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알라딘 영화쿠폰

오늘 여러분께 알라딘 맥스무비 쿠폰을 받았으나 등록에 계속 오류가 생겼고, 이에 맥스무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는데 이런 답변을 들었다.


"한 아이디당 하나의 쿠폰만 등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기존에 여러장 등록해 사용 했었다, 라고 하니 그동안 그게 오류였던 것이며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하나만 등록되어야 하는게 맞는 거라고, 한 아이디당 하나만 발급되므로 여러장 등록 사용은 안되는 거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주신 영화쿠폰을 제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네요?????


난 이제 한 달에 한 번만 영화를 봐야겠네...



 
 
하이드 2014-10-23 18:50   댓글달기 | URL
말도 안 되는데요?? 저도 한 십년쯤 여러개 등록해서 사용했는데요. 이거 알라딘으로 문의해보세요.

마노아 2014-10-23 23:38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달에 두개 등록했거든요. 맥스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상해...;;;;

moonnight 2014-10-24 11:27   댓글달기 | URL
헉 그럴리가요. -_-;;;;;;;;;;;;;;;;;;;

aladinservice 2014-10-24 13:43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마노아님, moonnight님. 알라딘 멤버십 서비스 담당자입니다.

맥스무비 영화쿠폰의 경우 한달에 한개의 쿠폰을 쓰는 것으로 계약 체결된 서비스입니다. 다락방님의 글을 보고 저도 어제 맥스무비 측에 문의를 해봤는데, 맥스무비 담당자가 최근에 퇴사하면서 정확한 히스토리는 모르나 최근 시스템적으로 해당 부분의 보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 담당자는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시고, 그냥 원래 됐던 거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아마 담당 개발자나 누군가, 이 부분에 오류가 있는 걸 발견하고 보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간 여러 장씩 쓰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을 서재를 통해 알고는 있었으나, 저희 입장에서는 1장씩 드리고 있었고, 그걸 받으신 분들이 다른 분들께 자신의 몫을 드리는 거라, 해당 내용을 굳이 맥스무비 측에 말씀드려 수정해 달라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맥스무비 측에서도 어느 정도는 프로모션으로 보고 그냥 용인하고 계신 거라 생각하고) 하지만 맥스무비 입장에서는 계약 내용과 달리 중복 등록이 발생되고 있었고, 이것을 계약 내용인 `1분이 1장씩 등록`으로 시스템을 보완한 것을 다시 되돌려달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늘 저희 서비스에 관심갖고, 좋아해주시고, 또 적극적으로 이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moonnight 2014-10-24 17:36   URL
그, 그런 거였군요. ㅠ_ㅠ; 저는 영화쿠폰을 거의 안 쓰는데, 아깝네요. 영화 많이 보시는 분들께서 사용해주시면 좋을텐데. -_ㅠ;;;;;;;;;;;;;;;;;;

2014-10-2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1. 알라딘 영화쿠폰 맥스무비 중복 등록에 관하여
    from 마지막 키스 2014-10-23 17:21 
    오늘 여러분께 알라딘 맥스무비 쿠폰을 받았으나 등록에 계속 오류가 생겼고, 이에 맥스무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는데 이런 답변을 들었다."한 아이디당 하나의 쿠폰만 등록할 수 있다."그래서 나는 기존에 여러장 등록해 사용 했었다, 라고 하니 그동안 그게 오류였던 것이며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하나만 등록되어야 하는게 맞는 거라고, 한 아이디당 하나만 발급되므로 여러장 등록 사용은 안되는 거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므로,여러분이 주신 영화쿠폰을
 
 
2014-10-2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23 14:28   URL
고맙습니다! :)

2014-10-23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23 15:53   URL
고맙습니다! 잘 볼게요. 흐흣

다락방 2014-10-23 15:53   댓글달기 | URL
이제 그만주셔도 됩니다. 끝!!

moonnight 2014-10-23 16:25   댓글달기 | URL
앗 늦었네요. ㅠ_ㅠ;

다락방 2014-10-23 16:31   URL
아하하. 혹시라도 필요하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문나잇님. 으히히히히

세실 2014-10-23 16:39   댓글달기 | URL
이런....아쉽다~~~
11월에 미리 드릴게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23 16:41   URL
네~ 므흐흐흐
 
















살아가는 일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뜻하지 않은 바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 삶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뭐, 이렇게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거다. 나는 정우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터라 내가 볼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영화 《호우시절》을 봤다는 것.



지금은 활동하지 않으시는 알라디너 '작게작게'님이 일전에 그런 페이퍼를 쓰신 적이 있었다. 로또 당첨을 바란다면 로또를 사야 한다는 것. 이 단순한 이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나는 이 영화 호우시절을 보면서도 그 말을 떠올렸다. 로또 당첨을 바란다면 일단 로또를 사야하고, 이국에서의 로맨스를 꿈꾼다면 이국엘 가야 한다는 것. 중국 여자가 한국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미국에 갔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남자가 중국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건 미국에서 그녀를 만났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내가 재이슨 스태덤과 사귀고 싶다면 여기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여기를 내팽개치고 미국엘 가야한다. 가서, 재이슨 스태덤 앞에 내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 물론 드러낸다고 그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당연하다. 그 뒤로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가서 그의 앞에 나를 드러내야, 그 뒤를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옆에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있다면 나는 그의 옆에서 그의 손을 잡고 걸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설사 그의 옆에 아무도 없다 한들 내가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일단 나는 그의 앞에 나를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 있고 그는 거기에 있다. 아, 가엾은 내 사랑, 한국에 갇혔네.



