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거의 출근한지 30분이 채 안되어서 박살이 났다.

뭐가?
컴퓨터가? mp3가? 핸드폰이?
아니다. 다 아니다.
뭐가 박살이 났냐면...

바로 내가 박살이 났다.

콩글리시로 표현을 하자면,
" I was attacked by my big boss."

"박살"과 필이 통하는 영어단어를 여러 개 생각해 보았으나,
"attack" 정도 밖에 적당한 게 없다. "strike"는 너무 심하고...

1월 예상실적을 검토하다가
대노(大怒)하신 상무님께서 성대리를 호출,소리를 지르셨다.
사무실이 떠나가게.
밀림의 타잔 보다 더 큰 소리로.
작게 말씀하셔도 들리는데....

이른 아침에(출근 시간 : 8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더니
하루 종일 힘들다.
멍하다. 모니터 앞의 유령이라고나 할까?
답장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고객들이 보낸 메일들이 가득한데
나는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 보고 있다.

아침부터 부대껴서 좀 혼자 있고 싶었다.
학교 선배와 점심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을 연기하려고 11시쯤 전화를 했다.

수선 : 오빠! 우리 담 주에 보자.
선배 : 나 오늘 아니면 계속 바쁜데. 그냥 지금 갈께.
수선 : 그럼 오늘 저녁도 안 돼?
선배 : 응.그냥 지금 갈께.
수선 : 알았어.

이렇게 해서 회사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식당가에서 선배를 만났다. 서로 이런 저런 안부를 챙기다가 선배에게 물었다.

수선 : 여자 친구는 생겼어?
선배 : (씩 웃으며) 참....말하기 창피한데....
나 결혼해.
수선 : 정말? 언제?
선배 : 모레.
전화로 말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왔어.
청첩장도 안 찍었거든.

선배는 2년 전에 이혼을 했다.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래도 속으로는 좀... 쓸쓸했다.
도대체 내 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처음하는 결혼이 아니라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소수 정예 100명만 초대했다고 한다.
아주 친한 사람만...
친척도 아주 가까운 친척들만....
100명 중에 나를 끼워 줘서 고맙다.
그런데....왜 이런 좋은 소식을 하필 오늘 전해주는 걸까?

아침의 여파가 크다.
아까 외근 나간 Bruce 대리가 들어와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중계방송 했더니
진정을 찾아가던 가슴이 다시 마구마구 뛴다.
우황청심환이 생각날 정도로...

회사원들은 "내공"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상사가 막 소리를 지르고 마구 화를 낼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미동하지 않는 자세, 평정(平靜)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
금방 싹 잊어버리고는 미소를 짓는 능력.
더 나아가 "나 바보예요." 하는,
마구 깨져도 그게 기분 나쁜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가공할 능력.

이런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 회사원들은 말한다.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나의 내공은 거의 빵점이다.
어찌 이리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는게 없는지...

아직도....가슴이 뛴다.
이렇게 좌충우돌 성대리의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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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5-01-2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하루가 이제 저물어 갑니다. 그렇지요, 그런 날이 있더군요. 또, 어떤 날을 아침부터활짝 웃는 날이 있듯이 말이지요. 내공은 시간과 비례한 듯 하면서도, 또한 개인차가 많아 길들여지기 힘든 부분이기도 할테고요. 그냥, 마음이 안쓰러워서 토닥토닥, 하고 싶었습니다. 힘 내세요. 그래도 내일은 또 태양이 뜬다잖아요. 저녁 식사 든든히 하시길요-

kleinsusun 2005-01-20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근데...정곡을 찌르셨어요.
정말 길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예요. 제게 조직생활에서의 "내공"이란...
어쩜 이렇게 물렁물렁한지...
이를 악물고 무거운 헬스기계를 들어올려 근육을 만들 듯,
내공을 쌓아야 하는 걸까요?

mannerist 2005-01-2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학생. 소리 들을 날도 딱 열흘 남은 매너입니다. 이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뭐 전공 그대로 살리는 회사생활이고 제 일만 잘하면 욕은 안먹는다지만 이제 수선누나가 이악물고 버티시는 일을 저도 겪고, 또 속으로 가라앉혀야겠죠. 누나의 what happen today를 다시 읽으며, 미리 내공단련을 해야겠어요. 누나의 글, 괜찮은 아령 맞죠?

넋두리_흠. 이런 콩글리쉬는 어떨까요?
가장 먼저 생각난 건 "I was grinded ~"흠. 이건 뒷담화 당하는 거에 가까운 거 같고... "I was beated ~"나 "I got a fatal blow~ (너무 살벌한가요? ㅋㅋ)" 정도면 '박살'에 나름대로 가깝지 않을까요?

kleinsusun 2005-01-2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I was beated. 웃기기도 하고....막 슬프기도 하네.
매너!10일 후부터 일하는거야? 일단 축하를!
즐겁고 행복하게 시작하길 바래! 매너,홧팅!

