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의 환희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31
클레망 셰루 지음, 정승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 최초의 프랑스 사진가

루브르 미술관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것을 본 최초의 생존하는 사진작가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에 작품이 언급된 유일한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기이다. 그가 담은 결정적 순간들과 함께.


아주 작고 얇은 책이지만, 아래 사진처럼 그의 주요한 사진들이 퀄리티 있게 실려 있다. 그리고 그의 '아포리즘'을 표현한 메모들도 책 중간 중간에서 볼 수 있다. 그가 그림을 배우는 시기부터 HCB가 설립될 때까지 그의 일대기를 간결하게 잘 서사하고 있고, 책 뒤의 '기록과 증언'에서는 그의 말들과 인터뷰 그리고 질의 응답한 것을 볼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입문서로 가성비가 최고인 책 같다 :)


왼쪽 사진은 에즈라 파운드 1971, 오른쪽 사진은 사르트르 1946 




* 책 속의 밑줄


"로트와 초현실주의의 영향력" p37

로트는 그에게 기하학과 구성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포착했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p49


"간디의 마지막 사진" p63

브레송이 간디와 인터뷰하고 약 20분 후에 힌두교 광신자에게 간디가 살해당한다. 그래서 브레송이 간디의 마지막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모스크바를 최초로 촬영한 이방인" p71


"초상 사진을 찍는 것은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참 어려웠다. 마치 누군가를 향해 던진 물음표 같았다." p78


"단어가 사진가의 몫이라면 문장은 잡지의 몫이다." p78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가슴을 같은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p89


"발작적 아름다움"

"라이카는 나에게 삶은 즉각적이고 섬광처럼 재빠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p90


"그것은 직업적 필요에 따른 양보일 뿐 타협은 아니었다" p93

자신의 컬러 사진 작업에 대해 말한 것.


"나에게 사진이란 그저 일이 아니라, 바라는 것 없는 고된 즐거움"  p122


"당신이 원하는 천부적 재능은?"

- 능수능란함을 경계하는 재능

프루스트의 질문들

p143




* 책 속의 사유 노트


1. 수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때' 찍었기 때문에 (그 옛날에) 유명한 사진들이 많다. 여기에 덧붙이면 '누가'. p27


2. 또 '사진에 관하여'에 나오는 '만보자'와 사진 작가와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돌아다니고 관찰해서 그들과 (그것들과) 크게 관계없는 묘한 사진을 찍었다. p37


3. 사진가는 현실에 자유로우며 (때로 " 풍족'과 함께) 현실을 기괴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포착하고 물러서 버리는 사람인가? 손택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지된 이미지는 '동작', '기능'을 결코 설명할 수 없다. p 49


4. 사진가는 무책임하게 현실의 장면을 심미적으로 표현해 그 현실과는 무관한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거나, 이기적으로 그 장면을 왜곡 당하게 방치한다. p49




* 책 끝의 레퍼런스 노트


1980년대 "순간의 작은 기적들"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들", "결정적 순간들"


모파상 p144

프루스트



"로트와 초현실주의의 영향력" p37
로트는 그에게 기하학과 구성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포착했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p49

"간디의 마지막 사진" p63
브레송이 간디와 인터뷰하고 약 20분 후에 힌두교 광신자에게 간디가 살해당한다. 그래서 브레송이 간디의 마지막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모스크바를 최초로 촬영한 이방인" p71

"초상 사진을 찍는 것은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참 어려웠다. 마치 누군가를 향해 던진 물음표 같았다." p78

"단어가 사진가의 몫이라면 문장은 잡지의 몫이다." p78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가슴을 같은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p89

"발작적 아름다움"
"라이카는 나에게 삶은 즉각적이고 섬광처럼 재빠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p90

"그것은 직업적 필요에 따른 양보일 뿐 타협은 아니었다" p93
자신의 컬러 사진 작업에 대해 말한 것.

