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 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개정판 내 삶의 작은 기적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아마추어' ... 평생을 프로 사진작가로 일했던 윌리 로니스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다"

p174

2009년 향년 99세로 생을 마친 윌리 로니스의 포토 에세이 책이다.


'사진'

'그 이미지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와 '사진의 힘' (Power of Photography,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년 10월)을 맹신해온 나에게는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가 그저 어색하기만 했다. '글' 자체를 사진과 결부시키는 것이 사진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생각했었고, 그래서 전세계 공통 언어가 사진이라고 주창한 인스타그램을 그렇게도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들'은

프레드 리친의 '사진 그후'로 난도질당한 수공업적 사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로 날이 설대로 선 사진의 사상

이 모두에 너덜너덜해진 1차원적 사진에 애정어린 손길로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매번 햇빛의 안내를 받는다" p51


로니스는 빛으로 사람들을 그렸다. 가공된 환경 (셋트)과 직조된 피사체 - 모델과 같은 - 그리고 최고의 장비들로 - 가끔 사진 결과물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 찍는 사진이 아닌, 일상의 우리들을 담아내는 사진을 찍은 로니스는 자신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 자의인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이 찾아온 경우도 있고 -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사진과 실었다.

'퐁데자르의 연인, 1957'이 하나의 좋은 예이다. 센 강둑 근처 보트에서 키스하는 연인을 찍었는데, 그 연인들이 결혼해 타바 카페를 운영했고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그 카페에 걸어두었다. 그것을 발견한 로니스는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듯이 그는 사람들의 생을 사진으로 담아 표현한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발모렐, 1992


"사실, 내 사진 인생을 통틀어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완전히 우연한 순간들이다" p89


위 사진은 로니스가 여든두살 때, 자기 인생의 마지막 스키를 타기 위해 알프스 발모레로 갔다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을 보고 초보 강습 등록 후 알프스의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관찰해보면 두 스키 플레이트가 다르다. 마치 한 사람의 것들로 보이지만, 자신의 한 쪽과 등 뒤 코치의 한쪽 플레이트가 마치 한 사람의 스키 플레이트처럼 보인 것이다.

'우연'은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서 '발견하다'를 선물해주고, 로니스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하고 또 글을 쓴 것이다.


발견한다: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내다.


나의 아내 마리안, 테생의 한 마을, 1962


"농가의 방은 정말 작아 들어가려면 몸을 절반은 숙여야 했다. 방문이 1미터 50센티미티가 될까 말까 했다. 안에서 옷을 벗으려면 팔을 거의 테라스 창문 밖으로 내놔야했다. 우리 두 사람은 가로 80센티미터의 침대에 같이 누워야했다.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 테라스 위에서 세수를 했다. 안에는 대야를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물에 가서 목이 긴 물병에 물을 받아왔다."

p59


아내 마리안은 화가였고 46년동안 로니스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녔다. 마리안은 로니스의 아내였고, 사진을 찍으로 다니는 동료였고, 또한 로니스의 애정이 어린 피사체였다. 그들은 차를 몰아 여행을 했고, 밤이 되면 어느 곳이든 머물러 야영을 했다. 서로 이야기하고 풍광을 즐기며 그들의 삶을 그들만의 프레임 안에서 산 것이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오면 감사하다. 우연과의 거대한 공모가 있다.

...

'의외의 기쁨'" p90


"어떤 것이 나를 살짝 흔들면, '그건 이미지가 될 수 있어' 하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아마도 그건 남겨질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p150


로니스의 사진과 글 그리고 그 속에 배어있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보면 우리가 어느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되는지를 또 셔터를 눌러야할 지를 알게해준다. "찍겠다"가 아닌 어떤 풍경이 어떤 장면이 어떤 누군가가 내 마음 한 편에서 나도 모르게 - 무엇엔가 홀린 듯이 -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할 때 나의 손가락은 춤사위의 한 동작처럼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함께하고 싶다" 나는 그것을 "사진"에 결부시켜본다.


