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과 십자가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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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버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 자신이 존 리버스 시리즈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는 처음 읽는다. 단편 모음집 <페이스 오프>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언 랜킨은 낯선 이름이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는 한 권도 출간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력을 읽다 보니 집에 있는 책 제목과 비슷한 제목이 나온다. <부활하는 자들>이다. 혹시나 해서 책장을 보니 <부활하는 남자들>이 있다. 작가가 이언 랜킨이다. 사 놓은 지 한 십 년은 된 것 같다. 책을 펼치니 존 레버스란 이름이 보인다. 같은 시리즈다. 2004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이다. 괜히 반갑다.

 

한 남자가 소녀를 살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만 해도 이것이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존은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동생 마이클의 집을 찾아간다. 형의 방문에 이상한 반응을 한다. 동생 마이클은 최면술사다. 이때만 해도 이 설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존은 에든버러로 돌아온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녀들의 실종과 죽음으로 인한 경찰 협력 수사다. 높은 지위에 있지 않은 존 리버스는 궂은 일을 맡는다. 충분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해야 만 하는 일이다. 불평을 토로하지만 자신의 일을 굳건히 한다.

 

존은 형사가 되기 전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훈련을 받았다. SAS에서 있었던 일을 그는 단 한 마디로 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존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비밀은 책 후반부에 가면 자세하게 나온다. 존은 형사지만 탁월한 추리력을 갖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에게 온 첫 번째 단서를 너무 쉽게 무시하고 놓친다. 그에게 전달된 편지에는 매듭과 함께 하나의 메모가 쓰여 있다. ‘단서는 사방에 널려 있다.’ 나중에 모든 것이 드러났을 때 이 문장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존은 이것은 단순히 장난으로 생각한다.

 

소녀들이 죽을 때마다 그에게 편지가 온다. 메모와 매듭도 같이. 하지만 이것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미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단서를 발견하고 깊이 조사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질이다. 그녀의 통찰력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는 존 리버스의 매력을 그렇게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액션도 거의 없고, 뛰어난 직관력이나 관찰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조하면서 간결한 문장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껴안고 술과 담배와 늘 함께 하는 그를 보면 묘하게 빠져든다.

 

이어지는 소녀의 실종과 교살은 경찰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수사본부가 만들어졌지만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다. 서양 미스터리물을 읽을 때 자주 보는 것 중 하나가 수사 시간이 지난 후 쉬는 형사들의 모습이다. 특히 일본 형사물이나 한국 형사 영화 등을 보면 그들은 늘 수사본부에서 생활한다. 팽팽하게 끈이 당겨진 모습인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효율을 따지면 분명 서양의 모습이 더 맞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직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이라 모든 조사나 분류는 손으로 해야 한다.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게 되면 이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사본부에서 일하는 리버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면 마이클의 마약 거래를 발견한 후 그를 뒤쫓는 기자 짐 스티븐스의 시선이 또 다른 한 갈래를 이룬다. 그는 마약에 관심이 많은 기자인데 마이클의 형이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존의 뒤를 캐려고 한다. 분명히 헛다리를 짚었는데 이것이 과연 후반부에 어떤 역할을 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 이것보다 더 자극적인 것이 소녀들의 실종과 죽음인데 그는 그 집착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 연쇄살인이 에든버러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신문사 등은 최고의 시즌을 맞이한다. 이런 노골적인 설명이 있다는 부분에서 살짝 놀란다.

 