또한, 남자는 떡대다, 라는 걸 이 영화는 분명히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가 갑자기 만난 비에 비를 피하기 위해 한 가게의 처마 밑으로 들어갔는데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자가 추위를 느껴 살짝 떤다. 그때 떡대 좋은 정우성이 긴 팔로 여자의 어깨를 감싸는 것. 크- 남자는 떡대로구나! 저렇게 키가 크고 팔이 기니까 여자를 한 팔에 감쌀 수 있지. 하앍- 떡대는 진리야!! 그러나, 떡대는 진리라는 말은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 아무리 긴 팔을 가진 정우성이라도, 옆에 내가 서있었다면 한 팔로 감싸기는 부족했을 터. 일전에 우산 하나를 쓰고 나와 나란히 걷던 남동생이 '한 팔안에 들어오는 사이즈면 얼마나 좋냐, 비 안맞고' 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미안해.......그치만........우산 두개 쓰면 되잖아..........남동생과 나는 같이 버스를 탈 때마다, 자리가 좁다고 서로 난리다. 우리 둘의 떡대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나는 어휴 좁아 저리 꺼져 라고 말하고 남동생도 누나 때문에 자리가 좁다 라고 말한다. 우린...좁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말하는 이 영화는 생각보다 좋다. 물론 어, 뭐랄까, 두 명의 캐릭터가 좀 별로이긴 한데, 둘이 너무 간만 보는 느낌이랄까.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사랑까지 느끼면서 상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계속 발만 담그고 질척대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그러다가 감정을 확인하고 무르익긴 하지만, 또한 썸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하니까. 썸타는 시간이 길면, 어떤 사람은 지치곤 한다. 지쳐 나가 떨어질지도 모르니 확실히 뽝- 가주는 게 ... 아니다, 뭐, 이건 성향의 문제이니 이쯤하고. 다시, 


이 영화는 생각보다 좋다. 정우성이 이런 영화를 찍었구나, 하고 재미있게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를 떠올렸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마지막 장면으로 치자면 희망은 정우성 쪽에 더 있는데, 왜 내가 느끼는 희망은 탕웨이 쪽에 더 가는걸까. '기다리면, 온다'는 분명한 사실은 《호우시절》에 있는데, 왜 충만한 느낌은 《만추》가 줄까. 더 많이 웃었던 남자와 여자도 호우시절이고, 내가 더 많이 웃었던 것도 호우시절인데, 왜 다 보고나면 많이 웃었던 호우시절은, 가슴이 시릴까? 뭔가 휑- 하는데, 그게 대체 왜일까. 알 수가 없다.



정우성은 참 잘생긴 배우인데, 나는 왜 정우성한테 관심이 없을까, 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미녀와 미남은 처음 봤을 때 호감을 주지만, 나의 경우, 그사람의 생각이 더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확률이 절대적인 것 같다. 재이슨 스태덤의 캐릭터 매력은 《트랜스포터》에서 폭발했는데, 몇 번이나 말한 적이 있지만, 그 우락부락 강한 남자가 그 힘 센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감싸고 들여다보며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데서 나는 쑝간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런게 있어야 했다.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그 사람의 성향을 아는 것. 그게 나에게는 확실히 더 중요했다. 외모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막 꽂히는 사람이 나는, 아닌 것이다. 예쁘거나 말거나, 나는 됐어. 물건은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사람은 '사고방식과 성향'에 의해 선택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다. 그것이 아마도 그간 내가 못생긴 남자들을 많이 만난 이유가 되는.........................건가.



여튼, 예쁜 여자는 뭘 입어도 예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냥 원피스와 그냥 카디건인데, 졸 이뻐.. 머리도 그냥 컷트 쳐서 대충 댕기는데 졸이뻐.... 쩝 -_-

그렇지만 이 여자의 신발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선물 받아도 안 신을 것 같은 신발을 그녀는 신고 있다.




아우- 근데 가슴에 바람이 분다. 웃으면서 기다리는데, 기다리면 나올텐데, 왜 바람이 불까?


이틀전 내가 잠들기 전에 들었던 노래.





















얼마전에 친구에게 이 책이 좋다고 추천을 받았다. 친구의 인용문을 보고 나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이 책은 품절 상태였다. 친구는 알라딘 품절센터에서 구했다고 했는데, 나는 혹시 출판사에 재고가 있는지 트윗에서 멘션을 보냈다. 출판사 쪽에서는 현재는 재고가 없고, 12월이 지나면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니 급하지 않다면 기다려보라는 답이 왔다. 그래, 기다려보자, 고 생각했는데 그런 후에 며칠 뒤 이 책이 택배로 도착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봉투에는 낯선 이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일단 뜯어보니 이 책이 나와 놀랐던 터라, 누군가 내가 이걸 읽고싶어한 걸 아는 사람이 보냈는가 보구나, 했다. 일단 택배사에 전화를 해보니 그쪽에서 아는 정보도 내가 아는 정보와 같아 알 수가 없었다. 추천한 친구에게 혹시 네가 보냈니, 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이런 깜짝 놀랄만한 일을 누가 대체 내게 한걸까. 나는 또다른 친구가 생각나 문자를 넣었다. 혹시 제게 사랑의 미래를 보내셨나요? 그 친구는 아니라고 답했다.


내 주소를 알고 보낸 이상 이 선물은 깜짝 선물은 될 수 있어도 깜짝 인물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터라, 나는 봉투에 쓰여진 낯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저는 누구누구입니다, 이 책을 보내신 분이 누구신가요? 라고. 그 쪽에서는 자신은 판매자이며 보낸이는 *** 라고 답해주었다.


아!


