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으로 꽃을 구경하고

귀로는 새소리를 듣는다

겨울엔 다 어디서 지냈을까

물까치와 참새

바쁘게 날아다니고

바쁘게 지저귄다

한 나무에

물까치가 앉아있을땐 물까치끼리

참새가 앉아있을땐 참새들끼리

함께 앉아있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2.

 

윤정희가 주연한 오래전 영화 <시>가 보고 싶어 검색했는데

그 영화는 안올라와있고 시로 시작하는 다른 영화가 나온다.

<시인의 사랑>

제목이 맘에 안드네 하면서 어쩌다가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다 보았다.

제주도 배경의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제주도는 사람이 사는 곳 제주이지 관광지 제주가 아니다.

처음 듣는 이름의 감독이 각본도 썼다.

현택기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시인 (양익준 역)은 비슷한 이름의 실제 시인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어느 누구도 배우같은 사람이 없었다.

원래 영화 속 그 사람인듯, 원래 거기 사는 사람인듯.

 

 

시인이 뭐하는 사람이냐는 어린 학생의 질문에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3.

 

 

 

 

 

 

 

 

 

 

 

 

 

 

 

 

 

 

 

 

볼테르의 캉디드를 읽어야한다.

혹시 동네 도서관에 가면 있을까?

올해 새로 문을 연 도서관이라 아직 책이 많지는 않던데.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 책이 있었다.

두 정거장쯤 되는 거리. 슬슬 걸어서 도서관에 갔다.

책이 있는 것을 알고 왔으니 서가에서 뽑아오면 되었고

대출도 기계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대출증 한번 올려놓고, 대출할 책 올려놓으면 끝.

 

갔던 길 다시 걸어서 집으로 왔다.

원하는 책을 찾고 가서 빌려오기까지

나는 한마디도 말을 할 필요가 없고

한 사람도 얼굴 볼 필요가 없었다.

 

편하긴 한데

꼭 좋지만은 않다.

 

 

 

 

 

 

새의 하루는 바쁘고

나의 하루는 조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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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기계가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시대. 편한 것만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시대를 살다 보면 인간의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1번을 시로 읽었어요. 느낌이 좋습니다.

hnine 2019-04-13 14:35   좋아요 1 | URL
저도 말이 별로 없는 편이면서도 막상 하루 종일 말할 필요 없는 날들을 살다보니 적적하기도 하고 저녁때까지 식구들이 들어오지 않은 날엔 어딘가 전화라도 걸어서 말이 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사람보다 오히려 새나 꽃과 눈을 맞추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좀 쓸쓸한 날이었어요.
영화 <시인의 사랑>에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라는 시가 인용되어 나오는데요. 거기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내가 하는 말을
나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혼자 듣습니다‘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지음 / 강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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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순이라는 이름을 소설가로써 기억하는 사람은 그녀의 나이 일흔 셋이라지만 많지 않을 것이다. 작가로 알려지기 이전에 라디오 PD, 외화 번역가로 오랫동안 일해오다가 예순 나이 되어서야 신춘문예에 4전 5기 끝에 당선함으로써 등단한 늦깍이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완행열차"는 그녀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작년에 이 소설집을 내고서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에 초대손님으로 나와 얘기하는 그녀는 유쾌했고 강단있었다. 읽어보아야겠다고 벼른지 일년만에 드디어 그녀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모두 열한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

기차의 출발 실수로 일정이 뒤틀리고 대신 다음에 온 완행열차를 타야했다는 것으로서 예기치 않은 상황 설정을 하였다. 그외에도 이혼을 앞두고 있는 화자의 개인적 상황, 다니고 있는 회사의 위기, 고성이 오가는 싸움, 오디션에 떨어진 여자, 탈레만이라는 음악가, 비올라 다감바라는 악기에 대한 애정 등, 단편 속에 너무 많은 소재들을 담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끌고 가는 숙련된 문장력은 돋보였으나 이야기의 흥미를 떨어뜨릴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헤란 신드롬> ★★★

테헤란 신드롬이란, 테헤란과 비즈니스를 할 때 일이 술술 잘 풀려나가다가도 중간에 이유도 없이 꼬이게 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뜻을 보니 소설의 소재로 삼기 좋은 용어이고 작가는 그걸 이용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의 내용이 과연 부합했는지는 좀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로 작가는 2015년에 테헤란 레지던스 작가로 선정되었던 바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보여지는데 이것이 왜 소설일까, 에세이라고 보는편이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디테일한 묘사 때문이었다. 소설로서 이야기를 읽으려는 독자라면 과하다 느껴질 만큼 꽉꽉 채워져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받은 느낌이 간간히 들었다.

