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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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들의 간극을 비정한 아침이 속절없이 다가올 때까지 고민한 시인 김소연님의 책, 마음사전

이 책을 작년부터 읽고 싶어하다 최근에 중고로 알라딘에서 구매해서 읽었다.



책표지가 알록달록 예쁘다. 책속엔 각 장마다 고운 사진들이 있다. '연인', '부부'도 좋지만, 감정을 너덜너덜하게 만들 아주 젊은 사람들과 아이를 대하는 부모가 읽어도 참 좋겠다 생각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부끄러웠습니다. 상대를 향해 분출/배출/발산했던 나의 감정들이 모두 나 좋다고 했던 것들이었구나.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한 것이 아니고 나를 위로하고 위안되게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들러 색연필이 달아 없어지도록 밑줄을 그으며.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p57

처음엔 참 소중했는데, 어느새 중요하게 된 것 같다.



"정성에는 의도가 없지만 성의에는 의도가 있다. 정성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지극함이지만, 성의는 예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그래서 정성은 '담겨 있다'고 말해지고 성의는 '표시한다'고 말해진다" p65


정말 끄덕끄덕 읽었다. 사유하고 또 사유한, 한 사람의 '발견'과 '정리'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개별적인 '인간'이라고해도 모두 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슬픔은 모든 눈물의 속옷과도 같다" p73


이렇게 감성 가득한 사진들이 각 장의 표지에 있다 ^^


"외롭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

심심하다, 이것은 가장 천진한 상태의 외로움이다.

무료하다, 심심함과 외로움 사이에 무료함이 존재한다.

" p91 - 96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전혀 다른 마음들을 정교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물론, 끄덕끄덕.


"결핍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의미를 자꾸 흘리곤 하는 철 지난 외투의 구멍난 주머니와 같다" p102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p136


아주 멀리서 보는 앞모습과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앞모습도 가장할 수 없는 것 같다.


"무언가 사라지길 원해서 하는 말은 '발산'이고, 잘 기억하기 위해서 하는 말은 '언약'이며,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말은 '애걸' 이다." p141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아끼는지 모른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눈표범을 카메라로 찍지 않는 것처럼.


"대게 우리의 간절한 소망들은 결국, 거짓말의 그릇에 담긴 간절한 진실과 같다" p143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더 이상 속여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더 이상 속아지지 않는 내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비애 그 자체다.

...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속에는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습니다',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다 나았습니다' 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가장 좋은 순간을 믿기 어려워하고, 그렇기에 그 순간에 '거짓말처럼' 이라는 수식어를 앞장세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두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을 두고 '거짓말처럼 아름다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145


"위로란 언제나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형태대로 나오는 것이다" p152

"공감, 타인의 자아나 다른 자아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아가 여기에 또 한 번 존재한다는 이 착각은, 너와 나를 '우리'라고 칭하기에 충분하다" p154


상대를 향한 감정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p159


얼마 전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었는데, 카버 자신의 알콜 중독, 별거 이혼 등이 많이 투영된 단편들의 묶음이다. 그 단편들 속에서도 말하는 것이 '제대로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제대로 듣기 시작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경청'


"기대하는 마음은 기대하는 대상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 무너뜨리며 동시에 자신도 무너져 내리게 한다." p173

"사랑에 빠졌을 때에, 이기심은 비로소 자기를 사랑해줄 사람을 얻은 것이지만, 자기애는 자기가 사랑할 사람을 한 사람 더 얻은 것이 된다" p190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p193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p193


몇번이고 곱씹어 보고 싶은 부분이었다.


"비밀은 단열은 잘 되고 방음은 잘되지 않는 여관방 같기 때문이다" 156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p182

"결정,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p305

"걱정, 해결책이 나오면 안된다" p153


그리고 이렇게 빵빵 터지는 내용도 많다.



이 책을 덮고, 후배들을 만날 약속이 잡혔는데, 선물하려고 새책을 샀다. 나는 중고로 읽었지만.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p159

"결정,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p305

"걱정, 해결책이 나오면 안된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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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16-03-23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은데 오랜만에 생각나네요^^

초딩 2016-03-23 10:37   좋아요 1 | URL
생각나서 오랜만이 들춰보고 내침김에 독후까지 올렸어요 :-) 좋은 날 되세요

cyrus 2016-03-23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을 해결해도 나중에 걱정 하나 더 생깁니다. ^^;;

초딩 2016-03-23 1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완전 공감합니다,
 

날이 적은 2월이라 읽은 책도 4권뿐이다. 그래서 2월을 도둑맞은 느낌이 더 농후해진다.

읽은 권수보다는 얼마큼 느끼고 사유하고 또 알았느냐, 그래서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의미 있을 것이다. 독서에서. 그래도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굶주림

조국 노르웨이에 노벨문학상을 두 번째로 안겨준 크누트 함순의 자전적 소설이다. 정말 한 인간의 '굶주림'에 대해 처절하게 서사 한 책이다. 굶주림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몸부림친다. 음식을 도둑질하지 않기 위해, 남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잃지 않고,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고군분투의 원인이 '배고픔'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니, 역시 인간도 동물임에 틀림없다.

















