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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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야시타 나츠라는 작가의 책들을 읽어나가는 중이다. 처음 읽었던 <양과 강철의 숲>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두세 권의 책들을 찾아 읽었고 그 또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들이라 이제 그녀의 책들은 믿고 읽을 수 있다. 그 와중에 제목도, 표지도 꼭~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신들이 노는 정워>이다. 다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그녀의 목소리가 온전히 담긴 에세이다. 보통 소설가의 소설과 에세이는 조금 다른 면도 있어서 소설과 에세이 모두 마음에 드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엔 어떨지~


작가는 2남1녀를 자녀로 둔 주부다. 중학생 둘의 형제와 초등학생 딸을 둔 미야시타는 남편의 강력한 주장으로 홋카이도 중에서도 아주 깡 시골인 도무라우시에 1년간 산촌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냥 조금 시골이었으면 하는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남편과 아이들은 이왕이면~ 하면서 한여름에도 10도 정도를 웃도는 산 속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내는 1년은 남편의 바람대로 행복할지~ 아니면 작가의 우려대로 위험하고 힘들지~.


읽어나가는 동안 이 집안 사람들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보여서, 또 작가의 무한 상상과 표현법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내내 큭큭, 깔깔깔~하며 읽었다. 1년 동안의 시골 생활을 소설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작가는 이 홋카이도의 세세한 자연 풍광 등은 잘 묘사하지 않는다. 물론 전혀 묘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 마을의 분위기, 이웃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 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버무려낸다. 이게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마치 일본의 센류 표현법같은 작가의 문장들은 그녀의 재치와 문학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고, 한층 더 밝고 재미있게 만든다. 읽다 보니 나도 가고 싶어졌다. 좁은 곳에선 홀로 살 수 없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나 작가의 1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 우리도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용기가 부족할 뿐~

우리나라엔 작가의 에세이는 이 책뿐인 듯하다. 아쉽다.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너무 좋아서 책 속에 출간 소식을 알렸던 또다른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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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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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화책에서 소설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가장 좋아했던 책은 <제인 에어>였다. 작가 소개를 읽다가 브론테 자매를 알게 되고 이어 <폭풍의 언덕>을 읽었지만 <제인 에어>만큼 흥미롭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아마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이다.

<워더링 하이츠>는 그 시절 내가 읽던 <풍풍의 언덕>이다. "워더링 하이츠"를 직역하면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이 되고 실제 이 집을 설명하는 록우드를 통해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대기의 소요에 그대로 노출됨을 이르는 말"(...11p)의 사투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 보면 워더링은 그저 집의 이름인 것을 알게 된다. 이전부터 을유문화사에서는 <폭풍의 언덕>을 <워더링 하이츠>로 출간했음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여성 문학으로서 새로운 옷을 입고 아름다운 판형과 표지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워더링 하이츠>는 가슴 아픈 사랑을 쫓는 히스클리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예전에 읽었던 느낌은, 그저 으스스하고 기분 나쁜 그 자체였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세상을 좀 알 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나도 이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 책을 붙잡고 무려 2주 이상을 읽었던 걸 보면 예전의 내가 엉망으로 읽은 건 아니구나, 싶었다.

<워더링 하이츠>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우긴다면 그저 오만하고 이기적인 한 남자의 스토커적 집착이라고 하겠다. 그보다 이번 독서를 통해 눈에 띄었던 건, 각 인물에 대한 묘사와 그보다 더 큰 숲을 이루는 린턴 가와 언쇼 가의 대립 구조였다. 하나는 언덕 아래, 하나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이 두 가문엔 어린 두 남매가 있고, 여기에 린턴 가의 아버지가 여행 후 히스클리프를 데려오며 이 처절한 비극의 서막이 시작된다.

이 커다란 구조 속에 내 눈에 들어온 건 19세기 여성들의 삶이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여겼던 히스클리프와의 결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캐서린 뒤에는, 그녀의 말 일부만 듣고 뛰쳐나가 복수를 계획하는 히스클리프가 있었고 그저 찰나의 사랑에 속아 결혼을 했지만 곧 현실을 보게 된 이사벨라 또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반면 유약한 에드거나 자신의 삶을 놓아버린 힌들리, 사랑이라고 우기며 복수만을 꿈꾸는 히스클리프는 너무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들이다. 여성들은 아들이 있어야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결정이 언제라도 남자들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음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작품이 <워더링 하이츠>인 것이다.

다시 브론테로 돌아가서 브론테 자매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위치에서 스스로 자립하려고 했던 인물들이다. 어릴 적부터 황야와 바람을 맞으며 자신들끼리 의지했던 이 자매들은 이야기를 꾸며내고 아버지의 서재를 샅샅이 훑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이 시기 한 여성으로서 홀로 설 수 없었음은 어쩌면 그들에겐 너무나 큰 짐이 아니었을까.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나 샬론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워더링 하이츠> 모두 그런 자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현실을 그대로, 타협하지 않고 보여주는 작품은 <워더링 하이츠>임이 분명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워더링하이츠 #에밀리브론테 #여성작가 #세계문학 #여성문학 #폭풍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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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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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마침 며칠 전 SBS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생은 혼술이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이야기를 보았다. 책 첫 장을 펼치고 저자 얼굴을 본 후 얼마나 놀랐던지~! 그러니까 이 저자 전작인 <퇴사하겠습니다.>를 쓴 사람이다. 아사히 신문사를 입사하여 사회부, 편집부 등을 거쳐 논설위원, 편집위원을 역임한 그는 50살을 계기로 조기 퇴사 후 "즐겁게 마감해 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퇴사하겠습니다>에선 극도의 미니멀라이프를 소개했다.