이건, 내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뜻밖의 인물. 나는 너무나 놀라서 내게 책을 보낸 친구에게 대체 거기에서 어떻게 이걸 보낼 수 있었냐, 어떻게 한거냐 물었다. 그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전 세계를 뒤졌어> 라고 답해왔다. 후-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좋아서, (뭐가? 책이!), 이 책은 내 책장의 모든 책을 다 판다고 해도 팔지 않는 유일한 책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새로 책을 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띠지를 벗겨 버리는 일인데(띠지 싫어요!!), 이 책에 대해서라면 띠지 조차 소중하게 여겨야지. 나는 띠지를 벗겨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고,




까페에 들고 가 조금 읽고,




살짝, 한 귀퉁이에 선물 받은 날짜와 선물해준 이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십년쯤 지나면 조카에게 말해줘야지, 하고. 조카야 앉아보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다. 이 책을 꺼내들고, 이 책에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너에게만 말해줄게, 하고 말해야지. 헤헷. 그리고 덧붙여야지. 너도 전세계를 뒤져서 네가 갖고 싶은 걸 선물해주는 사람을 일생에 한번은 만나렴, 하고.



오늘 읽은 이 책에서는 이런 구절을 만났다.



어느 환한 봄날의 꽃그늘 아래서, 그가 지상에서 가장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을 때, 다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그 시간은 완벽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간은 모든 모욕을 잊어버리고 조용히 닫혔다. '너'를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간절한 전언을 머금고 있었다. (p.41)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길, 이규리의 시도 떠올렸다. 내가 떠올린 시는 '많은 물'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 그 시의 전문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차곡차곡, 비밀이 쌓이는 가을, 넘쳐 흐르는 빗물. 

나는 가을의 노예, 비의 노예, 노래의 노예, 시의 노예.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노래합니다. I'm slave for you. 두구둥-






이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백팔배를 해야겠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깼어..킁.



 
 
고고씽휘모리 2014-10-23 10:22   댓글달기 | URL
세계를 뒤져 찾아준 책이라니 정말이지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필요한 순간에 찾아와준 책.

호우시절에 내 엽서를 읽어는 보았니?라고 여자가 묻는 말에 정우성이 하는 대답이 내가 너무 많이 경험하고 목격한 이별의 풍경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그냥 집에서보는게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락방 2014-10-23 11:15   URL
왜 슬픈가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휘모리님.
저는 남자와 여자의 재회가 `우연`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슬픈게 아닌가 싶어요. 그들이 재회한건, 과거의 감정이야 어떻든간에, 우연이었지 의지는 아니었으니까요. 절실히 서로를 찾아 헤맨게 아닌데 맞닥뜨렸으니까요. 일단 남녀가 예전에 호감을 가진 상대로써 재회한이상, 다시 호감을 갖는건 어렵지 않은 일. 그 뒤의 기다림이야 의지였다 해도 그들의 관계는...어떻게 될까요?
말씀하신 장면, 기억에 남아있어요, 휘모리님.

처음엔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있었을 땐 다른 사람이 있었어.


하아- 서늘하네요, 휘모리님. 이 서늘함은 가을이 가져다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고고씽휘모리 2014-10-23 11:27   URL
다락방님 아주 우연히 오늘 저도 왜 슬픈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아름다운 연애시를 읽고 내가 왜 슬픈가. 내게 그 순간이 지나가버려서 슬픈가, 그 연애시의 결말을 알고 있어 슬픈가.

다락방 2014-10-23 16:36   URL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연애시를 읽어도 슬프고 기다림의 희망이 있는 영화를 봐도 슬픈가봅니다, 휘모리님. 사랑은 어떻게든 끝나니까요.

2014-10-2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4-10-23 10:24   댓글달기 | URL
호우시절 저도 보고 파요 배우들 웃음이 참. 예쁘네요. 백팔배~~~

다락방 2014-10-23 11:15   URL
남자와 여자 모두 출중한 미모를 자랑하니 웃음도 예쁘죠. ㅠㅠ

단발머리 2014-10-23 11:07   댓글달기 | URL
현빈이 부릅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ㅋ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10-23 11:16   URL
미안해 현빈,
사실은 나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

레와 2014-10-23 11:28   댓글달기 | URL
와..!!
일단 중간까지 읽다가 흥분되서 끊었음을 알림. ㅋ
이 구절 때문이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마지막 장면으로 치자면 희망은 정우성 쪽에 더 있는데, 왜 내가 느끼는 희망은 탕웨이 쪽에 더 가는걸까. `기다리면, 온다`는 분명한 사실은 《호우시절》에 있는데, 왜 충만한 느낌은 《만추》가 줄까. 더 많이 웃었던 남자와 여자도 호우시절이고, 내가 더 많이 웃었던 것도 호우시절인데, 왜 다 보고나면 많이 웃었던 호우시절은, 가슴이 시릴까? 뭔가 휑- 하는데, 그게 대체 왜일까. 알 수가 없다.˝


한번도 두 영화를 같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재미난 질문 마음에 쏙 들어요!

나도 다락방과 똑같은 느낌이거든요.
<호우시절>보다 <만추>가 더 꽉찬 느낌.

뭐지..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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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직 불같은 사랑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 우힛..

다락방 2014-10-23 11:47   URL
이게 왜그럴까 나도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마도 호우시절은 좀, 음, 가벼운 썸같은 느낌이고
만추는 진중한 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만약 이 두 커플이 `헤어졌다` 라는 결론을 맞이하게 되면 `만추`커플 쪽이 상대를 더 오래 그리워할 것 같은거에요. 탕웨이가 현빈을 더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가끔 떠올릴 것 같은 거. 그렇지만 호우시절의 커플은 있으니 좋고 지금 당장 그립지만, 헤어진다면 그리움이 굳세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헤어진다`는 결론 앞에 나는 `탕웨이` 쪽이 더 행복할 것 같은거야. 평생을 간직하고 기억할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내가..
탕웨이 같아............( ˝)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레와 2014-10-23 12:27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은 못 본척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과거 어떤 상처나 경험을 했던지간에 <호우시절>의 여주보다 <만추>에서 여주 즉 탕웨이가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호우시절>의 여주는 정우성과의 `썸`관계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사랑을 하는 스타일(?)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 무튼 `썸`이나 사랑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 같은 사람은 탕웨이거든.
나는 그래서 더 비극적이기까지 한 (이건 뭐 내 취향의 문제겠지만) 애나 탕웨이가 더 끌려요.