이 작품의 최고 매력은 역시 존 리버스다. 그와 함께 활약하는 형사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살아 있다. 술과 담배와 성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억눌린 심리 상태가 잘 표현된다. 연속적으로 그 앞으로 전달된 편지와 매듭을 그가 계속 무시한 것도 무의식적인 방어 작용이다. 이 때문에 범인은 연쇄살인의 목적을 쉽게 달성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연쇄살인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으로 달려가는 그때도 존은 다른 경찰소설의 초인적인 주인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좋다. 짧은 호흡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과 멋진 캐릭터가 잘 짜인 구성과 만났다. 이 시리즈 당분간 계속 관심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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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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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면서 잔잔한 소설이다. 무리하게 갈등을 조장하거나 긴장감을 억지로 불어넣지 않으면서 쉴 새 없이 읽게 만든다. 그냥 보면 밋밋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심리묘사는 없는 듯하지만 강하게 연결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든다. 처음에 약간의 적응기를 지나면 에둘러 각자의 마음을 되짚어 보고 그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한 편의 수채화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치열함과 정확함 너머의 느긋함으로 가득한 타이베이의 삶이 있다.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조급함이나 분노나 안타까움을 느껴야 하는데 그 흐름에 휩쓸려 느긋하게 바라본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 정밀하게 계산하여 분량을 조절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준다. 굳이 중심이 되는 인물을 꼽자면 다다 하루카가 되겠지만 안자이나 웨이즈나 료렌하오나 이케가미 등도 결코 그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실제 이들은 모두 하나로 엮여 있다. 직접적으로 만나는 횟수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인연을 맺고 있다. 이 인연을 세밀하게 풀어서 느슨하게 보여주지만 그 핵심 인물들이 강하게 중심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섬세한 심리 묘사는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긴 시간과 타이베이와 일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칸센 고속철도를 타이베이와 카오슝 사이에 개설하려는 입찰에서 시작하여 개통 다음 해의 춘절 운전까지 7년 동안의 긴 세월을 다룬다. 이 긴 세월 속에서 철부지 청년은 결혼을 하고, 일본적인 마인드로 일하던 상사맨은 타이완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신칸센 수주 소식을 듣고 병원에 입원한 아내에게 농담처럼 완공되면 가자고 한 노인은 이제 홀로 산다. 타이완에서 하룻동안 함께 한 일본 여자와 타이완 남자의 운명 같은 사랑은 시간 속에서 현실적으로 바뀐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다시 만났을 때도 로맨스 영화의 열정적인 사랑은 없고, 그 세월 동안 묵혀둔 감정의 열정적인 담담함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지만 그들은 느리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은은함과 여운이 오히려 강하게 남는다.

 

하루카와 료렌하오의 만남은 아주 작은 일이다. 하지만 이 작은 만남이 여러 가지 일들의 출발점처럼 여겨진다. 실제 이 소설에서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 다다 하루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만남이 엇갈리게 되는 것은 료렌하오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하루카가 잊어버리면서부터다.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던 에릭, 그 남자에게 연락하고픈 하루카. 이들은 그리워하지만 결코 만나지 못한다. 그러던 중 고베와 타이베이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들의 감정은 아직 열정적이다. 에릭은 하루카가 걱정되어 고베까지 온다. 이 일이 바탕이 되어 일본으로 유학 와서 일본 대기업에서 근무까지 한다. 하루카는 상사의 타이베이 근무를 흔쾌히 수락한다. 운명적인 엇갈림이다.

 

타이완 청년 웨이즈의 삶은 느슨하다. 치열함도 열정도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철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가 메이친 주변을 겉돌면서 조금씩 스며드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아직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한 청년이기에 낙천적이기에 웃으면서 그를 볼 수 있다. 이에 대비되는 안자이는 일에 치여 산다. 계획을 둘러싼 두 나라의 인식 차이를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모습을 보고 하루카가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다고 걱정할 정도다. 시간과 환경과 사랑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도 바로 안자이가 등장할 때다.

 

토목전문가 이케가미는 아내가 죽은 후 홀로 산다. 그가 태어난 곳은 타이완이다. 전후 일본으로 넘어 왔는데 절친했던 타이완 친구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다. 이것이 그를 평생 동안 괴롭힌다. 동창을 만나거나 타이완으로 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막고 있다. 그의 평온한 일상을 보면 무력해 보인다.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동문회지를 보고, 료렌하오를 만나고, 타이완을 방문하면서 바뀐다. 뒤에 그가 실수했던 친구를 만나 사죄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릴 때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을 배가시킨 것은 친구인 나카노다. 그가 그 당시 내뱉은 2등 국민이란 표현은 그 시절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일본 작가의 타이완을 보는 시선을 따뜻하고 친밀하다. 수많은 지역의 묘사는 생생하고, 음식은 아주 맛있어 보인다. 타이베이 여행에서 느낀 것이지만 타이베이 시내 풍경 속에서 일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그들이 굉장히 일본에 우호적이란 것도 느꼈다. 이것에 대한 답을 나카노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본래의 우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뻐하면서도 왜 일본인은 우리를 버렸을까 원망한 적이 있었지. 나만 그렇지는 않았을 거야.” 이것이 꼭 타이완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이 한 편의 소설이 다시금 대만 여행의 열정을 되살린다. 그 당시 못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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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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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이란 시인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과 대부분 이름은 들었지만 가보지 못한 섬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에 방점을 둔 것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섬을 볼 것 같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았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관점을 통해 섬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보아왔던 기행문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그 섬의 전설이나 현실을 다룰 때 보여준 시각은 약간 삐딱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부분은 나의 취향과 맞다.