화재감시원

나에게 SF를 더 이상 읽지 않게 만들어준 책이다. '영미권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SF 작가'라는 소개에 의구심을 깊게 가진다. 출판사의 광고 문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미권 독자를 수다나 좋아하는 허섭스레기로 치부할 것이다.

















생의 이면

충격적으로 읽은 '식물들의 사생활'의 이승우 작가의 초기 작품. 제1회 대상문학상 수상작. 한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의 생을 그려보며 그 소설가의 소설을 다루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쓴 사람도 소설가이다. 이 독특한 구조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

소설가 김영하씨의 감칠맛 나는 번역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 ㅈ ㄹ 재미없어'라는 고등학생들의 대화를 서점에서 듣고 김영하씨가 그것에 항변하기 위해서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뉴머니 (신흥 부호, 강국) 인 개츠비와 올드머니 (기득권)와의 대립을 신흥부상국인 미국을 대변하며 이야기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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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6-03-08 23:37   좋아요 1 | URL
아구 ㅎㅎㅎ 네~
잘 지내시죠? ㅜㅜ
요즘 조금 바빠져 (핑계지만) 서평들 제대로 보지 못하고 라이크만 하고 있네요. 그래도 눈팅이라도 정성껏 하려합니다. ㅎㅎ
좋은 밤 되세요~~~

cyrus 2016-03-09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F 세계는 광대합니다. 아시모프, 필립 K. 딕, 아서 클라크 등 굉장한 작가들이 정말 많습니다. 코니 월리스만 보고 SF에 크게 실망하지 마세요. ^^

초딩 2016-03-10 09:56   좋아요 0 | URL
말씀해주신 작가분들의 작품을 살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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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경작할 땅이 없어 기아가 심각하다고 어렴풋이 알고있다 . 8억5천만명 (2005년)이 기아 시달리고, 10세 미만의 아이가 5초에 한명씩 아사하고 7분에 1명이 비타민 A 부족으로 실명한다.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우린 제대로 들은적이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는 이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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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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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여지 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 책 뒤표지, 무라카미 하루키
책 뒤의 말 중에서 가장 공감가는 문장 중의 하나가 되었다.
기이한 요가의 자세를 한채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1억광년은 떨어진 별에서 온 생명체가 - 하지만 근원인 인간인 - 건조하리만큼 바라보는 듯한,
하루키의 기묘한 문장들의 출생기록부를 본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은유는 은유다워야한다'는 문장의 혈통서도 덤으로 받은 듯했다.

단편.
짧은 글.
그래서 쓰기 쉽겠지. 금방 읽혀지겠지.
나의 착각이었다. '단'의 'ㄷ'도 제대로 알지 못한 나의 무지한 착각이었다. 난 그런것도 모르고 카프카를 카프카적이라고 비난했다. 오해를 풀어줄 페이지가 넉넉한 장편에 비해, 불공평하게 주어진 짧은 지면들. 배려하고 싶은 독자 앞에서 불편하게 시작해야하는 어느 시점. 회유와 설득과 쇠뇌와 설명을 백년 동안 반복하며 창작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편에 비해, 섬뜩할 만큼의 강한 인상으로 결말 맺어야하는 단편. 쓰는 이도 읽는 이도 힘든 것 같다. 단편. 모두가 잠들어야할 새벽 세시에 급제동하며 끼이익 소리를 내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소리보다, 짧은 비명이 더 어울릴 법한 단편.
그 단편의 진수가 여기에 있었다.

김연수
'번역'이라는 작업을 가장 아름답게 만든 것 같다. 소설가 김연수씨는. 외국 작품을 고를 때, 역자와 출판사는 항상 고민의 대상이고 어렵다. 말이든 글이든 '전달'을 하는 목표는 같을 것이고, 그래서 그 말과 글 속의 단어와 문장들은 하나하나를 다 꼭꼭 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어와 문장들이 무의식에서 그 '전달하고자하는 것'을 빚어내기에 우리는 역서 자체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쓰인 소설을 읽을 것이기에 그래서 우리는 역자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같은 작가로서 우리 보다 더 잘 그리고 더 모질게 고민한 소설가인 역자를 신뢰하게 되나보다.


창작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호소력있는 창작물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매끄럽게 읽어지고 사심없이 공감하게되는. 독자가.

알콜 중독이었고, 별거했었던 굴곡진 그의 인생. 햇빛이 결코 들지 않는 - 그마저도 털면 먼지로 콜록콜록거리게 될 것 같아 곁에 있기 조심스러워지는 두꺼운 커튼이 쳐진 - 방 구석의 아무렇게나 구겨진 -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도 못할 - 이미 제 역할을 끝내 더 이상 쓸모 없는 영수증 같았던 그의 이야기가 잔뜩 배어있는 단편들이었다.



깃털들

"못생겼다는 말조차 녀셕에게 영예로울 정도였다" p34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향을 줬을 법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다.