밥먹고 양치하면서 계속 생각했어. 이런 기분 오랜만이라 좋네! ㅎㅎ


다락방 2014-10-23 16:35   URL
마지막 문장을 왜 못본척 합니까!!

레와님이 말한거랑 비슷한건지 모르겠는데, 호우시절의 남녀는 뭐랄까 상대방이 어떤가, 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느라 시간 끈것 같아요. 탕웨이는 자기 사랑을 먼저 볼 사람이고.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결론은......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10-23 15:34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14-10-23 16:32   URL
이 반짝스마일 이모티콘은 뭡니까! 무슨 뜻이죠?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4-10-23 17:55   댓글달기 | URL
호우시절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봤어요. 여배우는 너무너무 예쁘고, 정우성은 좀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나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오글거려서 이런 영화를 보기에 이제 내 감성은 너무 메말랐다는 걸 느꼈던 슬픈 기억도 나고요. -_-;;;;;;;;;;

다락방 2014-10-23 17:59   URL
ㅋㅋㅋㅋ 맞아요, 문나잇님. 좀 오글거리고 유치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 당시에 유치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저는 연애중에도 오글거리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긴 한뎈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저한테 오글거리는 표현들은 좀 벅차달까요. 감당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못하겠지만 상대가 해도 뭔가 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호우시절 커플들의 뻔하디 뻔한 유치쿵짝 주고받기를 보는게 나름 좋기도 하더라고요. 좋을때다 좋을 때야 싶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끔직한 사건이었어. 내장이 모두 파열된 데다가 온몸에 화상 흔적이 있었지. 자수한 사람은 같은 반 친구 네 명이었어. 그들은 얌전한 표정으로 부모에게 끌려왔지. 그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건 피해자에 대한 속죄의 눈물이 아니었어. 경찰에 체포되어야 하는 자기 신세가 한스러워 흘린 눈물이었을 뿐이지. 녀석들은 자기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 녀석들 얘기를 듣고,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어. 왜 친구를 죽였는지 아나? 게임 소프트웨어를 빌려주지 않아서야. 게임 말이야, 게임. 스위치를 누르면 삐리링 소리가 나는 장난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고등학생이나 된 녀석들이 장난감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사람까지 죽이다니. 녀석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찬 다음, 기절한 친구에게 불을 붙였다고 하더군." (p.67-68)
















성폭행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그 가해자를 충동적으로 죽였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일전에 제부와 남동생과 술을 마시며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왕따의 피해자들도 고통이 극심하지만, 가해자도 철이 들고나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는 다른사람에게 고통을 줬어, 하는 생각으로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 고통 클텐데, 그러니 지금 다른 학생들을 왕따시킨다거나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하는게 진짜 자신을 위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인데, 라고. 그러자 제부랑 남동생은 내게 동시에 말했다. 그건 극소수라고. 철이 들고 자신의 가해를 뉘우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체적으로는 잊고 발뻗고 자거나 더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내가 말하는 경우라면 사실 그런 가해자가 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거다. 나는 그들에게 정말 그럴까? 라고 의심스런 대꾸를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보니, 나는 '이상적인 도덕'을 꿈꾸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미성년자라고,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가볍게 벌주고 갱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과연, 도움이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회의가 밀려드는거다. 후아-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제재는 정당한 장소에서 정당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매스컴이 사람들의 여론을 유도해서는 안되지요. 그들은 어차피 사회적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리 어른들은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쓸데없이 사회적 제재만을 확대하면 그들의 갱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왜 모르시죠?"

"저희는 그 제재 부분이 약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의 소년법으로는 도저히 현실에 맞게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군요. 소년법은 미성년자를 재판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잘못된 길로 나아간 미성년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거죠."

"그러면 피해자 입장은 어떻게 되죠? 그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줍니까? 가해자를 도와주는 게 올바른 일인가요?" 

(중략)

"어, 어떻게 속죄하게 만들 거죠?"

"그건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우리는 그게 참된 속죄라고 생각하니까요. 자기가 저지른 죄를 발판으로 삼아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사회에도 ‥‥‥."

아유무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런 게 속죄가 되죠?" (p.379-381)



딸아이를 성폭행으로 잃은 아버지가 가해자를 죽인다. 성폭행 동영상 속에서 딸아이의 모습을 확인한 이상, 그에게 가해자를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목표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한다. 자신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자수를 하겠지만, 자신의 딸을 죽인 다른 범인 한 명을 마저 죽이겠다고. 가해자들은 아직 십대의 미성년자들이었고,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범죄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철이 없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유린했다. 심지어 그런 범죄를 여러차례에 걸쳐 저질렀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여러명. 이런 청소년을 '갱생'하는 게 가능할까. 잔혹한 방법으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네, 그들의 갱생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남은 인생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미성년자인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속에서도 아이를 가진 아빠가 '만약 당신자식이 당했다면' 이라는 물음 앞에 '그렇게 되면 가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하는거다. 그것이 '내 일'이 되는 이상 도무지 진정도 할 수없고 가해자의 '갱생'따위를 바랄 수도 없게 된다. 갱생이라고? 갱생이 되면? 그 다음은? 