"나에게 사진이란 그저 일이 아니라, 바라는 것 없는 고된 즐거움" p122

"당신이 원하는 천부적 재능은?"
- 능수능란함을 경계하는 재능
프루스트의 질문들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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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7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왠욜~ 저 방금 이 사진작가가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해보려고 핸드폰 들었다가 습관처럼 북플에 접속해버렸는데....
초딩님이 이 책을 딱 추천해 주시는군요^^

초딩 2016-01-07 19:39   좋아요 1 | URL
ㄷ ㄷ ㄷ ㄷ 제가 다 ㄷ ㄷ ㄷ 하네여. 이 것이 결정적 순간일까요? ㅎㅎㅎ

물고기자리 2016-01-07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

˝마치 누군가를 향해 던진 물음표 같았다. ˝

˝머리와 눈, 그리고 가슴을 같은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

˝발작적 아름다움˝

뭔가 찡.. 해요..^^ 프루스트의 질문들이 눈에 들어오네요ㅎ

초딩 2016-01-07 20:35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 읽어 볼까해요 :-)
엄청 날것 같아요. :-)

물고기자리 2016-01-07 21:01   좋아요 2 | URL
엄청나다기보단 취향을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술, 음악, 사회 전반에 대한 인용이 많고, 상세한 각주들이 많은데 관심이 있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ㅎ 다만 각주까지 꼼꼼히 읽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려요;; 전 어떤 부분은 겨우 몇 십 페이지인데도 두어 시간 넘게, 몇 번 왕복해서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부분이어서 그랬지만 전반적으로도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아요. 다른 책들 몇 권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지만 읽고 싶은 책들의 유혹을 꿋꿋이 버티며 여유롭게 읽을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ㅎ

초딩 2016-01-07 22:47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 시작하고 끝내지 못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 말씀하신대로 마음 꼭 먹고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손택의 사진에 과하여가 저는 참 어려웠는데 읽고나니 이후에 제가 글을 쓰면서 아주 많이 인용하고 있더라구요 :-)

살리미 2016-01-07 23:42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백프로 프루스트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군요^^ 그냥 물고기자리님과 알라딘 전문가 이웃님들 이야기 듣는 걸로 만족할래요 ㅎㅎ 그래도 어떤 문장에서 프루스트가 느껴진다... 이런건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제가 문학에선 엄청 취약하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서 kmooc에서 문학 강의도 들어보고 있는데 말이죠....
결국 문학은 내가 애정을 갖고 자주 접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가르쳐준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마담보바리 읽으며 뭔가 느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요 ㅋㅋㅋㅋ

물고기자리 2016-01-08 00:14   좋아요 3 | URL
그건 아니고요;; 아마 저처럼 읽지 않으셔도 쑥쑥 잘 읽으실 거예요ㅎ 그냥 제가 원래 관심 가는 게 있으면 두리번 거리길 좋아해서 그래요^^ 언젠가 흥미가 당기시면 1권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리드미컬하게 읽을 수 있고, 예술의 경지에 오른 문학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더라고요ㅎ 소설이긴 하지만 각종 예술을 인용한 인간탐구의 총체인 것 같아요. 느낄 필요 없이 ㅋㅋㅋ 분석해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초딩 2016-01-08 17:03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 피드 가서 담고 왔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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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은,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할 것 같음을 조소하듯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이다.

'시작'과 '끝'도 따지고 보면 백지장 한 장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모든 밝은 '시작'에 '끝'을 어색하지 않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작년 이 책이 배송되고 나서 한 번씩 펼쳐본 이야기와 죽음보다 따뜻한 초록색 바탕의 페이지에 쓰인 문구들에 엄청 매료되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는 것은 멀리서 본 니트 (neat)한 차의 뒷모습을 어거지로 추월해 그에 반해 클리셰하고 볼품없는 앞모습을 확인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표지에 한창 자랑하고 있는 촌철살인 같은 인용구와 절망적인 노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은 인용거리로 쟁여놓을만 하다.

지금까지는 책을 읽으며 그은 밑줄들의 내용을 독후감 쓸 때 반추하며 사용했다. 올해는 두가지 방법을 더 병행해 보기로 했다. 하나는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것을 짧게 노트한 것을 옮겨 쓰는 것이다. 두권 이상으로 이루어진 긴 책을 독후감 쓸 때 제대로 기억하고 각각의 감상들을 온전히 쓰기에는 최전성기의 ‘뇌’ (5-7세)를 지난 나에겐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조금 귀찮더라도 포스트잇과 펜을 항상 옆에 두고 메모해보기로 했다. 또 하나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마지막 장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책에서 언급된 저자와 책들을 읽으며 메모하고 이 것을 독후감에 첨부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얻는 소중한 것중의 하나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와 책들을 알게되는 것이니, 이 것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또 찾아 읽어가 보자는 것이다.

