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악기가 하나 있어

노래를 연주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몰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늙은 새가 날아가며 말하네

그 악기는 백년에 한번 소리를 낸다지

부서지는 바위가 말하네

살아있는 동안 한번도 소리를 못듣는 수도 있다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악기

버릴까보다

들고 나갔다가

다시 들고 들어오며

백년에 한번이

오늘일지 몰라

내일일지 몰라

 

 

 

 

 

 

 

 

 

 

 

 

 

 

 

 

 

 



 
 
프레이야 2012-05-24 07:52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아침을 또 좋은 시로 열어요 :)
그 백년이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다림 자체가 인생인 것 같아요.
그 백년을 소유하고나면 정작 기다림이라는 달디달고 조금은 결핍된 설렘이
사라질지도 모르지요.^^ 그런 의미로 저는 읽었어요. 좋아서 주절거려 봐요.^^

hnine 2012-05-24 11:57   URL
예,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제 몫으로 받은 악기를, 한번도 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조바심이 날 때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 악기를 버리면 안될 것 같아요.
시라고 하긴 뭐하고, 그냥 짧은 문장으로 나타낸 제 마음 한자락일 뿐이지요.
읽어주시고 함께 느껴주셔서 고마와요 ^^

된장 2012-05-24 08:02   댓글달기 | URL
백 년은 어쩌면 그리 안 긴 시간일는지 몰라요

hnine 2012-05-24 11:58   URL
백년은 절대적인 시간이라기 보다, 음...긴 세월을 뜻하는 말로 썼어요.

하늘바람 2012-05-24 12:09   댓글달기 | URL
소리를 내고 싶지만 막상 소리를 내려니 용기도 안나고 가마있으면서도 내안의 쿵쿵대는 소리에 늘 답답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이것도 소리내는 방식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싶긴 할 거 같아요
다른 길을 모색해보듯 다른 악기를 흉내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시가 참 좋고 여러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2-05-24 16:51   URL
열 사람이면 열 사람, 가지고 있는 악기는 다 다른데, 남의 악기와 비슷한 소리가 나기를 바라며 내 악기의 가치를 내 스스로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리만 차지한다고 내다 버리면 안되겠지요? ^^ 자리 차지하고 있어주는게 어딘데요...

하늘바람 2012-05-25 10:58   URL
하긴 그래요 남의 소리 따라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나를 발견할 때가 있지요.
그럼요 누가 뭐래도 소리가 나든 안나든 내 악기가 최고지요

댈러웨이 2012-05-24 22:02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글을 쓰신 hnine님도 이런 고민을 하시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hnine의 뜻이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요? ^^


hnine 2012-05-25 05:50   URL
댈러웨이님 댓글을 읽으니 제가 끄적거려놓은 것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 '악기'라고 쓴 것은 어떤 구체적인 것이라기 보다 막연한 대상이라고 해야겠지요.
hnine은 다른 분들께서'에이치나인'이라고 불러주시던데, 아무 뜻 없어요. 어떤 분께서는 줄여서 그냥 '나인'이라고 부르세요. 그것도 좋고...저를 불러주는 이름이면 그저 반갑습니다.
 

 

 

 

 

내가 아직 모르는 일이면

나무가 알고 있을테지

바람이 알고 있을거야

 

 

 

 

 

나를 비워내 생긴 자리

나무 숨결 들어올수 있으라고

바람 손길 들어올수 있으라고

 

 

 

 

 

그것도 욕심이라면

 

 

 

 

 

그 말도 왜 아니 맞으리

 

 

 

 

 

 

 

 

 

 

 

 



 
 
2012-05-23 04:46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3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된장 2012-05-23 06:27   댓글달기 | URL
나무도 바람도 모두 나일 테니까,
나를 비운 자리에 들어오는 나무나 바람이 아니라,
내 모습이 나무나 바람으로 바뀐 셈일 테지요.

hnine 2012-05-23 19:37   URL
그 경지까지 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글쎄요. 많이 모자라서요.

프레이야 2012-05-23 09:58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 시로 아침을 맞이하네요.^^

hnine 2012-05-23 19:39   URL
프레이야님, 좋은 시로 읽어주시니 제 맘도 좋습니다.
어제부터 장석주님의 '고독의 권유' 읽고 있는데,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을 끄적거려봤어요. 쓰고 다시 읽어보니 비우는 것 또한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한 욕심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하늘바람 2012-05-23 13:22   댓글달기 | URL
시 정말 좋네요

hnine 2012-05-23 19:40   URL
하늘바람님. 덜어내고 비우고, 그것이 제 스스로도 더 편해요. 다 저를 위한 이기심의 또 한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그냥 바람에, 나무에, 시간에, 나를 맡기고 살고 싶어요.
 