 

책 속 스물다섯 섬 중에 다녀온 곳은 딱 한 곳이다. 그곳은 석모도다. 서울에서 데이트하기 위해 간 곳이다.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이 섬은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다만 보문사 뒷산 중턱 돌벽에 새긴 부처상과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과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염전만 기억에 남아 있다. 너무 상업화가 진행되었고, 당일치기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섬이 주는 고립감이나 여유가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섬을 돈다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산골에서 바다를 그리워했던 시인에게 섬은 이방인으로 느끼게 만든 모양이다. 대기업 사보에 실기 위해 섬을 돌아다녔던 시인이 이제는 책을 내기 위해 섬을 방문하고 사진 찍고 섬마을 사람들을 만나 섬의 유래나 전설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이야기 속에는 아름답게만 포장되어 있는 섬의 다른 면을 보게 한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와 예전과 비교해서 쇄락한 경제와 이권을 둘러싼 다툼 등을 사실대로 말한다. 어떤 섬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했고, 어떤 섬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실적인 내용이 좋다. 화려한 수식어를 뺀 담담하고 실질적인 섬 기행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가지 못한 섬이 울릉도다. 학창시절 힘들게 이곳을 다녀온 친구나 선후배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파도에 발이 묶여 며칠을 섬에서 머물러야 했다. 울릉도하면 세트로 묶인 독도도 같이 떠오른다.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애국심을 자극하는 섬이다. 가끔 맛집으로 울릉도의 식당이 나오면 더 가보고 싶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배를 타러 가는 곳까지 가는 길도 짧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석모도를 가게 된 것도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간 것이다. 다리로 이어진 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의 경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섬들을 내가 가보지 못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런 책의 특성 상 섬에 오라는 유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갈 수 있는 섬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 남해나 서해안 섬들의 경우 배를 타고 2~3시간 달려가야 한다. 큰맘 먹지 않으면 쉽지 않다. 혼자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만 집사람과 함께라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물론 이것도 핑계다. 가지 않으려는 핑계. 인천에서 출발하는 연평도나 백령도에 가자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그냥 무시당한 적이 있다 보니 다른 섬은 말도 꺼내지 못한다. 군산에서 선유도 방문을 계획했다가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올라왔던 기억은 이런 섬 여행을 더 힘들게 한다.

 

책 내용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보길도다. 윤선도가 머문 섬이자 아름다움만 생각했지 그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만든 세연정과 그곳에서 놀았던 기록은 윤선도를 좋게만 보았던 나의 인상을 단숨에 반대로 돌려놓았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땅끝 마을에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친구와 차를 돌렸던 기억이 늘 따라다니는데 이제는 하나가 더 덧붙여질 것 같다. 이렇게 시인은 섬의 속내를 아주 잘 보여준다. 섬사람들과 밀착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도 상당하다.

 

이 섬 기행은 홀로 떠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녔고, 길에서 민박에서 사람을 만나 섬 이야기를 듣는다. 비싼 돈을 주고 택시를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걷거나 대중 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의 섬 기행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실제 그가 다녀온 섬은 이 책에 실린 것의 몇 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크기로 손에 꼽히는 섬들은 제외되었는데 이 책의 대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올가을 시간이 되면 제주도에 갈 예정인데 차귀도에는 가지 못해도 다른 섬은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그리고 동남아 여행을 가면 본섬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섬에 가서 스노클링 등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곳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파도가 세거나 양식 등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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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
발렝탕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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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렝탕은 기욤 뮈소의 동생이다. 동생이라고 하지만 그의 글은 형과 완전히 다르다. 같은 점도 있다. 간결한 묘사와 빠른 장면 전환으로 속도감을 높여 잘 읽힌다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글이 로맨스에 더 치중했다면 발렝탕은 스릴러에 더 가깝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 작품은 심리 스릴러다. 결말을 말하면 절대 안 되는 설정과 전개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색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완벽한 계획이란 반전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와 같은 소설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데 한 번 읽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관대해졌다.