‘밑줄’, ‘책 속의 사유 노트’, ‘책 끝의 레퍼런스 노트’ 이 세 가지를 도입한 첫 번째 독후감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로 시작해보려 한다.




* 책 속의 밑줄


“내가 쓴 책이면 좋겠다.” p9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독자와 작가 사이의 그 좁은 틈새에 절묘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어” p10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이 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이고, 우리 두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p15 프롤로그


“생존의 잔인한 현실, 벌거벗은 육신의 탈을 쓴 연약하고 덧없는 생명, 불쌍하고 발가벗은 두 짐승 (‘리어 왕’ 3막 4장) p15 프롤로그


“99.9퍼센트는 남들의 유전자와 같다. 사람의 차이는 나머지 0.1퍼센트에서 온다” p21


“‘바가바드기타’는 사람의 몸을 가리켜 구멍 9개가 뚫린 상처라고 했다” p23


“우리가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세상은 내 것이야. 내가 다 물려받겠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편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p26


“프랜시스 톰프슨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p27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p27


“니체는 말했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큰 지혜가 육체에 담겨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마사 그레이엄은 말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p54


“톨스토이는 말했다. ‘나는 5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이다.” p57


“18세에서 19세에 술을 마신 남자들은 지금 다들 안전하게 무덤 속에 누워 있지” p84


“젊은 야구선수들에게 지장이 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를 기대하면서 밤늦게까지 안 자는 것이다” p137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 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p143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새끼를 낳고, 죽어라” p194


“친구를 원하면 개를 샀겠지” p202


“필라델피아 최초의 신문을 발행한 앤드루 브래드퍼드는 말했다. ‘주여, 오탈자를 용서하소서!’” p292


“감정은 타인들에게나 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솔직하지 못하게 돌려 표현할 수 있을 뿐이지 온전히 가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p296


“우리는 남과 결합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은 분열한다.”

“우리는 오로지 타인 속에서만 자신을 소생시키고 이어갈 수 있다” p304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p327




* 책 속의 사유 노트

1. 도대체 이 꿈 이야기는 무엇일까? 경쾌하게 전용도로를 달리다 질퍽거리는 진창길에 빠진 것 같다. 활자가 종이에 끈끈하게 붙어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p41


2. ‘스타에게 족보 잇기’는 왜 하는 것일까? 왜 이 책에서 다루어질까? 설명은 해주지만 동의할 수 없다. p71


3. 신체적 (물리적 신체와 물리적 뇌를 포함해) 최절정기를 지났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생 전체가 두 영원 사이에 잠시 갈라져 나오는 찰나의 빛과 같듯이 그 최고의 절정기도 무척 짧을 뿐이다. p137


4. 두 부자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실즈의 농구 이야기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 보는 것을 말이다 - 곤욕스러운 페이지들이다. 콜로세움의 던져지는 - 모든 것을 잊어라. 다 잘될테니 우리에게 맡기라는 약속의 맹목적인 달콤한 사탕 같은 - 빵을 열광하며 먹는 것 같다. 관람은. 특히, 이 책에서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것은 찰나와 같은 젊음이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인스턴트적인 애도와 같이 비친다. p234




* 책 끝의 레퍼런스 노트

쇼펜하우어, p143

톨스토이

체호프, 바냐 아저씨

앙드레 지드, p257

O. 헨리, p298



조금은 남성적이고 - 작가가 남자라고 해도 - 또 조금은 인용과 과학적 사실에 익사할 것 같고, 책의 제목과는 동떨어진 시시콜콜한 일기가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내가 쓴 책이면 좋겠다." p9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독자와 작가 사이의 그 좁은 틈새에 절묘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어" p10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이 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이고, 우리 두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p15 프롤로그