2005-01-20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1-2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세상을 이긴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전경린/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中)

직장 내공은 낮을지 몰라도 서재질 내공은 이미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신 수선님,어떤 경우에도 씩씩하고 행복하시길. 화이티잉~~~ ↖^^↗

플레져 2005-01-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야클님의 요 이모티콘 너무 이뻐서 복사했습니다 ^^
수선님, 제가 수선님께 뵈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포즈에요.
수선님, 그래도 홧팅~!

kleinsusun 2005-01-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홧팅" 외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신다면 잔뜩 받아 가세용!
야클님,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읽었는데, 이런 멋진 말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맞아요. 상무 아저씨와 상관 없이 행복하기!칭찬해 줄 때도 넘 좋아하지 말 것이며, 소리지를 때도 넘 신경쓰지 말기! 홧팅 홧팅!
플레져님, 감사합니다.큰소리로 "홧팅!"

로드무비 2005-01-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경린 씨 책 중에 저 말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아무튼 오늘 무지 마음고생하신 수선님.
저도 파이팅 외쳐드립니다.
(전 부끄러워서 '홧팅'이라고 못 써요.^^;;;)

kleinsusun 2005-01-2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다 까먹으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ㅋㅋ 어제 일에 대해 "기억상실"을 하려 합니다. 로드무비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눈물이 나도록 용서하라
제럴드 잼폴스키 / 한국경제신문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Forgiveness].
그냥 <용서>라 하면 될 것을,
<눈물이 나도록 용서하라>를 제목으로 한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은 부담스런 제목이다.

알라딘을 돌아 다니다가,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을 알라딘에서 만난 날,
나는 누군가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이 책의 제목에, 제목만으로 가슴이 뻐근했던 책이라는 별다섯개짜리 독자리뷰에 마음이 갔다.

그 날 기분이 아주 좋았다면,
뭔가에 한껏 들떠 있었다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용서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면,
난 용서하는 방법을 절실히 배우고 싶었다.
누구를 그렇게 용서하고 싶냐구?
바로 나.

물론 나에게 잘못했던 사람들,
나를 정말 아프게 했던 사람들,
너무도 위악적이고 이기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떠올리기도 싫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 있다.

그런데...
내가 용서 못하고 괴롭히는건 그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들들 볶는건 바로 나다.

예를 들어 이렇게.

- 나는 왜 그 사람을 만났을까? 나는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을까? 나는 바보다.바보 바보 바보.
- 나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 그렇게 판단력이 없을까?
조금만 조심했어도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 나는 왜 그때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것 밖에 안되는 걸까?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들들 볶고, 혼자 괴로워하고...
내 자신에게 좀 잘 대해주고 싶었다.너그럽게.

이 책에는 용서에 대한 정의가 여러개 있는데,
그 중 이런 나에게 가장 어필하는 표현이 있었다.

용서는 그런 과거가 아니었으면 하는 미련을 떨쳐버리는 것.

그렇다.
용서의 목적은 과거에서 놓여나기 위함이다.

이 책의 "추천의 말"을 쓴 닐 도널드 월쉬.
이 책을 "인생을 바꾸어줄 만한 책"이라고 극찬했는데,
심지어 이 책은 "하느님의 메시지"라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대단한 책이라고 하기는 사실 어렵지만
마음 속에 일렁이는 분노에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 책에 제시된 방법 중 하나.

용서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감정을 모조리 표현한 다음 편지를 찢어 버리도록.


한번 해볼까?
잊었다고 생각하는 일을 들추어내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기도 하지만, 사실 난 알고 있다.
내가 잊어버린 척 하고 있다는 걸....
외면하고 있는 척 하지만 그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한번 해볼까?
미친 척 하고 한번 해보고 찢어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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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1-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심장이 뛰도록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런데 한번 편지로 걸러보자 싶어서 쓰다보니 조목조목 얘기가 되더군요. 결국 다음날 책 한 권 속에 두꺼운 편지를 끼워서 보내 지금은 그냥 웃는 사이가 됐다는. ^^ 님의 독서의 범위는 무척 넓으신 듯하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kleinsusun 2005-01-1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화가 많이 날땐 막바로 말을 하는 것 보다,
글을 쓰거나 혼자서 막 그 사람 욕을 하거나 해서 마음을 정돈한 다음에 마주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야클 2005-01-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의 목적은 과거에서 놓여나기 위함이다."
명언입니다. ^^*

플레져 2005-01-1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부딪친 어떤 비겁한 상황에서 놓여날 수 있는 글을 만나 안심입니다. 위로가 됩니다. 저도 좀 잘했다 싶은 것이 메일로 요모조모 적은 다음에 지워버렸거든요. 찢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이렇게 절절한 순간에 만나는 리뷰가 있다니요... ㅊㅊ!

kleinsusun 2005-01-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메일 "send" 클릭 안하신거 자~알 하셨어요.
위로가 되었다니 기뻐요. 어제 일은 잊어 버리시고, 오늘은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파란여우 2005-01-1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가끔 미쳐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용서를 해주고 용서를 받아야 할때 진정 미쳐서 용서, 그 자체에 몰입해야 한다고 보아요. 그것이 순도 100%의 용서가 아닐까 하는...