"그때 그림을 많이 본 것이 사진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p78

"나는 이래서 사진의 가장자리를 좋아한다.
...
장면을 숨 쉬게 한다."
p24

"도려낸 듯한 오후, 다른 모든 것과 단절된 그 순간의 고요함에 난 황홀경을 느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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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0-04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 호니스는 브레송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제 서재 대문아래 문구도 그의 말씀입지요. 집에 다른 사진집이 있긴 한데 이것은 없군요 담아갑니다

2015-11-0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5-11-04 21:06   좋아요 0 | URL
:-) 그건 담에 말씀 드릴게요. ㅎㅎㅎ 아시는 분일거에요 아마.
좋은 밤 되세요~~
 
The Adventures of Captain Underpants (Paperback) Captain Underpants (Paperback) 9
대브 필키 지음 / Scholastic Paperbacks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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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볶음밥을 먹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슬픈 생각으로 겨우겨우 막으며 읽은 캡틴 언더팬츠

 


우연히 iBook의 Kids를 보니 추천 책으로 선정되어 있고 가격도 1.99달러여서 샀답니다.

뉴욕의 어느 코너에 있는 서점에서 갓구운 빵처럼 진열된 새책도, 한국의 어느 소도시에서  아이폰의 iBook으로 그 책을 집어든 뉴욕커와 같이 볼 수 있는 이 편한 세상.

특히 미국 도서의 거의 대부분 (90% 후반대였던것 같아요)이 전자책 (iBook 같은) 으로 나오니 정말 좋죠.

그에 반해 한국은 출판사별, 서점별, 기기별로 전자책 리더 어플이 나오니. 이런 것만 봐도 독서 토양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어느 통계를 보니 한국은 전쟁 중인 나라나 하루 한끼도 먹기 힘든 나라보다 독서량이 적다고 하죠.



조지와 해럴드는 만화책 제작이 취미인 개구쟁이 아이들이랍니다. 그들이 탄생 시킨 수 많은 영웅 중 단연 최고는 캡틴 언더팬츠.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영웅들이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에 착안해 만든 캡틴 언더팬츠

근데 이 영웅은 팬티만 입고 있다는거에요.



대형 사고를 친 조지와 해럴드에게, 시베리아에서 벽돌을 반복해서 - 한쪽으로 옮기고나면 다시 원래대로 옮기는, 마치 시지프 신화처럼 - 나르는 형벌 이상의 격한 벌을 주고 있던 교장샘이 어찌어찌하여 그들의 만화책 영웅 캡틴 언더팬츠로 완벽하게 변신을 한답니다.



또 어찌 어찌 하여 캡틴 언더팬츠 교장샘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기저귀 박사 - 아놔 여기 정말 작명이 기가막혀요 - 에게 잡히게 되요.

글이 얼핏 많아 보이지만, 긴 문장이 없고 심각하게 어려운 단어가 없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조지와 해럴드의 기지와 캡틴 언더팬츠의 팬티 슬링샷으로 기저귀 박사를 제압하죠.


뇌에 가득찬 것들을 쏟아내버리고 영어 공부를 좀 하고 싶은 계절에 읽어볼만한 책이에요.

주의. 식사 중에는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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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을 찍고 싶어요 - 전 세계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과 글쓰기 교육
웬디 이월드.알렉산드라 라이트풋 지음, 정경열 옮김 / 포토넷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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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들어가기"에서 이 책은 상업 사진에 찌들은 어느 유명한 광고사진 작가의 울부짖음이나 쿨하고 멋진 자신을 찍고 싶어 안달하는 바람에 관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얼마전, 미국정부는 '읽기' '쓰기' '듣고 이해하기'에 이어 '시각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 (visual literacy)'를 네 번째 언어 능력으로 규정했다." p8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책이다. 그 것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읽고' '쓰기'에 관한.


사진가이며 교육자인 저자 웬디 이월드는 1969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40년이 넘게 미국, 탄자니아, 멕시코, 콜롬비아, 인도, 남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등을 다니며 각국의 아이들에게 사진과 글쓰기를 가르쳐왔다. 그리고 그는 이 활동을 통해 '사진을 통한 읽고 쓰기 교육 LTP (Literacy through Photography)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역자는  듀크대학교에서 `LTP 교사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저자와 인연을 맺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역자가 서울의 덕수초등학교에서 사진 교육 수업을 진행했으며 이 것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 책을 번역하기도 한 것이다.


이월드 (저자)가 접한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지역의 아이들이 많았고 그 아이들은 대상을 보고 그 것을 쓰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글을 써보세요~" 라고하면 머뭇거리기가 일수였다고한다. 마약과 살인 등이 일상인 지역사회와 그 속에 포함된 불행한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것 조차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아이들은 세상과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어갔고,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면 또 그 것을 표현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루시 칼킨스 (Lucy Calkins)에 따르면 아이들이 2학년이나 3학년 때까지 하는 주된 자아 표현 방법은 그림이다"

"시각적인 주위 환경과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다." p9



헬렌 레빗의 이 사진처럼, 아이들은 뷰파인더로 바라본 자기가 속한 지역사회의 모습들을 담으며 그 것을 읽어나간 것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사진의 `프레임' 속에서 어떤 구도로 무엇을 담을지 - 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지를 -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진의 주체가 되었고, 이 것은 그 지역사회에 피사체로 수동적으로 속한 것이아닌, 그 사회를 능동적으로 보는 적극적인 주체가 된 것이다.


