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요거트

 

 

1

 

syo는 서울말을 한다. 규정이 있다. 이렇다.

 

하나, 지금 이 공간에서 서울말 쓰는 사람의 수가 아닌 사람의 수 이상일 때 서울말을 쓴다.

, 일대일의 대화에서 눈앞에 있는 이가 syo의 대구말을 1년 이상 들어온 지인일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말을 쓴다.

, 애인과 단둘이 있을 때는 서울말로 애교떤다.

, 발표, 면접장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적 말하기를 해야 할 때는 서울말로 조진다.

다섯, 가게에선 서울말로 지른다.

여섯, 아가나 멍뭉이를 만나면 서울말로 발광한다.

일곱, 다정한 사람인 척하고 싶을 땐 서울말로 능청넝청.

여덟, 초면엔 서울말로 거리를 잰다.

아홉,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 할 땐 서울말로 구라친다.

그리고 열, 아무래도 서울말을 쓰고 싶을 땐 그냥 서울말을 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실 다 이 자리에서 지어냈습니다. 그냥 어지간하면 서울말.

 

 

 

2

 

수학 과외로 생명 부지하던 때가 있었다. syo가 평생 벌어본 얼마 안 되는 돈의 95푼이 학부모님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니 생명 부지라는 소박한(?) 말은 어폐가 있겠다. 하여간 초중고딩 가리지 않고 막 가르쳐댔는데, 특히 초딩들은 대구말을 재미있어하면서도 잘 못 알아듣거나 잘 못 알아듣는 척 하면서 숙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말을 쓰기로 했다. 다음 시간부터 내가 서울말을 쓸 거야, 이런 예고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했다. 그랬구나, 그간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던 것이구나, 그래서 우리 호식이(가명, 12, 서울 송파구 거주)가 숙제를 차마 할 수 없었던 것이었구나, 그 동안 얼마나 숙제가 하고 싶었을까, 내가 참 잘못하였구나, 앞으로는 우리 호식이를 위하여 꼭 서울말로 숙제를 내 줄게, 그런데 호식아 그거 아니? 어차피 아라비아 숫자는 대구말이나 서울말이나 똑같다는 것을? 서울말로 오십오 쪽은 대구말로도 오십오 쪽이란다? 요놈아?

 

그런데 사실 같지가 않다.

 

 

 

3

 

서울에서 중고등대학대학원을 줄줄이 마치고 서울 경기 지역에서 교사의 경력을 쌓다 대구로 내려온 음악교사가 있다. 어느덧 대구 생활도 도합 5년쯤. 그럼에도 그녀의 서울말은 흐트러짐이 없다. 대신 그녀는 대구말을 흐트러트린다. 어디서 자꾸 이상한 말을 배워 와서 제대로 발음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온다. 일요일, 수목원을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물었다. ‘블루베리 요거트해봐. 표준발음규정 제 3항 및 7항에 의거, 당연히 서울말로 발음했다. 블루베리 요거트. 아니 그거 말고. 애들이 자꾸 나한테 블루베리 요거트 해보라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거든? 그랬더니 애들이 어떻게 그렇게 억양 하나도 없이 발음할 수 있냐는 거야. 애들은 어떻게 하냐면, 어떻게 하더라? syo가 읊었다. 맞았어. 바로 그거야.

 

그렇겠지. 맞겠지. 몇 년짜린데 이게.

 

 

 

4


 

대구에 살아본 적은 없어서 교토 사투리를 쓰는 것처럼 대구 사투리를 직접 써볼 기회는 없었다하지만 자주 접하게 되면서 대구 사람들의 고유한 억양과 사투리를 알아들을 때는 무척 즐겁다대구 사투리를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단순히 억양이나 말투 등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나는 대구 사람들의 직설적인 표현을 듣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말은 솔직하고 농담은 화끈하다말 때문인지 한 번 사귄 친구들과 찐하게’ 지낸다는 느낌도 있고나를 포장하거나 표정을 애써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만약에 내가 감정을 감추려 들거나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순간 대구 사람들은 단박에 알아채고 놀릴 것 같다대구에 내려가서 그들과 대화를 하면 나도 모르게 모든 경계로부터 해방이 되는 것 같다그러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속시원하게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해지곤 한다그리고 가끔은 대구 사람들처럼 말을 하고 싶어 언젠가 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로버트 파우저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287

 

오버다. 약간 오리엔탈리즘 같은 느낌도 있고. 두 군데 말을 다 하는 syo는 안다. 그건 그냥 성격이고 입장이에요, 케바케구요. 파우저 선생님.

