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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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레종데트르 (삶의 존재 증명)를 시도한 하루키의 대작.

하필이면 중간고사 때 새로운 게임이나 책, 음악, 놀이를 발견해서 세상에서 가장 수고스러운 사람으로 자기 체면을 걸어 그것들에 빠진 것처럼 두 권을 읽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인간 존재와 무의식에 대한 사유를 다룬 이 책에서 환타지 소설같아 책장은 잘도 넘어가는데, 나는 무슨 메시지를 얻어야하는지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먼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난 결말로 통독하듯이 그 메시지를 찾았다.


주인공은 현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영혼의 죽음을 대단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박사나 조직에 맞서거나 대항하지 않고, 박사의 손녀딸이 자신을 냉동시켜 해결 방법이 있을 때 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에도 순순히 응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삶의 정수 (매일을 특별한 날로, 당연한 것을 멋진 것으로 식의)를 조금 발견하며 보낸다.

이방인의 주인공이자 부조리 철학의 대표주자인 뫼르소가 이 책의 주인공이었다면, 자신이 대항해도 상황이 변치 않으니 이 책의 주인공처럼 무덤덤하게 자신의 운명을 수긍하겠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날카로운 행동을 했을 것 같다. 이방인에서처럼 꼭 누군가를 해변에서 쏘아죽이지 않더라도 주인공처럼 착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에 가깝게, 주인공 자신의 무의식에서 만든 "세계의 끝"에서는 지구 정도는 구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헐리우드 영화에 캐스팅 될 만큼 반전의 결단력 있게 적극적으로 선택해서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무의식속 자신의 그림자를 세계의 끝으로 탈출시켜가면서 말이다.


현실과 무의식 세계에서 주인공이 마주한 상황은 대등하지 않지만 유사한 곤경이다. 자신이 인지하는 현실에서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수긍하고, 무의식에서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이겨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키는 "인간은 무의식적으로는 두렵고 이겨내기 힘든 것들에 맞서지만, 결국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일까? 소크라테스의 "파이돈" 대화편에 나오는 "철학자" 정도는 되어야 불멸의 영혼을 인식하고 선행과 지혜를 추구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노예처럼 채찍을 일용할 양식으로 생각하며 끝도 없는 피라미드의 돌들을 만들고 날라야하는 것일까? 하루키가 42킬로 마라톤을 완주할 만큼 체력이 좋아진 1984년 8월부터 이 책을 썼다고하는데, 그는 그 체력의 육체 속에 영혼을 가두어버린 것일까?


방백처럼 질문들을 던졌지만, 연극을 골똘히 보고 있는 관객들은 그저 골똘히 앉아서 보고 있을 뿐이다. 그가 교묘하게 만들어버린 "열린 결말" 속에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책을 고민하면서 더 오래 기억하라고 이런 수법을 쓴 것 같아 얄밉기도 하다. -_-;


나의 의식은 자꾸만 이 책을 열린채 놔두고 책속의 흥미롭고 독립적인 내용들을 레퍼런스로 나중에 써먹고 지금은 메시지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고 종용한다. 심지어 이정도 사유를 했다면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한장 받을 수도 있다고 갈라진 혀로 재잘거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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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의식에게 한줄기 희망이 있다. 바로 "이쑤시개" 다.


더 정확하게는, 이 책에서 소개된 어떤 과학자가 생각해낸 "백과사전 막대"이다. 백과사전의 모든 문장을 숫자로 바꾼다. A는 01, B는 02 식으로.

그리고 그 것을 나란히 배열한 후에 맨 앞에 소수점을 찍는다. 그러면 거의 무한소수에 가까운 숫자가 만들어진다. 0.1732000631... 식으로, 그리고 그 이쑤시개의 길이를 "1"로 잡고, 백과사전이 만든 숫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점으로 찍는다. 0.5는 이쑤시개의 한 가운데라는 식으로. 그러면 아무리 두꺼운 백과사전이라도 이쑤시개에 간단히 표현된다. 물론 현대 그리고 꽤 먼 미래의 과학에서도 그렇게 초정밀한 점을 찍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이쑤시개는 현실 또는 시간에 해당하고 백과사전은 우리의 생각 또는 영혼에 해당한다. 이쑤시개가 1cm 이든 1km이든 상관 없이 아무리 페이지가 많은 백과사전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1초이든 백만년이든 상관 없이 인간의 생각과 영혼은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사). 슈퍼맨 정도는 되어야 현실에서의 1초를 백년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주인공은 박사님의 실험 덕으로 -_-; 현실에서는 멍하게 의식을 잃고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빠져 그렇게 영원히 살게된다.

