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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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하건대 2권이 가장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 될 것 같다.


죄와벌을 읽고 나서인지 톨스토이의 사건 전개는 무척 빠르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장이 끝날 때 마다 두터운 남은 페이지와 다음 권들을 보며 톨스토이는 무엇으로 그것들을 채워나갈 것인지 그의 동료처럼 걱정되었다. 저 페이지들을 어떻게 다 읽지라는 걱정과 함께 말이다.

1권에서 뿌려 놓은 씨앗들이 2권에서 - 아직 2권만큼 그리고 1권보다 더 두꺼운 3권이 남아있는데도 - 결실을 맺기시작한다. 2권의 중반이 되기도 전에 절정을 지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1권에서 제기되었던 러시아의 이 대문호가 내정한 주인공이 안나와 브론스키가 아니고 키티와 레빈이라는 의문이 2권에서는 확답을 얻은 것 같을 정도로 '레빈'에 대한 내/외적 서사와 그를 둘러싼 전개가 드라마적 요소를 잔뜩 품은 채 진행된다.

찔끔찔끔 거론되었던 1800년대 후반의 변화된 농업과 농민에 대한 고찰이 속 시원한 장대 장맛비처럼 몇장에 걸쳐서 레빈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가페적 사랑부터 자책적 사랑 알콩달콩 질투, 시기 가득한 사랑, 달콤한 사랑의 결실까지 온갖 사랑 또한 레빈과 키티를 통해서 다루어진다.

플라톤의 대화편보다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대화'가 레빈과 그의 이복형 세르게이 사이에서 벌어진다. 아주 송곳같이.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그 죽음마저도 레빈의 형 니콜라이가 죽음으로써 결국 또 레빈에 의해서 다루어진다.


레빈, 레빈, 레빈으로 가득한 2권에서 그 얼마 남지 않은 부분마저도 백마를 타고 나타나, 자신의 성장 과정과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20살 연하의 아내를 둔, 일과 자기의 체면밖에 모르는 찌질하고 밴댕이 속을 가진 알렉세이 - 안나의 남편 -의 대변신으로 채워진다. 인기투표에서 동순으로 맨 아래에 있던 그가 레빈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최고의 남자'가 된다.

물론, 알렉세이의 그 성스로운 변신에 브론스키와 여행을 떠난 안나는 더욱 저열하게만 보일 뿐이다.


톨스토이 자신을 무척이나 이입시킨 레빈을 살펴보며 내가 지금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2권을 지나 3권에 몰두해 읽고 있다. 소설책이 이것이 처음이고 유일한 것처럼.

그에게 말이란 눈으로 본 것으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이었다. p16

육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내 성질은 아주 못쓰게 돼버린다. p29

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p84

자기가 아무리 애써보아도 결국엔 자기 자신보다 강해질 수는 없으리라는 것 p115

만약 그가 이 소식을 들음과 동시에 단호하고 열렬하게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면, 그녀는 아들을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났을 것이다. p156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농민이 가난하게 되는 원인 그 자체에 있지 않은가 말이야. p200

교육이 민중의 복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지야말로 교육의 발달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증명하면서 사회의식의 발전에 대하여 쓰고 있다. p200

불행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 p250

결과를 바라는 자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p263

당,그,일,잊,수,있,그,용,수,있.
당신이 그때의 일을 잊어주실 수 있다면, 그리고 용서해주실 수 있다면.
p319


나는 다만 하느님이 용서의 행복을 내게서 빼앗아가지 않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p350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일어나서 간신히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젖먹이 옆으로 다가갔다. p362

자기가 무엇을 보고 그를 사랑하는지 그 이유까지도 설명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가 사랑해줄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그가 사랑하는 것이 모두 훌륭한 것뿐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410

당신의 그리스도는 신인이 아니고 인신이라는 겁니다. p464

그러나 불만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그 불만의 원인에 대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그중에서도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p486

고통은 일정한 속도로 그 도를 더하면서 착착 자기의 일을 행하여 그를 죽음으로 이끌고 갔다. p518

아버지와 교사가 자기들의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물은 이미 오래 전에 새어나가 다른 수로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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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2015-12-21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에야 완독했습니다. 갈수록 흥미가 생기는 책이네요 비록 정말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없었지만요.. 혹시 스포가 될까봐 나중에 다 읽으시면 보세요~^^

