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

 


179. 오늘부터 부러움에 지지 않고 살기로 했다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지음 / 이동준, 나유신 옮김 / 팬덤북스 / 2018

 

우리가 누구이든, 무엇을 할 수 있거나 갖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다양한 관점에서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비교하는 습성을 끊으려면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한다. 물론, 우리는 거기서도 산 속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비교를 멈출 수 없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비교하기를 '금지'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비교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살펴보고, 종전과는 다른 비교 사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_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오늘부터 부러움에 지지 않고 살기로 했다

 

이 책이 태어난 의미를 저보다 잘 설명하기는 어렵겠다. 핵심은 저기에 다 있다. 부러움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이용하라. 말은 쉽다만.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하면 지금 내 머리를 점령하고 있는 부러움 한 개를 제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부러움이라는 것은 파이널 스테이지가 없는 슈팅 게임 속 외계 비행체처럼 무한한 총알을 난사하며 무한히 밀려온다. 내 몸과 내 감정이라는 조막만 한 전투기 조종사에 불과한 우리는 신들린 컨트롤과 기기묘묘할 정도의 미세조정을 동원해 부러움의 폭격을 요리조리 피해 보겠지만, 무한 앞에서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부러움의 탄환은 시시때때로 가슴에 박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그 감정을 적출해야 한다. 가까스로 그것에 성공하거나 혹은 그냥 제거할 수 없는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겨우 한숨 돌리고 고개를 들면, 저기 저 앞에서 부러움 폭격단이 무한의 군세로 다시 진군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 감기를 이겨도 우리는 다음 감기를 또 이겨야 한다. 부러움도 그렇다. 그러니까 결국 이것은 영원히 회귀하는 삶을 앞에 두고, ‘어차피그럴수록 더욱가운데 뭘 고를 것인가의 문제 비슷하다. 이 책은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게 다소 허망해 보이거나 말은 쉽다만으로 수렴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 내 부러움이니까. 최소한 이 책만큼은 노력해보자는 것.

 

 

 


180. 유괴의 날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

 

약간 특이한 캐릭터들이 있고, 그들의 조합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재미가 있다. 약간이다. 이 장르의 책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반전이 있다. 약간 놀랍다. 그 외에는 별 게 없었다. 메시지 투척이 없을 거라면 더 재미있거나 더 아름답거나 순간의 마음을 더 잘 그려내거나 했으면 좋았을 텐데. 페이지는 정말 빨리 넘어갔는데, 최근 다른 어떤 책에서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는 말을 칭송처럼 쓰고 또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슬쩍 조롱하는 듯한 글을 읽고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래서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요, 라고 말하기가 참 애매하고 애매한 만큼 조심스럽긴 하다.

 

 

 

 


181. 이까짓,

윰토끼 지음 / 봄름 / 2021

 

얼굴에 털이 꽤 나는 편이다. 코 아래 솜털이 나기 시작한 게 중학교 때였는데, 면도하면 두꺼워진다는 무서운 소리를 들어서 정말 손 한번 대지 않고 오냐오냐 해줬건만, 그 버릇없는 털은 고등학교 때쯤 벌써 털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다. 숨 쉴 때마다 부르르 떨릴 정도의 존재감을 갖췄으니 차라리 털이라고 부르는 게 나았겠다. 거기만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볼따구에도 털은 있었다. 걔도 어느 순간부터는 무시하기 어려울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면도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바로 제초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면도 부위의 털들은 더 두껍고 더 격렬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현재는 아침에 면도해도 점심때쯤 얼굴이 거뭇거뭇해지고, 오후에는 면도 좀 하고 다니라는 말을 반드시 한 번은 듣는 수준에 도달했다. , 이놈의 털들 다 죽었으면.

 

그렇지만 이놈의 털들을 이까짓 털들로 여기며 살려고 들면 그럴 수는 있었다. 그냥 내 내면의 털가치평가위원회와 협상만 잘 하면 되는 문제니까. 하지만 이놈의 털들을 이까짓 털로 만들기 위해 그 이상의 것들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몸의 털이 사회적 심지어 도덕적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경우들. 외부의 시선이 몸에 침투하고 몸을 강제하는 것은 모든 몸에 공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몸의 주인에 따라서 그 강도, 기준, ‘위반시 처벌 수위가 다르다.

 

그녀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속눈썹을 뽑아내는 아찔한 고통을 참았을까(겨드랑이털 뽑는 것보다 더 아팠을 것 같은데). 내가 그 시절의 그녀들을 떠올리듯 자신보다 과거의 아름답다 칭송받았던 다른 여자들을 떠올렸을까. 아름다움을 외면하며 살 수 없었던 수많은 여자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지금이 낫다, 그렇게 자위했을까.

  이제는 매끈한 때보다 수북할 더 관심을 받는다. 낮에도 하늘에 별이 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말하지 않지만 그게 보이는 순간은 또 귀신같이 짚어낸다. 그렇다면 내 몸의 털들은 별과 동급인가. 별도 밤에는 당당히 빛을 발하는데, 나의 털들에게는 그런 밤이 찾아올 수 있을까.

_ 윰토끼, 이까짓,

 

사실 얼굴 말고도 전체적으로 털이 좀 강세다. 체감 통계상 얼굴 털로는 상위 10% 정도에 들 것 같고, 여기저기의 털들도 대충 중윗값 이상은 칠 듯. 근데 그럴 거면 도의상 머리숱도 그래야 하잖아? 하여간 지 맘대로야 이 털새끼들…….

 

 

 


182. 철학사 아는 척하기

데이브 로빈슨 지음 / 주디 그로브스 그림 / 양영철 옮김 / 이병창 감수 / 팬덤북스 / 2021

 

완독에 20분쯤 걸렸다. 10분 남짓 읽었더니 절반이더라. 오히려 내가 놀라 멈춘 케이스. 뭐지? 내가 미쳤나? 다음 날, 남은 절반도 앞쪽 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미친 것이 아닌걸로.

 

그나저나 감수자 이병창 선생님은 같은 출판사에서 내신 선생님 저서 제목에도 아는 척하기라는 말을 다셨는데, 이건 출판사의 취향인 건가? 이 책과 그 책을 놓고 보면 척하기에 더 가까운 건 이 책이겠다. 진짜 이 책으로는 척할 수만 있다. 뭔가 더 할 수가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30분도 안 돼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183. 메리, 마리아, 마틸다

메리 을스턴크래프트, 메리 셸리 지음 / 이나경 옮김 / 한국문화사 / 2018

 

혹스 모클리J. W. Mauchil와 에커트J. P. Eckert를 아십니까. 혹은 조금 더 유명한 사람으로 폰 노이만Von Neumann은 아시는지?

 

모클리와 에커트는 에니악ENIAC이라는 30톤짜리 공학용 계산기를 만들었는데, 프로그래밍이 가능했던 에니악은 최초의 컴퓨터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스위칭 소자를 배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지금의 컴퓨터 구조와는 약간 다르다. 현재는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라는 구조를 사용하는데, 이를 제시한 것이 폰 노이만이라는 유명한 천재였다(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실제 창시자를 에커트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니까 거칠게 말하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컴퓨터(및 핸드폰을 비롯한 프로그램 구동이 가능한 거의 모든 전자기기)의 육신과 영혼의 구조를 처음 세운 사람들로 저 세 할아버지를 언급해도 틀리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나 오늘날 태평양 건너편의 창고에 쌓인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결제하기 위해 엄지 두 개로 아이폰의 액정을 두드리면서, 우리 중 누구도 모클리와 애커트와 폰 노이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을 조금이라도 퇴근을 앞당기기 위해 엑셀을 공부하고, 4차산업 혁명이라는 알 수 없는 놈의 협박에 굴복해 코딩을 공부하고, 남들 다 하는 것들을 못하고 뒤쳐지는 인간이 되기 싫어서 새롭게 등장하는 SNS며 메타버스며 기기묘묘한 플랫폼에 대해서 공부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발점에 있는 모클리와 에커트와 폰 노이만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는다. 시초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폰 노이만이 컴퓨터의 구조에 대해 쓴 책이나 논문은 당시에는 기술적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 속의 세 작품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계보학적 위치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메리들은 용감했고 명민했다. 시대와 맞섰고 후대를 위한 초석을 닦았다. 기록할 만하고 칭송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이 이 책 속의 작품을 쓰지 않았더라도 그 칭송의 크기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은 그들이 대표작으로 남긴 작품들의 아우라를 일부 걷어냈다.

 

 

 


184.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

 

- 일독(long long time ago……)

- 재독(210527)

 

기량의 절정기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어 은퇴한 천재 야구선수가,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계기로 사람들의 사랑을 얻었고 그 힘으로 정치에 뛰어들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협박 편지가 날아들고 그는 탐정을 찾아온다. 조사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과거사와 주변 인물들, 숨겨진 사건들, 그리고 반전들……. 뭐 익숙한 그림이다.

 

탐정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도 그랬지만, 왜 이 장르 속 등장인물들은 다들 이렇게 말솜씨 한번 대단할까? 이렇게 웃기게 비꼬려면 사람이 얼마나 비비 꼬여야 하는 걸까.

 

길게 한 대목 뽑아 보겠다.

 

<아주 큰 녀석>은 스테레오 전축이 놓여 있는 방구석에서 내가 아까 틀었던 레코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레코드판을 집어들고 커버에 찍힌 모차르트 초상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 친구가 누구지? 징그러운 호모 색시처럼 보이는데.

