들었다놨다 하는, 그런 걸 말하는거다. 그러니까 사실 나는 그토록이나 힘들면서도, 힘들어했으면서도, 잊지 못하면서도, '또' 그 경험을 어느틈에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 이걸 인정하는 게 나는 또 그토록이나 싫었던거다. 물론 이 빅재미는 그 당시에는 전혀 빅재미가 아니다. 고통이다. 아픔이다. 어마어마한 내적 갈등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나니, 젠장, 그게 빅재미인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는 그를 '지나치게' 좋아했던 것이다. 지나치게, 지나치게!! Orz



아, 내적 갈등 얘기를 너무 몰두해서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이제 그만 써야지.


그나저나 고골님..미안해요. 고골님의 근사한 소명 의식에 제가 한낱 연애 감정으로 살짝 올라탔네요. 그러니 다시 고골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분명 고골의 단편 소설들을 읽었다. 로쟈님이 책에서 언급한 단편들을. 그리고 그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와- 나는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내가 아주 많은걸 놓친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나저나 금요일이면 점심 먹고 퇴근하라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읽던 책을 마저 읽을 것이 아닌가. 이놈의 회사는 비오는 날도 출근시키고 금요일도 하루 내내 일시키고, 뭐하나 좋은게 없다니깐. -_-



아, 페이퍼 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들였더니 기운이 쏙 빠진다. 아까 외근나간 동료가 사다준 단팥빵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만 같다. 



 
 
마태우스 2014-07-25 13:34   댓글달기 | URL
호호 다락님다운 귀여운 페이퍼! 몰입감 완전 짱이네요. 로쟈의 러시아강의라서 문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겠거니 했는데 웬걸...^^ 그럴 때 친구와 만날 때 남친을 데려가는 것도 흔히 쓰는 방법이죠. 근데 그게 그닥 좋은 건 아닌 듯해요. 왜냐면 그 친구가 소외되잖아요. 왠지 괜히 그 자리에 낀 것 같은 그런 기분..... 요즘 블로거베스트에서 상위에 있는 책을 모조리 사서 그걸 읽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덜 더운 느낌.>! 다락님도 여름 잘 보내시길 빕니다

다락방 2014-07-25 14:14   URL
오, 블로거베스트 상위에 있는 책들이라고요? 저는 집에 사둔 책이 너무 많아요 마태우스님. 그걸 언제 다 읽으려고 그렇게 쌓아두었을까요 ㅠㅠ 그러면서 책을 또 사고 싶어져요. 흑흑. 무모한 다락방입니다. ㅠㅠ

러시아 문학 강의 재미있더라고요. 미국 문학, 영국 문학, 프랑스 문학 강의도 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늘 삼천포로 빠지지요. ㅋㅋㅋㅋㅋ 몰입감 짱으로 읽으실 수 있었던 건 제가 완전 몰입해서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 쓰고 힘들었어요. ㅋㅋㅋㅋㅋ

레와 2014-07-25 13:37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친구와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났다가 그 사람이 마침 불운에 다시 못 만나는 사람이 된다면.
혹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려고 약속 장소에 갔고 친구도 만났어요. 근데 생각은 온통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면, 그건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지 않은가?


나는 이해할 수 있어요.
부득이 약속을 취소한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라고.
그러니 다락방, 쫌!! (<-하고 싶은말을 다 함축하고 있는 참으로 좋은 말이얌.ㅋㅋ)


다락방 2014-07-25 14:11   URL
응 맞아요.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지만 친구하고 그남자 얘기만 하고 빨리 집에가서 그남자랑 메신저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건 분명 친구에 대한 예의는 아닐거에요. 그렇지만 그남자에 대한 나의 미친 갈등을 친구에게도 말하고 싶었어요. 친구야, 나 이래서 힘들어..하고 .. ㅎㅎㅎㅎㅎ

레와님이 이해할 수 있을거란 건 알아요. 그렇지만 나는 내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는가가 먼저인 것 같아요. 뭐, 이젠 그러지말자,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지만 앞으로 정신 쏙 빠지게 하는 남자를 사귀지는 않을라고요. 그건 너무 힘드니까... ㅎㅎㅎㅎㅎ

레와 2014-07-25 14:37   URL
하.지.만. 빅재미는 포기 못하잖아요 또 우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7-25 14:43   URL
그치. 같이 가야지. 빅. 재. 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25 13:57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날씨와 같은 것이라고 했나 봅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오전내내 라면 80그릇 끓였더니 푹 퍼지기 일보직전이네요. 좋은 오후 되세요.

다락방 2014-07-25 14:08   URL
아! 장교식당 취사병이시구나! 라면 팔십개!!

