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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2015년이 하루라는 물리적 시간이 남았지만 이 책이 올해 읽은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죄와 벌을 두권 읽고 안나 카레니나를 세권 읽었더니 이제 책은 기본적으로 몇권으로 구성되어야만 할 것 같다. -_-; 특히 겨울에는.
투르게네프가 말했듯이 시간이 빨리 가는지 느리게 가는지 모를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한다. 과연 우리 인간이 불로 불사에 아무런 걱정과 고민거리가 없다면 사유를 할까? 문학을 접할까? 그렇지 않음에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를 내 던지는 안나 카레니나는 문동의 세계 문학 전집 그 선두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과 사유의 주위에 있는 브론스키와 안나 그리고 레빈과 키티의 사랑 싸움과 갈등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연인과 부부에게 사랑에 관한 필독서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본다 :)
나의 노트
1. p382
브론스키는 사랑과 자신의 생활을 잘 조율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 그에게 안나는 '변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며 갈등하고 싸우게 되는 상황을 브론스키는 이해할 수 없어한다. 브론스키가 안정기 이전처럼 성실히 애타게 사랑해주길 바란다. 안나는.
'사랑'에서 '안정기'가 존재하기는 -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 어려운 것이다. 브론스키는 만족스러운 조율로 만들어진 '안정기'라는 가면으로 '권태'를 덮으려고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나는 그것을 알고 브론스키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일으킨다.
2. p383
'그', '그녀'가 지나치게 어지럽다. 문장에서.
그 대명사를 고유명사로 모두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은 좀 더 다듬어서 그 어지러움을 줄였으면 좋겠다. 좀 더 톨스토이의 묘사에 경쾌하게 집중할 수 있게.
3. p470
안나는 극단적으로 자살했고, 레빈은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로 고민하고 있다.
무엇때문에 살 것인가, 어떻게.
무었때문에 죽을 것인가. 어떻게.
레빈과 안나가 두 문장에 녹아 있다.
4. p485
레빈은 인생에 대한 자신의 질문을 많은 사람들처럼 종교에서 찾아가고 있다.
'이웃을 돕는 것'은 이성이 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성은 무신앙의 근원 에너지이다.
지금 '종교'로 귀결되는가? 안나는?
그러면 정말 소극적으로밖에는 올바르게 행동할 수가 없는 것일까? p83
행위가 없는 신앙은 죽은 것이니까요. p362
그러자 불안과 기만과 비애와 사악으로 가득 찬 책을 그녀에게 읽게 해주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확 타올라 지금까지 어둠에 싸여 있던 일체의 것을 그녀에게 비추어 보이고는 파지직, 소시를 내고 어두워지다가 이윽고 영원히 꺼져버렸다. p428 7부 마지막, 안나가 자살하고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온 것인가,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살아갈 수도 없다. 무한한 시간, 무한한 물질, 무한한 공간 속에 물거품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가 창조된다. 그리고 물거품은 잠시 동안 견디다가 이윽고 터져버린다. 그 물거품이 바로 나인 것이다. p469 8부 레빈의 고뇌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p470
만약 선이 원인을 갖는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다. 만약 선이 결과를, 보수를 갖는다면 그것도 역시 선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선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 밖에 있는 것이다. p481-482
나는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지 이성으로는 알지 못하면서도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p52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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