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때아니게 책 읽을 즐거운 시간이 많이 주어졌었습니다.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문학동네, 김영남













새해 첫날부터 읽기 시작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ㅎㅎ. 독일에선 친구들의 생일에 '너의 남은 첫날을 살게 된 것을 축하해~'라고 한다네요. 그것처럼 새해 첫날부터 '죽음'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새끼를 낳고 죽어라'와 같은 촌철살인 같은 말들. 엄청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유쾌 발랄하게 우리의 삶과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 이 책을 쓸 때는 살아 계셨고, 출간되고 얼마 후 90여세의 나이로 별세 하셨고 80여세까지인가 운동장을 몇십바퀴씩 돌으셨다네요 -, 자신, 사랑하는 딸의 삼대의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클레망 셰루, 시공사, 정승원














'결정적 순간'을 남긴 위대한 사진작가.

두 눈을 모두 뜨고 사진을 찍는 작가.

그 시절엔 뷰파인더를 보고 찍는 필름 카메라만 있었지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다른 눈도 뜨고 있었다지요. 그의 사진집들이 고가인데 비해 이 책은 아주 작고 얇지만 그의 사진과 삶에 대해서 가성 좋게 서사하고 있습니다.




1984

조지 오웰, 문학동네, 김기혁














1949년에 발표한 1984년에 대한 미래의 이야기. 미얀마에서의 대영제국 경찰 생활, 스페인 내전의 참가 경험등을 통해 '전체주의'를 피부로 경험한 그가 전체주의로 물든 회색빛 미래를 그린 책. 1984의 년도만 우리의 미래로 바꾼다고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어마무시한 책. 인간의 집단이 어디까지 인간을 쇠뇌 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고통과 공포를 줄 수 있는지 오싹하게 그렸습니다.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열린책들, 최애리














울프의 '의식의 흐름' 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책. 반페이를 훌쩍 넘어가는 문장들 속에서, 수 없는 갈래와 끝도 없는 심연이 자아내는 '의식'을 서사한 등대로. 인식을 하는 뇌를 그의 소설에 온전히 담가놓은 듯한 느낌.




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산책














상대방에게 말과 몸으로 표현된 '마음'이 알고보니 나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가끔은 또 자주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이 행동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김소연 시인의 이 사전을 끄덕끄덕 읽었습니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김연수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하죠. 알콜중독, 아내와의 별거, 치료, 재기. 미국의 체호프라는 레이먼드 카버의 카프카적 단편은 그렇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를 빵집 주인에게 돌린 부모에게 그 빵집 주인은 갓 구운 롤빵을 건넸습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잠수 한계 시간

율리 체, 민음사, 남정애














독일을 벗어나 세상의 끝 너머에 있는 듯한 스페인의 어느 섬 라호라에서 잠수 강습을 하는 피들러.

그는 말 그대로 세상을 등지고 '잠수'를 했지만, 그것에는 한계 시간이 있었습니다. 물속에서 생긴 문제는 물속에서 풀어야 한다. 수심 몇십 미터에서 수면으로 도망칠 순 없는 노릇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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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10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정적인 순간..딱 띄었어요..^^..

초딩 2016-02-10 10:37   좋아요 1 | URL
진짜 가성 좋고 딱 이더라구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방랑 2016-02-1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월의 출발이 좋네요!
저는 아직 많이 읽지 못했는데 설이 지났으니 더욱 분발해야겠습니다

초딩 2016-02-11 18:48   좋아요 0 | URL
방랑님 페이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잠수 한계 시간 민음사 모던 클래식 68
율리 체 지음, 남정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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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법학자이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율리 체의 작품. 독일을 벗어나 세상의 끝 너머에 있는 듯한 스페인의 어느 섬 라호라에서 잠수 강습을 하는 피들러. 그는 말 그대로 세상을 등지고 `잠수`를 했지만, 그것에는 한계 시간이 있었습니다. 물속에서 생긴 문제는 물속에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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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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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순수하게 한 인간의 처연하다 못해 처절한 `굶주림`을 서사한 책이다. 그 외에는 없다. 이것은 관찰해서 쓸만 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 조국 노르웨이에 두번째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크누트 함순 자신의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길 위의 대팻밥을 주워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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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p73, 태엽 감는 새 2