초딩 2015-12-21 23:57   좋아요 0 | URL
3권 중반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인물이 많이 나와 백년의 고독 가계도가 그립습니다 ㅎㅎㅎ

방랑 2015-12-22 00:01   좋아요 1 | URL
러시아 소설은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정말 헷갈려요. 애칭으로도 부르고 알렉세이가 몇 명 나오기도 하죠.. 한 인물이 두 세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5-12-2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방랑님과 초딩님이 같은 날에,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책에 대한 글을 읽어보게 되는군요. 그런데 저는 아직 이 유명한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방랑 2015-12-21 22:03   좋아요 1 | URL
러시아 문학은 겨울에 읽으면 딱이지 않을까 싶어서 아껴두었다가 읽었습니다ㅎㅎ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여기저기 나오더군요,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영화에서도요.

초딩 2015-12-21 23:58   좋아요 0 | URL
제가 시작할 때 즈음에 방랑님이 읽고 계셔서 깜짝 놀랍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읽다보니 문동 세계문학 첫권임도 알았습니다. :-)

AgalmA 2015-12-22 23:28   좋아요 0 | URL
저도 신기... 약속이나 한 듯이 그러셔서ㅎㅎ
두 분이 <안나 카레니나> 뿜뿌 제대로;;
 
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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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인 안나와 브론스키보다 키티와 레빈 그중에서도 레빈에게서 가장 순.수.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된다. 마치 이 두터운 책의 의도된 주인공처럼.  무의식까지 뿌리내린 감정을 덮기 위해 당장 둘러싼 현실에 몰입하지만, 단 한 순간에 무의식의 감정이 시험공부 중 외도한 취미 활동 - 평소 잘하지 않는- 을 일갈하듯이 키티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한 레빈에게서 어린아이 같다는 연민도 느끼게 한다.

안나, 브론스키, 알렉세이 (안나 남편), 오블론스키 (안나의 오빠), 돌리 (오블론스키의 아내이고 키티의 언니) 등 수 많은 인물들은 한쪽 극의 첨단에 점철되어진 인물들이다. 또는 그 극으로 잘못 치우친 그래서 비극과 갈등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에게서 아직은 어느 한쪽 꼭지에도 덜 물들은 키티와 레빈에게 우리는 주인공다움을 애써 느낄지도 모른다. 특히 이미 백지장에 그림과 낙서가 많이 그려진 사람들은.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의 그 첫 번째 책으로 삼은 안나 카레니나 1,2,3. 1800년대 후반의 급변하고 있는 러시아 사회에서 - 1800이란 숫자는 2015년이든 2020년이든 어떤 것으로도 바뀔 수 있는 - 그려지는 인물들에서, 나를 또 누군가를 대입시켜보기도 하고 아직은 백지장 같은 레빈과 키티를 동경도 해가며 나는 2권을 읽고 있다. 톨스토이라는 대문호가 자신을 실험해가며 쓴 이 역작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찾고 싶지 않지만 레빈처럼 그것을 덮을 수도 없다.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아주겠다. p7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p11

우리에겐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권리가 없어...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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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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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덕으로 모두가 사진작가가 된 세상에 꼭 읽어볼 만한 책.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사상가에게 끊임없이 레퍼런스되는 뭘 좀 아는 세계적인 사상가의 비문이 셔터를 누르는 손과 사진을 보는 눈을 파르르 떨게 만들어줍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칼날 같은 사유의 절정에 푹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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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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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의 인간이 창조한 괴물이나 로봇이 제재가 된 소설, 영화 등에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창조주와 - 어리석은 인간을 말할 때가 많은 - 피조물과의 갈등 그리고 작품 전체에서 던지고 싶은 철학적 메시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프랑켄슈타인'.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인 줄 알았다. 특히 역사각형의 넓은 이마와 - 그래서 덜 지적이고 잔인함이 느껴지는 이마 - 용도를 알 수 없는 양쪽의 그로테스크한 나사못 그리고 사람이라면 참을 수 없었을 것 같은 크게 꿰맨 자국이 괴물이 남겨준 강한 인상이었다.