  「그 친구는 2백 년 전에 죽었어. 세 살 때 이미 당신의 그 고릴라 같은 대갈통 속에 들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지성이 그 친구의 무릎뼈 속에 들어 있었지.

  「망할 자식. 말솜씨 한번 대단하군.

  <아주 큰 녀석>이 말했다. 레코드를 재킷에서 꺼내어 양면을 유심히 살펴 보더니 둘로 딱 쪼개 버려싸. 그리고는 레코드 조각을 마룻바닥에다 내던졌다.

  「당신 말야, 그 짓을 한 벌로 천 년 동안 불지옥에서 고통받게 될 거야.

  「미안해. 손이 미끄러졌나 봐.

  그는 당황한 체하면서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녀석을 무시하고 <그냥 큰 녀석>한테 말했다.

  「, 이젠 저 친구랑 꺼지는 게 어때? 메시지도 전했으니, 더 이상 얘기하고 자실 것도 없잖아?

  「천만에. 나는 당신한테 메시지를 전했지만, 당신은 나한테 대답을 주지 않았어.

  <그냥 큰 녀석>이 말했다.

  <아주 큰 녀석>은 책장으로 다가가더니 책 몇 권을 마룻바닥에 내던진 다음, 긴 팔을 선반 속으로 집어넣어 나머지 책을 쓸어 버렸다. 책은 와르르 굴러 떨어지면서 레코드 플레이어의 투명한 플라스틱 덮개에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냥 큰 녀석>은 시큰둥한 채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즐거워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한테는 그가 해야 할 일이 었었고, 짝패도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이런 실수를 하다니, 탈이 나도 단단히 났나 봐.

  <아주 큰 녀석>이 말했다. 녀석은 실내 장식가가 되는 게 꿈인 모양이었다. 한가한 저녁에는 기발한 착상을 얻기 위해 아름다운 집최신호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몇 분도 지나기 전에 그는 내 거실을 온통 새로 설계하다시피 했고, 일을 다 끝냈을 때쯤이면 내 거실은 그가 의도한 대로 새로운 모양을 갖추게 될 터였다. 그의 수법은 물건을 사방에 흩뜨려 놓는 이른바 분산식이었고, 방은 최고로 멋진 집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파격적인 매력을 갖게 될 터였다.

_ 폴 오스터, 스퀴즈 플레이

 

스퀴즈 플레이는 폴 오스터의 출세작이 나오기 전에, 심지어 폴 오스터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쓴 탐정 소설이라고 한다. 비슷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유괴의 날과 나란히 읽게 된 건 우연인데, 그 덕에 어떤 책은 더 훌륭해 보였고 또 어떤 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확실히 폴 오스터는 글을 잘 써. 내 청춘의 한 시대를 함께 했던 나의 폴 아저씨.

 

그렇지만 빅 슬립을 떠올려 보면 웬만해선 다 고만고만해지는 슬픔.

 

 

 

--- 읽는 ---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 이진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토리텔러

철학의 태도 / 아즈마 히로키

1417, 근대의 탄생 / 스티븐 그린블랫

시민의 물리학 / 유상균

나의 첫 투자수업 1 : 마인드 편 / 김정환, 김이안

스스로를 아는 일 / 앙드레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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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5-29 13: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곱슬거리는 머리털 고민 말고는 별로 해 본 적이 없지만 왠지 느껴지는 슬픔…그래도 털 수북한 사람들이 대개 속눈썹이나 눈썹 같이 미모에 영향 주는 털도 예쁘게 풍성한 경향이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그런데 진짜 이상하게도 머리털만 예외란 말입니다… 수염 풍성한 털보 대머리는 왜다지도 많은가…레닌이여 마르크스여 엥겔스는 그래도 머리숱이 많네용)

syo 2021-05-31 13:34   좋아요 2 | URL
그렇지만 머리를 잃는다면 다른 털들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이 지독하게 못돼 처먹은 사회......
수염 풍성한 털보 대머리는 캐릭터로 만들면 귀엽긴 한데,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으아아아

2021-05-29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05-29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색계에서 탕웨이던가요? 겨털보고 좀 놀랐는데...
근데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털에 민감하단 얘기를 들었어요.
작가는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군요.
여자도 가끔 턱 밑에 가서 하나 둘씩 툭 비어져 나오곤 하죠.
그거 뽑으면서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더군요.
나만 이런가?ㅋㅋ

syo 2021-05-31 13:40   좋아요 0 | URL
매일 면도하고 어떨 땐 하루에 두 번씩 면도하는 게 귀찮긴 한데, 여성들 화장에 비하면 꿀이죠 뭐.

저는 그 영화를 나이 지긋이 먹고 봐서 그런가 탕웨이 겨털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ㅎㅎㅎㅎ
겨털 그거 뭐 특별한 건가요. 팔을 들고 고개를 약간 돌리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친숙한 물건인데, 으하하하.

stella.K 2021-05-31 14:51   좋아요 0 | URL
아차, 하정우와 공효진이 나왔던 <러브 픽션>이란
영화는 겨털을 하정우가 언급을 하죠.
그러니까 공효진이 약간 쌔하죠.
기회되면 한 번 보세요. 재밌어요.

그래도 화장은 분장의 효과가 있잖아요.
남자들도 많이하고.ㅋㅋ
 

 

tunnel effect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다. 어쩐지 온몸이 땡땡 부어 있어서 눈도 둥글 턱도 둥글 손가락도 둥글거렸다. 머리가 조금 아팠고 그래서일까 커피가 썼다. 친구 남친이랑 꽁냥거려서 친구 열 받게 만드는 유튜브 영상 보면서 3분쯤 낄낄거리다가 아무 맥락 없이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일곱 권을 빌려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본 건 뜬금없는 플라톤. 심지어 그건 빌려온 책도 아니다.

 

김치찌개를 만들려고 했는데 돼지고기가 없어서 스팸 반 통을 넣었더니 왠지 부대찌개가 되었다. 부대찌개의 그 맛이 스팸에서 나온 거였구나. 부대에서 나온 건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나오면 어때, 맛만 있으면 됐지.

 

배 두드리면서 누워 있었는데 예고에 없던 비가 잠깐 지나갔다. 후두두두둑. 불현듯 빨래를 돌렸다. 바람이 무진장 세게 불어서 창문이 흔들흔들했고, 나는 애꿎은 냉장고를 구석구석 닦고 식재료를 정리했다. 조금씩 물러지는 토마토를 믹서기에 넣고 요거트, 꿀을 첨가해서 갈았다. 위잉위잉. 20초만에 깔끔하게 다 갈렸고, 나는 콜라를 마셨다.

 

슬픈 발라드가 듣고 싶어 검색하다가 30분 동안 스도쿠를 했다. 잎이 조금씩 말라가는 대파를 썰어서 얼려놓으려고 꺼내놓고는 의자 바퀴를 닦았다. 박스 가지러 옥상 창고에 올라갔는데 하늘을 쳐다보며 20분 빙빙 돌다가 그냥 내려왔다. 박스는 왜 필요했던 걸까. 영양제를 사려고 검색하다 감자 5kg을 샀고, 화분에 물을 주러 가다가 가스레인지를 닦았고, 턱걸이를 하러 작은 방에 들어가서 겨울옷 정리를 하고 나왔다.

 

하려 했던 것들을 하지 않았고, 한 것들은 하려 한 것들이 아니었다. 작은 집에서 일없이 작게 작게 사는 삶이라는 건 늘 이렇게 어쩐지, 맥락 없이, 뜬금없이, 뜻밖에, 불현듯, 애꿎게 같은 부사가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는 뜻이다. 작아서 그렇게도 돌아가고, 그렇게 돌아가서 작은 삶이다. 아름답지도 간결하지도 않지만, 에두르고 에둘러도 금방 내 방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생활.

 

자갈이 깔린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서 수평선을 구경하는 생각을 해야지-하고 마음먹고서, 눈을 감고 20분쯤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 내가 해야지 하고 한 일은 그거 딱 하나뿐이다.

 

 

 

--- 읽은 ---

 


175. 이제 꿈에서 깰 시간입니다

김불꽃 지음 / 봄름 / 2021

 

김불꽃 선생님의 전작 가운데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예절이 나름 파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의 없는 새끼들을 향한 일종의 미러링이랄까, 예의 없는 새끼들에게 생활예절을 가르치면서 예의를 차릴 이유가 없다는 결기랄까, 하여간 그런 태도가 강력한 호불호의 양극화를 이끌어 낸 작품이었다. syo는 쏘쏘하게 봤었는데, 그냥 SNS 같은 데서 한 꼭지씩 읽었다면 순전히 극찬으로 마무리될 만남이었지만, 한 권을 연속으로 읽다 보니 쎈 표현의 중첩과 반복 때문에 후반부쯤 가니까 미각에 마비가 오긴 했다. 그 이후로 다시 김불꽃 선생님의 책을 읽을 일이 있을까 했었는데,

 

이후로도 선생님의 책은 꾸준하게 발매된 듯. ~한 새끼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닌 바, 어른의 말투와 공무원의 대민 호칭(선생님)을 장착하고 돌아온 김불꽃 선생님이 이번에는 인간의 틈바구니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해 매서운 지혜를 알려주신다. 그러나 말투는 말투고 불꽃은 불꽃. 이글거리는 마그마의 마음은 살얼음 아래 그곳에 여전히 있다.

 

이제 김불꽃의 불꽃 튀는 성인식 성 상식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뻗쳐서 쓴하나 남았다. syo는 제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맨 나중에 먹는 쪽입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되, 그 노력이 오롯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 관계를 발전하기 위해 배려하되, 그 배려가 오롯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하되, 그 시도가 오롯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

  이것만이 선생님의 관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관계의 진짜 본질이며 속성입니다, 선생님.

