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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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몸이 게을러져서 잘 걷지 않지만 한때는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한때는 종로와 광화문과 을지로를 두 발로 얼마나 자주, 열심히 걸어 다녔던가. 어느 순간 이 발걸음은 탈 것으로 바뀌었다. 몸이 무거워진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걸으면서 볼 것이 없어진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높은 빌딩이 많아지면서 도시를 걷는 사람들의 시선은 빌딩 숲과 차량으로 옮겨갔다. 바쁜 발걸음에 여유는 사라지고, 만남의 장소였던 서점은 조금씩 없어졌다. 노포들은 사라지거나 빌딩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정취를 잃었고, 사람들은 이제 그곳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런 장소를 작가는 표석으로 새롭게 되살렸다. 최소한 나에게는 말이다.

 

20년대와 30대를 보낸 종로와 광화문에서 제대로 한 번 눈길 주지 않은 것들 중 하나가 표석이다. 지나가다 본 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놓지는 않았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몇 개의 표석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행 가서 본 수많은 표지처럼 순간의 알림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표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간략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곳에 있던 건물들은 사라졌지만 기록으로 남고 이야기로 남아 작은 표석으로 변했다. 뚜벅이의 발길은 그 흔적 속에서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러낸다.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은 예전에 비해 엄청 영역이 넓어졌다. 사대문 밖의 일부만 한양이었던 것이 서울의 성장과 더불어 더 커진 것이다. 이 커지는 과정 속에 옛 건물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흔적만 살짝 남았다. 이 흔적 중 일부가 표석으로 표시되었는데 작가는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찾아간다. 19개월 동안 연재한 것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이 시간의 변화는 글과 내용에도 조금씩 반영되어 있다. 모두 읽은 지금 가끔 책속에 나왔던 작가의 아들은 군대 제대를 했을 것이다.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시간 속에서 쌓여 있다. 그 중 일부를 표석과 표석을 찾는 과정 속에서 찾아내어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와 닿는 것은 당연히 어머니 이야기다.

 

50년 왕도였던 고도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한 외국인이 가이드북을 들고 와서 문화재를 찾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 이런 것이 있나? 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표석도 마찬가지다. 총 다섯 장으로 나눠 풀어낸 이야기는 고도의 흔적을 사료와 소설과 영화 등으로 연결되어 풀려나온다. 조금은 충격적인 백정들의 탈조선 행위는 ‘왜?’라는 물음보다 그 현실에 더 눈길이 갔다. 명성황후, 민비 등으로 불렸던 한 인물의 우상화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우리가 경계해야할 역사의 사실이다. 사도세자 부분에서 한때 내가 열광했던 음모론을 넘어 어머니로 다가간 것은 인간의 가장 본성을 건드린다. 모성. 아들을 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읽으면서 낯선 지명을 너무 많이 보았다. 지금도 지나가는 곳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그곳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란 것 정도는 안다. 다만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표석을 보면 이전과 다른 생각으로 잠시나마 역사와 그 시대의 삶을 떠올릴 것 같다. 삶과 한 도시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신선하다. 무심한 일상을 깨운다는 문구처럼 최소한 읽는 동안은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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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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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은 읽었고, 두 번째 작품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는 아직 읽지 않았다. 한 작품을 건너뛰었지만 이 작품의 재미를 누리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오히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첫 작품의 만족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나로 하여금 정신없이 읽게 만들었다. 스스로 신이라고 부르는 아벨과 평범한 심리 치료사 야콥 야코비의 행동들이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시작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야콥이 강도를 당하면서다. 이 모습을 본 노숙인은 음모론을 강하게 말한다. 그날 만나기로 한 전처 엘렌이 준 시계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고가의 제품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 속에 그는 낯선 한 인물을 본다. 바로 전작에서 스스로 신이라고 말한 아벨 바우만이다. 야콥은 아벨이 묻히는 것을 직접 봤다. 그런 인물을 두 번이나 본 것이다. 단순한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두 번의 경험은 너무 강하다. 전작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아벨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이번에는 부활한 설정으로 나온다. 그리고 야콥에게 자신의 메시아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예수와 같은 인물이 되길 바라는 신과 달리 야콥은 그냥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한 사람이 두들겨 맞고 있는데 말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이것을 본 한 여자가 다가온다. 아주 예쁜 그녀는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자신들의 채식주의자 모임에 와달라고 요청한다. 야니카와의 만남은 그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고, 그의 삶에 모험을 던져준다. 처음에는 대농장의 닭 여섯 마리를 풀어주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실험 대상인 원숭이를 구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아벨이 메시아의 사도로 세 사람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야콥의 물건을 훔친 2인조와 노숙인이다. 갈 곳이 없는 이들은 모두 야콥의 집에서 살게 된다.