 

 

5

 

서울말을 한다지만 능숙한 것은 아니라, 알아채는 사람과 못 알아채는 사람이 있고 알아챘는데 못 알아챈 척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 모자란 서울말과 관련된 소소한 사건도 한바닥이다.

 

 

 

--- 읽은 ---

+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로버트 파우저 : 79 ~ 342

+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 손승현 : ~ 259

+ 길 위의 독서 / 전성원 : 194 ~ 399

 

 

--- 읽는 ---

= 대항해시대의 탄생 / 송동훈 : ~ 122

=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지그문트 바우만 : ~ 54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 ~ 81

= 이렇게 쉬운 통계학 / 혼마루 료 :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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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7-1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ㅋㅋㅋ 파우저선생님. 그건 그냥 케바케에요...그런게 어딨어요! ㅎㅎ)

syo 2019-07-18 00:02   좋아요 1 | URL
파우저 선생님 한참 나가셨어요 ㅋㅋㅋㅋ 좀 귀여웠다 ㅎ

쟝쟝 2019-07-1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참 잘못하였구나...ㅋㅋㅋㅋ

syo 2019-07-18 00:03   좋아요 0 | URL
왜요, 혹시 저의 서울말이 이상한 것인가요?

쟝쟝 2019-07-18 00: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서울말연기가 글에서 느껴저벌인것입니다.. 사투리 쓰는 자의 서울말 연기의 진정성...을 글로 써내다니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syo 2019-07-18 00:11   좋아요 1 | URL
알아주셨어....ㅜㅠ 신난다 ㅠㅠ

쟝쟝 2019-07-18 12:3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맞췃다!!

무식쟁이 2019-07-1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 블루베리요거트 라는게.. 음계로 표현하자면 도레미레도미도 인 거죠?..

syo 2019-07-18 10:23   좋아요 0 | URL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대략적으로는 또 맞는 말 같습니다.
참, 실제로 한번 들으면 끝날 일인데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ㅋㅋㅋ

AgalmA 2019-07-1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양을 숨기기 쉽지 않은데ㅎㅎ 사람도 고유의 걸음걸이가 있잖아요. 중국은 그걸로 범인 색출까지 하두만요.
서울말 내내 억양이 요동치는 사람, 서울말 술술하다 어느 부분에서 삐긋 사투리 억양 나오는 사람. 참 천차만별이죠ㅎ
서울말이든 지방어든 정신만 똑바르면 WINNER~헤헤

syo 2019-07-18 10:2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습니다! 억양이 요동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 삐끗하기도 하고 ㅋㅋㅋㅋ
또 그게 본인한테는 잘 안들린다는 게 신기한 일입니다....

독서괭 2019-07-18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요거트 억양표시 ㅋㅋㅋ
모자란 서울말과 관련된 소소한 사건들 곧 풀어내 주실 거죠~?

syo 2019-07-18 10:28   좋아요 0 | URL
아마도요? ㅎㅎㅎ
이런저런 일들이 너무 많아서 잘 쪼개서 풀겠습니다 ㅎ

2019-07-18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8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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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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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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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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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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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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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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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9-07-1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블루베리 요거트!!
나도 모르게 읊조렸는데,대구 억양 바로 맞춰버렸어요ㅋㅋ
경상어가 다 비슷하다고 해도 저는 25년 전 처음 대구 가서 대구어를 들었을때 무척 생소하고 낯설어 어리둥절 했었거든요(순대를 시켰는데 막장을 안주시고,소금을 던져 주시는데 이건 뭐에 쓰는???하면서 어리둥절 했던 그 어리둥절함이던 듯합니다^^)
앞부분 억양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근데 자꾸 듣다 보니 약간 리듬감이 느껴져 재밌고 정겹더군요.이젠 부산 사투리가 좀 쎄게 들리는 것 같더군요.
여튼 호식이의 잔꾀가 귀엽군요ㅋㅋ
그리고 그 호식이를 후려친 서울말ㅋㅋㅋ

syo 2019-07-18 10:32   좋아요 1 | URL
‘경상도 사투리‘라는 범주는 경상도 사람들만이 아는 지역간 차이를 잘 드러내지 못하지요.
저건 부산 사투리야, 저건 대구 사투리야, 저건 창원쯤 되겠는데? 이렇게 구분할 수 있는 건 경상도 사람들만의 특권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호식이는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연필이 사투리로 뭐예요? 연필.
선생님, 컵은 사투리로 뭐예요? 컵.
선생님, 호식이는 사투리로 뭐예요? 호식이.