_ 김불꽃, 이제 꿈에서 깰 시간입니다

 

 

 


176. 하루 15분 명상

혜거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20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명상의 시간이라는 코너가 찾아왔다. 삐이- 하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가 켜지면서 명사앙의 시간-시간-시가-ㅅㄱ하는 아련한 페이드아웃 인트로로 시작해서 조용한 음악을 동반한 좋은 말씀이 흘러나오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그만 놀고 교실로 들어가서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거라-하는 의도였을 것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하나도 단정해지지 않았고 되려 분노로 차오르기만 했다. 뭔데, 벌써 점심시간이 끝나 간다고? 매점에 명상의 시간에는 먹을 것을 팔지 않습니다. 포켓몬 빵도 안 팜이라는 안내문이 붙을 정도니, 명상의 시간은 이제 천국의 문을 닫고 지옥의 아가리를 벌릴 시간이라는 뜻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스피커 속 남성은 어쩐지 성욕 같은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목소리로, 마음을 비우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반성해 보세요, 부모님을 생각하세요, 욕심을 버리고 이웃에게 베푸세요, 뭐 이런 식의 각종 선량한 제안을 거듭했지만 우리들에게 큰 어필은 없었다. 그렇게 명상의 시간은 폭압과 억제의 상징이 되어 좋지 않은 이미지만 축적했고, syo가 중학교와 같은 이름을 단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금방 없어졌다. 애들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는 항의가 있었다고.

 

syo의 사전 속 명상에게 제자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서 생각할 것은 점점 많아졌고, 생각할 것이 많아지면서 똑바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의 방법을 둘러싼 꽤 많은 길들이 명상 쪽으로 향했으니, 언젠가 한 번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 것 같다는 예감도 있었다.

 

명상은 결국 삶의 태도가 되겠지만, 첫걸음에서는 방법론이고 기술이다. 모든 기술은 습관이 될 때까지는 학습이 필요하고,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학습 과정은 늘 매끄럽지 못하고 불편하다. 예를 들어, 초심자에게 가부좌는 명상을 방해하는 고통 공급처일 뿐인데, 대체 이 자세를 통과하는 길이 어떻게 선정禪定에 이른다는 말인가? 그래서 syo는 늘 이런 책을 읽는다. 철학에서도, 과학에서도, 심지어 이제는 명상에서도. 습관이 되기 전에 읽는 책. 습관이 되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는 책. 올라가면 치워버려야 하는 사다리. 치움으로써 다시는 저 밑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는 나 자신의 위치에너지를 증명해주는 사다리.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멈추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아주 고요한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 자신의 내면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가라앉아 깊은 내면의 세계가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는 탁한 연못 속에서 진주 구슬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연못 속에 빠진 진주 구슬을 찾으려면 마땅히 물결을 고요하게 해야 합니다. 구슬을 찾겠다고 연못을 휘저으면 물은 점점 탁해지고 구슬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는 연못의 물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물이 고요해지면 구슬은 절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_ 혜거 스님, 하루 15분 명상

 


 


177. 번은 경제 공부

로버트 하일브로너, 러스터 서로우 지음 / 조윤수 옮김 / 부키 / 2018

 

고만고만했다. 이런 컨셉 이런 레벨의 경제학 책은 잔뜩 있고, 실은 그중 한 권이면 된다. 한 권을 골라 두 번 읽는 것과, 두 권을 골라 한 번씩 읽는 게 거의 차이가 없는 영역이 이런 경제학 이론의 발전사를 쉽게 다룬 교양서 영역이다. 그래서 여러 권을 한 번씩 읽으면서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효과를 만끽하는 중.

 

결국 대규모 변화에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혁명성에 대한 적응만이 아니다. 국민적 기질이라든가 지도자의 통찰과 같은 제도 밖의 존재들이 기여하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도 필요하다. 그런 만큼 경제학을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바람직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학을 이해한 뒤에도 여전히 부딪치게 될 지극히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충고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_ 로버트 하일브로너, 러스터 서로우, 한번은 경제 공부

 

 

 


178. 민주주의는 실패했는가?

니이에르 다산디 지음 / 이혜경 옮김 / 자유의길 / 2019

 

모든 단어가 다 그렇긴 하지만, 모두의 입에 올라오면서도 모두가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가장 강한 단어 중 하나가 민주주의. 그도 그럴 게, 민주주의란 민이 주가 되는 주의主義이므로 각각의 민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실패하는가?

 

민이 모두 주가 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모든 사람이 하나의 것을 가질 수도 없다. 따라서 민주는 기필코 실패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실패하지 않는다. 그것은 주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누가 민이고, 무엇을 가져야 주이며, 민과 주를 어떻게 엮고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의다. 당연히 그것은 정치고 권력이다. 그러므로 개별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 있지만 추상적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는 절대로 실패할 수 없다. 실패한 개별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경계 바깥으로 밀어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 게 주의가 하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진정한 공산주의는 실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나라는 아직 한 번도 온 적이 없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게 가능한 것은 그것이 주의이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민주주의는 영원히 성공한다. 성공한 자들의 민주주의가 성공한 민주주의가 되는 일이 영원히 반복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성공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를 연구할 것인가, 실패할 게 뻔하더라도 더 낫게 더 낫게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민주를 밀고 갈 것인가. 실은 이 질문은 말장난이다. 주의가 아닌 민주는 없기 때문이다. 실패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정치개념은 어차피 다 주의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 질문은 어차피 만들어지고 변형되며 경합할 수많은 민주주의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가 어떤 것일지를 정하는 민주주의-주의를 고안할 때, 민주에서 출발해 주의로 갈 것이냐 주의에서 출발해 민주로 갈 것이냐를 생각하자는 질문으로 치환할 수도 있겠다. 영원히 성공하는 것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원히 실패하는 것에 대한 성공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과연 질서와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우려 또한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다. 민주주의에는 다원주의가 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신념들이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개인의 권리 강조와 결합하면서,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고 불만을 증폭시킨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문제는 권리가 본래부터 경쟁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는 누군가의 권리는 다른 누군가의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

_ 니이에르 다산디, 민주주의는 실패했는가?

 


 

--- 읽는 ---


유괴의 날 / 정해연

스퀴즈 플레이 / 폴 오스터

이까짓, / 윰토끼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오늘부터 부러움에 지지 않고 살기로 했다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법화경 마음공부 / 페이융

철학사 아는 척하기 / 데이브 로빈슨

필요의 탄생 / 헬렌 피빗

플라톤 전집 1 / 플라톤

영어를 틀리지 않고 쓰는 법 / 최승철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철학 지식 50 / 개러스 사우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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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6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평선을 구경할 수 있는, 자갈이 깔린 바닷가 : 얼마 전 제가 비교적 한적한 요런 작은 바닷가를 발견했습니다. 조용해서 책 읽기도 딱 좋고 근처에 카페도 있지요. 너무 작은 해변이라 이름도 모르겠지만 거기를 ‘뫄뫄(제 이름)독서용바닷가’라고 이름 붙이고 제 마음대로 점령해버렸습니다. 다만 좀 멉니다.. 꼬박 운전해서 왕복 세 시간..😢 작은 삶에 대한 적어주신 글을 읽다가 슬픔도 기쁨도 아닌 무슨 감정인지 모를 아련한 느낌이 들어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syo 2021-05-26 19:08   좋아요 1 | URL
아, 수첩님 서재에서 사진 봤는데, 조그마한 등대 있던 그, 거긴가요? 😀
왕복 세 시간이면 뭐 양호한 편이지요. 삼면이 바다인 쪼꼬만 나라에 사는 게 이럴 땐 좋네요 ㅎ 어느 방향으로 달려도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바다가 있는 ㅎ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 2021-05-26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주문 해놓고 도서관 책 빌려오고 정작 집에 있던 다른 책 읽는거 슬슬 내가 이상해지는건가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ㅋㅋㅋㅋ
8시전 책 도착할꺼란 문자확인 후 다른 책 시작해놓고 들어와 북플 보다가...@.@

syo 2021-05-26 19:10   좋아요 3 | URL
응?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자고, 책 주문해놓고 도서관 책 빌려오고 정작 집에 있던 다른 책 읽고, 여기 어디에 이상할 구석이 있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

북다이제스터 2021-05-26 1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터널 증후군 말씀이세요?
맞다면 저와 같은 질병 앓고 계십니다. ㅎㅎ

syo 2021-05-26 19:1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다 ㅋㅋㅋㅋ
그 양자역학에서의 터널 효과입니다. 고전역학 관점에서 보면 입자가 통과할 수 없는 고에너지 장벽을 훌쩍 넘어가지고 다른 데서 뿅 하고 나타나는.... 북다님도 아시잖아요 ㅎㅎㅎ

우리 동병상련의 정은 조만간 나누기로 하고.....

북다이제스터 2021-05-26 19:15   좋아요 1 | URL
터널증후군 아니네요. ㅠㅠ
제가 말씀드린 건 (맨날 비슷한 책만 읽어)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거 였습니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좀 짧습니다. ㅠㅠ

syo 2021-05-26 19:19   좋아요 2 | URL
응? 저는 북다님이 손목터널증후군 같은거 말씀하시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저도 짧고 오해했네요 으하하하하 😆

stella.K 2021-05-26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제목 한 번 찰집니다.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예절이라니>!
김불꽃이 청학동에 사는 사람인가요?
요즘은 하도 줄임말이 많아 도무지 따라가기가 쉽지 않네요. 현타가 그 뜻이었군요.