그런 그녀가 어떤 혼술을 하는지 더 궁금해졌다. 사실 <인생은 혼술이다>라는 책 제목을 읽고는 "당연하지~!"를 외쳤던 나이기에 중요한 것이 "술"이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저자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50에 조기 퇴사하고 미니멀한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는 어떤 혼술을 하는 것인지.

아!... 그런데... 내가 생각한 혼술과 그녀가 말하는 혼술의 의미가 다르다. 그러니까 나의 혼술은 정말로 그저 혼자 마시는 술이다. 하지만 그녀의 혼술은 혼술을 동경하게 된 계기(영화 <남자는 괴로워>의 도라 씨를 동경하여) 그대로 선술집에 들어가 바에 자리잡고 주변과 어울려 즐겁게 마시는 술을 의미한다. 그러니 그녀의 혼술은, 헉! 난이도과 굉장히 높다. 다른 사람, 특히 낯선 사람과 대화할수록 기가 빨리는 극 I인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일이다. 게다가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는 나로선 여러 가족 구성원에게 걱정만 끼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보다 보니 어쩌면 이 저자의 "혼술"은 그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계기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낯선 곳을 뚫고 들어가 천천히 자신을 낮추고 주위와 동화되어가는 기분을 느끼는 것,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케를 다양한 주인장들의 조언을 곁들여 맛난 안주와 함께 음미하며 긴장을 풀어내는 것, 이런 저런 주위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얻는 것까지!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인 것이다.

뭔가 쳇바튀 돌 듯 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화점이 필요하다면 <인생은 혼술이다>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 혼술까지 이르는 비기를 12가지로 꼼꼼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기 12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143p

좋아하는 사람과 맛난 안주를 앞에 두고 좋아하는 술을 홀짝이는 건 언제나 행복이다. 그런데 그것을 낯선 사람과 한다는 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면~! <인생은 혼술이다>를 읽어보시길~!^^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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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보 아이돌 스퀴시북 - 말랑말랑 두근두근
차리보 지음 / 삼성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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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시"라는 낯선 단어를 몇 년 전인가 들었다. 6,7살 되던 둘째가 나도 스퀴시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들고 다닌다며 스트레스가 풀린다나~ 뭐라나. 처음엔 좀 이상했다. 도대체 그게 뭔데? 싶기도 하고 생긴 걸 보고서는 아니, 이런 걸 도대체 왜 쪼물딱거리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도 안되고~. 그래도 신기함에 한번 사 주었지만 며칠 안되어 쩍! 갈라진 모습을 보고는 더이상 갖고 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참 유행이란 게 이상하다. 얼마가 지나자 아이들도 만든다며 직접 그림을 그리고 테이프를 잔뜩 붙이더니 그 안에 멀쩡한 휴지를 가득 집어넣는 거다. 이게 뭔 물자 낭비냐~했지만 자꾸 사는 것보단 그래도 조물조물 그리고 붙이고 오리고 만드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는 아이를 보며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런데... 이젠 그런 스퀴시를 만드는 책이 나온 거다. 알파 세대들은 양손에 미디어를 쥐고 태어난 아이들이라 그런지 미디어가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는다. 하루에 단 30분만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어느새 유튜브를 통해 이런, 저런 것들을 잔뜩 보고 그 다음 선물로 지정하거나 용돈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말랑말랑 두근두근 아이돌 스퀴시북>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차리보가 아이들이 스퀴시를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스퀴시북이다.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에서부터 도안까지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구성이다. 보통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스퀴시를 만들 땐 단편적인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면 인형을 앞, 뒤 모습을그런데 이번 스퀴시북은 주제가 있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아이돌"을 설정하고 그 아이돌의 메이크업 가방, 파우치나 멤버들의 집, 커피 차 등까지 설정하여 하나하나씩 만들어서 그것들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정말 예쁘게 만들려면 꼼꼼함이 필요하다. 어디에 무엇을 붙여야 하는지 만들기 순서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집중력도 필요하고 신중함도 필요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후딱! 재료만 준비해 주고 엄마를 찾지 않으니 엄마로선 야호~! ㅋㅋㅋ 다 완성이 되면 친구들과 갖고 놀 장난감이 되니 또한 이득이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구성이 돋보이는 스퀴시북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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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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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시기가 있다. 이미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했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작품 6 작품을 쓴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이유가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실종 사건을 일으킨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후 한 호텔에서 발견됐지만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에 대한 어떤 언급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 이후 작가가 자서전을 쓸 때에도 이때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메리 뭬스트매콧"을 필명으로 한 6권의 책은, 바로 이때에 자신의 심경과 변화를 소설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이전에 <봄에 나는 없었다>를 읽었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고 공감되는, 오래 기억할 작품이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와 알게 되었지만 이후 언제나 나머지 5권이 궁금했다.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 바로 <두번째 봄>!

<봄에 나는 없었다>는 우연히 사색의 시간을 얻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두번째 봄>은 훨씬 더 애거사 크리스티 자신의 삶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죽음" 앞에 놓인 한 여성을 구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후 그녀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훑어나간다. 마냥 천진난만하고 충만한 사랑을 받았던 어린 시절과 그녀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며 뭇 남성들에게 청혼을 받는 처녀 시절, 사랑을 통해 이루어 낸 결혼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

여성이라면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소설은 한 여성의 삶을 그저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나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고민과 삶을 사는 그녀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라고 얼마나 다를까. 물론 성격도 다르고 자라 온 성장 환경도 다르고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만 50대를 막 시작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작가의 절망감과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여성 소설로서도 아주 뛰어났을 애거사 크리스티가 6권만 남긴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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