무심결에 넘겨본 첫 페이지는 영화에서 자극적으로 포장된 괴물의 인상을 일갈해버렸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p5, 페이지 번호가 없던 최초의 페이지들 중에서


그리고 곧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고 그것을 만든 영특한 과학자였음을, 그리고 괴물은 넓은 이마도 나사못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흑발은 출렁거렸고,"

p72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난과 낭만으로 가득한 유랑생활을 한 메리 셸리가 20대 초반에 쓴 이 책은 - 1818년 책으로 출간 -,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서간 형식으로 회상되어지는 것을 쫓는 것도 재미있지만,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일곱개의 뺨' 처럼, 덮어둘 수만은 없는 '문제'들에 대해 송곳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구중의 자물쇠를 채운 금고에 꽁꽁 숨겨둘 비밀 일기가 - 하지만 이것도 영원히 온전한 비밀을 약속할 수 없을 것이다 - 아닌 이상, 창조자의 창작물은 창조주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되어질 것이다. 또한 그 산물을 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문학이든 과학이든 그 산물 자체에 인격을 부여할 만큼 그 '산물' 자체의 희로애락도 논하게 만든다. 불이 뜨거운지조차 모르는 '갓난아기' 같은 '괴물'이 창조되자마자 세상에 버려지고 홀로 성장해, 창조주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그 창조주가 자신을 외면했음에 분노해서 위해를 가하는 고뇌하는 괴물을 보면 '연민'의 감정마저 생긴다.

셸리의 과학적이고 천박하지 않은 기법은 '프랑켄슈타인'을 동정하지 않게 만든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창작자의 항구를 떠나 '릴리즈'된 '창작물'이 자신의 예상과는 - 제대로 무엇을 예상 했는지도 모를 무책임한 창작자 - 다르다고 방기한 그를 비난하게 만든다. 지적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나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동정표 따위는 행사하기 힘들게 만든다.

나는 문학 작품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방망이를 깍듯이 무엇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이 책은 편하게만은 읽히지 않았다.

언제든지 나의 창작물이 '괴물'이 되어 그것의 사용자에게 또 나에게 언제 위해를 가할지 모를 일이다 - 아니 이미 경험한 것 같다.


나는 내 창작물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방기' 했는가?


"악마!"

p131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p194


나는 내 창작물에 '연민'과 '공감'을 느꼈는가?

나는 도대체 '나'만을 위해서 구중의 자물쇠로도 꽁꽁 숨길 수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 냈는가?


라는 질문들을 무수히 하며 읽었다.

그리고 강렬한 울림을 준 밀턴의 실낙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


밀턴의 실낙원 p141





"결국 때가 되면 비탄은 필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 된다."

p54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p65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p159


"폐인이 된 지금도 이토록 고아하고 신과 같은데 전성기 때는 어마나 영예로운 사람이었을까요."

p286


"많은 평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신에게 도전하는 과학자의 과도한 야망을 보여줄뿐 아니라 작나가 예술가가 품는 창작의 불안을 투영하는 은유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괴물을 창조한 '불경한 기예 (unhallowed art)'에서 'art'라는 말이 기술과 예술 모두를 아울러 칭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p311 - 312, 해설


"괴물의 얼굴들은 모두가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

p312, 해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p5, 페이지 번호가 없던 최초의 페이지들 중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흑발은 출렁거렸고,"
p72

"악마!"
p131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p194

밀턴의 실낙원 p141

"결국 때가 되면 비탄은 필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 된다."
p54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p65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p159

"폐인이 된 지금도 이토록 고아하고 신과 같은데 전성기 때는 어마나 영예로운 사람이었을까요."
p286

"많은 평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신에게 도전하는 과학자의 과도한 야망을 보여줄뿐 아니라 작나가 예술가가 품는 창작의 불안을 투영하는 은유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괴물을 창조한 `불경한 기예 (unhallowed art)`에서 `art`라는 말이 기술과 예술 모두를 아울러 칭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p311 - 312, 해설

"괴물의 얼굴들은 모두가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
p312,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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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11-16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와 낙심만 안고 돌아갑니다. 이런 부당함을 인내심으로 견디기 위해서는 제가 품은 것보다 더 많은 철학이 필요합니다.`(293p)

초딩 2015-11-19 12:48   좋아요 0 | URL
어떤 `무서운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생각할 꺼리들 논할 꺼리들을 많이 던져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답니다. 이 책을 읽게 해준 사람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

오늘도 맑음 2018-03-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프랑켄 슈타인 특별판 광고에 초딩님의 평이 실렸어요^^ 꼭 읽어보도록 할 께요~!!
 