스요님은 맛있는 걸 확실히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형제 많은 집에 살면 그런 게 어딨습니까?
먹는 게 남는 거고, 입 하나 더는 게 사는 겁니다.ㅋㅋ

syo 2021-05-26 19:17   좋아요 2 | URL
줄임말 꼭 안 따라가셔도 되요 ㅎㅎㅎ 마주칠 때마다 물어보면 되지요^-^
줄임말 잘 아는 사람들은 자기가 남들이 잘 모르는 최신 줄임말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다소간의 즐거움을 느끼는지, 그게 뭔데 물어보면 흔쾌히 알려주더라구요 ㅎㅎㅎ

형제 많은 집 아우들의 슬픈 성장기.... 저는 장남에 아래로 터울 꽤 나는 어린 여동생만 하나 있어서 먹는 걸로 부딪히는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그치만 막입이라 비싼 거 맛난 거 감별도 못하고 막 먹는 타입입니다 막.

수이 2021-05-26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야 우리 나중에 다 같이 아말피 가자. 좀만 기다려. 라고 조증에 사로잡혀 댓글을 답니다.

syo 2021-05-26 19:38   좋아요 1 | URL
조수연 선생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5-26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은 왠일인지 이거 해야지 하고 일어나서 저거 하고 그거 해야지 하고 움직이다 요거 하고 자꾸 다른데 주의가 빼앗기는 나날입니다. 일해야지 하고 컴 켰는데 동료가 살 집을 검색하고 있고…

syo 2021-05-29 12:39   좋아요 2 | URL
저는 요즘 왠일인지 컴퓨터 앞에 앉기가 귀찮은 날이 이어집니다.
생각해보면 그건 좀 좋은 일 같기도 하고.....

붕붕툐툐 2021-05-26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하려던 걸 하지 못했지만, 더 중요하고 필요한 걸 하신 거예요. 그런건 생각이 아니라 몸이 아는 거니까요. 역시 음료는 콜라라는 그런 진리같은 것들이요.
명상이란 단어만큼 오염이 심한 말이 또 있을까 싶은데, 하루에 15분씩 꾸준히 명상하시면 한달이면 저랑 같은 천상계에서 눈물도 콧물도 없이 포켓몬 빵을 먹을 수 있습니다.

syo 2021-05-29 12: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툐툐님은 정말이지 범접하기 어려운 댓글 센스를 지니고 계시는 것 같아요.
천상계에서 눈물도 콧물도 없이 포켓몬 빵을 먹다니, 감탄.

Angela 2021-05-27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요일에 이 많은일을? 요즘 재택하세요? 부럽부럽

syo 2021-05-29 12:41   좋아요 1 | URL
재택은 재택인데 재택근무가 아니라 재택백수입니다.
그래도 부러우실까요? ㅋㅋㅋㅋ
 


올챙이에서 뱀장어가 나오겠냐고

 

 

 

1

 

독서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가 상황의 진리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럴 수 있을 때, 이러한 진리는 가장 명확하게 확인 가능하고 식별적인 원소들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식별 불가능하게 또는 '모호하게 포함된' 원소들의 집단화와 관련될 것이다. 상황의 진리는, 어떠한 진리라도, 언제나 그 상황에 대해 가장 비식별적이거나 또는 '유적인' 것과 관련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군집이 소집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원소들을 모아내는 모든 통상적인 방식에 대한 위반을 통해 발생할 것이다. 참된 또는 유적인 군집은 현 상태(status quo)와의 단절로 인해 일어나는 어떤 것이다.

_ 피터 홀워드, 알랭 바디우: 진리의 주체

 

출구가 없어 뵈는 이런 문단을 놓고 지나치게 오래 싸매는가 하면,


 

  네오 : 우리는 그 유명한 카카오프렌즈 탐정단이다. 스톤 찾으러 왔다. 문 열어.

  무지 : 그런다고 열리겠냐?

  (끼이이익)

  콘 : , 통했다.

  네오 : 거 봐!

_ 이람이, 최우빈, 카카오프렌즈 과학탐정단 4: 놀이공원

 

이런 글(그림)을 치명적으로 귀여운 애들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고.

 

알랭 바디우와 카카오프렌즈 과학탐정단이라니 혁신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군. 여기 주문이요, 아이스 영지버섯 달인 물에 휘핑크림 추가해 주세요.

 

 

 

2

 

요즘은 좀 만나기 어렵지만, 한때 전형적인 드라마 대사의 대표 선수로 치는 나다운 게 뭔데가 있었다. 이 말은 주로 너답지 않게 왜 그래따위의 말에 맞대어 등장한다. 말하는 사람은 보통 울분에 차 있다. 좀 더 냉정한 척할 때는 저 말 앞뒤로 정말 궁금해서 그래같은 장식이 붙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진짜 몰라서 물어본다기보다 어디 한번 네놈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 볼까- 하는 뉘앙스에 가깝고, 결국 뜨거운 울분이냐 차가운 울분이냐의 소소한 차이가 만들어질 뿐이다.

 

하지만 저 말을 할 현실적 기회는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멍석이 깔려도 정작 내 입에서 나오는 저 말은 울분 100% 착즙 쥬스가 되지 못하고, 약간의 겸연쩍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 드라마적 클리셰를 지금 한 번 호들갑스럽게 내뱉어 볼 테니까 우리 같이 비웃어 보자는 공모 의식 같은 게 개입하면서, 나다운 게 뭔지에 대한 실질적 고찰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피식 웃음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현실 속에서 나다운 게 뭐냐는 질문은 늘 혼자 하는 스무고개 놀이가 된다.

 

 

 

3

 

지금은 알라디너라는 게 정체성의 큰 조각이 되었지만, 처음 이곳을 기웃거리던 올챙이 syo는 나다운 게 뭔지에 대한 고민을 줄창 하고 있었드랬다. 이 동네 주민들은 좋은 리뷰를 생산하는 동시에 각자 저마다의 스타일까지 지니고 있었으니, 여기는 무슨 보고 배울 점과 내 글에 훔쳐 넣고 싶은 싱싱한 기술들이 산 채로 전시되는 수산시장 같았다. 이런 거는 이 사람 따라하고 저런 거는 저 사람 흉내 내면서 나 자신 알라딘 마을의 팔딱팔딱 활어가 되고자 몰래몰래 분투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에 안 건데, 뭐랄까, 안 되는 건 끝내 안 되는 법도 있다. 예를 들면, 정말 재미있는 글을 쓰는 친구를 흉내 내려고 노력해도 그건 늘 흉내에 그쳤고, 결국 나오는 건 작위적인 말장난에 절여진 뭔가 공허한 글뿐이었다. 저건 왜 저렇고 이건 왜 이럴까를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은 저건 저 사람이 써서 저렇고 이건 이 사람이 써서 이렇다는 것이다. 글은, 쓰는 사람이 두 팔을 뻗은 채 빙글빙글 돌면 만들어지는 양팔 너비 지름의 원 안에서 태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 글을 쓰면 그 사람이 가진 재미를 원의 중심으로 하여 어느 영역을 채우는 재미있는 글이 만들어진다. 다정한 사람이 글을 쓰면 그 다정함을 컴퍼스의 한 꼭지점으로 하여 빙글 한 바퀴 돌린 둥그런 영토 안에 다정함을 채운 글이 생겨난다. 그러니까 syo는 늘 재미있고 웃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실제 syo가 워낙에 엄숙하고 고요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고 고절하고 숙연하고 진중하고 조용하고 우직하고 격조있고 사려깊고 묵묵하고 지조있고 청초하고 현숙하고 명철하고 웅숭깊고 품격갖춘 그런 성격이다 보니 재미있는 글을 자연스럽게 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 원래 성격이 이런 걸 어쩌란 말인가. 깨달음이란 늘 왜 이리도 슬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재미있는 사람이 자기 삶과 자기 글의 이음매를 일치시키면 매끄럽고 거부감 없이 재미있는 글이 태어나겠지. 하지만 원래 그다지 재미없는 사람은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고 아등바등 애써도 그만한 성과물이 나오지는 않을 거잖아. 그런 나에게 나다운 글을 써보자고 스스로 다그치기야 쉽지. 그런데 나다운 게 뭔지 나야 너는 아니? ‘재미없는 성격이 나다운 건지, 아니면 재미없는 성격에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악착같이 구는게 나다운 건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나를 잘 아느냐고…….

 

 

 

4

 

나 따위 이런들 저런들 세상은 노관심이겠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나라도 나한테 관심을 두자.

 

 

 

 

--- 읽은 ---

 


172. 꿈은, 미니멀리즘

은모든 지음 / 아방(신혜원) 그림 / 미메시스 / 2018


- 일독(1903xx)

- 재독(210523) 


결국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물건을 비우는 것이다. 물건을 비우기 위해서 먼저 마음을 비워야만 하는 삶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물건을 비우면 결국 도달하는 곳은 비워진 마음이다.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물건만 비우고, 정형화된 스타일의 미니멀리스트 흉내에 취하면 결국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힙한 이데올로기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일이 된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가벼워지는 것은 집이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는 것, 뭐 그런 이야기인 것 같다. 비판보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읽히는데, 읽는 입장에서도 다짐을 크게 하는 쪽이 낫겠다.

 

잠자리 한 마리가 소명의 시선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벌써 잠자리가 등장하다니. 한 해의 절반이 지나 버렸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또래 친구가 소유한 것, 회사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것, 그러나 자신은 갖지 못한 것과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잠시나마 머릿속을 비우는 데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았다.