물론, 가해자를 고통스럽게 죽인다고 해서 죽었던 내 딸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그걸 알기에 복수가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허무하다고 해서 그 가해자를 이대로 소년법에 의지해 가벼운 처벌만 받게 한 채로 둘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아버지는 암묵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는다.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리뎀션》을 읽고나면 사형제도의 헛점을 알게 된다. 그 헛점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나는 이 두 작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므로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이것이 '내 일'이 된다고 했을 때도 여전히 그 생각을 고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부모이고,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에서의 아버지들이 보았던 영상을 보게 된다면, 나는 거기에다 대고 '사형을 반대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그 새끼를 죽이려고 이를 악물지도 모른다. 폭탄을 끌어안고 그에게로 뛰어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나와 같았다. 그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압니다. 저도 예전에는 당신처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법은 인간의 나약함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p.281)



처음에 이 책을 구입하고 남동생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주었는데 남동생이 몇장 안읽고 내게 되돌려주었다. 나 이거 못읽겠어, 하며. 왜? 아, 난 이새끼들 못보겠어..라고 하는거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므로 알겠다, 라고만 답하고 다른 책을 권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갈등했다. 읽지말까..아, 너무 힘든거다. 위에서 언급한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비스트》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장 안읽고 팔아버렸었다. 아동 성폭행범의 입장에서 기술되는 첫부분 때문에. 아, 진짜 너무 힘들어서 못읽겠는거다. 이 책, 《방황하는 칼날》도 미성년자 범죄자들이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부분들에서 진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아, 이래서 남동생이 못읽겠다고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포기할까, 싶어졌다. 그렇지만...그렇지만......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었다. 이새끼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를.


책의 내용은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만, 이 책을 읽은 건 잘한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아니다. 너무 '자극적' 이다. 또한 그 내용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도 없다. 다만, 그가 하는 말을 우리는 귀기울여 듣고 우리의 생각도 입밖으로 내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또한, 그가 틈틈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거운 것들이 아님에도 묵직하게 자리잡기도 한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p.60)



이 '톱니바퀴' 이론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의 오래전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하나 없는 존재라고 해서 그가 '죽어도 되는' 존재인 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그 역시 분명히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라고. 그의 이 이론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만약 에마가 남자였다면 이렇게 끔찍한 꼴을 당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를 가진 부모가 불안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야 하는 세상이 이상한 것이다. (p.128)




















사실 '이사카 코타로'는 《골든 슬럼버》하나 때문에 계속 믿고 있다. 그 뒤에 읽은 다른 작품들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데도 '이사카 코타로라면 골든 슬럼버의 작가니까!' 하게 된달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사신 치바》는 치바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말고 별달리 생각나는게 없었지만, 이 책은 '죽은 딸아이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만약 그 이야기를 이사카 코타로가 한다면 다를 것이다, 하는 생각 때문에.


달랐다. 이 책속에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 역시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덜 자극적이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다. 아마 거기에는 복수라는 큰 개념을 맞닥뜨린 주인공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딸을 잃은 부모가 복수하려는 범인은 사이코패스인데, 사이코패스에 대해 그토록 공부를 많이 한 등장인물이, 막상 그를 죽일 기회가 와도 번번이 놓쳐버리는 것이 지극히 인간답게 느껴졌다. 충동적으로 그를 죽이는 것도, 실수로 자꾸 그 기회를 놓치는 것도, 모두 인간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테이블 위에 작은 비디오카메라가 놓여 있다. 머리에 피가 오르고 가슴속 기름에 거품이 인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취재하는 자들의 오만한, 전지전능의 상징이다. 폭력과 똑같은 강제력이 있다.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 세례를 받으면 발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카메라에 잡히면 부주의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들이대는 쪽 인간들은 안전지대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도 닮은, 여유작작한 태도를 보인다. 위험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며 주물럭댄다. (p.134)



크- 카메라의 폭력성에 대해서라면 이사카 코타로는 그의 다른 책 《가솔린 생활》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아, 무릇 사람이란 그렇구나.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주구장창 하게 되어있는거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톱니바퀴, 이사카 코타로의 카메라. 나는 어떤 얘기를 주구장창 하고 있을까? 아, 다시 돌아가서.




"냉담한 두뇌를 가진 사람 하나한테 우리 너무 쉽게 농락당하네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코 씨도 분명 조종당하고 있겠죠." 도도로키 씨도 그랬었다.

"나머지 스물네 명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예?"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지배게임을 한다며.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거꾸로 세면 스물네 명은 너희들 쪽이잖아. 그렇지?"

아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바 씨가 말하려는 게 뭔지 이해가 갔다. 1대 24라면 24인 쪽이 우세한 게 아닌가 하고 묻고 싶은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봐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숫자상으로는 아슬아슬해요."

"스물다섯 명 중에 겨우 한 사람인데?"

"밀그램의 실험이라는 게 있는데."

미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내가 아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실험 결과가 충격적이어서인지 다양한 책에서 걸핏하면 인용되고 있었다. "잘난 사람이 지시를 하면 순순히 복종하게 된다는."

"대충 말하자면 그렇지."

학자가 한 인물에게 기계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계를 조작하면 다른 사람이 전기충격을 받게 되어 있었다. 실험자들은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망설이면서도, 권위 있는 학자가 '더 세게'라고 명령하니 열 명 중 여섯이 그 말에 따랐다. 실제로 전기충격은 거짓이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연기였지만, 어쨌든 '사람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권위 있는 사람이 명령을 하면 반 이상이 그 말에 따른다'는 게 증명됐다. 또한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죄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도 입증됐다. 그것이 밀그램의 실험이었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책에서도 그 실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이코패스라 쳐요. 나머지는 스물네 명이죠. 그런데 그중 6할은 '명령을 받으면 복종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인 거죠. 계산하면 열네 명이죠."

