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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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을 읽다가 울컥하였다.

울컥한 대목은 이 대목이었는데, 울컥한 이유는 상상에 맡기겠다.

내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와 그 노인의 아내의 묘소가 바로 이웃이다. 묘비를 보니까, 노인의 아내는 40대에 죽었고 자식은 없었다. 노인은 늘 혼자서 아내의 무덤에 왔다. 제사음식도 없고, 절도 하지 않았다. 낫 한 자루와 호미 한 개를 들고 와서 풀을 깎고 잡초 뿌리를 뽑았다. 그 묘지에는 넝쿨이 우거져서 봉분을 덮었다. 걷어내려면 한나절이 걸렸다. 노인은 힘이 부쳐서 자주 쉬었다. 나는 노인의 작업을 거들어주었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갈 때, 노인은 무덤을 향해서 나 간다, 라고 말했다.(24쪽)

시동이 걸린 건 장기에서 象상을 잘 쓰던 사람 얘기에서 였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눈물을 찔끔 거리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꺼이 꺼이 울다가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였다.

울기는 하였지만 마음 속에 애잔함이 남아있다기보다는,

오래간만에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그리하여 지금 황홀하고 행복하다.

이게 내가 김훈에게 바라던 글이고, 그런 맞춤한 김훈을 읽으면서 누리는 행복이다.

단정하고 똑 떨어지는 느낌.

입말로 쓰여진 것이 아닌데도,

읽다보면 소리내어 읽고 싶어지고,

그렇게 발음하다보면 묘한 쾌감을 느낀다.

 

처음 연꽃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시각적인 연꽃이 등장하는게 아니라,

소리내어 읽히는 청각이 먼저 오고,

연꽃 내음 후각이 뒤따른다.

그리고는 이내 차례차례로 온갖 공감각이 잘 버무려져서 몰려드는 느낌이랄까,

흡족하게 온 감각기관을 열고 온몸으로 샤워하듯 받아들이면 된다.

 

'호수공원의 산신령'만 하더라도 읽고나면 호수공원을 사뿐사뿐 꽃이 등장하는대로 동선을 밟으며 산책을 한 느낌이 든다.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느낌이 아니고,

슬립온 따위를 단정히 꿰어신고 또박또박 한걸음씩 내딛는 느낌이랄까.

모든 꽃이 지는 순간을 어슬렁거릴게 아니라,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쓰듯이 또박또박 한걸음씩 내딛으며 온몸으로 누리고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쩜 이 책은 너무 젊거나 어린 사람들은 읽어도 그 맛을 모를 수도 있겠다.

나도 아들의 일을 겪지 않았으면, 매일 만나는 환자의 많은 부분이 노인인데도 불구하고,

김훈의 노년이 이렇게 깊숙이 이해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호수공원의 산신령' 속 노인이 듣던 레파토리는 남인수와 배호이다.

요즘 내 핸드폰 속 주요재생 목록은 최백호의 '아씨', 정미조의 '개여울', 김진호의 '가족사진' 따위이다.

 

이 글을 인용하며 책을 읽은 소감을 갈음하여야겠다.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고, 읽는 자가 아니라 들여다보는 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읽은 책을 끌어다대며 중언부언하는 자들을 멀리하려 한다. 나는 글자보다는 사람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가까운 것들을 가까이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보던 것이 겨우 보인다.(76쪽)

 

매년 만나는 봄이지만 올봄은 유난히 흐드러진다.

그런 흐드러짐이 오히려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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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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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갱지 2019-05-02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이 봄에 눈시울이 붉어져 쌌는 건 아닌가보아요. 마음 뎁혀지는 글, 잘 보고갑니다-

양철나무꾼 2019-05-03 15:50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봄에 피는 꽃들은 눈시울 붉히지 말라고 대신 붉게 흐드러지는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님의 붉어진 눈시울은 따땃한 햇볕이 어루만져 줄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5-02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4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면술사 : 마크 트웨인 단편집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3
마크 트웨인 지음, 신혜연 옮김 / 이소노미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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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을 챙겨듣기 위하여 팟캐스트를 검색하다가,

'지.라.시.'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거기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라는 코너 시작 부분에 웃음에 관한 격언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격언 한줄을 마크 트웨인이 담당해도 좋겠다 싶었다.