 

친구를 얼마나 알고 있지? 이 물음은 도발적이다. 예전에는 잘 안다고 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잘 모른다는 답을 하게 되었다. 내가 변하는 것만큼 친구도 변하고, 주변 환경들이 심하게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사이를 멀어지게 되었다. 친구 사이라고 시간과 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평생 갈 수는 없다.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변 상황이 나를 혹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가끔 혼자 과거를 추억하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연락조차 잘 하지 않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그 자리에 없는 친구들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이 친구들에 대한 나의 기억은 현재의 것이 아닌 과거의 것이다. 이 소설도 바로 과거의 한 사건에서 모든 문제가 생긴다.

 

차가 달리다가 안전띠를 잠시 푼 여자가 차 사고로 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죽음이 시작이고 여러 죽음을 몰고 올 것이라고. 무시무시한 살인 예고다. 그리고 금요일 첫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테오는 여자 친구 도르테와 함께 피레네 산맥의 한 산장으로 놀러온다. 이들을 초대한 것은 한때 친했던 친구였던 로뮈알이다. 이 둘은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이때 테오를 초대한 것이다. 그 당시 친구였던 다비드도 여자 친구 쥘리에트와 함께 왔다. 초대한 이유는 다같이 등산을 하자는 것이다. 십 년만에 만난 친구의 초대를 너무 순순히 허락한다. 뭔가 있는데 아직 그 실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첫날밤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둘째 날 이들은 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들을 인솔하는 사람은 로뮈알이다. 그가 짠 계획대로 산을 탈 예정이다. 로뮈알을 제외하면 다들 등산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산의 무서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발한다. 이제 이야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현실의 등산이고, 다른 하나는 이 등산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의도를 설명하기 위한 과거다. 현실은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다면 과거는 이들의 관계를, 왜 이런 계획을 세웠는지, 로뮈알의 과거 삶이 어떠했는지 잘 알려준다. 그중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로뮈알의 출신과 테오와의 만남으로 인한 삶의 추락이다.

 

로뮈알은 혼혈에 가장 위험한 아파트에서 산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부에 대한 재능이 있다. 프랑스 상위 대학에 갈 수 있는 학교인 프레파에 입학할 정도다. 수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다. 이것이 부자집 아들 테오의 시선을 끈다. 가난하지만 성공에 대한 열정이 있던 로뮈알에게 테오는 독약과도 같은 존재다. 그가 살던 곳에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그에게 마약을 경험하게 만든다. 술에 취하게 만든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요와 친구 때문에 그의 이성은 점점 사그라진다. 그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같이 사라진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친구들과 그는 시작점부터 다르다. 잠시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산행이 로뮈알의 실수처럼 포장된 계획에 의해 점점 더 힘들어진다. 비가 내리자 허둥지둥 동굴을 찾아 비를 피한다. 제대로 산행 준비도 하지 않아 험한 산길에서 어떤 위험을 경험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것은 로뮈알이 계획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읽으면서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한다. 어떤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하고. 그런데 이 산행의 속도와 더불어 테오와 함께 하면서 즐거웠던 그 시절을 같이 다루면서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게 된다. 순간적으로 이 소설의 장르를 잊었다. 노련한 구성과 진행이다.