  「무슨 생각해요?동우가 침묵을 깨며 소근거렸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소명이 말했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정말로 머릿속을 텅 비워 볼 참이었다. 자신에게 그러한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는지 소명은 지금 막 깨달았다.

_ 은모든, 아방, 꿈은, 미니멀리즘

 

 

 


173.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허새로미 지음 / 현암사 / 2019

 

다 알았다. 다른 언어를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들에 대해 수도 없이 보고 들어서, 꼴랑 2개 언어(서울말, 대구말) 밖에 못하는 syo도 그 효용들을 나열하라고 하면 수두룩하게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외웠다. 하지만 그것들은 syo를 다른 언어 공부로 몰아가지는 못했다. 그만한 동력은 되지 않았다. 지금껏은 그랬다. 그랬는데 완전히 설복당했다. 설복이라기보다는 감복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수만 개는 다 필요 없었다.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단 한 개가 생기는 그 순간 공부가 시작된다.

 

언어로 그의 본모습을 전부 알아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의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늪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찾는 수밖에는 없다. 내 시시한 농담에 웃어주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해주었던 사람들, 이제 끝장이라는 선명한 감각조차 사치일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내 장황하고 자신 없는 설명을 듣고도 나를 재워주고 내 짐을 들어주었던 사람들 덕에 나는 아주 멀리까지 갔다 왔고, 잘 지냈을 뿐 아니라 번영했고, 내가 누군지 확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길 찾는 능력과 주소 기억하는 능력을 대신하는, 말 찾아가는 능력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_ 허새로미,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174.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스테판 바위스만 지음 / 강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

 

만만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정도면 만만해 보이겠다 싶은 것들을 골라서 써놨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래서 나쁘냐면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좋으냐면 그렇지도 않다. 독창적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수많은 그저 그런 책들 중 하나냐면 그렇지도 않다. 뭔가 많이 배웠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배울 게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지금 이따위 리뷰를 남기는 게 잘하는 짓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무 의미가 없지도 않다. 이렇게밖에 리뷰할 수 없었냐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 리뷰하고 싶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수학,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수학 분야들에 관한 지식을 우리 뇌에 조금만 장착하면 세상을 훨씬 투명하게 조명할 수 있다. 매일 무언가를 계산할 필요는 없지만, 또 이건 열다섯 살 때의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날마다 마주치는 모든 것의 기초가 바로 수학이다. 수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기괴한 모양의 건축물이나 일기예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온 설문조사 결과나 각종 예측치, 검색엔진과 인공지능 등을 훨씬 제대로 통찰할 수 있다.

_ 스테판 바위스만,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읽는 ---

은유의 도서관 / 김애령

하루 15분 명상 / 혜거 스님

물리의 구조 / 이인호

민주주의는 실패했는가? / 나이에르 다산디

중세 1: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플로리앙 마젤, 뱅상 소렐

이제 꿈에서 깰 시간입니다 / 김불꽃

오늘부터 부러움에 지지 않고 살기로 했다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한번은 경제 공부 / 로버트 하일브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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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5-24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번 문단은 아무래도 거짓으로 가득하군요. 하지만 syo님 다운 글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syo님이 거짓말쟁이라는 건 아니구요. 저한테 뜨거운 울분과 차가운 울분 중 무엇을 보여주실 건가요? ㅎㅎㅎ
그래서, syo님 이제부터 외국어 공부에 뛰어드시는 겁니까?? >ㅁ<

syo 2021-05-24 14:5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저 나열된 단어 중에 사실상 진실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님도 외국어 공부에 대한 동력이 필요하시면 허새로미 선생님 책 한 번 읽어보시기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즉효였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24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구리든 뱀장어든 아름다운 수상(또는 수륙양용?) 생물들 아닙니까? (몸에 좋고 맛도 좋다 할 뻔했…) 카카오든 진리 추구든 두루 읽는 독서 언제나 응원합니다. 저는 주디스 버틀러 펴 놓고 의식을 거의 놓은 상태로 왜 이걸 본다고 애쓰고 있어…하다가 다른 책 펴다가 반복하는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뭔가 공감이 되네요…

syo 2021-05-24 14:54   좋아요 5 | URL
카카오 애들 귀여워요ㅠㅁㅠ
주디스 뭐 그런 책은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조금 부족할 때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읽는 거 아닌가요.
마치 지뢰찾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북다이제스터 2021-05-24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 올챙이 연못에서 엄청 많은 올챙이 보고
장어집에서 장어 엄청 먹었습니다. ㅎㅎㅎ
올챙이는 넘 귀엽고 장어는 작년 치어가 넘 많이 잡혀 가격이 평소 반가격도 안 되었습니다. ^^
둘다 제때인 지금 보고 또한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

syo 2021-05-25 13:13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생활꿀정보 ㅎㅎㅎ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올챙이 본 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어릴 적 그 시절에는 백만마리씩 보고 그랬는데..... 아 옛날이여 ㅠ

새파랑 2021-05-24 15: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님 처럼 재미있게 글을쓰고 싶어도 누구나 저렇게 쓸수 없을거 같아요. 역시 글쓰기도 재능이 중요한가봐요~!! 근데 적어놓으신 성격이 다 syo님 성격이 맞는지 의문이네요 ㅎㅎ 다양한 독서 범위에 놀라고 갑니다^^

syo 2021-05-25 13:16   좋아요 1 | URL
제 성격 ㅎㅎ글쎄요, 저다운 게 뭘까요? ㅎㅎㅎㅎㅎㅎㅎ
저야 이 책 저 책 펼쳐놓고 기웃거리다 말았다 하는 뜨내기놈이고, 새파랑님이야말로 꾸준히 읽고 빠짐없이 쓰시는 놀라운 독서가시지요^-^

행복한책읽기 2021-05-25 0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모두가 다 syo다!!! 새파랑님처럼 이런 글재주는 타고난다에 나도 한표!!^^ syo님 이젠 명상가에 입문하시려구요. 독서 지평이 참으로 넓어 나 또한 화들짝 놀라 불에 덴 듯 발도 못 붙이고 후다닥 달아남다~~~^^

syo 2021-05-25 13:19   좋아요 2 | URL
언제나처럼 읽기님의 과찬 상차림 ㅎㅎㅎ 배터진다 😂
잠 못 드는 밤에 대처하려고 명상 책을 기웃거려봤지만, 역시 잠 안 올 때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철학책이 직빵이더라구요. 명상은 아마 저걸로 안녕이지 않을까.... ㅎㅎㅎ

얄라알라 2021-05-2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톤, 콜라, 겨울 옷 정리라는 엇박^^
˝엇˝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지 사실 그런 의도 안된 행위나 충동적 선택들이 ˝자연스런˝ 박일지도 모르겠네요^^


˝비린내 안나는˝ 수산시장^^




syo 2021-05-29 12:43   좋아요 1 | URL
생각이라는 게 없는 인간 같습니다 가끔 보면.
이거 하다가 저거 눈에 띄면 어,
저거 하다가 또 그거 눈에 띄면 어,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뭔가 처음에 하려 했던 것들은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이런저런 해놓은 거 많은 하루였다- 하는 희한한 결론이 나고.....

공쟝쟝 2021-06-01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syo는 늘 재미있고 웃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실제 syo가 워낙에 엄숙하고 고요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고 고절하고 숙연하고 진중하고 조용하고 우직하고 격조있고 사려깊고 묵묵하고 지조있고 청초하고 현숙하고 명철하고 웅숭깊고 품격갖춘 그런 성격이다 보니 재미있는 글을 자연스럽게 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 원래 성격이 이런 걸 어쩌란 말인가. 깨달음이란 늘 왜 이리도 슬픈지?˝ <--- 재미 없어 흥

syo 2021-06-01 17:03   좋아요 1 | URL
제 말이 바로 그거에요. 재미없다는 거.

그러니까 왜 재미가 없냐하면 그게 syo가 워낙에 엄숙하고 고요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고....

공쟝쟝 2021-06-01 17:42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ㅋ 저격글 써야지 ㅋㅋ
 

 

모양의 모양 8

 

 

 

내가 사랑해, 하면, 여자친구는 사랑해, 한다. 나는 그게 참 좋다. 나도, 하지 않는 것. 나도 사랑해, 를 고르지 않는 것. 나는 우리가 그저 사랑할수 있을 뿐, 결코 나도 사랑할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하나의 사랑해가 건너가서 깨끗한 사랑해와 닿을 때, 나는 우리가 지금 어떤 거짓말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거짓말 같은 말을 기꺼이 믿을 마음이 되고, 우리가 무엇도 착각하지 않고 있다는 착각에 선뜻 빠져들 용기가 생긴다.

 

나도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도 모르고 하게 되는 선하고 귀여운 거짓말이다. 모든 사랑은 지문이나 홍채처럼 저마다 달라서 사랑 인식 방식으로 핸드폰을 잠가도 된다. 아니다, 그건 안 되겠다. 사랑이 지문이나 홍채와 다른 점은 시시각각 그 조성이 변한다는 것. 너를 향한 어제의 내 사랑은 너를 향한 오늘의 내 사랑과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사랑으로 잠근 핸드폰은 그 즉시 영영 풀 수 없는 핸드폰이 된다. 이렇듯 내 사랑도 순간순간이 다른데, 네가 하는 그 사랑을 나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많은 뜻을 지닌 다의어는 사랑이라서, 그 마법의 단어는 발음될 때마다 새로운 의미 하나를 사전에 등재하는 것이다.