"아 어렵다"

첫 단편 깃털들을 읽고 메모한 노트이다. 해설을 읽고 나서야 끄덕끄덕 그렸고, '아~' 하며 그의 치밀한 은유에 탄복했다.



셰프의 집

"웨스는 일어나 커튼을 쳤고 바다는 그렇게 사라졌다." p53

무엇인가 '백년 동안의 고독'스러움이 느껴졌다.



보존

카프카적인 일시의 당황스러운 결말이다. 길을 걷다 맨홀에 빠지듯이.



칸막이 객실

마이어스는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여행해서 갔지만, 마치 정교하게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방과 선물을 부질없이 잃어버렸고, 종착역은 언제나 그랬듯이 바뀌어 버렸다.

어디인지도 모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속이 타는 듯이 내리 읽었다. 복선을 타며 읽었다. 빵집 주인의 공허한 이야기를 듣기엔 너무 가혹한 일어난 일들. 그렇게 무상하고 예기치 못하고 당황스러운 인생.

힘겨워하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롤빵'을 마음으로 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비타민

석연치 않은 이상한 하루가 어쩌다 한 번씩 있는 것 같다. 운 좋게도 운 나쁘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그리고 몇달 속의 그런 하루처럼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지나가는 하루처럼.



신경써서

알콜 중도, 아내와의 별거. 그의 이야기답게 사실적으로 전해져왔다. 쉽게, 어느 정도의 노력에, 약간의 고통에 의해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독'이라고 명하지 않겠지.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물흐르는 듯이 거침 없이 읽힌다. 그의 이야기가 짙게 작용해서 그럴까? 속수무책으로 내리 읽힌다.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어쨌든 케이크는 케이크다" p194

하루키가 카버를 문학적 스승, 동반자라고 칭한 것을 증거해준다. 왜 하루키의 책들이 그렇게 술술 읽히는지 알 것 같다. 다른 것을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마침표가 가장 작은 문체가 아닐까한다.



기차

이것이 '단편'의 맛인가? 긴 이야기의 어느 한 부분을 불친절하게 잘라서 툭 던져주는 듯한 느낌. 어떤 이야기의 어느 부분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잘 자른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모두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초라해질 것 같다. 생각 없이 티비 앞에 앉아 아무 정규방송의 처음 본 - 하지만 곧 전체 줄거리를 알 수 있는 - 드라마를 뇌파가 일직선이 되게 보고 있는 듯한 부끄러움을 떨치기 위해.



"그는 수화기를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기계를 가만히 바라봤다." p232

눈을 보고 하는 말도 위선과 허위로 가득할 때가 많은데, 전화기는 오죽하랴.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 '전화기'와 이야기하고 있다.

'통화' 가장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가장 어렵게 전달한다. 제대로 전달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암시가 중요한 거야"

"의도가 보이면 그건 그림을 잘못 그린 거야. 알겠지?" p237

"'계속해요'. 웹스터 부인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는 알아요. 계속 말하세요. 칼라일 씨, 때로는 그렇게 다 말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말해야만 하는 거라우. 게다가, 나도 듣고 싶어요. 다 말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거에요. 나한테도 있었던 일이니까요. 당신이 말하는 그런 일. 사랑이라는 거. 바로 그 얘기 말이우."

"'여기 앉아요, 짐' 웹스터 부인이 말했다. "서둘 필요가 없어요. 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세요, 칼라일 씨" p253

"그는 그렇게 뭔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린과 관계된, 이전의 삶과 관계된 그 무언가가." p254

'카버'도 경청해주는 사람이 몹시 필요했나 보다. 모든 것을 재잘거리며 단단히 비워내고 고이 고요히 간직하고 다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들어주고 싶다. 재잘거리고 싶다. 간직하고 싶다. 맞이하고 싶다.



굴레

그의 단편에서는 '백년 동안의 고독' 같은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지겨운. 굴레를 쓰고 있는 이도, 그것을 보고 있는 이도. '해결', '탈출', '돌파구' 이전에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다.



대성당

무엇인가를 막연히 느끼고 꼬집어 말하고 전달하기 힘든 것. 그 '모호한' 깨달음이 너무 커서 감당하지 못해 벅차게 - 넘쳐흐르며 - 독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이 것이 진수이다.



해설

"그것들은 '듣지 못함deafness'의 소설적 표현이다." p317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과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 '뭔가'를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다" p318

"화장실은 카버의 소설에서는 자각의 공간인 셈이다." p323

"이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단순히 고독한 현대인이 아니라 낙원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왜소한 존재로서의 인간 일반이 됐다." p329



12편의 단편들을 다 읽었다.

'단절'에 대해서 읽었고, 가장 열정적이고 경건한 '경청'을 느꼈다.

그리고 '롤빵'을 건네고 싶어졌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어쨌든 케이크는 케이크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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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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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이나 울프의 등대로와 함께 영문 원서를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책이니 당연할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씨의 명번역에 찬사를 보낸다. 김영하씨가 서점에서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두고 `ㅈㄹ 재미없는 책`이라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이 아님을 변호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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