2005-01-16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1-17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도 100%의 용서. 아....말이 넘 와 닿아요.그 자체에 몰입하는 용서.
파란여우님,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1-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땐 정말 황당했겠네요.
비밀 이야기를 살짝꿍 들은 것 같아 가슴이 쿵쿵거려요.ㅋㅋ
 
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
에스터 빌라 지음, 안인희 옮김 / 시유시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원제는 [Heiraten ist unmoralisch].
"결혼은 비도덕적이다".

이 책은 "세다".
통렬하고 신랄한 비판과 비난,
선각자인지 또라이인지 헛갈릴 정도의 위험수위,
확고하고 뚜렷한 대안 제시.

여자건 남자건,
결혼을 한 사람이건, 하지 않은 사람이건,
결혼을 할 사람이건,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건,
이혼을 할 사람이건, 이혼을 하려는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이 책은 편하지 않다.
뜨끈한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마초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박수를 치며
" 그래, 맞는 말이다,맞는 말!
이런 정신 똑바로 박힌 여자들이 있어야지."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에스터 빌라가 제시한 대안을 보면 "아차!"할 꺼다.

에스터 빌라는 결혼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얼마나 남자들을 착취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결혼이 얼마나 악랄한 제도인지 피 튀기며 성토하고 있는 듯 하지만,
에스터 빌라가 말하려는건 "결혼하지 말자!"가 아니다.

기존 결혼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그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 방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
그렇게 피 튀기며, 오버까지 하며 난리를 친거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결혼한 여자들의 "희생"과 "상실"을 성토했다.
에스터 빌라는 이에 코웃음을 치며 "결혼은 사업이다"고 말한다.
여자들은 '자기 보존'을 위해서, 즉 경제적으로 부양 받기 위해서,
남자들은 '종족 보존'을 위해서, 즉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결혼을 한다고...

에스터 빌라는 물론 여자들의 성적 욕망을 인정한다.
여자들은 남자를 선택할 때,
"성적 능력"과 "경제적 부양 능력" 둘 다를 따지지만,
둘다 갖춘 남자는 극히 드물므로 성적 능력이 좋은 쪽보다는
부양 능력이 좋은 쪽으로 기우는 것이란다.

뭐...이 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에 목숨 거는데 비해,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 즉 선에서 남자의 외모를 첫번째 조건으로 여기는 여자나 여자의 부모는 거의 없다.
많은 경우, 돈이 헉 소리 나게 많으면 대머리도 용서된다.
돈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많고 능력 있는 남자라면,
대머리+ 15살 연상 + 숏다리 + 비만까지도 다 용서된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리 돈 많고 능력있는 여자라도,
심지어 여자가 대기업 CEO더라도,
남자 보다 15살 많고, 같이 다니기 쩍 팔리게 생긴 여자랑 결혼하면서,
자랑스러워할 남자는 별로 없을 꺼다.
뭐 무너진 집안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한 인생 희생하는 남자 정도는 있겠지만...

"결혼 잘했다"는 말도 남자, 여자 구분해서 적용된다.

여자의 경우,
"그집 딸, 참 시집 잘 갔어." = "그집 딸, 진짜 부잣집에 시집갔어."
가 대부분 적용된다.
작년에 사촌(여자)이 한 기업 총수의 손자랑 결혼을 했는데, 그 때 집안이 법석법석 장난 아니었다.친척들은 "넌 여태 뭐했니?" 이런 무언의 압력을 내게 보냈다.정.말.짜증났다.

남자의 경우, 특히 결혼이 늦은 경우,
"그 친구 대박 터뜨렸어" = "여자가 10살이나 어려.도둑놈"
이 적용된다.
나이 차이가 많은 여자랑 결혼하면 그게 대단한 자랑이 된다.

에스터 빌라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남자는 나이도 상관없고 외모도 상관이 없다는 소리를 떠들고 다닌게 대체 누구시며,오르가슴도 채워 줄 줄 모르는 늙다리들한테 정말 죽여 주는 아저씨라고 야무지게 내숭을 떤 게 다 누구란 말인가? 아니 장관 나으리라면 노친네라도 개의치 않고 한침대에 누워, 그 남자의 권력이 정력도 채워 주는 걸로 착각하게 만들어 놓은게 다 누구신가?....(중략)....

모두 우리 여성들이다.게다가 너무나 괜찮은 여자들이 그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그런데 우리는,자신의 살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먹는 이 여자들과는 경계를 긋지 않은 채 언제나, 남자들만 욕하곤 한다.능력있는 남자를 골라 사랑에 빠진 척 눈속임을 하고는 그 남자의 부인이 되고 마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유도하는 그 능력 있는 남자들만을 욕해 왔다.
(p112~113)

남자들을 그렇게 착각하게 하는게 누구냐?
남자들만 싸잡아 비난하지 말고 여자들이 변해야 한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에스터 빌라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실...읽으면서 뜨끔했다.
능력있는 남자를 골라 사랑에 빠진 척 하는 여자들.
어디 한두명이냐? 주위에도 널렸다.널렸어....씁쓸하다.

에스터 빌라는 여자들에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결혼이라는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여성의 돌파구'라는 장에서 무려 25가지의 방법을 설명했다.)

