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은 물고기와의 싸움을 넘어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도전하는 자만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간이 자연을 넘어섰다.

다른 한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백인에게 새끼를 잃고 분노하는 암살쾡이를 독재자 읍장의 명령으로 쫓아가 싸워 죽였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몸부림이 아니었다. 노인은 밀림 속에서 삶과 죽음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어떤 누구에게도 다르게 채색될 수 없는 그 자체라는 본질적인 삶의 근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서구에 의해, 그 서구에 굴종하는 인디오에 의해 질서가 깨어지고 유린당하는 밀림을 우리 앞에 그대로 보여 준다.

노인은 젊은 시절 아내와 함게 정부가 말한 <약속의 땅> 엘 이딜리오에 도착했지만, 척박한 밀림에서 처음 맞은 우기에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그때 수아르 족이 그들에게 밀림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밀림을 개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밀림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내는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 노인은 밀림 생활 중 독사에게 물려 죽을 뻔했지만, 수아르 족의 각별한 치료에 살았고 그 이후 수아르족과 함께 살았다. 밀렵꾼에게 수아르족 친구를 잃을 때까지 말이다. 친구를 죽인 이를 산 채로 부족에게 데려오지 못하고 백인의 방식인 총으로 죽였기 때문에 그는 부족과 작별을 고해야 했다.

밀림을 개간하려던 노인은 밀림의 품에 살게 되었지만, 밀림을 훼손하려는 자 때문에 다시 밀림 밖에서 살아야 했다.

누구보다도 밀림과 그 속의 인디오와 동식물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노인이 인간이 벌여놓은 사태를 '수습' 한다.

발이 물에 젖지 않게 신은 뚱보 읍장의 고무장화는 걸리적거릴 뿐이었고, 밀림 속의 어둠에서 보려는 의지를 충족할 전등은 야수의 공격을 받기 좋은 위험한 물건이었고, 나약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총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뿐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총을 난사한 읍장은 밀림에서 가장 순한 곰을 죽이기까지 한다. 

노인은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새끼를 잃고 복수심에 사람을 사냥하고 있는 암살쾡이를 홀로 쫓는다. 암살쾡이가 처음 한 것은 노인을 유인해서 죽어가는 수컷에게 데려다 놓은 것이다.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수컷을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p149


뒤집힌 카누 아래에 노인이 있었고 그 위에 암살쾡이가 있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결전에서 노인은 이겼지만,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운 눈물을 흘렸고, 그 시체가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게 훼손되지 않게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그 짐승의 시체가 우기에 불어난 하천을 따라 다시는 백인들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거대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는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그리하여 영예롭지 못한 해충이나 짐승의 눈에 띠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원하면서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p156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은 인간에 의해 새끼를 잃은 암살쾡이의 인간에 대한 복수와 밀림에게 배운 지혜로 암살쾡이를 사냥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 두 명예롭지 못한 행동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한 노인이 이제는 궁색한 집에서 빛바랜 신문으로 잘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자신을 보살피는 아이에게 커서 그 신문의 야구선수처럼 그 노인의 젊은 시절처럼 크게 성공하라고 말하며 억센 손으로 대양을 나아가 억척스럽게 청새치를 잡고, 그 청새치에게 달려드는 상어에게 항거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거대했던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을 가지고 항구로 돌아온다. 그 거대했지만 이제는 앙상하게 남은 뼈로 노인의 아직 삶아 있음을 아직 도전할 수 있음을 증거해야 할까?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고 <노인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청새치의 뼈는 인간의 어리석은 도전으로 초래한 '파괴' 일뿐이다. 1952년 출간된 <노인과 바다>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엄청난 부를 얻게 된 미국을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다는 것을 찬양하고 상어 떼로부터 살점은 모두 빼앗겼지만 자신들은 그 뼈만으로도 상징적 보상을 받았다고 겸양을 떠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989년 세풀베다는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발표했다. p2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과 그 나라들의 기업들로부터 유린당한 모든 인간과 자연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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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0-12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인 되면 연애소설 읽으며 회상에 잠길까봐요. 세풀바다는 잘 안 읽혀서 꽂아두고만 있는데 다시 도전해볼까요. ㅋ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도 양극화 부조리 선입견들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있다는 걸 저도 요즘 아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초딩 2021-10-12 00:43   좋아요 3 | URL
저는 세풀베다는 처음인데 작가 설명도 그랬지만, 이 한권의 책으로 완전히 빠졌어요.
마술적 리얼리즘을 벗어나 리얼리즘으로 남미를 제대로 바로보며 서사하는 그에게 그리고 행동하는 지식인에 완전 매료요 ㅎㅎ
그리고 길지 않고요 ㅎ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10-12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서 중고로 샀는데,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어요~ 초딩님이 읽으셨으니 저도 곧 읽어야겠어요!! 이 작가 코로나로 타계하셨다고.. 어흑...ㅠㅠ

초딩 2021-10-12 00:44   좋아요 2 | URL
아 ㅜㅜ 코로나로 ㅜㅜ 방금 알았습니다 ㅜㅜ

저는 중고를 기다릴까하다가 전자책으로 확 질러버렸어요. 근데 종이책 알라딘에서 검색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10-12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의 마지막 소설 역사의 끝까지를 읽었는데 쉽게 읽히지 않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도 뭐라고 할까 좋아고 하기에는 뭔가 걸리고, 그렇다고 안좋다고 하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많고.... 그래서 그냥 다음에 한번 더 읽자 하고 뒀는데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조금 읽기 쉬울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의 이 느낌은 맞을까요? ^^

