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잭 리처 시리즈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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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잭 리처 시리즈 중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왜냐고? 리처가 이번에는 자신의 부대원과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잭 리처 시리즈를 몇 권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리처가 얼마나 혼자서 모든 사건을 잘 해결했는지. 그런데 이번 작품은 옛 동료의 무선 코드로 시작한다. 바로 번역본 제목인 1030이다. 이 코드는 헌병들이 동료들의 지원을 다급하게 요청할 때 사용하는 코드다. 언제나 아무런 연락처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잭 리처에게 긴급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바로 1030달러를 입금한 것이다.

 

도입부는 한 남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 그냥 떨어진다. 그 남자의 이름은 캘빈 프란츠다. 처음에는 부상당한 그를 수송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900미터 상공에서 강제로 떨어트린 것이다. 이 사건이 바로 잭 리처에게 다급한 무선 코드를 보내게 한 것이다. 이 돈을 통해 무선 코드를 보낸 사람은 바로 동료였던 프랜시스 L. 니글리다. 그녀는 군 제대 후 시카고 소재 보안업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연락을 받고 그녀가 남긴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LA로 찾아간다. 서로를 신뢰하고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렇게 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 넓은 LA에서 만난다. 그리고 프란츠 외에 다른 동료들도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

 

리처의 동료들은 하나의 슬로건이 있다. ‘특수부대원들에게 덤비지 마라’이 슬로건은 강한 동료애의 결과다.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에게 문제가 생기면 서로 연락한다. 이 사건도 바로 이 때문에 생겼다. 한 동료가 가까이 있는 다른 동료에게 연락하고 이들이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적은 언제나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역습을 당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프란츠, 스완, 산체스, 오로스코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수사 능력은 예상하지 못한 적의 반격으로 물거품이 된다. 그들이 몇 가지 단서를 남겨 놓았지만 그 암호만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반에는 리처는 니글리를 제외한 모든 동료들에게 사고가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오도넬과 딕슨이 그들은 찾아오면서 이 걱정은 사라진다. 프란츠 외 다른 동료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남은 동료의 죽음이 예상된 것이다. 프란츠가 남긴 암호만 가지고 그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특수부대를 운영하면서 갈고닦은 경험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한다. 여기에 그들이 도착할 때 감시하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이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때 리처의 역습이 시작된다. 하나의 단서가 새롭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네 명의 전직 특수부대원들이 적들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과 여럿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구분되어 있다. 적들이 조직화되어 있다면 혼자보다 여럿 명이 편하다. 감시해야 할 대상이 더 많고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적들은 이미 특수부대원이었던 리처 일행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적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실체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거구에 큰 힘을 가지고 탁월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그는 중년이다. 예전처럼 빠르게 강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지만 동료에 대한 신뢰와 풍부한 경험은 돌발 상황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우연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이 가끔 아주 큰 변수를 만들기도 한다.

 

잭 리처 시리즈는 강한 흡입력으로 빠르게 읽게 만든다. 단순한 듯한 외모와 과격한 행동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표출될 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거의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의 주인공이 재빠르지는 못하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움직일 때면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혹시 이 속도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같이. 여기에 군 시절 최고의 콤비를 자랑했던 부대원들의 매력은 곳곳에서 발휘된다. 소위 말하는 눈빛만 봐도 안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리고 그들은 최고의 요원이었다. 비록 민간인과 중년이란 한계 안에서 활약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복수를 향한 열정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약간 잔인한 듯하지만 그의 행동은 거침없다. 삶에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 남자가 부대원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때 그 매력은 가공할 위력으로 표현된다. 이 남자로 하여금 계획을 세우게 하면 위험하다.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마르코 만카솔라 지음, 박미경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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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나 만화 등을 볼 때면 가끔 그 이후에 펼쳐질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우리가 흔히 동화 등에서 왕자와 공주들이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간략한 문장 너머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강하고 열렬했던 사랑이 일상으로 변하는 순간 다른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별했던 경험과 순간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늘 일상이라는 무서운 삶이 기다린다. 그럼 수퍼히어로는 어떨까? 그들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간이라는 한계 속에 있는 한 노쇠화라는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소설은 단순히 노쇠해진 슈퍼히어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퍼히어로의 존재 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세계 속에서 그들의 말년과 은밀한 욕망과 삶에 무게를 둔다.