책의 끝부분 편집 여담에 등장하는 "인간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무기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웃음"(205쪽)이라는 인용구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책이지만,

내가 고전을 아우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좀 재미없었다.

이 책의 덕목으로 얘기되는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번역' 이,

내겐 약간 겉돌게 여겨졌다.

책의 처음 등장하는 '최면술사'의 경우, 화자가 어린 남자 아이 정도되는 것 같은데,

내겐 여성의 어투로 읽혔다.

누가 내게 어린 남자 아이와 여성의 어투가 어떻게 다르냐고 한다면 딱 꼬집어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린 남자 아이의 호기로움과는 비교되는 여성의 섬세함을 지녔달까?

암튼 내겐 그렇게 읽혔다.

'최면술사'의 일부이다.

힉스는 타고나기를 정직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덕목이 없었거든요. 몇몇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힉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본 대로 얘기했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았고 최대한 살을 덧붙여 얘기했어요. 힉스는 상상력이 형편없었지만 나는 남들보다 갑절은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였거든요. 타고나길 차분한 성품인 그와 달리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죠. 반면 나는 내가 본 환상에 사전에 나오는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붓고 혼까지 남김없이 다 털어 넣었답니다.(25쪽)

 

앞의 여덟편은 산문이고, 뒤의 두편은 단편 소설이라는데,

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또 하나는 공들여쓴 것 같은 글과 대충 쓴 것 같은 글이 혼재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로 글쓰기가 쉬운가, 글을 묶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가 쉬운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내가 마크 트웨인에 대해선 1도 모르면서 오늘날의 정서로 옛날 글을 판단하려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태어나기까지 편집과 출판에 들인 공은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단정한 하드커버와 띠지, 책배의 파란색 컬러링 따위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책배의 컬러링은 수작업이라는데,

1쇄독자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2쇄부터는 없어진단다, 아쉽다.

 

암튼, 마크 트웨인은 해학과 기지의 작가로 알려졌는데,

난 이 책에서 해학과 기지의 뉘앙스를 잘 읽어내지 못하였다.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를 쓴 마크 트웨인의 다른 면을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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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한자 - 한문 선생님의 교실 밖 한문 수업
김동돈 지음 / 작은숲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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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뜨문뜨문 읽는다.

예전처럼 두껍고 글자 작은 책을 내처 읽지는 못하고,

한권을 들고 뜨문뜨문 음미하듯 읽는다.

읽었던 곳을 되짚어 읽기도 하고,

거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유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을 붙잡아 하나의 견해로 확고히 하지는 못하고 흐지부지이다.

 

요즘 읽는 책이 '김승호' 님의 '주역원론'이어서 더 그런 것도 같다.

그동안 '주역은 어려운 것이다'란 인식이 있었는데,

김승호 님의 책을 읽으면서 주역이 쉽고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런데 주역이 쉽고 재밌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위해선 생각에 매듭이나 뭉친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사고를 가둬두고,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제한하다보면,

그런 제한된 것을 뛰어넘는 것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자연을 '인공'의 반대 개념이냐 '인간'의 반대 개념이냐 따위로 국한 시키지 않고 바라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커질 수 있는 거대한 개념이듯이,

'자연'의 자리에 '주역'을 대입시켜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전작인 '길에서 주운 한자'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나오길 내심 응원하고 기대했었는데,

내 삶이 꿀꿀하다보니 그렇게 그렇게 잊혀졌었다.

얼마 전 저자 분의 서재에 들렀다가 알게 되어 서둘러 구입했다.

저자 분의 서재에서 봤던 내용들이었지만,

책의 형태를 갖추어 나오게 되니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전편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종이의 재질이나 사진의 선명도 따위를 개선하였으며,

한자어를 보기 좋게 배치하여 편집하는 등 책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본문에 한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다른 색을 사용하여 돌출시키고 글이 끝난 뒤에 언급하는 방법을 쓰는데,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사용해도 좋았을 것 같다.

