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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이고,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현재 한국에 3권 출간되었고, 한 권은 절판이다.
불행하게도 가장 대표적인 소설이 절판이다. 중고 가격은 너무 비싸다.
다행이라면 전자책은 아직 절판이 아니다.
이렇게 알아보는 이유는 이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영미권 sf와 다른 느낌과 감성이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장편으로 관심이 갔다.
언제 시간이 난다면 장편도 읽고 단편과 비교해보고 싶다.
그때 기억이 날지는 모르지만 단편 중 한 편은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이 단편집에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재밌게 읽은 단편은 <겨울 시대>, <중유맛 우주 라멘>, 〈No Reaction〉 등이다.
이 중에서 연작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단편은 <중유맛 우주 라멘>이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 속에 모든 계외인들이 먹을 수 있는 라멘집이 무대다.
작은 소행성에 차린 이 라멘집은 정말 다양한 외계인이 와서 먹고 간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노력과 정성은 기이하지만 재밌다.
특히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생명체가 찾아와 음식을 요구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흘린 이 일의 원인은 당연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겨울 시대>는 빙하기가 찾아온 미래가 배경이다.
두 소년이 따뜻한 봄 나라를 찾아 남하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천천히 풀어낸다.
이 단편에서 빙하기가 오기 전 인류가 유전자 조작을 한 동물들이 나온다.
이것은 인류에게도 적용한 듯한데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읽으면서 만화나 애니에서 본 장면이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No Reaction>은 자칭 투명인간의 인간사회 경험담이다.
어떤 현상으로 투명인간이 된 것이 아니라 투명인간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집에 살면서 TV를 통해 인간의 말과 문화를 배웠다.
이 투명인간은 인간과 동일한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아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다.
기존에 생각하던 투명인간과 너무나도 다른 투명인간이다.
이런 투명인간의 첫사랑과 그녀를 보호하려는 노력 등이 재밌게 풀려나온다.
<즐거운 초감시 사회>는 <1984>의 저작권 소멸과 함께 쓴 글이라고 한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름과 설정은 이 소설 덕분이다.
작가는 이 초감시 사회를 비틀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모두가 감시하고, 모든 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누리는지 보여준다.
집안에서 상호 감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유튜브의 한 장면을 변주한 것이다.
진지하지 않게 이 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초감시 사회에서도 즐거움은 곳곳에 있다.
<기념일>은 갑자기 자신의 방에 들어온 거대한 바위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리적으로 이 바위는 창으로도, 문으로도 방안에 들어올 수 없다.
보통의 시선이라면 이 바위의 존재를 두고 연구하고 조사하는 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바위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고, 관리한다.
친구와 함께 나누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바위가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지는지 말한다.
표제작 <인간들 이야기>는 조금 묵직한 이야기다.
자랄 때부터 보통의 아이들과 조금 달랐던 주인공 교헤이.
그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외조카 루이 한 명.
그가 연구하는 업무와 세계 각국의 우주 경쟁.
이 경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팀과 그를 치켜세우는 일본 언론.
이런 외형과 달리 갑자기 사라진 조카 루이를 찾아다니는 교헤이.
그리고 교헤이가 깨닫게 되는 가족의 의미.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여섯 편은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배제된 채 진행된다.
기발한 부분도 있고, 유쾌한 발상도 돋보인다.
화려하거나 거대한 부분은 적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유쾌함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