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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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상 최우수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거머쥔 작가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고, 4년 뒤 다른 작품으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두 상을 수상한 작가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 작가 이전에 이 두 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는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언제나처럼 이런 기록은 시선을 끈다. 영미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앞부분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뎠다. 불충분한 설명과 상황은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아서 스콧은 60년대에 발생한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때문에 25년 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간다. 아서의 시선으로 시작하지 않고 그의 아내 실리어의 시선으로 문을 연다. 어둠 속을 달리는데 남편의 앞차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캔자스 주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시댁으로 차를 몰고 온 것이다. 어둡고 굽은 길에는 텀블위드들이 굴러다니고, 차는 뭔가를 친 것 같다.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힘겹게 멈춰 선 차 밖으로 나오니 저 앞에 남편 차의 후미등이 빤짝인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이제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람의 심리를 압박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이 아니다. 이 차이가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는데 어려웠지만 읽다 보니 금방 적응했다. 소설 속에서 주요한 인물들은 실리어와 아들 대니얼과 막내딸 애비와 고모 루스 정도다. 물론 사건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인물은 레이 고모부나 아빠인 아서 등이 있다. 이들의 감정 묘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월등이 적다. 이 시대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자들은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기보다 타인이 던져 준 이야기에서 비롯한 상상력에 의해 더 많은 영향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독자가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면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평온해야 하는 시골 마을임을 감안하면 따분하고 지루해야 하지만 작가는 잠시도 독자를 편안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가장 먼저 아서가 25년 동안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있고, 레이 고모부의 가정 폭력이 있다. 여기에 소녀 줄리앤의 실종이 있다. 아서의 딸인 에비는 25년 전 죽었던 이브 고모와 꼭 닮았고, 줄리앤의 외모도 이와 비슷하다. 이 죽음과 실종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불러온다. 실종된 줄리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 소녀의 실종을 레이 고모부 탓이란 생각을 한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 술에 늘 취해 있는 남자란 설정이 이 의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과거의 죽음과 현재의 실종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틀렸다. 그리고 아직 성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마을에서 루스 고모가 이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레이의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에서는 더욱. 읽으면서 가장 분노하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 신부다. 자신의 종교관 때문에 한 여성을 위험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수면 아래에 얼마나 추악하고 무서운 일들이 잠겨 있을지 모른다. 읽을 때 느낀 분노와 놀라움은 이야기가 마지막에 도달할 때가 되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도착하면 더 많은 생각과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가득해진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한 편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대니얼의 육체적 정신적 변화는 아주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아빠 아서가 분노해 떠나야 했던 이유가 드러났을 때, 그날부터 현재까지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니얼은 친구를 때리고, 죽음을 마주하면서 분명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개인적인 큰 상처를 남겼다. 에비의 퇴행과 외톨이적인 삶과 대비된다. 이런 모든 과정들은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불편함과 짜증과 두려움 등이 겹쳐지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가 충격적이면서도 능청스럽게 알려주는 사건들의 진실은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든다. 읽을 때보다 그 후에 더 많은 것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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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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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 분실문센터에 펭귄이 살고 있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의문은 혹시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먼저 품게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펭귄이 살고 있는 것이 맞고, 판타지 소설은 아니다. 이 놀라운 사실이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부분은 논외로 치고, 이야기에 집중하자. 도쿄 인근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무인역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에 이 펭귄이 살고 있다. 직원으로 빨간 머리의 역무원이 근무한다. 그럼 이 펭귄이 말이나 보관소 일을 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이곳에 살면서 철도를 타고 다닌다. 이 때문에 펭귄철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줄을 안다. 작가는 과하게 감성을 자극하거나 섣부른 예상을 결론으로 이끌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각각의 이야기를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한 편 한 편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 속에 이들을 잠시나마 다시 등장시켜 이들이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비록 그들이 서로를 인식하거나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이웃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는 그들도 스쳐지나 가는 행인의 일부분일 뿐이다. 각자가 누구 한 명 혹은 한 장소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해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경우는 당연히 분실물센터와 역무원 소헤이다.

 

기본적으로 네 편은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첫 편의 <고양이와 운명>은 11년 동안 키운 고양이의 유골을 분실한 교코 이야기다. 메신저백 속에 유골함이 있었는데 철도에 놓고 내렸다. 이 백을 찾으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똑같은 모양을 말하고 난 다음에 수령해 갔다고 한다. 다행이 연락이 되어 그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이 함께 만난 곳은 분실물센터다. 이 장소가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이 두 남녀가 함께 자신의 아픔을 공유할 시간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났던 장소에 가고, 그날의 기억이 밀려온다. 고백하지 못한 사랑, 인식하지 못한 사랑 등의 감정들. 더불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역무원 소헤이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작은 이벤트까지.