이런 허망한 질문들이 무수히 이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게 다 진도를 지연시키려는 호식이의 기막힌 수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stella.K 2019-07-1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경상도 사람들 분명 억양있는데 바득바득 우기잖아요.
서울말 한다고. 웃기기도하고 귀엽기도 하고.
근데 말에 의하면 서울말도 표준말은 아니라잖아요.
나랏말싸미가 표준어려니 합니다.ㅋㅋ

거 언제고 음성파일로 페이퍼 작성하면 안 될까요?
스요님 노력은 알겠는데 블루베리 요거트가 어케됐다는 건지
서울말 쓰는 저는 감이 잘 안 오네요.ㅠ

syo 2019-07-18 17:36   좋아요 0 | URL
저는 안 우기는 스타일입니다.
눈치 채셨군요.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빵- 하는 스타일이지요.

세상에 공짜 블루베리요거트는 없습니다.....
 

 

호반정경湖畔情景 6

 

바닷가에 집이 있었으면 했어. 수만 굽이 파도를 거쳐 온 소식이 가까스로 닿는 작은 우체국이 있는 마을에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숨겨둘 집이 있었으면 했어. 이 집 안에 사랑이 숨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문패 대신 낙서로 우리가 숨어 있음을 농담하는 집. 하루하루 이름이 바뀌는 사람들이 사는 장난 같은 집. 안녕하세요, 어제의 나. 나는 어제의 너입니다. 반가워요. 오늘의 우리가 다시 어제의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키스해야 합니다. 심지어 더한 것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걸어가 문을 잠그고 내 옆에 바투 앉아요. 우리는 지금부터 속기록을 남깁시다. 손이 느린 저 밤도 천천히 다 받아 적을 수 있게, 밤을 새워 짧고 단순한 음절로만 이루어진 부드러운 회의를 합시다. , 우리는 이제 어디로 들어가야 합니까.

 

우리는 언젠가 다시 도망칠 테고, 그러면 기다림 없이 저 홀로 잠깐 서 있다가 밀물에 젖고 썰물에 마르며 조용히 삭고 조용히 무너져갈 나무로 지은 집.

 


 


오늘도 나는 희망도기대도 없이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누군가 나에게 그런 허망한 짓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사랑하는 일마저 멈춘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다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시시한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 것어차피 사람은 그 정도 일밖에 할 수 없다사랑하라희망도 없이말도 없이.

전성원길 위의 독서

 

 뜰이 조금씩 황폐해지고 있다.

 사람과 시간이 친절하게도 그것

 을 돕는다뜰이 조금씩 무너지

 고 있다즐겁게즐겁게무너

 지기를 즐기는 역사즐겁게 무

 너지는 뜰의 운동그래서 뜰은

 육체도 정신도 역으로 따스하

 다.

오규원운동〉 전문 

 

중심에 닿기 위해 우리는 움직인다그런데 우리가 움직이는 길은 미로다우리는 중심에 닿거나 닿지 못한다아니중심에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득 아직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마치 안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그러나 어떤 경우든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는다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고삶은 끊임없는 미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승우소설을 살다

 

 

--- 읽은 ---

+ 자본가의 탄생 / 그레그 스타인메츠 : 171 ~ 384

+ 모스에서 잡스까지 / 143 ~ 248

 

 

--- 읽는 ---

= 역사를 재미난 이야기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역사책 / 정기문 : ~ 107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77 ~ 158

= 가끔은 주목받는 이고 싶다 / 오규원 : ~ 54

=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로버트 파우저 : ~ 79

= 길 위의 독서 / 전성원 : 23 ~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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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6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6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가끔 내가 공대생이었다는 사실을 까먹는다.

 

한국어 다음으로 잘 다루는 언어가 C언어였다. 신봉하는 신은 정보통신이었고 우리 자기 다음으로 사랑하는 자기가 전자기였다. 전공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공강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중도 가서 슈뢰딩거 방정식이나 유도하면서 시간 때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그리고 진짜 했다……. , 젊은 syo. 보고 싶다, 이 미친놈아.

 

졸업 후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열심히 쌓았던 전공 지식은 이제 0으로 처절하게 수렴했다고 봐야지.