초딩 2021-10-12 00:46   좋아요 2 | URL
아 전 세풀베다는 처음인데, 오디오도 전자도 아주 좋았습니다. 군더더기가 없고 짜임새도 좋았고 전 제목만보고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생각했다가 후반으로갈 수록 점점 생각을 많이하게되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보려고하는데 바람돌이님 말씀보니 좀 다르게 마음 먹고 들어가야할 것 같네요 ^^
좋은 밤 도세요~

새파랑 2021-10-12 06: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의 지상 반전 버전이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군요. 얼마전에 읽은 암흑의 핵심도 떠오르는거 같아요. 전 제목만 보고 연애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ㅎㅎ

초딩 2021-10-14 09:11   좋아요 2 | URL
연애 소설을 읽으시기는 하는데, 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데, 잘은 모르겠더라구요.
모든 것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그런 생각을했어요.
그게 밀림이 될 수도 있고, 책 속의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고요.

mini74 2021-10-12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작가님을 이 책으로 처음 접했어요. 노인과 바다랑 비교하시는 부분 👍 동네초딩들이 갑자기 세풀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밥을 가르쳐주는 고양이를 단체로 ㅎㅎ 읽고 있어서 뭔 일이지 했더니 한동안 아이들 독후감 및 필독서얐더라고요. 고향으로 돌아가시지 못한체 작년에 코로나로 돌아가셔서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ㅠ

초딩 2021-10-14 09:11   좋아요 1 | URL
아항 그래서 더더욱 종이책을 구매해야겠어요. 결국 이번에도 3종 구매 ㅎㅎㅎㅎ
ㅜㅜ 그리고 돌아가신 줄 몰랐어요. 애도합니다. ㅜㅜ
좋은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1-10-12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의 책들은 고저 사랑입네다.

초딩 2021-10-14 09:12   좋아요 2 | URL
와 전 이제 알게되었네요 ㅜㅜ 고저 사랑입네다에 완전 동감입네다!!!
좋은 하루 되세요~

초란공 2021-10-12 1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곤 실레와 부인, 클림트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는데 세풀베다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네요 ㅜㅜ 어딘가에 읽지 않고 파묻혀 있을 책을 발굴할 때인 것 같습니다....

초딩 2021-10-14 18:25   좋아요 2 | URL
ㅜㅜ 네 고인이 되셨다니 ㅜㅜ 무척 슬픕니다.
북플의 작가 사진이 또 흑백이여서 슬펐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1-10-12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연을 이기려는 노인과 찾으려는 노인‘이네요^^
두 책의 접점부위(?)를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저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대단하신것 같아요.
역시 초딩님은 생각의 범주가 넓으시군요.
<연예소설을 읽는 노인>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애정하는 소설이었는데, 아주 야무지게 글을 꼭꼭 씹어먹은 것 같은 초딩님의 글을 보니 제가 읽었던, 그 당시가 새록새록하네요~
저는 이 작품 읽으면서, 멜깁슨의 <아포칼립토>란 영화를 떠올리며 그 영화에 대한 분노를 또 한번 느껴야만 했었답니다.ㅎㅎㅎㅎ
노인과 바다는 사실 두 번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초딩님과 같은 맥락에서 그랬던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저는 노인고 바다를 또 읽어야만 하는데, 앞이 깜깜합니다. 이분이 기자 출신이라 훌륭한 간결체를 구사한다고해서....... 요즘 간결체에 빠져서ㅠㅠ
오랜만에 뵈오니, 주저리주저리...........

초딩 2021-10-14 19:20   좋아요 3 | URL
앗 책의 해설에서도 언급을 해주어서 잘 연관 지을 수 있었습니다!
전 허밍웨이의 파리의 우울을 보면서 그에 대해서 아주 아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락 시켰어요. 그의 바닥으로 ㅎㅎ
그래서 좀 다 삐뚤하게 보이더라구요.
2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했더니 지금 엉덩이가 로켓처럼 날아갈 것 같아요 ㅎㅎㅎㅎ 배도 고프고
게다가 일본말이여서 알아듣지는 못하고, 슬랙 챗으로 번역해주는걸 읽으며 묻고 답하고 ㅎㅎㅎㅎㅎ
아 맑음님 일본어 잘 하시죠? :-)

하이 하이
그러길래 하이볼 마시고 싶다 이런 말을 나중에 정신이 몽롱해져서 주저리고 있었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1-10-13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읽은 지 오래되어 지금 읽으면 명작이라 할 만할까 궁금해져서 읽고 싶어졌어요.
시간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했거든요.^^

초딩 2021-10-14 18:28   좋아요 1 | URL
ㅎㅎ 네 시간에 따라
그리고 쌓이는 지식과 지혜에 따라
책들은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

희선 2021-10-16 0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다르게 볼 수도 있군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한테 바치는 소설이었다니 몰랐습니다 그런 걸 알고 책을 보면 더 낫겠습니다 알고 봐도 소설을 제대로 볼지...


희선

scott 2021-11-05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 추카!‘
주말 씐나게 한강 라이딩을~*

그레이스 2021-11-05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달의 당선 페이퍼~

thkang1001 2021-11-05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1-05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11월에도 기쁜 일 많은 날들 되세요.^^

mini74 2021-11-05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 축하드립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미미 2021-11-05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짜라투스트라 2021-11-05 1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1-05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이젠 중딩으로~!!

서니데이 2021-11-05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초란공 2021-11-05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는 여전히 유효한 불멸의 명언이네요.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11-08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언제나 2관왕이십니다** 축하드려요.
저 두 권의 책은 저도 가지고 있는데 동시에 읽어 그 느낌을 감상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