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의 은 접두사가 아니라 어근입니다만, 당최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1

 

싸늘할 땐 고구마다. 옛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무슨 뜻이냐면, 감자는 튀기고 고구마는 구우라는 의미다. 컵에 우유를 채우고,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고구마를 꺼내놓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ㄹ것 같지만 배는 먹어야 부르다. 여윽시 고구마는 우유지. 고구마에 김치 얹어서 먹는 오랑캐가 있다던데 들어는 봤냐. syo가 묻는다. 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 엄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

 

김치가 고구마랑 잘 어울리고, 우유도 고구마랑 잘 어울리는데, 그렇다면 김치와 우유는 어떻게 지낼까?

 

어릴 적 우리 패밀리에서 은 그야말로 고구마 같은 존재여서, 우리는 늘 의 집에 모여서 놀았고, 모여서 햄버거 치킨 파티를 벌이고, 모여서 오심 노래방으로 달려갔으며, 모여서 사우나도 하고 다 했다. 우리 모두의 고구마였던 그는 이제 내 인생의 고구마로 거듭나서, 금토일 3일중 금요일 밤과 일요일 오전~점심 이렇게 두 번만 자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게임으로 보낸다. 저걸 보고 있자면 내 인생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고구마 다섯 개쯤 욱여넣은 마냥 답답한지 모르겠다. 아오 주모 여기 김치랑 우유 한 사발 내오시게…….

 

 

 

3

 

몇 년에 달하는 독서 공백기를 깨고 처음 읽은 책이 올 댓 이즈여서 위험했다. 너어어무 재미가 없었는데 하필이면 syo가 가장 사랑하는 설터의 책이어서, 나는 내가 이제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줄 알았다. 아니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재밌었어. 당분간 어려운 책은 좀 피하고 재밌는 거 뇸뇸 먹으면서 폼 올리는데 주력해야겠다.

 

 

 

4

 

갑자기 시간이 생기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드라마도 보고 웹툰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고 보고 보고 또 보다 보니 뭔가 보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만지고 싶다.

 

 

 

--- 읽은 ---


 

01. 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음 / 김영준 옮김 / 마음산책 / 2015

 

한 번도 보고 싶었던 적이 없는 것을 초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놓은 그림. 아름다우나 부질없다. 그건 부질없으나 아름다운 것과는 전혀 다르다.

 

 

 

02.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닮았다. 닮은 표정으로 상처받고, 자신을 상처입힌 이와 닮은 표정으로 상처를 준다. 아플 때나 아파할 때나, 우리는 왜 기어이 닮아야만 하는가. 아픈 것이 슬픔이라면, 닮은 것이야말로 비극이다.

 

 

 

--- 읽는 ---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 폴 발레리 외

에세 1 / 미셸 드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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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17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론 고구마에 우유나 김치를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는 동치미라고도 하죠.
고구마가 먹을 땐 좋은데 가스가 차는 경우가 있어 동치미의 무가 가스 차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해 준다고.
추운 겨울밤 야식으로 그만한 조합도 없죠. 특히 살얼음 낀 동치미라면...!
참고로 저는 동치미는 잘 안 먹습니다. ㅋ

syo 2024-11-19 0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니 동치미에는 그런 과학적 근거가 있었군요.
아니, 근데 그렇다면 동치미를 잘 안 드신다는 스텔라님께서는 가스 문제를 해결하시는 신묘한 다른 방법이 있으신가 보네요ㅋ

초란공 2024-11-17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syo님 복귀하셨군요!!! ㅎㅎ 저도 집 주변 시장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11월부터 나오곤 하던 군고구마 화로(?)가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인지 기미도 안보입니다. 아직 천원에 붕어빵 세 개인 곳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붕새권인데도 기후 변화는 어쩔 수 없나뵈요. 암튼 다시 뵈니 반갑습니당!

stella.K 2024-11-18 09:57   좋아요 0 | URL
헉, 붕어빵 세 마리가 천원! 초란공님 시골에 사시나요? 요즘 이천에도 못 사 먹습니다. 뭐 대신 포장 붕어빵이 있는가 본데 예전에 한 번 사 먹고 넘 맛없어서 그후 파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ㅠㅠ

syo 2024-11-19 09:38   좋아요 0 | URL
붕세권! 뭔가 욕같으면서도 부러운 기묘한 단어네요.
겨울과 함께 돌아온 syo입니다. 양손에는 고구마와 우유잔을 들고.