 

저랬던 syo가 지금의 syo가 된 것은 대충 서른 줄을 넘어서부터다. 알라딘 공간에 처음 얼굴을 들이민 것은 4년 전이고, 뭔가 써대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 syo의 서재에 발을 들이는 이웃들은 대체로 syo가 문과일 거라고 추측한다.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봐도 그래 뵌다. 내가 이과생이라고 하기엔 빼어나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이과생들도 잘 쓰는 이들은 응당 잘 쓰지만 그들은 절대 syo처럼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짧은 문장, 단번에 핵심을 움켜쥐는 문장을 쓰는 그들은 부사를 멸종시킨 것도 모자라 형용사까지 사냥하는 문장의 정복자들이다. syo도 수식을 좋아하고 그들도 수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 수식은 덕지덕지 꾸미는 수식이고 그들의 수식은 수가 들어있는 식이라서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들인 것이다.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들은 죄 휘발되었지만, syo는 자신이 한때 공대밥을 먹었다는 게 남몰래 뿌듯하다. 전자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은근슬쩍 즐기는 허영도 있다. 도서관에 가면 공학 도서들이 꽂혀 있는 서가를 반드시 방문하여 각종 OO이론, OO공학 따위의 제목이 박혀 있는 두꺼운 하드커버 책등을 에로틱한 손길로 어루만지곤 한다. 빌려올 것도 아니면서.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는 것처럼, 공대생일 때는 공대생이란 게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았었는데.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공학할 땐 공학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나는 젊고 전자 공학을 했구우나아~


지금 다시 시켜주면, 정말 재미나게 잘할 것만 같다. 공학 책을 만지는 손길이 자꾸만 야해지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걔랑 동거가 몇 년인데. 몸정이 무서운 법이라 그랬어…….

 

그렇지만 안되겠지. 소년은 쉽게 늙었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기만 하구나.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입을 조금 벌리고 턱을 길게 밀고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더 오래여도 좋다는 듯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말입니다

_ 박준, 〈메밀국수〉부분


영원한 것은 없다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은 결국 과거의 일부가 된다미래가 세련됐다거나 과거는 낡았다는 말이 아니다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뜻이다.

정은우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 마술사인 척하고 놀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기억해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어. 그 당시 나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든가,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기를 원했다기보다는 마법으로 나 스스로를 변신시키기를 원했지. 그래서 나는 고리를 돌리는가 하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쪼그리고 앉아서 나 자신이 사라지거나 둔갑하도록 주문을 외워대곤 했어. 물론 이불을 걷어냈을 때 원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야 하지. 하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 더 중요한 건 실제로 그곳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믿었던 짧디짧은 한순간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감정을 단순히 사라지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쁨으로 해석하고자 해. 그 미래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어. 매일같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단 하루일지언정 더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난 정말이지 시간이 흘러 얼른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얼른 죽게 말이지." 클레어가 말했다.

_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읽은 ---

+ 소설을 살다 / 이승우 : 95 ~ 248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188 ~ 298

+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 196 ~ 353

+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 이제니 : ~ 93


 

--- 읽는 ---

= 모스에서 잡스까지 / 신동흔 : ~ 143

=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 제이컵 솔 : ~ 88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 77

=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주경철 : ~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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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7-1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웃 터뜨리며 읽었습니다. Syo님 글은 내용과는 별개로 늘 재밌어요. 심각한 글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고. ㅎㅎㅎㅎ

syo 2019-07-14 08:51   좋아요 1 | URL
저로서는 굉장히 애처로운 글입니다만 ㅎㅎㅎㅎㅎㅎㅎ 어쨌든 웃음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단발머리 2019-07-1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자기 다음으로 사랑하는 자기가 전자기...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14 08:51   좋아요 0 | URL
요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7-1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만 보고 괜히 쫄았지 뭐에요.(이유는 알아서 짐작하세요!) 세상의 큰 틀은 간명한 수식 몇 개가 단단하게 받치는지 몰라도... 덕지덕지가 사람 사이를 잇고 울리고 웃기고 사랑 불쌍함 그리움 같은 마음을 만드는 거겠지요. 그 두 가지에 다 걸쳐 계시니 syo님은 큰 장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읽는 syo님 닮은 syo님이 닮은? 소설가가 장점은 곧 단점이라든데. 그럼 제 단점도 장점이 되려나? 바보 문돌이 인 것도?

syo 2019-07-14 13:02   좋아요 1 | URL
좋은말씀 학원 다니세요?? 요즘 읽고 있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칭찬폭격기라는 말이 나오던데, 누가 바로 떠오르더라구요.(누군지는 알아서 짐작하세요!)