 

아벨은 새로운 십계명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예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고통을 받았는지 말한다. 이 모든 것들은 야콥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 오래 전 계획한 휴가를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벨이란 인물이 그의 휴가 여행을 가로챈다. 동물보호단체의 질비아와 함께 떠난다. 아니 이런 무책임하고 자기 이익에 밝은 신이 있나. 자칭 신이 휴가를 떠나고, 남은 메시아 후보와 그 사도는 이웃을 방문한다. 이 방문을 통해 그들 주변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삶의 희망이 사라진 이웃을 발견한다. 야콥이 아이들에게 선의로 내민 돈을 어떤 대가성으로 판단하는 장면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작은 일은 야콥의 선한 의지를 일깨운다.

 

현실에서 선행은 돈이 필요하다. 육체적 활동만으로 현대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미래가 없는 삶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다음에 생기는 큰 에피소드도 바로 이 돈 때문에 일어난다. 현대는 착한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다. 나중에 아벨이 십계명도 너무 많다고 말하면서 하나만을 강조한다. ‘무관심하지 말자.’ 우리와 주변과 관계와 사물에 대한 관심을 말한다. 이것은 작가가 현대인들의 삶에서 찾아낸 하나의 계명이다. 관심이 너무 많으면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관심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회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관심일지도 모른다.

 

아벨의 보여주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확연한 기적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없다. 이민자를 도와주려고 한 야콥이 깡패에게 당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적은 우리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고, 영화 속 초능력처럼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중요한 하나의 전제를 다시 한 번 말한다. 신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그 힘을 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벨이 가끔 보여주는 몇 가지 능력이 그가 신일 수도 있다고 믿게 만들지만 이 모든 상황과 난관을 돌파하면서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인물은 평범한 심리치료사 야콥이다. 다음 편도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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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
안형준 지음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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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교과서에서 봤던 언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진실을 지키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은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언론은 엄청난 퇴보를 했다. 늘 이런 현상의 선두에는 권력의 시녀가 된 그 무리의 일부가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기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예전 보았던 언론인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담함과 끈질김과 뒤끝 있는 실행력은 오히려 이전 군사독재 시절을 능가한다. 이 소설은 그 시대를 겪은 기자들 삶의 일부를 빠르게 진행한다.

 

딥뉴스는 하나의 사건을 추적 보도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이름이다.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부정부패를 찾아내 집중 취재한 후 보도한다. 화려한 보도 이력은 그 프로그램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알려준다. 원양어선에서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전화가 의미하는 바가 밝혀지는 것은 거의 끝 무렵이다. 그리고 파랑새라고 불리는 유흥업소로 장면이 바뀐다. 속칭 텐프로 룸살롱이다. 한 여기자가 위장취업해서 탈세한 부유층의 비리를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정보를 얻고, 이것이 나중에 하나의 큰 줄기로 바뀐다. 바로 대권유력후보인 조경혜 의원의 비밀 출산설이다. 출판사는 은연중에 조윤선, 나경원, 박근혜 이 세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고 알린다.

 

시사 고발 방송이 승승장구할 때 무엇이 방송될지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정보다. 내부자가 흘리지 않는다면 알 수 없지만 어디에나 권력지향의 인물이 한 명씩 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인물들은 그 대상의 수족이 된다. 아직 방송국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이라면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막아지겠지만 독립성은 언제나 멀고 먼 일이다. 이들이 파고드는 소재가 현실과 더 밀착되고, 권력과 가까워질수록 반대쪽의 저항은 더 강하다. 결국 딥뉴스의 폐지가 결정되고, 그 프로그램에 소속되었던 기자들과 방송작가들은 흩어진다. 하지만 투철한 기자의식을 가진 이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앞부분이 딥뉴스의 성공을 다루면서 방송국 내부 권력 변화를 다루었다면 후반부는 한 정치인의 숨겨진 과거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바로 조경혜의 비밀출산이다. 개인사로 치부할 수 있는데 유력 정치인이다보니 문제가 된다. 흔히 말하는 검증이다. 여기에 최고위층의 비밀 쇼핑과 외환거래법 위반과 로비 등이 엮이면서 단순한 기사의 수준을 넘어선다. 후반부에 이것을 파헤치는 과정은 한 편의 멋진 스릴러 영화처럼 이어지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 그대로 흘러간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이들을 돕는 것처럼 보인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 시사 고발 이야기 속에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사내커플로 썸을 타는 두 기자가 나온다. 이세진과 김다혜다. 이들의 썸은 왠지 80년대 로맨스처럼 다가온다. 눈치를 보고, 감정을 알아채고, 관계의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는 모습이 요즘과 조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쉽게 사귀고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왠지 현실성이 없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반면에 해직방송기자의 삶을 다루고, 고뇌를 보여주고, 현실의 참담함을 드러낼 때 조금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와 변명이 있었는지 등도.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많이 넣으려다보니 전체적으로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다. 재밌고, 빠르게 읽히지만 조직과 개인의 고뇌와 문제가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각 인물을 평면적으로 밖에 드러낼 수 없는 한계가 된다.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몰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간결하고 빠른 전개와 사실을 많이 다루려고 한 부분은 지난 시간 동안 한 방송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어떻게 언론이 망가지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MBC의 숨겨진 이야기나 권력의 방송국 장악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는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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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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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장 먼저 영화가 떠올랐다. 조금은 진부한 듯한 설정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영상 이미지로 바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출판사가 추구하는 바와도 맞아떨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완성도와 별개로 재밌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까지 나온 모든 책은 그랬다. 아마도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살리는 시리즈도 살짝 기대해본다.