"무엇을 사진에 넣고, 무엇을 넣지 않을 것인가? 사진의 안팎을 결정짓는 선은 사진의 가장자리다.

화가는 종이 가운데서 시작하는 반면, 사진가는 프레임을 잡으면서 시작한다. - 존 사코우스키" p 41


"인물 사진은 ... 대상에 대한 본질적인 어떤 것을 말해준다" p47


"존 사코우스키는 "사진가들은 마음에서 볼 수 있지만, 사진으로는 곧 바로 찍을 수 없는 것들을 묘사해야 하는 문제에 끝없이 직면한다" p61


그리고 아이들은 사진의 피사체에 - 꼭 그것이 인물 사진이 아니어도 -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찾아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경이로운 작품 중에 드니즈 딕슨이라는 소녀의 추수 감사절 사진은 테이블 위에 칠면조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사진은 `청교도들의 다소 빈약한 추수감사절에 대한 회상'을 상징한다.



책의 표지이기도한 이 사진이 이 책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자기를 잘 표현한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 활용 수업의 핵심이다" p112


이 문장은 아이들의 모든 활동에 그대로 반영해도 좋을 것이다.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잘 쓴 글이 아니라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잘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잘 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자신의 온전한 생각, 의견, 감상 그리고 느낌을 잘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 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저자의 교육과 행동에 대한 철학은 교육자답게 저명한 교수들의 훌륭한 문구들을 많이 참조하고 있어 그녀의 생각을 든든하게 받쳐줄 뿐만 아니라, 그 인용문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저명한 교육학 교수 리사 델핏 (Lisa Delpit)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기 전까지는 세계의 모든 교육적 개혁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p 132 - 133



그녀는 아이들의 사진을 인화하고 그것들을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어떤 소녀의 오빠가 자신의 총에 머리에 총을 겨누는 사진이 방송에 나가 교장이 격노하기도 했지만, 사진 작업을 한 아이들과 교사들은 교장의 걱정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한다.


"작품을 얼마나 편집하고 걸러내야하 할지는 항상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아이들의 표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이들 글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실수를 편집하면서 잃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 p148


'표현'에 - 특히 그것이 아이들의 그것일 때 - 내가 얼마나 '제약'을 가했는지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얼마전, 미국정부는 `읽기` `쓰기` `듣고 이해하기`에 이어 `시각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 (visual literacy)`를 네 번째 언어 능력으로 규정했다." p8

"루시 칼킨스 (Lucy Calkins)에 따르면 아이들이 2학년이나 3학년 때까지 하는 주된 자아 표현 방법은 그림이다"
"시각적인 주위 환경과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다." p9

"무엇을 사진에 넣고, 무엇을 넣지 않을 것인가? 사진의 안팎을 결정짓는 선은 사진의 가장자리다.
화가는 종이 가운데서 시작하는 반면, 사진가는 프레임을 잡으면서 시작한다. - 존 사코우스키" p 41

"인물 사진은 ... 대상에 대한 본질적인 어떤 것을 말해준다" p47

"존 사코우스키는 "사진가들은 마음에서 볼 수 있지만, 사진으로는 곧 바로 찍을 수 없는 것들을 묘사해야 하는 문제에 끝없이 직면한다" p61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자기를 잘 표현한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 활용 수업의 핵심이다" p112

"저명한 교육학 교수 리사 델핏 (Lisa Delpit)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기 전까지는 세계의 모든 교육적 개혁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p 132 - 133

"작품을 얼마나 편집하고 걸러내야하 할지는 항상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아이들의 표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이들 글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실수를 편집하면서 잃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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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3
이동민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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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저는 무교이고 종교에 대한 지식이 매우 짧답니다. 유대인이 조이스틱을 가지고 미국을 움직이는 것을 직접 보지는 않았고, "유태인은 미국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KBS 스페셜 소개 포스트 바로가기) 식의 방송이나 책, 귀동냥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이런 제목을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전세계 인구의 0.2%인 유태인이 하버드 재학생 30%, 노벨상 수상자 25%, 미국억만장자 40% 이고,.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스티브 스필버그 등도 유태인이이죠.