가족과 1시간 - 매일 만나는 행복한 기적 
신인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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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족이 성공적인 가족인지 알아보려면, 각 가족 구성원의 역량에 '이것'이 더해져야 한다고 할 때, '이것'이란 무엇일까. 문득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 저자가 꼽은 '이것'은 바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이런 일상의 자잘한 일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공유해야 하는, 의무적, 강제적인 시간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해나가는 것도 홀가분하고 좋기도 하겠지만 홀가분하고 자유스럽다는 것의 다른 한 면은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고 외로움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의견과 결정에 너무 간섭하려 하고 지배하려는 그 경계만 잘 지킬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족만큼 따뜻하고 힘이 되는 것이 어디 있을까. 가족만큼 '진심으로' 내 입장에서 생각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가족.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의 뜻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의 뜻만 아는 것에서 나아가 그 말이 가르치고 있는 더 깊은 뜻을 이제, 이 나이에 이르러 생활 속에서 자꾸 떠올리며 실감하고 있다. 그 어려움을 몸으로 겪어보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만 어려운 게 아니라 한 가족을 잘 꾸려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나라를 잘 다스리는 왕이라 할지라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자기 가족 하나 잘 건사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를 목말라 했다. 엄하신 부모님이셨고 동생이 둘이나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리웠다. 다른 집 처럼 휴일이면 함께 어디 놀러 가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친척집을 방문하고, 이런 시간들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릴 때 자기에게 충족되지 못한 것을 나중에 자기 자식에게 제일 먼저 모자라지 않게 해주려는 마음이 부모에게는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 같다. 나의 부모님 세대에선 경제적인 결핍이 그런 것이었다면 나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많이 해주려 내 자식에게 안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환기시키게 된 것은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질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한 1시간은 되어야 한다는 것은 1시간이라는 그 절대적 시간이 중요하다기 보다 매일 그렇게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일분 일초가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라면 오히려 그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되겠지만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시간에 대한 갈망이 더 커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거의 이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 섬광의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안 읽어볼 수 없었다. 물질적인 풍족함, 많이 배워 얻은 지식, 남들이 부러워할 직장, 이런 것들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법이고, 그것들이 다 가족 내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런 얘기들,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기본 정서부터 다르지 않을까? 나도 그런 가족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래서 당장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아쉽다. 책을 읽고 나서 더 알게 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처음 제목에서 받은 영감이 결국 책을 한권 다 읽은 후에도 그저 그대로. 내 생각이 틀리지 않구나 정도. 그래서 아쉽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보는 책으로 묶일 정도라면, 나처럼 보통 사람들로서는 읽고 새로 깨우치고 배워갈만한 (문학 서적이 아니라 적어도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무엇이 들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던 도중 우연히 저자가 어느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들었다.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벌써 스무 권 넘는 책을 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해가 간다. 다른 책들도 이 책 정도의 무게라면 스무 권 넘는 책을 쓰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주장, 가족과 함께 1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책을 사서 읽을 것 까지 있겠는가 누가 묻는다면 좀 생각해봐야겠다.

 

 



 
 
된장 2012-05-20 09:08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사람이 저한테 낯익은 이름이라 누군가 했더니, 제 장학퀴즈 동기로군요 @.@
여러 회사를 거치고 여러 회사에서 강의를 한다고 해적이에 되게 길게 적혔는데,
저나 hnine 님 같은 사람한테는 굳이 이 같은 책을 읽는대서 무언가 더 느끼거나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기 힘드리라 봅니다. 아마, 대기업과 방송사에서 '지식 정보' 바라는
이들 머리를 살살 건드리는 이야기는 잔뜩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 개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책을 낸 제 장학퀴즈 동기야말로 집에서
'1시간' 아주 조용히 오붓하게 '지식 정보'하고는 동떨어진 놀이와 얘기와 꿈으로
즐거이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글쓴이 스스로 이 같은 삶을 누리지 못하면서
이러한 책을 내놓은 셈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글쓴이 스스로 '하루 1시간'만
식구들하고 보내며 이러한 책을 썼다 싶기도 해요.

저는 네 식구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함께 살아요. 아이들하고든 옆지기하고든
하루 1시간 떨어져 따로 지내는 일조차 생각하기 힘들고, 이렇게 따로 제 할 일을 하면
마음이 그닥 홀가분하지 못해요.