글이 슈퍼맨을 넘어 "인셉션"으로 치닫고 있다. 이책의 열린 결말보다 더 열어져쳐질 것 같은 이 글을 닫아봐야겠다.


그러면, 도대체 히어로나 준히어로, 히어로의 친구의 친구도 아닌 우리들은 이쑤시개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또는 천운처럼 또는 정말 우연히 2권을 읽을 때,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공간마다 책을 배정하는 버릇이 있다. 집에서는 이책, 사무실에서는 저책, 밥먹을 때는 요책 식으로) 좀전에 거론한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후 영혼의 불멸에 대해서 긴 대화를 한다. 그의 3단을 넘어 9단 논법을 읽다보면 영혼 불멸을 지구는 둥글다 처럼 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고결한 철학자들에게만 가능한 일이지만.


.

.

.


그렇다면 하루키의 이 책을 통한 메시지는.


인간의 무의식은 어떠한 역경에도 정의롭고 강인하며 또 영원불멸한 것이고,

그 것은 인간의 구성요소이지만 현실의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지배받지 않는다.


라고 꽤나 그럴싸하게 결론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문이 덜 닫혀서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계속 불어 들어오는 것 같지만, 나의 의식은 여기서 갈무리를 하라고 한다. :)


마지막으로 책의 민줄들을 덧불여 본다.

"그림자가 다시 내게 달라붙는다고 해도 다시 떼어내질 뿐이다. 그리고 똑같은 일을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p62-63

"난 갈피를 못 잡을 때는 늘 새를 보곤 해." p69

"인간의 행위라는 것이 애당초부터 신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자발적인 것일까." p83

"시간이란 이쑤시개의 길이와도 같은 것이네. 그 안에 채워진 정보의 양과 이쑤시개의 길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네." p131

"인간은 시간을 확대해서 불사에 이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분해해서 불사에 이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p132

"순수한 구덩이" p197

"그러나 그래도 나는 방향타가 흰 보트처럼 반드시 똑같은 자지로 되돌아오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나 자신은 언제나 거기에 있으며, 내가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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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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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1949년생, 별난 이들이 많다는 와세다대에서 학생 운동을 하며 7년 만에 졸업, 1979년 문단에 데뷔,

1985년 이 책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권짜리 소설이다.

원서가 두권인지 제법 두터운 한권인지 알길은 있지만 별로 알고 싶지는 않은 어쨌든 긴 소설이다.



원래 목적지는 1994년작 "태엽 감는 새"였다.

하루키를 좋아하고 그의 천재성과 위대함을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할 준비는 되어있지만,

태엽 감는 새가 하버드 북 스토어 Top5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는 그가 새롭게 보였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려했는데, 하필이면 총 4권중 세번째 책만 중고로 구입한 상태라서

책장에서 뒹굴고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을 읽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와 이문열에 이어 참 좋아하는 작가고 그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드보일드"와 "원더랜드"가 들어간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드보일드" -_-; 많이 끓었다는 뜻인가? 나의 무지함으로는 해석이 안되어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보았다.


문학에서의 "하드보일드"

1930년대 전후 미국 문학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 주의기법으로, 원래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문학적 용어로는 "비정", "냉혹" 이라는 말로,

극한 폭력적인 것들을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거나

사회적,윤리적, 도덕적인 것들을 전면 배제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하드보일드"가 제목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하루키 그의 묘사, 서술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만큼 적절한 말도 찾기 힘든 것 같다.