그나저나 그 소설가가 누군지 궁금하니까 귓속말로 저한테만 살짝 알려줘봐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7-14 14:13   좋아요 0 | URL
직접 이름 말씀 하시면 쑥스러워서 그러죠? 소설은 작년에 한 권 밖에 안 읽었고 산문집 읽고 있는데 범인은, 이 사람이야! 하는 느낌이 똭- 얼른 다 읽고 리뷰 쓰면 밝혀지겠네요. syo 글을 좋아하니까 이 작가 글도 한 권 말고 더 봐야 될 거 같은 기분입니다. (다 드러내지 말고 감추는 거도 가르쳐 주네요 )
칭찬 폭격은 진짜 제가 해 본 적이 없는 거라 연습 대상이 되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마해서 복직 후 제대로 써 먹어 가련한 청춘들을 구제해 보겠습니다.

syo 2019-07-15 10:00   좋아요 1 | URL
진짜 모르겠어어서요 ㅋㅋㅋㅋ 열반인님도 꽤 읽으시니까....
리뷰가 얼른 올라오기를 기다려봐야겠네요.

충분히 칭찬에 재능이 있으십니다. 가련한 청춘들이 고공비행하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7-15 11:47   좋아요 0 | URL
syo님 발뒤꿈치 겨우 쫓아가는 중인 저보고 꽤 라고 하시면 본인은 꽤꽤꽤꽤꽤꽤래꽤뫠꽤 라고 자화자찬 하시는 건데....그러셔도 됩니다. ㅎㅎㅎㅎ
칭찬에 재능이 있다고 칭찬 받은 건 처음입니다. 썩히지 말고 앞으로는 잘 써 먹어야 겠네요.
 

 

오리의 욕심과 너구리의 섭섭함 

 

 

1

 

어물쩡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7급 시험도 어느덧 90일 남짓. 될 리 없다 생각하지만 9급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다 된 건 또 아니어서 부푼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희망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독서를 버려야 한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오리도 너구리도 되지 못한다. 오리너구리가 되고 만다……. 잠깐만, 오리너구리라는 게, 오리도 너구리도 아닌 것인가요, 아니면 오리이면서 너구리기도 한 것인가요? 만약 후자라면…….

 

그럴 리가.

 

공부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 했다. 근데 나한텐 그 때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나한텐 때가 없어, 그 때는 공부에 다 있지. 이 말장난은 마치, “치킨은 살 안 쪄, 살은 니가 쪄.” 분위긴데, 지금 이따위 쓰레기 같은 말장난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때도 없는 공부를 이틀 연짱 해댔기 때문인 것 같다. syo를 용서 하시옵소서. syo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옵니다…….

 

 

한줄 요약 : 일단 오리가 되어야겠다.

 

 

 

2

 

화요일 밤부터 눈두덩이 어쩐지 무겁더라니, 아침에 거울 속에서 다래끼를 만났다. 안녕, 다래끼새끼야. 또 만났구나. 니가 무슨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왜 이렇게 쓸데없이 주기적이니? 지난 번 다래끼를 잡아 죽이러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 말씀이, 사람의 눈꺼풀 주위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거기서 알게 모르게 노폐물이 배출되어야 그게 사람인 법인데, syo의 눈꺼풀 주변의 구멍은 거진 막혀 있는 상태라고. 아니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다래끼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요? , 그렇습니다- 하며 선생님은 칼로 syo의 눈두덩을 찢고 다래끼를 짜내셨다. 마음의 준비는커녕 동의도 없이! 그런 따가운 기억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다래끼새끼가 다래끼어른이 되기 전에 약물의 힘을 빌려 제거하고자 일찌감치 병원에 찾아갔다. 성공적이었다. 3일치 약을 받아왔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다시 방문하세요,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이목구비는 아무래도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요- 라는 비음성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꼬박꼬박 안약을 넣어가며 5회분의 약을 복용한 시점에서 다래끼는 눈 녹듯 눈에서 사라졌다.

 

대신 찾아온 뜻밖의 손님이 ㅍㅍㅅㅅ였다(이것은 특정 이슈 큐레이팅 사이트의 이름도 아니고, 남정네들이 좋아하는 특정 익스트림 어덜트 스포츠(?)의 초성도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기후 현상에 가깝다고 하겠다. 천둥소리를 동반하는 갈색 물폭탄……).

 

뭘 잘못 먹은 것도 없다. 심지어 아프지도 않다. 다른 것 없는 순수한 ㅍㅍㅅㅅ. 대체 왜? 달라진 거라고는 안약 넣고 알약 먹은 것 밖에……. 혹시?