아Q정전.광인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5
루쉰 지음, 정석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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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위해 문학을 하는가?” 좀 더 수동적으로 “당신은 왜 문학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며 혁명가에 사상가인 루쉰은 자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즉 의학이란 결코 중요한 것이 못 되며 국민이 우매하면 아무리 체격이 건장하고 우람해도 무의미한 공개 처형의 관중 노릇밖에는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병에 걸려 죽는 것쯤이야 그다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p10, 자서


일본 유학 중 본 영화. 중국 동포들이 러시아군 첩자를 하다 일본군에 잡혀 공개 처형당하는 같은 중국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동포의 병든 신체가 아닌 우매한 정신을 고치기 위해 문학을 할 때이다. 문예진흥운동을.


이 책은 루쉰의 처녀작 “광인 일기”를 포함해, 그의 대표 작품집 “눌함”과 “방황” 중 “눌함”에서 11편의 작품을 번역해서 묶은 것이다.

11편의 각 단편들은 거칠고 투박하며 또 해학적이다. 싹둑 자른듯한 몇 편의 결말은 카프카를 생각나게도 한다.

수전 손택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칼날 같은 질문들과 사유의 끝 없는 가지 침으로 사상을 던지고 논한다면, 루쉰은 동포의 계몽을 담백하게 일화같이 그려서 전달한다.


동포의 지독히도 어리석음을 처절하게 묘사하고, 멍에와 같은 낡은 봉건시대의 인습이 그 동포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저잣거리의 비린내 나는 흙탕물에 가둬두는 것을 다음 11편에 담아 외쳤다.



*** 아Q정전 ***

업신여김에 어리석은 허영 같은 뽐냄으로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아Q. 혁명에 우연히 참여한 자신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존경심마저 표하자, 혁명이 어느 집 나무 열매인 줄 알고 더 으스대다 형장의 이슬이 된다.


"그는 스스로를 자기 비하의 제1인지라고 여겼다. '자기 비하'란 말만 빼면 어쨌든 '제1인자'가 된다. 장원급제도 '제1인자'가 아닌가!"

p29, 아Q정전


"역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망각' 이라는 보물이 효과가 있긴 있었다."

p37, 아Q정전



*** 광인일기 ***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환각에 빠진 환자의 일기다. 식인하는 어리석고 비인간적인 인습을 광인으로 꼬집어 지적한다.


"아직도 사람 고기를 못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p109 - 110, 광인일기



*** 콩이지 ***

글공부는 했지만, 과거에 오르지 못한 '콩이지', 그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벼슬'을 할 수도 있었다는 과정에 집착하는 바닥으로 몰락하는 답답한 이들을 대표한다.



*** 약 ***

"옛날 중국의 민간에는 사람의 피가 폐병에 좋다는 일종의 미신이 있었다. 따라서 범인이 처형되면 집행인으로부터 사람의 피를 바른 만두를 사곤했다."

p139, 약


이런 악습 때문에 루쉰은 서구 의술을 배우려 했다. 하지만 그 악습을 맹신하는 동포의 어리석음을 먼저 계몽하기로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다.



*** 내일 ***

우둔한 과부가 허망하게 자신의 아이를 잃는 이야기다. 음양오행에만 매달려 사경을 헤매는 어린 아기를 이름 모를 약 두 첩으로 처방하는 의사와 그것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어머니를 그려내고 있다.