 

박수무당 한준은 가짜다. 영적 능력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FBI도 탐내는 최고의 해커인 여동생 혜준이 있다. 그녀는 온라인으로 뚫지 못하는 사이트가 없다. 발로 뛰는 정보가 아니라면 그녀가 어디에서나 구해올 수 있다. 여기에 발로 뛰는 탄탄한 체구의 친구 수철이 가세하면서 이 미남당은 최고의 콤비를 이룬다. 한준의 용하다는 소문은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일하는 혜준과 수철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한준의 멋진 연기와 리딩 기술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하나의 정보 서비스로 그칠 수밖에 없다.

 

한준이 가짜 무당으로 돈을 번다면 형사로 힘들게 뛰면서 범인을 잡는 여형사가 있다. 한때 파쿠르를 했던 여행사 예은이다. 한귀라고 불리는 그녀의 촉과 놀라운 운동 능력은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서로 다른 이 무리가 하나로 엮이는 계기는 한준의 고객 한 명이 집에서 움직이는 이상한 물체가 있다고 하면서부터다. 귀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도둑 형제다. 그런데 이 형제가 숨어 있던 곳에서 불탄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에 실종신고되었던 강은혜다. 가짜 박수무당과 진짜 형사의 만남은 그냥 하나의 이벤트로 끝날 수 있지만 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서로 엮이기 시작한다. 바로 재벌 3세 박진상이다.

 

박진상은 언론을 통해 만나는 흔한 찌질이 3세다. 스캔들을 만들고, 그룹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이런 그에게 아버지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연예인들과 놀았으니 이 사업이라도 잘 해보라고. 그리고 그 옆에 한 괴물 같은 인물을 붙여준다. 구태수다. 거인증을 앓고 있는 그는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신뢰하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1%가 믿는 임 고모라는 무당의 직속이다. 임 고모의 말이라면 아버지는 무조건 신뢰한다. 당연히 아들이 임 고모와 만나려고 하지만 구태수는 거절한다. 한 집안에 한 명만이 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지만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다른 용한 점쟁이를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남당 한준으로 달려간다.

 

한준은 재벌과 연결되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다. 카드도 받지 않고 현찰을 선호하고, 굿으로 큰돈을 번다. 하지만 재벌이 한 번 내는 돈에 비하면 너무 적다. 박진상이 만나자고 했을 때 1주일 뒤로 예약 잡은 것은 영업상 목적 때문이다. 자료를 모아야 하니까. 이 의뢰가 큰돈을 벌게 해주지만 언제나 큰돈 옆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시 한귀 예은과 만나게 된다. 그 연결 고리 중 하나가 강은혜와 구태수다. 서로의 같은 대상을 조사하지만 아직 정보과 제대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위험도 발생하고, 숨겨져 있던 새로운 사실들도 드러난다. 우리 사회 어둠의 한 단면이다

 