그 중 눈에 띄는거 몇가지.

1.소신 있는 여성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정말 뚜렷한 명분이 있을 때만 결혼을 한다.

2. 소신있는 여성은,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역시 결혼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을 경우,이 남자가 혹시 돈이 너무 많거나 나이가 많거나 명성이 대단한 사람이 아닌지를 꼭 따져 볼 것이며,이런 조건에 걸리는 사람과는 결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이는 무엇보다 그 남자에게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며,여성 전체의 명예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이런 식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여자들이란 늙은 부자한테 혹은 유명 인사한테 제 젊음을 팔아 넘기는 존재들이란 소리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4. 결혼을 결정한다 해도 요란히 잔치를 하며 이런 주접스런 일을 세상에 떠벌리지는 않을 것이다.

7. 소신 있는 여성은......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는다.
아울러, 남성은 수명도 짧고 또 성적인 능력도 일찍 노쇠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최소한 몇년은 연하의 남자를 선택한다.그리고 혹시 재정상의 문제에 부딪힐 경우 당연히 그 남자를 '부양할 용의'가 있다.

8. 소신 있는 여성은 나이를 물어도 절대 모욕당한 느낌을 갖지 않으며,아주 당연하게 실제 나이를 그대로 가르쳐준다.그렇지 않을 경우,나이가 들면 여성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심어 주어 여성 전체의 위신이 깍일 수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젊어 보인다는 인사말일랑 철저히 무시해 버리면,상대가 '젊어 보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p197~200)

아....에스터 언니...쿨하다.정말 세다.

에스터 빌라는 기존 결혼제도를 맹렬히 비난한다.
능력있는 남자를 물어서 평생 편하게 살려는 여자들을 무섭게 욕한다.
그리고...요구한다.

우리 여성으로 하여금 이런 행동을 하게드는 이 사회가 나쁜 것이다.남자들이 현재 독점한 권력의 절반을 우리에게 정식으로 넘겨 준다면 우리도 아마 다른 식으로 대응할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현실일 따름이다.(p161)

에스터 빌라의 주장은 간단하다.
여자,남자 다 함께 일하자.
어떻게?
일일 5시간,일주 25시간 노동제

기존 결혼제도의 문제점은 남녀의 사랑을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을 없앨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랑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일이 없어져야 하며,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그러나 이는 우리 노동 시장이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갖출 때 완성된다.

가) 남성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가지고 여성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나) 남성에게 팔려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여성의 수입이 좋아져야 한다.


이 책의 단점이 있다면,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는 거다.

에스터 빌라는 기존 결혼제도는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왜? 여자가 알콜중독이나 범죄자가 아닌 이상 여자에게 양육권이 100% 보장되니까...이혼을 하게 될 경우 남자들은 집에서 쫓겨나 양육비를 부담하면서도 아이들을 한달에 몇번 정해진 시간에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니까....혼외 자녀일 경우 엄마의 허락 없이 남자는 아예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니까...
이런 많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에게는 "부양의 의무"가 있으니까...

에스터 빌라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이런 소설을 읽으면 기절할 꺼다.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한번 보지도 못한 아이를 부계에 입적시키고, 엄마에게서 합법적으로 뺏아 올 수 있다는걸 알면....

" 아니....그런 나라도... 있단 말이예요? "
이렇게 말하지 않으까...

이 책...읽는 내내 불편하긴 하지만,정말로 생각할 거리가 가득하다.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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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1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거...정말...생각할 거리 그득이겠네요~..
....원래...진실이란 받아들이기 불편한 구석이 있긴 하지요~

진실은 반짝거리지 않는다고...

그런데 전제...가) 남성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가지고 여성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에 앞서...또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직장을 가진 여성의 육아 양육을 사회 제도가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

주변에 육아 때문에...울며겨자먹기로 일을 그만두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로드무비 2005-01-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리뷰만으로도 통쾌하네요.
능력있는 남자를 골라 사랑에 빠진 척하는 여자들.ㅎㅎ
수선님 아니면 쓸 수 없는 리뷰예요.^^

LAYLA 2005-01-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도 만만찮게 쿨하신거 같은데요?(이건 좋은말입니다 ^^)
이제 스물이면서 벌써부터 한의사와 의사를 어떻게 만날까 고민하는 제친구들을 보면 좀더 와닿지요.(사실 지금은 결혼이 너무 먼 이야기인지라 그냥 웃고 넘기지만 5년만 지나면 정말 피튀길거 같아요. 목표가 뚜렷한 친구들인지라,,하하하)
서른 넘어서 결혼하기는 저도 계획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전에 '능력'을 갖춰야 할텐데요~~ 수선님처럼~~^^

kleinsusun 2005-01-1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복순이 언니님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에스터 빌라가 독일에 살거든요.그러다 보니 책 속의 "현실"이 모두 서구 중심이예요.
이혼할 경우 양육권이 100% 여자에게 보장되고, 남자는 엄청난 양육비를 내면서도 한달에 몇번 지정된 시간에만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것 등의 이유로 기존의 결혼제도는 여자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한국사회와 "현실"이 멀고 먼 일이 많거든요.
제 가장 친한 친구도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 뒀어요.
아내, 남편이 같이 일을 하면서도 여자 혼자 육아로 끙끙거리고 스트레스 받는 현실...
에스터 빌라는 일일 5시간 근무를 해서 남자들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복순이 언니님, 한번 읽어보세요!