'집착'이 아닌 '삶'이고, 삶이 무엇인가를 살핀다면, 식구들이 모두
가장 좋아하고 가장 아끼며 가장 즐길 만한 가장 아름다운 터전에서
하루 1시간 아닌 하루 24시간을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쉬고 함께 밥먹으며
살아야 사랑이요 기쁨이 되리라 생각해요.

hnine 2012-05-20 15:57   URL
이럴 땐 세상이 참 좁은 것 같아요 아시는 분이라니 ^^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저자 본인이 그 문제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말이 후기에 나와요. 가족에게도 그렇고, 몸담고 있는 회사에도 그렇고, 그렇게 집필 활동을 해나가려니 고운 시선만 받지 않았겠지요.
저자의 주장에 백번 공감하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과 위주로 나아가다 보면 가정 역시 삐그덕 거리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너무 물질 위주, 업적 위주, 성취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 내 가족부터 거기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이 책에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별 소득이 없어 좀 실망했달까요.
 

 

 

http://youtu.be/_iqCsJyWBVE

 

 

 

얼마만에 듣는 이 노래인지. (한 20년 쯤 되었나보다.)

다른 곡 검색하다가 만나서 데려왔다.

 

불어 전혀 배운 적 없는 나는 저 노래를 들으며 이 제목이 무슨 뜻인지, 당장 찾아보는 대신 머리 속으로 막 상상을 하면서 맞춰 보려고 했었다.

별로 자장가스럽게 생기지 않은 이 단어 Berceuse가 '자장가'라는 뜻이라는 걸 그렇게 알게 되었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오늘 고달픈 하루를 보낸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 들으며 잠시라도 편한 휴식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비록 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 있지만.

 

 

 



 
 
브론테 2012-05-14 23:28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얼마만에 듣는 나나 무스꾸리인지...나나 무스꾸리의 노래 중에서는 옛날 라디오 영화음악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던 Plaisir d'amour (영화 "7일간의 사랑"의 주제곡인 "사랑의 기쁨")를 제일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hnine 2012-05-15 00:52   URL
아마 지금쯤 파파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겠지요.
정말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았었는데...Plasir d'amour도 찾아서 들어봐야겠어요. 그 노래를 좋아하셨었군요 ^^

된장 2012-05-15 05:04   댓글달기 | URL
hnine 님도 언제나 따사롭고 느긋하게 저녁을 누리면서 잠자리에 드시기를 빌어요~

hnine 2012-05-15 07:01   URL
예, 마음을 잘 보살피면 가능할 듯 싶어요.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5-15 14:27   댓글달기 | URL
나나 무스쿠리와 메르나 메르쿠리는 그리스에서 군사독재 반대하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했죠.메르나 메르쿠리는 이젠 저세상 사람이 되었네요.

hnine 2012-05-16 13:32   URL
노이에자이트님은 흘러간 옛노래 사전 같으세요. 국내 가요, 해외 가요 할 것 없이...^^
나나 무스쿠리는 지금 들어도 참 독보적인 가수였어요.

노이에자이트 2012-05-17 13:23   URL
저는 최신곡도 많이 안답니다.이쁜 걸그룹 노래는 좌악~ 다 알죠.hnine님이 좋아하는 최신곡은 무엇인가요?

hnine 2012-05-20 06:37   URL
저 최신곡 잘 몰라요 ㅠㅠ

댈러웨이 2012-05-16 00:29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hnine님은 음악도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나나 무스끄리 나나 무스끄리 이러면서 놀았던 것도 같은데, 막상 그녀의 음악은 많이 듣지 않았어요. 이 밤에 듣고 있으니까 참 좋네요. 자러 가기 전까지 유튜브에서 나나 무스끄리 돌리겠습니다. ^^

hnine 2012-05-16 13:33   URL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않나요? 전 그렇더라고요. 지글지글 하던 머리속 마음속이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자장가'란 넓은 의미에서 그런 음악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처음 해보았습니다.
저 음악, 좋아하지요 ^^ 책이랑 음악 중에 고르라면 전 음악을 고를거예요~

노이에자이트 2012-05-21 17:07   댓글달기 | URL
나나 무스쿠리 자서전이 나왔어요.관심있으면 읽어보세요.