 

읽으면서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시점이다. 테오의 독백과 대비되는 로뮈알에 대한 삼인칭 설명은 어떤 의도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세밀하게 읽지 않으면, 혹은 대담한 발상을 하지 않으면 이 시점이 의도하는 바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물론 이 산행에서 로뮈알이 계획하고 있는 바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분명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과거가 현재로 다가오면서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모든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마무리에서 한 발 더 나가 거대한 반전을 완벽한 설정 속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다시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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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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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부제인 마녀에게서 온 편지와 지적 유희란 단어였다. 지적 허영이 있는 나에게 이것은 강한 유혹이었다. 이탈리아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많지 않기에 약간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마녀에게서 온 편지라는 부제가 나를 끌어 당겼다. 설정도 흥미롭다. 죽은 사람이 보내는 편지라니 얼마나 재미있나. 이런 저런 이유로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앞부분은 상당히 힘들게 읽었다. 낯선 이름과 각각 다른 화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 쉽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지 하는 의문도 생겼다. 그러다 반전처럼 멘눌라라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멘눌라라는 아몬드를 줍는 여자란 의미다.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몬드를 따고 주우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었다. 그러다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가문인 알팔리페가의 가정부로 들어온다. 그때 나이가 열세 살이다. 처음에는 변호사집안인 알팔리페가의 단순한 가정부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가문 사람들이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본 후 자신이 재산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이 가문의 재산은 다시 불어난다. 이 가문 사람들은 멘눌라라가 이루어놓은 재산을 막 쓰기 시작한다. 그 어떤 고마움도 느끼지 못한 채 당연하다는 듯이. 귀족인 그들은 자신들과 가정부였던 그녀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놓고 산다. 비록 멘눌라라가 주는 돈에 의존하는 바가 크지만.

 

소설은 일자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간 순으로 진행되지만 그 사이에 과거 이야기가 삽입되어 멘눌라라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사연들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것이 너무 낯설어 지루했다. 한 가정부의 죽음을 두고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각자가 다르게 그녀를 기억하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 조각들이 모이면서 재미있어졌다. 파편화된 기억은 진실의 한 조각들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것을 믿지 않고 의심했다. 오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의 계기를 통해 멘눌라라의 삶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주인집 가족들을 무시하고 건방지고 고고하고 악착같던 그녀의 삶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1963년 9월 23일 월요일. 멘눌라라가 죽었다. 그녀의 아파트에 알팔리페가 자식들이 모인다. 이들이 모인 것은 자신들의 재산을 제대로 열정적으로 관리해준 멘눌라라를 기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녀가 관리한 재산에 대한 유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전해진 한 장의 편지에는 그녀의 장례식 등에 관한 요구사항이 적혀있다. 처음에 이들은 몰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그래서 대충 이행했다. 다음날 우체국에 가서 멘눌라라 앞으로 온 우편물을 내놓아 라고 생떼를 쓴다. 매월 25일에 그녀가 준 돈이 우체국을 통해서 왔을 것이란 추측의 결과다. 하지만 그냥 쫓겨날 뿐이다. 장례식도 대충 치렀다. 그런데 이 장례식장에 마피아 대부가 왔다 간다. 다시 소문이 왕성해진다.

 

소문이 왕성해지는 데 일조한 사건들이 몇 있다. 공공장소에서 멘눌라라를 욕한 사람들의 차나 집 정원이 엉망진창으로 변한 것이다. 마피아 대부의 부하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이 공포 때문에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은 신문 부고를 새롭게 낸다. 다시 그녀로부터 편지가 한 통 온다. 이들에게 유산을 남겨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사람들의 욕심은 그녀의 장점보다 단점에 더 시선을 둔다. 그녀의 지위를 탓하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내세운다. 잠깐 좋았던 순간이 나오지만 이것은 유산에 대한 기대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소동은 바로 멘눌라라의 편지을 받은 후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이다. 그녀의 노력과 헌신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지 이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놀라고 분노한다. 어느 순간은 아깝고 안타깝다.

 

소문은 그냥 소문일 때도 있지만 그 속에 진실의 파편들이 살짝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녀의 유산이나 그녀의 헌신, 그녀가 보여준 대담함, 부동산과 금융 투자의 성공, 알팔리페가 가주와의 소문, 악의에 찬 질투, 비난, 헛소문 등에서 그 빛을 조금씩 드러낸다. 물론 이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마지막에 나온다. 어느 부분은 예상한 것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 이렇게 한 하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평가가 일어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추억과 기억 등이 뒤섞여야 비로써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다. 이 작품은 그것을 아주 느리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간다. 마무리가 좋고,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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