kleinsusun 2005-01-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능력있는 남자를 골라서 사랑에 빠진 척 하는 여자들 넘넘 많쟎아요.
근데 그 능력있는 남자들은 그런거 몰랴요.정말로 여자들이 자기들만 보면 사랑에 빠지는지 안답니다. 춘향전의 이도령 처럼 거지꼴 하고 연극 한번 해보면 알꺼예요. 그 여자들이 자기들이 거지가 되어서 나타나도 사랑에 계속 빠져있는지...
저만 쓸 수 있는 리뷰라고요? ㅋㅋ
솔직+발랄.랄랄라~

kleinsusun 2005-01-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친구들이 벌써 부터 한의사, 의사 만날 생각을 하다니...참 씁쓸하네요.
자기자신과 사랑에 빠지고 열렬히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대신에...LAYLA님 처럼.
근데 LAYLA님 예상 처럼 그 친구들 곧 아주 피튀길 꺼예요.그런 친구들은 1~2학년 때 하는 미팅까지도 특정 학교, 특정과 아니면 안하고 그런답니다. 고등학교 때 부터 의사,의사 노래를 부르는 애가 있었어요.물론 걔네 엄마가 어렸을 때 부터 "여자는 시집 잘 가는게 최고다"하며 애를 세뇌시켰거든요. 그 친구...결국 나이가 10살이나 많은 의사랑 결혼했는데...이혼했답니다. 참 안타까워요. 그 친구 생각이 나니 우울해 지네.쩝.

야클 2005-01-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수선님 '결혼'에 대해 생각이 많으시군요. "진한" 동지애(?)를 느낍니다. ^^ 꿈 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책 내용(물론 안 읽어봤지만) 보다 더 훌륭한 리뷰일 것같습니다. 추천한방!

kleinsusun 2005-01-1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도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아요.
결혼에 대해서 생각만 많지 action은 하나도 없답니다.ㅋㅋ

2006-01-23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프플러스 2009-06-3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성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합니다 여성은 4-5살 연하의 남성과 결혼해야합니다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무려 9-10이얼즈정도 짧기때문입니다 여성은 상품이 아닙니다 하나의 인격체일뿐입니다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남성들의 좋지못한 관습을 고쳐야할뿐이지요 만약당사자의 아들딸들이 상품으로 취급당하면 경악을 금치못하겠지요 인간은 그렇게 에고이스트기질을 많이쌓아두고 살지요 특히나 남성들은 각성해야합니다 그래야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위의 내용 한번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네요 결혼은 하면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고 그것이 바로 결혼입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잠시일뿐이고 결혼은 그냥 단로운 생활일뿐입니다 절대 사기당하지 마세요 이것을 여성들의 머리에 아로 새겨주고 싶어지네요 쬐금 살아온 인생선배의 꽁트입니다 결혼할적에 그사람의 눈을 보세요 눈을 똑바로 쳐다 못보는 사람은 도둑놈이나 사기꾼이 될 확률이 100%이거든요 호호 지나가는 바람이 올리는 카운셀러의 한말씀이라 생각하세요 ㅣ
 

난 책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가장 자주 선물하는 사람은 울 아빠다.
책을 선물 받는 사람이 모두 우리 아빠 같다면,
책 선물하는 사람은 진짜 "억수로" 행복할꺼다.

읽고 읽고 또 읽고...
책에 가득한 밑줄들...
또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3년 전 선물한 남회근의 <금강경 강의>는 하도 낡아서 이제 하드커버 겉장에 테이프를 붙였다.
울 아빠...아무리 울 아빠지만 객관적으로 멋있다.

회사에 정말로 내게 잘해주는, 아주아주 고마운 선배가 있다.
작년 10월의 어느 늦은 밤,
혼자 남아서 시스템에 경영계획을 입력하고 있었다.

9월말에 울팀 과장이 회사를 그만 두는 바람에
난 2인분의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 맡은 제품들이라 "감"이 없었다.
숫자가 머릿 속에서 마구마구 헝클어졌다.
마음이 급해서 자꾸 틀리고, 또 맞게 넣으면 컴이 다운되기도 하고(원래 안될라 그러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 나는 혼자 악을 쓰면서 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야근 끝에 체력은 바닥 상태에 있었고,
손 대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은 봉숭화 연정처럼 내 신경은 예민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 종일 숫자랑 씨름하다가
난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때,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그 선배는 내 옆에 앉아서 자기가 입력을 했다.
나는 미안함도 잊어 버리고
한참 힘에 부치는 덩치 큰 애랑 싸우고 있을 때 엄마가 나타난 것 처럼 편암함을 되찾았다.

내 대신 입력을 다한 선배는,
내가 담당하는 제품들을 시스템에서 전부 다 다운 받아 검토까지 해 주었다. 그 때....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감동했다.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못난 나는 울었다는게 창피해서 그런 말도 못하고
고맙다고 흐지부지 말하고 먼저 나갔다.