아무개 2014-07-25 14:25   댓글달기 | URL
1.잘은 모르지만 그시절 러시아 작가들은 문학이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해 도움을 줄수 있는
어떤것이 될수 있다고 확신했던거 같아요.
그들의 그런 순수함과 소명의식 같은것 같문에
제가 다른 나라 소설보다 훨씬 더 많이 마음을 열고 읽게 되었던거 같구요.
한때 보관함에 거의 전부가 러시아 작가들 소설로 채워져있기도 했었는데...

2.저는 연애할때 아니 사랑에 빠졌을땐
'아..이거 또 굉장히 힘들고 아픈 빅재미를 느끼게 되겠구나'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 빅재미를 포기 하지 않는편이에요.
그땐 뭐 친구? 가족? 그런거 없음
그 사람 앞에서 이미 나란 존재가 없어져 버리는데
무슨 친구!

3.다락님 이 페이퍼 쓰고 기분 좋지 않던가요?
그랬을꺼 같아요 *^^*
그런데 태그보면 아닌거 같기도 ㅋㅋ

다락방 2014-07-25 15:21   URL
1. 저는 그들에게서 소명의식이나 순수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언급된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죄다 재미있게 보긴 했어요. 아무개님이 마음을 열었다면 그건 어쩌면 러시아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요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이라고 하거든요. 유럽을 따라가고 싶어했던 부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었고요. 몽골의 지배를 한참을 받은 러시아라고 하니, 어쩌면 그 '아시아적'인 데서 아무개님의 마음을 더 잘 건드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근거없이 해봅니다.


2. 저는 연애해도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나, 내 시간, 내 공간, 내 가족, 내 친구, 내 일 등등. 일이라고 하니까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여튼 나를 둘러싼 주변 모든 것들이요. 이런 모든것에 있어서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원하는데, 이게 완전 폭풍같은 남자를 만나면 힘든거죠. 안간힘을 쓰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요. 그래서 결국 그들하고는 애인 사이가 되거나 유지하길 힘든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폭풍 같은 남자들이 제일 기억나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기분이 좋다? 글쎄요. 좋은지 안좋은지..글쎄요? 좋았나? ㅋㅋ 뼈다귀해장국 먹어서 좋은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좋은건 모르겠고 하여간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닥 빨리 써가지고 손이 아팠네요. 지금도 아파요. 너무 열심히 쳤어 자판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멜랑콜리하긴 했어요. ㅋㅋ

2014-07-25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7-29 08:24   URL
저는 그 드라마를 안봐서...

루쉰P 2014-07-27 17:34   댓글달기 | URL
고골의 광인일기는 루쉰 선생의 광인일기를 영향을 준 책이고, 루쉰 선생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에요. ㅎ
저도 고골을 무척 좋아해요. 그가 마지막에 미쳐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무척 슬프기도 했구요. 고골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체포 됐을 때 읽었던 책의 저자 이기도 하고, 전 고골이 블랙유머를 구사한 작가라 참 좋아해요.
고골, 톨스토이를 좋아하지만 다른 러시아 작가의 책은 안 읽어 봤어요. 러시아 소설은 좋아하는 데 저 두 작가 사이에서 멈추어 버렸어요. ㅎ

근데 다락방님이 쓰시는 서재에 보면 소명의식이 느껴져요. 매일 매일 그리고 읽을 때마다 쓴다는 것, 그건 정말 쉽지 않거든요.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반복해서 꾸준하게 쓴다는 것은 굳이 누구에게 무슨 할 말이 있기에 쓰는 그런 거창한 소명의식이 아니라, 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것들을 쓰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거의 책을 안 읽잖아요. 전철에서도 한 칸에 책 읽는 사람이 한 명 있을까 말까에요. ㅎ

다락방님도 이리 소명의식 가지고 노력하시니 저도 한 달에 한 권은 읽고 써 볼라구요. 흠...뭔가 갑자기 혼자서 각오를 하고 있군요.

다락방 2014-07-29 08:24   URL
이 책 한 권 읽고 러시아 소설 여러권 장바구니에 담았네요. 고골과 체호프, 투르게네프는 집에 있는 걸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고요. 루쉰님이 고골을 좋아한다 하시니 반갑네요. 줌파 라히리는 자신의 소설속 등장인물을 고골을 좋아하는 인물로 설정해서 아들을 낳아 이름을 '고골리' 라고 짓기도 해요. <이름 없는 사랑>에서 그렇게 하지요.

소명의식은 저는, 없어요. 음...아니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니..있는건가?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하하. 오늘 출근길에서는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다가 자버렸어요. 읽으려고 시도한 책이 너무 어려워서..그래서 포기할까 해요 ㅠㅠ

오늘 하루, 이번 일주일 모두 잘 보내요, 루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