 

<재의 축제> ★★★★

죽은 자의 재가 살아나 축제를 벌이는 괴이쩍은 활기, 죽은 자를 추억하는, 아니 되살리는 한판 재의 축제. 애도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팽개쳤던 그 지질해 보이던 일상의 매 순간순간들이 자기에게 복수를 하는 듯했다. (91쪽)

 

삶이란 일상과 따로 뚝 떨어져서 뭔가 대단한 한 방을 위해 남겨둔 공간이 아님을. 한 사람의 실패와 좌절, 쓰러짐, 그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봐주기, 좋은 음악에 흠뻑 빠져드는 호젓한 시간, 햇볕의 온기에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소록소록 부풀어 오르는 듯 하던 그 찰나, 시내는 그 모든 순간들을 다 날려 보냈다. (92쪽) 

삶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 언제나 있을 것 같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 같은 그 지질한 순간들이 결국 나중에 애도가 이루어질 부분이라는 것을 작가는 어찌 알았을까.

 

<달팽이가 되려한 사나이> ★★★★★

이 소설집에서 최고로 꼽고 싶은 단편은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가의 관심세계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다시 보게된 작품이다. 2040년의 세계가 너무나 현실처럼 읽히는 것은 가능성 있는 상황을 잘 도입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소설로 이어나가는 솜씨가 어줍짢은 도입의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고 충분히 가능하게 여겨질 정도로 치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가이드 (SG)라는, 지금의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 버젼에 해당하는 도구에 모든 결정과 판단을 맡기고 자신들의 뇌 사용은 잊고 만 인간들이 달팽이에게서 뭔가 다시 배우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그때.

"원하는 거 없어. 단지 소박한 감각과 기억을 되찾겠다는 거야. 평범한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었던." (115쪽)

정말 그때가 되면 그리움이라는 말도 잊혀진 말의 리스트에 들어가게 될까. 가까운 미래를 이렇게 현실감 있게 그린 소설이 또 있을까 싶다.

"젠장, 당신들 대체 나의 하늬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122쪽)

나를 위해 이런 말을 던져줄 그 누구도 없는 세상.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푸줏간에 매달린 고기가 되어 나의 지능과 판단을 포기한 댓가로 편하고 틀림없는 인공지능의 결정를 누리는 세상.

 

<북남시집 오케스트라> ★★★

남북한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평도 연주 라는 행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린 연주자와 지휘자가 주인공이다. 연주 곡목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글의 품격을 더해주고 상황에 대한 비유로서 음악에 대한 내용을 삽입한 것은 좋았지만 덜 구체적이고 덜 전문적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포성, 지휘자와 화자의 불안전한 관계, 지휘자의 정체성, 음악의 기승전결등, 단편 속에 너무 많은 긴장 요소와 부대 상황으로 포화되어 있다는 느낌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북동 230번지> ★★★★

역시 본인의 경험담이다. 독특한 소재라는 것과 능란한 문장들의 연속이 결점을 덮는다. 이 작가는 늘 자기의 어떤 특별한 경험들을 소설화한다. 그것이 소설로서 읽히기 보다 보고서나 경험담으로 읽히는 것이 거슬리던 참인데 이 단편에서는 이런 생각을 후반에서 보기 좋게 뒤집어 놓았다.

"...잠만 쿨쿨 자면......인생 손해지." (174쪽)

"아유, 참, 아버지는 재미있는 라디오라니까. 제발 좀 쉬어가며 웃기세요. 라디오 고장 나요." (175쪽)

소설가 구보 박태원에 대한 오마주는 여기 저기서 나타난다. 성북동 230번지는 박태원이 생전에 작품 인세 대신 받아 살던 집의 주소.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아가보고 조사하면서 화자는 (또는 작가 박찬순은) 박태원과 그의 딸의 대화를 이렇게 상상해보며 이야기 속에 삽입하고 있다. 나같은 보통 수준의 독자들에게는 작가가 너무 고단수를 쓰고 있지 않은가? 집중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레몬을 놓을 자리> ★★

이쯤 읽으니 이 작가의 소설은 재미로 읽는 소설은 아닌가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 실제 경험으로 시작했을 것이 거의 분명한 소재인 것은 전작과 마찬가지인데 역시 이야기라기 보다 기록 같은 느낌이 너무 강했다. 실제 인물 (정지용, 윤동주, 카지이 모토지로)이 모티프가 된다는 것도 다른 단편들에서와 같다. 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 <레몬>을 읽어본 적 있다면 더 잘 이해가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처음 부터 끝까지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가와 구보 박태원이 나누는 상상의 대화는 현실보다 더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기 까지 하고, 구보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며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 또한 주목할 만 하다.