그 다음 날, 난 고마운 마음에 책을 한권 선물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
<연애소설>에 있는 세편의 단편 중 <꽃>을 읽고 감동했던 차에, 연애를 하고 있는 그 선배에게 이쁜 사랑하라는 뜻에서 그 책을 골랐다.

초콜렛 하나랑 같이 선물했는데,
사람 좋은 선배는 말했다.

" 책 선물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데...잘 읽을께요."

오늘 오랜만에 그 선배랑 점심을 같이 먹었다.
( 팀도 다르고 사업부도 달라서 자주 말할 기회가 없다.)

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었다.

" <연애소설>...그 때 그 책...읽으셨어요? "
" 네...잘 읽었어요. 아주 잘 넘어가던데요. 재미있었어요."

이럴 때 나는 행복하다.
그 선배가 이쁜 사랑을 하길 바라며...

p.s) 요즘 주위 사람들이 온통 핑크빛이다.
내게도 좀 그 핑크빛이 나눠졌으면 좋겠다.

참 소박한 바람인데(사람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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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1-1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이루어진다!! 수선님 화이티잉~~ ↖^^↗

로드무비 2005-01-1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 선배랑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참 그치 애인이 있다고 했지?^^;;;

좋은 사람이랑 일요일 새벽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 마시기.

조만간 꼭 이뤄질 거예요.^^

(저도 지금 일이 밀려 울고 싶은데 어디 그런 구원투수 없을까요?

그러면서 30분째 서재활동;;)

마냐 2005-01-13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밀려서, 졸다졸다 날밤 새구...아침이네요. ^^;; 수선님은 '인복'이 많은 모양임다. 아버님두 그렇구, 그런 구원투수도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슴다....암튼, 홧팅이구요...갑자기 8년전 도서관에서 같이 커피 마시던 남자 생각이 남다. 지금 서재질에 미친 마눌 땜시 혼자 침대에서 코골고 있는디...(우헤헤)

marine 2005-01-1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빠에게 책 선물을 자주 받는 편이예요 그러고 보니 한번도 아빠에게 선물할 생각은 안 해 봤네요 저희 아빠는 대단한 독서가인데, 아빠가 제 취향을 다 파악한 반면, 전 아직도 아빠가 좋아할 만한 책이 뭔지 모르겠어요

드팀전 2005-01-1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책 선물하기를 좋아했는데...얼마전부터 안하기로 했습니다.누가 지나가다 "뭐 읽을만한거 없어." 이래도..."많긴한데 취향따라 다르니까 내가 알 순 없군." 해버립니다.첫번재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도 좋을 지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지금 당장 만나지 않고 나중에 만나면 더 좋을 수도 있음에도 제가 불쑥 제 맘에 든다고 선물하고 그 사람이 그 책에 흥미를 못느낀다면 큰 일이죠.제가 몇년전 한동안 "눈먼자들의 도시"를 사줬는데 반응이 반반이에요.어떤 사람은 너무 좋아서 책읽는 즐거움을 찾았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뭐 황당한 SF소설 같잖아..이럽니다.^^

주고도 답답하고 읽는 사람도 답답하고....^^ 이러면 안되잖아요.그래서 책선물 자제합니다.내가 상대의 취향에 자신이 있을때만 주려구요.그리구 가끔 책을 받으면 부담도 됩니다.제가 보려고 미리 리스트가 나와 있는데 새로 큰 관심 없는책이 들어오면...잘 안보게 되더라구요.제가 준 책이 상대에게도 그런 부담으로 작용하여 책장 어느 구석을 헤메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혹시 수선 님께서 제게 책을 주시려면..도서상품권.^^ 으로..^^ 얼마든지 대환영..환영..으싸 으싸 대환영.^^ 즐거운 하루!!!!

세벌식자판 2005-01-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간만에 제가 알고 있는 소설 책이 보이네요. ^^; 소설 쪽은 거의 까막눈이라 눈만 깜빡이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 . . " 가네시로 카즈키 "가 쓴 GO 보셨어요? 전 참 재밌게 봤거든요. 나중에 사정이 되면 그 사람이 쓴 소설을 다 사 읽으려 합니다.

kleinsusun 2005-01-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전 <플라이, 대디 플라이>랑 <연애소설>을 읽었거든요."GO"는 아직이구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재미있긴 했는데 좀 가볍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연애소설>은 카즈키의 감성이 묻어나는 따뜻한 단편들이예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1-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로드무비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네....정말 간.절.히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1-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넘 부러워요. 자랑하시는거죠? ㅋㅋ

네...전 "인복" 이 많아요. 그래서 마냐님도 이렇게 들러주시고.항상 서툴고 어설프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당.

kleinsusun 2005-01-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좋으시겠당. 아빠가 책 선물 많이 해 주셔서....