마미야 중위가 오카다에게 보낸 편지이다. 전쟁 중 외몽골 병사들에 의해 몽골의 평원 한가운데 우물 바닥에 버려졌을 때, 그가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오카다도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 하루에 한 번 해와 우물과 자신이 일직선이 될 때 비치는 빛을 본다. 마이야 중위가 그 짧은 기간 - 기회 - 을 놓쳐버리고 보낸 40년 무상한 세월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듯이, 그것을 인정하고 재확인하려는 듯이, 도대체 모를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는 듯이 찾았다는 듯이.

우리는 신도 아니고, 궤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해도 아니고, 네발이 달려 해를 쫓아다닐 수 있는 우물도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우물 바닥으로 기어 내려가 그 빛을 한 번 볼 수 있는 인생이 주어져 있다. 작은 우물의 원을 통해 해를 볼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 뿐이라 해도.

빛이 들어오기 전이든, 빛이 지나가 버렸든, 심지어 빛이 그렇게 비칠 때든, 뭘 좀 먹어야겠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속 단편처럼 뭘 좀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미야 중위도 오카다도 말하지 않았다. 내일 또 빛이 그렇게 들 것이라고. 어제 들었던 그 빛이. 그리고 난 어두운 것도 좋아한다. 빛을 추억하며 말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p73, 태엽 감는 새 2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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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6-01-28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와 레이몬드 카버의 글을 읽어서인지. ㅎ

초딩 2016-01-28 17: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넵. 빵이 먹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점심도 빵 먹었는데. 그래두요. 저녁 맛 있게 드세요~

물고기자리 2016-01-28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우물을 접할 때마다 전 실망스럽고 슬퍼지는 것이 아니라 되려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ㅎ 열심히 살라는 말보다 카버의 롤빵에 더 힘이 나는 것 같고요^^

누룽지를 끓여 먹으며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누룽지보단 초딩 님의 글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아요ㅎ 맛있는 저녁 드세요:)

초딩 2016-01-28 17:39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의 말씀에 너무너무 감사함을 느낍니다. 구수한 누룽지의 온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네여.

살리미 2016-01-29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을 때는 저 롤빵이 어떤 위안을 주는 건지 크게 실감하진 못했어요. 좀 어른이 되고나서 (?) 사실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에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정말 엄청 다른 의미로, 그런 작은 위안이 정말 커다랗게 다가오더라고요. 책이 나에게 손 내밀때가 분명 있나봐요.

초딩 2016-01-29 01:05   좋아요 1 | URL
:) 우리 인간이 `생명체` 라는 것을 증거해주는 - 좀 쉬고 먹어야 모든 것들이 좋아지는 - 것이 요즘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게.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서도 송곳처럼 이야기하고,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도 노동을 통해 정신의 맑아짐을 전하고 구요. `롤빵`을 건너주는 빵집 주인의 말들에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그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 싶더라구요. `위장`하지 않아도 될 곳을 찾은 것처럼요 ^^
 


눈이 옵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은 눈으로는 잘 보이는데, 막상 아이폰 카메라로 담으니 잘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이렇게 이미 떨어져 버린 눈을 담았습니다.




인생은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생 뭐 있어?" 라고도 하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인생 뭐 없어." 라고도 하네요.

















김소연의 '마음사전'

그래도 "이런 사전 일부를 좀 미리 봤더라면..." 이라고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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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6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 금요일에도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곳인 대구는 눈발 한 번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요. 2010년대에 들어와서 딱 한 번 크게 내린 적은 있습니다.

초딩 2016-01-26 16:55   좋아요 0 | URL
cyrus 님 계신 대구 헌책방 한 번 놀러가고 싶네요 :-)

cyrus 2016-01-26 17:37   좋아요 1 | URL
나중에 제가 대구 헌책방 정보를 정리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