"생존의 잔인한 현실, 벌거벗은 육신의 탈을 쓴 연약하고 덧없는 생명, 불쌍하고 발가벗은 두 짐승 (‘리어 왕’ 3막 4장) p15 프롤로그

"99.9퍼센트는 남들의 유전자와 같다. 사람의 차이는 나머지 0.1퍼센트에서 온다" p21

"‘바가바드기타’는 사람의 몸을 가리켜 구멍 9개가 뚫린 상처라고 했다" p23

"우리가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세상은 내 것이야. 내가 다 물려받겠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편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p26

"프랜시스 톰프슨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p27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p27

"니체는 말했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큰 지혜가 육체에 담겨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마사 그레이엄은 말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p54

"톨스토이는 말했다. ‘나는 5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이다." p57

"18세에서 19세에 술을 마신 남자들은 지금 다들 안전하게 무덤 속에 누워 있지" p84

"젊은 야구선수들에게 지장이 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를 기대하면서 밤늦게까지 안 자는 것이다" p137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 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p143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새끼를 낳고, 죽어라" p194

"친구를 원하면 개를 샀겠지" p202

"필라델피아 최초의 신문을 발행한 앤드루 브래드퍼드는 말했다. ‘주여, 오탈자를 용서하소서!’" p292

"감정은 타인들에게나 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솔직하지 못하게 돌려 표현할 수 있을 뿐이지 온전히 가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p296

"우리는 남과 결합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은 분열한다."
"우리는 오로지 타인 속에서만 자신을 소생시키고 이어갈 수 있다" p304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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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4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좀 더 순화적으로 말을 바꾼다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일어나지 못하는 잠을) 잔다.”라고 하고 싶군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잠의 신이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형제지간입니다.

초딩 2016-01-04 18:14   좋아요 1 | URL
아!!! 이래서 신화를 좀 읽고 싶어요 :-) 일단 변신이야기부터 1월에 도전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AgalmA 2016-01-0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좌절시기를 겪은 사람이 인용문 많이 섞어 발표한 자기계발서 같았어요-ㅅ-;;

초딩 2016-01-04 18:15   좋아요 0 | URL
`사진에 관하여`에서 수전 손택이 소개한 사람이 생각 났어요. 이름은 기억 안 나고. 인용으로만 책을 쓰기 위해 인용구를 엄청 모으는 사람이요. ㅎㅎ 결국 책은 못 냈다고 하네요. 비평가였던 것 같은데 :-)

AgalmA 2016-01-04 18:17   좋아요 1 | URL
어, 저도 기억하는데, 이름이! ㅜㅜ 책은 역시 가져야 되는구나...빌려서 읽었던 터라 확인을 할 수가...흑)

초딩 2016-01-04 18:47   좋아요 1 | URL
책을 두번 뒤져 찾았어요!!! 밑줄도 표시도 없었는데 느낌이 와서 성공했어요. `우울한 오브제` 장에서 언급된 `발터 벤야민`이에요!!! 그 미완의 프로젝트는 `피사젠베르크`라네요 :-) p119부터 나와요~

AgalmA 2016-01-04 18:49   좋아요 1 | URL
앗! 초딩님 잘하셨어요ㅜㅜ!! 아니, 발터 벤야민을 어떻게 잊고 있었지...어흑ㅜㅜ 내 뇌를 혼내 줄 수도 없고...

프레이야 2016-01-04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3쪽 인용문이 인상적입니다

초딩 2016-01-04 23:2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 위트가 넘치는 인용구도 많았지만 아주 강하게 인상적인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좋은 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4년 말부터 독서를 왕성하게 재개했고, 2015년은 참 많은 고마운 책들을 읽었답니다.

그 중, 저에게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책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그의 아내 (였던)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랍니다.

그들의 창의적이고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실험 정신이 가득한 두 책은 기존의 책에 대한 경험을 완전히 뒤흔들어두었답니다.

'가장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할 이 두 책을 저도 선물 받았고, 또 선물했답니다.


2016년에도 지적 호기심을 가득 채우는 한 해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그것을 -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되게 하려합니다.