국내에는 탈무드 전체를 번역한 책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표지의 "올 컬러판" 이라는 저 광고 문구가 더 촌스럽게 보이네요.

제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편적인 탈무드의 이야기를 집대성한 그 무엇인가를 읽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러기에는 턱없이 얇죠), 탈무드의 무엇이 유대인을 그렇게 지속시키고 또 우수한 집단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이 궁금증은 어느 방송에서 본 "단둘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아주 많고, 거기에서 유대인 아이들이 끊임없이 토론하는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유태인 도서관 예시바 였던 것 같네요. 책을 낭독해서 읽고 있고, 책을 쌓아두고 무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그 유태인들의 도서관.



기원전 500년부터 기원후 500년까지 구전되어온 것을 2천 명의 학자들이 10년동안 편찬한 탈무드는 1만2천 페이지에 달하며 전체 20권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죠?) 유태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 시간 후, 버스나 지하철 속에서 등 시간이 날 때 마다 탈무드를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권 중 한권만이라도 다 보면 동네잔치를 한다고 하네요. 이런 탈무드의 기본 정보가 "4장. 탈무드란 무엇일까?"에 주입식 교육 공화국답게 잘 설명되어있습니다.


유태인에게 "바다"라는 뜻의 그 "탈무드"를 이 조그마한 문고판의 틈으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틈으로 보인 것은 `지혜` 였습니다.


"지식"과 "지혜"가 제 머릿속에서는 구름칼로 생선을 자르는 것처럼 힘들어 사전을 찾아봤답니다.


지식 (Knowledge): 공부와 조사를 해서, 사실과 원칙을 통해 아는 상태

지혜 (Wisdom):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 또는 그런 능력 (힘)을 가진 상태


부자 보다는 학자를 중히 여기고,

교육을 나라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내세를 위한 현세에서의 선행을 베푸는 것,

....

등의 "옳은 것"들에 대한 판단과 행동이

"1장 탈무드의 교훈"과 "2장 탈무드의 지혜"의 많은 이야기에서 나온답니다.


혹자는 "이런 도덕 교과서 같은 뻔한 이야기들이 유태인들을 지탱하고 만들었나"라고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정보로만 기억하거나 지식으로 머릿속에 담고 있는 것이아니고, 그들 유태인들은 그 것들을 지혜로 만들어 자신의 삶 속 판단과 행동의 척도로 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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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18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토론은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이기고 싶어서, 지적으로 우위에 서고 싶은 느낌이 너무 강해요. 그래서 유대인식 토론문화가 정착될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하버드 북 스토어 Top 5 (오른쪽 위) "The Wind Up Bird Chronicle"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랍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조금 읽었지만, 태엽 감는 새는 제목부터 생소했답니다. 그리고 그 책이 왜 저기 하버드의 북스토어 탑 5번째에 있는지도 무척 궁금했답니다. 하지만, 전체 4권. 아무리 하루키의 시선과 독특한 감상의 표현을 좋아한다고 해도 쉬이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알라딘의 중고 알람 문자가 와서 덥석 3권과 4권을 사버렸답니다. 책장에 1권과 2권 없이 덩그러니 꽂혀있는 책을 보니 `기묘함`이 느껴졌고 결국에는 1권과 2권을 새 책으로 질러버렸답니다.


저는 하루키의 이런 표현들이 무척 좋습니다. 주제와 내용을 떠나 그저 그의 이런 문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답니다.


"그녀 부모의 반응은 무척이나 냉담했다. 마치 온 세상의 냉장고 문이 한꺼번에 열린 것 같았다."

p97, 1권 도둑까치 편


"그 옅은 어둠에는 옅은 어둠 나름의 어둠이 있었다."

p98, 2권 예언하는 새 편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 보이는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뭉크가 카프카의 소설을 위해 삽화를 그렸다면 그런 식이 되지 않았을까"

p102, 2권 예언하는 새 편


"결코 해파리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생명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다."

p300, 2권 예언하는 새 편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하버드 북 스토어의 영문 제목 "THE WIND UP BIRD CHRONICLE" 처럼 `연대기`는 이 소설에서 결코 가볍게 생략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르웨이 숲`이 `상실의 시대`가 된 것처럼 한국어판 제목에서 그 `연대기`는 빠져 그저 `태엽 감는 새`가 되었습니다.