 

소설 속에 슈퍼히어로는 모두 다섯 명이다. 그중 낯선 인물이 있다. 바로 브루스 드 빌라다. 그의 능력은 미래를 예견하는 것인데 이것이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다가오지 않는다. 슈퍼히어로가 죽는다는 것은 알지만 언제, 누가, 어떻게 죽는지에 대한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 반쪽 능력 때문에 그의 예언은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알고 있다고 해도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린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낯선 이름이라 검색을 한 번 더 했지만 실제 코믹스 등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코믹스 등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머지 네 명의 슈퍼히어로는 미스터 판타스틱, 배트맨, 미스틱, 슈퍼맨 등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인물이 우리에게 조금 낯선 미스터 판타스틱과 미스틱이란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은 슈퍼히어로 한 명의 현재나 과거를 같이 다루면서 노골적으로 에로틱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들의 이름을 지우고 읽게 되면 어느 부분에서는 한 편의 에로 소설 같은 느낌도 있다. 사실 미스틱의 경우 슈퍼히어로라고 불러도 될지는 의문이다. 그녀가 엑스맨에서 변신 능력을 보여주면서 악의 편을 든 것 외는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엄청나게 에로틱한 장면으로 바뀐다. 물론 처음에는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곧 가짜라는 생각에 시큰둥해졌다.

 

미스터 판타스틱이 가장 먼저 나와 슈퍼히어로들의 삶이 어떤지 조금씩 보여준다. 실비아와 이혼했고 점점 늙어간다. 과학자의 능력 때문에 바쁜 생활을 하지만 어느 날 찾아온 사랑 때문에 삶이 흔들린다. 영웅의 삶을 숭배한 연인이 있지만 그녀의 젊음과 주변 사람 때문에 삶이 불안해진다. 여기에 ‘잘 가요. 미스터 판타스틱’이란 메모는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이런 메모를 받은 배트맨이 비참하게 살해당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기 때문이다. 젊음을 점점 잃어가는 수퍼히어로의 자신감 상실은 사랑에서마저 힘을 잃는다. 착각에 의해 그의 아들이 죽은 후 그가 느낀 절망과 깊은 상실감은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자살로 이어진다.

 

배트맨의 노후는 추하다. 여기서 배트맨은 게이다. 로빈과의 관계도 동성애 관계다. 영화로만 본 배트맨이라서 그런지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점점 사라지는 젊음과 탄탄한 근육을 강하게 갈망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더욱 추하다. 그가 한 젊은 여자를 집에 불러놓고 펼치는 최후의 만찬과 에로틱한 순간들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짧게 중간중간 그의 과거를 들려줄 때 우리가 영화에서 본 배트맨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최후를 보면 이 시리즈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수퍼히어로의 무력감과 허무함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타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자살에 가깝다.

 

가장 짧은 분량은 에필로그의 슈퍼맨이다. 가장 강한 영웅이지만 코믹 출간 시간으로 따지면 가장 노쇠한 영웅이다. 마지막으로 난 것이 21년 전이고 겨우 몇 미터 날았다. 이런 과거를 말할 때 슈퍼히어로의 환상은 산산조각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는 분명히 깨닫게 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슈퍼히어로를 좋아하고 지금도 만화 등을 찾아서 보는데 이들의 노후가 약간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들이 영원할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이 잠시 나를 혼란과 추억 속으로 몰아간다. 괜히 다른 영웅들의 노후가 궁금해진다.



 
 
 
열두 개의 바람
줄리안 김 지음, 이순미 옮김 / 반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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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이야기 구성이 허술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싱가포르 거주 한국 작가가 비욘드 워즈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상이 어떤 상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 신진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생각할 때 판타지 장르 쪽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물론 이 소설이 나에게 그렇게 강한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취향 탓일 수도 있다. 너무 빨리 드러나는 전생과 너무 쉽게 풀려버리고 허술한 비밀들이 나의 착각과 결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작가라서 그런지 주인공은 한국인 송수호다. 그는 고아 출신이지만 열두 개의 바람을 다루는 능력 때문에 세인트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활약한다. 나이는 스물하나. 강원도에서 영어 선생을 하고 있는데 페루에 문제가 생겨 출동한다. 영국의 본부를 거쳐 뉴욕에서 동료 한 명을 만난다. 그가 바로 과거를 보는 디에고다. 그는 평소 핫도그 노점상을 한다. 수호와의 만남도 장난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이 만남은 이 소설의 도입부에 깔아놓은 전생의 기억을 하나씩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 전생은 바로 진시황 시대다.