자주 봐야 눈에도 익고 익숙해지니 말이다.

 

이 글을 시작하며 '주역'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보면 '한자'라는 것이,

아니 적어도 내겐, 이 책의 사고와 설명 방식이 주역의 그것을 닮은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한꼭지를 따라 읽다보면,

주역의 사고처럼 '자연' 그 자체인 저자의 사고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사실 내가 저자 분에게 감동을 받은 건,

104쪽의 '바람 멎으니 꽃 떨어지고'의 근간이 되는 페이퍼였다.

'휴정'의 '독파능엄'을 저자 분이 나름대로 번역을 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번역도 멋지지만,

저자 분의 번역도 '능엄적으로' 멋졌었다, ㅋ~.

 

이 책이 좋은 것은 '길에서 만난 한자'를 알아보고 익히는 것도 있겠지만,

저자 분을 따라 읽다보면,

저자 분의 사유의 흐름이나 확장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하다보면 내 자신도 사유를 단정하게 가다듬을 수 있고,

사유의 흐름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확장시켜야 할지,

엿볼 수 있다.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다.

'후기를 대신하여'를 보니,

댁에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 보다.

내내 마음쓰이시겠다.

하지만 이런 책을 쓰신 분이라면 무게 중심을 잘 잡으셔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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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4-26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등학교시절 한문 선생님이 무서운 호랑이셨던 지라 덕분에 제 한자 실력은 그때 다 다져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 글 읽다보니 문득 학창시절 한시를 외워 쓸 수 있던 저의 한자 능력은 어디로 사라졌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ㅋㅋ
집에 정이천의 <주역>이 있는데....... 꺼내볼 생각도 못했는데 덕분에 오늘은 책을 한번 펼쳐볼 것 같아요. ^^

양철나무꾼 2019-04-26 11:58   좋아요 1 | URL
하핫~^^
우리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을테고,
우리가 알아야할 모든 한자는 중고등학교시절 무서운 한문 선생님에게서 배웠을테고, ㅋ~.
4학년 조카를 보니 벌써 한자를 배우더라구요, 깜. 놀.했어요.

제 친구 중에 한시를 써보겠다고 열을 올리던 이도 있었답니다,

저도 주역을 여러 판본으로 다양하게 가지고도 있고,
읽는다고 글자만 눈으로 따라 읽기도 여러번이었는데,
김승호 님의 ‘주역원론‘은 6권짜리여서 분량이 방대해서 그렇지,
내용은 쉽게 이해되는 편입니다.
6권 모두 완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설해목 2019-04-26 12:04   좋아요 1 | URL
6권이요??? 하지만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 편이라고 하니 올해 말쯤이면 완독했다는 양철나무꾼님의 페이퍼를 보지 않을까 저도 기대해 봅니다. ^^
벌써 점심식사 시간이네요. 맛나고 든든한, 오늘은 쌀쌀하니 따뜻한 점심 드셔요. ^^

양철나무꾼 2019-04-26 12:19   좋아요 1 | URL
부디 완독 페이퍼를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승호 님은 전에 다른 책으로 여러번 만난 적이 있는데,
한자를 안쓰시고 될 수 있으면 한글을 사용하셔서 읽기 수월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길에서 만난 한자‘도 한문 사용을 지양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따뜻한 점심이라니,
말씀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져 오네요.
님도 따뜻하고 최고로 맛난 점심 드세요~^^

찔레꽃 2019-04-26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이번에도 기어코 또 책을 사셨군요. ^ ^ 격려와 충고 감사할 뿐입니다. 말미의 든든한 말씀은 정말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네요. 왜 이렇게 제 마음을 자꾸 씀벅하게 해주시는 거죠? ^ ^

양철나무꾼 2019-04-26 16:23   좋아요 0 | URL
언제고 어느 부분부터 펼쳐서 읽어도 좋을 책을 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책이 얇아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저도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
여러분들로부터 위로 받았고,
그렇게 절 다독이며 건너가는 중입니다.
조용히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겠습니다.