 

따가운 응꼬를 어루만지며(진짜 그러지는 않았어요) 욕실에서 뛰쳐나와 바로 약봉지를 낚아챘다. 겉면에 내가 삼킨 알약의 이름과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누가 봐도 아야하는 위장처럼 생긴 쪼꼬미 아이콘(?)이 그려져 있고, 아래에 쓰여 있다. 소화 장애가 있을 수 있어요. 있어요도 아니고 있을 수 있어요인데 그 확률에 덜컥 걸리다니. 이래서 늙으면 서럽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있을 수 있을 수 있어요?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니면,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 (닭똥 같은 눈물)

 

한줄 요약 1 : 요즘 약봉지는 참 친절하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한줄 요약 2 :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한줄 요약 3 : 한줄 요약 2는 사실 두 줄 요약이다.

한줄 요약 4 : 한줄 요약 3까지 붙일 거면 차라리 요약이라 하질 마라.

한줄 요약 5 : 그러면서 또 한 줄을 더 썼다.

한줄 요약 6 : 대체 언제까지 이럴 텐가.

 

 

 

3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쥔 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은 채 읽다가 떨어뜨려서 코끝을 얻어맞음. 눈물이 핑 돌았음. 하드한 커버와 소프트한 코끝. 주르륵 흐르는 눈물.

 


 우리들의 꿈 모리재에서

 우리는 인생이 적인 책을 두터운 밤으로 찢으며 진로에 대하여노동과 혁명에 대하여

 떠들었다단 한 줄로 씌어지는 인생을 갖고 싶다고거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공설 운동장 가까운 형의 자취방 막걸리 마시며 배웠던 동지가를 함께 부르다

 이런 고백,

 형그런데 나는 엄마 때문에엄마 때문에하다가 울먹거리는말하자면

 결국 사랑은 문장마다 튀어나온 돌부리 같아서 매번 넘어지기 위하여알지도 못하는

 도착지 따위에 영영 도착하지 않기 위하여,

 픽제 발로 쓰러져 쳐다보면언젠가 퐁당 던져버린 반지의 금빛 테를 가진

 달

 같은 것그저 형형 부르다

 날 밝으면,

 태양이 오렌지색 공을 치고 있는 모리재팡팡 터지면서 그런데도 아무도 모르게

 추위처럼 쉴 새 없이 공은 날아와

 멍든 산에쑥쑥 멍처럼 자라 어느 날 푸른 숲의 서러움이 꼿꼿한 서릿발 나무둥치로 일어서는

 모리재.

 이제 우리의 인생은 멀리 그러나 거기서

 우리는.

신용목모리재〉 부분

 

시인의 말은 우리의 말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말이겠으나, 그 크게 다를 것 없는 말에 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에겐 그 말이 정확한지 적확한지 정교한지 정밀한지 판단할 자격이 끝없이 유보되는 것은 아닐까. 시가 아닌 것들에 대해 시가 지닌 치외법권이나 시인이 아닌 이들에 대해 시인이 지닌 면책특권 같은 것. 그런 것들을 마주하면 온순한 자세로 가슴을 열고 시가 내 마음에 어떤 불을 붙이는지, 그 불이 또 어떤 나를 만드는지 같은 생각에 그저 몰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해는 종종 낮은 사람의 일이 아니고 공감은 때로 사람의 일이 아님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게 우선. 시인의 마음을 짐작하기보다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먼저. 단 한 줄로 씌어지는 인생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문장에 내가 박아 넣고 싶은 단어 역시 사랑인지, 사랑이라면 이 사랑이 그 사랑인지, 혹시 그 사랑이 문장마다 돌부리처럼 튀어나와 알지 못하는 도착지에 도착하는 일을 영영 유예시키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것인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 입과 닮았는지, 그런 것들을 일단. 아니다, 흐르는 눈물을, 아니다, 아픈 코끝을 만져주는 것이 처음.

 

 

 

4


 

며칠 전 재희를 읽지 않았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을 구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간되자마자 호평에 혹해 샀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아직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겠다. 벌써 대충 일 년이다. 어찌 되었건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은 나오는 족족 다 사 제끼는 추세. 이걸로 또 묵은지나 만드나요…….

 

 

독서실로…….