여기 등불과 같은 알라디너 분들과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많이 사랑하세요~' 이 두 책처럼


- 초딩이었습니다~


p.s. 허영심 강한 초딩은 이 두 책 모두 원서를 꼭 구매하고 싶네요 ^^ 그 조판 자체가 너무 궁금해서요~ -_-; 제대로 읽진 못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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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1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두 책 같이 봤는데, 형식이 너무 특이해서 바보 같이 같은 작가인가 했죠^^.....이런 멋진 부부 같으니라고 했어요ㅎㅎ!
원서 사시면 조판 꼭 보여주겨야 해요! 저도 궁금^^

초딩 2016-01-01 00:55   좋아요 1 | URL
진짜 두 부부 대단한 문장력에 재담꾼에 실험가 인거 같아요. ㅎㅎ 진짜 이런 멋진 부부같으니라구 ㅎㅎㅎAgalma 님처럼요 ㅎㅎㅎ

살리미 2016-01-01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만 읽어봤는데, 부인(이었던) 분의 책도 있었군요. 사랑의 역사는 어떤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초딩 2016-01-01 00:56   좋아요 0 | URL
사랑의 역사도 그 나름의 책속의 책 구성과 미스터리같은 요소도 갖춘 매력적인 책 같더라구요~
표지도 넘 예뻐요 ㅠㅠ

보슬비 2016-01-01 0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작가라니 정말 멋지네요.
저도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도서관에 원서가 있어서 언제 한번 읽어야지...했는데, 초딩님 글을 읽으니 올해 읽도록 엄청 노력해봐야겠어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16-01-01 17:16   좋아요 0 | URL
우앗 아니에요 아니에요. 엄청 읽고 좋아했어요. 정신 없이 달다보니 ㅠㅠ 아구
달아야지 달아야지 했는데 ㅠㅠ

초딩 2016-01-01 17:18   좋아요 1 | URL
:-) 밑줄 그어서 봐야 아직도 읽는 듯해서 ㅠㅠ 도서관에서는 아직 책을 못 보고 있어요. 지혜의 숲 같은데 가도 제 책을 들고 가고요 ㅎㅎ
그래도 요즘 역서 비교한다고 지혜슾 한 번 가서 출판사별 책일 펼쳐놓고 비교 해보려고 해요 ㅎㅎ 암튼 올해는 두책 원서 구해보려구요~

하루감정 2016-01-01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

초딩 2016-01-01 0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1-01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저는 원서로 먼저 봤는데 그 편집에 눈이 뿅~~ ㅎㅎ
저도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영화도 괜찮았구요~~

사랑의 역사는 구입만 해놓고 아직도 못 보고 있네요. 올해는 꼭 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16-01-01 01:5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영화도 한 번 꼭 보고 싶어요 :-)
:-) 좋은 밤 되세요~

물고기자리 2016-01-01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의 댓글을 보면 늘 제 입꼬리가 자동적으로 올라가더라고요^^ 뭔가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시는 타고난 분위기가 있으신 듯합니다:) 독서 취향도 비슷하신 듯하니 제게도 좋은 책 들이지 싶어요ㅎ

하룻밤 사이에 새해가 돼버렸네요. 두루두루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초딩 2016-01-01 12:55   좋아요 1 | URL
어떻게 더 무척 많이 댓글을 좋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
저도 물고기자리님이 취향도 비슷하시고 또 제 독서의 등대 같으셔서 참 좋답니다~
2016년 멋진 날들만 가득하세요~

물고기자리 2016-01-01 13:05   좋아요 1 | URL
저도 색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작은 점 같은 하트로는 표현이 부족해요ㅋ 등대라뇨! 저도 초딩 님이 읽으시는 책들 몽땅 다 읽고 싶어요^^ 그래서 올해 안으로 안나 카레리나를 진지하게 재독하기로 마음먹었어요ㅎ
 
안나 카레니나 3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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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하루라는 물리적 시간이 남았지만 이 책이 올해 읽은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죄와 벌을 두권 읽고 안나 카레니나를 세권 읽었더니 이제 책은 기본적으로 몇권으로 구성되어야만 할 것 같다. -_-; 특히 겨울에는.