그런데, 씀벅이라는 말이 너무 예뻐서 여러번 웅얼거리게 되는걸요~^^
 

책이 좀 많다.

소장 욕심도 있고,

게다가 못 버리는 습성이 있어서,

일단 들이고 쌓아놓았었다.

 

그런데 근래  주변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연달아 접하고 겪으면서,

유품 정리의 어려움을 전해들었고 또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바뀐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질까,

급기야 읽은 책만이라도 정리하자는 기특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동네에 알라딘중고서점이 생긴 것도 한몫한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만 하였을땐 몰랐던,

알라딘 중고서점에 내가 가진 책들을 판매 하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었다.

 

에피소드 하나,

알라딘인터넷서점을 통하여 전날 들인 책을 다음날 알라딘 중고 서점을 통하여 판매하려고 하였더니 '중'등급이 책정되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겉표지가 세월에 바랜 자국이 미약하게 있고,

책 DB에는 없는 선이 실제 책표지에서 보이는데 오염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말을 듣고보니 그런 것도 같아서 수긍은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책을 내가 새책으로 받아봐선 안되는게 먼저가 아니었을까.

하루만에 중등급으로 평가받는 새 책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다.

 

두번째 에피소드.

내가 보기엔 새 책이랑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책인데,

펼쳐진 사용감이 있다고 중등급으로 판정하였다.

펼쳐진 사용감이 싫어 조심조심하는 편인데 그 정도의 펼쳐진 사용감을 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번째 에피소드.

마찬가지로 구매한지 얼마 안되는 책이었는데 중등급 판정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띠지를 고정하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 때문이었다.

테이프를 떼고 다음번에 가져갔더니 최상 등급 판정이었다.

 

이런 도서 판정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다른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중고 매장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할 일은 아니다.

직원들은 중고 도서 매입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뿐,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판정이 계속 된다면,

야박한 판정의 사람보다는 후한 판정의 사람에게 매입을 의뢰할 것 같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 이곳을 애정했던지라, '할말이 많아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할.많.하.않'겠지만,

예전처럼 애정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알라딘도 이익기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익은 어떻게든 창출할 것이고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광팬 한 명을 잃어갈지도 모른다.

 

 

 

 

 [수입] Green Book (그린 북) (2018) (한글무자막)(Blu-ray + DVD + Digital)
 Universal Studios / 2019년 3월

얼마 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는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실상 그들의 관계는 영화와는 다르게 지극히 비지니스적인 것이었다는 얘길 주워듣자,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반감되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몸서리를 칠때쯤,

생각은 이리 저리 널을 뛰어 언젠가 보았던 에단호크와 기네스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아름다운 키스씬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데,

책은 또 영화와는 완전 다른 내용이었고 다른 감동을 주었다.

좀 더 찾아보니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판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가 따로 있었고,

이 영화가 원작에 근접하는 것 같다.

 

 

 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위대한 유산 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왜냐하면 비록 내가 앞으로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의 공로는 바로 조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나를 충실하게 대해 줬기 때문이다. 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도 내가 그런대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은 나에게 강한 근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보여 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다.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 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내 도제 생활과 관련하여 뭔가 좋게 여길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조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갈망과 불만에 가득 차서 들떠 있기만 했던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 있다.(1권 199쪽)

 

"내 너에게 말해 주마."그녀는 여전히 급하고 격정적인 속삭임으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맹목적인 헌신이고, 절대적인 겸손이며, 완전한 복종이고, 너 자신과 세상 전체를 거스르는 신뢰와 믿음이며, 네 온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것이야.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1권, 441쪽) 

 

사실 '위대한 유산'의 설정이 백퍼센트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위대한 유산은 역사적 유구함이나 전통, 부 같은 것이 아니라,

조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근면하고 충실함, 온화하고 정직한 심성 따위의 영향을 어떻게 주고 받는가 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모두에게 그럴 순 없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더라.