hnine 2012-05-23 16:05   URL
벌써 나와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 나왔나봐요?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네요.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오세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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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나라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또 느낀다. 이들만의 독특한 정신세계라고 해야할까. 태어나고 죽는 것에 대해 우리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훨씬 더 초연해보인다. 워낙 자연 재해에 많이 노출된 나라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처럼 울고 불고 하지 않으며 받아들인다. 종교와는 별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 조상, 신, 이런 것을 받드는 문화도 그렇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고 비슷한 외모에, 쌀을 주식으로 하고,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한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생각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세계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일단 이야기의 배경이 특이하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학교 선생님과 부모의 추천에 따라 듣도 보도 못한 어느 산간 지방, 즉 가무사리 라는 곳으로 일자리를 소개받아 가게된 유키가 주인공이다. 임업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사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즐거움이 있으며, 철에 따라 어떻게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지, 맛보기 정도이겠지만 간접적으로 알수 있었다. 산간 지방에서 나무를 베고, 운반하고 하는 일련의 작업 과정들은 꽤 구체적이고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제목과 달리 별로 느긋해보이는 일상은 아니다. 먹고 사는 일인데 마냥 느긋할 수만 있겠는가. 그렇게 마음을 가지면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가무사리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폐쇄성을 지닌 사회이다. 그런 곳은 대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끼리 더 끈끈하게 뭉쳐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 이제 갓 고등학교를 마친 남자 아이가 적응해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수도 있었을 법 한데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일에 대한 주인공의 호기심이 그곳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기도 하고 (젊은이의 특성이 이런 거겠지) 그곳에서 만난 연상의 어떤 여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곳은 더 이상 간신히 버텨내야할 지루한 장소가 아니라, 매일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는 곳이 된다.

사백년 이상된 나무를 베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거의 의식의 수준이었으며, 물 흐르듯, 어떻게 보면 싱거운 이야기의 흐름 중에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의 힘을 빌기 보다는 온 마을의 남자들이 모여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치뤄내는 그 일은 의식의 수준이 아니라 의식 그 자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식을 택하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 의식을 통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경외심을 고취시키는 일은 곧 그들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높이는 의식이고, 그들의 생을 질기게 이어나가게 하는 의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일상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감상에 젖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사는 이곳이 넓은 의미의 가무사리 아닐까 한다. 비슷한 일이 매일 계속되고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고, 또 그래서 스스로 그 의미를 되새기고 한번씩 부추켜야 하는.

 

조심스러운 얘기이지만 내가 일본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또 느낀다. 어느 한도 이상으로 그 책에 빠져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정도까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오히려 신비감이랄까, 풀리지 않은 채 남겨두는 것, 그래서 읽고 난 마무리는 경우에 따라 담백하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고, 싱겁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고 한다. 내가 아는 일본 사람들의 특징과도 비슷하다.

저자가 얘기하고 싶었 던 것이 이것이었구나, 결국 내가 그것을 찾아내었구나, 작가와 통했구나! 뭐 이런 느낌으로 마무리를 하며 쾌감을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역시 담백하다는 마무리 외에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책이다.

느긋한 나날이라는 것, 그것이 꼭 그렇게 매력적인 일상은 아닐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된장 2012-05-14 10:30   댓글달기 | URL
사백 살이 넘은 나무가 아파서 베었을까요?
사백 살 넘은 나무를 가까이에서 보면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답고 예뻐 보이는지 몰라요.
이백 살 넘은 나무만 하더라도 대단하던걸요.


hnine 2012-05-14 12:40   URL
사백 살 넘은 나무를 저는 아직 실제로 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봤어도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 나무가 사백년 씩이나 되었는지 모르고 지나쳤겠지요.
나무 한 그루 심을 때 앞으로 수백년 커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심는다면 마음 가짐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사람의 일생이 참 길지 않다는 생각도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5-15 14:25   댓글달기 | URL
일본도 큰 나무를 벨 땐 저런 의식을 하는군요.우리나라도 비슷한 의식을 하던데...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방마다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할 때가 있고, 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죠.

얼굴이 우리와 똑같은 몽골 사람들이 먹는 것은 우리와 전혀 다른 것도 신기했어요.다름과 같음의 오묘함을 발견하는 것도 외국을 알아가는 재미가 아닐까요?

hnine 2012-05-16 13:35   URL
나무를 벤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래 동안 이어오던 생명줄을 끊는 것이니까 숭고하게 치를만 하다고 생각되어요. 아마 나무를 위해서라기 보다, 나무를 베는 사람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생각 아니었을까요?
다름과 같음의 오묘함을 발견하는 재미, 맞아요. 그런 재미이겠지요. 같으면 같아서 신기하고 다르면 달라서 신기하고요 ^^

노이에자이트 2012-05-17 13:25   URL
동물을 제물로 바칠 때 기도하는 의식과 비슷한 사고방식이라고 봐요.결국은 죄책감을 덜어보자는 것이겠죠.

hnine 2012-05-20 06:38   URL
그나마 죄책감을 느끼긴 하는구나,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