 

어디 사랑만 그럴까. 행복도 그리 다르지 않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오늘따라 그들은 먹고 싶은 것이 같고, 가고 싶은 데가 같다. 누가 보기에도 우리는 커플입니다, 하는 옷을 약속도 없이 맞춰 입었다. 신발은 사이즈만 약간 다르다. 손을 잡고 길을 걷다 문득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도 때마침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중이다. 그럴 때마다 입을 맞추었더니 모든 길모퉁이에 추억이 남았다. 참다 참다 불쑥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이쪽이 를 지나 의 입구에 들어설 때 저쪽도 의 문을 열고 나온다. 조금 천천히 말을 맞추었더니 에서 두 개의 사랑이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오늘은 무슨 날인 것만 같다. 둘은 더없이 서로를 원하고 어느 쪽도 오늘은 홀로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유독 천천하다. 카드키를 쥔 손도 유독 떨린다. 애써 차분하게 옷을 개켜 놓고, 함께 샤워하며 살짝살짝 서로를 건드린다. 그리고 하얀 시트 위에 한 사람이 올라가고 그 위에 한 사람이 올라가 서로를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불이 날 기세였는데도, 어쩐지 그들은 천천히 오래오래 서로의 눈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오늘 참 신기했어, 그치. , 맞아. 오늘은 정말 네 맘이 다 내 맘 같았어, 그치. , 그랬어. 지금도 그렇지, 그치. , 지금도 그래. 나는 너무 행복해. 나도 너무 행복해. 지금 네 맘을 다 알 것 같아. 내 맘이 네 맘이니까. 우리 같은 생각 하고 있는 거지, 그치. , 그러니까 이제 말은 그만하고…….

 

두 사람은 한 사람같이 오늘을 보냈고, 한 개의 공으로 기나긴 랠리를 이어간 테니스 선수들처럼 하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주고받은 듯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금 행복하다. 상대가 느끼는 그 행복을 지금 내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건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요즘 A는 되는 일이 없었다. 위태위태했던 프로젝트는 결국 클라이언트의 변덕으로 엎어졌다. 처음부터 A가 반대했던 일이었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다며 자기만 믿으라던 부장은 말을 바꾸었고, 프로젝트의 실패에 A의 지분이 크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 지난 반기 고과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는데 이번 반기도 반등은 어렵겠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집에는 당장 돈이 들어갈 환자와 학생이 하나씩 있다. 열심히 일하지만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빚내서 집 사는 꼴 보니 조만간 큰일 치겠다 싶었던 친구가 집값 상승으로 앉은 자리에서 빚을 다 청산하고도 연봉의 몇 배를 남겼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식과 코인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정복한 듯한 표졍을 짓는 친구도 있다. 반면 A의 통장 잔고는 조금씩 내리막을 타고 있다. 


그렇지만 A는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B와 함께 있는 이 순간 세상 모든 근심이 녹아 사라진다.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B의 눈빛 속에 역시 그만큼 행복해 보이는 A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지금 우리의 세계는 여기 딱 이 공간뿐이야, 이 안에는 행복한 나와 행복한 너만 있어. 다른 것들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AB를 느끼느라 다른 그 어떤 것도 느낄 여력이 없다. A에게 행복이란 두 사람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들에 괄호를 치는 순간에 느껴지는 충만한 감정이다.

 

사실은 B 역시 우울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터널의 입구는 아마도 오래 만나던 연인이 제일 친한 친구와 손을 잡고 B의 인생에서 퇴장해 버린 바로 그 지점이 아니었을까, B는 생각했다. 그때부터 세상이 내미는 모든 손이 B에게는 칼날을 숨긴 손처럼 보였다. 순수한 호의나 배려였을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받아들이더라도 오래 망설인 뒤였다. 망설이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손 내미는 세상은 없었다. B는 자기가 자초한 고립 속에서 낫지도 않는 상처를 핥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것 봐, 결국은 다 이렇게 될 거였어, 끝까지 같이 가는 사람은 없어, 변하지 않는 눈빛은 없어. 웅크리면 웅크릴수록 B는 작아졌다. 작아지고 작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세상에 자기 자리가 없어졌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B가 어디에 있건 세상은 하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내가 없어져도 마찬가지겠지? B는 그렇게 조금씩 없어지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B는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A와 함께 있는 이 순간 이 세상에서의 내 자리를 되찾은 것만 같다. A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둘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을 위해 많은 기적과 우연을 준비해주는 것 같다. 이제는 가끔 혼자 있는 시간에도 분명히 세상에 속해 있음을 느낀다. B에게 행복이란 두 사람을 위한 자리가 세상에 버젓이 마련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충실한 감정이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행복하지만 같은 행복 속에 있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은 서로를 더 가까이 붙들어 놓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진실보다 가치 있다.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따져 밝혀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건 불가능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보겠다며 효과 있는 플라시보를 공개하는 짓에 가깝다. 효과, 그게 전부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그렇다는 믿음, 내가 믿는 것을 너도 믿는다는 그 믿음의 믿음, 여러 겹으로 엉키어 있어서 허물려고 해도 도무지 쉽지 않은 믿음의 중첩, 그냥 그런 것들이다.

 

 

 

--- 읽은 ---

 


168.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

 

너무 한낮의 연애를 처음 읽었을 때쯤의 내 연애는 너무도 아니고 딱히 한낮도 아니었던 것인지, 별 감흥 없이 으응 좋네 으응 하고 넘어갔다. 좋은데 난리칠 정도는 아닌데? 그렇게 미지근하고 떨떠름한 기억으로 김금희의 이름을 묻어두고 살던 어느 날, 뜻 없이 다시 읽는데 눈물이 또르르 흐르더니 이내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쩐지 목놓아 오열하면서 앞으로는 김금희라고 부르지 않고 금희누나라고 부르겠다는 맹세를 하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집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상의 극적 대전환을 일으킬 만큼의 내적/외적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던 것. 나는 소설을 잘 못 읽는 것인가, 세차게 고민했으나 그냥 그렇게 되먹은 것으로. 그러니까 대체로 한 번 읽어서 좋았던 소설이 다시 읽으면 너무 좋은 소설이 되어 자꾸 작가님을 형아 누나 상영이로 부르게 되는 병에 걸린 것입니다.

 

수록작 중 하나인 기괴의 탄생<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서 처음 만나 읽었을 때, 이게 뭐야, 금희누나가 왜 이랬어, 누나……. 이런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읽으니까 꽤 좋았다. 표제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역시, 한 번 읽고 덮어두었다가 며칠 뒤에 다시 읽었더니 훨씬 좋았다. 일독에서 아, 별 넷인건가- 했다가 재독으로 역시, 그럼 그렇지, 금희누나가 잘못할 리 없어, 잘못은 모두 syo에게 있어- 하며 웃는 낯으로 당당하게 별 다섯 꽝꽝.

 

그나저나 이런 식이면 앞으로 책을 무조건 두 번씩 읽어야 한단 말인가. 얼른 이 병을 고쳐야 한다.

 

희부윰’, ‘형질이라는 단어를 세 번 이상 만난 것 같다. 누나가 근래 좀 꽂힌 듯.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하고 묻자 아이는 박자를 맞춰가며 예준아, 안녕, 방학 잘 보내,라고 대답했다.

  "그건 어제 편지에도 썼잖아. 다른 말 없어?"

  나는 아이가 다른 단어들을 떠올리기를 재촉하며 기다렸다. 아이는 입술을 내밀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니까 친구에게 정말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없는지, 친구에게 묻고 답을 듣고 싶은 특별하고 색다른 말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얼마 동안 생각하던 아이는 없어,라고 말했고 나는 몇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안녕이라는 단어를 점점이 찍어 색칠공부 책에다 썼다.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그러다 자꾸 붙들려들어가 생각하게 되었던 원미우동을 떠올렸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강하게 부정해왔지만 아이의 부탁으로 그 말을 적어보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_ 김금희,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169. 매일 10분 왕기초 영문법의 기적

키 영어학습방법연구소 지음 / 키출판사 / 2017

 

나에게 반드시 구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심심파적 삼아 후루룩.

 

 

 


170. 어른의 교양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

 

교양이 없어서 교양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교양 없이 구는 인간들은 교양 없이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양 없이 구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양있는 어른이 되는 방법은 교양을 쌓는 것보다 어디서나 교양 있게 굴어야지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에는 나를 빡치게 하여 교양이고 나발이고 저걸 그냥 확 그냥 막 그냥 하게 만드는 인간이 천지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도 교양있게 굴라고? 그러나, 내게 교양 없이 구는 인간들도 붙잡고 물어보면 그건 네가 먼저 나를 빡치게 하여 교양이고 나발이고 개나 줘버리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똑같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도 교양 있게 날카롭고 교양 있게 당당한 인간이 되려는 굳은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결국 교양을 쌓긴 쌓아야 한다. 그러니까 교양->교양있는 사람2단계가 아니라 교양->교양에의 의지->교양있는 사람이라는 3단계 구조임을 명심하면서 교양을 쌓아야겠다. 가운데 과정이 없으면 교양이란 결국 교양 없는 짓을 똑똑하고 폼나게 하기 위한 탄약보급 정도에 그칠지도 모른다.

 

이 책이 타인에게 교양있게 구는 법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저 교양은 그런 교양이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요즘 syo는 모든 철학이 결국 윤리학/정치학 같고, 윤리학/정치학이 되지 못하는 철학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다.