 

<팡파르가 들린다>는 은둔형외톨이가 어쩔 수 없이 세상으로 나와 경험한 일을 다룬다. 게임 세계에서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부적처럼 생각한 소중한 편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분실물센터에서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의 그녀를 만난다. 함께 현실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언더아이돌 콘서트장까지 간다. 목적은 단 하나 이제 게임계정을 없애려는 인물의 마지막 미션을 도와줄 게임 아이템 때문이다. 언더아이돌 콘서트장을 보면서 몇 년 전 사진 한 장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한 아이돌이 생각났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겐의 그녀가 아이돌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예쁜 외모라는 것을 계속 말했기에 쉽게 수긍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는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는 겐이 마지막 배웅을 하려고 했던 게임유저인 지에가 주인공이다. 그녀도 철도에서 뭔가를 분실했다. 그리고 임산부 배지를 주었다. 그런데 이 배지가 문제다. 남편이 임신했다고 오해한 것이다. 뛰어난 게이머였던 그녀가 게임을 그만 둔 것도 남편의 시간 낭비라는 한 마디 때문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남편의 귀가 시간은 늦고, 그는 자신이 목표한 바를 향해 앞으로 나가는 남자다. 임신을 축하한다. 열의를 다한다. 이 거짓말을 어떻게 해명할까 의문을 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은 결혼 등에 얼마나 자신의 의지가 있는지, 남편에게 기대었는지 등.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남편의 말이다. 자신의 삶과 아기로 인한 감정의 혼란. 이런 사실적인 문제를 작가는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스위트 메모리스>는 개인적으로 눈시울을 많이 붉히게 만들었다. 상실의 고통과 그리움과 사랑이 아주 자극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펭귄이 어떻게 분실물센터에 오게 되었는지, 역무원 소헤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이 드러난다. 당연하게도 살짝 예측했던 것들이 단숨에 깨어진 것도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에 나온 인물들이 이 이야기 속에서 모두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위화감은 금방 사실을 알려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감정을 건드리고 흔드는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자식을 키운다면 더 분명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팥빵에 이렇게 눈시울을 붉힐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한 동안은 팥빵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가장 많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반갑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현재가 행복해 보여 읽으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실물센터가 있다면 일부러 물건을 잃어버린 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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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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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공지영의 소설을 읽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 처음이다. 집에 보면 <도가니>, <별들의 들판> 같은 소설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같은 에세이도 있는데 왠지 쉽게 손이 나가질 않았다. 한국 여성 작가 중에서 베스트셀러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작가인데 왜 그랬을까? 아마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흘리면서 괜히 멀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도가니>의 경우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더 손이 나가지 않았다. 나의 분노와 슬픔이 나를 잠식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 많은 정보를 들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요즘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별들의 들판>이 출간된 연도를 확인하니 2004년이다. 13년만의 단편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발표연도를 보면 2편을 제외하면 모두 2004년 이전이다. 정확하게 정보를 취합하지 않았지만 2004년 이후 발표된 단편이 겨우 2편이란 것인지 살짝 의문이 든다. 그녀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정말 의외다. 아니면 활발한 사회활동 덕분에 충분한 소설 쓰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까? 장편이 몇 년에 한 편씩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과작이다. 그리고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의 기억이 왜곡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알고 있던 공지영의 소설과 다른 듯하기 때문이다.

 