 

수호와 디에고가 페루에서 갑자기 사라진 마을 사람과 군인들을 찾고 있다면 서안에서는 홍콩의 천재적인 금융인 로니 탄이 진시황릉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친다. 놀라운 직관력과 판단력으로 그는 금융계에서 승승장구한다. 이 돈의 일부를 황릉 발굴 등에 기부하는데 그곳에서 발견된 열두 개의 바람이란 단어 때문에 서안으로 간다. 그곳에서 로니 탄은 엄청난 병마용 속에서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진시황릉을 건설한 린카이푸의 안배에 따라 한 발씩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현대의 건축물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된 거대한 진시황릉 속으로.

 

수호와 디에고의 만남, 이들과 오드리의 만남은 전생의 인연을 현세에 그대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드리의 전생을 보면서 수호와의 사랑을 들려주고, 각자의 끌림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려준다. 사실 너무 빨리, 너무 빤하게 이 전생을 들려줘서 그렇지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 이것과 더불어 진시황릉을 연결해서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설정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나 상황들이 그 어떤 신비감도 호기심도 불러오지 못함으로써 긴장감이 떨어졌다. 디에고가 기억을 잃었을 때 너무 쉽게 그 해독제를 찾아낸 것도 역시 그렇다.

 

수호 일행이 페루에서 잉카의 후예들과 전투를 펼칠 때 로니의 일행은 점점 더 린카이푸의 비밀에 다가간다. 잉카의 후예들이 가진 돌의 위력은 날씨를 조정하는 것이라면 린카이푸가 숨겨놓은 돌은 지진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페루에서 수호의 액션이 펼쳐질 때 로니 일행은 무덤 속에서 하나씩 암호를 풀면서 위기를 벗어난다. 적들의 공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수호의 전생 연인이었던 오드리는 진시황릉으로 온다. 그녀의 가세는 황릉의 위험하고 견고한 방어를 뚫는데 큰 힘이 된다. 실제 중요한 순간 단서를 제공하고 약초에 대한 전생의 해박한 기억은 동료들을 위험에서 구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매력은 진시황릉에서 암호를 풀면서 전진하는 것이다. 수호의 액션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볼거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소설 속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진시황릉 속 암호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도 이것을 안다. 하나의 방에서 암호를 풀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무협소설 속 장면과 비슷해 전혀 새롭지 않다. 이것이 나에게는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연이 너무 많이 흘러넘치고 영웅의 활약이 너무 쉽게 이루어질 때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좋은 출연진을 모아놓았으니 다음 소설에서 이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어떤 활약을 할지 한 번 더 기대해보고 싶다.



 
 
 
이것이 진짜 메이저리그다
제이슨 켄달.리 저지 지음, 이창섭 옮김 / 처음북스(구 빅슨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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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 야구를 봐 왔고, 지금도 시즌이면 계속 본다. 자꾸 보고, 해설을 듣고, 관련 책들을 여기저기서 읽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야구를 조금 더 알고 있다, 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마구를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음먹으면 홈런을 쉽게 칠 수 있는 4번 타자나 언제 어디서나 도루를 할 수 있는 발 빠른 주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이런 환상은 대부분 만화 등에서 왔다. 현실을 벗어난 천재들의 야구를 보여준 만화는 실제 야구와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다 가끔 현실적인 만화를 만나면 시큰둥했다. 너무 평범해서. 하지만 야구는 너무 평범해 보이고 시큰둥한 현실 속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를 잘 보지 않는다. 최근에 류현진과 추신수 때문에 조금씩 보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보지는 않는다. 한국 야구 볼 시간도 많지 않은데. 하지만 이 책은 메이저리그와 한국 리그의 문화적인 몇 가지 차이만을 제거하면 우리가 야구를 보면서 생각하고 유심히 쳐다봐야할 수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그것을 조금씩 알아갈 때 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 피동적인 움직임이 아닌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변한다. 즉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타자의 반응을 예측하고 주자가 언제 달릴지 고민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야구는 휠씬 재밌고 긴장감이 흐른다. 이 책은 바로 관중으로 하여금 실제 야구장 속으로 끌고 들어가 진짜 야구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그런 곳에서 수비하고 그때 방망이를 휘두르는지 알 수 있게 만든다.