 

지성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본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본 풍월, 책으로 익힌 이론 등이 얽히고설켜 그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틀이 된다. 그리고 그 틀을 통해 얻은 지적 우월감으로 남을 가르치고 이끌려고 한다. 그래서 배운 사람일수록,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더 많은 편견과 아집에 싸여 있음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_ 천영준, 어른의 교양

 

 

 


171. 팬텀 이미지

정지돈 지음 / 최지수 그림 / 미메시스 / 2018

 

대한뉴스에서 바버라 존슨이 상을 받고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정장을 입은 공무원이 바버라 존슨과 아서 존슨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섰다. 아서 존슨은 대머리였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콜라를 마시는 미셸 푸코 같아요. 아서 존슨의 사진을 본 상우가 말했다. 상우는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경주 맛집을 검색한 뒤 싫어졌다고 했다. 한기는 경주까지 뒤로 걸어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왜요? 길티 플레져예요. 한기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묻자 한기는 제 길티 플레져는 뒤로 걷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나는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명을 요구하자 한기는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거 같아요, 은진이도 저보고 아무 말이나 하지 말래요, 라고 말했다. 은진은 한기의 아내다. 나는 한기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가끔 놀란다.

_ 정지돈, 최지수, 팬텀 이미지

 

바로 이거다, syo의 제한된 상상력과 고착된 장르 포용능력 때문에, 정지돈을 읽으면 매번 대체 이 문장들이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명을 요구하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거 같아요라는 대답 말고, 아니 넌 대체 어떻게 이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니, 라는 타박이라든지, 이해요? 당신은 이해가 무엇인지 진정 이해하고 있습니까, 하는 역공을 당할 것 같아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입을 다문다. 그러면서도 계속 정지돈을 읽는 것이 나의 길티 플레져인가? 하여간 뒤로 걸어서 경주까지 가는 기분이다.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고, 내가 읽었다고 느끼(기만 하)는 것들이 휙휙 내 앞으로 지나가는 기이한 독서.

 

 

 

--- 읽는 ---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 허새로미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오혜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어슐러 르 귄

메리, 마리아, 마틸다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메리 셸리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무사시노 외 / 구니키다 돗포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스테판 바위스만

알랭 바디우: 진리를 향한 주체 / 피터 홀워드

핏빛 자오선 / 코맥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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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20 20: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사랑.... 이거 요즘 이마트에서 한 근에 얼마나 해요?
(한 20년 전에 이렇게 물어봤다가 니주가리... 옥수수 다 나갈 뻔한 적 있는데, 아직도 궁금해서 똑같은 걸 물어봅니다. 큰 용기를 내서 말입죠. 흑흑...)

syo 2021-05-20 20:34   좋아요 3 | URL
니주가리 옥수수 구성지다ㅋㅋㅋㅋㅋ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많이 쓰던 어휘네요, 니주가리. 아, 아련하다.....

사랑 그게, 사실은 파는 사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더라구요.
제가 팔고 산 가격 알려드려봐야 폴스타프님이 사실 때는 완전히 다른 값일 것 같아서 큰 의미 없겠어요 ㅋㅋㅋㅋ

청아 2021-05-20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루룩 맛있게 잘 먹..읽었어요ㅋㅋㅋㅋ(주요 뽀뽀대상 노견츄인사람)흙흙

syo 2021-05-20 21:00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멍뭉이는 사랑입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5-20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팬덤이미지가 처음 읽는 정지돈이었는데 생각보다 순한 맛이라 다행이었어요. 오한기를 먼저 읽은 덕에 웃을 수 있었다…

syo 2021-05-20 21:02   좋아요 2 | URL
팬텀이미지는 짧아서, 정지돈 선생님의 드리블에 세게 안 말려들 수 있습니다.
저도 웃겨서 저 부분 따온 거긴 한데, 갑작스러운 한기 어택에 웃으려면 사전지식이 필요했네요....

scott 2021-05-20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일기는 일기장에 연인에게는 러브레터로만 멍!(ᐡ-ܫ•ᐡ)

syo 2021-05-20 22:55   좋아요 2 | URL
댓글을 오래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제가 쓴 글이 어딘가 스캇님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은데, 그것부터 사과하겠습니다.
그게 어딘지를 알려주시면 좀 더 구체적으로 사과할텐데, 그걸 몰라서 그냥 추상적 사과가 되었네요;;

그냥 이 글 자체가 불편해서 알라딘에서 치워버리라는 의미시라면, 그건 조금 어렵겠습니다.

이 글은 제 연인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제 연인한테 해야하고 하고 싶은 말들은 음성이 되었건 편지가 되었건 잘 전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건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서재에 내놓으려고 쓴 글이라 형식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주제나 내용이 걸리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다음부터 이런 글을 최대한 안 쓰는 방향으로 생각해 볼게요. 글 쓸 게 절반 이하로 줄어들겠네요..... 으아....

붕붕툐툐 2021-05-20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 이야기 좋아요~😍
syo님은 능력자! 어쩜 제가 볼 때마다 여자친구가 있어요?ㅎㅎ

난티나무 2021-05-20 23:52   좋아요 0 | URL
쇼님은 다능력자이신 거죠......@@

syo 2021-05-21 08: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툐툐님이 보실 때마다 여자친구가 있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몇 명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5-21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이렇게 연애를 진심으로 온 열과 성을 다해 하는 거.... 사랑해라는 말 하나에서도 의미와 거리를 찾는...
어쨌든 이렇게 사랑을 하니 요즘 syo님 글이 막막 물이 올라 갈수록 좋아지는것인듯 하네요.

나이들어 너무 오래된 사랑은 ˝사랑해˝라고 하면 짧게 받아칩니다. ˝나도˝ 이유는 길게 말하는 것도 귀찮아서...
때로는 사랑해라고 하는데 너무 짧으면 좀 미안해서 그래 나도 사랑해하는데 둘다 별 영혼은 없습니다.
오히려 ˝악 자기야 등 간지러워. 사랑의 손길로 긁어줘˝할때 진심 진심 그 손길에 사랑을 느낀다죠.
사랑에서도 나이가 든다는건 조금은 슬픈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syo님에게 질투의 눈길 쬐끔 보냈습니다. ^^

syo 2021-05-21 08:52   좋아요 0 | URL
˝사랑의 손길로 긁어줘˝ 뭔가 절묘합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님은 조금 슬픈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그거대로 색깔있는 사랑 같아서, 바람돌이님네 사랑 이야기를 가끔씩 들을 때마다 재미있어요^-^ 많은 과정들을 함께 다 넘어서 나는 가본 적 없는 어딘가에 도착한 사랑에 대한 질투의 눈길을 이쪽에서도 가끔 보냅니다 ㅎ

유부만두 2021-05-2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섬세하게 떨리는 글을 찬찬히 따라 읽었어요. 그러니까, ... B가 사그라지기 전에 A와 만나서 다행이에요 싶다가...응? 이거 불륜이에요? 하고 묻는 아줌마가 여기 있습니다. 한심하다고 하기 없기.

syo 2021-05-21 09:00   좋아요 0 | URL
응? 왜 그렇게 생각하셨지? 하고 다시 읽어봤더니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한심하게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네요, 으하하하. 특별히 그런 상황을 준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도 읽히겠다 싶네요 ㅎ 망했어.....

유부만두 2021-05-21 13:07   좋아요 0 | URL
아?! 아니에요! 그럼 또 어때요?
올리브 키트리지에도 불륜은 천지삐까리에요! ㅋㅋㅋ
 

 

허무의 할부

 

  


1


공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2

 

마지막 졸업 이후로 누구도 나를 공부시키지 않았다. 이제 공부를 하려거든 알아서 해야 했고, 잘하고 있는 건지 확인할 수 있는 중간고사도 없었으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더없이 힘들었다. 공부는 평생 하는 거야- 하는 허망하고 위압적인 말, 이게 다 공부야- 하는 기만적이고 자포자기적인 말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 정작 내가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누구도 도움 되는 말을 해주지 않는 깜깜한 시대가 도래했다.




3

 

뭐하냐고 물어오면 공부한다고 대답하는 때가 많았다. 서른이 넘어서도 그랬다. 전 여친은 선생님 남자친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며 웃었고 나를 웃겼는데, 실은 그게 웃을 일이 아니었다는 걸 우리 두 사람이 이미 알았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일은 훌륭한 일도 아니었고, 웃어넘길 일조차 아니었다.

 

사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 길고 절절해서공부한다는 줄임말을 대신 쓰는 일도 많다. 그럴 때 공부는 자체로 어떤 목적이 아니라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터널 같은 것이 된다. 터널은 원래 어둡고, 그 속에서 울면 울음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러면 꼭 공부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닌 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감추기 위해 찍어 바르는 두터운 분 같다.




4

 

공부가 업이고 본분이던 시기에는 그렇게 학을 떼던 사람들도, 단지 그때를 지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공부라는 낱말의 무늬에 어떤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마음 공부, 인생 공부, 돈 공부…… 세상에 있는 이렇게 많은 공부들이, 왜 공부로 불리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마음 연구, 인생 탐구, 돈 학습이 아니라 다 공부라는 꼬리를 달고 있는 이유. ‘공부만큼이나 사람들을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개구리로 만드는 마법의 단어가 없다. 공부는, 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때 하고 싶고 또 해야 하며 그래야 남은 인생이 어떤 방식으로든 아름답고 향기로워진다며 끊임없이 자기에게 거는 주문의 고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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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만의 공부가 가지고 싶지만, 해 아래 더는 새것이 없는 법이어서, 세상 모두를 깜작 놀래킬 독창적이고 신통방통한 공부를 찾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저 이 시대의 이런 공부, 저 사람의 저런 공부 가운데 닮고 싶은 것들을 조각조각 훔쳐내 서툰 바느질로 기워낼 수 있을 따름.