<월장 춘구>는 2006년 발표작이다. 개인의 경험이 소설 속에 잘 녹아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미래가 엮여 시간의 뫼비우스 띠를 만든다. 소설 첫머리가 뒤에 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다시 처음인 것처럼 나온다. 이런 구성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그녀의 삶과 글쓰기의 어려움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위치와 작가라는 위치를 모두 완전히 해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신만의 공간이 막내의 아픔으로 사라지고, 이것이 소설로 변하는 모습은 어쩌면 작가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한편의 공포물을 보는 것 같다. 여고생이 화자로 등장하여 죽지 않는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데 기이하고 공포스럽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 할머니가 활력을 찾을 때마다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죽는다. 가족에서 시작하여 동물로까지 이어지는 이 과정은 반복으로 인해 가족 누구나 두려움을 떨게 만든다. 하지만 할머니가 이룬 부 때문에 쉽게 달아나지 못한다. 삶에 대한 욕망과 부에 대한 욕망이 뒤섞이면서 만들어낸 공간이자 현상이다. 발표 연도가 2001년인데 이메일 주소에 헬조선이 들어간 것은 책으로 묶여 나오면서 바뀐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설정을 비유로 받아들이면 정말 현재 한국 현실과 닮아 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2000년도 발표작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깔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다루고 있다. 가족과 닮지 않은 자신을 닮은 누군가가 잃어버린 동생이란 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불안과 의심으로 이어진다. 개인사와 시대의 아픔이 삽입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바뀌고, 과학의 힘으로 의심은 사라진다. <부할 무렵>은 개인사를 다루지 않는다. 한 파출부의 어려운 삶을 질박하게 들려준다. 여동생의 도둑질과 허영에 의한 과소비와 종교의 허례 등이 혼합되어 있다. 십일조 낼 돈이 있냐는 물음보다 그 돈을 내어서라도 삶이 더 좋아지길 바라는 동생의 바람은 이미 그들이 사는 곳이 지옥임을 알려준다. 순례가 자존감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골목’의 오타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201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앞의 작품처럼 개인사가 깊숙하게 드러나 있다. 이 개인사는 자신의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한 H와의 관계로 시작한다. H는 북한에 납치되어 24년 동안 머물렀다. 이 인권 침해에 대해 일본인들은 한국인에게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한 반론으로 종군위안부를 말할 때 그들의 입은 닫힌다. 이 모순 혹은 이중성은 우리 속에도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는 운명을 말한다. 쉬운 질문이 아니다. 아우슈비츠가 나오고, 이곳에서 살아남은 작가들을 말할 때 더욱 더. 그가 고통과 아픔을 쌓지도 내뱉지도 않고 그냥 놓아둔다고 했을 때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또 언제 이 고통과 아픔이 생살을 찢고 나올지 모른다. 그때는 조금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아직 그것을 제대로 놓아두지 못한 탓이다. 인간이 성장해가는 것이 운명이라는 말에 의문과 함께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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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바바리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3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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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의 대명사격인 바바리맨이 히어로가 되었다니 놀라운 설정이다. 그것도 청소년 소설에서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바바리맨을 통해 한 인간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같이 다룬다. 결코 무겁지 않고 과도한 설정을 넣지 않은 채로. 물론 비현실적인 상황과 설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바리맨이 영웅시되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작가는 책 마지막에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그래도 이 소설 속 화자인 동현의 아버지 같은 바바리맨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처음 그가 바바리맨이 된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진정한 변태를 이룬 후의 그라면 영웅으로 대해도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6학년 동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동현이란 아이의 성격이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장면은 역시 도입부다. 아주 현실적인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본다. 학교 선생이 어른이 된 후 내 모습을 적으라고 했을 때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택한 것도 그렇다. 외제차와 독신을 말하는 것도 아주 특이하다. 이 특이함을 용납하지 못하는 선생이 엄마를 부른 것은 자신의 틀 속에 만든 초등학생의 이미지를 넘어선 모습을 동현이가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반응은 선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자기 자식을 오히려 자랑한다. 이 부분만 놓고도 많은 논의가 오갈 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곳곳에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동현의 아버지는 좋은 두부를 만들려고 한 사업가다. 마트와 계약을 한 후 공장을 증설했지만 계약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파산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듣게 되는 파산 이유 중 하나다. 사업적으로 보면 미숙했고, 경제 정의적으로 보면 마트가 갑질을 한 것이다. 이런 현실을 하소연한다고 실제 삶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그가 바바리맨으로 변신했다. 여고생 앞에서 변태짓을 한다. 이 모습을 아들 동현이 본다. 부끄럽다. 동시에 집에서 제대로 된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빠가 변태 파워로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것도 같다.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바리맨의 출동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뿐이다.

 

이런 바바리맨의 활약에 일대 변화가 생긴다. 한 여고생을 희롱하는 양아치를 혼내주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변태짓을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를 한 명의 아빠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변태가 되기 위한 출동이 누군가를 돕기 위한 행위로 이어진다. 이런 행위들이 쌓이면서 용두동 바바리맨은 영웅으로 미화된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은 변태짓인데도 말이다. 그가 출현하면 여고생들은 함께 인증샷을 찍고 사인까지 받는다. 급기야는 팬카페 같은 것도 만들어진다. 늘 가게에서 무협지만 보든 아빠가 무협을 끊고 운동을 시작한다. 가짜 영웅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장면들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아빠가 무협지를 끊으면서 큰 고객을 잃은 대여점 주인의 등장이다. 실제 아빠의 독서가 그 대여점의 생사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은 아닐지라도 변화하는 시장의 모습은 잘 보여준다.