"화가나 소설가들이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라고 말한다면,

하루키는 자기가 보고 싶은데로 본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키가 와세다대 영화과이니 "하드보일드"의 영화쪽도 살펴보면,

문학에서의 그것과 거의 같은 의미이고 주로 냉혹한 누아르 장르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드보일드"의 문학적 영화적 의미는 알겠는데,

"하드보일드"가 제목에 자리 잡고 있으니 머리속이 다시 흐트러진다.

"딱딱하고 가열되고 냉혹한" 정도의 수식어로 생각하고 다음 단어로 넘어가본다.



"원더랜드"

말 그대로 동화의 나라다.

1권을 읽고 2권의 중반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 원더랜드가 "동화의 나라"다라는 뜻을 가진 것이 참 혼란스럽다.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세계와 일각수 (유니콘)가 있는 동화속 같은 세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일각수가 있는 동화속 같은 세계가 책에서는 "세계의 끝"으로 불리운다.

그래서 자석요를 사듯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현실의 세계로 생각했는데, 그 뜻이 "딱딱한 동화의 나라"라는 뜻이니

나는 이름도 성도 모른채 누군가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미안함과 (그래야할 이유는 없지만) 부끄러움이 든다.



...

...

잠시 내가 왜 이렇게 제목이 연연해할까라고 생각하다,

갑자기, "상실의 시대" 원제가 "노르웨이 숲"이라는 것이 생각났고,

(이 책은 "일각수의 꿈"으로 예전에 번역되었다고 한다. -_-)

지금 내가 작가가 짓지도 않고 한국 출판사에 의해 그럴듯하게 탄생한 제목에 목을 매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일본어는 모르니)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영어 제목이 "Hard-Boiled Wonderland and the End of the World" 이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작가의 것이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

...


이 책에서 하루키 그가 그려내고 있는

인간의 "마음" "기억" "존재"의 의미를 따라가다보니

2권의 중반을 읽고 있는 이 지점에서 제목에 눈이 많이 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났을 때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듯이,

그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미리 알아내려고 제목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다.


 

곧 2권을 마저 읽고 나면

덜 두서 없이 정리해보고 싶다.



하루키 맛이 가득한 그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들을 마지막으로 덧붙여 본다.



"마치 비늘 랩에 싸여 냉장고 안에 던져진 채 문이 닫힌 생선과 같은 서늘한 무력감이 나를 엄습했다." p42

"공기는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곳에 버려져 있었던 것처럼 혼탁했다." p72

"아무도 내게 볼일이 없는 듯했다. 괜찮다. 나 역시 어느 누구에게도 볼일이 없다." p119

"그것도 아무리 오랫동안 들여다 보아도 뒤돌아서면 어떤 얼굴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그런 타입의 미녀다. 이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아름다움이 존재하다." p231

"`하지만`도, `만약`도, `그러나`도, `그래도`도 없이 파괴는 한순간에 완전히 끝나고 김빠진 침묵이 주위를 뒤덮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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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생각수업 -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1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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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 (고유명사에 특히 약한 몹쓸 내 머리는 절대 기억해내지 못할 이름)는


학교와 기관의 고유 명사를 외울 필요가 없는 "세계 최고의 대학", "세계 최고의 고등 교육 기관", "세계 최대의 투자 회사", "세계 최고의 교수진", 세계 최고의 ~~~ 를 잔뜩 달고 다닌


중국이나 몽고 (기분은 나쁠 수 있겠지만) 일본 또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한국이

역사의 어느 때 전세계를 휘어 잡아 지금까지 유지했더라면 (돈으로든 칼로든 아니면 문화로든), 근대와 현대에

그 지식과 사상, 문화가 이 지경까지 폄하 받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동.양.인이다.


그 동양인 중에서도 일본인이다.



책 저자의 국적을 저렇게 길게 쓴 이유는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다름'에 대해서 특히 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 일어나는 그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덜 파괴적으로 완화시키고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 얼마전 EBS에서 만든 "동과서"라는 다큐멘터리를 한 번 보고 책을 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마사히로는

"나는 도시의 높은 빌딩 숲과 땅밑의 거대한 지하철이 멋지고 부럽다고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

우리 시골도 충분히 아름답다,

단지 높은 빌딩은 땅의 면적을 최적화해서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고, 여러 시설들이 함께 있어

도시의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효율적인 것 같다.