 

<폭죽소리> ★★★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성공이다. 生命本來就是成功,  Life itself is a success. (265쪽)

폭죽. 화려하게 터지고 나서 곧 스러진다. 그래서 허무한데도 우리는 화려하게 불꽃으로 터지는 인생을 꿈꾸고 부러워하며 그렇지 못한 오늘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아그리파를 그리는 시간> ★★★

살아보고자 탈북한 청년 민호의 불안정한 삶이 줄에 매달려 붓질을 하는 화가와 프로펠러가 달린 플라잉 바이크라는 소재와 맞물려 비유되고 있다.

 

<아홉번째 파도> ★★★★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세월호에 임시직 일자리를 얻어 탑승했던 동생을 잃은 형이 자원봉사를 하며 동생의 생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부재를 느끼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단편 <아홉번째 파도>는 러시아 화가 이반 아이바조프스키의 동명의 그림에서 인용한 제목이다.

그림을 찾아보았다. 

세월호 아이들과 달리 그림 속의 이들은 살아남았을까?

그랬기를.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오래였던 만큼 작가 자신이 겪은 어떤 경험이라도 소설로 쓰고 싶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대부분의 단편들이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소재와 품위있는 문장력은 그 작품의 격을 더하고 있다. 다만 너무나 구체적인 설명과 디테일,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설정을 하나의 작품 속에 담아놓은 점 등은 작가의 과욕으로도 보이고 작품의 재미를 감하지 않았나, 아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짚고 넘어가 본다.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은게 작년이었으니 곧 새로운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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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4-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두 편만 봤는데, 뒤의 것이 더 좋군요.

hnine 2019-04-11 20:27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댓글 읽고 보니 제가 열한편의 순서를 책에 실린 순서대로 쓰지 않았기에 수정했어요. 덕분입니다 ^^
저에게는 읽기가 그리 수월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절대 시시하진 않아서 열심히 읽었다고 할까요.
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가 저는 제일 좋던데요.

보물선 2019-04-1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다시 보게 될 듯합니다. 추천작품 읽어볼께요^^ 감사!

hnine 2019-04-11 20:40   좋아요 1 | URL
제가 감사하죠. 보물선님 서재에서 짧지만 강력한 리뷰 보고 읽어야겠다 결심했는걸요.
작가 인터뷰도 시간 되시면 들어보세요. 아주 재미있는 분 같더라고요.

2019-04-12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4호선 이촌역 지하철역 긴 지하통로를 거쳐 드디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맞이하는 시야는, 봄에는 봄이어서, 가을에는 가을이어서, 그대로 심쿵입니다.

지난 주 이날도 예외없어서, 저 하늘색을 뭐라고 해야할지. Yves Klein은 자기가 만든 파란색에 IKB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제가 만든 색은 아니지만 저 하늘색에도 어떤 고유의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어울리는 이름을.

 

사진을 보니 이제 저 털 스웨터는 벗어던져야 할것 같네요. 무거운 옷 입고도 발걸음만은 가벼웠던 오후였습니다.

 

 

 

 

 

 

 

 

 

 

 

 

 

 

 

 

 

 

 

 

 

 

 

 

 

 

 

 

 

 

 

 

 

 

이날 오후에 아들 학교에서는 미술 작품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미술 시간에 학생들이 그리고 만든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는 행사인데 저는 서울 다녀오느라 참석을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결국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 저녁 8시쯤 텅빈 학교엘 가보았습니다. 아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거죠.

건물은 다행히 문이 잠겨있지 않았지만 불은 다 꺼진 상태. 스위치 있는 곳을 찾아 키고 둘러보았습니다. 전시 장소 한쪽 구석에 저렇게 붓과 물감통도 그대로 두었더라고요. 치우지 않은 건지 일종의 보여주기 위함인지.

나무로 만든 조각품은 전날까지 하다가 결국 다 못끝낸 것인데 그 상태 그대로 전시대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사용하던 연장, 도구들도 함께요. 꽃대신 준비해간 초코렛을 그 작품 아래 붙여주었습니다.

조심조심 둘러보고 건물을 나왔습니다. 그 시간 아들은 밖에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한컷 찍어보았고요.

 

 



 

 

 

 

 

 

 

 

 

 

 

 

 

 

 

책을 읽다가 줄치거나 표시하는 것으로는 모자라서 손으로 직접 옮겨 적어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더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내 손 안에 머물게 하고 싶어서 그렇기도 하고.

어제 읽고 있는 책 중에서 한 바닥을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글.