 

메이저리그를 잘 모르지만 제이슨 켄달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포수 출신이다. 올스타를 세 번이나 했다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매년 쉽게 올스타가 되는 선수가 언론에 자주 나오니 대단한 기록처럼 보이지 않지만 한국의 IMF 영웅이었던 박찬호나 최근의 추신수나 류현진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 대단함은 한두 해 반짝 성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년 자신을 단련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운동장에서 꾸준히 선발 선수로 나갈 때 겨우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의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에도 그를 선수로 계약하는 팀이 나타났다.

 

책은 경기 전 모습에서 시작하여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타자, 주자, 감독, 그 밖의 이야기로 끝난다. 경기 전후의 모습은 TV를 통해 잘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그 나머지는 야구에서 각각 차지하는 역할을 구분해준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를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야구가 투수놀음이란 말도 있지만 공을 던져야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지 강하고 빠른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는 것이 조금 많아졌다고 투수의 투구 후 위치나 공 배합 등도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포수로 넘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알지만 화려함이 부족해서 가끔 상대적으로 홀대한다. 그러나 중계를 볼 때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고 단순히 타율이나 공 배합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야수나 타자나 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가 야구를 멘탈 스포츠라고 말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절실히 느낀다.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인지 담담하게 쓸 때 그 점이 더 부각된다. 타자는 단순히 투수하고만 대결하지 않는다. 야수도 타자의 기록을 가지고 수비 위치를 바꾸면서 아웃 확률을 높인다. 중계에서 잘 친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서 아웃되는 것을 보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한일 야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독으로 넘어간다. 자기 선수를 잘 아는 감독의 중요성과 수퍼스타에 휘둘리는 감독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살짝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중요한 문장이 있다. 그것은 ‘경기 상황을 알아야 한다’다. 원론적인 이야기와 이론이 아무리 많아도 경기 상황에 맞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켄달이 상황을 만들어 설명하는 것도 바로 이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야구는 개인 기록의 경기지만 팀 경기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야구 중계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개인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우승하지 못하면 그 선수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MVP가 나쁜 성적을 거둔 팀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둔 곳이지만 그들도 인간이라 실수를 한다. 아웃이 일상적이라 3할이면 엄청난 대우를 받는 곳이다. 야구를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야구를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休
오원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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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말을 보낸 적이 많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책읽기를 중단하거나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멍하니 텔레비전을 켜놓고 그냥 시간을 보낸 것 뿐이다. 이것이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다, 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나간 시간이 아깝고 아쉽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이나 예전에 못했던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는데 하면서. 우리는 이처럼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다.

 

쉬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네 가지 방식을 말한다. 비우고, 몸에 귀를 기울이고, 타자와 만나고, 안과 밖이 없이 몰입한다. 이것은 다시 명상과 통합의학과 숲 치유와 예술 치유 이야기로 요약된다. 이 방법들은 저자가 잘 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가득 채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정보와 지식과 부를 채우려고 아등바등한다.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스트레스가 강해진다. 이때 이런 것들을 놓아버린다. 비워버린다.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명상에 빠진다. 물론 이것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몰입할 때 자신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몸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자주 병원에 가거나 거의 가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가끔 금방 끝날 병을 오래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 자연 치유를 과신한 결과다. 제대로 몸에 귀를 기울이고 좀더 세밀하게 관찰했다면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고 잘 숨 쉬며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바른 자세를 취하고, 생활운동량을 늘리고, 편한 자세로 좋은 호흡을 하고, 늦게 자지 않으면서 숙면을 취해야 한다. 이러면 몸 안의 의사가 살아나 우리를 돌본다.

 

나는 ‘나들’로서 존재하고 있다. 숲에 들면 나라는 타자와 나무, 새, 냇물, 바람이라는 타자가 공생한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니 음이온이니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풍부한 산소도. 숲속을 가득 채운 타자들은 음악으로 공명한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안팎이 없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진다. 이것 또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의 경우 뼛속까지 모두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 이후부터 이런 깊은 글쓰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단순히 추상적인 말들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현대 과학이 발견한 것을 근거로 역사와 과학과 경험을 엮어서 잘 쉬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찬찬히 책을 읽다 보면 실천으로 옮기기가 만만하지 않다. 어떤 것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에서 사라진 것도 있다. 평안함에 빠져 시간을 절약한다는 핑계로 그만 둔 것도 있다. 자극적인 것을 찾아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을 혹사한 경우도 많다. 순수한 몰입의 기쁨도 점점 사라진다. 집중하는 시간도 짧아진다. 이것들을 되찾기 위해 잘 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책이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힘들어 보인다. 뭐 하나씩 한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