나는 도시가 좋다 시골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단지...

...

...

...

"

이라고 말하는 4년 정도 지낸 도시 생활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골에서 보냈고 보낼 사람처럼 동양과 서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



<Annenberg Hall, Harvard College>

 

책을 읽는 동안 얼굴이 화끈 거릴 만큼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많이 느끼고, 읽어봐야겠다고 참고되는 철학가와 학자들의 책들을 수도 없이 노트했고, 몇몇 장들은 너무 감명 깊어 몇번이나 다시 읽고 지인에게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이야기해댔는데, 나는 왜 이 후기의 시작을 이렇게나 "깍아내리기"로 시작했을까?




동양과 서양의 "다름"에서 출발해서


지식과 세상의 모든 정보를 위태롭게 쌓기에 바쁜 작금의 동양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서 시작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그것 자체가 무엇인지에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형이상학적인 사상에 대한 질문에까지 온통 질문을 던지고 깊은 사고를 하는 서양의 비교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가와 경제학자들의

상아탑 꼭대기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고결하리만큼 느껴지는 이론들


그 모든 것에 너무 흠뻑젖고 감명받아 때아닌 비판적 책 읽기가 극으로 발동해서 나의 비판적 후기가 (그래봤자 나또한 시골사람처럼 도시를 찬양하는) 시작 된 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 "예술" 편에서는 (다른 독자들도 그랬겠지만) 아래 그림이 내 머릿속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누구도 찾지 않은 산속에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을 것 같은 동굴에서 혼자만의 비서를 찾은 것처럼

마사히로가 인문학을 책의 마지막에 들고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는 이미 온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최고/최신/절대의 영향을 주고 있으니말이다.


마사히로는 경제장 후반부에서도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점점 거대해져 사회주의 정부처럼 막강해져 종말에 가까워지는 시스템을 타계할 방법 중 하나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거론했다.

기술의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나타나고, 이 것은 기존에 주름잡던 거대해지고 있는 기업들을 파괴해서 기업의 절대 정부화를 막는 창조적 파괴를 거론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애플"이 창조한 단어처럼 된 이노베이션 을 또 유행처럼 다룬 것이다 :)



마지막 장에서

다름을 초월해서 우리 모두 "교양" (특히 인문학)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답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질문들을 던지고 맺는다.




그리고 내 머리속에 경종을 울려준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과학기술과 예술"에 대한 아래의 주장을 소개해주었다.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을 편하고 빨리할 수 있게 된 우리가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더 가치있게 쓰지 못하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예전에 시간을 통해서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랜시간 동안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불편하게 먼 곳을 애써가서 공연을 봐야한다.




:)

하버드의 생각수업이 하버드나 옥스퍼드 등의 수업방식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

시골에서 상경한 (똑똑한) 한 사람의 견문.감상록 같은 이 책은 그 자체만을 읽는 것도 충분히 자극적이고,

책에서 거론된 철학자와 학자들의 책을 찾아 읽어 보는 지도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도 그것을 바란다).




책을 읽어줄 때 큰애가 던지는 질문에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질문 자체도 존중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큰애의 질문에 이어 질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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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을 읽어보니 이 책 읽고나면 또 장바구니에 책이 잔뜩 쌓이겠군요^^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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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브람 스토커가 만들어낸 드라큘라로 유명해진 트란실바니아.


그 곳의 어느 집시 여인에게서 태어나

베이루트의 상류층 가정으로 입양되었다가

레바논 내전으로 영국으로 이주해서 살게된

"평범"이라는 수식어는 다소 어색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마녀"라는 중세 암흑기의 컴컴함이 책을 선뜻 펼치지 못하게 했지만,

코엘료라는 영혼의 보증수표로 일단 읽고 봤다.


지금 이 후기 비슷한 것을 쓰는 순간에도

책 제목이 프로벨로인지 포르토벨로인지 헷갈린다.



왜 코엘료는 영국의 많은 지명 중에 "포르토벨로"에 주인공 아테나를 살게 설정하고

그 동네를 이야기의 발상지로 선택했을까라는 쓸데 없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무지함을 위로해주는 구글이 첫 검색 페이지에 보여준 것은

저 사진이 있는

1,000개 이상의 가게가 밀집한 세계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인 포르토벨로 시장 사이트였다.