"사이코패스까지 더하면 15대 10이 되네."

"그 책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었어. '양심이 있는 인간에게 승산이 없지는 않지만 불리하다.'"

"그렇군."

"더구나,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인데, 15대 10이 된 시점에서 이미 10은 열세예요. 따라서 열세인 쪽 사람들이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아니면 유리한 편에 붙자는 생각으로 저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죠. 합리적인 판단과 계산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반수가 그렇게 한다면 20대5가 돼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23대 2가 되는 상황도 상상 못할 게 없었다.

"그렇군." 치바 씨가 대꾸했다. "그런데 실은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눈 적이 있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죠?"

"그럼 왜 이 세상이 혼조 같은 인간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은 걸까?"

"예?"

"지배게임에 강한 인간이 살아남는다면 다른 인간들은 모두 멸망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듣고 보니 그러네요." (p.328-329)




분명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은 존재한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고 공감능력이 없는 마음 상태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더 강한자는 존재하고, 그 강한자의 말을 복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냉담하고 지배게임에 능한 사이코패스가 25명 중에 한 명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 한 명은 아니더라도 그의 말을 따르는 한 명일런지도 모른다. 고통을 당하는 쪽에 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치바의 의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그 강한' 존재와는 다른, 반대쪽의 인간들이 세상에는 더 많을까?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냉혹하고 잔인하며 감정도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아직 우리가 더 많은 이유를 이 책이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고.

















결말까지 이르렀을 때 좀 더 현실적인 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런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이사카 코타로 쪽이 좀 더 좋다. 힘들고 잔인하게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워주는 느낌을 이사카 코타로가 준다. 이사카 코타로 식의 권선징악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혼조의 수명을 연장해준 가가와에 대한 원망도, 아, 나중에 이르면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신은 가끔, 제 할 일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연의 순리가 그러한지도 모르겠고. 물론 제 할일을 '가끔' 한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문제이지만.




출근길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다 읽고 출근하자마자 다다다닥 페이퍼 쓰고 있는데 상사가 들어와서 중간에 글쓰는 걸 멈춰야 했다. 크- 나는 어디에 써두고 정리했다 옮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날 때 삘 받아서 다다다닥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런식의 끼어듦은, 물론 내가 무얼하는지 모르고 끼어들려는 의도도 없었겠지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과 똑같이 빡치는 경우다. 으...말할 때 끊지 말고 글 쓸 때 끼어들지마!! 으르렁-



이사카 코타로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하나 더 사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신의 7일》책 뒷날개에 보니 이런 책이 있던데.
















얼마전에 사신의 7일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친구에게 '히가시노 보다는 이사카쪽' 이라고 말했고,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든다.



 
 
고고씽휘모리 2014-10-22 10:37   댓글달기 | URL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인공 처럼 복수를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없죠. 현실에선 성인이된 소년범죄자의 과거를 밝히는 쪽이 오히려 처벌받게 되니까요.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가 우위에 있는 게 부조리한 현실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부분의 무력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요. 위안이 되고자 쓴 글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고자 쓴 글이라 그런 듯해요.

다락방 2014-10-22 10:47   URL
책을 보고나서 영화도 볼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영화를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영화는 아무래도 책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기한 문제를 바깥으로 끄집어내 얘기해보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었을 법한데, 음, 이건 제가 너무 이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_-
이 문제제기는 고맙죠. 자극적이라 힘들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래도 너네는 갱생을 말할 수 있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니네가 말하는 갱생은 지극히 이상적 도덕일 뿐이라고` 하고 말이지요. 그런점에서 히가시노의 말은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서니데이 2014-10-22 11:53   댓글달기 | URL
말하게 되는 자신이,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도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구요.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부터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그런 것들, 다수 의견이기 때문에 옳다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때가 있으니까요, 길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4-10-23 08:41   URL
맞습니다, 서니데이님.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우리가 가진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내가 한 말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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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는 ㅈ 와 나는 어제, 실컷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ㅈ 는 내게 몇 개의 시를 알려주고, 나는 줄리언 반스의 문장을 다시 한번 인용했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다, 하는 것을.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中에서


결국 나는 ㅈ 의 추천을 받아 시집 한 권을 사기로 했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기 직전, 아니다, 지금 당장 읽자, 싶어 퇴근길에 서점엘 들렀다. 서점의 시집 코너 앞에서는 한 여자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내가 원하는 시집에 그곳에 있으니 잠시만 자리를 비켜달라 말했다. 보라색 책등을 찾으니 딱 한 권, 나는 꺼내들고 계산대 앞으로 간다. 아, 그러나 이것은 누가 읽은 흔적이 있다. 조금 낡았어...나는 얼른 책 검색하는 컴퓨터 앞으로 가 재고를 확인한다. 만약 두 권이라면 다른 한 권으로 가져오고 싶어져서. 그러나 이거 한 권 뿐. 히잉. 어쩔 수 없지. 책 표지가 조금 낡았어도 안의 내용은 변함없을테니. 그렇게 계산을 마친다.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공원 안에 있는 살구나무는 밤마다 흠씬 두들겨맞는다

이튿날 가보면 어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부러져 있고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가 깨진 채 떨어져 있다

새파란 살구는 매실과 매우 흡사해

으슥한 밤에 나무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도 할 것이다

키 큰 내가 붙어다닐 때 죽자고 싫다던 언니는

그때 이미 두들겨맞은 게 아닐까

키가 그를 말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평생

언니를 때린 건 아닐까



살구나무가 언니처럼 무슨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매실나무도 제 딴에 이유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한쪽은 아프고 다른 쪽은 미안했던 것