암튼 반갑습니다 초란공님 ㅎㅎ

공쟝쟝 2024-11-1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님, 안녕? 오랫만 ㅋㅋ
뭘 봐요! 읽어야죠!!! oo모드 엉덩이의 힘을 보여쥬세요!! ㅋㅋㅋ 일단 책탑부터 쌓자, 쇼님아!

syo 2024-11-19 09:40   좋아요 1 | URL
아니 이 사람아,
이제 목발 짚고 슬슬 움직여보려는 사람한테 철물점 가서 허들부터 사오라고 하다니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었어요? ㅋㅋㅋㅋㅋ 멀시! 멀시!

단발머리 2024-11-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01. 로부터 시작되는 이 아름다운 독서기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까지 펼쳐질지 엄청나게 기대됩니다.
삼님도 잘 지내시는군요. 내게는 잘 지내시는 걸로 읽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가방가 하러 들어왔는데 새 글 있어서 좋았어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syo 2024-11-19 09:41   좋아요 0 | URL
syo는 syo처럼, 三은 三처럼 변함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답답해하면서ㅋㅋㅋㅋㅋㅋ

방가방가는 잘 접수되었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4-11-1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syo님이다!

syo 2024-11-19 09:4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syo님입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4-11-1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삼님을 아는 분위긴데 삼님은 누구신가요ㅎ?

syo 2024-11-19 09:42   좋아요 1 | URL
음, 전혀 신경 쓰실 필요와 이유와 가치가 없는 사람이랄까요?

꼬마요정 2024-11-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님 오랜만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지난 1년 동안 책이 엄청나게 나왔어요!! 책탑 이만큼 쌓고 또 이마안큼 글 써주시기!!^^

syo 2024-11-19 09:46   좋아요 1 | URL
요즘은 책탑이 대세인가보군요!
우리 나라 출판계의 미래는 이 동네 사람들 때문에 밝겠네요.

저는 그냥 쪼끄맣게 읽으려고 그랬는데..... ㅎㅎㅎㅎㅎ

구단씨 2024-11-1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쇼님 오랜만의 소식에 너무 반가워요~~!!! ^^
저는 고구마에 김치도 먹고 우유도 마시고 그럽니다.
고구마를 가운데 두고 김치와 우유의 사이를 좋게 만드는? ㅎㅎㅎ

여전히 쇼님의 곁에는 삼님이 함께 계시는군요.
날씨도 추워지고 올 겨울 한파도 무섭다고 하는데,
삼님을 곁에 두시고 체온 떨어지지 않게 하세요. ^^

syo 2024-11-20 15:43   좋아요 0 | URL
구단씨님 반갑습니다.
고구마의 가장 친한 친구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봐야겠군요.

구단씨님은 위아더 월드 사해동포주의자에 가까우신가 봐요. 고구마를 중심으로 김치와 우유의 사이도 좋게 만들고, 三같은 이조차 곁에 두라고 하시는 걸 보면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11-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터의 이 소설 저도 읽다말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바빠서였는지, 아니면 재미없어서인지....^^
반갑습니다. 쇼님!
삼님도 반갑구요.

syo 2024-11-20 15:43   좋아요 1 | URL
재미가 없어서일겁니다. 확실해요! 너무 재미가 없었어....

그레이스님, 반갑습니다!

감은빛 2024-11-2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마를 마지막으로 먹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단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군고구마의 그 단맛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오래전에 군고구마를 먹을 때는 김치랑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유는 그 머시냐, 유당 분해효소인가, 그게 없어서 못 마셔요. 저는 제가 평생 우유를 못 마시는 사람이어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게 신기하더라구요. 단 음식을 좋아하거나 잘 먹는 사람들도 좀 신기하구요.

syo 2024-11-28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지만, 단맛보다는 짠맛파라서 사실 고구마보다는 감자를 좋아하거든요. 감자가 짜다는 건 아니지만 고구마에 비하면 뭔가 뭔가. 감자를 먹을 때도 설탕파와 소금파가 있는데 저는 단연 소금파였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달게 먹어도 짜게 먹어도 혼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