연대기: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


제1권 도둑까치 편은 주인공 오카다 도루의 사라진 고양이를 찾으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와 같이, 여느 때와 같았던 일상에서 아내가 훌쩍 떠나버립니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고양이를 찾았던 것처럼 오카다는 그의 아내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음탕한 전화를 거는 여자

예언을 하는 여자와 그녀의 조수 여동생

2차 세계대전 중 만주에서 일본군과 소련군이 치른 소규모 전투인 노몬한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두 군인 할배

 고위층들의 심리 치료를 하는 초능력자 같은 여자와 명석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아들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온통 잘 못된, 사라진 아내의 오빠

폭주하는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남자 친구의 눈을 뒤에서 가려 죽게 만든 소녀


와 같은 기묘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가 뒤엉켜 나아갑니다. 그리고 주인공 오카다의 현실과 꿈과 확장된 상념이 경계를 서로 넘나들며 마구 뒤섞입니다. 그러면 소설의 제목 `태엽 감는 새`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할까요? 동양에서 길조인 까치가 서양에서는 `머리 좋고 얄미운 새`로 여겨진답니다. 그런 좋지 않은 까치의 의미로 로시니는 오페라 `도둑까치`를 썼으며 그 서곡은 오페라 이상으로 유명하다고합니다. 그런 `도둑까치`로 작명된 1편 도둑까치 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태엽 감는 새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태엽 가는 새` 원래 이름은 모른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태엽 감는 새는 매일 그 근처 나무숲에 찾아와서 우리가 속해 있는 조용한 세계의 태엽을 감았다."

p14, 1권 도둑까치 편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

p119, 1권 도둑까치 편


태엽을 감는 새는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하지만 정교하고 면밀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알 수 없는 `장치`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 태엽 감는 새는 우리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존재의 모습은 소설의 끝까지 드러나지 않지만, '끼익 끼익' 우는 그 소리를 들었을 때면, 들은 이의 생이 기묘하게 사단이 납니다. 오카다가 고양이를 찾아 나설 즈음에 그는 이 '끼익 끼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즈음부터 그의 인생은 모퉁이를 돈 것처럼 전혀 다른 - 상상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 생 속으로 단호하게 들어가게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주위는 말 그대로 `기묘한` 것들로 잔뜩 둘러싸이게 됩니다.


"날 수 없는 새, 물이 없는 우물, 나는 생각했다. 출구가 없는 골목"

p132, 1권 도둑까치 편




이명

하루키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소리`는 이 소설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오브제입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즐겨 거론되는 그의 음악적 상식과 이해의 깊이는 찬사를 받을 정도입니다 - 이 소설에서도 난무합니다.

이 소설에서의 `끼익 끼익`을 보며 저는 이명을 생각했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사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병원을 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이라고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참 희한한 병도 있네라고 생각했지만, 저 자신도 그런 이명을 종종 접하게 되었답니다.


이명: 귀울림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리는 병적인 상태


우리는 어떤 어떤 과정에 의해서 결과가 주어졌다고 말합니다. 무엇 무엇을 해서 성공하게 되었고 어떤 것을 해서 또는 어떤 것을 간과해서 실패했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어제`가 마치 남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오늘` 갑자기 - 내 것이 아니었는데 불현듯 선물을 받듯이 - 주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것이 원하지 않는 실패 쪽에 가까울수록 시간이 휘어지고 공간이 왜곡되며 귀의 울림은 괴이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태엽 감는 새의 `끼익 끼익` 태엽을 감는 소리를 들을 때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저의 독서 버릇 중의 하나는 그래서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끊임 없이 찾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오카다는 작가 하루키와 아주 유사한 것 같습니다. 그 눈을 가려 남자 친구를 죽게 만든 소녀 가사하라 메이가 주인공 오카다를 표현한 다음 문장과 같이

하루키는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열심히 싸우는 오카다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는 늘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무엇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듯이 행동해요.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거예요. 타인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p371 - 372, 2권 예언하는 새 편

 

물론,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태엽 감는 새나 우리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는 그 새의 울음소리에 비해

그런 오카다의 분투는 너무나 미약하게 보입니다. 또한, 풀리는 태엽을 거부할 수 없는 판에 박히고 초라한 우리 자신을 부정하기도 무척 힘듭니다.


"그들은 등의 태엽이 감긴 인형이 테이블에 놓여지듯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행위를 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향으로 끌려갔다.