투르게네프가 말했듯이 시간이 빨리 가는지 느리게 가는지 모를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한다. 과연 우리 인간이 불로 불사에 아무런 걱정과 고민거리가 없다면 사유를 할까? 문학을 접할까? 그렇지 않음에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를 내 던지는 안나 카레니나는 문동의 세계 문학 전집 그 선두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과 사유의 주위에 있는 브론스키와 안나 그리고 레빈과 키티의 사랑 싸움과 갈등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연인과 부부에게 사랑에 관한 필독서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본다 :)




나의 노트


1. p382

브론스키는 사랑과 자신의 생활을 잘 조율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 그에게 안나는 '변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며 갈등하고 싸우게 되는 상황을 브론스키는 이해할 수 없어한다. 브론스키가 안정기 이전처럼 성실히 애타게 사랑해주길 바란다. 안나는.

'사랑'에서 '안정기'가 존재하기는 -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 어려운 것이다. 브론스키는 만족스러운 조율로 만들어진 '안정기'라는 가면으로 '권태'를 덮으려고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나는 그것을 알고 브론스키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일으킨다.


2. p383

'그', '그녀'가 지나치게 어지럽다. 문장에서.

그 대명사를 고유명사로 모두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은 좀 더 다듬어서 그 어지러움을 줄였으면 좋겠다. 좀 더 톨스토이의 묘사에 경쾌하게 집중할 수 있게. 


3. p470

안나는 극단적으로 자살했고, 레빈은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로 고민하고 있다.


무엇때문에 살 것인가, 어떻게.

무었때문에 죽을 것인가. 어떻게.


레빈과 안나가 두 문장에 녹아 있다.


4. p485

레빈은 인생에 대한 자신의 질문을 많은 사람들처럼 종교에서 찾아가고 있다.

'이웃을 돕는 것'은 이성이 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성은 무신앙의 근원 에너지이다.

지금 '종교'로 귀결되는가? 안나는?

정당한 노력과 부정한 노력의 경계 p79

그러면 정말 소극적으로밖에는 올바르게 행동할 수가 없는 것일까? p83

행위가 없는 신앙은 죽은 것이니까요. p362

그러자 불안과 기만과 비애와 사악으로 가득 찬 책을 그녀에게 읽게 해주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확 타올라 지금까지 어둠에 싸여 있던 일체의 것을 그녀에게 비추어 보이고는 파지직, 소시를 내고 어두워지다가 이윽고 영원히 꺼져버렸다. p428 7부 마지막, 안나가 자살하고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온 것인가,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살아갈 수도 없다.
무한한 시간, 무한한 물질, 무한한 공간 속에 물거품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가 창조된다. 그리고 물거품은 잠시 동안 견디다가 이윽고 터져버린다. 그 물거품이 바로 나인 것이다. p469 8부 레빈의 고뇌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p470

만약 선이 원인을 갖는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다. 만약 선이 결과를, 보수를 갖는다면 그것도 역시 선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선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 밖에 있는 것이다. p481-482

나는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지 이성으로는 알지 못하면서도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p52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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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3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명작이네요. 축하드립니다. ^^

초딩 2015-12-30 20:50   좋아요 0 | URL
우아 너무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2015년의~

방랑 2015-12-30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무래도 장편은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지요, 2015년 마무리 잘 하시구요~^^

초딩 2015-12-30 23:36   좋아요 0 | URL
방랑임과 때를 맞추어 읽어 더 의미있답니다. :-)
방랑님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세요~
 
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7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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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를 먹이를 찾는 야수처럼 배회하고 어느 창녀를 외지의 모텔로 데리고 가는 이야기는 - 형에게로 - 그리고 그 속에서 튀어져 나오는 사유의 진한 뱉음과 그 둘을 의도된 반복과 머릿속의 사고 과정 자체를 그대로 풀어버리는 듯한 서사는 수사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듯 -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이상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리고 절정에 이른듯한 자극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

'나'와 '형', 형의 여자친구 '순미', '어머니', '아버지'들은 한 집안에는 있지만 종이 다른, 화분 속의 뿌리와 제각각의 시기에 필 꽃을 감추고 있는 식물들과 같이 자신들의 '특별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보편성

진공상태로 포장되어 있는 사랑이란 없다.

모든 사랑은 상황 안에서의 사랑인 것이다. 모든 사랑이 특별한 것은 그 때문이다." p61


그리고 그 어울릴 수 없는 아니 같이 있기에는 -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포장해서 - 보편성을 무장한 세인들에게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은 그들의 사랑은 동물들이 보기에는 생명은 있으나 활동할 수 없는데 왜 존재하는지 의아해하는 식물처럼 공존해 있다.