 

 

소크라테스 이전에 나타났던 그리스 사상의 또 다른 조류에 대해서도 철학 이전의 철학을 논할 수 있다. 이는 그리스적 정신, 교육과 양성에 대한 욕망, 그리스인들이 <파이데이아paideia>라고 불렀던 것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와 관련된 이론과 실천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호메로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그리스 이래로 청년 교육은 귀족 계급 밑 <아레테>를 지닌 자들의 크나큰 관심사였다. 아레테는 고귀한 혈통의 후예들에게 요구되었단 탁월성으로, 훗날 철학자들에게서 덕, 다시 말해 영혼의 고매함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도덕적 훈계를 모아 놓은 테오그니스의 시를 통해 이러한 귀족적 교육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같은 교육은 사회적 집단 체제 내에서 어른들에 의해 주어졌다. 이 안에서 젊은이들은 신체적 힘, 용기, 의무감, 전사에게 걸맞은 명예심 등의 자질을 고양하는 데 힘썼으며, 그들이 귀감으로 삼았던 위대하고 거룩한 조상들은 이 같은 자질들의 화신이었다.

_ 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존재양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학생들은 학습과정에서 전혀 다른 특질을 보인다. 우선 그들은 첫 강의부터 백지상태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 강의가 다루는 주제를 미리 고찰하고 특정한 문제와 의문에 대해서 골몰한다. 그들은 강의주제를 놓고 이미 씨름한 바가 있어서 그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낱말과 사상을 수신하지 않고, 경청하며,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한다. 그들이 들은 것은 그들 고유의 사유과정을 자극한다. 새로운 의문, 새로운 관념, 새로운 전망이 떠오른다. 경청행위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과정이다. 학생은 선생이 말하는 어휘들을 수용하고 그것에 대응하면서 생기를 얻게 된다. 그가 습득한 것은 단순히 집으로 들고 가서 암기할 수 있는 그런 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학생은 자기 나름대로 충격을 받고 변화한다. 강의를 들은 후에는 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_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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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뭐가 되는 것보다, 공부하는 뭔가가 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공부하기 위해서 공부 거리를 찾아다니는 삶을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숨어 지내는 지하생활자가 나쁜가? 하나의 삶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 다른 형태의 삶을 공격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다수가 선택한 삶의 형태는 힘이 세서, 잔 펀치 한 방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도덕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모두 그들과 함께다. 공부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 속으로 더 깊이 더 멀리 도망친다.

 

하지만 어떤 삶을 선택해도, 언젠가 반드시 도망쳐야 하는 때는 온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도주로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도주로는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다. 그저 돈을 주고 샀다고 착각할 수는 있다. 착각이 달아나는 순간 허무가 찾아올 것이고, 인간이 감당해야 할 허무의 총량은 어마어마하여, 한순간에 허무가 총량으로 육박해 올 때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초인은 몇 없을 듯하다. 범인은 매일 조금씩 그 허무를 나누어 감당하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런 길을 걷는 것 같기도 하다.

 

 

 

--- 읽은 ---

 


165.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개념체계들은 모두가 다 삶의 무기고다. 베지 않기 위해 태어난 칼이 없듯이, 무기로 쓰이지 않기 위해 태어난 체계는 없다. 철학 역시 마찬가지라서, ‘삶의 무기가 되는이라는 수식어는 사실 중언부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런 말이 울림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건, 개념들이 삶과 유리된 추상적이고 허망한 것들이라는 인식이 세상을 정복했다는 뜻이겠다. 그래서 개념과 삶을 다시 연동시키려는 시도는 자체로 가치가 있다. 단지 저자가 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그간 읽은 무기운운하는 제목의 책들은 대체로 허접했다. 승진, 혁신, 판매량 제고, 신임 얻기, 자기 표현, 인정 받기…… 이른바 성공의 요소이거나 증거가 되는 것들을 취득하여 경쟁 사회에서 남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런 것을 이라고 상정하고 쓴 책들 속의 무기, 삶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이 쓴 책 속의 무기들과 같은 원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모양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 무기를 휘두를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그러니까 이런 제목의 책을 읽을지 말지 저울질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인 것이다. 이 책은 자본론이라는 무기로 신자유주의라는 삶의 모델을 겨냥한다. 신자유주의가 곧 우리네 삶인 이 세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므로, 그 삶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어떤 무기를 제공하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독서의 방향은, 자본론을 어떻게 휘두를 것인가 보다, 자본론을 무기로 쓰는 저자의 방식을 공부해서 자본론이외의 책도 무기화하는 역량을 획득하는 것이 되겠다. 

 

자본의 종속 공세에 아무 반격도 하지 않으면 인간의 기초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점령한 과거 수십 년간 그 일이 진행되었다. 인간의 기초 가치를 낮추고 자본에 봉사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리고 능력이 없으니까 자네의 임금은 이게 다야. 이걸로 가치에 준한 등가교환을 한 거니까 불만 없지?’라고 압박한다. 그 공세에 맞서려면 인간의 기초 가치를 믿어야 한다.

  우리는 사치를 더 누릴 권리가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사치를 누리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종속되고 그 가치관에 길든 주체는 그 점을 잊어버린다. 이 망각을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성과였을지도 모른다.

_ 시라이 사토시,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166.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읽기 수업

박균호 지음 / 다른 / 2021

 

10대 때를 생각해봤다. 이 책 속의 고전들은 당연히 그때도 있었고 역시 당연하게 그때도 고전이었다. 문제는 접근성이어서, 10대의 syo는 이런 고전들을 몰랐거나, 알았어도 걔들은 당최 읽고 싶지 않게 생겼었다. 읽고 싶지 않게 생긴 책들을 일단 읽게 만들려면, 누군가 미리 읽고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해 꺼내놓은 책들, 그러니까 책의 책이 필요하다. 20대의 syo가 독서의 판을 키우고 영역을 넓힐 때마다 도움이 되었던 책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고전을 모르는 아이들, 혹은 고전에 고전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syo는 체감에 가까운 예감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무리 박균호 선생님이 독서의 달인이라고 해도, ‘책의 책은 어떤 책을 읽은 이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책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의지, 생각거리를 발굴해내는 눈, 내가 읽은 책의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골라 내가 쓸 책에 실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손가락, 그 모든 것에 작가의 세계관이 묻어 있고, 그 결과 모든 책의 책은 하나의 예시에 그친다. 그렇지만 두꺼운 책보다 얇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 어차피 다 기억하지도 못할 거, 정리된 중요한 것들만 읽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겠지. 모르긴 몰라도 박균호 선생님 역시 이 책을 쓰시며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을 듯. 어떻게 아이들을 고전 앞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 것인가. 그건 참 중요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질문이다.

 

 

 


167.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박병철 지음 / 필로소픽 / 2014

 

- 일독(xxxxxx) / 재독(xxxxxx) / 삼독(1712xx) / 사독(191101)

- 오독(210516)

 

딱히 이 책이 위대하여 다섯 번이나 읽은 것은 아니다. 그저 멍청한 syo가 있었을 뿐. 확실히 비트겐슈타인 개론서 가운데 가장 쉽다. 그래서 까먹고 다시 보고 까먹고 다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봐야지. 다섯 번은 진심 과했다.

 

 

 

--- 읽는 ---


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 / 팀 하포드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오혜진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김금희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 로베르트 무질

을의 민주주의 / 진태원

문명과 혐오 / 데릭 젠슨

어른의 교양 / 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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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6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6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1-05-1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 펀치 한 방에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해!!!

syo 2021-05-16 20:01   좋아요 0 | URL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잔 펀치가 진짜 무섭잖아요. 깨달았을 때는 이미 빈사....

북다이제스터 2021-05-1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구는 단어 무게가 만만치 않아 상대적으로 편한 공부란 단어를 사용해 봅니다. ^^
오늘도 세상이 뭔지 열심히 공부해 봅니다. ㅎㅎ

syo 2021-05-16 20:02   좋아요 0 | URL
북다님께 공부와 연구가 그런 개념이라면, 사실 북다님의 읽기 쓰기는 이미 연구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ㅎㅎㅎ

뒷북소녀 2021-05-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에 해당하는 사람 여기 한명이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게 하나도 없어서요.

syo 2021-05-20 20:02   좋아요 0 | URL
사람이 다 비슷한가 봐요.
그럴 때는 소소하게나마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힘내자구요^-^

유부만두 2021-05-21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철학책을 몇 권 샀잖아요. 샀다고요. 그런데 펼치기 까지 또 몇 년 걸리겠죠, 아마.

syo 2021-05-21 09:15   좋아요 1 | URL
제 책장에도 2011년에 호기롭게 구매하고 10년째 책등만 쓰다듬느라 빛이 바랜 철학책이 한권 있습니다. 그치만 이번 생에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허망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초딩 2021-06-04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으로의 초대 담고 갑니다 ^^
그리고 5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syo 2021-06-04 23: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신나네요^-^>

새파랑 2021-06-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지만 완전 축하드려요. 독서 천재 syo님~!!

syo 2021-06-04 23: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천재 syo‘는 형용 모순입니다.
syo의 s가 stupid의 s라는 믿을만한 소문이 있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파랑님 ㅎ

이하라 2021-06-0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syo 2021-06-08 12: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초란공 2021-06-0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공부왕 syo님 축하드립니다~ 생계와 도주로 사이를 고민하는 요즈음입니다.. ^^;;

syo 2021-06-08 12: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란공 님.
초란공님의 고민이 글로 화하여 제게 많은 배움이 되겠지요.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