그 새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하게 부서지고 많은 것을 빼앗겼다.

많은 사람들은 죽어 갔다. 그들은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 갔다."

p106, 4권 사람은 누구나 태엽 감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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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분명 저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는 불현듯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저항할 수 없는 '풀림'으로 좀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묘한 궁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태엽 감긴 장난감이 자기가 원할 때 멈추거나 방향을 틀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치명적인 나아감에 몹시 당황하고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 같은 바닥에서 또 더 아래를 발견하고 또 더 아래를 발견하다 마지막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을 느꼈을 때, 태엽 감는 새는 우리의 태엽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감고 나아가던 우리의 방향을 틀어준다. 우리가 그런 자비와 같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 - 문제의 해결 또한 자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운명의 신과 같은 태엽 감는 새에 의한 수동적 해결 - 도무지 해결책이라고는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망연자실의 벽 앞에서 끊임없이 밀쳐내고 손톱이 빠질 듯이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도 묵묵히.

하지만, 그 밀쳐냄과 헤쳐나감은 그 궁지가 불현듯 기묘하게 왔듯이 충분히 기묘하고 지금까지는 전혀 하지 않았던 방법들이이야한다.

오카다 마루가 마른 우물 바닥으로 스스로 내려가 단절된 어둠 속에서 - 우물 위의 작은 구멍으로 하루 중 단 한 순간만 해가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그 속에서 -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유하듯이 말이다.





















"그녀 부모의 반응은 무척이나 냉담했다. 마치 온 세상의 냉장고 문이 한꺼번에 열린 것 같았다."
p97, 1권 도둑까치 편

"그 옅은 어둠에는 옅은 어둠 나름의 어둠이 있었다."
p98, 2권 예언하는 새 편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 보이는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뭉크가 카프카의 소설을 위해 삽화를 그렸다면 그런 식이 되지 않았을까"
p102, 2권 예언하는 새 편

"결코 해파리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생명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다."
p300, 2권 예언하는 새 편

"`태엽 가는 새` 원래 이름은 모른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태엽 감는 새는 매일 그 근처 나무숲에 찾아와서 우리가 속해 있는 조용한 세계의 태엽을 감았다."
p14, 1권 도둑까치 편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
p119, 1권 도둑까치 편

"날 수 없는 새, 물이 없는 우물, 나는 생각했다. 출구가 없는 골목"
p132, 1권 도둑까치 편

"아저씨는 늘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무엇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듯이 행동해요.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거예요. 타인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p371 - 372, 2권 예언하는 새 편

"그들은 등의 태엽이 감긴 인형이 테이블에 놓여지듯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행위를 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향으로 끌려갔다.
그 새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하게 부서지고 많은 것을 빼앗겼다.
많은 사람들은 죽어 갔다. 그들은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 갔다."
p106, 4권 사람은 누구나 태엽 감는 새

"사물의 본질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론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분명 사람의 눈을 끌겠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의 대부분은 자질구레한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길과 같은 거에요. 머릴 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사물은 점점 일반화 되는 것입니다."
p88, 1권 도둑까치 편

"오카다 씨. 모퉁이를 하나 돌면요, 그런 장소가 분명 있어요. 거기에는 당신이 본 적도 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어요."
p262, 1권 도둑까치 편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은 지나가버린 후에 뒤돌아보는 것입니다."
p299, 1권 도둑까치 편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오. 그리고 아마 나는, 그 때 느꼈듯이, 그 빛 속에서 숨이 끊어져 죽어버렸어야 했던 것이오."
p399, 1권 도둑까치 편

"조수 간만과 같죠. 누구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어요.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p15, 2권 예언하는 새 편

"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p73, 2권 예언하는 새 편

"나는 지금 이렇게 우물 바닥에 있다."
p97, 2권 예언하는 새 편

"그리고 모든 것은 외부에서 와서 외부로 사라져가는 것이다. 나는, 나라는 인간이 그냥 지나가는 길에 불과한 것이다."
p181, 2권 예언하는 새 편

"내 그림자도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답니다"
"눈물의 그림자는 아무데나 있는 그냥 예사로운 그림자가 아니에요. 전혀 달라요.
그것은 어딘가 다른 먼 세계에서 우리의 마음을 위해서 특별히 오는 거랍니다.
아니, 어쩌면 그림자가 흘리고 있는 눈물이 진짜고, 내가 흘리고 있는 눈물이 그냥 그림자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어요."
p233 - 234, 4권 사람은 누구나 태엽 감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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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1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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