'꿈' 이라는 초현실을 빌려서야만 움직일 수 있는 그 식물들이 - 나무들이 - 일상에 믿을 수 없게 나타난 신들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듯 그들 각자의 사랑을 풀어나가고 알아간다.


"문학이란 언제나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작동을 교란시키는 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p274 해설 (신형철)


우리들은 - 아니 최소한 나는 - '보편성'이라는 편리한 무장으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사고와 마음이 현화된 단어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뭉쳐져 있는 사회와 그 사회의 현상들을 바라본다. '판단' 이라는 행위는 그 '편리함'에는 걸맞지 않다.

이 책은 - 다른 많은 책들 그리고 그것이 속한 또는 포함한 문학 - 그 편리한 보편성 - 특히 사랑에 대한 - 을 불편하게 헤집어 준다.

열명이 모인 주간회의에서 끄덕끄덕 동의하는 - 그 동의하는 대상이 그 행동이 무엇인지 모를,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 사람들 속에서 소심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번역서에 맹목적이었던 나에게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에 이은 '식물들의 사생활'은 '모국어로 잘 쓰여진 책'을 읽게 독려해주고 이 책에 거론된 '변신 이야기'를 구매해서 책장에 놓이게 했다.


뜬금없지만, 지금은 연말이다. 이 책 속의 물푸레나무가 현화된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도 멋질 것이고 그 사람의 곁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어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도 좋으니 그저 가만히 앉아 신의 조력으로 조금은 동물스럽게 움직이는 식물이 되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에게, 타인에게.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소리나는 쪽으로 몸을 돌리는 그녀의 동작이 느린 화면처럼 p26

그녀는 마치 우리가 그곳에서 만날 약속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대꾸했다. 어찌나 태연한지 내가 잊어 먹은 약속이 실제로 있었던 게 아니낙 의아스러워질 지경이었다. p26

충동 앞에서 분별력은 열등하다. p27-28
충동은 분별력 보다 빠르다. p28

어둠이 완강했다. p42

형의 침묵이 너무나 단단했다. 나는 그의 기분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그 판단이 나의 두려움보다 우세했다. p44

사진을 찍는 자는 카메라의 앵글이나 초점을 통해 자신의 시각과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윤리적 앵글이어야 하고 도덕적 초점이어야 한다. p52

사랑의 보편성
진공상태로 포장되어 있는 사랑이란 없다.
모든 사랑은 상황 안에서의 사랑인 것이다. 모든 사랑이 특별한 것은 그 때문이다. p61

우리가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상대방이 이미 고유한 배역을 맡고 있기 때문이며, 나 역시 고유한 배역을 맡은 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역할극의 무대다. 세상으. p81

공개되지 않은 일부는 공개된 전부보다 항상 크다. p147

몸이 말했다. 몸이 가장 정직하고 가장 확실하게 말했다. 몸보다 정직한 말은 없었다. 몸보다 확실한 말도 없었다.
...
아리스토파네스가 그랬지, 사랑느 두 개의 몸이 최최의 하나의 몸을 찾으려는 욕망이고 추구라고,
...
플라톤이 향연에 썼지요. 처음에 사람은 얼굴이 둘이고 손과 발이 넷이고 눈이 넷이고 생식기가 둘이었지. 그런데 사람들이 신들에게 도전을 하니까 궁리 끝에 제우스가 사람들의 몸을 둘로 쪼갰다지. p159-160

난 언제나 한자리에 있을 거에요. p163

사랑은 모든 상황과 문제에 대한 유일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p195

모든 나무들은 좌절된 사랑의 화신이다. p218

이곳은 지상에 없는 곳이에요. p223

나무가 아니고 창녀가 아닐 때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나무가 되고 창녀가 되어서 이루려고 한다. p224

문학이란 언제나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작동을 교란시키는 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p274 해설 (신형철)

`구축`이 아니라 `해체`의 에너지
사랑을 해체하는 사랑소설이었다. p275 해설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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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4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이 글에 언급한 `변신 이야기`가 오비디우스가 쓴 신화집인가요?

초딩 2015-12-24 22:34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그래서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를 구했습니다. 즐거운 이브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