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의 ‘군’은 접두사가 아니라 어근입니다만, 당최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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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할 땐 고구마다. 옛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무슨 뜻이냐면, 감자는 튀기고 고구마는 구우라는 의미다. 컵에 우유를 채우고,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고구마를 꺼내놓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ㄹ것 같지만 배는 먹어야 부르다. 여윽시 고구마는 우유지. 고구마에 김치 얹어서 먹는 오랑캐가 있다던데 들어는 봤냐. syo가 묻는다. 三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 엄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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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고구마랑 잘 어울리고, 우유도 고구마랑 잘 어울리는데, 그렇다면 김치와 우유는 어떻게 지낼까?
어릴 적 우리 패밀리에서 三은 그야말로 고구마 같은 존재여서, 우리는 늘 三의 집에 모여서 놀았고, 모여서 햄버거 치킨 파티를 벌이고, 모여서 오심 노래방으로 달려갔으며, 모여서 사우나도 하고 다 했다. 우리 모두의 고구마였던 그는 이제 내 인생의 고구마로 거듭나서, 금토일 3일중 금요일 밤과 일요일 오전~점심 이렇게 두 번만 자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게임으로 보낸다. 저걸 보고 있자면 내 인생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고구마 다섯 개쯤 욱여넣은 마냥 답답한지 모르겠다. 아오 주모 여기 김치랑 우유 한 사발 내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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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에 달하는 독서 공백기를 깨고 처음 읽은 책이 『올 댓 이즈』여서 위험했다. 너어어무 재미가 없었는데 하필이면 syo가 가장 사랑하는 설터의 책이어서, 나는 내가 이제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줄 알았다. 아니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재밌었어. 당분간 어려운 책은 좀 피하고 재밌는 거 뇸뇸 먹으면서 폼 올리는데 주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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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간이 생기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드라마도 보고 웹툰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고 보고 보고 또 보다 보니 뭔가 보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만지고 싶다.
--- 읽은 ---
01. 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음 / 김영준 옮김 / 마음산책 / 2015
한 번도 보고 싶었던 적이 없는 것을 초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놓은 그림. 아름다우나 부질없다. 그건 부질없으나 아름다운 것과는 전혀 다르다.
02.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닮았다. 닮은 표정으로 상처받고, 자신을 상처입힌 이와 닮은 표정으로 상처를 준다. 아플 때나 아파할 때나, 우리는 왜 기어이 닮아야만 하는가. 아픈 것이 슬픔이라면, 닮은 것이야말로 비극이다.
--- 읽는 ---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 폴 발레리 외
에세 1 / 미셸 드 몽테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