"포르토벨로의 마녀"가 그리스의 남신 이전의 여신까지 거슬러 올라가 거론하며,

전통 춤이며 서체, 게다가 접신까지 하는 것을 보면

저 골동품 시장이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3인칭 다 (여러 명) 관찰자 시점은 이 책의 시작을

진흙탕에 빠진 후륜자동차를 빼내야하는 것처럼

귀찮고 짜증나게했다.

그리고 초반부 시간의 순서가 보이지 않는 전개는,

그 흐름을 맞추기 위해서는 각 섹션을 찢어서 다시 조판해야하나라는 두려움이 들 만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영혼의 보증수표는

"읽음"에 대한 동기부여를 계속 해주었고 이렇게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머리를 막 감고 아주 푹신한 베개에서 9시간정도 정신 없이 자고 일어난 사람의

(웬만한 드라이나 빗질로는 수습이 안되는, 그래서 결국 다시 감는)

알수 없는 방향으로 굵게  헝클어진 머리처럼

마음과 머릿속이 카오스 상태가 되어버렸다.



새기고 싶은 많은 말들로 인해

꽤 많은 페이지의 위 아래가 두서 없이 접혀졌지만,

책이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정확하게는 마음에 와닿게) 찾지 못한 불안함은

끝내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와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대화를 하다 갑자기 난,

중세 사악한 주술과 세치혀로 사람들을 현혹해 화형에 처해져야한다는 마녀가 아닌,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Liviathan)의 거대한 괴물 같은 정부처럼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야하는 남신이 아닌,

무한하고 지혜로운 사랑으로 가득한 여신의 존재를 인지한 것만으로

삶의 복잡한 여러 층 너머의 진리를 보는 통찰력을 가진 마녀처럼


아이와 함께 잠시 명상을 했다.



(다들 그렇듯이)

처음엔 웃기고 이상해하며 (조금 긴장하며) 웃던 아이가

잰다는 것이 의미 없어진 시간이 지난 후

그 조그마한 입에서

깨우침의 진리들을 말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나는 책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던

포르토벨로의 마녀가

(위대한 마법사의) 진귀한 스펠북인냥 처다보았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공간만 존재하기에 나는 현재형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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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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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우구적 우구적 먹으며

건강 따위는 잠시 옆에 제쳐놓고 (제로가 절대아닌) 콜라를 쪽쪽 빨며


친구처럼 만난 이혼 위기의 초등 동창 남자가,

지적이고 고상한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 지위는 다르지만

같은 시간만큼을 살아온 두 여인으로서 이제 막 친해지려는 멋진 그 여자분의 남편이었다는

말도 안되는 우연이 난무하고,

중고차로 산 겨우 굴러갈 것 같은 차가 갑자기 말을하며 지구를 지키는 로봇으로 변하는 황당함이 가득하며,

공장 하나에서 생산한 총알 정도는 모조리 다 쏴야 탄창을 바꾸는

그리고 그 공장 열개 만큼에서 생산하고 비수기에 모아둔 총알까지 다 쏟아져야

팔 하나에 총상을 입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책이에요.

-_-;

재미있는 소설책이라는 뜻이죠. :)


책을 집어 든 순간부터 이런식의 (참 뻔한) 사진으로 후기를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했었어요 :)

요즘 큰 애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부르는 "코카콜라 맛있었어~ 맛있는 건 ~" 이라는 유치한 음악과 거의 동급임을 알면서도

이미 SD카드에서 사진을 옮겨 편집을하고 있었네요.




400페이지까지는 시속 400KM의 광속으로 읽다,

남은 100페이지는 때 아닌 (약간의 실망과 함께)

"제발 제한 속도만큼이라도 달릴 수 있게해줘"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정체를 만났지만

그래도 주말나들이를 하고 온 것 같이 재미있게 책을 읽었답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새로나온 등장인물은

여러분이 지구의 온난화를 걱정해서 곧 어떤 캠페인을 벌일만큼 심각하지 않다면

웃음선을 가득 자극시켜줘요.