 

 

 

 

--- 읽은 ---

+ 나의 끝 거창 / 신용목 : ~ 127

+ 이코노크러시 / 조 얼 외 : 150 ~ 306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 77 ~ 199

 

 

--- 읽는 ---

= 소설을 살다 / 이승우 : ~ 95

= 길 위의 독서 / 전성원 : ~ 80

=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 ~ 196

= 자본가의 탄생 / 그레그 스타인메츠 : ~ 171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82 ~ 188

=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 / 데이비드 프리드먼 :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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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7-1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쥔 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은 채 읽다가 떨어뜨려서 코끝을 얻어맞는...거 저도 해봤어요!!(자랑이다)

오리너구리는 아마도, 오리+너구리 가 아닐까요? 오리이기도 하고 너구리이기도 한. 킁킁.
아무튼, 알라딘에서 쇼님 보는 거 즐거워요! 오리든 너구리든 둘 다이든.

syo 2019-07-12 09:39   좋아요 0 | URL
오리너구리는 난생의 포유류라는 쉽지 않은 포지션이네요.
세상 쉬운 게 없다.....

어쨌든 고라파덕 같이 생겨서 귀엽다, 오리너구리.


단발머리 2019-07-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언제까지 이럴 텐가...
다음도 막 이어서 써 주고 그럼 막 좋겠어요. 이히히... 재미지다~~~

syo 2019-07-12 09:40   좋아요 0 | URL
쓸 때는 두세 개 더 있었는데 늘어져서 지웠어요 ㅎㅎㅎ
엄마가 너 이러는 거 알고 계시니- 뭐 이런 따위였구요.

단발머리 2019-07-12 09:41   좋아요 1 | URL
그거 좋네요.
엄마가 너 이러는 거 알고 계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릴께요^^

2019-07-12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7-1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일! 응원드립니다. 다래끼는 여기서 좀 서둘러 빠져 달라~~

syo 2019-07-12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래끼 잡아냈습니다. 다래끼 요놈....

cyrus 2019-07-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일이면 길면서도 한편으로는 짧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네요. 7급이면 9급 과목에 두 과목이 추가된 거 맞죠?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오길 바랍니다. ^^

syo 2019-07-12 19:23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하시는 게 많아서 정신없죠? 여름인데 건강 잘 챙겨가면서 하시기를 ㅎㅎㅎ

stella.K 2019-07-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래끼...!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다래끼에 관한 글을 썼는데.
제가 어렸을 때 다래끼의 여왕이었거든요. 얼마나 괴롭던지.ㅠㅠㅠㅠ
지금은 안 나지만. 스요님 다 커서 이 무슨 부스럼입니까?
뭐 잡았다니 다행입니다만 다시 날 수도 있어요. 조심하시길.
스요님의 새로운 도전에 영광있으라!!!ㅋ

syo 2019-07-12 19: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제 정말 간간이 등장하시네요, 스텔라님.
스텔라님의 도전이 의미있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저도 스텔라님을 응원합니다 ㅎㅎ

다래끼는 괜찮아요, 나타난다 싶을 때 초장에 때려잡으면 되니까요.

유부만두 2019-07-1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패드로 전자책 읽다가
.... 소프트한 페이스를 ..., ㅜ ㅜ

syo 2019-07-14 01:21   좋아요 0 | URL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닌데 저는 다음에도 또 그런답니다. 이번만큼은 안 그럴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bookholic 2019-07-12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 중에 7급 시험을 여러번 고배를 마시디가
결국 눈을 낮춰 9급에 합격을 했어요.
그리고 이 자신감으로..
다시 7급을 도전해서 한번만에 철커덕...
syo님도 제 후배처럼 연속 철커덕 되시길....

syo 2019-07-14 01: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홀릭님!

응원해주시는만큼 열심히 해야 뭐가 되도 될 텐데,
맨날 책 읽고 노는 모습 보여드려 부끄럽습니다ㅠㅠ

 

 

사전을 만들기 위해 사전을 찢는

 

 