 

단순히 바바리맨의 영웅 활동을 다루고 있지 않다. 정작 다루고 있는 것은 동현의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의 진짜와 가짜에 대한 단상이다. 동현의 친구 종민이가 나훈아 짝퉁인 아빠 나후나를 싫어하는 것도, 가짜 영웅 바바리맨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도, 철거를 막기 위해 가이포크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등장한 것도 모두 이것과 관련이 있다. 동현의 백부가 경찰을 계속해서 견찰이라고 부르는 장면들은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경찰 이미지와 연결된다. 경찰과 견찰의 차이는 자음 하나 차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다시 거짓과 진실의 문제가 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외로움과 연대다. 동현이 노트르담의 꼽추 역을 하면서 외로움을 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바리맨의 탄생 이유이기도 하다. 연대는 시인이 보여준 작은 행동과 말속에서 드러난다. 공감하지만 연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연대의 힘은 이미 촛불로써 충분히 드러났지만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빠가 바바리맨이 된 후 늘 걱정하는 그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쉽게 바바리맨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말리지 않는 것은 그가 단순히 변태짓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 영웅이라도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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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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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다.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전작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를 본 후 다빙이란 작가에 빠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실화소설집이라고 말하는데 단순히 실화만을 순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실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도입부와 전개 과정을 아주 잘 짠 구성이다. 하나의 구성이 아니라 이야기에 맞게 도입부를 바꾼다. 그리고 마무리를 아주 멋지게 해낸다. 마지막 한 문장 혹은 한 장면으로 앞에 풀어놓은 이야기를 극대화시킨다. 글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이번 실화소설집에는 여섯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두 재미있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는 얼마 전 영화소개 방송에서 본 한 영화가 떠올랐다. 검색하니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이 이야기 속 고양이는 버스킹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니라 아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남겨놓은 친구라는 점이다.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살아야했던 왕지양의 이야기는 아주 감성적이다. 음악과 고양이 친구 야옹이는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버팀목이 되었다. 인상적인 구절이 있는 그의 노래 <작은 고양이>를 한 번 듣고 싶다.

 

<이별 마일리지>는 웬수 같은 친구 라오장 이야기다. 읽으면서 이런 웬수 같은 친구의 여자 친구 얼굴을 몰랐다는 점이 조금 의심스럽지만 라오장의 돌발적이고 기이한 행동이 이해된다. 하지만 잘 나가던 건축설계사가 가수로 변한 후 여자 친구의 부모의 말에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에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과 생각이 다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리고 중간쯤 읽은 후 이 소동의 이유가 조금씩 드러났다. 나쁘게 말하면 남자의 찌질함이지만 그 나름의 이별방식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식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미타불 뽀뽀뽀>는 세상의 불공평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착하고 공부 잘하고 효성이 지극한 아이 웨양이 백혈병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의 부모가 다빙을 찾아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솔직히 나같이 불량하게 유년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이다. 웨양의 바람을 들어준 가수들의 이름들이 나올 때 다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느 가수의 연애편지>는 결혼식장의 소동을 다루었다. 만화 같은 장면도 많고, 웃게 만드는 장면도 많다. 조금 긴 단편영화로 만든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에 약간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지만 최소한 그 순간만은 그들의 사랑은 진실하고 영원하다. 후기에 잘 살고 있다고 하니 현재도 그 사랑이 계속 되고 있다.

 

<나의 깡패 같은 애인>도 비현실적이다. 나의 기준으로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 마오가 그와 별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나무에게 하는 말들이 특히 그렇다. 약간 껄렁해 보이는 마오를 생명의 은인으로 시작하여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과 순수한 여인의 순정은 예전에 본 듯한 모습이다. 아마 홍콩 영화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무 회사 직원의 모습도 역시. 사랑을 깨닫고 나무가 있는 일본에 가려고 했지만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낸 소동의 이유는 나의 마음을 순간 흔들어놓았다.

 

<검은 하늘>은 리장에 있는 다빙의 작은 집에 머물고 있는 매 이야기다. 도입부가 살짝 산만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빠져들었다. 실제 그의 가게를 둘러싸고 있었던 에피소드들 때문에 오게 된 매의 이름이 검은 하늘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그의 실화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의 삶의 방식도 같이 나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다빙의 작은 집에 머물고 있는 검은 하늘이 보여준 놀라운 행동과 능력은 역시 비현실적이다. 만약 실제가 아니라면 SNS에 가짜라고 이미 소문이 나지 않았을까. 검은 하늘의 기이한 행동과 다빙의 작은 집 식구들과의 유대감은 아주 조용히, 천천히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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