 

알라딘에 뜨문뜨문한 사이에 켄폴릿의 이런 책이 나왔다.

켄폴릿만으로도 설레발을 치기에 충분한데,

'대지의 기둥' 후속작이라고 하니 안 들일 이유가 없다.

 

 

 [세트] 끝없는 세상 1~3 세트 - 전3권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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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9-04-03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히 깐깐한 지점인가 봅니다. 펼쳐읽은 흔적으로 중등급은......그나저나 저도 살 때 모서리 흠집 넘어갔는데 팔 때 보니 매입불가 ㅠㅠ 니들이 새책으로 판 거라고 말해봤자였어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9-04-03 09:10   좋아요 0 | URL
예전엔 책을 되팔 생각을 안 했어서 그런 건 유의하지 않았었는데,
되팔 생각을 하고보니 여간 꼼꼼히 살펴야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님 말씀처럼 모서리 흠집 같은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책의 띠지 유무도...
없는건 괜찮은데,
있는데 흠집이 있으면 마이너스 반영되더라구요, 웃겼어요~^^

단발머리 2019-04-03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아쉽네요. 어제 받은 책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읽었더라도 완전 새책 느낌이니 ‘최상급‘ 받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중고서점 쪽에서도 책을 보내는 곳에서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동네는 다행인지...... 주의해서 안 보시는지.... 알라딘에서 산 책이라면 중등급 판정도 흔하지 않고, 상급 판정(^^)이 잦거든요.
아무튼 알라딘에게 주의하라 해야겠습니다.

2019-04-0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이너스 2019-04-03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스24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두 권 중복구매해서 읽지 않은 책을 바이백으로 보냈더니 등급 하나 낮춰서 가격 책정하더라고요. 사유는 책 모서리가 살짝 까져서라고... 보낼 땐 읽은 흔적이 없는 새 책이라도 배송 중 파손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9-04-03 13:3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어디나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알라딘만 그렇게 야박한게 아닌 듯하여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잘 보관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살짝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라이너스 님 안타까우셨겠습니다.
책 모서리가 까지는 ‘파손‘이 ‘배송‘ 중 일어날 수 있다니...책에 손이라도 달렸나 봅니다~--;

감은빛 2019-04-0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주말에 애들하고 중고매장 가서 한참을 머물다 오곤 하는데,
책 팔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근데 잘 알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책들을 몇 박스나 무겁게 가져와선,
대부분 팔지도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제가 슬쩍 보니 주로 애들 학습 만화책, 낡은 동화책이 다수더라구요.

중고매장에 있는 책을 살 때는 다소 사용감이 있고, 모서리가 살짝 찍혔어도,
표지가 조금 더러워도 이게 왠 일이야? 하면서 책을 사게 되는데 말이죠. ㅎㅎ

양철나무꾼 2019-04-04 10:28   좋아요 0 | URL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때,
어느 분이 전집을 여러 질 들고왔다가 전집은 매입불가라는 말을 듣고는
버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주차장 옆 공터를 안내해주는 소릴 들었습니다.
주차요금에 이래저래 손해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지역활동도 무엇도 건강하셔야 하실 수 있습니다.
술, 담배 줄이시고...건강을 먼저 돌보셔야 합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9-04-10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팀장 표종합니다.

여러모로 미흡한 모습 보여드린 듯 해 송구함 느낍니다.

올려주신 글 토대로 여러 연관부서와의 점검과 개선안을 모색해보았고,
지적해주신 사항에 대해 부족하나마 답변드립니다.