그러니까 그것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호숫가를 거닐다 마주치는 새들에게 저마다 이름 하나씩 붙여주려고 맞댄 두 이마다. 가장 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마주앉아 A4 이면지에 그려보는 미래의 타임라인이다. 그 시간의 교차다. 아니면 그것은, 하늘까지 치솟은 아파트 그림자 아래서 잘게 쪼개진 노을의 파편을 빗겨 맞으며 일부러 놓쳤던 버스의 행렬이거나 다음 거 타, 다음 거 탈래, 기약 없이 유예되는 아쉬움일 것이다. 혹은, 아침의 해장국 가게에서 들은 두 사람 잘 어울린다는 뜻밖의 칭찬이거나, 그 가게로 가는 길에 건너야 했던 중랑천 어느 다리 위에서 잡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던 작고 하얀 손이었거나, 작고 초라한 용기였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눈물 흘리는 모습 보이면 이 마음이 아플까봐 얼른 사라진 저 마음과, 돌아봐 눈 마주치면 저 마음 그 자리에 돌처럼 서서 한없이 눈물 흘릴까봐 끝내 돌아보지 않은 이 마음의 대칭적 협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끌어다 잡은 손에 예상치 못했던 온기 같은 것이 있어서 이 손을 잡고 있는 동안이라면 마음이 무너져도 좋지 않을까 품어 본 위태로운 욕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불가능했고 불가능해야만 했던 욕심이 먼지로 바스라지는 동안 그 안에서 발견한 앙상한 자화상, 익명의 공간에서 누리는 비익명적 기쁨의 단맛, 도무지 바닥을 알 수 없는 맹목적 애정, 돌고 도는 시간과 돌고 도는 호변, 제주도의 밤과 풍차와 전기차, 자꾸만 아름다워지는 어느 동거의 기억, 끝없이 기쁜 설거지, 서로 내가 버리겠다고 다투는 음식물 쓰레기, 자꾸만 만지고 싶은 몸, 닿지 않은 순간에도 닿아 있는 입술, , 뒤에서 안아주기, 안기기, 슈만, 쇼스타코비치, 김환기, 이우환, 눈빛, 감아도 떠도 늘 발견되는 눈빛, 눈빛, , , .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가 무심히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시점을명확히 구별되면서도 특별한 순간에 일어난 일과 같은자신의 존재 속으로 파고드는 돌파구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어쩌면 그 기억은 틀렸을지도 모른다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나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는 통찰의 순간눈에 대한 사랑은 실제로는 어떤 급작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어쩌면 항상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리라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페터 회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밤새도록 파고드는 밤섬머리를 들이받아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세모래밭을 만듭니다

 그러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자욱한 철새들이

 거기에 매서운 첫 획들을 찍는데

 그중엔 아주 작은 아기 것도 섞여 있어

 파도가 다시 와선 뺨 부비곤 했답니다

이시영발자국전문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 해야 해'라는 당위나 의무가 아니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라는 경우의 수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그러한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꽉 짜인 일상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자유와 선택지우발성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그 말인즉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삶은 문제 제기를 통해 여러 가지 답을 선택하는 과정이지모든 문제가 하나의 답으로 수렴되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문제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만능열쇠와 같은 하나의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만약 답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내가 살아온 삶 속에 있을 겁니다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겠지요나는 계속 살아나가는 존재이고 그 답들도 계속 구성 중입니다.

신승철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당신을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는 것이게 기적이다책을 읽고 나니 지금 다른 곳에서 잠들어 있을 사람의 구부정한 등이보고 싶다잠든 등을 사랑하는 것내 취미다.

장석주박연준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읽은 ---

+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이시영 : ~ 155

+ 소설보다 가을 2018 / 박상영 외 : 73 ~ 170

+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 그레이슨 페리 : 60 ~ 187

 

 

 

--- 읽는 ---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 ~ 77

= 이코노크러시 / 조 얼 외 : ~ 150

=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신승철 : ~ 82

= IFRS 회계원리 / 최창규 외 :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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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7-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좋네요! 난 시간이 많으면 딴 짓하고 책읽을려면 시간이 없고 글쓸려고 모니터 앞에 앉으니 컴터 고장나고 ...결국 a/s맡겨야 할듯 ...이래저래 핑계와 변명으로 하루를 나네요 ㅋㅋㅋㅋ

syo 2019-07-09 12:12   좋아요 1 | URL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고 그런 것이지요. 곧 있으면 다시 돌아와 빠바박 쓰실 거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19-07-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는 예전에 절판되었다가 사람들이
마구 재출간해 달라고 해서 다시 나왔을
적에 쟁여 두기는 했는데 미처 못 읽고
있네요. 아마 두께 때문에?


syo 2019-07-09 12:13   좋아요 0 | URL
잘 안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레삭매냐님처럼 단련된 소설 독자께서는 공감을 못하실 수도 있으나.....

단발머리 2019-07-0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하면 김연수가 생각나요. 얼마나 근사한 책이라 칭찬을 했던지요. 항상 ‘읽어야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할까요? ㅎㅎㅎㅎ

syo 2019-07-09 12:14   좋아요 0 | URL
엄청나다.... 엄청나... 이런 생각은 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잘 안 넘어가요......

뒷북소녀 2019-07-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이러면 안되는데...<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이 책 표지가 좀... 재미없게 생겼네요. 작가는 마음에 드는데요.ㅋㅋㅋ

syo 2019-07-09 16:39   좋아요 0 | URL
저 표지 칭찬하는 사람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왜 저랬는지 모르겠어요......

2019-07-10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2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