나중 먼 곳에서 어느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인생처럼



그 나무가 나무를 서로 모르고




내년도 다이어리를 사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리 코너로 가며 읽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 한다는 것이, 휭-하니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많이 때렸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를 때린 적이 없잖아, 수없이 항변해본들, 그가 맞았다는 데야 별 수있나.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어디에서든 때렸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나를 때린 적이 있는 것도 당신이 모를거라는 생각도 그제야 들었다. 당신은 나를 때리려고 했던 게 아닌데, 그냥 그 자리에서 그렇게 웃으면서 모르는 채, 나를 때리고 있었던 것을.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원망해야 할까. 아니, 당신의 존재는 아픔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존재는 다행이었다. 다음 생에서 만나면, 아니 나중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모르는 채라도 서로를 때리지 않는 사이가 되었으면 해.


그런데 혹여, 나한테 두들겨맞은 사람이 있나요? 으슥한 밤, 내가 당신을 매실나무인 줄 알고 발로 차진 않았나요?

미안합니다.

나는 이제 그것이 매실나무이든 은행나무이든 발로 차지 않는 사람이 될거에요.




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빛이 있는 곳에 그늘도 있으니, 그의 화사함이 내게 전해질 때 그 화사함은 내게 그늘을 드리운다. 그러나 왜 그늘은 빛을 보고 빛은 그늘을 눈치채지 못할까. 빛은 제 빛에 빠져 화려하게 피어난 꽃을 보고 바싹 마른 빨래를 본다. 그러나 너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당신은 화사함으로 존재하고, 그 화사함에 그늘을 드리운 나는 두들겨맞고.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마냥 나를 아프게 할 때가 있었지. 나는 당신의 화사함이 아팠어. 이 편까지 건너온 당신의 화사함이. 왜 그 화사함은 이편까지 건너온걸까. 대체 어쩌자고 그렇게나 넓게 퍼졌던걸까. 아프게. 


화사함이 아플 수 있다니!




웃지 마세요 당신,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자고 어머니를 이끌었어요

언젠가 써야 할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서였죠

팔짱을 끼며 과장되게 떠들기도 했지만

이 길을 또 얼마나 걷게 될지



사진관에 들어섰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하는 거냐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평소에 미리 찍어두는 게 좋다며

나도 젊을 때 찍워둬야겠다며

쫑알대는 내 소리에는 눈도 맞추지 않으시더니



사진사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우물우물 급히 말씀하셨어요



나 웃으까?



그 표정 쓸쓸하고 복잡해서 아무 말 못했어요



돌아오는 길은 멀고 울퉁불퉁했고



웃지 마세요

그래요 웃지 마세요 당신,



나는 웃으라고 말해야 할까, 웃지 마세요, 라고 말해야 할까. 

나는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할까, 찍으러 가지 말아야 할까.





들어내다



인테리어 기본 요건은

자리를 바꾸고 요소를 덧대는 게 아니라

들어내는 것이라고,

더 좋은 관계를 바란다면 관계에서 나와야 할까

그렇다고 고라니처럼 고속도로로 뛰어들어선 안 된다



분갈이 하는 아저씨는 흙을 더 채우는 게 아니라

뿌리에 있던 흙을 털어내고 있었다 숨쉬게 한다고 했다



언니가 없으면 독방을 차지할 거라 기대했지만

나 먼저 들어낼 줄은 나도 몰랐듯이



들어내도 나가지 않는 게 있고

다 알면서 들어낼 수 없는 것도 있다



고라니가 잘못 뛰어든 곳은 고라니가 들어낸 길이었을까

들어내지 못한 길이었을까




들어내야 하는거라고, 그게 맞는거라고, 그게 숨쉬게 하는 거라고 그토록 생각하면서도 들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들어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들어내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래도 이를 악물고 들어내려고 했더니 이토록이나 힘이 들어, 주저 앉아 울고 싶어지려는데 당신이 말했다. 들어내지 말라고. 내가 들어내야 당신이 더 편하지 않을까, 아니, 들어내지 말라고. 나에게 드리운 그늘이 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의 화사함 속의 일부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화사함이 꽃을 피울 때, 빨래를 말릴 때, 반짝거릴 때, 흐느적거리는 먼지 조차 선명하게 비출 때, 내가 그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혹여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늘을 보는 사람이 될거야. 쪼그려 앉아 그늘을 볼거야. 우리는 그늘이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 당신도 나도 언젠가는 짙게 드리운 그늘이었을 테고, 어쩌면 앞으로도 화사함 대신 어둠이 채울런지도 모르니. 언젠가 당신에게서 나를 들어내고 나에게서 당신을 들어내야 할 때도 물론 오겠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도 당신을 내게서 들어내는 일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인테리어를 예쁘게 할 수는 없는 사람일까? 나는 당신의 뿌리에 지나치게 들러붙은 흙이 되고 싶진 않아요.