우선, 일부 상태가 좋지 않은 도서를 받으신 듯 한데 송구합니다.
출간이 1-2년 이상 경과한 도서여서 유통재고량 대부분 일정 정도 품질 문제가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도서라면 입고 및 검수 과정에서 제대로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차치하고,
저희에게 최근 구매 및 완독 후 중고도서로 판매 과정에서
품질 문제만을 기준으로 메뉴얼에 따른 엄격한 등급 책정시 납득이 어려우시리라는 점에 근본적으로 공감합니다.
유통 현실로 판매상품 상태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라면서,
정작 저희가 판매한 상품의 매입시 매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며,
이번 검토를 통해 매입 메뉴얼 일부를 보강키로 했습니다.저희에게 구매 후 일정한 기한 내 판매시에는 현행 매입 기준보다 한단계 상향?(혹은 최상급) 매입하는 등의 방향으로 가다듬으려 합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비판해주신, ‘펼침 흔적‘ 기준 또한 애매하다는 판단이 있으신 듯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이 요소는 중고상품 판매 고객님과 중고상품 구매 고객님간 눈높이와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슈이자,
알라딘의 매입 담당자들간 이에 대한 눈높이 격차도 분명 존재할 듯 한데요,
우선은 매입 담당자들 눈높이 부터 최대한 통일시키기 위해 품질판정교육을 매장별로 진행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띠지의 경우 매입과정에서 저희가 제거하며 발생하는 훼손 우려가 있으며,
매입 후 품질 표시와 판매 재고로 노출되는 상황인데,
만일 저희가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훼손 발생시 매입가 책정이나 이후 웹정보 조정 필요성 등 여러 복잡한 이슈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원상품과 무관한 테잎 등 부착물 등 흔적이나 훼손 없도록 사전에 제거 후 방문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물론, 현장에서 고객님께서 직접 제거 후 건네주셔도 된다는 점을 안내 드리고 있는데,
이번 방문매장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중고 책임자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여러 비판과 지적 주신 데 감사드리며,
실망감 드리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극곰 2019-04-11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 처음에는 그렇게 야박한 느낌 없었는데,
갈수록 너무 심하게 까탈스럽게 판정해서 저도 몇번 빈정상한 적 있어요.
진짜 최상등급은 새 책사서 안 읽고 가져와야 하는 거냐... 싶었어요.
그간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알라딘에 가서 팔았는데, 확 다른 곳에 팔아버릴까... 하는 맘이 들었답니다.

게을러서 여적 몇 달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요즘 사는 걸 자제해서 잽싸게 행동을 안하는것 같기도요.

잘 지내시지요? 꽃이 피니 봄이 왔겠지만, 현실은 감기 투쟁중요.

양철나무꾼 2019-04-12 1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여기서 키 포인트는 야박한 느낌이 들고 빈정을 상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판다는 것은 큰 돈을 바라고 하는 행위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고작 최상, 상, 중등급 간에 가격 차이도 몇 백원일테고,
그걸 팔아서 영화를 누리거나 하진 않잖아요.

그러니 저런 품질 판정 교육을 매장 별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매장을 뭉뚱그려,
말하자면 여러 매장이 어울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아니면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동일한 기준을 숙지하는 식으로요~^^

알라딘이 아니어도 책을 팔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알라디너여서 느끼는 소속감이랄까, 프랜드 쉽 이런 걸 충족시키긴 힘들 듯 싶어서요.

네, 봄도 오고 꽃도 피지만,
흐드러질수록 현실은 사무치네요.

어여, 감기를 훌훌 떨어내시고 꽃 피는 봄을 만끽하시길~^^

레삭매냐 2019-04-15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헌책 평가가 아주 빡세졌습니다.
뭐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이기도 하니 좋은
점도 있겠죠.

예전보다 많이 빡세요, 빛바램 책곰팡이
기타 등등...

재밌는 건, 알라딘에서 헌책으로 사서 되
팔려고 할 때 판매불가 판정을 받게 되는
거죠. 이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알라딘에서 팔 땐 OK,
내가 팔 땐 안 OK !!!

양철나무꾼 2019-04-16 09:5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님들 얘기를 듣고보니 크게, 또는 소소하게 불만들을 갖고 계셨네요.
알라딘 중고서점이 이런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라지만, 판매불가인 책들도 엄청 많고,
전 새 책을 파는 경우,
폰으로 확인하고 간 가격이랑, 중고 매장에서의 가격이랑 차이가 나는 경우도 봤어요.
그때 때마침 폰 배터리가 나가서 비교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집에서 확인을 해보니 폰으로 확인한 가격 그대로여서 빈정 상한 적도 있습니다, ㅋ~.