이 모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된다.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사건을 단순하게 처리했다. 곁가지를 많이 쳐낸 작품이다 보니 가독성이 좋다. 진도가 휙휙 나간다. 적절한 액션과 사회 문제를 같이 버무려놓았다.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큰 줄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설정들이다. 이 설정들이 지루함을 모르게 만든다. 어지간한 외국의 스릴러보다 낫다. 물론 너무 뻔한 설정과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캐릭터의 힘으로 덮어진다.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괜히 누가 이 역할들에 맞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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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잘 먹겠습니다 1~2 세트 - 전2권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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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분의 서평과 검색을 통해 <여행자의 밥>의 개정판이란 사실을 알았다. 보통의 여행기라면 그냥 ‘그랬구나’ 할 수도 있지만 음식 여행기이다 보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초판이 나온 2014년과 지금의 차이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아주 반가웠던 국내편은 좀 더 많은 검색이 필요하다. 그곳들이 너무 많이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지역들의 환경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방송 음식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루어진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편과 국내편으로 이루어진 이 두 권은 낯설음과 낯익음을 동시에 준다. 해외편에서 다룬 네 나라의 음식이 이제 그렇게 낯설지 않고, 국내편에서 다룬 지역들은 너무나도 많이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현지의 풍경과 삶은 아직도 낯설다. 얼마 전 다녀온 해외여행에서도 이 익숙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지 않았던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 삶의 풍경은 다른 여행지에서 본 덕분일 것이다. 얼핏 지나가듯이 볼 수밖에 없는 단기여행은 각 도시와 국가의 차이를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걸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다른 삶이 보이지만 이 또한 피상적인 감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음식만 열심히 쫓아다닌다면 어떨까?

 

불가리아에서 시작하여 벨리즈로 끝나는 해외편은 꽤 많은 기억을 들추었다. 이 네 나라 모두 가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불가리아는 요구르트, 신장 위구르는 양고기, 한때 영국령 온두라스였던 벨리즈는 하바네로 때문일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호커 센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이 한국에 들어오거나 그 근처 국가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이 기억속에 쌓여 있다가 책을 통해 하나씩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방송을 통해 이 나라와 비슷한 국가들의 음식과 문화를 봤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열심히 먹고 다닌 저자의 깊은 공력 앞에 쉽게 허물어졌다. 더불어 나의 식욕을 마구마구 부채질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불가리아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여행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먹기 위해 떠나고 싶었다. 얼마 전 읽은 책 속 소피아가 떠오르면서 이 욕구는 더 커졌다. 터키와 함께 여행한다면 더 좋을 듯한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최근 방송에서 먹방으로 떠나는 신장위구르는 나의 상상력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낭에 붙은 시멘트나 딱딱함의 정도가 보는 것 이상인 것 같다. 몽고나 신장 지역을 다룬 여행 방송에서 본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나의 여행은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못할 것이란 아쉬움을 느꼈다. 마나님이 허락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양고기를 2주 정도 먹고 질렸다는 회사 동료의 이야기도 잠깐 스쳐갔다. 어린 양만 먹는 것이 아니라면 그럴지도.

 

말레이시아는 한때 쿠알라룸푸르에 관심을 둔 적이 있다. 싱가포르와 함께 갔다오는 일정이었다. 싱가포르는 다녀왔지만 쿠알라룸푸르는 못 갔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관심이 불탔다. 그리고 락사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데 얼마전 방송한 <짠내투어>를 보고 나의 입맛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락사 맛이 두 가지 있다고 했는데 먹어보지 못한 다른 맛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살짝 생겼다. 벨리즈의 음식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지만 그 고열량 음식에 한 번은 도전하고 싶다. 한때 이런 음식을 아주 좋아했던 적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정보 하나를 더 얻었는데 그것은 메노나이트다. 한 신부(메노 시몬스)의 신념을 따르는 이들이 전 세계에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해외편이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라면 국내편은 늘 다녔던 곳과 한 번은 스쳐지나간 곳들이다. 물론 내가 한참 다닐 때는 그곳들은 아직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이다. 개인적으로 방송을 보고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가리봉동 연변 거리다. 지리적 위치 탓에 쉽게 가지 못한 곳인데 올해는 도전하고 싶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자주 가는 곳이고, 이태원은 다른 곳만 다녔다. 건대는 지금처럼 뜨기 전에 잠시 맛을 보았고, 광희동과 창신동은 이제 그냥 지나가는 곳이 되었다. 예전에 알았다면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을 텐데. 중국집하면 쉽게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리는데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고, 주한 필리핀인들이 매주 모인다는 사실을 듣고도 잊고 있었다. 먹방 때문에 관심이 생긴 안산 다문화 거리와 시흥 정왕시장은 주말 나들이용으로 한 번 다녀오고 싶다. 현실적으로 해외편보다 국내편이 더 친숙하고 알기 쉬운 것은 지리적인 가까움과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기분과 음식 욕심이 조금 더 오래 간다면 몇 곳은 올해 중에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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