전 가끔 서점에서 아빠가 좋아하실 만한 책을 발견하고 냉큼 사서 달려갔는데,

아빠한테 그 책이 있어서 허탈한 경우가 있어요.ㅋㅋ

그래서 집에 2권 있는 책도 있답니다.

kleinsusun 2005-0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네...저도 가끔 실수를 한답니다. 책을 선물하고 뜨악한 반응에 당황할 때가 있어요.ㅋㅋ 드팀전님께는 꼭 상품권을 선물할께요. 취향을 알려 주셔서 감사감사.

kleinsusun 2005-01-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오랜만이네요. "Go"는 집에 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랑 <연애소설> 읽었는데, 전 <연애소설>이 참 마음에 들어요. 감성적이고 따뜻한 글들이예요. 그러면서 "아차"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호랑녀 2005-01-2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

한 번도 못해본 생각인데, 참 이쁘네요.
이제 난... 우리 아이들과 해볼 수 있을라나?
 

당신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를 스페어 타이어처럼 묶어 두고 다니지는 않는가?

벌써 몇 년 전이다.
모 방송국 PD와 소개팅을 하고 몇 번 만났다. 좋은 느낌으로...
그 좋은 느낌이 "세상에...이런 사람이...."로 변질된 건 마이콜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도 얼굴이 또렷이 기억 나는 마이콜.

가을이었다. 아마도 9월이었던 것 같다. 곧 추석이 되었으니까....
그 남자는 서울에 혼자 살고 있었다.
2번인가, 3번 만났을 때 추석연휴가 다가왔다.
그 남자가 추석연휴 동안 강아지를 좀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데 강아지를 데려 가기고 힘들다고...

난 내심 좋아했다.
왜? 동생들이 강아지를 넘넘 좋아하니까... 물론 나도.
우린 열렬하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으나,
너네 셋도 키우기 힘들다는 엄마의 강력한 반대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다.
'추석 연휴동안은 우리가 다 집에 있으니까 강아지 데려가도 뭐라고 안 하겠지...'.
난 냉큼 "강아지 데려와요!"하고 싶었으나,
잠시 망설이는 척 하다가 ".... 그러죠 뭐."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마이콜"을 만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강아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름 : 마이콜 ( 까만색 푸들. 둘리에 나오는 가수 마이콜과 헤어스타일이 닮아서 마이콜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성별 : boy
성격 : 온순

추석 연휴 전전날, 난 마이콜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갔다.
동생들이 환호하며 좋아했다.

마이콜은 오랜만에 사람 많은 곳에 오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오랜만의 자유를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1초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였다.
( 바쁘고 게다가 혼자 사는 주인 덕에 마이콜은 몇 개월 동안 하루 종일 혼자 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다가 밤늦게 주인이 오면 하루에 한번 보는 생활. 물론 주인이 외박하면 이틀 동안 혼자 있는 생활을 했다.)
이상한건....
마이콜이 몸을 너무 심하게 긁는다는 거였다.
발톱도 무진장 길었는데 그 긴 발톱으로 몸을 빡빡 긁었다.
피가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반복적으로 너무 자주 긁으니까 아빠가 마이콜을 안으시더니 유심히 보셨다.

" 염증 같구나. 내일 동물병원에 데려가 봐."

그랬다. 마이콜은 염증을 앓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그렇게 간지러웠을 텐데,
긁고 긁고 또 긁고 피가 나게 긁었을 텐데,
무심한 주인이 몰랐던 거다.

다음날 아침 일찍,
동생과 나는 마이콜을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의사가 마이콜을 보더니 부들부들 떨었다.

의사 : 아가씨 강아지예요?
수선 : (의사의 잡아먹을 듯한 기세에 놀라며) 아니요.
의사 : 누구 개예요?
수선 : ...친.구.
의사 : 이건 동물학대예요. 동물학대.
지금 이 강아지의 피부질환이 얼마나 심한지 알아요?
여기 고름 나는 거 안 보여요? 여기 고름 딱지들 보여요?
수선 : (너무 놀라 침묵)
의사 : 정서적으로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린 강아지를 돌보지 않았으니...
이 강아지 입원시키세요. 치료를 받아야 해요.
수선 : 네.....

그렇게 해서 나는 마이콜을 입원시키고 그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보는 마이콜을 뒤로 하고 나왔다.

더 놀라운 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 건....
마이콜은 "girl"이었다.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의 성별도 몰랐던 무심한 남자.
혼자 사는 건 외로운 일이다.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불이 꺼진, 인기척 없는 빈집에 들어가는 건 싫은 일이다.
누가 기다려 주고 반겨 주면 기쁘다.
그래서 그 남자는 강아지를 키웠다.
돌보지는 않으면서,
자기 강아지가 그렇게 심하게 몸을 긁는지도 모르면서,
집에 들어갈 때 강아지가 자기를 반겨 주는 거 하나 때문에 강아지를 키웠고
결국 마이콜을 불행하게 했다. 마이콜은....아팠다.

그 남자를 많이 욕했었다.
정말 책임감 없고 나쁜 사람이라고....
어떻게 강아지를 그렇게 아프게 할 수 있냐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강아지를 맡겨 버린 덕분에 들켜 버린 것 뿐이라고...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스페어 타이어처럼 묶어 두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박진영은 에세이집 <미안해>에서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희망고문"을 하지 말라고....
쓸데 없이 술 먹고 한번씩 전화하고,
"좋은 친구" 같은 밋밋한 태도를 보이며
다른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묶어 두지 말라고....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외로울 땐, 그냥 외로워야 한다.
치열하게, 처절하게 외로워 보자.