현관문 나서다가



현관문을 나서다가 나는 다시 돌아오지요 돌아와선 왜 왔

는지 잊어버려 다시 나가요 나가다가 생각하니 그게 시계

였어요 시계를 찾기 위해 내가 뒤지는 곳은 시계가 없는 곳

이죠



당신과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것처럼 시계를 찾다가 시간

을 잃어버리는 일, 시간을 찾다가 손목을 잃어버리는 일, 새

롭지도 않아요 오늘은 약국에 들어야 하는데 증세가 생각

나지 않아요



하얀 알약을 보면 왜 죽음이 떠오르는지요 편도염을 낫게

하는 알약을 한꺼번에 털어넣은 아랫방 언니가 있었거든요

그녀는 무얼 잊고 싶었던 걸까요



시계는 찾지 못하고 시간은 멎었어요 우린 평생 없는 걸

찾아다니겠지만, 찾아야 할 건 이미 옆에 있었다고 누군가

말하지만, 그런데도 그건 영원히 없는 것이죠



깜빡깜빡 잊으므로 여기 또 깜빡깜빡 살아요 현관을 나서

다 나를 잃어버리고 빨래통에 벗어놓은 나를 뒤집어쓰고 나

아닌 내가 다시 나가요 나가다 생각하니,





당신을 만나는 순간이 당신을 만나지 않았던 순간보다 힘겨웠음은, 헤어짐에 있었다. 당신을 만나지 않은 순간에 내가 기대하는 것은 만남일 수 있었는데, 만나고 있는 순간에 내게 남은건 헤어짐 뿐이었으니.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해도 지금 당장 닥친건 헤어짐이고, 나는 마치 이 잠깐의 헤어짐이 영원할 듯 불안하였다. 그랬던 때가

있. 었. 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여겼기에 헤어지기 싫다고 발악하지 못했다. 터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손톱을 깨물고, 발끝으로 땅을 툭툭 헤치는 일들은, 모두 내 속에서만 일어났다. 나는 당신을 평생 찾아다녔지만, 당신은 나를 평생 찾아다니지 않았으므로, 당신이 이미 내 옆에 있었음에도 당신은 내게 없었다. 당신을 들어내고 돌아서는 것이 내 역할이었지만, 들어내도 들어내도 이내 쏟아지는 걸 내가 어찌해.





이규리는 아픈 사람을 본다. 이규리가 말하는 최선은, 들여다봐주는 데 있고 들어주는 데 있다. 아픈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혹여라도 내가 때렸으면 어쩌지, 하고 그늘을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그늘이 생겨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최선은 그런 것일게다. 하지마, 라고 말하기에 앞서 어쩌면 나 역시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되새겨 보는 일. 그렇게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간혹 우리가 때리고 있었음을, 그늘을 만들고 있었음을 눈치채게 될것이다. 꽃을 더 활짝, 오래 피우기 위해 락스를 넣는 일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일이었을까. 누군가 아프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 즐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이규리의 시가 하는 일이다. 그 잔혹한 명제앞에 잔인한 진실 앞에, 숙연히 고개 떨구며 내 자신의 폭력성을 인정하는 것, 번번이 두들겨 맞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맞은 만큼 누군가를 두드려 패기도 했던 날들이, 있었다. 있었고,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조용히, 락스를 한 방울 떨어뜨리기보다는 열었던 락스통의 뚜껑을 닫을 수 있기를,

그런 날들에 차마 들어내지 못한 당신이 화사하게 비춰주기를.


이규리는 그늘의 친구다. 




락스 한 방울


꽃꽂이하는 사람이 말해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해지는지 머
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
가 말끔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까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
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
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
장하지 않기로 한다





덧. 아....알라딘에서 사면 알사탕 300개를 주네......하루만 참을걸 ...... 약올라..... ㅜㅜ




 
 
아무개 2014-10-21 09:47   댓글달기 | URL
여기에는 비가 내리고...
이곳에는 시가 있고.

다락방 님이 낭독해주면
더 좋을것 같은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다락방 2014-10-21 09:50   URL
크- 아무개님.
제가 기회가 되는대로 저 시를 낭독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불끈!!

heima 2014-10-21 10:15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읽으면서 여름동안 따뜻하고 찡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다시 한번 꺼내어 읽고 싶어지네요 ^^
날이 꽤 쌀쌀한데 따뜻한 커피 한잔 하시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4-10-21 10:49   URL
시를 잘 모르는 제가 좋은 시집을 만난 건 무척 오랜만이라 좋습니다. 바느질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가만히 앉아 시를 읽는 일이면 충분하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헤이마님. 잘 보내요! :)

blanca 2014-10-21 12:31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다락방 2014-10-22 10:31   URL
좋지요, 블랑카님? :)

그렇게혜윰 2014-10-21 12:34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좋죠? 옮겨적어야지 했다가 아직 이러네요....^^;;

다락방 2014-10-22 10:32   URL
네, 좋아요, 그렇게혜윰님. 좋으네요. 좋은 시집을 만나서 참 좋아요. 회사 동료에게 빌려줬어요. 시집 한번 읽어볼래, 하고. 흣

mira 2014-10-21 13:40   댓글달기 | URL
비오는날 커피한잔 놓고 읽어내려가니 웬지 서러운데요 ㅜㅜ

다락방 2014-10-22 10:32   URL
비 안오는날 커피없이 읽어도 기쁜 시는 아니지요. ㅠㅠ

단발머리 2014-10-23 09:22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셨던 김이듬의 시집에서 <겨울휴관> 때문에 그 시집을 꼭 갖고 싶었어요.
이규리의 시집은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 한 문장 때문에 너무 갖고 싶네요.
옆에 두고 여러번 읽고 싶어요. ^**^

다락방 2014-10-23 09:59   URL
저도 그 한문장이 그렇게나 꽂히더라고요, 단발머리님.
게다가 심지어 `이편까지` 화사하다잖아요? 슬퍼..

오늘인 이 시집에서 이런 구절이 꽂혔습니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크- 취하는 아침입니다.

단발머리 2014-10-23 11:09   URL
정말, 시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같은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나도 한국어에는 정통한테...... T.T

어떻게 이런 표현들이...
키햐~~~~~~~~~~~~~~~~~~

다락방 2014-10-23 11:17   URL
저는 시를 잘 모르고 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시인이 존재하는 게 무척 감사해요. 시인과, 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 벅찰 정도로 좋습니다, 단발머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