2019-04-18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2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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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필이 꽂혀서 보는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이다.

김혜자와 한지민이 묘하게 넘나들며 연기를 하는데, 재미있다.

내가 집중을 하고 보게 된 부분은 시계의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혜자는 젊음을 담보로 아빠를 죽음에서 되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아빠는 의족 신세가 되었고,

시계를 다시 되돌리면 혜자는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등가로 무엇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시계를 포기하고 현실을 살기로 한 혜자가 안쓰러웠다.

 

아무래도 내가 보는 환자가 노인이 많아서 그런가,

드라마 속 등장하는 홍보관 설정이 흥미로웠다.

드라마 속에서 설정은 홍보관인데,

시설의 럭셔리함으로 따진다면 노인복지관이나 실버센터 수준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노인복지관은 그런 곳이 아니고,

홍보관 또한 그런 곳이 못 된다.

드라마니까 거칠게 그려낸 설정이었다고 해도,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약장사라고 불리우는 홍보관엔 할아버지들이 없다.

그렇다면 노인복지관이어야 할텐데,

노인복지관에서 건강보조식품이나 보험 등을 파는 건 불법일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책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었다.

좀 슬프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여든을 넘기며'란 1장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나머지 것들은 부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을 하기에 꼭 필요한 주제일지는 모르지만,

재미를 느끼기엔 내가 역부족이었다.

르귄 여사의 그 방대하면서도 깊음을 내가 헤아릴 수가 없었다고 해두자.

 

이 책은 르귄이 '주제 사라마구'의 블로그를 보고 영감을 받은게 계기가 되었단다.

 

'블로그는 '쌍방향적'이어야 하며 사람들의 댓글을 일일이 읽어 답을 해주고 낯선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걸 당연히 여기'(9쪽)는 것이라서 흥미를 잃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작가는 그가 쓴 이야기와 시 뒤에 숨어서 작가의 글이 작가 대신 그들과 말하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노년은 존재 상태이다.(28쪽)

 

물론 노화가 스러져감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라서 현실에 충실하고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기억력이 온전해서 사고에 활력이 남아 있다면 연륜이 쌓인 지능은 보기 드문 폭과 깊이를 가진 이해력을 발휘한다. ㆍㆍㆍㆍㆍㆍ그런 지능은 오랫동안 특정한 기술이나 예술로서의 기량을 길러온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자꾸 하다 보면 완벽해진다는 말은 실로 옳다. 요령을 깨달아 통달했으니 애쓰지 않아도 하는 일에 멋이 흐른다.(32~33쪽)

 

연륜이 쌓인 지능이 보기드문 폭과 깊이를 가진 이해력을 아무리 발휘한다고 하여도, 노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수밖에 없겠다.

 

사족을 달자면 번역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김혜자 님은 스물다섯 설정의 한지민을 그대로 재현해 내시는데 정말 멋지다.

루귄여사의 문제를 제기하는 듯 하면서도 재치발랄한 문체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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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9-03-05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대해서는 저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작년에 원문을 대충 조금 읽다가 이번에 번역이 나와 반가워서 읽었거든요. 원문의 문체를 많이 못살렸다는 느낌을 받있고 모호한 부분도 많아서 다시 원서 찾아본 부분이 많아요.

양철나무꾼 2019-03-06 0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번역 얘기를 할때는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니 묘한 위로가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9-03-05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노년은 존재 상태이다‘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문장만을 놓고 보자면, 나이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년‘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기도 해서 전후 문맥에 맞게 해석해야할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9-03-06 09:27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는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라는 말을 경계해요.
선의를 담아서 늙지 않으셨어요,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늙는 법이래요...따위의 말로 위로하는데,
현실 부정을 통한 격려는 아무리 선의가 있어도 역효과가 난대요.
그러고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