*** 작은 사건 ***

"한 움큼의 동전은 무슨 의미일까? 그자를 포상했단 말인가? 내가 인력거꾼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p156, 작은 사건


인력거꾼이 인력거 손잡이에 옷이 걸려 넘어진 할머니를 스스로 모시고 파출소로 간다. 인력거에 타고 있던 화자는 별일 아니니 그냥 가던 길을 가자고 종용하는데도 말이다. 종용했던 화자는 파출소에서 나온 순경에게 손에 잡히는 데로 동전을 쥐여 주며 인력거꾼에게 전해주라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공자 왈 시경에 이르기를...'은 단 반 줄도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이 사건은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새롭게 다짐하게 해주며 용기와 희망도 준다고.

고인물처럼 썩어가서 마시기는커녕 냄새조차 역겨운 그들의 학문을 비판하고 있다.



*** 두발 이야기 ***

"솔직히 말해 당시 중국인들의 반항은 망국 때문이 아니라 변발 때문이었어."

p159, 두발 이야기


사상과 가치관의 발현 됨이 두발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사상과 가치관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고 버거운 일반인들의 억울함과 반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 풍파 ***

개인의 의지와 노력과는 결코 무관한, 하지만 그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절대적인 황제의 용좌 오름에 울고 웃는 치친의 이야기이다.



***고향 ***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p198, 고향


희망이라는 말조차 계급과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하게 된 자신과 자신의 어릴 적 따르던 친구의 현재 모습에 고뇌하는 화자의 이야기이다.



*** 백광 ***

오십 평생을 봉건시대의 과거에 매달리던 쳔스청. 일생의 마지막 과거에서도 낙방하게 되자 - 예전에도 몇 번 행했지만 - 거부였던 조상이 묻어두었다는 은 덩어리를 찾기 위해 광인이 되어 집안의 땅을 판다. 그러다 은 덩어리가 뿜어내는 환영의 백광을 따라 길을 나서다 호수에 빠져 죽는다.

일확천금과 같은 그리고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 덩어리와 같은 과거 급제에 평생을 매달린 쳔스청을 당대 맹목적으로 저물어가는 지식인들을 비꼬고 애도한 이야기이다.



*** 토끼와 고양이 ***

"만일 조물주를 힐책할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생명을 너무 함부로 창조해냈으며 죽이는 것 역시 너무 함부로 한다고 욕하고 싶다."

p217, 토끼와 고양이


집 마당에서 키우는 토끼의 새끼들이 태어나고 또 일부가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이다. 덧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을 애도하고 또 그 탓을 조물주에게까지 돌려본다.





"썩어 있는 정신을 도려내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필설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은 사그라져가는 중국을 희생시키기 위한 '외침' 이었다."

p226, 옮긴이의 후기

"즉 의학이란 결코 중요한 것이 못 되며 국민이 우매하면 아무리 체격이 건장하고 우람해도 무의미한 공개 처형의 관중 노릇밖에는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병에 걸려 죽는 것 쯤이야 그다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p10, 자서

"역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망각` 이라는 보물이 효과가 있긴 있었다."
p37, 아Q정전

"아직도 사람 고기를 못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p109 - 110, 광인일기

"옛날 중국의 민간에는 사람의 피가 폐병에 좋다는 일종의 미신이 있었다. 따라서 범인이 처형되면 집행인으로부터 사람의 피를 바른 만두를 사곤했다."
p139, 약

"한 움큼의 동전은 무슨 의미일까? 그자를 포상했단 말인가? 내가 인력거꾼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p156, 작은 사건

"솔직히 말해 당시 중국인들의 반항은 망국 때문이 아니라 변발 때문이었어."
p159, 두발 이야기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p198, 고향

"만일 조물주를 힐책할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생명을 너무 함부로 창조해냈으며 죽이는 것 역시 너무 함부로 한다고 욕하고 싶다."
p217, 토끼와 고양이

"썩어 있는 정신을 도려내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필설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은 사그라져가는 중국을 희생시키기 위한 `외침` 이었다."
p226, 옮긴이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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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5-11-12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사물의 본질을 따지거나 진리를 찾아가는 다소 철학적인 성격의 근원적 질문을 접하면 뭐라 할 말을 잃고 멈춰 서게 됩니다. ˝일순, 멈춤!˝

초딩 2015-11-12 19:15   좋아요 0 | URL
그 `멈춤`이 읽는 이유 또 목적 중의 하나 인 것 같습니다 :)

2015-11-16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7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