짧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완전하다고 해주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박찬순 소설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110,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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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와 매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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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거기에 게임까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소설이다. 환타지 소설을 특별히 찾아읽는 편이 아니고 게임에도 거의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으니 말이다.

요즘 게임은 완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갖추고 있는 게 일반적이라서 게임 산업 분야에서 스토리 작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장르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전민희 작가의 이 소설 <전나무와 매> 역시 한 게임회사에서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의 배경으로 선택하여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야기는 마치 어릴때 할머니께서 잠자리에서 "옛날에 옛날에" 하고 들려주실때의 그런  느낌으로 시작한다고 하고 싶은데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스케일은 물론 비교가 안된다. 마을 대신 부족이나 나라, 한 세대가 아닌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 무기, 전쟁, 포로, 노예, 복수 등등 성인 버전의 옛날 이야기라고 비유해도 될까?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관심을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막 비가 그친 밤, 커피와 물 담배, 민트 차와 과자를 파는 기온의 카페에 누더기나 다름없는 망토를 뒤집어 쓴 여자가 들어왔다.

이 여자는 누구? 왜?

마치 미친 여자 같은 차림이지만 아름답고, 비록 누더기가 되어 있을망정 고급의 천, 귀족 문신, 더구나 팔에 아기를 안고 있는 이 여자. 배경 묘사로 길게 시작하는 다른 소설들과는 시작부터 달라서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더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여인은 에페리움 왕국의 로안드로스왕의 후궁 에렉티나.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는 그녀의 아들 진 (본명은 폴리티모스)이다.

다른 한편의 이야기 속에는 키프로사라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편백나무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 이름, 키프로사는 전나무의 성의 늙은 영주 로지아의 손녀이다. 하나 밖에 없는 손녀이건만 어떤 이유로 로지아는 키프로사를 홀대한다. 키프로사가 열심히 돌보고 있는 매는 나중에 키프로사의 과업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암시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암시하는데서 끝난다.

진과 키프로사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이렇게 따로따로 진행되지만 후편에 해당하는 다른 책 <상속자들>에서는 이들이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이미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민희 작가의 책을 이제서, 처음으로 읽어보았지만 환타지 소설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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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차례 뿌린 비가 또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데도 점심 먹고 난 후 뒷산 산책을 나섰습니다.

동행은 남편과 강아지입니다.

지난 주말에 보았던 할미꽃이 지금은 제대로 다 피었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걸었습니다.

 

 

 

 

 

 

 

 

 

 

 

 

 

 

 

 

 

 

 

 

 

 

 

 

 

 

 

 

 

 

 

 

 

 

TV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얀마 편을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호수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장에 가서 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젊은 아기 엄마가 나왔습니다. 잡은 물고기를 담은 무거운 바구니를 들고 시장까지 가서 펼쳐놓으며 자기는 이 일이 참 좋답니다. 남편과 함께 물고기를 잡고 그것을 내다 팔아 돈을 버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답니다. 집에 오는 길엔 친정에 들러 맡겨 놓은 아이들을 데려 갑니다. 그날 팔고 남은 물고기들을 어머니에게 드리고 어머니는 쌀을 퍼줍니다. 짐을 들고 큰 아이는 걸리고 어린 아기는 안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짓습니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사는게 뭘까'

이건 편안히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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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0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을 얻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물고기를 잡아다가 장에 가서 파는 일로 행복을 얻을 수도 있고
남편과 식당을 함께 해서 돈 벌어 행복해 하는 주부도 있고요... 저처럼 책을 보며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내서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고... 정답은 없고 그저 자신이 무엇에 행복해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제 친구 중에 이제서야 취미를 만들 생각이라는 친구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배워 봐야 알 수 있을 거라고 했죠.
자신에 대해 아는 일, 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hnine 2019-04-03 04:32   좋아요 0 | URL
제가 오래전 태국에 가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그리 잘 사는 동네가 아닌 곳이었는데 사람들 표정이 참 평화롭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꾸밈없이 웃는 모습이 보는 사람도 그냥 무장해제되는 느낌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인사 잘하고 잘 웃는것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으례 보는 풍경이잖아요. 하지만 그것과 달랐어요. 많이 가진 것이 행복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너무나 많이 읽고 들어서 알고 있던 것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할까요.
저희 나이는 정말 취미 생활이 필요한 나이지요. 노후에 필요한 세가지로 일, 봉사, 취미, 이렇게 세가지를 꼽는 사람도 있더군요. 스스로 찾아야 하고요.
다른 이의 업적이나 사는 방식을 부러워하고 따라하는 일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