날이 정말 춥다.
이 추운 날에 나는 시리도록 외로워 보려 한다.
그리고.....내가 겪어야 할 외로움을 다 겪고 사랑을 하려 한다.
외로워서 하는, 혼자임이 두려워서 하는 사랑 말고
진짜 사랑을...

외로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덤.벼.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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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수선님이 더욱 마음에 들어부렸어요.

한 줄도 버릴 말이 없네요.^^

kleinsusun 2005-01-1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칭찬해 주시니까 기분이 "up" 되요. ㅋㅋ

어제의 숙취로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기분 up! up! 랄랄라.

marine 2005-01-1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어 타이어, 압권!! 예전에 박진영 책 읽었을 때 그 희망고문이란 말에 반대했어요 당시 저는 누군가를 해바라기 할 때라 그 사람이 만나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했거든요 어차피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일순간 돌릴 수 있는 게 아닌데, 냉정하게 끊는 것 보다는 친구로라도 있어 주길 바랬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생각해 보니까 (또 제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되니까) 상대가 빨리 마음 정리할 수 있도록 끊어 주는 것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야말로 나 외로울 때 예비로 갖고 있을려는 이기적인 태도거든요 친구라 하면서도 정작 상대가 다른 사람 만나면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이 드는, 그 이중적인 태도 있잖아요

kleinsusun 2005-01-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보험회사에 전화하면 10분만에 와서 타이어 바람 넣어 주쟎아요.ㅋㅋ

불안한 마음에 스페어 타이어 챙기느라 상대방을 꽁꽁 묶어 두는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구요. 저도...이렇게 말하면서도 찔리는게 많아요.쩝.

icaru 2005-01-1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ㅠ.ㅜ 제가 왜 무엇 땜에 울고 있는거죠.....(누구에게 묻는거야!!)

드팀전 2005-01-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돌본다는 건 역시 쉬운일이 아니야.... 어쩌겠어요.희망고문이든 스페어 타이어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많을 텐데...사람의 욕심이란게 그렇게 흑백 나누듯 나누어지지 않는거니까.다 사람의 일이라....다들 조심조심하세요.어흥......^^

2005-01-12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1-12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1-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강아지가 부모님께 사랑 받고, 또 효도해서 다행이네요.

전 10월에 열대어 2마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 중 한마리가 며칠 전 죽었어요.무심한 주인 탓에...선물만 받고 돌보는 일은 동생에게 미렀는데 미안해요.먼저간 열대어에게도,남은 열대어에게도, 동생에게도... 혼자된 열대어를 위해 한마리를 더 살까 아님 그 한마리를 놓아줄까 고민중이예요.근데...열대어를 강에 방생할 수도 없고...어쩌죠?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1-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조심도 하고 또 그 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안 주도록 저도 노력할래요.드팀전님, 감사합니다.

야클 2005-01-1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이콜이 너무 불쌍하고 그 주인이 아주 밉네요. 동물은 "놀이감"이 아닌 생명체입니다. 봄이 되면 길거리에서 장난감 삼아 병아리를 사서 철부지들에게 쥐어주는 엄마들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그리고 수선님 글의 주제부분... 수선님 홈피에 있는 "Sex할 수 있는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약간은 도발적인(?) 글 제목에 이끌려 한번 봤는데 한참 동안 생각을 하게 했던 글이랍니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마냐 2005-01-1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론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희망고문 않기...임다. 스페어타이어라니...좋은 글 잘 읽었슴다.

바람돌이 2005-01-1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길거리에서 교통사고 당해서 끙끙거리는 강아지 한마리를 주워온적이 있는데요. 며칠씩 방을 붙이고 해도 주인이 안나타나더라구요. 다리를 다쳐서 병원 수술하고 집에서 한 2주간 길렀는데요. 나름대로 정이 들어 계속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리가 직장 나가고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집을 헤메고 다니다가 돌아오면 반가워서 어쩔줄 모르는 강아지를 보니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새주인을 찾아 보냈는데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붙인 이름이 삼돌이였는데....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는거죠.

파란여우 2005-01-1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명작을 왜 이제 읽을까요. 수선님! 글 너무 잘 쓰십니다. 저 이런말 왠만하면 자주 안하는 짠순이인데요, 정말 명작이에요^^

kleinsusun 2005-01-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감사합니다.덕분에 오늘 하루 "happy" 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님 처럼 따뜻하신 분들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이콜도 바람돌이님 처럼 좋은 주인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런 생각이 들어요. 마이콜이 지금은 어딘가에서 행복하기를 바래요.

kleinsusun 2005-01-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노숙 고양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야클님 가족들 처럼 동물을 사랑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무료 급식소 얘긴 정말정말 감동적이예요.

마냐님, 부끄부끄. 저도 스페어 타이어를 챙겼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더 맘이 아팠어요. 마이콜이 꼭 행복하기를 바라며.