예를들면,

주인공 100세 할배 알란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니 와얀 락스미" (이게 이름이라네요)는

용모는 예뻤지만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 지참금이 없고 게다가

지능이 코드크 (발리어로 개구리, 이 여자는 발리의 호텔 웨이트리스였어요) 수준이어서 결혼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진작 그녀를 걱정해서 15살이 될 때 생일 선물로

외국어 교본을 선물해줬어요.

외국어 하나를 잘 한다면 그녀의 티미한 미래가 좀 더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믹지였기 때문에 더 필요했을 거에요.

그래서 그녀는 4년 동안 열심히 그 교본과 씨름을 해서 언어를 익혔는데,

어느날 집에 네덜란드 손님이와서

갈고 딱은 그녀의 네덜란드 언어를 발휘하려 했죠.

.

.

.

.

그런데 -_-;

그녀가 손에 들었던 그 책은

독.일.어

교본이었답니다.




아,

이 예가 적절하게 웃음선을 건드리지 못했다고 실망하지는 마세요.

등장인물이 꽤 많고

100세할배가 돌아다닌 곳이 전세계적이어서 에피소드가 정말 많답니다.



등장인물이야기가 나와서

근질근질한 입을 조금만 더 열면,

-_-; 알란이 "니 와얀 락스미"를 발리에서 만나게된 것은 아래와 같아요.


스탈린에게 초청되어 멋진 만찬을 하다~ (이런 황당무개한 설정이 그럴싸한 인과관계로 가능해요 이책에서는)

동요하나를 잘못 불러

블라디보스토크 굴라그에서 5년 3주동안 강제 노역을하다

우연히 같이 노역을하게 된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의 이복동생 헤르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굴라그를 탈출하고 (블라디보스토크는 화재로 통째로 날려버려요 -__- 콜라한잔 더~)

북한으로 건너가 (북한이 나와서 또 콜라 한잔 더)

김정일 (당시 꼬맹이)을 만나고 김일성도 만났는데,

거기서 도주 중 차와 제복을 훔쳤던 메레츠코프 원수가 화가나서 알란을 잡으러 김일성을 만난자리에 나타나 목숨이 위태해진답니다.


이 때 (정말 엄청난 등장인물과 엮이는 스토리...)

해리 트루먼 (이쯤 되면 예상되는 그 트루먼 대통령 맞습니다요)의 부탁으로

중국에서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을 돕던 중

쑹메이링의 폭정에 진절머리가나 그 때 포로였던 "아밍"을 구출해서 쑹메이링을 떠났는데

그 때 구출해준 아밍이 마오쩌둥의 아내였어요! 


이 순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데 책의 1/4이상의 스토리가 거론되었네요 ㅎㅎ

아무튼 그래서

곧 죽을 운명이었던 알란이 최고의 손님이 되어

마오쩌둥과 김일성, 메레츠코프 원수가 토의한 끝에 알란의 선물로

엄청난 돈과 함께 발리로 보내진 것이랍니다. (머 이런식의 책이에요 ㅜㅜ)



저자의 첫 책인데도 불구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백만이 이 책을 읽어버렸고

전 세계적으로 5백만부가 팔렸답니다.

그리고 영화도 나오고




요나스 요나손

15년간 기자 (이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 중엔 기자 출신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생활 후

세운 미디어 회사가 직원 100명을 고용할 만큼 커졌는데

고질적인 허리 통증과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2007년 스위스 티치노로로 이주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책은

알란이 요양원에서 100세 생일 때 창문을 넘어 도망친 이후부터의 이야기와

알란의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방식으로 전개되어 마지막 장에서 만나게 된답니다.


한 번에 두개의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요 :)


-_-;

물론 2명의 갱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해도) 죽고,

알란의 100세 인생동안

알란에 의해서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이게되는 것을 제하고도

알란의 전공인 폭파로 직접적인 거론은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답니다. 

실수로 폭발이 너무 커져서 수십척의 군 수송선들이 모두 폭파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전체가 불다가 되었다면 아주 많은 사상자가 났겠죠?


노벨이 살아서 요나스가 집필할 때 옆에서 교정을 봐줬다면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 수정되었을 것만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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